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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신호 정상화, 전력감독원 신설 필요”…전력시장 개편 한목소리

재생에너지 확대와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행 전력시장 구조를 개편하고 에너지 신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산업계와 학계에서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자원경제학회는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에너지신산업 활성화와 전력시장 세미나'를 개최하고 전력시장 제도개편 방향과 에너지신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조홍종 한국자원경제학회장(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은 이날 개회사에서 “전기화(Electrification) 사회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지만 우리 전력시장은 아직 그 변화에 걸맞은 시장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재생에너지와 분산 전원이 대거 계통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시장제도와 규제체계, 전력망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며 “이 과정은 결국 비용이 수반되는 문제인 만큼 시장 활성화를 통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학회장은 이어 “에너지 저장 장치(ESS), 가상발전소(VPP), 양수발전 등 새로운 유연성 자원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와 사업환경은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며 “에너지신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장제도를 발굴하고 사업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세미나가 새로운 전력시장 제도와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생산적인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조발표에 나선 주성관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는 “현행 비용평가발전시장(CBP)이 발전량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며 “향후 전력시장은 생산·소비·거래를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서비스 시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분산형 전원 증가에 따라 기존의 단순 발전량 중심 보상 체계만으로는 계통 안정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실시간 시장, 보조서비스 시장, 가격입찰제 도입 등을 포함한 시장 개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력시장 감시와 규제 기능을 담당할 독립적 규제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을 제기하며 전력감독원 신설 논의에도 힘을 실었다. 정구형 전기연구원 본부장은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핵심 요소로 가격, 거버넌스, 계통, 기술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정 본부장은 “신산업이 성장하려면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전력시장이 시간·지역·유연성 가치를 반영하는 가격 체계를 갖추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계통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철 전력거래소 팀장은 전력시장 운영 현황과 신사업 활성화 장애요인을 설명하며 실시간 시장과 보조서비스 시장 확대, 분산자원 참여 확대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팀장은 “에너지신사업의 핵심 키워드는 분산화와 양방향성"이라며 과거 중앙집중형 전력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 사용자는 더 이상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전력을 생산·저장·거래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 변화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대응과 분산에너지 확대가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에너지신사업이라는 용어가 정부 정책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14년 '에너지신산업 창출방안'부터"라며 수요관리(DR), 태양광 대여사업, ESS,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에서 시작된 신사업이 최근 분산에너지특별법과 전기사업법 개정을 계기로 더욱 다양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도는 마련됐지만 실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신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력시장이 제공하는 가격 신호가 보다 정교해져야 한다"며 “시간·지역·유연성 가치가 시장 가격에 반영돼야 사업자들이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또 실시간시장, 보조서비스시장, 분산자원 통합시장 등 새로운 시장제도 확대 필요성을 소개하며 “에너지신사업은 단순한 보조정책이 아니라 향후 전력계통 안정성과 탄소중립을 뒷받침할 핵심 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에서는 가격 신호 정상화와 정책 일관성이 에너지신산업 활성화의 핵심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허윤지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문제가 아니라 전력 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시장에서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가격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장에서는 자원 배분 