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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경기 한층 더 어둡다…내수 회복 지연·고용 애로 지속”

정부가 내수 회복 지연과 고용 둔화 등 국내 악재에 대외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며 경기가 한층 더 어두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1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 따르면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건설 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부문 중심 고용 애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내수 회복 지연'이라는 표현이 새롭게 추가됐다. 정부는 작년 5월부터 그린북에 '내수 회복 조짐'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하반기에도 내수가 좀처럼 회복되는 흐름을 보이지 않자 11월부터는 내수 회복이라는 표현을 경기 진단에서 뺐다. 이후 12월과 1월 그린북에서도 정부는 내수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고, 이달에는 더 나아가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정부 진단대로 최근 소비와 투자 등 내수 지표는 정국 혼란과 건설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악화하고 있다.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작년 12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0.6%, 전년 동월보다 3.3% 각각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전월보다 1.3% 증가했으나 전년 동월비로는 8.3% 감소했다. 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1.2로 전월보다 3.0 포인트(p) 증가했지만 여전히 기준값인 100을 밑돌며 경기 둔화 우려가 반영됐다. 두 달 연속 고용 관련 부정적인 표현이 경기 진단에 담긴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지난달 '고용 둔화'라는 진단이 이번 달에는 '고용 애로 지속'으로 바뀌었다. 1월 취업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13만5000명 증가했다. 다만 건설업 취업자는 16만9000명 감소해 지난 2013년 산업분류 개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는 7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청년층 취업자도 21만8000명 줄며 지난 2021년 1월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또한 경기 진단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등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트럼프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가 현실화하면서 통상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진단이다. 1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는 85.9로 전월보다 1.4p 하락하며 업들이 경기 전망을 더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수출은 조업일수 감소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0.3% 감소했다.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상승 폭 확대 등으로 작년보다 2.2% 상승했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9% 올랐다. 정부는 "1분기 민생·경제 대응 플랜을 통해 일자리·서민금융·소상공인 등 분야별 개선 조치를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관세부과에 따른 우리 기업 피해지원, 첨단전략산업기금 설치 등 통상환경 불확실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취업자 한달만에 13.5만명↑ 반등…건설업·제조업·청년층 취업난 심화

취업자 수가 한 달 만에 13만5000명 늘어 반등했다. 건설업에서 집계 이래 최대 규모로 줄었고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일자리도 감소세가 이어졌으며 청년층(15∼29세) 취업자도 큰 폭으로 줄었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787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5000명 증가했다. 작년 12월 일자리 사업 일시 종료 등 영향으로 5만2000명 줄어들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산업별로 보면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이 11만9000명 늘며 증가세를 견인했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9만8000명), 정보통신업(8만1000명) 등도 취업자가 늘었다. 반면 건설업 취업자는 16만9000명 줄며 지난 2013년 산업분류 개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작년부터 계속된 건설 경기 불황 영향으로 9개월째 줄면서 감소폭도 커지는 모습이다. 제조업 취업자도 5만6000명 줄었다. 반도체 수출 호황에도 작년 7월부터 7개월째 감소세다. 도소매업 취업자도 9만1000명 줄며 11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설 연휴 등 영향으로 감소 폭은 전달(9만6000명)보다 다소 축소됐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30대가 각각 34만명, 9만8000명 증가했고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모두 감소했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21만8000명 줄며 지난 2021년 1월(-31만4000명)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력직 채용 비중이 커진 점이 주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50대 취업자는 1만4000명 줄며 지난 2021년 2월(-13만9000명) 이후 약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건설경기 악화, 내수 부진 등 영향으로 건설업·부동산업·도소매업에서 고용이 부진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상용직이 22만4000명, 임시직이 7만2000명 증가했다. 일용직은 11만6000명 감소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2만1000명,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7000명, 무급가족종사자는 1만8000명 각각 줄었다. 15세이상 고용률은 61.0%로 1년 전과 같았다. 청년층은 고용률이 44.8%로 취업자가 큰 폭으로 줄면서 1.5%p(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2021년 1월(-2.9%p) 이후 최대 낙폭이다. 실업자는 60세 이상을 중심으로 늘면서 1년 전보다 1만1000명 늘어난 108만3000명을 기록했다. 실업률은 3.7%로 1년 전과 같았다. 정부는 취업자수가 2개월만에 증가 전환하며 1월 기준으로 고용률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생산연령인구 감소·경기하방 위험 등 불확실성 상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 “민생경제 회복의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 및 취약계층 고용안정을 위한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1분기 중 SOC 예산·공공기관 투자 등 신속집행을 통해 건설경기를 보강하고, 취약계층 맞춤형 고용서비스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청년의 경우 3월부터 청년고용올케어플랫폼을 본격 가동하고, 민관 합동 대한민국 채용박람회를 개최해 청년층 취업분위기를 조성·확산해 나갈 계획"이라며 “일자리 TF 및 민생경제점검회의 등을 통해 취약부문 지원과제를 지속 발굴·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美 통상 압력 대응 분주…글로벌 IB 만나고 당국자 급파

