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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국감] 김정관 산업장관 “알래스카 LNG, 중동전쟁으로 검토…상업적 합리성 전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올해 중동전쟁을 거치면서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한국에 유리할 것이라고 전략적 판단을 하게 됐다"면서도 “알래스카 LNG는 '상업적 합리성'을 전제로 검토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관해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을 받고 이 같이 답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미 알래스카주 북부에서 뽑은 천연가스를 길이 1300km의 배관을 통해 남부로 보낸 뒤 항만을 거쳐 수출하는 사업 인프라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한미 양국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해 '투자 검토를 시작한다'는 문구를 지난달 30일 한국의 대미투자에 관한 팩트시트에 담았다. 김 장관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그동안 한국 정부의 참여 검토 대상이 아니었지만, 중동전쟁으로 알래스카 LNG에 대한 전략적 가치가 생겼다고 판단했다"며 “중동에서 LNG를 들이지 못하고, 걸프만에서 운반하는 것도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서 들여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정학적 변수로 중동을 비롯한 특정 지역에서 LNG를 수급하기 어려워졌을 때 알래스카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한 LNG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미 간 대미투자 협상의 일환으로 거론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540억달러 투자가 확정된 것처럼 발언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최수진 의원은 “상업적 합리성 검증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대미투자 한미 팩트시트에는 (투자 검토에 착수하는데) '동의한다'는 표현이 들어갔다"며 “한미 간 외교 신뢰에는 큰 타격이고, 전임 문재인 정부와 현임 이재명 정부 초기에도 (투자 검토 착수 동의 문구가) 없었는데 이번에 왜 들어갔냐"고 질의했다. 특히 최 의원은 올해 5월 대미투자 1~3호 사업에 대한 타당성 용역을 발주했고, 지난해 6월에는 산업통상부와 한국가스공사 실무자들이 알래스카 LNG 사업성을 검토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했다는 점을 들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이미 대미투자 3호로 염두에 둔 것 아니냐고 최 의원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알래스카 LNG를 둘러싼 여건이 과거와 달라져 투자 여부 검토를 착수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달 22일 김 장관이 상임위에 비공개 보고한 이후 달라진 내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 산자중기위 전체회의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상업적 합리성이 낮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다"며 “그렇지만 그간의 민간 중심 참여 방식에서 벗어나 미 연방정부가 알래스카 LNG를 주도하겠다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점까지 산업부가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5월 타당성 검증 용역을 발주한) 대미투자 2·3호 사업은 알래스카 LNG가 아닌 다른 프로젝트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검토 착수(working)라는 표현이 담긴 팩트시트는 국회 비공개 보고에서 처음 공개했던 그대로로, 숨긴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 의원은 “40년 동안 통상당국이 지킨 원칙을 허물고 양국 합의문에 '동의' 표현을 넣어 통상 참사가 좌초됐다고 생각한다"며 “산자중기위원회 차원에서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해 대미투자 협상의 모든 절차를 투명히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여당은 주질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미 양국의 대미투자 협상 내용에 대한 지난달 비공개 보고 내용이 녹취록 형태로 유출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산자중기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번 산자위에서 산업부의 대미전략투자 관련 비공개 보고가 이뤄진 이후 회의 녹취록이 유출되고 그것이 바로 기사화되는 굉장히 큰 문제가 있었다“며 "상임위 차원에서 조치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위원회 차원에서 고발·수사 촉구가 분명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원 산자중기위원장(국민의힘 의원)은 이에 대해 "상당한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두철미하게 관리하겠다“고 정리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반도체 클러스터의 입지를 호남권으로 정한 것이 기업의 선택이었는지를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는 기업이 반도체 팹을 건설할 입지를 호남으로 결정했다고 하지만, 기업은 정부가 호남으로 결정했다는 입장"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물어본 결과, 호남권 반도체 팹 건설은 전력과 용수 문제 때문에 어렵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통상부에서 받은 자료에는 기업이 먼저 호남에 투자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언급이 나와 기업에 서남권 투자계획에 관해 물어보니, 기업 측은 먼저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두고 투자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고 반박했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자료 제출과 증인 채택 문제에 대해서도 야당은 문제를 제기했다. 