왜곡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이어 “제도가 완전하지 않은 과도기일수록 민간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장치는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라며 “정책 변화가 반복되면 특정 산업뿐 아니라 신산업 전반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서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가격 신호 정상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소비자 수용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에너지신산업이 시장에 진입한 이후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결국 가격 신호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며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신호와 함께 요금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도 중요한 가치인 만큼 두 요소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감독원 신설 논의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이 교수는 미국 등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규제기관의 독립성은 인사의 독립성, 예산 자율성, 규제 권한의 독립성에서 나온다"며 “향후 전력감독원 논의 과정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성관 교수는 “전력감독원이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인사와 예산의 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공무원식 순환보직이 아닌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는 인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효석 인코어드 부사장도 “에너지신산업은 정권 변화에 따라 사업 환경이 크게 흔들려 왔다"며 “전력감독원이 만들어진다면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장기 정책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사업자들은 시장 개혁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염성오 그린에너지 대표는 “지난 20여 년 동안 전력시장과 금융시장은 다양한 제도 변화에 적응해 왔다"며 “재생에너지 비중이 20~30% 수준으로 확대되는 시대에는 기존 CBP 체계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유연성 시장과 보조서비스 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은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라며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사업자들이 실시간 시장과 보조서비스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철 전력거래소 팀장은 “전력시장 제도 개편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전기요금이 오르느냐', '한전이 동의하느냐'는 것"이라며 “시장 개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있지만 이해관계자 조정과 사회적 수용성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질의응답에서는 AI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과 전기요금 인센티브 문제도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수도권 전력망 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남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데이터센터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성관 교수는 “송전망 건설 회피 편익과 지역별 차등요금제 등을 활용해 지방 이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장 가격 기능 정상화, 정책의 일관성 확보, 독립적 규제 거버넌스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세미나 사회를 맡은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누구나 에너지전환의 아름다운 결과를 이야기하지만 중요한 것은 전환 과정에서 어떤 제도와 시장을 만들어 가느냐 하는 것"이라며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가격 신호 정상화 논의가 10년 넘게 이어져 왔지만 이제는 실제 제도화에 나설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지역난방공사, 여름철 대비 특별 안전점검 시행

한국지역난방공사(사장 하동근)는 12일 이른 무더위와 기온 급증이 예상되는 여름철을 앞두고 집단에너지 시설의 안정적인 운영과 현장의 재난·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기 위한 'CEO주관 현장 특별 안전점검'을 최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동근 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전국 19개 지사를 모두 방문해 전사적인 현장 경영 활동을 추진했다. 하 사장은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무사고·무재해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임직원 모두가 긴장감을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양이원영, 한수원 비상임이사 지원 철회…한전기술 감사 공모 집중

