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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주 신저가 떨어진 SK가스…2분기 적자 늪 빠진 3가지 이유

SK가스 주가가 하루만에 11% 이상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2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지 한 분기 만에 4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기 때문이다. 다만 2분기 적자는 1분기에 발생한 파생상품거래이익의 반대 급부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하반기에는 재반등이 전망되고 있다. 3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SK가스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실적은 매출 2조3130억 원, 영업손실 439억 원, 당기순손실 31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매출 2조6353억 원, 영업이익 2277억 원, 당기순이익 2674억 원을 기록했던 1분기와 크게 대비되는 성적이다. 업계에서는 SK가스의 이번 적자 전환 요인을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는 1분기 차익거래(아비트리지) 및 파생상품거래이익 반영에 따른 착시 효과다. 차익거래는 지역 간 LPG 가격 차이를 활용해 저렴한 곳에서 구매해 비싼 곳에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얻는 구조다. SK가스는 주로 브렌트유 가격에 연동하는 미국산 LPG를 수입해 사우디아라비아 판매가격(CP)에 연동하는 아시아 시장에 판매하는데, 지난 2월 중동 전쟁으로 인한 브렌트유와 사우디 CP 간 격차가 벌어지며 1분기 큰 차익을 거뒀다. 그러나 차익거래는 물량 이동 기간 동안 발생하는 가격 변동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고정가격 판매 파생상품 계약을 병행한다. 이에 따라 1분기 회계장부에 반영됐던 파생상품거래이익이 실제 물량이 인도된 2분기에 장부상 손실로 전환된다. 업계 관계자는 “파생상품거래 특성상 1·2분기 실적을 따로 떼어보기보다 상반기 전체로 통합해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SK가스의 상반기 누적 실적은 매출 4조9483억 원, 영업이익 1837억 원, 당기순이익 2252억 원으로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둘째는 국내 LPG 소비 감소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국내 LPG 소비량은 2608만 배럴로, 전년 동기(3158만 배럴) 대비 약 21% 줄었다. 셋째는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 대응에 따른 손실 누적이다. SK가스와 E1이 주로 공급하는 LPG는 기름값 상승을 제한하는 석유 최고가격제 대상이 아니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호응하고자 스스로 가격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LPG 충전소 판매가격은 올해 1월 리터당 998원에서 최근 1104원으로 10.6% 상승한 반면, 아시아 시장의 기준이 되는 사우디 CP(부탄 기준)는 1월 톤당 520달러에서 8월 640달러로 23% 급등했다. 정유사는 석유 최고가격제로 인한 원가 이하 판매 분을 정부로부터 보상받지만, SK가스와 E1은 자체적으로 손실을 부담한다. 업계에서는 판매가격 미반영으로 인한 누적 손실액만 수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SK가스는 이 같은 2분기 실적으로 인해 3일 주가가 종가 기준 전일 대비 11.14% 급락한 19만86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다만 증권가 및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는 SK가스의 실적이 재반등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LPG 판매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중동 정세 재격화에 따른 폴리프로필렌 가격 상승(7월 초 톤당 7000위안 → 8월 초 8300위안)으로 화학산업용 물량 증가 및 자회사 SK어드밴스드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름철 전력 수요 증가와 전력도매가격(SMP) 상승에 따라 발전 자회사 울산지피에스의 매출과 이익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6월 기준 울산지피에스의 열량단가는 Gcal당 5만2815원으로, 한국가스공사 공급가 8만1216원 대비 65% 수준의 높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편 윤병석 SK가스 사장은 오는 10월에 인베스터데이를 열고 회사의 비전을 공유할 계획이다. △2027~2029 중장기 주주환원정책 리뉴얼 △AI 데이터센터 투자 등 중장기 신성장 전략 수립 등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탄소 조기 감축 채택하라”…시민 2만 명 국회에 메시지 전달

