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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철 코앞인데…중동 전쟁으로 비료 대란 우려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비료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료 원료인 요소, 암모니아 등은 대부분 석유에서 뽑아내는데, 중동산 공급이 대부분 차단되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중동산 수입 비중은 약 40% 수준이다. 23일 농업계에 따르면 중동 전쟁 장기화로 질소 원료인 요소와 암모니아 수입에 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요소 수입량은 34만9555톤이며, 주 수입처는 카타르 6만8200톤, 중국 6만6317톤, 말레이시아 5만3079톤, 사우디아라비아 5만톤, 아랍에미리트(UAE) 1만5985톤 등이다. 이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양은 총 13만4185톤으로, 비중으로는 38.4%이다. 또 다른 질소 공급원인 암모니아도 수입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암모니아 수입량은 133만4387톤이며, 주 수입처는 인도네시아 58만8904톤, 사우디아라비아 53만2364톤, 바레인 2만4792톤 등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양은 총 55만7156톤으로, 비중은 41.8%이다. 요소와 암모니아는 비료의 3대 요소인 질소(N), 인산(P), 칼륨(K) 중 질소를 공급하는 주요 원료이다. 질소는 식물의 단백질 구성 성분으로, 잎과 줄기를 무성하게 하고 초기 생장을 돕는 기능을 한다. 요소와 암모니아는 질소, 탄소, 수소, 산소 등을 합성해 만드는 화학물질이다. 석유 및 석유화학산업이 발달한 중동이 세계 시장의 약 30%를 공급한다. 현재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우리나라로 오는 중동산 요소와 암모니아 수입이 완전히 막힌 상태이며, 중국, 인도 수입길만 간간히 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인산과 칼륨의 원료인 인광석, 황(인광석 분해), 염화칼륨 등은 수입처 다변화 및 국내 생산이 가능해 조달에 큰 무리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NPK 비료는 식물 밑거름, 웃거름으로 모두 사용된다. 밑거름은 북반구의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는 5월 이전인 3~4월에 논갈이, 밭갈이를 하며 뿌린다. 지금이 딱 사용 시기인 것이다. 하지만 중동산 비료 원료 공급 차질로 세계 농업대국인 미국, 인도, 중국조차 큰 곤란을 겪고 있다. 미국 농민연맹은 트럼프 대통령에 해군이 비료를 운반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미 농림부장관은 비료 가격을 낮추기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료 원료의 주 공급처인 중국은 비료 수출업체에 수출 제한을 지시해 세계 비료가격 상승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인도는 천연가스 수급이 어려워지자 비료 생산용 천연가스 사용을 줄였는데, 이로 인해 비료 생산이 줄어들자 중국에 비료 공급 확대를 요청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비료 원료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상반기까지는 공급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동 사태가 길어지고 있어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0일 농업 및 연관산업 분야 중동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비료 수급을 점검했다. 점검 결과 비료는 상반기 영농철까지 현장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원료인 요소의 약 38.4%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고, 가격이 높아지고 있어 선제적인 대응방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농식품부는 비료 수급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동남아 등으로 수입선을 대체하고, 원료구입 부담을 낮추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국내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료 가격이 인상되지 않도록 농협 등 관계기관과도 지속 협의하기로 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에너지 안보 위기 속 올여름 더위도 심상치 않다

에너지 안보 위기 속에 올여름 더위 전망도 심상치 않다. 여름철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 전력 소비는 불가피하게 증가한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석유·가스 수급 불안이 커지는데 여름철 폭염까지 겹칠 경우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각종 정책과 캠페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상청이 23일 발표한 3개월 전망에 따르면 오는 6월 기온은 북인도양과 열대 서태평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의 영향으로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유입되면서 평년보다 높을 전망이다. 4~5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60%, 6월은 50%로, 평년보다 낮을 확률(10%)보다 5~6배 높다. 최근 우리나라는 6월부터 이른 폭염이 시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올해 역시 무더운 여름이 예상된다. 지난해 6월 전국 평균기온은 22.9℃(도)로 종전 최고 기록(22.7도)을 넘어섰다. 