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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신호등] 인류세의 경고: ‘물 위기’ 넘어 ‘물 파산’의 시대 맞았다

22일은 점차 고갈되어 가는 수자원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UN이 제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2026년 인류가 마주한 현실은 단순히 물을 아껴 쓰자는 캠페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유엔대학교 물·환경 및 보건 연구소(UNU-INWEH) 소속 카베 마다니 소장은 지난 1월 발표한 '글로벌 물 파산: 위기 이후 시대의 수문학적 한계를 넘어서는 삶'이란 보고서에서 현재의 상황을 '물 위기(water crisis)'가 아닌 '물 파산(water bankruptcy)'로 정의했다. 이는 인류가 매년 자연이 보충해주는 수자원 '수입'보다 훨씬 많은 양을 소비함으로써, 지하수와 빙하라는 지구의 '비상 저금'까지 모두 탕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후 신호등]에서는 기후변화와 물 문제의 필연적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전 세계 주요 분쟁 지역의 실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국제적 해결책을 종합적으로 조명한다. ◇기후변화와 물의 상관관계: 가속화되는 수문 순환의 붕괴 기후변화는 수자원 부족의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근본적인 동력이다. 핵심 원인이라는 얘기다. 기온 상승은 증발산을 촉진해 토양의 습기를 앗아가고, 강수 패턴을 불규칙하게 만들어 가뭄과 홍수의 극단적인 순환을 가속화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이 지난해 8월 발표한 '글로벌 가뭄 전망: 더 건조해진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추세, 영향 및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2022년 유럽 본토의 가뭄 발생 가능성은 이전보다 20배 이상 높아졌다. 특히 1900년에서 2020년 사이 가뭄에 노출된 전 세계 지표면 면적은 두 배로 증가했고, 인류세의 수문 시스템은 과거의 안정적인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적(irreversible)' 상태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세(人類世, Anthropcene)는 인구 증가와 산업 발달로 인류가 지구 생태계 자체를 크게 변화시킨 탓에 20세기 후반에 새로운 지질시대를 열었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용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발표한 '2023년 전 세계 수자원 보고서(State of Global Water Resources 2023)'에서 지구 기온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빙권(氷圈, Cryosphere)의 손실이한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2023년에만 전 세계 빙하 가운데 6000억톤 이상이 사라졌다. 이는 지난 50년 사이 연간 손실 규모로는 가장 큰 것이다. 빙하와 눈은 하천 유량을 채우는 중요한 공급원인데, 이들이 갑작스럽게 녹아내리면 단기적으로는 홍수를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억 명이 식수원이 영구적으로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수자원 부족 및 수질 오염의 글로벌 핫스팟 실태 물 문제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지만, 그 피해 정도는 지경학적 위치(geoeconomic location)와 사회적 취약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지난해 7월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에서 낸 '2023~2025년 전 세계 가뭄 취약지역 보고서'는 “아프리카는 기후변화에 기여한 정도는 가장 작지만, 수자원 문제로 인한 고통은 가장 심하게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 에이몬 맥거크와 시카고대학교 네이선 넌 교수가 지난해 8월 '경제 연구 리뷰(Review of Economic Studies)' 저널에 발표한 '기후변화와 아프리카의 갈등' 논문에 따르면, 가뭄으로 목초지가 부족해진 유목민은 새로운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정착 농민과의 자원 갈등이 벌어지고 끝내는 폭력적인 충돌을 야기한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아프리카 대륙에서 2300만 명이 가뭄으로 인한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렸다. UNCCD 보고서는 스페인을 포함한 지중해 지역의 강수량이 2050년까지 최대 20%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OECD 보고서는 2022년 독일 라인강의 수위가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물류 운송 능력이 25~35%로 급감한 사례를 들면서, 물 문제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의 심장부를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유량 감소는 오염 물질의 농도를 높이고 수질을 악화시키는데, 2018년 가뭄 당시 라인강의 의약품 잔류물 농도는 30%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인도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은 무분별한 지하수 취수로 인해 지반 침하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 연구팀이 지난해 10월 '네이처 지속가능성 (Nature Sustainabilit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인도의 주요 대도시는 과도한 지하수 사용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매년 상당한 속도로 가라앉고 있고, 이로 인해 기반 시설이 파괴되고 홍수 위험이 크게 늘고 있다. 인도의 콜카타 시는 전체 면적의 92.56%가 지반 침하를 겪고 있고, 델리 시는 연간 15.19㎜에 달하는 침하율을 기록했다. 멕시코시티는 기반 시설의 노후화로 공급되는 물의 40%가 누수로 사라지는 있다. UNCCD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시스템 용량이 39%까지 떨어져 도시의 물이 완전히 고갈되는 '데이 제로(Day Zero)' 직전까지 몰렸다.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역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은 남미의 아마존 분지 역시 강 수위가 기록적으로 낮아졌고, 이로 인해 분홍돌고래 등 수많은 수중 동물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숨겨진 물 소비: 산업 생산과 가상수 무역의 불평등 물 문제는 단순히 우리가 마시는 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소비하는 물건들을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소비된다. 