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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왕진 의원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6년간 4.5% 불과…전기화 가속화해야”

서왕진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원내대표)이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이 지지부진한 점을 지적하며 전기화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지난 16일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인더스트리,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와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산업부문 탈탄소화 전기화 전략과 제도 설계'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 주제 발표를 맡은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억8590만 톤으로 전체 배출량의 약 41%를 차지한다. 2018년과 비교하면 4.5% 감소하는 데 그쳐, 전환(발전) 부문이 22.9%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감축 속도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문의 최근 연간 감축률은 0.77%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위해 필요한 연간 감축률 3.51%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지금까지의 감축은 설비 전환보다는 철강·시멘트 등에서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업황 부진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산업단지 내 열생산 과정 중 전기화가 가능한 부분은 전기화하고 2035년 이후에는 탄소포집저장(CCS)과 수소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를 위해 산업열 가운데 전기화가 가능한 비중에 대한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마르코 지울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인더스트리 프로젝트 리드는 “유럽연합(EU) 분석에 따르면 산업 에너지 수요의 상당 부분은 현재 기술만으로도 전기화가 가능하며, 전기화의 핵심 장벽은 기술이 아니라 전기요금 구조와 인프라 접근성 등 경제적·조직적 요인"이라고 밝혔다. 아고라 에네르기벤데는 독일의 에너지 정책 싱크탱크다. 서 의원은 토론의 좌장을 맡아 “산업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산업부문 공정별로 가능한 영역에서는 전기화를 서두르고 수소는 전기화가 닿지 않는 영역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전환을 가능케 하는 것은 결국 정책 설계이며 전기요금 체계 합리화,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인프라 확충 등 구체적인 입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해상풍력특별법 본격 시행, 준비기간 10년→5~6년으로 단축

해상풍력특별법이 처음 발의된 지 5여년 만에 시행된다. 해상풍력 계획입지제도에 따라 사업 준비 기간이 10년에서 5~6년까지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제도와 기존 사업자가 진행하던 사업 간 충돌을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낼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달 26일 시행을 앞둔 해상풍력법을 뒷받침하는 하위법령 제정안이 1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상풍력 보급은 정부가 주도하는 계획입지 방식으로 전환된다. 그동안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민간 사업자가 입지를 개발하고 인허가를 받는 방식으로 주로 진행됐다. 지난 15일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입지를 개발하고 민간사업자를 모집하는 해상풍력 집적화단지도 도입됐다. 해상풍력 집적화단지는 5개 지방자치단체(인천‧전남‧전북‧보령‧군산)가 신청한 7개 사업이 선정됐다. 반면 계획입지 방식은 정부가 입지를 개발하고 민간사업자를 선정하는 구조다. 계획입지에 따라 선정된 사업자는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와 전기사업 허가 등 28개 법령에 따른 42개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현재 해상풍력 발전은 인허가부터 실제 상업 운전까지 통상 10년 정도가 걸리지만, 계획입지제가 도입되면 5~6년으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행령에는 △해상풍력발전위원회의 구성·운영 △해상풍력발전 예비지구 지정 절차 △민관협의회 구성 및 운영 △해상풍력발전사업자 선정 절차 △환경성 검토 절차 등 계획입지 제도의 구체적인 운영 기준이 규정됐다. 국무총리 소속의 해상풍력발전위원회는 예비지구 및 발전지구 지정 등 계획입지 전반의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한다. 지자체와는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해 민관협의회를 만들어 지역 주민과 이익을 공유할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민관협의회 위원으로 어업인·주민 대표가 전체의 2분의 1 이상 참여하도록 의무화한다. 기후부는 법 시행일부터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 및 지자체와 협력해 발전지구 후보지를 발굴할 계획이다. 풍력업계에서는 계획입지 선정 과정에서 기존에 사업자가 추진하던 사업과의 중복 문제를 우려해왔다. 풍력업계는 해상풍력특별법이 국회에서 논의되던 때부터 기존 사업자 보호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정부가 정한 계획입지 해역에 이미 사업을 추진 중인 사업자가 존재할 경우 해당 사업이 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해상풍력 업계 관계자는 “사업 의지가 있는 사업자가 진행 중인 해상풍력 사업이 계획입지에 밀리는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기후부는 기존 사업자나 지자체가 추진하던 집적화단지를 정부 계획입지에 편입할 수 있도록 기준을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 해당 기준이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따라 기존 사업자 편입을 둘러싼 논란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기후부는 2035년까지 해상풍력을 현재 0.4기가와트(GW)에서 2035년 25GW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에너지 위기에서 원전 가동률 높이기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기 때문에, 봉쇄가 단행되면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물류비·물가·금융시장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원유뿐이 아니다. 