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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역장벽보고서 살펴보니…“비시장적 규제 전방위 압박”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2025 미국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가 한국 정책 전반에 대한 장기적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일 AI 기반 정책 모니터링 플랫폼 코딧(CODIT)은 해당 보고서를 분석한 이슈페이퍼를 발간하며, 정부와 국회, 산업계가 중장기적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정책실증연구원이 작성한 이번 리포트는 미국의 통상정책 수단으로 활용되는 'NTE 보고서'의 정의와 기조 변화를 주목하며, 한국 관련 주요 지적 사항과 향후 시사점을 정리했다. 특히 비시장적 정책을 포함하는 정의 확장, 방산 조달 제도의 구조적 지적, 디지털 무역 규제 확대 등 기존 보고서 대비 특징적인 변화가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NTE 보고서'는 미국 수출과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외국의 무역장벽을 규명·기록한 문서로, 미국 무역법 제181조에 따라 매년 3월 말 의회에 제출된다. 최근 보고서는 '공정한 경쟁을 왜곡하거나 약화시키는 정부의 법률, 규정, 정책 또는 관행'을 무역장벽으로 정의하며, '비시장적 정책 및 관행'을 새롭게 포함시켰다. 이는 중국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제도 전반을 겨냥하는 방식으로 해석된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은 총 7페이지에 걸쳐 다양한 무역장벽 사례로 지목됐다. 전통적으로 반복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제한, 자동차 접근성, 제약·의료기기 가격정책 외에도, 방위산업 절충교역과 전자상거래/디지털 무역 규제가 새롭게 부각됐다. 방산 절충교역은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구조적 무역장벽으로 명시됐다. 한국의 제도가 계약금액 1000만달러 초과 시 외국 기업에 기술이전·공동생산 등의 의무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제도 자체가 외국 기업에 불리하다는 구조적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이는 향후 미국이 '비차별성' 확보를 명분으로 방산 조달 제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디지털 무역 분야 역시 문제 제기의 범위와 밀도가 확대됐다. 미국은 네트워크 사용료 부과 추진이 외국 콘텐츠 업체에 불리하고, 한국 통신망 시장의 과점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정 디지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전 규제안, 위치기반 데이터 수출 제한,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상 국외이전 제한과 과징금 기준 확대, 국가 핵심기술 보호를 이유로 한 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 제한 조치 등도 공정한 시장 접근을 저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보험 분야 정보 국외이전 제한, 일부 농산물의 시장 접근 제한, 포장·표시제도의 불명확성 등도 지속 지적했으며, 지식재산권과 투자장벽에 대한 문제 제기도 유지됐다. 연구원은 상호관세 부과가 수출품에 즉각적 피해를 주는 직접적 압박 수단이라면, NTE 보고서는 국내 정책 전반에 구조적 개입을 유도하는 장기적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공익을 위한 규제조차 비우호적 환경으로 낙인찍힐 수 있어, 제도 설계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연구원은 체계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전략 수립을 제안하며, △통상환경에 대한 구조적 이해 및 정책 인식 전환 △정부·국회의 통합 대응역량 강화 △산업계의 선제적 대응체계 구축 △지속가능한 규제 거버넌스를 위한 민관 협력체계 마련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한편, 코딧은 AI 기반 정책 모니터링 플랫폼을 통해 입법·정책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고, 기업 맞춤형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정책실증연구원은 ESG, AI, 바이오·제약, 순환경제 등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 리스크에 대한 정기 세미나와 리포트 발간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한국도로교통공단, 인천공항서 ‘자율주행 로보셔틀 시범 서비스’ 선보여

원주=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한국도로교통공단은 인천국제공항 제1‧제2여객터미널을 이어주는 '자율주행 로보셔틀 시범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공단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에 실시간 신호정보를 제공하고, 안전하게 도로를 주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신호정보를 받은 로보셔틀은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해, 15km 구간을 고정노선으로 왕복한다. 로보셔틀은 30~80km/h의 속도로 정차 없이 직통으로 운행한다. 기존 제1여객터미널에서만 운영 중인 자율주행 셔틀버스와 달리 고속주행 구간(80km/h)에서도 운영이 가능한 만큼, 여객을 더욱 신속하고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8월 한국도로교통공단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미래 모빌리티 시대 첨단 교통안전서비스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자율주행 셔틀버스 운행을 목표로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기반시설과 신호 운영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술을 지원했다. 공단은 실시간 교통신호정보 확대 구축을 위해 기술지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약 2,000여 개소에 대한 신호정보를 개방하고 있다. 김희중 한국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은 “인천국제공항 시범 서비스를 시작으로 전국의 신호정보를 기반으로 많은 지역에서 자율주행차량이 누비계 될 것"이라며, “다가올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국민의 교통안전 증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ss003@ekn.kr

티앤씨재단, 산불 현장에 긴급 식사·구호 지원

