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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탕정·고양삼송 주택개발리츠 일반공모…“3개월 투자에 연 7.5% 배당”

충남 아산탕정 공동주택과 경기 고양삼송 블록형 단독주택을 묶은 주택개발리츠가 오는 11일까지 일반공모에 나선다. 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20년 아산탕정·고양삼송 패키지형 주택개발 리츠 사업자를 공모한 이래로 6년 만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산탕정고양삼송주택개발리츠는 교보증권 주관으로 99억원 규모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공모 주식은 제2종 종류주 198만주이고, 주당 모집가는 5000원이다. 리츠 지분은 사모 70%, 공모 30%로 구성된다. 사모 투자자는 현대건설(제1종 종류주, 16.56%), 현대건설(보통주, 13.34%), 농협생명(보통주, 7.35%), 신한라이프생명(보통주, 6.06%), 코리아에셋리츠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3호(보통주, 26.69%) 등이다. 투자기간은 공모주식 출자일로부터 약 3개월 경과한 시점으로 투자 기간이 길지 않다. 배당수익률은 연 7.5%로 유상감자시 지급재원은 현재 리츠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통해 지급될 예정이다. 3개월이라는 짧은 투자기간과 연 7.5% 배당수익률에 대해 교보증권 관계자는 “부동산투자회사법상 주식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일반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어 재원이 충분하고, 리스크가 없는 준공 이후 정산하는 시점에 공모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투자 기간이 짧다 보니 사업 이익이 크게 변동하지 않아 일반 투자자 모집 활성화를 위해 연 7.5%라는 수익률을 책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일반공모는 누구나 소액으로 부동산 간접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리츠 본연의 취지에 맞춰 일반 투자자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상품은 LH 공공택지를 활용하고 리츠가 사업 시행자로 참여해 토지를 매입하고 주택을 건설·분양하는 방식이다. LH는 미분양 주택의 매입 확약을 통해 사업 리스크를 분담한다. 앞서 2020년 LH는 충남 아산시 배방읍 세교리 일원 아산탕정 2-A11블록 공동주택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신원동 일원 고양삼송 블록형 단독주택 사업을 패키지형 주택개발리츠로 묶어 리츠 사업자를 공모했다. 당시 우선협상 대상자로 현대건설·교보증권 컨소시엄이 선정된 이후 시행법인인 아산탕정고양삼송주택개발리츠가 설립됐다. 자산관리회사(AMC)는 LH가, 시공은 현대건설과 GS건설이 맡았다. 아산탕정 사업은 787가구 규모 '힐스테이트 자이 아산센텀', 고양삼송 사업은 107가구 규모 '힐스테이트 삼송 더카운티'로 각각 공급됐고 모두 분양률 100%를 기록했다. 현재 준공과 보존등기 절차를 마치고 입주가 진행 중이다. 해당 리츠는 개발형 사업 특성상 수분양자들의 잔금 정산이 마무리되는 대로 즉시 청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다만 5월 중순 기준 아산탕정 공동주택은 잔금 납입율이 99.8%에 달해 안정 궤도에 올랐지만 고양삼송 블록형 단독주택은 잔금 납입율이 87.8%로 상대적으로 낮다. 이에 교보증권 관계자는 “현재 전체적인 사업비 배분이나 지출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라며 “다만 사업 청산을 위해서는 미납 잔금 정리가 필수적인 만큼 시공사 측에서 기존 수분양자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이슈&인사이트] 진보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 폭등이 일어나는 역설

한국 정치의 역설은 진보정권이 집권하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다. 비즈 한국(2025.5.30.)에 의하면 보수 정권의 전국 지가상승률은 김영삼 3%, 이명박 16%, 박근혜 10%, 윤석열 11% 등 평균 8%지만, 진보정권의 지가 상승률은 김대중 38%, 노무현 34%, 문재인 38% 등 평균 36.7%로 3배 이상 높다. 경실련(2025.6.25.)이 정권별 서울 아파트 상승률 순서를 보면 문재인 119%, 노무현 80%, 박근혜 21%, 윤석열 1%, 이명박 –10% 순이다. 역설은 규제가 심할수록 아파트 상승률은 높다. 진보정권의 부동산 정책 기저에는 '토지는 공공재'라는 사상과 '땀 흘려 일한 소득이 부동산 불로소득 보다 우대받아야 한다'라는 철학이 있다. 진보정권은 집권하면 핵심 가치를 “토지공개념"에 두고 온갖 '강력한 과세' 정책을 펼친다. 문재인 정권의 '투기와의 전쟁'이 그 사례다. 집값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출 제한,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부활 등 강력한 26번의 규제책들을 잇달아 쏟아냈지만, 집값은 폭등했다. 이재명 정권의 투기와의 전쟁도 이와 유사성을 보인다. 10·15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구를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토지거래허가제를 확대했다. 고가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제한했으며, 스트레스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강력한 규제로 진정되는 것 같던 집값 급등세가 재현되고 있다. 진보정권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은 진보정권과 보수 정권의 교체 과정에서 부동산 규제와 해제를 반복하면서 빚어진 시차 현상이다. 부동산 규제의 핵심은 부동산 세제다. 부동산을 보유할 때 내는 보유세와 부동산을 거래할 때 내는 거래세로 나눈다. 선진국은 '보유세 중심'이라면 한국은 '거래세 중심' 구조다. 미국 보유세의 실효세율은 1% 수준으로 높지만, 한국은 0.2% 내외로 낮다. 반면 선진국의 양도소득세는 보유 기간에 따라 20% 내외로 매우 낮다. 한국은 양도소득세가 높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중과세로 최고 82.5%에 육박하는 세율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한다. 주요 선진국의 부동산 정책의 핵심 기조가 “보유는 무겁게, 거래는 가볍게"라면 한국의 기조는 “보유는 가볍게, 거래는 무겁게"로 요약된다. 이것이 진보정권에서 부동산값 폭등이 일어나는 원초적 오류다. 진보정권은 부동산 규제로 양도소득세를 중과한다. 그런데 문제는 양도소득세는 양도할 때 발생하는 세금으로 양도를 안 하면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동산 소유자들은 진보정권 하에서 거래를 중단하는 매물 잠김 현상이 일어난다. 여기서 매물 잠김이 가능한 것은 보유세가 상대적으로 거래세에 비해서 낮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곧이어 등장할 보수 정권에서 양도세를 인하할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한다. 공급이 없는 상황에서 매물 잠김은 가수요를 불러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제일 먼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다. 그러면 부동산 소유자들은 이때 부동산을 처분한다. 역설적으로 보수 정권에서 부동산 거래가 촉진되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 진보정권에서는 열심히 부동산 규제를 해서 매물 잠김이 일어나고 보수 정권에서는 규제를 해제해서 매물 거래를 촉진한다. 정권에 따라 부동산 규제의 냉탕과 온탕이 교체되는 학습효과로 부동산 투기의 독버섯이 자생한다.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하여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인가에 대해 장기적인 계획과 철학을 가지고 원칙을 세워서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에 의한 불로소득이 땀 흘려 일한 근로 소득자와의 자산 격차로 인한 세대 간, 계층 간 불평등의 심화가 일어나는 구조를 차단해야 한다. 그렇다고 부동산 규제를 징벌적 제재 수단이나 세수 증대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면서 투기가 합리적으로 제어되는 “거래는 가볍게, 보유는 무겁게"하는 선진국의 세제를 타산지석 삼을 일이다. bienns@ekn.kr

[장혜원의 부동산현장] 제2의 성수동 꿈꾸는 문래동…개발 핵심 ‘철공소 이전’ 표류

