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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전력도매가격제 연내 도입 앞두고 발전업계 “투자 위축 우려”

지역간 전력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지역별 전력도매가격제(LMP)가 송전혼잡으로 한국전력의 구입비가 줄어드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기존 발전사에 비용 부담을 전가해 정책 신뢰와 전력공급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기획에서는 송전망 확충 책임과 비용 부담의 불균형, 발전사의 경영·투자 위축이 전력수급에 미칠 영향을 짚고 신중한 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보완책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정부가 연내 지역별 전력도매가격제(LMP) 도입을 추진하면서 발전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송전망 부족으로 비수도권 발전사의 전력 판매가격이 낮아져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는 반면 한국전력은 전력구입비를 줄일 수 있어, 발전 투자와 송전망 확충 유인을 동시에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송전망 확충 책임이 있는 한전이 오히려 송전제약의 경제적 수혜를 보는 구조가 고착될 경우 '도덕적 해이' 논란과 함께 제도 전반의 정책 신뢰성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18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오는 22~23일 전남 나주에서 전력시장 참여자를 대상으로 LMP 관련 사업자 설명회를 열고 제도 도입 취지와 주요 내용을 설명한 뒤 업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LMP는 송전망 상황에 따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력도매가격을 다르게 적용하는 제도다. 여기서 송전망 혼잡이란 지방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낼 송전선로 용량이 부족해 전력 이동이 제한되는 상황을 뜻한다. 송전망이 한계에 도달하면 전력이 상대적으로 남는 비수도권의 도매가격은 기존 계통한계가격(SMP)보다 낮아지고, 한전은 그만큼 낮은 가격에 전력을 구매하게 된다. 정부가 이 같은 제도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앞서 발표한 산업용 지역별 전기요금제가 있다. 정부는 영·호남 등 전력 생산이 많은 지역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춰 기업의 지방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이에 따른 한전의 수익 감소분을 도매시장의 지역별 가격 차등을 통해 일부 보완할 계획이다. 다만 발전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송전망 부족에 따른 부담이 비수도권 발전사에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발전사는 송전망 건설이나 혼잡을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데도 송전제약이 발생하면 전력을 충분히 판매하지 못하는 데 이어 정산가격까지 낮아질 수 있어서다. 특히 송전망 혼잡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한전 발전이력과 전력거래소 계통부하·전력수요 데이터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수도권 융통선로가 송전한계에 도달한 시간은 2024년 약 65%, 2025년 약 55%로 연평균 60% 안팎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하반기에는 한계 도달 비중이 약 82.7%까지 높아졌다. 제도 발동 조건인 송전망 혼잡이 연중 상당 시간 발생한다면 LMP가 예외적인 가격 조정 장치가 아니라 사실상 상시적인 가격체계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발전사 수익 감소 폭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지난해 홍익대 신훈영 교수에게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LMP 도입 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SMP 차이는 kWh당 약 10.16원으로 분석됐다. 이를 적용하면 1000MW 발전기를 보유한 사업자의 연간 매출이 약 600억~800억원 감소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수익성 악화가 장기적으로 신규 발전소 투자 위축이나 기존 발전원의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전력 생산지역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춰 전력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한다는 정책 취지와 달리, 정작 비수도권 발전사업의 투자 매력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전의 송전망 투자 유인을 둘러싼 지적도 나온다. 송전망 혼잡이 발생할수록 비수도권 발전사의 정산가격은 낮아지는 반면 한전은 전력구입비를 절감하게 된다. 송전망 부족을 해소해야 할 주체가 혼잡 상황에서 비용 절감 효과를 얻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송전망 확충 책임 주체가 제약 상황에서 비용 절감 효과를 얻는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한전의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으며, 송전망 확충과 지역별 요금제를 함께 추진하는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송전망 사업 54건 가운데 20건, 약 37%가 지연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주민 반대와 인허가 지연 등으로 송전망 확충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가격제도만 먼저 도입할 경우 망 부족에 따른 비용이 발전사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LMP 도입에 앞서 송전망 부족에 따른 비용과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송전망 투자 이행과 제도 시행을 연계하고, 발전사가 통제하기 어려운 계통제약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보완하는 장치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부 출범 1주년, 장수가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단상]

