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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뉴 스페이스 기업에 ‘선진국 수준 감세’ 추진

우주항공청(KASA)이 민간 주도 우주 시대인 '뉴 스페이스(New Space)'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관련 기업들에 대한 전방위적 세제 혜택안을 마련하고 있다.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과 높은 기술 리스크를 안고 있는 민간 기업들에게 관세·부가세 감면과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 세액 공제라는 확실한 '당근'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따라 달 착륙을 목표로 한 발사체 사업자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부터 소형 위성·발사체 스타트업인 쎄트렉아이·이노스페이스 등 국내 우주 대표 선수들이 진행 중인 핵심 프로젝트들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10일 본지 취재 결과 우주청 임무지원단은 지난 7월 31일 사단법인 한국조세법학회와 '우주 분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세 감면 방안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과업 예산은 5000만 원이며, 연구는 내년 1월 말 마무리된다. 한국조세법학회는 현재 미국·유럽 연합(EU)·일본 등 우주 선진국의 조세 감면 사례를 전수 조사 중이다. 실제 주요 우주 선진국들은 민간 주도 우주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민간 기업의 광범위한 연구 및 개발(R&D) 활동에 대해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고, 우주 발사장 인프라 건설을 위한 채권의 이자 소득을 면세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일본의 경우 우주 기술 분야 투자에 대해 최대 40%의 세액 공제를 추진하며 '우주 전략 기금'을 조성해 향후 10년간 관련 연구 기관과 기업을 지원한다. 캐나다는 항공우주 부문에 대한 정부의 R&D 자본·장비 투자에 상당한 세제 혜택을 제공해 연구·개발을 장려하고 있고, 룩셈부르크는 민간의 우주 자원 소유권을 인정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민관 협력 파트너십·세제 혜택 등 제도적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세법학회는 △우주 물품 수입 시 관세 감면 △우주 기기 제작·공급 관련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 △R&D 투자 세액 공제 강화 등 '한국형 우주 세제 지원안'을 도출하고, 조세특례제한법 등 관련 법령 개정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곳은 국가 주도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막대한 R&D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체계 종합(SI) 기업들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 고도화 사업을 넘어 2032년 달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재사용이 가능한 '차세대 발사체(KSLV-III)'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발사체 엔진·단 조립에 들어가는 특수 소재와 부품의 상당수가 고가인 만큼 R&D 세액 공제와 부품 수입 관세 감면은 사업 수익성 개선에 직결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차세대 중형 위성 개발과 양산을 주도하고 있고, 최근에는 초소형 합성 개구 레이더(SAR) 위성 등 국방·민수용 위성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발사체 총조립 경험을 바탕으로 공중 발사체와 우주 발사체 관련 선행 연구를 지속하고 있어 혜택권에 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업들은 막대한 R&D 비용을 지출하고 있어 세액 공제율이 상향될 경우 영업이익 개선 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위성의 '눈'과 '귀'를 만드는 기업들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한화시스템은 정부의 '초소형 위성 체계' 사업에 참여해 고해상도 SAR 위성을 개발하고 있고, 저궤도 위성 통신망 구축을 위한 '우주 인터넷' 기술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한국형 위성 항법 시스템(KPS) 관련 탑재체 기술과 위성 통신 단말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어 관련 정밀 부품 수입 시 관세 혜택이 절실하다. 위성 통신 안테나 분야 글로벌 1위인 인텔리안테크는 원웹(OneWeb) 등 글로벌 저궤도 위성 사업자들에게 사용자 단말기를 공급하고 있다. 평판형 위성 안테나 등 차세대 제품 R&D·제조 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이 이뤄질 경우 글로벌 가격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견·스타트업들에게 이번 정책은 '생명수'와 같다. 국내 유일의 소형 우주 발사체 전문 기업 이노스페이스는 상업 발사체 '한빛(Hanbit)' 시리즈(한빛-나노 등)를 통해 글로벌 발사 서비스 시장을 공략 중이다. 발사체 제작 단가를 낮추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부품·원자재에 대한 부가세·관세 감면은 가격 경쟁력 확보의 열쇠가 된다. 국내 최초 위성 수출 기업 쎄트렉아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해상도를 자랑하는 상용 지구 관측 위성 '스페이스아이-T(SpaceEye-T)'를 개발해 발사를 앞두고 있다. 당국의 정책이 현실화 되면 위성 본체·탑재체 개발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컨텍은 전 세계에 우주 지상국(Ground Station)을 구축해 위성 데이터를 수신·처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해외 지상국 구축·장비 운용 과정에서의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이 밖에도 초소형 군집 위성 시스템·위성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와 국산 위성 탑재체 부품 및 위성 휴대폰을 제조하는 AP위성 등도 R&D 비용 부담을 덜고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는 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수출입 관련 세제 지원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우주청 관계자는 “초기 투자 비용이 높고 기술 난도가 높은 우주 산업 특성상 민간의 자발적 진입이 어렵다"며 “조세 감면을 마중물 삼아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의 눈] 산업용 전기요금 내린다면…‘파괴적 혁신’ 마중물 돼야

