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규제를 전면 강화하면서 강남 3구를 중심으로 3억~4억원 이상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속출하고, 서울 집값 상승세도 눈에 띄게 둔화되는 흐름이다. 시장의 초미의 관심사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규제 시행일인 5월 9일 이후 집값 향방이다. 현장에서는 대출 규제와 매수 여력 부족으로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되면서 하반기에는 다시 반등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25일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폭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망국적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매물이 빠르게 늘고 3억~4억원 이상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에도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다주택자와 비거주 투자용 주택 보유자, 평당 3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주택 보유자를 정조준했다. 그는 “보유는 자유지만,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과 책임은 피할 수 없다"며 “규제와 세제, 금융, 공급 등 정상화를 위한 막강한 수단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부동산 투기를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정부의 강경한 메시지가 이어지면서 현장에서는 매도자들의 태도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만 해도 1억~2억원 낮춘 급매 위주로 거래가 시도됐고, 그 이상 가격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3억~4억원 이상 가격을 낮춘 급매물까지 속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이날 송파구 대단지인 헬리오시티 인근에서도 대폭 가격을 낮춘 급매물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전용면적 42평형은 30억원에 나와 기존 최저가 대비 4억5000만원 이상 하락했다. 33평형은 28억5000만원으로 1억5000만원, 38평형은 30억원으로 2억5000만원가량 가격을 낮춘 상태였다. 일부 중개업소에서는 다주택자 급매물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현재 헬리오시티 매매 시세는 △18평형 19억~20억원 △21평형 23억5000만~24억5000만원 △25평형 28억~29억원 △33평형 30억~32억원 △38평형 32억5000만~34억원 △42평형 34억5000만~35억5000만원 △50평형 40억원 이상 △60평형 50억원 이상 수준이다. 이는 지난 1월 기준 시세와 비교하면 50평형 이상을 제외한 대부분 평형에서 5000만원~1억원가량 하락한 수치다. 1월 당시 헬리오시티 매매가는 △18평형 19억~21억원 △21평형 24억~25억원 △25평형 28억5000만~29억5000만원 △33평형 31억~32억원 △38평형 32억5000만~33억5000만원 △42평형 34억~35억원 △50평형 37억~39억원 △60평형 45억~55억원이었다. 헬리오시티 인근 A 공인중개사는 “가격을 3억원 이상 낮춘 급매물을 현재 10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며 “초기보다 급매 물량이 훨씬 늘었고, 가격을 낮추는 폭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급매물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강남구과 서초구 등에서도 가격을 대폭 낮춘 급매물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84㎡는 최근 4억7000만원 낮춘 38억원에 매물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재건축이 예정된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용 183㎡ 역시 기존 최고가 128억원에서 최근 100억~110억원 수준으로 호가를 대폭 낮춘 사례가 나왔다. 이 같은 흐름은 통계에도 반영됐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2월 셋째 주 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5%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0.22%) 대비 상승폭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2월 첫째 주 0.27%를 기록한 이후, 둘째 주 0.22%, 셋째 주 0.15%를 기록하며 3주 연속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강남구는 0.01%로 오름폭이 사실상 보합에 가까운 수준까지 내려왔다. 서초구는 상승률이 직전 주 대비 0.08%p 축소된 0.05%를 기록했다. 송파구(0.06%) 역시 전주 대비 오름폭이 0.03%p 낮아졌다. 성동구는 0.34%에서 0.29%로 내려오고 마포구는 0.28%에서 0.23%로 낮아지는 등 강남권뿐 아니라 주요 지역 전반에서도 상승폭 축소가 뚜렷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현재 분위기라면 강남 3구 아파트 상승률은 조만간 보합 수준까지 내려올 가능성이 크고, 매물 호가는 평균 10% 정도 하락할 여지도 있다"고 전망했다.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는 매물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6219건에서 6만8564건으로 21.9% 증가했다. 2주 전까지만 해도 5만9606건으로 15.0% 늘어난 수준이었으나, 이후 증가 속도가 더욱 가팔라졌다. 월초까지만 해도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매물이 증가하고, 실거주 비중이 높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매물 변동이 적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반적인 증가세가 두드러지며, 지역별 확산 양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자치구별로 보면 성동구가 1212건에서 1873건으로 54.5%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송파구는 3526건에서 5006건으로 41.9% 늘었고, 동작구는 1249건에서 1728건으로 38.3% 증가했다. 광진구 역시 839건에서 1158건으로 38.0% 늘었다. 강남 3구 가운데 서초구는 6267건에서 7816건으로 24.7% 증가해 10위를 기록했다. 강남구는 7585건에서 8944건으로 17.9% 늘어 17위에 그쳤다. 다만 절대적인 매물 규모는 여전히 강남 3구가 서울에서 가장 많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장과 전문가들은 규제 시행일인 5월 9일 이전까지는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다만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시장 흐름을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현장 관계자인 헬리오시티 인근 A 공인중개사는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난 이후에도 가격 하락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다주택자 대출 규제가 강하게 막혀 있고, 매수자들도 자금 여력이 없어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정부 규제로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15억원을 초과할 경우 대출 한도는 2억~4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다. 여기에 더해 서울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40%로 제한됐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규제 지역 내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대출 만기 연장을 허용하지 않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LTV 0%를 적용해 만기 연장을 차단하고, 대출 상환을 유도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집값 향방을 가늠할 때 금리, 입주 물등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올해는 정책 변수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진단한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규제 메시지가 매물 잠김 현상을 다시 자극하지 않는 것이 향후 시장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올해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SNS 등을 통해 던지는 강한 메시지"라며 “핵심은 이것이 실제로 시장에 먹히고 있다는 점으로, 가격과 거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는 한 차례 인하에 그칠 가능성이 커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입주 물량 역시 당장의 핵심 변수로 보기 어려워 올해는 하방 요인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 위원은 “부동산 변수들은 항상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지 않고, 구간별·시기별로 민감도가 크게 달라진다"며 “현재는 어느 구간에서 민감도가 가장 높은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박 위원은 내수 경기 위축 속에서 시장이 실수요 중심 구조로 재편되면서 15억원대 매물은 상승하는 반면, 초고가 주택은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5월 9일 이후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되면 수급 요인에 따라 가격은 다시 상향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가격이 오를 기미가 보이면 매수자들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심 소장은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에도 집값이 하락할 때는 매수가 활발하지 않다가, 반등 조짐이 나타나자 매수세가 빠르게 유입됐다"며 “매물 잠김이 심화되면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인식이 형성되면 다시 매수자들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고, 이 과정에서 대출 규제가 강하게 작용해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 중심의 거래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대중 한성대학교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당분간 집값이 크게 오르지는 않겠지만, 하반기에는 상저하고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입주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대출 규제로 매물이 쉽게 나오지 않으면서 매물 잠김 현상이 지속될 경우 가격 반등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등 보완책을 내놓은 데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이를 사실상 2년간 갭투자를 허용한 조치로 해석하며 집값 상승 여지를 키웠다는 의견과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시각이 양존한다. 심 소장은 “갭투자를 일부 허용한 부분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해 거래를 활성화하고 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책 시행 시점이 촉박했던 점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