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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유례없는 인앱결제 규제, 기업 부담만 가중”

전기통신사업법은 전화나 인터넷, 데이터 통신 등 전기통신 서비스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 보호를 위해 통신 사업의 운영과 관리를 규정한 법률이다. SK텔레콤이나 KT, LG유플러스와 같은 기간통신사업자는 물론이고, 기간통신을 이용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플랫폼 등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를 모두 규율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발간한 백서에서는 주로 부가통신사업자의 규제와 관련된 개정안들을 다뤘다. 백서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발의 건수는 31건으로, 정보통신망법(55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과 콘텐츠, 통신 인프라 전반에 걸친 다양한 정책 쟁점들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동시에 다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평가 대상이 된 개정안의 상당수는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의 후속 입법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2년 3월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시행했으나, 구글과 애플 은 이 법망을 피해가는 '꼼수'로 사실상 법안이 무력화된 바 있다. 이에 국회에는 구글 등 대형 앱마켓의 외부결제 차별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콘텐츠 심사 지연·계약 차별 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한 후속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다만 이와 관련해 평가 위원들은 “전 세계 유례없는 방식의 인앱결제 규제 강제화는 실효성 확보가 어렵고, 오히려 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다수 내놨다. 여러 개정안 중 가장 논란이 된 조항은 '데이터 제공 의무화'였다. 최형두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당 개정안은 이용자 수, 매출액 등이 일정 규모 이상인 전기통신사업자는 경쟁사의 요구가 있을 시 회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 제안 이유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신규 사업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혁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이에 대해 평가 위원들은 “기업의 핵심 자산인 데이터를 경쟁사에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사업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평가했다. 또 “해외 사업자에 대한 집행 가능성이 전무하고,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만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범죄 목적의 정보'까지 삭제‧차단할 의무를 부여한 조항도 도마에 올랐다. 한 평가 위원은 “삭제 및 차단해야하는 콘텐츠의 범위를 넓히면 결국 합법 콘텐츠까지 삭제될 위험이 있다"며 “이는 법안이 표현의 자유와 산업적 자율성의 균형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밖에 일부 개정안에 나타난 수시 감시 조항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 및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평가가 나왔고, 무과실 책임의 범위를 하위 법령에 위임한 것에 대해서도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평가위원들은 “개정안 중 저평가된 법안들은 전반적으로 공정경쟁 촉진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산업 자율성과 시장 역동성을 저해하는 과잉입법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네이버 AI, 수익 천덕꾸러기에서 효자로 변신

네이버가 '실행형 인공지능(AI)'를 필두로 본격적인 수익화에 나선다. 글로벌 AI 시장의 경쟁이 '대화의 품질'에서 '실행과 전환의 완결성'을 기준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색과 커머스, 결제 인프라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이용자에게 확장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해 수익성 악화의 복병으로 꼽혔던 AI가 이제는 네이버 실적 성장의 핵심 축으로 급부상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30일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네이버는 '실행형 AI'를 핵심 전략으로 검색에서 발견, 탐색을 거쳐 구매와 예약까지 이어지는 끊김없는 경험 제공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한편 글로벌 도전 영역에서도 지속적으로 기회를 발굴하고 성과를 내며 매출 성장 가속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네이버, 1분기 매출 3조2411억원…전년比 영업익 7.2%↑ 이날 네이버는 올해 1분기 매출 3조2411억원, 영업이익 541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16.3%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2% 증가했다. 네이버는 핵심 사업 및 신규 사업 기회를 명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1분기부터 △네이버 플랫폼 △파이낸셜 플랫폼 △글로벌 도전 등으로 매출 분류 기준을 바꿨다. 네이버 플랫폼 부문은 검색 등이 포함된 '광고'와 쇼핑과 멤버십, 플레이스 등의 '서비스' 매출로 구성된다. 파이낸셜 플랫폼은 NPay 사업으로 구성되며, 글로벌 도전 부문은 크림, 소다, 포시마크, 왈라팝 등의 C2C, 콘텐츠, 엔터프라이즈 등의 사업을 포함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네이버 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4.7% 증가했고, 파이낸셜 플랫폼과 글로벌 도전 부문 매출은 각각 18.9%, 18.4% 증가했다. 