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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영 LG헬로 대표 “고객가치 혁신해 유료방송 위기 돌파”

송구영 LG헬로비전 대표가 신년 타운홀 미팅에서 “고객가치 경영으로 내실을 다지며 유료방송 위기를 돌파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10일 LG헬로비전에 따르면 전날인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본사에서 타운홀 미팅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선 송 대표의 신년인사와 올해 사업 방향 및 전략 공유, 경영진 질의응답 등이 있었다. 송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유료방송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고객가치 혁신으로 케이블TV만의 차별화를 통해 성장을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그는“지난해 어려운 사업환경 속에서도 렌탈·교육 등 신사업이 성장하며 의미 있는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었다"면서도 “새해에도 유료방송 시장을 둘러싼 경영환경의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일수록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장 중요한 목표에 집중하고 체계적인 과정 관리로 성과를 창출하는 강한 실행력을 발휘해달라"며 “질적 개선과 경영 효율화에 집중하는 한편, 홈·미래 사업에서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회사는 최근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과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을 통한 활로 찾기에 돌입했다. 이는 최근 가입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유료방송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년 방송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료방송 가입자수는 전년(2022년)과 동일한 3630만477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약 3000명 늘어나는 데 그치며 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사업자별로 △인터넷(IP)TV 2098만명 △케이블TV 1249만명 △위성방송 283만명이다. IPTV는 1.5% 증가했지만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은 각각 1.6%, 3.7% 감소했다. 유료방송사업자의 총매출액은 7조2330억원으로 전년보다 늘었으나, 성장률은 계속 둔화해 0.4%를 기록했다. 유료방송 매출에는 수신료와 홈쇼핑 송출수수료, 기타 매출(광고·협찬, 단말장치 대여·판매) 등이 포함된다. 이에 LG헬로비전의 실적도 영향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LG헬로비전의 지난해 매출은 1분기 2672억원, 2분기 2836억원, 3분기 323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1억원, 74억원, 33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4분기 매출 3011억원, 영업이익은 7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74%, 38.19% 감소한 수치다. TV 사업은 업황 악화로 인한 감소세가 예상되나, 렌탈·지역사업이 실적을 방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TV 부문은 가입자 약세에 유료시청(PPV) 매출 감소가 겹치며 전년 대비 3.6% 감소할 것"이라며 “렌탈과 지역사업 매출액이 2022년 2465억원에서 2024년 3352억원으로 연평균 16.6% 성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자회사 헬로커넥트앤을 설립하며 서비스 품질 강화에 나선 점은 긍정적"이라며 “이들 신사업의 매출 증가가 통신업 매출 감소를 방어하며 전체 외형은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몸값 6조’ LG CNS, 상장 도전장…“DX에 3300억 투자”

몸값 6조 규모로 올해 IPO 최대어로 평가받는 LG CNS가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장 후 사업 전략 및 비전에 대해 발표했다. 오는 15일까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이달 21일~22일 일반투자자 대상의 공모주 청약을 거쳐 다음달 상장 예정이다. 대표 주관사는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며, 공동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JP모건이다. 회사는 이번 상장을 통해 최대 6000억원의 투자재원을 확보할 전망이다. AI·클라우드 분야 연구개발(R&D),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DX 전문기업에 약 33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향후 DX 기술력이 우수한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을 검토해 해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LG CNS는 국내 IT서비스업체 중 상당한 수익성을 가진 곳으로 꼽힌다.