이 같은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5~2025년은 관측 이래 가장 더운 11개 해로 기록됐다. 2024년 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5도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025년 역시 1.43도 상승해 2위 혹은 3위로 최종 기록될 전망된다. WMO는 현재 기후가 관측 역사상 가장 불안정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폭염이 에너지 수급 부담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냉방 수요가 증가할 경우 LNG 확보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일본과 유럽 등 주요국까지 냉방 수요 확대에 나설 경우 LNG 가격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은 통상 2~3개월 시차를 두고 전력시장에 반영된다. 3월 초 발생한 미국과 이란 간 충돌로 상승한 에너지 가격이 전력도매가격(SMP)에 반영되는 시점에 폭염으로 전력수요까지 급증할 경우 한국전력 등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월별 최대전력을 보면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2022년 이후 6월과 9월 최대전력이 겨울철 수준인 7만MW대에 진입했다. 7~8월에는 8만MW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폭염이 장기화될 경우 최대전력 수요가 사상 최고치를 충분히 경신할 수 있어 수급 불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력 수요는 재생에너지와 석탄, 원자력 발전으로 충당하고도 부족할 경우 LNG 발전으로 메우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연료비 연동제로 가장 비싼 발전원의 비용이 SMP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LNG 가격 상승은 전력도매가격 상승과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한다. 현재 정부는 에너지 소비 절감을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현재 공공기관에 한해 시행 중인 차량 5부제를 민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 22일 소셜미디어(SNS)에 “지금의 상황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전력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석탄발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정비 중인 원전의 재가동 및 재생에너지의 신속한 보급으로 에너지 공급 능력을 충분히 확보하겠다"며 “대중교통 이용과 태양광이 풍부한 낮 시간에 전자기기‧전기차 충전 등 생활 속 에너지 절약에 적극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린다. 공공부문부터 승용차 5부제를 실천하며 솔선수범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호르무즈 리스크에 흔들린 에너지 안보…“원전 역할 다시 커진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 움직임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커지면서 원자력 발전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완전 봉쇄는 아니지만 '선별적 통행'이 현실화되면서 LNG를 중심으로 한 전력 시스템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동 정세 악화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는 급등을 피하고 있지만, 이는 해협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특정 국가와 선박에 따라 통과 여부가 달라지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공급 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특히 LNG는 해상 운송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구조다.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LNG 공급망에서도 핵심 경로로,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가격 상승과 물량 확보 불안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원전은 연료를 장기간 비축할 수 있고 국제 운송 리스크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는 점에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각국 정부도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원전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정비 중인 원전의 재가동을 통해 전력 공급 여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월성 1호기와 고리 2호기를 3월 중 재가동하고, 이후 한빛 6호기, 한울 3호기, 월성 2·3호기 등을 순차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특히 원전의 연료 대체 효과도 주목된다. 통상 1GW 규모 원전은 연간 약 49만 톤의 LNG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LNG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전력 생산 비용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유가 문제가 아니라 전력 시스템 구조 문제를 다시 드러낸 계기라고 보고 있다. LNG 중심 구조는 가격과 공급 모두에서 외부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완전 봉쇄가 아니어도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는 상황 자체가 문제"라며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연료 수입 의존도가 낮은 전원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 역시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에너지 안보를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원전과 같은 기저 전원의 역할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정책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원전은 에너지 안보와 탄소 감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전원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주요국들은 원전 설비 확대 또는 수명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자체 