천연가스(LNG) 공급에 병목을 만들 우려도 있다. 특히 LNG는 파이프라인 우회가 거의 불가능해 선박 운항이 멈추면 공급이 즉각적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고, 이들 원유가 대부분 호르무즈를 거쳐 들어오기 때문에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의 석유비축량은 약 200일 분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소비량을 감안하면 약 2개월 분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있다. LNG는 45일 그리고 석탄은 15일 분 정도이다. 반면 원자력발전을 위한 우라늄은 3년 분 정도가 비축되고 있다. 당장의 경제상황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정도에 따라서 민감하게 바뀔 것이다. 에너지 당국도 호르무즈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것은 대응이고 정책은 아니다. 에너지 정책에서는 이미 이런 상황이 고려되었어야 한다.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는 목적이 이러한 급변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0여년의 우리 에너지정책은 LNG를 지속적으로 늘렸다. 민간발전사 우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의 안정화 등은 결국 LNG 발전량의 증가로 이어졌다. 온실가스 간접배출분을 포함하면 석탄발전과 LNG발전은 비슷한 수준임에도 석탄발전을 퇴출시키고 LNG발전을 늘린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였다. 탈원전 정부에서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인 것도 재생에너지보다는 LNG 발전소 증가로 이어졌다. 천연가스 공급의 취약성 그리고 액화천연가스의 시장규모가 작기 때문에 가격의 폭등과 폭락이 빈번하다는 사실은 당연히 에너지 정책에 반영되었어야 할 것들이다. 지금 제시되고 있은 대응책은 석탄발전량과 원자력발전량을 늘리는 것이다. 석탄발전은 석탄발전량 80% 상한제를 해제하면 늘일 수 있다. 그런데 원자력발전량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이미 법률과 규제가 허락하는 최대치로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자력발전량을 더 늘리는 것이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원전가동률은 80% 수준이지만 더 오래된 원전을 운영하는 미국의 가동률은 90%가 넘는다. 원전 1호기당 불시정지횟수 등의 안전운전을 확인할 수 있는 간접적인 지표들은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더 안전하게 운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동률이 낮은 것은 규제의 문제이다. 규제의 문제는 규제기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규제는 사업자와 규제기관의 균형에 의해 결정된다. 규제기관이 강하면 규제의 수준은 높아진다. 더 안전해진다고 볼 수 있다. 사업자가 강하면 규제의 수준이 낮아 지지만 경제성은 더 좋아진다. 이 양자의 팽팽한 밀고 당김이 당사자에게는 피곤한 일이지만 국가적으로는 최적의 안전성과 최고의 경제성을 얻게 해주는 것이다. 사람은 통제 본능이 있다. 즉 감독자는 피감기관을 점점 더 감독하고 통제하려는 경향을 가진다. 그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통제의 욕구가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검토하여야 한다. 30년쯤 전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원자력발전사업자인 당시 한국전력이 구매하는 핵연료에 대해 검사하고 검사필증을 부여하였다. 문제가 있는 핵연료를 구매하면 운전상 문제가 발생하므로 이는 어련히 사업자인 한국전력이 인수검사의 차원에서 검사할 것이었다. 그러나 규제담당자는 한사코 해당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후 검사필증을 부여했던 핵연료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규제를 폐지했다. 규제를 신설하거나 폐지하는 과정이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해당 규제자의 밥줄 또는 다른 전문성의 부재에 의해서 결정될 필요는 없다. 원자력발전소 정기점검중 규제기관의 입회가 필요한 시점에서 규제자가 빨리 입회를 하거나 정기검사를 마치고 재가동 승인을 하는 행정적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으로 안전성을 훼손하지 않고 가동률을 높일 방안이 있을 것이다. 계속운전 심사 때문에 멈춰있는 원전이 있다면 심사를 가속할 방안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기술적인 규제는 그대로 두더라도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것 등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또 미국은 어떻게 하길래 가동률이 90%가 넘는지를 보고 우리가 그렇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국가적으로 원자력발전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면 원자력계는 이에 부응하여야 한다. 정범진

