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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SK실트론 품고 미래 도약…SK, AI 기반 다지고 재무 개선

두산이 세계 3위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을 인수한다. SK㈜는 17일 SK실트론 지분 매각을 위해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통보했다고 공시했다. 또한 “세부적인 사항은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으로, 추후 관련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설명했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칩의 핵심 기초소재인 반도체용 웨이퍼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 전문기업이다. 12인치 웨이퍼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다. 매각 대상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로 알려졌다. 전체 회사 가치가 5조원 수준이라는 평가를 고려하면 이번 인수 규모는 3조∼4조원대일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나머지 SK실트론 지분 29.4%를 이번에 함께 매각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근 두산그룹은 반도체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와 자회사 엔지온을 인수하는 등 반도체 소재 장비 사업을 육성하며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이다. 이번에 SK실트론을 인수할 경우 반도체 사업 분야 경쟁력은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경북 구미 소재 SK실트론 본사와 공장에 대한 실사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산그룹이 SK그룹으로부터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을 인수하는 것은 단순한 계열 확장을 넘어 그룹의 산업 포트폴리오 전환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산이 에너지·기계 사업에 이어 첨단 반도체를 주축으로 한 근본적인 그룹 체질 개선을 본격화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년에 걸쳐 진행한 리밸런싱(사업 재편) 전략의 일환으로 이번 매각을 추진해 온 SK그룹은 인공지능(AI) 밸류체인 중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윈윈'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 두산 기존 반도체 사업과 시너지 기대…“근본 체질 개선 계기" 두산이 12인치 웨이퍼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3위 기업인 SK실트론을 인수하면 반도체 전·후방 사업을 아우르는 핵심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으로 단기간에 도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실트론은 메모리·비메모리를 가리지 않고 글로벌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을 고객으로 확보해 왔다. 앞서 두산은 2022년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국내 1위 기업인 두산테스나를 인수했으며, 이후 반도체 전·후방 연계 사업을 염두에 두고 관련 기업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향후 두산테스나와 ㈜두산의 전자BG(전자비즈니스) 사업부, SK실트론을 세 축으로 반도체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테스나는 비메모리 반도체 테스트를, ㈜두산 전자BG사업부는 반도체 기판용 동박적층판(CCL) 생산을 맡고 SK실트론은 맞춤형 웨이퍼를 공급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SK실트론 인수는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안정적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붐으로 성장하는 시장에 발 빠르게 진입해 고정적 매출원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아울러 두산이 그간 축적한 전방위 기술력과 SK실트론 간 시너지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두산이 고정밀 기계 가공과 공정 자동화, 발전·플랜트 분야에서 보유한 기술이 웨이퍼 제조 공정의 설비 고도화와 생산 효율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두산이 최근 강조해 온 디지털 전환(DX)과 스마트팩토리 역량을 접목하면 공정 안정성과 수율 개선 측면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SK실트론 인수는 두산이 전통 제조업 기반에서 첨단소재·기술 중심으로 근본적인 체질을 다시 한번 바꿀 수 있는 계기라는 평가도 있다. 두산은 2007년 당시 미국 건설기계 기업이던 밥캣(현 두산밥캣)을 인수하면서 유통 등 소비재 기업에서 기계·중공업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2020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겪은 후 지난해에는 사업 재편을 거쳐 스마트머신(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클린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두산퓨얼셀), 반도체·첨단소재(두산테스나)의 3대 축으로 사업 구조를 세웠다. 