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MSP), 물류자동화, 금융DX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매출은 2019년 3조2833억원에서 2023년 5조6053억원으로 5년새 70.7%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도 전년 대비 7.0% 증가한 3조9584억원으로 기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홍진헌 LG CNS 전략담당(상무)은 회사의 수익성 개선 방안에 대해 “글로벌 딜리버리 센터(GDC)를 통해 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에 있는 고도의 정보기술(IT) 엔지니어를 활용 중"이라며 “인력에 쓰이는 비용을 효율화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AI 드라이븐 디벨롭먼트(AIDD)를 통해 개발 효율성과 품질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 전망에 대해 현신균 LG CNS 대표는 “상장 시 주가수익비율(PER)은 13~15 수준으로, 향후 비교 기업들의 평균인 22~25 정도까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당기순이익이 매년 10%씩 성장한다고 가정했을 때, 투자자들이 회사의 성장 스토리에 더 많은 가치를 준다면 향후 주가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한 국내 자본시장 불안정성은 여전히 변수다. 내수 침체와 환율 급등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단기적인 추세적 상승 요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LG CNS는 공모 규모가 커 해외 기관투자자 유치 여부가 흥행을 결정짓는데, 최근 원화 약세가 이어지며 향후 리스크 개선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는 IT 시장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로도 이어진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날리지리서치그룹(KRG)에 따르면 올해 국내 IT서비스 시장은 전년보다 2.9% 성장한 16조23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 CNS의 전체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절반 이상을 AI·클라우드 사업이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전체 매출의 51.6%를 차지한다. 이는 그룹 내부 계열사에 IT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업체 특성에 따른 것인데, 사업 안정성은 높지만 성장성이 정체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신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모 주식 중 구주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이현규 LG CN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장 밸류보다 낮은 겸손한 몸값을 책정해 '구주 매출 비중이 높다'는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 것"이라며 “회사의 현금 보유량을 감안해 신주 보유량도 필요 이상으로 높게 설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홍 상무는 매출 구성에 대해 “IT서비스의 전통적인 시스템통합(SI)·서비스 관리 자동화(SMA) 시장 성장률은 회사의 안정적인 캐시카우로서 작용할 것이며, 성장을 주도하는 건 AI와 클라우드일 것"이라며 “스마트 엔지니어링의 경우,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 자본시장 및 전반적인 경기 침체 현상에 대해선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가 크지 않았다고 답했다. 현 대표는 “해외 투자자들은 홍콩, 싱가포르, 유럽을 중심으로 50개사 정도를 만났는데,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 등 우려는 있었지만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며 “IT기업 인수에 대해선 다양한 후보에 대해 적정성 검사를 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깜짝 소식을 발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 불황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불경기 때 DX가 비용절감을 위한 도구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경기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위축되지 말자”던 정의선, 퍼펙트스톰 속 ‘R&D만 12조’ 과감한 투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투자의 절반을 연구개발(R&D) 분야에 집중시켰다. 치열해지는 자동차 시장 경쟁 속에서 제품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미래 성장 동력을 적극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9일 현대차그룹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3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이전 최대 기록인 지난해 20조4000원 대비 19%, 3조9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뛰어난 경영실적을 비롯해 다양한 부문에서 괄목할만한 성과와 성장을 거뒀다. 그러나 올해는 내수 부진, 트럼프 2기 집권으로 인한 무역환경 변화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로 해법을 모색할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6일 신년사에서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불확실성 때문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며 “외부로부터의 자극은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R&D)투자 11조5000억원, 경상투자 12조원, 전략투자 8000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가장 눈에 띄는 투자 부문은 R&D다.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이전 대비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3조7406억원, 지난해 약 4억원 정도였던 연구개발 투자액이 올해 약 12조원까지 증액됐다. 