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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AI 에이전트 1만명 시대…남은 과제는

“삼성은 보안 체계를 먼저 갖추고 나서 사용 규모를 키웠다"(데이비드 그린 아마존웹서비스(AWS) 아시아태평양·일본 AI 기술 리더)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에이전틱 시프트: 지능에서 임팩트로(The Agentic Shift: From Intelligence to Impact)'를 주제로 열린 '삼성 AI 포럼 2026'에서는 삼성전자의 AI 에이전트 활용 현황과 과제가 공개됐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에서는 1만 명 이상의 개발자가 AWS의 AI 모델 서비스 '아마존 베드록'으로 앤트로픽의 코딩 에이전트 '클로드 코드'를 쓰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오픈AI의 '챗GPT 엔터프라이즈'와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를 국내 전 임직원과 해외 DX부문 임직원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글로벌 AI 기업의 에이전트 도구를 전사 업무에 동시에 들이며 'AI 전환(AX)'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연사들은 도구를 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성과로 바꾸려면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결과를 검증하는 체계와 에이전트 외곽의 통제 장치, 사람의 판단 역량,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로 10회째인 이번 포럼에는 국내 AI 대학원 교수·연구원 100명과 삼성전자 AI 분야 임직원 300명 등 400명이 참석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환영사에서 “알파고가 인간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하며 AI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일상의 혁신을 이끄는 핵심 동력인 동시에 보안, 신뢰, 비즈니스 환경과의 조화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린 리더는 삼성DS와 AWS코리아가 함께 만든 에이전트 통제 관문 '어썸 게이트웨이(Awesome Gateway)'를 소개했다. 코딩 에이전트 앞단에서 누가, 어떤 도구로, 얼마를 쓰는지 관리하는 장치로, 깃허브에 오픈소스로 공개됐다. 개발자는 클라우드 자격증명을 직접 쥐지 않는다. 사내 계정으로 로그인해 단기 키를 받는 구조다. 팀별로 예산·호출 한도·사용 가능 모델이 정해져 있고, 예산이 한도에 가까워지면 소형 모델로 자동 전환된다. 호출 비용은 사실상 실시간으로 기록돼 비용과 성과를 즉시 파악할 수 있다. 그는 “삼성이 베드록을 택한 이유는 관측 가능성과 보안"이라며 “누가 무엇을 쓰는지 알고, 삼성이 정한 기준 안에서 관리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린 리더는 이 같은 방식이 에이전트 보안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제 장치는 에이전트 안이 아니라 바깥에 둬야 한다"고 짚었다. 프롬프트에 적은 규칙은 오해되거나 조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권한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고, 고위험 작업은 사람이 최종 승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도입 방법론으로는 '배우고(Learn), 버리고(Unlearn), 도구를 다시 짜라(Retool)'는 3단계 모델을 제시했다. 개발자 30명이 12~18개월 걸릴 것으로 봤던 아마존 추론 레이어 재구축을 엔지니어 6명이 76일 만에 끝낸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린 리더는 삼성DS의 다음 단계로 “사내 챗봇과 에이전트를 같은 플랫폼으로 옮기는 것"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삼성 개발자들이 만드는 부품이 전 세계 고객이 쓰는 기기에 들어가는 만큼, 통제와 측정이 확장의 전제"라고 말했다. 오프닝 기조연설을 맡은 리처드 호 오픈AI 하드웨어담당 부사장도 삼성전자의 전사 도입을 언급했다. 호 부사장은 “삼성 임직원들이 챗GPT 엔터프라이즈와 코덱스를 쓰게 됐다"며 “이제 과제는 접근권을 각 업무 환경에서 쓸모 있는 성과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무 영역을 잘 아는 전문성이 실질적 경쟁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설계에 에이전트를 쓴 사례도 공개했다. 오픈AI의 첫 자체 추론 칩 '할라피뇨'는 RTL(회로 설계 코드) 작성부터 테이프아웃(설계 완료 후 생산 이관)까지 약 9개월이 걸렸다. AI가 제안한 설계 변경안을 표준 EDA(전자설계자동화) 도구로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 결과 사람이 최적화한 기준 대비 행렬 연산 유닛 면적은 10%, SIMD(단일 명령 다중 데이터) 연산 유닛 면적은 8% 줄었다. 칩이 나온 뒤에는 에이전트로 소프트웨어 커널을 최적화해 성능을 초기 대비 약 287배 끌어올렸다. 호 부사장은 칩 구조를 설명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두고 “나와 이 자리의 많은 분들에게 각별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핵심 설계 판단은 사람이 쥐어야 한다는 게 호 부사장의 진단이다. 그는 할라피뇨 개발에서 연산·메모리 대역폭·네트워킹 간 자원 배분은 끝까지 엔지니어가 결정했다며 “제품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은 여전히 사람 손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에이전트를 도입해도 성과는 따로 측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지컬 AI 분야 석학인 란제이 크리슈나 워싱턴대 교수는 로봇 두뇌에 거대 모델보다 소형 모델이 적합하다는 전략을 내놨다. 크리슈나 교수는 “거대 시각·언어모델은 클라우드 연산이 필수라 실시간 반응이 중요한 로봇 제어에는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어 “추론 과정을 학습 데이터로 바꿔 소형 모델에 증류하면 훨씬 적은 파라미터로도 고성능 로보틱스 AI를 구현할 수 있다"고 했다. 