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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의원 “국민의힘 기후특위 공론화 결과 발목잡기 중단해야”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간사)이 국민의힘이 공론화 결과에 의문을 제기한 데 대해 비판했다. 박 의원은 14일 SNS를 통해 “국민의힘이 지난 13일 발표된 장기 감축경로에 대한 시민 공론화 결과를 두고 절차적 편향을 운운하며, 심지어 절차를 다시 하자고 한다"며 “국민의힘의 고질적인 기후 외면과 발목잡기에 분노하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기후특위는 지난 13일 공론화위원회 숙의에 참여한 국민들 가운데 77.9%가 초기에 더 빠르게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안에 찬성했다는 결과 등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국회 기후특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특정 감축 경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설계된 '답정너'식 절차"라고 지적하며 공론화 결과로 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설정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번 공론화는 지난해 11월 17일 국회 기후특위가 공식 의결로 절차를 시작했다"며 “이후 수개월에 걸친 준비 기간을 통해 시민대표단을 구성하고, 진지한 숙의 과정을 거쳐 어렵게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절차에 대한 모든 결정은 김소희 국민의힘 간사도 참여한 공론화위원회에서 공론조사 전문가들의 주도하에 이뤄졌다"며 “이 모든 과정 동안 아무 문제 제기도 하지 않다가 절차가 끝나고 결과가 나오자 이제 와서 다시 하자고 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 대응이 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다는 낡은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그 첫걸음은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민주당, 2035년 온실가스 최대 61% 감축 시나리오로 탄소중립법 개정 착수

더불어민주당이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최대 61%까지 높이는 등 초기 감축을 강화하는 경로를 담은 탄소중립법 개정에 본격 착수한다. 하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가파른 감축경로를 가진 NDC는 산업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국회와 산업계에 따르면 5월 말 활동이 종료되는 국회 기후특별위원회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에 대한 본격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후특위는 탄소중립기본법과 배출권거래법 대한 심사권을 갖고 있다. 현재 기후특위에는 2031~2049년까지 NDC를 명시한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앞서 2024년 8월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에 2030년까지 NDC와 2050년 탄소중립 달성만 포함하고, 2031~2049년 동안의 감축 목표는 포함하지 않아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위성곤·이소영·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 등이 각각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11월 대통령 직속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2035년 NDC를 53~61% 범위로 확정했다. 53%는 2018년부터 매년 동일한 비율로 줄이는 선형 감축 경로를 기준으로 산정된 수치이고, 61%는 초기 감축을 강화한 경로를 기준으로 산정된 수치이다. 지난 13일 국회 기후특위 공론화위원회의 국민숙의단은 초기 감축을 강화하는 경로를 지지했다. 숙의단은 국민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산하에 각계각층의 시민들로 구성해 만든 조직이다. 공론화위원회 결과가 2031~2049년 NDC에 반영될 경우 2035년 NDC는 53%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설정돼야 한다. NDC는 5년 주기로 수립되는 만큼 2040년 NDC도 가파르게 설정돼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2031~2049년 기간에 대해 모두 초기에 더 줄이는 NDC를 제시했다. 위성곤 의원은 2035년 60%·2040년 80%·2045년 95% 이상, 이소영 의원은 2035년 61%·2040년 80%·2045년 90% 이상, 윤준병 의원은 2035년 55%·2040년 70%·2045년 85% 이상을 각각 제시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소영 의원이 2035년 기준 가장 높은 목표치를 제시했다. 윤준병 의원이 상대적으로 가장 낮게 제시했지만, 정부가 제시한 최소치인 53%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2035년 65%·2040년 85%·2045년 95%로 민주당보다 더 강화된 감축안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기후특위 소속 의원들은 공론화위원회 결과를 통해 온실가스 초기 감축 명분이 확보됐다고 보는 만큼, 개정안을 통합 심사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초기 감축 설정이 산업계에 큰 비용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목표를 보다 유연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13일 발표된 공론화위원회 결과에 대해서도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에서 2031~2049년 NDC를 선형 감축 경로로 설정하도록 했다. 또한 에너지 위기 등 글로벌 상황에 따라 필요할 경우 선형 경로보다 낮은 수준의 감축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에는 “에너지 위기 등 글로벌 상황에 따라 국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선형 감축 경로보다 낮은 수준으로 목표를 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기후변화센터는 지난 10일 기후특위에 기후 대응 실행력 강화를 위한 정책 제언서를 제출했다. 센터는 “NDC 달성의 핵심인 산업 전환과 관련해 산업계의 여건과 비용 부담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실질적인 정책 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산업의 실행 경로와 제도적 보완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제언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온실가스 초기 감축 설정이 산업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에는 탄소중립 추진 과정에서 산업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기후 대응 예산을 충분히 반영하는 내용도 발의돼 있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가장 시급한 환경문제는?”…국민 57.5% ‘기후변화’ 응답 [기후 리포트]

