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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등 26명 워싱턴行…‘트럼프發 통상압박 막아라’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앞서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와 투자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태원 회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이 19~20일 미국을 공식 방문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 민간 경제사절단이 처음 미국을 찾는 것으로, 전 세계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양국 간 경제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이번 사절단엔 한미 경제협력의 핵심인 자동차·반도체·철강·조선·에너지·플랫폼 등 주요 산업을 대표하는 26명의 CEO들이 대거 참여한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원경 삼성전자 사장, 유정준 SK온 부회장, 이형희 SK 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성김 현대자동차 사장, 윤창렬 LG글로벌전략개발원 원장이 포함됐다. 또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 임성복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 실장, 주영준 한화퓨처프루프 사장, 이나리 카카오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위원장, 신세계 김민규 부사장 등도 함께한다. 사절단은 첫날인 19일 미 의회도서관 토마스 제퍼슨 빌딩 그레이트홀에서 열리는 '한미 비즈니스의 밤'(Korea-US Business Night) 행사에 참석한다. 1897년 개관한 이 건물은 역대 미국 대통령의 정상급 리셉션이 열리던 장소다. 이번 행사에는 미국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내각 주요 인사 등 150여 명이 함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사절단은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를 위한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설명하고, 각 기업과 주요 투자 주(州) 관계자들과 개별 미팅도 진행한다. 20일엔 백악관에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관세 정책을 비롯한 여러 통상 현안을 논의하고, 양국 간 전략적 협력 의제와 대미 투자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제시할 예정이다.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조선 분야 협력, 완성차 및 부품 제조시설 투자, 차세대 원전 개발과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등이 주요 논의 사항이다. 대한상의는 한국이 트럼프 1기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에 적극 부응한 모범적인 투자국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은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미국의 최대 그린필드 투자국 자리를 지켰다. 2017년 이후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분야 등에 1600억달러(약 231조원)를 투자해 미국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각국의 외교전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번 활동은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회와의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단독] 대한항공, 내달 11일 신규 CI 공개 예고

대한항공이 새로운 정체성을 담은 기업 이미지(CI)를 내달 공개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발표 이후 약 4년 만에 선보이는 변화다. 이에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임직원들과의 시간을 갖고 기업 가치 체계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16일 본지 취재 결과 대한항공은 내달 11일 17시 30분부터 20시까지 약 2시간 30분 간 'KE 라이징 나이트(KE Rising Night)' 행사를 개최하고 CI를 공개할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행사는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대한항공 본사 OC 격납고에서 진행될 예정이고, 회사는 당일 참석할 임직원을 모집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한 이후 약 4년여에 걸친 기업 통합 과정을 거쳐 왔다. 이번 CI 변경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기념함과 동시에 새로운 기업 가치를 대내외에 선포할 중요한 기점으로 해석된다. 대한항공은 신규 CI 공개 이후 이를 본격 적용하는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항공기 도색 변경과 운항·객실 승무원 유니폼 디자인 개편, 공항 라운지·사옥 외관 리브랜딩 등이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본사 격납고 외벽과 항공기 출입문에 대해서는 CI 교체 작업이 한창이다. 업계에서는 신규 CI가 단순한 로고 변경을 넘어 글로벌 항공사로서의 비전과 가치를 담은 상징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1984년 만들어진 현용 CI는 태극 문양을 응용해 역동적인 힘을 표현하고, 프로펠러의 회전 이미지를 형상화 한 것인데 기존 디자인이 어떻게 재탄생할지 주목된다. 앞서 지주회사 한진칼은 흰 바탕에 남색으로 된 CI를 2022년 1월 특허 당국에 출원한 바 있지만 확정된 건 아니라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그러나 사내에 공지한 게시물 속 활자체와 최근 도입한 신규 기재인 A350-900의 기내 픽토그램에 활용된 디자인 언어가 특허청에 등록한 로고 폰트와 동일해 사실상 확정됐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외에도 대한항공은 오는 3월 중 일련의 행사를 계획 중이다. 조원태 회장은 내달 4일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본사 5층 강당에서 'KE 보딩 데이(KE Boarding Day)'를 통해 신규 기업 가치 체계 선포식을 열고 임직원들과 타운홀 미팅 시간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오는 19일까지 사전 접수된 다양한 질문에 대해 직접 답변한다. 또 4일부터 10일까지는 'KE 커넥팅 위크(KE Connecting Week)'라는 임직원 온라인 이벤트가 진행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바다에서도 탄소 중립 요구 높아…K-조선, 원자력 추진선으로 돌파구 찾는다

