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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시장 침체 속 ‘신작 흥행’ 반등 신호

수출 감소와 이용률 하락 등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게임시장이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크래프톤과 넥슨이 선보인 신작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침체된 게임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3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는 지난 28일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출시 후 40분 만에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 판매 수익 1위를 기록했다. 이후 31일 기준으로 2위를 유지하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같은 날 정식 출시된 넥슨의 하드코어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하 카잔)'도 스팀 매출 순위 4위로 출발한 뒤, 31일 기준 3위로 상승하며 순항 중이다. 카잔은 넥슨 자회사 네오플의 대표 지식재산권(IP) '던전앤파이터'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싱글 플레이 PC·콘솔 패키지 게임이다. 이로써 인조이와 카잔은 나란히 스팀 매출 10위권에 안착했다. 국내 게임 두 개 이상이 스팀에서 매출 10위권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조이의 인기 비결로는 250개 이상의 정교한 커스터마이징 옵션, 온디바이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창작 도구, 협동 플레이가 가능한 '스마트 조이' 기술, 언리얼 엔진 5 기반의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 등이 꼽힌다. 카잔은 네오플 특유의 정교하고 호쾌한 액션성을 콘솔 환경에 최적화한 점이 차별화 요소로 작용했다. 한국 게임 수출액이 줄어들고, 게임 이용률이 하락하는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 모처럼 들려온 희소식이다. 한국 게임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성장세가 꺾이며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24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게임사 수출액은 83억9400만달러(약 12조3476억원)로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 이는 2000년(-5.7%)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한국 게임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의 수출액 감소(-4.6%p)가 영향을 미쳤다. 2022년 30.1%였던 중국 비중은 2023년 25.5%로 낮아졌다. 이와 함께 국내 게임 이용률 감소도 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전체 게임 이용률은 59.9%로, 2015년부터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60% 이하로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신작 게임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내면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성과를 내는 게임이 많아질 경우, 게임 이용률이 높아질 거란 기대도 나온다. 이번 신작 흥행은 기존 모바일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 PC·콘솔 게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3년 국내 게임 산업 매출에서 모바일 게임은 13조6118억원(59.3%)으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지만, PC 게임(25.6%, 5조8888억원), 콘솔 게임(4.9%, 1조1291억원)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최근 PC·콘솔 신작들이 성공하면서 시장 확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앞으로 출시될 한국산 PC·콘솔 게임들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PC 버전,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콘솔 및 스팀 버전 등이 기대작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작들의 성공은 국내 게임 시장이 모바일뿐만 아니라 PC·콘솔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이 같은 기세가 이어진다면 한국 게임 시장이 본격적인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가전도 ‘관세 폭풍’ 사정권···삼성·LG전자 ‘공장 이전’ 카드 고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이하 현지시간) 전세계 국가 대상 '상호관세' 발표를 예고하면서 우리나라 가전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LG전자는 멕시코에서 만들던 가전 물량을 미국 등 다른 공장으로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글로벌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외 다른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고민거리도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LG전자는 인건비가 저렴한 멕시코에 생산 기반을 다수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티후아나·케레타로, LG전자는 몬테레이·레이노사 등에 공장이 있다. 이 곳에서 만들어진 세탁기, 건조기, TV 등은 대부분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으로 향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경우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양사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대목은 멕시코가 미국의 '관세 부과 1순위 타깃'이 됐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불법이민, 마약 등 다양한 문제를 언급하며 멕시코를 압박해왔다. 