김윤형 삼성리서치 상무(MIT 교수 겸임)는 에이전트의 역량과 적용 범위를 넓히기 위한 차세대 '에이전틱 인텔리전스' 아키텍처 혁신 방안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세션을 DX·DS 2개 트랙으로 나눠 자체 연구 성과와 적용 사례를 공유했다. DX부문 'AI 테크놀로지' 트랙에서는 온디바이스 AI 최적화와 월드 모델·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연구 성과가 발표됐다. 출시 후 실사용 경험을 분석해 스스로 성능을 개선하는 '자가 진화 AI' 기술도 소개됐다. DS부문 'AX 이노베이션' 트랙에서는 DS부문 AX/PI센터가 반도체 설계·제조 전반에 AI를 적용한 사례를 공개했다. 델 테크놀로지스와 앤트로픽 등 파트너사는 AI 에이전트 업무 적용 방식을 발표했다. 전 부회장은 “에이전틱 AI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일하는 방식과 조직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글로벌 AI 리더들과 함께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실질적인 AI 기술 혁신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병헌의 체인지] 기업의 시간, 정치의 시간

10월 6일 산자위 국감을 앞두고 국회에서는 다시 '기업인 줄소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문제를 놓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자는 요구도 나왔다. 1차 명단에서는 빠졌지만 추가 협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반도체는 물론이고 방산·금융까지 기업 총수들의 증인 신청이 이어진다. 국감철이면 되풀이되는 '기업인 줄소환' 풍경이다.국회의 증인 요구권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소비자 피해나 불공정거래, 산업재해처럼 최고경영자의 결정과 책임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면 총수든 CEO든 국회에 나와 답해야 한다. 1994년 미국 의회가 7개 담배회사 최고경영자들을 불러 세운 청문회가 그랬다. 당시 CEO들은 니코틴의 중독성을 부인했지만 이후 내부자료와 증언들이 공개되면서 담배산업의 책임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완전히 달라졌다. 의회의 소환권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강한 권한일수록 절제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도 기업인 청문회가 정치인을 위한 '극장'으로 흐른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기업 최고경영자를 한 줄로 세워놓고 카메라 앞에서 몰아붙이는 장면이 사실 규명보다 정치인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수단이 되면 의회의 감시권은 힘을 잃는다. 책임을 묻기 위한 소환과 정치적 장면을 만들기 위한 소환은 구별돼야 한다. 우리 국회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지난해인 2025년 국감에서는 기업 관계자 증인·참고인이 200명에 육박했다. 전년의 159명을 훌쩍 넘어선 규모였다. 최태원·정의선·정용진 회장 등 주요 총수까지 증인 명단에 올랐고, 이 가운데 일부 인사는 이후 출석 요구가 철회됐다.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꼭 불러야 해서 불렀다면 무엇이 며칠 사이 해소됐는가. 꼭 필요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왜 불렀는가. 올해는 문제가 더 무겁다. 반도체와 AI, 방산은 개별 기업의 사업이 아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의 산업지도와 안보까지 걸린 분야다. 미국 의회가 지난 4월 반도체 생태계를 점검하는 청문회를 열면서 인텔에서는 그룹 총수가 아니라 기업전략 담당 수석부사장을 증인으로 불렀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안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할 사람을 부르는 것이 청문의 목적이기 때문이다.직함의 높이보다 답변의 정확성을 택한 셈이다. 기업이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결정은 정치권의 구호처럼 가볍지 않다. 수십조원의 자본을 걸고 기술의 미래, 전력과 용수, 인재, 공급망과 시장을 계산한다. 판단이 틀리면 정치인은 다음 선거에서 구호를 바꿀 수 있지만 기업은 엄청난 투자손실을 떠안는다. 기업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어느 지역에 투자했느냐는 이유만으로 여야 정쟁의 소재로 끌어들이기 시작하면 기업은 정치의 부속품으로 전락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묻는다'는 거대한 명분도 질문이 빈약하면 초라해진다.기업의 투자 판단을 검증하는 것과 정파의 이해관계에 끌어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국가에 대한 기여도 국회 안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며 해외 경쟁기업과 싸우는 것 역시 국가 경쟁력을 떠받치는 일이다. 특히 반도체·AI·방산처럼 한번의 투자 결정이 10년 뒤 산업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분야라면 정치는 기업의 고뇌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공장 위치 하나를 정하는 데도 인력과 세제, 물류와 공급망, 지정학적 위험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정치권에는 지역구의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기업에는 생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기업인을 국회에서 보호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부를 때 제대로 부르자는 것이다. 총수를 부르려면 해당 사안에 직접 관여했거나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답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증인 신청 의원이 입증하도록 하는 '직접성 원칙'을 국회 규칙에 담을 필요가 있다. 증인 채택 뒤 철회할 경우에는 신청 의원과 철회 사유를 공개하는 '철회 책임제'도 검토할 만하다. 증인 요구권이 강한 만큼 요구한 의원의 책임도 무거워져야 하기 때문이다.국민도 국감장에서 기업총수를 줄 세우는 광경 자체를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알고 싶은 것은 누가 더 높은 사람을 불렀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밝혀냈느냐다. 국정감사의 수준은 증인석에 앉은 사람의 직함으로 결정되지 않고 질문의 무게로 결정된다.