해상 탄소 중립 규제의 강도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차세대 선박 기술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액화 천연 가스(LNG)나 이중 연료(DF) 추진 선박은 연소되지 않은 메탄을 배출해 탄소 중립 기조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때문에 원자력으로 움직이는 선박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운 온실 가스 퇴출을 위해 2050년 경 또는 근접한 시기에 탄소 순 배출량 제로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08년 총 온실 가스 배출량 대비 2030년까지 최소 20%, 2040년까지는 최소 70%까지 감축하고, 2030년까지 국제 해운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총량의 최소 5%를 저·무배출 기술 또는 연료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현재 전세계 해상 물동량은 2022년부터 2026년 사이 연 평균 2.4% 증가하는 추세로, 오는 2050년 온실 가스 배출량이 2008년 대비 3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선박용 벙커C유의 대체 에너지원으로는 액화 천연 가스(LNG)·에탄올·암모니아·수소·전기 등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연료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온실 가스 배출을 수반한다. 한국기후변화연구원에 따르면 천연 가스는 연소 시 석탄이나 석유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지만 주성분인 메탄(CH₄)의 온실 효과는 이산화탄소(CO₂)보다 25배 이상 강력하다. 아울러 이중 연료 추진(DF) 선박은 LNG·저유황유(VLSFO)·고유황유(HSFO) 등 기존 연료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지만 연료 전환 과정에서 엔진 손상·연소 효율 저하 가능성이 있다. 또한 LNG를 사용하는 만큼 연료 추진 선박에서 연료가 불완전 연소돼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이중 연료선은 과도기적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업계에서는 선박 추진용 연료를 화석 연료에서 친환경 연료로 대체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 추진선이 연료 연소 과정이 없어 탄소 중립이 대두되는 현 조선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한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2일 '휴스턴 해양 원자력 서밋'에서 소형 모듈 원전(SMR) 기술을 적용한 1만5000 TEU급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설계 모델을 최초 공개했다. 삼성중공업은 2021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선박용 용융염 원자로(MSR)' 개발 연구를 진행해왔고, 현대건설·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원자력선 개념을 설계하고 있다. 원자력선은 주로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원자력선에 활용될 수 있는 SMR은 100MW 내외로 대형 원전에 비해 10분의 1 규모다. 원자로 연료인 저농축 우라늄은 10~2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하고, 중간 연료 공급이 불필요해 장거리 운항 시 연료 재보급 부담 없이 운항할 수 있어 항만 의존도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원자력은 기존 선박과 달리 엔진의 배기 기관이나 연료 탱크 등의 기자재가 요하지 않는다. 큰 부피를 차지하던 연료 저장 탱크가 필요 없다는 점은 곧 적재 공간 증가와 운송 효율 극대화로 직결돼 경제성을 제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통상 선박 운용 기간이 25~30년에 이르는 점을 고려할 때 막대한 운영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장준섭 한화오션 함정기술연구센터 연구원은 “원자력 대비 타 추진 체계의 운용 비용이 높아지는 역전 시점은 11.8년"이라며 “25년 간 운항한다고 가정하면 디젤은 7038억원, LNG는 6084억원이 더 든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최근 북극 항로를 시작으로 극한의 환경에서 선박을 띄울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원자력선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현재의 항로보다 거리가 훨씬 짧아 항해 일수와 물류비를 크게 단축할 수 있고, 인도양에 출몰하는 해적 등의 위험 요인이 없다. 또한 금·은·다이아몬드·아연·가스·석유 등 전 세계 자원 중 22% 가량이 북극 항로에 매장된 것으로 보여서다. 이 지역에서는 저온 상태에서 선체의 결빙이나 눈의 축적, 그리고 해수의 물보라 등으로 쌓인 얼음으로 장비의 지속적인 작동이 어렵다. 장 연구원은 “추진원으로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적은 양의 연료로도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어 극한의 기후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전성 검증·국제 규제·원자력 선박에 대한 대중적 수용성 문제 등을 해결해야 상용화가 가능할 것인 만큼 원자력선은 203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SOOP·치지직, 이용자 유치 경쟁…‘벗방’ 등 선정성 논란은 여전

국내 스트리밍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SOOP(숲)과 네이버 치지직이 지난해 견조한 실적을 거둔 가운데 올해도 이용자 유치 경쟁을 펼친다. e스포츠 중계권·버튜버 등 콘텐츠 다변화로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지만, 지속 제기되는 '벗방(노출 방송)' 꼬리표를 벗는 건 숙제로 꼽힌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SOOP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291억원·영업익 1143억원·당기순이익 9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3%·27%·33% 증가한 수치다. 사측에 따르면 전체 매출의 78.4%가 별풍선·구독 등 기부경제 선물로 구성된 플랫폼 매출이다. 광고·콘텐츠 제작 매출 20.5%, 기타 매출 1.1% 순으로 이어진다. 지난해의 경우 플랫폼 3265억원, 광고·콘텐츠 980억원으로 각각 26%, 18% 늘었다. 증권가에서도 SOOP의 수익 구조에서 기부경제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OOP 수익의 핵심 구조는 기부경제임이 경쟁 플랫폼 트위치가 철수한 지난 1년간 증명됐다"며 “별풍선(기부경제) 매출과 SOOP 이익의 상관관계는 0.82로 높다"고 진단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0조7377억원·영업익 1조9793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각각 11%·32.9% 증가한 수치로, 국내 인터넷 플랫폼 기업 중 최초로 연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네이버의 매출 중 치지직이 포함된 콘텐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6.9%다. 