우리 기업들은 일단 공장 이전을 포함한 대응책을 이미 마련해둔 상태다. 관세 장벽이 높아질 경우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을 1순위로 삼았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에,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가전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잘 짜놨다는 입장이다. 황태환 삼성전자 DA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은 최근 열린 비스포크 신제품 발표 행사장에서 “미국 관세는 다양한 안을 준비하고 있고, 여기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변화하는 관세 정책에 우리는 적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당초 광주공장에서 만들던 구형 냉장고를 멕시코 공장으로 이전해 생산하려 했으나 이 계획을 백지화하기도 했다. LG전자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제23기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다른 국가보다는 멕시코 관련 불확실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미국 테네시 공장에 냉장고, 오븐 등을 생산할 수 있도록 부지 정비 작업이나 가건물을 올리는 작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고 다양한 가전을 생산할 라인은 구축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나 업종별 관세 장벽을 세우는 것을 두고 “예외는 없다"거나 “유연하게 대응하겠다" 등 종잡을 수 없는 발언을 계속해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자국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거두는 국가를 '더티 15'(Dirty 15)라고 칭해 관세 대상국에 대한 힌트를 주기도 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더 광범위한 무역 상대국에 관세가 20% 부과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LG전자는 미국 가전 시장 내 점유율이 가장 높은 기업이다. 2023년 기준 양사 합산 점유율은 TV 55.2%, 냉장고 40%, 세탁기 40% 등이다. TV·냉장고의 경우 업체별 순위 1·2위를 휩쓸었고, 세탁기는 월풀(점유율 31.7%)에 이어 2·3위를 차지했다. 관세 폭풍이 부는 가운데 우리 가전업계는 중국 업체들과 경쟁 구도 변화에도 신경 쓰는 모습이다. 기술력을 확보해 프리미엄 제품까지 판매하고 있는 중국 브랜드들이 관세 장벽이 없는 시장으로 물량을 밀어낼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에서 중국 TCL과 하이센스의 매출 기준 점유율은 각각 15%, 14.6%를 기록했다. 2020년만 해도 5.1%, 4.2%에 불과했지만 4년만에 3배 이상 성장했다. IDC가 발표한 '글로벌 스마트홈 기기 시장 분기 추적 보고서'를 보면 중국 기업 로보락은 지난해 판매량(16%)과 매출액(22.3%) 부문에서 모두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화웨이, 오포, 비보 등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샤오미의 경우 '포코' 등 프리미엄 제품 출시 국가를 공격적으로 늘려나가는 중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트럼프발 관세’ 美 수출 없는 르노·KGM도 ‘유탄’ 맞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를 공식화화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특히 이 파장은 미국에 직접 수출하지 않는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수출길이 어려워진 대부분의 완성차 브랜드들이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서면서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의 밥그릇을 뺏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수입차를 대상으로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4월 2일부터 공식 발효될 예정이다. 트럼프의 이러한 결정에 국내 완성차 업계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그룹, 한국지엠뿐만 아니라 유럽, 동남아 등 이외에 시장에 집중했던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도 간접적인 영향권에 노출됐다.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는 미국보다는 유럽과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 전략을 펼쳐왔다. 이들은 이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며 부진한 내수를 보완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안심할 수 없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수출 전략을 조정하면서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의 기존 수출 시장도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어려워지는 글로벌 제조사들이 유럽과 동남아, 중동 시장으로 수출 물량을 전환할 경우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의 BYD, 상하이자동차 등은 이미 유럽 시장에서 저가 전략을 내세우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 KG모빌리티와 르노코리아 같은 중저가 브랜드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가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기업이라는 점이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총 판매량 10만6939대 가운데 수출이 6만7123대를 기록했다. 이어 KG모빌리티는 10만9424대 중 수출이 6만2378대를 차지했다. 두 브랜드 모두 수출 비중이 60% 이상인 것이다. 