티앤씨재단(이사장 김희영)이 최근 발생한 경상북도 의성군·안동시와 경상남도 산청군 일대의 대규모 산불 피해 현장에 긴급 출동해, 이재민과 진화 인력,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식사 지원과 구호물품을 제공했다. 재단은 주불이 잡히지 않은 위험 지역까지 여러 차례 직접 방문하며, 산불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인 현장 중심으로 지원을 이어갔다. 재단의 식사 지원 푸드트럭 '밥먹차'는 피해 지역 인근 대피소에 배치돼, 이재민과 진화대원 등 약 2000여 명에게 즉석 조리한 따뜻한 식사를 제공했다. 제공된 식사는 비빔밥, 갈비덮밥, 샌드위치, 핫도그, 어묵 등이며, 커피와 과일 주스 등의 음료도 함께 제공돼 지친 이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선사했다. 의성군 관계자는 “식사 퀄리티도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힘든 현장에서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밥먹차'는 평소 취약계층에게 영양가 있는 식사를 제공하며, 지역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복지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재난 상황 발생 시에는 긴급구호형 식사 지원 차량으로 전환돼 운영된다. 이와 함께 전달된 구호물품에는 이재민을 위한 파스, 양말, 수건, 속옷, 여벌 옷과 함께, 진화 인력을 위한 방진마스크, 접이식 에어매트 등이 포함됐다. 해당 물품은 의성, 산청, 안동 지역의 행정기관 및 구호지원센터를 통해 신속히 배포됐다. 티앤씨재단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과 현장에서 헌신하는 진화대원들께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편, 티앤씨재단은 교육 불평등 해소와 다양성 존중을 바탕으로 공감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며, 재난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대응하는 긴급 지원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재단은 매년 산불 피해 학교 지원, 홍수 복구, 디지털 취약계층 보호 등 현장 중심의 실질적인 구호 활동을 펼쳐왔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경콘진, ‘이터널 리턴’ 경기 대표팀 ‘경기 이네이트’와 협약 체결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콘텐츠진흥원(경콘진)이 1일 광명 경기게임문화센터에서'경기 이네이트(Gyeonggi Innate)' 팀과 e스포츠 대회 출전 지원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경기 이네이트는 정진호(23, JINho), 윤영진(26, ZeroJin), 전인국(26, ing9), 최경렬(25, DaSoo) 선수로 구성된 e스포츠 팀으로, 님블뉴런이 주최한 '2024 이터널 리턴 내셔널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경기 이네이트는 2년 연속 경기도 지역연고팀으로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경콘진은 e스포츠 지역연고제 시행에 발맞춰 경기도 지역연고팀을 창단·지원하는 'e스포츠 대회 출전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경기 이네이트가 안정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대회 참가에 필요한 제반 비용과 홍보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탁용석 경콘진 원장은 “지난해 경기도에 우승을 안겨준 경기 이네이트와 동행을 이어가게 되어 기쁘다"며 “e스포츠 지역연고제 도입으로 지역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경기 이네이트가 더욱 돋보이는 강호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 이네이트는 오는 5월 플레이엑스포 현장에서 개최되는 '2025 이터널 리턴 내셔널 리그 개막전'에서 대회 2연패를 향한 도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경콘진은 경기도의 특색 있는 지역 소재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2025 경기 지역특화 콘텐츠 개발지원' 사업에 참여할 4개 기업을 오는 16일까지 모집한다. 경콘진에 따르면 지원 대상은 경기도의 지역 소재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을 희망하는 기업이며 총 4개 기업을 선정해 총 5.6억 원의 제작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경기도의 역사, 문화, 자연 등 지역 특화 소재를 콘텐츠로 제작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도내 문화 콘텐츠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이번 사업의 공모는 자유과제 부문과 지정과제 부문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자유과제 부문에서는 게임을 제외한 방송, 영상, 만화(웹툰), 출판, 애니메이션, 캐릭터, 음악, 융복합 공연 등 다양한 장르에서 경기도의 지역 소재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안할 수 있다. 총 2개 기업을 선정하며, 기업당 1억1000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한다. 지정과제 부문에서는 경기도 31개 시·군의 문화 콘텐츠 수요를 반영하여 사전 공모를 통해 선정된 김포시와 수원시의 영상 콘텐츠 제작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김포시는 김포미디어아트센터 전시를 위한 '김포시 대표 4개 포구' 관련 영상 콘텐츠를, 수원시는 수원화성박물관 전시를 위한 '정조대왕 수원행차' 관련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 지정과제 부문에서는 2개 기업을 선정하며 기업당 1.7억 원의 제작비를 지원하고 제작된 콘텐츠는 향후 김포시와 수원시에서 개최하는 전시 및 문화행사에 활용될 예정이다. 탁용석 경콘진 원장은 “향후에도 경기도 내 시·군과 긴밀하게 협업하여 지역의 특색 있는 소재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경기도민의 문화 콘텐츠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콘진은 지난해 이 사업을 통해 경기도의 특색을 담은 콘텐츠 4건의 제작을 지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올해 1월부터 고양시 행주대첩 기념관에서 전시 중인 행주대첩 영웅 주제의 체험형 콘텐츠가 있다. sih31@ekn.kr

국내 완성차 5사, 3월 글로벌 판매 1.6% 감소…해외 판매 부진 탓

