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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지정학] 美 2026 방위전략이 던진 메시지…“반도체는 전력·에너지와 떼려야 뗄 수 없다”

미국이 반도체를 국가안보 핵심 자산으로 규정하고 공급망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내에서 제기되는 새만금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논란이 오히려 기업들의 미국행을 재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입지를 '정책적 이전'으로 압박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국내 이전보다 에너지·전력·보조금이 동시에 보장되는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2026년 방위전략을 통해 반도체를 군사·AI·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자산으로 규정하며, 생산 거점을 자국 내로 집중시키는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은 물론, 대규모 전력 인프라와 가스 공급, 전력망 복원력까지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이 미국 전략의 핵심이다. 반도체 공급망을 국가안보 핵심 사안으로 격상하면서, 에너지와 전력 인프라를 반도체 산업 전략의 전제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반도체를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라 군사·AI·에너지 안보까지 아우르는 전략 자산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 새만금으로의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을 사실상 '정책 목표'로 제시할 경우, 기업들로서는 국내 이전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 미국 투자를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입지는 단순한 부지 문제가 아니라 전력 안정성, 에너지 가격, 공급망 신뢰도, 정책 예측 가능성의 문제다. 전문가들은 “이전이 강요되는 순간, 기업은 국내의 또 다른 불확실한 선택지와 미국이라는 비교적 확실한 선택지를 동시에 보게 된다"며 “에너지·전력 조건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지방 이전 압박은 결과적으로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해외 이전을 가속화하는 역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국내에서 제기되는 '새만금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론'을 두고 정책적 정합성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론은 수도권 전력·용수·송전 갈등을 해소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달성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미국 전략이 강조하는 반도체 입지의 핵심 조건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별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논의가 에너지·전력 조건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정치적 해법으로 소비될 위험을 경계한다.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무정전 전력과 초고품질 전력 안정성을 요구하며, 대규모 가스·연료 백업과 송전망 이중화가 필수적이다. 미국 방위전략이 “반도체 공급망의 취약성은 곧 국가안보의 취약성"이라고 규정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새만금이 반도체 클러스터의 대안지로 기능하려면 단순한 부지 제공을 넘어 ▲수십 기가와트(GW) 단위의 안정적 전력 공급 계획 ▲기저전원과 백업 전원의 명확한 조합 ▲초고압 송전망 구축 일정과 비용 ▲가스·연료 인프라 확충 ▲전력요금의 중장기 예측 가능성까지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 않다면 이전론은 “입지는 바꾸되 리스크는 그대로 옮기는 것"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전략이 강조하는 점은 '속도와 신뢰성'이다. 미국은 반도체와 에너지 인프라를 동시에 구축하며, 공급망 충격 시에도 생산이 멈추지 않는 체계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반면 국내 이전론은 아직까지 “어디로 옮길 것인가"에 집중돼 있을 뿐, “어떻게 동일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에너지·전력 안정성을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정책 전문가들은 “미국은 반도체를 안보 자산으로 보고 에너지·전력망을 함께 설계하고 있는데, 한국은 반도체 입지를 지역 균형의 도구로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며 “두 접근법의 간극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어 “이전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이전 이후에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미국의 2026년 방위전략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땅'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는 점이다. 