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12차 전기본, 2040년 재생에너지 236GW 제시…태양광 비중 70% 이상

정부가 오는 2040년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자가용 태양광까지 포함해 236기가와트(GW) 수준으로 확대하는 전망을 제시했다. 지난해 사업용 기준 37GW였던 재생에너지 설비를 2040년 6배 가량 더 많은 220GW까지 늘리고 여기에 자가용 태양광 16GW를 추가한다. 단기적으로 태양광 보급을 빠르게 확대하고 2030년 이후에는 해상풍력을 대규모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26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재생에너지 보급 전망 공개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사업용 재생에너지 설비를 2030년 100GW, 2035년 163GW, 2040년 220GW까지 확대하는 전망을 제시했다. 사업용과 별도로 집계하는 자가용 태양광은 같은 기간 각각 8GW, 12GW, 16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합산하면 전체 재생에너지 설비는 2030년 108GW, 2035년 175GW, 2040년 236GW 수준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재생에서지 보급 전망을 선제적으로 발표하고 원전을 포함한 전체 발전원에 대한 계획은 추후에 발표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중심은 태양광이다. 사업용 태양광은 지난해 31GW에서 2030년 87GW, 2035년 122GW, 2040년 155GW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자가용 태양광 16GW까지 더하면 2040년 태양광 설비는 약 171GW에 달해 전체 재생에너지 설비의 7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정부는 사업용 태양광의 2040년 시장잠재량을 271GW로 산정했다.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일반부지와 수상, 건물 등 사업 가능한 입지를 분석했다. 정부는 2030년 사업용 태양광 87GW를 조기에 달성한 뒤 보급 추세를 이어가 2040년 155GW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위해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공공입지와 햇빛소득마을 등 우수입지를 조기에 활용하고 인허가 기간 단축과 전력망·에너지저장장치(ESS) 확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격거리 완화, 초대형 사업, 영농형 태양광, 신규 산업단지와 공장지붕 등을 활용해 2030년 이후 필요한 입지도 지속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2030년 이후에는 풍력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육상풍력은 2025년 2.1GW에서 2030년 6.1GW, 2035년 12GW, 2040년 15.5GW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해상풍력의 증가 폭이 크다. 현재 0.4GW 수준인 해상풍력을 2030년 3.1GW에서 2035년 25GW, 2040년 45GW까지 확대한다. 기존 허가사업 24.6GW와 신규 계획입지 20GW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오는 2029년부터 계획입지 입찰을 시작하고 2036년 이후에는 준공을 가속해 계획입지 물량을 연간 4GW씩 보급한다는 구상이다. 정부 주도의 발전지구 지정과 인허가 의제처리, 지원항만과 전용 설치선박 확충 등도 추진한다. 기후부는 향후 재생에너지 보급 전망을 추가로 조정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부는 지난달 재생에너지법 시행령을 재입법예고하면서 태양광 발전설비의 도로 이격거리 상한을 기존 입법예고안의 100m에서 0m로 조정했다. 태양광을 설치하려면 도로로부터 100m 이상 거리를 둬서 설치해야 했으나 도로 바로 옆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주택 이격거리 상한은 200m를 유지했다. 이번 12차 전기본 전망에는 변경된 이격거리 기준을 토대로 시장잠재량을 다시 산정한 결과가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는 시장잠재량 재산정부터 보급 전망과 계통 검토, 다른 발전설비 계획 변경까지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관련 효과를 13차 전기본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격거리 규제 완화가 오는 9월 시행되더라도 개발계획과 발전사업 허가, 실제 설치까지 시차가 발생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정부는 이번 공개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검토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재생에너지 보급 전망에 추가로 반영할 방침이다. 단기적으로는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공급을 빠르게 늘리고 중장기적으로 대규모 풍력 보급 기반을 구축해 2030년 100GW, 2035년 발전비중 30%를 넘어 2040년까지 증가하는 전력수요를 재생에너지로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헌법불합치’ 탄소중립법, 2년만에 개정안 통과…구체적 감축경로 추가