기부경제 매출(치즈)보다는 중간 광고·구독형 광고 제거 상품 등 광고 매출을 통한 수익 창출 모델을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콘텐츠 비중을 살펴보면 아직은 자체 리그·중계보단 개인방송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매출의 상당 부분은 기부경제가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SOOP보단 기부경제 매출 의존도가 낮은 편이지만, 대형 스트리머 팬덤에 의존하는 운영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얼빈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양사는 올해도 이용자 유치 및 확대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인터넷방송 통계 사이트 소프트콘뷰어십에 따르면 16일 기준 SOOP의 월평균 시청자수 13만3460명으로 치지직(11만2523명)보다 2만937명 많다. 지난해 양사의 평균 시청자수 격차는 SOOP 13만5922명, 치지직 13만3726명으로 2266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올해 경쟁 양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통 과제는 이른바 '엑셀 방송'과 같은 선정적 콘텐츠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엑셀 방송은 스트리머들이 별풍선·치즈를 받기 위해 장기자랑 또는 미션 등을 수행하는 콘텐츠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 노출돼 논란이 적잖다. 양사는 지난 한 해 동안 선정적 콘텐츠에 대한 모니터링·규제가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물론 자체 가이드라인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규제 기준 등이 모호해 이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유지하는 스트리머들이 적잖다. 실제 이들의 메인 검색어에 '여캠(여성 스트리머가 메인으로 등장하는 방송)'을 검색하면 외모나 가슴·둔부 등 성적 매력 어필이 주 콘텐츠가 되는 방송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 여전하다. 치지직은 선정성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오는 21일부터 부적합 콘텐츠 기준 및 등급 정책 등을 개편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예정이다. 선정적 행위 및 음란성, 유해 콘텐츠의 예시와 정의를 명확히 했다. 예컨대 카메라가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에 초점을 맞추거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방송하는 경우 부적합 콘텐츠로 분류돼 서비스 이용이 제한된다. 라이브 스트리밍 등 신규 업로드가 임시 또는 영구적으로 제한되고, 이 기간에 치지직 내 다른 채널 콘텐츠에 출연할 수 없다. 다만 회사 입장에선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은 콘텐츠를 쉽사리 제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플랫폼업계 한 관계자는 “강력한 제재 기준을 적용한다 해서 기존 이용자들의 인식이 바뀌는 게 아니다. 사측 입장에선 오히려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향후 부정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콘텐츠 품질 및 지속적인 가이드라인 개선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혼다·닛산 ‘합병 무산’ 공식화…현대차그룹, 친환경차 시장 ‘독주’

일본의 2위, 3위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추진했던 합병이 결국 무산됐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은 판매량 글로벌 3위를 유지함과 동시에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합병을 논의하던 양사는 지난해 연말부터 논의되던 혼다와 닛산의 합병이 최근 공식적으로 결렬됐다. 이는 혼다 측이 닛산에 자회사 전환을 제의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현재 양사의 위상을 고려했을 땐 심각한 경영 부진에 빠진 닛산이 혼다의 아래로 들어가는 것이 이상하지 않지만 닛산쪽에선 자존심이 크게 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논의된 이 합병이 성사될 경우, 양사의 2023년 판매량 기준으로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세계 3위 자동차 업체가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협의 두 달 만에 중단되면서 없었던 일이 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판매량 기준으로 3위 자리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차 및 전기차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견고히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혼다와 닛산이 합병할 경우 친환경차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탄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혼다는 토요타, 현대차에 뒤처지지 않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닛산 역시 비록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전기차 기술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합병 철회로 인해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경쟁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친환경차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친환경차 34만6441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24.6%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친환경차 판매를 시작한 이후 연간 최다 판매 기록이다. 추후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라인업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달 진행한 2024년 4분기 컨퍼런스 콜에서도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수익성을 방어하고 판매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며 소형부터 대형까지 하이브리드 트림을 갖춘 풀라인업을 완성했다. 