LNG 자원이 풍부한 미국조차 원전 확대 정책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은 최근 일본과의 정상회담에서 차세대 원전 및 신규 원전 건설 확대를 논의했으며, 특히 자국 내에 신규 원전 약 10기 건설 방안을 검토하는 등 원자력 발전 비중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연료 확보 차원을 넘어 전력 시스템 안정성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력 수요 증가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상황에서 원전은 안정적인 기저 전원으로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자립도가 높은 국가들조차 원전을 확대하는 흐름은,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이 단순한 가격이 아닌 '안정성 중심 구조'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중동 사태는 에너지 안보의 핵심이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공급 안정성'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켰다는 평가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각국이 어떤 전원 믹스를 선택하느냐가 향후 에너지 전략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2분기 전기요금 동결…에너지 위기에 가격신호 왜곡 논란

2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중동발(發) 에너지 수급 위기임에도 요금이 동결되면서 소비 절약 유인이 소멸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은 23일 2분기(4~6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 모든 항목에서 변동이 없다. 가정용 전기 요금은 12분기 연속, 산업용은 6분기 연속 동결된다. 연료비 변동을 반영하는 '연료비 조정단가' 제도가 작동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제도의 취지가 또 한 번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제도가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를 때도, 내릴 때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 압력이 반영되는 구간이지만 국내 전력도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진 상당기간 시차가 존재해 당장 2분기에는 연료비 조정단가 인하 요인이 발생했다. 제도와 정책 변수에 가로막혀 가격 신호가 지속적으로 왜곡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에 따르면 연료비 조정단가는 이전 3개월간 유연탄, LNG 등 연료 가격 변동분과 최근 1년간 변동분의 차이를 반영해 ±5원 범위 내에서 조정한다. 즉 2분기 요금 기준은 지난해 12월~올해 2월 평균 가격이 반영된다. 한전에 따르면 전쟁이 2월말에 발생해 이번에는 오히려 kWh당 11원 정도의 인하요인이 발생했지만 한전의 재무구조를 고려해 지난 분기와 같이 5원으로 유지하기로 결정됐다. 현재 중동 전쟁으로 동북아 LNG 현물가격은 전쟁 전 MMBtu당 10달러 초반대에서 20일에는 21달러로 올랐고, 같은 기간 국제유가도 배럴당 60달러대에서 110달러로 올랐다. 이 상승분은 2분기가 아닌 다음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 때 반영될 예정이다. 전쟁이 2월 말 발생했으니 상승분이 평소보다 더 많아야 하지만 3분기에도 상한선인 '+5원'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당초 연료비 연동제는 국제 연료 가격이 상승하면 이를 요금에 반영해 소비 절약을 유도하고, 반대로 하락하면 요금을 낮춰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장치로 도입됐다. 그러나 실제 운용 과정에서는 정치·물가 요인에 가로막혀 '제때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던 2022~2023년에는 요금 인상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며 한전의 대규모 적자를 키웠고, 이후 가격이 안정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도 요금 조정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번 2분기 역시 유사한 흐름이다. 연료비 변동 요인을 반영하기보다는 한전의 재무 상황과 물가 안정 필요성이 우선 고려되면서, 제도는 다시 한 번 '정책적 판단'에 종속됐다. 한전은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과 재무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5원 유지를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연동제가 아니라 '정부 결정 요금'이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가 반복될수록 전력시장 전반의 가격 신호가 왜곡된다고 지적한다. 연료비 상승이 요금에 반영되지 않으면 전력 소비 절감 유인이 약해지고, 반대로 하락분이 반영되지 않으면 소비자 신뢰도 역시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LNG·석탄 등 연료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전력 시스템에서 가격 신호 왜곡은 투자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유연성 전원이나 발전원별 경제성 판단이 실제 시장 상황과 괴리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연료비 조정단가는 도입 취지와 달리 '있지만 작동하지 않는 제도'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국제정세가 안정적일 때도, 중동발 리스크 등으로 불안할 때도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면 제도의 존재 이유 자체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지금 구조에서는 연료비 연동제가 아니라 사실상 정치적 요금 결정 시스템"이라며 “요금 현실화와 제도 정상화 없이는 한전 재무 문제도, 전력시장 왜곡도 동시에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재생에너지는 산업 연료이고 안보 자산이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반감을 자주 드러냈다. 