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MMR 시대, 민간이 주역이어야 한다](http://www.ekn.kr/mnt/thum/202607/news-p.v1.20240314.f6bc593d4e0842c5b583151fd712dabc_T1.jpg)
휴대전화는 본래 전화하는 기계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카메라가 되고, 지갑이 되고, 길 안내자가 되었다. 통신사가 한 일이 아니다. 민간기업들이 저마다의 쓸모를 찾아낸 결과다. 특정 용도로 개발된 기술도 민간에 개방되면 그 쓰임새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원자력에도 그런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초소형원자로(MMR) 얘기다. 지난 6월 2일 대통령께서 국무회의에서 MMR의 군사·장비 활용 가능성을 짚고 개발 상황과 관리체계를 챙겼다. MMR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한 것이다. MMR은 트럭이나 비행기에 싣고 어디든 옮길 수 있는 초소형원자로다. 데이터센터, 산업단지, 오지, 군사기지, 나아가 우주까지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다. 쓰임새도 다양하다. 전기는 물론 열을 공급하고, 산업 공정에도 투입할 수 있다. 전력 소비지 가까이 둘 수 있어, 갈수록 심해지는 송전망 포화 문제도 비켜 갈 수 있다. 전기만 만드는 기존 대형 원전과는 본질이 다르다. 미국은 일찌감치 민간에 문을 열었다. MMR 개발의 주역이 민간기업이다. 오클로, 안타레스, 래디언트, 웨스팅하우스 등이 저마다 다른 노형으로 경쟁한다. 이들은 원자로를 공장에서 모듈로 찍어내듯 만들어 빠르게 개량한다. 민간의 속도가 곧 경쟁력이다. 미 국방부는 군사기지용 선진원자로 프로그램에 8개 기업을 적격사업자로 선정했고, 육군은 9개 기지를 배치 후보지로 골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 공군은 알래스카 아일슨 기지에 MMR을 도입하면서 민간기업이 원자로를 설계·건설·소유·운영하고 군은 전력구매계약으로 전기를 사들이기로 했다. 이처럼 정부가 시장을 열어주고 민간이 그 안에서 기술과 쓸모를 다지는 구조에서, 국방 수요가 민간 생태계를 키우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제도가 이를 수용할 준비가 안 됐다는 점이다. 미국과는 거꾸로다. 민간기업이 원자로를 개발하거나 운영하려 해도 길이 막혀 있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은 공기업이 운영하는 전기 생산용 대형 원전을 전제하여 짜여 있다. 그러다 보니 대형 원전과 설계 특성이 크게 다른 MMR은 인허가받기조차 어렵다. 전기 생산이 아닌 다른 용도로 원자로를 쓰는 길도 사실상 열려 있지 않다. 원자력손해배상법 역시 공기업 사업자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민간기업이 손해배상 책임을 감당할 구조가 마땅치 않다. 빗장이 겹겹이 걸려 있는 셈이다. 이대로 가면 결과는 뻔하다. 기술도 있고 최고 통수권자의 의지도 있는데, 정작 뛰어야 할 민간은 출발선에 묶여 있게 된다. 그사이 미국 시장은 빠르게 무르익어 갈 것이다. 한발 늦으면 따라잡기 어려운 게 첨단 기술 경쟁이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다른 나라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고 기술 표준까지 거머쥘 것이다. 해법은 분명하다. 첫째, 민간이 원자로를 개발·소유·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법에 새로 마련해야 한다. 둘째,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양한 용도의 여러 원자로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마침 원자력안전위원회가 SMR 기준을 만들고 있다. 이 작업에 MMR도 함께 담을 필요가 있다. 안전기준은 생각만으로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과 조직을 갖출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셋째, 원자력손해배상법을 손봐야 한다. MMR을 다양한 용도로 쓰는 사업자가 나타날 것이다. 원자력손해배상법 제2조제1항제3호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나는 사업자들이다. 이들에 걸맞은 책임과 배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 넷째,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도 손봐야 한다. MMR은 출력이 매우 낮고, 사고가 나도 스스로 식어 멈춘다. 이런 피동 안전 특성을 반영해, 비상계획구역을 원자로 설치 지역으로 줄일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 그래야 MMR을 전력 소비지 가까이 배치할 수 있다. 다만 물리적 방호는 더 촘촘해야 한다. MMR은 운반 중 위협이나 테러에 노출되기 쉽고, 외딴곳에서는 방호 인력 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간에 개방한다고 안전을 양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반대다. 문을 여는 만큼 책임의 소재를 더 분명히 해야 한다. 누가 어떤 책임을 지고 어떤 기준을 지켜야 하는지를 법에 명확히 못 박아야 한다. 명확한 규칙이야말로 민간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든든한 기반이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직접 노를 젓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항해할 바닷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지금이 그 길을 열 때다.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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