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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열에너지 고속도로 만든다…‘물·에너지융합포럼’ 출범

도시단위로 수열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는 '수열에너지 고속도로' 등 물과 에너지를 연결하는 기술이 개발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수력원자력 비전홀에서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 12개사, 학계·산업계와 함께 '물-에너지융합포럼' 출범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물과 에너지가 분리된 영역이 아닌 하나의 체계로 작동하는 '물–에너지 넥서스' 개념을 정책과 사업에 구현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포럼은 출범과 동시에 물·에너지 기능을 융합하는 12개 과제를 선정해 논의를 시작한다. 주요 과제로는 △기존 댐을 하부 저수지로 활용하여 환경영향과 비용·기간을 최소화하며 양수발전을 확충하는 가성비 높은 물 배터리 확대 △ 대형건물 위주에서 공동주택·도시단위로 공급을 확대하는 수열에너지 고속도로 구현 △수력발전과 전력망 연계 사업의 해외 동반 수주를 위한 K-기후 원팀 해외진출 등이 있다. 이외에도 하수처리장 태양광 확대 및 데이터센터 입지화, 전력·수도 계량기 통합 활용을 통한 안전서비스 제공 등 산업과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과제도 포함됐다. 기후변화, 산업구조 전환 및 에너지 수급 불안 등 복합적인 환경 변화 속에서 물과 에너지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핵심 자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물은 발전과 냉각, 수소 생산 등 에너지 생산의 기반이 되고 에너지는 물의 취수·정수·이송·처리 전 과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에 따라 기후부는 물과 에너지를 개별적으로 관리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두 분야의 정책·기술·자원을 연계해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포럼을 출범했다. 포럼은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을 통해 국민의 아이디어와 현장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물과 에너지의 융합이 기술적 논의에만 머무르지 않고 국민 안전과 편의 증진 등 실질적인 체감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후부는 포럼을 통해 물과 에너지가 결합된 새로운 정책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공공기관 협업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 나갈 계획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물과 에너지는 국민의 일상과 산업을 지탱해 주는 가장 기본적인 자원인 만큼 함께 관리하고 활용할 때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이번 포럼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고 나아가 기후테크 기업의 육성으로 이어져 국민의 삶을 더 안전하고 풍요롭게 바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북미전력신뢰공사 “앞으로 5년 동안 수천만명 정전 위기 직면”

북미전력신뢰도공사(NERC)가 앞으로 5년 동안 미국에서 수천만명이 정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전력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전력회사들이 노후 화력발전소를 퇴출하는 과정에서 신규 발전설비 확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NERC는 노후 석탄·가스 화력발전소를 신중하게 폐쇄할 것을 권고했다. 25일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에너지시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NERC의 '장기신뢰성평가'는 앞으로 5년 안에 전력 부족 위험이 가장 큰 지역으로 텍사스 일부와 미국 중서부 북부, 중부 대서양 연안, 태평양 북서부 등을 지목했다. NERC는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신규 제조설비, 전기차, 히트펌프 보급 증가로 인해 2035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의 동·하절기 최대 전력수요가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 증가 속도가 신규 공급 확대를 상회하면서 예비율은 빠르게 축소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르면 2030년 미국 동부 13개 주와 워싱턴 D.C.를 관할하는 지역 전력망 운영기구인 'PJM Interconnection'의 예비율은 2026년 30%에서 14%로, 같은 해 미 중서부 15개 주를 담당하는 또 다른 광역 전력망 운영사인 MISO의 예비율도 11%에서 4%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심화되는 폭염이나 이례적인 한파가 전력망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NERC는 경고했다. 향후 5년간 신규 전력 설비의 대부분은 태양광과 배터리가 차지하는 반면, 석탄과 가스화력발전소의 추가 폐쇄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상시 가동이 어려운 발전설비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력수요가 가장 높은 시점에 공급 차질 위험이 커지고 이에 따라 신뢰도 높은 전력망의 계획·운영이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NERC는 신규 발전소와 송전선 건설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신속화하고 데이터센터와 같은 대규모 신규 전력 수요원이 전력망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추가적인 신뢰도 개선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노후 석탄·가스화력발전소의 폐쇄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미국 일부 지역은 이미 대응에 나섰다. 