에너지와 전력, 공급망 안보에 대한 설계 없이 추진되는 이전론은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 모두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새만금 이전론 역시 이러한 글로벌 전략 환경 속에서 냉정한 재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압박 강화 흐름을 짚으며 “지금은 국내 반도체 정책에서 어느 때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미국은 반도체를 국가안보 자산으로 규정하고, 사실상 '관세 100%를 감수하든지, 아니면 미국 내에서 생산하라'는 양자택일을 기업들에 강요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 충분한 에너지·전력 조건 검증 없이 특정 지역 이전을 압박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국내 이전보다 미국 투자를 확대하는 쪽이 오히려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특히 “반도체 입지는 산업정책이 아니라 에너지·안보·공급망 전략의 문제"라며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안보 자산으로 끌어안는 상황에서, 준비되지 않은 국내 이전 압박은 '지방 분산'이 아니라 '해외 유출'을 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 이전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되며, 기업이 국내에 남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조건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시민사회단체 뿔 났다…신규 원전 추진에 ‘탈핵 시국’ 선언

154개 시민사회단체가 정부의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며 건설 계획 중단은 물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했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기후위기비상행동, 정치하는엄마들, 참여연대 등 154개 시민사회단체와 개인 84명은 5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 정부 핵발전 정책 기조는 한국 사회 안전과 민주주의, 기후정의, 동북아시아 평화의 미래를 송두리째 위협하고 있다"며 '탈핵 비상시국'을 선언했다. 이들은 “정부는 탈탄소, 기후위기 대응, 전력수요 증가, 인공지능(AI)·반도체·데이터센터 산업 육성이라는 언어를 앞세워 핵발전 필요성을 맹목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면서 “사고 발생 시 회복할 수 없다는 점, 방사성폐기물 문제, 지역 주민 삶에 미치는 장기적 피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맞물린 송배전망 충돌 문제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정부가 원전 건설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결정하기 전 진행한 '공론화' 과정에 대해 이들은 “이미 결론이 정해진 상태에서 진행된 토론회와, 짜 맞춰진 여론조사는 여론을 관리하고 반대 의견을 배제하는 도구로 기능해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핵발전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닌 위험 그 자체"라며 ▲ 신규 원전 건설 계획 중단 ▲ 재생에너지 확대와 적극적인 수요 관리·지역 분산형 전원 체계를 중심으로 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해임 ▲ 이재명 대통령과 주민·시민사회 간 대화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박충권 의원 “국민70% 신규 원전 동의, K-원전 규제 혁신 이뤄져야”

박충권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이 주최하는 '국민 70%↑ 신규 원전 동의' K-원전, 규제에 달렸다 정책세미나가 오는 11일 오전 9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개최된다. 박충권 의원은 “에너지 정책은 이념이 아니라 기술과 현실의 문제"라며 “신규 원전 건설을 국민 70%가 찬성한 만큼, 안전은 확실히 지키되, 기술 발전과 현장 여건을 반영하는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원전 규제 개혁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을 넘어 초거대 AI 시대로 진입하면서, 막대한 전력수요와 함께 공급망 불안정, 기술 패권 경쟁, 탄소중립이라는 복합적인 전환기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력공급을 책임질 원전 규제도 이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복합적 위기와 변화 속에서 국가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열쇠는 바로 안정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에너지 확보라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신규 원전 건설 추진 여부를 놓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70%가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대형 원전 2기와 SMR(소형모듈원자로) 1기 건설이 사실상 확정됐다. K-원전 분야는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대형 원전 중심의 경직된 규제 체제에 묶여 있고, 정권에 따라 규제의 강도와 방향이 급변하여 원전 산업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이번 세미나는 K-원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술 중심의 유연하고 예측 가능한 규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자 마련되었다. 