향후 두산은 SK실트론을 통해 그간 상대적으로 약한 축으로 평가받아 온 반도체와 첨단소재 중심의 미래 사업을 강화하며 재차 도약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리밸런싱 막바지 들어선 SK…AI 중심 '선택과 집중' 이번 거래는 SK그룹이 작년 초부터 사업 전반에 걸쳐 진행해 온 리밸런싱의 '마지막 퍼즐'로 해석된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운영 효율화 등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SK E&S 합병, SK온의 SK엔무브 합병, SK에코플랜트의 환경 자회사 매각 및 반도체 자회사 편입 등이 이뤄졌다. SK의 이번 매각 결정은 단순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아닌 그룹이 추구하는 '본원적 경쟁력'을 명확히 하는 전략적 판단으로 읽힌다. SK는 2012년 SK하이닉스(옛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이후 2017년 LG그룹으로부터 LG실트론을 인수하는 등 반도체 소재·부품을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에 주력해 왔다. SK실트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안정적인 고객사를 확보해 SK 편입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낸 적 없는 '알짜 기업'으로 평가됐다. AI 수요 확대와 주요 고객사의 가동률 상승 등에 힘입어 중장기 업황 전망도 비교적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SK는 AI 대전환기라는 산업 환경 변화 속에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AI 밸류체인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웨이퍼 등 소재 분야는 그룹 차원에서 직접 보유하기보다 협력이나 거래 구조를 통해 관리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봤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운영개선(O/I·Operation Improvement)을 잘해야만 그 위에 AI를 더 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SK실트론 매각 역시 이 같은 기조 아래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 산하에서는 SK하이닉스와의 거래가 부각되다 보니 SK실트론의 외형 확장에 제약이 있다는 시선도 있었다"며 “여러 고객사와의 거래 확대는 웨이퍼 산업 경쟁력과 AI 시대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매각은 재무구조 개선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SK는 매각으로 확보한 수조원의 재원을 AI·반도체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와 재무 안정성 제고에 투입해 그룹 전반의 투자 여력과 신용도를 보완하는 데 활용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알파7V로 풀프레임 카메라 절대 1위 차지”…소니의 호언장담

소니코리아가 '알파(Alpha) 7 시리즈' 신모델을 국내에 출시하며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이미 글로벌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상품성을 더욱 끌어올린 제품을 출시하며 국내에서도 '왕좌'를 확실히 지키겠다는 구상이다. 소니코리아는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풀프레임 하이브리드 카메라 '알파 7 Ⅴ'(A7M5)를 공개했다. 소니는 글로벌 카메라 분야 최강자 중 하나다. 특히 지난 2013년 35mm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알파 7', '알파 7R'을 출시하며 시장에 큰 변화를 유도했다. 기존 DSLR 위주로 편성돼 있던 판도를 미러리스 제품으로 가져온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A7M5는 국내 풀프레임 카메라 시장에서 역대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알파 7 시리즈의 다섯 번째 모델이다. 전작 A7M4 이후 4년만에 신모델로 돌아온 것이다. 키타지마 유키히로 소니코리아 대표는 “알파 7 시리즈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분야 전환점을 만들었고 알파 7 V는 시장을 더욱 진화시키는 제품"이라며 “소니가 풀프레임 카메라 시장에서 절대적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A7M5는 화질이 개선됐다. 새롭게 개발된 약 3300만 화소 부분 적층형 CMOS(Complementary Metal-Oxide-Semiconductor) 이미지 센서와 새로운 이미지 프로세싱 엔진이 들어갔다. 이를 통해 처리 속도, 색상 정확도, 이미지 캡처 및 영상 등 전반적인 성능이 개선됐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A7M5는 부분 적층형 센서를 통해 초당 최대 60회 고정밀 트래킹 및 AF·AE 트래킹을 지원한다. 여기에 최대 16스톱의 다이나믹 레인지를 구현했다. 이로 인해 밝은 영역부터 어두운 영역까지 폭넓은 명암 표현으로 깊이 있고 풍성한 사진의 표현력을 경험할 수 있다고 소니코리아는 소개했다. 인공지능(AI) 기술도 적용됐다. '자동 화이트 밸런스'(AWB) 기능은 광원의 색을 추정하는 AI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덕분에 기존 A7M4보다 더욱 정확하고 안정적인 색 재현력을 보여준다. 후반 작업 시간 역시 단축시켜준다. 사용 시간은 더욱 길어졌다. 새로운 모니터 저전력 모드가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고, 개선된 발열 관리 기능이 품질을 올리는 데 기여한다. 뷰 파인더 사용 시 약 630장, 액정표시장치(LCD) 사용 시 약 750장 촬영이 가능하다. 소니는 A7M5에 4K 녹화 모드를 추가 도입했다. 제작자가 풍부하고 세밀한 영상을 만들고 이를 유연하게 편집할 수 있게 돕기 위해서다. AI 기반 피사체 인식으로 녹화 중 최적의 피사체 구도를 유지시켜 주는 '오토 프레이밍'(Auto Framing) 기능도 탑재됐다. 새롭게 들어간 노이즈 감소 및 향상된 내장 마이크 기능은 주위의 소음을 줄여주고 간섭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소니코리아는 신제품 출시와 함께 고객과 소통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제품을 체험하고 프로 사진 작가의 사용기와 촬영 팁을 들을 수 있는 신제품 체험회를 전국에서 개최한다. 이날 콘래드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대전, 광주, 제주 등을 찾아갈 계획이다. 각 지역별 행사 일시 및 참가 신청에 대한 정보는 소니코리아 알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A7M5의 소니스토어 판매가는 359만9000원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LG디스플레이, OLED 기술 브랜드 ‘탠덤’ 론칭…CES 2026서 첫 선