중서부와 남부 15개 주에서는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의 3분의 1 이상이 폐쇄될 예정인 가운데 력망 운영사 MISO는 향후 5년간 가스화력발전소와 배터리의 계통 연계를 앞당기기 위한 계획을 도입했다. NERC는 해당 계획이 성공할 경우 석탄 발전이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충분한 전력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했다. 캘리포니아주는 3년 전과 달리 더는 정전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주정부가 태양광 발전이 풍부한 시간대의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높은 시기에 사용하는 대형 배터리 저장설비를 전력망에 추가하면서, 여름철 폭염 기간 정전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전력시장의 미래 中] “여름·겨울에 태양광으로 전기요금 누진 막아 年 최대 60만원 절약”

“여름에 학원에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데 전기요금이 1년에 60만원이나 줄어 만족하고 있습니다." “시골에 살면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데 전기요금이 줄어드니 노부부 형편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학원을 운영하는 백송이씨(경북 경산시, 38세)는 여름철 에어컨을 틀어도 부담이 덜하다. 그가 가입한 알뜰요금제는 전기사용량이 누진구간에 들어서면 태양광 전력으로 소비량을 상계해 주기 때문이다. 그는 연간 전기요금 할인 폭을 확인해 보니 약 60만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석우씨(경북 경주시, 75세)도 겨울철 전기요금이 더는 두렵지 않다. 그는 아내와 함께 살며 전기요금이 항상 부담이었지만 우연히 알게 된 알뜰요금제에 가입해 연간 약 30만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하고 있다. 알뜰전기요금제란 태양광 협동조합에 가입한 가구는 태양광 생산 전력을 우선 사용하고 초과 분만 한전 전력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누진제 없이 사용할 수 있어 기존 전기요금제 대비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재생에너지 플랫폼 기업 에이치에너지는 2021년 3월부터 경북과 울산 지역에서 규제특례를 적용받아 알뜰전기요금제 실증사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28일 실증사업은 종료됐고 재진행 여부는 유예됐다. 현재는 기존 가입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규 가입은 받지 않고 있다. 25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에이치에너지가 알뜰전기요금제 가입자 약 7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 및 설문을 실시한 결과, 가입자들은 대부분 태양광을 통한 전기요금 절감 효과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요금제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된다. 출자금을 내고 협동조합에 가입한 가구는 해당 지역 태양광 발전소를 공동으로 소유한 효과를 얻게 된다. 출자금은 가입 시점에 따라 다른데 초기 가입자의 경우 400만원을 출자했다. 이는 조합 탈퇴 시 반환받을 수 있는 돈으로 일종의 보증금 개념이다. 에이치에너지는 출자금을 기반으로 설비용량 1352킬로와트(kW)의 태양광 설비를 설치했다. 알뜰요금제는 단순히 태양광 설비를 소유하는 것과 달리 전기사용량 전부를 상계하는 방식이 아니다. 누진요금 구간에 진입한 이후 사용량부터 태양광 발전 전력으로 상계해 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택용전력(저압) 요금은 여름철의 경우 300킬로와트시(kWh) 이하로 사용하면 1kWh당 120원, 301kWh 이상 450kWh 이하의 전기를 사용하면 214.6원의 요금이 부과되고, 450kWh를 초과해서 사용하면 kWh당 307.3원의 요금이 부과돼 그야말로 요금 폭탄을 맞게된다. 하지만 에이치에너지는 조합원이 300kWh 이상 전기를 사용하게 될 경우 협동조합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으로 초과 사용량을 상쇄해 마치 300kWh 미만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만들어줬다. 다만, 상쇄하는 기준은 조합원마다 일부 다를 수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알뜰요금제 가입 가구는 총 1329가구다. 지난해 조합원들의 총 한전 요금은 11억7865만원이었으나 알뜰요금제를 통해 2억7684만원을 절감해 실제 납부액은 9억181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가구 수로 나누면 가구당 연평균 약 20만원을 절약한 셈이다. 특히 여름과 겨울철 절감 효과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1월·2월·8월·9월 절감액은 각각 3405만원, 3186만원, 3862만원, 3969만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5월과 10월은 각각 1055만원, 917만원 수준으로 3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냉난방 사용량이 늘어나는 계절에 절감 효과가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알뜰요금제는 개별 가구가 직접 태양광을 설치하기 어려운 부담을 덜어준다. 출자금만 내면 가입이 가능해 절차도 간편하다. 가입자 여상대씨(63세)는 “신청이 쉽고 사용도 편리하다"며 “별도의 추가 사용료가 없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 서비스는 전력소매시장 규제를 일부 완화한 규제특례를 통해 가능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 도매·소매시장은 한국전력이 사실상 독점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전력소매시장이 개방된 국가에서는 여러 가구가 공동으로 태양광을 소유하고 전기 사용량을 상계하는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다. 