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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원자력 재부흥의 시대, 신뢰라는 자산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로 농축우라늄의 처리 문제가 꼽히고 있다. 지난해 6월 '12일 전쟁'과 올해 이어진 전쟁에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을 반복적으로 공격하였다. 그러나 시설 파괴보다 더 어려운 과제는 이란이 보유한 60% 수준의 농축우라늄 약 440kg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이다. 제3국 이전을 둘러싼 양측 간 이견이 팽팽한 가운데, 최근 카자흐스탄이 대안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면서 카자흐스탄 비핵화의 역사가 재조명되었다. 카자흐스탄은 모범적인 비핵화 사례로 꼽힌다. 소련 붕괴 후 당시 카자흐스탄에는 핵탄두 1,410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00여 기 등 세계 4위 규모의 핵전력이 남아있었지만, 독립 이후 카자흐스탄 정부는 자발적으로 비핵화를 선택하였다. 카자흐스탄은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가입한 것은 물론, 중앙아시아 비핵지대(CANWFZ)의 중심국이 되었다. 또한 평화적 목적의 연료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설립된 IAEA의 저농축우라늄(LEU) 은행을 자국 내 유치한 바 있다. 결국 카자흐스탄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었다. 원자력 기술은 본질적으로 이중용도(dual-use)의 특성을 가진다. 연료 생산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 기술은 핵무기 제조에도 활용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사회가 지난 수십 년 동안 NPT 체제와 IAEA를 중심으로 비확산 레짐을 발전시켜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자력 기술을 평화적으로 활용하면서도 핵무기와 핵물질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원자력 재부흥이 본격화하면서 연료 확보를 위한 새로운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달 26일, 차세대 원자력 기업인 오클로(Oklo)를 포함한 5개 기업을 미 연방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무기용 플루토늄을 소형모듈원전(SMR)용 연료로 재활용하는 사업의 협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이를 둘러싸고 냉전 시기의 유산을 미래 전력 생산을 위한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긍정적인 해석과 핵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것은 결국 핵물질 확산 우려를 낳는다는 부정적인 해석이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군사적 자산을 미래 에너지를 위한 자산으로 안전하게 전환할 수만 있다면 이는 결국 핵물질의 양적 축소와 에너지 안보에 모두 고무적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최근 국내에서도 상업적 목적의 농축과 핵연료주기 자율성 확대에 대한 논의가 증가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건설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UAE와 체코 수출에 이어 추가 수출에 대한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에서 핵연료 공급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SMR과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 시장 확대에 대한 전망까지 더해져 핵연료주기의 자율성 문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있다. 핵연료주기의 미래는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NPT 체제상 핵보유국이 아닌 일본이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유지하고, 카자흐스탄에 IAEA가 저농축우라늄 은행을 유치한 것은 오랜 기간 축적된 비확산 체제에 대한 기여와 국제적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 역시 핵연료주기 전반에 대한 역량 확대를 논의할 수 있다. 오히려 세계적인 원전 공급국으로 성장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과 산업 생태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다만 그 원동력은 자체 핵무장이나 핵잠재력 같은 것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 원자력 산업이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기술력, 제조 및 건설 능력뿐 아니라, 70년대의 유산을 극복하고 책임 있는 비확산 국가라는 신뢰를 어렵사리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NPT 체제를 준수하면서 원전을 수출하고 국제 규범에 기여해 온 경험은 오늘날 한국 원전 산업의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원자력 산업을 둘러싼 경쟁은 기술이나 제조 및 건설 능력에만 머물지 않는다. 특히 신규로 원자력 발전을 도입하려는 국가 입장에서는 누구와 협력할 것인가가 국가의 백년지계를 결정하는 전략적 판단이 되는 만큼 상대국의 신뢰도 역시 중점적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기술만큼이나 신뢰도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계적인 원자력 재부흥이 도래한 지금이니만큼, 우리가 구축해 온 신뢰라는 자산을 앞으로도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bienns@ekn.kr

