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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인정’…1.8조 사업 본궤도

총사업비 1조8000억원대가 투입되는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이 토지보상과 공사 착수를 위한 본격적인 행정 절차에 들어간다. 정부가 사업인정 고시를 통해 사업 추진에 필요한 토지 수용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서 장기간 추진돼 온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사업도 한 단계 진전될 전망이다. 13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14일 관보를 통해 국토교통부 고시 제2026-437호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및 중앙감염병병원, 중앙외상센터 건립사업'에 대한 사업인정을 고시한다. 사업인정은 공익사업 시행자가 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취득하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보상법상 절차다. 사업시행자가 토지 소유자 등과 우선 협의보상을 진행하되 협의가 성립하지 않을 경우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토지보상법상 사업인정을 받아야 향후 협의보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수용이 가능해진다"며 “수용권이 생겼다고 곧바로 수용하는 것은 아니고 사업시행자가 우선 협의보상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상가격 등의 문제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병원 건립에 필요한 토지에 대해 수용 절차를 밟을 수 있다"며 “사업인정 고시가 이뤄져야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고시는 향후 사업 추진을 위한 일종의 '출발선'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사업인정 고시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으로, 이제 후속 절차를 하나씩 진행하게 된다"며 “어떻게 보면 사업 추진의 스타트를 끊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에는 사업시행자가 사업계획에 따라 토지 소유자 등과 협의보상을 진행하고 필요한 토지의 취득을 마친 뒤 공사 착수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협의보상이 성립하지 않는 토지는 수용재결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상 보상이 이뤄져야 착공이 가능하다"며 “사업인정 고시 이후 사업계획에 따라 보상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착수 시점을 정하면 공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인정 대상 토지의 구체적인 면적과 필지, 사유지 포함 여부 등은 14일 공개되는 고시문에 담길 예정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은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현 국립중앙의료원을 중구 방산동 미 공병단 부지로 옮겨 국가 중앙병원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새 의료원에는 국립중앙의료원 본원과 중앙감염병병원, 중앙외상센터가 함께 들어선다. 사업 규모는 본원 52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776병상이다. 총사업비는 1조8345억원으로 확정됐다. 정부는 실시설계와 보상 등 후속 절차를 거쳐 2027년 상반기 착공하고 2030년 말 완공한다는 목표다. 이번 사업인정 고시가 이뤄지면 사업시행자는 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에 대해 협의보상을 진행하고, 협의가 성립하지 않을 경우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된다. 사업인정 대상 토지의 면적과 필지 수 등 구체적인 내용은 14일 관보에 게재되는 고시문을 통해 공개된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주택공급 일문일답] 미공개 신규택지 7.3만호 입지 확정…정부 “지자체 협의 끝나”

정부가 8·13 주택 공급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추가 공급하는 23만호+α 가운데 2030년 이전 추가 착공 물량은 현재 약 12만호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규 공공주택지구 10만호+α 가운데 이날 공개되지 않은 7만3000호+α는 이미 지방정부와 협의를 마쳤으며, 주민공람 등 행정절차가 끝나는 대로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미공개 후보지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포함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정부는 서울 전역과 서울 인접 수도권 그린벨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것과 관련해 “그것을 보고 유추해서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입지는 공공주택법상 절차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발표한 뒤 “국토부가 가진 모든 자원을 가지고 '영끌'해서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지방정부, 서울시와 잘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장관과 국토부 관계자들과의 일문일답. -이번 대책에서 제시한 23만호+α 가운데 2030년 이전 실제 추가 착공되는 물량은 얼마나 되나. “(김윤덕 장관) 23만호+α로 전체적으로 설계돼 있다. 2030년 이전 착공만 따로 빼면 약 12만호 정도로 예상한다. 다만 우수 입지 신규택지로 준비 중인 게 10만호+α인데 이 중 입지를 공개한 2만7000호를 제외한 나머지는 지구 지정 단계에서 논의해야 구체적인 착공 물량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23만호 초과 공급 가운데 2030년 이전 12만호이고 신규택지 10만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진행 이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존 135만호와 1·29대책, 이번 대책을 합치면 150만호가 넘는 물량을 준비하고 있다." -신규택지 10만호+α 가운데 7만3000호+α의 입지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김 장관) 이미 지방정부와 협의는 끝났다. 실제 진행도 분명하다. 다만 발표하지 못하는 행정 실무 절차가 있다. 절차를 밟으면 자연스럽게 공개될 것으로 본다." “(주택공급추진본부장) 지방정부와 합의됐다고 바로 발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민공람과 관계기관 협의 등 절차가 중요하다. 최대한 단축해 빨리 발표하겠다. 오늘 공개한 2만7000호는 그런 절차를 거쳐 발표한 것이다." -서울 그린벨트 전역과 서울 인접 수도권 그린벨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추가 신규택지에 그린벨트가 포함됐다는 의미인가. “(김 장관) 일단 저희가 묶었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유추해서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시장에서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어 신중하게 말씀드리는 것이다. 다른 준비가 미비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확정적이고 이미 지방정부와 합의가 끝났다. 행정 실무 절차 때문에 공개만 늦춰지고 있다." -서울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이번 발표에서는 구체적인 입지가 나오지 않았다. “(주택공급추진본부장) 구체적으로 된다, 안 된다고 말씀드릴 수 없다. 지방정부와 합의가 되더라도 발표 전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도록 공공주택법에 규정돼 있다." -이번 공급대책이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나. “(김 장관) 이번 공급 발표에 대해 상당히 신뢰해주셨으면 좋겠다. 상당 부분 주택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대통령께서 저한테 '이재명 정부는 집 못 지어서 미쳤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짜야 한다고 했다. '마른 수건을 짜듯이 짜야 한다'는 게 대통령 지시사항이었다. 국토부 차원에서는 저희가 가진 모든 자원을 가지고 '영끌'해서 준비했다. 그린벨트가 중요하다는 서울시장 말씀에는 동의한다. 다만 우리가 집을 짓겠다고 하는 것은 3·4등급의 이미 훼손된 부분과 관련해서 하겠다는 것이다." -공공택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이면 주민 반발이나 보상 문제로 계획보다 늦어질 가능성은 없나. “(주택공급추진본부장) 37개월은 표준모델로 제시한 것이다. 주민의 강력한 반발 등이 있는 경우 일부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적극적으로 보상에 응할 수 있도록 협조장려금 등 인센티브도 마련해 반대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남양주 같은 대규모 택지도 실제 37개월 안에 착공할 수 있나. “(주택공급추진본부장) 대규모 택지에 적용되는 모델이 37개월이고 남양주도 이에 따라 추진한다. 다만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단축하는 내용의 공공주택법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다. 그 법이 통과돼야 실제 37개월이 가능하다. 