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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RE100⑤] 철강·석화, EU 수출 비상인데… 세액공제 美 30%·韓 3% 수준

철강·석유화학업계가 글로벌 공급과잉과 전방산업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판로 축소에 대한 우려도 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등이 환경 및 역내 산업 보호를 위해 탄소 기반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사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8일 경제계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국내 수출 제조기업 61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플라스틱 업종에 속한 기업 중 'RE100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비중이 3분의 1에 달했다. 이는 조사 대상 업종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또한 섬유·패션(30.2%)과 석유화학(17.9%) 등 화학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이 다른 산업군 보다 재생에너지 사용 압박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도 16.1%로 평균을 웃돌았다. RE100은 국내·외 사업장에서 쓰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주요 수출 지역별로 보면 유럽에서 RE100 요구를 받은 경험이 28.3%로 가장 많았다. 25%를 넘은 것도 유럽이 유일하다. 화석연료 등 기존 발전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그 자리를 태양광·풍력발전 등으로 채우지 못하면 유럽시장 내 입지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RE100 달성과 기업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함께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성 있는 재생에너지를 공급 받아야 한다. 기업들이 사업장 부지 내 태양광 자가발전 투자 세액공제 확대 등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경우 재생에너지 설비투자 세액공제가 30%에 달하지만, 국내에서는 3% 수준일 뿐더러 관련 제도가 일몰되면 1%로 축소되면서 비용 부담이 불어난다는 이유다. 금속(철강) 기업 중 50%, 석유화학 기업 중 42.9%가 RE100 이행 지원을 위해 필요한 정책과제로 관련 신규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 및 금융지원 강화를 꼽은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철강의 경우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업종으로 꼽힌다. EU는 지난해 철강 수출이 49억달러로 미국에 이어 2번째(13%)로 중요한 수출 지역이기 때문이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철강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인증서 비용이 2026년부터 2034년까지 9년간 총 2조644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한국과 유럽연합의 내재배출량과 탄소가격이 유지된다는 시나리오에서 산출된 액수로, 2026년에는 851억원 수준이지만 유상할당 비중이 본격적으로 높아지는 2030년 3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급증할 전망이다. 석유화학도 CBAM이 적용될 수 있는 업종으로 언급됐던 만큼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CBAM은 EU에서 생산된 것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 수입시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된 탄소가격을 부과하는 제도다. EU향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국 내 탄소배출권 가격을 높이면 되지만, 다른 지역으로 향하는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재생에너지 활용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RE100을 이행 중인 국내 수출 제조기업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솔루션이 자가발전이라는 점도 주목 받고 있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자가발전 의존도가 높은 것도 특징이다. 선호도 역시 자가발전이 49.4%로 전기요금에 '녹색프리미엄'을 얹는 방식(23.6%),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구매(18.0%),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체결(1.1%) 등 보다 월등히 높았다. 상대적으로 도입이 용이하고 탄소배출권으로도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보급사업의 영향도 있지만, 올 8월까지 제주지역에서만 태양광·풍력발전의 출력제한이 80회를 넘기는 등 송전망을 통한 재생에너지 조달에 의존할 경우 안정성이 낮다는 우려가 자가발전 선호도를 뒷받침하는 요소"라며 “송전망 부족 등 재생에너지 조달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도 고려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두산 “회계법인 두 곳서 추가로 비율 검증…합병가액 문제 없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부문 간 합병을 추진 중인 두산그룹이 회계법인 두 곳으로부터 추가 검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검토 결과 자본시장법 등에서 규정하는 합병가액 산정방법에 위배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8일 두산로보틱스 측은 “외부평가기관으로 선정된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합병가액 산정 평가을 받아 적정성을 확인했다"며 “공정성 및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평가기관으로 이촌회계법인 및 우리회계법인을 추가 선정해 합병비율을 검증받았다"고 밝혔다. 중복 검증 결과 안진회계법인 평가와 동일하다는 설명이다. 먼저 이촌회계법인은 합병법인의 두산로보틱스는 기준시가(8만114원)가 자산가치(6737원)보다 높아 기준시가를 합병가액으로 산정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기준시가를 적용하되 자산가치보다 낮은 경우엔 자산가치로 정할 수 있다. 피합병법인인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신설부문은 비상장사로 기준시가를 산정할 수 없기 때문에 본질가치 평가방식을 적용했다. 