국회가 의결한 탄소중립법 개정안의 '선형 감축' 채택을 두고 기후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 시기에 감축량을 늘리는 '조기 감축' 대신, 매년 일정 비율만 줄이며 미래 세대에 부담을 미루는 '선형 감축'을 하한선으로 설정했다는 이유에서다. 기후환경단체 '케이팝포플래닛'은 3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기에 많이 줄이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 서한 캠페인에 시민 2만376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메시지를 받은 의원은 정혜경 진보당 의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2024년 헌법재판소는 2031~2049년에 적용할 정량적 감축 목표가 명시되지 않은 점을 지목하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2일, 2018년 대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35년 53∼61%, 2040년 69∼80%, 2045년 84∼90%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문제는 배출권 거래제 등에 적용되는 목표 하한선이 매년 일정한 비율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선형 감축'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선형 감축은 미래 세대에 감축 부담을 떠넘기는 처사"라며 “헌재 결정 취지를 살려 조기 감축을 유일한 경로로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달 29일 청년기후의회와 범청년행동 등 27개 청년·시민사회단체 역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경제 성장 논리에 밀려 시민 공론화 결과를 저버린 채 선형 감축 경로를 수용했다고 규탄하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청와대로 간 기후부 노조 “과중한 업무가 비극 불러”…2년차 사무관 사망 진상규명 요구

“부족한 인력과 끝없이 늘어나는 업무, 업무시간 외 업무 지시, 성과만을 앞세운 조직 운영은 더 이상 현장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부처에 수차례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변화가 아니라 외면이었다." (은준기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기후에너지환경부지부 위원장)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소속 부처를 향해 2년차 사무관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업무 과중 문제 해소, 직장 내 괴롭힘 근절 등 후진적 조직 문화 개선을 본격 촉구하고 나섰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과 공무원노조 기후에너지환경부지부, 기후부 산하 기관 노조들은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후부 직원 사망과 관련한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16일 기후부 소속 2년차 사무관이 사망한 원인이 과중한 업무 부담과 후진적인 조직 문화로 인한 '직장 내 괴롭힘'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에 더해 최근 기후부 산하 기관이 업무 외 시간에 업무 지시를 지속적으로 받았다는 '갑질' 의혹도 제기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후부 노조는 사무관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철저히 할 뿐만 아니라 기후부 노동자들이 인력 부족으로 과중한 업무를 감당해온 문제를 해소해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은 위원장은 이날 업무가 과중해진 현실에 관해 “결국 부족한 인력은 남아 있는 직원들의 희생으로 메워졌고, 과중한 업무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직원들의 고통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후부 노조를 포함한 공무원 노조는 2년차 사무관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아울러 조직의 역할에 부합하는 적정 인력을 배치하고, 직원들의 희생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관행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또 △업무시간 외 지시 근절 △신규 직원을 위한 체계적 교육·시스템 구축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 근절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기후부 산하 기관 노조들도 힘을 합쳐 뜻을 모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기찬 기후·환경 분야 공공기관 노조 연대협의체 부의장(한국수자원공사 노조위원장)은 “기후·환경 일선의 위기는 공무원 조직뿐만 아니라 산하 공공기관 노동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며 “정부와 기후부가 면피성 대책으로 일관한다면 연대협의체도 공동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기후부를 넘어 공직사회 전반에 쌓인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를 향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신설 개편 부처의 비대한 업무량과 고질적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구조적 과로를 근절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정부와 국회가 관련 법령 개정으로 공무원의 노동 인격과 안전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는 법과 제도 체계를 구축하라고 했다. 