정국 불안과 대외 불확실성 증대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정부가 외국 투자은행(IB) 대표에게 한국 투자의 안정성을 강조하는 한편 통상 고위 당국자를 미국에 급파하는 등 전방위 활동에 팔을 걷었다. 13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IB 대표들을 만났다. 한국의 정치·경제 상황에 대한 해외 시각을 확인하고 국제금융시장의 동향과 전망을 점검하기 위해 간담회를 마련한 것이다. 자리에서 최 권한대행은 “FTSE(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의 러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외환시장 구조개선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도록 외국인 투자자의 비과세 신청, 국채투자절차 등을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AA-·안정적)을 유지하기로 한 결정을 언급하며 “국제 사회가 한국의 성숙한 대응과 위기관리 시스템을 인정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한국의 국가신인도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주주환원 확대 기업 대상 법인세 세액공제, 배당소득 분리 과세 등 밸류업 지원 법안들이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또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를 공식적으로 미국에 파견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당국자가 직접 대미 외교 활동에 나서는 것이다. 오는 17일 워싱턴 DC에서 상무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 관계자를 만나 트럼프 2기 통상 정책과 한미 무역 활동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관세 정책이 한미 무역 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한국 측의 입장을 피력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전격 발표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와 함께 자동차·반도체 등에 대해 예고된 관세가 한미 양국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집중적인 논의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통상 당국자가 워싱턴 DC를 공식 방문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지난달 초 워싱턴 DC를 찾아 미국 의회 주요 인사들을 만나 한미 경제·산업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권대경 기자 kwondk213@ekn.kr

작년 국세수입 7.5조원 감소…세외수입은 1.1조원 증가

지난해 국세 수입이 전년보다 7.5조원 감소했다. 세외수입은 전년 대비 1조1000억원 증가했다. 13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재정동향 2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336조5000억원으로 7조5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23년 기업 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법인세가 17조9000억원 줄어든 영향이다. 관세도 수입액 감소와 할당관세 영향에 5000억원 줄었다. 부가가치세는 민간 소비 증가로 8조5000억원, 소득세는 고금리에 따른 이자소득세와 취업자 증가·임금 상승 등의 영향에 1조6000억원, 교통세는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 부분 환원에 5000억원 증가했다. 작년 세외수입은 29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1000억원 증가했다. 기타경상이전수입(4000억원)과 기타재산이자외수입(4000억원) 등에서 수입이 늘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총수입·총지출 및 재정수지·국가채무(중앙정부) 확정치는 기금 결산을 거쳐 오는 4월 국가결산 발표 시 공개 예정이다. 작년 11월 기준으로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28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관리재정수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조4000억원 늘어난 81조3000억원 적자였다. 국가채무(중앙정부 채무) 잔액은 전월보다 4조1000억원 증가한 1159조5000억원이었다. 지난달 국고채 발행 규모는 18조3000억원이다. 경쟁입찰 기준으로는 13조7000억원이다. 금리는 3년물 연 2.573%, 10년물 연 2.844%다. 연준의 금리인하 폭 축소 전망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성장률 둔화 우려에 따른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 연초 자금집행 수요 등 영향으로 전월 대비 소폭 하락했다. 국고채 발행량은 18조3000억원으로 연간 총발행 한도 9.3%다. 조달 금리는 2.71%로 전월(2.59%) 대비 상승했고 응찰률은 286%로 전월(288%) 대비 하락했다. 외국인 국고채 순투자는 1조8000억원 순유입됐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정부, 친환경·자율주행 등 미래차 R&D에 5000억원 투입