‘대왕고래’ 재시동…석유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석유공룡 BP 최종 선정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의 공동 개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글로벌 메이저 BP에 대한 공동 개발 참여를 산업부가 최종 승인을 했기 때문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안보 강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국내 유가스전 개발이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8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지난달 BP 측에 공동 개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를 통보하고 현재 세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석유공사는 동해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자이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10월 공동 개발 파트너사를 찾기 위해 입찰을 실시했고 우선협상대상자에 영국 기반의 글로벌 석유메이저인 BP를 임시 선정했다. 하지만 법상 광권을 갖고 있는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승인권자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최근까지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당시 김 장관은 미국과의 관세협상으로 태평양을 넘나들며 협상에 임하고 있었고, 때마침 국감이 열려 국회에도 출석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우선협상대상자로 BP가 선정됐다는 소식이 언론에 먼저 나가자 김 장관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크게 격노하며 승인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 소식은 당시 국감장에서 의원이 먼저 언급을 하면서 알려지게 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김 장관은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서, 올해 4월 합의 유효기간 180일이 거의 끝나갈 즈음에 석유공사는 산업부와 협의 아래 유효기간을 9월까지 연장했다. 그리고 지난달에 BP를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BP는 공식적으로 석유공사로부터 동해심해 가스전의 탐사 및 시추 자료를 얻어 정밀 분석을 하고, 이를 토대로 정식 계약을 맺게 된다. 경북 포항 앞바다에 위치한 동해심해 가스전에는 7개의 유망구조가 있으며, 탐사이론적으로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통상 20~30%의 성공률로 보더라도 국내 소비량의 3~4년치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석유공사는 2024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 대왕고래 구조에서 1차 탐사시추를 했지만 경제성 있는 매장량을 발견하지 못했다. 석유공사와 전문가들은 가스가 다른 구조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나머지 6개 구조 모두 시추를 할만 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한번의 시추에 1200억원가량이 소요되는 만큼 보다 신중한 기술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BP는 글로벌 최고 역량을 가진 석유 메이저사다. 유럽 북해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에서 석유, 가스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천연가스 밸류체인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BP는 심해 가스전 개발 경험이 많아 이번 동해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에서 석유공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국내 가스전이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국가 에너지 안보가 대폭 향상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승신 C2S 컨설팅 대표는 “동해 심해전 가스개발사업 승인은 호르무즈 사태로 탄화수소 중요성을 깨닫게된 세계적 흐름에 걸맞는 에너지 실용주의라 할 수 있다"며 “이란 전쟁은 공급처 다변화만으로 에너지 공급이 어려우며 국내 석유와 가스전 개발과 탐사로 에너지 자립을 이루는 것이 에너지 안보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불 꺼진 집에 기본사회는 없다: 이제는 기본에너지다

기본소득 논의가 다시 정책의 앞줄로 올라섰다. 이재명 정부는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국정 목표 중 하나로 내세웠고, 보건복지부는 소득·돌봄·의료를 기본사회 전환의 핵심축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대통령 직속 기본사회위원회도 출범했다. 그만큼 논의의 무게중심은 “소득을 얼마나 보전할 것인가"에서 “국민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어떤 기본 조건을 보장할 것인가"로 넓어지고 있다. 이 흐름에서 에너지도 뒤로 밀려 있어서는 안 된다. 전기, 열, 가스, 연료는 단순한 요금 고지서의 항목이 아니다. 집안의 조명을 켜고, 음식을 보관하고,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냉난방을 유지하고, 의료기기를 작동시키는 기반이다. 소득이 일부 보전되더라도 단열이 잘되지 않는 주택에 살거나, 요금 체납으로 전기가 끊기거나, 산소발생기 전력 사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인간다운 생활은 곧바로 흔들린다. 여기서 필요한 개념이 '기본에너지'다. 