지난 15일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하동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을 비롯해 남광우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차광명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직무대행 등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기관장 인사를 둘러싸고 여야가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하 사장과 남 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및 여권 인사들과 과거 인연이 있다는 점을 들어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임명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 선거대책본부 자문위원 경력이 있는 차 직무대행을 겨냥했다. 공방이 격화되면서 국감이 한때 파행됐다. 공교롭게도 이달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되는 달이다. 정부 조직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산하기관으로 시선을 돌리면 아직 정리가 필요한 곳이 적지 않다. 일부 기관은 수장이 공석이거나 임기가 끝난 기관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어떤 곳은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산하기관 가운데 '맏형' 격인 한국전력부터 수장 인선이 정리되지 않았다. 김동철 사장의 공식 임기가 지난달 끝났지만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현재까지 직무를 이어가고 있다. 차기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김영록 전 전남도지사가 퇴직공직자 취업심사에서 '취업불승인' 결정을 받으면서 인선은 다시 불투명해졌다. 한전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실제 현장에서 구현할 핵심 기관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늘려도 이를 수용할 전력망이 제때 구축되지 않으면 발전을 할 수가 없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수요 증가까지 예상되면서 전력망을 책임지는 한전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에너지 전환의 또 다른 주인공인 화력 발전공기업도 상황이 좋지 않다. 이현빈 한국남동발전 사장이 이달 새로 취임했지만 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은 기존 사장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내년 10월을 목표로 발전공기업 통합을 추진하면서 개별 회사의 인사와 향후 통합법인의 리더십이 갖춰지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 대규모 조직 개편을 앞둔 만큼 이를 이끌 수장 인선에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화력 발전공기업은 에너지 전환을 현장에서 직접 수행해야 할 당사자다. 정부의 탈석탄 기조에 따라 기존 석탄발전 설비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새로운 발전원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에너지공단, 전력거래소는 수장이 정해졌다. 다만 기관별로 에너지 전환에서 맡는 역할과 무게감에는 차이가 있다. 한수원이 원전과 양수발전을 담당하고 에너지공단과 전력거래소가 각각 인허가·정책 지원과 전력시장 운영을 맡는다면, 한전과 화력 발전공기업은 전력망 확충과 석탄발전 전환이라는 정부의 핵심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기후부 입장에서도 이들 기관의 수장 인선이 갖는 무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환경 분야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윤석대 사장의 임기가 지난 6월 끝났지만 아직 후임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첫 공모에서 적격자를 찾지 못해 재공모에 들어갔는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차기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AI·반도체 산업 확대에 따른 대규모 용수 공급뿐 아니라 가뭄과 홍수 등 기후위기 대응까지 수공이 맡아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수장 인선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국환경공단은 임상준 이사장이 지난 5월 직무정지된 이후 차광명 경영기획이사가 이사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차 직무대행의 본래 임기도 지난 7월 끝났지만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으면서 대행 체제가 계속되고 있다. 환경공단은 온실가스 감축과 배출권 관련 업무부터 대기·수질·폐기물, 전기차 충전시설 관리까지 환경 정책의 상당 부분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물론 현 정부가 탄핵 정국을 거쳐 출범했고 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 상당수의 법정 임기가 남아 있다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을 일괄적으로 교체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기후부 출범 1년이 지나면서 정책을 발표하는 단계에서 실제 집행하는 단계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확충, 발전공기업 개편, 탄소중립과 물관리 등 앞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그러나 정치권 인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가 절차상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인선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전을 비롯한 주요 공공기관장 후보군에 정치권 인사들이 꾸준히 거론되는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전문성과 정치적 인사를 함께 따지는 과정이 인선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지난 1년이 기후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었다면, 2년차에는 이를 현장에서 실행할 장수들을 갖춰야 할 때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서남 집단에너지시설 2단계, 시공사 선정 지연 우려… DL이앤씨 단독 입찰에 ‘변수’

