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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의 체인지] 권력은 왜 민심을 늦게 듣는가

대통령이 국민 앞에 섰다. 추석을 앞두고 어려운 일상을 살아가는 국민에게 송구한 마음으로 인사한다고 했다. 472일간 나름의 최선을 다해 왔으며 지위나 권력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일할 기회와 힘을 달라고 했던 초심을 잃지 않으려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걸음 더 물러섰다.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 실망과 걱정에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결론은 짧았다. “언제나 국민이 옳다." 정치인의 사과는 흔하다. 그러나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말하는 것은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처럼 판단과 추진력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온 지도자라면 그렇다. 적어도 이날 회견에서는 변명보다 성찰을 앞세우려는 진정성이 읽혔다. 진정성은 말만으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국정운영으로 확인될 일이지만, 민심의 경고를 공개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세를 낮춘 것은 의미가 크다. 눈에 띈 것은 연임 문제였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연임 가능성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동시에 대통령 연임제 자체를 포함한 개헌 논의는 여야와 국민의 합의에 따라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권력의 오래된 역설이 숨어 있다. 힘이 없을 때 정치인은 민심을 찾아다닌다. 시장에서 손을 잡고 골목에서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권력을 잡으면 보고서가 민심을 대신하기 시작한다. 여론조사 숫자가 밥상머리의 한숨을 대신하고, 참모의 정리된 보고가 거리의 거친 목소리를 걸러낸다. 국민이 멀어진 것이 아니라 권력과 국민 사이에 문이 하나씩 늘어난다. 그래서 권력은 민심보다 늘 반 박자 늦기 쉽다. 개혁도 마찬가지다. 방향이 옳다고 속도까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개혁은 자동차 경주가 아니다. 빨리 도착하는 것보다 함께 도착하는 것이 중요할 때가 있다. 개혁으로 얻는 사람이 있으면 잃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손실과 두려움을 “개혁에 대한 저항"이라고만 부르는 순간 정책은 국민의 삶에서 멀어진다. 스웨덴은 1990년대 초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GDP가 크게 줄고 실업률이 급등하자 복지와 재정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했다. 정치적 비용이 엄청난 개혁이었다. 그런데 소수정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연금과 재정제도 같은 굵직한 개혁에 정파를 넘는 합의를 만들었다. OECD는 이런 정치적 합의가 정권이 바뀌어도 개혁이 쉽게 뒤집히지 않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다만 개혁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아픔과 상실감을 최소화하도록 더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했다. 이 대목이 앞으로 중요하다. 개혁을 멈추느냐 밀어붙이느냐의 양자택일이 아니다. 국민을 설득하면서 가느냐, 국민보다 앞서 달려가느냐의 문제다. 부동산에서는 한층 단호했다. 집값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공급과 규제, 세제를 함께 활용하고 수도권 일극체제라는 구조적 문제까지 손보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서울을 경제수도, 세종을 행정수도로 발전시키겠다는 방향도 그 연장선이다. 부동산은 어느 정부에나 가장 까다로운 민심의 시험대였다. 집 한 채는 통계의 숫자가 아니다. 청년에게는 결혼과 독립의 출발선이고, 중년에게는 평생 모은 자산이며, 노년에게는 노후의 버팀목이다. 집값이 흔들리면 삶의 계획도 흔들린다. 그래서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매우 무겁다. 그만큼 정책의 일관성과 결과가 뒤따라야 한다. 국민은 정부의 설명보다 자신의 전·월세 계약서와 아파트 가격표를 먼저 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다시 초심으로 귀결된다. 대통령은 취임할 때보다 시간이 흐른 뒤 더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인다. 보고서는 두꺼워지고 의전은 촘촘해진다. 대통령을 만나는 사람들은 많아지지만 역설적으로 평범한 국민의 목소리는 더 멀어질 수 있다. 권력의 비극은 국민을 듣지 않겠다고 결심해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잘 듣고 있다고 믿는 순간 시작되곤 한다. 그래서 이날 “국민이 옳다"는 말보다 더 오래 기억해야 할 말은 어쩌면 '초심'일지 모른다. 연임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약속도,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다짐도 결국 그 초심 위에서 평가받을 것이다. 권력을 더 오래 갖는 것보다 주어진 시간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와 개혁을 얼마나 빨리 끝냈느냐보다 국민이 얼마나 함께 걸었느냐가 중요하다. 민심은 어느 날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작은 실망이 쌓이다 어느 날 숫자로 나타날 뿐이다. 그래서 권력이 민심을 들어야 할 때는 지지율이 떨어지고 경고등이 켜진 뒤가 아니다. 일이 잘 풀리고 박수가 클수록 작은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권력은 바로 그때 귀를 더 크게 열어야 한다.