대통령은 또 “속도내라”지만…호남반도체 ‘실행 계획’이 없다

삼성과 SK가 미국에서 투자액과 사업 규모, 가동 시점을 제시하며 인공지능(AI) 인프라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는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는 대통령 주재로 세 차례 점검회의를 열고도 부지와 전력망 재원, 기업의 투자계획 등 핵심 실행 방안이 공개되지 않았다. 30일 재계와 정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등 국가 메가프로젝트의 정주 여건 조성 방안을 논의하는 세 번째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주거·교육·의료·문화 여건을 개선해 기업 임직원과 가족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광주 군 공항 임시 이전과 산업단지 조성, 용수 및 전력 공급 방안 등을 보고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도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의 최종 부지와 산단 조성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전력망을 누가 건설하고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지, 반도체 공장 가동에 맞춰 언제까지 완공할지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도 나오지 않았다. ◇ 세 번째 점검회의에도 부지·전력·투자계획은 '빈칸'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이제는 어느 사업에 얼마나 재정을 투자할지 구체화할 때"라며 관계 부처에 사업계획과 재원 조달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 스스로 사업별 예산과 재원 마련 방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력 공급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전력망 확충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총 25조원가량을 선납하는 방안을 요청했지만 두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정부와 한전이 어떤 대체 재원을 마련할지, 기업 부담과 재정·한전 투자를 어떤 비율로 나눌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는 앞서 2028년 말까지 1단계 전력망을 구축하고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열병합·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하루 65만t 규모의 용수도 2030년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반도체 공장 1단계 완공 목표가 2029년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일부 용수 시설은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광주 동복댐 신설 역시 2027년 하반기 착공해 2030년 완공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공장 건설 일정과 기반시설 조성 시점이 맞물릴 수 있는지 추가 점검이 필요하다. 기업 투자계획도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에 각각 얼마를 투자할지, 첫 공장을 언제 착공하고 어떤 반도체 제품을 생산할지에 대한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후보 부지의 규모와 입주 방식, 향후 생산시설 증설 계획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였던 정주 여건 사업 역시 방향만 제시됐다. 정부는 주거·교육·의료·문화 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업 직원과 가족의 수요를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업별 예산과 담당 기관, 착공 및 완료 시한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용관 삼성전자 사장은 회의에서 외국인 근로자 채용과 관련한 어려움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K-테크 패스 적용 대상 학교 확대 등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이날 기업들이 제기한 전체 요구사항과 이에 대한 부처별 답변은 공개되지 않았다. ◇ 미국선 투자액·가동 시점까지…젠슨 황과 AI 동맹 가속 미국에서 진행되는 삼성과 SK의 AI 사업과는 대조적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들은 미국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 '헬릭스 디지털 인프라'에 총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투자액만 5억달러다. 데이터센터 개발·운영부터 전력, 송배전망, 통신망까지 AI 인프라를 묶어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SK그룹도 엔비디아와 협력해 최대 2GW 규모의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의 HBM4를 엔비디아 차세대 AI 시스템에 공급하는 동시에 SK텔레콤을 중심으로 AI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사업까지 확대하는 전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9일 미국 뉴욕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이 회장은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갈라에서 황 CEO의 밴 플리트상 수상을 축하하는 연설을 했고, 최 회장은 건배사를 맡았다. 신규 계약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두 그룹 모두 미국에서는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투자 대상과 사업 규모, 협력 구조를 구체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해 이 회장과 최 회장에게 직접 투자 의향을 확인할 기회도 사실상 무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 과정에서 두 회장의 출석 요구가 제기됐지만 여야 이견 끝에 최종 증인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총수의 국감 출석이 반드시 실질적인 답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 점검회의에서도 기업별 투자계획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 기업의 공장 투자액과 착공 시점, 부지 선정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확인할 통로까지 줄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실행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부지 확정과 함께 전력·용수 공급 시점, 기반시설 건설비 분담, 기업 투자계획이 하나의 일정표로 제시돼야 한다. 정주 여건 역시 돔구장이나 문화시설 같은 구상보다 예산과 시행 주체, 완공 시한을 먼저 확정할 필요가 있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 사업은 투자액과 파트너, 가동 시점이 계약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지만 호남 프로젝트는 정부가 목표를 제시하고 기업에 참여를 요청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공장 착공 시점과 전력망 완공 시점, 비용 부담 주체가 확정돼야 기업도 실질적인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획] 광주서 해남까지 ‘반도체 길’ 열린다…서남권 산업지도 다시 그린다

