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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조사’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독립성·객관성 논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여객기 활주로 이탈 사고를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직이 무안공항 설계의 주체인 국토교통부 아래에 있어 이해당사자가 '자가 조사'를 행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때문에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정책 집행 기관과 사고 조사 기관을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항철사조위는 지난해 12월 29일 179명 사망·2명이 생겨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에 대해 조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사조위 소속 조사관들은 동체·엔진 인양 작업 등을 실시해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사조위의 상급 기관이 국토부라는 점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무안공항 설계와 개발은 국토부의 전신인 건설교통부가 1990년대 초 추진한 것으로, 건설은 한국공항공사가 주도했다. 2007년 11월, 무안공항이 개항하자 건교부는 운영 권한을 한국공항공사에 이관했다. 처음부터 관계 부처가 깊숙이 관여한 셈인데, 이번 대참사의 원인으로 흙으로 덮인 콘크리트 구조물이 꼽히는 만큼 사조위가 정책적 이해 관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는 평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고 조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신뢰도를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비관론이 나온다. 과거에는 국토부 외청(外廳) 형태의 '항공안전본부'가 있었다. 예산·인사 등의 주요 사항에서 관계 부처의 영향을 받아 법적·재정적 독립성은 다소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 △항공 정책 △안전 규제 △사고 조사 등 항공 관련 업무가 여러 기관에 분산돼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국토해양부 산하로 흡수해 행정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중복 기능 통합 논리'에 따라 항공안전본부는 폐지됐다. 국토부는 항공안전본부의 기능을 가져오면 일관성 있는 관리가 가능해져 항공 정책-안전 관리 간 간극이 줄어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항공안전본부가 운영되던 시절보다 안전 관리와 사고 조사 기능이 약화됐다는 평가와 독립성과 객관성 확보가 어려워졌다는 말이 끊이지 않아왔다. 복수의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국토부는 항공 산업 육성과 징계, 사고 조사 권한을 모두 가져 '절대 갑'으로 군림하는 무소불위의 기관"이라며 “과거 항공안전본부와 같은 독립 조직을 다시 만들어야 조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조위는 12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이 중 1명은 위원장을 겸임하는데 비상임·무보수직이다. 상임 위원은 2명을 두며,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철도국장이 겸직한다. 위원장과 상임 위원 2명은 대통령이 임명하며, 비상임위원은 국토부 장관이 위촉해 반관반민 조직인 셈이다. 이와 관련, '항공기 사고·사건 조사'를 규율하는 국제민간항공기구 부속서 13(ICAO Annex 13)은 사고 조사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고, 해외 주요 국가들이 이를 준수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헌법상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해 국가 권력을 각각 독립된 조직에 분산시키고 있다. 이 철학은 항공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돼 정책·규제·안전 기준 수립 등 운영 전반을 담당하는 연방항공청(FAA)와 항공·철도·도로·해양 등 교통 분야 전반의 사고 조사를 전담하는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로 구분된다. 일본에서도 항공 정책을 맡는 국토교통성과 사고 조사를 맡은 외국(外局)으로 존재하는 운수안전위원회(JTSB)로 이원화 돼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조선업계, 발주량·신조선가 하락에도 자신감

조선 업황이 피크(정점)를 찍고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으나, 아직은 이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반론이 더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80억달러 규모의 조선·해양 수주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목표 대비 33.7% 향상된 수치지만, 실적과 비교하면 12.1% 낮다. HD현대중공업(97억5000만달러)은 지난해 실적 보다 27.5% 높은 목표를 잡았으나, HD현대미포(38억달러)와 HD현대삼호(45억달러)는 30% 이상 낮은 목표를 설정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부터 수주목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삼성중공업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보수적인 수치로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가장 크게 이바지하는 선종을 중심으로 글로벌 발주량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탓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발주량이 493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년 대비 25.7%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수출입은행도 29% 감소를 내다봤다. 