전기요금 때문에 산업계가 아우성이다. 지난해 말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h)당 185.5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2022년 1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75.8%나 올랐으니 불만이 나올 만하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산업용보다 더 비쌌던 구조도 어느 순간 역전된 상황이다. 전기요금에 쏟아지는 아우성은 업황 부진에 빠진 철강과 석유화학 업계에서 가장 크게 들린다. 유관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철강은 탄소 배출을 줄이려 석탄을 연료로 쓰는 고로 대신 도입한 전기로 가동으로 전기요금 부담이 늘고 있다. 석화도 설비 규모가 워낙 거대해 전체 매출의 5%가량(2025년 2분기 기준)이 전기료로 빠져나간다. 전기료를 한시적으로라도 깎아주면 철강 및 석화 기업들이 사업 체질을 개선하는 데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렇다고 전기료 인하가 단순히 철강·석화업계의 '버티기용 수단'이 될 순 없다. 반대 논리가 만만치 않아서다. 당장 발전사들은 내년부터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부담이 커진다. 재생에너지 발전 인프라 구축에 투자해야 하기에 지출 요소가 크다. 또한, 미국 등 주요국가들이 전기료 지원을 국가 보조금 지원으로 간주해 자국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불공정 무역'을 핑계로 제재를 가할 경우 우리 정부와 업계에 통상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한국의 저렴한 전기요금이 사실상 철강업계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효과와 같다는 논리로 무역 조치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같은 전기요금 인하 반대 논리를 돌파할 만한 유인책으로 국내 철강·석화사들이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수퍼 을(乙)'이 되는 것을 떠올려 본다. 범용 메모리로 성장해 온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미국 빅테크의 러브콜을 받고, 반도체 장비 제조사들이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현재 모습을 철강과 석화산업이 본보기 삼았으면 하는 '상상'이다. 전기료 감면으로 마련한 '버티기 체력'을 연구개발에 쓰고, 이를 통해 개발한 혁신소재를 해외시장에서 무역 제소를 피할 지렛대로 삼자는 것이다. 갈수록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 속 생존법이 결국 '국내 공급망 강화'라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철강과 석화업계는 '파괴적 혁신'을 고민해볼 시점이다. 소재 연구개발은 당장에 바짝 투자한다고 성과를 낼 수 없다. 기초·응용 과학 같은 학문적 토대부터 복원하고, 어떤 소재 개발에 집중할 지를 민관이 판단해 과감히 투자하는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기료 감면 정책을 철강·석화산업의 단기성 버티기 수단이 아닌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소재 경쟁력을 강화하는 마중물로 일대 전환하는 '파괴적 혁신'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수퍼 을 전략'의 큰 그림 속에서 전기료 감면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대한민국 기술로 만든 고속철도차량이 사상 처음으로 해외 수출길에 올랐다. 10일 현대로템은 경남 창원시 마산항에서 '우즈베키스탄 고속차량 초도 편성 출항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잠쉬드 압두하키모비치 호자예프 우즈베키스탄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양국 주요 정관계 인사와 현대로템 임직원들이 참석해 국산 고속철의 첫 세계 무대 진출을 축하했다. 이번에 선적된 차량은 현대로템이 지난해 6월 우즈베키스탄 철도청과 체결한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공급 계약의 초도 물량이다. 현대로템은 첫 수출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생산 관리와 부품 협력사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예정보다 앞당겨 차량을 출고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지난 30여 년간 KTX-산천부터 KTX-이음(EMU-260), KTX-청룡(EMU-320) 등을 개발·양산하며 축적해 온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가 뒷받침된 결과다. 특히 설계부터 구매,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에 KTX-이음의 양산 경험을 적용해 공정 효율을 극대화했다. 김정훈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사업본부장(전무)은 기념사에서 “오늘 출항식은 국내에서 축적해 온 고속차량 기술 역량을 처음으로 세계 무대에 선보이는 매우 뜻깊은 자리"라며 “우즈베키스탄 고속차량은 양국의 협력과 우정을 상징하는 결과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즈베키스탄에 공급되는 고속차량은 총 42량(7량 1편성) 규모다. 국내에서 운행 중인 'KTX-이음'을 기반으로 하되, 우즈베키스탄의 철도 환경과 기후 특성에 맞춰 설계를 최적화했다. 우선 현지의 넓은 철도 폭에 맞춰 '광궤(1520mm)'용 대차를 적용했다. 또한 사막 기후의 특성을 고려해 고온과 미세한 모래 바람을 견딜 수 있도록 방진 설계를 강화하고 엔진과 주요 부품의 내구성을 높였다. 이 차량은 향후 총 1286km에 달하는 현지 장거리 노선에 투입돼 기존의 동력 집중식 차량(스페인산)을 대체하며 교통 인프라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번 수출 성사는 민관 협력의 결실로 평가받는다. 