우리 국민이 가장 시급한 환경 문제로 인식하는 것은 기후변화이고, 국민 대다수가 일상 생활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최근 공개한 '2025 국민환경의식조사 보고서'(연구진 염정윤·강선아)를 통해 밝혀졌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69세 성인 남녀 3008명을 대상으로 2025년 9월 24일부터 10월 15일까지 진행됐다. 온라인 패널을 활용한 웹 조사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8%다. KEI는 국민의 환경 인식과 행동 변화를 시계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2012년부터 매년 장기 추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5년 단위로 응답 패널을 유지해 해당 기간의 시계열 분석도 가능하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기후변화와 함께 '기후테크'에 대한 인식을 별도 조사 항목으로 포함, 변화하는 정책 환경과 사회적 관심을 반영했다. ◇ “기후변화가 가장 시급"…다른 환경문제 압도 지난해 조사 결과, 응답자의 57.5%가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이는 쓰레기·폐기물(47.9%), 대기오염·미세먼지(42.7%)보다 높은 수치를 보여준다. '기후변화' 문제는 2024년에 이어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로 꼽혔지만, 2024년 68.2%에 비해 10.7%P 하락했다. '쓰레기·폐기물 처리 문제'나 '대기오염·미세먼지 문제' 역시 2024년과 비교해 비중이 하락했다. 반면, '생활 속 유해 화학물질'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9.0%로 2024년(20.0%)보다 9.0%P 증가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홍수 및 가뭄'(17.2%), '환경 불평등'(10.0%)이라는 응답도 2024년보다 증가했다. 이는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다양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우리 국민은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현재의 현실로 인식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80% 이상이 일상생활에서 기후변화를 체감한다고 답했고, 70.7%는 이미 부정적 영향을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경제적 영향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계 지출이 증가했다고 느끼는 항목으로는 냉난방비 등 에너지 비용이 70.2%로 가장 많았고, 식료품비(65.3%)와 의료비(52.6%) 역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기후위기가 환경 문제를 넘어 '민생 문제'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국민이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이상기후 현상은 폭염(67.1%)과 집중호우(52.1%)로 나타나, 극단적 기상 현상이 체감도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기후변화 인식, '불안'이 지배적 감정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 감정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가장 많이 나타난 감정은 '불안'(73.1%)이었고, 미안함(64.5%), 분노(59.9%), 무력감(57.2%)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단순한 정보 수준을 넘어 정서적 반응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기후변화 적응' 분야—폭염·홍수 대응 인프라 구축 등—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는 △기후변화 적응 정책(폭염·홍수 대응 등) 46.7% △자연환경 보전 28.5% △기업 규제 및 책임 강화 25.6%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완화(온실가스 감축)'보다 이미 발생하는 피해를 줄이는 '적응 정책'의 시급성을 국민이 체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 조사한 기후테크의 경우 인지도는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20대 인지도는 20.4%, 반면 60대는 8.5%에 그쳐 세대 간 격차가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테크가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를 “기술 기반 대응에 대한 잠재적 수용성은 확보되어 있으나, 정보 접근성과 이해도가 부족한 초기 단계"로 평가했다. 또한 기후테크 산업 성장의 주요 장애 요인으로는 △높은 비용 △기술 상용화 불확실성 △정책 및 제도 미비 등이 지적됐다. 이는 향후 정책 지원과 투자 확대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환경보다 경제"…우선순위 역전 흐름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변화는 환경과 경제 사이의 우선순위 이동이다. 환경보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응답은 2023년 52.4%에서 2025년 42.2%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는 응답은 18.5%에서 19.6%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고물가와 경기 둔화 등 경제적 압박이 장기화되면서, 환경 가치보다 현실적 생계 문제를 우선시하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보고서는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2022년 74.2%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2025년 68.7%를 기록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 국민의 기후위기 체감도(80.6%)와 문제 인식(57.5%)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지만, 경제적 부담 속에서 환경보전의 우선순위는 오히려 42.2%로 낮아지는 특징을 보였다. 이는 고물가와 경기 불안 속에서 국민들이 현실적 생계 문제를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이번 조사는 기후 위기가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가계경제를 직접 압박하는 민생 문제로 전환되고 있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의 환경정책은 산업과 민생, 복지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향후 정책이 △에너지 안전망 강화 △취약 계층 지원 △생활밀착형 감축 정책 등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경제와 환경의 동시 달성'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벌써 덥다… 낮 최고기온 26도까지 올라