전남광주=에너지경제신문 문남석기자 광주에서 시작된 반도체 산업의 움직임이 주변 지역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부지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조성하는 계획이 구체화하면서 관심의 범위도 광주를 넘어서는 분위기다. 반도체 공장만 세운다고 산업 생태계가 완성되는 것이 아닌 만큼 전력과 용수, 소재·부품, 연구개발, 인력, 물류를 주변 지역과 어떻게 나눠 맡을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광주를 중심으로 나주와 화순, 무안과 목포, 남쪽의 해남까지 이어지는 산업축에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서남권 반도체 구상의 출발점은 광주로 모인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광주 군공항 부지 일원 약 250만평을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하면서 대규모 생산시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수요를 반영해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구개발, 기업지원 기능 등을 집적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광주 군공항 이전부지가 서남권 반도체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주거와 교육, 문화, 교통 등 정주 기능까지 갖춘 기업형 첨단도시를 함께 조성하는 구상까지 더해지면서 단순한 산업단지와는 다른 형태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공장 부지만 확보한다고 반도체 생산라인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고, 제조공정에 필요한 용수도 확보해야 한다. 생산에 필요한 소재와 장비가 제때 들어와야 하며 전문인력 확보와 물류망까지 뒷받침돼야 한다. 광주 밖의 도시들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광주 반도체 산업을 떠받칠 자원 가운데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전력이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인 만큼 광주 국가산단 조성과 함께 서남권 전력망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가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나주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결고리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지역으로 거론된다. 빛가람혁신도시에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등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이 자리하고 있고,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를 중심으로 에너지 연구와 인재 양성 기반도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광주 반도체 산단의 전력 공급을 위해 신장성변전소 등을 활용한 송전망 구축 방안도 검토되면서 광주와 나주의 에너지 연계 가능성 역시 커지고 있다. 전남 곳곳에서 생산되는 태양광과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산업용 전력과 연결하는 문제까지 감안하면 나주의 역할은 단순한 전력 공급을 넘어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으로 확대될 여지도 있다. 전력과 함께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가 용수다. 반도체 제조공정에는 대규모의 물이 필요하고, 생산시설이 안정적으로 가동되려면 중단 없는 용수 공급체계가 요구된다. 화순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동복댐이 자리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동복댐을 활용해 광주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용수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화순이 서남권 반도체 산업의 '물 공급원' 역할을 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당초 댐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최근에는 기존 댐 하류에 새로운 댐을 건설하는 방안까지 함께 살펴보는 등 구체적인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용수 확보가 단순한 산업 인프라 사업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복댐은 광주와 화순의 상수원과 연결돼 있고 과거 댐 건설 과정에서 수몰 피해를 겪은 지역인 만큼 추가 개발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과 환경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반도체 산업을 위한 물을 확보하면서 지역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까지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광주에서 생산된 반도체가 광주 안에서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소재와 장비가 외부에서 들어오고 생산된 제품은 국내외 시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반도체와 관련한 협력업체들이 들어설 공간 역시 필요하다. 무안 국가산단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무안군 현경면 일원 약 105만평을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했다. 무안공항과 철도 등을 연계한 산업·물류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향이 제시되면서 광주와 무안을 하나의 산업권으로 바라볼 여지도 커지고 있다. 특히 광주 군공항 이전과 무안 국가산단 조성이 맞물리면서 두 지역의 산업적 연결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무안 국가산단이 향후 어떤 업종을 중심으로 채워질지는 산업단지계획과 기업 유치 과정에서 구체화될 부분이다. 현재로서는 광주에 집중되는 생산기능과 무안의 산업·물류 기반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목포는 광주나 무안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산업벨트에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생산시설이나 국가산단을 직접 유치하는 것보다 서남권의 산업과 외부 시장을 연결하는 교통·물류 기능에 무게가 실린다. 반도체 산업은 소재와 장비의 이동이 빈번하고 생산된 제품 역시 국내외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 만큼 도로와 철도, 공항과 항만이 하나의 물류망으로 연결돼야 한다. 무안공항과 목포권의 교통·항만 기반을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와 어떻게 묶느냐가 향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는 배경이다. 특히 광주와 무안에 각각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될 경우 두 지역을 잇는 도로와 철도망의 중요성도 자연스럽게 커질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물류 분담 구조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광주에서 발생하는 산업적 효과를 서남권 전체로 확산시키려면 목포권의 연결 기능 역시 빼놓기 어려운 요소로 꼽힌다. 서남권 산업축의 남쪽 끝에서는 AI가 새로운 연결고리로 등장하고 있다. 해남 솔라시도에 국가 AI 컴퓨팅센터가 들어서면서다. 국가 AI 컴퓨팅센터는 지난 8월 착공에 들어갔으며 오는 2028년까지 AI 반도체 1만5천장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2조5천억원 규모로, 삼성SDS 컨소시엄이 구축과 운영을 맡는다. 해남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재생에너지다. 솔라시도 일대의 재생에너지 기반과 AI 데이터센터를 결합하는 구상이 추진되면서 전력 소비가 큰 AI 산업과 에너지 산업의 결합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와 AI는 서로 다른 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AI 서비스가 고도화될수록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커지고, 반도체 성능이 높아질수록 AI의 연산능력 역시 확대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반도체 생산 기반이 확대되고 해남에서 이를 활용하는 AI 인프라가 성장한다면 서남권 산업의 연결 범위 역시 넓어질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서남권 반도체 산업은 어느 한 지역만의 사업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광주는 생산시설과 산업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움직이고, 나주는 에너지와 연구개발·인력 기반을 뒷받침하는 형태가 가능하다. 