서울 강서·마곡지역의 지역난방 공급을 위해 추진 중인 서남 집단에너지시설 2단계 건설사업(EPC)의 시공사 선정 일정이 지연될 전망이다. 약 7000억원 규모의 대형 에너지 인프라 사업이 입찰 단계부터 참여 건설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 추진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다수 건설사에 따르면 서울에너지공사와 한국남동발전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서남2단계 건설사업의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신청서 제출이 지난 6일 마감된 가운데 DL이앤씨가 단독으로 입찰 서류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관은 복수 건설사가 참여하는 경쟁입찰을 기대했지만 실제 접수 업체가 한 곳에 그치면서 후속 입찰 절차에 변수가 생겼다. 이에 따라 당초 13일 예정됐던 현장설명회도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서울에너지공사와 남동발전으로부터 현장설명회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취지의 안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입찰공고 홈페이지에도 변경된 현장설명회 일정은 아직 별도로 게시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에너지공사와 남동발전은 단독 입찰에 따른 후속 일정과 입찰참가자격 변경 가능성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입찰 절차와 조건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시공사 선정 일정도 달라질 전망이다. 서남2단계 사업은 과거에도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었다. 지난 2022년 EPC 사업자 선정을 추진했지만 총 6차례 유찰됐다. 당시에도 DL이앤씨가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으나 최종 계약 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번에도 DL이앤씨만 참여하면서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DL이앤씨는 과거에도 입찰에 참여했던 만큼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준비 측면에서 다른 건설사보다 앞서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입찰이 재추진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독 입찰이 곧바로 계약 불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입찰 조건과 평가 기준, 계약 협상 결과 등에 따라 사업자 선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입찰 참여가 저조한 배경으로는 건설업계의 수주 환경 변화가 꼽힌다. 최근 발전공기업의 석탄발전 대체사업과 반도체 산업단지 전력·열 공급시설 등 가스복합·열병합발전 사업 발주가 잇따르면서 발전 플랜트 시공 역량을 갖춘 건설사들의 선택지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발전 플랜트는 공사 기간이 길고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변동에 따른 비용 부담도 커 건설사들이 수익성과 사업 위험 등을 따져 선별적으로 수주에 나서는 분위기다. 시공사 선정이 장기화할 경우 원자재·인건비 상승에 따른 사업비 증가와 후속 설계·구매·시공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강서·마곡지역의 열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열공급 기반을 적기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공사 선정 절차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같은 유찰과 계약 지연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건설사들이 실제 참여할 수 있는 입찰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발주기관이 참여 업체의 의견을 반영해 후속 절차를 조속히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남2단계 사업은 285메가와트(MW)급 LNG 열병합발전설비(CHP) 1기와 시간당 68기가칼로리(Gcal) 규모의 열전용보일러(PLB) 1기, 축열조 등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약 7000억원으로, 완공되면 주택 약 7만4000가구와 업무·공공시설 428곳에 지역난방을 공급할 수 있다. 서울에너지공사는 남동발전과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가스터빈 수요 증가에 대응해 지난 4월 미국 GE와 가스터빈 예약구매계약도 체결했다. 최종 준공 목표는 2032년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2026 국감] “직무수행서 제출 거부, 상상 안돼”…국힘 기후환노위 반발

국민의힘 소속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이 이재명 정부 들어 공모가 진행된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장과 관련한 자기소개서와 직무수행 계획서 등 서류가 제출되지 않는 데 대해 항의하면서 국감이 파행됐다. 국회 기후환노위는 15일 기후부 산하 환경 분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지만, 오전 내내 서류 제출 문제로 본질의를 시작하지 못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남광우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과 하동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장건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이 위원회 의결 자료조차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이유로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원장과 하 사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경기도 성남 활동 시절부터 인연을 쌓아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나 의원은 이들에 대해 “김현지 청와대 비서실 부속실장과 정진상 전(前)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자기소개서, 직무수행 계획서, 이력서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건 국회에서 상상이 안 되는 일"이라며 “문서 제출에서는 증언 거부권, 진술 거부권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당 간사를 맡은 최기상 민주당 의원은 “헌법상 사생활의 비밀이나 양심의 자유, 그리고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국회법 해설이 충분히 나와 있다"고 받아쳤다. 여야 의원들의 갈등은 남 원장이 발언대에 선 이후 더 커졌다. 남 원장은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진행 주인 재판,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개입할 목적을 두면 안된다는 국정감사법 8조를 들고, 채용 관련 서류가 공개되면 공정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위원회에서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김정호 기후환노위원장은 잠시 정회한 뒤 양당 간사와 협의를 진행한 뒤 국감을 재개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퇴장했다. 