한낮 기온이 26도(℃)를 넘는 등 전국 기온이 당분간 평년보다 높게 나타나겠다. 13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 낮 최고기온은 19~26도를 기록했다. 오는 14일에도 낮 최고기온은 14~26도로 전망된다. 이날 대전의 한낮 기온은 26도까지 오르며 내륙을 중심으로 기온이 크게 상승했다. 오는 14일에는 서울, 춘천 등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25도로 예보됐다. 다른 내륙 지역도 대부분 23~24도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저기온은 10도 안팎에 머물러 일교차가 15도 이상 벌어질 것으로 예상돼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14일에는 전국이 대체로 흐리겠으며, 남해안 지역에는 오후부터 밤 사이 5mm 미만의 비가 내리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특위 공론화위 “숙의단 77.9%, 초기 온실가스 감축 강화 찬성”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한 국민숙의단의 77.9%가 2031~2050년 기간 동안 초기에 감축을 더 가파르게 하는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지지했다. 기후특위는 공론화위원회 의견을 토대로 정부에 초기 감축을 강화한 온실가스 감축경로 수립을 요구할 예정이다. 다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공론화위원회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13일 국회 기후특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공론화위원회의 공론화 결과를 보고받았다. 기후특위는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법에 대해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정량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며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중간 목표를 수립하기 위해 지난 2월 3일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후 의제구상단을 구성해 3월 28~29일, 4월 4~5일 등 총 4일에 걸쳐 숙의를 진행했다. 이창훈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은 “1차 조사에서 전체의 51.2%가 초기 감축 방식을 선호했는데, 일주일 뒤 실시한 2차 조사에서는 77.9%가 이를 선호했다"며 “선형 감축은 20%, 후기에 더 감축은 2%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차 조사에서 초기 감축 선호 비율은 1차 조사 대비 26.7%포인트(p) 급증했다. 공론화위원회에는 총 319명 시민들이 참여했으며, 10~14세로 구성된 40명의 미래세대 대표단도 포함됐다. 현재 우리나라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18년 대비 2035년까지 53~61%를 감축하는 범위형으로 설정돼 있다. 53%는 2050년 탄소중립까지 매년 동일한 수준으로 줄이는 선형 감축 방식이며, 61%는 초기 감축 비중을 높이는 방식이다. 공론화위원회 의견을 반영할 경우 2035년 NDC는 하한선인 53%보다 높은 수준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또한 2035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경로 역시 초기 감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공론화 결과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론화위원회가 처음부터 초기 감축에 답을 정하고 숙의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은 “1차 조사와 2차 조사 사이 일주일 만에 충분한 숙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수준으로는 탄소중립법 개정의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탄소 감축은 목표뿐 아니라 이를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도 같은 비중으로 다뤄져야 한다"며 “실효성 없는 목표는 산업 위축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계 의견이 시민대표단에 어떻게 제공됐는지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계가 공론화 과정에서 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공론화위원장은 공정성 논란에 대해 “후기 감축형 역시 비판이 있었지만,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답안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며 “공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위성곤 국회 기후특위 위원장은 “이번 공론조사는 위원회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했다"며 “숙의단 참여자들은 생업을 뒤로 하고 관련 논의를 숙의한 만큼 그 결과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은 “공론화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호르무즈 해협 ‘숨은 살인자’ 기뢰…설치는 쉬워도 제거는 어려워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중동의 핵심 해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태도 길어지고 있다. 더욱이 미군은 13일 오후 11시(한국시간)부터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모든 해상교통에 대한 봉쇄 조치를 시작하겠다고 밝혀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휴전 합의에 도달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린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이란이 설치한 해상 기뢰는 휴전 합의 후에도 선박 운항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미군도 소해 작전(기뢰 제거 작전)을 추진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 작전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둘 가능성은 있지만, 해협의 완전한 안전 확보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 사이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과 고비용 구조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뢰, '값싼 전략무기'의 위력 기뢰(Naval mine)는 수중에 설치된 자율 폭발 장치로, 군함이나 상선이 접근하면 폭발하도록 설계된 무기다. 단순한 접촉 방식부터 자기장·음향·수압을 감지하는 첨단 감응 방식까지 다양하다. 특히 이란이 보유한 '마함(Maham)' 시리즈 기뢰는 계류형과 해저형을 혼합해 운용되는데, 선박의 신호를 감지해 폭발하는 감응형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기뢰는 금속이 아닌 소재로 제작되거나 흡음 처리가 되어 탐지가 더욱 어렵다. 기뢰의 가장 큰 특징은 '비대칭성'이다. 수천 달러 수준으로 설치할 수 있는 무기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함대와 물류망을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교역의 '동맥'이 막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경로다. 