중국 둥베이(東北)대학교와 유엔대학교 연구팀이 지난해 11월 '네이처 지속가능성'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철강·시멘트·종이·플라스틱 등 주요 재료 생산을 위한 전 세계 '블루 워터' 사용량(물 발자국)은 1995년 251억 ㎥에서 2021년 507억 ㎥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블루워터(blue water)는 강·호수·지하수처럼 눈에 보이고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물을 말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가상수(virtual water)' 무역을 통한 수자원의 착취와 불평등이다. 베이징대학교와 유엔대학교 연구진이 지난해 8월 발표한 '글로벌 농업 무역에서의 물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물 집약적인 농산물을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수입함으로써 자국의 물 부족을 다른 나라에 전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저소득 국가의 취약 계층은 자국의 농산물을 수출하는 동안 정작 본인은 마실 물조차 구하기 힘든 '물 부정의(injustice)'를 겪고 있다. 국제 무역을 통해 가상수가 이동하는 양을 1995년과 2021년을 비교하면, 공산품 생산과 마찬가지로 세계 각국이 중국에 대한 의존이 크게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해결을 위한 기술적·전략적 대안 지속가능한 물 관리를 위해서는 수요 감소와 공급 다변화를 결합한 혁신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우선, 자연 기반 해결책(NbS)과 관리형 대수층 충전(MAR) 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OECD 보고서는 강조한다. 습지를 복원하고, 투수성 지표면을 확대해 빗물이 지하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함으로써 지하수 수위를 회복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홍수 예방과 수질 개선이라는 다각적 이득을 동시에 제공한다. UNCCD 보고서는 누수 차단 및 효율적 물 수송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멕시코시티나 미국 일부 도시에서 발생하는 40~60%의 수돗물 누수율을 절반으로만 줄여도 막대한 규모의 새로운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수 재이용과 해수담수화 기술의 고도화할 필요도 있다. 싱가포르의 '뉴워터(NEWater)' 사례처럼 하수를 고도로 정수해 공업용이나 식수로 재활용하는 기술은 물 부족 국가의 필수 생존 전략이다. OECD 글로벌 가뭄 전망 보고서는 “다만, 해수담수화 기술은 에너지 소비가 많고, 농축된 소금물 배출로 인해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의 결합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정밀 농업을 도입하고, 가뭄 저항성 작물을 재배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 세계 담수 소비의 70~80%가 농업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물 소비가 적은 토착 작물을 육종하고 점적(點滴, drip) 관개 시스템을 도입하여 농업용수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 점적 관개 시스템은 작물 뿌리 주변에만 물을 한 방울씩 천천히 공급하는 고효율 관개 방식이다. ◇국제사회 협력 방안: 초국경적 공유와 물 외교의 필요성 물은 국경 내에서만 흐르지 않는다. 전 세계 수자원의 60%는 국경을 넘나드는 하천 유역(transboundary river basins)에 위치해 있다. 중국 칭화대 연구팀은 지난해 9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2041~2050년 사이 전 세계 초국경 유역의 40%가 물 부족으로 인한 갈등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다양한 협력이 시급하다. UN대학교의 '글로벌 물 파산' 보고서는 “초국경 수자원 협정의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944년 체결된 미국-멕시코 수자원 조약처럼 수십 년 전의 풍부했던 강수량을 기준으로 한 조약은 현재의 기후 현실에 맞지 않다. 변화된 하천 유량을 반영, 상·하류 국가 간의 이익을 공유하는 유연한 메커니즘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 공유와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 상류 국가의 댐 건설이나 물 전용 현황이 하류 국가에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고, 그래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도 가능하다. WMO 보고서는 “글로벌 수문 상태 및 전망 시스템(HydroSOS)과 같은 국제적 플랫폼에 모든 국가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물 금융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가뭄 피해가 극심한 개도국이 기후 적응을 위한 물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선진국은 기후 기금을 물 분야에 우선적으로 배정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원조가 아니라, 농산물 무역 등을 통해 개별 국가가 떠넘긴 '수문학적 부채'를 갚는 과정으로 인식돼야 한다는 게 '물 평등 보고서'의 시각이다. 부산대학교 및 기초과학연구원(IBS) 소속 크리스티안 프란츠케 교수팀이 지난해 9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인류세 전례 없는 글로벌 물 부족의 첫 출현' 논문은 기후변화로 인해 2030년대 이전에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물 부족, 즉 '데이 제로 가뭄'이 상시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의 날을 맞아 인류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명확하다. 물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며, 이미 지구의 자본을 상당 부분 소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단순한 환경 보호가 아니라, 인류의 평화와 정의, 그리고 다음 세대의 생존을 담보하는 가장 시급한 정치적·윤리적 과업이라는 사실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에너지 인사이트] 9.5km 케이블이 만든 ‘BTS K-에너지’… 탄소 30톤을 1조 가치로 바꾸다