기본소득이 현금의 바닥을 말한다면, 기본서비스는 의료·돌봄·교육·주거처럼 시장 구매력에만 맡기기 어려운 서비스를 함께 보장하자는 구상이다. 기본사회는 이런 여러 기본 보장을 묶는 더 큰 정책 틀이다. 기본에너지는 그 틀 안에서 에너지 분야의 생활 하한을 정하는 개념이다. 이는 전기를 마음껏 공짜로 쓰자는 주장이 아니다. 폭염과 한파 속에서 위험에 빠지지 않고, 식품 보관과 취사, 조명, 통신, 위생, 필수 의료 이용이 멈추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에너지 접근을 제도화하자는 뜻이다. 한국의 에너지복지는 결코 빈손이 아니다. 에너지바우처는 여러 연료 구입을 지원하고,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에는 취약계층 감면 제도가 있다. 생명유지장치 사용 가구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 저소득층 에너지효율 개선사업, 공공요금 감면 신청 체계도 이미 운영 중이다. 문제는 이 제도들이 대체로 “누구에게 얼마를 깎아줄 것인가"라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정도의 에너지 기능만큼은 누구도 잃지 않게 하겠다"라는 기준은 아직 약하다. 사각지대는 바로 그 틈에서 생긴다. 바우처를 받아도 오래된 집의 열 손실이 크면 난방 효과는 낮다. 요금 할인을 받아도 의료기기 사용 때문에 전력 수요가 많은 가구에는 부족할 수 있다. 도시가스가 닿지 않는 지역의 등유·LPG 사용 가구, 공동계량을 쓰는 임차 가구, 신청 절차를 모르는 고령 가구도 빠지기 쉽다. 에너지복지를 기본에너지로 바꾼다는 것은 현행 제도를 없애자는 말이 아니라, 흩어진 지원을 생활 기능 중심으로 다시 배열하자는 제안이다. 가장 상징적이고도 현실적인 첫걸음은 전기요금에 '기본사용량 무상 구간'을 두는 것이다. 보호 대상 가구에 대해 매월 일정량의 전력을 무상 또는 사실상 무상으로 보장하고, 그 이상 사용분은 통상 요금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작은 생명선 구간을 분명히 설정하는 일이다. 무한정 보조가 아니라 전기의 첫 구간만 사회적으로 보호하는 장치여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남아공은 저소득 가구에 월 50kWh의 무상 전기를 제공하는 제도를 운용해 왔다. 브라질은 사회요금 수급 가구가 월 80kWh까지의 전기 사용분을 부담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두 사례 모두 모든 전력 소비를 국가가 떠안는 방식이 아니다. “처음의 작은 구간은 보호하고, 초과분은 일반 요금체계로 돌린다"는 단순한 원리가 핵심이다. 한국도 이 원리를 그대로 베끼기보다, 기후·주거·가구 규모·의료 필요를 반영한 한국형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에너지복지는 오랫동안 할인, 바우처, 긴급지원의 언어로 말해 왔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기본사회가 국민의 삶을 떠받치는 최소 조건을 다시 쓰는 프로젝트라면, 에너지는 그 목록의 주변부가 아니라 출발점에 가까워야 한다. 불이 꺼진 집에서 돌봄은 작동하지 않고, 냉난방이 없는 주거는 안전하지 않으며, 전력이 불안한 곳에서 의료와 통신도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에너지복지에서 기본에너지로의 전환은 더 많은 전기를 나누자는 구호가 아니다. 누구도 생활의 필수 기능을 잃지 않게 만드는 사회정책의 다음 단계다. bienns@ekn.kr

26조 체코 원전 수출 ‘순항’…EU 역외보조금 부담 없어졌다

한국수력원자원과 팀코리아가 수주한 약 26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이 유럽연합(EU) 역외보조금 예비검토를 통과했다. EU가 심층 조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사업 추진에 대한 부담을 털어냈다. 6일 한수원에 따르면 유럽집행위원회(EC)는 두코바니 원전 사업과 관련 EU 역외보조금 규정(FSR)에 따른 심층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 통보했다. EU FSR은 EU 외 국가가 자국 기업에 제공한 보조금 등 재정 지원이 EU 역내 시장 경쟁을 왜곡하는지를 심사하는 제도다. 외국 정부의 과도한 지원을 받은 기업이 EU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됐다. 앞서 한수원과 수주전을 벌인 프랑스전력공사(EDF)는 한수원이 해당 규정을 어겼다며 2024년 10월 EC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EC는 지난해 2월부터 한수원을 대상으로 예비 검토 절차를 진행했다. 한수원은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았고, 체코 원전 입찰은 FSR 시행 이전에 시작돼 적용 대상이 아니란 입장을 유지했다. 한수원은 관련 자료 제출과 설명을 통해 조사에 협조했다. EC는 1년 4개월간 검토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심층 조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으로 두코바니 원전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관계자는 “체코 발주사와 긴밀히 협력해 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번 발표 후 “대한민국 원전 산업의 경쟁력이 기술력과 안전성, 사업관리 역량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그동안 국내에서는 '사업이 무효화되는 것 아니냐', '정부 지원에 의존한 저가 수주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유럽연합이 직접 관련 사안을 검토한 뒤 내린 공식적인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이어 “정부도 체코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두코바니 원전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수될 수 있도록 끝까지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지역별 요금제부터 소각장까지, 지방선거 이후 주목할 기후에너지 정책 [이원희의 기후兵法]