이 해협이 기뢰 등으로 인해 봉쇄되면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보도에서 약 700척 이상의 선박이 해협 인근에 발이 묶여 있다면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화물이 이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유가 급등, 장기적으로는 물가 상승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캠벨대학교의 해운 전문가 살바토레 머코글리아노 교수는 “자유로운 항행이라는 '푸른 고속도로' 개념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해상 운송이 막히면 에너지뿐 아니라 곡물, 원자재, 공산품까지 영향을 받아 개발도상국의 빈곤율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 ◇미군의 개입: '항행의 자유' 확보를 위한 군사적 결단 상황이 악화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 시간), 이란에 해협 개방을 요구하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발표했다. 그는 “전 세계를 위해 해협 정리 작업을 시작한다"고 선언하며 군사 개입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미국 중부사령부는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프랭크 E. 피터슨함과 USS 마이클 머피함을 투입해 기뢰 제거를 위한 초기 작전에 착수했다. 이 작전은 이란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항행의 자유 작전' 성격을 띤다. 초기 단계에서는 구축함이 해역 통제와 위협 억제를 담당하고, 이후 수중 드론과 전문 소해 전력이 투입되는 구조다. ◇미군의 기뢰 제거 작전: 기술과 위험의 싸움 기뢰 제거는 군사 작전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위험한 분야로 꼽힌다. 미군은 수중 무인잠수정(ROV)과 소나 시스템을 활용해 기뢰를 탐지하고 제거한다. 고해상도 측면주사 소나는 해저의 미세한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으며, 일부 드론은 함정의 자기장과 소음을 모방해 기뢰를 유도 폭발시키기도 한다. 탐지된 기뢰는 폭약을 부착해 원격으로 제거하거나 직접 파괴한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복잡하다. 첫째, 이란의 군사적 위협이다. 혁명수비대는 미군 함정에 대해 경고를 발하며 무력 충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둘째, 정보의 부재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이란조차 기뢰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무작위 살포' 상태라고 전했다. 일부 기뢰는 해류·조류를 따라 이동해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셋째, 시간과 비용 문제다. 기뢰 하나를 제거하는 데 설치 비용의 수십~수백 배가 들고, 전체 해역을 정리하는 데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해협은 언제 열릴까: 제한적 정상화 가능성 전문가들은 미군이 일부 안전 항로를 확보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완전한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라시아 그룹의 헤닝 글로이스틴은 “해운사가 정상 운항을 재개하기까지 최소 두 달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기뢰 제거 이후에도 이란이 드론이나 미사일로 상선을 위협할 수 있어 위험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뢰 제거 작전'이 아니라, 해상 통제권과 비대칭 전력의 충돌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의 국방안보 전문가인 서호주대학교 제니퍼 파커 교수는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서 “실제로 해협의 통행이 재개되려면 무엇보다 실직적인 위협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란이 선박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약속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신뢰가 흔들렸고, 이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문제에 대해 파커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은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라 국제 해협으로 지정돼 있어 선박은 해협을 통과할 수 있는 통행권을 누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은 이러한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다른 전략적 수로에도 위험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사 속 기뢰 전쟁: 약자가 강자를 멈추는 무기 기뢰는 오랜 기간 '약자의 전략무기'로 활용되어 왔다. 미국 독립전쟁 시기인 1777년 데이비드 부시넬이 영국 함대를 공격하기 위해 폭약 통을 띄운 것이 기뢰의 시초로 평가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기아 작전(Operation Starvation)'을 통해 일본 주변 해역에 1만2000 발 이상의 기뢰를 설치했고, 약 650척의 선박을 침몰시키며 일본의 물류망을 마비시켰다. 한국전쟁에서도 기뢰의 위력은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난 2013년 조덕현 해군사관학교 교수가 고려대 학술잡지 '사총(史叢)'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북한은 1950년 8월부터 소련제 26형 계류 기뢰 2000발을 동해와 서해에 설치했다. 이에 따라 1950년 11월까지 유엔 함정 10척이 기뢰로 인해 침몰되거나 손상을 입는 피해가 발생했다. 1950년 원산 상륙작전 당시 북한이 설치한 구식 기뢰는 미군 함대의 접근을 일주일 이상 지연시켰다. 당시 미 해군은 “우리가 바다를 지배하고 있지만, 기뢰는 그렇지 않다"는 평가를 남겼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중 '탱커 전쟁'에서는 이란이 기뢰를 사용해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했고, 1988년 미 해군 구축함 USS 사무엘 B. 로버츠함이 기뢰에 의해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고 있는 이번 전쟁은 기뢰가 여전히 현대전에서 결정적인 전략 자산임을 보여준다. 값싸고 단순한 무기가 글로벌 경제와 군사 전략을 동시에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드론(무인기)과 마찬가지로 기뢰는 '보이지 않는 핵심 위협'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신호등] 호르무즈 사태, 인류의 석유중독을 드러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이 불러온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를 발생시켰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에너지 위기로 그치지 않고 있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질소 비료인 요소,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의 공급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산업과 농업, 식량 체계, 나아가 일상 생활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치솟는 자동차 연료비는 물론 종량제 쓰레기 봉지 품귀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이 사태는 우연이 아니다. 지난 80년 동안 인류가 구축해온 산업 문명의 구조적 취약성을 한순간에 드러낸 사건이다. 