2년전 경유 1톤트럭 생산 중단, “신의 한수 였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경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경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3년전 경유 1톤 트럭 생산을 중단하고 이를 LPG와 전기로 대체하면서 그나마 덜한 충격을 받고 있다. 17일 석유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경유 수출이 막히면서 글로벌 경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싱가포르 거래기준 경유(황함량 0.001%) 가격은 중동 전쟁 전인 지난달 27일 배럴당 92.9달러에서 이달 13일 192.5달러로 108.3% 올랐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휘발유(옥탄가 92론) 가격은 79.6달러에서 136.4달러로 71.4% 오름세에 그쳤다. 경유 가격이 더 오른 이유는 중동 전쟁으로 글로벌 주요 경유 공급지역인 중동산 수출이 막히면서 수급이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중동산 원유는 성상이 중(重)질유가 많아 끓는점이 휘발유보다 낮은 경유 생산에 유리하다. 세계 1위 경유 공급사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이다. 경유는 휘발유보다 열효율이 높아 연비가 좋다. 그래서 주로 트럭, 버스 등 상업용 차량의 연료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여느 때였다면 최근의 경유 가격 상승으로 물류비가 크게 증가해 물류대란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동산 경유 공급이 막힌지 2주일이 넘어가는 데도 국내 물류시장은 조용하기만 하다. 업계는 상업용 차량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1톤트럭의 연료가 경유에서 LPG와 전기로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4년부터 어린이 통학차량과 택배차량에 대해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하면서 사실상 경유차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자 현대기아차는 전격적으로 2023년 말부터 경유 1톤트럭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경유 1톤트럭의 연간 판매량은 10만~15만대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종이었다. 당시만 해도 기후부와 현대기아차의 결정은 무모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럼에도 정책은 예정대로 시행됐고, 경유 1톤트럭은 차츰 LPG트럭과 전기트럭으로 대체됐다. 그리고 이 정책은 시행된지 만 2년째인 현재 중동 사태를 맞으면서 '신의 한수'였다는 재평가를 받고 있다. LPG업계에 따르면 LPG 1톤트럭은 2023년 4614대에서 2024년 9만2038대, 2025년 7만8334대가 판매됐고, 전기 1톤트럭은 2023년 4만951대에서 2024년 1만7228대, 2025년 1만4235대가 판매됐다. 2년간 20만1835대의 경유 1톤트럭이 LPG와 전기로 대체된 것이다. 전기트럭은 충전시간이 긴 것에 비해 주행거리가 짧아 운전자들이 LPG트럭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이번 중동 사태를 계기로 휘발유, 경유 중심의 수송연료를 다변화(믹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는 원유를 정제해서 생산하는데, 우리나라는 원유의 70%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어 중동 리스크에 항상 취약하다. 반면 LPG는 거의 전량을 북미에서 들여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5년 LPG 수입량 800만톤 중 미국 707만톤, 사우디아라비아 61만톤, 캐나다 26만톤 등이다. 전기 역시 원자력 30%, 석탄 30%, 재생에너지 10%, LNG 20% 등으로 수급은 안정적이다. LPG와 전기 가격도 전쟁 이후로도 아직 오르지 않았다. 연료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전쟁은 다시 한번 에너지 믹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며 “갈수록 에너지 지정학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수송연료 믹스를 더욱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에너지안보 위기에 석탄발전 가동제한 해제…“미세먼지 늘겠네”

정부가 미국·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 위기감이 커지자 석탄과 원자력 발전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봄철 미세먼지 대책으로 석탄발전을 제한하는 조치에도 지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중동사태 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는 16일 국회에서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와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당정은 회의에서 석탄 발전량을 설비용량의 80%로 제한한 상한제를 해제하기로 했다. 또한 수리 중인 원전 발전소를 5월 중순까지 조기 정비해 원전 이용률을 현재 60% 후반대에서 80%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LNG 발전은 우리나라 전력생산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LNG 수급 약 20%는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석탄과 원전을 최대한 돌려 LNG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석탄발전의 가동정지 규모를 확대하는 등의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제7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라 52기 공공 석탄발전의 최대 가동정지 규모를 겨울철 17기에서 봄철 29기로 늘리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에너지 안보 위기가 커지면서 이번 달까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라 석탄발전 가동을 제한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으로 나타났다. 서울, 인천, 경기, 충남은 미세먼지가 '나쁨'을 기록했고, 초미세먼지는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나쁨'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대기 정체로 축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17일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는 계속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보됐다. 이날 당정은 국제유가 급등에 대비해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합의된 비축량인 2246만 배럴을 향후 3개월간 단계적으로 방출하기로 했다. 산업통상부는 이번 주 중 현재의 산업 위기관리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고 비축유 방출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민생·에너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해 3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현재 원유 비축량은 208일분, 액화천연가스(LNG)는 9일분이다. LNG의 경우 오는 12월 말까지 사용 가능한 물량을 확보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제조업 탄소감축에 꼭 필요한 ‘탄소저장’…그런데 저장고가 없다