정부가 올해 미래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작년보다 12.8% 많은 약 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자율주행 기술의 진전, 친환경성 강화 등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2328억원, 자율주행차에 1997억원, 기반 구축에 665억원 등 자동차 분야에 총 4990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4425억원)보다 12.8% 증가한 규모다. 불확실한 통상 환경 속에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의 진전, 친환경성 강화 등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관련 기술력과 공급망 확충이 중요하다고 보기 떄문이다. 실제 자동차 산업은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한 수요 둔화에도 2년 연속 700억달러 이상 수출을 달성하는 등 성장을 이어갔다. 투자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자율주행차, 전기차, 수소차 관련 연구개발(R&D)에 4326억원을 투입하며, 이 중 644억원은 신규 과제 지원에 사용한다. 관련해 산업부는 14일 자동차 분야 신규 R&D 지원 1차 과제를 공고한다. 1차 과제는 자율주행, 공급망 개선, 미래차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17개 품목, 세부 과제 40개로 구성된다. 지원 예산은 385억3천만원 규모다.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인공지능(AI) 기술 융합을 통한 '3-제로(ZERO)'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나선다. 3-제로는 사고, 운전자 개입, 기술격차가 없는 '공평한 활용(Zero Gap)'을 의미한다. 또 이를 위한 AI 반도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사이버보안 등 핵심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이어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기술개발 과제로 수입산 희토류 의존도를 낮춘 모터 개발 등도 추진한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일체형 고속 무선 충전 시스템, 2개 모터 동시 구동 시스템, 구동과 전력 변환 부품 통합 기술, 12극 이상 고출력 모터 개발, 배터리 화재 발생 징후 판단 및 화재 후 열전이 지연 시스템 등을 과제로 추진한다. 나아가 지역부품기업의 혁신역량 제고를 위한 공동 활용 장비 구축, 상용화를 위한 시제품 제작 지원 등 기반구축에도 665억원을 지원한다. 지역 부품기업을 밀착 지원하기 위해 거점별 기반구축 사업을 신규 편성(9개)하여 지역 주도의 미래차 산업 생태계 조성도 적극 지원한다. 올해 R&D 지원은 2회로 진행하며, 2차 공고는 4월말에 진행할 예정이다. 14일 공고하는 미래차 분야 신규과제 상세내용 및 양식은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권대경 기자 kwondk213@ekn.kr