여기에 두산밥캣 지배력 등을 감안해 기준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해 수익가치를 산정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43.7%를 반영했다. 이촌회계법인 측은 “2016년부터 분석기준일까지 양수도 금액이 100억 원 이상인 국내 상장주식 거래사례 중 최대주주의 변경을 수반한 주식양수도 거래사례를 기준으로 업종을 고려하고, 극단치 영향을 제거 후 경영권 프리미엄율 최저치와 최고치를 산출했다"고 했다. 종합적으로 합병비율의 기준이 되는 주당 평가액은 8만114원, 2만9965원으로 산정해 합병비율은 1대 0.3740353로 산정했다. 우리회계법인도 같은 방식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해 발표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고려아연, 금감원 제동 걸린 유상증자 철회 여부 고심…“시장·주주 의견 살핀다”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금융당국이 제공을 걸자 고려아연 이사회가 주자와 시장의 입장을 충분히 살펴 추진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향후 유증 계획을 철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8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정기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 관련 안건을 논의했다. 올해 3분기 주요 경영 사항과 2조5000억원 규모 유상 증사 추진 여부 등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주말 동안 시장 전문가들과 주주 등으로부터 의견을 충분히 듣고 유상증자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날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별도 모임을 만들어 이번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주주 및 시장과 당국이 우려하는 지점에 대해 토의하기로 결정했다. 유상증자 추진 여부를 토의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 자진 철회를 위한 수순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자진 철회하기로 가닥을 잡는다면 이르면 다음주 초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의결한 뒤 해당 내용을 공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보통주 373만 2650주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해 약 2조5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에 금감원이 지난 6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해 제동이 걸렸다. 금감원 측은 “유상증자 추진 경위 및 의사결정 과정, 주관사의 기업실사 경과, 청약 한도 제한 배경, 공개매수신고서와의 차이점 등에 대한 기재가 미흡한 부분을 확인했다"며 “투자 판단을 위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보완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MBK파트너스·영풍이 소집하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는 이르면 올해 연말쯤 열릴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50부는 영풍이 신청한 임시주총 소집허가 사건의 심문기일을 오는 27일로 정했다. 통상 임시주총 소집허가 사건은 심문기일 한 번으로 종결된다. 법원은 심문기일을 마친 뒤 신청인(영풍)과 사건본인(고려아연) 양측에게 준비서면 제출 기간을 1∼2주 정도 더 주고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인용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신청인이 스스로 주총을 소집할 수 있도록 법원이 허가(인용)하면, 임시주총 날짜는 신청인인 주주가 지정한다. 영풍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임시주총을 개최하겠다는 입장이라, 14일간의 주총 소집 통지기간 등을 고려하면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1월 안으로는 임시주총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MBK·영풍은 지난달 28일 14명의 신규 이사 선임과 집행임원제도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을 결의하기 위한 임시주총 소집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 신규 이사를 진출시켜 이사회를 재구성하고, 집행임원제도를 통해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주주들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트럼프 2.0] 경쟁 격화되는 철강, 숨통 트이는 석유화학 ‘희비교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컴백하며 국내 철강·석유화학 기업들의 경영환경도 급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제조업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전 세계 수입품을 대상으로 10~20%에 달하는 '보편관세' 부과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의 경우 대미 무역흑자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관세가 책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덤핑과 상계관세를 비롯한 수입규제 조사 빈도와 강도도 높아질 공산이 크다. 철강산업은 트럼프 1기 시절 미국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관세 25% 부과를 면제 받는 대신 수출량을 3년 평균치의 70%(연간 약 263만t)로 제한하는 방식에 합의한 바 있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도 반사이익을 얻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합의가 있지 않는 한 현지 시장 내 입지 확대가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는 기존 쿼터가 축소되거나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가 높아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지난해 50억달러 수출을 달성한 국내 주요 철강재 수출국이다. 이는 전체의 14%에 달하는 수치로, 지난해까지 4년간 연평균 증가율도 24.8%로 집계됐다. 