현대로템은 국내 부품 협력사들과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바탕으로 고속차량의 국산화율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이러한 높은 국산화율과 국내 산업 생태계에 미칠 낙수효과는 정부의 양허성 수출 금융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술력과 금융 지원이 결합해 글로벌 고속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셈이다. 현대로템은 이번 우즈베키스탄 수출 실적을 발판 삼아 해외 고속철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모든 차량이 현지에 안전하게 인도되고, 이후 유지보수까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내 협력 업체들과 함께 'K-고속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방산에 이은 철도 한류를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우주청, ‘우주항공산업진흥법’ 제정 착수…민간 주도 ‘뉴 스페이스’ 육성 법적 근거 마련

정부가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 발맞춰 우주항공산업을 본격 육성하기 위한 새로운 법적 기틀 마련에 나섰다. 기존의 국가 주도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의 상업화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우주항공산업진흥법(가칭)' 제정이 추진된다. 9일 본지 취재 결과,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은 최근 '가칭 우주항공산업 진흥법 제정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본격적인 입법 준비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대비해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항공산업 육성과 상업화를 촉진하고,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입법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우주청이 해당 법 제정을 추진하는 핵심 배경은 '상업화 촉진'이다. 이번 과업은 7000만 원(VAT 포함) 규모로 진행되며, 연구 기간은 지난 10월부터 내년 3월 20일까지 약 6개월간이고,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가 수주했다. 연구의 전체 프레임은 '해외법 비교 분석→국내 정합성 진단→조문·제도 설계→이해 관계자 합의 형성→입법 로드맵' 순으로 진행된다. 항우연은 이를 위해 국내외 법령·가이드·표준 원문 및 규제·행정 지침·판례·산업 통계 등을 폭넓게 참조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유럽·일본 등 우주 선진국의 관련 법제를 벤치마킹해 국내 실정에 맞는 입법 방향을 도출하는 것을 1차적 목표로 한다. 분석 대상국은 미국·EU·일본을 비롯해 영국·프랑스·룩셈부르크·UAE 등 주요 상업 우주 국가들이다. 연구 수행 기관은 이들 국가의 △상업 우주 관련 허가·감독 △안전·보험·책임 △데이터·주파수 △수출통제·보안 △지속 가능성(우주교통관제(STM)·우주상황인식(SSA)·잔해 저감) △투자·조달·민관협력(PPP) 프레임 등을 정밀 비교 분석해야 한다. 또한 국제 표준·가이드와의 정합성을 분석하고, 국내 이식 가능성을 기준으로 정책 옵션(A/B/C안)과 우수·취약 사례를 도출할 방침이다. 새롭게 제정될 법안에는 민간 기업 육성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대거 포함될 전망이다. 법안의 조문 체계는 △총칙 △산업 육성 지원(성능·품질 검사, 조달/PPP, 클러스터, 인력 양성, 민항기 국내 공동 개발, 장비 공동 활용 등) △투자·금융·세제 지원 △허가·감독·규제 샌드박스 △안전·보험·사고 조사 △지속 가능성(STM·SSA·잔해물 경감) △데이터·주파수 △수출 통제·보안 △국제 협력 등을 포괄하도록 설계된다. 특히 시장 친화적인 환경 조성을 위해 안 되는 것 빼고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리스트' 규제 방식과 신기술 테스트를 위한 '규제 샌드박스', 신속한 사업 진행을 위한 '원스톱 허가' 시스템 도입이 검토된다. 아울러 국제 표준과의 연계 조항·하위 법령 위임의 적정성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기존 법령과의 중복 문제 해결과 통합도 이번 연구의 핵심 과제다. 연구 수행 기관은 '우주개발 진흥법', '항공우주산업개발 촉진법' 등 기존 관계 법령을 전수 진단해 상충하거나 중복되는 영역과 법적 사각지대를 식별하고, 통합·조정 권고안과 신·구조문 대비표를 내놓아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법안에 담기 위한 절차도 구체화했다. 우주청은 우주항공 분야 산업계·학계·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10개 기관 이상의 심층 인터뷰와 2회 이상의 델파이 조사, 30부 이상의 전문가 설문 등을 의무적으로 진행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허가·안전, 데이터·주파수, 투자·조달 등 쟁점별 전문가 회의를 구성·운영해 실행 가능한 체계를 설계한다는 복안이다. 우주청은 내년 3월까지 진흥법 제정뿐만 아니라 시행령·시행 규칙 수립 단계까지 고려한 구체적인 입법 로드맵을 확보할 예정이다. 최종 산출물에는 '진흥법 제정→시행령·시행 규칙 제정→행정 규칙·서식 고시→시스템·교육→시범운영→전면 시행→평가·개선'에 이르는 단계별 일정과 역할, 의사 결정 게이트가 포함된 입법·집행 로드맵과 운영 매뉴얼이 포함된다. 우주청 관계자는 “민간 주도의 우주항공산업 육성과 상업화 촉진을 위해 포괄적인 진흥법의 정책 골격 마련이 시급하다"며 “해외 법제 벤치마킹을 통해 국내 법·제도 공백을 진단하고, 현장 중심의 수요를 반영해 실행 가능한 법안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장] 사람 손보다 빠르고 정교하다…한국쓰리엠, 로봇 접착테이프 자동화로 ‘제조 혁신’

