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기후세미나] “폭염 뒤 쏟아지는 폭우”…기후변화, ‘극과 극’ 전환 빨라졌다](http://www.ekn.kr/mnt/thum/202609/news-p.v1.20260918.d8c525f6ed1a4513ae1968cdd91b4cec_T1.png)
[부산=이원희 기자]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다 갑작스러운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등 정반대의 극한기후가 짧은 기간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대기와 지표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건조할 때는 증발이 강해지고, 비가 내릴 때는 더 많은 수증기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어서다. 이 같은 극단적 기후의 급격한 전환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도 더욱 빈번하고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준이 부산대학교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에너지경제신문 주관으로 열린 기상기후산업대전 부대행사 '한반도 기후변화와 ESG 세미나'에서 지구온난화가 가속하면서 폭염과 집중호우 등 극한현상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기준 인간 활동에 따른 지구온난화 수준은 (산업혁명 이전 시대 대비) 약 1.38도까지 올라왔다"며 “자연적인 변동성이 지구온난화와 맞물리면 더 심각한 온난화와 기후변화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위험한 요소"라고 말했다. 실제 2024년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연평균 지표기온 상승폭이 1.5도를 넘어섰다. 문제는 기온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 지구 시스템에 열에너지가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처럼 추가로 쌓이는 에너지의 약 90%는 해양이 흡수한다. 2025년 해양 열함량은 전년보다 23제타줄(ZJ)증가했다. 이는 2023년 전 세계에서 인간 활동으로 생산된 에너지의 약 39배에 해당하는 규모에 달한다. 해양에 축적되는 열은 해수의 열팽창을 일으켜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육상 빙하와 그린란드·남극 빙상 융해 등이 더해지면서 해수면 상승이 가속하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남해와 동해에서도 해수면 상승이 진행되고 있다며 부산과 같은 연안도시는 평균 해수면이 높아질수록 같은 강도의 태풍이나 폭풍에도 침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최근 극한현상을 통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신호가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체감할 정도의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지난 수십 년 동안 극한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서 직·간접적인 피해도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3월 발생한 대형 산불을 꼽았다. 이 교수는 장기적으로 국내 산불 발생 빈도 자체는 다소 감소했지만 최근 10년을 보면 한 번 산불이 발생했을 때 과거보다 대형화하고 빠르게 확산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봄철 기온 상승과 건조화, 적은 겨울철 강수량에 강풍까지 겹치면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이 같은 극심한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집중호우도 강해지고 있다. 이 교수는 올해 거제에서 단기간에 약 1000㎜에 달하는 비가 내린 사례를 들며 “비가 오랫동안 넓은 지역에 걸쳐 오는 것보다 좁은 지역에 집중해서 오는 경향이 있고 집중호우의 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각각의 극한현상이 별개로 끝나지 않고 연쇄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폭염에 이어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식으로 재해가 이어지면 피해가 단순히 합산되는 것을 넘어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폭염과 집중호우가 결합하면 피해가 하나 더하기 하나가 2가 아니라 4, 5 이상이 될 수 있다"며 그 배경으로 물순환 강화를 지목했다. 지표와 대기의 온도가 상승할수록 대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게 되고, 건조한 곳에서는 증발이 증가하는 동시에 비가 내릴 때는 더 강한 강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극심한 건조와 습윤 상태 사이의 급격한 전환을 설명하기 위해 최근 기후과학계에서는 '수문기후 채찍질'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이 교수는 “극한현상이 전환되는 시간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며 “아주 극심한 폭염에서 갑자기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것이 채찍질처럼 나타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많은 지역에서도 이러한 현상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험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교수는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1.5도 억제 목표와 관련해 최근 평가에서는 1.5도를 일시적으로 넘어서는 '오버슛'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이후 온도를 다시 낮출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을 단순한 비용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폭염과 집중호우,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와 생태계 악화 등이 기업 활동에도 직접적인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장기적으로 손실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온도 상승을 안정화하면 물순환 강화와 극한현상의 증가도 안정화할 수 있다"면서도 해양과 빙상, 해수면처럼 변화 속도가 느린 기후시스템은 대응을 강화하더라도 수백~수천 년 동안 변화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빠르게 진행되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할 기회의 창은 열려 있다"며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과 정부의 장기적인 기후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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