서울 아파트값 1년 새 14.56% 상승…토허제 실거주 유예 연장 영향은 ‘글쎄’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무주택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 유예 조치를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으나, 매매가 상승세와 임대차 시장 불안을 누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고 무주택 매수자의 실거주 유예 기간을 오는 2029년 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밝혔다. 토허제에서 집을 사려면 행정기관 허가를 받고 난 뒤 4개월 안에 실거주해야 한다. 실거주 의무 때문에 기존에 살던 세입자가 쫓겨나는 상황이 발생하자,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 까지 실거주 의무 유예를 뒀다. 이 특례 신청 기한을 당초 올해 말에서 내년 말까지 1년 더 연장한 것이다. 임대인이 입주를 미룰 수 있는 시점은 최대 2029년 말까지 늦춰지고, 세입자도 최장 3년 3개월 더 거주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매수자는 올해 5월부터 계속 무주택을 유지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서울시 부동산정책개발센터는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의하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1.93% 상승, 전년 동월 대비 14.56% 상승했다고 밝혔다. 7월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는 전월 대비 0.50% 상승했고, 전년 동월 대비 11.9% 상승했다. 지난달 아파트 매매·전월세 거래량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전월 대비 46.2% 감소한 3143건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7263건으로 전월(8855건) 대비 18.0% 감소했다. 월세 거래량도 전월(9,264건) 대비 20.7% 감소한 7347건을 기록했다. 규제 강화에 기반한 기존의 정책기조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입자가 있는 집을 파는 것이 쉽지 않은데, 잔여 임차기간이 길수록 더욱 그렇다"며 “실거주·실수요를 전제로 하는 일반 매수자들은 지금의 주거상황을 유지하면서 장기시점의 입주예정일을 전제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주택·비거주 1주택 보유주택을 매도하려는 입장에서도 세입자가 있는 집을 팔기 어려운 것은 동일하다. 주택 매도가 어려운 시장상황에서 유예기간을 연장한다고 해도 당장의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이 위원은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의 매도를 이끌어내겠다는 정책 방향은 동일하다"면서도 “잦은 수정·보완은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자율주행 넘어 일상이 바뀐다”…교통학계, ‘피지컬 AI’ 미래 모색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이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국민의 이동 방식과 교통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지를 논의하기 위해 국내 교통 분야 전문가들이 강릉에 모였다. 다음 달 강릉에서 열리는 지능형교통체계(ITS) 세계총회를 앞두고 학계와 정부, 교통 공공기관들은 AI 기술을 실제 교통서비스와 현장에 접목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협력을 강조했다. 대한교통학회는 17일 강릉컨벤션센터에서 'AX와 Physical AI 시대의 교통모빌리티'를 주제로 제95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오는 19일까지 이어지며 약 800명 이상의 교통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발표 논문은 172편이며 자율주행 상용화 서비스와 모빌리티 솔루션 등을 다루는 총 49개 특별세션도 마련됐다. 이 가운데 19개 교통 관련 기관이 참여해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토론한다. 특히 이번 행사는 오는 10월 19~23일 ITS 세계총회가 열리는 강릉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다. 대한교통학회는 강릉 ITS 세계총회 조직위원회와 협력해 이번 학술대회를 준비했다. 17일 오후 열린 개회식에는 김중남 강릉시장과 김용석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위원장, 김태승 한국철도공사 사장, 유정훈 한국도로공사 사장, 정진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정용식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등 정부·지자체와 주요 교통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동민 대한교통학회 회장 직무대행은 개회사에서 자율주행 기술 자체를 넘어 기술이 실제 국민 생활과 산업에 미칠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직무대행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대한 고민과 연구는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기술을 통해 새로운 교통서비스가 제공되고, 그 서비스로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달라지며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자율주행 시대의 새로운 교통서비스와 일상생활의 변화, 새로운 교통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논의한다"며 “학회가 시대의 교통 관련 이슈를 선도하고 전문가들의 경험과 연구 성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학회는 교통 분야 전문가의 강연과 젊은 연구자들의 토론을 결합한 '코어 세션'도 새롭게 마련했다. 단순한 논문 발표를 넘어 학계와 현장의 경험을 연결하고 연구자들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김중남 강릉시장은 이번 학술대회를 한 달 뒤 열리는 ITS 세계총회의 사실상 사전 점검 무대로 평가했다. 