헌법재판소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공백을 지적하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2년 만에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구체적인 감축 경로가 법률에 명시되면서 헌재의 결정이 반영됐다. 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024년 8월 헌재가 “현행법이 2030년 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만 규정하고 2031~2049년 감축 경로를 비워둔 것은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며 내린 헌법불합치 결정의 후속 입법이다. 개정안은 2031년부터 2049년까지 5년 단위의 중장기 감축 경로를 2018년 순배출량 대비 '범위형'으로 명시했다. 법안에 따르면 2035년 53~61%, 2040년 69~80%, 2045년 84~90% 수준이며, 이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목표를 정하도록 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감축 방식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성과 미래세대 보호를 위해 초기에 감축을 집중하는 '오목형 경로'를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제조업 등 산업계 부담과 국가 경쟁력을 감안해 매년 균등한 수준으로 감축하는 '선형 경로'나 유연한 목표 설정을 주장했다. 결국 여야는 두 입장을 절충해 상·하한을 둔 범위형 목표를 법률에 담는 방식으로 합의점을 도출했다. 법안은 통과됐으나 감축 기준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은 감축 목표의 하한선이 매년 일정한 비율을 감축하는 선형 경로로 설계돼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에 한계가 있고 후반부 세대에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이날 “헌재 역시 미래세대에게 짐을 떠넘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국회 공론화에서도 국민 10명 중 8명이 '초기에 더 많이 줄이자'고 답했다" 며 “그럼에도 이번 개정안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안"이라고 비판했다. 탄소중립법의 헌법소원을 청구했던 기후소송단 역시 “국회를 통과한 탄소중립법 개정안은 헌재 결정에 전혀 부합하지 못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국회는 초기에 더 빠르게 감축하는 경로만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탄소중립법을 조속히 재개정하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그야말로 위기 속의 단비”…산업계, 지역별 전기요금제 대환영

산업계가 '산업용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에 대환영 의사를 밝혔다. 특히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업계에는 이번 제도를 위기 극복을 위한 '단비'로 평가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은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개된 설계안에 따르면 지역별 요금제는 송전망 구조와 전력 흐름에 따라 전국을 4개 광역권으로 구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다. 할인 폭은 킬로와트시(kWh)당 △영·호남 중심의 남부권 13~18원(최대 10%) △중부권 10~15원 △수도권 북부 6~10원 △수도권 남부 0~1원 등이다. 산업계는 지역별 요금제 도입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민석 대한상공회의소 센터장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처럼 이미 지방에 자리 잡은 업종은 즉각적인 원가 경쟁력 개선을,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정처럼 신규 투자를 고민하는 업종인 입지 결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역별 요금제의 조속한 시행을 요청했다. 김재훈 한국화학산업협회 본부장 역시 “석유화학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별 요금제는 단비와 같은 제도"라며 “현재 업계 상황이 원체 어려운 만큼 연내 가급적 빨리 시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역별 요금제는 실제로 전력 생산량이 많거나 지방소멸 위기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지역의 요금은 낮춰 기업의 지방 투자를 유치하고, 전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기후부는 제도 도입에 따라 산업용 요금부담 감소액을 약 2조8000억원 내외로 예상했다. 지역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재무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지역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로 한전의 재정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전의 총부채가 21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유수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전의 부채와 재정적자가 심각하게 누적된 상황에서 지역별 요금제로 이를 더 가중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기업 이전을 유도하는 것이 목표라면 전기요금 인하보다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법인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통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 지역별 요금제에 따른 한전 손해를 완화하기 위해 전력소매시장뿐만 아니라 도매시장도 분리된다. 도매시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뉘며, 지역별 가격제 도입을 통해서 지역의 전력도매가격(SMP)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한전은 소매요금을 낮추는 데 따른 비용을 일부 보전할 수 있다. 한전 측에서는 송전망 추가 건설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지역별 요금제를 통해 전력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우기 한전 기획부사장은 “수도권에서는 비싼 발전기가 가동되고 비수도권에서는 발전기가 멈춰 서 있는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할 때"며 “밀양 송전탑 갈등이 장거리 송전망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듯, 지역별 요금제는 지역 내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산지소형' 분산 전력망을 완성하는 핵심 열쇠"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청정열’ 속도내는 지역난방公, 중부발전과 배출수 미활용열 재활용 협력