법원의 저지를 받기는 했지만, 수억 달러에 달하는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무산시키려 했고, 육상풍력 발전 사업도 막으려 했다. 다른 국가들에게 화석연료로 회귀하도록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영국을 향해서는 “나라 곳곳에 풍력발전기가 설치되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태양광 패널에 대해서도 경관을 해치는 흉물, 매우 비효율적인 것이라고 비난했고, 세기의 사기극이라고까지 불렀다. 그는 화석연료를 우선시 하며 태양광 프로젝트 수백 건의 최종 승인을 막았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변하고 있다. 미국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 큰 폭의 전력수요 증가를 겪고 있다. 기술 기업들은 전력 부족으로 인해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여기서 재생에너지의 실용적 가치가 부각되었다. 화석연료나 원자력 발전소는 건설에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내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효율적인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구글은 미시간주 남동부에 계획된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20년간 2.7GW 규모의 태양광,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두 번째 계기는 지정학적 위기와 에너지 안보이다. 미국의 이란 공격이 이를 부각시켰다. 에너지를 외부의 장거리 운송이나 분쟁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것은 국가 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다. 반면 태양과 바람은 특정 국가가 독점할 수 없으며, 운송로 봉쇄 위험에서도 자유롭다. 이번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이 글로벌 시장을 흔들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많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그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기반인 MAGA 진영도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 보좌관인 스티븐 밀러의 아내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추종자인 케이티 밀러는 최근 “태양에너지는 미래의 에너지이다. 우리는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을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토니 파브리치오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 등 트럼프의 주요 측근들도 전력수요 급증과 에너지 가격 부담이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름에 따라 태양광발전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어조조차 바뀌었다. 그는 미국의 에너지 비용 인하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태양광 발전이 해결책의 원동력이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화의 징후는 그동안 중지시켰던 여러 대규모 프로젝트의 허가 절차를 재개한데서 나타났다. 태양광발전을 전력망에 기생하는 존재라고 비판했던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역시 어조를 바꿨다. 그는 태양광 발전이 전력망에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상업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의 변화는 통계로 증명된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2026년 미국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86GW의 발전 설비를 새로 추가할 계획이다. 이는 2025년의 53GW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주목할 점은 그 구성이다. 신규 설비의 절반 이상(43.4GW)이 태양광이며, 배터리 저장장치(24.3GW), 풍력(11.8GW)이 그 뒤를 잇는다. 천연가스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약 6.3GW이다. 재생에너지가 미 전력망 확충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탄소중립의 수단이라는 명분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전력수요가 폭증하는 시대에 재생에너지는 선택이 아닌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재로 재정의되고 있다. AI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산업 연료이자,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안보 자산인 것이다.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속도와 자립에 있다. 우리처럼 화석연료 매장량이 부족한 국가들에게 있어 태양광과 풍력이 이를 적극적으로 담당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조차 실용적인 해답을 찾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이미 수립된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할 때, 비로소 AI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에너지 자립이라는 국가적 숙제 해결을 위해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 ekn@ekn.co.kr

인천 직매립 금지 3개월 만에 한시적 허용…불가피했나 논란