국내 완성차 5사가 지난 3월 전년 동월 대비 1.6% 감소한 70만2853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판매는 소폭 증가했으나, 해외 판매 부진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4일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지엠, KG모빌리티(KGM), 르노코리아의 판매 실적 발표에 따르면, 이들 5사의 내수 판매는 12만3817대로 전년 동월 대비 2.9% 증가한 반면, 해외 판매는 57만8708대로 2.6% 감소했다. 현대차는 세계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2.0% 감소한 36만5812대를 판매했다. 국내에서는 6만3090대를 판매하며 0.9% 증가했지만, 해외 판매는 30만2722대로 2.6% 줄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지 수요와 정책에 맞춰 판매 및 생산 체계를 강화하고, 전기차 라인업 확장과 신차 출시를 통해 전동화 리더십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아는 지난달 국내에서 5만6대, 해외에서 22만7724대, 특수 328대 등 총 27만8058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2.2% 증가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77만2351대를 판매하며, 2014년 1분기(76만9917대) 이후 역대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기아 관계자는 “EV3, 스포티지,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이 판매 호조를 보이며 실적을 견인했다"며 “향후 EV4, 타스만 등의 신차 출시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코리아는 3월 국내외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15.7% 증가한 8256대를 판매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6116대를 판매하며 무려 200% 증가했다. 이 중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가 5195대 팔리며 내수 성장을 견인했다. 다만, 해외 판매는 58.0% 감소한 2140대에 그쳤다. 한국지엠은 전년 동월 대비 19.7% 감소한 4만1244대를 판매했다. 내수는 31.5% 감소한 1383대, 해외 판매는 19.3% 감소한 3만9847대를 기록했다. 특히 3일부터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에 관세 부과가 예고되면서, 향후 수출 실적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G 모빌리티는 3월 내수 3208대, 해외 6275대 등 총 9483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11.4% 감소했다. 내수 판매가 31.8% 줄어든 반면, 독일과 헝가리 등에서의 판매 증가로 수출은 4.6% 증가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핵심 빠진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외국인 우회 기술유출 못 막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다음달부터 약 한 달동안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등 일부 개정안에 대해 입법 예고에 나선 가운데, 일각에선 핵심 조항만 쏙 빠진 '맹탕' 개정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앞서 산자부는 지난해 12월 '제5차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종합 계획'을 발표해 외국인 인수·합병의 사각지대로 여겨지던 '외국인 지배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강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산자부가 발표한 시행령개정안에는 핵심 내용들이 모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경쟁업체 등의 방해로 국가핵심기술 선정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도 우회적인 기술유출 가능성이 상당하면서 법 개정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산업권에 따르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을 대폭 확대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 예고했다. 구체적으로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시 최대 15억원의 벌금을 65억원까지 확대하고, 처벌 대상을 목적범에서 고의범으로 넓혀 유출된 기술이 해외에서 사용될 것을 알기만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또한 산업기술 침해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한도를 기존 3배에서 5배로 올려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기술유출범죄를 예방하고 불법 이익 환수 등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 핵심 사안으로 꼽혀온 외국인 지배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조항들이 모두 배제됐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에서는 외국인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경우 산업부 장관의 승인이나 신고 후 심사 절차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에 의한 실질적 지배를 받지만 국내에 등록된 법인인 경우 산자부 승인과 심사를 모두 받지 않아도 된다는 법적 맹점이 있어왔다. 가령 사모펀드 MBK의 경우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인 고려아연을 인수·합병한다 하더라도 모든 규제망에서 비껴간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MBK는 미국 국적인 김병주 회장의 실질적 지배를 받고 있고, 주요 임원 중 여러 명이 외국인이지만 법인 등록이 국내로 돼있어 고려아연 인수·합병 시도에도 따로 승인이나 신고 절차를 밟지 않아왔다. 산자부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지난해 12월 '제5차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종합 계획'을 발표하며 타법 사례 등을 고려해 외국인의 범위를 조정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 MBK처럼 국내에 등록된 법인이라 하더라도 외국인의 실질적 지배를 받는 경우를 '외국인'의 범주에 포함하도록 시행령 개정 방침을 밝힌 것이다. 당시 산자부 발표대로라면 이번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도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을 규제하는 방안이 담겨야 했지만 정작 핵심 내용들이 모두 빠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으로 인해 고려아연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MBK의 홈플러스 사태에서 보듯 고려아연도 '쪼개기 매각'과 '핵심 기술 유출'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의 안티모니 생산 기술 등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강하게 반대해 왔다. 