국내 최대 규모의 뿌리산업 집적지인 서울 문래동 철공단지가 임대료 폭등과 젠트리피케이션 여파로 매년 5% 이상의 소공인이 이탈하며 수십 년간 축적된 협업 생태계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소공인 단체는 국가 첨단산업 공급망 타격을 막기 위해 정부에 '집단 통이전'을 건의했지만, 대체 부지 확보 규제와 지자체 간 협의 난항으로 3년째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9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현장을 직접 찾았다. 문래동2가 골목에 들어서자 쇠를 깎는 선반 소리와 카페 음악이 뒤섞여 들렸다. 낡은 철공소 문 앞에는 철판과 금속 부품이 쌓여 있었고, 몇 걸음 떨어진 곳에는 브런치 카페와 수제맥주집이 영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수십 년 된 기계가 돌아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젊은 손님들이 사진을 찍는 풍경이다. '힙한 동네'로 불리는 문래동의 현재 모습이지만, 이곳에서 수십 년간 공장을 지켜온 소공인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문래동 기계금속 집적지는 서울에 남은 대표적인 도심 제조업 밀집지다. 절삭, 선반, 용접, 금형, 열처리, 도금, 조립 등 금속 가공에 필요한 공정이 한 골목 안에서 맞물려 돌아간다. 작은 부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여러 업체가 일을 넘기고 받는 구조다. 1980년대 후반부터 철공소를 운영해 왔다는 한 철공업체 대표는 문래동의 경쟁력을 '거리'가 아닌 '연결'에서 찾았다. 그는 “금속 부품 하나를 만들려면 단순히 깎는 작업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먼저 소재를 구하고 선반이나 밀링으로 형태를 잡은 뒤 열처리와 도금, 용접, 연마 같은 후속 공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래동에서는 이 과정이 골목 안에서 바로 이어진다. 여기서 깎고, 옆집에서 열처리하고, 다른 집에서 마무리해 다시 가져오는 식"이라며 “문래동은 공장 몇 개가 모인 곳이 아니라 하나의 생산라인처럼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3~4년 사이 분위기는 급격히 달라졌다. 코로나19 이후 홍대와 성수동 등지에서 밀려난 카페와 음식점이 문래동 골목으로 들어오면서 임대료가 치솟기 시작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화장품 케이스 금형을 만든다는 20년 경력의 한 철공소 대표는 문래동 철공단지의 남은 시간을 “1년도 채 안 남은 시한부"에 비유했다. 그는 “우리가 50만원을 내던 자리에 젊은 사람들이 100만원을 주겠다고 하면 건물주가 누구를 택하겠느냐"며 “일감은 줄었는데 임대료는 오르니 결국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한 집 건너 한 집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카페가 들어차고 있다"며 “문래동이 제2의 성수동이 될 것이라고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철공단지의 모습은 과거 사진으로만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골목 곳곳에서는 철공소가 빠져나간 자리에 카페와 식당이 들어서고 있었다. 일부 건물은 철공소 간판을 내린 채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제조업체가 빠져나간 자리를 상권이 채우면서 문래동은 빠르게 소비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소공인들은 이 변화가 단순한 상권 재편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철공소 하나가 사라질 때마다 문래동 전체의 생산망이 함께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래동의 경쟁력은 집적 효과에 있다. 소재를 구하고 금속을 깎고 열처리와 도금, 도장을 거쳐 완성품을 만드는 과정이 가까운 거리 안에서 이뤄진다. 지금은 걸어서 5분이면 해결되는 일이지만 업체들이 시흥·안산·화성·인천 등으로 흩어지면 생산비와 물류비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울소공인협회 관계자는 “소재는 시흥에서 구하고 열처리는 안산에 가서 하고 도장은 다른 지역에서 해야 한다면 지금 같은 납기를 맞출 수 없다"며 “문래동의 경쟁력은 한곳에 모여 있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협업 구조가 단순히 동네 철공소 수준이 아니라 국가 제조업 공급망과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문래동에서 생산된 부품과 시제품은 여러 단계를 거쳐 반도체, 로봇, 드론, 방산, 전기차 등 첨단산업 분야로 흘러 들어간다는 것이다. 서울소공인협회 관계자는 “삼성이나 한화에 직접 납품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여러 협력사를 거쳐 최종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든다"며 “첨단산업도 결국 금속 부품과 기계 부품 위에서 돌아간다"고 말했다. 고령화도 심각한 문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사업주 상당수는 60~70대였다. 이들에게 이전은 단순한 장소 이동이 아니라 폐업과 맞닿아 있다. 42년째 철공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70대 철공업체 대표는 “이 나이에 공장을 통째로 옮기고 거래처를 새로 만들기는 어렵다"며 “갈 곳이 없으면 정리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기술자 유입도 사실상 끊겼다. 일감은 줄고 임대료는 오르는 상황에서 장기간 기술을 배워 제조업에 뛰어들려는 청년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세대가 은퇴하면 기술도 같이 사라질 수 있다"며 “카페 거리는 언제든 만들 수 있지만 40~50년 동안 쌓인 제조업 생태계는 한 번 무너지면 다시 만들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소공인 단체들은 개별 이전이 아닌 집단 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업체들이 뿔뿔이 흩어질 경우 문래동의 핵심 경쟁력인 협업 체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소공인협회는 이미 정부에 문래동 기계금속 집적지의 집단 이전 필요성을 공식 건의했다. 본지가 확보한 '문래동 기계금속 집적지 통 이전 추진 건의서'에 따르면 서울소공인협회는 2024년 6월 국토교통부에 국가 차원의 통이전 지원과 제도 마련을 요청했다. 협회는 건의서에서 문래동 기계금속 집적지를 “1960년대부터 형성된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뿌리산업 집적지"라고 규정했다. 현재 1260여 개 업체와 3500여 명의 종사자가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연간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또 임대료가 매년 10% 이상 상승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되면서 매년 5% 이상의 소공인들이 공장을 떠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의서에는 “주조·소성가공·표면처리·열처리·용접 등이 결합된 뿌리산업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며 “문래동 문제는 단순한 지역 상권 문제가 아니라 국가 기반기술과 첨단산업 경쟁력의 문제"라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같은 해 민원 회신을 통해 “영등포구가 이미 집적지 이전 타당성 검토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며 “향후 영등포구가 산업단지 조성 등에 대한 협의를 요청하는 경우 성실히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건의서 제출 이후 3년이 넘도록 실제 산업단지 지정 협의나 이전 부지 확정 등 가시적인 진전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영등포구는 문래동 기계금속단지 통이전과 관련해 적합 부지를 계속 검토 중이지만 현재 확정된 후보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2024년 초 관련 기본용역을 마친 뒤 소공인들이 희망하는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이전 후보지를 검토해 왔다"며 “김포·시흥·안산 등 수도권 내 여러 지역과 접촉했지만 필요한 면적을 충족하는 부지는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이나 중요시설보호구역 등에 묶여 있어 산업단지 조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동의와 협조도 필요한 만큼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이전지는 없다"며 “소공인협회와 함께 적합한 후보지를 계속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등포구는 이번 사업이 강제 이전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젠트리피케이션과 임대료 상승으로 소공인들이 현 위치에서 버티기 어려워지면서 협업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돕는 차원"이라며 “구청이 개발을 위해 내보내는 것이 아니고 이주비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사업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공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함께 이전할 수 있는 적합 부지를 찾는 것"이라며 “구는 후보지 검토, 타 지자체 협의, 특별법 제안 등 행정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 역시 현재 공식적인 산업단지 조성 협의가 진행된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영등포구에서 관련 의견을 보내온 것은 맞지만 내용은 산업단지 지정 협의라기보다 법 