수도권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 16만3000톤이 소각되지 않고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매립된다. 공공소각장 정비라는 예상 가능한 상황에도 수도권 생활폐기물을 민간소각장에서 처리하기보다는 예외 규정을 적용해 직매립 금지 시행 3개월 만에 다시 인천으로 반입하는 모습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운영위원회에서 공공소각장 정비 기간 동안 수도권 생활폐기물 16만3000톤을 직매립하는 내용을 의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직매립은 오는 23일부터 다시 실시된다. 공공소각장 정비는 각 시설별로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소각장당 약 1개월이 소요된다고 전해진다. 기후부는 지난 1월 1일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생활폐기물을 소각한 뒤 발생한 잔재물만 수도권매립지에 매립할 수 있었다. 다만 폐기물 처리시설 가동 중단 등의 경우에는 기후부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 협의를 통해 직매립을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민간소각시설이라는 대안이 있는 상황에서 단지 민간소각시설 의존도를 높이지 않겠다는 이유로 직매립을 허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민간소각업계는 여전히 처리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직매립 예외적 적용에 대해 이들의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인천 지역에서도 쓰레기 대란이 임박한 상황이 아닌 만큼 이번 조치의 필요성을 두고 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당초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인천시에 강한 요구로 2016년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공공소각장 확충 지연 등의 이유로 지자체 협의를 거쳐 올해로 10년 미뤄졌다. 그럼에도 시행 3개월 만에 공공소각장 정비라는 예상 가능한 상황에서 다시 예외를 허용했다는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에 허용된 직매립 물량 16만3000톤은 2023~2025년 연평균 직매립량(52만4000톤)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다만 민간소각장은 서울 공공소각장과 달리 경기·충청 지역에 위치해 있어 의존도를 높일 경우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민간소각 처리 역시 인천 직매립처럼 생활폐기물은 발생지에서 처리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수도권 3개 시·도는 직매립량을 최근 3년 평균 공공소각시설 정비 기간 동안 매립량(18만1000톤) 대비 10% 이상 감축해야 한다. 시·도별 허용 물량은 서울 8만2335톤, 인천 3만5566톤, 경기 4만5415톤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다시 생각해 보는 자연독점사업자의 의무

자연독점산업을 경쟁에 맡기게 되면 여러 사업자가 나누어서 생산하게 되어 평균생산비가 올라가고 이에 따라 가격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는 자연독점 사업의 경우 독점사업자를 지정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독점사업자로 지정되고 나면 독점의 횡포를 부릴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즉, 가격을 높게 받고 품질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며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수준도 떨어질 수 있다. 게다가 공급하기 어려운 곳에 있는 소비자에게는 여러 핑계를 대며 공급을 거절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정부는 자연독점사업의 경우 가격 규제와 보편적 공급의무를 부과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자연독점 규제는 진입 규제, 가격 규제, 보편적 공급의무의 세 가지 규제가 하나의 묶음으로 규정되게 마련이다. 에너지 분야에 있어서 이와 같은 자연독점 규제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 있는 법은 전기사업법, 도시가스사업법 그리고 집단에너지사업법이다. 일반적으로 독점사업자 외에는 진입을 금지하는 진입 규제 규정은 사업에 대한 허가제(전기사업법 제7조, 도시가스사업법 제3조, 집단에너지사업법 제9조)를 통하여 나타나 있다. 가격 규제는 전기사업법에서는 전기의 공급약관(제16조)으로, 도시가스사업법과 집단에너지사업법에서는 공급규정(각각 제20조 및 제17조)으로 규정된다. 보편적 공급은 공급의무라는 표현(전기사업법 제14조, 도시가스사업법 제19조, 집단에너지사업법 제16조)으로 규정되어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막강한 자연독점 사업자는 바로 한전이다. 발전자회사 6개를 통하여 발전설비 60% 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송배전과 판매에 있어서는 사실상의 순수 독점사업자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엄청난 진입 규제로 보호받고 있는 한전에 대하여 정부는 제대로 가격 규제와 공급의무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지는 자성해 봐야 한다. 가격 규제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규제를 했다고 판단된다. 이 때문에 한전은 제대로 그 원가를 보상받지 못했다. 그 결과가 200조 원이 넘는 한전 부채다. 그러나 2022년의 러-우 전쟁 발발 이후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뒤늦게 반영하기 위해 정부가 2024년 하반기에 올린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 특히 2천7백만이 넘는 주택용 수용가 대신 전체 수용가의 1.7% 수준의 산업용 수용가를 대상으로 급하게 올린 산업용 요금은 지나치게 정치적인 결정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공급의무 측면에서도 정부의 규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 가장 심각한 결과는 만성적인 송전망 공사의 지연이다. 물론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반대가 심각했다는 이유를 들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는 독점사업자가 제대로 의무를 이행하도록 규제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진입 규제는 한전이란 독점사업자가 누릴 수 있는 특혜이다. 그렇지만 이런 특혜는 그냥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엄격한 가격 규제와 공급의무가 특혜를 누리는 사업자가 감당해야 할 몫인 것이다. 