국내 이산화탄소 저장 용량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석유화학 등 기간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탄소포집·활용·저장(CCUS)이 필요하다고 분석됐다.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 16명 의원과 한국CCUS추진단,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CCUS를 통한 국가 기간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과 성장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란 탄소를 배출하는 시설에서 탄소를 포집해 이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거나 지중 혹은 해저에 영구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당장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이 어려운 산업이 탄소를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지난해 2월 7일부터는 CCUS법이 시행돼 CCUS 산업의 육성과 안전관리를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 CCUS는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 수단에도 포함돼 있다. 2035 NDC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53% 혹은 61% 줄이는 두 가지 시나리오다. 53% 기준으로 총 3억250만 톤을 줄여야 하며 이 중 CCUS가 해마다 줄여야 할 몫은 1120만 톤이다. 61% 기준으로는 CCUS가 2030만 톤을 줄여야 한다. CCUS는 CCU(탄소 포집 및 활용)과 CCS(탄소 포집 및 저장)로 나뉜다. 이 가운데 CCS를 위해선 저장고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울산 앞바다에 있는 폐 동해가스전 부지의 1200만 톤 말고는 없는 실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CCS 저장고가 총 10억 톤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화력발전 등이 탄소중립까지 가려면 CCS가 대규모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호선 한국CCUS추진단 단장은 토론회에서 “산업이 수소화나 전기화가 되지 않는 이상 불가피하게 탄소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철강, 석유화학 등 기반 산업들이 지속하기 위해서는 CCUS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CCS 저장고 탐사 후 실제 주입까지 7~10년 걸리는 만큼 저장고 확보를 위한 선제적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 해외 CCS 저장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호주와 말레이시아와는 지난 2024년 말 CCS 저장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CCS 비용은 톤당 100~200달러로 가격이 비싼 상황이다. 기회비용인 톤당 10달러 수준의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과 큰 격차가 있다. 다만 토론회에서는 앞으로 기술 개발로 CCS 비용이 20~40% 절감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한국철강협회와 한국화학산업협회도 참여해 CCUS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권현철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에너지신산업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CCUS가 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신규 원전 부지는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지난 1월 21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원자력 발전이 안전하다는 응답률이 60.1%, 60.5%, 기존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신규원전계획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69.6%, 61.9%라는 두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전 정책을 뒤집으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신규원전 건설에 힘을 실어주었다. 마침내 1월 26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제11차 전기본의 신규원전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한국수력원자력은 1월 30일 신규원전 2기와 소형원전 1기의 부지 확보를 위한 유치공모에 착수하여, 희망하는 지자체는 지방의회의 동의를 받아 3월 30일까지 신청하도록 공지하였다. 과거로부터 배우지 않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고 하였다. 풍경 하나. 2003년 7월 22일 전북 부안군 수협 앞에서는 수천 명의 주민들이 모여 '핵폐기장 반대 부안군민 궐기대회'를 열었다. 단상에는 삭발을 한 여성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 1990년 안면도, 1994년 덕적도에 핵폐기장을 건설하려다 실패한 정부는 2003년 울진, 부안 등 7개 지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핵폐기장 부지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7월 2일 부안군의회는 유치신청을 부결시켰으나 7월 14일 부안군수가 산자부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7월 24일 산자부는 부안군 위도를 최종후보지로 발표하였다. 이에 주민들은 초중학생 등교 거부와 주민결의대회, 차량시위, 해상시위, 삼보일배 등 반대 운동을 확대해나갔다. 정부의 강행과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는 주민투표를 둘러싸고 절정에 달했다. 정부는 주민투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선관위가 선거 관리를 거부하여 투표는 민간의 주관으로 시행되었다. 