양이원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비상임이사 지원을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양이 전 의원은 최근 한수원 비상임이사 공모 지원을 취소했다. 양이 전 의원은 한수원 비상임이사직에 지원한 데 이어 지난달 한국전력기술 상임감사 공모에도 참여한 상태로, 남은 한전기술 감사 선임 절차에 집중하기 위해 지원을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수원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4월 비상임이사 2명 선임을 위한 공모를 실시했으며, 최근 후보자 10명을 추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양이 전 의원이 후보군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원전 업계와 노동조합은 탈원전 정책을 주도적으로 주장해 온 인사가 국내 최대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의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한수원 노조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고 법령 위반 여부 검토와 함께 형사고발을 포함한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평생 원전 퇴출에 앞장서 온 인사가 한수원 비상임이사로 진입하는 것은 상법상 충실 의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심각한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역시 “원전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한수원 이사회에 탈원전 인사를 앉히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양이 전 의원은 업계와 정치권의 반발 때문에 지원을 취소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수자원공사, 차기 사장 공모…“국민 물복지 향상 이끌 역량 요구”

한국수자원공사가 신임 사장 공개모집에 착수하면서 윤석대 사장의 임기 종료가 가시화됐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10일 신임 사장 초빙공고를 내고 공개모집 절차에 들어갔다. 향후 임원추천위원회 심사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최종 후보자가 선임될 예정이다. 수자원공사 사장 임기는 3년으로, 2023년 6월 19일 취임한 윤 사장의 임기는 오는 18일 만료된다. 공사 규정상 1년 단위 연임이 가능하지만, 공사가 신임 사장 공모 절차를 시작하면서 윤석대 사장은 사실상 연임 없이 임기를 마칠 것으로 관측된다. 차기 사장은 수자원공사의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로서 물 공급 안정과 물에너지 확대·보급, 수질 및 녹조 관리 등 공공기관으로서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아울러 물관리 전문기관으로서 지속가능한 성장과 국민 물복지 향상을 이끌 역량도 요구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발전공기업 통합 돌입…새 본사 입지 ‘나주·내포·부산’ 물망

정부가 발전공기업 통합을 추진하면서 벌써부터 본사를 어디로 둘 것인가를 두고 지자체 간의 유치 경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국회에서 발전 5사 통합에 관한 발전공사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내년 발전사 사장들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에 실질적 통합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11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현재 유력 통합발전사 본사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은 전남 나주와 충남 내포신도시, 부산 북항 등이다. 우선 전남 나주가 거론되는 이유는 한전 본사를 비롯해 전력거래소, 한전KPS, 한전KDN 등 전력 유관 기관들이 이미 대거 집적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력 전문 연구 인프라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과 수많은 협력 기업들까지 생태계를 이루고 있어, 통합발전사 본사가 위치할 경우 에너지 정책 집행과 연구개발(R&D) 측면에서 업무 효율성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입지적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력산업 관련 핵심 기관이 지나치게 특정 지역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전남권 대학 졸업생들은 지역인재 채용 제도를 통해 한전과 전력공기업에 다수 진출하고 있다. 여기에 통합발전사 본사까지 나주에 자리 잡을 경우 전력산업 전반의 인력 공급 구조가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통합발전사 본사 입지는 단순한 효율성 논리를 넘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더 중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적 안배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래서 거론되는 곳이 충남 내포신도시이다. 충남은 한국서부발전(태안)과 한국중부발전(보령) 본사가 위치해 있어 발전사가 통합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두 회사 노조와 지역 정치권에서는 지역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고 국가균형발전 취지를 살리기 위해 통합발전사 본사를 충청권에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 역시 유력 후보지 가운데 하나다. 부산지역에서는 한국남부발전이 위치한 부산 북항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통합발전사 본사를 유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북항을 에너지·해양·금융 복합거점으로 육성하려는 부산시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기존 부산과 울산, 경남권 지역에 원자력발전소는 물론 석탄화력, LNG발전소가 상당수 위치해 있는 점도 고려할 만한 요소로 꼽힌다. 결국 통합발전사 본사 입지는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국가 에너지산업의 미래 거점과 지역균형발전 전략이 충돌하는 사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통합발전사 출범이 현실화되면 본사 입지를 둘러싼 경쟁은 예상보다 훨씬 치열해질 수 있다"며 “정부는 업무 효율성과 산업 생태계, 지역균형발전, 기존 직원들의 정주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천 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근무지 변경 문제와 노조 동의 절차도 중요한 변수"라며 “정부가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입지를 결정할 경우 상당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에너지 전환의 특이점

