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단독] 서울에만 6만7000호 멈췄다…착공 지연 10만호 중 86%는 민간사업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범정부 주택공급 현장 애로해소 지원센터'를 출범시킨 가운데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1년 이상 착공이 지연된 주택 물량이 약 10만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86%가 민간사업으로 파악되면서 공급 확대의 핵심 과제가 민간 사업장의 착공 정상화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에너지경제신문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단독으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1년 이상 착공이 지연된 주택은 약 10만호 규모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6만7000호로 가장 많고 경기 규제지역이 3만3000호 수준이다.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9만4000호, 비아파트는 6000호대 수준으로 파악됐다. 사업 주체별로는 민간사업이 8만6000호, 공공사업이 1만4000호 수준이었다. 전체 지연 물량의 대부분이 민간사업에 집중된 셈이다. 국토부는 이날부터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범정부 주택공급 현장 애로해소 지원센터를 가동하고 착공 지연 사업장의 애로사항 해소에 나섰다. 다만 정부도 아직 10만호의 정확한 지연 원인은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10만호는 인허가 이후 일정 기간 착공하지 않은 물량을 시스템상으로 추출한 수치"라며 “개별 사업장 10만 세대를 전수조사해 원인을 분류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인허가를 받은 주택은 총 32만3000호 규모다. 이 가운데 약 10만호가 평균보다 늦게 착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는 협회 등을 통한 사전 파악 결과 자금조달 문제와 인허가 협의, 사업성 악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PF 대출이나 브리지론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사업 추진이 늦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고,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이주비와 중도금 조달 문제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자체와의 인허가 협의, 기부채납 조건 조정 등 행정 절차가 장기화되는 경우도 있으며, 공사비 상승과 비아파트 수요 위축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져 착공을 미루는 사업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사업장별 애로 유형을 파악하기 위해 이날부터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디벨로퍼협회 등을 통해 현장 애로 접수를 시작했다. 지원센터는 수도권 규제지역 내 인허가 후 미착공 사업장과 신규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업 기획·인허가·착공·준공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인허가, 자금조달 등 각종 애로를 접수받아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지원센터의 우선 관리 대상 사업장이나 지역별 중점 지원 대상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실제 지원 대상은 협회 등을 통한 현장 신고를 접수한 뒤 선정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향후 2~3주간 신청을 받은 뒤 1차 분류 작업을 거쳐 지원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지원센터 운영을 통해 올해 몇 호를 추가 착공시키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부분이 민간사업인 만큼 정부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시행자의 사업 추진 의지가 낮은 경우는 정부 지원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청이 들어오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어떤 애로든 우선 살펴보고 지원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며 “필요하면 제도 개선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신규 택지 공급 확대 못지않게 이미 인허가를 마친 사업장의 착공 정상화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부가 조기 착공을 통해 공급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고 수도권 전셋값 불안과 집값 상승 압력을 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택지 공급을 앞당겨 무주택자들이 보다 빠르게 분양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현재 착공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PF와 공사비 문제를 꼽았다. 그는 “중동 지역 불안에 따른 유가 변동성과 환율 불안이 지속되면서 건설 자재 가격과 공사비 부담이 커졌다"며 “PF 조달 여건 역시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서울에만 6만7000호의 착공 지연 물량이 집중된 것과 관련해 “민간 사업장의 경우 PF와 공사비 부담으로 사업 추진이 늦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공급자 금융지원과 인허가 패스트트랙 등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병행돼야 착공 정상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착공이 지연된 사업장들은 이미 인허가를 받은 상태인 만큼 토지 확보와 각종 행정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된 사업들"이라며 “자금조달 문제만 해소되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분양과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규제지역은 신규 택지를 통한 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재건축·재개발 등 기존 사업장의 정상화가 사실상 가장 현실적인 공급 확대 수단"이라며 “인허가를 받은 사업장의 착공을 앞당기는 것이 공급 효과를 가장 빨리 체감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PF 시장 경색으로 브리지론에서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고 금융권 대출 심사도 강화된 상황"이라며 “정부가 현장 애로를 실제 사례 중심으로 파악해 금융당국과 협의한다면 공급 지연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단독] 국토부, 서소문 복구 30일 첫차 목표? …현장선 “확답 안돼”

정부가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로 중단된 철도 운행을 오는 30일 새벽 정상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복구 일정 확정을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전차선 복구에 필요한 절대 시간이 남아 있는 데다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까지 진행되면서 복구 작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국토교통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사고 현장의 상부 구조물 철거 작업은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토부는 이날 “S9 구간 거더 16개 철거를 완료했고 30일 오전 5시 첫차 운행 재개를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잔해물 정리 작업을 서둘러 이날 중 철도시설 복구 작업이 가능하도록 현장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현장에서는 압쇄기와 굴삭기를 동원해 철근과 콘크리트 잔해를 제거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철거 작업은 철도 운행 안전을 고려해 하루 약 3시간씩 제한적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고 발생 이후 서울시는 고용노동부와 협의를 거쳐 연속 작업 방식으로 공법을 변경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열차 운행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가용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하고 있다"며 “공중비계와 슬라브, 거더 철거를 포함한 전체 공정을 최대한 신속히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열차 운행 재개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현장 실무진의 설명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본지에 “상부 구조물이 모두 정리됐다고 해서 곧바로 열차를 운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끊어진 전차선을 복구하고 전력 공급 상태를 확인한 뒤 안전 점검까지 마치는 데만 최소 10시간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현재 철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선로 상부에 철판과 매트, 모래층을 설치하는 보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철거 과정에서 콘크리트와 철근이 낙하하더라도 지하 철도시설과 구조물에 충격이 전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전조치다. 