김희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매출 부문에서는 광고와 커머스 등 핵심 사업과 글로벌 C2C 사업이 가속화 됐다"며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AI 경쟁력 확대를 위한 인프라 및 전략적 지식재산권(IP)에 대한 투자를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 검색부터 구매까지 한번에…네이버, 핵심사업에서 AI로 돈 번다 최 대표는 이날 컨콜에서 AI를 통한 수익화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최 대표는 검색과 광고, 커머스 등으로 이루어진 네이버의 핵심 사업 부문에서 '실행형 AI'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 대표는 “1분기 광고 매출의 성장분 중 AI의 기여도는 50% 이상을 기록했다"며 “올해 AI의 기여도는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2분기부터 쇼핑과 로컬이 결합된 생성형AI 광고를 진행하고 3분기부터 본격적인 수익화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검색 경험이 실제 구매와 예약으로 이어지도록 단계적으로 연결 서비스를 확장해 연말까지 AI 검색을 의미있는 수익원으로 안착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커머스 부문에서의 수익성 강화도 자신했다. 그는 “네이버는 2월 말 쇼핑AI를 정식 출시했는데, 2분기부터는 멤버십 혜택과 배송 등을 고도화해 이용자 경험과 수익성을 끌어올릴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AI, 배송, 멤버십을 하나의 성장 엔진으로 유기적으로 연결해 네이버커머스의 입지를 공고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온라인 데이터와 이용자 경쟁력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것이 주된 과제로 내걸었다. 결제부터 주문, 쿠폰 적립, 리뷰까지 한데 이어 오프라인 상거래 생태계 확대에 중점을 둔다. 최 대표는 “온라인에서 축적된 예약 데이터와 단골 데이터를 하나로 잇는 온오프라인 데이터 순환체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라며 “거래액 성장의 모멘텀을 본격 가속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반도체는 너무 좋은데…삼성전자, ‘아픈 손가락’ 비반도체 치유 ‘발등의 불’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로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가 완제품(세트)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수익성 악화라는 구조적 리스크에 직면했다. 업계에서는 내실이 흔들리고 있는 삼성전자 세트 사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확정실적 공시를 통해 연결 기준 매출 133조8734억원, 영업이익 57조232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 대비 매출은 69.2%, 영업이익은 756.1% 증가한 수치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부문별로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매출 81조7000억원, 영업이익 53조7000억원으로 전사 실적을 견인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여기에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까지 전반적인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했다. 반면에 스마트폰·가전·TV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은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메모리 등 핵심부품 가격 상승이 제조원가 부담으로 직결된 데다, 글로벌 수요 둔화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1분기 DX 부문 영업이익은 3조원으로 전년 동기(4조7000억원)보다 36% 감소를 감수해야했다. DX 부문의 부진은 단순한 원가 문제를 넘어 사업 전반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원가 상승, 수요 둔화, 경쟁 심화가 동시에 작용하는 '3중 압박' 구조 속에서 수익성 방어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TV와 가전은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지만, 시장 환경 악화와 비용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며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생활가전은 계절성과 경쟁 심화 영향까지 겹쳐 업계에서는 적자 구조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DX 부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원가 개선과 구조적 효율화, 중장기 조직 경쟁력 강화를 통해 근본적인 사업 체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가전사업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 등 일부 생산라인을 축소하거나 외주로 전환하고, 수익성이 낮은 시장에 대한 재검토에 나선 움직임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제조 중심에서 설계·브랜드 중심으로 전환하는 구조 재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삼성전자는 사업 혁신을 위해 최고 경험·품질 구현 제품에 더욱 집중하고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간 거래(B2B), 구독서비스 등 고성장 사업 확대도 병행한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가전업체들의 글로벌 존재감이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존 '제품 판매 확대' 전략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고 지적한 뒤 “삼성이 HVAC와 B2B 등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것도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과 TV 사업 역시 수익성 회복에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 추진된다. 스마트폰은 플래그십 '갤럭시 S26' 시리즈와 보급형 A 시리즈 판매를 확대하는 동시에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할 계획이다. TV 사업에서 반등도 노린다. 삼성전자는 30일 콘퍼런스 콜에서 “마이크로 적녹청(RGB),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중심으로 경쟁의 판을 바꾸는 신모델을 통해 론칭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북미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차별화된 마케팅과 유통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중심의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동시에 완제품 사업의 수익 구조를 어떻게 재정비할 지가 향후 실적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본다. 