서울 광화문 광장을 수놓은 BTS의 컴백 공연 'ARIRANG'은 대한민국이 보유한 거대한 '문화 에너지'의 총체적 집합체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단순한 대중음악 이벤트를 넘어, 에너지의 쓰임과 가치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현장에 투입된 9.5km의 전력 케이블과 약 1만 킬로볼트암페어(kVA) 규모의 전력 설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소형 산업단지'를 방불케 했지만, 이 공연의 본질은 전력 소비량이 아니라 그 전력이 만들어낸 '경제적 전환 효과'에 있다. 이번 공연의 순간 최대 전력은 약 9600~10000kVA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약 3000~4000가구가 동시에 사용하는 전력 규모와 맞먹는다. 다만 이는 '순간 부하' 기준일 뿐 실제 총 소비량과는 구분해야 한다. 공연 준비와 리허설, 글로벌 송출을 포함한 전체 전력 소비량은 약 6만~8만 킬로와트시(kWh) 수준으로, 국내 평균 가구 기준 약 200~250가구의 한 달 사용량에 해당한다. kVA(킬로볼트암페어)는 전력 설비의 '용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특정 순간에 공급할 수 있는 최대 전력 규모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kW(킬로와트)가 실제 소비되는 유효전력을 뜻한다면, kVA는 전압과 전류를 곱한 '피상전력' 개념으로 설비 설계 기준에 사용된다. 공연장이나 데이터센터처럼 순간적으로 큰 전력이 필요한 시설에서는 kWh(사용량)보다 kVA(최대 공급 능력)가 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탄소 배출량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국내 전력 배출계수(약 0.4~0.5kgCO₂/kWh)를 적용하면 이번 공연에서 발생한 탄소는 약 24~36톤 수준으로 추정된다. 소나무 약 3,000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양과 비슷한 규모다. 결코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발전·산업 부문과 비교하면 제한적인 단기 이벤트성 배출에 가깝다. 그러나 이 수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단순한 '배출량'에 머물지 않는다. 같은 전력을 투입했을 때 얼마나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관련 연구에 따르면, 대형 K-콘서트의 경제 파급효과는 통상 1조 원 내외로 평가된다. 이번 공연 역시 해외 팬 유입에 따른 관광 소비, 콘텐츠 유통, 광고 및 플랫폼 수익, 국가 브랜드 제고 효과 등을 포함하면 약 1조~1조2000억 원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탄소 1톤당 수백억 원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된 셈이다. 전통적인 제조업이나 발전 산업에서는 보기 어려운 수준의 '에너지 전환 효율'이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이번 공연이 가진 '디지털 구조'다. 과거라면 수백만 명의 글로벌 팬이 항공기를 타고 이동해야 했지만, 이번 공연은 서울이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생산된 콘텐츠를 OTT와 스트리밍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소비됐다. 이는 개별 이동에 따른 막대한 에너지 소비를 대체하는 구조로, 전 지구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결국 전력은 소비됐지만, 그 전력은 '이동 에너지'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물리적 에너지를 디지털 에너지로 전환해 효율을 극대화한 사례다. 에너지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제조업은 전력을 투입해 제품을 생산하고, 발전 산업은 전력을 공급하는 데서 가치가 발생한다. 반면 K-콘텐츠 산업은 전력을 투입해 관광·플랫폼·브랜드 가치까지 동시에 창출한다. 동일한 에너지를 사용하더라도 '부가가치의 밀도'가 전혀 다른 것이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전력 케이블은 단순한 공급망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전 세계로 송출하는 네트워크"라며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전기를 쓰느냐보다, 그 전기로 무엇을 만들어내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 시대에 모든 에너지 소비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책과 산업이 고민해야 할 지점은 '소비를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에 쓰느냐'다. 같은 1kWh라도 단순 소비로 사라질 수도 있고,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가치로 증폭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광화문 BTS 공연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9.5km의 케이블을 타고 흐른 전기는 단순한 조명과 음향을 넘어, 대한민국의 문화와 브랜드, 그리고 경제적 영향력으로 확장됐다. 에너지의 시대는 이미 바뀌고 있다. 이제 전력은 산업을 움직이는 수단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증폭시키는 '가치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내일날씨] 아침 ‘영하권’ 쌀쌀…낮 최고 19도 ‘포근’

일요일인 22일은 전국적으로 아침과 낮의 기온 차가 매우 크게 벌어지는 환절기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내륙 곳곳의 아침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쌀쌀하겠지만, 낮에는 기온이 크게 올라 포근하겠다. 기상청에 따르면 내일 아침 최저기온은 -2~8도, 낮 최고기온은 14~19도로 예보됐다. 특히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곳이 많겠으며, 새벽부터 아침 사이 서리가 내리는 곳이 있겠으니 농작물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반면 낮 기온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15도 안팎까지 올라 포근하겠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5~20도로 매우 크기 때문에 외출 시 입고 벗기 편한 겉옷을 준비하는 등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하늘에 구름이 많겠으나, 제주도는 오후부터 저녁 사이 5㎜ 미만의 비가 살짝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 밖의 지역은 대체로 맑거나 구름만 끼는 날씨가 이어지겠다. 미세먼지 농도는 원활한 대기 확산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이 '보통' 수준을 보이겠으며, 제주권은 '좋음' 수준으로 청정하겠다. 바다 물결은 동해와 남해 앞바다에서 0.5~1.0m, 서해 앞바다에서 0.5m로 비교적 잔잔하게 일겠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마이티어스 보고서 “한국 유통업체 온실가스 ‘메탄’ 감축 노력 미흡”