지난 8일 경기 화성 동탄에 자리잡은 한국쓰리엠(3M) 고객기술센터. 이 곳에서 6축 다관절 로봇 끝에 달린 접착제 도포장치(어플리케이터)가 S자 곡선으로 휘어진 부품 위를 미끄러지듯 유연하게 지나가는 모습이 시연됐다. 로봇이 지나간 자리에는 양면 테이프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매끄럽게 부착돼 있고, 절단작업(커팅)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한국쓰리엠이 이날 고객기술센터(CTC)에서 마련한 '산업자동화 솔루션 테크' 행사는 일반인에게 문구용 스카치 테이프나 박스 포장용 테이프로 떠올리기 쉬운 '테이프'가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모품이 아니라 첨단 제조 공정의 핵심 부품이자 자동화 솔루션으로 진화했음을 확인해 주는 자리였다. ◇ “볼트·너트·용접 없는 세상…'레벨 4' 자동화로 간다" 이날 고객기술센터의 시연에 앞서 한국쓰리엠 정세훈 접착제·테이프 사업부 영업팀장(부장)은 3M이 지향하는 자동화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 부장은 “3M은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사업을 영위하며 연간 246억 달러(약 37조원) 매출을 올리는 과학기업"이라며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공정 혁신을 돕는 파트너"라고 소개했다. 이어 3M이 자동화를 단순 수작업인 '레벨 1'부터 완전 자동화인 '레벨 4'까지 구현하며, 3M 솔루션은 최고 단계인 '유연한 자동화(Flexible Automation)'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장은 “과거에는 볼트·너트·리벳·용접이 제조업의 체결을 담당했지만 이제는 경량화와 디자인 자유도가 중요해지면서 접착제와 테이프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계의 인건비 상승과 숙련공 부족으로 자동화 수요가 큰데 구체적인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작업자가 2~3명인 소규모 라인보다는 10명, 20명 이상의 대규모 라인에서 도입했을 때 비용 절감 효과가 훨씬 크다"고 정 부장은 답변했다. 다만, 소규모 공정에서는 오히려 초기 투자 비용이 부담될 수 있다는 점을 덧붙여 말했다. 김정민 한국쓰리엠 이사는 “회사가 강조하고 싶은 건 자동화의 목적이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는 것에만 있지는 않다는 점"이라며 “작업자의 컨디션이나 숙련도에 따라 품질이 들쭉날쭉하는 변수를 막고 '품질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했던 로봇팔 이날 투어의 백미는 단연 지하 랩실에서 진행된 '3M 로보테이프(RoboTape)' 시연이었다. 현장을 안내한 최보경 한국쓰리엠 수석연구원은 로봇 팔이 사람의 손보다 빠르고 정교하게 움직이는 원리를 상세히 설명했다. 시연에서 6축 다관절 로봇 끝에 달린 도포 장치(어플리케이터)는 S자 곡선으로 휘어진 부품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갔다. 로봇이 지나간 자리에는 양면 테이프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매끄럽게 부착돼 있었고, 커팅까지 완벽하게 마무리됐다. 최 연구원은 “사람이 붙일 때는 10~20초가 걸리고 숙련도에 따라 품질 편차가 생기지만, 로봇은 최대 속도로 일관된 품질을 만들어낸다"며 “특히 사람이 작업하기 힘든 복잡한 곡면 구간도 로봇은 한 번에 정확하게 처리한다"고 강조했다. 인력 대비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낫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속도는 로봇이 낼 수 있는 맥시멈까지 올릴 수 있어 생산성이 압도적이며, 무엇보다 곡면 구간에서 사람이 낼 수 없는 정밀도를 보장한다"고 말했다. 3M 로보테이프의 핵심은 '레벨 와인딩(Level Winding)' 기술이었다. 최 연구원은 “일반적인 롤 테이프는 길이가 짧아 공정 중 자주 교체해야 하지만, 3M은 마치 낚싯줄이나 실타래처럼 아주 길게 감긴 대용량 스풀을 공급한다"며 “이런 긴 길이의 레벨 와인딩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전세계적으로도 3M을 포함해 몇 곳 되지 않으며, 이를 통해 공정 중단 없는 연속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치약처럼 짜서 쓰는데 굳힐 필요 없는 3M VHB 압출형 테이프 최보경 수석연구원은 이어 기존 테이프의 고정 관념을 깬 '3M VHB 압출형 테이프(Extrudable Tape)'를 소개했다. 최 수석연구원은 “일반적인 양면 테이프는 평평한 곳에는 잘 붙지만, 굴곡지거나 표면이 거친 곳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짜서 쓰는' 테이프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글로벌 장비 업체인 '노드슨(Nordson)'의 프로본드(ProBond) 시스템과 결합된 솔루션이다. 최 수석연구원은 “고체 상태의 테이프 소재를 미니 압출기에 넣어 약 190~200℃의 열로 녹인 뒤 치약처럼 원하는 모양으로 토출하는 방식"이라며 “액체 접착제처럼 보이지만, 식으면 즉시 고체 테이프의 성질을 회복하기 때문에 별도의 경화 시간이 필요 없다"고 역설했다. 자동화 라인에서 내부 기포나 도포량 불량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느냐고 묻자 최 연구원은 “부착 후에 엑스레이 같은 비파괴 검사를 전수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대신 사전에 고객사와 물성 평가를 철저히 진행하고, 공정 변수(Parameter)를 검증해 불량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으로 신뢰성을 확보한다"고 답했다. 이어 “PP나 PE 등 난접착 소재에도 별도의 표면 처리(Primer) 없이 강력하게 붙고, IPX8 등급의 방수 성능을 자랑한다"며 “이형지(Liner)가 없어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솔루션"이라고 추가로 설명했다. ◇ “1000만 번 충격 견디고, 필요할 땐 열린다…전기차 난제 해결" 주형석 한국3M 상무는 전기자동차(EV) 시장을 겨냥한 두 가지 핵심 소재와 기능성 솔루션을 소개했다. 먼저 소개된 '배터리 팩 실런트 SZ1000'은 전기차 배터리의 '밀봉'과 '재개봉'이라는 모순된 과제를 해결한 제품이다. 주 상무는 “배터리 팩은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완벽히 밀봉(IPX8)되어야 하지만, 수리를 위해 필요할 때는 케이스를 파손하지 않고 열 수 있어야 한다"며 “이 제품은 배터리 팩을 완벽히 보호하면서도, AS가 필요할 때는 깔끔하게 떼어낼 수 있는 '재개봉' 기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화재 안전성을 위해 난연 등급(UL94 V-0)을 확보한 점도 빠트리지 않았다. 이어 소개된 '구조용 접착제 SA9820'은 용접을 대체하는 고강도 접착제다. 주 상무는 “차체 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이나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등 이종 소재 사용이 늘면서 용접이 불가능한 영역이 생겼다"며 “SA9820은 나사나 용접 없이도 알루미늄 기준 20MPa 이상의 전단 강도와 1000만 사이클 이상의 피로 수명을 자랑한다"고 전했다. 특히, 약 80℃의 저온 경화가 가능해 고열에 약한 복합소재 부품의 열변형을 최소화시킨 점을 부각시켰다. 