이철수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현행 공무원 행동강령과 인사혁신처의 갑질 근절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만 하위 지침이나 시행령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최상위 법률인 국가공무원법에는 명백한 조치 의무와 처벌 규정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기후부 노조는 오는 4일로 예정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기후부의 업무 과중 문제를 언급할지를 문제 해결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조직문화 개선과 신규 인력 교육(인큐베이팅) 같은 해결책은 기후부 단위에서 지시가 가능하지만, 인력 보강과 업무구조 개선처럼 정부 차원의 검토와 지시가 필요한 문제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은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내일(4일)로 예정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기후부 업무 과중 문제 등에 관해) 대통령의 말씀을 들어볼 것"이라며 “그 다음에 상황에 따라서는 1인 시위나 집회를 벌일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의 논의 여부에 대해서는 “김 장관이 노조 사무실에 마련된 (지난달 16일 사망한 2년차 사무관을 위한) 추모 공간에 지난주 금요일(7월 31일) 찾아왔다"며 “이날 대화를 통해 앞으로 많은 부분을 바꿔나가겠다는 말씀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후부 노조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기후부의 구조적 근로 환경 개선 대책을 담은 공식 성명서와 요구안을 청와대 노동비서관실에 전달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중부발전, 제주발전본부 특별점검…폭염·태풍 대비 전력수급 총력

한국중부발전은 하절기 전력수급 대책기간을 맞아 제주발전본부를 대상으로 전력수급 대비태세와 재난안전 대응체계에 대한 특별 현장점검을 실시했다고 3일 밝혔다. 중부발전에 따르면 올해 전력수급 대책기간(6월 29일~9월 18일) 제주 지역의 최대 전력수요는 8월 3~4주차 1226~1231메가와트(MW) 수준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제주 지역 공급능력은 1622MW로, 전력피크 시에도 391~396MW의 예비력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부발전 제주발전본부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포함해 총 484MW의 공급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제주 전체 공급능력의 약 30%를 차지해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기여하고 있다. 중부발전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폭염 대응과 근로자 건강관리 실태도 집중 점검했다. 제주발전본부는 체감온도계 120개를 현장에 비치하고 있으며, 컨테이너형 무더위쉼터 2곳과 힐링냉장고 5곳을 운영해 근로자 휴식을 지원하고 있다. 협력기업 근로자를 위해 이동식 에어컨 8대와 선풍기 조끼 18개를 대여하는 등 온열질환 예방에도 나서고 있다. 아울러 극한호우와 태풍에 대비한 재난 대응체계도 점검했다. 침수 대비 썸프펌프와 비상 펌프 배치 상태를 확인하고, 수방자재 관리와 비상조치 교육 실태를 점검했다. 태풍 특보에 대비해 배수로 정비와 판넬 및 배관 보온커버 결속 등 취약지역 사전조치를 강화하고, 위기 단계별 근무조를 편성하는 등 비상 대응체계도 정비했다. 안성규 중부발전 기술안전본부장은 “철저한 사전 대비와 현장 중심의 세심한 안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전력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현장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관리해 달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SMP 150원대 진입…한전, 손익분기점 146원 넘어서며 적자 전환 압박

한국전력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가격인 전력도매가격(SMP)이 킬로와트시(kWh)당 150원대로 올라섰다. 이는 한전의 손익분기점인 146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여름철 전력수요 증가와 SMP 상승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한전의 적자가 본격화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육지 기준 일평균 SMP는 kWh당 152.6원을 기록했다. 지난 1일 147.7원, 2일 147.9원에 이어 평일 들어 150원선을 돌파한 것이다. 통상 산업체 가동이 줄어 전력수요가 낮은 주말에도 SMP가 140원 후반대를 유지한 점을 감안하면, 이달 월평균 SMP 역시 150원을 웃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2024년 일시적으로 SMP가 150원을 넘어선 사례는 있었다. 2024년에는 8월 19~21일과 9월 11·12·20일 일평균 SMP가 150원을 웃돌았지만, 월평균 SMP는 8월 145.8원, 9월 138.8원에 그쳤다. 