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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시장 참여자 8000개 시대…‘전력감독원’ 신설 힘받는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분산에너지 확산으로 전력시장이 급변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을 감독하고 전력 데이터 관리 기능을 전담할 '전력감독원' 신설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력시장 참여자가 급증하고 거래 형태가 복잡해진 데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전력 데이터 활용 수요까지 빠르게 늘면서 독립적인 감독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2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실과 공동으로 '전력 거버넌스 혁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창섭 전기위원회 위원장, 최재관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김성진 전력거래소 이사장 등이 참석해 전력감독원 신설 취지에 대체로 공감했다. 참석자들은 전기화와 재생에너지 확대가 본격화되면서 기존 전력 거버넌스만으로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태양광 발전 확대로 낮 시간대에 발전량이 몰리면서 출력제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출력제어 횟수는 지난해 27회에서 올해 82회로 약 3배 늘었고, 제어량도 12.4기가와트시(GWh)에서 109.4GWh로 9배 가까이 증가했다. 송승호 광운대 교수는 “출력제어는 계통 운영 과정에서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영역"이라며 “출력제어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관리하고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중립적인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계통 계획과 증설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감독하는 상설기구도 필요하다"며 전력감독원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력시장 감시체계도 변화하는 시장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력시장 참여자는 2001년 19개사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8000여 개로 급증했다.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한국전력과 직접 거래하는 한전 전력구매계약(PPA) 설비도 18만 개를 넘어섰으며 통합발전소(VPP), 구역전기사업, 분산에너지특구 등 새로운 거래 방식도 잇따라 등장했다. 반면 시장 감시는 전력거래소 내 소규모 조직이 장내 거래 중심으로 수행하고 있어 확대된 시장을 감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불공정 거래를 감시하고 시장제도를 평가할 독립적인 감독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AI 시대 핵심 자산으로 떠오른 전력 데이터 관리 체계 개선 필요성도 강조됐다. 현재는 기관마다 데이터 정의와 분류체계, 공개 방식과 주기가 달라 데이터 통합과 활용이 어렵고, 데이터 품질을 검증하거나 표준화할 총괄 기관도 없는 상황이다. 김지효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효율적인 재생에너지 통합과 분산에너지 확대, AI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보 공개 체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시장 제도 변화에 맞춰 필요한 정보를 안전하게 공개하는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후 통계 중심의 정보 공개에서 실시간 운영 정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데이터 품질 표준화와 정보 수집 체계 단순화 역시 중요하며 이를 총괄할 전력감독 체계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국회 기후특위, 탄소중립법 개정안 의결…범위형 NDC로 여야 합의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법률에 명시하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해당 기간의 감축 경로가 법률에 규정되지 않았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약 1년 11개월 만이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기후특위 탄소중립기본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날 2031~2049년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담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204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69~80%, 2045년은 84~90%로 범위형으로 명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심사소위원회의에 의결됨에 따라 기후특위 전체회의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기후위기 대응과 미래세대 환경권 보호를 위해 초기에 감축을 집중하는 오목형 경로를 주장해 왔다. 반면 국민의힘은 제조업 등 산업계 부담과 국가 경쟁력을 고려해 매년 일정한 수준으로 감축하는 선형 경로 또는 보다 유연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고 맞서왔다. 이에 오목형 감축경로와 선형 감축경로를 모두 반영해 범위형 목표를 설정하면서 여야는 합의점을 찾았다. 