에너지전환의 특이점(Tipping Point)이란,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계가 재생에너지로 완전히 역전되어 더 이상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결정적 급변점을 의미한다. 한 번 이 지점을 넘어서면 기술·경제·사회적 관성이 재생에너지 체제로 고착되며, 화석연료로의 회귀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놀랍게도, 그 특이점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으며, 이 특이점의 가장 강력한 동인은 비용 경쟁력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이미 많은 지역에서 석탄·가스 발전보다 저렴해졌다. 기술 발전과 대규모 생산 효과로 인해 이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시장 논리 자체가 재생에너지로 이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여기에 기후 위기의 경고음이 더해지고 있다. 온실가스 축적으로 지구 평균 기온이 이미 약 1.4℃ 상승한 것으로 관측되면서,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195개국이 합의한 1.5℃ 상승 제한 목표에 바짝 다가섰다. 과학자들은 이 1.5℃를 '안전한 상한'으로 제시했으나, 우리는 그 문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기후변화의 가속화는 에너지전환의 필요성을 단순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바꿔놓고 있다. 이 두 가지 흐름, 즉 경제적 우위와 기후적 절박함이 맞물리면서 에너지전환의 특이점은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지고 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세계 에너지 투자 보고서(World Energy Investment 2026)는 이 전환의 속도를 숫자로 증명한다. 2025년 청정에너지 투자액은 2조 1,550억 달러에 달한 반면, 석유·가스·석탄 등 화석연료 투자액은 1조 80억 달러에 머물렀다. 청정에너지 투자가 화석연료의 두 배를 넘어선 것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 현상이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역사상 최대의 에너지 안보 위기 속에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위기 상황에서도 세계는 화석연료로 돌아가지 않았다. 영국 싱크탱크 엠버(Ember)의 연례보고서는 더욱 선명한 그림을 보여준다. 2025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 발전량을 사상 처음 추월했고, 2025년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분 849TWh를 청정에너지가 100% 이상 감당했으며, 화석연료 발전은 오히려 38TWh 감소했다. IRENA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신규 발전설비의 85.6%가 재생에너지였고, 그 중 태양광이 74%, 풍력이 23%를 차지했다. 태양광의 성장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 세계 누적 태양광 설비가 1TW에 도달하는 데에는 1954년 실리콘 태양전지 개발 이후 약 68년이 걸렸지만, 2TW까지는 34개월, 3TW는 불과 20개월이 소요됐다. 이는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기하급수적 전환의 신호다. 에너지전환은 더 이상 선진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3월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한 필리핀은 2026년 4월 기준 4.1GW의 중국산 태양광 패널을 수입하여 신흥·개도국 중 최대이자 세계 2위 수입국이 됐다. 수입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배 수준이며 같은 기간 파키스탄 3.6GW, 태국 2.3GW, 베트남 2.2GW로, 일본(2.1GW)과 한국(1.8GW)을 앞질렀다. 아프리카에서도 콩고가 2025년 한 해 1.2GW를 수입한 데 이어 2026년 4월까지 이미 1.3GW를 기록했다. 주요국의 발전 비중도 눈길을 끈다. 룩셈부르크(30.5%), 헝가리(27.8%), 칠레(25.1%), 스페인(21.1%), 파키스탄(18.8%)이 이미 전체 발전량의 5분의 1 이상을 태양광으로 조달하고 있고, 2020년 대비 2025년 발전량 증가율을 보면 콩고 126배, 폴란드 10배, 사우디 아라비아, 파키스탄 9배, 스리랑카 6배 등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중심의 제조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에너지전환의 특이점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의 명운을 가르는 산업 경쟁력의 문제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RE100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조달 능력은 이제 수출 경쟁력의 핵심 변수가 되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이 해외 고객사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는 상황에서,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의 미비는 곧 산업 전반의 구조적 리스크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는 최근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 100GW 확보, 2035년 발전비중 30% 목표를 확정했다. 이는 바람직한 출발점이지만, 글로벌 에너지전환 속도를 고려할 때 목표 달성 속도와 실행력에서 한층 더 과감한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 목표대로 10년 뒤인 2035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를 달성해도 이는 2025년 전 세계 평균 33.8% 보다 3.8%포인트 낮은 수준이며, 10년 뒤 목표가 오늘날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그것은 야심찬 목표라기보다는 사실상 포기선언에 가깝기 때문이다. 글로벌 에너지전환 속도에 맞춰 전환을 더욱 가속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다.