그간 선사들이 대량으로 발주한 물량이 축적되면서 발주와 인도시기가 벌어지는 것도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기준 전세계 수주잔량은 1만5223CGT로 22년 11월 대비 27.8% 이상 많아졌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국내 조선소들의 수주량을 950만CGT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 가량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수주액(310억달러)의 경우 1.6% 감소에 그치고, 수출액(약 310억달러)은 19% 가까이 불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불거진다. 실적 향상 흐름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2조4000억원 수준이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7800억원·56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지난해 9월 189.96포인트까지 높아졌던 클락슨 신조선가지수가 최근 189.09까지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형성되는 등 인도되는 선박의 '몸값'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선별수주 정책을 강하게 펴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린 것도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화석연료 정책에 따른 유럽·아시아향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확대, HMM 등 국내외 선사들의 친환경 컨테이너선 발주를 비롯한 요소가 업황을 뒷받침하는 점도 언급된다. 한승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HD한국조선해양이 5년 연속 수주목표를 초과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1년부터 목표 대비 47% 가량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는 논리다. 다른 기업들의 수주 전선도 어둡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지훈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상반기에 대만 해운사의 컨선 물량과 가스선 등의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오 애널리스트는 “국내 조선사들은 1분기에 가장 많은 선박을 수주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보수적인 수주 목표로 인해 과거에도 조선업종 주가는 1월 약세를 보이나, 강력한 수주 모멘텀으로 상반기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전기차 화재 때만 후끈…마이배터리 자율 등록 12월 달랑 10건

전기차 배터리 정보(식별번호)를 온라인에 자율적으로 등록할 수 있는 마이배터리 서비스 이용자가 지난해 화재 사고 당시에만 크게 늘었다가 연말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된다. 전기차 화재 사고에 대한 관심이 옅어지는 상황에서 안전성 강화를 위해 중장기적인 대책을 추진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마이배터리 등록은 784건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가 54만여대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0.15% 가량에 불과하다. 마이배터리는 전기차 소유자가 배터리 정보(식별번호)를 온라인에 자율적으로 등록하도록 한 서비스다. 등록 정보는 차량 화재 시 조사기관에 제공돼 조사기간 단축과 제작결함 조사 등에 활용된다. 다만 올해 등록마저도 대부분 지난해 8월에 685건(전체의 87.37%)이 몰린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8월 인천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가 화재로 전소되면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극에 달하면서 소비자의 우려가 확산됐다. 이에 많은 소비자들이 마이배터리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배터리를 등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지난해 8월을 제외하면 나머지 11개월 동안 배터리 등록은 99건으로, 월평균 9건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8월 이후 9월에 28건, 10월에 17건로 다소 많았으나 11월과 12월에는 각각 0건과 10건으로 8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전기차 화재 사고가 주목받기 직전인 지난해 7월 마이배터리 등록 건수가 10건에 그쳤다. 지난해 전기차 화재 사건으로 한 때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금방 시들해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단은 지난 2023년 11월부터 마이배터리 서비스 시작했다. 그러나 마이배터리에 차량을 등록할 수 있게 하려면 차량 제조사와의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배터리 식별번호는 운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없고, 요청이 있을 경우 이를 조회해 알려주는 시스템도 일부 제조사만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마이배터리에 등록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는 현대차·기아, BMW, 테슬라, KG모빌리티 등의 완성차 업체게 탑재된 것에 불과하다. 다른 완성차 제조사는 고객이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공단과 협력을 등한시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완성차·배터리 업계에서는 배터리 등록·관리에 대한 관심을 높여 소비자의 불안을 덜고 안전성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달 차량 등록 시 배터리 정보도 반드시 등록하도록 한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 시행을전기차 화재 때만 잠시 관심…마이배터리 자율 등록 12월에는 10건 앞두고 배터리 등록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알릴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마이배터리 등록 누적 건수가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라며 “고객이 관심을 가지고 등록·관리할 수 있도록 마이배터리 서비스에 대해서 더욱 알릴 필요가 있고 배터리 안전성에 대해서도 중장기적인 관리 방안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갈수록 덜 팔리는 수입차, 하이브리드가 올해 성적표 좌우

