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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신규 원전 추진에 일제히 반발…“핵 산업계 이익 대변”

정부와 여당이 신규 원전 추가 확대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나서자, 환경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으로 이재명 정부에 대한 환경단체의 기대감이 산산이 부서지는 모습이다. 14일 환경단체들은 이번 정부 계획이 “기후위기 대응과 글로벌 산업 트렌드에 역행하는 잘못된 계획"이라며 실제 전력 공급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핵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한 결과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13일 개최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원전 건설과 수명 연장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에 대해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이번 전기본의 원전 추가 검토는 메가프로젝트의 적기 전력 공급을 위해서라기보다, 신규 물량을 창출해 주기 위한 핵 산업계 내부의 이해관계를 정부가 그대로 수용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신규 원전은 착공부터 가동까지 10년 이상 걸리는데, 기술과 수요가 급변하는 AI 산업의 해법으로 내세우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RE100 이행을 뒷받침할 대책도 없다"고 지적했다. 원전의 경직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형 전력망 구축이 어려워지고, 장거리 송전선로 건설로 지역 간 에너지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원전 확대로 인해 사실상 기후위기 대응을 포기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은혜 기후정의동맹 공동집행위원장은 “가스 발전소 신설, 핵발전 수명 연장과 신규 건설, SMR까지 모두 증설하겠다는 것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며 “핵발전 위험과 에너지 부정의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경단체들은 지난 13일 메가프로젝트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역시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의 실효성과 방향성에 대해 날 선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에 원전 중심의 잘못된 계획을 철회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저장 장치(ESS), 수요 관리 및 분산형 전력 체계를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새롭게 설계할 것을 촉구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발전 노·정협의체, 한전KPS 하청노동자 직접고용 합의

정부와 전력산업 노동계가 한전KPS 하청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기로 합의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발전정비산업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국무총리실 산하 노·정협의체인 '발전산업 정의로운 전환 협의체'는 14일 서울 한국전력 남서울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종 합의문을 발표했다. 협의체는 지난 2025년 8월 출범했다. 정부와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전문가 등이 참여해 약 11개월간 총 21차례 회의를 진행했으며,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에 따른 에너지전환과 발전정비산업 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한전KPS는 발전공기업과 계약하는 경상정비 분야의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또 공정한 채용 절차와 기준에 따라 하청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전KPS 노사와 하청노동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발전정비산업 경쟁체계 개선에도 합의했다. 협의체는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전KPS의 공적 역할을 강화하고, 기술력을 활용해 발전정비산업 생태계 발전과 민간 정비기업과의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에너지전환 분과에서는 발전공기업의 재생에너지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을 추진하고,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에 따른 노동자의 직무전환과 교육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교육 재원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정부와 발전공기업, 노동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후속 협의체를 구성해 에너지전환 과정의 고용과 산업구조 변화 등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김창섭 협의체 위원장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발전공기업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와 발전공기업, 노동계가 협력해 합의사항을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낮 3시간 전기료 0원”… 호주가 햇빛을 공짜로 푸는 이유