한국의 대표적 유통업체인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 배출 대응에서 매우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이는 생산 과정에서 메탄을 배출하는 쌀이나 육류 등의 상품을 유통하면서 대안을 충분히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는 의미다. 글로벌 환경단체인 '마이티 어스(Mighty Earth)'는 21일 공개한 '낯뜨거운 성적표: 아시아 유통업체의 메탄 대응 실패'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의 8개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롯데쇼핑은 100점 만점에 13점으로 조사 대상 중 3위를 기록했으며, 이마트는 9점을 받아 5위에 그쳤다. 마이티어스는 전 세계 공급망에서 삼림 벌채와 기후 오염을 줄이기 위해 주요 기업들을 설득하고, 자연 보호와 기후 확보를 목표로 활동하는 국제 환경 단체다. 이 단체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싱가포르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 8곳을 대상으로 기후 공약과 행동을 분석했다. 이 단체는 총 6개의 카테고리(범주)와 그 아래 배치된 총 20개의 세부 지표를 기준으로 비교 분석했다. 카테고리 중에서 '메탄의 역할'은 유통업체가 축산 농업에서 발생하는 메탄의 기후 영향을 인지하고 있는지, 육류 및 유제품 소비 감축을 지원하는지, 경영진의 보수가 기후 목표와 연계되어 있는지를 평가했다. 온실가스(GHG) 배출량 보고 카테고리의 경우 기업 운영(스코프 1,2) 및 공급망 전체(스코프3)의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여부와 특히 메탄 배출량을 별도로 측정하여 공개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배출 감축 공약 및 행동 계획 카테고리에서는 넷제로(Net Zero) 달성 시점, 메탄 전용 감축 목표 수립 여부, 자체 브랜드(PB) 육류·유제품의 감축 계획, 산림 파괴 방지(DCF) 공약 등을 분석했다. 쌀 관련 메탄 배출 카테고리에서는 아시아의 주요 메탄 배출원인 쌀 재배의 기후 영향을 인지하고 있는지와 저메탄 방식으로 생산된 쌀에 대한 정책이 있는지를 평가했다. 대체 단백질 및 투자 카테고리는 자체 브랜드(PB) 식물성 대체 식품 제공 여부 등을, 음식물 쓰레기 정책 카테고리에서는 음식물 쓰레기의 매립 및 소각 제로(Zero-landfill/incineration) 정책과 구체적인 음식물 쓰레기 감축 목표 수립 여부를 평가했다. 롯데쇼핑과 이마트 두 업체 모두 공급망 전체를 포함하는 '스코프 3(Scope 3)' 배출량을 공개한다는 점에서는 우수한 평가를 받았으나,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 배출량을 별도로 공개하거나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한 곳은 없었다. 또한, 두 업체 모두 2040년 넷제로라는 야심찬 목표 대신 상대적으로 완화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있어 기후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0점을 기록한 항목들은 한국 시장의 특성과 맞물려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두 기업은 메탄의 역할에 대한 인지, 쌀 관련 메탄 배출 대응, 식물성 대체 단백질 투자 부문에서 단 1점도 얻지 못했다. 한국은 서구식 육류 중심 식단의 확산으로 2024년 기준 세계 4위의 소고기 수입국으로 부상할 만큼 육류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두 업체 모두 물성 대체 단백질 제품 제공에 소홀해 성장하는 시장에서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아시아 메탄 배출의 10%를 차지하는 쌀 재배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두 기업 모두 명확한 인지나 대응 전략이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탄은 배출 후 20년까지의 기간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80배 이상 강력한 '기후 슈퍼 오염물질'로, 산업화 이후 지구 온난화의 약 30%를 유발해 왔다. 특히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의 약 40%가 농업 분야에서 발생하고, 그중 축산업과 쌀 재배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마이티어스는 이러한 항목들을 개선하기 위해 유통업체들이 메탄 배출량을 투명하게 공시하고, 2030년까지 메탄 배출을 30% 줄이겠다는 '글로벌 메탄 서약'에 맞춘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세울 것을 권고했다. 또한, 논물 관리(AWD) 등 저메탄 농법으로 생산된 쌀을 우선 취급하고, 2030년까지 식물성 식품 판매 비중을 60%까지 확대하는 등 과감한 식단 전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이티어스 박매화 동아시아 매니저는 “서구식 식단의 확산에 힘입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고기 시장 중 하나로 부상했고, 소고기 수요 증가는 메탄 배출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매니저는 “축산 농업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을 신속히 줄이는 것은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고 아시아가 이미 겪고 있는 극심한 기후 영향을 완화하는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유통업체들은 고객들이 자신이 구매하는 식품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도록 돕고, 한국에서 이미 확산되고 있는 '고기 소비를 줄이고 식물성 식단을 늘리는' 이 흐름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최고가격제, 유류세 인하보다 기름값 안정 효과 뛰어나

국제유가 급등기에 정부가 기름값 안정을 위해 꺼내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대응책 중 더 효과가 큰 것은 '가격상한제'였다. 2022년 유류세 인하보다 2026년 최고가격제가 단기적인 유가 안정 효과에서는 더 직접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고가격제는 유통단계의 손실이 커질 수 있고, 소비가 줄지 않아 수급 위기를 더 부추길 수 있으며, 결국 국가 전체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와 올해 2월 28일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후를 비교한 결과 국제유가 충격의 국내 반영 폭은 정책 방식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이번 비교는 국제원유가격과 주유소 평균판매가격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공급 차질이나 재정 부담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 2022년 러-우 전쟁 때는 유류세 인하가 가격 상승 속도를 늦추는 '완충 장치'로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다만 가격 자체를 강하게 억제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두바이유는 2022년 2월 24일 배럴당 98.64달러에서 3월 9일에는 127.86달러까지 치솟았다가 3월 31일 107.71달러로 다소 내렸다. 이에 정부는 2021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유류세를 20% 인하했다. 보통휘발유 평균판매가는 전쟁 발발일인 2022년 2월 24일 1746.20원에서 3월 31일 1998.39원으로 252.19원 상승했다. 이후에도 상승세는 이어져 6월 30일에는 2144.90원까지 올라 2월 말 대비 398.70원 높아졌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면서, 유류세 인하에도 주유소 가격은 고점을 높이며 뒤따라 올랐다. 