미국에서는 이를 '커뮤니티 솔라'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올해 1분기 목표로 산업용 계시별(季時別, 계절·시간대별) 요금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계시별 요금제는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봄과 가을 같은 계절도 고려해 태양광 발전량의 변화를 반영하 요금제다.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낮시간대에는 전기요금을 낮추고 저녁시간대에는 높이는 방식이다. 현재 가정용까지 적용할지는 아직 검토 중이다. 계시별 요금제는 아직 한전의 독점을 유지한채로 이뤄지는 전기요금 개편이다. 아직 전력시장의 개방까지는 이르지만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관련 논의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전력시장이 점차 개방되기 시작하면 알뜰요금제와 같이 민간 기업의 아이디어를 반영한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게 된다. 에이치에너지가 알뜰요금제 참여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조합원들은 전기요금 누진제를 피하기를 가장 원했다고 알 수 있다. 알뜰요금제 설문조사에는 총 69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89.9%는 전기요금 절감 효과를 체감한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매우 그렇다'는 응답이 49.3%, '그렇다'가 40.6%로 나타나 대부분의 이용자가 실제 요금 부담 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서 알뜰요금제 가입 이유는 경제적 요인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76.8%는 누진 단계 완화를 통한 전기요금 절감을 주요 참여 동기로 꼽았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 참여(21.7%), 태양광 직접 활용 경험(1.4%) 등이 뒤를 이었다. 환경적 가치보다 체감 가능한 비용 절감이 소비자 참여를 이끄는 원인이었다. 전력 소비 패턴 변화도 나타났다. 참여 가구의 41%는 전체 전력 사용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54%는 특별한 변화는 없고 요금 절감 효과가 만족스럽다고만 답했다. 다만, 태양광이 생산되는 주간 시간에 맞춰 전기를 사용하려고 의식하게 됐다에는 4%만 응답했다. 어느정도 참여자들에게 전력 소비 행동을 변화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아직 태양광 전력의 생산 방식까지는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된다. 알뜰요금제의 만족도는 높게 나타났다. 알뜰요금제를 주변에 추천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95.7%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매우 추천한다'는 응답이 60.9%, '추천한다'가 34.8%를 차지했다. 알뜰요금제와 같은 서비스가 실제로 도입될 경우 확산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책소개] 에너지 CROSSROAD

국제 에너지 질서가 다시 한번 격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이어진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는 이제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과 맞물리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정태용(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김현제(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문재도(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저자가 공동 집필한 '에너지 CROSSROAD' (박영스토리)는 이러한 시대적 변곡점에서 한국과 세계가 서 있는 에너지 교차로를 조망한다. 이 책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구조 변화부터 기술 혁신, 정책 대응 방향까지 폭넓게 다룬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불안,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고 있음을 짚으며 국제 공조의 위기 속에서 각국이 선택해야 할 전략을 분석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AI 시대의 에너지'다. 저자들은 AI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와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AI가 산업 디지털화를 가속하는 동시에 에너지 소비 구조 자체를 바꾸는 동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력 인프라 확충, 재생에너지 확대, 계통 안정성 확보 등 기술적·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더욱 복합적이다.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남북 대치라는 지정학적 특수성까지 안고 있어 에너지 시스템의 안정성과 회복력을 높이는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책은 한국 에너지 산업의 발전 과정과 정책 변천을 되짚으며 현재의 교차로에서 어떤 선택이 필요한지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한다. 구성은 크게 세 부분이다. 1·2장은 석유파동 이후 세계 에너지 시장의 변화와 인류의 에너지 문제 해결을 이끌 핵심 기술을 다룬다. 3·4장은 한국 에너지 산업의 성장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교훈을 정리한다. 5장은 에너지 안보, 기후 대응, 수용성 확보 등 정책 분야의 구조적 문제를 짚으며, 한국 에너지 정책이 풀어야 할 10가지 핵심 과제를 제안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유럽의 기술 중립성은 정책의 후퇴인가 진화인가?