김 시장은 “강릉컨벤션센터가 만들어진 이후 첫 번째 행사"라며 “세계 최대 규모의 교통 분야 국제행사를 앞두고 이번 학술발표회가 실질적인 최종 리허설이자 강릉이 준비된 모습을 선보이는 첫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2년만 해도 AI는 일부 첨단산업에 활용되는 미래 기술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누구나 AI를 활용하는 시대"라며 “중소도시 최초로 강릉에서 ITS 세계총회가 개최되는 만큼 대도시 중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ITS 모델을 세계에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교통 공공기관장들도 AI가 철도와 도로, 광역교통 등 기존 교통체계를 바꾸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석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장은 “대도시권이 확대되면서 지역 간 경계를 넘나드는 교통망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AX 대전환과 피지컬 AI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번 학술대회가 교통·모빌리티가 AI 시대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아이디어부터 실용적인 제언까지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승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코레일의 AI 전환 계획을 소개했다. 김 사장은 “교통 분야는 자율주행 차량이 이미 도입되고 있을 만큼 AI 산업의 최전선에 있다"며 “코레일도 외부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경영진 특별교육을 실시하는 등 전사적인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는 차량과 선로 유지보수에 AI 기술을 활용하고 고객 안내 분야에도 AI 기반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며 “AI는 일하는 방식은 물론 철도 안전과 고객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교통학회장을 지낸 유정훈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학계의 연구 성과를 실제 도로 현장에 적용하는 연결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고속도로는 단순히 자동차가 달리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물류, 데이터와 에너지를 연결하고 첨단 모빌리티를 구현하는 국가 핵심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며 “혁신은 국민이 체감하는 교통서비스로 이어질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회의 연구와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실증되고 현장에서 찾은 문제와 경험이 다시 새로운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고속도로를 자율주행과 스마트 물류, AI 기반 교통관리 등 미래 기술을 직접 시험하고 구현하는 혁신의 무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교통 분야의 AI 전환을 위해 기술 개발뿐 아니라 규제와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찬 한국교통연구원장은 주차로봇과 자율주행차, 드론, 도심항공교통(UAM) 등을 사례로 들며 새로운 기술의 현장 적용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교통 전문가들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교통학회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사고 없이 달리는 자율주행 기술 자체뿐 아니라 자율주행으로 등장할 새로운 이동서비스와 이에 따른 일상생활의 변화, 새로운 교통산업 생태계까지 논의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학술대회는 19일까지 강릉컨벤션센터에서 이어진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은퇴자마을, 노인용 임대아파트로만 보면 안된다③

지난 3월 제정된 '은퇴자마을 조성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은퇴자마을법)이 내년 시행을 앞두고 후속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주거시설뿐 아니라 의료·문화·체육·공원녹지 등을 함께 조성하는 대규모 복합단지인 은퇴자마을을 단순히 노인용 공공임대주택 공급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반 조성에 공공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되 민간의 자본과 운영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위규범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17일 에너지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은퇴자마을은 은퇴자에게 주거시설과 노후의 안정적인 생활을 제공하기 위해 각종 생활편의시설을 집단적으로 설치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단지다. 은퇴자주택은 임대 또는 분양 형태로 공급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임대·분양 비율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법은 은퇴자마을 사업자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한국토지주택공사(LH)·주택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지방공사·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기관과 공공이 총지분의 50%를 초과해 출자·설립한 법인 등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의 '선시티(Sun City)'는 법안의 모델이 되는 사례다. 선시티는 1978년부터 19년에 걸쳐 건설된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이다. CCRC는 미국에서 시작된 은퇴자 커뮤니티로 건강할 때부터 간병이 필요해지는 시기까지 거주지를 옮기지 않고 같은 장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모델이다. 선시티의 경우 민간 개발사가 대규모 편의시설이 풍부한 골프 코스 커뮤니티로 건설하고 발전시켰다. 주택 입주자는 단독주택 또는 연립형, 콘도미니엄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입주는 분양방식으로 은행으로부터 장기 융자도 가능하다. 주택 가격은 약 1억7000만원부터 13억6000만원 선이다. 생활비는 2인기준 관리비 포함 월평균 150~200만원 수준이다. 주거단지의 기능은 주거공간·의료·식사·오락·운동·커뮤니티 시설로 구성된다. 건강이 나빠져 전적인 돌봄이 필요해지면 단지 내에 요양원으로 거주 형태를 바꿀 수도 있다. 중심부에 종합병원이 위치해 단지 내 입주자에게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고, 노인요양시설과 치매센터 등 관련 의료시설 10개소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 규모도 크다. 1960년대 조성된 선시티에는 4만명에 육박하는 은퇴자들이 거주한다. 은퇴자마을의 경우, 법안 발의를 주도한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체적인 규모는 법령에 명시되지 않았으나, 최소 1만가구, 2만명 이상이 모여 사는 규모로 조성되어야 실질적인 도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문제는 막대한 사업비다. 