화순은 용수 확보라는 중요한 역할을 놓고 해법을 찾고 있으며, 무안은 국가산단과 공항·철도를 활용한 산업·물류 거점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목포는 항만과 교통망을 통한 외부 연결 기능, 해남은 AI 컴퓨팅과 재생에너지라는 새로운 산업축으로 각각 역할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물론 아직 모든 그림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광주 반도체 국가산단은 후보지 지정 이후 산업단지계획 수립과 각종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고, 전력망 구축과 용수 확보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 역시 국가산단 조성과 맞물려 있어 전체 사업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무안과 화순 역시 지역사회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서로 다른 산업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광주·전남의 도시들이 반도체라는 하나의 산업을 매개로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광주에서 생산하고, 나주에서 전력과 연구개발을 뒷받침하며, 화순에서 용수를 확보하고, 무안과 목포를 통해 산업과 물류를 연결하고, 해남에서 AI와 재생에너지로 확장하는 그림이다. 중요한 것은 이 역할들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얼마나 유기적으로 맞물리느냐에 있다. 공장 하나를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재·부품·장비부터 전력과 물, 연구개발, 인력, 물류, AI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이어질 경우 광주·전남의 산업지도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각 지역의 사업이 따로 움직인다면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지역 전체가 얻는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서남권 반도체의 핵심은 '광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느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광주에서 해남까지 하나의 산업권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광주에서 시작된 반도체의 길이 나주와 화순을 거쳐 무안·목포로 이어지고, 다시 해남의 AI와 재생에너지까지 연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남석 기자 ans7200@ekn.kr

최태원, 젠슨 황에 “엔비디아는 두뇌·SK는 기억”…AI 동맹 강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SK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29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2026 Annual Gala'에 참석해 올해 '밴 플리트 상(Van Fleet Award)'을 받은 황 CEO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건배를 제의했다. 최 회장은 이날 SK와 엔비디아의 관계를 각각 '기억'과 '두뇌'에 비유했다. 그는 “엔비디아와 SK의 파트너십은 아주 단순하다"며 “엔비디아는 두뇌(Brain)를 설계하고 SK는 기억(Memory)을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가 번개처럼 빠르게 생각하면 SK는 그 기억이 절대 잊히지 않도록 보장한다"며 “젠슨이 무언가를 깜빡 잊어버릴 때마다 누구에게 전화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했다. AI 가속기를 주도하는 엔비디아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의 협력 관계를 표현한 발언이다. 최 회장은 한미동맹의 무대가 안보를 넘어 AI와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70여년 전 밴 플리트 장군은 전장에서 한미동맹을 구축했다"며 “7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젠슨 황이 그 최전선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그 최전선은 전장이 아닌 '데이터센터'로 바뀌었다"며 “이 진격을 이끄는 사람은 군복 대신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는다"고 덧붙였다. 황 CEO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은색 가죽 재킷을 빗댄 표현이다. 최 회장은 황 CEO가 강조해온 이른바 '젠슨의 법칙'도 언급했다. 그는 “'많이 살수록 많이 아끼는 것(The more you buy, the more you save)'이라는 말을 들어봤느냐"며 “우리 회계팀은 아직도 그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중"이라고 농담했다. 그러면서 “젠슨은 우리 모두에게 더 크게 생각하도록 영감을 준다"며 “당신의 파트너가 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마지막으로 "젠슨 황과 그의 가족, 그리고 한미동맹을 위하여“라며 "우리의 파트너십이 GPU 수요보다 훨씬 더 빠르게 확장되기를 바란다“고 건배를 제의했다. 밴 플리트 상은 코리아소사이어티가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인물이나 기관에 수여하는 상이다. 최 회장 역시 선친인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 이어 이 상을 받은 바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삼성 6개사, 美 AI 인프라 기업 헬릭스에 10억달러 투자

삼성이 미국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에 10억달러를 투자한다. 반도체 공급을 넘어 데이터센터와 전력, 냉각, 배터리 등 AI 인프라 생태계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한 행보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삼성 6개사는 29일 글로벌 투자회사 KKR이 설립한 AI 인프라 기업 '헬릭스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Helix Digital Infrastructure)'에 총 1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5억달러를 투자하고 삼성물산·삼성SDS·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 등 5개사가 나머지 5억달러를 투자한다. 지난 6월 출범한 헬릭스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개발·운영부터 발전, 송배전 인프라, 광통신망 및 네트워크까지 AI 관련 기반시설을 통합 제공하는 기업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전 최고경영자(CEO) 아담 셀립스키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KKR의 인프라 전문인력 약 170명도 사업에 참여한다. 삼성 관계사들은 KKR을 비롯해 엔비디아, 미국 전력회사 비스트라, 쿠웨이트투자청(KIA) 등과 함께 헬릭스의 창립 투자자로 참여한다. 이번 투자는 AI 산업의 경쟁 영역이 반도체에서 데이터센터와 전력 등 인프라 전반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 수요뿐 아니라 이를 가동하기 위한 데이터센터와 전력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헬릭스는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동시에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자체 투자는 물론 투자자로 참여한 비스트라와의 협력을 통해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그룹 관계사들이 보유한 AI 인프라 관련 사업 역량을 헬릭스와 연계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은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DX부문은 2025년 인수한 데이터센터 공조 전문기업 플랙트그룹을 통해 공기냉각부터 액체냉각용 냉각분배장치(CDU)까지 관련 제품과 솔루션을 공급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데이터센터와 발전시설의 설계·조달·시공(EPC)을 담당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삼성SDS는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과 GPUaaS(GPU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다. 삼성SDI도 데이터센터용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배터리 백업 유닛(BBU) 분야를 통해 사업 기회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의 AI 사업 영역도 반도체 부품 공급에서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냉각, 전력, 배터리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헬릭스 및 파트너사들과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원활한 공급에 기여하고 상호 시너지 창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인터뷰] 진종문 교수 “HBM 16단 쌓아도 역부족...AI 메모리 승부처는 ‘계층 설계’