통과되지 않으면 44개월이 걸린다." -보상 기본조사를 토지주가 거부하면 사업시행자가 확보한 자료로 갈음하도록 하는 것이 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김 장관) 원칙이 있고 현실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속도감 있게 진행하자는 취지는 분명하다. 개인 소유권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과하게 진행되면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운영 과정에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주택공급추진본부장) 기본조사에 협조하지 않더라도 이후 감정평가와 협의매수 등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절차가 있다. 협의보상 기간도 토지보상법상 30일 이상이라는 규정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LH가 관행적으로 60일을 적용해온 것을 30일로 하는 것이다. 기간 단축과 함께 토지주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기존 1·29대책에서 발표한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과천 경마장 등은 지방정부와 갈등이 있는데 실제 착공을 앞당길 수 있나. “(주택공급추진본부장)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시와 여러 채널로 계속 협의하고 있다. 입장 차이가 있었던 것도 맞지만 좁혀가고 있다. 서울시도 신속한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 이견을 빨리 협의해 결론 내리겠다. 태릉CC는 관계부처 협의가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범정부 점검체계도 총리 주재로 격상되면서 2029년 착공으로 당겼다. 과천 경마장 역시 9월까지 농식품부 주관으로 새로운 이전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과천시가 교통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는데 선제적인 교통개선대책을 마련해 설득해 나가겠다." -용산공원도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나. “(주택공급추진본부장) 서울시와 협의가 되지 않으면 공급할 수 없다. 좋은 입지의 국유지이고 현재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하면 공급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서울시와 협의가 필요한 만큼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생각이다." -신규택지 물량 상당 부분이 남양주에 집중됐다. 왕숙신도시까지 고려하면 교통 부담이 커질 수 있는데. “(주택공급추진본부장) 남양주가 워낙 커서 왕숙과 이번 신규택지를 하나로 엮어 볼 지역은 아니고 별도로 봐야 하는 측면이 있다. 당연히 별도의 광역교통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남양주시에서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지방정부와 협의해 최대한 맞춰드리겠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대책에서 추가 용적률 상향이 빠졌다. 용적률 완화 없이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나. “(주택공급추진본부장) 이번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을 만들면서 가장 방점을 둔 것은 속도다. 절차 단계별로 병목이 되는 부분을 풀고 단축할 수 있는 부분은 단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용적률 완화는 사업성에는 도움이 되지만 속도 제고에 대해서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용적률을 높이면 지방정부와 기부채납 협의가 필요하고 주민 간 갈등 등으로 시간이 더 걸리는 사례도 상당히 많다. 이번에는 속도에 방점을 뒀고 추가적인 부분은 계속 검토할 계획이다." -전월세 안심신탁이 결과적으로 갭투자를 막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나. “(김 장관) 많은 고민과 토론을 거쳐 마련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상당히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고 세입자는 신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사해보니 임대인의 20% 내외가 실제 관심을 표명했다. 전체 시장을 좌우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 전세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간접적으로는 갭투자를 막을 수 있는 효과도 있지 않겠느냐는 게 국토부의 생각이다."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신탁하는 방식에 참여할 유인이 있나. 참여 의사를 밝힌 20%는 임대인인가. “(주택토지실장) 임대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수익률 등 여러 조건을 제시했을 때 참여 의사를 물었다. 임대인은 공실률을 낮추고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고 임차인은 전세사기에 휘말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반환보증에 별도로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도 있다." -전세보증금 운용수익으로 제시한 4~5%의 근거는 무엇인가. “(주택토지실장) PF보증 대출 등에 투자할 예정인데 PF보증 금리가 4~5% 수준이어서 그 수익은 확정적으로 발생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대한 세제 혜택도 협의하고 있다. 전월세전환율과 비교해도 4~5%면 수익이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집주인이 직접 세입자를 찾는 부담과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다만 선택의 문제인 만큼 임대인과 임차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인센티브를 갖춘 사업구조를 만들겠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 수준으로 높이는 것은 사실상 대출규제 완화 아닌가. “(금융위)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3%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의미다. 최근 주택거래와 자산시장 상황, 연말까지 예상되는 대출 수요 등을 고려해 조정한 것이다. 이를 주택금융 정책이 완화 기조로 전환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LTV·DSR 등 핵심적인 가계부채 관리 규제는 그대로 유지한다. 다만 주택 공급과 청년·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금융은 지원하겠다는 원칙이다." -입주를 앞둔 단지에서 은행 대출한도 부족으로 잔금대출 '선착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조정으로 개선될 수 있나. “(금융위) 늘어난 가계대출 관리 여력 안에서 입주를 앞둔 실수요자가 대출 때문에 불편을 겪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과 관련 회의를 열어 이번 조정 방향을 설명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잔금대출 등의 애로사항도 점검할 계획이다." -캠코 PF 정상화지원펀드를 확대하면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까지 정책자금으로 연명시키는 것 아닌가. “(금융위) PF 구조조정과 재구조화를 거치면서 전체 PF 규모와 유의·부실 우려 사업장은 감소하고 있다. 다만 일부 사업장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캠코 PF 정상화지원펀드는 부실 사업장을 무조건 살리는 것이 아니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에 자금을 투입해 사업성을 개선하고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기존 약 1조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약 7300억원을 투입했고 이를 통해 약 3300호의 주택 착공으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한다." -캠코 PF 정상화지원펀드 3조원은 어떻게 조성하나. “(금융위) 총 3조원 가운데 재정 지원 약 1조5000억원, 민간 금융권 약 1조5000억원을 통해 조성할 계획이다. 실제 사업장에 펀드 자금이 투입되면 다른 금융기관의 추가 대출과 투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개별 금융회사별 출자 목표를 정해놓고 있지는 않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정부, 수도권 23만호+α 공급…그린벨트 풀고 3기 신도시 9만호 조기 착공