6.3 지방선거 이후 그동안 지역 민감도가 높아 속도를 내지 못했던 기후에너지 정책들이 본격적인 논의 국면에 들어설 전망이다. 지역별 전기요금제, 신규 원전과 송전망 확충, 발전공기업 통폐합, 재생에너지 이격거리, 수도권매립지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새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협의가 불가피한 현안들이 줄줄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4일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개최한 장관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선거 이후 주요 정책 추진 방향을 엿볼 수 있었다. 정부는 전력 공급시설과 가까운 지역에 있는 기업이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조속한 시일 내 국민공청회를 거쳐 지역별 전기요금제를 도입하려고 한다"며 “발전소 입지, 송전 비용, 국가균형발전 요소를 고려해 적정하게 전기요금에 반영하고 지역별로 차등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검토 중인 방향은 가정용까지 세분화하기보다 산업용 요금을 중심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김 장관은 “수도권에서 먼 지역의 전기요금을 싸게 낼 수 있도록 하고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들이 지방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 구조는 지방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이 대규모로 소비하는 형태다. 수도권은 전력 소비량이 생산량보다 많고, 발전설비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반면 비수도권에는 원전, 석탄, 재생에너지 등 대규모 발전설비가 집중돼 있어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2024 지역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실제 발전량 대비 소비량을 보면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지역의 전력생산량은 14만957기가와트(GWh)로 소비량 21만5407GWh보다 7만4450GWh 적다. 즉 수도권은 다른 지역에서 전기를 소비량의 34%(7만4450GWh)만큼 사와야 한다 다만 전국 단일 전력망 체계에서 발전원가와 송배전 비용을 어느 수준까지 지역별로 나눌 수 있을지는 향후 공청회와 부처 협의 과정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신규 원전, 탈석탄 송전망 건설 등 전력인프라 문제도 지방선거 이후 본격 논의가 예상된다.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산업 확대, 전기차 보급 등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김 장관은 12차 전기본과 관련해서 “대한민국의 여러 특성상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병행해 운영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윤석열 정부 때 정했던 신규 원전 2기를 새롭게 여론 수렴을 거쳐 승인하는 과정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본 방향을 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첫 쟁점은 2040년까지 대한민국의 에너지 수요가 얼마나 필요할 것이냐"라며 “반도체 팹 하나를 만들면 용인에 필요한 전기수요가 15기가와트(GW) 수준이고, AI 데이터센터가 많이 들어오면 상당한 전기수요가 필요하다. 이념적이지 않고 실용적으로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탈석탄 기조도 병행한다. 김 장관은 “2040년까지 탈석탄을 하겠다고 약속했고, 현재 석탄 비중은 30% 정도"라며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100GW 이상 늘리겠다고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향후 전력 체계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병행하면서 석탄을 줄이며 가스는 유연성 전원 성격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송전망 확충이 필수적이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전국 곳곳에서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지만 주민 반발도 커지고 있다. 김 장관은 최근 전국 송전망 입지선정위원회 절차를 한 달간 보류한 것과 관련해 “현재 송전망 입지를 정하는 위원회가 절차적 정당성은 있는지 모르겠지만 민주성이 관철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며 “주민 참여와 주도성이 보장되는 가운데 절차적 민주주의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154㎸ 구간망이 있으면 추가로 만들지 않고 345㎸로 높이는 과정을 통해 추가적인 파괴를 최소화하고, 마을에 아주 인접하다면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지중화하는 대책을 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전공기업 통폐합도 하반기 핵심 이슈다. 현재 정부는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5개 발전공기업을 통합해 단일 발전공기업 체제로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관련 법안에는 기존 발전공기업을 합쳐서 한국발전공사를 설립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장관은 “발전 5사 통합을 어떤 방향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발전 5사 노동조합 간부들과도 의견 수렴을 했다"며 “매우 전문적이고 여러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용역을 발주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달 중 용역에 대한 중간보고 형식으로 내용을 국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라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하는 단계로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발전공기업 통폐합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석탄발전 폐쇄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 발전설비 운영 효율화 등이 명분이다. 