7월부터 호주의 가정들은 낮 3시간 동안 전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지붕 태양광(rooftop solar) 보급이 크게 늘면서, 낮에는 전력이 남고 저녁에는 모자라는 현상이 확대되었다. 이로 인해 전력 수급의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낮 시간대에 전력이 남아돌면서 도매시장에서 마이너스 가격이 발생하는 일도 많아졌다. 호주 정부는 이 시간대에 무료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태양광 공유 요금제(Solar Sharer Offer)를 도입해 전기 소비를 낮 시간대로 이전시키고자 한다. 뉴사우스웨일스, 퀸즐랜드 남동부, 남호주에서 고객 수가 1,000명 이상인 전기 소매업체는 태양광 공유 요금제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스마트 계량기가 설치된 주거용 고객이 이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으며, 낮 3시간 동안 최대 24kWh의 전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요금제는 전력 사용량이 많은 피크시간대의 전력소비 일부를 무료사용 시간대로 옮길 수 있는 고객에게 적합하다.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주거용 지붕 태양광을 보급한 국가 중 하나다. 현재 약 3가구 중 1가구가 태양광 설비를 갖추고 있다. 호주 청정에너지위원회(Clean Energy Council)에 따르면, 2025년 말까지 430만 가구가 지붕 태양광을 설치했는데, 용량이 28.3GW에 달한다. 2025년에 호주 전체 전력의 13.9%를 지붕 태양광으로 공급했다. 소비자들은 지붕 태양광을 통해 호주의 비싼 전기요금을 피해갈 수 있다. 그러나 지붕 태양광을 설치할 수 없는 세입자, 저소득 가구, 아파트 거주자들은 태양광 발전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한다. 호주 정부는 태양광 공유 요금제를 통해 이들에게도 요금 절감 혜택을 나누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 없이 가계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피크시간대의 소비를 무료사용 시간대로 분산하면 전력수요가 평준화되어 비용이 많이 드는 피크 대응용 발전을 줄이고,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인다. 또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전력망 보강을 지연시키거나 줄여 전력망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 전력의 출력제어(curtailment)를 줄여 전력망 내 태양광 비중 확대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전력공급 비용을 낮추어 전기요금 인하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호주 에너지 규제기관(Australian Energy Regulator)은 7월부터 동부지역 일부 가정용 전기요금이 최대 10.7%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뉴사우스웨일스 일부지역의 전기요금도 최대 8.3%, 남호주는 최대 10.7% 인하될 것으로 분석했다. 호주 정부는 전기요금이 인하된 배경에 대해 태양광, 풍력 발전 확대와 배터리 확충에 따른 효과로 보고 있다. 낮 시간대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값싼 전력이 시장에 더 많이 공급됐고, 이에 따라 전력 도매가격도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재생에너지로 인한 가격 변동성과 출력제어를 줄이기 위해 호주 정부는 지붕 태양광에 배터리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2025년 7월부터 가정용 배터리 보조사업(Cheaper Home Batteries Program)도 시작했다. 5kWh에서 100kWh에 이르는 배터리 설치비용을 약 30% 할인받을 수 있다. 6개월 동안 183,245개의 배터리가 판매되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배 증가한 수치이다. 2025년 말까지 설치된 배터리 누적 대수는 454,473개에 달한다. 과거 호주는 전 세계 기후변화 시민단체들로부터 여러 차례 기후악당 국가로 지목되었다. 태양광, 풍력에서 큰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석탄과 가스를 주요 수출 품목으로 유지하면서 탈탄소화에 미온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2025년 기준으로 호주는 전력의 42.7%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했다. 태양광이 21.6%, 풍력이 15.7%, 수력이 5.3%를 차지했다. 호주 정부는 2030년까지 전력의 82%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전문가들은 에너지 전환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은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는 속도뿐만 아니라, 생산된 전기를 얼마나 지혜롭게 시스템에 통합하고 나누느냐에 달려 있다. 쏟아지는 햇빛을 가계의 부담을 더는 공공의 혜택으로 탈바꿈시킨 호주의 노력이 돋보인다. bienns@ekn.co.kr

민주당의 원전 급변침…“에너지는 현실이다”[기후에너지단상]

이재명 대통령은 2021년 12월 대통령 후보 시절 “신규 원전은 짓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계승한 '감(減)원전' 정책을 내세우며 기존 원전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활용하되 새로운 원전은 건설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원전을 짓는 데 최소 15년이 걸리고 부지도 없다"며 신규 원전 건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윤석열 정부가 마련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신규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계획도 재검토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변화가 시작됐다. 정부는 국민참여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11차 전기본에 담긴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를 그대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등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고려할 때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지난 6월에는 대형 원전 후보지로 경북 영덕을, SMR 후보지로 부산 기장을 선정하며 실제 건설 절차에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13일 '2026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당정 협의'를 열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을 추가로 반영하는 방안을 공식 검토하기로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호남 AI 메가프로젝트 등으로 2040년까지 원전 50기 분량 전력수요인 50기가와트(GW) 이상의 추가 전력이 필요할 수 있다며 전문가 의견 수렴과 공론화를 거쳐 추가 원전 건설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10년 전인 2017년, 민주당은 거세게 '탈원전'을 부르짖었다. 