중국의 BYD 등 기술력을 갖춘 신흥강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수소차, EREV 등 미래차 개발에 집중해 수요를 지키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기존의 하이브리드 모델과 연비와 성능을 강화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EREV(Extended Range Electrified Vehicle) 등을 앞세워 전기차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2027년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탑재 예정이다. EREV는 전기차와 같이 전력으로 구동하지만 엔진이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 충전을 지원하는 모델로 1회 충전시 1000㎞ 이상 주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신모델 개발을 꾸준히 확대해 전동화 전환도 가속화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30년 보급형부터 럭셔리, 고성능까지 21개 모델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기아도 2027년까지 다양한 목적기반모빌리티(PBV)를 포함해 15개 모델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특히 기아의 첫 번째 PBV모델 PV5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며, 보급형 전기차인 EV4·5도 올해 중으로 시장에 나올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SDV 분야 투자도 놓치지 않는다. SDV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정의되는 차를 뜻한다. 현대차는 SDV를 전기차 이상의 미래 먹거리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올해 소프트웨어 내재화를 통해 2026년까지 차량용 고성능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적용한 'SDV 페이스 카'(Pace Car) 개발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양산차에 확대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추후에도 적극적인 R&D 투자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열린 CEO 인베스터데이서 “10년간 R&D 분야에 54조5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 밝혔다. 이어 경상투자는 EV 전환 및 신차 대응 생산시설 확충, 제조기술 혁신, 고객체험 거점 등 인프라 보완 등에 투입된다. 특히 그룹은 EV 전용공장 건설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다. 지난해 가동된 기아 광명 EVO Plant에 이어 올해 하반기 '기아 화성 EVO Plant'를 완공하고 PBV를 본격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또 2026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에서는 초대형 SUV 전기차 모델을 시작으로 다양한 차종을 양산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제조 경쟁력 향상을 위해 혁신적인 생산공법 도입에도 나선다. 현대차 울산 공장에 하이퍼캐스팅 공장을 신설한다. 하이퍼캐스팅은 차체를 통째로 제조하는 첨단 공법으로 전동화 차량 등 차세대 제품 성능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그룹은 신규 모빌리티 디바이스 개발, 로보틱스 비즈니스 등 신사업 다각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대내외 경영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적극적인 투자, 끊임없는 체질 개선, 변화와 혁신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지속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폭스바겐코리아, 전기 SUV ‘ID.5’ 출시 확정…부진 늪 벗어나나

2024년 힘든 한해를 보냈던 폭스바겐코리아가 올해 새로운 차량으로 돌아온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준중형 쿠페 SUV' ID.5 출시를 통해 한국 시장서 다시금 영향력을 뽐낼 방침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쿠페형 순수 전기 SUV ID.5의 한국 시장 공식 출시를 확정 지었다고 9일 밝혔다. 최근 폭스바겐은 한국 시장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 2024년 수입 승용차 등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폭스바겐은 국내 시장서 전년 대비 19.3% 감소한 8273대 판매에 그쳤다. 판매 순위도 2023년보다 두 계단 내려온 9위를 기록했다. 국내 시장에 '하이브리드 붐'이 불면서 토요타, 렉서스 등 브랜드들이 반등한 반면 디젤 차량이 대부분인 폭스바겐은 소비자들의 선택지에서 멀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전기차 쪽에선 유의미한 판매량을 보였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모델 ID.4는 지난해 2613대 팔리며 전년 대비 163.1%라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전기차에서 희망을 본 폭스바겐은 올해 새로운 모델 'ID.5'를 출시한다. ID.5는 폭스바겐코리아가 한국 시장에 소개하는 두 번째 순수 전기차다. 폭스바겐 전기SUV 고유의 우아함과 탁월한 효율성, 쿠페 스타일의 유려한 디자인과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두루 갖춘 쿠페형 전기SUV다. 특히 우수한 공기역학 성능과 더불어 강력하고 효율적인 드라이브 시스템, 편리하고 직관적인 컨트롤이 가능해진 대화면 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보이스 어시스턴트 'IDA' 등 첨단 사양을 대거 탑재, 뛰어난 완성도로 폭스바겐 전기차 고객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 쿠페형 e-SUV ID.5는 베스트셀링 e-SUV ID.4와 더불어 폭스바겐코리아의 수입 전기차 리더십 강화와 전동화 전략을 이끄는 쌍두마차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틸 셰어 폭스바겐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은 “ID.5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퍼포먼스, 진보적인 첨단 사양을 두루 갖춘 폭스바겐 최초의 쿠페형 전기SUV"라고 소개하며, “ID.5를 필두로 폭스바겐은 전동화 리더십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CES 2025] “7000조 시장 잡아라”…LG전자, 모빌리티 혁신 이끈다