디스펜서 같은 장비가 막힐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주 상무는 “우리는 일방적으로 제품을 만들고 고객에게 쓰라고 하지 않고, 설비 초기개발 단계부터 로봇·디스펜싱 업체와 소재 물성을 조율하며 같이 만들어 간다. 막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매뉴얼을 제공하고 사전 예방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밖에 기존 용접을 대체하는 구조용 접착제의 비중과 관련해 그는 “아직은 초기 단계이나 경량화와 고강도 체결을 위해 도입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고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 절대 안 떨어지는 테이프? '떼었다 붙였다 1000번'의 기술 체험 3M 로보테이프 시연 이후 한국쓰리엠 원천기술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현사래 한국쓰리엠 연구원은 일반 폼테이프와 VHB 테이프를 비교하는 시연을 진행했다. 기자가 직접 두 테이프 제품을 번갈아 양손으로 힘껏 잡아당겨 보았지만 VHB 테이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현 연구원은 “VHB는 아크릴 폼 전체가 점착 성분을 가지고 있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며 “나사나 못 없이 킥보드 프레임이나 냉장고 손잡이를 조립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3M이 개발한 삼각형 세라믹 입자의 큐비트론(Cubitron) 연마제는 연마 시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미세하게 깨지면서 스스로 날카로운 날을 다시 세우는 성질이 있다"며 “이 덕분에 작업 속도를 높이고 작업자의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 “빛과 소리, 진동을 제어하다"…자동차 속 숨은 3M 기술 현 연구원은 자동차 도어와 휠 가드 내부에 들어가는 하얀색 흡음재 '신슐레이트(Thinsulate)'를 가리키며 “단순한 솜처럼 보이지만 초극세사 섬유층이 소음 에너지를 포집해 열에너지로 바꿔 배출하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다"고 말했다. 이는 패딩 점퍼의 보온 소재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노면 소음을 잡는 핵심 소재로 쓰인다. 새 차를 탔을 때 나는 퀴퀴한 냄새의 원인인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를 억제하는 테이프 기술도 소개됐다. 현 연구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화되는 유해 물질을 줄여 탑승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용 파란색 번호판도 있었다. 현 연구원은 “번호판 내부에는 피라미드 모양의 미세한 프리즘 구조물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며 “빛을 받으면 광원 방향으로 그대로 빛을 돌려보내는 '재귀 반사(Retro-reflection)' 성질 덕분에 일반 번호판보다 3배 이상 밝게 보여 야간 사고를 예방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자동차 대시보드 디스플레이가 대형화되면서 야간에 앞 유리에 화면이 비치는 '고스트 현상'이 문제로 떠올랐다. 현 연구원은 “3M의 '라이트 컨트롤 필름'은 마치 셔터처럼 빛의 방향을 제어해, 운전자에게는 선명한 화면을 보여주면서도 앞 유리창에는 빛이 반사되지 않게 막아준다"고 시연했다. 일명 '찍찍이(벨크로)'와 비슷해 보이지만 '듀얼락(Dual Lock)'의 원리는 달랐다. 현 연구원은 “암수가 구별되는 벨크로와 달리, 버섯 머리 모양의 동일한 구조물이 서로 맞물려 '탁' 소리와 함께 결합된다"며 “1000번 이상 떼었다 붙여도 결합력이 유지돼 수리가 필요한 자동차 내장재 고정 등에 쓰인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내내 한국쓰리엠 관계자들이 강조한 것은 납품이 아닌 '협업'이었다. 김정민 이사는 “3M은 제품을 만들어놓고 일방적으로 사가라고 하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고객사가 새로운 공정을 도입하거나 난관에 부딪혔을 때 초기 단계부터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솔루션을 개발한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고객사와의 협업에 대해 묻자 주형석 상무는 “엄격한 요구 조건을 맞추기 위해 수많은 테스트를 거쳤다"며 “한국 고객사의 기준을 통과하면 글로벌 어디에서도 통한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전했다. '붙이기'를 넘어 초정밀 스펙과 자동화 기술, 그리고 고객과의 끈끈한 협업으로 무장한 3M. 이들의 '테이프'가 제조업의 생산 현장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포스코그룹, 철강사업 해외로~ ‘완성형 현지화’ 일관생산에 사활

포스코그룹이 포스코에 해외 철강사업 투자 '실행' 부서를 새로 두면서 해외 일관제철소 확보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주사가 대개 해외 투자에 대한 의사 결정을 내려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직 신설이 글로벌 관세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철강제품 현지 생산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대 시장인 인도와 미국, 협력 범위가 넓은 호주 같은 곳을 중심으로 지역별 철강시장 주요 '플레이어'들과 손잡고 안정적인 공급망과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5일자로 전략투자본부를 신설하고 김광무 포스코홀딩스 인도프로젝트(PJT)추진반장을 본부장으로 선임했다. 포스코 전략투자본부는 인도와 미국 등에서 추진 중인 철강 분야 투자 사업의 '실행'에 방점을 찍고 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전략투자본부의 기능에 관해 “글로벌 투자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신설했다"며 “해외철강 투자사업의 실행과 철강 투자 기획, 엔지니어링 등 전반적인 투자 실행 기능을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신설된 포스코 전략투자본부가 포스코그룹 철강사업의 '완결된 현지화 전략'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그동안 철강을 포함해 해외 사업 투자에 대한 의사 결정을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내렸다는 점에서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기능을 포스코홀딩스 미래전략본부로 통합하며 미래 투자에 대한 의사 결정을 지주사 중심으로 일원화한 바 있다. 