LG디스플레이는 자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의 본질인 무한한 가능성과 확장성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아 신규 기술 브랜드를 공개한다고 17일 밝혔다. 신규 OLED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OLED 소자의 적층 구조를 통해 장수명·고휘도·저전력 등 내구성과 성능을 높인 LG디스플레이 OLED의 강점을 강조하고자 '탠덤(Tandem)'으로 명명됐다. 이와 함께 대형 OLED 기술(TV및 모니터)과 중소형 OLED 기술(차량용, 태블릿, 노트북 등)을 분리해 특장점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각각의 기술 브랜드를 분류했다. 대형 WOLED의 브랜드 명은 '탠덤(Tandem) WOLED'다. 업계 최초로 빛의 삼원색인 R(레드), G(그린), B(블루) 소자를 각각 독립된 층으로 쌓은 적층 구조를 의미하는 탠덤에 LG디스플레이 OLED 기술의 고유 특성인 화이트 광원을 의미하는 'W'를 더해 직관적인 브랜드명을 완성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3년 세계 최초로 대형 제품 양산에 성공한 데 이어 기술 선도기업으로서 대형 OLED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중소형 OLED 브랜드는 '탠덤(Tandem) OLED'로 RGB 소자층을 2개로 쌓은 기술적 특징을 반영했다. 세계 최초로 탠덤 기술을 상용화한 선도기업으로서의 기술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하며 어떤 환경에서도 선명하고 오래도록 강한 빛, 전력 소모를 최소화한 고효율 그리고 한계를 뛰어넘는 디자인을 차별적 고객 가치로 소구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 OLED의 기술 브랜딩은 사업 시작 13년 만에 처음이다. 기술 단위 수준에 머물던 명칭들을 '탠덤(Tandem) WOLED'와 '탠덤(Tandem) OLED'로 체계적으로 조직화했다. 이로써 고객에 일관되고 신뢰도 높은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기술 브랜드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처음 공개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 OLED의 지향점은 뛰어난 화질과 자유로운 폼팩터를 통해 사람과 디바이스의 소통을 더욱 자연스럽고 깊이 있게 만드는 것"이라며 “이번 기술 브랜드 체계 수립을 계기로 LG디스플레이 OLED만의 차별화된 고객가치와 독보적 경쟁력을 널리 알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신뢰도 높여 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샤오미코리아, 연말 프로모션 시작…최대 33% 할인

샤오미코리아가 내년 1월1일까지 연말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들은 다양한 샤오미 제품을 최대 33%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 히터와 TV는 최대 10% 할인 혜택이 적용되며, 가습기는 최대 13%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올 하반기 출시된 샤오미 15T 프로는 12GB 램+256GB 모델 84만9970원, 12GB 램+512GB 모델 89만9800원에 판매된다. 이번 프로모션을 통해 샤오미 15T 프로 구매 고객에게 5만1800원 상당의 무선이어폰 레드미 버즈6를 무료로 증정한다. 샤오미 15 울트라는 이번 프로모션 기간 20만원 할인된 149만9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샤오미 15 울트라는 라이카 쿼드 카메라 시스템과 50MP 소니 LYT-900 센서로 전문가 수준의 촬영 경험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플래그십 제품이다. 태블릿 제품인 레드미 패드 2 프로 구매 시에는 프로모션 행사 기간 동안 2만8800원 상당의 커버가 무료 제공된다. 307.3㎜의 2.5K 초고해상도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레드미 패드 2 프로는 1만2000mAh 대용량 배터리와 33W 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이외에도 샤오미코리아는 프로모션 기간 동안 로봇청소기 X20+를 23% 할인된 40만9000원에 판매한다. 히터와 TV는 최대 10% 할인 혜택이 적용되며, 가습기는 최대 13%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샤오미코리아 공식 온라인몰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선착순 상품권 증정 이벤트와 Mi 포인트 적립 미션을 운영한다. 적립된 Mi 포인트는 쿠폰 등 다양한 혜택으로 교환할 수 있으며, 해당 쿠폰은 제품 구매 시 바로 적용 가능하다. 이를 통해 프로모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다양한 생태계 제품까지도 쿠폰 혜택을 활용해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이번 프로모션 대상 제품은 샤오미 공식 온라인몰을 비롯해 전국 샤오미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다. 