또 2027년에는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모델도 선보여 프리미엄 하이브리드차 시장까지 공략할 예정이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 출시에 이어, 최근 EV4와 EV2 티저를 공개하며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기아 EV4는 지난해 EV 데이에서 콘셉트카로 공개된 모델로, EV6, EV9, EV3에 이어 기아가 국내 시장에 네 번째로 선보이는 전용 전기차 모델이다. EV3와 함께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어갈 전략 모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미국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지아주에 지은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가동도 올해 본격 확대한다. 특히 기존 미국 공장들은 내연기관 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하이브리드 모델의 생산이 어려웠는데 HMGMA가 본격 가동되면 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혼다와 닛산의 합병 무산은 현대차그룹에게 더없이 유리한 상황"이라며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3위를 지키면서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선두자의 위치를 수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현대차, 캐나다 ‘올해의 차’ SUV-전기차 부문 2관왕

캐나다 SUV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 현대자동차가 토론토 국제 오토쇼에서 개최된 '2025 캐나다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싼타페와 아이오닉 5 N이 나란히 수상하며 2관왕을 차지했다. 16일 현대차에 따르면 싼타페는 '올해의 유틸리티 차', 아이오닉 5 N은 '올해의 전기차 유틸리티'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현대차는 이번 수상으로 최근 4년간 3차례나 캐나다 올해의 유틸리티 차를 석권하는 기록을 세웠다. 앞서 2022년 투싼, 2023년 아이오닉 5가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시상식은 승용, 유틸리티, 전기차 승용, 전기차 유틸리티 등 4개 부문에서 진행됐다. 유틸리티 부문에서 싼타페는 마쯔다 CX-70, 토요타 랜드크루저와의 경쟁에서 승리했고, 아이오닉 5 N은 기아 EV9, 마쯔다 CX-70 PHEV를 제치고 수상했다. 캐나다 자동차기자협회 심사위원단은 싼타페의 인체공학적 설계와 직관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호평했다. 아이오닉 5 N은 641마력의 강력한 성능과 N e-시프트 기능을 통한 스포티한 주행 경험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에반 윌리엄스 캐나다 기자협회 대표는 “아이오닉 5 N의 고성능 특화 요소들은 전기차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혁신적이고 고품질의 차량을 통해 캐나다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계속해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캐나다 올해의 차는 캐나다 자동차기자협회가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상으로, 현지 자동차 전문가와 기자 등 47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와 투표로 선정된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LNG값 급등에 정유사 실적 개선 기대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TTF 선물거래소의 3월 인도분 천연가스 가격이 지난 10일 오전 MWh당 58.76유로를 기록했다. 이는 전거래일 대비 5.4% 상승한 것으로, 2023년 2월 이후 최고치다. 작년 2월 중순 28유로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가스 가격 상승은 러시아발 공급 불안과 유럽의 한파로 인한 난방수요 증가가 주된 원인이다. 유럽의 가스 재고는 현재 저장시설의 49% 수준으로, 작년 동기 67%에서 크게 감소했다. 겨울이 끝날 때쯤엔 37%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갈등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계획 발표에 중국이 미국산 LNG에 보복 관세를 매기며 시장이 출렁였다. 14일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의 미국 현물 LNG 가격은 MMbtu당 3.65달러를 기록했고, 시장은 추가 상승을 점치고 있다. LNG 가격이 오르면 석유 수요가 늘고 정제마진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LNG 가격이 상승하면 발전소와 산업체들이 보다 경제적인 대체 연료를 찾다보니 석유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특히 발전 부문에서 LNG 대신 석유 제품(중유, 경유 등)을 사용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석유 수요 증가는 석유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정제마진은 원유 가격과 석유 제품 가격의 차이로 결정되므로, 석유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 정제마진이 개선된다. 또한, LNG 가격 상승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증가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여 석유 제품 가격 상승을 더욱 뒷받침한다. 국내 정유사들은 해외 원유를 국내로 운송하여 판매하기까지 최소 한 달 내외의 시차를 두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 원유가격 상승 시 정제마진이 확대되고 하락 시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LNG 가격 상승으로 인한 석유 수요 증가는 이러한 시차 효과를 극대화해 정제마진 개선에 기여하게 된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LNG 현물가가 MMbtu당 20달러를 웃돌자 글로벌 기업들이 발전용 연료를 저유황 연료유로 바꾼 바 있다. 이로 인해 디젤의 평균 마진은 2021년 10~15달러에서 2022년에는 50달러까지 급등했다. 여기에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로 중국, 인도 등에 대한 러시아산 석유 공급이 제한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김형건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정부 조치로 인한 불확실성은 있지만, 러시아 제재로 국내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얻게 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전자, 임직원 자발적 모임 ‘ERG’ 출범

