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악취와 녹조로 몸살을 앓던 한강에 수달이 돌아왔다. 서울시가 1970년대부터 하수처리시설을 확충하고 수질 관리 기술을 고도화한 결과다. 시는 이제 물재생센터를 단순히 하수를 처리하는 시설에서 벗어나 물과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고 시민에게 휴식·문화공간을 제공하는 도시 기반시설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야주개홀에서 '물·에너지·시민, 함께 누리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주제로 제6회 '2026 워터서울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고 9일 밝혔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행사에는 운영위원장을 맡은 박준홍 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를 비롯해 도시 회복탄력성 분야의 권위자인 사라 벨 호주 멜버른대학교 교수, 쿨딥 쿠마르 미국 시카고 광역물재생기관 수석환경과학자, 정성국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 등 국내외 전문가 12명이 참여했다. 현장에는 시민과 물 관리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서울 물재생센터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물재생센터 현대화와 자원순환, 공간 혁신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 능력을 높이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서울의 하수관로 보급률이 27%에 불과했던 1970년에는 생활하수와 오염물질이 한강으로 유입되면서 악취와 녹조가 발생하고 죽은 물고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서울시는 1976년 청계천과 중랑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며 본격적으로 하수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처리시설을 4곳으로 확대했으며 1998년에는 난지·중랑·서남·탄천 등 현재의 4개 물재생센터 체계를 갖췄다. 이들 센터의 하루 최대 하수 처리용량은 총 498만t이다. 수질 규제 대상도 과거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등 2개 항목에서 질소와 인을 포함한 7개 항목으로 확대됐다. 고도처리시설 도입과 방류수 관리 강화로 한강 수질이 개선되면서 수달을 비롯한 야생생물이 다시 관찰되는 등 생태계도 회복되고 있다. 정성국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서울, 물의 가치를 더하다'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물재생센터는 단순히 하수를 처리하는 시설에서 도시의 다기능 복합공간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수처리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물 산업과 에너지 생산시설, 시민을 위한 여가·문화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물재생센터에서 처리한 물의 재이용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처리수 재이용률은 6.8% 수준으로, 하천 유지용수와 도로 청소, 조경 및 시설 내부 용수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를 2030년 19%까지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처리수의 절반까지 재이용한다는 목표다. 중랑물재생센터에서는 처리된 물을 하루 약 7만9000t씩 중랑천과 우이천 등에 공급해 안정적인 하천 유량을 유지하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변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와 열도 버리지 않고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 하수찌꺼기를 건조해 발전소 연료로 사용하고 바이오가스를 정제해 도시가스와 연료전지 발전에 투입한다. 하수열은 지역난방에 공급하고 물재생센터 유휴부지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을 생산한다. 노후 물재생센터의 현대화도 추진한다. 시설을 지하화하거나 집약화해 확보한 상부 공간에는 공원과 체육시설, 산책로, 피크닉장 등을 조성한다. 버스킹과 플리마켓을 열 수 있는 문화공간과 어린이·가족을 위한 시설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물재생센터를 운영하면서 그 상부를 주거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에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정 국장은 토론에서 “완전히 지하화하더라도 시설 차량과 사람이 드나드는 과정에서 문이 열리기 때문에 악취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주변에 다른 시설을 조성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주거시설로 활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가동 중인 물재생시설을 지하화하고 그 상부에 주택을 짓는 방식에 대한 기술적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물재생센터를 다른 지역으로 완전히 이전한 뒤 기존 부지를 개발하는 방안과는 구별된다. 기조연설을 맡은 사라 벨 교수는 도시의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적 해법뿐 아니라 시민과 지역사회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벨 교수는 런던과 멜버른에서 진행한 물·에너지·식량 연계 및 녹색 기반시설 사업을 소개하며 “가뭄과 홍수 등 증가하는 재난에 대응하려면 시민들이 도시 물 관리에 의견을 제시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기술 전문가와 지방정부, 시민이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대안을 설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인프라의 회복력뿐 아니라 지역사회 자체가 더욱 회복력 있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쿨딥 쿠마르 수석환경과학자는 시카고의 대규모 저류시설과 녹색 기반시설, 자원 회수 사례를 소개했다. 시카고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솔리드를 비료와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공립학교 운동장과 유휴부지 등을 빗물 저장과 녹지 기능을 갖춘 공간으로 바꿔 홍수 대응 능력을 높였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이지혜 싱가포르-ETH센터 연구원이 싱가포르의 '뉴워터(NEWater)' 정책을 중심으로 물 부족 도시의 수자원 자립 방안을 설명했다. 홍승관 한국물산업협의회장은 하수열과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물재생센터를 친환경 에너지 생산기지로 전환하고 도시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브리앤 플라이어 미국 밀워키 광역하수처리구 통합유역관리국장은 하수처리구역의 상부 공원화와 유휴부지 활용, 시민 참여형 물 관리 사례를 공유했다. 전문가들은 물재생센터의 역할이 수처리에서 에너지 생산과 시민공간 제공으로 확대되는 만큼 시설 자체의 재난 대응 능력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하화·자동화된 시설에서 정전이나 고장이 발생할 경우를 고려한 비상 대응체계와 관계기관 간 실시간 정보 공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영상 개회사를 통해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면서 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느냐가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고 있다"며 “물재생센터를 깨끗한 물을 재활용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공간으로 바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핵심 기반시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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