유류세 인하는 가격 흐름 자체를 바꾸기보다는 상승폭을 줄이는 데 그친 셈이다. 반면 이번 중동 전쟁에서는 정유사 공급가격에 상한을 두는 최고가격제가 시행됐다. 두바이유는 2026년 2월 28일 77.52달러에서 이달 6일 100.42달러로 상승했고, 19일에는 166.80달러까지 치솟았다. 약 20일 만에 89달러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최고가격제를 실시했다. 보통휘발유 평균판매가는 2026년 2월 28일 1692.89원에서 이달 10일 1906.95원까지 오른 뒤 이후 내림세를 보여 19일에는 1822.05원을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두 배 넘게 뛰는 동안에도 국내 휘발유 가격은 제한된 범위에서 움직였다. 소매 단계에서 가격 인상이 일정 수준에서 막혔기 때문이다. 유류세 인하와 최고가격제는 가격 상승을 다루는 방식에서 갈렸다. 유류세 인하는 세금 부담을 낮춰 가격 상승 폭을 낮추지만 국제유가 상승분이 시장에 계속 반영되는 구조이다. 따라서 가격 안정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최고가격제는 일정 수준 이상 가격 인상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상승분 전가 자체를 막는다. 국제유가가 급등한 구간에서도 소비자 가격이 크게 흔들리지 않은 이유다. 정책 강도만 놓고 보면 최고가격제가 훨씬 직접적인 것이다. 다만 최고가격제가 가격안정 효과는 뛰어나지만, 다른 부작용도 있다. 가격 상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정유사와 주유소 등 유통 단계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낮은 가격으로 소비가 늘어나 오히려 수급 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 이로 인해 정부와 시장 등 국가 전체적으로 재정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 이 기사는 에너지경제신문이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개발한 'AI 뉴스 어시스턴트' 시스템과 기자의 협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데이터의 정밀성과 현장 취재를 결합해 보다 신뢰도 높은 뉴스를 제공합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온실가스 초반에 줄일까, 후반에 줄일까…시민이 정한다

국회 기후특위가 운영하는 공론화위원회가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두고 초기에 집중해 줄일지 아니면 후반에 더 많이 줄일지를 정하기로 했다. 이 결정은 기후특위에 제출돼 탄소중립법 개정에 반영될 예정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후반 감축 선택지를 포함한 것 자체를 문제 삼으며 공론화 중단과 위원회 해체까지 요구했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단 340명이 탄소중립법 개정과 관련해 숙의할 의제를 확정했다. 주요 의제는 감축목표의 적정성, 시기별 감축 경로,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수단 등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2월 초에 기후특위 여야 간사인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과 공론화 전문가 등 10여 명과 시민대표단 500명으로 출범했다. 이후 시민대표단은 340명으로 최종 확정됐다. 특히 시기별 감축 경로에 관한 질문은 △초기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 △전체 기간 동안 비슷하게 감축하는 방식 △나중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 △잘 모르겠음 등으로 구성됐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2018년 대비 2030년 40% 감축, 2035년 53~61% 감축이다. 지난 2024년 8월 헌법재판소는 환경·시민단체가 제기한 기후소송에서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2031~2049년 감축목표가 없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050년 탄소배출량을 '0'으로 하는 목표는 있으나 중간 목표가 없어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위헌 판결 이후 정부는 지난해 11월 2035년 NDC를 결정했으나, 2036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계획은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다. 기후특위는 탄소중립법에 2036년부터 2049년까지의 NDC를 담을 계획이다. 시민들에게 2036년부터 빠르게 온실가스를 줄일지, 아니면 2049년까지 비슷한 속도로 줄일지, 혹은 2036년보다 2049년으로 갈수록 더 많이 줄일지를 공론화위원회에 묻는다. 탄소중립법은 주요 기후·에너지 정책의 상위법으로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제로에너지건축물, 전기차 보급목표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시민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탄소감축의 세부 이행계획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시민 대상 질문에 '나중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이 포함된 데 대해 공론화위원회 해체까지 요구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 방식은 헌재가 탄소중립법을 위헌이라고 본 취지, 즉 미래 세대의 기본권 침해를 반복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환경·시민단체로 구성된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이날 “기후특위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이창훈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한다"며 “또한 국회 기후특위는 진행 중인 공론화를 전면 중단하고 공론화위원회를 해체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나중에 감축하는 경로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가 이미 제출한 감축 목표보다 후퇴한 것"이라며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정한 이전 목표보다 강화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진전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 위반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며 “해당 경로를 질문 문항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35년 NDC의 최저 목표인 53%가 전체 기간 동안 비슷하게 감축하는 방식으로 설정돼 있는데 시민들에게 최저 목표보다 더 후퇴한 나중에 더 감축하는 방식을 묻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기후특위 공론화위원회는 환경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와 미래 세대 부담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 충분한 설명을 덧붙이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환경단체 반발이 커 충돌이 예상된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단 학습을 위해 기초 자료집을 제작해 공론화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공론화위원회 공개토론은 KBS에서 생방송으로 중계되며 이달 28일과 29일, 다음 달 4일과 5일 등 총 4차례 실시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전국 맑고 포근한 낮…해 지면 기온 ‘뚝’