정부 제동에 식품업계 가격인상 속도조절할까

지난해 연말에 이어 새해 연초부터 식품사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가 부담을 줄이려는 식품업계와 가격 상승을 억제하려는 정부 간 '물가 줄다리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올들어 1월부터 제과·음료·커피 등 식품 제조 및 유통사들의 잇단 제품·상품 가격 인상에 최근 정부가 다시 물가 고삐를 다잡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식품가격 인상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17개 주요 식품업체 대표·임원들을 만나 간담회를 열고, 물가안정 동참을 촉구했다. 업계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과도한 가격 조정(인상)보다 생산성 향상으로 인상 요인을 최소화해 달라는 게 이날 정부의 요청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들어 일시 중단했던 시장 개입 움직임을 보였지만 사실상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물가 억제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정부의 물가 통제력이 약화된 틈을 타 가격 인상 물꼬가 터졌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주요 식품 제조사들의 인상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코코아·원두 등 국제 시세에 민감한 수입 원재료를 취급하는 제과·커피업계를 필두로, 올 1월부터 빵·과자·음료·유제품·가공밥 등을 제조하는 종합 식품사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는 실정이다. 향후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 권력 공백기를 기회로 삼아 추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2016년 연말과 2017년 초반에 이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영향을 받아 식품업계의 릴레이 인상이 벌어진 사례를 고려해 보면 업계의 주장이 전혀 설득력 없는 것은 아니다. 2017년 초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식품류 가격은 평년 상승 폭의 2배에 이르는 7.5%까지 뛰었다. 반면에 업계 일각에선 정부가 물가 고삐를 다시 죄고 있는 만큼 아직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은 식품사를 중심으로 숨고르기에 돌입할 것이라 분석도 나온다. 정부와 충돌을 피하되 향후 물가 통제가 느슨해지는 타이밍(시기)을 노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의 물가 억제 기조가 강화되면서 업계가 다소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 안팎으로 오르내리는 강(强)달러 분위기에 미국발 관세정책에 기인한 무역전쟁 여파로 수출 난항까지 우려된 탓이다. 이에 따라 수익성 방어를 위한 선제 대응 차원에서 가격 인상 카드를 매만지는 분위기였지만, 가격 조정 흐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고환율과 상승세인 국제 유가에 따른 원부자재 수급 불안도 식품업계에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5.71(2000년=100)로 전년 대비 2.2% 오르며 5개월 만에 2%대로 재진입했다. 특히, 가공식품류의 경우 2.7% 올라 지난해 1월(3.2%)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한 식품 제조사 관계자는 “대내외 정세 불안에 환율도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라며 “시장 전반에서 수입 원부자재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원가 상승 압박이 더욱 커져 가격 인상 흐름을 막기는 다소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올해 반도체·자동차 등 10대 제조업에 114조원 투입된다

올해 반도체와 자동차 바이오 등 10대 제조업에 119조원이 투자된다. 지난해보다 114조원 투자보다 늘어난 액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안덕근 산업부 장관 주재로 제5차 산업투자전략회의를 열고 10대 제조업 투자 실적 및 계획을 점검했다. 회의에는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석유화학·정유, 철강, 바이오, 조선, 기계·로봇, 섬유 등의 10대 제조업 대표 기업과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회의에서 점검한 올해 투자 계획은 119조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관세전쟁 격화 조짐, 국내 정치상황 등 대내외 환경이 불확실한 가운데서도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계속 증가한 데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반도체는 글로벌 AI 수요의 견고한 성장세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메모리 중심으로 투자를 늘릴 예정이고, 자동차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전기차 전환 투자가 확대될 예정이다. 다만, 이차전지와 철강 등은 수요둔화 및 공급과잉 등으로 인해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나타났다. 회의에서 기업들은 국내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 지난해 국회 통과가 불발된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과감한 금융지원을 공통적으로 제기했으며, 통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부 지원도 요청했다. 이에 안덕근 장관은 “글로벌 관세전쟁 상황에서 전략적 해외투자도 필요하지만 글로벌 제조업의 중심으로서 국내 일자리 창출 및 공급망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국내투자가 중요하다"며 “우리 기업들이 국내투자를 꾸준히 늘려나갈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 계획된 투자의 차질없는 이행을 당부하면서 “AI 혁명이 가져올 변화와 기회를 눈여겨보며 제조업 혁신의 핵심수단으로서 AI 관련 투자에 실기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회의에서 집계된 지난해 투자실적은 114조원으로 당초 계획 110조원을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자금 조달비용 상승과 고환율로 인한 자본재 수입가격 증가 등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반도체와 자동차가 투자를 주도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권대경 기자 kwondk213@ekn.kr