급변한 상황에 두 기업의 수출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한 달간 부산공장 가동을 멈추고 내연기관·전기차 혼류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이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폴스타의 중형 SUV 폴스타4를 1만대씩 생산해 미국 시장에 수출할 계획이었지만 25% 관세로 인해 가격 경쟁력에 큰 타격을 받았다. KG모빌리티도 잔뜩 긴장했다. KG모빌리티는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물량은 없지만, 국내와 호주·헝가리·튀르키예 등 기존 시장에서 경쟁 격화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튀르키예 현지에서 1만1870대를 판매해 2023년 대비 5배 이상 큰 성장세를 달성했지만, 추후 이러한 성과를 이어갈지 미지수가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 역시 신흥 시장 확대, 전기차 및 친환경차 모델 강화, 현지 생산, 유통 네트워크 확충 등의 방안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AI 新경제] AI로 대체 가능한 일자리 327만개가 위험하다

인공지능(AI)이 촉발한 일자리 지형의 변화가 본격적인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확산은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기업의 인력 구조와 직무의 본질을 뒤흔들고 있다. 기존의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의 업무는 AI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고 있으며, 새로운 직무가 전혀 다른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일자리 감소에 대한 불안과 새로운 기회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나서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AI가 고용의 총량 자체를 줄일 것인지, 아니면 구조를 바꾸는 '재편의 파도'에 그칠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분명한 것은 지금이 국가적 대응의 시점이라는 점이다. 정부와 기업, 개인 모두가 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사회 구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확산은 전 세계 노동시장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맥킨지가 지난해 7월 각국 기업 관계자 14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46%가 생성형 AI로 인해 HR 분야에서 3년 안에 3% 이상 규모의 인원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AI가 단순히 기술적 혁신을 넘어 실질적인 고용 구조 변화를 야기한다는 얘기다. 한국은행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 노동인구의 절반 이상이 AI로 인해 직업의 변화를 겪거나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24%의 근로자는 AI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27%는 임금 삭감이나 실직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에 따르면 AI 기술로 대체될 수 있는 일자리 수는 327만개에 달한다. 이는 전체 일자리의 13.1%다. 특히 전문직 분야에서 196만개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해 있으며, 관리 및 금융 전문직의 99.1%가 AI로 인해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 기업들도 AI 시대에 대비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KT는 AI·ICT(AICT)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조직 개편과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24년 10월, KT는 네트워크 운영에 초점을 맞춘 두 개의 자회사 설립을 승인했으며, 이는 수천명의 직원 재배치기 잔행됐다. SK텔레콤도 지난해 조기 퇴직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이 역시 AI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AI의 도입은 새로운 직종의 탄생도 예고하고 있다. AI 및 기계학습 전문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분석가, 정보보안 전문가 등의 직종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윤리감시자 등 AI 시대에 특화된 새로운 직업군도 등장하고 있다. 급격한 변화에 따라 정부도 AI 시대에 대비한 다각도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 AI 전략 정책 방향'을 통해 2030년까지 AI 전문인력 20만명 양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AI 특화 대학과의 협력을 통한 교육과정 개선, 해외 연수 기회 제공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더욱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매년 1만 명의 AI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서울소프트웨어아카데미를 통해 4000명, 대학 프로그램을 통해 6000명을 교육할 계획이다. 또한, AI 관련 석사 과정 학생 60명을 지원하는 6억원 규모의 장학금 프로그램도 올해 신설한다. 교육부는 2025년까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AI 교육을 전면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AI 시대에 대비한 장기적인 인재 양성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인재 양성은 기업들에게도 시급한 현안이다. 이에 삼성은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는 삼성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SSAFY) 교육 대상을 마이스터고 졸업생까지 확대했다. 채용연계형 인턴제도와 전국기능경기대회 입상자 특별채용 등을 통해 우수 기능인력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힉이다. 네이버도 행정안전부와 함께 공공 AI 전문인재를 네이버가 자체 양성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인재 양성에 노력 중이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AI를 단순히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협업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AI는 위기이자 기회"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처럼 AI 시대의 노동시장 변화는 도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AI의 발전은 불가피한 흐름이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며 “인간과 AI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효성, 화학 살리기에 1조 넘게 투입했지만…구조적 한계 ‘뚜렷’