야당 간사를 맡은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퇴장하기 전 “세상이 아무리 바뀌었다고 해도 대한민국 국회가 오늘처럼 무기력하게 보인 적이 없다"며 “일단 의결된 자료제출 요구와 관련해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반드시 제출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측은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등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인사들에 대해서도 인사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우리 정부 들어와서 임명된 분들에 대해 정치 공세성 자료 요청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관련 자료 추가 제출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직무수행 계획서는 제출했고, 자기소개서는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 관련 조항 때문에 제출하지 못했다고 미제출 사유를 밝혔다"며 “그런데 여야 합의로 요청한다면 그 결정에 따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고 상황을 정리한 뒤 오후에 국감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전력망 정보 공개하라”…태양광협회, 기후부에 헌법소원심판 청구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정부가 전력망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전력망 연결 가능 여부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하다 접속이 불가능해질 경우 이미 투입한 토지·인허가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5일 기후솔루션과 전국태양광발전협회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전기사업법에 따른 계통정보 공개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기사업법 제20조의2는 송·배전사업자가 다른 전기사업자의 설비 이용을 위해 전기설비 용량과 이용 현황 등의 정보를 부령에 따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 측은 해당 조항은 2019년 10월 시행됐지만 약 7년이 지나도록 공개 범위와 방식 등을 구체화한 부령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행정입법부작위'가 영업의 자유와 알 권리,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태양광 발전사업은 전력망 접속이 지연되면 사업 개시와 전력 판매 시점도 함께 늦어지는 만큼 계통정보가 투자 판단의 핵심 요소라는 설명이다. 실제 이번 헌법소원 청구인은 지난 4월 태양광 발전소 2곳을 설치하기 위해 한국전력을 통해 계통 여유용량을 확인한 뒤 발전사업 허가를 신청했지만, 이후 주변압기 용량 부족을 이유로 불허 처분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는 사업자가 수억 원을 들여 인허가를 마치고 정식 접속 신청을 한 뒤에야 상세한 계통 검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허가에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사이 여유용량이 소진돼도 이를 미리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한전ON 등을 통해 변전소별·연도별 여유용량과 전력망 보강계획 등 일부 정보가 공개되고 있다. 다만 사업자가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접속 가능 용량과 대기 현황, 예상 접속 시기 등 구체적인 정보는 부족하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양 단체는 모든 발전사업자의 계통 접속이나 수익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업자가 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접속 가능성과 위험을 판단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다. 이들은 정부에 정보공개 기준을 부령으로 제정하는 한편 접속 가능 용량과 대기 현황, 예상 접속 시기, 전력망 보강 진행 상황, 접속지점별 출력제어 기록·전망 등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지역별 접속 여건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지도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고, 실시간 공개가 어렵다면 최소 월 단위로 갱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정민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이번 헌법소원은 전기사업법 제20조의2에 따라 기후부가 마련해야 할 정보공개 기준을 제정하지 않은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묻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일반수소 발전시장에 CCUS 지표 신설…환경성 평가 강화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장 입찰 평가에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지표가 새로 도입된다. 일반수소 발전에 사용되는 수소 상당 부분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만큼 시장을 유지하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전력거래소의 '2026년 일반수소 입찰시장 운영방안'에 따르면 올해 일반수소 발전시장 평가체계에는 100점 만점에서 총 8점의 CCUS 관련 지표가 신설된다. 이달 말 입찰 공고가 나올 예정이며 입찰 물량은 앞서 정부가 확정한 930GWh 규모다. CCUS는 산업이나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한 뒤 이를 지하 등에 저장하거나 산업 원료 등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새로운 CCUS 평가는 크게 CO₂ 포집 계획과 CO₂ 활용·저장 계획으로 나뉜다. 포집 계획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CO₂ 포집 비율에 따라 점수를 차등 부여한다. 포집 비율이 60% 이상이면 4점, 40% 이상 60% 미만은 3점, 20% 이상 40% 미만은 2점, 20% 미만은 1점을 받는다. CO₂ 활용·저장 계획도 별도로 평가해 최대 2점을 부여한다. 이는 일반수소 발전시장을 유지하면서도 새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맞추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일반수소 시장은 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개질해 생산한 추출수소를 연료로 활용하는 연료전지가 참여한다. 발전 과정에서는 탄소 배출이 거의 없지만 수소 생산 단계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는 한계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특히 올해 일반수소 입찰시장의 존속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가 화석연료 기반 수소에서 청정수소 중심으로 정책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시장이 폐지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업계 반발로 지난해 1300GWh였던 입찰 물량을 올해 930GWh로 약 28% 줄이는 데 그쳤다. 