당분간 전국에 맑고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겠다. 다만 일교차가 크게 나타나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겠다. 19일 기상청 예보 브리핑에 따르면 오는 21일까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맑고, 일교차가 크겠다. 내륙을 중심으로 서리가 내리고, 호수와 강 주변에는 안개가 낄 가능성이 크다. 일요일인 22일에는 기존 고기압이 동쪽으로 빠져나가고 서쪽에서 새로운 고기압이 유입되면서 남북으로 저기압, 동서로 고기압 사이에 놓이게 된다. 이에 따라 대체로 구름이 많은 날씨가 이어지겠고 제주도에는 약한 강수 가능성이 있다. 평일인 23일부터25일까지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다시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맑은 날씨를 보이겠다. 다만 24일에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비가 내릴 수 있어 최신 예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22일 서울 지역의 최저기온은 1~2도, 최고기온은 14~15도로 예상된다. 남부지역은 일부 지역에서 낮 기온이 20도까지 오르겠다. 기상청은 낮 기온이 높더라도 일몰 이후 기온이 빠르게 떨어지는 만큼, 장시간 야외 활동 시 여벌 외투나 담요를 챙길 것을 권고했다. 또한, 지면이 녹으면서 등산객들은 낙석 등 해빙기 안전사고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담배꽁초, 10년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오염물질 배출한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4조5000억 개, 부피로 80만 톤이 버려지는 담배꽁초.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쓰레기가 됐다. 하지만 담배꽁초는 단순한 '일회성 쓰레기'가 아니라 10년 이상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장기 오염원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나폴리 페데리코 2세 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 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 담배꽁초의 환경오염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담배꽁초가 실제 환경에서 10년에 걸쳐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한 최초의 장기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왜 담배꽁초는 10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까 연구진에 따르면, 담배꽁초가 쉽게 분해되지 않는 핵심 이유는 필터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cellulose acetate) 때문이다. 이 물질은 플라스틱 계열로, 약 1만5000개의 미세 섬유로 구성되어 있고,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다. 특히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는 '아세틸화' 정도가 높아 미생물이 쉽게 분해하지 못한다. 미생물이 분해하려면 먼저 구조를 바꾸는 탈아세틸화 과정이 필요한데, 자연 상태에서는 이 반응이 매우 느리다는 것이다. 미생물 성장을 촉진할 질소가 극단적으로 부족하다. 담배꽁초의 질소 함량은 약 0.21%에 불과하고, 탄소 대비 질소 비율(C/N)이 약 192로 매우 높다. 이는 미생물 활동을 거의 억제하는 수준이다. 결국 분해가 안 되는 플라스틱인데다 먹을 영양이 없는 상태가 결합되면서 담배꽁초는 수년에서 10년 이상 환경에 그대로 남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모든 환경에서 분해 속도가 같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연구 결과, 질소가 풍부한 토양(초지 등)에서는 담배꽁초의 질량이 10년 동안 최대 84%까지 감소했다. 그 이유는 미생물이 주변의 질소를 끌어와 사용하고, 담배꽁초 내부의 C/N 비율이 점차 낮아지면서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 분해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즉, 담배꽁초 자체는 영양이 없지만, 주변 토양이 이를 보충해주면 분해가 가능해진다. 반대로, 모래사장이나 아스팔트, 토양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는 10년이 지나도 형태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해'돼도 사라지지 않는다…미세플라스틱으로 변형 문제는 담배꽁초가 분해되더라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10년 후 담배꽁초가 '공 모양의 유기-무기 복합체(spherulites)'라는 새로운 형태로 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복합체는 지름이 약 6㎛(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의 미세 입자다. 담배꽁초의 플라스틱 섬유와 주변 토양의 미네랄(칼슘 등)이 토양 구조 안에 완전히 통합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균의 크기가 1~2㎛이고, 미세먼지(PM-10)가 10㎛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점을 고려하면, 6㎛ 정도 크기의 입자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복합체가 형성되는 것은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환경에 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10년 뒤까지도 유해물질 방출 담배꽁초의 독성 변화도 단순하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독성은 시간에 따라 세 단계로 변화한다. 버려진 직후(초기)에는 니코틴과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대량 방출된다. 이들 물질은 매우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 약 5년 후(중기)에는 독성이 다시 증가하는 '두 번째 정점' 발생한다. 