반면 올해는 8월 초부터 15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어 월평균 SMP가 15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실화될 경우 월평균 SMP가 150원을 웃도는 것은 2023년 7월 이후 3년 1개월 만이 된다. 당시 SMP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높게 유지됐다. 게다가 전력수요는 아직 본격적인 여름 피크에 진입하지 않았다. 이날 예상 최대전력수요는 오후 6~7시 88.9기가와트(GW) 수준이다. 휴가철인 7월 말과 8월 초에는 산업체 전력 사용이 줄어 상대적으로 수요가 낮지만, 휴가가 끝나는 8월 중순 이후에는 냉방 수요가 집중되면서 전력 소비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기후에너지환경부도 8월 셋째 주 최대전력수요가 역대 최고 수준인 98.9GW까지 치솟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수요가 급증하면 원전이나 석탄발전만으로는 부족한 전력을 충당하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발전단가가 높은 LNG 발전소 가동이 확대된다. SMP는 가장 비싸게 투입되는 발전기의 발전단가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인 만큼 LNG 발전 비중이 높아질수록 SMP 역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SMP 상승은 발전용 가스요금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중동전쟁 여파로 8월 일반발전용 천연가스 요금을 기가줄(GJ)당 2만2726원으로 책정했다. 전달보다 10.7% 오른 것으로, 올해 들어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이다. 발전용 가스요금은 지난 4월 이후 다섯 달 연속 인상됐으며 올해 1월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높아졌다. 기후부는 한전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연평균 SMP를 kWh당 약 146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SMP가 이를 웃도는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되면 전력구매비가 늘어나 한전의 수익성과 재무구조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재 한전의 총부채는 206조원, 부채비율은 400%를 웃돌아 재무 부담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폭염까지 9월까지 이어질 경우, SMP 역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에너지-석유 시장 변화 기조: MAGA, AI, 이란 전쟁

미국-이란 전쟁으로 석유 시장 불안이 부쩍 늘고 있다. 우리는 70년대 석유파동 고초 이후 50년 넘게 시장 불안은 당연히 고(高)유가로 귀결된다고 생각해 왔다. 당연히 이란 전쟁도 국제유가 불안을 가져올 것이다. 지난달 13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호르무즈' 해상 봉쇄를 다시 선언하고,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공격을 시행하였다. 국제유가는 15% 넘게 올랐다. 지난 한 달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32개국 국제에너지기구(OECD/IEA) 회원국들의 전략비축유 방출 효과도 미미한 지경이란다. 특히 러시아 등 동구 국가들의 급격한 비축재고 방출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그 결과로 러시아와 동구 국가들의 석유제품 대외 수출은 제한 사태를 유발하였다. 따라서 이란이 '예멘'과 연합하여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하면 유가 100달러/배럴 수준을 쉽게 넘을 수도 있단다. 여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와 '아조우' 해 일대에서 충돌을 지속하면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과 함께 곡물 가격 상승도 불가피하단다. 원자재 불안의 '슈퍼-사이클'이 우려된다. 그런데 지금 세계는 기름-에너지-원자재 값 걱정이 점차 줄어드는 '아이러니' 실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 밑바닥에 누적된 석유, 가스, 석유화학, 비료, 헬륨, 물류 등 상호 연결된 원자재 사슬 불안이 점차 가시화되기 때문이다. 최근 정유사들의 '이론적 정제 이윤(crack spreads)'이 70'달러/배럴 수준까지 올랐다. 이는 원유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원유시장 걱정에서 석유제품 시장에 소비자 접근 걱정으로 바뀌고 있다. 원유 고갈 위험에서 소비자 제품 공급 '체인'의 지속가능성과 유연성 걱정이 커지는 셈이다. 이란 전쟁은 단기적으로는 원유 가격 상승을 유도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등 미주대륙, 이라크, 쿠웨이트 등 중동 산유국들과 러시아 등 다양한 공급 경로의 경합과 각기 다른 작동 논리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다 선진 IEA 회원국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원유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경제불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새로운 견해가 대두되는 이유이다. 