전력이 모자랐던 2010-2013년 기간 동안 정부와 한전은 민간사업자들에게 석탄발전소를 빨리 지어달라고 5, 6차 전기본을 통해 부탁하다시피 하였다. 그리고 2019년까지는 동해안에서 백두대간을 넘어오는 송전망을 준공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이 송전망 공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가동률 저하로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는 민간사업자들을 위해 전기사업법을 개정하여 송전제약 지역에 대해 PPA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지만 아직 정부는 관련 고시조차 제정하지 않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가 심사 중인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에 있어서도 가장 핵심 쟁점은 전력 직접거래와 PPA 허용 여부인데 담당부처는 한전의 독점사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에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전이 자신에게 주어진 공급의무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할 때는 진입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ekn@ekn.kr

삼천리 자사주 42만주 소각 결정…주가 약 6% 상승

삼천리가 주주가치 확대를 위해 약 42만주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주가는 6%가까이 상승했다. 국민연금은 이사 임기 변경 건에 반대의사를 보였다. 삼천리는 20일 여의도 본사에서 '제60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보유 중인 자사주 42만8248주(발행주식 총수의 10.6%)를 이달 31일 소각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약 565억원 규모이다. 회사 측은 “이번 소각을 통해 주당 가치를 높이고, 잔여 자사주 20만2752주(5%) 또한 임직원 성과 보상 등으로 활용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주주와 상생하는 경영 기조를 공고히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주가는 전일 대비 5.75% 상승해 15만4400원으로 마감했다. 주총에서는 △2025년 재무제표 및 연결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사내이사 선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 △자기주식 보유ㆍ처분 계획 승인 등 총 6건의 안건이 상정되어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사내이사로는 유재권 부회장이 재선임되고, 전영택 사장이 신규 선임됐다. 두 임원 모두 안산 LNG복합발전소인 에스파워 대표를 지냈다.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는 김도인 김&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이 재선임됐다. 정관 변경 안건으로는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고,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 등이 의결됐다. 지분 5.02%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안건 1호인 제무재표 승인 건과 2-5호인 이사 임기 변경의 건에 반대표를 보였다. 국민연금은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한편, 이사 임기를 기존 3년에서 '3년 이내'로 한다는 안건에 반대했다. 2025년 연결 기준 실적은 매출액 5조2755억원, 영업이익 1596억원, 당기순이익 1313억원으로 확정됐다. 주당 배당금은 전년도와 동일하게 3000원으로 확정됐다. 이찬의 부회장은 “지난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삼천리가 70년 장수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주주 여러분의 변함없는 신뢰와 지지 덕분"이라고 밝히며 “올해는 70년을 넘어 백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 임직원의 화합을 기반으로 책임·지속·상생경영을 이루며 기업 가치 제고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탈석탄은 생존”…산단 열병합 업계, 연료 전환 지원 촉구

산업단지에 석탄발전으로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열병합발전 사업자들이 정부에 석탄에서 액화천연가스(LNG)나 바이오매스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열병합발전협회는 박해철,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산단 열 탈탄소화 실현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열병합발전협회는 산업단지에 주로 석탄을 이용해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이 모인 협회다. 집단에너지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데 주거지에는 주로 LNG가, 산업단지에는 석탄이 열과 전기를 공급한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전우영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에 따르면 집단에너지 설비 중 LNG는 9.6기가와트(GW), 석탄은 1.2GW 규모다. 열에너지는 전기와 달리 장거리 수송이 어려워 산업단지 인근에 중소규모 석탄발전을 설치해 열을 공급하는 구조다. 다만 정부가 2040년까지 탈석탄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산업단지 내 석탄발전도 탄소 배출이 석탄보다 적은 LNG나 목재펠릿 등을 활용한 재생에너지인 바이오매스 등으로 연료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용구 한국열병합발전협회 회장은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이라는 과제 아래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시설은 탄소중립이라는 유례 없는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저렴하고 안정적인 유연탄 발전은 글로벌 탄소 규제 압박에 직면해 있다. 탈석탄 연료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제도적 불확실성과 연료 전환 사업 인허가 지연, 막대한 투자 비용이 사업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LNG로의 신속한 전환과 바이오매스 수급 안정화 등 제도 개선과 함께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미국·이란 간 전쟁 등으로 LNG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석탄에서 LNG로의 전환이 단기적으로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다만 탄소중립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흐름인 만큼 궁극적으로는 연료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온실가스 초반에 줄일까, 후반에 줄일까…시민이 정한다