정부가 수도권에 23만호 이상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고 3기 신도시 등 기존 공공택지 8만9000호의 착공 시기를 1~2년 앞당긴다. 서울 강서와 경기 남양주·광주 등 2만7000호를 시작으로 역세권 등 입지가 우수한 지역에 신규 공공택지 10만호 이상을 공급하고, 이미 훼손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민간 공급을 끌어내기 위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과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비아파트 규제 완화 등 금융·세제 지원도 총동원한다.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 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착공과 입주가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느냐가 정책 성패를 가를 것으로 봤다.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임기근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과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공급 물량 자체를 늘리는 동시에 실제 착공 시점을 앞당기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인허가와 보상, 택지 조성 등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절차를 병행해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평균 68개월에서 37개월 이내로 줄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3기 신도시 등 기존 공공택지 8만9000호를 당초 계획보다 1~2년 앞당겨 착공한다. 이 가운데 4만1000호는 당초 2031년 이후 착공 예정이던 물량을 2030년 이전으로 당긴다. 보상·이주 기간도 기존 44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하고 환경·재해영향평가, 문화재 조사, 오염토 정화 등 현장 지연 요인도 함께 손질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대책은 공급량 확대보다 공급 속도 혁신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새로운 택지를 발표하는 것보다 이미 사업이 진행 중인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의 착공을 앞당기는 것이 실제 공급 체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신규 공공택지도 10만호 이상 확보한다. 정부는 우선 서울 강서 염창공원과 남양주 도심, 경기 광주역세권2 등 3개 지구에서 2만7000호를 공급하고 3~4년 안에 착공한다는 목표다. 나머지 7만3000호+α 후보지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김 장관은 “7만3000호 물량은 이미 지방정부와 협의가 끝났다"며 “주민 공람 등 행정 실무절차 때문에 공개만 늦춰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신규 택지 발표에 따른 투기를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강도 높은 투기 방지책도 병행한다. 그린벨트 활용에도 적극적인 입장을 내놨다. 김 장관은 “그린벨트를 잘 보존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정부가 집을 짓겠다고 하는 곳은 이미 상당히 훼손된 3·4등급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을 지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린벨트도 과감하게 해제해 주택 공급을 더욱 적극적으로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용산공원 주택 공급 가능성도 열어뒀다. 국토부는 용산공원에 대해 입지가 우수한 만큼 주택 공급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서울시와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역시 서울시와 여러 채널을 통해 협의 중이다. 도심 공급의 핵심인 재개발·재건축에도 속도를 낸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 정비사업 약 23만4000호가 정상적으로 착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조합설립 동의율을 75%에서 70%로 낮추고 신속 사업장에는 이주비 대출 개선과 공공기여 임대주택 인수가격 상향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특히 이주비 대출 LTV 산정방식을 종전자산가액뿐 아니라 종후자산가액까지 고려하도록 개선하고 추가 이주비 대출 보증상품도 신설한다. 이주비와 중도금·잔금대출 등 신규 주택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출은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별도로 관리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난달 부동산 토론회에서 제기됐던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과 잔금대출 완화 등 요청 사항이 많이 반영됐다"며 “수도권 공급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민간 부문의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민간 주택사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PF 지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HUG·HF의 PF 보증 규모를 올해 23조원에서 2027년 33조원, 2028년 30조원 수준으로 확대한다. 인허가와 PF 보증 심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원스톱 심사를 도입하고 캠코 PF 정상화 지원펀드와 금융권 신디케이트론도 확대한다. 함 랩장은 “사업성이 있어도 공사비와 금융비용 때문에 착공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많은 만큼 PF 보증 확대는 '돈이 없어 착공하지 못하는 사업장'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까지 정책금융으로 연명시키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며 옥석 가리기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비아파트 공급 확대도 병행한다. 정부는 오피스텔과 다세대·다가구 등 공급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주택의 건축면적과 층수, 일조 규제를 완화하고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확대한다. 신축 일반주택에 대한 임대사업자 LTV도 완화해 민간 사업자의 자금 부담을 낮춘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공급할 수 있는 비아파트 규제 완화는 시의적절하다"며 “무주택 서민들의 공급 불안이 해소될 수 있도록 얼마나 속도감 있게 개발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년과 실수요자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기존 LTV·DSR 등 핵심 대출 규제는 유지하되 청년·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및 전월세 자금은 위축되지 않도록 지원한다. 보금자리론 소득 요건을 손질해 혼인 이후 정책대출 대상에서 탈락하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를 완화하고, 공공분양의 약 15%는 지분적립형이나 수익공유형으로 공급한다. 다만 금융완화가 실제 공급보다 먼저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함 랩장은 “실제 공급이 늘어나는 데는 2~3년이 걸릴 수 있지만 금융이 풀린다는 기대는 시장에 바로 반영될 수 있다"며 “강남·한강변 등 사업성이 높은 정비사업 지역의 기대감을 높여 일부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번 대책의 성패가 '23만호+α'라는 숫자보다 실제 착공과 입주 속도에 달렸다고 입을 모았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개발 진행 과정을 국민들에게 수시로 공개해 공급 확대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 랩장도 “공급대책의 패러다임을 새로운 땅을 발표하는 것에서 이미 있는 사업을 최대한 빨리 주택으로 바꾸는 것으로 전환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서울 핵심지역의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만큼 단기적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쉽게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범정부 주택 신속공급 점검회의를 신설하고 사업별·지구별 추진 상황을 주 단위로 관리하는 '주택공급 상황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결국 이번 대책은 공급계획을 실제 착공으로 바꾸는 '속도전'이 핵심이다.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첫 삽을 뜰 수 있느냐가 향후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단독] 이성훈 LH 사장, 청와대 재직 중 세종 아파트 매도 계약…등기는 올 가을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보유한 세종시 아파트의 매도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 소유권 이전등기는 올 가을 이뤄질 예정이라는 게 LH의 설명이다. 12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장은 지난달 LH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세종시 아파트의 매도계약을 마쳤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 지분은 이미 처분했고, 현재 배우자 명의의 대치동 다가구주택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LH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세종시 아파트는 이 사장이 청와대에 재직할 당시 매도계약이 완료된 상태였다"며 “세입자의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 소유권 이전등기는 올 가을 완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주택 보유 현황과 관련해 “도곡동 아파트 지분은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대치동 다가구주택 지분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도곡동 아파트 처분과 세종시 아파트 매도계약의 구체적인 선후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올해 3월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공개 당시 배우자와 공동명의의 세종시 아파트와 배우자 명의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 지분, 대치동 다가구주택 지분을 신고했다. 