특히 철거 과정에서 선로와 궤도, 건널목 설비 등에 추가 손상이 발생했는지 여부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코레일은 철거 작업 완료 이후 전차선과 신호·전력 설비 전반에 대한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며, 최종 점검 과정에서 이상이 발견될 경우 복구 일정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복구 일정에는 또 다른 변수도 발생했다. 본지 취재 결과 경찰은 이날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와 관련해 서울도시기반시설본부와 시공사, 하청업체, 현장사무실 등 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등과 함께 공사 관련 서류와 안전관리 자료 등을 확보하며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 내부에서는 복구 일정에 대한 판단과 정보 취합에도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현재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복구 일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담당자들이 자리를 비운 상태"라며 “복구 완료 시점을 명확히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는 폐기물 반출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여러 변수가 존재해 계획대로 진행될지 확답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수사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자료 제출에도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와 복구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일정 조율과 정보 취합에도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정부와 현장 실무진 사이에는 다소 온도차도 감지된다. 국토부는 30일 오전 5시 첫차 운행 재개를 공식 목표로 제시하며 복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전차선 복구 시간과 추가 시설물 점검, 수사 진행 상황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KTX를 포함한 전체 열차 운행률은 평시 대비 약 73.7%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고속열차 113회와 일반열차 80회가 운행 중지됐으며, 서울역 북측 선로 통제로 일부 구간 열차 운행에도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 코레일은 30일 새벽 정상화를 목표로 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날 오후 이후 진행될 전차선 복구 작업과 최종 안전 점검 과정에서 추가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지가 열차 운행 재개의 마지막 관문이 될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현장] “기차도 안 되고 버스도 없어요”…서소문 사고 이틀째, 서울역·고터 덮친 ‘2차 이동난’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여파가 이틀째 이어지면서 시민 불편이 서울역을 넘어 고속버스터미널로 번지고 있다. 일부 KTX와 일반열차 운행이 중지·조정되면서 서울역 승객들은 대체 교통편을 찾아 나섰지만, 고속버스 좌석마저 빠르게 소진되면서 또 한 번 발이 묶였다. 철도 사고로 시작된 교통 차질이 버스터미널의 '2차 이동난'으로 전이되는 모습이다. 28일 오후 에너지경제신문이 찾은 서울역 대합실에서는 출발 시간이 임박했는데도 승차 플랫폼 번호가 뜨지 않아 전광판 앞을 떠나지 못하는 승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부산행 열차를 기다리던 한 승객은 “18시 13분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인데 아직 출입구가 뜨지 않았다"며 “앞 열차가 지연되면 승객을 내리고 청소까지 해야 해서 바로 출발하지 못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역 현장에서는 열차 지연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는 불만도 나왔다. 다른 승객은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때문에 열차가 못 오니까 역마다 지연되는 것 같다"며 “부산에서 올라올 때도 20분 정도 늦었고, 지금도 20분가량 지연된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열차가 도착하지 않으니 개찰구가 뜨지 않고, 승차장으로 내려가지도 못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문제는 대체 교통편도 넉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같은 날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경부·영동선 매표창구와 무인발권기 주변에는 열차 대신 버스를 타려는 승객들이 몰렸다. 시민들은 휴대전화로 고속버스 예매 화면을 확인하며 부산·세종 등 지방행 잔여석을 찾았지만, 원하는 시간대 표를 구하지 못해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특히 평소 현장 발권이 가능했던 세종행 버스표까지 전석 매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터미널 현장의 한 안내 봉사자는 “오늘 세종 가시는 분들이 많이 당황하셨다"며 “원래는 와서 현장에서도 구매가 가능한데 오늘은 다 매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지역은 크게 그런 게 없는데 세종은 평소와 다른 상황"이라고 했다. 세종시로 가기 위해 현장 발권을 기대하고 터미널을 찾은 한 30대 시민은 “평일 오후라 당연히 표가 있을 줄 알고 왔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 매우 당황스럽다"며 “일단 취소표가 나오는지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터미널 창구에서 “표가 없다"는 안내를 받은 뒤 휴대전화 예매 화면을 다시 확인하며 다른 시간대 버스와 대체 교통수단을 알아봤다. 부산행 수요도 몰렸다. 터미널 대기실에서 만난 한 50대 승객은 “휴대전화로 부산행 기차표를 예약하려고 했는데 매진이라고 떴다"며 “평소에는 버스표가 넉넉했는데 오늘은 버스도 표가 많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차표도 없고 버스표도 없어 부랴 부랴 표를 구한 후 지금 1시간 이상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다가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려던 60대 승객은 상·하행 열차가 모두 차질을 빚으면서 일정을 통째로 바꿔야 했다. 그는 “일주일 전쯤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와 다시 내려가는 차를 미리 예매했는데, 사고 때문에 철도 운행을 못 한다며 취소 안내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27일) 부랴부랴 며느리가 버스표를 잡아줘서 이거라도 타고 올라왔다"며 “내려가는 것도 어떻게 될지 몰라 결국 버스를 타러 왔다"고 설명했다. 이 승객은 대체 교통수단 안내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에 의한 철거로 통행을 못 하니까 취소됐다는 말만 들었다"며 “다른 대체수단을 안내해준 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KTX를 타면 부산까지 2시간이면 가는데 버스는 4시간이 걸린다"며 “사고가 났다니 어쩔 수는 없지만 피곤하고 시간이 많이 든다"고 했다. 서울역과 터미널을 오가는 시민들의 불편은 단순히 이동 시간이 길어진 데 그치지 않았다. 열차 취소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승객들은 기차표를 유지할지, 취소하고 버스로 갈아탈지 직접 판단해야 했다. 한 고령 승객은 “기다렸는데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더라"며 “나중에 그것까지 취소되면 가지도 못할 것 같아 그냥 취소하고 버스를 타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언제 정상화되느냐'는 질문이 반복됐다. 서울역 승객들은 전광판 앞에서 지연 정보를 확인했고, 고속버스터미널 승객들은 취소표와 심야편, 다른 시간대 버스표를 번갈아 조회했다. 열차 운행 차질이 장기화되면서 시민들은 서울역에서 한 번, 터미널에서 또 한 번 대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번 혼란은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가 단순한 공사장 사고에 그치지 않고 수도권과 지방을 잇는 이동망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고 현장 인근 철도 운행 차질이 서울역 혼잡으로 이어졌고, 서울역에서 밀려난 수요는 다시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옮겨붙었다. 시민들은 열차 취소와 지연, 버스 매진, 추가 이동 시간과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코레일도 사고 이후 열차 운행 차질을 줄이기 위한 조정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역∼신촌역 사이 전차선 단전으로 KTX 서울∼행신 구간과 전동열차 서울∼수색 구간 운행이 중지되자, 코레일은 첫차부터 일부 열차의 출발·도착역과 운행 구간을 조정했다. 경부·호남선 KTX는 서울∼부산, 용산∼목포·여수엑스포 등으로 운행 구간을 재편했고, 강릉·중앙선 KTX는 청량리역을 중심으로 운행하도록 했다. 일부 KTX는 평소 정차하지 않던 역에도 임시 정차하도록 해 승객 분산을 유도했다. 일반열차도 일부 구간에서 시·종착역이 조정됐다. 사고 여파로 서울역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수색차량사업소를 오가는 길이 막히면서 차량 투입과 회송에도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운행이 중지되거나 20분 이상 지연된 열차는 환불 위약금 없이 취소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며 “실제로 이용한 열차가 20분 이상 지연된 경우에는 지연 시간에 따라 배상금이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용카드로 결제한 운행 조정 승차권은 자동 환불 처리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레일은 현장 복구 상황에 따라 열차 운행 계획이 수시로 바뀔 수 있는 만큼 승객들의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잔여 구조물 철거와 전차선 복구, 전력공급 점검 등이 끝나기 전까지는 정상 운행 여부를 확정하기 어렵다"며 “열차 이용 전 코레일톡과 홈페이지, 철도고객센터를 통해 운행 여부와 출발 시각을 반드시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고 현장은 서소문이었지만, 불편은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번졌다.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전광판 앞에 멈춰 섰고, 버스로 갈아타려던 시민들은 매진 안내 앞에서 다시 발걸음을 멈췄다. 복구가 늦어질수록 시민들이 감당해야 할 '두 번째 대기'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단독] 의왕시, 주민 반발에도 설명회 없이 ‘왕송호수 차량기지’ 건설 국토부에 보고