해외에서 쇳물 주조부터 철강 제품 생산까지 가능한 일관제철소를 건립·확보한다는 포스코그룹의 전략의 토대는 포스코홀딩스 미래전략본부가 마련했다.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사장 겸 미래전략본부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미국과 인도 같은 고성장, 고수익 시장에서 '완결된 현지화 전략'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하며 해외 현지 일관제철소 건립을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인사로 추진에 가장 큰 힘이 실린 분야는 인도 일관제철소 프로젝트다. 포스코그룹은 인도 최대 철강사 JSW와 합작해 일관제철소 건립을 앞두고 있다. 포스코그룹과 JSW는 쇳물의 주요 원료인 석탄과 철광석이 풍부한 인도 오디샤주를 유력한 제철소 후보지로 두고, 규모는 연간 조강 생산 기준 600만톤으로 정했다. 지난 8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요 조건 합의서(HOA)를 주고받은 바 있다. 김광무 포스코 전략투자본부장 보임과 함께 천성래 포스코홀딩스 사업시너지본부장이 포스코 인도법인장으로 이동한 점도 이에 힘을 실었다. 미국에서는 현대제철이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제철소를 세우는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로 참여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비율과 방식 등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에 더해 주요 철강 기업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와 양해각서(MOU)를 주고받은 뒤 제철소 지분 인수에 참여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클리블랜드 클리프스는 철광석 광산을 보유한 데다 자동차 강판 등 고부가 제품 생산에 필요한 압연 공정 기술력이 미국 철강사들 가운데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사업 추진은 인도와 미국에서 완결된 일관형 전략을 성공시켜야 하는 포스코의 절실함에서 비롯된다. 두 시장은 글로벌 철강 무역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다. 미국은 단일 국가 기준으로 한국 철강사들의 최대 시장이고, 특히 자동차 강판과 산업용 강관 등 기술력이 중요한 고부가가치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하는 곳이다. 인도는 인구가 10억명을 넘는 대규모 경제 단위를 갖춘 데다 경제 성장기에 올라탄 몇 안되는 나라로 꼽힌다. 이에 힘입어 전세계적 철강 생산 과잉으로 각국이 철강 생산을 줄이는 상황 속에서도 철강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조강 생산량이 올해 1~10월 기준 2위(1억3600만톤)로 중국 다음으로 많은 데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10% 늘었다. 아울러 호주에서는 호주 블루스코프, 일본제철, 인도 JSW그룹 3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철광석 광산이 있는 와일라 제철소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하는 '법적 구속력 없는 의향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호주는 철강 뿐만 아니라 리튬 같은 이차전지 소재를 확보하는 거점이기도 하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프로젝트를 완결 지으려면, 큰 방향을 잡는 결정과 후방 지원을 담당하는 지주사와 별도로 세부적인 접근과 실행을 전담하는 사업 단위를 마련해야 한다"며 “포스코그룹이 해외 주요 철강사들과 합작법인(JV) 설립이나 지분 참여 등 전략적 지분 제휴 방식으로 협력하는 방식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현대제철 ‘저탄소 공정’ 박차…고급 철스크랩 확보에 1700억 투자

현대제철은 '저탄소 원료 고도화'를 위해 오는 2032년까지 총 1700억원을 투자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철스크랩을 가공하는 설비 '슈레더'를 신규 도입하고, 경북 포항공장과 충남 당진제철소에 철스크랩 선별 라인을 구축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슈레더는 폐자동차·가전제품·폐건설자재 등에서 회수된 철스크랩을 고속 회전하는 해머로 파쇄해 불순물을 제거하는 설비다. 슈레더로 가공한 철스크랩은 철 함유량과 균질도가 높은 고급 철스크랩 '슈레디드 스크랩'으로 불린다. 현대제철은 1차로 220억원을 투자해 경기 남부 지역에 슈레더를 비롯해 파쇄-선별-정제로 이어지는 원료 고도화 설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오래되거나 이물질이 많이 붙어 있는 노폐(老廢) 스크랩을 전문 운영사를 통해 고급 철스크랩으로 가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현대제철은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슈레더와 정제 라인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도입하는 경기 남부권 원료 고도화 설비는 △고속해머 파쇄설비 △비철·비자성 분리장치 △분진 집진시스템 △품질 검사·이송 설비 등을 갖추고 있다. 오는 2027년 상반기 착공한 뒤 이듬해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일반적인 철스크랩을 고품질 철스크랩으로 가공하는 기술 개발에도 착수했다. 현대제철은 철스크랩 품질 향상을 위해 지난해 포항공장에 철스크랩 선별·정제 파일럿 설비를 도입하고 내부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내년에는 국책과제 신청을 통해 연구 범위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파트너십을 통한 고급 철스크랩의 안정적 조달에도 역량을 집중한다. 지난 2023년 경북 김해의 대형 슈레더 공급사와 맺은 파트너십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슈레더 투자를 희망하는 철스크랩 협력사 3곳을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의 투자 지원을 시행했다. 