지역난방공사가 탄소 감축을 위해 청정열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사장 하동근) 중앙지사는 26일 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와 '서울복합발전소 발전용수 재이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서울복합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뜨거운 배출수를 폐수로 처리하는 대신 지역난방 계통수로 재이용해 탄소 배출과 비용을 저감하기 위해 추진됐다. 그동안 고온의 발전소 배출수는 냉각수로 온도를 낮춘 후 폐수처리장으로 보내졌다. 앞으로는 양 기관이 설비를 개선해 지역난방열로 직접 회수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이번 협약으로 한난은 무탄소 미활용열을 확보하고, 중부발전은 배출수 폐수처리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난은 미활용열을 확보함으로써 연간 102톤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난과 중부발전이 협업을 통해 인근 지역에 난방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기관 간 지속적인 협력 강화로 정부 정책과 지역 사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난은 지난 4월 취임한 하동근 사장 체제에서 청정열 생산을 통한 탄소 감축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 사장은 환경교육센터 이사장, 판교생태학습원 원장, 환경운동연합 중앙위원 등을 지내 첫 환경단체 출신이다. 지난 7월에는 한난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주택 열에너지 탈탄소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동주택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역난방과 신재생 열원을 연계한 열공급모델의 개발 및 실증 추진 △공동주택 히트펌프 설치 관련 기술개발(R&D), 공유 및 기술기준 개선 추진 △신규 택지개발 시 저탄소 집단에너지 공급모델 발굴 △관련 법령 및 제도 개선사항에 협력할 계획이다. 하동근 사장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버려지는 열을 난방에 다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열에너지의 탈탄소화라는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사례"라며 “향후에도 중부발전 등 발전사와 지속적인 협력을 통하여 열에너지의 탈탄소화를 적극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영·호남 산업용 전기료 최대 10% 깎아준다…지역별 요금제 연내 도입 추진

정부가 영·호남지역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대 10% 할인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전기를 많이 생산하는 지역과 지방소멸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지역의 요금을 더 낮춰 기업의 지방 투자를 유도하고 전력 생산과 소비의 지역 간 불균형을 완화한다는 구상이다. 26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은 서울 영등포구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공청회를 개최하고 지역별 요금제 설계안을 공개했다. 설계안은 전국을 송전망 구조와 전력 흐름에 따라 수도권 북부와 수도권 남부, 중부권, 남부권 등 4개 광역권으로 구분한다. 할인 폭은 영·호남이 포함된 남부권이 가장 크다. 남부권은 킬로와트시(kWh)당 약 13~18원, 강원·충청 등이 포함된 중부권은 약 10~15원을 할인한다.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북부는 약 6~10원을 낮추고 전력 소비가 집중된 수도권 남부는 약 0~1원으로 할인 폭이 가장 작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대략 kWh당 180원 정도인 만큼 남부권은 최대 10% 할인되는 셈이다. 산업별로는 지방에 공장이 있으면서 전력 사용이 많은 철강, 화학 기업들이 가장 큰 할인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업은 전력 사용이 가장 많지만 대부분 수도권에 공장이 있어 할인혜택이 크지 않다. 반면 현대제철(당진), 포스코(포항·광양), 에쓰오일(울산), LG화학(여수·대산·오창·울산) 등 철강, 화학 기업들은 중부권과 남부권에 위치해 있어 요금 할인혜택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증권은 2025년 약 97억kWh의 전력을 사용한 현대제철의 경우 연간 최대 1450억원의 전기료 절감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지역별 할인액을 결정하는 기준은 전력자급률과 균형성장, 송전비용 등 세 가지다. 우선 해당 지역에서 필요한 전기를 자체적으로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전력자급률이 높을수록 kWh당 최대 8원을 할인한다. 전기를 많이 생산하는 지역에서 소비도 늘려 장거리 송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할인도 적용한다. 서울과의 거리와 인구, 경제·사회 여건 등을 반영한 행정안전부의 '지방우대지수'를 활용해 인구소멸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지역에는 최대 6원을 추가로 낮춰준다. 