시장을 당장 없애는 대신 CCUS 등 환경성 평가를 강화해 탄소 감축을 유도하는 방향을 택한 셈이다. 환경성 평가 강화에 따라 기존 평가항목의 배점은 일부 조정됐다. 에너지효율성과 청정수소 활용 관련 배점은 각각 2점씩 높아진 반면 수요지 인근 여부는 3점, 지역수급 비율은 2점 낮아졌다. 주민수용성과 자본조달계획 적정성 등 일부 항목도 배점이 축소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CCUS가 아직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은 만큼 당장 사업자 간 당락을 좌우하기보다는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향후 CCUS 기술과 인프라가 확대될 경우 일반수소 시장에서 탄소 감축 실적의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 입찰 절차도 손질된다. 그동안 발전사업허가를 입찰 전 미리 취득하도록 하면서 사업 추진이 지연되거나 허가만 확보한 뒤 실제 사업에 착수하지 않는 사례가 누적됐다는 지적이 있따랐다. 이에 입찰 참여 단계의 발전사업허가 요건과 허가 진척도 평가를 삭제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허가 취득 이후 장기간 사업에 착수하지 않아 허가가 취소된 사업은 64건, 2.3기가와트(GW) 규모다. 이에 따라 발전사업자의 입찰 부담을 낮추고 실제 사업 추진 가능성을 중심으로 시장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파키스탄이 K-GX에 던지는 질문

에너지 전환은 정부의 목표 발표가 아니라 개인의 계산기에서 시작된다. 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나라가 파키스탄이다. 최근 국제 학술지에 실린 와지드 이슬람(Wajid Islam) 등의 연구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태양광 발전량은 2019년 2.6TWh에서 2025년 36.6TWh로 14배 늘어 전체 발전량의 22.5%에 이르렀다. 2026년 1분기에는 12.1TWh로 전체의 32.3%를 차지해 석탄·가스·원자력·수력을 제치고 단일 최대 발전원이 됐다. 이 변화를 이끈 것은 국가 태양광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수백만 가구와 기업이 저마다 패널을 사들인 개별 결정이 쌓여 만든 결과다. 동력은 경제성이었다. 파키스탄의 평균 전기요금은 2022 회계연도 약 16.9루피/kWh에서 2025 회계연도 35.5루피/kWh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 올랐다. 여기에 전력 부족으로 지역과 시기에 따라 하루 8~10시간, 길게는 12~15시간 이상 정전이 이어졌다. 모듈 가격이 급락하면서 옥상 태양광은 2~4년 안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투자가 됐다. 물론 한국이 요금 폭등과 정전을 겪을 우려는 없다. 그러나 설치자가 스스로 움직이는 조건이 '확실한 경제성'이라는 점은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시장은 정부보다 빨랐다. 2020년 이후 2026년 8월까지 파키스탄이 수입한 중국산 모듈은 56GW가 넘지만, 엠버(Ember)·EI(Energy Institute) 등이 집계한 2025년 말 누적 설치 용량은 3.7GW에 그쳤다. 수입 규모가 통계상 용량의 약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상당 부분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채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와 전력 회사는 이런 속도에 대비하지 못했다. 자금력이 있는 가구와 기업이 태양광을 도입해 전력망을 이탈하자 전력 회사는 수익 감소와 고정비 부담 가중, 이른바 '유틸리티 데스 스파이럴(Utility Death Spiral)'에 직면했다. 잉여 전력을 소매 요금으로 보상하는 순계량(Net Metering)이 태양광을 설치하니 않은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문제로 불거졌고, 파키스탄 당국은 2025년 12월 신규 연결부터 순청구(Net Billing)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산하 PVPS의 2026년 보고서는 소규모 분산형 태양광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2025년 신규 설치 상위 10개국 중 6개국에서 분산형이 절반을 넘었다. 파키스탄 98.6%, 프랑스 67.6%, 브라질 65.8%, 이탈리아 59.7%, 일본 59.3%, 독일 52.3%다. 한국은 신규 설치 13위에 머물렀고 분산형 비중은 23.3%, 중앙집중형이 76.7%다. 국토가 좁은 데다 산지·농지 규제와 주민·계통 수용성 문제가 겹친 한국에서 대규모 태양광 모델은 입지 갈등과 인허가 지연에 부딪힌다. 실제로 한국의 태양광 신규 설치량은 2025년 8월까지 2.47GW에서 2026년 8월까지 2.38GW로 약 3.6% 줄었다. 새 정부 출범 후 보급 확대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현장의 수치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정책 선언이 시장을 움직이지 못했다는 증거다.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출범 16개월 만에 설계를 끝내고 집행 단계에 들어섰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53~61%, 배출권 4기 할당과 이를 뒷받침할 법률 대부분이 9월까지 확정됐고, 이를 묶는 총괄 전략인 K-GX(10년 1,000조 원)를 10월 7일 발표했다. 아쉬운 점은 태양광 정책의 무게가 상당 부분 대규모 사업, 특히 공기업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에 실려 있다는 점이다. 경쟁입찰은 규모의 경제를 가진 대형 사업자에게 유리하고, 소규모 사업자는 입찰 부담과 계통 접속 비용 등을 떠안는다. 투자 회수 기간이 불투명한 사업에 소규모 사업자가 나설 유인은 줄어든다. 파키스탄에서 시장을 연 것이 개인의 경제성이었다면, 한국에서는 반대로 소규모 사업자의 경제성이 제도 안에서 약해지고 있다. 해법은 소규모 사업자의 경제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하 설비에는 경쟁입찰 대신 장기 고정가격 계약 같은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를 제공하고, 소비지와 가까운 분산형 설비는 계통 접속 순서와 비용에서 우대해야 한다. 시간대별 보상과 자가소비, 저장 장치 연계를 처음부터 제도 설계에 넣어야 한다. 소규모 시민참여 전용 물량을 확보하고 입찰 부담을 덜어야 하며, 공급 의무자의 보급 의무 이행 인정 범위도 직접 건설과 지분투자에 한정하지 말고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와의 PPA까지 넓혀야 한다. 공기업은 마중물에 그치고, 소규모 주택, 시민참여 협동조합 등이 공공 지붕과 유휴 공간을 활용하고 수익이 지역에 돌아가게 해야 한다. K-GX의 재생에너지 목표는 경제성과 함께 비용 분담의 설계가 갖춰져야 달성할 수 있다. 시장이 커진 뒤에는 고치기 어렵다. 파키스탄은 K-GX에 묻는다. 소규모 태양광의 경제성을 확보했는가? 분산형 비중이 23.3%에서 일본이나 독일 수준으로 올라설 때 K-GX는 구호에서 현실이 될 것이다.