한 달 만에 60% 급등한 배출권 가격…산업계·한전 ‘탄소 청구서’ 비상

탄소배출권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6년 만에 톤당 3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배출권 가격 상승은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지만 그만큼 전기요금 및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현재 배출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10일 배출권시장정보플랫폼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권인 'KAU25' 가격은 지난 9일 장중 톤당 2만9700원까지 치솟았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종가는 2만8200원으로 마감했다. 배출권 가격은 2020년 이후 한 번도 톤당 3만원을 넘기지 못했으나 올해 들어 3만원에 근접했다. 한 달 전 1만7000원 안팎에서 거래되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한 달 만에 60% 이상 상승한 셈이다. 배출권은 정부가 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정해주고, 이를 초과하거나 남는 물량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반대로 탄소 감축 투자 유인은 확대된다. 최근 가격 급등의 배경으로는 배출권 부족 우려가 꼽힌다. 올해부터 시작된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에 배출권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대규모 화력발전사와 산업체를 중심으로 선제적인 물량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다만 10일에는 배출권 가격이 하락 조정을 거쳐 톤당 2만6450원에 거래됐다. 시장 가격이 급등하면서 변동성이 커진 만큼 단기 조정을 겪고 있으나, 수급 불안 우려가 이어지는 만큼 재차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배출권이 필요한 할당대상업체들의 매수 비중은 최근 크게 확대됐다. 반면 잉여 배출권을 보유한 업체들은 추가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매도를 미루고 있어 시장 공급은 줄어든 상태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유상할당 경매 물량까지 축소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다. 배출권 가격 상승은 전기요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발전사들이 부담하는 배출권 구매 비용은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항목 가운데 '기후환경요금'으로 충당된다. 현재 배출권 이행 비용은 kWh당 약 1.1원 수준이다. 월 300킬로와트시(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약 300원 정도를 부담하는 셈이다. 재생에너지 확보 비용 등을 포함한 전체 기후환경요금은 kWh당 9.0원이며 이 가운데 배출권 비용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 배출권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기후환경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정부도 물가 안정 차원의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말 시행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배출권 적정 가격 범위를 설정하고 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배출권 가격이 기준 상한을 초과할 경우 정부는 예비 물량을 시장에 공급해 가격 하락을 유도한다. 반대로 가격이 지나치게 하락하면 경매 물량을 축소해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 정부가 사실상 배출권 가격의 상·하한을 관리하는 체계를 도입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달부터 유상할당 경매 물량이 확대되더라도 제4차 계획기간 배출권 부족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매수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배출권 가격이 단기적으로 3만원선을 계속 넘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탄소배출권 전문 기업인 에코아이의 박현신 팀장은 “5월 말 배출권이 필요한 할당대상업체들의 매수세가 확대됐다. 6월 초까지는 할당대상업체의 순매도가 이어졌지만 5일 1차 저항선인 2만5000원을 돌파한 이후 매수세가 한층 강화되며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9일과 10일 가격 하락은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과정에서 부족업체의 추격 매수와 잉여업체의 차익실현 매도가 동시에 나타나며 변동성이 확대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배출권 가격은 우상향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나 단기적으로 가격 급등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변동성 확대 및 조정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경남에너지 주관 ‘남부권 CS협의회’ 성료…“노동환경 변화·VOC 공동 대응 기반 다져”

경남에너지(대표이사 신창동)는 지난 5월 28일부터 29일까지 본사 회의실에서 '2026 도시가스 남부권 CS협의회 1차 정기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경남에너지를 비롯해 경동도시가스, 부산도시가스, CNCITY에너지, JB, 지에스이, 해양에너지 등 남부권 7개 도시가스사 CS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고객센터 및 콜센터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요 이슈를 공유하고, 고객서비스 분야 협력체계 강화와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주요 논의사항으로는 개정 노동조합법(일명 노란봉투법) 관련 동향 및 대응방안, 고객센터·콜센터 운영 현안, 고객 민원 및 VOC 관리 사례, 고객서비스 품질 향상 방안 등 다양한 실무 중심 안건이 다뤄졌다. 특히 최근 노동환경 변화에 따른 핵심 화두인 '개정 노동조합법(일명 노란봉투법)'의 현장 적용 동향과 이에 따른 도시가스 업계 및 협력업체의 대응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또한 감정노동자인 콜센터 상담사 보호 조치와 악성 민원(VOC)에 대한 효율적인 공동 대응 프로세스 구축 등 현장 실무자들의 권익 향상과 고충 해결을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했다. 