야당 측 산자중기위 위원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이번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했지만 채택이 최종 불발됐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국감에 증인이 한명이다. 이런 국정감사는 처음"이라며 “특히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해 저희가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증인들을 요청했지만 다 묵살돼 그 경위를 알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장철민 의원은 “이재용·최태원 회장을 출석하게 해달라는 요구 외에 담당자를 증인으로 요구하는 야당의 입장을 듣진 못했다"고 반박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2026 국감]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놓고 여야 공방…전력·용수 공급 쟁점

메가프로젝트로 추진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두고 여야가 국정감사에서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기업에 호남 투자를 사실상 강요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전력·용수 공급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과 경부축에 집중된 산업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이라며 맞섰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6일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열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 “정부는 호남이 가장 좋다고 판단하신 것이고, 저는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권한을 가지고 있는 곳에서 잘해 주시면 저희는 거기다 짓겠다"고 발언한 점을 거론했다. 윤 의원은 김성환 기후부 장관에게 “이 발언 취지가 기업이 결정했다고 들리느냐, 아니면 정부가 입지를 결정했다고 들리느냐"고 물었다. 이어 “기업은 정부가 결정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고 정부는 기업이 결정했다고 한다"며 최초 논의 시점과 호남 외 후보지 검토 여부, 입지 검토 자료 등이 제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이 부분은 산업통상부 소관이라 세부적인 내용을 잘 알고 있지 못해 답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면서도 “호남에 반도체 공장이 들어갈 때 전력과 용수가 가능한지에 대한 산업부와 실무 부처 간 논의는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전력 공급 일정도 도마에 올랐다. 윤 의원은 정부가 당초 2029년 말까지로 제시했던 1단계 전력 공급선로 구축 목표를 2028년으로 앞당긴 점을 거론하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따라 고무줄처럼 공사 기간을 1년 당겨서 하겠다고 발표한다"고 비판했다. 최근 10년간 준공된 345kV 지중 송전사업을 분석하면 실제 착공부터 준공까지 평균 4년8개월이 걸렸다는 주장도 내놨다. 김 장관은 “영광 한빛원전에서 신광주변전소까지 가는 345kV 전력선이 있고 거기에서 분기하는 방식"이라며 “공사도 32㎞ 구간을 한 회사가 전부 하느냐, 10㎞ 단위 또는 500m 단위로 끊느냐에 따라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한빛원전의 이용률과 태양광·풍력의 발전량이 변동하는 문제를 제시하면서 반도체 클러스터가 필요로 하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역시 장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요구하는 반도체 산업의 대안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루 65만t 규모로 거론되는 용수 공급에 대해서는가뭄 발생 시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호남은 그동안 산업 수요가 없어서 호남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올려보내는 일만 해왔다"며 “평균하면 대략 3~5GW 가까이가 호남에서 생산돼 수도권 공급용으로 쓰여온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남에서 생산된 전기가 호남에서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라며 “많은 전문가들이 검토해 본 결과 현재 호남에 4GW의 전력을 공급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는 분석"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국가균형발전과 기업 경쟁력을 동시에 고려한 정책이라고 평가하며 김 장관을 간접적으로 지원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정책이 단지 호남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라며 “한국의 경제 성장은 주로 수도권과 남동 임해지역, 경부축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고 호남과 일부 농어촌 지역은 발전과 성장의 소외지역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첨단산업은 전력과 용수, 부지가 매우 중요한데 이미 개발된 지역에서는 더는 전력과 용수를 조달하기 어렵다"며 상대적으로 개발 여력이 남은 호남의 입지 경쟁력을 강조했다. 