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사성 폐기물 문제부터 미래 원전 역할에 관한 공론화, 한국형 원자로의 첫 미국 진출까지 올해 말이면 국내 원자력발전 정책이 중대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을 위한 기본조사를 수행할 부지 후보 공모가 내년부터 시작된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고준위 방폐물 중간저장시설과 처분시설을 각각 2050년, 2060년 이전에 운영을 개시하도록 정했다. 이에 앞서 제3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 수립을 마치고, 전국을 대상으로 부적합지역 배제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은 특별법을 근거로 30년을 계획 기간으로 두고 5년마다 수립한다. 2차 계획이 2021년 12월 말 확정된 전례를 보면 3차 계획도 올해까지 수립돼야 한다. 3차 기본계획에는 △사용후핵연료 발생 전망 △부지선정∙시설계획 △투자계획 △기술개발∙인력양성 등을 포함한다. 특히 지하연구시설의 연구실증 강화로 안전성을 제고하고, 2060년 영구처분시설 운영까지 향후 35년의 관리시설 건설∙운영 로드맵을 제시할 예정이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원회는 국무총리실 산하로 지난해 9월 26일 첫 출범했고, 올해 2월 1차 위원회를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본위원회를 8차례 개최했다. 35명의 전문가를 위촉해 △부지 △저장·운반 △처분 △ 소통 4개 분야의 전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지난 4월 △부적합지역 배제, △조사 대상부지 공모, △기본‧심층조사 등 부지선정 全과정에 걸친 청사진을 담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부지적합성 조사계획을 의결했다. 6월에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과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국제 토론회를 개최하고, 전 세계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 관계자와 유치지역 주민대표를 초청했다. 원전 공론화위원회도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지난 7일 서울시 중구 비즈허브 서울센터에서 첫 회의를 진행했다. 원전 공론화위는 지난달 22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공론화 추진 계획을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이후 지난 2일 첫 출범했다. 은재호 한국외대 겸임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인문사회∙과학기술∙조사통계∙갈등관리∙에너지 분야에서 원전 이해관계자가 아닌 중립적 인사들을 추천받아 8명의 위원을 위촉했다. 위원회는 공론화의 기본 방향과 세부 절차를 마련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해 공론화 결과를 도출한 뒤 정부에 권고한다. 원전 분야 전문가들은 별도 전문위원회로 구성해 전문정보를 제공한다. 1차 회의에서는 공론화 결과를 다수 선택만으로 해석하지 않고 숙의 후 의견, 판단 근거, 공통점 과 주요 의견을 종합해 정리하는 방향으로 원칙을 세웠다. 2박 3일간 300명 규모의 시민참여단 숙의토론 운영과 전문위원회 구성∙역할 등을 담은 '시민참여형 조사용역 계획(안)'도 의결했다. 공론화 추진 방향으로는 미래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대안 가운데 하나로서 원전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논의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를 계기로 방폐물 관리에 숨통이 트고 원전 규모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국내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각 원전의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는데, 습식 임시 저장시설은 2030년 전남 영광군에 위치한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2031년 한울 원전, 2032년 고리 원전에서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더 긴 기간 보관이 가능한 건식 저장소는 월성 원전에서만 운영 중으로, 저장소 포화 대책이 절실하다. 방폐물 관리시설도 중∙저준위 방폐물을 위한 시설만 경북 경주에 있을 뿐 고준위 방폐물 시설은 아직 먼 이야기다.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산업을 전국에서 육성한다는 3대 메가프로젝트로 전력 수요가 최소 약 30GW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검토 입장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원전 건설 지역부터 지역 수용성 확보,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소형모듈원자로(SMR) 같은 미래 원전 기술 개발∙상용화까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과거처럼 원전 건설 기간이 지연되는 문제를 막을 수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한미 양국이 지난 1일 체결한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의 일환으로 구성하기로 한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도 한국 원자력 정책에서 중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 시장에 해외 노형이 적용된 원전을 한국이 최초로 건설하게 되기 때문이다. 원래는 지난해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가 맺은 타협협정 때문에 APR1400의 미국 진출이 불가능했지만, 이번 협상을 계기로 APR1400의 미국 진출이 가능해졌다. AP1000 건설에도 한국의 시공∙기자재 기업이 참여한다. 원전 2기당 한국 정부의 투자 비용은 건설비 250억달러와 예비비 50억달러로 이뤄진다. 아울러 AP1000 원전 사업에서 발생하는 상업적 이익을 한미 간 공유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의 웨스팅하우스 지분인수도 추진한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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