LG전자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다양한 모빌리티 기술을 선보이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주력인 가전 사업이 부침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힘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CES 2025에서 '모빌리티 경험(MX) 플랫폼'을 선보였다. MX 플랫폼은 차량 내부 공간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AI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조합해 만든 이동식 맞춤 공간이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생성형 AI가 고객과 교감하는 AI홈 시대를 선언하며 궁극적으로 이 AI홈을 상업, 모빌리티 공간 등 고객이 머무르는 모든 장소로 확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MX 플랫폼은 거실, 드레스룸, 침실, 주방 등에 있는 홈 가전들을 하나하나 모듈처럼 조합해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모빌리티 공간을 제공한다. 일례로 MX 플랫폼이 적용된 차량은 독서나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취미·취향 공간 등 다기능 공간으로 변모하는 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3만명 이상의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일상생활 속 자동차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수의 고객이 자동차에 대해 '놀고 머물고 일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경험 공간으로 전환하는 모빌리티 산업의 트렌드에 맞춰 MX 플랫폼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첨단 모빌리티 기술인 '인캐빈 센싱(운전자 및 차량 내부 공간 감지)' 솔루션도 눈길을 끈다. LG전자는 관람객들에게 미래 모빌리티 경험과 주행 트렌드를 선보이기 위해 회사 부스 내에 인캐빈 센싱 솔루션을 시뮬레이션으로 체험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 솔루션은 주변 사물, 사람, 신호 등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는 비전 AI 기술과 카메라·센서로 수집한 차량 내 정보로 주행 중 외국어 교통 표지판을 실시간으로 번역하거나, 운전자의 졸음 감지, 실시간 심박 수 측정 등으로 교통사고 예방에 도움을 준다. CES 2025를 통해 모빌리티 기술은 글로벌 트렌드로 부상 중이다. 실제 행사에서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은 자율주행 및 AI 기반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전기차 및 충전인프라뿐만 아니라 항공, 해양, 건설 등의 산업에 적용되는 모빌리티 솔루션을 소개하는 데 역량을 쏟고 있다. 관련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공개한 'CES 2025 프리뷰' 보고서를 보면 하드웨어 및 서비스를 포함한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3597조원에서 오는 2030년에는 7070조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가전 브랜드로 불리던 LG전자가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모빌리티 기술을 전 세계 무대에 적극적으로 알리며 관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가전 사업의 어려움이 이어짐에 따라 미래 성장동력 발굴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나증권은 LG전자 생활가전(H&A) 사업본부가 지난해 4분기 16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23년 4분기(1177억원) 대비 약 86% 감소한 수치다. 올해 상황도 녹록지 않다. 해상운임 강세, 트럼프 관세 정책 등 극복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iM증권은 LG전자의 지난해 운반비가 전년 대비 18% 늘어난 3조1000억원인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는 이 보다 높은 3조4000억원일 것으로 예상했다. 관세 상향도 우려 요소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가전 사업의 경우 관세 부과로 인해 판매 가격을 올릴 경우의 소비 둔화 또는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효성·HD현대 전력기기 계열사 순항…초고압변압기 ‘선봉’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용량 1만kVA 이상의 초고압변압기 등 고부가 제품에 힘입어 컨센서스도 소폭 상회한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초고압변압기 수출은 관세청 기준 2억7581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4% 증가했다. 