참석자들은 각 사의 운영 현황과 사례를 공유하며 고객 접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교류와 상호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또한 이번 정기회의를 계기로 남부권 도시가스사들은 고객서비스 분야의 정기적인 소통체계를 구축하고, 공통 현안에 대한 공동 대응 기반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이를 통해 고객센터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에게 보다 안정적이고 신뢰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남에너지 관계자는 “이번 남부권 CS협의회는 도시가스 고객서비스 현장에서 발생하는 공통 현안을 함께 논의하고, 각 사의 운영사례를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남부권 도시가스사 간 협력체계를 강화해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품질 향상과 안정적인 고객센터 운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도시가스 남부권 CS협의회는 매년 2회 정기회의를 개최해 고객서비스 분야 주요 현안을 공유하고, 제도 및 운영환경 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도시가스 남부권 CS협의회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에너지 기업들이 권역을 넘어 고객 서비스 상생 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운영 중인 협의체다. 영·호남 및 충청 일부를 아우르는 남부권 도시가스사들이 서비스 표준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발전사 통합 앞두고 ‘남동발전 사장 공모’…숨은 행간은?[이슈분석]

한국남동발전이 차기 사장 공모에 착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발전 5개 공기업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새로운 사장을 선임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정부가 올해 국회에서 이른바 '발전공사법' 제정을 마무리한 뒤 내년 발전사 사장들의 임기 만료 시점에 맞춰 통합 작업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이번에 선임되는 남동발전 사장이 초대 통합발전사 사장을 맡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10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남동발전은 최근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차기 사장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강기윤 전 사장이 지난 6·3 지방선거 창원시장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공석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현재 정부는 한국전력 산하 발전 5사(서부·남부·동서·중부·남동)의 통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발전사별 중복 기능을 줄이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발전 5사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에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한전의 발전부문 분할로 인해) 사장만 5명 생긴 것"이라며 “경쟁을 시키니까 인건비를 줄이려고 해서 산업재해가 많이 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후 담당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실질적인 통합 검토에 나섰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발전 5사 노동조합과 발전 5사 통합을 어떤 방향으로 할지 의견을 나눴다"며 “여러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용역을 발주한 상태이며, 이달 중에 용역 중간보고 형식으로 통합 방안을 국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회에도 정혜경 의원(정의당)이 대표발의한 '한국발전공사법안'이 올라와 있다. 발전 5사를 통합해 한국발전공사를 설립하고, 이를 중심으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노동자의 고용 승계 및 전환 보장, 대규모 공적 투자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정부가 한전의 지분을 모두 사들여 직접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올해 발전공사법이 통과될 경우 내년부터 본격적인 통합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발전 5사 통합 논의가 구체적이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임기 3년의 신임 사장을 선임하는 것이 다소 이례적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통합 논의가 없었다면 통상적인 후임 사장 선임 절차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정부가 발전사 통합을 공식 검토하고 있는 만큼 이번 인선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발전 5사 가운데 남동발전을 제외한 나머지 발전사 사장들은 대부분 내년 9월말이나 10월초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정부가 당장 모든 발전사 경영진을 교체하기보다는 법·제도 정비를 먼저 추진한 뒤 기존 사장들의 임기가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통합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발전사 통합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자산과 부채, 인력, 노사관계, 발전 포트폴리오 등을 모두 조정해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상당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이번 남동발전 사장 공모를 단순한 후임 사장 선임이 아니라 향후 통합 발전공기업을 이끌 수장을 뽑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로 통합이 내년 말 또는 내후년 초 이뤄질 경우, 이번에 선임되는 남동발전 사장은 임기 초반부터 통합 준비 작업을 주도하게 된다. 이후 통합 법인 출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초대 사장 후보군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비슷한 전례도 있다. 2021년 9월에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한국광물자원공사가 통합돼 한국광해광업공단으로 재출범했다. 이 때 초대 사장으로 황규연 광물자원공사 사장이 임명됐다. 황 사장은 불과 6개월 전인 3월에 광물자원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당시에도 통합법인 사장을 염두에 두고 임명했다는 분석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통합이 현실화되면 발전사 경영 경험뿐 아니라 조직 통합과 노사 관리, 정부·국회와의 협력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번 남동발전 사장 공모는 단순히 발전사 한 곳의 최고경영자를 뽑는 것을 넘어 미래 통합발전사 수장을 선발하는 성격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발전공기업 통합은 아직 정부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았고 국회 입법 과정도 남아 있어 향후 정치권 논의와 노조 반응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특별기고] ‘날씨가 전기를 만든다’ 재생에너지 시대, 기상정보의 가치