2004년 2월 14일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91%의 반대가 확인되었다. 새로운 부지를 물색하던 정부는 2005년에 '3000억 + α'라는 지역지원 대책을 내세워 포항, 영덕, 군산 세 곳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한 뒤 89.5%로 찬성률이 가장 높은 경주를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결정했다. 풍경 2. 2014년 8월 20일 김양호 삼척시장은 원전건설 신청 철회를 위한 주민투표 동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그해 6월 무소속으로 당선된 김시장의 공약이었다. 전임시장은 '원전건설은 국가사무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는 안전행정부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주민투표를 반대하다 그해 선거에서 현 시장에게 패했다. 삼척시민들은 삼척핵발전소 유치백지화 투쟁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반대 활동에 돌입했다. 원전 유치를 추진해온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2012년 10월 31일 실시되었으나 정족수 미달로 개표도 하지 못하였다. 삼척시의 주민투표 요구는 2014년 9월 1일 안행부의 '국가사무' 유권해석을 내세운 삼척시 선관위의 거부로 무산되었다. 그러나 삼척시는 2012년 10월 석탄화력발전소 유치를 추진하던 경남 남해군이 주민투표를 실시해 사업을 백지화한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결국 민간기구들이 중심이 되어 주민투표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10월 9일 주민투표에 들어갔다. 투표에는 67.9%의 유권자가 참석하여 84.9%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주민투표가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무시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원전 건설 추진은 어려워졌고, 5년 뒤인 2019년 5월 31일이 되어서야 산자부가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삼척시 대진원전 예정구역 지정 철회를 의결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불과 21세기 20년 동안 이런 전철을 겪고도 이번에 한수원이 공지한 후보부지 유치 공모를 보면 자치단체장이 해당 지방의회의 동의서를 첨부하여 신청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어떤 지원 대책을 내세워 주민들을 달래려 할지는 모르겠으나 원전 건설은 주민들의 생명 및 생활과 직결된 중요한 사항이므로 주민투표를 통해 의견을 묻는 것이 타당하다. 설령 신청은 현재 공지한 대로 받더라도 후보지 결정 과정에서는 주민투표를 거쳐야 현지의 갈등과 대립을 줄이고 정책 수행 과정도 원활해질 것이다. 정부가 여론조사를 내세워 원전 건설을 추진하려면 다음 질문이 들어갔어야 마땅했다. “귀하가 사는 지역에 원전을 건설한다면 찬성하시겠습니까?" 신동한

지자체 주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7곳 지정…11GW 규모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에 신청한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7개 사업이 총 11기가와트(GW) 규모로 선정됐다.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사업을 두고 개발사 선정 과정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토대로 2035년 해상풍력 25GW 보급을 달성할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재생에너지정책심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5개 지자체(인천‧전남‧전북‧보령‧군산)가 신청한 7개 사업을 재생에너지 해상풍력 집적화단지로 조건부 지정한다고 15일 밝혔다. 7개 사업은 △인천 공공주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1.0GW) △전남 진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1단계(1.5GW) △전남 진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2단계(2.1GW)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집적화단지(1.0GW) △보령 해상풍력 집적화단지(1.3GW) △군산시 해상풍력 집적화단지(1.0GW) △전남 신안 해상풍력 집적화단지(3.7GW)로 총 11.1GW 규모다. 7개 사업들은 2030~2035년에 상업운전을 할 계획이다. 11.6GW는 설비용량 기준 원전 11기에 달하는 규모이며 정부의 2035년 해상풍력 보급 목표 25GW의 44%에 달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업 운전 중인 해상풍력은 지난해 기준 0.4GW 정도에 불과하다. 집적화단지란 지자체가 발전사업 입지를 개발하고 주민 수용성을 확보해 개발사를 선정하는 구역을 말한다. 보통 개발사가 발전사업 입지를 개발하고 주민 수용성 확보와 지자체로부터 개발행위허가를 받는 구조와는 다르다. 집적화단지는 지자체가 주도해 개발한다는 점에서 주민 수용성 확보와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부는 해당 사업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최대 0.1 추가 부여한다. 해상풍력의 기본 REC 가중치가 2.0임을 고려하면 REC 수익을 약 5% 추가로 부여하는 것이다. 또한 기후부는 해당 사업에 공동접속설비 구축 등 전력망 연결을 지원한다. 다만 기후부는 일부 해역에 군 작전성 협의 등이 필요한 만큼 국방부와의 협의를 조건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군과 협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정이 철회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번 집적화단지는 오는 26일 해상풍력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지정됐다. 앞으로는 해상풍력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주도하는 발전지구가 추진된다. 발전지구는 정부가 직접 입지를 개발하고 지자체 및 주민들과 협의해 개발사를 선정하는 사업이다. 집적화단지로 지정된 사업이 발전지구로 편입되는 것도 가능하다. 각 지자체들은 집적화단지를 직접 추진하는 만큼 지역 공기업 및 민간 개발사를 선정하는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각 지역 인근 해역에서 해상풍력을 개발 중인 개발사들이 선정 과정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발사 선정에 난항을 겪을 경우 이후 발전지구로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 심진수 기후부 재생에너지정책관은 “정부는 이번 집적화단지 지정 이후에도 관련 협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해상풍력 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호르무즈 위기와 에너지전환의 새로운 조건