효성그룹이 자회사 효성화학의 재무 위기 해소를 위해 그룹 역량을 동원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사엄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효성그룹은 현재까지 1조원이 넘는 자산을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효성화학의 유동성 확보에 나서, 자본잠식 해소와 부채비율 개선이라는 단기 성과를 일단 거둔 상태다. 그러나 핵심 사업 부문의 수익성 회복이 지연되고, 베트남 법인의 장기 부실이 지속되면서, 이번 구조조정이 결국 '돌려막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부 투자나 신규 자금 유입 없이 내부 자산만을 순환시키는 방식의 한계가 구조적 리스크로 지적된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의 첫 구조조정 조치는 지난해 말 단행한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이었다. 지난 2024년 12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고부가가스인 NF3(삼불화질소)를 생산하는 특수가스 사업부를 형제회사인 효성티앤씨에 약 9200억원 금액으로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효성화학은 2024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에 빠졌지만, 이 딜의 결과 덕분에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이어 지난 28일 효성화학은 울산 온산공단 내 탱크터미널 사업부를 지주사인 ㈜효성에 1500억원에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이번 양도를 통해 차입금 상환 등 재무안정성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효성그룹은 자회사의 재무구조를 회복시키기 위해 사실상 '내부 유동성'을 총동원했다는 평가다. 특수가스와 탱크터미널, 두 사업부 모두 그룹 외부가 아닌 내부 계열사를 상대로 매각됐다. 그 결과 총 1조700억원 규모의 자산이 그룹 내에서 순환되는 셈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구조조정 방식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효성화학의 핵심 위기 요인으로 꼽히는 베트남 법인의 고질적 부실이 있다. 효성화학은 2018년 베트남에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해 'Hyosung Vina Chemicals'를 설립하고 폴리프로필렌(PP) 및 탈수소화(DH) 설비를 운영 중이지만, 2022년부터 현재까지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3137억원, 2023년 2594억원, 2024년에도 232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회사는 법인의 지속 운영을 위해 2023년 3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총 2060억원을 출자하고, 5777억원을 대여했다. 그룹 차원에서 베트남 법인에 투입된 자금은 약 78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PP 시황의 구조적 부진과 고정비 부담, 중국 저가 공세가 계속되면서 단기 흑자 전환은 어려운 상황이다. 핵심 사업의 경쟁력이 회복되지 않는 한, 효성화학의 유동성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단기적인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개선은 가능하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결국 지주사와 계열사의 부담 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효성화학은 옵티컬 필름과 식품·산업용 필름 사업부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자산의 매각 대금이 2000억원 내외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구조적 사업위기라는 본질을 건드리지 못한 채 내부 자산을 순환시키는 '돌려막기'에 머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유동성 확보 이상의 본질적 체질 개선과 사업 전략 재정립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포스코그룹 창립 57주년…장인화 회장 “포스코 DNA 되새겨 난관 극복하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창립 57주년을 맞아 “포스코인의 DNA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자"고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장 회장은 31일 창립 57주년 기념사에서 “초일류 기업을 향해 도약해야 하는 지금 우리 앞에는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며 “창업 세대부터 지금까지 축적해 온 자랑스러운 포스코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포스코그룹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어려운 경영 여건을 조기에 극복하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올해도 경영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며 “치열한 고민 속에서 계획을 수립했다면 즉시 행동으로 옮겨야 하며, 경영 환경의 변화에 따라 민첩하게 움직임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7대 미래혁신 과제 등 주어진 과업을 충실히 