민주당이 배출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단상에 올라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며 공식 선포했다. 이를 위해 △신규 원전 6기 건설 계획 전면 백지화 △원전 설계 수명 연장 중단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건설 중이던 신고리 5·6호기 중단 여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을 밀어붙였다. 시민 공론화를 통해 신고리 5·6호기는 겨우 건설이 재개되었지만, 나머지 계획은 모두 현실화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당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실패했음이 고스란히 증명된 셈이다. 당초 계획했던 신규 원전 6기가 예정대로 건설되었다면, 2030년을 전후해 풍부한 전력이 공급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현재 반도체 클러스터와 메가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겪고 있는 극심한 전력 공급 계획의 혼란도 피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당시 탈원전 정책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불과 몇 년 사이에 민주당 정부의 원전 정책은 '신규 원전 불가'에서 '기존 계획 수용', 그리고 '추가 원전 검토'로 빠르게 선회했다. AI와 첨단 산업 시대를 맞아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차가운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이념 편향적으로 흘러왔던 국가 에너지 정책이 결국 엄혹한 현실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에너지 정책은 '탈원전'과 '친원전'이라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오직 '산업 경쟁력 강화'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실용적 기준에서만 접근해야 한다. 다만, 원전 영토를 넓히는 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도 무겁게 짊어져야 한다. 오는 2030년부터 한빛·한울·고리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차례로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발전소 내 임시 건식저장시설을 늘리는 임시방편만으로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정부는 원전 확대 추진과 동시에, 최대 난제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시설' 부지 확보를 더 이상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AI 시대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모적인 원전 이념 논쟁이 아니다. 산업에 필요한 피 같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그 부산물인 사용후핵연료까지 끝까지 책임지는 '현실적이고 책임 있는 에너지 정책'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바닥난 석유 재고에 호르무즈 재봉쇄까지…에너지 시장 초비상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재개되며 국제유가가 10% 가까이 오르는 등 에너지 시장이 다시 출렁이고 있다. 현재 세계 석유 재고량은 상당히 소진된 상태여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봉쇄될 시 폭등 우려가 나오고 있다. 14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재개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막히면서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일보다 9.6% 상승한 배럴당 83.30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2020년 5월 이후 국제 벤치마크 유가의 최고 일일 상승률이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전전일 9.4% 상승에 이어 전일에 1.3% 추가 상승하면서 79.17달러를 기록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미군이 토요일에 이란군의 140개 목표물을 타격했고, 일요일에도 추가 공습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컨테이너선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 조치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국방부는 오만 영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국영 유조선 몸바사호와 알바히야호가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 이 공격으로 몸바사호 승조원 인도인 선원 1명이 사망하고 8명(인도인 6명, 우크라이나인 2명)이 부상당했다. 부상자 중 4명은 중상이며 이 공격으로 2척 모두 화재가 발생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가 드나드는 핵심 통로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카타르 등의 원유와 가스가 이 해협을 통해 세계로 수출된다. 하지만 해협 폭이 좁은 곳은 불과 40km에 불과해 이 곳을 드나드는 선박은 언제든지 이란군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지난 2월 말 시작된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은 6월 18일 양국이 종전에 합의했다. 