제정 건의에 가까웠다"며 “문래동 기계금속단지 이전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해 달라는 취지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인 산업단지 조성 절차라면 국토부에 산업단지 지정계획 협의가 들어와야 하지만 현재까지 그런 협의가 접수된 것은 없다"며 “국토부 차원에서 별도로 검토 중인 사업도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문래동 문제를 단순한 이전 논의가 아닌 도시의 다양성과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문래동 사례는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라며 “카페와 문화시설이 들어오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오랫동안 지역을 지켜온 제조업체들이 밀려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국내 개발사업의 이주대책은 주거 중심으로 설계돼 왔지만 장기간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영업해온 세입자 형태의 소공인과 제조업체에 대한 정책은 사실상 부재했다"며 “문래동처럼 수십 년 동안 형성된 제조업 집적지가 사라지는 문제를 개인 사업자의 경영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도시정책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도시는 주거와 상업시설뿐 아니라 제조업과 소공업이 함께 존재할 때 다양성이 유지된다"며 “땅값 상승과 상업화로 인해 이런 공간들이 계속 밀려난다면 도시의 기능 역시 단순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통이전 논의와 관련해서는 현실적인 한계도 언급했다. 최 소장은 “공공이 개입해 수도권 내 대규모 이전 부지를 마련한 선례가 거의 없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왜 이 문제를 공공이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명분과 공감대를 만드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오세훈 5기 출범… 서울 부동산 판도 바뀌나

6·3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사상 첫 5선 시장에 올랐다. 특히 강남3구와 용산, 영등포, 동작, 양천, 광진 등 재건축·재개발 기대감이 높은 지역에서 오 시장이 강세를 보인 것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은 선거 과정 내내 서울 최대 현안으로 부동산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세 물량 감소와 월세 상승을 지적하며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공공 주도 공급 확대와 세제·금융 규제를 통한 시장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급 확대라는 목표는 같지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오 시장의 5선 성공으로 서울시는 정비사업 중심의 공급 확대 정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핵심은 '신속통합기획 2.0'이다. 단순히 정비구역 지정 단계에서 행정절차를 줄이는 수준을 넘어 실제 착공과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업 전 과정을 압축하는 것이 목표다. 서울시는 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을 추진한다. 특히 사업성이 확보되고 인허가가 상당 부분 진행된 85개 정비사업장, 약 8만5000가구를 핵심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추진위원회 절차 생략,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 통합 처리 등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실제 착공 시기를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서는 오 시장의 5선 성공으로 정비사업 정책의 연속성이 확보되면서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서초·목동·성수 일대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마무리되거나 본격화되며 사업 추진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강남권에서는 대치쌍용1차 재건축 시공사로 삼성물산이 선정됐고, 개포우성6차 역시 GS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했다. 압구정 재건축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압구정3구역은 현대건설이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압구정4구역은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압구정5구역은 현대건설과 DL이앤씨 경쟁 끝에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하며 압구정 일대 재건축 수주전의 최대 승자로 떠올랐다. 서초권에서는 신반포19·25차 재건축 사업에서 삼성물산이 포스코이앤씨를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서초 진흥아파트 역시 GS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했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6단지는 목동 재건축 사업 가운데 가장 빠른 사업장으로 꼽히며 정비계획 수립과 후속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재개발 분야에서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이 주목받고 있다. 성수1지구는 GS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성수4지구는 향후 시공사 선정 절차를 앞두고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과 함께 한강변 초고층 개발의 핵심 축으로 평가받으며 서울 재개발 시장의 대표 사업지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지방선거를 전후해 시공사 선정 총회와 입찰 절차가 잇따라 진행된 것도 정책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전후해 주요 사업지들이 시공사 선정 총회와 입찰 절차를 서두른 것은 정책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며 “오 시장의 연임으로 신속통합기획과 정비사업 활성화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조합과 건설사 모두 사업 추진 속도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정비사업의 성패는 서울시 의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최근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는 공사비 급등과 이주비 대출 규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이 사업 추진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금융 규제 등 핵심 제도 역시 정부와 국회의 권한에 속한다. 이 때문에 향후 4년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정책 조율이 주택공급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6·3 지방선거 이후 1·29 주택공급대책 후속 절차에 다시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지만, 주요 사업지 곳곳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 과천시 과천경마장과 방첩사령부 이전 부지 개발사업이다. 정부는 해당 부지에 약 9800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신계용 과천시장이 지방선거에서 '경마공원 이전 반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3선에 성공하면서 사업 추진에 적잖은 부담이 생겼다. 과천시는 이미 지식정보타운과 과천·주암·갈현지구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교통과 기반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입장이다. 서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는 1·29 대책을 통해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주택 공급 규모를 기존 6000가구에서 1만 가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실적으로 8000가구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공급 규모를 확대할 경우 학교와 공원, 도로 등 기반시설을 추가 확보해야 하고 도시개발계획 변경 절차까지 다시 밟아야 해 사업 일정이 수년 지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민 반발도 변수다. 용산 주민들은 공급 물량 확대에 따라 과밀 개발과 교통 혼잡, 교육환경 악화가 우려된다며 정부 계획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별도의 대응 조직을 구성해 대응에 나선 상태다. 