특히 신 의원은 “대기업 팔 비틀기라고 이야기하고 정치적 결정이라고 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합리적인 정책 결정"이라며 “호남 반도체 산단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강요에 의해 기업이 어쩔 수 없이 한다고 보는 시각은 사안의 본질과 다르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반도체 기업의 신속한 투자 필요성과 글로벌 경쟁력,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세 요소가 함께 고려된 사업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기업이 입지를 정한 뒤 전력망과 용수가 제대로 공급되는지는 사업 성공을 위해 정부가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장관은 “정부의 권유나 의견이 있더라도 경제력이나 사업성이 없으면 기업이 거기를 선택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호남의 용수 여건에 대해서는 “물이 부족한 게 아니라 산업적 인프라가 매우 부족했기 때문에 생겼던 일"이라며 “호남 반도체와 관련한 전력 2~3GW, 용수 65만t은 새로운 산업적 수요를 고려해도 충분히 가능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2026 국감] “일회용품 규제 풀자 컵 사용 1억3200만개 늘어”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완화한 이후 카페업계의 일회용컵 사용량이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시행 당시 감소했던 사용량이 규제 완화 이후 반등하면서 일관된 감축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이 6일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일회용품 감축을 위한 카페업계 자발적 협약'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협약 참여 업체의 일회용컵 사용량은 2013년 6억4300만개에서 지난해 10억8900만개로 늘었다. 특히 정부의 규제 기조에 따라 일회용컵 사용량이 뚜렷하게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과태료 현장 단속이 시작된 이듬해인 2019년 사용량은 8억3000만개로 전년보다 3300만개(3.8%) 줄었다. 2022년 일회용품 규제가 다시 시행된 이후에도 감소세가 나타났다. 2023년 사용량은 전년 대비 9600만개(9.3%) 감소했다. 그러나 정부가 2023년 11월 종이컵의 매장 내 사용금지 조치를 철회하고 플라스틱 빨대 등에 대한 계도기간을 사실상 연장하는 등 규제를 완화한 이후 흐름이 바뀌었다. 이에 지난 2024년 일회용컵 사용량은 10억7200만개로 전년보다 1억3200만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다시 1700만개 늘어난 10억8900만개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서 의원은 일회용품 감축을 업계의 자율적인 참여에 주로 맡겨온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는 2002년 이후 관련 업계와 모두 일곱 차례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2013년에는 '2020년까지 22% 감량, 매년 3%포인트 이상 감축'이라는 정량적 목표를 제시했지만 2018년 이후에는 이 같은 수치 목표가 사라졌다. 현재는 텀블러 이용 시 할인 등 자율적인 감축 방안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결국 현장 규제의 집행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매장 내 플라스틱컵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부과된 일회용품 사용 규제 관련 과태료는 연평균 72건에 그쳤다. 올해 8월 기준 전국 커피음료점이 9만3581개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회용품 원천 감량을 위해 택배 과대포장 제한과 재활용이 어려운 PET 캔 사용 제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매장 내 종이컵 사용 규제도 다시 확대할 방침이지만 배달용기 경량화 등 상당수 대책은 자발적 협약이나 권고 방식에 머물고 있다. 서 의원은 “ 정부가 명확한 규제 시그널을 주면 시장은 감량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확인되었다 "며 “조속히 업계 협의를 마무리하고 구체적인 감축 목표량, 단계별 시한 , 철저한 현장 단속 계획이 명시된 일회용품 규제 로드맵을 발표하고 흔들림 없이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수소경제의 다음 시장, 군용 에너지에 주목하자

지난 8월 14일 육군과 산업통상부, 현대차그룹이 첨단기술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력 대상에는 수소 모빌리티와 인프라의 활용 논의도 포함됐다. 무엇보다 군용 에너지는 수소산업이 활용 범위를 넓혀갈 수 있는 분야다. 특히 잠수함에서 축적한 경험을 차량과 기지 전원으로 확장한다면 군의 에너지 전환과 수소산업의 성장을 함께 추진할 수 있다. 군용 차량·항공기와 야전 발전기가 오랫동안 유류에 의존해 온 데는 이유가 있다. 석유계 연료는 작은 부피에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고 급유도 빠르다. 여러 장비가 공통 연료를 사용하면 저장과 수송이 단순해진다. 그러나 연료를 계속 운반하고 보급로를 지켜야 하는 부담은 남는다. 공급시설이나 수송망이 끊기면 장비의 성능과 관계없이 임무가 멈출 수 있다. 군이 에너지 공급을 다변화하고 보급 부담을 줄일 방법을 찾는 배경이다. 외국군은 이에 대응해 에너지전략을 세우고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영국 국방성은 작전에너지전략에서 공급 다변화와 새로운 에너지 기술의 군사적 활용을 검토하며 수소를 선택지에 포함했다. 미국에서는 육군 연구기관 등이 재난지원 차량 H2Rescue의 개발과 실종에 참여했다. 미 육군에 따르면 이 시제차는 2023년 실증에서 왕복 약 290km를 주행한 뒤 25kW의 전력을 72시간 공급했다. 현장까지 이동한 차량이 도착 후에는 전기를 공급하는 장비로도 쓰인 것이다. 우리군은 잠수함에서 수소를 활용해 왔다. 손원일급과 장보고-Ⅲ급 잠수함은 외부 공기 없이 전력을 생산하는 공기 불효추진체계에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한다. 이때 연료전지는 디젤발전기·배터리와 함께 잠수함의 전력체계를 구성한다. 이를 통해 수중에서 필요한 전력을 공급해 잠항 시간을 늘려준다. 지상에서는 기아가 수소 동력 경전술 차량(ATV)을 개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차량이 2025년 5월 군과 함께 시험평가를 마쳤다고 밝혔다. 군이 수소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가치는 소음을 줄이면서 임무에 필요한 전력을 오래 공급하는 데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며, 내연기관보다 소음과 진동을 줄일 수 있다. 