의왕시가 위례~과천선 의왕 연장 사업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건의하면서 왕송하수처리장·왕송호수캠핑장 하부 차량기지 설치 가능성을 공식 자료에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곡동 주민 대상 사전 설명회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돼, 오는 7월 국토교통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발표를 앞두고 차량기지 입지와 주민 수용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29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의왕시는 2024년 5월 경기도를 통해 국토부에 위례~과천선 의왕 연장 사업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건의사업으로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왕송하수처리장 및 왕송호수캠핑장 하부를 활용한 차량기지 설치 가능성이 건의자료에 포함됐다. 의왕시는 본지 질의에 해당 자료가 경기도를 통해 국토교통부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위례~과천선 의왕 연장 사업 추진을 건의한 자료라고 밝혔다. 시는 “국토교통부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사업신청서상 주요 경유지, 차량기지 확보 여부, 사업 노선 내 인근 지자체 협의사항 및 분쟁 가능성 등을 기재하도록 서식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위례~과천선 의왕 연장은 의왕시가 오랜 기간 추진해온 숙원사업이다. 의왕시에 따르면 이 사업은 2021년 5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사전타당성조사 용역을 거쳐 2024년 3월 경기도 철도기본계획에 반영됐다. GTX-C 의왕역 정차, 동탄~인덕원선 등과 맞물리면 의왕역 일대가 수도권 남부 교통 거점으로 부상할 수 있어 지역에서는 교통 호재 기대감도 컸다. 쟁점은 차량기지다. 사전타당성조사 당시에는 과천시 소재 서울대공원 주차장 하부 차량기지를 확장·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국토부 건의 당시 과천시로부터 공용 사용 동의를 받지 못했다는 게 의왕시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의왕시는 과천시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대안으로 시유지인 왕송하수처리장 및 왕송호수캠핑장 하부 차량기지 설치안의 추가 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의왕시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차량기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 검토 가능성이나 반영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어 의왕역이 종점인 만큼 그 인근 시유지에 차량기지를 설치할 수 있는지 검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며 “거기에 차량기지를 놓겠다거나 설치가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의왕시는 해당 자료가 통상적 내부 결재를 거쳐 공식 제출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부시장·국장·과장 등 구체적인 결재·보고 라인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는 해당 안에 대해 “별도의 기술 검토 등 추가 절차는 이행된 바 없다"며 “향후 국토교통부 주관 기본계획, 기본설계, 실시설계 등 설계 절차가 진행되면 차량기지 위치의 적정성, 이용수요 검증,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 등 주민의견 수렴 절차가 병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위례~과천선 의왕 연장 사업은 의왕·군포·안산 공공주택지구 지구단위계획 승인 이전부터 추진된 사업으로, 소각장 후보지 논란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부곡동 주민들이 문제 삼는 지점은 '확정 여부'가 아니다. 왕송하수처리장·왕송호수캠핑장 하부라는 구체적 생활권이 차량기지 대안으로 공식 건의자료에 포함됐음에도, 사전에 주민설명회나 안내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의왕시 관계자도 “설치가 확정된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부곡동 쪽 안내나 설명회는 진행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부곡동 주민 A씨는 “철도 연장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왕송호수 일대가 차량기지 대안으로 검토되는 과정에서 주민 사전 설명이 없었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A씨는 “소각장 논란 때도 사전 공유가 없었고, 파크골프장과 의왕도시공사 관련 사안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며 “부곡동 주민들은 차량기지 하나만이 아니라 지역 생활권에 부담시설과 행정 논란이 반복된다고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 여부가 곧 결정될 수 있는 상황에서, 반영 이후 주민들이 통보받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며 “차량기지 대안이 건의자료에 포함됐다면 사전에 주민 협의를 거쳤어야 했다"고 말했다. 본지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왕송호수캠핑장과 왕송맑은물처리장 일대는 호수, 캠핑장, 산책로, 상업시설이 맞닿아 있는 생활·휴양권역이었다. 의왕ICD 일대 역시 대형 화물차와 컨테이너 물류시설이 밀집한 지역이다. 왕송호수 일대와 가까운 장안지구 등 주거지도 형성돼 있어 차량기지 검토 논란은 단순 철도시설 입지 문제를 넘어 주거환경 우려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와 경기도는 현 단계에서 차량기지 입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본지에 “제5차 국가철도망 계획에서는 노선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는 부분"이라며 “실제 차량기지 위치나 구체적 계획은 해당 사업이 반영된 이후 기본계획이나 예비타당성조사, 사전타당성조사 등의 과정에서 검토될 사항"이라고 말했다. 주민 의견수렴 절차에 대해서도 “향후 예타나 기본계획 수립 등 후속 절차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역시 현 단계에서 차량기지 입지를 확정적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위례~과천선 의왕 연장은 의왕시가 건의해 경기도가 국토부에 건의한 사업"이라며 “아직 실체가 있는 노선이라기보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단계에서는 차량기지가 어디에 들어가는지를 검토하지 않으며, 국가철도망에 반영된 뒤 예비타당성조사 등 후속 절차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철도시설을 끌고 오려면 차량기지 같은 부대시설 문제도 해결돼야 하는 만큼 사업을 준비한 주체인 의왕시 입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도 문제의 핵심은 철도 연장 찬반이 아니라 행정 절차의 투명성이라고 지적한다. 한채훈 의왕시의원은 본지에 “위례~과천선 의왕 연장을 위해 의왕시가 노력한 것은 맞지만, 그 검토 과정에서 차량기지를 부곡동 왕송호수 일대에 두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신청자료에 명시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확정된 바가 없다는 것은 맞지만, 문제는 왜 그런 방식으로 검토했느냐는 것"이라며 “주민 설명회도 없었고, 의회와 협의하거나 보고한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은 공문서로 대답해야 한다"며 “말로는 검토일 뿐이라고 해도 공문서에 특정 부지가 명시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례~과천선 연장에 따른 이익은 의왕 전체가 공유하지만 차량기지 같은 부대시설 부담은 부곡동 주민이 일방적으로 감당하는 구조"라며 “이런 내용을 주민에게 사전에 설명하거나 양해를 구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성제 국민의힘 의왕시장 후보 측은 관련 논란에 대해 앞서 입장문을 내고 “2024년 국가철도망 관련 검토 문건의 일부 표현만으로 부곡동 차량기지가 확정 추진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 측은 해당 문건이 위례~과천선 의왕 연장 건의 과정에서 작성된 검토자료일 뿐이며, 문건 어디에도 '부곡동 차량기지 확정'이나 '추진 결정'이라는 표현은 없다고 밝혔다. 