주거시설뿐 아니라 의료·교통·문화·체육·복지시설까지 함께 조성하려면 일반적인 임대주택 사업보다 훨씬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실제 강원 춘천시가 추진하는 은퇴자마을은 약 50만㎡ 규모로, 주거와 의료·문화·교육·체육·복지 기능을 결합한 도심 근교형 복합단지를 구상하고 있다. 시는 기본계획 및 타당성 검토용역을 통해 입지 선정·주거 유형·생활 인프라 기능 등을 구체화하고 있다. 시는 국비 지원이 필요한 규모의 사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법안 심사 과정에서 국토부는 은퇴자마을을 우선 공공 주도로 추진해 안정화한 뒤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단계적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은 사업자를 공공 위주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과거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에서 나타났던 부작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로 볼 수 있다. 1998년 도입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은 2015년 사실상 폐지됐다. 당시 정부는 민간 자본을 통해 고령자 주거시설 공급을 활성화 시키려 했지만 노인복지주택은 복지시설이 아니라 사실상 부동산 분양 상품으로 변질됐다. 60세 이하를 대상으로 불법 전매·양도를 비롯해 의료·식사·돌봄·커뮤니티 운영 등 장기 서비스가 핵심인 시설임에도 상당수 사업장이 분양 후 방치 수순을 밟았다. 시행령이 구체화되는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사업자를 공공으로 한정하면서도 민간의 참여를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가다. 과거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실패한 것은 '민간 참여' 자체의 문제였던 것은 아니다. 입주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운영구조와 책임주체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공이 주거단지 개발과 운영을 모두 떠안는 방식도 지속 가능한 구조라고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공공이 기반 조성을 맡고 민간이 운영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주거 커뮤니티 위탁 운영사 관계자는 “공공이 기반시설 조성을 맡고, 민간 자본은 커뮤니티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여는 것을 고민해봐야 한다"며 “직접 매입임대를 하기에 자금사정이 넉넉치 않은 회사들에게 이런 사업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은퇴자마을 성패는 공공이 조성한 기반 위에 민간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사업자 자격만 좁게 규정하고 운영 참여 통로를 열어두지 않는다면, 법 제정 취지와 달리 '공공이 다 떠안는' 구조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홍지선 국토장관 후보자 “GTX-A 손실 서울시에 구상”…서울시 “국토부 지연 책임도 따질 것”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가 정부와 서울시 간 책임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철근 누락에 따른 운영손실금을 서울시에 구상 청구하겠다고 밝히자 서울시는 “귀책사유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도 끝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향후 실제 구상권 청구가 이뤄질 경우 철근 누락 자체의 책임과 정부의 추가 안전점검으로 발생한 일정 지연 책임을 둘러싼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민경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손실 발생의 원인과 귀책사유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조차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 책임을 일방적으로 기정사실화하고 구상권 청구부터 예고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앞서 홍 후보자는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삼성역 철근 누락으로 발생한 손실보전금에 대한 구상권 청구 여부를 묻자 “청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철근 누락 책임에 대해서도 “서울시에서 시공 관리를 철저하게 못 한 것이 주원인"이라며 시공사와 감리사에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GTX-A 삼성역 정거장 구조물 공사에서는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설계도면을 잘못 해석해 철근 약 178t을 누락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당초 올해 8월로 예정됐던 삼성역 무정차 통과 일정도 미뤄졌다. 무정차 통과가 4~5개월 지연될 경우 정부가 GTX-A 민자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손실보전금이 400억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서울시는 철근 누락 자체에 대한 책임과 이후 추가 점검에 따른 사업 지연 책임은 별개로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에 따르면 철근 누락 사실은 지난해 11월 확인됐다. 시는 같은 해 12월 보강방안을 마련한 뒤 올해 3월 상세 시공계획서를 작성하고 4월24일 국가철도공단, 4월29일 국토부에 구체적인 보강방안과 향후 계획을 공유했다.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보강공사와 영업시운전을 병행해 7월 중 보강공사를 끝낼 계획이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 역시 자체 점검을 통해 구조물 안전성을 확인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토부는 4월29일 긴급 야간점검을 실시했고 국가철도공단도 5월6일부터 8일까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긴급안전점검을 진행했다. 이후 일시 중단됐던 시설물 검증시험이 재개돼 5월19일까지 총 94회의 열차 시험운행이 이뤄졌다. 진동 측정 결과도 근거로 들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국토안전관리원 요청으로 5월5일 실시한 측정에서 최대 진동속도는 0.069㎝/s였고,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 의뢰로 한국콘크리트학회가 7월15~16일 시험열차를 투입해 측정한 결과는 0.049㎝/s였다. 시는 두 수치 모두 철도시설물 관련 기준인 0.3㎝/s의 4분의 1 이하라며 열차 통과가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를 토대로 삼성역 보강공사와 GTX-A 무정차 통과를 병행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시는 “구조적으로 위험한 상태였다면 국토교통부가 직접 시험운행을 재개할 수 있었겠느냐"며 “보강공사를 이유로 무정차 통과를 미룰 필요도 없었다"고 밝혔다. 