우리는 다양화된 석유 시장들 간의 경쟁과 대체와 함께 AI(인공지능), 에너지 파생상품, 디지털 금융 등 새로운 시장 결정 요인들에 주목해야 한다. 심층 학습해야 한다. 특히 미국 '트럼프' 체재 아래의 국가 경쟁력 확보와 자본 유입 유지라는 두 목표의 동시 달성을 위해 석유와 '달러'를 '미국 우선 '페트로(Petro) 달러'라는 개념으로 통합하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새로운 '미국 우선 전략(MAGA)' 전략이다. 결국 '미국 중심 국제질서(Fax Americana)' 기조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이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세계질서의 근간이 되어온 상생-공영 정신의 '브레턴우즈'(Bretton Woods system, BWS) 체제의 심각한 훼손이다. '브레턴우즈'(BWS) 체재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인 1944년 미국 '브레턴우즈'에서 열린 연합국 통화-금융 회의에서 비롯되었다. 1930년대 이후 계속된 통화 가치 안정, 무역 진흥, 개발 도상국 지원 등을 목적으로 하였다. 그 첫 번째 실행전략은 환율 안정이었다. 미국 달러화를 기축 통화로 하는 금환본위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그 효과를 담보하기 위해, 필요 자금 조달을 위한 '국제통화기금(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과 후진국 개발 등 전후 부흥을 위한 '국제부흥개발은행(IBRD;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설립에 합의하였다. 그러나 1950년대 말부터 서구와 동아시아 등의 급성장에 비해 미국경제는 정체되었다. 급기야 1971년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金兌煥) 정지로 BWS 체제는 사실상 끝장났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제 세계 경제질서 혼란의 근본 이유로 '네트워크' 취약성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현대 사회/국가 체계에는 다양한 연계 체계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한 국가/정부가 에너지, 물, 통신 등 필수 민생서비스 체계의 독단적인 통제를 할 수 없다. 대신 각국 정부는 다양한 정부 간 협력뿐 아니라 여러 기업, 기술, 환경 부문과 연계-협력하여 새로운 질서에 부응한다. 종래의 단일시장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내부 투입-산출-폐기와 재생 논리는 폐기되고 있다. AI 논리, 특히 '피지컬(Physical)' AI 도입을 통해 성과 창출 원리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피지컬 AI'는 물리적 실체를 가진 인공지능이다.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자율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에 단순히 컴퓨터 안에서 연산을 수행하는 기존 AI 개념과는 달리, 센서와 로봇, 기계 장치 등 물리적 하드웨어를 통해 현실 세계와 소통한다. 따라서 '피지컬 AI'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 작동 법칙을 더 많이 가지게 된다. 현실에 '구현된 인공지능(Embodied AI)'이랄 수 있다. 로봇 팔, 자율주행 차량, 휴머노이드 로봇 등 다양한 형태를 갖춘다. 따라서 대외 연계 성격이 강한 에너지 산업과 통신산업 등은 이런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현재 에너지 부문의 최대 과제는 전통적 에너지 생산-유통-소비 체계 효율화가 아니다. 약 30년 전쯤부터 에너지 이용 합리화가 새로운 주요 관심이었으며, 지금은 에너지 유발 기후변화대응이 주된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리고 신중한 국제에너지기구마저 AI가 수요 예측 및 관리, 소비자 편익과 행태 변화, 전력망 관리, 등 에너지 전략의 핵심이라고 구획하였다. AI 기술이 재생 에너지 출력 조정, 전기차 충전 등의 기반이 되었다. 따라서 가격 위험보다 소비자들의 유효 에너지 접근 효율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결국 지금은 에너지 시장전략이 고갈 가능성보다 시스템 유연성 상실 위험에 더욱 대비할 시점이다. AI 기반 전력/에너지시스템은 이미 에너지 산업의 주요 추동력이 되었다. bienns@ekn.co.kr

[데스크칼럼]유럽의 ‘에너지 방심’이 한국에 던지는 엄중한 경고