세미나는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전 원자력학회장)가 「대형원전 규제방향」이라는 주제로,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가 「SMR 및 4세대 원전 규제방향」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며, 최성민 한국원자력학회장이 좌장을 맡는다. 패널 토론에는 임시우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정책국장, 이우상 한국수력원자력 규제협력처장,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박상덕 전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장, 고범규 (사)사실과과학네트워크 이사, 설영실 한국여성원자력전문인협회 회장이 참여하며, 사회는 류재수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진핵주기기술개발부 부장이 맡았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내일의 재생에너지, 오늘의 버팀목

에너지 정책과 실무자로 지난 30여년간 전력분야에 종사하면서 고민해온 질문은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 전력망을 능동적이고 효울적으로 발전시길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국민 부담을 최소화 하며 동시에 국가 경제에 보탬이되는 전력 시스템의 구축을 항상 고민해왔다. 이러한 시스템의 구축은 전원(원전·재생·가스)을 우선하여 선택하기 보다, 국민 부담과 탄소 감축, 그리고 무엇보다 '끊기지 않는 전기'라는 물리적 목표를 동시에 만족하는 조합을 상정하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전원 믹스 논의는 '가치'의 논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약조건'의 문제에 가깝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 신규 원전 2기와 SMR 1기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하자, 환경단체는 공론화·폐기물·입지 갈등을 이유로 강하게 우려를 표했다. 물론 우려는 존중돼야 한다. 다만 정책 당국이 이번 결정을 '이념의 승부'가 아니라 AI 시대 수요 급증과 계통 안정이라는 현실 앞에서 다시 계산하기 시작한 조정으로 읽는 시각도 성급히 배제할 일은 아니다. 바다 건너 미국 동부 지역전력망인 PJM 의 최근 사정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최근 이 지역 전력비상시에 전기를 공급할 자원을 미리 확보하는 용량시장에서 낙찰가가 통상의 30달러 수준에서 상한선인 333.44달러/MW-day까지 올라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더 주목할 대목은 이 높은 가격이 '안심'이 아니라 '경고'와 함께 왔다는 점이다. 시장이 필요하다고 본 예비 물량 목표에 못 미치는 조달 결과가 함께 거론됐고, AI 데이터센터발 수요 증가와 공급 확충 지연이 가격을 계속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이 현상은 하루아침에 생긴 일이 아니다. PJM 용량가격은 2024년 경매에서 전년 대비 '거의 10배' 뛴 뒤, 몇 해 연속 높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논의는 점점 단순해졌다. “무엇이든, 제때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으면 된다"는 식의 현실론이 힘을 얻고, 실제로 시장에서 가스·석탄·원자력 등 '가용한 전원'이 대거 반영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최근에는 더 직접적인 처방까지 등장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PJM에 '긴급 조달' 성격의 경매를 압박하고, 데이터센터가 신규 전원 건설을 15년 장기계약으로 뒷받침하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지금 논의의 핵심은 “원전이 좋아서"가 아니라,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해질 때에도 전압과 주파수를 안정적으로 붙잡아 줄 '24시간 버팀목'이 시스템 차원에서 절실하다는 인식이다. 미국의 용량요금 급등은, 그 버팀목이 부족해질 때 시장이 어떤 비용을 청구하는지 보여주는 전력시장의 교과서에 가깝다. 재생에너지는 우리가 가야 할 미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미래로 가는 동안, 오늘 당장 산업과 일상을 떠받칠 '안정적인 기반'이 부족해지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자체가 사회적 반발과 비용 폭탄에 부딪히기 쉽다. 재생 확대와 전력망 보강, 수요관리, 저장과 유연성 자원 확충이 같이 가야 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이유다. 그리고 그 패키지 안에서 원전과 SMR을 '적'으로만 놓는 프레임은, 적어도 계통 운영의 언어로는 설명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기후부의 결정을 지지한다. 정확히 말하면, 원전 찬반의 진영 논리가 아니라 전력망 붕괴를 막는 실행 가능성의 관점에서, 김성환 장관이 '불편한 현실'을 관리하는 선택지로 원전·SMR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둔 것을 지지한다. 물론 조건이 뒤따라야 한다. 안전과 폐기물, 입지 갈등, 비용의 투명성, 재생 확대와의 조화, 그리고 전력망 투자라는 숙제를 같이 끌고 가지 못하면 이 선택은 곧바로 정치적 논쟁으로 다시 빨려 들어갈 것이다. 다만 에너지는 정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미국처럼 시장이 333달러/MW-day라는 가격표를 붙이며 “버팀목이 부족하다"고 외치는 순간, 우리도 결국 같은 결론 앞에 서게 된다.