실행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부족함이 있다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지금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며 “안 되는 이유를 찾기보다 되는 방법을 궁리하고 실천하면서 주어진 상황을 정면 돌파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장 회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한발 앞서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며 “산업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핵심 사업의 시장 확장과 그룹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 유망 사업 진입은 한시도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 하지 않으면 자칫 도태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인도와 미국 등 철강 고성장, 고수익 지역에서의 현지 완결형 투자와 미래소재 중심의 신사업 추진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며 “누구도 우리를 넘볼 수 없도록 생산성과 품질을 과감하게 혁신하고 시장의 판도를 바꿀 기술을 개발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노사 신뢰도 강조했다. 그는 “포스코그룹이 오늘의 모습으로 성장하기까지 그 중심에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땀 흘리며 믿음을 쌓아왔던 노사문화가 자리하고 있었다"며 “회사와 이해관계자들 간에 쌓아온 신뢰는 지금까지 우리의 성공을 이끈 힘이었고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창사 이래 우리는 철강 사업으로 국가 경제 발전을 뒷받침해왔고, 국내를 넘어 글로벌 철강사로 자리매김했으며 에너지소재 등 새로운 사업 분야로 진출하며 지속 성장해 나가고 있다"며 “이제는 철강뿐만 아니라 미래 소재의 혁신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소명을 완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엔씨 ‘리니지’ 저작권 침해 소송 결과 엇갈려…부정경쟁행위 핵심 쟁점으로

엔씨소프트가 자사 대표작 '리니지 시리즈' 지식재산권(IP) 보호를 위해 진행 중인 소송전의 결과가 엇갈리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두 건 모두 저작권 침해는 인정되지 않아 부정경쟁행위 유무가 희비를 가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이번 법적 분쟁이 게임 간 유사성 기준 마련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롬(ROM)'의 판결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30일 법조계와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가 웹젠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중지·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도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5-1부(송혜정·김대현·강성훈 부장판사)는 웹젠에 'R2M' 게임 서비스 중단과 함께 손해배상금 169억1820만9288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국내 게임업계 저작권 분쟁 사상 법원에서 인정된 가장 큰 배상액이다. 앞서 카카오게임즈·엑스엘게임즈과 벌인 소송전과는 다른 결과다. 엔씨는 지난 1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를 모방했다는 이유로 제기한 저작권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중지 청구에 대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3민사부(박찬석 부장판사)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두 재판부 모두 엔씨가 주장한 저작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표절 근거로 제시한 각 게임 구성요소를 다수 게임에서 발견되는 일반적 규칙으로 본 것. 게임물 간 유사성이 사실상 장르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순 유사성만으론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는 타인의 투자·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부정하게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뜻한다. 저작권 침해와는 서로 다른 법적 근거를 갖지만, 상호보완적 측면이 있어 동시에 소송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통상 게임의 배경·규칙·전개방식 등은 아이디어로 간주돼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보호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부정경쟁방지법은 이용자 혼란을 초래하거나 시장 경쟁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포함해 저작권법이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할 수 있다. 즉, 창작물에 대한 원고의 성과와 게임 간 유사성이 시장에 미친 영향을 명확히 입증하는 게 관건이다. 먼저 '아키에이지 워'는 개발·출시가 리니지 시리즈의 명성과 시장 점유율을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엔씨가 제시한 증거들은 주로 사용자경험(UI)·게임 시스템 등 구성요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재판부는 이를 장르의 보편적 특성으로 해석한 것. 재판부는 “엔씨는 리니지2M의 구성요소와 진행방식이 창작성을 가진다고 했지만, 이와 유사한 방식들이 이미 선행 게임에 존재한다"며 “엔씨의 표절 근거는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는 공통요소로써 공공영역에 속한다"고 판시했다. 반면 'R2M' 소송을 담당한 재판부는 엔씨의 손을 들어줬다. 