다만 통합 발전사의 본사 위치, 통합 공사의 입지, 기존 경영진 거취, 지역 경제 영향 등은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이격거리 규제도 지방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법 개정 후속조치로 태양광과 풍력의 이격거리 기준을 담은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검토안에는 태양광의 경우 주거지 200m, 도로 100m 이내 이격거리 기준을 둘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100GW 이상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 입지 확보 과정에서는 주민 민원과 지자체 조례가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김 장관은 “에너지 문제는 중앙정부가 전체 계획을 세우지만 지방정부, 광역과 기초가 함께 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는 분산형 성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정부별로 2030년까지 어느 정도 재생에너지 발전이 가능한지 협의한 바 있다"며 “지방정부와 협의해 대한민국이 재생에너지를 주력 전원화하고, 원전을 병행하면서 석탄을 줄이고 가스를 비상전원화하는 새로운 체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도권매립지 문제도 지방선거 이후 본격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매립지는 서울·경기·인천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해온 시설이지만, 인천 지역에서는 장기간 희생을 감내해왔다는 불만이 크다. 지난 2015년 환경부와 서울시·인천시·경기도는 대체 매립지 확보 전까지 현 매립지를 제한적으로 연장 사용하되 매립면허권 양도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인천시 이관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대체 매립지 확보 지연,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정책 차질, 공공소각장 부족, 공사 노조 반발 등이 겹치면서 합의 이행은 지연돼왔다. 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자가 4자 합의 재협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논의는 더 복잡해졌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재협의 내용을 듣지는 못했다"며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환경부가 함께 협의해야 할 내용이라 가장 나은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박 인천시장 취임 이후 수도권매립지 종료 시점, 대체 매립지 확보, 공공소각장 확충,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이관 문제 등이 정부와 인천시 간 핵심 협상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가스기술공사, 출근길 노동자 안전 캠페인…“여름철 산재 예방 총력”

한국가스기술공사(사장 임종석)는 4일 대전 대덕산업단지 일원에서 유관기관과 함께 여름철 산업재해 예방 및 안전한 일터 조성을 위한 '출근길 노동자 안전문화 정착 거리 캠페인'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캠페인에는 대덕소방서를 비롯한 지역 내 7개 유관기관 관계자 등 총 67명이 참여해, 산업단지 입주기업 노동자와 출근길 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름철 주요 위험 요인에 대한 안전수칙을 집중 홍보했다. 참여 기관들은 여름철 기온 상승으로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화재·폭발 사고 예방과 온열질환 예방을 중심으로 홍보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폭염기 근로자 건강관리를 위한 '물, 그늘, 휴식' 3대 수칙과 밀폐공간 작업 시 가스 점검 등 필수 안전조치를 적극 안내했다. 현장 노동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소화 패치, 이온음료, 물티슈와 안전·보건 관련 홍보물도 함께 배부했다.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이번 캠페인 외에도 본격적인 혹서기를 앞두고 현장 안전 점검을 강화하는 등 근로자 중심의 안전 경영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가스기술공사 임종석 사장은 “금번 캠페인을 통해 여름철에는 폭염과 화재·폭발 등 계절적 위험요인으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사업장과 근로자 모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유관기관과 함께 안전문화 확산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안전하고 건강한 지역사회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가스公 ‘LNG 캐나다’ 첫 카고 인천기지 입항…“수도권 에너지 영토 넓혔다”