정숙성은 배터리 전기구동도 가진 장점이다. 수소는 보급체계를 갖춘 곳에서 연료를 보충하며 장시간 전력을 공급하는 데 강점을 찾을 수 있다. 정차 중 통신·감시장비를 가동하거나 정전 때 기지의 필수시설에 전력을 공급하는 용도가 그 예다. 전력과 물, 수전해·저장설비를 갖춘 기지에서는 수소를 미리 만들어 저장할 수도 있다. 저장한 수소는 연료전지를 통해 비상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군의 수요는 수소산업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수 있다. 차량과 전원장비를 지속적으로 운용하려면 수소 공급·충전·저장시설과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잠수함 연료전지의 예비품 공급계약은 후속 군수지원 시장이 이미 존재함을 보여준다. 여러 용도에서 성능과 운용성을 검증하고 정식 조달을 확대한다면 대규모 군사용 시장으로 성장할 잠재성이 있다. 군의 엄격한 운용 조건에 맞춰 제품을 개선하면서 기업의 기술과 정비 역량도 높일 수 있다. 이 가능성을 실현하려면 장비와 공급체계를 함께 검증해야 한다. 수소의 생산·저장·수송·충전에 드는 비용과 정비 부담을 따져야 한다. 저장용기와 보조설비를 포함한 전체 장비의 무게와 부피도 중요하다. 특히 같은 임무 조건에서 디젤·배터리·하이브리드 방식과 성능·총비용을 비교해야 한다. 공급거점 인근의 이동형 전원이나 기지 비상 전원부터 실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용 범위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군용 수소를 국가 수소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군의 수요와 적용 우선순위를 담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산업통상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방부·방위사업청이 공동 실행 과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군은 임무와 성능 기준을 제시하고, 관계부처는 기술개발과 공급 인프라를 연계해 지원해야 한다. 실증 결과를 후속 예산과 조달 판단에 연결하는 절차도 갖춰야 한다. 군의 수요를 개발·실증·조달로 이어주는 범부처 협력이 수소산업의 새로운 시장을 여는 기반이다. bienns@ekn.kr

[EE칼럼] 전력 공기업 구조조정, 미래를 위한 투자와 혁신을 기대한다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지난 9월 3일 정부가'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 방안'을 발표하였다. 109개에 이르는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을 시작하겠다는 발표였다. 공공기관 구조조정은 21세기 내내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나 사실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었기에 이번 정부의 발표는 전문가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무엇보다도 대중의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2001년 총 6개의 자회사로 분할하였던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부문 중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5개 발전 자회사를 가칭 '한국발전'으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번에는 상당한 수준의 전력 분야 공기업 혁신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1년'전력산업 구조개편'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구)한국전력공사의 분할은 사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발화점이었다. 대량의 외화가 필요하였던 정부는 외국 자본이 눈독을 들이던 발전사업을 매각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주요 발전소를 하나씩 쪼개어 매각하려 하였다. 이후 주제는 매각보다 분할과 경쟁 또는 민영화로 넘어갔는데, 김대중 정부는 학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자 하였다. 그 덕분에 막 대학에 자리를 얻었던 필자를 포함 수십명의 학자들이 관련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학술대회와 토론회에서 치열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토론의 대표적인 키워드는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였다. 즉, 전력회사의 규모가 어느 정도일 때 전력 생산단가가 가장 낮은가 하는 논의다. 발전 부문의 분할에 찬성하는 쪽은 그시절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부문이 너무 커서 몇 개 기업으로 나누어도 충분한 규모가 되며 경쟁을 통해 단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분할에 반대하는 쪽은 규모가 더 커야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으며 특히 원료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에 나누어 수입하게 되면 구매단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어놓았다. 김대중 정부는 분할과 경쟁이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쪽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2015년 파리협정 등 기후변화협약으로 인한 국제적인 압박이 강해지자 정부는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그 대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로 한다. 또한 정부가 바뀔 때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입장차이를 보이면서 발전원에 대한 국민 갈등이 깊어졌다. 이러한 변화들은 기존의 '규모의 경제'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이슈였기에 학계는 전력산업의 구조와 역할에 대한 추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번 제기하였으나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였다. 