최근 유럽의 천연가스 현물가격이 메가와트시(MWh)당 60달러를 돌파하며 2022년 가스 대란 당시 수준으로 폭등했다. 여름철 전역을 덮친 폭염으로 냉방용 전력 수요가 폭증한 탓이 크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국제 에너지 시장이 잠시 안정세를 보이자마자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수입을 성급히 줄이고, 비축 가스 저장률 목표치까지 성급하게 완화해 버린 유럽연합(EU)의 '정책적 방심'과 '에너지 안보 소홀'이 치명적인 화근이었다. 예상치 못한 중동 전쟁 발발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산 LNG 도입마저 전면 중단되며 유럽은 또다시 혹독한 가스 대란의 한복판에 서게 되었다. 현재 유럽연합의 평균 가정용 전기요금은 kWh당 410원에 달하며, 에너지 가격이 가장 비싼 독일은 무려 660원까지 치솟아 민생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반면 한국, 일본 등 동북아의 상황은 아직 평온하다.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kWh당 120원 선으로 유럽 평균의 3분의 1 이하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 가스 시장 특성상 연간 도입량의 약 80%를 장기계약으로 미리 묶어둔 덕분이다. 게다가 미국, 호주, 동남아, 남아시아 등으로 도입 수입처를 미리 다변화해 둔 덕분에 중동발 카타르 물량 수입 중단 사태 속에서도 큰 피해와 타격을 입지 않았다. 지정학적 요충지가 막혀도 다른 우회 루트를 통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들여올 수 있는 자립적 회복 탄력성을 확보해 둔 결과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안정은 과거 선제적으로 구축해 놓은 든든한 에너지 방어벽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일시적 평온이 우리의 미래 안전을 영원히 보장하지는 않는다. 에너지 안보는 단 한 순간의 등한시와 방심으로도 도미노처럼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유럽의 가스 폭등 사태는 에너지 전환기 속에서 철저한 대책이 없는 이상주의적 정책이 얼마나 위험하고 치명적인지 적나라하게 증명한다.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력 생산 구조를 급격히 재편하면서 가스 공급의 대부분을 단기 계약과 현물 시장에 의존했던 유럽의 선택은 시장이 요동칠 때 국가 경제 전체를 흔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방에 상존하는 오늘날, 글로벌 공급망의 실질적 통제권을 상실한 안보는 한낱 모래성에 불과함을 입증한 셈이다.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에게 에너지 안보는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 국가의 생존이자 안보 그 자체다. 한국 정부는 유럽의 뼈아픈 오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에너지 안보의 고삐를 더욱 단단히 죄어야 한다. 첫째, 현재의 석유, 가스 장기계약 중심 구조와 글로벌 공급선 다변화 기조를 더욱 공고히 지속해야 한다. 계약 만료를 앞둔 물량들을 선제적으로 재계약하고, 안정적으로 들여 올 수 있는 공급원을 끊임없이 발굴해야 한다. 둘째, 비축시설 및 비축물량을 더욱 확충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도 수개월을 버틸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기르기 위해 국내 저장용량을 더 상향하고, 공기업뿐만 아니라 민간에도 비축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 다만 비축물량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처분 권한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안보 분야에서는 과잉 대응이 무방비보다 낫다는 원칙이 있다.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현실성을 외면한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위해 에너지 안보를 소홀히 하는 순간, 유럽이 겪고 있는 전기요금 폭등과 공급 대란 잔혹사는 언제든 우리한테도 닥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대규모 투자, 에너지전환과 산업혁신을 함께 담아야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지난 달 정부와 주요 대기업은 1천조가 넘는 대규모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로 인하여 앞으로 십 수년간 추가적인 에너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임이 분명하다. 전력 생산 시설은 물론 전력망이 크게 모자랄 것이라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으며 정부도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특히 전력화의 추진이 국민의 에너지에 대한 수요 변화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모두 해당됨을 고려한다면 정부는 충분한 탄소중립형 전력 생산 시설 및 전력망의 건설에 보다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 이렇듯 에너지 생산 부문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환 작업이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나 에너지를 사용하는 산업에 대한 전환 작업은 그러나 매우 미적지근한 상태이다. 국내 산업의 에너지사용 방식에 대한 전환 노력은 1990년대에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대한 조정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였다. 