EE칼럼] 그린란드와 북극 탐험 시대

요즘 잘 모르면 AI에게 물어보게 된다. 그래서 구굴 제미나이(zemini)에게 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원하는지 물어보았다. 다른 여러 신문들도 찾아본 것은 물론이다. 우선 그린란드(Greenland)라는 이름은 10세기 바이킹 탐험가 에릭 붉은 머리(Erik the Red)가 '얼음 땅(Iceland)'에서 추방당한 뒤 발견한 땅인데 이주민을 유인하기 위해 '녹색 땅(Greenland)'이라고 지은 것이 정설이다. 필자의 상상으로는 아마도 아이슬란드에서 추방되었으니 자기가 발견한 땅이름을 반대로 작명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트럼프의 의중을 요약하면 4가지 키워드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안보, 물류, 핵심 자원, 그리고 역사에 기록되기 위한 '세기의 부동산 거래'로 이름을 남기겠다는 것일 것이다. 우선 국가 안보면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극해로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린랜드에 미사일 방어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이러니하게도 기후변화의 긍정적 효과다.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 항로가 개척되고 있는데 아시아와 유럽을 최 단거리로 연결할 수 있게 되어 기존의 수에즈 항로보다 거리가 40% 짧아지니 대폭적으로 물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미 러시아, 유럽, 일본 등이 항로 개발에 적극적이고, 중국은 빙상 실크로드(Polar Silk Road) 전략을 추진 중이다. 세 번째가 그린란드는 미국 영토와 맞먹는 대지의 80%가 미개발 지역이다. 부동산 개발로 미국 대통령이 두 번이나 될 수 있었으니 CNN 뉴스의 말대로 “국가간 부동산 거래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집착이 있다“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미국 역사를 보면 다양한 선례가 있다.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 1803년 1500만 달러에 프랑스로부터 약 214만 km에 달하는 루이지애나를 매입한 것이나, 17대 앤드류 존슨대통령과 당시 국무장관 윌리엄 시워드가 1867년에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매입한 것, 그리고 윌리엄 맥킨리 대통령이 1898년 하와이를 합병한 것 등이 있다. 네 번쨰가 전략 광물의 확보로써 개인적으로는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 지질학회의 2008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해 대륙붕에는 약 900억 배럴의 석유와 1,669조 세제곱피트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세계 미발견 석유·가스 자원의 22%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외에 세계 최대 희토류 매장지 중 하나인 크바네필드(Kvanefjeld) 광산에는 우라늄, 금 등이 대량 매장돼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자동차 등에 필수인 희토류 공급의 70% 이상을 장악한 중국의 의존도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세 번째가 중요할 것이고, 미국 입장에서는 나머지 이유가 중요하리라고 본다. 한국은 북극 항로 개발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판 신대륙 개척이다.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전략 자원의 확보가 절실하다.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희토류, 우라늄, 구리, 텅스텐, 망간 등은 배터리,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전기 및 자율 주행 자동차, 도심항공 교통, 신재생 에너지, 그리고 방산, 우주항공 산업 등에 필수적이다. 이러한 산업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이 된다. 그럼으로 국가와 기업은 빠르게 협력하여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해외자원 개발을 해야 한다. 전략 자원이라면 폐기물이라도 쉽게 수출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국내에 존재하는 전략 자원의 개발에도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은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야 반도체의 경쟁력도 유지하면서 미래 산업도 육성할 수 있다. 미국의 행동은 우리에게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본격적인 4차산업 혁명 시기에 다른 쪽 산에 있는 돌이라도 내가 가진 옥을 다듬는데 도움이 된다면 가져다 써야 한다. 돌이 없으면 또 다른 산이라도 찾아야 한다. 눈치 보고, 우물쭈물 할 시간이 없다. 그것이 현실적 실용주의다.