반도체가 실적을 견인하는 구조가 지속되더라도 DX 부문의 체질 개선이 지연될 경우 '외형성장 대비 수익성 둔화'라는 구조적 한계에 고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삼성전자, 1분기 반도체 영업익 53.7조…전년 대비 50배 급증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올해 1분기 반도체 사업에서만 5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삼성전자는 30일 공시를 통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이 53조7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약 50배 증가한 수치다. 매출도 81조7000억원으로 225% 늘었다. DS부문의 호실적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1분기 전체 영업이익은 57조2328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스마트폰·생활가전·TV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영업이익 3조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하만 역시 실적이 소폭 하락했다. 이를 포함한 삼성전자의 1분기 전체 매출은 133조8734억원, 영업이익은 57조2328억원으로 집계됐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가전 끌고 전장 밀고…LG전자 ‘성장 전환’ 기틀 마련

LG전자가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주력사업인 생활가전과 미래 성장동력인 전장사업의 동반성장에 힘입어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갈아치웠다. 실적 방어를 넘어 사업 포트폴리오의 성장구조 전환이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29일 LG전자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3조7272억원, 영업이익 1조6737억원의 확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역대 1분기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9% 증가해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특히 생활가전(HS)과 전장(VS) 사업의 합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하며,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경쟁력을 입증했다. 사업본부별로 보면 HS 사업본부는 매출액 6조9431억원, 영업이익 569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 분기를 통틀어 최대치다. 프리미엄과 볼륨존을 동시에 공략하고 구독·온라인 판매를 확대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미국 관세 영향 등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VS 사업본부는 매출액 3조644억원, 영업이익 2116억원을 기록하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솔루션의 프리미엄화와 적용 모델 확대에 힘입어 유럽 완성차 업체 중심으로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전장 사업의 질적 전환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VS 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은 출범 이후 처음으로 6%를 넘어섰다. 적자 사업에서 벗어나 수주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TV 사업 등을 담당하는 MS 사업본부는 매출액 5조1694억원, 영업이익 3718억원을 기록했다. 웹OS 플랫폼 사업의 질적 성장과 효율적인 마케팅 운영을 통해 전년 동기 대비 수익성이 개선됐다. 공조 사업을 담당하는 ES 사업본부는 매출액 2조8223억원, 영업이익 2485억원을 기록했다. 중동 정세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핵심 인력 확충에 따른 비용 증가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은 감소했다. 회사는 유럽 히트펌프 등 지역 맞춤형 제품 확대와 설치·운영·유지보수 등 기반 사업을 강화하며 수익성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삼성 히트펌프, 친환경 난방 ‘게임체인저’ 선언

삼성전자가 유럽시장에서 검증받은 친환경 고효율 난방설비인 히트펌프를 내세워 가스보일러 중심의 국내 난방시장을 탄소중립 구조로 전환시키겠다는 사업 전략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의 히트펌프 국내사업 본격화를 계기로 히트펌프 경쟁사 LG전자는 물론 가스보일러 기반 중견기업인 경동나비엔·귀뚜라미 등과 친환경 보일러 기술 개발 및 시장 선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9일 서울 태평로 사옥에서 '히트펌프 기술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히트펌프 기술 및 솔루션,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히트펌프는 외부 열에너지를 흡수해 난방원으로 활용하는 차세대 솔루션이다. 적은 에너지 투입으로 높은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화석연료 기반 난방기기보다 효율이 높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히트펌프 솔루션이 바닥 난방용 35℃ 출수 조건에서 계절성능계수(SCOP) 4.9를 기록하며 투입 전력 대비 5배 수준의 열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국내 기후에 맞춰 영하 25℃ 극저온 환경에서도 동작이 가능하며, 영하 15℃에서도 최대 영상 70℃ 고온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기존 냉매(R410A)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68% 낮은 'R32 냉매'를 적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60% 줄이는 탄소저감 효과를 거뒀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기술력을 집대성해 최근 성능과 효율, 탄소 저감을 모두 강화한 한국형 'EHS 히트펌프 보일러'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공기의 열을 물로 전달하는 '에어 투 워터(A2W:Air to Water)' 방식을 채택해 한국 온돌 주거문화에 최적화했으며, 기존 보일러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높여 설비 변경 부담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가 국내 히트펌프 시장 공략에 나선 배경에는 우리 정부의 정책도 크게 작용했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목표 아래 오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518만톤 감축을 위해 히트펌프 350만대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최근 히트펌프 전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전기화 기반 난방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의지에 힘입어 그동안 초기 단계에 머물렀던 국내 히트펌프 시장이 성장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히트펌프 보급이 확대될 경우 기존 가스보일러 중심의 난방시장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다. 