웹젠이 게임 출시 이후 게임 내용을 일부 수정한 건 사실이지만, 증거를 종합했을 때 부정경쟁행위가 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재판부는 △각 구성요소의 선택·배열·조합이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 △'리니지M'과의 실질적 유사성 △엔씨가 7년 동안 1000억원이 넘는 개발비를 투자한 점 △게임 시스템의 명성과 고객흡인력 등을 고려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다. 2심에서도 이같은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18일 1심 2차 변론기일이 예정된 카겜·레드랩게임즈와의 '롬' 법적 분쟁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엔씨는 지난해 2월 이 게임이 '리니지W'의 콘셉트·시스템 등을 다수 도용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앞선 두 소송과의 차이점은 출시 시점이다. 롬의 경우, 정식 출시 이전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란 시각이다. 이는 엔씨의 대응 기조가 강경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되는데, 관련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경쟁작 출시로 인한 이용자 이탈을 막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일종의 '경고 조치'인 셈. 업계는 3개 소송의 판례가 향후 MMORPG 장르 내 저작권 기준을 정립하는 중요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향후 대법원 판결이 예정된 R2M 소송이 바로미터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통상 대법원 판결은 법률 해석을 넘어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높아 유사 사례 발생 시 위법 여부를 판가름하는 우선척도로 작용하기 때문. 이철우 게임 전문 변호사(문화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R2M의 대법원 판결 결과가 아키에이지 워와 롬의 판결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R2M 판결의 경우, 리니지라이크류 개발 방향 변화 계기가 된 건 맞지만, 게임 간 표절에 대한 부정경쟁방지법의 법리를 완전 확립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롬은 앞선 두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출시가 예정됐단 점에서 개발진이 유사 소송 제기 가능성을 인지했을 수 있다"며 “이 경우 부정경쟁방지법이나 민법의 불법행위 책임 영역에서 위법성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데, 추가 법리 확립이 필요한 만큼 아키에이지 워의 항소심 향방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AI 가전=삼성’ 주도권 굳히기 나선다…비스포크 AI 라인업 공개

삼성전자가 진화된 '비스포크 AI' 가전을 앞세워 글로벌 AI 가전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대한다. 보안과 연결성을 핵심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며,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8일 '웰컴 투 비스포크 AI' 미디어 행사를 열고, AI 기술이 접목된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이번에 공개된 제품은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 냉장고 △2025년형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 △2025년형 올인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 등이다. 삼성전자가 이번 신제품에서 가장 강조한 요소는 '연결성'이다.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가전 간 연결을 강화해, 소비자가 더욱 직관적이고 편리한 사용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신제품에 탑재된 터치스크린을 통해 스마트싱스에 연결된 모든 가전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다. △와이파이 △직비(Zigbee) △매터 스레드(Matter Thread) 등 다양한 프로토콜을 지원해, 별도의 허브 없이도 조명과 스위치 같은 사물인터넷(IoT) 기기까지 제어 가능하다. 보안 역시 대폭 강화됐다. 삼성전자는 기존 보안 솔루션인 '녹스(Knox)'를 발전시켜, AI 가전에도 '녹스 매트릭스(Knox Matrix)'를 적용했다. '녹스 매트릭스'는 블록체인 기반의 보안 기술로, 가전제품 간 보안 상태를 상호 점검하고, 외부 위협이 감지될 경우 자동으로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비밀번호와 인증 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를 별도의 보안 칩에 저장하는 '녹스 볼트(Knox Vault)'도 가전제품에 최초로 적용됐다. 여기에 양자컴퓨팅의 보안 위협을 대비한 '양자 내성 암호(PQC)' 기술도 도입해 보안 수준을 한층 높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AI 가전=삼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 결과, 비스포크 AI 가전이 글로벌 시장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AI 기반 맞춤형 서비스와 에너지 절감 기능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네이버 쇼핑과 쿠팡에서 인기 있는 AI 가전 633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의 제품이 스마트폰 연동과 에너지 효율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신혼부부나 1인 가구 소비자들 사이에서 '축하 선물'로도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AI 가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가전 시장이 전반적인 수요 부진을 겪는 가운데, 여러 제조사가 AI 기술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며 시장 확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LG전자는 AI를 '공감지능'으로 정의하고, 사용자의 불편을 스스로 인식해 해결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 가전 브랜드 로보락도 AI 기반 자율 주행 시스템을 적용한 로봇청소기를 출시하며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AI 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대표 