[단독] 설계수명 20년 넘긴 노후 풍력 81기…도로 인접 많아 ‘안전 비상’

경북 영덕에서 발생한 육상 풍력발전기 전도 사고를 계기로 노후 풍력발전기의 안전관리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보통 설계수명이 20년인데, 올해 운영기간이 20년이 된 풍력발전기는 전국에 81기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국 노후 풍력발전기에 대한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4일 한국에너지공단의 '풍력기 위치정보'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운영기간이 20년이 된 육상 풍력발전기는 총 81기로 집계됐다. 이번에 사고가 난 영덕 풍력발전기 24기를 제외하고도 57기의 노후 풍력발전기가 더 있다. 이 발전기들은 모두 2006년에 구축된 우리나라 1세대 상업용 풍력발전기들로, 설비 노후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보통 풍력발전기의 설계수명은 20년이다. 설계수명이 지나도 안전 점검을 거쳐 몇 년 더 운영할 수는 있다. 이번에 사고 난 영덕 풍력발전기도 정기검사 및 지난해 미국의 전문기관을 통한 별도의 종합 안전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결국 사고가 발생해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제주도에는 영덕 풍력단지처럼 도로 인근에 위치한 노후 풍력발전기가 포함돼 있다. 제주 신창풍력 0.85MW급 2기와 제주 한경풍력 1.5MW급 4기와 3MW급 5기도 도로 인근에 설치돼 있다. 한경풍력 3MW급 5기는 지난 2007년에 설치돼 운영기간이 내년에 20년에 이른다. 그외 강원 지역에는 2006년에 건설된 양양 육상풍력 1.5MW급 2기가 양양 양수발전소 댐 인근에 위치해 있다. 강원풍력 2MW급 49기는 대관령 삼양목장 인근의 산 중턱에 설치돼 있다. 전북 군산 비응도에 위치한 군산풍력발전단지도 설비가 노후화 단계에 들어섰다. 이 단지는 총 0.79MW급 10기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 2007년에 설치돼 군산시 군장산단 내 방파제에 자리잡고 있다. 노후 풍력발전기의 안전성 문제는 지난 2일 경북 영덕풍력발전기의 사고로 불거졌다. 영덕읍 창포리에 2005년 1.65MW급 풍력발전기 24기가 완공돼 2006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가운데 1기가 블레이드 파손으로 상부 구조물이 균형을 잃고 도로로 전도됐다. 일반적으로 육상 풍력발전기 크기는 타워 60~100m, 블레이드 약 40~60m이고, 철제 구조물로 만들어져 파손으로 도로 차량을 덮칠 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사고 당시 순간 풍속은 초속 12.4m로 발전기가 가동되는 적정 풍속 수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발전기의 정지 기준 풍속인 초속 20m에는 미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풍력발전기는 초속 3m에서 시동해 초속 13m에서 정격출력에 도달하고 초속 20m 이상에서는 자동으로 운전을 멈춘다. 영덕군은 사고와 관련해 발전사인 영덕풍력이 오는 13일까지 사고 발전기에 대한 자체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국 노후 풍력발전기에 대한 점검 계획을 마련 중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다른 노후 풍력발전기에 대해서도 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현재 계획 수립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경동나비엔, 전기·가스 결합 최적 효율로 북미시장 공략

경동나비엔이 전기와 가스의 효과적인 활용을 통해 최적의 효율을 구현하는 에너지 하이브리드 기술을 앞세워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섰다. 경동나비엔은 미국 현지 기준으로 2일부터 4일까지 라스베가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규모의 냉난방공조 전시회 'AHR EXPO 2026'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경동나비엔은 국내 업계 최초로 17년 연속 해당 전시회에 참가하고 있으며, 전시회에서는 하이브리드 온수기와 나비엔 HVAC 시스템 등 전기와 가스를 동시에 활용하는 고효율 기술을 비롯해, 상업용 보일러와 수처리 시스템 등 북미 생활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을 선보였다. 경동나비엔은 이번 전시에서 전기와 가스를 결합한 에너지 하이브리드 솔루션을 공개했다. 먼저, '하이브리드 온수기 (Duel Fuel Hybrid Water Heater)'는 미국 저장식 온수기 시장 최초로 전기와 가스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히트펌프 온수기 제품이다. 평상시에는 전기를 사용하는 히트펌프 운전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전력 수요나 온수 사용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는 가스를 함께 사용해 안정적인 온수 공급이 가능하다. 