태릉CC 개발사업 역시 서울시와 정부가 이견을 보이는 사업이다. 정부는 노원구 태릉CC 부지에 68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교통 혼잡과 역사문화환경 훼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유네스코 세계유산 영향평가 등 넘어야 할 절차도 적지 않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는 공급 확대 정책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민간 중심 공급 전략이 향후 어디에서 접점을 찾느냐가 서울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수도권 집값 상승 조짐과 3기 신도시 입주 지연이 겹치는 상황에서 정부 역시 도시계획·인허가 권한을 가진 서울시와 정면 충돌보다는 일정 수준의 정책 조율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북권 개발 역시 오세훈 5기 시정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서울시는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낮아 정비사업이 더딘 강북 지역에 2031년까지 12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역세권과 준공업지역을 중심으로 용도지역 상향과 용적률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환승역 반경 500m 이내 지역에는 최대 1300% 수준의 고밀 개발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오 시장의 대표 정책인 모아타운 사업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모아타운은 사업성이 부족해 재개발이 어려운 저층 주거지를 블록 단위로 통합 개발하는 사업으로 현재 서울 24개 자치구 132개 구역에서 추진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 시장의 연임으로 정책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중랑·강북·강서·금천·구로 등 주요 사업지의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정부는 세제와 금융을 통한 수요 관리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며 “거주 목적 주택은 보호해야 하지만 사치품 수준의 주택이라면 서구 선진국 수준의 보유 부담을 갖게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또 “세제·금융·규제·공급 정책을 정리해 발표하겠다"며 세제 개편이 7월 중 가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남의 돈으로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대출 규제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고, 전세대출 확대가 집값 상승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제도에 대해서도 “시장을 왜곡하는 제도"라며 “사라져 가는 추세이고 정상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 반박에 나섰다. 오 시장은 “전세 소멸은 정상화가 아니라 서민의 주거 사다리가 무너진 정책 참사"라며 “현장의 고통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괴리된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서울의 전세난은 수요 변화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거친 규제로 공급 감소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 따른 실거주 의무 강화, 과도한 대출 규제, 다주택자 압박이 전세 공급자를 시장 밖으로 밀어냈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3억원을 넘어섰는데 정부는 최대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 수준으로 묶어 놓고 있다"며 “현금 7억원이 있어야 집을 살 수 있게 만들어 놓고 전세를 역사의 유물처럼 평가할 자격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이 전세대출을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한 반면, 오 시장은 전세 공급 감소와 대출 규제가 전세난의 원인이라고 맞서면서 향후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양측의 시각차가 더욱 선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논쟁의 핵심은 공급 부족을 볼 것인가, 투기 수요를 볼 것인가의 차이"라며 “서울시는 전세 공급 감소와 정비사업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고, 정부는 보유세와 금융 규제를 통한 수요 억제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세훈 시장의 재선 자체보다 더 중요한 변수는 7월 발표될 세제 개편안"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보유세 부담 강화와 전세제도 정상화 필요성을 직접 언급한 만큼 상당 부분이 세법 개정안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은 과거처럼 세금에만 반응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비강남권은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전세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집 사모아도 부담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꺼내 든 ‘보유세 칼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보유세 강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오는 7월 부동산 세제 개편 방침을 공식화했다. 재건축·재개발을 포함한 공급 확대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투기 목적 주택 보유와 대출을 활용한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강한 규제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세제·금융·규제·공급 정책을 조만간 한꺼번에 정리하려 한다"며 “세제 문제는 7월이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날 발언을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공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보유세 관련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며 “부동산을 많이 사 모아도 부담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주용으로 주택을 가지고 있는 것은 보호해야 하지만 사치품 수준이 돼 있다면 서구 선진국이 하는 것만큼의 보유 부담을 갖게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투자·투기용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며 “이걸 시장에 내놓으면 엄청난 공급 여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시장에서 제기돼 온 보유세 강화와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가능성을 사실상 공식화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체계, 장기보유특별공제, 다주택자 과세 방식 등이 7월 세제 개편 과정에서 주요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남의 돈으로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금융기관에도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몇 채씩 사두면 일하는 것보다 돈이 더 벌린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부동산 투기 공화국에서 탈피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투기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작용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아무도 일할 마음이 들지 않게 하는 것이 문제"라며 “자본이 부동산에 매여 생산적 역량에 투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린 자금이 산업 투자와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고 있다는 인식이다. 전세시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전세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특이한 형태의 사금융"이라며 “지금은 사라져 가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특히 “전세대출을 많이 해준 것이 부동산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며 “정상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전세 매물 감소와 전셋값 상승을 둘러싼 시장 우려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전세 물량이 감소한 것은 정상화 과정의 일부"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대신 정부가 향후 임대 공급을 확대해 평범한 중산층도 부담 가능한 주거 여건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공급 확대 필요성은 분명히 인정했다. 