기후특위 위원인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기후특위에서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법률에 직접 명시하기로 의결했다"면서도 “정부의 감축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단일 목표가 아닌 하한과 상한을 설정한 범위형 목표여서, 사실상 감축 목표가 하한선에 맞춰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이미 설치 시한을 넘겨 2개월가량 연장 운영 중인 기후특위에서 헌법재판소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라는 취지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이날 소위에서 일정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 보다 전향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입법은 지난 2024년 8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헌재는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이 2030년 NDC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만 규정하고 2031~2049년 감축 경로를 비워둔 것은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며 국회에 법 개정을 요구했다. 당초 기후특위는 해당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활동 기한은 다음달 말까지 연장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상임위원 배정 문제에 반발해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가 정상 가동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여야가 헌재 결정 이행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번 합의가 이뤄졌다. 법안은 향후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단독] “보고서 찢어 던지고, 야·너 폭언”…기후부 갑질에 신음하는 산하기관

한국에너지공단 노동조합이 기후에너지환경부 공무원들의 부당한 업무 지시와 갑질 행태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최근 기후부 소속 30대 사무관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온 가운데, 기후부 전반의 조직문화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1일 본지가 입수한 한국에너지공단 노동조합 내부 문건에 따르면, 공단 직원들은 최근 기후부의 부당한 갑질과 법령 위반 사례가 급증해 극심한 업무 부담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공단은 기후부의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재생에너지 정책을 현장에서 수행하는 핵심 공공기관이다. 정부의 정책 목표를 직접 이행하는 과정에서 상급 부처인 기후부와의 접점이 많은 만큼, 구조적으로 부당한 지시나 괴롭힘에 노출되기 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단 직원들은 문건을 통해 자신들이 기후부의 협업 파트너가 아닌 '노예'나 '무료 외주업체' 취급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건에는 “동업자 정신은 사라지고 공단 직원의 노예화 및 무상 외주업체화가 진행되면서 공공 노동자의 권익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며 “사기 저하와 실무자 이탈이 심화하고, 우수 인력 유출로 업무 성과까지 저하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갑질 사례도 대거 담겼다. 일부 기후부 공무원들은 공단 직원들에게 “야", “너", “일 이따위로 할 거냐", “일하기 싫냐", “너희 처장·팀장은 뭐 하는 사람이냐" 등의 폭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작성한 보고서를 찢거나 구겨 던지는 등 인격 모독 행위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단이 보유하지 않거나 책임질 수 없는 영역의 자료 제출을 강요하고 타 기관 업무까지 떠넘기는 일도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아이디어 구상 단계부터 공단에 업무를 전가하거나, 비공식 파견을 요구해 부처 내부 평가보고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대신 쓰게 하고, 폰트나 표 테두리 수정 등 단순 편집 업무까지 시키는 사례도 포함됐다.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어려운 무리한 일정 요구와 근무시간 외 업무 지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세종시에서 오후 5시에 회의가 끝난 뒤 당일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다음 날 오전까지 다시 세종시로 와서 보고하도록 지시하는 일이 반복됐다. 아울러 금요일 퇴근 무렵 업무를 지시한 후 월요일 출근 전까지 보고를 요구하거나, 새벽 2시 업무 연락, 주말 대기조 편성, 공무원용 텔레그램 방에 공단 직원을 강제 포함시켜 상시 업무를 지시하는 등 '연결되지 않을 권리'와 휴식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공단 노조 측은 정부 정책 수행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산하기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인격적인 대우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기후부가 감독기관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대상이나 공짜 외주업체가 아닌 동업자이자 협업기관으로 대해 달라"며 “공공 노동자로서 노동을 존중받고 인격적인 대우 속에 일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촉구했다. 