이란은 60일간 해협 안쪽에 묶여 있던 선박들의 통항을 허용한 뒤 이후부터는 통행료를 받겠다고 밝혔었다. 이란은 자기들이 인정하는 통로로만 선박들이 통항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다른 통로를 이용하는 선박이 발생하자 이를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이에 미국이 강력 반발하면서 전쟁이 재개된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라면서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화물에 20%의 통행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석유 재고량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분기 동안 글로벌 석유 재고량이 하루 평균 630만배럴씩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도 민간과 석유공사의 총 비축량 1억9000만배럴 중에 민간 재고분인 9000만배럴이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5월 발표한 '오일 마켓 리포트(OMR)'에서 “호르무즈 해협 차질로 글로벌 석유 재고가 기록적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며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추가 가격 변동성이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여기에 러시아의 석유 공급 차질도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으로 러시아의 정유시설과 수출항 등 석유인프라를 잇따라 공습하면서 글로벌 석유 수급이 매우 빠듯한 상황이다. 한국은 5월 기준으로 원유 수입량은 970만톤으로 전년 동월보다 23%가량 감소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물량은 269만톤으로 25% 감소했고, 미국은 193만톤으로 19.4% 감소했다. 아랍에미리트는 173만톤으로 102.7% 증가했다. 동북아 LNG 수입가격은 MMBtu당 16.5달러로, 여름철 성수기와 전쟁 여파로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정부·여당 “첨단산업 전력 급증 대응”…12차 전기본에 원전 추가 검토

정부와 여당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고 기저 전원을 안정화하기 위해 전문가 의견 수렴과 대국민 공론화를 거쳐 신규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 여부를 결정하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정기국회 전까지로 예정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 제출을 앞두고 정부에서 대형 원전과 SMR 추가 건립 계획을 추가할지 검토하겠다는 공식 입장이 나온 것이다. 정부는 이미 11차 전기본에 따라 대형 원전 2기를 경북 영덕에, SMR 1기를 부산 기장군에 세우기로 한 바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용인과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와 AI 데이터센터 조성에 따라 '확정적으로 늘어날' 전력 수요가 30기가와트(GW)에 달하고, 잠재 수요까지 더하면 40GW를 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에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고 건물 난방을 전기화하는 등의 에너지 전환까지 고려하면 2040년까지 전기가 50GW 이상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김 장관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을 100GW로 늘리면서 원전을 조화롭게 늘리는 에너지 믹스로 전환 속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가정용 태양광 보급을 위해 남는 전기에 대해 '상계거래' 대신 현금으로 정산하는 '개인별 햇빛소득'을 추진하고, 전국 87개 섬을 2030년까지 RE100(재생에너지 100%) 섬으로 만들겠다고도 밝혔다. 법인의 전기차 구매 비용 처리 과정에서 연간 한도 제약을 해소하기 위해 한도를 차등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도 원전 추가 건설 검토 언급이 나왔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당정 협의 이후 기자들에게 '원전 얘기가 나왔느냐'는 질문을 받고 “김성환 장관도 신규 원전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말씀을 하고 있다"며 “간헐성(날씨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달라지는 문제)을 보완하기 위해 원전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답하기도 했다. 원전 확대 규모에 대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보 로드맵과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붙여서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 어느 정도인지 계획을 세우고 나머지를 보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전력 공급 대책과 달리 수요 대책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이 대통령이 전기요금 체계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피크타임 외 나머지 시간은 전력이 엄청나게 남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전력이 남는 시간대엔 싸게, 부족할 때는 비싸게 전기요금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정용보다 킬로와트시(kWh)당 20원 정도 높은 점에 대해서는 “물가 부담이나 국민 소득 문제가 없다면 사실은 가정용 전기요금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 시 저소득층에 바우처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추후 토론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기후부는 이날 3대 메가프로젝트 등에 맞춘 물 공급 방안도 제시했다. 용인과 호남 반도체 산단에만 2034년까지 하루 200만톤의 물이 추가로 필요하고,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에 2040년까지 추가로 하루 100만톤의 물이 더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용도별로 나뉜 댐을 통합해 모든 댐이 '다목적'으로 운용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광주 동복댐을 증고하는 등 새로운 물그릇을 마련하고 하수처리수 재이용과 해수담수화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메가프로젝트는 기후·생태계 무시한 반환경적 폭거”…136개 시민·환경단체 정부 규탄 성명