이 대통령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인허가와 착공이 모두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며 “신축이든 신규 택지개발이든 재건축·재개발이든 속도를 내서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수도권 외곽 신도시 확대 방식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그린벨트를 훼손해 신도시를 만드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지방이 죽는다"며 재건축·재개발과 기존 도심 공급 확대에 무게를 실었다. 취임 이후 1년간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은 원래 서울의 핵심 의제"라며 “상승 압력을 나름 잘 막아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은 언제나 부동산 정책이 욕을 먹는 곳"이라며 “선거에 나쁜 영향보다는 좋은 영향이 더 많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날 발언을 통해 새 정부가 공급 확대 기조는 유지하되 보유세와 금융 규제를 활용한 수요 억제 정책을 병행할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7월 세제 개편이 향후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공급 확대와 투기 수요 억제를 병행하겠다는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보유세와 전세제도, 대출 규제 등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게 나타난 만큼 상당 부분이 7월 말 발표될 세법 개정안과 하반기 부동산 종합대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지선 후 ‘부동산 공급정책 엇박 지속’…7월 세제 강화 수위도 미지수

오세훈 서울시장이 5선 연임에 성공하면서 서울시는 부동산 정책 일관성을 확보했지만 이재명 정부와의 공급 정책 방향성 불일치는 지속될 전망이다. 6·3 지방선거가 마무리됨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관심은 향후 7월 세제개편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6일 부동산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오 시장이 골든 크로스로 역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가아파트가 밀집해 재산세와 종합 부동산세 부담이 급등한 강남3구와 한강벨트에서 높은 득표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한강벨트 8곳(강동·광진·동작·마포·성동·영등포·용산·중구) 대부분에서 앞섰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문제가 됐던 잠실 7동 제2투표소에서도 오세훈 후보(3358표, 81%)가 정원오 후보(701표, 17%)를 앞섰다. 이재명 정부 1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큰 지역일수록 오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1년 동안 상승률 상위 10개 구는 성동구(27.0%)·광진구(24.1%)·강동구(23.6%)·동작구(22.3%)·송파구(22.1%)·마포구(21.7%)·영등포구(18.7%)·중구(18.7%)·동대문구(18.0%)·용산구(16.6%) 순이다. 동대문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강남3구이거나 한강벨트다. 1년 전 대선에서 이 대통령이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모든 구에서 승리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만에 표심이 뒤집힌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축소와 보유세 강화 등 7월 세제개편 수위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민주당 정부가 지방선거에서 서울을 탈환하지 못했다고 해서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6·3 선거 당일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대한민국은 이미 집 값, 부동산 값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며 “대한민국은 부동산투기공화국을 탈출해야 한다"고 투표를 독려했다. 이를 두고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하고, 정부가 기획하고 있는 바를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봤다. 신중론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주택자·보유세 등 추가적인 규제 강화는 있겠지만 어느 수준까지 강화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 위원은 “그간 주택 가격 상승에 따라 전년도 공시가격만 반영해도 사실상 보유세가 증가했다"며 “선거 이후에 급격한 증세 조치보다는 실제로 강화되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차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69%로 4년째 동결된 상태다. 그럼에도 지난해 서울 집값이 급등하면서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작년보다 18.67% 상승했다. 이는 2021년(19.9%)이후로 최고치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아파트는 5% 미만, 6억원에서 9억원 구간에서는 10%대, 9억원 이상으로는 20% 이상 보유세가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제개편 불확실성 속에서 주택 시장을 안정시킬 공급 역시 서울시와 정부의 엇박자는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와 서울시 간 정책 기조의 가장 큰 차이는 공급 주체다. 정부는 공공재개발·공공재건축·공공도심복합개발 등 공공이 주체가 돼 주택을 공급하고자 한다. 시는 정비사업은 민간 중심으로 운영하되 공공은 지원 역할에 한정돼야 한다고 본다. 문제는 둘 다 공급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공공 공급의 핵심 축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현재 사장 자리가 8개월 째 공석이다. 지난해 10월 이한준 전 사장 임기 만료 이후 이상욱 부사장 직무대행 체제를 거쳐 현재는 조경숙 주거복지본부장의 대행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서 교수는 “사장이 있냐 없냐는 공급 속도에 큰 영향을 준다"며 “권한대행 체제는 현상유지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 역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라는 정책의 연속성은 확보했지만 실질적인 결실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또 수도권 규제지역 내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하지 않은 주택 사업장은 약 32.3만가구에 달한다. 이 중에서 10만가구는 1년 이상 착공이 지연 중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기관별로 법령해석의 차이가 있다든지, PF 자금조달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다. 자재수급이 맞지 않아 공사비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시가 정부와 발을 맞추지 않는다면 공급은 더딜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하지 못한 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업무 성격에 따라 금융위·산업부·환경부 등 여러 관계부처에 검토 의견을 받고 유권해석을 내리는 등 현장 애로해소 지원센터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시 자체 권한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와의 금융·행정적 협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주춤하다가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첫 주(1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0.25% 오르며 전주와 같은 상승 폭을 유지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29% 오르며 전주(0.26%)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이에 이 위원은 “집값이 상승하는 쪽으로 시장심리가 확정됐다"며 “물가·유가·환율 등 현재로서는 내릴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이 땅에 건물 지을 수 있나요?”…토지개발 인허가 여부, AI가 사전에 알려준다