반도체 호황에 작년 ‘수출 톱 10’ 대기업 비중 36.6%, 6년만 최대

지난해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T) 부품 수출이 늘면서 우리나라 수출액이 8.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위 1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는 36.6%로 전년대비 3.7%포인트(p) 상승하며 6년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4분기 연간 기업특성별 무역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은 6837억 달러로 전년 대비 8.1% 늘었다. 대기업의 수출액은 4534억 달러로 11.6% 증가한 반면 중견기업의 수출액은 1140억 달러로 0.7% 줄었다. 중소기업은 1148억 달러로 4.7% 증가했다. 대기업의 수출 증가는 IT부품 등 자본재 수출 증가가 견인했고, 중견기업은 화학공업제품 등 원자재 수출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전체적으로는 반도체 호홍에 힘입어 전자통신에서 수출이 크게 늘었고, 자동차와 석유화학 등에서 부진했다. 수출액 기준으로 상위 1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는 36.6%로 전년대비 3.7%p 상승했다. 이는 2018년 37.8% 이후 6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2023년 상위 1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는 32.9%로 4년 만에 하락전환한 바 있다. 또 수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는 66.5%로 전년대비 1.8%p 상승했다. 2015년 66.5% 이후 가장 높다. 통계청 관계자는 “상위 10대 기업의 수출액 증가와 무역집중도 증대는 반도체 수출 양대 산맥의 선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중견기업 수출액 감소는 중동 지역에서 석유화학 공장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전기·전자와 운송장비 등을 중심으로 광제조업 수출이 5802억 달러로 10.2% 증가했다. 도소매업(784억 달러)은 1.8%, 기타 산업(243억 달러)은 3.4% 각각 수출이 줄었다. 종사자 규모별로 보면, 250인 이상 기업의 수출이 10.3%, 1~9인 기업이 8.1% 증가했으나, 10~249인 규모의 기업은 1.2% 감소했다. 지난해 수입액은 6321억 달러로 전년대비 1.6% 줄었다. 중견기업의 수입액은 1026억 달러로 5.7% 증가했지만, 대기업(3837억 달러, -2.7%)과 중소기업(1381억 달러, -4.3%)의 수입액이 줄어든 탓이 컸다. 작년 4분기만 보면 수출액은 1752억달러로 1년 전보다 4.2% 증가했다. 대기업이 5.0%, 중소기업이 5.9% 각각 수출액이 증가했고, 중견기업 수출액은 0.5% 줄었다. 수출액 상위 10대 기업의 무역 집중도는 38.1%다. 2018년 3분기(39.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권대경 기자 kwondk213@ekn.kr