대한민국 에너지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한국가스공사가 참여한 'LNG 캐나다 프로젝트'의 첫 카고(화물선)가 마침내 수도권 에너지 공급의 관문인 인천기지에 성공적으로 도착했다.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5일 “지난 5월 20일 캐나다 서부 해안을 출발해 태평양을 항해한 LNG 캐나다 프로젝트의 첫 카고가 6월 3일 인천기지에 무사히 입항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입항은 가스공사가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과 함께 수출 인프라가 전무했던 캐나다 서부에서 LNG를 생산해 국내로 들여오겠다는 계획을 세운 지 15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해당 선박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가 운영하는 '알 사다프'호로, 캐나다에서 7만3000톤(t)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싣고 전날 이곳에 도착했다. LNG 캐나다 사업에서 가스공사가 보유한 지분 물량을 운송한 것이다. LNG 캐나다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서부 해안 키티맷에 천연가스 액화플랜트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가스공사가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 에너지기업 쉘이 지분 40%를 투자했고, 중국 국영 페트로차이나(15%), 말레이시아 국영 페트로나스(25%), 일본 미쓰비시 상사(15%)도 합작투자사로 참여했다. 2018년 최종 투자결정(FID)이 이뤄졌고, 로키산맥을 가로지르는 670㎞ 배관을 건설하는 과정을 통해 2025년 6월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현재 연간 총 1400만t의 LNG를 생산할 수 있으며 한국은 연간 70만t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다. 캐나다 항로는 8800㎞로 중동 항로(1만1400㎞), 미국 파나마 항로(1만8600㎞) 등보다 수송 거리가 짧다. 수송 기간도 12∼14일로 다른 항로보다 걸리는 시간이 적다. 최연혜 사장은 “최근의 지정학적 위기는 LNG 캐나다 사업의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가진 에너지 안보 측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선거 끝, 에너지 위기는 이제 시작…중동발 충격, 한국 전력시장 덮치나

지방선거가 마무리되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에 가려져 있던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국내 에너지 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음에도 정부의 유류가격 안정화 조치와 발전용 연료비 반영 시차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이 국내 시장에 순차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전력시장과 가스시장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는 전체 저장설비 용량 대비 38~39% 수준이다. 이는 최근 5년 동기 대비 평균인 52.5%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독일(30.6%), 프랑스(39.7%), 네덜란드(14.4%) 등 가스저장 시설 규모가 큰 국가의 재고비율은 위험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 규정에 따르면 2026-27년 동절기 시작 시기까지 80~90% 가스 재고를 보유해야 한다. 유럽 국가들이 올 여름에 강도 높은 LNG 수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동 사태 이후 글로벌 석유 재고가 기록적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공급 부족 상황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LPG 공급 차질이 지속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시행해 온 석유 최고가격제 역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희집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최고가격제나 각종 가격 안정화 정책으로 충격을 상당 부분 눌러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로 커지고 있다"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만 억누르면 나중에 더 큰 충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발전용 천연가스 가격이다. LNG는 국제 현물가격 상승 이후 실제 국내 발전용 연료비에 반영되기까지 수개월의 시차가 존재한다. 최근까지 국내 전력시장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중동 사태 이후 급등한 JKM(동북아 LNG 현물가격) 가격이 한국가스공사 도입단가에 본격 반영되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전력도매가격(SMP)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전력시장에서는 최근 SMP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여름철 냉방 수요가 본격화되는 6~7월 이후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SMP 상승이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정부가 다시 가격 통제에 나설 가능성이다. 