같은 히트펌프사업을 전개하는 LG전자와 기존 보일러 중견기업들도 히트펌프 및 전기 난방 기술 개발 움직임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해외 히트펌프 시장의 약 50%를 차지하는 유럽에서 안정적인 사업 성과를 거두고 있어 글로벌 사업 경험과 전략을 국내시장 공략에 적극 활용해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이미 히트펌프가 친환경 난방설비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스보일러 사용을 줄이고 전기 기반 난방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확산되면서 히트펌프 수요도 가파르게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현지 시장 흐름에 발맞춰 유럽 각국에서 히트펌프 공급 계약을 확대하며 실적과 경험을 축적해 왔다. 최근에는 영국 콘월에서 열린 대규모 주거단지 재개발 프로젝트에 고효율 히트펌프 공조 솔루션을 대량 공급하기로 했고, 독일·프랑스 등 다른 주요 국가와도 히트펌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삼성전자 히트펌프 보일러에 대한 유럽의 반응도 긍정적으로, 최근 이탈리아 최고 품질 제품 3년 연속 1위 등 각종 해외 인증을 획득하며 프리미엄급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는 글로벌 연구 인프라 확충을 통해 기술력을 끌어올린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별화된 히트펌프 성능 구현을 위해 북미·유럽·일본 등 해외 20여개 나라에서 히트펌프 연구소와 테스트 랩(연구소)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아사히카와에 위치한 '삼성 냉난방공조(HVAC) 테스트 랩'에서는 혹한·강설 환경 시설에서 히트펌프 솔루션의 신뢰성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에서도 히트펌프 실제사용 주택에서 사용 패턴을 분석하고 에너지 절감 효과를 검증하는 실증 작업이 벌이고 있다. 스웨덴 왕립공과대학(KTH), 룰레오 공과대학(LTU)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고효율 난방 기술을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는 고려대학교와 차세대 히트펌프 난방, 급탕 기술 개발을 위한 산학 협력을 진행하며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송병하 삼성전자 생활가전(DA) 사업부 에어솔루션팀 그룹장은 “국내 히트펌프 시장은 이제 막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단계인 만큼 올해는 점유율 확대보다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과 안정적인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 그룹장은 “검증된 기술력과 글로벌 연구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안정적인 난방 성능과 에너지 효율 가치를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지속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히트펌프의 국내시장 확산까지 넘어야 할 과제를 인정하며 해법 모색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의 대표적 주거 형태인 고층 아파트 적용은 아직 초기 단계로, 구조적 하중과 전력 용량 등 기술적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송 그룹장은 “고층 아파트는 하중과 전력 용량 등 고려할 점이 많아 삼성물산과 함께 최적의 솔루션을 연구 중이며, 조만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일하는 방식 재정의”…HP, AI PC·로컬 AI 플랫폼 동시 출격

“인공지능(AI)은 이제 단순한 기능을 넘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정의하고 있다." 강용남 HP코리아 대표는 28일 서울 청담 앤헤이븐에서 열린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HP는 'AI가 바꾸는 일의 미래'를 제시하며 차세대 AI PC 및 워크스테이션 포트폴리오를 공개했다. HP가 선보인 차세대 상업용 PC 'HP 엘리트북 X G2 AI PC'는 최대 85 TOPS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을 지원하는 AI PC로, 로컬 환경에서 AI 연산을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최대 28시간 배터리와 상시 연결 기능을 통해 이동이 잦은 업무 환경에서도 높은 생산성을 제공한다. 또한 다양한 소프트웨어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문서 작성, 콘텐츠 제작 등 실제 업무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AI 기능을 지원하며, 복잡한 설정 없이도 AI를 업무 흐름에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HP는 이와 함께 협업 중심 사용자를 위한 'HP 엘리트북 8 G2 시리즈', 기업 및 공공기관 환경에 적합한 'HP 엘리트북 6 G2 시리즈', 중소기업을 위한 'HP 프로북 4 G2 시리즈', 데스크톱 환경을 위한 'HP 엘리트데스크 8 G2 시리즈' 등 다양한 제품군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업무 방식과 조직 규모에 맞는 최적의 AI PC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HP는 설명했다. 이들 제품은 AI 기반 업무 자동화와 협업 기능을 지원하는 동시에 'HP 울프 시큐리티' 기반 보안·관리 기능을 통해 기업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와 함께 HP는 온디바이스 기반 로컬 AI 플랫폼 'HP IQ'를 처음 공개했다. HP IQ는 단순한 AI 기능을 넘어 사용자 업무 흐름 전반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지능형 플랫폼이다. 문서 요약, 업무 자동화, 파일 정리 등 다양한 기능을 기기 내에서 직접 수행하며, 디바이스 간 연결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사용자 작업 맥락을 기반으로 업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온디바이스 구조를 통해 보안성도 함께 강화했다. 