그러면서 기존 구조개편의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연구개발이 그 하나이다. 2001년 구조개편 이전에는 발전 및 송배전 기술의 연구개발이 하나의 회사에서 이루어졌다면, 이후에는 발전 자회사 6개와 송배전을 담당하는 한국전력공사 등 총 7개의 회사로 나누어 진행하다보니 제대로 된 신기술 개발이 부족해졌다는 지적을 받게 되었다. 또한 자원개발비리 등으로 정부가 공기업의 해외투자를 억제하자 세계 최고 수준이던 국내 전력산업의 국제경쟁력이 크게 약화되었으며, 정부의 전력요금 억제 정책의 지속으로 부채가 200조원이 넘는 부실기업이 되었다. 이제는 매물로 내어놓아도 아무도 원하지 않는 기업이 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전력 공기업의 개혁 목표가 단순히 2001년의 구조개편 이전으로의 원상복구여서는 부족하다. 통합을 통하여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은 물론 AI, IoT, Big Data 등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와 혁신이 수반되어야 한다.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전력 공기업에 쌓여있는 빛더미를 해결할 방안은 더욱 더 찾기 어려울 것이며 그 미래는 크게 어두워질 것이기 떄문이다. 멀리 볼 필요도 없다. 이번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 방안에 포함된 또 하나의 공기업인 대한석탄공사가 좋은 사례이다. 대한석탄공사는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가장 잘나가는 공기업이었지만 천연가스 등 새로운 에너지원도 함께 담당할 기회를 거부하고 석탄만 고집하다가 잊혀진 기업이 되었으며, 이름만 겨우 유지하다가 이번에 역사에서 사라지게 된다. 다음 기회는 없다. 정부와 전력 공기업들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는 투자와 혁신을 이루어내어야 할 것이다. bienns@ekn.kr

알래스카 LNG 상업성 논란…자원안보·사업구조·개발역량 따져봐야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를 한국의 대미(對美) 투자 내용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포함하면서 논쟁이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자원 안보 측면에서는 사업 참여를 고려할 만하지만, 지분 같은 사업 참여 구조부터 LNG 가치 사슬 내 상∙중∙하류별 사업성, 현지 환경규제까지 세세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산업통상부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해 LNG 우선 접근권과 관련 기자재 관세 혜택 등 한국의 상업적 합리성을 확보할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한국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해 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못박았지만, 한국은 아직 사업 참여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식으로 대응 중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에 묻혀 있는 천연가스를 뽑아 직경 42인치, 길이 807마일짜리 파이프라인을 통해 남쪽 니키스키에 위치한 20MTPA 규모의 LNG 터미널로 이동시키고, 이곳 항만을 통해 해외로 수출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현재 글렌파른이 75%, 알래스카 주정부가 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 양국이 지난 1일 발표한 '역사적인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 팩트시트에 따르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투자 MOU와 국내 법적 요건을 토대로 상업적 합리성을 충족하는지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투자 비용 223억달러로 발전 용량 6472메가와트(MW) 규모의 가스 복합화력발전소를 짓기로 한 텍사스 프로젝트, 웨스팅하우스의 노형 AP1400과 한국수력원자력의 노형 APR1400을 각각 6기와 2기 이용하기로 한 원자력 발전소 프로젝트와 비교하면 논의가 초기 검토 단계에 머무른 것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와 재정경제기획위원회 대미투자 관련 보고에서 투자 추진 의사를 결정한 1건과 양국의 관심이 있지만 구체적 추진 의사를 결정하지 않은 사업이 2건이 있다고 언급했다. 결정되지 않은 2건 중 하나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 발표로 갈수록 커지는 알래스카 LNG 참여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 상업적 합리성을 보다 세세히 따져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알래스카 프로젝트로 생산한 LNG에 한국이 우선 접근할 권한을 전제로 사업성을 검토하기로 한 만큼 가스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과 사업 참여와 지분 투자에 따른 위험부담 사이에서 저울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국 입장에서는 중동 불안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 수송하는 LNG 수급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동부보다 서부 해안에서 출발하는 것이 운송 거리상 이점이 있고, 캐나다 서부 해안 LNG 프로젝트도 오랜 투자 끝에 성공한 사업으로 평가받는 만큼 알래스카 LNG를 아예 배제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업 자체가 상업적 합리성을 갖췄는지는 현지 환경규제가 수익성에 미칠 영향부터 상류(탐사 및 생산)∙중류(수송)∙하류(정제 및 판매) 등 가치사슬 단계별로 투자 범위와 수행 역할까지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1단계 우선 투자 여부, 운영 사업자와 지분 협상, 파이프라인으로 공급할 '피드 가스'가 충분한지를 우리 정부가 과거의 자원개발 성공∙실패 경험에 비추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알래스카 LNG 사업은 엑손모빌과 