냉난방공조 솔루션인 'Navien HVAC System' 역시 동일한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히트펌프'와 '퍼네스'를 통해 냉난방을 구현하는데, 상황에 맞춰 가스만 활용하거나 전기로 히트펌프만을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나비엔 HVAC 시스템은 외부 기온 하강으로 인해 히트펌프만으로 충분한 난방이 어려울 경우 가스를 활용해 난방 출력을 보완하면서도 히트펌프의 높은 효율을 유지한다. 업계 최고 수준의 TDR(Turn-down Ratio, 출력조절범위) 기술을 바탕으로, 정교한 제어를 통해 난방에 필요한 만큼만 가스를 사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6월 출시한 히트펌프 온수기 'HPWH(Heat Pump Water Heater)'도 전시됐다. 해당 제품은 히트펌프 기술을 기반으로 높은 에너지 효율과 사용 편의성을 동시에 갖춰 소비자와 설비업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스테인리스 탱크를 적용해 내구성을 높였으며, 경쟁사 대비 저소음으로 작동한다. 특히, 난방수를 순환시키는 나비엔 전용 '환탕펌프'를 통해 온수를 빠르게 공급한다. 또한, 상부와 측면 모두 배관 연결이 가능하고, OTA(Over-The-Air) 방식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해 설치 및 유지관리가 편리하다. 빌딩 등 상업용 시설을 대상으로 한 보일러 'NFB700-C' 역시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배기가스의 열로 물을 데우는 '스테인리스 파이어튜브' 열교환기를 통해 내구성과 열효율을 높였으며, 공기와 연료의 균일한 혼합 비율을 통해 높은 에너지 효율을 구현했다. 또한 제품을 3면으로 완전히 개방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해 설비업자의 유지보수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이와 함께 지난해 출시한 'WEC 수처리 시스템(Water Treatment System)'도 소개됐다. 미국은 경수(Hard Water) 비율이 높은 지역이 많아 연수기 사용이 필수적이지만, 기존 소금 연수기는 소금 보충의 번거로움과 미끌거리는 물의 촉감 등 한계가 있다. 특히 염화물 폐수로 인한 환경 오염으로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는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반면, 경동나비엔의 WEC 수처리 시스템은 CDI(Capacitive Deionization) 기술을 적용해 물속에 녹아있는 칼슘, 마그네슘 등 경도 유발 물질과 이온성 유해 물질을 전기 방식으로 제거한다. 이를 통해 수질을 개선하고, 배관 및 가전제품에 발생하는 스케일을 효과적으로 저감한다. 소금을 사용하지 않아 소비자 불편을 줄이는 동시에 친환경적인 차세대 수처리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동나비엔 김택현 미국법인장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등 변화하는 에너지 환경에 최적화된 하이브리드 기반의 고효율 HVAC 시스템과 온수 및 수처리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북미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생활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장애인을 ESG의 능동적 주체로”…한국ESG상생포럼 창립 세미나

지속가능경영(ESG)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경영 지표로 자리 잡은 가운데, 장애인을 ESG 과제 해결의 능동적 주체로 조명하는 담론의 장이 열린다. 한국 ESG 상생 포럼 준비위원회는 오는 2월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한국 ESG 상생 포럼' 창립총회 및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국내외 지속가능공시 의무화 로드맵에 대응해 기업들이 겪고 있는 ESG 전문 인력 부족과 공급망 관리 문제를 장애인 인력 및 제품과의 상생으로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 준비위원회는 창립 취지문을 통해 핵심 비전으로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실무 전문가 양성 : 중도장애인의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을 ESG 데이터 수집 및 실무 지원 전문가로 양성해 기업에 파견하는 모델을 구축. △ESG 제품 자산화 : 장애인이 생산한 제품과 서비스를 단순한 구매 대상이 아닌, 기업의 실질적인 ESG 성과로 연결하는 전략 추진. △AI 시대의 역할 : AI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대에 장애인의 지적·창의적 업무 수행 능력을 활용하여 더욱 인간적인 초지능 사회를 구축하는 데 기여. 이날 행사는 1부 창립총회와 2부 전문가 세미나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2부 세미나에서는 광주과학기술원(GIST) 곽재원 특임교수가 'AI x ESG x 장애인이 여는 상생 이코노미'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하며, 이어지는 주제 발표에서는 한국의 지속가능공시 현황, ESG 제품 민간 인증 체계, 장애인 ESG 실무 인력 양성 방안 등이 심도 있게 다뤄질 예정입니다. 이번 행사는 김소희 국회의원과 한국장애인녹색재단, 한국장애인복지단체표준사업장연합회가 공동으로 주최/주관하며, 한국ESG평가원, ESG경제, 한국공학한림원, 한국장애인개발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등 각계 전문 기관이 후원합니다. 정원석 포럼 준비위원장(한국장애인녹색재단 회장)은 “이번 포럼은 장애인이 ESG 요구 시대의 새로운 첨병으로 나서 기업과 장애인, 사회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단독] 2년 넘게 공석…한전공대(켄텍), 신임 총장 이번 주 선임 전망