부동산 정책을 직접 담당하는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이 다주택을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적절성 논란이 일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부동산 정책의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다 보유자를 배제하라고 지시한 이후 이 사장은 보유 주택 3채를 모두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도곡동 아파트 지분은 처분이 완료됐고 세종시 아파트도 청와대 재직 중 매도계약이 체결됐다. 다만 매도계약이 체결됐더라도 소유권 이전등기가 완료되기 전까지 세종시 아파트는 이 사장 부부 명의로 남아 있다. 민법 제186조는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해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한다. LH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사장 측은 이와 별도로 배우자 명의의 대치동 다가구주택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예정대로 세종시 아파트의 이전등기가 완료되면 올해 3월 재산신고에 포함됐던 주택 관련 부동산 가운데 대치동 지분만 남게 된다. 앞서 이 사장은 지난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택 처분 현황에 관한 질문을 받았으나 구체적인 매각 내역은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도됐다. 이후 일부 언론은 이 사장이 세종시 아파트와 대치동 다가구주택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본지는 세종시 아파트의 매도계약 시점과 도곡동 지분의 처분 시점, 대치동 지분의 보유 및 처분 계획을 확인하기 위해 이 사장에게 직접 질문했지만, 기사 출고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서울 공공지원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자율화…최대 75일 절차 줄인다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기간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공지원 정비사업의 공사비 검증 절차를 의무에서 재량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조합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 서류에서도 '세대주 성명' 항목을 삭제하기로 하는 등 정비사업 초기 행정절차도 간소화한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정비사업 관련 규제철폐 과제 2건을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개선안에는 공공지원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제도 합리화와 조합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 서류 간소화가 담겼다. 공공지원 정비사업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서울시 등 공공이 계획 수립부터 사업 완료까지 사업 시행 전반을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2023년 12월28일 '서울특별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을 개정하면서 공사비 검증 절차를 강화했다. 해당 기준에 따라 적용 대상 조합은 공사비의 실질적인 증액 여부나 조합원의 검증 요청과 관계없이 최초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 조합원 분양공고 전에 공사비 검증을 받아야 했다.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을 예방하고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사업장별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절차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사비가 사실상 오르지 않았거나 조합원이 검증을 요구하지 않은 사업장도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해 사업 기간과 비용 부담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공사비 검증에는 통상 60일, 최대 75일이 걸리며 공사비 규모에 따라 별도의 검증 수수료도 발생한다. 이에 서울시는 시공자 선정기준을 다시 개정해 조합원 분양공고 전에 적용했던 일률적인 공사비 검증 절차를 의무에서 재량으로 바꾸기로 했다. 앞으로는 사업장별 여건과 공사비 변동 여부, 검증 필요성 등을 고려해 조합이 검증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검증을 생략하는 사업장은 그동안 절차에 소요됐던 최대 75일과 관련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 중 관련 기준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법정 공사비 검증 의무까지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에 따라 토지등소유자 또는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사업시행자에게 검증을 요청하면 정비사업 지원기구의 공사비 검증을 받아야 한다. 공사비가 일정 비율 이상 오른 경우에도 검증이 의무화된다. 생산자물가상승률을 제외한 누적 공사비 증액률이 사업시행계획인가 전에 시공자를 선정한 사업장은 10% 이상, 인가 이후 시공자를 선정한 사업장은 5% 이상이면 검증 대상이다. 한 차례 검증을 마친 이후 검증 당시 계약금액보다 공사비가 다시 3% 이상 증가한 경우에도 추가 검증을 요청해야 한다. 서울시가 이번에 자율화하는 것은 법에서 정한 공사비 검증이 아니라 시가 2023년 12월28일 개정한 시공자 선정기준에 따라 적용해온 조합원 분양공고 전 일률적인 검증 절차다. 시는 공사비 분쟁 예방과 조합원 보호라는 제도의 취지는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검증으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인 조합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 신청 서류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추진위 구성 승인을 신청하려면 지적공부와 부동산등기부, 건축물대장 등 여러 공적 서류를 제출하고 토지등소유자 명부에 '세대주 성명'까지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했다. 이에 따라 추진위는 토지나 건축물의 소유권을 확인하는 것과 별도로 주민등록등본 등을 제출받아 소유자별 세대주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사업 초기부터 불필요한 서류 제출과 개인정보 확인 부담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서울시는 세대주 정보가 추진위 구성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사항은 아니라고 보고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해 토지등소유자 명부에서 세대주 성명 항목을 삭제하기로 했다. 시는 이번 개선으로 추진위의 서류 제출과 주민등록 정보 확인 부담이 줄어들고 정비사업 초기 행정절차의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조완석 서울시 규제혁신기획관은 “서류 한 장, 검증 절차 하나라도 시민에게 과도한 부담이 된다면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진정한 규제혁신"이라며 “앞으로도 시민 눈높이에서 불합리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서울시 정비사업이 한층 속도감 있고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박원순이 해제한 정비구역 389곳…李정부 주택공급 핵심축으로