한 공단 관계자는 “비상 상황 시 철야 근무는 불가피할 수 있으나, 그에 따른 초과근무 수당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기후부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노조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한편, 기후부를 둘러싼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은 최근 발생한 소속 공무원 사망 사건으로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기후부와 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세종시 자택에서 30대 사무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기후부 노조 측은 A씨가 평소 과중한 업무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제보를 바탕으로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어, 기후부의 조직문화와 업무 방식 전반에 대한 개혁 요구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이재명 대통령 “EUV 신속 도입” 지시에…가스안전공사, 네덜란드까지 날아가 검사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첨단 반도체 핵심 장비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신속히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는 지시가 현장의 발 빠른 실행으로 이어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장비 도입 기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됐다. 22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안전공사는 국내 반도체 기업이 EUV 장비를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기존의 검사 방식을 과감히 바꿨다. 가스안전공사는 검사원을 네덜란드 ASML 생산공장에 직접 파견해 생산 단계에서부터 검사를 진행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국내 도착 후 다시 검사를 기다리는 시간을 없애기 위해 검사기관이 해외 현장으로 직접 찾아간 것이다. EUV는 네덜란드 ASML만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반도체 노광장비다. AI 반도체와 7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설비로, 연간 생산량이 30여 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확보 경쟁을 벌일 만큼 공급이 제한적인 전략 자산이다. 이 같은 적극 행정은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팹공장 준공 일정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핵심장비인 EUV를 신속히 도입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이에 담당 부처인 산업통상부와 가스안전 검사업무를 맡고 있는 가스안전공사는 대통령 지시 직후 도입 절차를 줄이기 위해 관련 법령과 시행규칙 개정에 착수했다. 가스안전공사는 EUV를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상 특정설비로 전환하는 법령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고, 관련 검사기준을 단기간에 마련하는 등 제도 정비를 속도감 있게 마무리했다. 이 같은 적극 행정으로 인해 EUV 장비의 국내 도입 기간은 기존 34일에서 9일로 25일 단축됐고, 공장 등록과 생산단계 검사 처리 기간도 50일에서 18일로 줄었다. 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EUV 장비의 특성을 고려하면 하루라도 빨리 장비를 가동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이번 개선은 반도체 업계의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는 평가다. 가스안전공사의 적극적인 노력은 장비 제조사인 ASML도 인정했다. 가스안전공사는 21일 시넴 귀벤(Sinem Guven) ASML 부사장이 공사를 방문해 감사패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귀벤 부사장은 EUV 장비의 신속한 국내 도입을 위해 법령을 개선하고 검사체계를 혁신한 노력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귀한 반도체 장비를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신속한 정책 결정과 이를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실행한 가스안전공사의 규제 혁신이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인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경국 가스안전공사 사장은 “안전 수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산업 현장의 불합리한 부담은 줄이는 것이 이번 제도 개선의 핵심"이라며 “앞으로도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장 중심의 규제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GDP 대비 녹색산업 비중 2040년 20%로 확대”

정부가 국내총생산(GDP)에서 녹색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2040년 20%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6.4% 수준인 녹색산업 비중을 2030년 10%, 2040년 20%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무탄소 전원 확대와 친환경차 보급 등을 통해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제5차 국가환경종합계획 수정 계획 공청회를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연다고 21일 밝혔다. 국가환경종합계획은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라 20년마다 수립하고 5년마다 재검토·정비하는 환경 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이번 수정계획은 올해부터 2040년까지 15년간 적용된다. 수정계획 비전은 기존 '국민과 함께 여는 지속가능한 생태 국가'에서 '탈탄소·에너지 대전환을 통한 지속가능한 녹색 국가 실현'으로 변경됐다. 