여기에 지역별 전력망 이용 정도에 따른 송전비용을 반영해 최대 5원을 할인한다. 정부는 지방우대지수를 추가로 검토한 뒤 같은 광역권 안에서도 지역을 세분화해 최종 할인 폭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같은 영·호남이나 충청권 안에서도 지역 여건에 따라 실제 적용되는 할인액에는 차이가 날 수 있다. 지방우대지수는 서울과의 거리뿐 아니라 인구와 경제·사회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요금 할인은 현행 전기요금 체계에 별도의 '지역별 조정 요금'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 등에 지역별 조정 요금을 추가해 최종 요금을 산정한다. 정부와 한전은 지역별 요금제가 시행되면 지방 기업의 생산비 부담이 줄고 전력 사용량이 많은 기업의 지방 투자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첨단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함께 장거리 송전망 건설에 필요한 비용과 지역 간 갈등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한다. 기후부는 제도 도입에 따른 산업용 요금부담 감소액을 약 2조8000억원 내외로 전망했다. 이만큼 한전 수익은 감소하는 만큼 그 전력도매시장의 지역별 가격제 도입을 통해서 지역의 전력도매가격(SMP)를 낮춰 수익 감소분을 줄일 계획이다. 도매시장 지역별 가격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분리해서 진행한다. 정부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요금제 설계안을 보완하고, 행안부의 지방우대지수가 확정되는 대로 세부 지역 구분과 할인 수준을 확정해 연내 제도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둘러싼 논점들

정부가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전력이 부족한 수도권의 가격은 올리고, 발전소가 몰린 지방의 가격은 낮춰 기업 이전을 유도하고 송전망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얼핏 보면 에너지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원론적 이야기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요금제 설계는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수요공급 메카니즘과 가격결정 원칙과 거리가 멀다. 도매가격 산정의 불투명성, 지역 구분의 임의성, 정산조정계수의 형평성, 송전망 건설 책임의 공백. 이 네 가지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역요금제는 '정치요금'으로 전락할 것이다. 첫째, 도매가격 선정이 불투명하다. 현행 도매시장은 가격을 시장이 아니라 행정이 만든다. 발전사를 변동비 순서로 계통한계가격(SMP)이 정해지는 변동비만을 기반하여 만든 한시적인 CBP 구조이고 강제풀 시장이다. 현재 SMP는 전국 단일가격이라 계통 혼잡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진짜 시장이라면 조류 분석을 통한 도매 지역 구분을 통하여 노드별 가격제를 채택해야 한다. 수요 공급의 구역이 어딘지 도매시장의 입장에서 명백한 구분이 필요하고 그러한 기반으로 지역의 도매 가격이 결정되어야 한다. 실제 최종 정산을 좌우하는 것은 정산조정계수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원전과 석탄 같은 저비용 전원은 SMP보다 훨씬 낮은 단가로 정산되는 등, 거래 가격과 정산 가격이 이원화된 구조를 소비자는 알 수 없다. 산정 근거와 산출 데이터가 제대로 공개된 적이 없다. LMP 전환 역시 같은 우려를 낳는다. 가격 산정 로직과 시뮬레이션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지역 간 가격 차이는 논쟁과 갈등의 빌미가 될 뿐이다. 둘째, 소매 지역 구분이 임의적이다. 애초 수도권·비수도권·제주의 3분할 방안이 반발에 부딪히자, 급하게 인천을 경기북부로 묶고, 경기 남부는 가장 비싼 지역으로 따로 분리해 내고, 강원과 충청을 묶고, 영호남을 묶는 정치적 묘수를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그럴 만하다. 전력 자립도가 천차만별인 지역을 하나로 묶는 논리적 기준이 없다. 정부는 권역을 잘게 쪼개면 그 이유가 있어야 하고 현행 4권력 방식도 논리가 있어야 한다. 행정 구분은 전력의 조류 분석과 아무 상관이 없고 소매 시장도 전기의 수요공급과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어떤 원칙으로, 몇 개 권역으로 나눌 것인가. 계통 혼잡도, 전력 자립도, 지방 낙후도 등을 고려 했다지만 여전히 그 차별화는 지역을 설득하기에도 부족하고 전력만으로 지역 이전을 강요하는 인센티브로도 여전히 미약하다. 셋째, 정산조정계수의 형평성이 의문이다. 이 계수는 애초 저비용 발전원의 과도한 이익을 제한하려던 장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발전사별로 다른 계수가 적용돼 '같은 전기를 생산하고도 다른 가격'을 받는 구조가 고착됐고, 연 1회 행정적으로 결정되는 과정의 공정성은 계속 지적되어 왔다. 한전의 발전자회사가 한 개로 통합되면 막강한 발전사의 사업에 정산조정계수를 통하여 안전판 위에서 몸집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비용인상은 모조리 사횢거 비용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피해보는 몇몇 민간 LNG 발전사는 계수 적용 대상에서 빠져 LMP 도입 시 도매가격 하락을 수익성 악화로 그대로 맞을 처지다. 시장원리에 따라 각자 정산받게 하려면 그 전제인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이 먼저다. 넷째, 송전망 미건설의 책임 공백이다. 지역요금제의 존재 이유는 송전 혼잡이다. 그런데 우리의 혼잡 상당 부분은 자연이 아니라 정책 실패의 결과다. 주요 송전선로 31곳 중 26곳 건설이 지연됐고 동해안의 석탄과 남해안의 재생에너지는 송전혼잡의 피해자가 되기 일보 직전이다. 한전은 송전망 독점 사업자다. 그런데 송전망 건설사업은 주민들의 반대로 절반 이상이 지연되고 있다. 지역에 발전소가 있지만 송전망도 지방을 지나간다. 주민 수용성 갈등을 방치해온 정부·한전의 책임은 묻지 않은 채, 요금 차등으로 혼잡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책임의 역전이다. 