중동 정세가 긴장되면서 국제 에너지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통로 가운데 하나로, 이 해협을 통해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 해상 원유 거래량의 약 25%가 이동한다. 또한 세계 LNG 교역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지난다. 좁은 해협 하나가 원유와 천연가스를 동시에 연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호르무즈는 세계 최대 에너지 요충지이자 대표적인 병목지점(chokepoint)으로 평가된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국제유가 상승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과거에도 국제 원유 가격은 여러 차례 급등했다. 1970년대의 석유위기는 공급 충격이 중심이었다. 산유국의 실제 공급 감소폭은 제한적이었지만 당시 국제 사회는 석유 의존도가 매우 높았고 대체 수단도 충분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는 단기간에 네 배 가까이 상승했다. 당시 위기의 핵심은 공급량 자체보다 공급 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었다. 반면 2008년 국제유가 급등은 다른 구조였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원유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고, 여기에 금융시장 자금이 유입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47달러까지 상승했다. 공급 감소보다 수요 확대와 금융 요인이 가격 상승을 주도한 사례였다. 즉 1970년대의 유가 상승은 공급 중심 충격이었다면, 2008년은 수요 압력이 원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은 이 두 사례와 모두 다르다. 공급 차질 가능성과 함께 공급망 전체의 불확실성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원유뿐 아니라 LNG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중동산 LNG는 아시아 시장의 핵심 공급원이며, 이 경로가 흔들리면 한국과 일본, 중국 같은 LNG 수입국의 전력 생산 비용도 직접 영향을 받는다. 동시에 선박 보험료 상승, 우회 항로 확대, 운임 증가가 발생하면 석유화학 원료와 산업용 자재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움직인다. 즉 현재의 에너지위기는 특정 연료의 가격 문제가 아니라 원유, LNG, 해상운송, 전력 생산 비용, 산업 원료 가격이 함께 연결되는 복합적 에너지 시스템 충격이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외부 충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다. 또한 우리 산업의 핵심인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와 같은 제조업은 에너지 가격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같은 국제 연료 가격 상승이라도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는 생산비 부담이 더 크게 나타난다. 국제 연료가격 상승이 산업 경쟁력 문제로 직결된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를 단기적인 공급 충격으로만 볼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전환이라는 장기적 과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다. 최근 국제 에너지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에너지복원력(energy resilience)이다. 이는 단순히 연료를 더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공급망 충격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에너지 시스템 전체가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World Energy Outlook」에서 에너지 안보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에너지 시스템의 복원력이 에너지정책의 핵심 조건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복원력 있는 전환(resilient transition)이라는 개념도 중요해지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장기 목표는 유지하되, 외부 충격이 반복되더라도 전환 자체가 중단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저장장치, 송전망, 전략비축, 수입선 다변화가 함께 논의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반복되는 공급 충격 자체가 에너지전환의 필요성을 더 분명하게 만든다. 수입 화석연료 의존 구조는 외부 충격이 반복될수록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반대로 국내에서 생산 가능한 전원과 전력망 유연성은 장기적인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Reuters 등 주요 국제 언론은 이번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냈으며, 에너지전환은 더욱 견고하게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비중이 큰 경제에서는 공급 안정, 가격 관리, 산업 경쟁력, 탄소 감축이 동시에 고려될 수밖에 없다. 단기적 대응은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전환이라는 방향을 유지하면서 시스템의 복원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위기가 의미하는 것은 더 많은 연료를 확보하는 일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 충격 속에서도 전환의 방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더 정교하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것이 이번 위기가 시사하는 에너지전환의 새로운 조건이다. ekn@ekn.kr

[기후 신호등] 전쟁이 몰고온 고유가…탄소 배출 늘릴까,  줄일까?