높은 관세와 우회 수출 방지로 인해 미국으로 들어가지 못한 중국산 제품이 한국을 비롯한 다른 시장으로 풀리면서 경쟁 강도가 심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 관세를 부과하고, 철강재의 경우 단계적으로 수입을 중단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미국의 정책 방향과 국내 통상·산업 영향' 보고서를 통해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수출되던 중국산 철강이 국내에 덤핑으로 유입될 경우 국내 철강 업체에 가격인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앞서 현대제철이 중국산 후판을 대상으로 반덤핑 제소를 진행한 상황으로, 포스코도 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제재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석유화학은 상대적으로 기대감이 높은 업종으로 분류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유발한 인플레이션 원인 중 하나로 에너지 가격을 지목하고, 이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국내 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논리다. 구체적으로는 셰일오일과 원유 등 화석연료 생산 확대로 국제유가 하락을 도모할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시장점유율을 잃지 않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국가들도 감산을 완화하는 등 국내 기업들은 경제적인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쓸 수 있다.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납사의 가격이 낮으면 이를 원료로 에틸렌 등을 만드는 석유화학 기업들은 원가 절감에 따른 수익성 향상이 가능하다.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해 고무 밸류체인을 보유한 기업은 미국의 대중국 규제가 수혜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산 장갑 대체를 위해 동남아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이유다. 이 중 말레이사아는 국내 NB라텍스 최대 수출국으로, 현지 기업 탑글러브는 올 3분기 미국향 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율촌은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화학제품 규제 폐기를 공언한 것도 국내 기업에도 긍정적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화학 등 국내 기업들의 대미투자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미국 에탄크래커(ECC)들이 원가경쟁력을 강화해 현재 보다 더욱 아시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포스코, 7년 만에 인도 진출 재도전…‘철강·배터리소재’ 돌파구 되나

포스코가 인도 오디샤주 현지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다시 한 번 과감한 도전에 나선다. 지난 2017년 현지에서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가 무산된 후 7년 만에 다시 인도 진출을 추진하는 것이다. 포스코 사업의 두 축인 철강과 배터리 소재 모두 최근의 업황 악화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구 14억명을 기반으로 한 인도 시장에 과감히 도전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가 인도 진출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30일 3분기 실적 발표 서두에 인도 철강 상공정 진출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3분기 영업이익이 743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37.9% 감소하는 등 어려운 환경이었으나 미래 성장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인도 진출 등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9일 포스코그룹은 인도 오디샤주에 인도 뭄바이에서 인도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철강, 이차전지 소재 등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일관제철소 1단계로 오디샤를 우선적으로 검토해 연 500만t(톤) 규모로 건설을 추진한다. 일관제철소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상공정부터 철강 제품을 만드는 하공정까지 모두 갖춘 제철소를 말한다. 현재 포스코그룹은 인도네시아와 중국, 베트남 등 해외에 일관제철소 3곳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 오디샤에 일관제철소가 지어지면 4번째가 된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인도 진출이 과감한 도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포스코그룹이 인도 시장 진출에 나섰으나 실패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포스코그룹은 2005년 인도 동부 오디샤주정부와 제철소 건설을 위한 MOU를 체결해 연산 12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이 환경 파괴 등을 이유로 이에 반대했고, 인도 중앙정부 역시 미온적이었다. 결국 2017년 포스코가 오디샤주정부로부터 인수했던 부지를 반납하며 건설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에는 인도 1위 철강사인 JSW와 합작에 나서는 만큼 이전처럼 건설이 무산될 확률이 적어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럼에도 한 차례 진입이 실패한 시장에 다시 도전하는 것이라 과감하다는 의견도 동시에 나온다. 이는 포스코그룹의 쌍두마차인 철강화 배터리 소재 모두 악화된 업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위기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철강사업은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에 수출처를 잃어 수익성이 크게 흔들렸다. 앞으로도 중국산 철강 제품과의 경쟁은 물론 RE100이나 탄소국경세 등 친환경 규제를 앞두고 탄소 배출 저감을 강도 높게 추진해야하는 상황이다. 이에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나 아직 성공 여부도 확실치 않아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진단이다. 배터리 소재 부문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올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위축)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대선 결과 등 변수에 따른 영향도 매우 크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실제 포스코그룹 배터리 소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함께 짓기로 한 니켈·전구체 합작공장 구축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당초 양사는 오는 2027년까지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내에 전구체와 고순도 니켈 원료 생산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앞서 포스코퓨처엠은 지난달 합작법인 음극재 소재사인 '피앤오케미칼'도 매각했다. 