현재 샤오미코리아는 전국 총 6곳의 샤오미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이재용 회장, 빅테크 동맹 가속화…‘삼성 파운드리 위기’  돌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하향곡선을 그리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반등시키기 위해 글로벌 수요 확대에 힘쏟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출장에서 테슬라·AMD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잇따라 회동을 갖고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해외고객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미국 출장을 통해 이 회장은 리사 수 AMD CEO와 만나 AMD의 차세대 AI 칩 위탁생산 협력 방안을 적극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계약 성사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AMD와 계약이 이뤄질 경우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극적인 반등의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 중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리사 수 AMD CEO 등 주요 빅테크 경영진과 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만남을 통해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협력과 반도체 공급 안정화, 미국 내 생산 인프라 활용 등 폭넓은 기술·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테슬라는 지난 7월 약 23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에서 테슬라 차세대 AI 칩 'AI6'를 생산하기로 했다. AI6는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FSD) 기능 고도화는 물론 로봇·AI 모델 운용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차세대 고성능 칩이다. 최근에는 당초 대만 TSMC가 전량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던 AI5 물량 가운데 일부도 삼성전자가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AI5와 AI6 모두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대형 계약 성사에는 이재용 회장이 직접 나서 신뢰를 쌓은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시스템LSI 사업부의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을 비롯해 애플 아이폰용 이미지센서, 닌텐도 스위치2 탑재용 AP, 중국 마이크로BT·카나안의 채굴 주문형 반도체(ASIC) 등 다양한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 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에서 리사 수 AMD CEO와도 별도의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협력과 함께, 최선단 공정을 적용한 파운드리 수주 가능성까지 폭넓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업계의 시선은 삼성전자와 AMD가 논의 중인 차세대 AI 칩 위탁생산 계약에 쏠린다. 검토 대상 공정은 삼성전자가 차세대 핵심 공정으로 내세운 2나노 2세대(SF2P)로, 1세대 2나노(SF2) 대비 면적을 8% 줄이면서 성능은 12% 향상시키고, 소비 전력은 25% 낮춘 것이 특징이다. 해당 계약이 성사될 경우, 삼성전자가 공정 경쟁력 회복의 관건으로 꼽아온 차세대 미세 공정의 신뢰도를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검증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2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갈수록 험난해지는 경쟁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난공불락의 TSMC가 AI 시대 핵심 수요를 흡수하며 독주 체제를 굳히는 가운데, 중국 SMIC는 정부 지원을 발판 삼아 삼성 추격에 속도를 내면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8%로, 전 분기(7.3%)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TSMC의 점유율은 71%로 0.8%포인트 상승하며, 양사 간 점유율 격차는 62.9%포인트에서 64.2%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3위 SMIC와의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MIC 간 점유율 차이는 같은 기간 2.2%포인트에서 1.7%포인트로 축소됐다. 업계에서는 TSMC가 미세 공정 경쟁력뿐 아니라 고객 생태계와 양산 신뢰도 측면에서 사실상 '플랫폼'에 가까운 지위를 확보한 점을 압도적 경쟁력의 배경으로 꼽는다. SMIC 역시 미국의 수출 규제라는 제약 속에서도 중국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을 기반으로 첨단 공정 투자를 이어가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최근 몇 년간 대형 고객사 확보 지연과 낮은 가동률 등의 영향으로 2022년 이후 적자를 이어왔다. 