브랜드로 각인시키기 위해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삼성전자는 보안과 연결성을 더욱 강화한 비스포크 AI 가전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확립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은 '웰컴 투 비스포크 AI' 미디어 행사에서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보안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가장 큰 강점은 보안"이라며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했고, 올해 확실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종승 삼성전자 DA사업부 개발팀장(부사장)도 이날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AI 기술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보안과 연결성을 강화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며 “이러한 혁신이 AI 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일단락…최윤범 다음 과제는 대타협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성공하면서 지난해 9월부터 6개월 동안 지속된 경영권 분쟁이 우선 일단락됐다. 다만 최 회장 측이 완승을 거둔 것은 아니다. 고려아연 이사회에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진입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결국 경영권을 확보한 최 회장이 분쟁 상대방과 대타협을 진행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면서 고려아연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고려아연은 12조52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7235억원으로 2023년 대비 9.64% 늘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에서 견조한 영업실적을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순이익은 1948억원으로 2023년 5334억원 대비 63.48% 줄었다. 이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급증한 차입금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고려아연은 MBK·영풍 측의 공개매수에 대응하기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차입금을 크게 늘렸다. 2023년 말까지 9259억원 수준이었던 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연말 4조9721억원으로 5배 넘게 급증했다. 또한 비철금속 업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고려아연의 세부 매출을 살펴보면 아연(30%), 은(29%), 연(18%)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연·연의 단가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고려아연의 수익성도 개선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고려아연의 존재감이 오히려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부산물이 첨단 기술 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중국이 텅스텐, 텔루륨, 비스무트, 몰리브덴, 인듐 등 5개 품목과 관련 기술에 대해 수출 통제를 발표했을 때도 정부는 가장 먼저 고려아연에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5개 품목 중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은 모두 안정적인 국내 생산과 공급이 이뤄지고 있으며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이 중 3개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인듐은 인공지능(AI)용 반도체 기판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로, 고려아연은 지난해 92t(톤)을 생산했으며 이는 글로벌 생산량의 8.5%에 해당한다. 수익성·업황 악화와 공급망에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길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정기 주총에서 우선적인 경영권의 향방이 결정된 만큼 경영권 분쟁 당사자들이 대타협을 모색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이번 정기 주총에서 이사 수 상한 정관이 도입됐고 그 상한만큼 이사가 새롭게 선임됐기에 단기간에 이사회 구성을 크게 바꾸기가 어려워졌다. 양 측이 2~3년 동안 본안 소송을 끝까지 진행하더라도 이번 정기 주총 결과를 바꿀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그 때까지 최대주주는 MBK·영풍 측이지만 최 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불편한 동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사회 내부 구도 역시 양 측 모두에게 편하지 않다. 기존에 장형진 영풍 고문만 홀로 버티던 고려아연 이사회에 이번 정기 주총 결과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 부회장, 권광석 우리금융캐피탈 고문 3명이 새롭게 합류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이사회가 최 회장 측과 MBK·영풍 측 5대 1에서 11대 4로 재편됐다. MBK·영풍 측은 이사회 내부에서 운신의 폭이 확대됐으나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어렵고, 최 회장 측도 반대파가 늘어난 만큼 다소 불편함을 감수해야할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금까지처럼 양 측이 격렬하게 여론전과 소송전에 집중한다면 고려아연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양 측이 한 걸음씩 물러나 대타협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영권을 수성한 최 회장 측이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진단이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1월 임시 주총 직후에 MBK 측에 먼저 화해를 제안하기도 했다. 지금이라도 MBK·영풍 측이 입장을 돌린다면 극적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정기 주총 이후 양 측이 2~3년씩 소송을 진행하면서 불편하게 동거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양 측이 고려아연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 조금씩 타협을 진행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대한항공 항공안전전략실장 “한국선 자발적 보고 어렵다…더 강한 면책 제도 필요”