삼성전자가 임직원들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11일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DX부문 임직원 리소스 그룹(ERG) 발대식을 개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조시정 DX부문 피플팀장 부사장과 임직원 60여 명이 참석했다. ERG는 임직원들의 자발적 네트워킹 모임으로, 외국인 임직원, 접근성, 일하는 부모, 여성,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문화 전파 등 5개 주제로 운영된다. 현재 임직원 120여 명과 자문 임원 5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ERG 리더들은 대내외 네트워킹, 멘토링 프로그램, 임직원 인식 개선 교육, DEI 캠페인 등 향후 활동 계획을 발표했다. 조시정 부사장은 “지속가능한 기업에는 DEI가 필수적"이라며 “개개인의 고유한 경험과 배경이 존중받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해외에서 ERG를 운영 중이다. 2014년 북미를 시작으로 현재 38개 ERG에서 6400여 명의 임직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세계 여성의 날, 접근성의 날 등 다양한 네트워킹 행사를 진행하며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MX사업부 노은정 프로는 “글로벌 기업의 구성원으로서 국내 ERG의 의미 있는 첫걸음에 함께 해 기쁘다"며 “포용적 문화를 위한 지속적인 활동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여성·외국인 리더 양성과 장애인 임직원 지원 등을 통해 혁신적 조직문화를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앞으로도 다양한 임직원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구축에 힘쓸 계획이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모건스탠리 선정 로봇기업 100곳 중 韓 7곳…네이버 ‘눈길’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향후 10년간 기술 투자의 핵심 분야로 부상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16일(현지시간) 발표한 '휴머노이드 100'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전망과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주도할 100대 기업을 선정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보고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잠재적 시장 규모를 60조 달러로 분석했다. 이는 현재 글로벌 GDP의 절반을 넘어서는 규모다. 모건스탠리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급속한 발전, 그리고 두 기술의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크게 세 부문으로 나눴다. AI 칩과 소프트웨어, 반도체를 개발하는 '브레인(Brain)' 부문, 하드웨어를 제작하는 '바디(Body)' 부문, 그리고 이 둘을 아우르는 '인테그레이터(Integrator)' 부문이다. 모건스탠리는 각 부문별로 선도 기업들을 선정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대거 포함돼 눈길을 끈다. 네이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SK하이닉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7개 기업이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네이버는 소프트웨어 기업 중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네이버는 인테그레이터 부문에 포함됐다. 이는 완전한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았다는 의미다. 네이버와 함께 테슬라, 애플, 아마존, 소니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이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가 함께 선정됐다. 네이버의 선정 배경에는 다양한 로봇 기술 개발과 원천 기술 보유가 있다. 네이버는 자율주행 로봇 '루키'와 양팔 로봇 '엠비덱스' 등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 클라우드, 디지털 트윈, 로봇 운영체제(OS) 등 로봇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대부분 '브레인' 부문에 포함된 것과 달리 네이버는 '인테그레이터'로 선정된 점이 주목할 만하다"며 “다양한 형태의 로봇 개발과 함께 원천 기술을 보유한 점이 차별화된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인테그레이터 부문 외에도 메모리와 팹리스 부문 브레인 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이는 삼성전자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와 AI 칩 개발 능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분야 브레인 기업으로 꼽혔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는 네이버, 삼성전자와 함께 인테그레이터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두 기업 모두 로봇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분야 바디 기업으로 선정됐다. 한편 글로벌 기업들의 선정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과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미국에서는 테슬라, 애플,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 메타(구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중국에서는 전기차 업체 BYD와 IT 공룡 알리바바, 텐센트가 이름을 올렸다. 미국 기업들은 주로 브레인 부문에 집중됐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아시아 기업들은 인테그레이터나 바디 부문에 많이 포진했다. 이는 하드웨어 제조 능력에서 아시아 기업들의 강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본 기업들도 여러 부문에서 선정됐다. 소니는 인테그레이터 부문에, 혼다와 도요타는 바디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혼다와 도요타는 오랫동안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투자해 온 기업들이다. 혼다의 '아시모'는 세계 최초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유명하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보고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보고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특히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에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보고서는 “기술적 과제와 함께 윤리적, 법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며 “로봇 윤리와 관련된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지분 ‘0% 후계자’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고금리·경기 위축에 경영능력 입증 난관