서울의 주택 공급 기반을 둘러싸고 도시재생과 정비사업의 공과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해제된 정비구역 가운데 일부가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공공재개발 등을 통해 새로운 정비사업에 나서면서다. 도심 주거환경 개선과 주택 공급 효과가 기대되지만 주민 간 이견과 사업성 부족, 공사비 상승 등으로 사업장별 추진 속도에는 상당한 차이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작성한 정비사업 보고서에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에서 정비구역 389곳이 해제된 것으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전체의 약 60%인 235곳은 법정 동의 요건에 따른 주민 요청 등으로 자진 해제된 지역으로 분류됐다. 박 전 시장은 2012년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사업이 장기간 정체됐거나 주민 갈등이 컸던 지역을 대상으로 출구전략을 추진했다. 전면 철거 방식의 재개발 대신 기존 주거지와 지역 공동체를 보존하는 도시재생에 정책의 무게를 실었다. 당시는 부동산시장 침체와 낮은 사업성, 주민 간 찬반 갈등으로 상당수 정비사업이 사실상 멈춰 있었다. 서울시 집계상 해제지역의 절반 이상이 주민 요청 등에 따른 자진 해제로 분류된 만큼 사업 추진 동력을 잃은 구역을 정리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정비구역 해제가 누적되고 신규 지정까지 중단되면서 서울의 중장기 주택 공급 기반이 약화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거정비지수제 도입과 주민 동의 요건 강화 등이 겹치면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에서 신규 지정된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은 한 곳도 없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정비업계에서는 과거 정비구역 해제와 신규 지정 공백이 이후 규제 강화와 사업 지연 등과 맞물려 최근 착공·입주 물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정비사업은 구역 지정 이후에도 조합 설립과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이주·철거, 착공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구역 지정부터 실제 입주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만 정비구역 해제만을 현재 공급 부족의 단일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당시 주택시장 침체와 주민 반대, 사업성 부족뿐 아니라 이후 부동산 규제와 공사비 상승, 금융 여건 악화 등 여러 요인이 공급 감소에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해제지역이라고 해서 정비사업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도 아니다. 일부 지역은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공공재개발 등 서로 다른 제도를 활용해 정비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랑구 중화2동 299-8 일대는 과거 중화재정비촉진지구에서 해제된 뒤 2024년 서울시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돼 기존 사업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지역은 노후 건축물과 반지하주택 비율이 높고 도로와 주차장 등 기반시설이 부족해 주거환경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공공재개발도 제도 도입 당시 해제지역을 사업 대상으로 열어뒀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2020년 시행한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에는 장기간 정체된 기존 정비구역뿐 아니라 정비구역 지정 요건을 충족하는 해제지역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공공재개발은 각각 사업 방식과 요건이 다르다. 특히 모아타운은 기존 재개발 정비구역을 그대로 재지정하는 제도가 아니라 소규모 정비사업을 묶어 기반시설과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해제지역의 노후도와 면적, 주민 동의, 사업성 등을 따져 적합한 사업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뉴타운 해제지역 중 일부는 이미 신속통합기획이나 모아타운 등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며 “도심 내 주거환경 개선과 주택 공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주민 간 이견이 여전한 곳은 추진 속도에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해제지역의 재추진 여부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주민 의사를 꼽았다. 박 수석은 “주민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며 “주민들이 원한다면 해제구역을 다시 정비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정비사업을 주택 공급의 핵심 수단으로 다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신속통합기획과 정비사업 통합심의 등을 통해 정비계획 수립과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2031년까지 253개 재개발·재건축 구역에서 총 31만호를 착공한다는 목표다. 신속통합기획은 주민과 자치구가 정비계획을 마련하는 초기 단계부터 서울시가 도시계획과 교통·건축·환경 분야의 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제도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신규 재개발지역의 정비구역 지정에 걸리는 기간을 종전 평균 5년에서 2년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서울시는 신규 외곽 택지 개발에만 의존하기보다 노후 주거지의 사업성을 높여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노후 주거지에 경제성을 더 확보해줘 사업이 움직이도록 만드는 방안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용적률 등 도시계획 인센티브를 통한 사업성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시가 최근 3년간 준공된 정비사업 59곳을 분석한 결과 사업 전후 주택 수는 평균 36.4% 증가했다. 사업 유형별 증가율은 재개발 27.4%, 재건축 44.2%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또 2031년까지 착공을 목표로 관리하는 253개 구역에서 총 31만호가 착공될 경우 계획상 주택 수가 기존보다 39.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주택 철거분을 제외한 순증 물량은 약 8만7000호로 추산했다. 사업 유형별 예상 순증률은 재개발 29.7%, 재건축 48.5%다. 다만 31만호는 입주나 준공 실적이 아닌 서울시의 착공 목표이며, 8만7000호도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됐을 때를 전제로 한 예상 순증 물량이다. 실제 공급 성과는 정비계획 변경과 주민 동의, 인허가, 시공사 선정, 이주·철거 등 사업 단계별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공정관리도 행정2부시장급으로 격상했다. 25개 자치구와 함께 사업 지연 구역을 점검하고 인허가 지연과 주민 갈등, 공사비 분쟁 등 구역별 장애 요인에 대한 공정 만회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비사업을 단기간에 주택 부족을 해소할 만능열쇠로 보기는 어렵다. 최근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조합원 추가 분담금이 늘고, 시공사 선정이나 공사계약 변경 과정에서 갈등을 겪는 사업장도 증가하고 있다.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장기간의 사업 기간 역시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박 수석은 “주택산업은 건축비 증가와 복잡한 인허가, 사업의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고위험·저수익 구조로 바뀌었다"며 “정책을 설계할 때 공급자의 마음을 읽고 사업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업성 개선을 위해 용적률과 높이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늘어난 개발이익과 기반시설 부담, 공공기여를 어떻게 배분할지는 풀어야 할 문제다. 사업성을 지나치게 높이면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공공기여를 과도하게 요구하면 사업이 다시 멈출 수 있다. 세입자 보호와 원주민 재정착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정책 공조도 관건으로 꼽힌다. 정비계획 수립과 주요 인허가는 서울시와 자치구가 담당하지만 금융·세제와 재건축 관련 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은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에 영향을 받는다. 박 수석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완전히 의기투합하기는 어렵더라도 불협화음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결국 공급 일정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비사업의 공급 효과를 둘러싼 반론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분석한 2012∼2025년 서울 정비사업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정비사업으로 건립된 주택은 31만2493호지만 기존 주택 25만9028호가 철거돼 실제 순증 물량은 5만3465호로 집계됐다. 