또 차량기지 관련 문구는 철도 운영시설 가능성을 향후 '추가 검토 예정' 수준으로 기재한 행정적 표현이라며, 실제 추진이나 협의, 후속 검토가 진행된 사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민들과 지역 정치권은 '철도 연장 반대'가 아니라 '차량기지 대안 검토 과정의 투명성'을 문제 삼고 있다. 이번 사안의 쟁점도 차량기지가 곧바로 왕송호수에 들어서느냐가 아니다. 국토부와 의왕시 모두 현 단계에서 입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문제는 왕송하수처리장·왕송호수캠핑장 하부라는 구체적 생활권이 공식 건의자료에 포함됐고, 해당 자료가 내부 결재를 거쳐 경기도와 국토부로 제출됐음에도 주민 설명은 없었다는 점이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광역교통망 확충 과정에서 부대시설 입지 갈등은 불가피하지만, 초기 검토 단계부터 주민 수용성을 관리하지 않으면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갈등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광역철도 연장은 장기적으로 지역 가치 상승 요인이지만, 차량기지 입지 논란은 해당 생활권에는 국지적 악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특히 왕송호수처럼 수변·휴양 이미지가 있는 지역에서는 교통 호재보다 생활환경 훼손 우려가 더 크게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인터뷰] 박경룡 재건축조합연대 간사 “재초환, 주택공급 사형선고”

서울 재건축 시장의 최대 변수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재건축조합들은 재초환이 사업성을 훼손하는 수준을 넘어 정비사업 자체를 멈추게 하는 핵심 규제라고 주장한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가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하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재초환과 이주비 대출 규제를 풀지 않으면 공급 확대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경룡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 간사(방배삼익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장)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재건축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재초환법에 따른 재건축부담금"이라며 “폐지 또는 근본적 개선 없이는 조합들이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는 재초환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2021년 9월 설립됐다. 현재 전국 82개 조합, 약 6만4000여 세대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박 간사는 당시 자신이 속한 조합에서 세대당 2억7500만원의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되자 “이 문제는 개별 조합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전국 재건축 조합들이 연대해 제도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이후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 설립을 주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업을 중단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며 “전국의 재건축 부담금 부과 대상 조합들이 연대해 국회와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간사가 지적한 재초환의 핵심 문제는 부담금 산정 방식이다. 그는 “재건축 부담금은 종후가격에서 개시시점가격, 정상주택가격상승분, 개발비용 등을 뺀 초과이익의 최대 50%를 부과하는 구조"라며 “문제는 정상주택가격상승분을 계산하는 기준이 실제 시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실제 통계상 약 100%가량 올랐는데, 국토교통부 지침상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기준을 적용하면 약 27% 상승한 것으로 계산된다"며 “결국 정상적으로 오른 가격 상승분 상당 부분이 공제되지 않아 재건축부담금이 과다 산정되는 구조라고 연대 측은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간사는 이 문제 때문에 2021년 이후 준공된 일부 단지에서도 부담금 부과가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각 지자체와 한국부동산원, 국토부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있어 반포현대 등 일부 준공 단지에 아직 부담금을 부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행 지침대로 부과하면 조합들의 이의신청과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분은 국회 입법 사항이 아니라 국토부 지침 변경만으로도 개선이 가능하다"며 “차기 서울시장은 국토부에 정상주택가격상승분 산정 기준을 현실화“서울 집값 100% 올랐는데 27%만 반영"…재초환 산정방식 정조준하라고 강하게 건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초환이 유사 법률과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내놨다. 박 간사는 “재초환법의 모법 격인 개발이익환수법은 개시시점이 사업시행인가일이고 부과율 상한도 20%"라며 “반면 재초환법은 조합설립일을 개시시점으로 삼고 부과율 상한도 50%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설립 단계에서는 사업비, 설계, 분양가 등이 추상적이어서 부담금을 정확하게 산정하기 어렵다"며 “사업시행인가 단계가 돼야 사업 구조가 어느 정도 확정되는 만큼 재초환 부과개시시점도 개발이익환수제와 같은 기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실현 이익에 과세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박 간사는 “양도세는 집을 팔아 현금이 생긴 뒤 내는 세금이지만 재건축부담금은 집을 팔지 않은 상태에서 계산상 이익이 났다는 이유로 부과된다"며 “수억원대 부담금이 나오면 결국 새 아파트에 입주하려던 조합원이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 과정에서 조합은 이미 공공기여, 공공임대주택, 정비기반시설 기부채납 등 상당한 비용을 부담한다"며 “각종 부담금과 세금에 더해 재건축부담금까지 부과하는 것은 이중·삼중 부담"이라고 전했다. 임대주택 기부채납 제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간사는 “현재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으면 인센티브 용적률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하는 구조"라며 “타 지역처럼 비율을 30%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매입비용 현실화도 요구했다. 그는 “조합이 임대주택을 지어 넘길 때 땅은 사실상 무상으로 제공하고 건축비도 표준건축비 수준만 인정받는다"며 “실제 건축비 원가라도 전액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간사는 본인이 속한 조합 사례를 들며 “20평형 임대주택 86세대를 기부채납하면 시세로는 1000억원이 넘는 규모인데 실제 받는 금액은 114억원 수준"이라며 “시세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기부채납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금융 규제도 정비사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전세금이 6억원을 넘거나 다주택자인 경우 대출 규제가 적용돼 이주비 대출을 받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며 “정비사업은 일반 주택 구입 대출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대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 절차에 대해서는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간사는 “법규상 30일 또는 60일 이내 처리하도록 돼 있는 인허가 절차도 실제로는 근무일 기준으로 계산돼 30일이 40일 이상, 60일이 80일 이상으로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보완이 없는 경우에는 달력 기준으로 정해진 기간 안에 종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심의 일정도 조합 수요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는 서울시가 정한 심의 일정에 조합이 맞춰 들어가는 구조"라며 “조합별로 필요한 심의 일자를 제출받아 서울시가 이를 조정하면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건축 활성화가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박 간사는 “재건축을 활성화하면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며 “서울에는 30년 이상 된 아파트 기준으로 약 47만~50만호가 재건축 대상이고, 재건축 시 기존 세대수 외에 약 30~50%가 신규 공급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에서 재건축을 통해 약 15만~25만호 규모의 신규 공급이 가능하다"며 “서울은 더 이상 신규 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수요가 있는 지역에 공급을 늘릴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은 재건축"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건축 