BP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도 사업성을 점검하고 2010년대 참여를 포기한 데다 대미투자 결정한 일본도 추후 타진하겠다는 수준의 의사만 밝혔다"며 “건설 기간과 투입 비용이 늘어날 수 있는데다 향후 알래스카주를 민주당이 집권하면 환경규제를 현행 그대로 적용할 것이므로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통상외교 협상 측면에서는 한국이 상업적 합리성을 따질 시간을 확보할 발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태황 교수는 “우리 정부는 우선 확정된 텍사스 안시닐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부터 시작하되, 다른 대미투자 후보는 상업적 합리성 합동 검증단을 꾸려 중간선거 이후 투자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내용을 한번에 결정하는 대신, 사업별로 제도 완화 등 관공서에 요구할 것들을 정리하고 사업 다음 단계까지 참여를 이어갈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원전 프로젝트에서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원자로 AP1400과 한국형 원자로 APR1400를 번갈아 건설하고 수익구조를 확실히 보장할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한국의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미투자 협상이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된 것을 계기로 한미 간 에너지 안보 협력을 강화할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진수 교수는 “에너지 지배력 강화(dominance) 전략을 펴는 트럼프 행정부 미국에서는 연료 확보에서 나아가 화력∙원자력∙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건설할 능력이 에너지 안보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미국은 자원이 풍부하고, 한국은 다양한 발전원에 대한 제조와 설계∙조달∙건설(EPC)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에너지 안보를 위한 미국의 굳건한 파트너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재생에너지 시대, 기상청에 ‘대정전 위험기상’ 경보가 필요하다 [기후에너지환경 단상]

“8월 29일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 예상보다 비가 적게 내려 일부 국민들께 불편을 드린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다만, 예상 강수량은 특정 지점이 아닌 권역 전체를 대상으로 발표하는 '범위'이므로 일부 대표지점의 관측값만으로 권역별 예보의 적중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실제 강수의 공간적 편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합니다." 기상청이 지난 8월 29일 강수량 예보가 빗나갔다는 지적에 내놓은 해명자료의 일부다. 기상청은 예상 강수량이 특정 지점이 아닌 한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발표하는 만큼 일부 지역의 관측값만으로 예보의 적중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기상청이 특정 지역의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국민들에게 혼란을 준 점도 사실이다. 기후변화로 날씨 변덕은 심해지고, 같은 서울 하늘 아래에서도 어느 동네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다른 동네에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 그런 기상청에 최근 새로운 임무가 주어지고 있다. 바로 재생에너지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현재 약 40기가와트(GW) 정도인 재생에너지 설비를 2030년에 100GW까지 늘리기로 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내년부터 연간 10GW 이상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보다 세 배는 더 빠른 속도다. 기후부 외청인 기상청도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필요한 햇빛과 바람의 예측 정보를 제공하고, 육상 풍력발전 사업 허가를 받을 때 현장에서 1년 이상 바람을 측정하는 대신 기상청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풍력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기상청 자료로 사업 허가를 받을 수는 있어도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리려면 어차피 현장에서 직접 측정한 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지성 예보에 약점이 있는 기상청 자료만으로 산정한 수익성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특정 지역의 햇빛과 바람을 정확하게 맞히는 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다. 그보다는 국가 전력망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한 날씨를 미리 경고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과거 전력당국의 가장 큰 걱정은 폭염과 한파였다.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는 시기에 발전소가 충분한 전기를 공급하지 못하면 정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제는 전기가 부족한 것만큼 남아도는 일도 걱정해야 한다. 봄·가을처럼 공장 가동이 줄고 전력 사용량이 적은 날, 하늘까지 맑으면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한다. 전기는 만드는 양과 사용하는 양이 실시간으로 맞아야 하는데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져도 전력망이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거나 바람이 멎으면 발전량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햇빛과 바람이 지나치게 많아도 부족해도 문제가 된다. 