13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강당에 시민·환경·노동 단체 관계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장내를 채운 이들의 눈빛에는 무거운 비장함이 감돌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인공지능(AI) 중심의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저지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현장이다. 기후·에너지·노동 등 전국 136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주최한 이번 규탄 기자회견은 시작과 동시에 정부 정책을 향한 매서운 비판 쏟아냈다. 참가자들은 '개발폭주 메가 프로젝트 전면 재검토하라'는 피켓을 든 채 격앙된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정부 정책의 모순을 조목조목 짚어 나갔다. 이들은 이번 사업을 특정 재벌에게 특혜를 몰아주고 그에 따른 위험과 부담은 국민에게 전가하는 '대기업을 위한 위험한 도박'으로 규정했다. 정부가 국가 경쟁력 강화와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최소한의 사업 타당성 검토나 사회·환경적 영향에 대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민주주의 부재'의 현장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의 기후·생태적 한계를 완전히 무시한 '반환경적 폭거'라는 점에 규탄의 초점이 맞춰졌다. 은혜 기후정의동맹 공동집행위원장은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24.7기가와트(GW)의 거대한 전력을 석탄발전 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로 메우려 한다"며 "이것이 재생에너지 전환 포기 선언이자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무력화하는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지역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비정상적인 전력 공급 구조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용인 등 대규모 산업단지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호남에서부터 초고압 송전선로를 끌어오는 방식은 지역 주민의 일방적인 희생과 극심한 사회적 갈등만 유발할 뿐"이라며, 원전과 송전탑에만 의존하는 과거 회귀형 해법을 강하게 비판했다. 생태적 한계를 넘어선 용수 공급 계획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자연의 회복력과 공급 가능량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물과 전력을 밀어붙이겠다는 오만한 개발주의"라며 졸속으로 진행되는 누적 환경 영향 평가를 꼬집었다. 특히 참가자들은 정부가 신규 댐 건설을 발표할 때는 '물 부족'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메가 프로젝트를 설명할 때는 '용수가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을 지적했다. 이들은 “향후 가뭄 등 위기 상황이 오면 대만 TSMC 사례처럼 농업용수를 산업용으로 돌려 쓰게 될 것"이라며, 이는 인근 농민들의 생존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첨단 산업의 화려한 외양 뒤에 가려진 노동권 침해와 대기업 특혜에 대한 강한 규탄도 잇따랐다. 홍지욱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권영은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정부가 첨단 산업이라는 명분 아래 현장의 위험을 은폐하고, '주 52시간제 유예' 등 장시간 과로 노동을 대놓고 조장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 역시 “국민 세금으로 대기업의 투자 위험은 대폭 줄여주면서, 정작 그로 인한 이익은 대기업이 독점하는 기형적 구조"라며 “시민과 지역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폭주하는 속도전을 멈추고 공공성을 먼저 확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번 기자회견을 주최한 136개 단체는 향후 정권의 개발 폭주에 맞서 강력한 조직적 공동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지난 7일 1차 긴급 집담회에 이어 이날 기자회견 직후 곧바로 2차 집담회를 열고 구체적인 연대 투쟁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시민사회가 전면적인 공동 전선 구축에 나서면서,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 추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대립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1%만 섞어도 탄소 100만톤 감축…그러나 외면받는 바이오연료 [윤병효의 에·바·다]