“클린 디젤"은 유럽의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만들어진 마케팅 브랜드와 같은 거였다. 디젤 엔진은 연료와 산소의 혼합공기를 고압축하여 자체 발화 폭발시키는 방식(기체는 압력이 높아지면 온도가 높아지므로)으로 엔진을 기동한다. 혼합공기를 점화플러그로 발화 폭발시키는 휘발유 엔진과 비교할 때 엔진 구조가 무거워 폭발음이 크고 둔탁하다. 기동 토크가 커서 화물차나 탱크 등 고하중 수송 차량에 적합하나 배기가스에서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NOX)이 배출되어 대기 환경 면에서 단점이 커서 도시용 승용차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유럽 정부의 기후변화대응 정책은 대기오염 물질 보다는 이산화탄소가 더 중요하게 다루어졌었고 이에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디젤 엔진이 연료 효율이 높아(휘발유 엔진 대비 20∽30% 유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것을 근거로 친환경 엔진임을 주장했다. 디젤 엔진은 독일인에 의해 개발된 것이고 기술 경쟁력도 높았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은 디젤 자동차에 대한 세제 혜택을 마련하며 보급 지원을 했었다. 독일과 프랑스 자동차 회사들이 디젤 엔진의 대기오염 물질 방출과 엔진 소음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엔진 자체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이 처리 기술들은 한계가 있어서 여전히 시끄럽고 승차감이 좋지는 않았다. 클린 디젤이라는 언어의 마술과 정부의 세제 혜택으로 인한 경제성은 소비자의 선택을 높이는데 기여를 했다. 그 결과로 2010년대 초반까지 유럽의 디젤 자동차 보급율은 60%에 가까웠다. 그러나, 2015년 디젤 게이트 사건으로 독일 제조사는 법적 제재와 사회적 비난을 받으며 시장에서 퇴출되기 시작하였다. 디젤 게이트 이후 유럽 정부는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이번에는 연소 엔진 퇴출과 전기차 보급 사업으로 급전환을 하였다. 그러나, 유럽 내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기술을 개발하는데 속도가 늦어졌고 한국과 중국산 전기차에 시장을 잠식당하기 시작하였다. 독일 대표적 자동차 제조사인 폭스바겐의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산업 경쟁력 상실이 국가 경제 위기로 악화되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최근 유럽 정부는 그동안은 어떤 특정한 기술을 선택해서 보급 촉진 사업을 하였으나 이제는 어떤 기술이라도 탄소 감축 성능을 확보한다면 인정하겠다는 방향으로 변경하고 있다. 유럽 정부는 이를 기술 중립성이라고 하고 시장에 의해 선택되도록 하는 유연한 접근법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기술 중립성은 건물 부문에서도 적용되어 가스보일러 퇴출과 히트펌프의 보급 촉진 정책으로 진행하다가 다양한 기술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유럽 정부의 기술중립성은 원칙적으로 당연한 것이었는데 어째서 애초부터 그런 유연성을 취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디젤 엔진, 전기차. 히트펌프의 기술적 한계는 엔지니어들이 제기를 했었던 것이고 시장의 상황도 만만치 않았음은 예측되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2000년대 초 유럽 정부는 정책적 성과에 조급했었고 정책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넘쳤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산업적 유리함을 활용하려고 할 뿐 혁신없는 안일함이 있었다. 자만감과 안일함은 대중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하였고 정치적 반대파들은 그 부문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독일 극우 정당은 신규 풍력 발전의 허가 반대뿐만 아니라 현재 운영 중인 풍력발전기까지도 전면 철거를 2025년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웠고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기후변화는 사기다."라며 미 행정부 내의 기후 변화 관련 연구 및 사업 예산을 없애버렸다. 이제야 기술 중립성을 정책 카드로 내세운 유럽 정부의 결정이 유연한 접근이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일련의 과정을 보면 정책 실패에 대한 인정이라고 보는 편이 더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은 앞으로도 계속 지게 될 것이고 새로운 방향은 새로운 정치 세력에 의해 설계되고 이끌어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이 유럽 국가들의 정책을 참고하면서 열심히 따라왔었는데 선도자가 수렁에 빠진 것을 보게 되었다. 이제 스스로 좌표를 잡고 가는 방향을 잡아야 할 때가 온 것이라면 수렁을 회피하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언어의 마술사가 아닌 혁신을 위한 도전을 기꺼이 감수하는 자만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교훈이 유럽이 우리에게 남겨준 유산이지 않을까 한다. bienns@ekn.kr

[단독] 한전KPS, 사장 최종후보자 ‘내정 철회’ 재시도…고발·위법성 논란