계속되는 고금리, 경기침체로 인해 수입자동차 시장이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를 보유한 토요타, 렉서스, 혼다 등 일본 3사는 웃었다. 이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하이브리드 기술력'이 곧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지난해 수입 승용차 등록현황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시장에 판매된 수입차는 26만32881대로 전년 대비 2.9% 감소한 기록을 보였다. 지난해부터 집계된 테슬라 판매량을 제외하면 2023년 대비 11.9% 감소한 것이다. 수입차 시장의 하락세는 2년째 이어졌다. 2023년에도 전년 대비 4.4% 하락한 판매량을 보였다. 약 3만대 팔린 테슬라를 제외한 벤츠, BMW, 볼보, 아우디 등 대부분의 메이저 수입차 브랜드들은 일제히 하락세 기록했다. 업계에선 수입차 시장의 연속 부진 원인에 대해 불경기로 인해 얇아진 소비자들의 지갑사정을 꼽았다. 불황으로 인해 국산차를 포함한 전체적인 자동차 내수 시장이 침체됐는데 값이 더 나가는 수입차의 경우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시장에 등록된 신차는 143만9310대로 전년 대비 4.5% 떨어졌다. 이에 대해 정윤영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부회장은 “2024년 수입 승용차 시장은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수요둔화와 일부 브랜드의 물량부족 등으로 2023년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잘나가던 브랜드들도 부진을 면치 못한 반면 토요타, 렉서스, 혼다 '일본 3사'는 웃었다. 세계적인 하이브리드 기술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렉서스, 토요타는 전년 대비 각각 3%, 14.3% 증가세 보였고 혼다는 2507대로 판매량은 적지만 81%라는 고성장을 기록했다. 최근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상품은 단연 '하이브리드차'다. 내연기관차보다 연비가 좋고 전기차보다 편리해 소비자들의 많은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하이브리드차는 전년 대비 27.6% 오른 39만4613대 판매를 기록했다. 내연기관, 전기차 모두 하락세를 보인 것과 대조되는 결과다. 수입차 시장도 마찬가지로 마일드하이브리드를 포함한 하이브리드 등록 물량은 13만4426대로 전년 대비 46.6% 증가했다. 일본 3사는 이러한 하이브리드 열풍에 제대로 올라탔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이 익숙한 현대차그룹의 하이브리드 방식과 유사한 수입 브랜드가 일본 3사 밖에 없는 것이 주효했다. 현대차와 일본 3사의 하이브리드차는 충전이 필요 없고 저출력엔 전기모터가 고출력엔 엔진이 돌아가면서 연비를 절약하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반면 벤츠, BMW, 아우디 등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판매 중이지만 그들은 충전이 필요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차량은 유럽이나 미국에선 인기가 많지만 충전이 귀찮은 한국 소비자들에겐 큰 인기가 없다. 볼보의 하이브리드 차량들도 마일드하이브리드 방식으로 현대차나 일본 3사가 판매하고 있는 차량들과 다른 방식으로 구동되고 있다. 특히 연비가 그다지 좋지 않다. 업계에선 고금리, 불경기, 달러 강세로 수입차 시장의 부진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올해 역시 전년과 유사하게 '하이브리드 라인업 유무'가 성적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보다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차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충전의 불편함이 있는 PHEV보다 일본 3사가 보유한 보편적인 하이브리드 기술이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CES 2025] 어제밤 기침 소리 듣고 알아서 온도 조절…MS 손잡은 LG전자

LG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공감지능 혁신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양사는 일상 공간의 지능형 서비스 개발을 위해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의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MS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조 CEO는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공감지능과 함께하는 일상의 라이프스 굿'을 주제로 열린 LG 월드 프리미어 행사의 기조연설에서 이러한 내용을 공개했다. 조 CEO는 “공감지능은 물리적, 가상공간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총체적 경험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공감지능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적 고객가치이자 다른 인공지능(AI) 기술과 구별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열린 'CES 2024'에서 AI가 사용자를 더 배려하고 공감해 보다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AI를 공감지능으로 재정의 한 바 있다. LG전자는 MS와의 협업을 통해 공감지능 확산과 진화를 꾀한다. 회사가 집, 차량, 상업용 공간 등 다양한 일상공간에서 보유한 제품으로 얻는 고객 인사이트에 MS의 AI 기술을 결합, '공감지능 통합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목표다. 