“게이트에 항공기를 택싱하는 과정에서 절차를 모두 지켰지만 날개를 긁은 비행팀과, 무시했지만 사고 없이 게이트에 진입한 팀이 있었습니다. 자, 과연 어느 쪽이 더 문제일까요. 행동입니까, 결과입니까? 조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공정 문화(Just Culture)'가 필요합니다."(베넷 앨런 월시 대한항공 항공안전전략실장(전무)) 대한항공의 항공 안전 총괄 임원이 한국 항공업계의 안전 보고 시스템과 문화의 구조적 문제를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조종사·정비사·객실 승무원의 실수 데이터를 통해 사고를 예측하려는 인공 지능(AI) 기반 시스템을 소개하면서도 정작 한국에는 면책 제도가 활성화 돼있지 않아 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는 구조라고 비판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초점이 처벌이 아니라 재발 방지에 맞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8일 베넷 앨런 월시 대한항공 전무는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안전센터 개원식에서 '현대적 안전 시스템의 영향력(Impact of Modern Safety Systems)'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트로이대학교 항공자원관리학과 출신인 월시 전무는 25년 이상의 항공 안전 분야 경력을 보유한 전문가로, 델타·아틀라스·하와이안항공에서 CSO 등 안전 관리 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항공 안전의 세계적 기준은 사고 이후 대응보다 사고 전 징후를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예방 시스템이다.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유럽 항공안전청(EASA)은 직원들이 실수를 보고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 공정 문화에 입각한 데이터 기반의 예측 시스템을 강화해왔다. 한편 국내 현장에서는 보고하면 찍힌다거니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월시 전무는 이 자리에서 실수를 숨기게 만드는 기존의 조직 문화를 바꾸는 것이 안전 시스템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더욱 강력한 면책 기반 자발적 보고 프로그램을 필요로 한다(Korea needs stronger immunity based, voluntary reporting programs)"고 언급했다. 국내에는 아직 이와 같은 문화가 충분히 자리잡지 못했다는 점을 외교적인 수사로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데이터를 인용하며 공정 문화와 신뢰 없는 보고 체계는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프로그램을 곁들여도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월시 전무는 “사고는 눈에 보이는 빙산의 꼭대기일 뿐이며, 그 아래 수많은 '아찔한 순간(Near-miss)'들이 놓여 있다"며 “이 데이터를 포착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구성원들이 두려움 없이 보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인 그의 시각에서 바라본 국내 항공 안전 체계는 '형식은 있지만 신뢰는 없는 시스템'에 머물러 있음을 방증한다. 이날 월시 부사장은 새로운 통합 안전 관리체계(SMS 2.0)의 핵심으로 '인적 오류·위기 관리 보고와 분석 데이터 시스템(HFACS, Human Factors/Risk Management Reporting and Analysis Data System)' 구축 계획을 소개했다. 이는 조종사·객실 승무원·정비사의 행동 데이터를 장기적으로 수집·분석해 인간 오류 트렌드를 축적함으로써 상황에 맞게 파악하고 사고를 예측하려는 전략을 담고 있다. 그는 특히 “인공 지능(AI)의 영향력은 명백하다(The impact of AI should be obvious)"며 AI 기반 예측 분석이 미래 항공 안전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도 사람이 실수를 '말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데이터가 쌓이지 않으면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게 월시 부사장의 설명이다. 이번 발언은 자칫 형식적으로 흐르기 쉬운 한국의 항공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해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대한항공 고위 임원이 공개 석상에서 이 같은 의견을 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국인 임원이었다면 쉽사리 꺼내지 못할 이야기였겠지만 월시 전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용인되는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안주연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법 박사는 저서 '저스트 컬처(Just Culture)'를 통해 “항공 실무자들이 신뢰하고 안전 위험을 보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으로 항공 안전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직 대한항공 기장인 권보헌 한국시스템안전학회장(극동대학교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은 “처벌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사고 방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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