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인사이트] 대통령실 선 그은 ‘반도체 이전론’…새만금 RE100 구상의 기술적 현실](http://www.ekn.kr/mnt/thum/202601/news-t.v1.20260109.92e09e62acc64091a10a2fb55caa2fd3_T1.png)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론'에 대해 대통령실이 명확히 선을 그으면서, 새만금을 RE100 산업단지이자 반도체 대안 입지로 키우겠다는 구상도 현실적 검증의 문턱에 다시 섰다. 대통령실은 “기업 이전은 정부가 검토할 사안이 아니며,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고 못 박았지만, 산업계에서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새만금은 기술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다. 대통령실은 8일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론과 관련해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공식 확인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클러스터 대상 기업의 이전을 정부가 논의한 적은 없다"며 “입지 결정은 기업의 판단 영역"이라고 밝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산업 기반을 흔드는 논의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지만, 결과적으로는 정치권 논의를 정책 차원에서 일단 차단한 셈이다. 이 같은 대통령실의 거리 두기와 별개로, 새만금 RE100 산업단지 구상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점점 기술적·물리적 한계로 옮겨가고 있다. 재생에너지 잠재량만으로 반도체 산업 입지를 논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라는 지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새만금 반도체 이전은 '공장 하나 옮기는 문제'가 아니라, 전력·용수·산단·계통을 처음부터 새로 짓는 국가급 프로젝트로, 최소 30조 원 안팎의 추가 비용과 장기 리스크가 전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전력 문제다. 반도체·AI 산업은 24시간 무중단 전력 공급이 전제다. 재생에너지는 장기적으로 확대해야 할 전원이지만, 태양광·풍력 중심의 전원 구성은 출력 변동성과 계절 편차를 피할 수 없다. 이를 보완하려면 대규모 백업 전원과 저장 설비, 그리고 무엇보다 초고신뢰 전력망이 필요하다. 그러나 새만금 일대는 아직 반도체 공정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계통 안정성과 송전망이 구축돼 있지 않다. 수도권에 비해 송전선 신설에 따른 환경·주민 갈등 리스크도 더 크다. 발전소 설치 문제 역시 간단하지 않다. 반도체 단지를 단일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필요한 전력 규모는 수 GW(기가와트) 단위에 이른다. 이는 단순히 태양광 몇 기를 추가로 설치하는 문제가 아니라, LNG·원전·수소 등 안정적 전원을 포함한 복합 전원 체계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새만금은 그동안 '재생에너지 실험지'로 기능해왔을 뿐, 대규모 기저·조정 전원을 병행하는 산업 전력 허브로 설계된 적은 없다. 용수 공급도 구조적 제약이다. 반도체 공정은 전력만큼이나 막대한 양의 초순수(超純水)를 필요로 한다.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미 수십 년에 걸쳐 용수 공급망을 구축해왔지만, 새만금은 아직 산업용 초순수 인프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장기 인프라 투자 문제가 뒤따른다. 반도체 산업에서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공정 특성상 미세한 변수 하나가 막대한 손실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공정은 정전이 단 한 차례 발생하는 것만으로도 수천억 원대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밀리초(ms) 단위의 전압 변동만으로도 공정 중인 웨이퍼 전량이 폐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력 공급뿐 아니라 산업용수, 전력망 인프라는 개별적으로가 아니라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구축이 지연될 경우 공장 가동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무중단 운영이 전제되는 만큼, 전력 안정성과 용수 공급, 계통 신뢰성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맞물려 작동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하나라도 부족하면 입지 이전은 성립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산업 입지를 판단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접근이라는 것이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전기·물·망이 하나의 시스템"이라며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이전 논의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산업계에서는 새만금 이전론을 두고 “에너지 전환의 방향과 산업 입지 전략을 혼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100은 입지를 옮기라는 요구가 아니라,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전력 공급 체계를 요구하는 글로벌 기준에 가깝다. 전력시장 제도, 요금 체계, 계통 운영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 이전론부터 제기하는 것은 순서가 거꾸로라는 것이다. 야당 역시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현장 행보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같은 날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공사 현장을 찾아 “정치적 논쟁이 산업 경쟁력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반도체 생태계를 유지·고도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다. 결국 새만금 RE100 산업단지가 반도체 산업의 대안 입지로 거론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비전이나 구호보다 전력·망·용수라는 냉정한 기술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부터 입증해야 한다. 대통령실이 “기업이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은 배경 역시, 이러한 현실 인식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에너지 전환의 방향과 산업 전략은 분명 중요하지만, 첨단 산업의 입지는 선언이 아니라 검증된 인프라와 신뢰 위에서만 결정된다는 점이 다시 확인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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