정부는 '안전한 미래를 준비하는 기후 회복', '환경과 경제가 공생하는 녹색경제', '환경정의로 실현하는 포용 사회'를 3대 목표로 제시하고, '기후위기를 함께 넘는 탄소중립 탄력사회 조성', '우리의 삶을 지키는 통합적 물순환 확립', '채굴에 의존하지 않는 순환경제 도약' 등 7대 핵심 전략과 2대 정책 기반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GDP 대비 녹색산업 비중은 2024년 6.4%에서 2030년 10%, 2040년 20%까지 확대한다. 미국과의 환경·기상 기술 격차도 현재 2.9%에서 2030년 2%, 2040년 0.25%까지 줄여 유럽연합(EU)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와 수송 분야의 탄소중립 목표도 제시됐다. 연간 총발전량 가운데 무탄소 전원 발전 비중은 2023년 39%에서 2030년 53%, 2040년 73%로 확대한다. 신차 판매에서 전기·수소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9.6%에서 2030년 53%, 2040년 70% 이상으로 높인다. 자원 효율성과 환경 지표 개선 목표도 포함됐다. GDP를 국내 물질 소비량(DMC)으로 나눈 자원 생산성은 2024년 2.6달러/㎏에서 2030년 3.1달러/㎏, 2040년 3.9달러/㎏로 향상한다.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024년 16㎍/㎥에서 2030년 13㎍/㎥, 2040년 10㎍/㎥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기후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반영해 수정계획 최종안을 마련한 뒤 중앙환경정책위원회 심의·자문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제5차 국가환경종합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자가소비 태양광도 RE100 인증서 거래…8월부터 REGO 시범사업

다음 달부터 기업과 개인이 직접 사용하는 자가소비용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증명하는 인증서(REGO)를 발급받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전기요금 절감에 그쳤던 자가소비용 태양광이 인증서 판매를 통한 추가 수익 창출이 가능해짐에 따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기업들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이행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다음 달부터 오는 11월까지 '자가소비용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인증서 발급·거래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REGO는 산업단지나 주택 등에 설치된 태양광 등 자가소비용 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이 100% 재생에너지임을 보증하는 인증서다. 정부 보급 지원사업을 통해 설치된 설비의 발전량과 가동 상태를 실시간 수집·관리하는 '재생에너지 통합 감시시스템(REMS)'을 통해 발급되며, 발급된 인증서는 RE100 인증서 거래 플랫폼을 통해 RE100 참여 기업 등에 판매할 수 있다. 기존 자가소비용 태양광은 전력을 직접 소비해 전기요금을 아끼는 수준에 그쳤으나, REGO 제도가 도입되면 인증서 판매를 통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시범 사업을 거쳐 오는 2027년 본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시범 사업은 △한국에너지공단 공모를 통해 등록 사업자(법인·개인사업자)를 직접 선정하는 방식 △지자체 등이 중개사업자로 참여해 개인 소유 발전설비를 모집하는 방식 등으로 진행된다. 공모는 이달 20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진행된다. 한편 기후부와 경기도, 한국에너지공단은 오는 22일 한국에너지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에 따라 경기도 주택 태양광(3kW) 보급 지원사업으로 설치된 자가소비 설비 370개가 이번 시범사업에 우선 참여할 예정이다. 심진수 기후부 재생에너지정책관은 “자가소비용 REGO 제도 도입을 통해 설비 보급을 확대하고 기업의 RE100 달성을 다각도로 지원할 것"이라며 “시범 사업 과정에서 다양한 현장 의견을 수렴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전기요금 많이 나오기 전에 알려드려요”…한전, 누진단계 알림 시행

폭염으로 냉방기기 사용이 늘어나는 여름철을 맞아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실시간 알림 서비스를 시작한다. 전기사용량이 누진요금 3단계에 가까워지면 미리 알려 고객이 전기 사용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한국전력은 '주택용 누진단계 변경 실시간 알림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서비스는 고객의 전기 사용량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 3단계 진입 기준의 80%에 도달하면 실시간으로 알림을 보내는 것이 핵심이다. 여름철에는 360킬로와트시(kWh), 기타 계절에는 320kWh를 사용하면 알림이 발송된다. 누진 3단계 기준은 여름철 450kWh, 기타 계절 400kWh다. 한전은 누진 3단계에 진입하면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단가가 높아지는 만큼 고객이 미리 사용량을 확인하고 전기 사용을 조절해 요금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림은 모바일 앱 '한전ON' 가입자에게는 푸시(Push) 메시지로, 미가입자에게는 카카오톡 알림톡으로 제공된다. 알림을 클릭하면 한전의 에너지 절약 플랫폼 '슬기로운 전기생활'의 '요금 진단하기' 화면으로 연결돼 실시간 전기사용량과 누진 단계, 예상 전기요금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한전은 우선 한전ON 가입자 약 230만 가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뒤, 오는 12월에는 지능형전력계량기(AMI)가 설치된 주택용 고객 1100만 가구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실시간 전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고 여름철 전력 피크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원전과 재생에너지 공존, 마이너스 전력가격에서 해답 나온다 [이슈분석]