한전KPS 신임 사장 선임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류됐었던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변경 안건이 이사회에 재상정되면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특히 며칠 전에는 현 최종후보자 선임 과정에서 기후부 공무원과 한전KPS 간부가 부당하게 개입됐다는 고발장까지 경찰에 접수되면서 파장은 커지고 있다. 24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KPS는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 관련 임추위 변경 구성안'을 단독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이미 2024년 12월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가 허상국 최종후보자로 확정된 상태에서 임추위 재구성을 시도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를 놓고 공기업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허 최종후보자는 1986년 한전KPS 입사 이후 한울2사업소장, 품질경영처장, 총무처장, 발전안전사업 부사장 등을 거친 38년 경력의 내부 출신 인사다. 그는 2024년 사장 공모 절차를 거쳐 같은 해 12월 주주총회 의결로 대표이사 선임이 확정돼 공시까지 완료됐다. 업계에서는 이 시점을 기준으로 기존 임추위의 역할은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전KPS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최종후보자 지위 무효화를 위한 임추위 변경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적법 논란이 제기되면서 의결은 보류됐다. 그런데 의결 보류 이후 회사 내부 인사 변동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이사회 실무를 담당하던 직원은 인사 발령으로 교체됐고, 관련 부서 실장 역시 돌연 휴직 처리되면서 내부에서는 배경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3일 돌연 한전KPS 사장 선임 관련 고발장이 본사 소재지인 나주경찰서에 접수됐다. 고발내용은 허 최종후보자 선임 당시 윤석열 정부의 민정수석 비서관과 허 후보자가 고교 동문이라며 선임 과정에 대통령실과 기후부 공무원, 한전KPS 고위 간부 2인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허 최종후보자는 전 민정수석과는 고교 2년 차이라 일면식도 없었고, 전화통화조차 한 적이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사회가 27일 이사회에서 안건 단독 상정을 예정한 상태에서 이같은 고발장이 접수된 것을 두고 안건 통과를 위한 사전 포석 작업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번 이사회에서도 같은 안건이 상정됐지만 위법성을 이유로 보류된 바 있다. 한편 이사회 의장인 김홍연 현 사장은 23일부터 인도네시아 출장 중이며 26일 귀국 후 27일 이사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이사회의 핵심 쟁점은 절차적 정당성이라고 지적한다. 시장형 상장 공기업인 한전KPS의 대표이사 선임·해임은 상법과 정관에 따라 주주총회 의결 사항에 해당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미 주총에서 선임이 확정된 대표이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임추위를 다시 구성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충돌 소지가 있다"며 “절차 위반이 인정될 경우 이사회 책임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새 사장을 원한다면, 먼저 선임된 인사에 대한 명확한 내정 철회 절차를 밟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실무진 사이에서는 정부가 '재추천'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허 내정자가 이미 후보 단계가 아닌 주총 확정 대표이사 신분이라는 점에서 재추천 개념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공공기관운영법 시행령 적용 여부 역시 논쟁 대상이다. 결격 사유 없이 선임을 뒤집을 경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전KPS는 한전의 자회사(지분 51%)로, 발전소 정비사업을 전문으로 영위하고 있다. 작업자들이 주로 산업 현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산업재해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6월 초 태안화력에서 한전KPS의 하청업체 직원으로 정비 업무를 맡던 직원이 작업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년공 출신으로 산업재해까지 입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기 직전에 사고가 터지면서 논란이 더 컸다. 이를 두고 사장 선임을 둘러싼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로 관리 소홀이 발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한전KPS는 상임이사 4명 가운데 사장을 포함한 다수 임원의 임기가 이미 1년 이상 경과한 상태이다. 업계에서는 임기가 종료된 경영진이 주무부처의 지시도 없이 이미 선임 절차가 끝난 신임 대표이사 철회를 시도하는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김소희 의원, 전기본 위원회서 기후솔루션 배제 요구…“용인 반도체 소송 제기”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을 논의하는 전문가위원회에서 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 소속 인사를 제외하라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상일 용인시장과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에너지환경부에 “탈원전 편향과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기후솔루션을 전문가 위원회에서 배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탈원전 성향 인사 6명이 위원회에 포함돼 있다"며 “이중 기후솔루션은 지난해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승인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국가 전략산업에 제동을 건 단체"라고 주장했다. 