이 때문에 해당 기술과 공정의 해외 매각 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MBK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알짜 점포들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금 회수에 집중해왔다. 그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랐고, 장기 경쟁력이 훼손된 홈플러스는 지난 2020년부터 차입금 의존도 급증과 영업이익 악화 등 악순환을 반복하다 결국 지난 3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홈플러스 사태에서 유추할 수 있듯,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하게 될 경우 투자금 회수 수단으로 핵심 자산 매각이 1순위로 고려될 거란 지적이 나온다. 고려아연이 하이니켈 전구체 기술에 대해서만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상황에서 니켈 제련 공정을 제외한 나머지 공정들에 대해 '쪼개기 매각'을 시도할 거란 전망도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 기술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도 불가피해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권 관계자는 “산자부가 이제 막 입법 예고 단계에 들어선 만큼, 법률안 개정에 관한 의견을 좀 더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며 “MBK 인수 후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핵심기술이 유출될 경우 이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려워지는 만큼, 추가 검토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에 노태문 사장 선임

삼성전자가 고(故) 한종희 부회장 별세로 공석이 된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에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을 선임했다. 노 사장은 기존 MX사업부장과 품질혁신위원장도 겸임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1일 수시인사를 단행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1968년생인 노 사장은 갤럭시 시리즈 개발을 주도하며 '갤럭시 신화'를 일궜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세대 전자공학과와 포항공대 대학원 전자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입사했다. 혁신제품개발팀장, 상품전략팀장, 개발실장 등을 역임했다. 2020년부터 MX사업부를 이끌고 있으며, 2022년부터 디자인경영센터장도 겸임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MX사업부내 사장급 COO 보직도 신설했다. 이로 인해 최원준 DX부문 MX사업부 개발실장 겸 글로벌 운영팀장(사장)은 기존 직책에 더해 MX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 역할도 맡는다. 최 사장은 퀄컴 출신으로 삼성전자 입사후 MX사업부 차세대제품개발팀장, 전략제품개발팀장, 개발실장 등을 지냈다. 한 부회장이 책임졌던 생활가전(DA)사업부장은 김철기 MX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이 이어받기로 했다. 김 부사장은 삼성자동차로 입사해 부품기술 및 품질업무, 스마트폰, 가전, TV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작년말부터 MX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을 맡아 글로벌 영업을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보직인사를 통해 DX부문의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미래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와 별도로 산업 디자이너 마우로 포르치니를 디바이스경험(DX)부문 최고디자인책임자(CDO·사장)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외국인을 디자인 총괄 사장 자리에 앉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우로 포르치니 사장은 이탈리아 출생으로, 이탈리아 밀라노공과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 학·석사를 취득했다. 필립스, 3M, 펩시코 등에서 디자인 관련 역량을 쌓아왔다. 삼성전자는 서울을 포함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 중국 베이징, 인도 노이다, 일본 도쿄, 브라질 상파울루 등 전 세계 7곳에서 글로벌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해외 게임사 개인정보 보호 체계 도마위…“법적 실효성 높여야”

해외 게임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가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법적 한계가 뚜렷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영향력을 키우며 수익을 거두는 반면 개인정보 처리·보호 체계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서다. 1일 법조계와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사 다수가 지난해 도입된 개인정보 처리방침 평가제도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는 기업의 개인정보 처리 과정이 법적 기준과 보호 원칙에 맞게 운영되는지 종합 평가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분야별 점수는 △가독성 69.1점 △접근성 60.8점 △적정성 53.4점으로 집계됐다. 가독성은 비교적 양호했지만 적정성은 가장 부실했다. 이는 개인정보 처리 고지 항목과 방침 간 내용 불일치 비율이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넥슨·넷마블·엔씨·슈퍼셀·로블록스코퍼레이션·네이버·카카오 등 49개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약 72%(35개)가 개인정보 처리방침과 실제 정보 사용 동의서의 내용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 사업자의 경우 국내 법령에 없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번역투 문장을 사용해 모든 평가분야에서 국내 사업자보다 낮은 평점을 받았다. 개인정보 처리방침이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거나 민원을 접수하기 어려워 접근성 측면에서도 취약 평가를 받았다. 슈퍼셀은 ARS를 통해 이메일 안내만 진행하며, 에픽게임즈와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는 민원 목적 전화 연결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해외 사업자들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많이 쓰는 수법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10월부터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를 포함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이는 국내에 주소나 영업소가 없는 해외 게임사에 대리인을 의무 지정토록 하는 것이다. 