이진호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취임…“고준위 방폐장 부지선정 차질 없이 이행”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에 이진호 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부원장이 취임했다. 원자력환경공단은 14일 경주 본사 코라드홀에서 이진호 제6대 이사장 취임식을 개최했다. 이 신임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안전이라는 흔들림 없는 기반 위에 혁신을 더하고, 전문성과 투명성 위에 국민의 신뢰를 더하는 기관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중점 과제로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로드맵의 차질 없는 이행과 관리체계 구축 △미래 원자력 시대에 대비한 방폐물 관리 역량 강화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을 통한 스마트 방폐물 관리체계 구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국민 소통과 주민 참여·상생 강화 △혁신 실행력 제고 등을 제시했다. 특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대해 “수만 년을 내다봐야 하는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과학적 조사와 투명한 정보 공개, 지역과의 진정한 소통을 통해 부지선정 로드맵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경주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공단은 국내 유일의 방사성폐기물 관리 전담기관으로, 현재 경주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2031년까지 3단계 매립처분시설을 추가 건설하는 한편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에 따른 부지 선정과 관리시설 구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공급망에서 핵심기술이 중요한 이유

핵심기술은 공급망 확보에서 최종 지배력을 결정할 만큼 매우 중요하다. 광산을 많이 가진 나라가 반드시 공급망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광물을 고순도 소재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과 국가가 공급망의 주도권을 갖는 시대가 됐다. 고려아연 사례로 설명하면 의미가 더 분명해진다. 고려아연의 미 테네시주 핵심광물 공급망을 위한 진출은 단순한 해외 투자가 아니라 한.미 경제안보 협력과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의 상징적인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은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한국을 가장 핵심 파트너로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핵심광물 채굴뿐 아니라 제련·정련 능력을 자국 내에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비철금속 제련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을 갖고 있는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에 대규모 제련.정련 시설을 건설해 미국내에서 갈륨. 게르마늄. 인듐 등 반도체의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미국 행정부가 이 프로젝트에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핵심광물 공급망은 보통 여러 단계로 짜진다. 광산(채굴·확보)->제련.정련(고순도화)->소재화(전구체.양극재)->완제품(배터리·반도체)이다. 여기서 가장 진입 장벽이 높은 구간이 제련·정련과 소재화이다. 광산은 자본과 자원 보유가 중요하고, 제련·정련은 수십 년간 축적된 공정 기술이 필요하다. 소재는 고객 인증과 품질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즉 기술이 없는 기업이나 국가는 광물을 캐도 부가가치를 남이 가져가는 꼴이 된다. 고려아연의 핵심기술은 광석을 전략 자산으로 바꾸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리튬 광석 1톤을 확보했다고 해서 바로 배터리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광물에서 배터리까지 고순도 정련과 소재화가 핵심이다. 고려아연은 특히 고순도 정련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갖고 있다. 이 능력이 있으면 여러 국가에서 원료를 조달하고 불순물을 제거하며, 배터리, 반도체급 순도로 만들고 고객사 요구 규격에 맞춰 공급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공급망의 실질적 통제력이다. 미국이 왜 한국의 제련 기술을 원하는지 답은 분명하다. 미국은 리튬, 희토류 매장량이 있지만 정련 능력은 중국에 비해 부족하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 고려아연의 의미는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중국 대체 정련 파트너로 평가하고 있다. 즉 기술이 동맹의 전략 자산이 된 것이다. 기술이 있으면 가격이 아니라 조건을 정할 수 있다. 광산만 가진 경우 국제 시세에 따라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 결정권이 약하다. 하지만 핵심 기술을 가진 경우 장기 계약, 프리미엄, 우선 공급 협상 등이 가능하다. 즉 조건 결정권이 강해지는 것이다. 실제 배터리, 반도체 업체들은 가격보다 안정성과 품질을 더 중시한다. 