다만 이재용 회장의 직접적인 '빅테크 외교'를 바탕으로 첨단 공정 수주가 늘어나면서, 내년을 기점으로 매출과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 재무 지표에서도 일부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23년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의 영업손실은 5조1000억원까지 확대됐으나, 올해 들어 손실 규모는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 부문 적자가 1조원 아래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적자 규모가 약 7000억원 수준까지 축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적자가 내년을 기점으로 완화 흐름에 들어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 2년간 가동률 부진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최근 다수 고객으로부터 첨단 노드 주문이 유입되고 있다"며 “기존 레거시 공정은 비모바일 고객을 겨냥한 파생 공정을 개발해 응용처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 확대가 단순한 물량 증가를 넘어, 삼성전자가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 온 첨단 공정 신뢰도와 고객 생태계 회복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LG전자, CES 2026서 ‘LG 마이크로RGB 에보’ 첫 공개

LG전자는 내년 1월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프리미엄 LCD TV 신제품 'LG 마이크로RGB 에보(MicroRGB evo)'를 최초 공개한다고 16일 밝혔다. 마이크로RGB는 LCD TV의 핵심 구성요소인 백라이트 광원의 크기를 초소형으로 줄이고, 기존 백색 LED 대신 적색(Red)·녹색(Green)·청색(Blue) LED를 각각 광원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LED 백라이트를 얼마나 정밀하게 제어하고 RGB 각 파장의 색을 정확히 구현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실제 화질 경험에는 차이가 발생한다. LG전자는 13년 연속 글로벌 OLED TV 시장 1위를 이어온 'LG 올레드'에서 축적한 정밀한 광원 제어 기술을 LG 마이크로RGB 에보에 적용해 일반적인 LCD TV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화질을 구현했다. 자발광 화소를 픽셀 단위로 제어하는 올레드 TV의 기술력을 접목해, RGB LED를 광원 단위로 독립 제어함으로써 생생하고 정교한 화질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LG 마이크로RGB 에보에는 2026년형 올레드 TV 신제품 라인업과 동일한 듀얼 AI 엔진 기반의 3세대 알파11 AI 프로세서(α11 AI Processor 4K Gen3)가 탑재됐다. 업계 유일의 OLED 전용 화질·음질 AI 프로세서의 강력한 성능을 바탕으로 화면 밝기와 명암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마이크로 디밍 울트라(Micro Dimming Ultra)' 기술을 구현해 LCD TV의 물리적 한계를 한층 끌어올렸다. 두 가지 AI 업스케일링을 동시에 처리하는 '듀얼 수퍼 업스케일링(Dual Super Upscaling)' 기능을 통해 보다 자연스럽고 균형 잡힌 이미지를 제공한다. 색 정확도 역시 차별화 요소다. LG 마이크로RGB 에보는 글로벌 시험·인증기관 인터텍(Intertek)으로부터 '트리플 100% 컬러 커버리지(Triple 100% Color Coverage)' 인증을 획득했다. 방송 표준(BT.2020), 디지털 시네마 표준(DCI-P3), 사진·그래픽 표준(Adobe RGB)을 모두 100% 충족해 고화질 방송과 영화는 물론 사진·영상 편집 등 다양한 콘텐츠 환경에서 최적의 색 표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LG TV의 핵심 경쟁력인 AI 기반 개인맞춤형 고객 경험도 그대로 이어진다. △AI 컨시어지(AI Concierge) △AI 서치(AI Search) △AI 챗봇(AI Chatbot) △AI 맞춤화면·사운드 마법사(AI Picture·Sound Wizard) △보이스 ID(Voice ID) 등 LG TV의 5대 AI 기능을 기반으로 한 사용자 경험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욱 고도화된다. 또한 LG전자의 독자 스마트 TV 플랫폼인 webOS를 통해 별도의 셋톱박스나 콘솔 없이도 아트, 게임, 영화, 쇼핑 등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LG 마이크로RGB 에보는 CES 2026 개막에 앞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선정하는 CES 혁신상(Innovation Awards)을 수상하며 기술력과 혁신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LG전자는 자발광 화질의 LG 올레드 TV를 최상위 라인업으로 유지하는 한편, 올레드 기술력을 접목해 화질을 대폭 끌어올린 LG 마이크로RGB 에보를 LCD TV의 최고 프리미엄 라인으로 포지셔닝해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지속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박형세 LG전자 MS사업본부장(사장)은 “LG 마이크로RGB 에보는 세계 1위 올레드 DNA를 적용해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화질과 색감을 구현한 프리미엄 LCD TV"라며 “글로벌 고객들에게 차원이 다른 시청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포스코퓨처엠 ‘ESS 시장 대응’ LFP 양극재 공장 건설한다