기대감으로 해당 단지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를 수는 있다"면서도 “전체 시장으로 보면 공급 확대 효과가 더 크다"고 진단했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들에게는 민관 합동 '정비사업추진 자문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박 간사는 “정비사업 갈등은 조합원, 세입자, 지자체, 정부 사이에서 반복된다"며 “서울시와 각 구청 인허가 부서와 별도로 민관, 필요하면 정부까지 참여하는 정비사업추진 자문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추진위 구성 전후, 조합설립 전후 등 초기 단계 사업장부터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조합 내부 갈등이 표면화된 사업장도 자문위원회의 협조를 받으면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간사는 “정원오 후보와 오세훈 후보를 포함해 모든 서울시장 후보에게 요구하고 싶은 것은 분명하다"며 “서울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면 재초환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임대주택 기부채납, 이주비 대출, 행정절차 개선까지 현장이 막혀 있는 지점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네이버 1784 찾은 국토장관, “자율주행 3강구도 만들고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네이버 1784 사옥을 방문해 자율주행·로봇 분야 정책지원 방안을 논의하며 자율주행 분야를 활성화해 1·2위와 견주는 3강 구도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27일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이동로봇 상용화를 위한 기술을 참관하고 정책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네이버 측에서는 최수연 대표와 유봉석 CRO,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등이 참석해 자율주행 로봇 기술 적용 사례를 비롯한 네이버의 피지컬 AI·디지털 트윈 기술을 소개했다. 네이버 1784는 지난 2021년 완공된 세계 최초의 로봇 친화형 빌딩이다. 로봇이 돌아다니는 빌딩에서 함께 일하는 건물인 것이다. AI·디지털트윈·모빌리티·클라우드·5G 등 다양한 첨단 기술들이 건물과 유기적으로 연동돼 있다. 이날 유 CRO는 네이버 1784 건물을 테스트베드 같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B2C를 위해서 개발한 솔루션들을 네이버 내부에서 사용하면서 여러 시스템들을 업그레이드해 나가고 있다"며 “국토부에서 올해 핵심과제로 자율주행 상용화를 추진하시는 만큼 정부에서 이끌어준다면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으니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국토부 중요 업무 중 1번 타자가 자율주행이라면 2·3번 타자는 드론사업과 로봇사업일 것"이라며 “자율주행의 경우 1·2위랑 격차가 많이 나는 3위라서 3강 구도를 빨리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자율주행시장에 있어 디지털 트윈, 로봇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클라우드 기술을 총체적으로 갖추고 있는 풀스택 기업이다. 이날 국토부 기획조정실장, 건설정책국장, 규제개혁법무담당관 등은 네이버가 보유한 디지털트윈 기술과 클라우드 기반 다중 로봇 통합 플랫폼 '아크'(ARC), 사옥 내 자율주행 로봇 '루키', 실외 이동 로봇 '누리'의 임무 수행 시연 등을 참관했다. 이날 AI·자율주행 로봇 활성화를 위한 국토 교통 및 공간정보 분야 정책 지원과 규제 혁신 방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자율주행 로봇 상용화 의제를 주목하는 배경에는 관련 개정안 및 법안 발의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주차로봇 도입을 위해 제도적 기반을 준비 중이다. '기계식주차장치 안전기준'의 차량중량 규정, 입출고 시간 기준 및 안전기준을 개정해 장애물 감지 장치 등에 대한 규정을 마련한다. 공동주택에 주차로봇 설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도 입법예고 중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주차로봇을 통해 도심 내에 주차공간이 효율화될 전망이다. 로봇·자율주행·디지털트윈 등 신기술이 건축물과 연계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이뤄진다. 최근 발의된 '혁신건축물법'에는 로봇친화형 건축물의 인증, 규제특례, 공공 마중물 지원 내용이 담겼다. 이에 이동로봇이 건축물 내에서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는 건축디자인, 설비, 관제체계도 활성화될 예정이다. 제도개선뿐만 아니라 실증도 진행 중이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실외 이동로봇을 위한 모빌리티 보행지도를 2024년부터 구축하고 있다. 버스정류장·가로수·화단같은 보도 시설물 정보를 3차원으로 표현한 고정밀 전자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올해는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랩스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네이버 사옥 주변에 보행 지도를 구축하고 실외 이동로봇의 운행 안정성 실증을 적용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동로봇 산업은 현재 택배, 주차, 충전, 건설현장, 경비 등 우리 실생활에 급속히 확장 중이지만 기술 상용화를 위한 정책과 제도적 지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공간정보 인프라 구축, 자율주행 기술 진흥, 과감한 규제합리화 등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현장] “열차 취소됐다고요?”…서울역 뒤덮은 혼란

“갑자기 취소됐다고 하니까…. 이제 어떻게 가야 할지 모르겠다." 27일 오후 서울역 매표창구 앞. 마산으로 돌아갈 예정이던 70대 여성은 손에 승차권을 쥔 채 연신 전광판과 창구를 번갈아 바라봤다. 당초 오후 1시38분 열차를 타고 내려갈 예정이었지만 역사에 도착해서야 열차 운행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체 수단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제 대체 수단은 모르겠다. 물어보야겠다"라고 답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찾은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은 평소와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천장에 매달린 대형 전광판 곳곳에는 붉은색 '운행중지(Canceled)' 문구가 번갈아 떠올랐고, 승객들은 스마트폰과 안내 전광판을 오가며 자신의 열차가 정상 운행하는지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역사 곳곳에 설치된 안내 화면에는 “서울~신촌 간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로 일부 열차 운행 중지 및 운행구간 변경 등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공지가 반복 송출됐다. 코레일은 홈페이지와 코레일톡을 통해 실시간 운행 정보를 확인해 달라고 안내했지만 이미 역에 도착한 승객들의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매표창구 앞에는 승차권 변경과 환불을 기다리는 이용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일부 창구에는 20~30명 가까운 승객이 차례를 기다렸고 직원들은 운행 가능한 열차를 조회하고 환불 절차를 설명하느라 쉴 새 없이 전산을 두드렸다. 기자가 약 10분간 창구 옆에 서서 상황을 지켜본 동안 직원들의 입에서는 “입석도 5시간 뒤 열차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전부 매진입니다", “다음 열차도 좌석이 없습니다"라는 안내가 반복되는 모습이었다. 승객들은 한숨을 내쉬며 대기 명단을 확인하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찾기 위해 다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서울에서 김천으로 향하려던 80대 남성은 창구 앞에서만 45분 넘게 기다렸다. “45분은 기다렸지." “힘드시겠다"라는 말에 그는 담담하게 웃으며 “사고 때문에 그러면 탈 수 없잖아"라고 말했다. 불만을 쏟아내기보다 체념에 가까운 반응이었지만 장시간 대기와 일정 변경의 피로감은 고스란히 묻어났다. 전광판에는 부산·포항·진주·마산·목포·대전 방면 KTX와 일반열차 일부가 '운행중지' 상태로 표시됐다. 정상 운행 열차와 취소 열차가 뒤섞여 나타나면서 승객들은 자신이 예약한 열차가 실제로 출발하는지부터 다시 확인해야 했다. 역사 내 안내방송도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방송에서는 “서소문고가도로 붕괴 사고로 열차 운행 취소가 다수 발생했으니 반드시 운행 여부를 확인해 달라"며 “일정이 급한 고객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달라"고 안내했다. 승객들은 전광판과 스마트폰, 안내방송을 번갈아 확인하며 열차 정보를 재차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려던 31세 여성은 철도 운행까지 영향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는 “열차까지 피해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안내를 너무 늦게 받았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별도의 대체 교통수단을 안내했느냐는 질문에는 “변경하라는 안내만 받았다"고 답했다. 다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승차권 변경 절차를 진행하던 그는 “시간이 얼마나 낭비된 것 같으냐"는 질문에 “한 시간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출장 일정과 약속, 숙박 예약이 맞물린 이용객들에게 한 시간은 단순한 60분 이상의 의미였다. 