기후솔루션은 지난해 3월 국토교통부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승인이 기후변화 영향평가에 미흡하다며 위법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다만,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월 15일 기후솔루션이 국토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김 의원은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대한민국 미래 핵심 산업의 전력 기반을 설계하는 전기본 위원회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반대하고 탈원전을 주장해 온 환경단체 인사들이 참여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에너지원에 편향되지 않은 균형 잡힌 환경단체를 추가해 위원회 구성을 바로잡으라"고 요구했다. 또 전기본 위원회 위원 선정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여야 합의로 확정된 11차 전기본에는 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이 포함돼 있었다"며 “김성환 장관이 취임 후 원전에 대한 입장을 바꾸면서 실제 신규 원전 건설 착공이 무려 6개월이나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탈원전이 아니라면, 탈원전을 공개적으로 주장해 온 인사들이 전기본 전문가 위원회에 대거 포함된 것은 인사 검증 실패"라며 “12차 전기본 전문가 위원회의 위원 선정 기준과 검증 절차, 회의 발언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강조했다. 이상일 시장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과 일반 산단에 대한 전력·용수 공급이 정부 계획대로 단계적으로 확실히 진행될 것임을 천명해 주길 바란다"며 “12차 전기본 위원회 구성의 편향성 문제를 짚어보고 전문가 위원회를 초당적으로 균형 있게 재구성해 달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용인 반도체 산단 이전 토론회의 발전을 위한 제언

여러 단체가 최근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이전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기후생태연대는 '서남권 RE100 산단과 기업 유치'라는 주제로 꾸준히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필자는 산업단지 이전 논의에 관심을 갖고 지난해 9월 첫 토론회를 직접 참관한 데 이어, 지난 11일 열린 3차 토론회는 유튜브로 시청했다. 이번 3차 토론회는 1차 때보다 발표자의 전문성이나 토론 내용의 객관성이 돋보였다. 이는 토론 문화의 바람직한 진화이며 필자 또한 배울 점이 많았다. 앞으로 이 토론회가 더욱 생산적인 논의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 의문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토론회의 전체적인 기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서남권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초고압직류송전(HVDC) 망이 필수적인 용인 반도체 산단 조성 사업이 착공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이를 중단하고 호남으로 이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토 균형 발전과 탄소중립 달성을 동시에 앞당길 수 있다. 필자는 이미 진행 중인 국책 사업을 이전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큰 무리수라고 생각하지만, 향후에 진행될 신규 사업을 염두에 둔 주장이라면 이렇게 제언할 수 있고 또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번 3차 토론회에서 한겨레신문 곽정수 기자의 발표는 매우 중립적이고 실사구시적인 주장이어서 자칫 한쪽으로 쏠릴 수 있는 토론회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그는 사회적으로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산단 이전 논쟁'에 대해 쟁점별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용인 산단 유치를 '고수'하는 자들에겐 송전망 반대 여론을 고려했을 때 전력 공급이 가능한지 물었다. '이전'을 주장하는 자들에겐 용수, 부지, 정주 여건 등 산단의 적합성과 재생에너지 이용에 따른 ESS 등 막대한 투자 부담을 지적했다. 그리고 '정치권'에 대해서도 정치 논리를 앞세운 소모적 공방은 국익에 도움도 안 되고 오히려 유치에 불리할 수도 있다면서 후보지가 갖춰야 할 유치 조건 확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일관성없는 발언으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후보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의 주요 포인트는 질의응답에서 나왔다. 토론회 말미에 발언권을 얻은 한 청중이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은 365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데 장마나 태풍으로 7일 이상 재생에너지 공급이 안 될 경우 대응방안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전력계통 전문가인 동신대 이순형 교수는 “ESS 등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원전이나 중부지역에서 갖다 쓴다"고 답변했다. 