경영능력을 입증해야하는 코오롱그룹 오너 4세인 이규호 부회장이 난관을 맞이했다. 최근 고금리와 경기 위축·전기차 캐즘 등의 악재로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를 맡은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하락세인 탓이다. 올해도 고금리와 경기 위축이 크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관세 등의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어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산업권에 따르면 코오롱은 재계에서 보기 드물게 경영권 승계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그룹으로 꼽힌다. 코오롱그룹의 총수(동일인)인 이웅열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오너 4세인 이규호 부회장이 유일한 차기 후계자로 꼽힌다. 그러나 그는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의 지분을 단 한주도 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부회장은 재계에서 '0%의 후계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다만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해 지분보다 경영능력 입증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18년 이 명예회장은 이 부회장에 대한 지분 증여에 대해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영능력을 입증한다면 지분 증여 등이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1984년생으로 미국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패션부문) 최고운영책임자,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 부사장,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이사 사장 등 여러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지난해 초 지주사 ㈜코오롱의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른 이 부회장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대표이사를 사임(사내이사직 유지)하고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등 주력 계열사의 사내이사로 선임돼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지주사는 물론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를 맡은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고금리와 경기 위축의 영향으로 ㈜코오롱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조7693억원, 영업이익 227억원을 기록해 각각 지난 2023년 대비 2.1%와 77.9% 줄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주력 상품인 아라미드 생산시설의 정기보수가 많았던 영향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1645억원을 기록해 2023년 대비 17.6% 줄었다. 코오롱글로벌은 고금리 상황에서 건설업황이 크게 악화한 탓에 영업손실 45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2023년 말까지 이 부회장이 대표를 맡았던 코오롱모빌리티그룹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위축)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2023년 대비 50% 줄어든 197억원으로 집계됐다. 경영능력을 입증했다고 보기는 다소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지난해 코오롱그룹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의 실적 악화를 발생시킨 악재가 올해도 대부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39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중간 값이 종전의 1.8%보다 1.6%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6%~1.7%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은 당시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과 함께 경기 위축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하향 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전기차 캐즘도 올해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자동차그룹 HMG경영연구원의 양진수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상무)은 지난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올해도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전기차·배터리 관련 전문가들도 올해 캐즘의 지속을 예측하고 있다. 다만 고금리만큼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금리는 3.5% 수준을 지속 유지했는데 올해 연초 3%로 0.5%포인트(p) 가량 하향 조정됐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2~2.5% 수준으로 3~4차례 하향 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올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연초부터 관세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지난해보다 악재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도 코오롱그룹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가 호실적을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업무를 맡은 만큼 당장의 실적에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코오롱그룹이 최근 몇 년 동안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그룹 내 사업 분할·합병을 잇달아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은 지난 2023년 코오롱글로벌의 자동차 부문을 인적 분할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독립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지난해 7월에도 항공과 방산 계열사 코오롱데크컴퍼지트, 코오롱글로텍의 경량화 부품·방탄소재·수소탱크 사업, 코오롱ENP의 차량용 배터리 경량화 소재 등 그룹 내에 흩어져 있던 복합소재 사업들을 한데 모아 '코오롱스페이스웍스'를 출범시켰다. 이 부회장은 이 같은 분할·합병 작업을 직접 이끌거나 상당한 영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이 명예회장은 아직 건재하다"며 “승계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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