우리가 '성장'이라 부르며 쌓아올린 시스템, 편리함에 익숙해진 결과다. 그 중심에는 화석연료와 플라스틱, 질소 비료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자리하고 있다. ◇'대가속' 80년…수직 상승한 소비량 현대 문명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세기 중반 이후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호주국립대학교와 스톡홀름 회복력센터 소속 소속 윌 스테펀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5년 학술지 '인류세 리뷰(The Anthropocene Review)'에 발표한 논문 '인류세의 궤적: 대가속'에서 1950년 이후 인류 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실증적으로 제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에너지 소비, 비료 사용량, 물 사용량 등 거의 모든 지표가 1950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농경을 시작한 이래 지난 1만1000년 동안 큰 변화가 없다가 갑자기 수직 상승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대가속(大加速)'이라 불렀다. 또한 국제지구권-생물권 프로그램(IGBP)이 2004년 발표한 보고서와 2015년 스톡홀름 회복력센터의 '지구시스템 대시보드(Planetary Dashboard, 지구 행성 계기판)' 역시 동일한 결론을 제시한다. 즉, 인간 활동은 더 이상 점진적 변화가 아니라 지구 시스템 자체를 뒤흔드는 수준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전쟁과 인류세…인간이 닦은 기반 붕괴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산업화가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뒤흔드는 지질학적 전환으로 이어졌다. 스테펀 교수는 2011년 논문 '인류세: 전 지구적 변화에서 행성 차원의 관리로'에서 인간 활동이 기후, 생물다양성, 질소·탄소 순환을 지배하고 있고, 따라서 인류가 새로운 지질시대의 문을 열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새로운 지질시대가 '인류세(人類世)'다. 인류세는 인간이 단순히 자연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를 넘어, 지구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스테펀 연구팀은 더 나아가 2018년 미국 국립 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 시스템이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이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문명의 지속 가능성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인류세의 본질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에너지 공급을 끊고, 물류를 마비시켰고, 식량 생산 기반을 흔들었다.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산업 문명의 물질 순환 자체를 교란했다. 관련 기관들은 전 세계 원유와 LNG의 20~25%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글로벌 공급의 10% 이상이 즉각적으로 차질을 빚게 된다고 분석한다. 문제는 10%의 부족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 파장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증폭돼 큰 해일이 되고 있음을 인류는 목격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인류 사회가 전쟁이 하나로 무너질 수 있는 허약한 구조임을 드러낸 것이다. ◇화석연료 소비: 문명의 토대가 된 에너지 현대 사회는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지난달 보도에서 석유가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플라스틱·섬유·의약품·화학제품 등 6000여 종 이상의 제품의 원료라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에 따르면, 전체 화석에너지 소비는 1950년대에 비해 약 3배로 늘었다. 특히, 석유와 천연가스는 10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이러한 의존이 기후위기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는 2023년 제6차 평가보고서(AR6)에서 “인간 활동이 지구 온난화의 명백한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지금과 같은 온실가스 배출 경로를 유지할 경우 1.5℃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2023년 연설에서 “화석연료는 인간 생존과 양립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OUP)가 발행하는 기후변화 분야의 오픈액세스(Open Access) 학술지인 '옥스퍼드 오픈 기후변화(Oxford Open Climate Change)'에 발표된 논문에서 각국의 전문가들은 화석연료가 기후변화뿐 아니라 공중보건 위기, 생물다양성 붕괴, 화학 오염을 동시에 야기하는 '복합 위기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남용: 편리의 대가로 생태계 훼손 플라스틱은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산물이자, 현대 생활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플라스틱이 단순한 폐기물 문제가 아니라 지구 시스템을 교란하는 요소임을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약 200만 톤이었는데, 2022년에는 연간 약 4억 톤 이상으로 약 200배로 증가했다. 1950년 이후 총 생산량(누적생산량)은 90억 톤이 넘는데, 이 중 약 9%만 재활용됐다. 미국에 기반을 둔 비영리 공익 재단인 퓨 자선신탁(Pew Charitable Trusts)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이미 전체 플라스틱 오염의 약 13%를 차지하고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플랑크톤의 광합성을 방해해 탄소 흡수 기능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기후변화를 가속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체 영향도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연구들은 미세플라스틱이 혈액과 폐, 장, 심지어 뇌에서도 검출된다고 보고했다. 이제 플라스틱은 “전 생애주기에서 인간 건강에 해를 끼치는 위험 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질소 비료 중독: 취약해진 식량 시스템 현대 농업은 화석연료 기반 시스템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 등에 따르면 질소 비료 생산량은 1950년 약 1000만 톤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약 1억 5000만 톤 이상에 이른다. 15배로 증가한 셈이다. 질소 비료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는 하버-보슈 공정을 통해 생산되며, 전 세계 식량 생산의 약 절반이 이에 의존하고 있다. 대기 중 질소를 암모니아로 합성하는 데 천연가스에서 얻은 수소를 사용한다. 