양사는 집 안에서부터 차량, 호텔, 사무실 등에 이르는 다양한 공간에 활용되는 AI 에이전트 개발·고도화에 협력한다. LG전자는 이동형 AI홈 허브(이하 프로젝트명 Q9)가 고객과 보다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MS 음성인식과 음성합성 기술을 적용해왔다. Q9이 고객의 다양한 억양·발음·구어체적 표현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에 더해 MS와 함께 고객을 이해하고 상호작용할 뿐 아니라, 고객의 필요와 선호도까지 예측하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조 CEO의 소개로 등장한 저드슨 알소프 MS 수석 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CO)는 “LG전자와 파트너십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LG전자와 단순한 기술 협업을 넘어 더 나은 삶을 위한 혁신적인 경험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저드슨 알소프 부사장은 전 세계적인 AI 열풍으로 급성장하는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의 양사 협업 계획도 처음 공개했다. LG전자의 초대형 냉방 기술인 '칠러(Chiller)' 및 AI 데이터센터용 솔루션이 데이터센터 핵심 인프라로 부상한 데 따른 것이다. 양사는 MS가 구축하는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에 필수 기술인 열관리, 칠러 등에서 협업하며 지속 가능한 최적의 솔루션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이어 LG전자는 공감지능을 통해 고객 중심으로 진화하는 다양한 일상도 선보였다. 고객이 잠에서 깬 아침에는 온디바이스 AI허브가 “지난밤 기침 소리를 감지해 방의 온도를 조절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AI홈의 편리함은 출근길 차량 안에서도 이어진다. AI 인캐빈 센싱(In-cabin sensing, 운전자 및 차량 내부 공간 감지) 솔루션은 운전자가 매일 챙기던 커피 텀블러를 놓고 탑승한 것을 인식하고, “가는 길에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사겠냐"고 제안한다. 이 밖에도 LG전자는 공간의 크기와 형태, 음악 장르를 감지해 최적화된 소리로 보정해주는 무선 오디오 브랜드 'LG 엑스붐', 사용 이력을 고려해 맞춤형 결과를 찾아주는 챗봇 등 온디바이스 AI 기반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인 초경량 AI PC 'LG 그램' 등 AI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도 선보였다. 조 CEO는 “LG전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언제 어디서나 공감지능을 통해 총체적인 고객 경험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삶이 AI로 어떻게 변화하든, LG전자는 AI를 기반으로 '라이프스굿'이라는 변하지 않는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월드 프리미어는 CES 개막에 앞서 글로벌 미디어 및 파트너들을 대상으로 혁신과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행사다. 올해는 발표자의 연설 중심으로 진행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한 편의 드라마를 상영해 미래 일상 속 AI 경험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행사가 진행되며 1000여명에 달하는 취재진과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CES 2025] 헤어드라이 쓰면 로봇청소기 알아서 청소… 일상 바꾸는 삼성 ‘AI HOME’

삼성전자가 AI 기술을 통해 일상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AI를 통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AI 혁신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다. 삼성전자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CES 2025 삼성 프레스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모두를 위한 AI: 경험과 혁신의 확장'을 주제로 한 혁신 전략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시작된 스마트홈 비전을 한층 더 발전시켜, AI를 중심으로 한 더욱 고도화된 서비스를 선보였다. 특히 1인 가구, 쉐어하우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정, 다세대 가족 등 다양한 가구 형태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보안 강화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기기에서 시작된 '삼성 녹스' 보안 플랫폼을 냉장고, 오븐, 세탁기 등 가전제품으로 확대했다. 새로운 녹스 매트릭스 대시보드를 통해 사용자들은 더욱 직관적으로 홈 AI 보안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의 통합 소프트웨어 경험인 '원UI'도 스마트폰뿐 아니라 TV와 가전제품까지 아우르는 통합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최대 7년간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지원을 통해 장기적인 일관성을 보장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AI 음성비서 '빅스비'의 화자 인식 기능도 한층 강화됐다. 이제 빅스비는 각 가족 구성원의 목소리를 구별할 수 있게 돼 개인화된 서비스를 더욱 정교하게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대비 설정을 선호하는 부모님의 음성을 인식하면 냉장고의 식품 목록이나 세탁기의 추천 사이클도 자동으로 고대비 모드로 표시된다. '스마트싱스 앰비언트 센싱'은 공간 AI를 활용해 상황을 이해하고 자동으로 적절한 기기와 기능을 작동시킨다. 영화를 보다 잠든 경우 자동으로 조명을 끄거나, 헤어드라이어 사용 후 로봇청소기가 자동으로 청소를 시작하는 등 더욱 스마트한 생활 환경을 구현한다. 에너지 관리도 더욱 효율적으로 이뤄진다. '홈 인사이트'와 '스마트싱스'를 통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은 전기 사용량을 최적화하고 전기 요금을 절감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플렉스 커넥트' 프로그램은 2025년에 뉴욕과 캘리포니아에 이어 텍사스 일부 지역까지 서비스가 확대될 예정이다. PC 부문에서는 '갤럭시 북 5 프로'와 '갤럭시 북 5 360'을 통해 AI PC 시장의 새 지평을 열었다. 