지난달 28일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보름을 넘겼지만 여전히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세계적으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에 비상이 걸렸고, 유가도 배럴당 100달러 안팎까지 치솟고 있다. 이처럼 유가가 급등할 경우 탄소 배출량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줄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어들 것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 않다. 유가 급등이 탄소 배출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최신 연구들은 상반된 수치들을 내놓고 있다. 원유 가격의 상승이 반드시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진다는 낙관론을 넘어 각국의 에너지 의존도와 경제 구조에 따라 탄소 배출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가와 온실가스 배출량 사이에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해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살펴본다. ◇고유가가 견인하는 탄소 감축: 가격 기제의 실질적 효과 많은 연구는 유가 상승이 화석 연료 소비를 억제하고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강력한 가격 기제로 작용함을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 중국 구이저우 재경대학교 연구팀은 2024년 '에너지(Ener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중국의 1990-2019년 데이터를 모델로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원유 가격이 1% 상승할 때 탄소 배출량은 단기적으로 0.351%, 장기적으로는 0.13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고유가가 기업과 가계의 에너지 소비 행태를 즉각적으로 변화시키고, 장기적으로도 중국의 탄소 배출 수준에 유의미한 부정적(감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중국 하이난 대학교 연구팀이 2023년 '환경 과학과 오염 연구 (Environmental Science and Pollution Research (ESPR))'에 게재한 논문은 교통 부문에 집중했다. 이 연구는 유가가 1% 상승할 때 교통 부문의 탄소 배출 강도가 단기적으로는 0.121%, 장기적으로는 0.141% 감소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특히 고유가가 혁신적이고 에너지 효율적 기술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면서, 가계가 유류 차량에서 전기차와 같은 대체 수단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게 만들고, 그 결과 장기적으로 감축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 이공대학교 연구팀이 2022년 같은 저널(ESPR)에 발표한 유럽 30개국 대상 연구에서도 유가 상승의 '긍정적' 영향이 확인됐다. 회귀 분석 결과, 유가가 1% 상승할 때 전체 탄소 배출량은 약 0.0036%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가 상승 시 소비자들이 즉각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은 대체 에너지원으로 이동해 결과적으로 전체 배출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작아 보이지만, 유럽 전역의 에너지 소비 규모를 고려할 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한, 중국 창저우 정보직업기술대학 연구팀은 지난 2018년 '자연과 사회에서의 이산 동역학 (Discrete Dynamics in Nature and Society)'에 미국 사례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유가 상승이 탄소 배출량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킨다는 점을 증명했다. 고유가가 석유 수요의 증가 속도를 늦추고 에너지 구조에서 석유의 비중을 낮춰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연료 대체와 산유국의 역설: 탄소 배출이 급증할 위험성 반면, 고유가가 오히려 환경에 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경고도 만만치 않다. 유가 상승 시 비싼 석유 대신 저렴하지만 탄소 집약도가 높은 '석탄'으로 에너지를 대체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튀니지 젠두바 대학교 연구팀이 지난 2018년 '경제학 회보(Economics Bulletin)'에 게재한 논문은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이 논문에서 제시한 중국의 사례를 보면, 유가가 1% 상승할 때 탄소 배출량은 단기적으로 25%, 장기적으로는 무려 49%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중국은 석탄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 구조여서 유가가 치솟을 경우 자국에 풍부한 석탄으로 에너지를 급격히 대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석탄 소비가 1% 증가할 때 탄소 배출량은 112% 폭증하는 상관관계가 관찰되기도 했다. 유가 상승은 결과적으로 배출량이 유가 하락 시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 구조에 따른 차이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나이지리아 라피아 연방대학교 연구팀이 2023년 '자원 정책(Resources Policy)'에 발표한 아프리카 30개국 대상 연구에 따르면, 석유 순수입국에서는 유가 1% 상승 시 탄소 배출량이 0.081% 감소하지만, 석유 수출국에서는 오히려 탄소 배출량이 0.038%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연구팀은 석유 수출국에서는 유가 상승이 국가 수입 증대와 경제 성장을 더 늘리는 자극제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자원 부국인 카자흐스탄의 사례는 더욱 뚜렷하다. 