문제는 이 공급망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는 데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은 최근 보고서에서 요소 수출의 약 34%, 암모니아 교역의 약 23%가 해협 봉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료 가격 상승은 곧 식량 생산 감소로 이어진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최근 보도에서 식료품 가격이 최대 18%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질소 비료의 과잉 사용은 많은 문제를 낳았다. 스톡홀름 회복력센터의 요한 록스트룀 교수는 '행성 경계(Planetary Boundaries)' 연구에서 질소 순환이 이미 안전 한계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현재 인간이 인위적으로 생산하는 연간 약 1억5000만 톤의 암모니아 등 반응성 질소는 자연계에서 생성되는 것의 두 배가 넘는다. 그 결과 담수와 해양에서는 부(富)영양화와 녹조·적조가 발생하고, 저산소 수역인 '죽음의 구역'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대학교의 제임스 갤러웨이 교수는 “질소는 인류에게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환경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원소 중 하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세 가지 중독'이 만든 순환고리 화석연료는 에너지원이자 원료다. 그 원료는 플라스틱과 비료로 전환되고, 그 비료는 다시 식량을 만들고, 플라스틱은 생활용품과 공업 원료를 만든다. 즉, 현대 문명은 '에너지 → 화학 → 의식주'라는 단일 시스템 위에 구축되어 있다. 이 구조 속에서 화석연료와 플라스틱, 질소 비료는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순환 고리를 이룬다. 인류는 지난 80년 동안 값싼 화석연료에 의존해 성장했고, 플라스틱으로 생활의 편의를 극대화했으며, 비료로 농업 생산성을 끌어올렸다. 1950년 이후 인류의 화석연료와 질소 비료가 증가하고, 플라스틱 소비가 폭증한 것은 단순한 산업 성장의 결과가 아니라, 에너지·화학·식량이 결합된 '대가속' 구조의 산물이다. 톱니바퀴처럼 서로가 서로의 소비를 부추기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겪으면서 이런 구조가 위기를 맞았고,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특정 자원과 시스템에 중독되어 있는지를 드러나고 말았다. ◇탈중독 사회로의 전환 전략 수립 필요 미국과 이란 사이에 휴전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지금의 위기는 언젠가 끝날 것이다. 하지만 유조선의 통행료가 거론되는 만큼 전쟁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단순한 에너지 확보나 공급망 복원을 목표로 할 것 아니라 화석연료·플라스틱·비료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문명 대전환이 근본적 해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세 가지 중독(화석연료·플라스틱·질소 비료)을 끊는 것이 아니라, 의존도를 구조적으로 낮추고 시스템을 분산·순환형으로 전환하는 것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과 더불어 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일 필요가 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이미 비용 경쟁력을 확보했다. IEA는 2022년 보고서에서 효율 개선만으로도 2030년까지 에너지 수요의 약 30%를 줄일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플라스틱 남용에서 탈피하려면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보완 방향' 토론회에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플라스틱과 화석연료의 상호의존적인 구조를 지적했다. 중동발 공급 충격은 이런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라는 것이다. 홍 소장은 “탄소배출 저감, 공급망 관리, 미세플라스틱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며 “국내 시장에 출시되는 플라스틱 제품에 '플라스틱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질소 비료 문제는 식량 생산과 직결되기 때문에 가장 어렵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제임스 갤러웨이 교수는 2021년 '환경·자원 연례 리뷰'에 발표한 논문에서 질소 문제 해결을 위해 '효율 개선과 순환 회복'을 동시에 강조했다. 그는 △센서와 데이터 기반으로 비료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정밀 농업 △생물학적으로 질소를 고정하는 콩과(科)식물 활용 △가축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강화 등을 제시했다. 결국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 문명에서, 덜 의존하고 더 견디는 문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주말 다시 봄 날씨…낮 기온 올라

주말 낮 기온이 크게 오르며 봄 날씨가 나타나겠다. 10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11일은 전국이 대체로 맑겠고, 12일은 대체로 흐리겠다. 11일과 12일 전국 최저기온은 각각 5~12℃(도), 3~11도이며, 최고기온은 16~23도, 19~24도로 예보됐다. 서울은 11일 최고기온이 17도에서 12일 22도까지 오르겠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13일 아침에는 전남과 제주에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따뜻한 겨울의 역설…“벚꽃 빨리 피지만,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올해 서울의 벚꽃은 유난히 빨랐다. 지난달 29일 개화한 서울 벚꽃은 최근 30년 평균보다 열흘이나 앞당겨졌고, 관측 이래 다섯 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평년에는 2주 가까이 벌어졌던 서울과 제주의 개화 시점도 올해는 단 하루로 좁혀졌다. 기후변화로 겨울과 봄 기온이 과거보다 상승한데다 봄에 접어들면서 기온이 빠르게 오른 때문이다. 봄이 빨라진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뜻해질수록 꽃이 빨리 필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겨울이 충분히 춥지 않으면 벚꽃은 오히려 늦게 피거나 제대로 피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추위가 부족하면 꽃이 안 핀다" 이 같은 역설을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논문이 최근 '국제 생물기상학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Biometeorology)'에 게재됐다. 일본 산림종합연구소 규슈 연구센터와 미국 보스턴대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는 일본 남부 가고시마와 중부 지역을 대상으로 도쿄 벚나무(소메이요시노)의 개화 과정을 비교·분석했다. 연구에서는 1965~2024년 사이 약 60년간의 장기 관측 자료와 최근 현장 조사 데이터를 결합했다. 그 결과, 겨울철 기온 상승이 벚꽃 개화에 단순히 '앞당김 효과'를 주는 것이 아니라 개화 자체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벚꽃 개화는 두 단계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먼저 겨울 동안 충분한 추위를 겪어야 하는 저온 요구도(winter chilling requirement)가 필요하고, 이후 봄철 따뜻한 기온이 누적되는 가온량(heat requirement)이 쌓여야 꽃이 핀다. 