업계에서는 석유시장에 이어 발전용 LNG 시장에서도 사실상의 가격 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민간 발전사들의 연료 조달 유인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 교수는 “가스 가격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면 민간 사업자 입장에서는 비싼 LNG를 들여와 발전할 이유가 없다"며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데 누가 위험을 감수하고 물량을 확보하겠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고환율이 장기화되면서 정부와 공기업의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와 각종 가격 안정화 조치를 통해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그러나 국제유가와 LNG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고 원·달러 환율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이러한 정책을 지속하기 위한 재정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유업계에서는 최고가격제 시행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 보전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으며, 발전용 연료비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한국전력의 재무 부담 역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한전은 지난 에너지 위기 당시 누적 적자가 200조원을 넘어서는 등 대규모 재무 악화의 늪에 빠졌으며 여전히 이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결국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며 “국민이 부담하지 않으면 정유사와 발전사, 가스공사, 한전, 정부 재정이 떠안게 되는데 현재는 그 여력도 점차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스공사의 부담 역시 변수다. 현재 국내 LNG 도입 물량 상당 부분은 민간 직수입사와 해외 트레이더들이 분담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 통제 정책이 강화될 경우 민간 물량 확보가 위축되고 가스공사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경우 가스공사가 단기간에 부족 물량을 모두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지만, 국제 시장에서 고가 물량을 대규모로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김 교수는 “민간이 빠지면 가스공사가 떠안아야 할 물량이 2~3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가스공사가 갑자기 모든 물량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위기가 '가격 상승'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실제 공급 확보 문제가 핵심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북반구 여름철 냉방 수요 증가와 아시아 LNG 현물 확보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전력·가스·석유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복합 에너지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들은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동안은 정부와 공기업, 정유사들이 충격을 흡수해 온 측면이 있다"며 “선거 이후에는 더 이상 비용을 떠안을 여력이 줄어들면서 국제 가격 상승분이 국내 시장에 본격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에너지 전문가는 “에너지 안보는 결국 물량의 문제가 아니라 가격의 문제"라며 “가격 통제와 보조금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수급 안정 대책을 보다 현실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포스코인터 황의용 상무 “알래스카 LNG, 아시아 에너지 안보·물류 장벽 뚫을 열쇠”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알래스카 LNG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연간 8500만톤에 이르는 LNG 수출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알래스카 LNG는 아무런 병목구간없이 빠른 시간 안에 아시아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 점을 알래스카 LNG 사업의 가장 강점으로 보고 적극적인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4일 외교부 및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제5차 알래스카 지속가능 에너지 컨퍼런스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 황의용 LNG사업실장(상무)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전략적 가치와 아시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하게 피력했다. 황 상무는 “당사는 프로젝트의 단순한 참여자가 아닌 전략적 파트너이자 동시에 프로젝트에 필요한 철강 소재 공급사이며, 향후 생산될 LNG의 구매업체(수요처)로서 삼중의 역할을 하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1단계: 알래스카주 북부 노스슬로프 가스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739마일(약 1190km)의 가스관 건설을 통해 남부까지 공급 △2단계: 68마일(약 110km) 가스관 추가 건설 및 남부 니키스키지역 LNG 수출터미널 건설을 통해 아시아로 LNG를 수출하는 사업이다. 수출은 연간 2000만톤을 계획하고 있으며, 현재 프로젝트 운영사와 한국, 일본, 대만, 태국 등의 기업들이 1300만톤을 가계약한 상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 사업에서 세 분야에 참여할 계획이다. △포스코의 42인치 구경 고압 가스관 소요 소재 공급 △연간 100만톤씩 20년 장기 LNG 수입 △프로젝트에 대한 자본 투자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총 사업비는 당초 440억달러(약 60조원)로 추정됐으나, 중동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현재는 600억달러(약 83조원)가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다르게 보고 있다. 