AI 메모리의 대명사로 떠오른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두고 벌써 '한계론'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최근 “GPU-HBM 조합만으로는 앞으로의 AI 워크로드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보완할 기술로 PIM(프로세싱 인 메모리), HBF(고대역폭플래시), KV 캐시 분산 배치 기술인 SALT-KV를 잇달아 제시했다. 삼성전자도 zHBM·zNAND 등 메모리의 물리적 배치를 바꾸는 '3D 구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HBM 한 종류의 성능 경쟁을 넘어 여러 메모리를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AI 메모리 시장의 다음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진종문 경남대 반도체부트캠프사업단 교수는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초거대 AI 모델이 진화하는 속도에 비해 HBM의 물리적 용량 확장성은 한계에 부딪혔고, 가격 효율성도 제약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진 교수는 모토로라코리아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에서 30년 넘게 양산 현장을 지킨 메모리 엔지니어다. SK하이닉스에서는 품질보증실(D램 모듈), Mobile & Flash 사업본부, 낸드플래시 개발본부에서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2015년 단독으로 쓴 『NAND Flash 메모리』는 국내 낸드 분야 표준 교재로 통한다. 2016~2022년에는 SK하이닉스 뉴스룸에 '반도체 특강' 칼럼을 연재했다. HBM 모듈 기판 관련 신규 폼팩터 특허 3건도 보유하고 있다. 진 교수는 HBM의 한계를 용량·전력·가격 세 가지로 짚었다. 먼저 용량이다. 그는 “D램을 최대 16층까지 쌓아도 수십 기가바이트 수준이라 HBM 패키지를 아무리 많이 달아도 거대 모델 전체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를 메우려 서버를 병렬로 늘리면 인프라 비용과 전력 소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일반 D램보다 비트당 가격이 높은 HBM 프리미엄은 기업이 떠안아야 할 또 하나의 청구서다. 용량을 늘리려고 쌓을수록 새 문제가 따라붙었다. 진 교수는 “D램을 여러 층 쌓으면서 발열이 생겼고, 대량의 데이터를 옮기다 보니 전력 소모가 관리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데이터의 성격에 맞춰 적절한 메모리 계층에 나눠 두는 기술이 필요해졌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AI의 무게중심이 에이전틱 AI로 옮겨가면 이 문제는 더 커진다. 그동안 학습이나 단발성 추론은 고정된 가중치를 메모리에서 한 방향으로 읽어와 순서대로 계산하면 됐다. 에이전틱 AI는 다르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결과에 따라 행동을 고치는 '생각의 고리(CoT)'로 움직인다. 진 교수는 “과거 대화와 도구 실행 기록을 실시간으로 붙잡아 두는 단기 기억 저장소, 즉 KV 캐시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한다"고 했다. 다음 행동을 정할 때마다 쌓인 기억 조각을 다시 읽어야 하니, 메모리와 GPU 사이를 오가는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는 “일방향에 가까웠던 데이터 흐름이 이제는 프로세서와 메모리 사이를 끊임없이 교차하는 양방향 피드백 구조로 바뀐다"고 짚었다. ◇ “PIM, 이번엔 소프트웨어가 관건" PIM(프로세싱 인 메모리)은 메모리 안에서 직접 연산해 데이터 이동을 줄이는 기술이다. 개념은 오래됐지만 번번이 주류 시장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진 교수는 PIM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를 '시장이 무르익었기 때문'으로 봤다. 과거에는 PIM을 필요로 하는 시장도, 받쳐줄 소프트웨어 생태계도 없었다. 지금은 생성형 AI가 퍼지면서 CPU·GPU 중심의 연산 구조가 전력과 데이터 이동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AI가 데이터센터를 넘어 PC·모바일·엣지 기기로 번지면서 고성능과 저전력을 함께 잡아야 할 필요도 커졌다. 진 교수는 “지금의 PIM은 과거 기술의 재등장이 아니라 AI 시대가 요구하는 메모리 중심 컴퓨팅의 현실적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만능은 아니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PIM이 가장 빛나는 무대로 그는 소규모 배치로 토큰을 하나씩 생성하는 디코딩 단계를 꼽았다. 데이터를 나르는 과정을 건너뛰어 얻는 속도와 전력 이득을 가장 직관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챗봇이나 온디바이스 생성형 AI처럼 쉼 없이 응답해야 하는 환경이 대표적이다. 진 교수는 “PIM은 추론 전체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메모리 접근 비중이 높은 LLM 디코딩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가속 기술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상용화의 발목을 잡는 건 오히려 하드웨어 바깥에 있다고 했다. 그는 “가장 큰 난관은 파편화된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표준 인터페이스의 부재"라고 잘라 말했다. 개발자가 메모리 내부 연산기를 제어할 컴파일러 스택이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칩도 무용지물이다. 주요 AI 프레임워크는 철저히 프로세서 중심이라 PIM을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 제조사마다 명령어 세트가 제각각이라 개발자가 매번 코드를 새로 짜야 한다. 진 교수는 “이 장벽을 넘지 못하면 PIM은 특정 맞춤형 칩에만 쓰이는 비주류 기술에 머문다"며 “CXL 컨소시엄 등을 통한 글로벌 표준 정립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 “HBF는 추론 전용 읽기 가속 플랫폼" SK하이닉스가 강조하는 HBF(고대역폭플래시)를 이야기할 때 그의 말에는 기대와 경계가 함께 실렸다. HBF는 낸드를 TSV(실리콘관통전극) 방식으로 쌓아 HBM과 SSD 사이의 빈자리를 메우는 새 메모리 계층이다. 진 교수는 “HBM은 빠르지만 용량이 모자라고 SSD는 크지만 느려 연산 장치가 데이터를 기다리는 병목이 생기는데, HBF가 이를 완화한다"며 “여기에 PIM이 접목되면 새로운 AI 가속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HBF가 SSD 시장을 잠식하기보다 HBM의 부족한 용량을 보완할 것으로 봤다. 성패는 가격에 달렸다고 했다. 진 교수는 “성능과 전력은 기술로 채울 수 있지만 가격은 도입 여부를 가른다"며 “기가바이트당 단가를 HBM의 10분의 1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첫 관문"이라고 말했다. ◇ “승부처는 메모리를 잇는 시스템 설계" 칩이 고장 나는 이유를 좇아온 그가 HBM 이후의 해법으로 꼽은 것은 칩 하나의 스펙이 아니라 칩과 칩 사이의 '동선'이었다. SK하이닉스가 공개한 SALT-KV는 KV 캐시를 HBM·D램·SSD 등 여러 계층에 나눠 두는 기술이다. 자주 쓰고 지연에 민감한 데이터는 비싼 고속 메모리에, 덜 쓰는 데이터는 싼 대용량 저장장치에 둔다. SK하이닉스는 이를 HBM·D램·SSD를 한 시스템으로 묶는 '풀 스택 AI 메모리' 전략의 한 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진 교수는 이런 흐름을 메모리 회사의 체질 변화로 읽었다. 그는 “SALT-KV 같은 기술은 하드웨어 성능을 넘어 소프트웨어적 배치 전략을 요구한다"며 “메모리 회사가 데이터 흐름을 설계하는 주체로 변모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HBF가 성공하면 이것까지 포함해 메모리 레벨을 다시 묶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급자와 설계자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과거에는 CPU·GPU 업체가 시스템 구조를 짜면 메모리 업체는 규격에 맞춰 D램을 찍어내는 수동적 역할에 머물렀다. 