이는 각국의 전력 수요가 확대되고, 노후 설비 교체가 진행되는 등 수요가 활발한 까닭으로 풀이된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도 지난해 1~11월 변압기 총 수출이 19억8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0.4%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배전반 및 전기자동제어반 수출도 30억9800만달러에서 32억7200만달러로 5.6% 증가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효성중공업 중공업부문이 매출 9680억원·영업이익 949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유럽·인도향 판매에 힘입어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100% 이상 오른 수치다. 9월말 132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12월말 1477원까지 급등한 것도 원화 환산 기준 실적 향상에 기여한 요소로 꼽힌다. 이동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HD현대일렉트릭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9701억원·2239억원으로 내다봤다.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80% 가량 확대됐다는 것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연간 매출(3조3000억원)·수주(37억4000만달러) 가이던스도 초과 달성한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국내 전력기기 업계 최초로 '10억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북미와 중동을 중심으로 수출액을 대폭 끌어올린 성과다. LS일렉트릭의 경우 전기차 캐즘을 비롯한 어려움이 있으나, 초고압변압기 수주는 연간 6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성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업계는 향후 미국 금리 인상을 비롯한 달러 약세 요인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낮아질 수 있으나, 수익성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미·중동·유럽 등을 중심으로 강력한 수주 모멘텀이 형성된 덕분이다. 특히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에 총력을 다하고 있을 뿐더러 구매력이 충분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중국 견제가 더해지는 등 국내 기업들의 '금맥' 지위를 잃지 않을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이 미국법인 생산량을 늘리고 HD현대일렉트릭도 앨라바마 공장을 증축하면서 현지 수요 대응에 나서는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LS일렉트릭도 초고압변압기 생산력을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편관세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전력 인프라 교체가 주요 정책인 만큼 장벽을 세울 가능성이 낮다는 반론이 맞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집권 이전 연설에서 '미국의 인프라는 제3세계 수준'이라고 발언하는 등 관련 정책을 강하게 펴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효성중공업 중공업부문의 연간 매출은 지난해 3조원 규모에서 올해 3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3000억원에서 3700억원 수준까지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7조원을 돌파한 수주잔고가 매출로 반영되면서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HD현대일렉트릭도 연매출을 3조5000억원에서 3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7250억원에서 9000억원 규모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말 수주잔고는 7조원을 상회한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 에너지 전환으로 전력망 안정화에 대한 니즈가 커지는 것도 초고압변압기 수요를 촉진하고 있다"며 “에너지저장장치(ESS)·초고압직류송전(HVDC) 관련 매출 신장 등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한 실적 향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CES 2025] 최태원 “HBM 개발 속도, 엔비디아 요구 수준 앞질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요구사항을 앞질렀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HBM 공급과 AI(인공지능)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이후 최 회장은 이날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은 SK하이닉스의 HBM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요구 속도보다 뒤처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요구를 조금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HBM3E(5세대) 16단 또는 HBM4(6세대) 제품의 개발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전 세계 HBM 시장의 53%를 차지하며 삼성전자(38%)와 마이크론(9%)을 크게 앞서고 있다. 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8단 HBM3E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했고, 10월에는 12단 HBM3E 제품 양산에 들어간 덕분이다. SK하이닉스의 HBM3E는 핀당 처리 속도 최고 9.2Gbps, 초당 최고 1.15TB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기록하며 HBM 제품 최초로 TB의 벽을 넘어섰다. 