최신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탑재한 이 제품들은 'AI 셀렉트' 기능을 통해 검색, 쇼핑, 콘텐츠 시청 시 더욱 빠르고 쉽게 품질 높은 검색 결과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건강 관리 분야에서도 혁신이 이어진다. 삼성 헬스는 갤럭시 링이나 갤럭시 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더욱 개인화된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덱스컴과의 협력을 통해 당뇨병 관리와 전반적인 대사 건강을 위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수면 관리 분야의 발전도 주목할 만하다. 전 세계 성인의 약 62%가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기반의 수면 환경 최적화 시스템이 도입됐다. 예를 들어 밤 3시에 더워서 자주 깨는 사용자의 경우, 스마트싱스가 자동으로 2시 30분에 온도를 낮추는 등의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TV 부문에서는 새로운 'AI 모드'를 통해 시청하는 콘텐츠를 자동으로 감지해 화질과 음질을 최적화한다. '클릭 투 서치' 기능을 통해 리모컨의 AI 버튼만 누르면 배우나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제너레이티브 월페이퍼' 기능은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예술 작품을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게 해주며, 2025년부터는 모든 삼성 QLED TV와 프레임, 마이크로 LED TV에 '삼성 아트 스토어'가 탑재돼 3000점 이상의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2025년 상반기에는 AI 홈 컴패니언 '발리'도 출시될 예정이다. 발리는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사용자를 이해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며, 인공지능과 최신 가전, 스크린 경험을 결합해 일상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솔브 포 투모로우' 프로그램을 통해 66개국에서 26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과학기술을 활용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참여하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UN개발계획(UNDP)과의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술 혁신도 추진하고 있다"며 “단순한 스마트홈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지능형 홈을 구현하며, 기술의 혜택이 모든 이에게 골고루 전달되는 포용적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발표를 지켜본 참관자들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내놓고 있다. AI 기술에 대한 비전과 계획을 중심으로 발표가 진행되었지만, 구체적인 혁신이나 신제품 공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새로운 스마트폰이나 OLED TV 등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군에 대한 발표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갤럭시 S25 시리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오는 22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IPO 앞둔 LS 美 계열사…에식스는 ‘기대’·SEABL은 ‘우려’

LS그룹의 미국 계열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상장을 추진하면서 시장 상황과 타이밍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용 특수 권선을 만드는 에식스솔루션즈는 글로벌 투자사들의 관심 속에 2025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다른 계열사는 의무상장 조건 등으로 인해 상장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에식스솔루션즈(Essex Solutions)는 최근 미래에셋-KCGI 컨소시엄으로부터 2억달러(약 2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2025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에식스설루션즈의 주력 제품은 '전기차·하이브리드차용 특수 권선'과 '대용량 변압기용 특수 권선'이다. 전기차용 특수 권선은 구동 모터의 핵심 소재로 높은 전압을 견딜 수 있는 기술력이 필요하다. 이번 투자로 컨소시엄은 약 20% 지분을 확보했으며, 이를 기준으로 한 기업가치는 약 10억달러(1조4500억원)로 평가됐다. 베인캐피탈, 골드만삭스, IMM,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투자사들이 입찰에 참여했다. LS는 미국 내 계열회사인 통신케이블 전문 업체 슈페리어 에식스 ABL(Superior Essex ABL Inc.·SEABL)의 상장도 추진 중이다. SEABL은 지난해 SKS크레딧으로부터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2026년까지 의무적으로 상장해야 하는 조건을 수용했다. 당시 SEABL의 기업가치는 약 7억5000만달러(약 1조원)로 평가됐다. SEABL이 체결한 계약에는 까다로운 조건이 포함됐다. 2026년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SKS크레딧은 자신의 지분뿐 아니라 모회사인 슈페리어 에식스(Superior Essex Inc.·SPSX)가 보유한 SEABL 지분까지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 권한을 갖게 된다. 또 매년 주당 매수대금의 2%에 해당하는 배당을 받을 권리도 보장받았다. 공동매각이 이뤄질 경우에는 투자원금에 연복리 7%의 이자를 더한 금액을 보장받는 등 투자 조건이 복잡하다. 