진 교수는 “초거대 AI 환경은 '메모리 바운드' 병목이 성능을 좌우하는 국면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연산 장치가 아무리 뛰어나도 메모리가 데이터를 제때 대지 못하면 전체 효율이 무너진다. 엔비디아·AMD·인텔도, 자체 AI 칩을 만드는 빅테크도 초기 설계 단계부터 메모리 기업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교에서도 그는 단정 대신 단서를 먼저 달았다. “두 회사 모두 어느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지 않고 양면을 병행하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흐름에는 결이 있다고 했다. 삼성은 zHBM·zNAND처럼 3D 적층으로 물리적 한계를 돌파하는 제조업 기반의 '구조적 접근법'에 힘을 싣는다. SK하이닉스는 AI 워크로드를 분석해 맞춤형 해법을 내놓는 '토탈 솔루션 접근'에 무게를 둔다. 진 교수는 “삼성은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 제조 수직계열화를, SK하이닉스는 고객 맞춤형 대응력을 강점으로 차별화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경쟁이 가장 뜨거워질 곳으로는 적층도, 메모리 내부 연산도 아닌 '다양한 메모리를 잇는 시스템 설계'를 지목했다. 적층은 HBM을 거치며 일정 수준 성숙기에 들어섰다고 봤다. 그는 “미래의 승자는 HBM·HBF·SSD·PIM·CXL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통합하는 설계 역량에서 갈린다"고 말했다. 이어 “빅테크가 원하는 건 단품 성능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전체의 전력과 비용을 제어하는 종합 아키텍처"라고 강조했다. 이 메모리들을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로 그는 CXL을 꼽았다. 3~5년 뒤 AI 데이터센터에서 가장 달라져 있을 기술을 묻자 “지금 개발된 기술 중에서 고른다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CXL 기반 메모리 풀링을 지목했다. 서버마다 따로 쥐고 있던 D램·HBM·HBF·SSD를 하나의 거대한 가상 메모리로 묶고, 모자라면 옆 서버의 남는 공간을 빌려 쓰는 구조다. 다만 CXL 자체는 메모리가 아니라 서버와 서버를 잇는 링크이자 시스템 반도체로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각자 서버가 메모리를 따로 소유하는 개념에서 유기적으로 공유하고 조율하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미래 초거대 AI 데이터센터 시장의 지형도를 결정지을 최종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에는 기회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진 교수는 “한국은 D램과 낸드 두 핵심 메모리의 기술과 양산력을 모두 가진 유일무이한 메모리 초강대국"이라고 했다. 초고속 메모리와 대용량 저장장치의 계층 구조를 한꺼번에 설계해 묶어 제안하는 원스톱 공급 능력은 한국 기업만의 독보적 장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제조 영역에 묶여 있던 한국 반도체가 글로벌 AI 인프라의 상위 설계자 가운데 하나로 올라설 호기"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슬아 인턴기자

삼성전자 ‘DX 성과급’ 갈등에 노태문 직접 나선다

삼성전자가 다음 달 노태문 대표이사 사장 겸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 주재로 DX 전 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연다. 최근 DX부문에서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과의 성과급 격차를 놓고 직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0월 중 DX 전 직원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회사는 앞서 일부 보직장과 팀장 등을 대상으로 한 경영현황설명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직원들과 주요 현안을 놓고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DX 직원들의 관심이 큰 현안은 성과급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임금협약을 통해 DS부문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했다. 재원은 부문 40%, 사업부 60%로 나누며 별도의 지급률 상한도 두지 않는다. 기존 성과급에서도 사업부별 차이가 났다. 올해 상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은 DS 메모리사업부가 기본급의 100%를 받았다. DX에서는 MX·네트워크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가 50%, 생활가전(DA)사업부가 25%였다. 사업부별 실적도 엇갈렸다. AI용 메모리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사업 실적은 개선됐지만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 완제품 사업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졌다. DX부문은 올 2분기 매출 48조원, 영업손실 800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부문 출범 이후 첫 분기 적자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네트워크사업부도 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갤럭시 S26 시리즈 판매가 늘었지만 메모리 등 부품 가격 상승이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성과급 격차를 둘러싼 노조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DX 직원들이 주축인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은 전사 공통 성과급 재원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와 완제품 사업의 경기 흐름이 다른 만큼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보상이 크게 벌어지는 구조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행노조는 수원사업장과 서초사옥에서 집회를 연 데 이어 최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에서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실적 부진에도 임원에게 장기성과인센티브가 지급되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삼성전자는 DS와 DX의 재원을 분리해 운용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각 부문의 사업 특성과 실적에 따라 보상 재원을 운용한다는 입장이다. 성과급 외에 실적 회복과 인공지능 전환(AX)도 DX부문의 주요 현안이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완제품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한 분기 100조 벌어들일까”...삼성전자, 실적 신기록 정조준