이는 저수익 사업의 구조조정 차원이기도 하지만 배터리 소재 시장의 불확실성을 우려해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이 같이 기존의 쌍두마차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확실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포스코가 과감히 인도 진출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는 14억명의 인구를 기반으로 최근 성장세가 가파르다.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만큼 포스코와 경쟁하는 중국 철강 제품도 쉽게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생산능력 500만t의 현지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포스코가 5조원 가량을 부담해야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포스코가 매년 벌어들이는 현금으로도 5조원을 충당할 수 있기에 인도 진출에 따른 부담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최윤범의 ‘벼랑끝 유증’… 백기사 표심 얻을지 ‘위태한 승부수’

최윤범 회장이 단행한 고려아연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벼랑 끝 전술'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최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됐던 현대자동차 등이 경영권 분쟁에서 중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면서 자칫 백기사들이 중립을 선택할 가능성을 고려해 유상증자를 단행했다는 진단이다. 4일 산업권에 따르면 조만간 열릴 고려아연 주주총회가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한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고 법원의 가처분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최근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반격을 노리는 모습이다. 최 회장이 결정한 대규모 유상증자는 앞서 자사주 공개매수처럼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는 승부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는 소액주주와 캐스팅 보터인 국민연금이 지지를 잃게 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단행된 조치라 더욱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 회장 측은 이에 대해 뚜렷한 이유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재계에서는 그동안 우호 세력으로 분류된 지분들이 막상 표 대결에서 중립을 지킬 가능성이 높아져 최 회장이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을 살펴보면 상대측인 MBK·영풍은 서로간의 계약이라는 확실한 결속력을 통해 단일한 대오로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최 회장 측의 백기사들은 각자 고려아연 지분 보유 목적과 이해관계가 상당히 다르다는 진단이 나온다. 백기사 중 고려아연 지분 5.05%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최 회장의 비전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도 배터리 소재 확보를 위한 협력 차원으로 지분 1.9%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0.5%를 보유한 모건스탠리는 지분 투자를 통한 수익 창출이 목적이다. 이들이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을 지지할지 확실치 않다는 진단이다. 실제 고려아연 이사회에 입성해 있는 현대차 측 이사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결정과 가격 상향 결정 이사회에 연달아 불참한 것으로 파악된다.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계획에 없었던 경영권 분쟁에 엮여 어느 한 쪽과 불편해지는 일을 피하고 싶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이 같은 입장이라면 분쟁의 변곡점인 주주총회에서도 기권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사정이 비슷한 LG그룹과 모건스탠리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울러 MBK·영풍이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발표한 직후 현대차·LG그룹 주요 관계자들은 백기사를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최 회장과 회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다소 선을 긋고 멀리서 관망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 시기 최 회장과 직접 면담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또 지난해 말 MBK파트너스의 공격을 받았던 한국타이어는 스스로를 최 회장의 우호주주라고 선언했으나 다른 백기사들은 비슷한 신호를 내놓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최 회장이 지분 보유 목적이 다른 각각의 주요 주주들로부터 확실하게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다. 만약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현대차·LG·모건스탠리가 중립을 택해 7.45% 수준의 지분이 기권표가 된다면 7.5% 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최 회장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결국 MBK·영풍과의 지분 격차인 3%포인트(p)를 좁혀 역전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MBK·영풍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게 되고 최 회장은 순식간에 경영권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백기사가 중립을 택해 기권표가 나오더라도 MBK·영풍을 앞지르기 위해 최 회장이 유상증자를 결정하게 됐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 때 최 회장의 백기사 중 일부가 지분을 매각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벼랑 끝에 서 있는 최 회장 입장에서는 모든 백기사를 신뢰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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