송전망 적기 건설을 위한 보상·협의 제도 개선을 지역요금제 도입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송전망 건설의 비용은 결국 혼잡 비용에서 나와야 하고 그 비용은 송전망 혜택을 보는 수도권 소비자이어야 할 것이다. 건설 미비의 책임과 미비의 혜택이 불균등한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도 않고 정치권이 책임져야할 것을 방기한 상황이다. 지역요금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AI 전력수요 급증이 맞물린 전환의 시대에 꼭 필요한 제도다. 시장 감시 기구의 독립성 강화 역시 이 투명성의 전제 조건이다. 다만 이 네 가지 흠결을 안고 출발해서는 안 된다. 가격 산정의 투명성, 권역 설정의 과학성, 정산의 공정성, 그리고 송전망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담보될 때, 지역요금제는 비로소 국토 균형과 에너지 정의를 함께 실현하는 미래의 제도가 될 것이다. 에너지는 정치의 도구화 되고 정치적 비합리적 요금 체계의 개편은 미래 소비자의 부담일 뿐이다. 조홍종

김성환 기후부장관 “산업 경쟁력 위해 산업용 전기료 인하 필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정부는 오늘 수도권 이외 지역의 산업용 요금 인하를 골자로 하는 지역별 전기요금제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김 장관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책질의에서 산업용 전기료 지역요금제 개편안에 대해 “송전비용과 전력자립도, 지역균형지수를 고려하고 (제조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한 지역별 유인효과를 고려해 전기료 체계를 확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후부는 26일 킬로와트시(kWh)당 182원가량인 현행 산업용 전기료를 지역별로 인하하는 요금제 개편안에 대해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개편안은 전국을 수도권 북부와 남부, 중부권, 남부권으로 나누고 수도권 이외 지역의 요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짜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산업용 요금을 싸게 해 산업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 텍사스 주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kWh당 80원, 중국은 평균 120원가량으로 책정하고 있어 제조업 경쟁국인 한국이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허성무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높은 산업용 전기요금 때문에 주요 제조업 국가들과 경쟁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질의했다. 이에 김 장관은 “전기료 인하가 쉽지 않지만 산업 경쟁력을 위해 산업용 전기료 인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날 예결위 질의에서는 행안부의 지방우대지수를 권역 내에서 세부적으로 차등 부여하는 과정에서 공장들이 몰려 있는 국가산업단지와 도시 지역이 불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울러 친환경·저탄소 공정을 도입한 공장에 전기료를 추가 감면해주고, 소매 전기요금도 송전비용과 전력자급률 등을 반영해서 매겨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공청회에 관해 김 장관은 “기후부가 생각한 안을 발표하고, 해당 지역별 기업들의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행정안전부가 준비 중인 지역우대지수 적용까지 포함해서 개편안을 최종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李정부 ‘기후·에너지’ 점검…“1년차 기틀 마련, 2년차는 실행의 시간”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그 동안의 기후·에너지·환경 분야의 정책 성과를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향후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25일 열렸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국회 박지혜·서왕진·안호영 의원과 한국기후변화학회(학회장 송영일)·한국환경정책학회(학회장 송영일)·혜화포럼(대표 안병옥)이 공동 주최했다. 이 자리에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과 이창훈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주최측은 “지난 1년간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을 포함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 탄소중립 경제구조 개혁 등의 틀을 세웠지만, 이제는 방향 설정을 넘어 국민과 산업 현장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의 결실을 보아야 할 때라고 판단해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은 기틀을 마련한 시간" 주제발표에 나선 추장민 한국환경연구원(KEI) 명예연구위원은 “이재명 정부 1년 차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을 포함한 42개 법률의 제·개정과 주요 국정과제 설계를 완성하면서, 기후·환경·에너지 통합 행정 체계의 제도적 기반을 다진 '기틀 마련의 시간'이었다"고 요약했다. 또, 예산 규모는 전년 대비 9.9% 증가한 19조 1662억 원으로 확대돼 실행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기후부 예산 중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분야 투자가 36.4% 대폭 확대된 것에 비해, 대기환경 예산은 오히려 16.5% 감소하는 등 정책적 무게중심의 뚜렷한 이동이 포착됐다고 지적했다. 