이처럼 HP가 AI PC 포트폴리오 확대와 함께 로컬 AI 플랫폼을 선보인 것은 AI가 업무 환경 전반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AI 확산과 하이브리드 근무의 일상화로 다양한 디바이스와 협업 도구가 혼재되면서, 생산성과 관리 효율성에 대한 요구가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AI PC 경쟁은 단순한 성능 경쟁을 넘어, 업무 환경 전반을 통합하는 '플랫폼 경쟁'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AI가 개별 기능이나 특정 디바이스를 넘어 사람이 일하는 모든 흐름에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디바이스 간 연결성과 경험의 일관성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HP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AI가 바꾸는 일의 미래'를 핵심 화두로 제시하며, 디바이스 간 연결과 경험의 통합을 통해 새로운 업무 환경의 방향성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다. 강용남 대표는 “HP는 PC·프린터·협업 디바이스 등 사무 환경 전반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각각의 기기가 하나의 지능형 시스템처럼 연결되는 '일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는 장소와 디바이스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자연스럽고 끊김 없는 업무 경험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병홍 HP 코리아 전무는 “이제 PC는 단순한 디바이스를 넘어 업무 경험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HP는 디바이스를 넘어 경험으로 확장되는 'PC의 미래'를 정의하고, 사람과 업무,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로보락처럼 한국에 말뚝 박자…中가전, 정수기·에어컨까지 ‘전방위 공습’

로보락의 로봇청소기 시장 진출 성공을 눈여겨 본 중국 가전 브랜드들이 정수기·세탁기·공기청정기 등으로 출시 제품군을 늘리며 '한국 시장 대공세'에 나선다. 진출 초기 특정 제품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경쟁력으로 국내 시장에서 가격 만족도와 브랜드 인지도를 넓혀온 중국 브랜드들이 국내 생활 가전 전반으로 파고드는 침투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27일 가전 업계에 따르면, 로봇청소기를 중심으로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온 드리미는 헤어스타일러, 헤어드라이어, 음식물처리기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한국 소비자와의 접점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드리미는 최근 정수기를 비롯해 선풍기·공기청정기 등 신제품 3종으로 구성된 '스마트 에어 케어 콜렉션'을 선보였다. 이어 하반기에는 올인원 세탁건조기 출시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단일 히트 제품에 머무르지 않고 생활 가전 전반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행보다. 또 다른 중국 가전기업 마이디어는 냉방가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들어 3~4월 두 달에 걸쳐 벽걸이형 에어컨 6종, 스탠드형 에어컨 2종을 잇달아 선보였다. 여름을 앞두고 계절성 수요가 큰 냉방가전 시장에 진입해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한 제품 확대를 넘어, 국내 가전시장 진입 전략이 '단일 히트 → 포트폴리오 확장'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확인된 '성공 공식'이 다른 가전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생활가전 전반으로 옮아가는 초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중국 브랜드들의 한국 공략에서 또다른 주목할만한 흐름은 중대형 가전으로 진입하려는 움직임이다.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소형가전에서 벗어나 가격 경쟁력과 성능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 신뢰를 확보한 뒤 이를 기반으로 중대형 가전시장까지 노린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샤오미다. 스마트폰을 필두로 로봇청소기·공기청정기 등을 판매하며 국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 온 샤오미는 에어컨·세탁기·냉장고 등 대형 가전 라인업도 갖출 전망이다. 앤드류 리 샤오미 국제사업부 동아시아지역 총괄은 이미 지난해에 “내년(2026년)에 한국으로 대형 가전을 들여오는 게 목표"라며 세탁기·냉장고·에어컨을 대표 제품으로 거론했다. 업계에선 중국 내수시장의 둔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 속 해외시장 확대가 필수과제로 떠오른 중국 가전 브랜드들이 한국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국의 소매 판매는 전년동기 대비 1.7% 증가한 4조1616억위안을 기록했다. 앞선 1∼2월 증가율(2.8%)은 물론 시장 전망치(2.3%)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다. 국내 가전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가전업황이 부진한 상황 속에서 중국 브랜드의 잇단 제품 출시로 갈수록 국내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탓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전제품 판매액은 28조7745억원으로 전년대비 5.7% 줄었다. 2022년 35조원에서 지난해 28조원대로 해마다 하락하는 추세다. 그동안 국내 가전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는 양강체제로, 외국 브랜드의 진입이 쉽지 않은 구조였다. 업계도 당장 중국 브랜드가 삼성·LG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일부 품목에서 시작된 경쟁이 세탁기·에어컨 등 핵심 생활가전으로 확산될 경우 시장 구조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LG 중심의 양강 체제가 유지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경쟁 구도가 다극화 양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표적인 예외 흐름으로 로봇청소기 분야에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 로보락이 삼성·LG 철옹성을 무너뜨리면서다. 로보락은 지난해 연간 판매액 기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점유율 50%를 넘어섰다. 4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운 로보락은 기술력까지 빠르게 끌어올리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제품군을 중심으로 흡입력, 물걸레 자동 세척·건조 기능 등 고도화된 사양을 앞세워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동시에 확보하며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을 주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브랜드의 가전 제품 라인업 확대는 로보락의 국내시장 성공 사례에서 자신감을 얻은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종합생활가전 기업' 입지를 다지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LG이노텍 ‘깜짝 실적’…1분기 영업익 136% ‘쑥’