에식스솔루션즈는 현재 전기차/하이브리드차용 특수 권선과 대용량 변압기용 특수 권선 두 가지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용 특수 권선은 구동 모터의 핵심 소재로 높은 전압을 견딜 수 있는 기술력이 요구되는데, 에식스솔루션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적 우위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을 제외한 북미 지역에서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 덕분에 모회사인 SPSX의 실적도 호조세다. 2023년 15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3월에는 미국 정부의 55조원 규모 고속통신망 구축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에식스솔루션즈에 대한 투자환경이 우호적인 것과는 다르게 문제는 SEABL이다. 드래그얼롱에 따라 상장 시기를 조율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상장하지 않고 SKS크레딧의 투자를 유지하기에도 재무적인 부담이 상당하다. 또 SEABL이 속한 통신케이블 시장에 대한 전망이 우호적이지 못하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케이블 관련 기업들에 대한 미국 투자자들의 시각은 상당히 부정적으로 알려졌다. 포츈 등은 북미 지역의 5G 서비스 시장에 대해 연평균 50%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지만, 5G용 케이블 시장은 연평균 5% 수준의 성장이 기대되는 정도다. 이 때문에 모회사인 SPSX도 2008년 나스닥 상장폐지 이후 미국 시장 재상장을 추진했다가 중단한 전력이 있다. 최근 글로벌 IPO 시장의 회복이 더딘 상황도 우려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에식스솔루션즈의 경우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을 인정받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며 “하지 SEABL은 통신케이블이라는 전통 산업에 속해 있어 시장의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 회사들의 지배구조를 보면 LS그룹이 최상위에 있다. LS는 자회사인 엘에스아이앤디의 지분 93.2%를 보유하고 있으며, 엘에스아이앤디는 미국 지주회사인 싸이프러스인베스트먼츠(Cyprus Investments Inc.)를 100% 소유하고 있다. 싸이프러스인베스트먼츠는 다시 SPSX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고, SPSX는 권선 사업부문인 에식스솔루션즈와 통신케이블 사업부문인 SEABL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구조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신동빈 롯데 회장, 전 계열사 대표 모아 “혁신·쇄신 논의”

신동빈 롯데 회장이 오는 9일 계열사 대표들과 올해 사업 전략 논의에 나선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9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신 회장 주재로 2025년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연다. 롯데 VCM은 매년 상·하반기에 한 번씩 진행된다. 신 회장을 비롯해 롯데지주 대표이사 및 실장, 사업군 총괄대표와 계열사 대표 등 80여명이 모여 그룹 경영 방침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통상적으로 상반기 VCM에서는 지난해 경영성과를 돌아보고 올해 경영목표를 공유한다. 신 회장과 롯데 계열사 사장들은 올해 상반기 회의에서 작년 경영 실적과 그룹 현황을 점검하고 글로벌 복합 위기 속 돌파구와 미래 사업 역량을 키우기 위한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혁신 없이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강도 높은 쇄신을 통한 핵심사업 경쟁력 회복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고객 관점의 사업 혁신 및 글로벌 브랜드 가치 제고, 인공지능(AI) 내재화를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도 혁신과 쇄신을 통한 경쟁력 회복과 재무 건전성 확보, AI 활용 강화 등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2023년부터 VCM에 함께 해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 참석 여부는 미정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신유열 부사장은 VCM 참석 대상자이기는 하나, 일정 등에 따라 실제 회의 참석 여부는 행사 당일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한온시스템, 이수일 한국앤컴퍼니그룹 부회장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

한온시스템은 지난 3일 주주총회, 이사회 의결을 통해 이수일 한국앤컴퍼니그룹 부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6일 밝혔다. 이수일 부회장은 1987년 공채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입사해 사우디 제다지점장, 프랑스법인 법인장, 미국지역본부장, 중국지역본부장, 마케팅본부장, 경영운영본부장, 유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마케팅·판매·유통 등 다양한 직무를 수행했으며, 유럽·미국·아시아 등 전세계 핵심 시장을 두루 경험한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전문가다. 2018년부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지난해 12월부터 한온시스템 PMI추진단장으로서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통합 과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23년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는 등 재임 기간 중 한국타이어의 질적, 양적 성장을 이끌며 뛰어난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한온시스템에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성공 DNA를 전파하고, 불확실한 글로벌 시장 환경 속에서도 경영 효율화와 기술 혁신을 통해 전기차 시대를 이끌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으로 성장시킬 최적임자로 평가받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수일 신임 대표이사는 취임사를 통해 “한온시스템 경영 효율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임직원들에게 “프로액티브하고 도전적인 자세로 세계 1위의 공조 시스템 회사로 성장하자"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국내 환경 고려 못해”…쏟아지는 공항시설법 개정안 졸속 입법 우려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과 계기 착륙을 돕는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에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해둔 것이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 대참사의 기여 요인이라는 관점이 우세하다. 