분해 과정에서 생성된 분해 저항성 화합물 축적된 탓이다. 10년 정도 긴 시간이 지나면(장기) 전반적으로 독성 감소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실제로 10년이 지난 담배꽁초도 여전히 생물에 측정 가능한 독성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담배꽁초 분해는 화학·생물·미생물 변화가 결합된 복합 과정"이라며 “완전 분해(광물화)는 일어나지 않고,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장기 잔류하면서 최소 10년 이상 생태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담배 필터의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한편, 전문가들은 “필터는 담배 연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흡연자가 연기를 더 깊게 들이마시게 함으로써 오히려 폐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한 국제 사회는 이제 담배 필터를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보고 강력한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UN 플라스틱 협약에서도 담배 필터를 의무적 금지 대상(Annex Y)에 포함시켜 세계적으로 퇴출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WHO 담배 규제기본협약(FCTC)의 앤드류 블랙이나 WHO 환경 및 기후 변화 책임자 루디거 크레치 등 전문가들은 담배 필터를 금지함으로써 담배가 '덜 해롭다'는 잘못된 인식을 제거하고, 담배를 “더 정직한(more honest) 제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터가 없는 담배는 연기가 훨씬 독하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흡연의 즐거움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흡연율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리포트] 기후변화로 지구가 느려진다…‘하루는 24시간’도 바뀔 수 있다

지구의 하루는 언제나 24시간으로 고정돼 있을까. 인류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이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지구의 기후 변화가 자전 속도에 영향을 주지만,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는 것 만큼이나 하루의 길이 자체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이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와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공동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 저널: 고체 지구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Solid Earth)'에 발표한 논문에서 기후 변화가 지구 자전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360만 년 중 가장 빠른 변화 속도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바다로 유입되면 지구의 질량이 적도 방향으로 이동하는 '바리스태틱(barystatic)' 과정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지구의 자전 속도는 감소한다. 이는 회전하는 물체에서 질량이 바깥으로 이동하면 속도가 느려지는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따른 결과다. 결국 지구가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 즉 하루의 길이(LOD)가 길어지게 된다. 이번 연구는 '물리 정보 기반 확산 모델(PIDM)'이라는 딥러닝 기법을 활용해 약 360만 년 전 후기 선신세(Late Pliocene)부터 현재까지의 자전 변화를 재구성했다. 그 결과, 제4기 빙하기 동안에는 대륙 빙하의 확장과 후퇴에 따라 하루의 길이가 약 10~30밀리초(ms. ms=1000분의 1초) 범위에서 크게 변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60만 년에 이르는 장기적인 시간 규모에서 보면, 빙하 해빙과 해수면 상승이 자전에 미친 영향은 대기 순환이나 육상 수자원 변화보다 약 300배 큰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현재의 변화 속도가 과거와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빠르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이 높은 시나리오(RCP8.5)를 가정할 경우, 하루 길이의 증가 속도가 21세기 전체로 100년 당 약 1.5±0.35ms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 나아가 세기 말 마지막 20년에는 이 수치가 가속화돼 100년 당 약 2.62±0.79ms에 이를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는 약 8200년 전 급격한 기후 변화 사건과 맞먹는 수준으로, 지난 360만 년 동안 보기 드문 변화 속도다. ◇시간 체계에 균열…윤초의 딜레마 지구 자전의 변화는 단순한 자연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 사회의 시간 체계는 지구 자전에 기반한 세계시(UT1)와 원자시계 기반의 국제원자시(TAI)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데, 자전 속도가 느려질수록 두 시간 체계 간의 오차가 커지게 된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후기 선신세 이후 누적된 시간 차이는 약 250초에 달하며, 1900년 이후에도 기후 변화로 인해 약 40ms의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윤초(閏秒, leap second)' 제도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자전 속도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윤초를 언제 추가해야 할지 예측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이는 위성 항법, 우주선 궤도 계산, 초정밀 통신망 등 밀리초 단위의 정확도를 요구하는 기술 분야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과학계는 점점 더 정밀한, 이른바 '초정밀 시계'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 과학기술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계측학(Metrologia)'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오차가 극히 작은 스트론튬 광격자 시계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시계는 수십억 년 동안 1초의 오차도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정밀도를 갖추고 있으며, 지구 자전의 미세한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온난화를 막을 것이냐, 윤초를 도입할 것이냐" 결국 인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기후 변화를 완화함으로써 지구 자전의 변화를 늦출 것인지, 아니면 윤초 도입과 초정밀 시계 기술에 의존해 점점 커지는 시간의 오차를 관리할 것인지의 문제다. 전문가들은 후자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윤초는 자전 변화로 발생한 결과를 보정하는 기술적 수단일 뿐, 근본적으로 지구 자전의 속도를 고정시키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지구 자전 속도가 변하는 근본 원인은 기후변화다. 기후변화는 지금 지구의 온도와 해수면 뿐만 아니라 '시간'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물리량까지 바꾸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재앙 피하려면 온실가스 배출 ‘제로’로 부족…‘마이너스’가 필요