최근 5년 동안 우리나라에는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1970년대 대비 폭염일수는 2.3배, 집중호우 빈도는 3.1배 증가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기상재해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닌 지금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이 된 것이다. 기후위기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18세기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확대된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생산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궁극적인 대응책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의 구축이다. 현재 국제사회는 이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30%, 2024년 기준 32%에 달하는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30년에는 43% 수준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발맞추고자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제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3년 기준 8.4%로 전 세계 평균에 크게 못 미치지만, 2030년에는 두 배 이상인 18.8%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에너지 구조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3.7%로, 올해 2월 말 시작된 중동사태가 에너지 위기로 이어지면서 국가 에너지 체질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바 있다. 대표적인 재생에너지로 태양광과 풍력을 들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전기'라는 점에서 기존의 발전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맑은 날에는 태양광 전기가 많이 생산되지만, 구름이 끼거나 비가 오면 발전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풍력 발전 역시 바람이 약하거나 너무 강할 때, 풍향이 이리저리 자주 바뀔 때는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결국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려면 날씨에 따라 들쭉날쭉한 발전량을 잘 예측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때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기상정보이다. 이에 기상청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기상정보 플랫폼'에서 맞춤형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출발점은 기상자원을 정확히 읽어 최적의 발전 위치를 찾아내는 '발전단지 입지 선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지역에 햇빛이 얼마나 잘 드는지, 바람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부는지 알 수 있는 장기간 기상기후자료가 필요하다. 기상청은 바람 분석정보(재현바람장)와 햇빛 분석정보(일사량 자원지도)를 제공하고 있으며, 발전사업 관련 기관과 기업들은 이를 풍력과 태양광발전 시설의 입지 선정에 활용할 수 있다. 발전단지 구축 후 본격적인 발전기 운용 단계에서는 발전량에 영향을 주는 일사량, 구름의 양, 풍속 등의 기상예측정보가 요구된다. 수 시간에서 수일에 이르는 기상예측자료는 발전량 예측 정확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전력시장 운영과 직결된다. 기상청은 올 하반기에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의 일사량과 풍력터빈 고도의 바람 예측정보를 제공하여, 전력 공공기관과 발전단지 등이 이를 발전량 예측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기상정보는 발전설비의 유지관리 측면에서도 활용 가치가 크다. 강풍, 낙뢰, 폭설, 염해 등은 발전설비의 주요 고장 원인으로 작용하기에, 이를 사전에 예측해 대응하면 사고를 줄이고 유지관리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기상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경우, 우리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상당하다. 신뢰도 높은 기상정보를 바탕으로 발전량 예측 정확도가 향상되면 전력계통 운영 비용이 절감되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으며, 관련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재생에너지 시장의 안정성과 투자 신뢰도를 높여, 재생에너지 확대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이는 에너지 구조 변화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와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을 높여 국가 위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처럼 기상정보는 날씨 안내, 그 이상의 커다란 가치를 가진다. 기상청은 재생에너지 맞춤형 기상정보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전력 공공기관, 정책기관 등과의 협력은 물론이고 재생에너지 산업계와 실질적인 연계를 강화하고자 한다. 신뢰성 높은 기상정보를 제공하여 에너지 전환 시대에 재생에너지 산업을 지원하는 중추적 기관으로 거듭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이바지할 것을 다짐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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