이는 FHD급 영화(5GB) 230편 이상 분량의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48GB 용량의 16단 HBM3E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16단 제품은 12단 제품 대비 AI 학습 성능이 18%, 추론 성능은 32%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HBM4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최근 최태원 회장에게 12단 HBM4 칩의 공급 시기를 당초 2026년 초에서 6개월 앞당겨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SK하이닉스는 하반기부터 3나노 공정을 적용한 맞춤형 HBM4를 생산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2024년과 2025년 대부분의 HBM 생산물량이 이미 판매됐다고 밝힌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HBM 시장은 AI 수요 급증으로 2022년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10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2025년 전체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11.2% 성장한 697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SK그룹은 이번 CES에서 '혁신적인 AI 기술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든다'를 주제로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6단 HBM3E 샘플을 최초로 공개했으며, AI 데이터센터 솔루션과 반도체 공정의 혁신으로 불리는 SKC의 유리 기판 기술도 함께 선보였다. 한편 황 CEO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HBM에 대한 발언도 내놓은 바 있다. HBM을 생산하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삼성전자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곳이 삼성전자다. 황 CEO는 '삼성전자의 HBM 공급을 왜 받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그들(삼성전자)은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젠슨 황이 삼성전자 제품의 '설계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윤호·강현창 기자 kyh81@ekn.kr

[CES 2025]삼성전자, AI 등 혁신 스타트업 15개사 대거 선보여

삼성전자가 CES 2025에서 AI와 디지털헬스케어, IoT 등 혁신 기술을 보유한 15개 스타트업을 세계 무대에 선보이며 글로벌 혁신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 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엑스포 내 유레카 파크에서 운영 중인 'C랩 전시관'에서 삼성전자와 협력 중인 스타트업의 제품과 기술을 확인할 수 있다. AI 분야에서는 6개 기업이 혁신 기술을 선보인다. 딥파인은 비전 AI 기술 기반 XR 원격 협업 솔루션을, 마인스페이스는 인테리어·가구 디자인을 위한 AI 기반 3D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공개한다. 에너자이는 온디바이스 AI 모델 경량화 솔루션을, 일만백만은 실시간 편집이 가능한 기업용 AI 영상 생성 서비스를 선보인다. 코클은 딥러닝 기반 비언어 소리 분석 AI 솔루션을, 한국그린데이터는 AI 기반 건물 에너지 분석 및 탄소 저감 통합 솔루션을 전시한다. 디지털헬스 분야에서는 3개 기업이 참여한다. 라이덕은 사이클 운동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트레이닝을 제공하는 솔루션을, 랩에스디는 중고 스마트폰을 활용한 안구질환 진단 기술을, 메디트릭스는 정신건강 훈련을 위한 VR 기반 의자형 의료기기를 선보인다. IoT와 로봇 분야에서는 3개 기업이 혁신 기술을 공개한다. C랩 아웃사이드 광주 출신 고스트패스는 사용자 기기에만 생체정보를 저장·관리하는 생체인증 보안 솔루션으로 CES 2025 핀테크 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핀포인트는 빌딩 인프라 IoT 통합 관리 솔루션을, C랩 아웃사이드 대구의 퀘스터는 다중센서 융합 기술 기반 정밀 손동작 추적 장갑을 선보인다. C랩 인사이드에서는 2개의 혁신적인 과제가 공개된다. 그린팔로우는 갤럭시 스마트폰과 워치를 활용한 자율주행 골프 트롤리를, 모듈로는 빠르고 효율적인 로봇 연구를 위한 모듈형 로봇 플랫폼을 선보인다. 이는 삼성전자가 2012년부터 추진해온 임직원 사내벤처 프로그램의 결실이다. C랩 스타트업들은 이번 CES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고스트패스의 최고혁신상을 포함해 마인스페이스, 에이슬립, 딥파인, 퀘스터, 셀리코, 핀포인트, 비트센싱, 버시스, 브이터치, 스튜디오랩 등이 각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C랩은 단순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넘어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혁신 문화를 확산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2012년 출범 이후 현재까지 총 912개(사내 406개, 사외 506개)의 사내벤처와 스타트업을 육성했으며, C랩 아웃사이드 스타트업들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전시에는 C랩 아웃사이드 12개사, C랩 인사이드 2개사, C랩 스핀오프 1개사가 참여 중이다. 특히 대구와 광주에서 활동하는 4개 지역 스타트업이 참가해 역대 최다 지역 기업 참여 기록을 세웠다. 이는 삼성전자가 2023년부터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을 수도권 외 지역으로 확산하며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주력해온 결과다. 삼성전자는 C랩을 통해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도전할 수 있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확산하는 한편, AI와 IoT, 디지털헬스 등 미래 핵심 기술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외부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필규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 부사장은 “CES는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며 “C랩은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를 통해 C랩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혁신 기술 기업으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여갈 계획이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이슈분석] 조류충돌 후 연쇄 고장…‘치명적 6분’에 담겼다