오늘날 전 세계는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Net-zero)' 달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최신 과학 연구는 단순히 배출량 0으로 줄이는 것만으로는 이미 시작된 기후 변화의 시계바늘을 멈추기에 부족하다고 경고한다. 이제는 이미 대기 중에 쌓여 있는 온실가스를 직접 흡수해 제거하는 마이너스 배출, 즉 '네거티브 배출(negative emissions)'이 필수인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멈추지 않는 기후 시계: 왜 '감축'만으로는 부족한가 인류가 오늘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완전히 중단하더라도 지구의 기온 상승과 그로 인한 피해는 즉각 멈추지 않는다. 이미 지구 대기 중에 차 있는 온실가스가 쉽게 사라지지 않고 기온을 계속 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1월 '환경 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온도가 안정화된 후에도 해수면 상승(SLR)이나 영구동토층 해빙(PFT)과 같은 '지연된 기후 영향(Time-lagged impacts)'이 수 세기 동안 계속해서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를 '관성에 의해 움직이는 자동차'에 비유한다. 이미 속도가 붙은 기후 재앙이라는 차를 세우기 위해서는 단순히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배출 감축)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차를 재빨리 세울 수 있는 것처럼 강력한 '브레이크' 역할인 네거티브 배출을 통해 대기 중 탄소 농도를 직접 낮춰야만 기후재앙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류가 넷제로 달성 이후에도 수백 년간 순배출량이 마이너스(-)가 되는 '순 네가티브 배출(Net-negative)'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아다. ◇10년 앞당겨진 데드라인과 '예방적' 탄소 가격 기후 시스템의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더 빠른 행동을 요구한다. IIASA 연구팀은 지난달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한 논문에서 “기후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려면, 넷제로 달성 시점은 기존 계획보다 약 10년 정도 앞당겨진 2041년경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논문은 기후 위기를 일종의 보험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2030년 탄소 가격을 현재 예측치보다 대폭 높은 톤당 425달러 수준으로 인상하는 '예방적 프리미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탄소 제거 기술(CDR)의 조기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에 아주 높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막대한 복구 비용을 현재 세대가 분담하는 세대 간 형평성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법적 의무가 된 기후 보호와 국가 간 형평성 네거티브 배출은 단순한 도덕적 권고를 넘어 법적 책임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7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기후변화협약 가입국들은 온실가스 배출로부터 기후 시스템을 보호해야 할 구속력 있는 의무가 있고, 상당한 해악을 방지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권고 의견을 냈다. IIASA 연구팀은 이러한 법적 판단이 결국 국가 간에 '탄소 제거 의무(carbon removal obligations)'를 공정하게 분담하는 제도적 설계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각 국가의 역사적 배출 책임과 경제적 능력을 고려해, 정치적 주기와 상관없이 수 세기 동안 지속될 수 있는 강력한 거버넌스가 뒷받침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탄소 제거 기술'의 두 얼굴: 자원 고갈과 환경 영향 하지만 네거티브 배출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이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페인 칸타브리아 대학교와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연구팀은 이달 초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0'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탄소 제거 기술의 잠재적 부작용을 경고했다. 직접공기포집(DACCS)과 같은 화학적 제거 기술은 대규모 인프라 구축을 위해 니켈(Ni)과 바륨(Ba) 같은 핵심 광물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자원 공급망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또한 생물학적 제거 기술(BECCS)이나 바이오차(Biochar)의 경우, 대규모 경작에 필요한 칼륨(K) 등의 비료 자원 수요를 최대 70%까지 높여 식량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조림(Forestation) 역시 기후 변화로 인한 산불 위험 증가를 낳게 되고, 저장된 탄소가 다시 배출될 위험이 크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기후 안정을 위한 정책 제안 전문가들은 탄소 제거 기술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네거티브 배출을 성공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배출돼 대기에 있는 온실가스를 제거하기에 앞서 배출 자체를 미리 줄이는 데 우선을 둬야 한다. 둘째, 지역적 특성에 맞는 최적의 기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특정 기술의 독점을 피하고 토지, 물, 광물 자원의 가용성을 고려하여 환경 영향을 분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자원 순환 경제를 강화해야 한다. 탄소 제거 설비에 필요한 금속 자원의 재활용률을 극대화하고, 폐기물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사용하여 자원 경쟁을 완화해야 한다. 결국 네거티브 배출은 인류가 저지른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고 미래 세대에게 안전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한 고통스러운 선택인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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