매표창구 한쪽에서는 경주행 열차가 취소된 60대 부부가 직원과 대체편을 상의하고 있었다. 원래 예약했던 열차는 취소됐고 남은 좌석은 대부분 매진 상태였다. 직원은 여러 차례 전산을 조회한 뒤 “좌석은 없고 입석은 있는데 3시간 20분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결국 역사 의자에 앉아 다음 열차를 기다리기로 했다.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한 승객은 “밤에 안내 문자를 본 사람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못 본 사람들은 취소된 줄도 모르고 역에 왔다가 헛걸음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역 대합실에는 캐리어를 끌고 역사 안으로 들어왔다가 전광판을 확인한 뒤 다시 매표창구로 향하는 승객들이 적지 않았다. 고령 승객일수록 스마트폰 앱보다 현장 안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고 일부는 코레일톡 사용법을 몰라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 역시 전광판 앞에 멈춰 서서 열차번호를 하나하나 대조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 같은 혼란은 전날 발생한 서소문고가차도 붕괴 사고에서 비롯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사고는 26일 오후 2시33분 서소문고가 철거공사 철도횡단구간 S9에서 발생했다. 차량이 다니는 콘크리트 바닥판인 슬래브를 절단하던 중 교량을 지탱하는 철제 대들보인 거더에서 처짐이 발생했고, 공사를 중단한 뒤 진행된 현장 안전점검 과정에서 거더가 파단됐다. 이 사고로 감리단장과 현장소장, 외부 전문가 등 3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붕괴된 거더와 슬래브 잔해는 경의선 선로 위로 떨어지면서 철도 운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재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코레일은 잔여 구조물 철거와 철도 복구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고용노동부 심의가 끝나는 대로 공중비계와 사고 구간(S9) 철거, 전차선 복구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작업계획서에 따르면 공중비계 철거 6시간, 사고 구간 철거 24시간, 전차선 복구 10시간 등 최소 40시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복구 시점은 아직 유동적이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주중 복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잔여 거더 철거 과정에서 추가 위험 요소가 확인되거나 심의 과정에서 보완 요구가 나올 경우 일정이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철거가 완료되더라도 전차선 복구와 시험운행, 안전점검 절차를 거쳐야 열차 운행이 정상화된다. 코레일은 비상수송대책도 가동했다. 행신·수색기지 방면 선로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고양 차량기지 열차를 DMC역과 용산 지하선로를 거쳐 서울역으로 이동시키는 우회 운행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역·용산역·광명역에서는 특별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SRT 입석은 기존 열차당 15석에서 30석으로 확대했다. 일부 일반열차는 시종착역을 수원이나 대전으로 조정해 운행하고, 고속버스 증편도 추진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운행이 중지된 열차나 20분 이상 지연된 열차 승차권은 위약금 없이 환불이 가능하며 지연 기준에 따라 배상금도 지급하고 있다"며 “운행 상황이 수시로 변동되는 만큼 코레일톡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열차 운행 여부와 출·도착역 변경 사항을 확인해 달라"고 말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현장을 찾아 “작업자와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열차 운행 정상화 때까지 수송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홍지선 제2차관도 관계기관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출퇴근 시간대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운행 안내와 대체 교통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복구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서울역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여행 일정은 바뀌고 출장 계획은 밀리고 환불 창구 앞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서소문 공사장의 붕괴 여파는 이미 현장을 넘어 서울역 대합실까지 번졌고, 전광판에 붉은색 '운행중지' 문구가 켜질 때마다 승객들의 한숨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서소문고가 붕괴 전 29㎜ 처짐 포착…왜 못 막았나

서울 중구 서소문고가차도 철거공사 붕괴 사고에 앞서 교량 핵심 구조물인 거더(Girder)에서 29㎜ 규모의 처짐 현상이 발견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이상 징후 발견 직후 공사를 중단하고 긴급 안전점검에 착수했지만, 점검 과정에서 구조물이 붕괴하면서 감리단장과 현장소장, 외부 전문가 등 3명이 숨지고 서울시 공무원과 서대문구 직원 등 3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특히 사고 발생 약 12시간 전 이미 구조물 이상 징후가 확인됐음에도 도로와 철도 운행이 계속 이뤄졌다는 점에서 당시 안전 판단 과정과 대응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27일 서울시청 기자실 브리핑에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명복을 빈다"며 “유가족과 부상자들에 대해 가능한 모든 행정적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소문고가 철거공사는 지난해 4월 30일 착공해 오는 7월 29일 준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었다. 총사업비는 202억7400만원이며 사고 발생 시점 기준 전체 공정률은 88.49%였다. 교각 18개 가운데 15개, 슬래브 19개 가운데 17개가 이미 철거된 상태였다. 서소문고가는 1966년 준공된 노후 교량이다. 2019년 정밀안전진단 결과 D등급 판정을 받았으며, 당시 “주요 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하고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서울시는 철거 후 재설치 방침을 결정하고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거쳐 철거공사를 진행해 왔다. 서울시가 공개한 사고 경위에 따르면 사고는 26일 오후 2시33분 철도 횡단구간인 S9 슬래브 철거 작업 과정에서 발생했다. 슬래브는 차량이 통행하는 콘크리트 바닥판을 의미한다. 당시 현장에서는 S9 슬래브를 절단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슬래브 아래에는 교량 상부를 지탱하는 철제 대들보 역할의 거더가 설치돼 있는데, 서울시는 작업 도중 거더에서 이상 징후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시공사는 이날 오전 1시30분부터 S9 슬래브 절단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작업 시작 약 1시간 뒤인 오전 2시30분께 G14열과 G15열 사이 중간 지점에서 29㎜ 규모의 거더 처짐 현상이 확인됐다. 거더는 교량 하중을 교각으로 전달하는 핵심 구조물이다. 거더에 처짐이 발생했다는 것은 구조 안전성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에 책임감리는 즉시 공사 중지를 지시하고 추가 처짐을 막기 위한 보강 조치를 실시했다. 현장 관계자는 오전 7시30분 서울시에 유선 보고했고 오전 9시30분에는 대면 보고가 이뤄졌다. 이후 오전 10시50분 감리단장과 현장소장, 정밀안전진단업체, 구조분야 비상주 감리,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한 긴급 대책회의와 현장점검이 진행됐다. 당시 현장에는 서울시 관계자와 안전진단 전문가, 외부 전문가, 감리단장, 현장소장 등 총 9명이 참여해 구조 안전성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후 2시33분 구조물이 갑자기 붕괴했고 현장에 있던 감리단장과 현장소장, 외부 전문가가 숨졌다. 서울시 공사 담당 과장과 담당 주무관, 서대문구 직원 등 3명은 중상을 입었다. 붕괴 직후 오후 2시37분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고 오후 4시22분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됐다. 서울시는 이후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 고용노동부, 경찰, 국토안전관리원 등이 참여하는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잇달아 열어 사고 수습과 철도 복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브리핑 이후 이어진 백브리핑에서는 기자들의 질문이 사고 원인 자체보다 '29㎜ 처짐 발견 이후 서울시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에 집중됐다. 가장 많이 제기된 질문은 “새벽 2시30분 구조물 이상이 발견됐는데 왜 철도와 도로를 통제하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당시 상황이 즉각적인 붕괴가 확인된 상태가 아니라 위험 수준을 판단하기 위한 긴급 안전점검 단계였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더 처짐은 구조물 이상 신호가 맞지만 곧바로 붕괴 위험을 단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며 “통제 필요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긴급 안전진단을 진행하던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은 긴급 안전점검 실시를 누가 결정했는지 여부였다. 