LG이노텍이 계절적 비수기에도 모바일 카메라 모듈과 반도체 기판의 견조한 수요에 힘입어 1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LG이노텍은 27일 공시를 통해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5348억원, 영업이익 2953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1%, 136% 증가한 수치다. 특히 매출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회사 측은 “비수기에도 모바일 카메라 모듈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진 가운데, 주파수 시스템 인 패키지(RF-SiP)와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등 고부가 반도체 기판 공급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량용 카메라와 조명 모듈 등 모빌리티 부품 사업도 꾸준히 성장하며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정보통신망법, 규제 대상 모호한데 “일단 막고 보자”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인터넷·모바일 등 정보통신망의 안전한 운영과 이용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대한민국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법률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 사건사고의 빈번한 발생 등으로 법 개정 역시 잦은 편이다. 이번 '2026 인터넷산업 규제백서'에서 평가대상이 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총 55건으로, 전자상거래법과 온라인플랫폼법안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백서는 특히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허위‧조작 정보 근절법'에 대한 평가 내용을 심도 있게 다뤘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허위·조작 정보 근절법'은 언론사·유튜버 등이 불법·허위조작정보를 고의로 유통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은 '증명이 어려운 손해'에 대해서도 5000만원까지 배상액 부과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판결로 확정된 불법·허위조작정보를 인터넷에 반복 유통해도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된다. 허위 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이와 관련해 취득한 재물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신설됐다.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 법이 '입틀막법'이라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했지만, 결국 법안은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번 백서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평가는 '허위·조작 정보 근절법'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평가에 참여한 위원들은 이번 정보통신망 개정안에 '체계성 및 정당성'과 '헌법 원칙 준수성', '비례성(과잉금지)' 부문에서 전반적으로 낮은 점수를 줬다. 협회 측은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 보호, 사자(死者) 정보 접근권 등 기본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규제 대상과 범위를 명확히 특정하지 못한 점이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평가에 참여한 위원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죄의 형량 상향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사자의 정보 접근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포괄 위임하는 것은 헌법상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위원은 “특정정보의 조회수·추천수 조작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명확하고 과도한 규제"라고 비판했다. 서종희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허위·조작정보의 개념과 판단 기준이 아직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플랫폼 입장에서는 신고를 접수하면 보수적인 입장에서 애매한 정보까지 선제적으로 삭제·차단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사실상 사적 검열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특히 허위 신고에 의해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삭제한 경우에는 향후 플랫폼의 법적 책임까지 문제 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개정안들은 '형사처벌 도입' '행정권한 확대' '기술적 의무 부과' 등 서로 다른 규제 수단을 결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평가 위원들은 이와 관련해서도 “충분한 단계화 없이 규제 수단을 결합하면서 기본권 제한의 강도와 범위가 불명확해졌다"고도 지적했다. 평가위원들은 그밖의 개정안들이 산업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고도 지적했다. AI와 클라우드, 디지털유산 등 신산업 분야를 규율 대상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해당 기술과 서비스의 특성, 발전 단계, 산업 구조를 충분히 반영한 규제 설계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 평가위원은 “AI기본법이 시행되기 전, 동일한 규제 내용을 중복 입법하는 것은 시기 상 부적절하며 기술적 실효성도 담보하기 어렵다"며 “'딥페이크 정보 표시의무 조항'은 기술적 한계와 산업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 규제"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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