이 교수는 본인 발표 시에는 전력 측면에서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고 발언했기에 이 부분이 의아했다. 필자가 듣기에 타 지역으로부터 전기를 받아쓴다는 이 교수의 답변은 산단 이전론 측의 핵심 주장인 'HVDC가 불가능하므로 산단을 이전해야 한다' 라는 논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으로 들렸다. 삼프로TV에서 운영하는 언더스탠딩 유튜브 채널의 올해 1월 14일자 '전기 남는 호남? 삼성·SK 못 가는 이유' 방송에서 김상훈 기자는 “반도체 산단이 호남으로 내려가도 동해안에서 끌어오는 송전망이 필요하다. 물리적 거리도 비슷하다"라고 한 발언이 상기되었다. 즉, 용인 반도체 산단 정도의 전기 수요는 어디를 가나 추가적인 송전망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본질적인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1차, 3차 토론회 어디에도 토론회의 전제인 'RE100 산단'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마찬가지로 이 토론회의 공동주최자이기도 한 김원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생에너지자립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에서도 RE100 산단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제2조 용어 정의에서 ““재생에너지자립도시"란 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연계·순환될 수 있도록 전력의 생산·공급기능과 이를 활용하는 산업·정주 기능을 집적하기 위하여 지정·고시된 구역“으로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엄밀한 정의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또한 이렇게 지정된 구역에는 독점적 허가를 받은 사업자만이 전력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고 법안은 적고 있다. 현 시점 (2월) 기준 SMP가 110원대, REC 가격이 70원대(1kWh 기준)인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PPA 가격 역시 SMP + REC 가격을 추종하는 흐름이다. 결국 RE100 산단의 전력 단가는 현재에도 산업용 을 가격 대비 메리트가 적고, 이후 서남권 해상풍력 전기가 공급되는 것을 가정하면 해상풍력의 높은 LCOE 때문에 오히려 한전이 공급하는 전기요금보다 큰 폭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전기요금으로 어떻게 유치 기업의 경쟁력을 보장할 것인지 가늠이 어렵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논의점이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이번 3차 토론회는 유익한 내용이 많아 다음 토론회를 기대하게 했다. 추후 논의에서는 '송전망 증설 필요성,' 'RE100 산단의 구체적인 정의,' '전력 단가' 등과 관련된 의문점이 보다 해소되고, 더 계량화된 데이터와 더 구체적인 대안과 일정을 가지고 토론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bienns@ekn.kr

[기자의 눈] 정권 바뀌면 재논의…국가 계획 믿을 수 있나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이 여전히 혼선이다. 기존 계획을 돌연 중단하고 다시 방향을 설정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연초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찬성 응답이 더 많았고, 정부는 결국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 기존 신규 원전 건설 방침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결론이 같았다면, 굳이 다시 물어야 했을까.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정책이 아니다. 수년간의 논쟁과 전문가 검토, 공청회, 정치권 협의를 거쳐 이미 사회적 합의를 형성한 국가 계획이다. 여야 간 큰 틀의 공감대까지 형성된 사안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다시 토론회를 열고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 대신 세금은 쓰였고, 사회적 갈등만 다시 소환됐다. 문제는 원전이 아니다. 이미 결정된 정책을 정부 스스로 다시 흔드는 행정 방식이다. 정책은 토론으로 시작하지만, 결정 이후에는 실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최근 에너지 정책에서는 '결정 → 재검토 → 논쟁 재점화'라는 이상한 공식이 반복되고 있다. 차일피일 밀리고 있는 LNG 용량시장과 청정수소발전(CHPS) 입찰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제도를 만들고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신호를 보내면 기업들은 수천억 원 규모 투자 준비에 들어간다. 설계와 금융 조달, 인력 확보까지 진행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방향 재검토, 일정 연기, 제도 수정 이야기가 나온다. 정책을 믿고 움직인 기업만 '리스크 관리 실패'의 책임을 떠안는 구조다. 이쯤 되면 시장은 묻게 된다. 정부 계획은 과연 계획인가, 아니면 임시 의견인가. 에너지 산업은 정치 일정에 맞춰 움직일 수 없는 분야다. 발전소 하나, 인프라 하나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사라지는 순간 투자는 멈추고 산업은 관망 모드로 들어간다. 정권이 바뀌고 부처가 신설되고 장관이 교체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계획까지 매번 초기화된다면 그것은 정책 수정이 아니라 정책 붕괴에 가깝다. 정책을 바꾸는 데는 이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책을 다시 묻는 데는 더 큰 책임이 따른다. 