“이 필지에 주거용 건축물을 지을 수 있어?" 귀촌을 위해 100평 농지를 구매한 A씨. 그 중 20평엔 주거용 건축물을 짓고, 나머지는 텃밭으로 이용하고 싶었다. 이 부지에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각종 부담금은 얼마나 되는지, 소요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사전에 알려주는 'AI 인허가 도우미'가 도입된다. 5일 국토교통부는 공공분야에 AI를 적용하는 AI 민생 10대 프로젝트 공모사업에 선정된 'AI기반 통합인허가 사전진단 서비스 개발 사업' 추진을 위해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 스퀘어에서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 AI 민생 10대 프로젝트 공모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주최하는 사업으로 사업기간은 2026~2027년이다. 올해 사업 예산은 285억원이다. 공모사업은 AI 농산물 알뜰 소비정보 플랫폼·AI 국세정보 상담사·국가유산 AI 해설사·온라인 성착취 자동 탐지 시스템·SNS기반 위기징후 탐지 AI 시스템·소상공인 AI 창업경영 컨설턴트·인체적용제품 AI 안전 지킴이·모두의 경찰관·AI 기반 보이스피싱 공동 대응 플랫폼·해양 위험 분석 AI 등이 있다. 이 중 국토부 공모 사업인 'AI 인허가 도우미'는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2~12개월 소요되는 처리기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다. 현재 농지·산지전용 및 건축허가 등 토지개발행위는 200여개 법률과 지자체 조례 등에 따라 건축허가 시 23개, 공장설립은 최대 36개 의제에 대한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AI기반 통합인허가 사전진단 서비스는 토지정보와 각종 인허가 관련 법령·행정절차를 AI로 분석·진단하는 체계를 구축해 토지개발행위 인허가가 가능한지, 주요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사전에 알려준다. 서비스는 디지털 트윈 국토 기반 공간정보와 AI 기술로 구현된다. 사용자가 질문을 던지면 지도제어·공간분석 비전·사전진단 추론·3D 시뮬레이션 AI 에이전트들끼리 역할을 수행해 지도기반으로 인허가 가능성 여부 결과를 제공해준다. AI는 개발 대상 토지의 용도지역, 건폐율·용적률, 행위제한 등 관련 법령·조례 기준과 민원인의 질의 의도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필요한 인허가 절차와 검토 사항을 안내한다. 지자체별 도시관리계획 결정 고시 등으로 토지의 용도가 변경되더라도 시스템에 자동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구성한다. 법령이나 조례 해석에 있어 공무원의 재량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담당 부서에 최종적으로 안내되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사업개발을 맡은 비아이매트릭스의 김용환 이사는 “토지개발 수요가 점차 증가해 사전진단에 대한 잠재 수요도 연간 50만건에서 100만건 이상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도심에 쓸 수 있는 토지가 고갈돼 외곽 산지 개발수요가 증가하거나 도심의 집값이 상승해 농지가 주거지 확장되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산지가 택지나 공장 등 비농업용으로 전환된 규모는 약 5000헥타르(ha)에 달한다. 농지전용의 경우 연간 10만5000건의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김 이사는 “건축 가능여부를 판단할 때 일반인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워 전문가 의존도가 높다"며 “국민 입장에서는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비용을 줄이고 행정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담당 공무원 입장에서는 검토해야 할 법령과 다수 기관 협의 기간도 단축돼 민원 준비와 인허가 처리 기간이 30% 이상 줄어들어 연간 약 75억원의 처리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업은 올해 12월 4개 지자체 실증을 시작으로 2027년 6월 10개 지자체로 확대하여 시범운영을 할 계획이다. 2027년 하반기에는 모바일 앱을 포함해 전국 지자체와 공무원 지원 서비스로 확대할 방침이다. 실증 대상 지자체는 아직 선정 전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양한 실증을 위해 도시지역·도농복합지역·농촌지역을 선정할 예정“이라며 "인허가 건수가 많은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오세훈표 정비사업 공급, 실제 늘어난 집은 연 3800호…민간 중심 공급 실효성은

재건축·재개발을 중심으로 한 민간 정비사업이 서울 주택공급 확대의 핵심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실제 공급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5일 경실련이 에너지경제신문에 제공한 '2012~2025년 서울시 정비사업 주택 공급효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서울시 정비사업을 통해 건립된 주택은 총 31만2493호로 집계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철거된 기존 주택이 25만9028호에 달하면서 실제 순공급 물량은 5만3465호에 머물렀다. 연평균 순공급 물량은 3819호 수준으로, 건립 세대수 대비 순공급 비율은 17.1%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서울시 전체 주택 준공 물량은 연평균 6만6399호였지만 정비사업을 통한 순공급 물량은 연평균 3819호로 전체의 5.8% 수준에 그쳤다. 경실련은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효과가 크다는 통념과 달리 실제 증가분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오세훈 시장의 대표 주택정책인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용적률 완화 정책도 정조준했다. 대표 사례로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인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용적률이 87%에서 274%로 3배 이상 높아졌지만 세대수는 5930가구에서 1만2032가구로 2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역시 용적률은 3.2배 상승했지만 세대수 증가폭은 1.4배 수준에 머물렀다는 설명이다. 자산 양극화 문제도 제기됐다. 경실련이 노원구 상계주공8단지와 상계주공9단지, 서초구 녹원한신아파트와 동아아파트를 비교한 결과 재건축 이전에는 가격 차이가 1~2억원 수준이었지만 재건축 이후에는 각각 약 3억원, 22억원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현 경실련 경제정책팀 간사는 “오세훈 시장이 제시한 31만호 착공 공약은 기존 주택 멸실 물량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정비사업을 통한 실제 순공급량은 크지 않은 반면 집값 상승과 자산 양극화 심화, 대규모 이주 수요에 따른 전월세 시장 불안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정비사업 개발이익은 개인의 노력보다 용적률 상향과 공공 인프라 확충 등 사회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불로소득 성격이 강하다"며 “공공이 보다 적극적으로 환수해 주거 안정과 공공성 확보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 시장은 선거 기간 내내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최근 대림1구역 재개발 현장 유세에서 “서울에는 빈 땅이 없다"며 “2031년까지 31만호를 착공하겠다"고 밝혔고, 이 가운데 순증 물량은 8만7000호라고 설명했다. TV토론에서는 공급 실적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전임 시장 시절 대규모 정비구역 해제의 후유증을 복구하는 과정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오 시장은 전임 박원순 시장 시절 380곳이 넘는 정비구역이 해제되면서 공급 기반이 약화됐고 이를 복구하는 과정에 있었다는 취지로 맞섰다. 오 시장은 선거 기간 “박 전 시장의 정비구역 해제가 서울 주택공급 부족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경실련이 제시한 연평균 순공급 3819호와 오 시장이 제시한 순증 8만7000호는 산정 기준 자체가 다르다. 경실련 수치는 2012~2025년 관리처분인가 사업을 기준으로 한 과거 실적 분석인 반면, 오 시장의 수치는 2031년까지 추진할 정비사업의 순증 효과를 추산한 미래 계획치다. 