국회 기후특위가 운영하는 공론화위원회가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두고 초기에 집중해 줄일지 아니면 후반에 더 많이 줄일지를 정하기로 했다. 이 결정은 기후특위에 제출돼 탄소중립법 개정에 반영될 예정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후반 감축 선택지를 포함한 것 자체를 문제 삼으며 공론화 중단과 위원회 해체까지 요구했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단 340명이 탄소중립법 개정과 관련해 숙의할 의제를 확정했다. 주요 의제는 감축목표의 적정성, 시기별 감축 경로,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수단 등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2월 초에 기후특위 여야 간사인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과 공론화 전문가 등 10여 명과 시민대표단 500명으로 출범했다. 이후 시민대표단은 340명으로 최종 확정됐다. 특히 시기별 감축 경로에 관한 질문은 △초기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 △전체 기간 동안 비슷하게 감축하는 방식 △나중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 △잘 모르겠음 등으로 구성됐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2018년 대비 2030년 40% 감축, 2035년 53~61% 감축이다. 지난 2024년 8월 헌법재판소는 환경·시민단체가 제기한 기후소송에서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2031~2049년 감축목표가 없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050년 탄소배출량을 '0'으로 하는 목표는 있으나 중간 목표가 없어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위헌 판결 이후 정부는 지난해 11월 2035년 NDC를 결정했으나, 2036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계획은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다. 기후특위는 탄소중립법에 2036년부터 2049년까지의 NDC를 담을 계획이다. 시민들에게 2036년부터 빠르게 온실가스를 줄일지, 아니면 2049년까지 비슷한 속도로 줄일지, 혹은 2036년보다 2049년으로 갈수록 더 많이 줄일지를 공론화위원회에 묻는다. 탄소중립법은 주요 기후·에너지 정책의 상위법으로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제로에너지건축물, 전기차 보급목표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시민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탄소감축의 세부 이행계획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시민 대상 질문에 '나중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이 포함된 데 대해 공론화위원회 해체까지 요구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 방식은 헌재가 탄소중립법을 위헌이라고 본 취지, 즉 미래 세대의 기본권 침해를 반복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환경·시민단체로 구성된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이날 “기후특위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이창훈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한다"며 “또한 국회 기후특위는 진행 중인 공론화를 전면 중단하고 공론화위원회를 해체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나중에 감축하는 경로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가 이미 제출한 감축 목표보다 후퇴한 것"이라며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정한 이전 목표보다 강화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진전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 위반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며 “해당 경로를 질문 문항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35년 NDC의 최저 목표인 53%가 전체 기간 동안 비슷하게 감축하는 방식으로 설정돼 있는데 시민들에게 최저 목표보다 더 후퇴한 나중에 더 감축하는 방식을 묻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기후특위 공론화위원회는 환경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와 미래 세대 부담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 충분한 설명을 덧붙이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환경단체 반발이 커 충돌이 예상된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단 학습을 위해 기초 자료집을 제작해 공론화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공론화위원회 공개토론은 KBS에서 생방송으로 중계되며 이달 28일과 29일, 다음 달 4일과 5일 등 총 4차례 실시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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