이 가운데 국회에서는 사고 직후 현장 시설 고도화를 법률로 명문화 하자는 공항시설법 개정안이 4건이나 제출됐지만 자칫 졸속 입법 가능성이 있어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본지 취재 결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는 공항시설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총 4건 제출됐다. 이 중 3건은 소관 상임위원회에 접수됐고, 나머지 1건은 접수 처리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29일 버드 스트라이크로 엔진이 고장나 조종 불능 상태에 빠진 제주항공 2216편이 무안공항에서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하던 중 활주로를 이탈해 179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 직후 발의된 것이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31일 가장 먼저 국회 의안과에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김포국제공항·김해국제공항 등 국내 15개 공항 중 단 한 곳에도 조류 탐지 레이더가 설치돼있지 않은 상태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공항시설법 제2조 제17호와 제43조 제1항을 개정해 국토교통부 장관이 각 공항에 조류 탐지 레이더·열화상 카메라 등 국토부령으로 정하는 조류 충돌 방지 시설을 설치하도록 해 조류 충돌 사고 위험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자 함을 골자로 한다. 박 의원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당시 무안공항 관제탑에서는 조류 충돌 주의 경보를 사고 고작 1∼2분 전에 항공기에 통보할 수 있었고,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해 조류 퇴치 활동을 전개하는 등 사전 조치도 미비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개정안을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공항 시설 장비·설치물 적정 기준을 법률로 규정하자는 내용을 담아 공항시설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 의원은 “무안공항 콘크리트 구조물이 설치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이어져 대통령령·부령·예규 등에 명시된 공항·비행장 시설 설치 기준을 법률로 상향 조정해 실효성을 거두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민 의원의 안과 사실상 동일한 내용을 담아 김예지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또한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3일 장애물 충돌 시 항공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취약성'을 정의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공항 장비·설치물이 국제민간항공조약(ICAO)와 그 부속서(Annex)에서 채택된 취약성 요구 조건을 충족하도록 법률로 상향 입법한다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아 대표 발의했다. 아울러 로컬라이저 등 항행 안전 시설과 이를 지지하는 구조물의 경우 설치 위치와 무관하게 취약성 요구 조건을 준수하도록 규정했다. 이 의원은 “ 항공 장애물 관리 세부 지침에 따르면 공항 장비·설치물은 항공기 충돌 시 부서지기 쉽도록 설치돼야 하지만 국토부는 활주로 종단 구역 밖에 대해서는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 심각한 사각지대가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여야 3당이 공통적으로 공항 시설에 의한 참사가 생겨났다고 보는 만큼 법 개정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법률로 상향 조정하면 구속력 강화로 이어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일부 문구 수정과 기존 지침의 법률화에 그칠 뿐이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선 박용갑 의원의 조류 충돌 방지 시스템 도입안은 기술 도입에만 초점을 맞춰 운영 절차·인력 훈련 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공항 규모나 특성에 따른 차등적 적용 방안이 미비하다는 분석이다. 민형배·김예지 의원의 개정안은 ICAO·FAA 등 국제 기준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엿보이지만 다양한 공항 환경을 고려한 유연한 적용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 '쉽게 부서지거나 변형이 일어나도록 설계'에 대한 구체적 수치 등의 기준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법으로 못박아둘 경우 기술 발전에 따른 유연한 기준 적용이 어려울 가능성도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ICAO 부속서를 연구해본 결과, 현실적으로 다 지킬 수는 없다"며 “국제 기준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실정에 맞는 적용 방안에 대한 고려가 뒤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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