경실련은 연평균 순증 물량이 3819호로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연평균 주택 준공 물량의 5.8% 수준이었다며 정비사업의 총 건립 물량과 기존 주택 철거분을 제외한 실질 순증 물량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시장 재임기의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실적도 오 시장 재임기보다 적지 않아 시장별 정책을 단순히 '공급 억제'와 '공급 확대'로 구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김윤덕 국토장관 “그린벨트 해제해서라도 공급”…세제개편 충격 최소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전월세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제도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수도권 공급을 늘리기 위해 민간 정비사업과 2·3기 신도시 사업에 속도를 내는 한편 필요하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전환이 임대차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에 “여러 가지 세제 문제를 집행하는 데 있어 단계적 시행을 통해 시장 충격을 좀 더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세제 개편으로 비거주 1주택자가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거주로 전환할 경우 기존 임차인의 퇴거를 요구하거나, 늘어난 세금이 임대료에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정치권과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 장관은 “실거주 전환과 관련해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일단 내년 말까지는 변화가 없다"며 “바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시행해 일정한 시차를 두고, 그 기간에 공급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세제 개편의 기본 방향에는 힘을 실었다. 그는 “실거주 중심의 주택시장을 형성하고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해 과세 형평성을 높이며 지속 가능하고 합리적인 부동산 세제를 형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에 대해서도 “과도한 이익에 대해 어느 정도 분명한 세금을 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문제"라며 “조세 정의를 세운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타당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세제 개편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보완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장관은 “국민의 의견과 반응을 계속 모니터링해 부분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이탁 국토부 제1차관도 “세제 주무 부처인 재정경제부가 입법예고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및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핵심 해법으로 공급 확대를 제시했다. 그는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많이 짓는 것"이라며 “민간 정비사업은 인허가 기간을 단축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이미 진행 중인 2·3기 신도시 사업도 속도를 높여 조기에 착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하면 그린벨트까지 해제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김 장관은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수도권에 주택을 많이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아파트에 한정하지 않고 현재 전월세 문제도 많은 만큼 비아파트 활성화도 중요한 정책 대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에도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장관은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에 국토부도 적극 공감하고 있다"며 “민간 중심의 정비사업 활성화에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지원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공급 확대의 효과가 시장에서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주택을 빵 찍는 것처럼 밤새 찍을 수 있다면 되겠지만 실제 공급의 결과물이 눈에 보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고 말했다. 도심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비주택 용지의 주거용 전환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 추진한다. 김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 인사말에서 “비주택 용지의 주택 용도 전환을 확대하고 도심 내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신규 후보지를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전환 대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업·업무용지 등 주택 외 용도로 계획된 토지를 주거용으로 바꾸는 방안이 후속 공급정책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도심복합사업은 민간 재개발 추진이 어려운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등에서 공공이 사업을 주도하는 방식이다. 조합 설립과 관리처분계획 등의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김 장관은 도심복합사업에 대해 “속도를 더 내기 위해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사업을 단계별로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절차를 병행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서리풀지구와 용산국제업무지구, 태릉CC, 과천 경마장 일대 등 주요 공급사업에 대해서는 “예상대로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어 차질 없이 공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태릉CC에 대해서는 세계유산영향평가 절차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규모를 놓고 이어진 서울시와의 이견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루고 현재 조정하고 있다"며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토부는 사업별 추진 상황을 상시 점검하기 위한 '수도권 주택공급 상황판'도 마련한다. 김 장관은 “공급과 관련한 홍보를 강화하고 수도권 주택공급 상황판을 만들어 속도를 점검하겠다"며 “쉬운 문제는 아닌 만큼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가덕도의 생명들을 기각하지 마십시오”…신공항 재판 앞두고 법원 앞 모인 시민들

“가덕도의 생명들을 기각하지 마십시오." 11일 오후 5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 광장. 녹색당과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관계자,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이 같은 구호를 외쳤다. 하루 뒤인 12일 열리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기본계획 취소소송 6차 변론을 앞두고 재판부에 사건을 각하하지 말고 본안에서 사업의 적법성을 판단해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이날 열린 시민문화제와 정당연설회의 화두는 가덕도신공항 자체의 찬반보다 '원고적격' 문제에 집중됐다.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는 이날 에너지경제신문을 만나 “내일 재판에서는 사업의 위법성 자체보다 원고적격 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환경소송에서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 안의 주민에게 원고적격을 인정하는데 공항 건설의 경우 소음 영향 범위가 제한적으로 설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사업 타당성이 검증된 뒤 부지 보상 등이 이뤄지는 것이 상식적인 순서 아니겠느냐"며 “그런데 가덕도에서는 주민 보상이 먼저 이뤄져 주민들이 떠난 상황에서 다시 주민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적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가덕도의 생명들을 기각하지 말라", “원고는 모든 생명과 모든 시민이다", “가덕도는 공항이 아니다. 생명이다" 등의 구호를 반복했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법원이 원고적격을 이유로 사건을 각하할 경우 신공항 사업의 안전성과 경제성, 환경성 등을 재판에서 실질적으로 따질 기회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연설에 나선 참가자는 “가덕도의 생태계 파괴와 조류 충돌, 불안정한 지반에 따른 중대재해 가능성 등을 제대로 따져보기도 전에 원고적격이라는 장벽 앞에 섰다"며 “3㎞ 이내 주민만 소송을 낼 수 있다고 하지만 이미 토지를 팔고 떠난 주민들이 있고 그 밖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있다. 이 때문에 재판의 문이 닫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덕도 일대가 수천㎞를 이동하는 철새들의 서식·중간 기착지라는 점과 연약지반 문제 등을 거론하며 “국책사업이라고 해서 생명과 안전에 관한 검증을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대 단체는 가덕도신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도가 무안공항보다 353배 높다는 자체 분석과 최대 60m 안팎의 연약지반 문제 등을 들어 사업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대건설의 사업 참여 철회와 후속 사업자 선정 난항 등도 사업 리스크를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했다. 