버드스트라이크가 1차 원인으로 확인된 제주항공 2216편 활주로 이탈 사고의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단순 조류 충돌을 넘어선 복합적 원인 규명이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버드스트라이크가 무사히 해결된 것과 달리, 이번 사고는 엔진 손상에 이어 랜딩기어 작동 불능으로까지 이어져 대형 참사가 됐다는 점에서 정밀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이승열 사고조사단장은 “사고 항공기에서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주요한 상황 중 하나가 드러난 상황이지만 조사는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버드스트라이크와 대형 참사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5년 동안 국내 공항에서 이착륙 중 발생한 버드 스트라이크는 총 500건이다. 하지만 이번 처럼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경우는 없다. 사고 현장인 무안공항의 경우 2019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총 10건의 버드스트라이크가 보고됐다. 사고 발생 47일 전에도 한 외항사 항공기가 조류와 충돌해 인천공항으로 긴급 회항한 사례가 있었다. 국제적으로도 버드스크라이크가 대형 사고로 확대되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미국 내 공항에서만 1만9400건의 버드스트라이크가 발생했다. 여기에 미국 항공사들이 해외 55개국에서 추가로 보고한 236건을 더하면 연간 2만건에 육박하는 조류 충돌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안전하게 착륙했으며, 심각한 사고로 이어진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버드스트라이크 발생 후 불과 6분 만에 참사로 이어졌다. 관제탑이 오전 8시 57분 조류 충돌 경고를 보냈고, 1분 후인 8시 58분 조종사가 메이데이를 선언했다. 이후 9시 3분 랜딩기어 미작동 상태로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참사가 발생했다. 항공안전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복합적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메이데이 선언 직후 항공기의 위치정보(ADS-B) 송신이 중단된 점으로 미뤄 전기계통 고장이 동반됐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사고 조사는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진행될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항공사와 조종사의 대응이다. 버드스트라이크 발생 후 복행 결정의 적절성, 비상 매뉴얼 준수 여부, 랜딩기어 수동 작동 시도 등이 조사 대상이다. 두 번째는 항공기 제조사의 책임이다. FAA와 유럽항공안전청(EASA)의 인증 기준에 따르면 항공기 엔진과 랜딩기어는 일정 수준의 조류 충돌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랜딩기어 계통의 설계 결함이나 인증 기준 미달이 확인될 경우 제조사의 책임이 제기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항 당국의 조류 관리 실태다. 무안공항은 88종의 조류가 출현하는 철새 도래지로, 6종의 조류가 충돌 위험 3단계로 분류됐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공항들이 레이더와 초음파 장치, 총소리를 모방한 스피커 등으로 조류를 퇴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무안공항의 환경영향평가에서 음파포와 레이저, 경고등 설치가 제안됐으나 활주로 확장 공사로 인해 이행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항 당국의 안전 관리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함께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현재 워싱턴 NTSB 본부에서는 커넥터가 분실된 상태로 발견된 비행자료기록장치(FDR)의 데이터 추출 준비 작업을 완료했으며, 9일(현지시간)부터 본격적인 추출 작업에 착수한다. 조사위원회는 FDR 데이터 추출에 약 3일, 초기 중요 데이터 분석에 약 2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는 국내에서 데이터 추출과 음성파일 변환, 녹취록 작성 작업을 완료한 상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몬트리올 협약에 따라 승객 안전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제주항공 측에 있다"며 “조류 충돌 이후 랜딩기어 작동 불능까지 이어진 연쇄적 고장의 원인과 각 당사자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CES 2025] 조주완 LG전자 CEO “보다 치열하고 정교한 실행 전략 필요”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전에 없던 시장과 경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제는 전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과 치열하고 정교한 실행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CEO는 현지시간 8일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경영현황을 진단하며 이 같이 말했다. 