언론 보도 사이트인 '빅카인즈' 데이터 분석 결과에서도 기후·에너지 정책이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등 특정 산업·에너지 과제에 다소 과밀하게 편중된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추 위원은 “향후 2년 차에는 기후적응, 순환경제, 생물다양성 등 전통적 환경 정책과의 적절한 균형을 확보하고, 3대 메가프로젝트와 같은 거대 수요 변수와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정밀한 정책 조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2년 차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실행의 시간' 두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도 이재명 정부 2년 차에 거는 기대를 드러냈다. 윤 원장은 “이재명 정부 2년차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재생에너지 100GW(기가와트) 보급 목표를 실제 가시적인 온실가스 감축 성과로 이끌어내야 하는 본격적인 '실행의 시간'"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에너지 정책 또한 단순히 설비를 무제한 확충하는 기존의 공급 중심 관성에서 탈피해, 수요관리와 전력 계통의 유연성 강화를 최우선 전제로 삼아야 한다"면서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 산업의 대규모 전력수요 증가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공공성과 계통 비용을 평가해 관리 대안으로 작동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원장은 이를 위해 △수요관리 등 강화 △분산에너지 특별법 보완 △전력감독원 설립 완수 △재생에너지 보급 가속 △기후시민회의 의제 확장 △기후환경정책 균형 확보 등 새 정부 기구의 권한과 데이터 환류 체계를 실질화하는 6대 우선 과제를 강력히 제안했다. ◇'기후적응형 생태복원' 체계 강화를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고재경 경기연구원 초빙선임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와 송전망 공급을 무한히 늘리는 물리적 대안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수요반응과 주거 효율 개선 등 수요 관리를 핵심 전환 자원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역 중심의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사업이 실행될 수 있도록 재정과 권한을 지자체로 적극 이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찬 서울시립대 교수는 “개별적으로 산재한 자연환경 보전 정책을 국가 자연자산 관리라는 하나의 유기적인 순환적 통합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특히 “보호지역 면적 확대(30×30)라는 양적 성과에만 안주하지 말고, 기후변화 속에서도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연결성이 유지되도록 국토 공간전달체계를 연계한 '기후적응형 생태복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복 이투뉴스 선임기자는 정부의 에너지 대전환 자평을 두고 “선결 개혁과 철학, 전략이 결여된 관치이자 공급자 중심의 퇴행적 전환"이라면서 “경직된 원전 증설과 수도권 일극 전력망 건설은 계통 왜곡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다양한 현장 우려와 비판을 적극 수렴"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후위기 수준에 걸맞은 가시적인 재난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극한 기후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유역 통합 물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4대강 하천 재자연화를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는 “이재명 정부의 환경 정책 기조는 개발주의를 위장한 '그린워싱'에 가깝다"면서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이라는 개발 독재식 명분으로 장거리 고압송전선로 건설을 강행해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훼손하고 갈등을 방치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용철 충남대 교수는 “2030년 생활쓰레기 직매립 금지 전국 확대 조치로 소각량이 급증하고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생산단계부터 한국형 에코디자인을 적극 도입하는 등 순환경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한나 기후부 정책기획관은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개진한 전통 환경 정책과의 불균형, 송전망 갈등, 지역 거버넌스 한계 등 다양한 현장의 우려와 비판을 적극 수렴해 2년 차 실행 계획에 내실 있게 조율하여 담겠다"고 밝혔다. 이날 종합 토론회에서 송영일 한국기후변화학회장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 주요 기후에너지 정책의 이행 지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만들고, 기후위기 대응에 가려지기 쉬운 생물다양성 보전과 기후위기 적응 대책을 국토 공간 계획과 연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기복 한국환경정책학회장은 “기후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려 있는 자연환경 정책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동시에 데이터 센터 인프라 급증에 따른 온실가스 간접배출(Scope 2) 및 물 공급 문제를 해소할 선제적인 수요관리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병옥 혜화포럼 대표는 “현 정부가 속도전과 기술패권을 강조하면서 에너지 분야가 지나치게 압도하게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면서 “생물다양성과 자원순환 등 의도치 않게 소외된 전통적 환경 성과들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책적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배출권 3만원선 돌파…탄소중립법 통과에 선매수 쏠려