책임 공방의 핵심은 철근 누락 사실이 확인된 이후 일정이 추가로 지연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로 모아진다. 서울시는 관계기관 점검으로 안전성이 확인된 이후에도 국토부가 추가 검증을 진행하면서 일정이 늦어졌다고 주장한다. 당초 7월20일까지였던 점검기간이 11월20일까지 4개월 연장되면서 7월 중 끝낼 예정이던 보강공사와 8월로 계획됐던 삼성역 무정차 통과 일정이 함께 밀렸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특히 무정차 통과 지연으로 GTX-A를 이용하는 동탄·성남·운정·연신내 등 수도권 주민의 불편도 장기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이 안전성을 확인하고 시험운행까지 재개한 뒤에도 추가 검증 절차를 진행한 만큼 이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까지 서울시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 대변인은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이 스스로 구조안전성을 확인하고 시험운행까지 재개했음에도 추가 검증을 이유로 관련 절차를 장기간 지연시켜 놓고 그로 인해 늘어난 비용을 서울시민의 혈세로 부담시키겠다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실제 구상권 청구가 이뤄지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변인은 “철근 누락에 따른 책임과 추가 점검 및 일정 지연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구분해 따질 것"이라며 “국토부의 결정으로 발생한 추가 비용까지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떠넘기려는 책임 전가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LH 매입임대 보수 3424건 미처리…천장 방수는 664일째 ‘감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임대주택에서 매년 16만건 안팎의 시설보수·하자 요청이 발생하는 가운데 처리되지 않은 보수 요청이 34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처리 건 가운데 3건 중 1건은 LH가 정한 일상보수 처리기간인 15일을 넘겼고, 최장 664일 동안 처리가 끝나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매입임대주택 시설보수·하자 관리 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시설보수·하자 접수 건수는 총 11만2478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0만9054건은 처리가 완료됐지만 3424건은 아직 미처리 상태다. LH 매입임대주택의 시설보수 수요는 매년 15만~18만건 규모로 이어지고 있다. 연도별 접수 건수는 2022년 14만5519건에서 2023년 18만1040건으로 늘었다가 2024년 15만4488건, 지난해 15만8796건을 기록했다. 올해는 8월까지 지난해 전체 접수량의 70.8%에 해당하는 11만2478건이 접수됐다. 올해 8월까지 접수된 보수 요청을 공종별로 보면 기계 분야가 4만386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건축 3만4097건, 전기 2만7461건, 통신 5426건, 토목 1151건, 조경 480건 등의 순이었다. 보수 대상에는 천장 누수와 벽면 곰팡이, 바닥 균열 등 주거 환경과 관련된 문제뿐 아니라 가스경보기 작동 불량이나 소화배관 누수 등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사례도 포함됐다. 문제는 보수 요청이 제때 처리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8월 현재 미처리된 3424건 가운데 LH의 일상보수 처리기간인 15일 이내에 있는 건은 2290건으로 전체의 66.9%였다. 나머지 1134건(33.1%)은 15일을 넘긴 상태였다. 세부적으로는 접수 후 15~30일이 지난 건이 288건, 30~60일 310건, 60~90일 147건이었다. 90일 이상 처리되지 않은 사례도 389건으로 전체 미처리 건의 11.3%를 차지했다. 가장 오래 지연된 사례는 2023년 접수된 천장 방수공사로, 접수 이후 664일 동안 조치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를 한 시설에서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동일 주택·동일 시설에서 두 차례 이상 보수를 요청한 '반복보수'는 2021년 1374건에서 2022년 1272건으로 소폭 줄었지만 2023년 1591건, 2024년 1727건, 지난해 2404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반복보수 건수는 2021년과 비교하면 75.0%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도 8월까지 1269건이 발생했다. 공종별로는 기계 분야에서 반복보수가 가장 많았고 건축·전기·통신 순으로 뒤를 이었다. 하자 유형별로는 작동 불량과 누수, 점등 불량 순으로 재발 사례가 많았다. 매입임대주택은 LH가 기존 주택을 매입해 저소득층·청년·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신규 건설 없이 도심 내 기존 주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택이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고 건물마다 구조와 설비가 달라 유지·보수 관리가 상대적으로 복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의원은 “매입임대주택은 도심 내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LH의 핵심 주거 지원 수단이지만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고 건물별 구조와 설비가 달라 체계적인 유지관리가 쉽지 않은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접수·처리 시스템 고도화, 장기 미처리 건 자동 경보, 반복보수 이력 관리 등 관리체계를 촘촘히 개선해야 한다"며 “공급 속도뿐 아니라 입주 이후의 주거 품질과 안전까지 확실히 담보할 수 있도록 관련 인력과 시스템을 함께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임차인은 전세로, 임대인은 월세로’…HUG, 전월세 안심신탁 추진