이미 국내에서는 맑은 봄날 낮 시간대 태양광 발전 비중이 순간적으로 전체 전력의 절반 가까이 올라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주말 낮 시간 전기차 충전요금을 할인하고 태양광 발전량을 강제로 줄이는 이유다. 여기에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는 산업시설까지 늘어나고 있다. 대정전이 발생한다면 피해는 단순히 몇 시간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남길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기상청의 위험기상 개념이 사뭇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폭우와 폭염, 한파가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날씨였다면 앞으로는 햇빛과 바람의 급격한 변화도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위험기상이 될 수 있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기후변화로 극한기상이 잦아지면서 예보관들에게 다소 과도하더라도 위험 가능성을 더 크게 보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보가 조금 빗나가더라도 재난에 대비할 시간을 벌어 인명피해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다. 이러한 원칙을 전력 분야로도 넓힐 필요가 있다. 특정 풍력발전기의 예상 수익을 계산할 만큼 바람을 정확하게 맞히지 못하더라도, 전국적으로 햇빛과 바람이 급변해 전력망에 위험을 줄 가능성이 있다면 미리 경고할 수 있어야 한다. 전력당국이 발전량을 조절하고 전기 사용을 분산할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기상청은 억울함이 많은 기관이다. 예보가 틀리면 곧바로 비판받지만, 예보가 맞아 재난을 피했을 때는 그 공로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기상청이 미리 폭우를 경고해 누군가 위험한 길을 피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이 사고를 피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 기상청이 놓친 생명도 있지만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생명을 구했는지 모를 일이다. 기상청이 햇빛과 바람의 이상 변화를 미리 알려 전력당국이 대정전 가능성을 차단한다면 사람들은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낸다. 그 누구도 기상청이 무슨 일을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무 사고도 나지 않았다는 게 기상청이 재생에너지 시대에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현빈 전 한전 부사장, 남동발전 사장 취임

이현빈 전 한국전력 경영관리부사장이 제10대 한국남동발전 사장으로 취임했다. 남동발전은 이현빈 사장이 2일 경남 진주 본사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신임 사장은 한전 경영관리부사장, 한전공대설립단장, 인사처장 등을 지냈다. 이 사장은 “우리 회사가 에너지전환에 앞장서고, 발전공기업의 새로운 성장 과정에서도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임직원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경영에 적극 반영하겠다"며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본연의 책임을 다하면서, 변화하는 에너지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12차 전기본 신규 원전 놓고 국민 의견 수렴…공론화위 출범

정부가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국민 의견 수렴에 본격 착수한다. 반도체·인공지능(AI) 등 메가프로젝트 추진으로 늘어난 전력수요를 채우기 위해 원전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할지 약 3개월간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그 결과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위한 원전 공론화위원회' 위원 위촉식을 열고 공론화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지난달 22일 국무회의에 보고된 원전 공론화 추진계획 따라 구성됐다. 앞으로 공론화 기본 방향과 세부 절차를 마련하고 시민참여단을 중심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결과를 정부에 권고하는 역할을 맡는다. 위원장에는 은재호 한국외대 겸임교수가 위촉됐다. 은 위원장은 한국갈등학회장과 다수 정부부처의 갈등관리심의위원 및 위원장을 역임한 갈등관리 전문가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당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당시에도 전문가로 침야헤 공론화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 위원회는 은 위원장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됐다. 인문사회·과학기술·조사통계·갈등관리·에너지 분야별 단체로부터 원전 이해관계자가 아닌 인사를 추천받아 위원 8명을 위촉했다. 원전 분야 전문가들은 별도의 전문위원회에 참여해 원전과 전력수급 등 숙의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공론화위원회는 앞으로 대표성을 갖춘 시민참여단을 구성하고 학습·숙의 자료를 제작한다. 이후 숙의토론과 공개토론회, 온라인 의견수렴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 의견을 모아 공론화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다. 이번 공론화의 핵심 쟁점은 급증하는 전력수요와 탄소중립 과정에서 신규 원전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앞선 12차 전기본 논의에서 반도체·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반영해 2040년 최대전력 수요를 158.4~165.0기가와트(GW)로 제시했다.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와 석탄발전 감축 계획도 잇따라 공개한 상태다. 공론화 결과는 연말 확정 예정인 12차 전기본에 반영된다. 다만 전력수요와 재생에너지·석탄발전의 밑그림이 상당 부분 제시된 뒤 원전 공론화가 진행되면서 전기본 확정 일정이 늦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론화 결과에 따라 앞서 제시된 발전원별 계획이 일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환경단체들은 공론화 절차를 주시하고 있다. 일부 단체는 정부가 이미 원전의 필요성을 전제로 정책 방향을 설정한 상태에서 공론화를 추진하는 것은 신규 원전 확대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공론화위원회의 독립적인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탄소중립, 경제성, 안전성 등 에너지 수급에서 고려해야 할 다양한 요소에 대해 국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숙의할 수 있도록 절차를 공정하게 관리해달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원전종주국이 인정한 K-원전, 이제 준비의 시간이다