포스코퓨처엠이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공산을 신설한다. 급증하는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포스코퓨처엠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포항 영일만4일반산업단지에 LFP 양극재 전용 공장을 짓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내년 착공해 2027년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LFP 양극재는 전량 ESS용으로 공급된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2023년 CNGR과 합작해 만든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에 추가 투자를 단행하는 방식으로 신공장을 만든다.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생산 능력을 최대 5만t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8월 CNGR 및 CNGR의 한국 자회사 피노(FINO)와 ESS용 LFP 양극재 사업 추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출력은 낮지만 저렴한 가격과 긴 수명을 지닌 게 장점이다. 최근 ESS, 엔트리급 전기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LFP 시장 조기진입을 위해 기존 포항 양극재 공장 NCM 양극재 생산라인 일부를 LFP 라인으로 개조해 내년 말부터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삼성전자, 전기요금 아껴주는 에너지 파트너십 확대

삼성전자가 가전 사용자들에게 한층 강화된 전기요금 절감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글로벌 주요 에너지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탈리아 최대 전력·에너지 기업 에넬(Enel)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16일(현지시간)부터 삼성 세탁기를 구매한 고객에게 2년간 최대 180kWh의 세탁용 전기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180kWh는 유럽 기준 삼성전자 A등급 세탁기를 약 2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에넬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 고객은 삼성전자 세탁기를 구입한 뒤 스마트싱스(SmartThings)에 연동하면 무료 전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영국 에너지 기업 브리티시 가스(British Gas)와 함께 삼성전자 제품 구매자 전용 '삼성 주말 세이버 고정 요금제(Samsung Weekend Saver Fix)'도 출시했다. 이 요금제는 토·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사이 가정용 전기요금을 50% 할인해준다. 사용자는 전기요금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에너지 기업은 전력 수요가 낮은 낮 시간대 전기 사용을 유도해 잉여 전력 활용도를 높이고 전력망 과부하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브리티시 가스의 전기를 사용하는 고객이 삼성전자 제품을 새로 구매하면 해당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으며, 대상 가전은 세탁기와 건조기, 식기세척기, 냉장고·냉동고, 오븐, 전자레인지, 무선스틱청소기, 로봇청소기 등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에너지 기업 쿨블루(CoolBlue)와의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낮 12시부터 오후 3시 사이 삼성전자 세탁기 사용 시 전기요금이 무료인 '무료 세탁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9월부터는 건조기 사용까지 혜택을 확대했다. 쿨블루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 가정이 해당 프로그램에 가입한 뒤 삼성전자 제품을 스마트싱스에 연동하면 자동으로 혜택이 적용된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에너지 기업 리프(Leap)와 협업해 스마트싱스 기반의 '플렉스 커넥트(Flex Connect)'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전력 수요가 몰려 전력망이 불안정해질 경우 스마트싱스 'AI 절약모드'를 통해 연결된 가전의 소비전력을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AI 절약모드가 작동할 때마다 삼성닷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도 제공된다. 해당 프로그램은 캘리포니아와 뉴욕에 이어 올해 3월 텍사스까지 확대됐으며, 향후 더 많은 지역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사용자들은 스마트싱스 앱의 '에너지' 기능을 통해 전기요금 할인 혜택 제공 시간에 맞춰 알림을 받고, 연결된 가전의 사용량과 예상 전기요금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일체형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의 경우 전기요금 할인 시간대에 맞춰 자동으로 세탁과 건조를 진행하는 '맞춤예약' 기능도 활용 가능하다. 다만 이번 전기요금 할인·무료 혜택이 해외 시장에 집중된 것을 두고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왜 한국에서는 적용되지 않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에너지 시장 구조 차이를 이유로 꼽는다. 유럽의 경우 소비자가 전력·에너지 기업을 직접 선택하는 경쟁 시장인 만큼, 에너지 기업 입장에서는 가입자 확대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가전 구매 촉진이 맞물리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반면 국내는 한국전력이 전기를 일괄 공급하는 체계여서 동일한 방식의 전기요금 연계 혜택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측은 “국내 소비자를 위한 에너지 절감 혜택도 다양한 방식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재계 3·4세 경영 전면배치…신성장동력 발굴 진두지휘