최근 글로벌 시장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수요회복 지연은 장기화되는 데 반해 트럼프 2.0을 필두로 한 주요국 통상정책 변화 등 지경학적(Geo-economic)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와 경쟁 패러다임은 가격에서 기술 경쟁으로 고도화되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LG전자는 2030 미래비전 달성이라는 전략 방향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사업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 변화에 맞춰 실행 전략을 재점검하고 지속가능한 성과를 창출하는 데 전사 역량을 결집한다는 계획이다. 조 CEO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여전히 다양한 기회가 시장과 고객에 존재한다"며 “변화의 가운데서도 변하지 않을 차별적 고객 가치를 중심에 두고 사업 전반에서 지속적인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가 추진 중인 2030 미래비전은 '글로벌 선도 가전 브랜드'에 머무르지 않고 고객의 다양한 경험을 연결,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앞서 조 CEO는 지난 2023년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래 지향적 사업 구조를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에 앞으로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하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2030 미래비전에는 Non-하드웨어(HW), 기업 간 거래(B2B), 신사업 등 3대 신 성장동력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 매출액 100조원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여기에 더해 LG전자는 최근 주목받는 구독 사업에 힘을 싣는다. 구독 사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해 가격 위주이던 기존 경쟁구도를 탈피해 사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고객은 초기 구매부담을 낮추고, 생활 패턴에 맞춰 원하는 기간만큼 제품을 사용하고 사용 기간 제품에 최적화된 케어서비스 등을 받아볼 수 있다. LG전자는 구독 사업의 핵심인 방문 케어서비스의 전문성을 높이고 판매 채널을 다변화하며 경쟁 우위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에 이어 인도, 싱가포르, 홍콩 등 해외 시장 저변 또한 본격 확대한다. 지난해 구독 사업 매출액은 직전 년도 대비 75% 이상 성장해 2조원에 육박했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구독 사업 매출을 지난해의 3배 이상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또한 플랫폼 기반 서비스 사업에도 집중한다. 2030년까지 매출액 규모를 현재의 5배 이상으로 늘리고, 전사 영업이익의 20%를 담당하는 핵심 사업모델로의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플랫폼 기반 서비스 사업은 전 세계에 판매된 수억 대 제품을 플랫폼으로 활용해 고객에게 콘텐츠, 광고,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스마트 TV 운영체제 webOS를 기반으로 하는 광고·콘텐츠 사업이 대표적이다. webOS 광고·콘텐츠 사업의 지난해 매출은 당초 목표한 1조원을 넘겼다. 조 CEO는 “올해부터 webOS는 TV, IT,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 여러 기기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종합 콘텐츠 플랫폼'이자 옥외 디지털 광고 영역까지 저변을 확대해 실내·외를 아우르는 '통합 미디어 광고 플랫폼'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LG전자는 AI 시대 고속 성장이 전망되는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도 본격 드라이브를 건다. HVAC 사업 가속화를 위해 올해 전담 ES(Eco Solution)사업본부가 새롭게 출범했다. LG전자는 대외 불확실성에도 미래 성장 차원의 투자만큼은 흔들림 없이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조 CEO는 “지속적인 성장과 미래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계획 중인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투자 외에도 지분투자, 인수합병 등 미래성장 가속화 차원의 전략투자 재원 또한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LG전자는 포트폴리오 전환과 질적 성장을 위해 2030년까지 50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조 CEO는 이번 간담회에서 주력 사업인 가전·TV 부문의 구체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보다는 구독, webOS, B2B 등 신사업 중심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실제로 LG전자는 가전 및 TV 부문의 수익성 악화로 인한 실적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수요국에서 중국 기업과의 경쟁이 격화되고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수익성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가 강조하는 B2B 사업 역시 아직은 전체 매출의 35% 수준에 머물러 있어, 주력 사업의 부진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전장사업의 경우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하는 '캐즘' 현상으로 인해 수익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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