기존 슈레더 협력사를 대상으로 폐기물 처리 시설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등 상생 협력을 통한 고품질 철스크랩 구매 기반도 확대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금속제품의 생산·가공 과정에서 발생되는 고급 철스크랩인 '생철' 외에도, 노폐 스크랩을 가공해 고급 철스크랩의 부족분을 대체하는 원료 고급화 전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철강업계에서는 고급 철스크랩 확보가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로 방식은 철광석과 석탄으로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 방식보다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발생량이 약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주요 철강사들도 신규 전기로 도입과 전기로를 통한 고부가 제품 생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철스크랩 자급률이 80~90%에 불과해 고품질 철스크랩의 안정적 확보가 철강사들의 탄소 감축과 제품 경쟁력 확보에 필수 과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스크랩 사용 확대를 위한 스크랩 가공 효율화 및 고품질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투자는 협력사와의 상생 모델을 통한 탄소중립 체제 전환 기반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수소환원제철에 ‘저렴한 수소’ 절실…‘핑크수소’ 적용해야”

철강사들이 저탄소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필수 공정인 수소환원제철이 제철소에 안착하려면 원자력 발전과 연계한 '핑크 수소'와 수소 터미널·운송 인프라 구축을 정부가 지원해 경제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최정회 포스코홀딩스 탄소중립전략실 수석부장은 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소산업 박람회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에서 '포스코 하이렉스(HyREX) 개발 현황'을 발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포스코그룹은 철강 제품 생산 과정에서 환원(산소 제거)을 위해 석탄 대신 수소를 투입하는 수소환원제철 공정을 '하이렉스'라는 이름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한 데모 플랜트(시험 설비)를 2028년 경북 포항에 위치한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준공할 예정이다. 하이렉스의 기반인 유동환원 기술 '파이넥스'와 전기용융(ESF) 기술은 이미 상용화했다. 최 수석부장은 수소환원제철 공정 전환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비싼 청정수소 조달·생산 비용 △대규모 설비 교체 △무탄소 전력 조달을 꼽았다. 그는 “국내에서 수소배관 1km를 건설하는 데 30억~40억원 정도 든다"며 “(고로 이용으로 발생하는) 부생 가스로 (85%가량) 자가 발전을 해왔지만, (전기로나 수소환원제철로) 설비를 교체하면 추가로 무탄소 전력을 조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수소환원제철 도입을 늦추거나 취소한 철강사들이 나타나고 있다. 룩셈부르크 아르셀로미탈은 수소환원제철 도입 계획을 거둬들였고, 독일 티센크루프는 경제성을 확보한 수소 인프라가 갖춰진 뒤 수소환원제철 도입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최 부장은 수소환원제철이 경제성을 확보하는데 적합한 청정수소 가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철강업계는 청정 수소의 가격이 kg당 2000원 정도 수준이어야 한다고 본다"며 “이는 현재 국내 시장 가격이 1만원 이상 인 점과 큰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이 같은 경제성 문제를 해결하는 현실적 대안으로는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수전해 반응에 이용해 생산한 '핑크 수소'를 제시했다. 최 부장은 “민간 기업이 원전을 활용할 수 있는 전력구매계약(PPA) 제도를 법제화하고, 원전과 재생에너지 전력을 적절히 활용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생산 여건이 우수한 해외에서 수소를 조달하기 위해 액화수소·암모니아 터미널과 운송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기체 상태에서 팽창하기 쉬운 수소를 운반이 비교적 쉬운 형태인 액화수소와 암모니아로 변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철강 기업이 저탄소 강재 제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부 지원과 시장 확립이 절실하다고도 호소했다. 최 부장은 “정부는 수소환원제철 연구개발부터 실증, 상용화까지 전 과정에 걸친 지원 정책과 국가 차원의 대규모 청정 수소 공급 체계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며 “시장은 탄소 저감 강재 수요를 창출하고 '그린 프리미엄'을 수용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포스코그룹, 조기 임원인사·조직개편…“안전·DX·해외사업 중점”

포스코그룹이 안전 경영 혁신과 해외 사업·디지털 전환(DX) 역량, 미래 지향적인 연구·개발(R&D) 등에 초점을 두고 조직을 정비했다. 포스코그룹은 2026년도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했다고 5일 밝혔다. 대개 연말에 정기 인사를 발표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다른 그룹사처럼 시기를 앞당겼다. 이번 인사는 안전 최우선 경영체제를 기반으로 조직 내실을 공고히 하면서 △해외 투자 프로젝트의 체계적 실행 △경영실적 개선 △미래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뒀다. 포스코그룹은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취임 이후 강도 높은 조직·인사 쇄신을 통해 글로벌 미래소재 기업 도약의 기반을 다져왔다"며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더욱 선제적인 대응과 중장기 사업전략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올해 정기인사 일정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그룹 조직 개편은 △안전문화 재건을 위한 안전조직 정비 △글로벌 투자와 DX 추진 전담 조직 신설 △저수익 구조 탈피를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밸류체인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안전 측면에서는 지난 9월 세운 포스코홀딩스 자회사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과 함께 포스코에 안전보건환경본부를, 포스코인터내셔널에는 안전기획실을 각각 신설했다. 