황 상무는 “초기 파이프라인 건설에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프로젝트의 총비용을 봐야 한다"며 “북극권 노스슬로프 유전에 갇혀 있는 원료 가스(Feedgas) 가격이 매우 저렴한 데다, 아시아로의 운송 비용이 타 지역 대비 현저히 낮기 때문에 종합적인 가격 경쟁력이 매우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알래스카 LNG는 중동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아시아 시장의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게 황 상무의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 중동에서 아시아로 수출된 LNG는 약 8500만톤인데, 최근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수출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탄소중립 흐름으로 아시아의 LNG 수요는 점차 커지고 있다. 또한 미국 LNG 물량의 아시아 수출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파나마 운하의 심각한 교통 정체로 미국 멕시코만에서 출발하는 LNG 선박의 아시아 수송 기간은 70일 이상이 소요되고 있다. 황 상무는 “알래스카 LNG는 지정학적 위험도, 물류 장벽도 없는 완벽한 지역에 위치해 있다"며 “파나마 운하를 거치지 않고 아시아로 직행할 수 있는 압도적인 물류 이점이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결정적 계기"라고 말했다. 컨퍼러스에서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최근 세계 유수의 프로젝트 금융 은행들이 최종투자결정(FID)을 바로 내릴 수 있을 만큼의 조건을 제안했다"며 “아직 다른 기업들과 진행 중인 합의와 주의회에서 논의 중인 세금 관련 법안이 마무리 되면 FID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금 관련 법안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참여 기업들에게 향후 36년간 총 72억달러의 지방세를 감면하는 법안으로, 주의회의 반대로 올해 정기회기에서는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던리비 주지사는 이 법안의 통과를 목적으로 하는 특별회기를 소집한 상태이다. 던리비 주지사는 “계약 업체들에게 내년 1분기까지 노스슬로프 현장에 설비를 배치하기를 요청해 놓았다"며 “이로써 2027~2028년도에 건설 작업을 수행하고, 2029년도 시운전을 거쳐, 2029년도 하반기에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스를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김성환 장관 “제2의 러·우 전쟁 특수 없다…민간 LNG 발전 이윤 통제할 것”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가스가격 상승이 한국전력 적자 확대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일부 민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업자가 가격 급등에 따른 특혜를 봤다고 보고 중동전쟁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적정 수준의 이윤을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4일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전력도매가격(계통한계가격·SMP)이 크게 오르면서 일부 민간 LNG업체들이 특별한 이익을 얻었다. 이번에는 적정한 이익은 보장하되 과도한 이익은 보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SMP가 급등하면서 저렴한 LNG를 확보해 둔 민간 발전사업자와 연료비 부담이 없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높은 전력 판매가격의 수혜를 입었던 상황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는 가스가격 급등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SMP가 kWh당 200원을 넘었고 그 부담이 전기요금과 한전 적자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당시와 같은 상황은 아니다"라며 “한전이 적자로 전환되는 연평균 SMP 수준은 kWh당 약 146원인데 최근 SMP는 126원 수준으로 아직 한전에 큰 부담을 주는 상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전쟁 영향으로 발전사들이 선물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확보한 LNG 물량이 향후 전력시장에 반영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가스공사 천연가스요금정보에 따르면 이번달 발전용 천연가스 도매요금은 기가줄(GJ)당 1만9379원으로 전월(1만7961원) 대비 7.9% 올랐다. 중동 전쟁이 본격화되기 전에 결정된 3월 요금(약 GJ당 1만6048원)과 비교하면 약 20.1% 상승했다. 이에 따라 SMP도 kWh당 100원대에서 120원대까지 올랐다. 김 장관은 SMP를 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SMP 상한제나 가스가격 상한제 등 어떤 세부 정책을 펼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사후정산제를 거론하며 LNG 발전에도 석탄·원전과 유사한 정산체계를 적용하는 방안도 있음을 언급했다. 그는 “가스가격이 SMP를 결정하는 구조인데 석탄과 원자력 발전은 정산을 통해 일정 부분 통제를 받는 반면 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은 당시 상당한 이익을 본 곳들이 있었다"며 “이를 통제하지 못하면서 부담이 고스란히 한전 적자로 쌓였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가스발전이 폭리를 취하지 않고 적정 이윤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상한제 혹은 사후정산제로 표현할지를 고려해 보고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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