서울시는 법적으로 긴급 안전점검 필요 여부는 책임감리 판단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책임감리가 처짐 현상을 확인한 뒤 긴급 점검 필요성을 제기했고 서울시는 이를 공유받아 전문가 참여와 후속 조치를 지원한 것"이라며 “별도의 승인 대상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붕괴 당시 감리단장과 외부 전문가 등이 구조물 인근에서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었던 점도 백브리핑에서 집중 질의가 이어진 부분이다. 서울시는 사고 당시 현장 점검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임 본부장은 “거더 상태를 확인하려면 구조물 하부를 직접 봐야 하는데 공중비계가 설치돼 있어 외부에서는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공중비계는 철도 상부에 설치된 임시 작업 발판이다. 철거 작업자와 장비가 철도 위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만든 구조물로, 교량 하부 전체를 덮고 있어 외부에서는 거더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서울시는 이 때문에 감리단장과 전문가들이 공중비계 내부로 들어가 구조물 상태를 점검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본부장은 “책임감리가 현장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구조물 인근으로 진입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확한 경위는 향후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철도 횡단구간 철거가 예상보다 장기간 진행된 배경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서울시는 당초 철도구간에 대해 24시간 연속 작업을 요청했지만 철도 운영기관과 협의 결과 철도 운행이 없는 새벽 시간대에만 작업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실제 철도 횡단구간 철거 작업은 오전 1시30분부터 오전 4시30분까지 하루 약 3시간만 허용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철도 안전 문제 때문에 한 달 평균 17~18일 정도만 작업이 가능했다"며 “철도 인접 공사라는 특수성 때문에 공사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해까지 철도 외 일반 구간 철거를 완료했고 올해 3월 전차선 이설을 마친 뒤 철도 구간 철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임 본부장은 “철도 운행 중 공사를 해야 하는 특수성 때문에 작업 여건이 매우 제한적이었다"며 “철도구간 철거는 사실상 새벽 시간에만 반복적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철거공법 자체에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서울시는 설계 단계에서 거더의 구조 안전성을 전제로 순차 절단 후 개별 인양 방식의 철거 공법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임 본부장은 “개별 거더를 순차 절단한 뒤 인양하는 방식으로 설계됐고 이는 거더 자체가 안전하다는 전제 아래 수립된 것"이라며 “현재 단계에서 붕괴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향후 조사에서는 △29㎜ 처짐 발생 이후 대응이 적절했는지 △철도·도로 통제 판단에 문제가 없었는지 △긴급 안전점검 과정이 적절했는지 △철거공법과 구조 안전성 검토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리단·시공사·발주처의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서울시는 고용노동부에 작업계획서를 제출한 상태다. 계획에 따르면 공중비계 철거에 6시간, 사고 구간인 S9 철거에 24시간, 전차선 복구에 10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복구 작업은 약 40시간 규모다. 서울시는 고용노동부 심의를 거쳐 잔여 구조물 철거와 철도 복구 작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유가족에 대해서는 장례비와 재난지원금, 심리상담, 복지서비스 연계 등을 지원하고, 부상자에게는 치료비와 심리상담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시민의 경우 시민안전보험 적용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서소문 붕괴 복구 ‘주중 목표’…코레일 “우회 운행 검토·SRT 입석 2배 확대”

서울 중구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공사장 붕괴 사고로 중단된 철도 운행 복구 작업이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이뤄질 전망이지만, 현장 안전 확보와 철거 작업 진행 상황에 따라 주말까지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주중 복구를 1차 목표로 제시하면서도 추가 안전 변수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단계적인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27일 서소문 고가도로 붕괴 현장에서 열린 백브리핑에서 “작업자와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철도 복구를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주중 복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철거 과정에서 변수 발생 시 주말까지 작업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구조물 일부가 붕괴하면서 작업자 사상자가 발생했고, 인접한 경의선 신촌역~서울역 구간 전차선과 철도시설에도 영향을 미쳐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이 여파로 행신역~서울역·용산역 구간 KTX 운행이 차질을 빚었고 일부 일반열차도 시종착역이 조정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전체 열차 운행률은 평시 대비 약 82% 수준이다. 일반열차는 일부 노선의 시종착역을 서울·용산 대신 수원이나 대전으로 조정해 운행하고 있으며, 철도 부문은 현재 열차 운행 정상화와 시설 복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복구가 예상보다 길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추가 붕괴 위험 때문이다. 김태병 국토부 철도국장은 “현재 절단된 거더(교량 상부 구조물)가 남아 있어 전차선 작업자가 아래에서 작업할 경우 추가 붕괴 위험이 있다"며 “공중 비계와 거더 15개를 모두 제거한 뒤에야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이 전차선 및 궤도 복구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현장에서 500톤급 크레인 2대를 이용해 절단된 거더를 하나씩 인양·철거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다만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가 공사 중지를 명령한 상태여서 서울시와 시공사가 제출한 철거계획에 대한 심의와 승인 절차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심의 과정에서 추가 보완 요구가 나올 경우 복구 일정은 더 늦어질 수 있다. 현장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도 병행되고 있다. 국토부는 콘크리트 강도 측정과 구조 안전성 검토를 실시했으며, 구조물 변형과 추가 붕괴 조짐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기 위한 계측기도 설치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작업자들이 본체 위에 올라가지 않고 고소작업차를 활용해 작업하도록 하고 있고, 안전요원과 신호수, 계측기 운영 등을 통해 위험 요소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거 작업이 마무리되더라도 철도 복구에는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전차선 복구에만 최소 10시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에도 시험운행과 시설 점검 절차를 거쳐야 실제 운행 재개가 가능하다. 김 국장은 “만약 금요일 밤까지 철거 작업이 모두 끝난다면 토요일 첫차부터 운행이 가능할 수도 있다"면서도 “59년 된 노후 교량으로 정밀안전진단 D등급을 받은 시설물이기 때문에 철거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중 복구를 1차 목표로 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주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레일은 철도 이용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 비상수송대책도 확대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KTX 운행 정상화 시점까지 SRT 입석 좌석을 기존 열차당 15석에서 30석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고속버스 임시 증편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행신기지와 수색기지 방면 선로 이용이 어려워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 선로 활용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코레일은 고양 차량기지에 있는 열차를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과 용산 지하선로를 거쳐 서울역으로 이동시키는 우회 운행 방안을 시험할 계획이다. 