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사상 첫 5선 시장에 올랐다. 특히 강남3구와 용산, 영등포, 동작, 양천, 광진 등 재건축·재개발 기대감이 높은 지역에서 오 시장이 강세를 보인 것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은 선거 과정 내내 서울 최대 현안으로 부동산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세 물량 감소와 월세 상승을 지적하며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공공 주도 공급 확대와 세제·금융 규제를 통한 시장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급 확대라는 목표는 같지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오 시장의 5선 성공으로 서울시는 정비사업 중심의 공급 확대 정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핵심은 '신속통합기획 2.0'이다. 단순히 정비구역 지정 단계에서 행정절차를 줄이는 수준을 넘어 실제 착공과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업 전 과정을 압축하는 것이 목표다. 서울시는 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을 추진한다. 특히 사업성이 확보되고 인허가가 상당 부분 진행된 85개 정비사업장, 약 8만5000가구를 핵심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추진위원회 절차 생략,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 통합 처리 등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실제 착공 시기를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서는 오 시장의 5선 성공으로 정비사업 정책의 연속성이 확보되면서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서초·목동·성수 일대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마무리되거나 본격화되며 사업 추진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강남권에서는 대치쌍용1차 재건축 시공사로 삼성물산이 선정됐고, 개포우성6차 역시 GS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했다. 압구정 재건축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압구정3구역은 현대건설이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압구정4구역은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압구정5구역은 현대건설과 DL이앤씨 경쟁 끝에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하며 압구정 일대 재건축 수주전의 최대 승자로 떠올랐다. 서초권에서는 신반포19·25차 재건축 사업에서 삼성물산이 포스코이앤씨를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서초 진흥아파트 역시 GS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했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6단지는 목동 재건축 사업 가운데 가장 빠른 사업장으로 꼽히며 정비계획 수립과 후속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재개발 분야에서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이 주목받고 있다. 성수1지구는 GS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성수4지구는 향후 시공사 선정 절차를 앞두고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과 함께 한강변 초고층 개발의 핵심 축으로 평가받으며 서울 재개발 시장의 대표 사업지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지방선거를 전후해 시공사 선정 총회와 입찰 절차가 잇따라 진행된 것도 정책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전후해 주요 사업지들이 시공사 선정 총회와 입찰 절차를 서두른 것은 정책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며 “오 시장의 연임으로 신속통합기획과 정비사업 활성화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조합과 건설사 모두 사업 추진 속도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정비사업의 성패는 서울시 의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최근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는 공사비 급등과 이주비 대출 규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이 사업 추진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금융 규제 등 핵심 제도 역시 정부와 국회의 권한에 속한다. 이 때문에 향후 4년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정책 조율이 주택공급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6·3 지방선거 이후 1·29 주택공급대책 후속 절차에 다시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지만, 주요 사업지 곳곳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 과천시 과천경마장과 방첩사령부 이전 부지 개발사업이다. 정부는 해당 부지에 약 9800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신계용 과천시장이 지방선거에서 '경마공원 이전 반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3선에 성공하면서 사업 추진에 적잖은 부담이 생겼다. 과천시는 이미 지식정보타운과 과천·주암·갈현지구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교통과 기반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입장이다. 서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는 1·29 대책을 통해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주택 공급 규모를 기존 6000가구에서 1만 가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실적으로 8000가구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공급 규모를 확대할 경우 학교와 공원, 도로 등 기반시설을 추가 확보해야 하고 도시개발계획 변경 절차까지 다시 밟아야 해 사업 일정이 수년 지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민 반발도 변수다. 용산 주민들은 공급 물량 확대에 따라 과밀 개발과 교통 혼잡, 교육환경 악화가 우려된다며 정부 계획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별도의 대응 조직을 구성해 대응에 나선 상태다. 태릉CC 개발사업 역시 서울시와 정부가 이견을 보이는 사업이다. 정부는 노원구 태릉CC 부지에 68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교통 혼잡과 역사문화환경 훼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유네스코 세계유산 영향평가 등 넘어야 할 절차도 적지 않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는 공급 확대 정책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민간 중심 공급 전략이 향후 어디에서 접점을 찾느냐가 서울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수도권 집값 상승 조짐과 3기 신도시 입주 지연이 겹치는 상황에서 정부 역시 도시계획·인허가 권한을 가진 서울시와 정면 충돌보다는 일정 수준의 정책 조율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북권 개발 역시 오세훈 5기 시정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서울시는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낮아 정비사업이 더딘 강북 지역에 2031년까지 12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역세권과 준공업지역을 중심으로 용도지역 상향과 용적률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환승역 반경 500m 이내 지역에는 최대 1300% 수준의 고밀 개발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오 시장의 대표 정책인 모아타운 사업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모아타운은 사업성이 부족해 재개발이 어려운 저층 주거지를 블록 단위로 통합 개발하는 사업으로 현재 서울 24개 자치구 132개 구역에서 추진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 시장의 연임으로 정책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중랑·강북·강서·금천·구로 등 주요 사업지의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정부는 세제와 금융을 통한 수요 관리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며 “거주 목적 주택은 보호해야 하지만 사치품 수준의 주택이라면 서구 선진국 수준의 보유 부담을 갖게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또 “세제·금융·규제·공급 정책을 정리해 발표하겠다"며 세제 개편이 7월 중 가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남의 돈으로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대출 규제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고, 전세대출 확대가 집값 상승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제도에 대해서도 “시장을 왜곡하는 제도"라며 “사라져 가는 추세이고 정상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 반박에 나섰다. 오 시장은 “전세 소멸은 정상화가 아니라 서민의 주거 사다리가 무너진 정책 참사"라며 “현장의 고통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괴리된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서울의 전세난은 수요 변화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거친 규제로 공급 감소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 따른 실거주 의무 강화, 과도한 대출 규제, 다주택자 압박이 전세 공급자를 시장 밖으로 밀어냈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3억원을 넘어섰는데 정부는 최대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 수준으로 묶어 놓고 있다"며 “현금 7억원이 있어야 집을 살 수 있게 만들어 놓고 전세를 역사의 유물처럼 평가할 자격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이 전세대출을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한 반면, 오 시장은 전세 공급 감소와 대출 규제가 전세난의 원인이라고 맞서면서 향후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양측의 시각차가 더욱 선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논쟁의 핵심은 공급 부족을 볼 것인가, 투기 수요를 볼 것인가의 차이"라며 “서울시는 전세 공급 감소와 정비사업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고, 정부는 보유세와 금융 규제를 통한 수요 억제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세훈 시장의 재선 자체보다 더 중요한 변수는 7월 발표될 세제 개편안"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보유세 부담 강화와 전세제도 정상화 필요성을 직접 언급한 만큼 상당 부분이 세법 개정안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은 과거처럼 세금에만 반응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비강남권은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전세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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