“'PF시장은 위험해서 원금훼손 우려 있지 않냐'하시는데, HUG가 2013년부터 PF대출 보증을 서 왔는데 사고율은 0.3%입니다. 아무 사업장에 해주지 않습니다" 최인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은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월세 안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전월세 안심신탁 사업 수익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전월세 안심신탁은 임차인에게는 전세를, 임대인에게는 월 수익을 제공하는 임대차 모델이다. 전세를 선호하는 임차인과 월세를 선호하는 임대인의 미스매치를 함께 수용하기 위해 제도가 디자인됐다. 안심신탁은 HUG-임차인-임대인 3자 간 약정 구조로 이뤄진다. 임차인은 전세금을 HUG 내의 공적 관리기구인 전월세안정화기구에 예치하고, 기구는 전세금을 직접 관리한다. 전세금과 민간 투자금을 재원으로 '주택공급활성화 펀드'를 조성해 펀드 재원을 HUG가 보증하는 주택 PF사업장에 투자해 이자를 수납하는 방식이다. 최 사장은 “임차인의 신탁금은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HUG가 PF보증을 선 사업장에 한해 대출한다"며 “이때 수익성·분양성·시장상황·사업장 위치·시행사와 시공사의 능력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한다"고 설명했다. HUG가 2013년부터 PF 대출 보증을 선 규모는 약 50조원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사고 규모는 1800억원에 그치고, 최근 5년간 사고율은 더 낮다는 것이다. 임차인은 월세 대신 전세로 거주하며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갭투자가 원천 차단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세사기도 예방된다. HUG는 임차인을 대상으로 안심신탁을 가입하면 이용할 수 있는 저리 대출상품도 출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세금 반환보증을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서울 연립·다세대 중위가격인 매매가 3억원, 전세가 2억원으로 가정했을 때, 일반적으로 월세 지출은 약 74만원이다. 이 경우 임차인이 안심신탁에 가입해 전세가 2억원을 대출한다면, 저리 대출상품을 적용할 경우 월 대출이자는 53만원으로 가입하지 않았을 때 보다 월 21만원을 아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세계약 2년동안 연 252만원씩 총 504만원 절약이 가능하다. 전월세 안심신탁은 임대인 자율참여형이다. 임대인은 연 4%대 매월 고정적인 수입을 얻고, 공실이 발생해도 최대 2개월 간 월 수익을 보장한다. 현재 수익률은 4.35%가 유력하다. 이는 아파트 분양시장, 정비사업 등 범 PF 대출 금리를 평균적으로 고려했을 때 수치다. 임대인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세금 감면 방안도 마련된다. 현재 임대소득세는 14%인데, 이를 한자리 수로 감면하는 방안을 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임차인 입장에서 월세수입은 비슷한 수준이다. 임차인의 순수 월세 수입은 월 74만원인데, 안심신탁 수익률 4.35%를 적용하면 73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개인 등록임대사업자에게 임대보증료가 평균 0.2% 절감되는 점, 임대소득세 0.2%가 추가로 감면되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률은 4.75%까지 상승할 수 있다. HUG는 LH 공공임대사업에 안심신탁제도가 도입되면 여유재원을 HUG가 직접 투자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최 사장은 “LH가 1만호를 맡기면 연간 3.7조원의 신탁금이 쌓인다"며 “LH가 2030년까지 20만호 가까운 신축매입 임대사업을 확대할 계획인 만큼 이를 안심신탁에 맡긴다면 신탁금 규모는 60조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유자금을 공공임대주택 공급으로 재원을 활용한다면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높여 전월세 안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홍지선 국토장관 후보자 “서울 주택공급 부담 경기로 넘어가”… 용산공원은 “공감대 우선”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의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한 부담이 경기도로 넘어가고 있다며 서울시의 적극적인 공급 확대를 주문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이견을 보여온 용산공원 주택 공급에 대해서는 핵심 녹지 공간을 보존하되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일부 부수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전역 등에 적용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연장 여부는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했다.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에 대해서는 서울시의 시공 관리 미흡을 주원인으로 지목하며 손실에 대한 구상권 청구 방침을 밝혔다. 16일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홍 후보자는 “정책이 현장에서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협조가 중요하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서울의 주택 공급 문제를 거론하며 “서울시의 직장은 많이 늘어나지만 주택 공급을 못 해서 그 부담을 경기도가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주택 정책은 직주근접"이라며 “서울시에서도 도시계획 차원에서 같이 고민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홍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에서도 취임 후 최우선 과제로 주택 공급 확대를 제시했다. 그는 “공공과 민간의 역량을 총동원해 국민이 원하는 곳에 시장이 충분하다고 느낄 때까지 주택 공급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서울시가 이견을 보여온 용산공원 활용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공원 조성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일부 부지의 주택 공급 가능성을 열어뒀다. 홍 후보자는 “용산 미군기지 반환 부지는 공원화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그 기본적 개념 위에 부수적으로 외곽 지역에 미래 세대와 청년들에게 주택을 공급할 여지가 있는지는 국민들과 현실을 파악해 공감대가 있으면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공급 부지나 물량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홍 후보자는 “아직 구체적인 대상 사이트나 물량을 확보하고 계획한 것이 아니다"며 “추진하려고 해도 사전에 서울시와 충분히 협의하고 국회에서 입법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용산공원 내 어린이정원을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어린이정원은 이미 공원으로 조성돼 있는데 그 부분을 건드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위 여야 의원과 전문가들이 용산 미군 반환 부지의 미개방 지역을 함께 방문해 공급 가능성을 살펴보자고 제안하자 홍 후보자는 “그렇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서울시가 대체 공급지로 제안해온 탄천물재생센터 등과 용산공원 활용 문제를 함께 협의해 달라는 주문에도 “알겠다"고 답했다. 