메모리 호황에 올라탄 삼성전자의 실적 눈높이가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까지 높아졌다. D램·낸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HBM 판매도 확대되면서 올 3분기에도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영업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204조5704억원과 영업이익 110조5736억원으로 관측됐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37.7%,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08.9%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의 경우, 이 같은 전망이 실현되면 단일분기 실적 만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43조6000억원)을 2배 이상 웃돌게 된다. 앞서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만 146조원 영업이익 대기록을 세워둔 만큼, 이번 분기 실적에 따라 누적 영업이익은 25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 특히 시장은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단일 분기 기준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연합인포멕스가 최근 1개월 내 증권사 8곳이 제시한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06조9887억원으로 추정됐다. 원·달러 환율 하락 등 여파로 전망치는 기존 대비 소폭 낮아졌지만, 타이트한 메모리 수급 여건을 고려해 영업이익 100조원 돌파 전망을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메모리 사업부는 상반기에 이어 올 3분기에도 전사 실적을 주도할 것으로 점쳐진다. 범용 D램과 낸드의 가격이 완만한 오름세를 유지한 데 더해,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역시 확대되면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D램과 낸드의 가격은 직전 분기 대비 각각 13~18%·10~15% 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 때 60%를 웃돌았던 2분기 가격 상승률과 비교하면 다소 둔화했지만 두 자릿수 상승세는 유지하는 셈이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상승폭이 다소 둔화되겠지만 내년~오는 2028년에도 타이트한 수급 환경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HBM의 범용 D램 생산능력 잠식과 인공지능(AI) 추론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를 감안하면 공급제약의 해소 시점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 내 공급자 우위 구도가 지속되면서 메모리 부문의 수익성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는 3분기 삼성전자 DS부문의 영업이익률이 약 72~75%, D램 영업이익률은 80%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매 분기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 기록을 이어가면서 시장에서는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 대한 기대감도 엿보인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차세대(2027년~2029년) 주주환원 정책이 내년 1월께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수의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과거 대비 시장 친화적인 정책 노선을 발표한 만큼, 삼성정자의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은 내달 7일~8일 중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삼성전자 ‘더 프레임 프로’ 글로벌 호평…‘아트 TV’ 영토 넓힌다

삼성전자의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 프로'(The Frame Pro)가 글로벌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평가에서 최고의 프레임 TV로 선정됐다. TV를 시청하는 가전제품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아트 플랫폼'으로 확장해온 삼성전자의 전략도 해외에서 잇따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 북미 매체 '2026년 최고의 프레임 TV' 선정 영예 25일 업계에 따르면 북미 IT 제품 전문 리뷰 매체 알팅스(RTINGS)는 최근 발표한 '2026년 최고의 프레임 TV'에서 삼성전자 '더 프레임 프로'를 '최고의 프레임 TV'로 선정했다. 일반 '더 프레임'은 '최고의 중급형 프레임 TV'에 이름을 올렸다. 알팅스는 더 프레임 프로에 대해 “어둡거나 밝은 어떤 공간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다재다능한 TV"라고 평가했다. 높은 밝기와 반사 방지 성능을 갖춰 밝은 공간에서도 영상을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무선 원 커넥트'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원선을 제외한 연결선을 최소화해 셋톱박스나 게임기 등 주변기기를 TV와 떨어진 곳에 배치할 수 있는 기능이다. 벽에 액자처럼 설치하는 제품 특성상 복잡한 선을 감출 수 있어 깔끔한 인테리어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알팅스는 일반 더 프레임에 대해서는 더 프레임 프로와 비슷한 경험을 보다 낮은 가격에 원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더 프레임 프로는 네오 QLED 4K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화질을 강화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아트 TV다. 무반사 기술을 적용해 화면에 비치는 조명과 빛을 줄였고 TV를 시청하지 않을 때는 '아트 모드'를 통해 미술 작품이나 사진을 화면에 띄울 수 있다. 더 프레임 프로가 해외에서 주목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라이프스타일 전문지 에스콰이어는 지난 3월 더 프레임 프로를 '최고의 아트 TV'로 선정했다. 미니 LED 로컬 디밍 기술을 적용해 밝고 선명한 화질을 구현했다는 점과 무선 원 커넥트를 통해 복잡한 케이블을 줄였다는 점 등을 높게 평가했다. 지난 1월에는 미국 CNN의 제품평가 전문매체 CNN 언더스코어드가 더 프레임 프로에 혁신상을 수여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98형 더 프레임을 '2026년에 가장 기대되는 디스플레이 트렌드' 제품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가젯 매치와 레지덴셜 시스템 등 해외 IT 전문매체도 더 프레임을 CES 2026 주요 제품으로 꼽았다. 소비자 시장에서도 주목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매년 발표하는 연말 추천 제품 목록 '오프라의 페이버릿 싱스'에 더 프레임 프로가 포함됐다. 당시 제품이 예술 작품처럼 보이면서도 TV 기능을 갖췄다는 점과 벽면에 밀착되는 얇은 디자인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 2017년 등장 '더 프레임'…TV를 '액자'로 삼성전자가 더 프레임을 처음 선보인 것은 2017년이다. TV를 보지 않을 때 검은 화면으로 남겨두는 대신 미술 작품과 사진을 띄워 하나의 액자처럼 활용한다는 개념을 앞세웠다. 사용자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베젤과 벽면 밀착형 설치 방식, 주변기기의 선을 정리할 수 있는 원 커넥트 박스 등을 적용했다. 제품도 꾸준히 진화했다. 삼성전자는 2022년 화면의 빛 반사를 줄이고 실제 캔버스와 비슷한 질감을 구현하기 위해 매트 디스플레이를 도입했다. 2024년에는 글로벌 색상 전문기업 팬톤의 '아트풀 컬러 인증'을 받았다. 이후 네오 QLED 4K 디스플레이와 무선 원 커넥트를 적용한 상위 제품인 더 프레임 프로까지 제품군을 확대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작품 추천 등 소프트웨어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화면 크기도 넓어졌다. 올해 더 프레임 라인업은 43형부터 98형까지 구성해 공간과 소비자 취향에 따른 선택지를 늘렸다. CES 2026에서는 98형 더 프레임과 85형 더 프레임 프로를 선보이며 초대형 아트 TV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더 프레임의 글로벌 누적 활성화 대수는 올해 4월 기준 530만대를 넘어섰다. 2017년 제품을 처음 선보인 이후 약 9년 만이다. 삼성전자가 아트 TV 사업에서 제품 못지않게 공을 들이는 분야가 콘텐츠다. 삼성 TV 전용 예술 작품 구독 서비스 '삼성 아트스토어'를 통해 세계 미술관과 갤러리, 작가의 작품을 TV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2017년 약 300점으로 시작한 아트스토어 작품은 2018년 1000여점, 2021년 1500여점, 2024년 2500여점으로 늘었다. 올해는 5000점 이상의 4K 작품과 800여명의 작가, 80여개 미술관·갤러리·아트 파트너를 연결하는 디지털 아트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루브르 박물관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빈 미술사 박물관 등 세계적인 문화예술 기관의 작품도 집에서 감상할 수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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