하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도 기업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만의 변화가 아니고 제조업, 나아가서 산업 전체에 대한 에너지 사용방식의 혁신과 건물, 도로 등의 인프라 건설과정에 대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력 등 에너지 생산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은 전체 온실가스 감축 중 정부 주도로 전환을 진행하기가 가장 쉬운 부분일 뿐이지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보면 바로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 그리고 교통과 주거 부문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경공업을 지나 중화학공업의 육성을 통하여 현재의 경제성장과 선진국 진입을 이룬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강국이며 GDP의 대부분이 제조업의 수출이 차지하고 있다. 그 덕분에 국내 에너지사용량의 절반 이상이 제조업에서 소비되고 있다. 또한 전기는 국내 에너지사용량의 22% 수준이며 나머지 80% 정도가 동력과 열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하니 발전시설의 전환만으로는 탄소중립은 어림도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에너지전환정책은 화석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설비 대신 전기를 사용하는 설비로 바꾸고 전기의 생산 방법을 이른바 '탄소중립발전'으로 전환하는 두 가지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제조업의 생산 장비를 전기를 사용하는 새로운 장비 또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장비와 시설로 대체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엄청난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중화학공업의 특성상 필요한 자본투자의 규모가 매우 크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필요한 원자재 역시 변화하여야 하는데 이들이 공급망 재편 과정 역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경제를 받치고 있는 중화학공업의 전통적인 제조 프로세스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는데 드는 비용을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 철강산업이 노력 중인 수소환원공법, 시멘트산업의 재활용열 사용, 건설산업과 조선산업의 중방비 및 선박의 전기화 노력 등이 일부 사례이다. 대기업도 그러하니 중소·중견기업이 사용하는 기기와 생산설비에 대한 에너지사용 전환과정은 더욱 더 어려움이 크다. 자본투자의 규모가 엄청나지만 당장에 시장이 충분히 크다고 보장되어 있지도 못하니 선뜻 나사서 큰 돈을 투자하기 어려운 것이다. 제품 쪽으로 가면 더욱 더 진행이 더디고 장벽이 높다.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 제품 등 석유화학산업의 제품들이다. 이들은 그 원료가 석유인지라 제조 과정의 프로세스의 전환 정도가 아니고 원료 자체를 대체하지 않으면 전환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국민들 역시 생활 전반에 걸쳐 석유화학산업이 만든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들 제품에 대한 대체 상품의 개발 또는 사용의 전환 노력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전 세계가 AI 등 새로운 산업 혁명에 맞추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산업은 아직도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번 대규모 투자계획에서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선진국이 이미 활발히 인공지능을 적용한 신규 서비스를 창출하고 로봇을 적극 활용하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우리도 이번 대형 투자가 에너지전환은 물론 미래형 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투자가 될 수 있도록 세밀하게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bienns@ekn.kr

돌고 도는 에너지 부처·공공기관 ‘갑질’ 문제…관료 조직도 전환해야 [기후에너지환경 단상]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30대 사무관 사망 사건과 한국에너지공단 노동조합의 갑질 문제 제기는 에너지 부문 공직사회의 조직문화에 다시 한번 경고음을 울렸다. 이번 사건을 개인의 비극이나 특정 기관의 문제로만 본다면 같은 일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6년간 에너지 산업 분야를 취재하면서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민간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갑질과 괴롭힘을 호소하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피해자의 얼굴만 달라졌을 뿐 비슷한 구조는 계속 반복돼 왔다.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실무 과장에게 “너 죽을래"라는 취지로 질책했다는 법정 증언은 널리 알려져 있다. 