대리인에게는 △사업자 의무 △금지사항 준수 △불법 게임물 유통 금지 △확률형 아이템 표시 △광고 및 선전 제한 규정 준수 의무 등을 부과한다. 다만 해당 제도 도입만으로 규제 상황이 완전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대리인 지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해외 게임사의 '유령 대리인' 꼼수를 막기 어렵기 때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정보통신망법상 국내 대리인 지정현황에 따르면, 대리인 지정 의무가 있는 39개 해외 기업 중 26개 기업이 자사 국내법인이 아닌 법무법인 또는 별도법인을 국내 대리인으로 지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게임산업진흥법에 규정된 국내 대리인 제도의 경우, 개인정보 처리방침은 약관에 표기하고 유효한 연락 수단을 확보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인을 국내 대리인으로 의무 지정하는 조항과 규제기관의 관리·감독 권한에 대한 조항은 도입되지 않아 빈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게임산업에서도 개인정보 관리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시행령 기간 동안 법적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외 게임사에 대한 역외 적용의 현실적 한계를 해결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정한근 법무법인 화우 고문은 “현재 국내 앱 마켓 매출 상위 100개 게임의 절반 이상은 해외 게임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라며 “개인정보보호정책도 국내외 사업자를 막론하고 균형 있게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이용자 식별 중심의 기존 규제 시스템은 국내외 사업자 간 규제 역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부처 간 조정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美 25% 관세, 대미 수출 없는 BYD ‘독주체제’ 불 붙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공식화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의 전기차 독주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오는 4월 2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세계 산업계는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강력한 관세 공격에 미국 시장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현대차그룹, 토요타그룹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이번 관세로 인해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위기에 놓였다. 현재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확대, 수입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높은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생산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의 반기후 정책 기조로 인해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이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BYD는 애초에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과 같이 저가 전기차를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면서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BYD는 미국에 진출하지 않았음에도 지난해 413.7만대 판매를 달성하며 친환경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이들의 기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BYD는 지난 1월 25만8000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37.9%의 성장률과 함께 1위를 이어갔다. 올해 BYD는 유럽, 동남아 주요 거점에서 현지 생산을 확대해, 각국의 관세 및 보조금 정책 변화에 기민한 대응을 통해 600만대 판매를 목표하고 있다. 즉, 기존 완성차 기업들 입장에선 최대 수출 시장이 어려워짐과 동시에 가장 신경 쓰이는 신흥강자가 날아오를 판이 깔려버린 상황이다. 이에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확대와 수입 관세 부담을 줄이려는 다양한 전략을 모색 중이다. 특히 전기차 생산 및 배터리 공급망을 미국 내에서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조지아주에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하며 미국 내 전기차 생산량을 늘렸다. 이를 통해 관세 부담을 일부 회피하고, 전기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HMGMA 준공으로 현대차그룹은 미국 생산 100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토요타그룹은 지난 2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배터리 공장을 완공했다. 이 공장은 총 14개의 배터리 조립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이 중 10개 라인은 배터리 전기차(BEV)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용 배터리 모듈을, 4개 라인은 하이브리드(HEV)용 모듈을 생산한다. 토요타는 2030년까지 이 공장의 연간 생산량을 30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이는 배터리 용량 70kWh 기준으로 약 40만 대의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혼다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으로 오하이오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6년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전기차 30종을 개발하고 연간 20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25% 관세 부과와 상호 관세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판도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며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얼마나 빠르게 시장을 장악할지가 앞으로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격동의 메모리 패권] ‘흔들리는 1위’ 삼성전자의 균열, 어디서 시작됐나