국내 유일의 에너지 특화 대학인 한국에너지공대(KENTECH·켄텍)가 2년 만에 총장 공석 사태에 마침표를 찍을 가능성이 커졌다. 4일 에너지업계와 대학가에 따르면 켄텍 이사회는 이번 주 금요일(6일) 회의를 열고 총장 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사회 의장은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다. 켄텍은 에너지 신소재, 인공지능(AI), 차세대 전력·원자력 기술 등을 특화 분야로 하는 국내 유일의 에너지 전문 대학으로, 정부와 한국전력공사의 지원을 바탕으로 2022년 개교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임교원 1인당 연구비 수주액이 국내 최상위권을 기록하는 등 연구 성과에서는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다만 개교 초기부터 막대한 설립·운영 비용을 둘러싸고 “재정 부담이 과도한 것 아니냐", “에너지공대가 꼭 필요한가"라는 회의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한전의 재무 악화 국면과 맞물리며 '돈 먹는 하마'라는 부정적 인식도 일부 형성된 바 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2023년 말 초대 총장이 사퇴한 이후 총장 공석이 장기화되면서, 중장기 발전 전략 수립과 대학 운영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에너지업계 안팎에서는 새 총장 선임을 계기로 에너지공대가 연구 성과를 넘어 재정 안정성, 역할 정립, 국가 에너지 전략과의 연계성 등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장 리더십을 통해 그간의 논란을 불식시키고, 에너지 특화 대학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해야 할 시점이라는 평가다. 이번 이사회에는 총장 후보 3인 중 1인을 최종 선임하는 안건이 올라갈 것으로 전해졌으며, 박진호 현 총장 직무대행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박 대행은 2023년 12월 윤의준 초대 총장 사퇴 이후 약 2년간 대학을 이끌어 왔으며, 설립 초기 불안정한 여건 속에서도 학사·연구 운영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에너지공대 총장추천위원회는 2024년 11월 공개 공모를 거쳐 박진호 총장 직무대행을 포함한 3명의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했다. 그러나 이후 1년이 넘도록 이사회 안건에 상정되지 않으면서 총장 공석 상태가 장기화됐다. 이사회는 재작년 12월과 지난해 1월, 3월, 9월 등 여러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총장 선임 논의는 번번이 미뤄졌다. 그동안 12·3 계엄 정국과 대통령 선거, 소관 부처였던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지연 등이 이유로 거론됐지만, 지난해 10월 부처가 공식 출범한 이후에도 인선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대학 안팎의 우려가 커져 왔다. 특히 안건 상정이 계속 무산될 경우, 후보 추천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해 총장 선임이 내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에너지공대는 2022년 개교 이후 전임교원 1인당 연구비 수주액이 KAIST와 POSTECH에 이어 국내 3위를 기록하는 등 연구 성과 면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총장 부재 장기화로 중장기 발전 전략 수립, 대학원 확대, 대형 국책 연구과제 유치 등 핵심 과제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내년 2월 첫 졸업생 배출을 앞두고, 개교 당시 수립한 마스터플랜을 재점검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나주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핵융합(인공태양) 연구시설과 전남에 조성될 국가 AI 컴퓨팅센터 모두 에너지공대의 교육·연구 인프라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며 “조속히 책임 있는 총장 체제를 확립해 지역·국가 전략 산업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획]경주 풍력발전단지, 안전 문제없나 (1)