야간 시운전 결과에 따라 추가 차량을 순차적으로 투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재 코레일은 서울역·용산역·광명역에서 차량 정비와 청소를 수행하는 특별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서울역 북측 선로가 막혀 있는 만큼 행신역 방면 운행 제한과 일부 열차 단축 운행은 복구 완료 전까지 유지될 전망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대체 노선과 차량 운용 방안을 적극 활용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를 계기로 철도 인접 공사에 대한 사전 안전 검토와 승인 절차의 적정성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한 본지 질의에 김 국장은 “해당 사업은 철도보호구역 내 행위에 해당해 국가철도공단의 행위허가를 받았고, 차단 작업에 대해서는 철도 운영기관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철도공단 수도권본부장도 “철도보호구역 행위는 공식 절차에 따라 허가가 이뤄졌고, 철거 공법 역시 자문회의 등을 거쳐 검토한 뒤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코레일 측 역시 “차단 작업 승인은 주 단위 또는 일일 작업계획을 제출받아 위험성 여부를 검토한 뒤 승인하는 방식"이라며 “이번 작업도 정상적인 신청과 승인 절차를 거쳐 진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번 사고가 인명 피해와 철도 운행 중단으로 이어진 만큼 향후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조사에서는 철거 공법의 적정성뿐 아니라 철도 인접 공사에 대한 위험성 평가, 관계기관 협의 과정,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구조·시공·안전 분야 외부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고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을 조사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조사위 활동과 별개로 철도 복구 작업을 병행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열차 운행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단독] 사고 직후 잔해 아래서 ‘살려달라’ 신음 이어져

26일 오후 서울 중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비가 흩뿌리는 철길 위로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무너져 내려 있었다. 붕괴된 상판 아래에는 뒤엉킨 철근과 휘어진 철골이 드러났고, 경찰 통제선 바깥으로는 구조 상황을 지켜보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사고 당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직접 찾은 현장에서는 소방대원들과 관계기관 인력들이 잔해 사이를 오가며 구조와 안전 점검 작업을 이어갔다. 구조대원들의 무전 소리와 중장비 엔진음만 간헐적으로 들릴 뿐 현장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날 오후 2시33분께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현장에서 상부 구조물이 붕괴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안전진단이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로 현장관리소장과 감리단장, 외부 구조전문가 등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붕괴된 구조물 일부는 경의선 전차선 위로 떨어졌고, 서울역~신촌역 구간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사고 현장을 처음 목격한 주민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상인 A씨는 구조물이 붕괴되는 순간을 “순식간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사람들이 놀라 밖으로 뛰쳐나왔지만 특별한 이상 징후를 느낄 틈도 없이 구조물이 폭삭 주저앉듯 무너졌다"며 “붕괴 직후 거대한 흙먼지가 일었고 구조물 아래에서 '살려달라'는 신음 소리가 계속 들렸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사람들이 직접 구조물을 치워보려 했지만 너무 무겁고 위험해 손을 쓸 수 없었고 모두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고 당시 인근을 지나던 직장인 B씨도 “음료수를 사러 가던 길에 사고를 목격했는데 콘크리트 구조물 아래 사람이 깔려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자 현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유동인구가 적지 않은 곳이지만 사고 당시에는 안전점검이 진행 중이라 사람과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았다"며 “사고 직후 3~5분 안에 신고가 이뤄진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평소 들어보지 못한 굉음과 함께 먼지가 크게 일어났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큰일이 났다고 직감했다"며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부상자들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관계자들도 크게 당황한 모습이었다"고 회상했다. 서소문 고가는 서울 중구 순화동과 중림동을 연결하는 길이 492m 규모의 고가차도로 1966년 준공됐다. 준공 후 약 59년이 지나 노후화가 심화됐고, 2019년 정밀안전진단에서 안전성 미달에 해당하는 D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철거가 결정돼 지난해 9월부터 전면 통제와 함께 철거 공사가 진행돼 왔다. 사고 당시 전체 철거 공정은 약 89% 완료된 상태였다. 붕괴가 발생한 곳은 S8·S9 구간으로 불리는 마지막 철거 구간이었다. 특히 이 구간은 경의선 철도가 지나가는 상부 구조물에 해당해 국가철도공단과 협의를 거쳐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새벽 1시30분부터 오전 4시까지만 작업이 진행됐다. 사고 당일 새벽에도 슬라브(바닥판) 절단 작업이 진행됐지만 작업 과정에서 약 2.9㎝ 규모의 침하가 발견됐다. 이에 따라 공사는 즉시 중단됐고 서울시와 감리단, 안전진단업체, 외부 구조전문가 등이 현장에 투입돼 구조물 상태를 점검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2시33분께 안전점검 도중 구조물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최진우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당시 저를 비롯해 광역도로과장, 현장소장, 안전진단업체 관계자, 외부 구조전문가 등 총 9명이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었다"며 “점검 도중 갑자기 구조물이 붕괴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현재 상부 구조물을 지지하던 거더(Girder·교량의 주요 하중을 지지하는 대형 보)가 파단(破斷·쪼개지고 끊어짐)되면서 붕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실제 파단 시점과 원인, 철거 작업 및 침하 현상과의 연관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아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고를 단순한 노후화 문제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노후 교량 철거는 구조물의 하중 변화와 균형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으로 분류된다. 특히 사고 당일 새벽 슬라브 절단 작업 과정에서 약 2.9㎝ 규모의 침하가 확인된 만큼, 침하 발생 이후 어떤 안전조치가 이뤄졌는지가 향후 원인 규명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추가 지지대 설치 여부와 안전성 검토 절차, 철거 순서 준수 여부 등을 주요 조사 대상으로 보고 있다. 또한 서울시가 거더(교량의 주요 하중을 지지하는 보) 파단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실제 거더가 먼저 손상된 것인지, 아니면 침하와 하중 이동의 결과로 파단이 발생한 것인지도 정밀 조사를 통해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침하 발생 이후 위험 신호를 어떻게 평가하고 대응했는지가 이번 사고의 책임과 원인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정부와 서울시는 사고 직후 비상 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서울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현장 안전 확보와 추가 붕괴 방지 조치에 나섰다. 또 사망자 유가족에게 전담 공무원을 배치하고 생활안정지원금과 심리상담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김윤덕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해 철도시설 복구와 열차 운행 정상화를 지원하고 있다. 김 장관은 현장을 찾아 “사고 대응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되 2차 사고 예방과 작업자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고용노동부도 산업재해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장을 방문해 긴급 현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철도 복구 과정에서의 2차 사고 방지와 안전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현재 경찰과 고용노동부, 관계기관은 철거 공정과 안전조치 이행 여부, 침하 발생 이후 대응 과정, 거더 파손 원인 등을 중심으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사고 원인 규명 결과에 따라 시공사와 감리단, 발주기관의 안전관리 책임 여부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