삼성전자가 내달 발표할 2025년 1분기 실적에 대해 시장은 '부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D램·낸드 등 전통 주력 제품의 가격 반등이 더디고,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던 HBM 고부가 메모리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주도권을 내준 상황이다. 동시에 중국의 기술 자립화와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삼성의 글로벌 공급망 전략은 전례 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이에 본지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 전반의 구조적 위기와 경쟁 지형의 변화를 짚어보고자 한다. 삼성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이 순간, 메모리 산업의 권력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편집자주 삼성전자가 다음달 초 2025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시장의 예측은 명확하다.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이 유력하며, 메모리 사업도 낙관하기 어렵다. 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에 대한 실적을 예상하는 증권가 보고서는 대부분이 컨센서스 하회를 점치고 있다. “낙폭은 줄겠지만, 턴어라운드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세계 1위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DRAM과 NAND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체 반도체 매출 기준으로도 글로벌 톱티어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이제 단순한 숫자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다. 수치상 1위는 유지하고 있지만, 기술·고객 신뢰·시장 내 영향력 등 '질적 리더십'은 분명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위기감은 단순한 실적 부진이나 경기 순환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1등 삼성전자가 이제 대세에서 벗어나 버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시작은 2023년 이후,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이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점이 가장 큰 이유다. 그 핵심에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이라는 고부가 제품군이 있다. 현재 이 분야에서 삼성은 후발주자의 위치에 머무르고 있다. HBM3E 제품의 고객 인증이 지연되고 있으며, 실제 납품에 있어서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모두 밀리는 상황이다. 수율·발열·전력 효율 등 기술적인 완성도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된다. 2022~2024년의 삼성전자의 전략 흐름을 되짚어 보면 삼성전자의 위기가 시작된 지점이 보인다. 이 시기는 메모리 업계 전체가 혹독한 다운사이클을 겪은 시기다. 수요 급감에 대응해 삼성은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물량 공세' 전략을 고수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점유율 방어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고객 신뢰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낳았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수익성 중심의 유연한 공급 전략을 택했고, 고객사와의 설계 단계 협업도 강화하며 기술 중심 생태계로 발빠르게 이동했다. 이 차이는 HBM 시장에서 특히 극명하게 드러났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의 공동개발을 통해 사실상 플랫폼 수준에서의 최적화를 실현했고, 최근 마이크론도 HBM3E 납품을 통해 '대체 벤더' 이상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삼성은 이 과정에서 독자 설계 전략을 고수했고, 고객사와의 밀착 협업 구조가 뒤늦게 시작되었다다.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닌 '고객과의 거리'가 패권 구도에서 밀려나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는 얘기다. 삼성의 약점은 조직 전략 차원에서도 드러난다. 바로 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부문 간의 시너지가 잘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고객사는 AI 반도체를 하나의 '통합 솔루션'으로 보고 메모리-CPU-GPU까지의 연결성을 중시하고 있으나, 삼성은 부문 간 전략 연계보다는 독립 채산제 기반의 사업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 역량은 있지만, 이를 고객 맞춤형 설계로 구체화하는 역량에서는 경쟁사 대비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의 메모리 산업은 '관계의 경제'로 재편되고 있다. 고객은 단순히 메모리를 구매하는 존재가 아니라, 제품 설계 단계부터 벤더를 선정해 최적화 구조를 함께 만들어간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AMD와 긴밀한 개발 파트너십을 형성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대량 생산→고성능 납품'이라는 과거형 전략에 머물러 있었고, 이로 인해 신뢰의 고리를 잇는 데 실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모든 것을 잃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세계 최대의 메모리 생산 능력과 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패키징 경쟁력 강화와 차세대 메모리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위기는 단지 기술이나 공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전환기의 전략 실패'라는 점이 중요하다"며 “단기간의 수익 개선이나 제품 출시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다시 중심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함께 설계하고 미래를 제안하는 회사'로의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며 “플랫폼에 최적화되고, 전력 효율과 패키징 구조까지 설계에 반영된 '맞춤형 기술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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