특정 발언의 진위와 별개로 당시 원전 정책을 둘러싼 극심한 압박과 조직 분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당시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거대한 정책 변화 속에서 현장 실무자들이 감당해야 했던 부담은 상당했다. 최근에는 산업부의 에너지 부문과 환경부 조직이 통합되면서 서로 다른 조직문화가 충돌하는 과정까지 겹쳤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 햇빛소득마을 3000개 이상 조성 같은 매우 도전적인 목표가 제시되고, 현장에는 빠른 성과가 요구된다. 문제는 정책 목표가 커질수록 그 부담이 실무자에게 크게 전달된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이미 10만 건을 넘어섰고, 한국전력·전력거래소·한국에너지공단은 하루에도 수많은 민원과 문의를 처리한다. 과잉 발전으로 가동중단(출력제어)를 당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갑질을 당했다는 생각에 기관을 찾아오고, 기관은 기관대로 부족한 인력으로 이를 감당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위에서는 속도를 요구하고 아래에서는 불만이 쏟아지는 상황이 반복된다. 누구라도 이런 환경에서 오랫동안 일하면 여유를 잃을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도 항상 피해자만은 아니다. 사업 허가와 평가 권한을 가진 기관들은 또 다른 관계에서는 갑이 된다. 사업자들은 입찰 과정에서 비공개 정성 평가가 이뤄지는 데 대해 공공기관이 갑질을 한다고 받아들인다. 이에 사업자들은 국회로 달려가기도 한다. 민원인은 국회의원실에 청원하고, 국회의 자료 요구란 수단을 통해 갑을의 위치를 역전시키고자 한다. 이처럼 에너지 산업에서는 갑과 을의 위치가 연쇄고리처럼 이어지고, 바뀌기도 한다. 정부는 공공기관을 압박하고, 공공기관은 사업자를 상대하며 권한을 행사한다. 사업자는 다시 국회와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다. 모두가 어느 면에는 피해자이고, 또 다른 순간에는 가해자가 되는 구조다. 이제 정부도 모든 것을 쥐어틀고 직접 관리하려는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기업 모두가 서로를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협력의 파트너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전환은 권위와 압박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경쟁과 자율, 소통과 신뢰가 작동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반복되는 갑질 논란을 줄이는 가장 근본적인 해법일 것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전기차 완속충전 요금 내린다…업체들 8월부터 대대적 인하 예정

다음 달부터 전기차 완속 충전 요금 부담이 한층 가벼워진다. 주요 전기차 충전 사업자들이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충전기 로밍 요금 개편에 발맞춰 다음달 1일부터 완속 충전 요금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인하에 나서기 때문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GS차지비, 플러그링크, 파워큐브, SK일렉링크 등 국내 주요 전기차 충전 사업자들은 8월부터 순차적으로 하향된 완속 요금제를 적용한다. 이번 요금 개편의 핵심은 이용자가 가장 많은 완속 충전 요금 인하다. 전체 공공 충전기의 약 89.3%를 차지하는 충전기의 전력 용량 30킬로와트(㎾) 미만 완속충전기 요금은 기존 킬로와트시(㎾h)당 324.4원에서 295.0원으로 낮아진다. ㎾h당 29.4원(9.1%) 인하되는 수준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 1일 발표된 기후부의 전기차 충전 로밍 요금 개편에 따른 것이다. 로밍 요금은 이용자가 다른 사업자의 충전기를 사용할 때 적용하는 요금으로, 소비자 충전요금의 기준이 된다. 기후부는 100kW를 기준으로 했던 기존 2단계 체계를 △30kW 미만 △30~50kW △50~100kW △100~200kW △200kW 이상 등 5단계로 세분화해 원가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도록 했다. 이에 맞춰 주요 충전 사업자들은 주택가와 아파트, 사업장에 주로 설치된 완속 충전기 단가를 하향한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30kW 미만 완속 충전 기준 플러그링크는 kWh당 기존 324.4원에서 292원으로 32.4원(10.0%) 내려 가장 큰 인하 폭을 보였다. SK일렉링크는 기존 324.4원에서 295원으로 29.4원(9.1%) 낮췄으며, GS차지비는 319원에서 295원으로 24원(7.5%) 인하했다. 오는 4일부터 변경된 요금제를 적용하는 파워큐브의 경우 계시별 차등 요금제를 적극 도입한다. 경부하 및 중간부하 시간대에는 289.8원까지 낮추고, 최대부하 시간대에는 319원을 적용해 심야 충전 혜택을 극대화했다. 이번 요금 인하로 완속 충전기를 주로 사용하는 전기차 운전자들의 체감 비용은 상당 수준 줄어들 전망이다. 70kWh 배터리 탑재 전기차 기준으로 기존 대비 kWh당 약 25~30원가량 인하된 완속 충전을 이용할 경우, 1회 완충 시 약 2000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주 2회 완충(월 약 560kWh 충전)을 가정할 경우, 월평균 1만5000원 안팎의 충전비를 절감하는 셈이다. 한편, 정부 차원의 기준 단가 인하로 충전 사업자 업계 전반에 요금 인하에 따른 부담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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