1978년 4월,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첫 원전이었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주도했다. 우리는 공사 현장에서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웠다. 1990년대 한빛 3·4호기에서 기술자립의 첫발을 뗐고, 2009년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에 이어 지난해에는 체코 신규 원전 사업까지 수주했다. 고리 1호기 이후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 우리가 원전의 본고장 미국에 원전을 짓는 길을 열었다. 지난 1일 한미 양국은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최대 1200억 달러를 들여 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짓는다. 이 중 2기가 우리 APR1400이다. 한국형 원전이 미국 본토에 들어서는 첫 사례다. 원전 기술을 배워 온 나라가 이제 원전종주국의 시장에 진출하는 셈이다. 우리 원자력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상징적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한국의 원전 기술력과 시공 역량을 인정하고 전략적 동반자로 선택한 것이다. APR1400은 이미 2019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을 받았다. 외국 노형으로는 처음이었다.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4기를 성공적으로 지은 실적도 있다. APR1400 2기가 전부가 아니다. 나머지 AP1000 6기에도 국내 설계·시공 기업과 기자재 기업의 참여가 추진된다. 노형 하나를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 원전 공급망과 건설시장에 들어가는 것이다. 미국 역시 무너진 원전 공급망과 건설 역량을 복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기술력과 건설 경험이 미국의 원전 확대와 맞물리는 이유다. 원전은 이제 국가 전략기술이 됐다. 필요한 기술과 공급망을 가진 나라는 협상장에서 목소리가 커진다. 반도체와 조선에 이어 원전이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한미 원자력협력과 원전 외교에서도 우리의 발언권은 한층 커질 것이다. 그러나 기회의 문이 열렸다고 결실이 저절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국내 신규 원전 건설과 체코 원전 사업이 추진되는 가운데 미국 사업까지 더해진다. 여러 사업을 함께 해내려면 우리 기업의 역량을 키우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를 미리 갖춰야 한다. 첫째, 미국의 품질보증과 인증 체계를 갖춰야 한다. 미국 원전에 기자재를 공급하려면 연방규정이 정한 원자력 품질보증 요건과 관련 인증을 충족해야 한다. 안전 관련 결함을 규제기관에 보고할 법적 의무도 따른다. 대기업은 미국 원전에 주기기를 공급한 경험이 있다. 문제는 수많은 중소 협력사다. 정부가 이들 기업의 인증 취득 비용과 품질 전문인력 양성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둘째, 현지 법과 건설제도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은 연방법뿐 아니라 주(州)별로 건설과 노동 관련 제도가 다르다. 인허가 절차, 현장 안전기준, 노무 관행도 우리와 다르다. 사업 초기부터 현지 법률과 인허가, 노무제도에 정통한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공기와 비용의 불확실성을 제도로 관리해야 한다. 미국 보글 3·4호기는 공기 지연과 비용 증가가 신규 원전 사업의 가장 큰 위험임을 보여줬다. 미국 정부가 신규 원전 인허가 기간을 대폭 줄이겠다고 밝힌 만큼, 이를 이번 사업에 실제로 적용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원전 사업 부지에 적용되는 연방법과 주법, 인허가 절차와 규제기관 간 관계를 미리 정리해야 한다. 불필요한 중복 절차를 줄이는 특례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우리 기업 역시 설계 확정과 기자재 조달을 철저히 준비해 공기를 지켜야 한다. 공기 지연과 비용 증가의 위험을 어느 한쪽에 떠넘기지 않는 합리적 분담 체계도 필요하다. 넷째, 우리 근로자를 보호할 제도를 갖춰야 한다. 지난해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서 불거진 한국인 근로자 비자 문제는 해외 대형 사업에서 근로자의 법적 지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다. 원전은 장기간 고도의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착공 전에 기술인력의 입국과 근무를 보장하는 비자·취업허가 체계를 양국이 합의해야 한다. 현지 산업재해 보장과 법률 지원 체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반세기 전 우리는 배우는 나라였다. 이제 미국과 함께 원전을 건설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된 나라의 몫이다. 정부는 제도로, 기업은 역량으로 답해야 한다. 미국 원전시장 진출의 성패는 계약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되는 준비에 달려 있다. 이제는 준비의 시간이다.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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