이날 김 공동대표는 직접 가덕도를 찾았던 경험을 소개하며 생태 문제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처음에는 저도 가덕도를 한 번도 가보지 않고 신공항 반대 집회를 조직하고 서명운동을 했다"며 “그런데 직접 가보니 제가 가덕도를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덕도에 어떤 생명들이 살고 있고 숲이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는 직접 가봐야 알 수 있었다"며 “길을 걷다가 바위 근처에 팔색조 둥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두 조용히 지나갔다. 그런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는 한편에서는 산을 발파해 없애고 공항을 짓겠다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너무 대조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김 공동대표는 신공항 건설 과정에서 국수봉 등 산지가 훼손되는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가덕도를 걸으면서 수많은 생명체를 보는데 큰 산을 발파해 없앤다는 생각 자체가 끔찍했다"며 “팔색조 둥지나 커다란 민달팽이를 직접 봤다면 이런 계획을 쉽게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항을 지어서는 안 될 땅에 공항을 짓겠다는 것은 거창한 이념의 싸움이라기보다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경제성도, 생태성도, 안전성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사 전 인터뷰에서도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가덕도신공항의 경제성 문제를 알고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바 있다"며 “경제적 이유와 생태적 이유 모두에서 근거가 부족한 사업이라면 정치적 부담 때문에 끌고 갈 것이 아니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는 정치권과 환경단체 관계자들의 발언만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훌라 공연과 시 낭송, 인디뮤지션 공연 등이 이어지면서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 소속 작가들은 가덕도를 소재로 쓴 시와 동시를 낭송했다. 한 작가는 “여기는 살아 있는 곳"이라며 나무와 버섯, 벌레와 바닷바람 등 가덕도에서 마주한 생명을 표현했다. 이어 “가덕도에 공항이 생기면 경제가 부흥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곳은 이미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과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 또 다른 작가는 가덕도에 사는 생명들을 어린이들에게 건네는 선물에 빗댄 동시를 낭송했다. 그는 “섬이 없어지면 우리는 서로 무엇을 선물할 수 있나요. 섬이 없어지면 우리는 어디서 사랑을 배우나요"라며 “섬이 없어지면 우리는 풍요로울 수 없고 자라날 수 없다"고 낭송했다. 인디가수 미어캣은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마포구 성미산 개발 문제를 계기로 만든 노래와 가덕도의 생명을 주제로 한 공연을 선보였다. 경주에서 행사장을 찾은 환경활동가는 기후위기 문제를 들어 공항 건설 필요성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조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영향을 받는 범위를 지나치게 좁혀서는 안 된다"며 “기후위기의 영향을 받는 시민도 결국 이 사업의 당사자"라고 말했다. 이어 “일상에서 탄소배출을 줄이자고 하면서 한편에서는 항공 수요를 늘리는 새로운 공항을 계속 건설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녹색당과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지난해부터 대통령 집무실과 청와대, 부산시청 앞 등에서 가덕도신공항 백지화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 반대와 특별법 폐기를 요구하는 10만명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시민행동은 12일 오전 11시부터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108배와 종교인 기도회를 진행하고 오후 1시 기자회견을 연다. 같은 날 오후 2시에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기본계획 취소소송 재판을 방청할 예정이다. 김 공동대표는 “기후위기 앞에서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원고적격만을 따져 사건을 끝낼 것이 아니라 최소한 본안 심리를 통해 가덕도신공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법정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서리풀1지구 주민들 국토부 앞 집회…국토부 “임대비율 서울시와 협의”

서울 서초구 서리풀1지구 토지주와 주민들이 정부를 향해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전면 재검토하고 50년 넘게 이어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를 반영한 별도의 보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날 주민 대표단과 만난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주민들이 요구한 공공임대주택 비율 조정 문제와 관련해 서울시와 협의해보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서리풀1지구 총주민대책위원회와 토지주들은 11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서리풀1지구 토지주·주민 생존권 사수 궐기대회'를 열고 △그린벨트 장기 규제를 고려한 정당한 토지보상 △공공임대 비율 재검토 △토지주와 사업시행자 간 개발이익 공유 등을 요구했다. 집회 도중 주민 대표단은 국토부 관계자들과 별도 면담을 갖고 이 같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면담에 참석한 토지주에 따르면 국토부 측은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한 공공임대주택 비율에 대해 “서울시와 협의해보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토지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감정평가 절차를 통해 보상액이 산정된다는 기존 제도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에 참석한 한 토지주는 “보상 부분에서는 감정평가에 따라 이뤄진다는 원론적인 설명이 있었지만 공공임대 비율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협의해보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그동안 면담과 비교하면 토지주들의 입장을 비교적 열린 자세로 듣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가 이날 임대주택 비율 조정을 확정하거나 구체적인 조정 폭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향후 서울시와의 협의 과정에서 주민 요구가 실제 공급계획 변경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주민들이 가장 강하게 문제 삼은 것은 토지 보상 방식이다. 최재만 서리풀1지구 총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발표된 성명서에 따르면 주민들은 서리풀1지구 일대가 50년 넘게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아온 만큼 이를 고려한 특별한 보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2024년 11월 서울 서초구 원지동·신원동·염곡동·내곡동 일원에 대규모 공공주택지구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주민 측은 사업지구 내 토지들이 오랜 기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사실상 개발행위와 거래에 제약을 받은 만큼 현재의 제한된 토지가격만을 기준으로 강제수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최 위원장은 성명에서 “대규모 공공주택지구 개발이 추진되면 삶의 터전을 상실하는 원주민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토지를 소유한 주민들은 강제수용으로 평생 일군 재산을 내놓게 된다"며 “50여년 동안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재산권 행사에 막대한 제한을 받은 점이 보상 과정에서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된 주변 땅값은 크게 상승한 반면 사업지구 내 토지는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이유로 저평가됐다"며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된 상태를 기준으로 토지를 평가해 보상할 것을 요구했다. 새정이마을 주민 측도 이날 “우리는 개발 자체를 반대하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다"며 “개발을 한다면 그 과정에서 희생하는 사람들의 권리 역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55년 동안 그린벨트와 각종 규제로 묶어놓고 이제 와서 개발한다면 그동안 재산권을 제한받아 온 토지주들에게도 그에 걸맞은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임대주택 비율 역시 이날 집회의 핵심 쟁점이었다. 