산을 깎아 세운 발전기, 땅은 버텨낼 수 있나 허가 기준은 통과했지만…지반 안전은 여전히 물음표 장마·집중호우 앞에서 드러나는 산지형 풍력의 불안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국가 정책의 핵심 과제다. 그러나 친환경이라는 이름 아래 안전과 주민 삶의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 경북 경주 산지 곳곳에 들어선 풍력발전단지를 둘러싸고 지반 안정성, 재난 대응, 사후 관리 부실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3회에 걸쳐 경주 풍력발전단지의 안전 실태를 점검한다. 1회차에서는 '입지'와 '구조적 위험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글싣는순서 1:산 위의 거대한 바람개비…입지부터 안전한가 2:강풍·낙뢰·화재…사고 가능성은 '가정'이 아니다 3:소음·저주파·관리 공백…'친환경'의 마지막 조건 ​◇ 능선 위에 선 초대형 구조물, 과연 안전한가 경주=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경주 지역 풍력발전단지는 해안형이 아닌 '산지형'이 주를 이룬다. 바람 자원이 풍부한 산 정상과 능선을 따라 높이 80~100m에 달하는 타워가 줄지어 서 있다. 문제는 이 거대한 구조물이 대부분 급경사 지형 위에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풍력발전기 한 기를 세우기 위해서는 수백 톤 규모의 콘크리트 기초 공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산을 깎고 사면을 절개하며, 발전기 진입을 위한 임도도 새로 낸다. 겉으로는 '친환경 에너지 시설'이지만, 산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대형 토목공사라는 점에서 안전 논란이 뒤따른다. ​◇ '비만 오면 불안'…주민들이 체감하는 위험 인근 마을 주민들의 불안은 이미 일상화돼 있다. 장마철이 다가오면 산 위를 먼저 올려다본다는 말도 나온다. 한 주민은 “풍력기 들어선 뒤로 물길이 달라졌다"며 “큰비가 오면 토사가 내려올까 밤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발전기 주변에서는 인공 사면과 노출된 기초 구조물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최근 기후 여건을 고려하면, 토사 유출이나 사면 붕괴 가능성을 단순한 '가정'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전문가들 '풍력 안전의 핵심'은 '땅' 전문가들은 풍력발전 안전을 논할 때 가장 먼저 '지반'을 지목한다. 기계적 결함보다 산지 지반의 장기적 안정성이 더 큰 변수라는 것이다. 토목·지질 분야 한 전문가는 “설치 직후에는 문제가 없어 보여도 5년, 10년이 지나면서 지반이 약해질 수 있다"며 “특히 절개 사면과 배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위험은 누적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풍력발전은 한 번 허가하면 수십 년간 운영되는 시설"이라며 “초기 환경·안전 영향 평가가 장기 운영을 전제로 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허가 당시 기준, 지금도 유효한가 문제는 대부분의 안전 검토가 '허가 시점'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강우량과 태풍 강도가 커지고 있음에도, 과거 기준으로 설계된 안전 조건이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 역시 한계가 있다. 허가권은 있지만, 운영 단계에서 발전기 주변 사면 상태나 임도의 안정성을 상시 점검할 인력과 시스템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상 사업자의 자체 점검에 의존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친환경 이전에 안전"…첫 단추부터 다시 보자 경주 풍력발전단지를 둘러싼 논란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바람은 깨끗하지만, 그 바람을 받치는 땅은 안전한가'라는 질문이다. 산지형 풍력은 입지 선택 단계부터 보다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미래를 위한 선택이지만, 안전은 현재의 책임이다. 경주 풍력발전단지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설로 남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입지 안전성'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안전 관리 책임은 사업자 중심…행정은 '사후 대응' 현행 법체계상 풍력발전단지의 유지·보수와 안전 관리는 기본적으로 사업자 책임이다. 지자체는 지도·감독 권한을 갖고 있지만, 상시 감시 의무까지 부과돼 있지는 않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풍력발전단지는 장기간 운영되는 민간 시설로, 일상적인 유지·관리는 사업자 책임 사항"이라며“지자체가 상시적으로 모든 운영 상황을 점검하는 데에는 제도적·인력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사고가 발생하거나 민원이 반복되기 전까지는 행정 개입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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