정부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을 검토하면서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같은 전력시장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태양광·풍력과 원전 모두 제어가 쉽지 않은 경직성 전원이라는 점에서 발전량이 동시에 늘어나면 전력망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핵심 제도 중 하나로 '마이너스 전력가격' 제도를 꼽는다. 공급 과잉을 시장가격으로 드러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원전의 탄력 운전을 유도하는 시장 메커니즘이 정착해야 원전과 재생에너지, ESS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전력거래소는 마이너스 전력가격이 적용되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올해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현재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는 제주에서만 시행 중이다. 마이너스 전력가격은 전력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할 때 전력도매가격(SMP)이 0원 아래로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발전사업자가 전기를 판매하면 돈을 받지만, 마이너스 가격에서는 오히려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전력이 과잉 공급되고 계통의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시장가격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는 봄철 낮 시간대 제주에서 이미 마이너스 가격이 나타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전국 전력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마이너스 전력가격 도입한 목적은 잉여 전력을 흡수할 투자처를 키우는 데 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면 공급이 수요를 넘어 전력가격이 음수로 떨어진다. 이 경우 발전사업자는 발전량을 줄이기 위해 출력을 제어하거나 다른 곳에 전력을 판매하도록 유도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ESS다. 배터리나 양수발전 사업자는 마이너스 가격이 형성된 시간에 전기를 오히려 돈을 받고 충전한 뒤, 저녁 피크시간처럼 전력가격이 높을 때 다시 판매해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전기를 살 때도 돈을 받고, 팔 때도 돈을 버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때 태양광과 배터리를 하나로 묶는 가상발전소(VPP)가 활약하기도 한다. VPP 사업자는 VPP를 통해 태양광과 ESS의 거래를 조정해 차익 거래를 실현한다. 예컨대 지난 3월 19일 제주도에서는 오후 1시 전력가격이 킬로와트시(kWh)당 -48.0원으로 하락했다. 이때 제주도에서 ESS 사업자는 전력을 kWh당 48원을 받고 전력을 사온 다음에 전력가격이 kWh당 101.18원으로 오른 오후 4시에 전력을 팔 수 있다. 이 때 전력거래로 kWh당 149.18원의 차익을 얻는 셈이다. ESS가 잉여 전력을 흡수하면 공급 과잉이 완화되고 전력가격도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마이너스 가격은 ESS 투자를 촉진하고, ESS는 다시 마이너스 가격의 발생 빈도와 강도를 낮추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ESS가 충분히 보급되면 초기 사업자들이 누렸던 차익거래 수익은 줄어들지만, 대신 전력가격 급락이 완화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평균 수익성이 개선된다. 이는 추가적인 재생에너지 투자 여력을 높이고, 다시 새로운 ESS 수요를 만드는 구조로 이어진다. 결국 마이너스 전력가격은 재생에너지와 ESS가 서로의 수익구조를 조정하며 함께 성장하도록 만드는 시장 메커니즘이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지난 16일 논평에서 “국내 원전은 더 이상 전력망에서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정상적인 가동이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립 전력계통을 운영하는 국내에서는 태양광 발전 확대로 연료비가 비싼 가스발전의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운전예비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봄철마다 다수 원전이 출력을 줄이거나 정지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시대에는 잉여 전력을 흡수할 ESS와 송전망, 유연성 전원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봄철뿐 아니라 다른 계절에도 원전이 출력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전력 공급 과잉으로 나타난 마이너스 전력가격은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원전은 연료비는 낮지만 장시간 연속 운전이 경제적이며, 정지와 재기동에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일부 시간대에서 마이너스 가격이 발생하더라도 하루 전체 수익을 고려하면 정지하는 것보다 가동하는 게 더 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낮 시간대 일부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저녁 시간의 높은 전력가격으로 이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마이너스 가격이 장시간 지속된다면 출력을 줄이거나 일부 탄력 운전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해질 수 있다. 즉 마이너스 전력가격은 원전을 무조건 멈추게 하는 제도가 아니라 계통 상황에 맞게 운전을 유도하는 시장 신호라는 의미다. 