탄소배출권 가격이 최근 2주 사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4년 반 만에 톤당 3만원을 넘어섰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에서 중장기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담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의결된 시점과 맞물려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시장에서는 제4차 계획기간을 앞두고 배출권을 미리 확보하려는 선매수 수요가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25일 배출권시장정보플랫폼에 따르면 지난해분 온실가스 배출권인 'KAU25' 가격은 지난 20일 톤당 3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종가 기준 3만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3월 이후 약 4년 반 만이다. 이후 21일 2만8900원으로 조정을 받은 뒤 24일에는 다시 2만9150원으로 올랐다. 특히 이달 중순 이후 상승세가 가팔랐다. 지난 10일 2만5800원이었던 KAU25 가격은 12일 2만5850원에서 13일 2만7450원으로 하루 만에 6.2% 뛰었다. 이후 14일 2만7650원, 18일 2만8350원, 19일 2만9500원으로 상승한 뒤 20일 3만원선을 돌파했다. 10일과 비교하면 열흘 만에 약 17% 오른 수준이다. 배출권 가격은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비용과 직결된다. 가격이 지나치게 낮으면 기업들이 비용을 들여 온실가스를 줄일 유인이 떨어지는 만큼 적어도 톤당 2~3만원대로 배출권 가격이 올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4년 여동안 배출권 가격은 톤당 2만원도 넘지 못했다. 배출권 가격이 오를수록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데 드는 비용이 커지는 반면 감축 설비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커진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효율 개선, 화석연료를 전기로 대체하는 히트펌프 등 온실가스 감축 기술에 대한 기업의 투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배출권 가격 상승의 근본적인 배경으로는 올해부터 시작된 제4차 계획기간의 수급 여건이 꼽힌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강화하면서 기업에 공급되는 배출권이 이전보다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자 발전사와 산업체 등 배출권이 필요한 업체들이 향후 필요한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추가 가격 상승을 예상한 보유 업체들이 매도를 서두르지 않은 점도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3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중장기 NDC를 담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2031~2049년 중장기 감축목표를 5년 단위 범위형으로 규정했다. 2018년 배출량 대비 △2035년 53~61% △2040년 69~80% △2045년 84~90% 수준에서 대통령령으로 목표를 정하도록 했다. NDC는 향후 배출권 공급 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가 감축목표가 강화될수록 배출권거래제 할당 대상 기업에도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개정안이 의결된 13일 KAU25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6% 넘게 뛰었고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미 제4차 계획기간의 배출권 수급 변화에 대비한 선매수 수요가 시장에 꾸준히 유입되고 있었던 만큼 최근 상승세 역시 이 같은 수급 요인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배출권 거래가 많지 않은 7~8월에도 올해는 거래량이 유지되고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도 선매수 수요가 견고하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박현신 에코아이 팀장은 “사실 7~8월은 거래가 많지 않은 시기인데 올해는 아직까지 거래량이 많고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며 “제4차 계획기간을 대비한 선매수 수요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출권 시장은 수급 전망과 정책 변화 등에 따라 단기간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 실제 지난 6월 8일 KAU25 가격은 톤당 2만8800원까지 올랐다가 17일 1만9600원으로 불과 9일 만에 31.9% 급락했다.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26일에는 2만2650원까지 오르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다만, 배출권 가격이 아무리 하락해도 톤당 2만원 밑에서 하락폭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박 팀장은 “6월에는 가격이 3만원 부근까지 올랐다가 하락했지만 2만원 수준에서 지지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현재는 제4차 계획기간을 대비한 수요가 워낙 견고한 만큼 6월처럼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녹지 보존이 친환경 도시인가?