카자흐스탄 알-파라비 국립대학교 연구팀이 지난해 '에너지 경제학과 정책 국제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Energy Economics and Polic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유가가 1% 상승할 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단기적으로 0.373%, 장기적으로 1.55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제 성장은 탄소 배출량을 단기 0.101%, 장기 0.424%만큼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카자흐스탄에서 유가 상승이 경제 발전에는 긍정적이지만, 탄소 배출량 역시 동시에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상승의 '원인'과 '내부 역량'에 따른 차별화된 결과 유가 상승 그 자체보다 상승의 원인과 기업의 대응 능력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단순히 유가의 높고 낮음보다, '왜 유가가 올랐는가'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칠레 산 세바스티안 대학교 연구팀은 2024년 '에너지 리포츠(Energy Reports)'에 발표한 연구에서 유가 상승의 원인을 두 가지로 구분한 뒤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했다. 공급 감소로 인해 유가가 10% 급등할 경우(공급 충격), 당해 연도 탄소 배출량은 1.3% 감소하고 2년 뒤에는 1.8%까지 감축 효과가 확대됐다. 그러나 세계 경제 호황에 따른 수요 증가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수요 충격)에는 오히려 당해 연도 배출량이 2.4%, 2년 뒤에는 8.9%까지 대폭 증가하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다. 경제 활동 자체가 팽창하면 유가가 상승해도 탄소 배출량은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하일 대학교 연구팀은 2023년 '에너지 (Ener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고유가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발하는 규모를 수치화했다. 논문에서는 유가 상승 시 중국의 재생 에너지 소비는 단기적으로 28%, 장기적으로는 232%나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우 유가 상승이 단기적으로 석탄 소비를 자극해 탄소 배출이 일시 늘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저탄소 구조로의 체질 개선을 강력히 이끌게 된다는 점을 입증했다. 중국 칭다오 대학교 연구팀이 2022년 '자원 정책'에 발표한 논문은 유가와 같은 외부 가격 변수보다 '인적 자본 효율성(human capital efficiency, HCE)' 같은 내부 역량이 탄소 감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HCE가 1단위 높아질 때 유가 변동 주기와 상관없이 탄소 배출량은 0.567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숙련된 인적 자원을 보유한 기업일수록 고유가 상황에서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서 효율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가 주기와 관계없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국내에서도 석탄화력발전 가동률 높아질 수도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1일 김성환 장관 주재로 에너지대책 점검 회의를 열고,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 가동률을 높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가속화할 방침이다. 원전의 경우 현재 15기(설비용량 16.45GW)가 가동 중인데, 이달 내로 2기를 재가동하고, 5월 중순까지 추가로 4기를 재가동할 계획이다. 특히 LNG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 석탄발전 가동률도 높일 방침이다. 3월 말까지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이어서 주중에는 전체 60기의 석탄발전기 중 15기의 출력을 80%로 낮추고 있고, 주말에는 최대 29기까지 발전기를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부는 향후 황사와 미세먼지 영향이 적은 시기에는 석탄발전 가동률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후부는 미세먼지 오염을 줄이기 위해 저유황탄 사용과 대기오염방지시설의 가동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 가동률을 높일 경우 LNG 발전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30~50% 증가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편, 기후부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올해 재생에너지 보급·융자 사업예산을 신속히 집행하고, 재생에너지 설비의 조기 가동을 위해 사업의 인허가 및 계통연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장의 어려움을 관계기관과 협력하여 신속히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유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 온실가스 감축의 기회인가?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린다면,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고유가 상황은 대체로 온실가스 감축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가능성이 크다. 높은 비용 부담은 화석 연료 소비에 대한 강력한 억제책이 되고, 재생 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기술에 대한 투자 수익성을 높여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과 첨단 교통 시스템을 갖춘 지역에서는 1% 유가 상승 시 0.003%에서 0.14% 수준의 배출량 감소가 실질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공급 부족에 따른 유가 급등 시에는 최대 1.8% 수준의 누적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수치는 고유가가 환경에 주는 혜택을 방증한다. 하지만 배럴당 100달러라는 가격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무엇보다 유가 상승이 석탄 사용의 폭증으로 이어지는 '역행적 연료 대체'를 막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탄소세 등과 같은 규제를 도입하거나, 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같은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산유국들이 고유가로 얻은 막대한 부를 다시 화석연료 시추가 아닌 재생 에너지 인프라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국제적 공조도 병행돼야 한다. 결국 100달러의 유가는 탄소 감축을 위한 강력한 '채찍'이 될 수 있지만, 그 효과는 각국이 보유한 기술 혁신 역량과 인적 자본의 효율성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국가든, 기업이든 유가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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