다만 신규 원전이 계속 확대되면서 탄력운전에도 제약이 걸리면 에너지전환포럼이 우려했던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원전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와 마찬가지로 배터리와 양수발전과 같은 ESS가 원전을 보조해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결국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공존 여부는 발전원 자체보다 전력시장의 유연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조영탁 한밭대 명예교수(전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제주도는 마이너스 가격을 포함하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통해 출력제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전국으로 확대하면 출력제어 문제해결은 물론 가상발전소(VPP)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꼼수 매립’ 열어준 예외 규정… 유명무실해진 ‘수도권 직매립 금지’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제도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정부가 소각장 정비를 이유로 예외적 직매립을 허용하면서 서울과 경기도의 매립량이 다시 반등하고 있다. 공공 소각시설 부족과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제도가 강행되면서 '예외가 원칙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앞서 본지는 지난 7일 보도를 통해 정부가 지난 3월 공공 소각장 정비기간을 이유로 예외를 허용한 이후, 서울·경기의 월간 직매립량이 6월 들어 전년 대비 절반 수준까지 다시 치솟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주최한 '직매립 금지, 제대로 가고 있나? 시행 6개월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 참석한 정부, 전문가, 시민단체, 민간업계 관계자들은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토론에서는 '예외적 직매립 허용'에 따른 제도 유명무실화 논란이 집중 조명됐다. 수도권 직매립 금지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으나, 대수선 및 시설 중지 등의 '예외 조항'을 통해 여전히 적지 않은 양의 쓰레기가 매립지로 향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본지 취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직매립된 생활폐기물은 총 5만2593톤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매립량(27만7937톤)의 약 19% 수준이다. 지자체별로 보면 올해 서울시의 반입량은 2만9893톤(전년의 26.5% 수준)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는 2만1386톤(전년의 18.5% 수준), 인천시는 1315톤(전년의 2.6% 수준)을 보였다. 특히 서울시의 6월 매립량은 1만5630톤으로 전년 6월의 50.5% 수준까지 치솟았으며, 경기도 6월 매립량도 8140톤으로 전년 6월의 47.5% 수준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지역·환경 단체 및 관계자들은 강력한 비판을 제기했다. 발제를 맡은 장정구 기후생명정책연구원 대표는 “직매립 금지의 본래 목적은 폐기물 감량과 재활용 확대에 있다"며 “공공 소각장이 부족해 민간 소각과 원정 소각에 의존하는 것은 발생지 처리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주원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 역시 “시민들은 소각시설 확대보다 쓰레기 감량을 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투명한 정보 공개와 주민 참여를 강조했다. 김선홍 수도권매립지 연장반대 범시민단체협의회 회장은 “직매립 금지 시행 90일도 안 돼 예외적 직매립을 허용해놓고 감축을 논하는 것은 인천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예외 조항을 활용한 '꼼수 매립'을 원천 차단하고 2028년까지 예외 규정을 완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진상 환경칼럼니스트는 “공공 소각장 등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를 강행하다 보니 예외 규정이라는 변칙 운영이 이뤄지고 정책도 애매모호해졌다"며 “지방선거 등 표심을 의식한 지자체에서 대체 매립지 확정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변명에 급급했다. 황남경 기후에너지환경부 생활폐기물과장은 “예외 물량은 최근 3년간 소각장 보수 등으로 발생했던 직매립량 평균에서 10% 감축한 수준(16만3000톤)으로 제한한 것"이라며 “실제 현장 반입량은 허용량의 2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수원시 영통 소각장 개보수에 따라 대규모 생활폐기물이 다시 수도권매립지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심재곤 환경·인포럼 회장이 연간 약 18만 톤의 쓰레기 추가 반입 가능성을 지적하며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자, 황 과장은 “수원시 및 경기도와 협의 중인 사안으로 이 자리에서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공공 소각장 확충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민간 소각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심재곤 회장은 “주민 반대로 공공 소각장 확충에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소각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형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이사장 역시 “공공 소각장이 부족한 현실에서 민간 소각장은 필수적인 대안"이라며 “30년간 축적된 기술력과 투명한 배출가스 관리 체계를 갖춘 만큼 정책 차질을 막는 데 적극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쓰레기 처리의 기본 원칙인 '발생지 처리'의 주체를 둘러싼 제언도 이어졌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한 반면, 심재곤 회장은 “표심을 의식해 혐오 시설을 회피하는 지자체에 직매립 부담금을 과중 부과하는 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참석자들은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쓰레기 감량과 발생지 처리 원칙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황 과장은 “단순 분리배출 홍보를 넘어 '내가 버린 쓰레기는 내 지역에서 처리한다'는 인식 전환을 위해 정책 홍보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EE칼럼] MMR 시대, 민간이 주역이어야 한다