이미 합의된 정책을 반복적으로 여론조사와 토론회에 올리는 순간, 정부는 스스로 결정에 확신이 없다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행정 비용 낭비, 사회적 논쟁 확대,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 하락이다. 기업은 방향이 보일 때 투자한다. 방향이 흔들리면 기다린다. 정부가 매번 다시 묻는 나라에서 장기 산업 전략은 존재하기 어렵다. 사회적 합의는 매번 재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다. 한 번 결정했다면 일정 기간 책임 있게 밀고 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토론이 아니다. 이미 결정한 것을 지키는 신뢰다. 국가 계획이 정치 이벤트가 되는 순간, 정책은 설득력을 잃고 산업은 미래를 잃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특별기고] 정치인 출신 공기업 사장, 결국 마음은 콩밭에

흔히들 정치인 출신의 공기업 수장은 경영 상황 등 구체적인 현안은 임원들의 도움을 받는게 일반적이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진 후 공기업 사장으로 내려온 사람들은 여전히 금배지를 달겠다는 야망이 있다. 자기가 맡은 기업은 관심 밖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공교롭게 그 공기업은 잘 굴러가고 있다. 독점 사업을 벌이는 데다 경영 환경이 괜찮은 덕분이다. 잭 웰치 전 GE회장은 “고약한 리더가 이끄는 조직이 좋은 성과를 낼 때가 가장 고약하다" 고 지적했다. 훌륭한 리더를 앉히면 훨씬 양호한 실적을 낼 텐데 그렇치 못한 리더가 흑자 실적을 앞세워 쫓겨나지 않을 구실을 마련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어느 정부든 집권하면 정권 협조자에 대한 빚 갚기에 서두르는 모습이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정치권 인사들이 공기업 수장으로 낙하산 타고 가는 모습이 너무 노골적이다. 그러면서도 적임자를 뽑았다고 우긴다. 사장은 리더십과 전문성을 겸비해야 한다. 물론 전문성이 모자라더라도 전문지식을 갖춘 실무자들을 활용해 조직을 잘 이끄는 리더들이 적잖다. 낙하산 사장이라 해서 무조건 배척해서도 안 된다. 때로는 전혀 다른 경험을 가진 외부인이 제시하는 혁신 방안이 정답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내부에서 잔뼈가 굵은 책임자는 오랜 세월 정든 동료들을 겨냥한 구조조정 칼춤을 추기가 어렵다. 이런 면에서는 부실 기업엔 외부 영입 사장이 더 적임자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들이 경영에 전념하지 않고 마음을 콩밭에 둔다는 점이다. 공기업 사장직을 경력 관리용 장식품쯤으로 생각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회의원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갈려고 안달하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틈만 나면 언론 매체에 얼굴을 내밀려고 한다. 지역사회 주민들과 관련된 이벤트를 즐기며 지역 모임에 열심히 나간다. 아무리 피곤해도 카메라 앞에만 서면 펄펄 살아나는 신체 반응은 정치인 시절 그대로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신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이런 사장 아래에서는 임직원들도 업무에 전념하려 들지 않는다. 사장이 좋아 하는 일에 집중하기 십상이다. 공기업은 아무나 맡아 적당히 경영해도 되는 조직이 아니다. 공기업 경영이 비효율적이면 국민경제에 엄청난 낭비가 생긴다. 강기윤 한국남동발전 사장이 임기 절반 이상을 남기고 사의를 표해 지난 13일 정부로부터 사표가 수리됐다. 따라서 국가 에너지 공기업 운영의 적신호가 커졌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최일선에서 경영을 이끌어야 할 에너지 공기업 수장이 정치 일정에 따라 자리를 떠나는 사례가 발생되면서 공공기관 리더십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강기윤 전 사장은 경남 창원출신으로 제19, 21대 국회의원(국민의 힘, 창원 성산구)을 지냈다. 국회 활동은 주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했다. 윤석열 정부는 2024년 11월 임기 3년의 한국남동발전 사장으로 임명했다. 강기윤 전사장은 20일 창원시 성산구 선거관리위원회에 창원시장 예비 후보로 등록했다. 한국남동발전은 당분간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에너지 전환과 설비 투자 등 주요 과제가 진행되는 시점에 기관장 부재가 조직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남동발전은 19일 사장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사 비상경영회의'를 개최했다. 사장 직무 대행을 맡은 조영혁 경영혁신부사장은 직무 대행 체제하의 경영 공백 최소화를 위해 정부 정책 및 국정 과제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진행 중인 주요 사업을 비롯한 기관 본연의 업무가 빈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모든 임직원이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 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남동발전은 수년간 정부 공기업 경영평가 및 각종 평가에서 우수(A등급) 평가를 받는 견실한 에너지 공기업이다. 정부는 발전공기업 통합을 예고한 바 있다. 수장이 없는 한국남동발전 임직원들의 목소리는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 걱정 아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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