재계 총수 일가 3·4세들이 '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주요 기업 경영 전면에 속속 나서고 있다. 롯데·HD현대·GS·CJ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세대교체에 속도가 나는 모습이다. 경력·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인물들이 '신성장동력 발굴'이라는 막중한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부사장)의 역할을 대폭 확대했다. 신 부사장은 앞으로 박제임스 대표와 함께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를 맡기로 했다. 그룹 지주사 롯데지주에 신설되는 전략컨트롤 조직도 이끌게 된다. HD현대는 지난 10월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정 회장은 HD현대·HD한국조선해양 대표에 더해 내년부터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 공동 대표도 맡기로 했다. GS그룹에서도 총수 3·4세 경영인이 전면에 배치된다. 지난달 인사를 통해 허용수 GS에너지 사장과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허용수 부회장은 고(故) 허완구 ㈜승산 회장의 아들이다. 허세홍 부회장은 GS칼텍스 회장을 지낸 허동수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승진한 홍순기 ㈜GS 부회장과 함께 '3인 부회장 체제'를 구축해 허태수 회장을 보필하게 된다. CJ그룹 4세인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경영리더)도 영향력이 커진다. 올해 인사를 통해 상위 조직인 미래기획그룹까지 이끄는 방향으로 역할이 확대됐다.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의 장남인 구동휘 LS MnM 대표는 사장으로 명함을 바꿨다. 이밖에 농심에서 총수 3세 신상열 전무가 부사장으로 영전했다.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부사장은 앞으로 회사 글로벌·미래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삼양식품에서는 3세 경영인 전병우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전무 자리에 올랐다. SPC그룹에서는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이 올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은 사장 자리를 차지했다. 재계에서는 3·4세 경영인들이 지나치게 '고속 승진'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창업주나 2세들이 밑바닥부터 사업을 배우며 실력을 쌓아왔다는 점과 비교된다는 이유에서다. 신유열 롯데 부사장은 1986년생이다. 일본 노무라 증권 등에서 경험을 쌓다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했다. 곧바로 본부장·기획부장 등 직함을 달았고, 2023년에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역할을 맡으며 경영 보폭을 넓혔다. 이 사이 롯데그룹은 코로나19 대응 실패, 유통 부문 혁신 부재, 화학 업황 불황 등을 만나 힘든 시기를 보냈다. 올해 인사에서 전체 CEO의 3분의 1 수준인 20명을 물갈이해야 했을 정도다. 1982년생 정기선 HD현대 회장 역시 본격적으로 회사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수석부장으로 입사하고 1년만인 2014년 상무를 달았다. 2018년부터 현대중공업 부사장, 2021년부터 HD현대 사장을 맡았다. CJ 4세 이선호 경영리더는 1990년생이다. 2013년 입사해 2022년 임원 자리에 오른 뒤 경영 수업을 받아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1982년생 구동휘 LS MnM 사장은 2013년 LS일렉트릭에 차장으로 입사해 6년만인 2019년 임원을 달았다. 1993년생인 신상열 농심 전무는 지난해 11월 임원이 된 뒤 1년만에 부사장이 됐다. 1994년생인 전병우 삼양식품 COO는 2019년 입사 뒤 1년만에 임원이 됐다. 2023년에는 상무, 올해는 전무를 달며 초고속 승진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100대 그룹 총수일가 경영인들은 임원 승진 이후 회장에 오르기까지 평균 17년11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세보다 3·4세로 갈수록 임원 진입 연령이 낮아지고 승진 속도도 빨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재직 중인 총수 일가 임원들은 평균 29.4세에 입사해 약 5년2개월 뒤인 34.9세에 임원을 달았다. 이후 7년10개월 뒤인 42.7세에 사장으로 승진하는 경향을 보였다. 입사와 동시에 임원으로 출발한 인원도 28명에 달했다. 실력으로 리더 자리를 차지한 전문경영인들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이다. 최근 효성그룹 첫 전문경영인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김규영 HS효성 회장은 1972년 동양나이론에 입사해 53년간 회사를 성장시켜왔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권오갑 HD현대 명예회장도 1978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40여년만인 2019년 회장 자리에 올랐다. 문제는 최근 재계 주요 기업들을 둘러싼 글로벌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발 '관세전쟁'의 후폭풍이 계속 불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고환율 시대 수출·수입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고 '인공지능(AI) 혁명' 등 미래 기술을 향한 변화의 속도도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재계 '젊은 리더'들이 위기 속 본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미래 성장 분야에서 새로운 동력을 발굴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경험이 부족한 재계 3·4세가 '신성장동력 발굴' 특명을 받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 능력 입증이 아니라 관련 경험 자체가 없는 직원이 총수 일가라는 이유로 고속 승진하는 관행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총수 일가 세대교체는) AI 시대 도래가 전문경영인 '관록의 가치'를 약화시킨 측면도 있다"며 “과거에는 오랜 경험과 축적된 통찰이 강점이었지만 최근에는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실행하는 젊은 임원들이 더 적합하다는 인식도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김병헌의 체인지] 대통령, 반도체 앞에서 원칙을 묻다