홍 후보자는 앞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도 용산공원을 청년 등 미래세대에 주거 공간을 공급할 잠재력이 큰 부지로 평가하면서도 핵심 공간은 보존하고 부수 공간을 중심으로 공급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서울·경기 주요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대해서는 연장이나 해제 어느 한쪽에 무게를 싣기보다 시장 상황을 먼저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후보자는 연장 여부를 묻는 질문에 “시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며 “토지거래허가제가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역할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도 규제했다가 비규제로 풀거나 토지거래허가 제한을 풀면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부작용도 있다"며 “모든 정책에는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기 때문에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평가보다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자는 “주택 정책은 단기간에 정책을 폈다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며 “공급정책의 효과가 나오기까지 일정 정도 시차가 있고 중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를 두고는 서울시의 책임을 보다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홍 후보자는 철근 누락에 따른 개통 지연으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서울시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냐는 질의에 “청구할 예정"이라며 “올해 말까지 분기별, 기관별로 나눠 손실에 대해서는 서울시에 구상권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일단 서울시에서 시공 관리를 철저하게 못 한 것이 주원인"이라며 “시공사와 감리사도 책임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GTX-A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공사에서는 시공 과정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돼 보강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삼성역 개통 지연으로 정부가 민간사업자에게 추가적인 운영 손실 보전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있어 향후 비용 부담 주체를 둘러싼 국토부와 서울시 간 책임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홍 후보자는 이날 자신의 서울 아파트 매입 과정에 대한 논란에도 해명했다. 그는 “공직 생활을 30년 하면서 20년 정도를 무주택 전세로 살다가 전세계약 만료로 매입을 결정했다"며 “전세로 옮겨도 어차피 대출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매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도시주택실장 시절 추진했던 '기본주택'에 대해서는 GTX 사례를 들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후보자는 “결과적으로 입법하지 못했지만 장기적으로 옳은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GTX가 처음 제안됐을 당시에는 정부와 정치권 등의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이후 수도권의 핵심 교통망으로 자리 잡은 과정을 언급하며 장기 주택정책 역시 단기간의 성과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서울 시내버스 노사 임금 3.2% 인상 합의…파업 철회·첫차 정상운행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파업 돌입을 불과 2시간여 앞두고 임금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노조가 예고했던 전면 파업을 철회하면서 16일 첫차부터 서울 시내버스 전 노선이 평소대로 운행돼 우려됐던 출근길 교통대란은 피하게 됐다. 다만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문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연말 대법원 판결 이후로 논의를 미뤘다. 당장의 파업 불씨는 껐지만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갈등의 뇌관은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와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등에 따르면 노사는 이날 오전 1시50분께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진행된 노동쟁의 관련 2차 조정회의에서 임금·단체협약 조정안에 합의했다. 노사는 전날 오후 2시부터 12시간 가까이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서울지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2026년도 임금은 지난해 인상률 2.9%보다 0.3%포인트 높은 3.2% 인상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4시 첫차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전면 파업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버스는 첫차부터 전 노선에서 정상 운행에 들어갔다. 박점곤 서울시버스노조 위원장은 협상 타결 직후 “합의안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시민을 위해 파업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원만하게 타결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정환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도 “시민의 발을 묶을 수 없어 시간적인 한계 속에서 합의했다"면서도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노사 모두에게 계속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은 합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노사는 연말로 예정된 운수업체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그 결과를 토대로 산정 기준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노조는 동아운수 통상임금 소송 판결 취지에 따라 월 176시간을 기준으로 통상임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통상임금 반영분과 별도로 시급 7.85% 인상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과 서울시는 노사가 정한 소정근로시간과 유급 처리시간 등을 고려하면 176시간 적용이 확정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사측은 다른 지방자치단체 사례 등을 토대로 월 209시간 적용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이 짧아질수록 시간당 통상임금이 높아지고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도 증가한다. 