또한 오 시장은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등을 포함한 향후 사업 후보지의 공급 잠재력까지 반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급 효과를 평가할 때 순공급 물량뿐 아니라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병목 요인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정부는 2026년 1·29 대책을 통해 용산정비창 1만호, 태릉CC 6800호, 과천 경마장 일대 9800호 등 대규모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주민 반발과 문화재 규제, 기반시설 확보 문제 등에 부딪히며 상당수 사업이 장기간 지연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주택 공급의 70~80%는 정비사업에서 나오는데 이주비 대출이 막혀 주민들이 이사를 못 가고, 공사비는 몇 년 새 30% 이상 뛰면서 사업장마다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며 “도로는 넓혀 놓고 중간에 병목을 만들어 놓은 것과 같다. 공급 확대 의지가 있다면 인허가보다 먼저 사업을 가로막는 병목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으로 또 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은 신규 택지를 찾기 어려워 재건축·재개발이 사실상 주택 공급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데 정작 사업 현장에서는 이주비 대출 규제 때문에 이사를 못 가고, 공사비 급등 때문에 조합과 시공사가 충돌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가 공급 확대를 말하면서도 사업을 실제로 움직이는 금융과 공사비 문제를 풀지 못하면 공급 목표는 숫자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규제 억제’ 지친 서울… 오세훈 ‘닥공(닥치고 공급)’에 표 던졌다

6·3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한 배경에는 서울 부동산 민심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가 단순한 지방행정 평가를 넘어 최근 수년간 이어진 부동산 정책과 전월세 시장 불안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평가 성격을 띠었다는 것이다. 4일 5기 서울시정 닻을 올린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서울의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전월세 급등과 공급 부족 문제를 꼽았다. 그는 현 상황을 “정권의 이념 과잉이 만들어 놓은 부동산 지옥"이라고 규정하며 정부의 대출·세제 규제를 정면 비판했다. 오 시장은 “실거주를 강조하면서 시장에 나와야 할 물건이 묶이고 있다"며 “전세·월세·매매가가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선 직후에도 “방향 전환이 없으면 앞으로 1~2년 뒤 더 큰 부동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에 정책 재검토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같은 메시지가 서울 정비사업 지역과 전월세 시장 불안에 직면한 유권자들의 정서와 맞물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 오 시장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0곳에서만 정 후보를 앞섰지만,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와 용산·동작·영등포·강동 등 한강벨트에서 큰 격차를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특히 강남구에서는 오 시장이 65.98%를 얻어 정 후보 31.92%를 34.06%포인트 차로 앞섰고, 서초구에서도 오 시장 64.68%, 정 후보 33.19%로 31.49%포인트 격차를 냈다. 전체 판세에서는 오 시장이 49% 안팎, 정 후보가 48%대의 초박빙 승부를 벌였지만, 강남권 대량 득표가 막판 역전의 결정적 기반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들 지역은 압구정·반포·잠실·여의도·목동·노량진·용산국제업무지구 등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가 밀집한 곳이다. 정비사업 기대감이 높은 지역일수록 오 시장 지지세가 강하게 나타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수년간 누적된 부동산 규제에 대한 피로감이 이번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시절 8·2 대책과 9·13 대책을 시작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강화, 15억원 초과 주택 대출 제한, 임대차 3법 등이 잇따라 시행됐다.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과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공급 위축과 전세 매물 감소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특히 최근에는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 구역 43곳 가운데 39곳이 대출 규제로 이주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현장과 모아주택 사업지를 합치면 3만 가구 이상이 영향을 받는 규모다. 노량진·북아현 등 주요 정비사업지에서는 다주택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이 막히면서 사업 지연 우려가 제기됐다. 정비업계에서는 공급 확대를 말하면서 정작 사업의 핵심 단계인 이주 절차를 막고 있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송파구 한 모아타운 대상지 토지등소유자는 “정비사업은 행정 절차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주비와 사업비 조달이 막히면 한 발도 나아가기 어렵다"며 “이번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의 공약이 가장 현실적으로 들렸던 이유도 이주비 대출 문제를 직접 다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아타운이나 재개발은 수백 명의 이해관계자가 얽힌 사업이라 주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금융 지원이 없으면 속도전이 불가능하다"며 “서울시가 이주비 대출과 정비사업 금융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은 현장 입장에서 가장 믿을 만한 대안으로 보였다"고 평가했다. 서울 시민들 역시 집값 자체보다 공급 부족과 전월세 불안을 더 큰 문제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강남구에 자가를 보유한 한 대기업 직원은 “서울시민들이 오세훈 시장 개인을 선택했다기보다 최근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측면이 크다"며 “집값 문제는 서울시장보다 대출 규제와 세제 정책을 쥔 중앙정부 영향이 훨씬 크다고 보는 시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재개발 규제와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공급이 늦어졌고 전세·월세 시장 불안도 커졌다"며 “정비사업 기대감이 높은 지역 유권자들이 오 시장에게 표를 몰아준 것은 공급 확대 요구와 중앙정부 정책에 대한 견제 의사가 함께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임대업을 하는 한 다주택자는 “보유세 강화와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가 겹치면 고령 임대사업자들은 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살던 집이나 보유 주택을 억지로 팔아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며 “수십 년 보유한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현금 소득이 부족한 고령자에게 과도한 세 부담을 지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사업자라고 모두 투기세력으로 볼 수는 없다"며 “전월세 시장에 주택을 공급해 온 고령 임대인들의 사정도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금을 못 내 집을 처분하고 이주해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리는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동구에서 전세로 거주하다 최근 월세로 전환한 한 무주택자는 “전셋값이 크게 올라 결국 월세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며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문제는 집값보다 전세와 월세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출 규제와 세금 정책이 집값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 부담만 커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며 “이번 선거에서 전·월세난에 지친 서민 불만까지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러한 민심을 바탕으로 향후 2031년까지 31만가구 공급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추진위원회 구성 단계를 생략하고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통합 처리하는 '쾌속통합' 제도를 도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사전검증 시스템을 활용해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이주 및 착공 직전 단계에 있는 약 8만5000가구 규모의 정비사업장을 집중 관리하고, 서울시 주택진흥기금을 기존 500억원에서 1000억원 규모로 확대해 이주비 대출과 사업자금 지원에도 나설 방침이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집값을 누가 잡을 것인가'보다 '누가 공급을 늘릴 것인가'에 대한 선택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시민들이 오 시장에게 보낸 신호 역시 집값 상승을 용인하겠다는 의미라기보다 공급 부족과 전월세난을 해결할 대안을 마련하라는 주문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오세훈 ‘승리’에 재건축·재개발 기대감↑… 서울 집값 향방은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서울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기대감에 휩싸이고 있다. 