주민들은 서리풀1지구에 공급되는 주택 가운데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인 '미리내집' 등을 포함할 경우 사실상 임대주택 비중이 80% 수준에 달한다며 공급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성명서를 통해 “백보를 양보해 개발을 한다고 하더라도 임대아파트를 무려 80%나 공급한다는 계획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시와 협의해 서리풀1지구 임대아파트 공급비율을 35% 이내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임대주택 비율을 법정 의무 수준에 가깝게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다른 공공주택지구에서 연대 참석한 관계자는 “공공임대 비율을 주민 의견을 반영해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80%'에는 미리내집 등 다양한 공공주택 유형을 임대주택 범주에 포함한 수치가 반영돼 있어 향후 국토부·서울시가 밝힐 구체적인 주택유형별 공급계획과의 비교가 필요할 전망이다. 토지주들은 기존의 일회성 수용·보상 방식에서 벗어난 개발이익 공유 방안도 요구했다. 대책위는 국토부와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 “사업 추진에 따른 개발이익을 토지소유자와 사업시행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55년 참아왔다, 정당보상 실시하라", “공공임대 80% 재검토하라", “국토교통부는 응답하라", “토지주의 목소리를 받아들여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대책위는 향후 지장물 조사와 감정평가 등 본격적인 보상 절차가 진행되기 전에 정부가 주민들과 실질적인 협의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개발을 무조건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보상과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개발계획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국토부와 서울시가 주민 의견을 실제 정책에 반영하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오세훈 “용산공원·그린벨트 공급 안돼”…정부에 “정비사업·준공업지역 풀어달라”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어린이정원과 추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신 재개발·재건축과 서남권 준공업지역 규제 완화 등 기존 도심의 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며 정부에 정책 지원을 요구했다. 오 시장은 10일 KBS '사사건건'에 출연해 용산어린이정원 일대를 주택용지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법적으로 안 된다"며 “전 세계 어느 대도시 시장에게 물어봐도 찬성할 수 있는 시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용산 미군기지가 있던 자리가 본의 아니게 비어 있어 녹지로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고 특별법까지 만들어 보존하기로 한 것"이라며 “주택 사정이 녹록지 않다고 해서 도심 한복판에 유일하게 남은 녹지에 손을 대겠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에 따라 공원 부지에 주택을 짓는 데 제약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서울의 생활권 녹지가 해외 주요 대도시에 비해 부족한 상황에서 주택 공급을 이유로 어렵게 확보한 녹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지역 그린벨트 추가 해제에도 선을 그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정부 당시 서울 서초구 서리풀 1·2지구의 그린벨트 해제에 동의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당시 서리풀 1·2지구에 대한 동의가 마지막이라고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동의해 준 2만가구 건설이라도 충실히 이행하면 좋겠다"며 “해당 지역도 지금 주민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는데 또다시 그린벨트를 푸는 것은 불필요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가 택지를 찾기에 앞서 이미 발표된 공급계획부터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여당 일각에서 서울시가 주택 공급 확대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서도 “이것이 정치적 발목잡기냐"고 반문했다. 오 시장은 “도시 경영의 기본 중 기본이고 원칙 중 원칙이 녹지 보존"이라며 추가 그린벨트 해제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오 시장은 정부가 녹지나 신규 택지를 찾는 대신 서울에서 이미 진행 중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인 공급 확대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재개발·재건축의 주택 공급 효과에 회의적인 견해를 밝힌 데 대해서는 “완전히 잘못 알고 말씀하신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 따르면 서울시가 최근 3년간 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을 마치고 입주한 사업장을 전수조사한 결과 기존 주택 대비 공급 물량은 재건축의 경우 44%, 재개발은 27% 증가했다. 서울시는 현재 서울 전역 400여곳에서 진행 중인 정비사업을 통해 2031년까지 31만가구를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주택 약 22만가구가 철거되는 것을 감안해도 약 8만7000가구가 순증한다는 게 서울시 분석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정비사업 공급 효과를 담은 자료를 대통령실에도 전달했다. 오 시장은 “22만가구가 사라지고 31만가구가 생겨 8만7000가구가 늘어나는데 이를 부인하고 있는 것"이라며 “서울시가 열심히 추진하고 있는 재개발·재건축만 방해하지 않는다면, 더 바람직하게는 도와준다면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주 수요가 전월세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는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그 부작용이 두려워서 하지 않으면 순증 물량을 확보하기가 불가능하다"며 “사업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거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이다. 이게 무서워서 아예 사업을 안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규제 완화와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에도 찬성했다. 정비사업 이주 단계의 금융 규제를 완화하면 사업 속도를 높여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시는 신규 녹지 개발의 대안으로 서남권 준공업지역 활용도 정부에 제안했다. 오 시장은 최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만나 영등포·구로·금천구 등 서남권 준공업지역의 산업시설 의무 확보 비율을 낮출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 지침을 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서남권 대개조' 사업을 통해 준공업지역 용적률을 기존 250%에서 최대 400%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약 2만7000가구의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서울시의 계산이다. 오 시장은 “산업시설 비율을 낮춰주면 땅 주인의 이익이 늘어나 아파트를 짓는 쪽으로 움직인다"며 “인센티브를 줄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해달라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가 검토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 확대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당초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약 6000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해왔으나 정부·여당에서는 이를 1만가구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름 자체가 용산국제업무지구"라며 주택 물량을 과도하게 늘릴 경우 국제업무 기능이라는 개발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정부의 1만가구 요구에 대해 8000가구 수준까지 타협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오 시장은 인허가권을 가진 용산구와의 협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주택 공급대책을 둘러싼 서울시와의 사전 협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도 공개했다. 오 시장은 “최근 김용범 정책실장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서울시의 요청 사항과 재개발·재건축을 도와달라는 취지의 말씀을 드렸지만 정부 주택 공급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신규 택지와 국유지 등을 통한 추가 공급처 확보에 무게를 두는 가운데 서울시는 녹지를 보존하면서 기존 도심의 정비사업과 준공업지역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이미 동의한 서리풀지구 2만가구라도 충실히 이행하면 된다"며 “서울시가 추진하는 재개발·재건축을 정부가 도와준다면 훨씬 더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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