그래서 고순도 소재 기업은 장기 공급 계약(5~10년), 선급금 투자, 공동 투자, 우선 공급권 등을 확보할 수 있다. 중국이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강한 이유도 바로 이런 점이다. 많은 사람들은 중국이 광산을 많이 가져서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련과 정련 능력이다. 중국은 리튬, 코발트, 희토류의 상당 부분에서 정련과 가공 점유율을 장악하고 있다. 즉 광산 보유부터 시작하여 정련 기술로 핵심 지배력을 갖추고 소재. 배터리 산업 등 최종 산업의 지배력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이 배워야 할 점이 여기에 있다. 우선 광산보다 제련.정련·소재 인재를 키워야 한다. 제련 공정 엔지니어, 고순도 소재 전문가, 재활용·도시광산 기술자, 공급망·트레이딩 전문가 등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고려아연의 미국 진출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한국이 미국에 제공한 것은 광물 자체가 아니라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고순도 제련·정련 기술과 공급망 운영 능력이다. 이러한 기술력 때문에 미국이 핵심광물 프로젝트의 전략적 파트너로 고려아연을 선택했으며 반도체, 배터리, 방산 공급망에서 매우 중요한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매출 12조 4446억원, 영업이익 1조 3332억원으로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6조 5879억원, 영업이익 1조 2319억원으로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올린데 이은 호실적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고려아연이 이처럼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핵심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bienns@ekn.kr

[통합발전사 최적지는 ③] 수도권서 멀수록 불리?…통합발전사 입지, ‘국가균형발전’으로 따져보니

발전공기업 5사를 하나로 합치는 통합발전사의 본사를 어디에 둘 것인가. 산업 경쟁력과 정의로운 전환에 이어 마지막으로 따져봐야 할 기준은 국가균형발전이다. 문제는 '균형발전'이라는 말 자체가 지역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낙후된 지역에 새로운 공공기관을 배치하는 것이 균형발전인지, 이미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조성한 혁신도시를 더욱 키우는 것이 효과적인지부터 판단이 엇갈린다. 직원들의 정주여건을 얼마나 중요하게 평가할 것인지, 기존 청사를 활용해 국가재정을 아끼는 것까지 균형발전의 기준에 포함할 것인지도 쟁점이다. 결국 통합본사 입지 경쟁의 핵심은 어느 지역의 정치력이 강하냐가 아니라 지역낙후도와 정주여건, 기존 공공기관 이전의 성과, 이전·운영 비용을 어떤 기준과 비중으로 평가할 것인가로 좁혀진다. 그러나 경남도는 현재 이 같은 평가 방식부터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정 의원은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구체적인 평가 방식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지역 간 유치 경쟁이 앞서가고 있다는 점"이라며 “정부는 산업 연계성과 재정 효율성 등의 원칙을 제시했지만 항목별 비중이나 평가 주체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낙후지역에 새로 줄까, 기존 혁신도시 더 키울까 통합본사 입지를 둘러싼 첫 번째 쟁점은 지역낙후도를 어떻게 볼 것인가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능을 지방으로 옮겨 새로운 성장거점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추진돼 왔다. 그렇다면 통합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대규모 본사를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배치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다. 반대편에는 이미 조성한 혁신도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공공기관 하나를 옮길 때마다 새로운 거점을 만드는 방식으로 분산하면 산업과 인력의 집적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진주 역시 1차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 한국남동발전 등 공공기관을 받아들이고 이에 맞춰 주거·교육·교통 등 기반시설을 구축해왔다. 정 의원은 “당초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 목적은 지역의 고용·산업과 연계해 성장 거점을 만드는 데 있었고, 지역도 이에 맞춰 정주 여건과 산업 기반에 투자해 왔다"며 통합에 따른 기능·인력 재편이 기존 지역의 일자리와 산업협력,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인터뷰(발전공기업 본사 입지 관련)_정재욱… 결국 지역낙후도를 단순한 현재의 경제·인구 지표만으로 평가할지, 기존 공공기관 이전정책의 연속성과 향후 성장거점 형성 가능성까지 포함할지가 관건이다. ◇ 직원은 실제 어디서 살 것인가…'정주여건'도 변수 두 번째 기준은 정주여건이다. 대규모 인력이 근무하는 통합본사를 지방에 두면서 직원과 가족이 실제 해당 지역에 정착하지 않는다면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교육과 의료, 주거, 교통 등 생활 기반이 입지 평가에서 빠질 수 없는 이유다. 