꽃이 피려면 '일정량' 이상의 추위를 겪어야 하고, 그 이후에는 일정량 이상의 따뜻한 날씨를 겪어야 한다는 얘기다. 연구에 따르면 겨울 추위의 총량을 나타내는 누적 저온 단위(cCU)가 약 1500 이하로 떨어지면 개화 과정에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특히 1000 이하로 낮아질 경우, 꽃눈 발달 자체가 크게 저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cCU 값을 계산하는 방법은, 5°C에서 1시간은 +1을, 10°C에서 1시간은 +0.5를, 18°C에서 1시간은 -0.5으로 계산해 누적하는 식이다. ◇“만개 없는 개화"…벚꽃 축제를 위협하다 가장 주목되는 현상은 이른바 '만개 없는 개화(flowering without full bloom)'다. 겨울이 따뜻해 저온 요구도가 충족되지 않으면 꽃이 한꺼번에 피지 않고 듬성듬성 개화하고, 개화 시기가 길게 늘어지면서 절정기에도 꽃의 밀도가 낮아진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이 일본 남부 지역에서 이미 관찰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개화가 최대 수 주 이상 지연되거나 꽃눈이 아예 탈락하는 사례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생태 변화가 아니라 문화와 경제의 문제로 이어진다. 일본의 벚꽃 축제(하나미)는 '짧은 기간 동안 일제히 만개하는 장관'을 전제로 하는데, 개화 동시성이 무너지면 축제 자체의 성립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일본은 교토를 중심으로 1000년 이상 벚꽃 만개 시기를 기록해온 세계에서 가장 긴 생물계절학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장기 기록은 최근 수십 년간 개화 시기가 빠르게 앞당겨졌음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남부 지역에서는 정반대의 현상—개화 지연과 불완전 개화—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기후 변화 초기에는 '앞당김', 이후에는 '붕괴'라는 두 단계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연구도 같은 방향 가리킨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이미 확인되고 있다. 건국대 지리학과 최영은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23년 학술지 '기후연구'에 발표한 논문에서 1973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16개 관측소 자료를 분석해, 벚꽃 개화 시기가 10년당 약 2.3일씩 앞당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연구는 특히 벚꽃 개화가 단순히 봄철 기온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겨울 냉각량(저온 요구도)과 봄철 가온량이 결합된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일본 연구와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한국 역시 같은 경로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이상돈 교수의 2020년 국제학술지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에 발표한 논문도 주목된다. 연구는 100년 가까운 관측 자료와 기후 시나리오를 결합해, 기후 변화가 식물의 생물계절 자체를 재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단순히 꽃이 피는 시기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개화 시기의 지역 간 차이 축소 △개화 동시성 붕괴 △계절 리듬의 구조적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미래 상황 달라질 듯 이러한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한국에서는 지역별로 상이한 미래가 예상된다. 현재까지는 서울을 포함한 중부 지역에서는 봄 기온 상승 효과로 개화가 빨라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러나 제주도와 남해안은 상황이 다르다. 겨울 기온이 이미 높고 해양 영향으로 냉각량이 부족해지기 쉬운 지역이라는 점에서 일본 가고시마 등 남부 지역과 유사한 조건을 갖는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더 진행될 경우 이들 지역에서는 벚꽃이 존재하더라도 '만개 경관'을 형성하지 못해 축제 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을 지적한다. 유엔환경계획(UNEP)는 지난 2022년 2월 '2022 프린티어 보고서'를 통해 인류를 위협하는 환경 위협으로 세 가지를 지목했는데, 그 중 하나가 '깨지는 자연 생태계 리듬'이었다. UNEP는 “생물계절학적 변화는 단순히 꽃이 피는 시기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과 곤충, 수분 과정, 생태계 상호작용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벚나무 품종 교체로 해결이 될까 일본 연구팀은 저온 요구도가 낮은 벚나무 품종을 도입하는 등 적응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는 한 벚꽃 개화의 안정성도, 축제의 지속 가능성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일본에서 이미 시작된 변화가 제주도나 남해안 등 한국 남부에서도 나타난다면, '봄의 축제' 대명사인 벚꽃 축제는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리고 벚꽃 축제가 사라진 빈 자리는 기후 위기의 상징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유해중금속 수은 함유 치과 아말감 폐기물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

해양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고래와 돌고래 등 해양 포유류에서 수은 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 전 지구적 수은 오염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유럽 연안의 상괭이를 대상으로 한 장기 조사에서는 간 내 수은 농도가 수십 년간 꾸준히 상승해 면역 기능 저하와 감염 위험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은은 대기 중으로 배출된 뒤 장거리 이동을 거쳐 해양으로 유입되는 특성이 있어 석탄 연소 등 산업 활동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실제로 태평양 어류에서 검출되는 수은의 상당 부분이 대기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기 배출 못지않게 일상적인 생활·의료 활동에서 발생하는 '비가시적 수은 오염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치과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말감 폐기물이다. ◇“치과 진료실에서 바다로" 이 같은 문제의식은 최근 국내 연구를 통해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됐다. 영남대 의대 치과학교실 강소희 교수팀은 최근 '대한구강보건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국내 치과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은 배출량을 최초로 정량화했다. 