한화호텔, 8700억원 들여 아워홈 품는다…지분 58.62% 매입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부사장이 이끄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단체급식 업체 아워홈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을 비롯한 4명의 최대주주들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공시했다. 아워홈 지분은 오너가 네 남매가 98%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장녀 구미현 회장이 19.28%, 차녀 구명진 씨가 19.6%, 막내인 구지은 전 부회장이 20.67%를 각각 갖고 있다. 이번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직계비속 2인이 보유한 지분은 1.8%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양수하는 지분은 1337만6512주(58.62%)로 양수 금액은 8694억7328만원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아워홈 경영권 지분 인수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우리집에프앤비 주식회사를 설립하기로 의결했다. 지분 인수가 이뤄지는 4월 29일 2500억원을 출자해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이 외에 부족한 금액은 재무적 투자자(FI)와 인수 금융을 통해 조달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일차적으로 주식 50.62%만 인수한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소유한 지분 8.0%는 당사자 간 합의한 일정기한 내에 제3자를 통해 매수할 예정이다. 애초 한화그룹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보안장비 생산업체이자 상장사인 한화비전 주도로 아워홈 지분을 사들일 계획을 세웠다가 주주들의 반발로 한화비전을 제외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인수전에 사모펀드 IMM크레딧앤솔루션을 끌어들여 2500억∼3000억원가량을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1294억원에 불과해 외부 자금을 끌어오거나 자산매각 등을 통한 투자금 확보가 불가피하다. 다만 한화의 아워홈 인수에서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이 아워홈 매각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남아있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장남-장녀 연대의 아워홈 지분을 인수할 경우 법원에 이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낼 것으로 보인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이들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도 갖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불안한 정국과 불편한 통상압력’, KDI 성장률 2.0%→1.6% 확 낮췄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탄핵 정국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력 등의 수출 악재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기존 2.0%에서 0.4%포인트(P) 낮춘 1.6%로 하향 조정했다. 정국 불안과 통상환경 악화 등으로 경제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고금리·고환율 속에서 내수와 수출 증가폭이 모두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 물가는 1.6% 상승할 것으로 봤다. 11일 KDI가 발표한 'KDI 경제전망 수정'에 따르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11월 전망(2.0%)보다 0.4%P 낮춘 1.6% 성장을 제시했다. 반기별로 상반기 0.9%, 하반기 2.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의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 국제통화기금(IMF·2.0%), 정부(1.8%) 등 주요 기관의 전망치보다는 낮고 한국은행(1.6∼1.7%)과 유사한 수준이다. 내수와 수출 증가폭이 모두 축소될 것으로 봤는데, 민간소비 증가율(1.8%→1.6%)은 수출 증가세 둔화와 가계심리 위축을 반영해 0.2%p 낮췄다. 또 대외 불확실성 확대를 반영해 설비투자 증가율(2.1%→2.0%)도 하향 조정했다. 경기 개선을 제약해온 건설투자도 누적된 수주부진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전년(-2.7%)에 이어 –1.2%의 역성장을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보다 0.5%P 하향조정된 수치다. 건설업체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와 부동산경기 둔화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이어 KDI는 건설업 위축 가운데 제조업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고 봤다. KDI는 특히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수출도 통상 환경 악화로 전년(6.9%)의 높은 증가세가 조정되면서 1.8%의 증가율에 그칠 것으로 점쳤다. 지난번 전망치보다 0.3%P 낮춘 것이다. KDI는 반도체 수출의 호조세가 유지되겠지만 올해 추가적인 증가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경상수지는 내수와 수출을 모두 하향 조정하면서 흑자폭(930억 달러→897억 달러)도 낮춰 조정했다. KDI는 트럼프의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추가 관세 10%를 부과하기로 한 조치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물가의 경우 내수 부진에 따른 낮은 수요 압력이 지속되면서 1.6% 상승할 것으로 봤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1.5%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두 전망치 모두 종전 전망에서 변동이 없다. 다만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 전제는 최근 유가 상승세를 고려해 배럴당 74달러에서 75달러로 조금 높였다. 고용시장의 경우 취업자 수는 기존 전망보다 4000명 감소한 10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KDI는 미국발 통상 분쟁이 격화하는 경우 우리 경제에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통상정책 변화의 대상·시기·정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장기화하고, 대내외 투자 수요가 축소되면 우리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종전 전망 때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이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런데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미국 정부 정책에 따른 통상 갈등이 더욱 격화하거나, 정국 불안이 예상보다 장기화한다면 성장률은 1.6%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상 분쟁에 따른 각국의 경기 둔화 역시 수출에 추가적인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국내 정국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경제 심리 회복이 지연되는 경우 내수 개선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KDI는 전망했다. 대응 방안과 관련해 KDI는 경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통화정책이 여전히 긴축적이라고 분석했다.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경우 요권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재정만으로 성장세 하락을 막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금리인하와 적극적 재정정책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시간을 두고 추경 편성으로 내수 진작을 기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권대경 기자 kwondk213@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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