진주 측은 이미 혁신도시 조성을 거치며 남동발전 등 이전 공공기관 임직원을 위한 정주 기반이 상당 부분 형성됐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정 의원도 “진주에는 남동발전의 본사 운영 기반과 남해안권 발전 현장·경남의 발전설비 및 기자재 산업을 연계할 여건은 물론, 직원과 가족의 생활을 뒷받침할 교육·의료·교통 등 정주 기반도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에 유리한 기준을 따로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지역에 같은 기준을 적용해 비교하고 진주의 입지 경쟁력도 그에 따라 검증받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주여건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이미 인구와 생활 인프라가 집중된 대도시나 수도권과 가까운 지역이 구조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주여건을 평가하더라도 단순한 수도권 접근성보다는 직원과 가족이 지역 안에서 실제 생활할 수 있는 교육·의료·주거 여건을 중심으로 비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기존 본사 놔두고 새 청사?…재정효율성도 따져야 세 번째는 국가재정이다. 통합발전사 본사가 대규모 조직으로 구성될 경우 새로운 청사를 짓느냐, 기존 발전사 청사와 주변 시설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상당한 비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정부의 6월 공식 자료에는 기존 발전 5사의 기반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사항에 포함돼 있었다. 이후 9월 4일에는 기존 청사가 각각 약 500명 규모여서 1800여명을 수용할 새로운 건물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정 의원은 이를 정부가 기존 청사 활용 방침을 확정했다가 번복한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어떤 비교를 거쳐 새 건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는지는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청사별 증축 가능성과 주변 시설 활용 여부, 대안별 비용과 소요기간은 물론 1800여명의 인력을 반드시 하나의 건물에 배치해야 하는 업무상 근거까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진주 유치 측도 이 부분을 주요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허성두 진주시 공공기관 유치위원장은 남동발전 본관·별관 증축과 인접 건물 임대 등을 활용하면 통합본사 인력을 수용할 수 있어 신규 청사 건설비와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실제 수용 가능 인원과 증축·임대 비용, 신규 청사 건설비의 차이는 정부의 구체적인 비교자료가 공개돼야 검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정 지역이 제시한 예상 절감액만으로 입지의 우열을 판단하기보다는 모든 후보지에 대해 동일한 방식으로 총비용을 산출할 필요가 있다. ◇ 정치권 입김 막으려면 '룰부터 공개'해야 지역 간 유치전이 가열될수록 결국 중요한 것은 입지 자체보다 선정 절차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 의원은 여당 지도부의 충남 관련 발언과 나주의 공공기관 집중 이전 요구 등을 언급하면서 정치적 결정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다만 대통령의 공공기관 집중 배치 발언 자체가 특정 지역을 지목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경남 정치권 역시 진주 유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논리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 의원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저도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으로서 진주 유치를 요구하고 있고, 다른 지역 정치인들도 자기 지역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다"며 “다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때는 정치적 영향력보다 실제 입지 조건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제안한 방식은 평가항목과 가중치를 입지 결정 전에 공개하는 것이다. 산업·기술 연계성과 발전현장 대응력, 이전·운영 비용, 정주여건뿐 아니라 기존 본사지역에 미칠 영향과 균형발전 정책의 연속성까지 평가하고, 이후 독립적인 평가와 지자체·노동계 의견수렴을 거쳐 결과를 공개하자는 것이다. 통합발전사 본사 유치를 원하는 지역마다 내세우는 명분은 다를 수밖에 없다. 지역낙후도를 강조하면 새로운 지역이, 기존 산업·공공기관과의 집적효과를 중시하면 기존 혁신도시가 유리할 수 있다. 정주여건과 수도권 접근성, 재정효율성에 얼마만큼의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어느 지역이 통합본사를 가져가느냐에 앞서 정부가 무엇을 '국가균형발전'으로 볼 것인지부터 명확히 하는 것이 입지 논란을 줄이는 출발점이라는 지적이다. 평가항목과 배점, 근거자료를 먼저 공개하고 모든 후보지를 같은 잣대로 비교해야 결과가 어느 지역으로 나오더라도 정치적 결정이라는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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