연구팀은 2014~2018년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 데이터와 실제 아말감 무게 측정값(아말감 1개 평균 무게 0.2g, 수은 함유량 50%)을 결합해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매년 약 93.4kg의 수은이 아말감 제거 과정에서 환경으로 방출되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수은이 포함된 형광등 900만 개에서 최대 1800만 개를 매년 폐기하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문제는 이 수은이 대부분 별도의 처리 없이 배출된다는 점이다. 현재 치과에서 제거된 아말감은 미세 입자로 분해돼 하수로 흘러들어가거나, 일반 의료폐기물과 혼합돼 소각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수은은 대기 중으로 다시 확산되거나, 수계로 유입돼 메틸수은으로 전환된 뒤 먹이사슬을 따라 축적된다. 결국 인간의 식탁으로 되돌아오는 구조다. ◇수은, 인체와 생태계에 '지속적 독성' 수은은 대표적인 잔류성 중금속으로,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고 생물 농축을 통해 점점 농도가 높아지는 특성을 가진다. 특히 유기수은인 메틸수은 형태로 전환될 경우 신경독성이 매우 강해 중추신경계 손상을 유발하며, 태아와 영유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성인의 경우에도 심혈관계 질환, 면역 기능 저하, 발암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치과용 아말감은 금속 수은이 은·주석 등과 결합된 합금 형태(수은이 약 50% 차지)로 존재하는데, 대부분 고체 상태로 안정화되어 있다.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극미량의 수은 증기가 방출될 수 있으나, 현재까지의 의학적 평가에서는 건강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말감에서 떨어져 나온 금속 수은은 체내에서 일부가 무기 수은으로 전환될 수 있지만, 이 역시 통상적인 노출 수준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말감 조각을 삼키는 경우에도 대부분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기 때문에 건강 위험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아말감 폐기물이 환경으로 방출되면 미생물 작용으로 메틸수은으로 전환되고, 먹이사슬을 따라 농축되어 인체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수은 관리 정책은 뚜렷한 불균형을 보인다. 정부는 미나마타 협약 이행의 일환으로 수은 함유 의료기기 관리에는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22년부터 수은 체온계와 혈압계 사용이 전면 금지됐고, 환경부는 '거점 수거' 방식으로 폐기물을 회수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개별 처리 시 건당 약 200만 원에 달하던 폐기 비용을 약 7만 원 수준으로 낮추며, 최대 96%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치과용 아말감 폐기물은 이러한 체계에서 사실상 제외돼 있다. 형광등이나 배터리처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로 관리되지도 않고, 별도의 분리 배출 기준이나 회수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다. 연구팀은 “치과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은이 상당량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제도적 관리가 전무한 상태"라며 “명백한 환경 관리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사용 줄었지만 배출은 계속"…2030년대까지 위험 지속 일각에서는 아말감 사용이 줄고 있다는 점을 들어 문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실제로 국내 아말감 사용량은 감소 추세에 있다. 그러나 이미 시술된 아말감의 평균 수명이 약 10년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상당 기간 제거 작업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즉, 사용은 줄어도 '배출'은 오히려 장기간 이어지는 구조다. 연구팀은 “2030년대까지도 아말감 제거로 인한 수은 배출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관리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누적 오염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사회는 이미 보다 강력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나마타 협약 당사국들은 최근 회의에서 2034년까지 치과용 아말감 사용을 전면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유럽연합(EU)은 어린이와 임산부에 대한 아말감 사용을 금지했고,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치과에 수은 회수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반면 한국은 사용 저감 정책은 일부 진행됐지만, 폐기 단계 관리에서는 여전히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해결 위해 “분리·회수·교육" 3축 필요 전문가들은 아말감 수은 오염을 줄이기 위한 해법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치과에서 제거된 아말감을 일반 폐기물과 분리하도록 하는 법적 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하수로 유입되는 미세 입자를 95% 이상 포집할 수 있는 아말감 분리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강력히 권장해야 한다. 셋째, 의료진을 대상으로 수은 노출 위험과 폐기물 처리 방법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의료기기에서 성공을 거둔 '거점 수거' 모델을 아말감에도 적용하는 방안도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간과돼 온 치과 진료실 내 수은 배출을 정량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미나마타 협약의 실질적 이행은 눈에 보이는 산업 배출뿐 아니라, 일상 속 미세 배출원까지 관리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미나마타협약 수은과 그 화합물이 인체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마련된 국제 협약이다. 이 협약은 일본의 미나마타병 사건을 계기로 수은 오염의 위험성이 전 세계적으로 인식되면서 추진됐는데, 2013년에 채택되고 2017년에 발효됐다. 협약의 핵심 목적은 수은의 전 생애주기, 즉 채굴·사용·배출·폐기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각국은 수은 채굴을 제한하고, 수은을 포함한 제품과 공정의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거나 금지하며, 대기와 수질로 배출되는 수은을 감축해야 한다. 특히 치과용 아말감과 같은 수은 함유 제품에 대해서는 사용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단계적 감축(phase-down)'을 기본 원칙으로 하되, 최근에는 일부 분야에서 '단계적 퇴출(phase-out)'로 강화되는 추세다. 한국은 2014년에 협약에 서명하고 이후 비준을 완료했으며, 수은 함유 의료기기 사용 금지과 배출 관리 강화 등 국내 이행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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