서울의 주택 공급을 위한 공공택지 개발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용산 어린이정원 부지도 마찬가지다. 한쪽에서는 서울 도심의 귀한 땅을 활용해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어렵게 확보한 녹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논쟁에는 오래된 전제가 하나 숨어 있다. 개발은 환경파괴이고 보존은 친환경이라는 이분법이다. 물론 도시 녹지는 탄소를 흡수하고 열섬을 완화하며 시민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그러나 녹지가 있다는 사실과 현재의 토지 이용이 환경적으로 최적이라는 것은 다른 문제다. 용산은 더욱 그렇다. 용산공원 대상지의 기존 식생에 대한 공식 조사에서는 현존 식생의 자연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산림은 5.7%에 불과하고 조경수 27.4%, 잔디 7.5% 등 오랜 군사기지 이용 과정에서 형성된 인공적 공간의 특성이 강하다. 땅 아래도 살펴봐야 한다. 과거 용산 미군기지 내외 지하수 조사에서는 석유계총탄화수소와 벤젠 등의 오염이 실제 확인됐다. 일부 기지 내부 관정에서는 벤젠이 당시 기준치의 수백 배에 달한 사례도 있었다. 이것이 현재 어린이정원 전체의 오염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군사기지로 사용된 토지라면 지상의 나무와 잔디만큼 토양과 지하수의 상태를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상처에 고름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붕대로 덮어둔다고 치료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땅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곳은 제대로 조사하고 오염됐다면 철저하게 정화해야 한다. 지표가 녹색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대로 두는 것을 환경보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는 때때로 자연을 인간이 손대서는 안 되는 '신의 영역'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적어도 도시 안에서 어느 땅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신념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이어야 한다. 탄소의 관점에서 녹지 보존과 개발의 환경효과를 숫자로 한번 따져보자. 용산 어린이정원 약 30만㎡ 전체에 국내 도시녹지 연구에서 제시된 탄소흡수 원단위를 단순 적용하면 수목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연간 약 70~400tCO₂ 범위로 추정된다. 실제 흡수량은 수목의 밀도와 크기, 수종과 식재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반면 서울 평균을 기준으로 5000가구가 주거에너지에서 배출하는 탄소는 연간 약 1만5000t 규모다. 물론 5000가구의 배출량 전체를 녹지의 탄소흡수량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주택이 어디에 들어서든 에너지는 소비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입지와 건축방식에 따라 그 배출량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이다. 고성능 제로에너지 건축과 재생에너지, 지역에너지 시스템을 적용하면 이 운영탄소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직주근접에 따른 교통에너지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도시의 탄소를 결정하는 것은 녹지의 면적만이 아니라 건축과 에너지, 교통을 포함한 도시구조 전체인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개발이 환경적으로 우월하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건설에 사용되는 철강과 콘크리트에서도 상당한 내재탄소가 발생한다. 기존 수목의 탄소저장, 열섬 저감, 생태와 물순환의 가치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숫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환경비용과 편익을 같은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그래야 녹지 면적만으로 도시의 친환경성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알 수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용산을 놓고 개발과 보존이라는 구호로 싸울 것이 아니라 30년, 50년의 '환경 대차대조표'를 만들어야 한다. 녹지의 탄소흡수와 열섬 저감, 건설의 내재탄소, 건물의 에너지효율과 재생에너지, 직주근접에 따른 교통 탄소 감소, 물순환과 생태, 토양·지하수 정화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 그 결과 현재보다 환경성능이 좋아지는 개발이라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토양을 정화하고, 가치 있는 수목은 보존하면서 탄소흡수와 생태적 기능이 더 높은 녹지를 조성하고, 제로에너지 건축과 재생에너지, 대중교통과 직주근접을 결합하는 것이다. 개발하면서도 개발 이전보다 환경적으로 더 나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용산의 선택은 용산에서 끝나지 않는다. 서울의 공공택지마다 같은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주택은 필요하고 땅은 부족하다. 탄소중립도 포기할 수 없다. 이제 '개발은 환경파괴, 보존은 친환경'이라는 오래된 이분법을 넘어야 한다. 환경정책의 목표는 자연을 손대지 않는 것이 아니라 환경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bienn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