서울시는 노조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시내버스 인건비와 재정지원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임금체계 전반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결국 노사는 통상임금 문제를 추후 과제로 남겨둔 채 올해 임금 인상률에만 합의했다. 연말 대법원 판단에 따라 추가 임금 부담과 노사 재협상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협상 타결에 따라 가동을 준비했던 비상수송대책을 모두 해제했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투입할 예정이었던 무료 셔틀버스는 운행하지 않으며, 출퇴근 시간대 증회와 막차 연장을 준비했던 지하철도 평시 운행 체계로 돌아갔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서울 시내버스 16일 첫차부터 전면 파업…막판 협상 끝내 결렬

서울 시내버스 노사의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서 노조가 16일 오전 4시 첫차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 지난 1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시내버스 파업으로, 서울시는 지하철 증편과 무료 셔틀버스 투입 등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한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는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2차 조정회의를 열고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과 임금 인상안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날 협상은 오후 2시부터 8시간 넘게 이어졌다. 서울지노위 특별조정위원회는 노사 양측과 개별 면담을 진행한 뒤 파국을 피하기 위한 최종안을 요구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예고한 대로 16일 첫차부터 운행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15일 밤부터 운행을 시작한 심야버스는 기존 운행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쟁점은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이다. 노조는 동아운수 통상임금 소송 판결의 취지에 따라 월 176시간을 기준으로 시간당 통상임금을 계산하고,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반영에 따른 2025년과 2026년 소급분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올해 임금 인상률로는 최대 7.85%를 제시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사측과 서울시는 해당 판결이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176시간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라고 맞섰다. 대법원 판단은 수당 계산 때 실제 근로시간이 아니라 노사가 정한 약정근로시간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일 뿐, 시간당 통상임금 단가를 산정하는 기준시간까지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사측은 월 209시간을 유지하면서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인상분을 반영한 시급 10.32% 인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유사 소송에서 230시간을 적용한 판결도 나온 만큼 관련 법원의 판단이 마무리될 때까지 기준시간을 일률적으로 176시간으로 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노조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임금 인상과 각종 수당·근무체계 개편으로 연간 재정 부담이 최대 5000억원가량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약 5000억원 수준인 시내버스 준공영제 재정지원 부담이 1조원 안팎으로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서울시가 휴일·야간근무 수당까지 포함한 연봉을 제시해 버스 노동자들이 과도한 임금을 받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파업에 따른 출퇴근길 혼란을 줄이기 위해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한다. 지하철 운행 횟수를 하루 202회 늘리고 막차 운행시간을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연장한다. 무료 셔틀버스는 지난 1월 파업 당시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최대 1500대를 투입한다. 이 가운데 200대는 서울 외곽과 도심을 연결하는 10개 간선노선에서 약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마을버스도 가용 차량을 최대한 투입하고 교통 소외지역과 주요 지하철역을 연결하는 자치구별 셔틀버스를 운행할 예정이다. 지난 1월 파업 첫날 서울 시내버스 운행률이 6.8%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16일 출근길 교통 혼잡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서울시민 대다수는 파업에 반대했지만 정작 파업 예고 사실을 알고 있는 시민은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연구원이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서울 거주 성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1.3%가 전면 파업에 반대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9.9%였다. 파업 반대 이유로는 '출퇴근·통학 등 일상적인 이동에 큰 불편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80.5%로 가장 많았다. 시민 세금과 재정 지원으로 운영되는 공공서비스라는 이유가 47.0%, 노조의 요구 수준이 과도하다는 응답이 38.7%로 뒤를 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77.7%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시내버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파업 예고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응답은 33.4%에 그쳤고, 66.6%는 파업이 예고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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