서울시장 사상 첫 5선 기록을 세운 오 시장이 향후 4년간 시정을 이끌게 되면서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한강변 정비사업 등 이른바 '오세훈표 공급 정책'의 연속성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정비사업 인허가 체계가 유지되면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한남 등 주요 사업지의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2031년까지 31만가구 공급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핵심전략정비구역 지정과 쾌속통합 제도 도입, 신속통합기획 고도화 등을 통해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통AI기획' 등을 통해 사업 초기 단계부터 인허가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특히 한강변 정비사업이 최대 수혜지로 거론된다. 오 시장은 전체 공급 물량 가운데 약 19만8000가구를 한강변 지역에 집중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도 송파·용산·동작·영등포·강동·양천 등 정비사업 기대감이 높은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다. 함영진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은 신규 택지 확보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어서 결국 민간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오 시장 재선으로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전략정비구역 등 기존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주요 정비사업 지역뿐 아니라 한강벨트와 강남권에서 높은 지지가 나타난 것도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일정 부분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이주비 대출 지원 등 사업 추진 과정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려는 정책 역시 정비사업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비사업 속도전이 곧바로 공급 확대나 집값 안정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최근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는 공사비 상승과 금융비용 부담, 조합원 분담금 증가 등이 사업 추진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더라도 사업성이 부족한 지역은 시공사 선정 단계부터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서울 곳곳에서는 공사비 증액 협상과 조합 내 갈등으로 사업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무조건적인 속도전보다 주민 정착과 절차적 투명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파구 삼전동 모아타운 대상지의 한 토지등소유자는 “재개발·재건축은 공급 확대도 중요하지만 기존 주민들의 정착과 생활 기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원주민 정착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 속도만 강조할 경우 기존 주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 신월7동 재개발구역의 한 토지등소유자도 “정비사업에서 속도도 중요하지만 절차적 합리성과 투명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결국 신속한 추진도 어려워진다"며 “행정 절차가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주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에서는 정비사업 중심 공급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경실련 경제정책팀 이주현 간사는 “오 시장은 정비사업을 통해 31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실련 조사 결과 지난 14년간 정비사업을 통한 순공급량은 5만가구 정도에 불과했다"며 “연평균으로 보면 4000호 수준에 그쳐 정비사업 중심 공급 대책의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건축이 이뤄진 단지와 그렇지 못한 구축 단지 간 가격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며 “정비사업 속도전과 함께 개발이익 환수 장치에 대한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오세훈표 공급 정책보다 이재명 정부의 세제·금융정책에 쏠리고 있다. 실제 서울 시민들 사이에서도 “집값 안정은 서울시장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재건축·재개발은 결국 대출 규제와 세제 정책이 좌우한다", “서울시가 공급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중앙정부가 협조하지 않으면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주비 대출과 사업비 조달이 필수적인 만큼 금융 규제 완화 여부가 핵심 변수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오세훈 시장 당선으로 정비사업 정책의 연속성은 확보됐지만 서울 집값의 향방은 결국 정부의 세제·공급정책이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며 “보유세 강화 등 세제 개편이 과도하게 추진될 경우 시장 반발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다소 둔화된 것은 시장 안정이라기보다 지방선거 이후 정부 대책을 기다리는 관망세에 가깝다"며 “전세·월세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실수요자의 매수 전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세무 전문가들도 세제 개편의 파급력을 주목하고 있다. 한 세무사는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 부담이 커지면 거래비용 증가로 매물이 줄어들 수 있다"며 “거래 위축은 공급 확대 정책과 상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거주 1주택자나 임대 목적 보유 주택에 대한 보유세 부담이 확대될 경우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돼 전세금이나 월세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미화 전주대학교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오세훈 시장의 부동산 정책은 이미 시장이 충분히 알고 있는 정책인 만큼 새로운 기대감보다는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이 확인됐다는 의미가 크다"며 “정비구역 지정 자체보다 실제 준공 물량이 얼마나 시장에 공급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거 결과는 서울의 부동산 민심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부동산 정책은 결국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큰 만큼 오 시장도 정부와 협력 속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번 5선 임기는 새로운 정책을 시작하기보다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을 완성하고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시기"라며 “서울시의회와 중앙정부, 정치권과의 협의와 조율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오세훈 시장의 5선 성공은 서울 정비사업 시장에 강력한 정책 연속성 신호를 보냈다. 다만 향후 서울 집값과 전월세 시장의 흐름은 서울시의 공급 정책만으로 결정되기 어렵다. 공급 확대 기대와 현실적 한계, 그리고 이재명 정부의 세제·금리 정책이 맞물리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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