금산분리는 한국 경제의 오랜 원칙이었다.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과 금융 지배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기능해 왔다. 쉽게 손대기 어려운 규범으로 인식돼 왔지만 반도체와 AI 같은 첨단산업의 시간표 앞에서 이 원칙은 점점 현실과 어긋나기 시작했다. 수십조 원이 단번에 투입돼야 하는 산업에서 투자 시기를 놓치면 기술 격차는 순식간에 벌어진다. “돈을 벌어서 투자하려면 장비를 들여오고 세팅하는 데만 3년이 걸린다"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의 말은, 기업의 이해관계를 넘어 산업의 속도가 얼마나 빨라졌는지를 보여주는 현실 진단이었다. 지난 10일 열린 '인공지능(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곽 사장이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가로막는 금산분리 규제를 언급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원칙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방향을 틀었다. “일리가 있다"는 대통령의 한마디는 정치적 수사라기보다 현장을 전제로 한 실질적 판단이었다. 대통령은 규칙을 지키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산업은 멈출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정확히 짚었다. 최근 이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념이나 진영의 언어보다 지금 무엇이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원칙은 지키되, 원칙이 만들어진 목적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면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세다. 금산분리라는 오래된 규범 앞에서 대통령이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지금의 규제가 독점을 막고 있는가, 아니면 첨단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가를 물었다. 대통령의 생각은 간단명료하면서 단순했다. 독점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가, 오히려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면 손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해법은 유연하게 '예외적 완화'다. 반도체라는 국가전략산업에 한해, 지주회사 증손회사 지분율을 100%에서 50%로 낮추고 외부 자본을 끌어올 수 있게 하자는 구상이다. 원칙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목적에 맞게 조정하는 선택이다. 새로운 실험은 아니다. 미국 인텔은 이미 글로벌 자산운용사 브룩필드와 합작사를 만들어 반도체 팹 투자를 진행했다. 인텔이 경영권을 유지한 채 외부 자본을 활용한 구조다. 일본 역시 정부와 민간 금융이 함께 반도체 산업을 떠받치고 있고, 대만 TSMC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적극 활용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가 직접 보조금을 쏟아붓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에서, 규제 완화는 '돈 안 드는 산업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우려가 없을순 없다. 핵심 사업을 분리해 외부 투자를 받을 경우, 주주 이익이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과거 LG에너지솔루션 분사 당시의 논란이 다시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특정 기업, 특히 SK하이닉스를 위한 '맞춤형 정책' 아니냐는 시선마저 존재한다. 이 지점에서 대통령의 실용주의는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다. 이 대통령은 모든 완화를 공정위 심사와 승인이라는 안전장치 안에 두겠다고 했다. 무제한 특혜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의 '개방'이다. 삼성전자가 이미 누리고 있던 구조적 자유를 SK하이닉스도 가질 수 있게 하자는 점에서, 역차별 해소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최근 미국에 원자력 잠수함 건조 협력을 요청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과거 보수 진영의 의제로 여겨졌고, 동시에 진보 진영에서 경계하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수가 원해온 요구도, 보수가 반대해온 영역도 동시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태도. 이재명식 실용주의의 핵심이다. 정치는 선택의 예술이다. 모든 원칙을 지키면서 모든 성과를 얻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조정하느냐다. 반도체는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안보이자 미래 성장의 축이다. 그 사실 앞에서 대통령은 규칙을 신성불가침의 성역으로 두지 않았다. 이재명식 실용주의는 단기 성과보다 장기 경쟁력을 본다. 이번 금산분리 예외 완화는 그 철학이 구체적 정책으로 드러난 사례다. 논란은 남겠지만, 변화는 시작됐다. 그리고 지금 한국 경제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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