계열사별로 시장 개척부터 생산·판매 경쟁력 강화까지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신규 조직도 마련했다. 포스코는 글로벌 투자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인도와 미국 등 해외 투자 사업을 담당하며 투자 기획·실행·엔지니어링을 담당하는 전략투자본부를 새로 꾸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탐사·생산부터 저장·운송·발전에 이르는 액화천연가스(LNG) 밸류체인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 에너지부문을 신설했다. 포스코이앤씨는 무재해 건설사 도약과 사업 경쟁력 확보, 조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플랜트사업본부와 인프라사업본부를 통합하는 등 임원 단위 조직을 20% 축소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수주·생산 경쟁력을 키우고 시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기존 에너지소재사업본부를 에너지소재마케팅본부와 에너지소재생산본부로 분리했다. 그룹 DX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직 재정비도 이뤄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DX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DX추진반과 디지털혁신실을 DX전략실로 통합했다. 포스코퓨처엠은 DX추진반을 신설한다. 포스코DX는 그룹사의 DX 인프라 구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기존 IT사업실을 확대 개편한다. 임원 인사는 △안전사고 무관용 원칙 적용과 외부 안전 전문가 영입 △DX·R&D 분야에서 미래 지향적이고 젊은 리더십 △해외 투자사업·사업관리를 총괄할 전문 인력 보강 △폭넓은 경험·전문성을 갖춘 여성 대표 선임에 방점을 뒀다. 특히 DX와 중장기 R&D 전략 수립·실행을 강화하기 위해 1970~1980년대생의 젊고 유능한 인재를 적극 발굴했다. 아울러 지난해 과감한 세대교체와 함께 전사 임원 규모를 축소한 데 이어, 올해도 전체의 16%가 퇴임하는 등 임원 규모 감축을 이어갔다. 이를 통해 포스코그룹은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한 구조적 경쟁력을 갖춘다는 방침이다. 포스코이앤씨 안전기획실장은 이동호 안전담당 사장보좌역이 맡는다. 이 실장은 지난 8월부터 포스코이앤씨의 안전 체계와 시스템의 구조적 개편을 선도해 왔다. 포스코 안전기획실장은 글로벌 안전 컨설팅사, 현장 경험을 갖춘 외부 안전 전문가를 영입할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 그룹DX전략실장으로는 지난 10월 임치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산업공학과 부교수를 영입했다. 임 실장은 교수직을 겸하며 산학 협력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신기술 도입과 네트워크 활용, 내부 도메인 전문가 협업을 통해 그룹 AI·디지털·로봇 전략 수립과 AI 기반 솔루션 개발을 이끌 예정이다. 포스코홀딩스 AI로봇융합연구소장은 윤일용 포스코DX AI기술센터장이 맡는다. 윤 신임 소장은 현대자동차 로봇지능팀장, 삼성디스플레이 구동연구팀 연구원 등을 거쳐 2021년 포스코DX에 합류했다. 윤 소장은 그룹의 인텔리전트 팩토리(Intelligent Factory) 전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포스코 기술연구소장 자리에는 엄경근 강재연구소장이 승진해 앉는다. 엄 소장은 미래 철강 연구와 철강 공정 DX 전환 등 철강 분야의 중장기 R&D 전략 수립과 실행을 이끌 예정이다. 글로벌 투자 사업 실행과 사업구조 혁신을 주도할 인력도 전진 배치했다. 천성래 포스코홀딩스 사업시너지본부장은 인도 JSW와 일관제철소 합작사업의 원활한 실행을 위해 인도법인장으로 이동한다. 정석모 포스코 산업가스사업부장은 사업시너지본부장으로 승진 보임하고, 포스코 전략투자본부장은 김광무 인도PJT추진반장이 맡는다.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는 조준수 가스사업본부장이 에너지부문장을 겸하며 승진했다. 포스코퓨처엠의 노호섭 포항양극소재실장은 에너지소재생산본부장으로 양·음극재 생산체계 혁신을 이끌게 된다. 윤태일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사업부장은 에너지소재마케팅본부장을 맡아 글로벌 고객사 수주 확대에 집중한다. 이번 인사에서는 사업회사 여성 대표 2명이 새로 선임됐다. 전무 승진자 가운데 여성 비중도 확대됐다. 포스웰 이사장은 최영 포스코홀딩스 사회공헌실장(전무)가 선임됐다. 엔투비 대표는 안미선 포스코이앤씨 구매계약실장(상무)가 맡는다. 아울러 △한영아 포스코홀딩스 IR실장 △오지은 포스코 기술전략실장 △김미영 포스코DX IT사업실장 등 여성 임원 3명이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포스코그룹은 “이번 조직 및 인사 혁신을 통해 국내외에서 추진 중인 투자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시키고, 그룹 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을 극복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영풍 석포제련소, 지역 소외계층에 ‘사랑의 연탄’ 기부

영풍 석포제련소는 4일 연말을 맞아 제련소 소재지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의 소외계층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사랑의 연탄' 기부 및 배달 봉사활동을 펼쳤다. 영풍에 따르면, 석포제련소는 석포면사무소의 추천을 받아 선정된 소외계층 33세대에 난방용 연탄 500장씩 총 1만6500장을 기부하고, 제련소 임직원 20여 명은 영하의 날씨에도 직접 연탄 배달 봉사활동에 나섰다. 사랑의 연탄 기부 및 배달 봉사는 석포제련소의 동절기 대표 사회공헌활동으로, 지난해까지 매년 석포면 14세대를 대상으로 연탄을 지원했고, 올해는 석탄 기부 수혜자를 2배 이상 늘렸다. 석포제련소 관계자는 “임직원이 직접 전달한 연탄이 어려운 이웃의 겨울나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과 어우러지는 기업으로서 공동체와의 상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연탄 나눔활동 외에도 성금 기부, 학생 방한복 지원, 화재 예방 물품 제공, 공모전 개최, 마을 목욕탕 운영 등 다양한 지역 상생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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