휴대전화는 본래 전화하는 기계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카메라가 되고, 지갑이 되고, 길 안내자가 되었다. 통신사가 한 일이 아니다. 민간기업들이 저마다의 쓸모를 찾아낸 결과다. 특정 용도로 개발된 기술도 민간에 개방되면 그 쓰임새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원자력에도 그런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초소형원자로(MMR) 얘기다. 지난 6월 2일 대통령께서 국무회의에서 MMR의 군사·장비 활용 가능성을 짚고 개발 상황과 관리체계를 챙겼다. MMR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한 것이다. MMR은 트럭이나 비행기에 싣고 어디든 옮길 수 있는 초소형원자로다. 데이터센터, 산업단지, 오지, 군사기지, 나아가 우주까지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다. 쓰임새도 다양하다. 전기는 물론 열을 공급하고, 산업 공정에도 투입할 수 있다. 전력 소비지 가까이 둘 수 있어, 갈수록 심해지는 송전망 포화 문제도 비켜 갈 수 있다. 전기만 만드는 기존 대형 원전과는 본질이 다르다. 미국은 일찌감치 민간에 문을 열었다. MMR 개발의 주역이 민간기업이다. 오클로, 안타레스, 래디언트, 웨스팅하우스 등이 저마다 다른 노형으로 경쟁한다. 이들은 원자로를 공장에서 모듈로 찍어내듯 만들어 빠르게 개량한다. 민간의 속도가 곧 경쟁력이다. 미 국방부는 군사기지용 선진원자로 프로그램에 8개 기업을 적격사업자로 선정했고, 육군은 9개 기지를 배치 후보지로 골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 공군은 알래스카 아일슨 기지에 MMR을 도입하면서 민간기업이 원자로를 설계·건설·소유·운영하고 군은 전력구매계약으로 전기를 사들이기로 했다. 이처럼 정부가 시장을 열어주고 민간이 그 안에서 기술과 쓸모를 다지는 구조에서, 국방 수요가 민간 생태계를 키우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제도가 이를 수용할 준비가 안 됐다는 점이다. 미국과는 거꾸로다. 민간기업이 원자로를 개발하거나 운영하려 해도 길이 막혀 있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은 공기업이 운영하는 전기 생산용 대형 원전을 전제하여 짜여 있다. 그러다 보니 대형 원전과 설계 특성이 크게 다른 MMR은 인허가받기조차 어렵다. 전기 생산이 아닌 다른 용도로 원자로를 쓰는 길도 사실상 열려 있지 않다. 원자력손해배상법 역시 공기업 사업자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민간기업이 손해배상 책임을 감당할 구조가 마땅치 않다. 빗장이 겹겹이 걸려 있는 셈이다. 이대로 가면 결과는 뻔하다. 기술도 있고 최고 통수권자의 의지도 있는데, 정작 뛰어야 할 민간은 출발선에 묶여 있게 된다. 그사이 미국 시장은 빠르게 무르익어 갈 것이다. 한발 늦으면 따라잡기 어려운 게 첨단 기술 경쟁이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다른 나라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고 기술 표준까지 거머쥘 것이다. 해법은 분명하다. 첫째, 민간이 원자로를 개발·소유·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법에 새로 마련해야 한다. 둘째,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양한 용도의 여러 원자로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마침 원자력안전위원회가 SMR 기준을 만들고 있다. 이 작업에 MMR도 함께 담을 필요가 있다. 안전기준은 생각만으로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과 조직을 갖출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셋째, 원자력손해배상법을 손봐야 한다. MMR을 다양한 용도로 쓰는 사업자가 나타날 것이다. 원자력손해배상법 제2조제1항제3호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나는 사업자들이다. 이들에 걸맞은 책임과 배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 넷째,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도 손봐야 한다. MMR은 출력이 매우 낮고, 사고가 나도 스스로 식어 멈춘다. 이런 피동 안전 특성을 반영해, 비상계획구역을 원자로 설치 지역으로 줄일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 그래야 MMR을 전력 소비지 가까이 배치할 수 있다. 다만 물리적 방호는 더 촘촘해야 한다. MMR은 운반 중 위협이나 테러에 노출되기 쉽고, 외딴곳에서는 방호 인력 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간에 개방한다고 안전을 양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반대다. 문을 여는 만큼 책임의 소재를 더 분명히 해야 한다. 누가 어떤 책임을 지고 어떤 기준을 지켜야 하는지를 법에 명확히 못 박아야 한다. 명확한 규칙이야말로 민간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든든한 기반이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직접 노를 젓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항해할 바닷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지금이 그 길을 열 때다.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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