자동차용 경유와 도시가스는 우리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연료다. 하지만 동시에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내뿜는 주범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이 전기차와 히트펌프 등 친환경 설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막대한 비용과 기존 인프라 문제로 전환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탄소를 즉각 감축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바이오연료'다. 바이오연료는 음식물 쓰레기나 도축 폐기물에서 나오는 동물성 기름, 가축분뇨, 식물성 유지 등을 발효·정제해 만들기 때문에 대표적인 친환경 연료로 꼽힌다. 실제로 국내에서 사용되는 자동차용 경유와 도시가스에 각각 바이오디젤과 바이오가스를 1%p씩만 추가 혼합해도 연간 탄소 배출량을 100만 톤가량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석유공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자동차용 경유(황 함량 0.001%) 소비량은 약 213억 4961만 리터(1억 3428만 5000배럴)에 달한다. 현재 이 경유에는 4% 비율(약 8억 5398만 리터)로 바이오디젤이 혼합되어 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법과 석유사업법(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근거해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자동차용 경유에 4%의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혼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의무 혼합률은 2027~2029년 4.5%, 2030년 이후에는 5%로 점진적으로 상향될 예정이다. 당초 정부는 수송연료 분야의 탄소 감축을 위해 혼합량을 이보다 더 과감하게 높이기로 했었다. 지난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는 '친환경 바이오연료 확대방안'을 발표하며 바이오디젤 혼합률을 2030년까지 8%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발표 이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는 이를 제도화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상반기 중 바이오연료 확대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을 정식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동 정세 불안 등을 이유로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며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22년 정부의 호언장담을 믿고 바이오디젤 공급 능력을 늘리기 위해 대대적인 설비 증설을 단행한 바이오디젤 생산 업체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으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에서 확대방안을 발표한 지 벌써 4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제도화가 미비하다"며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탄소중립 달성을 공약으로 내세운 정부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바이오연료 확대 제도화를 이토록 늦추고 있는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 답답할 뿐"이라고 한탄했다. 바이오디젤은 탄소 감축 효과가 입증된 폐식용유, 폐동물성 유지, 팜유 등을 원료로 제조된다.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 및 정부 유관기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바이오디젤을 1000리터 사용할 때마다 약 2.57~2.59톤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용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4% 혼합하면 매년 약 222.3만 톤의 온실가스가 감축된다. 여기서 혼합률을 단 1%p만 높여도 약 52만~53만 톤의 저감 효과가 추가로 발생한다. 이는 30년생 소나무 약 7880만~8030만 그루를 새로 심는 것과 맞먹는 효과다. 혼합률을 8%로 높이면 탄소 감축량은 연간 약 444.6만톤으로 대폭 늘어난다. 탄소중립 효과가 뛰어난 '바이오가스' 역시 도입이 지지부진하다. 현재 신재생연료 혼합의무화제도(RFS)의 대상은 바이오디젤에만 국한되어 있고, 바이오가스는 제외돼 있다. 바이오가스는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분뇨 등 유기성 폐자원을 기반으로 생산된다. 우리나라는 대도시 중심의 음식물 쓰레기 수거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고 가축분뇨 처리 가이드라인도 명확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기에 매우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특히 주성분이 메탄(CH₄)이어서 간단한 정제 과정만 거치면 기존 도시가스 배관망에 바로 투입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도시가스 사용량은 245억7811만㎥이다. 도시가스 1㎥당 탄소 배출량은 0.002201tCO₂ 수준이다. 바이오가스 1%를 혼합할 시 탄소 감축량은 연간 약 54만톤이다. 결국 바이오디젤와 바이오가스 혼합률을 1%p 높일 경우 탄소 감축량은 연간 각각 약 52만~53만톤, 약 54만톤으로 100만톤 이상을 감축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연료가 탄소 감축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자원 재활용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바이오연료 사용 확대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김기은 서경대 화학생명공학과 명예교수는 “바이오연료는 화석연료를 대체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원료 자체가 탄소를 흡수·순환하므로 탄소중립 효과가 크며, 버려지는 폐기물을 유용하게 재활용하는 일석삼조의 가치가 있다"라며 “정부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구조를 개선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바이오연료 사용 확대를 당장 본격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정책 현장에서 바이오연료는 외면받고 있다. 소관 부처가 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파편화되면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중심을 잃었기 때문이다. 서동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명예연구원은 “바이오연료가 현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잊힌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고 우려하며 “석유·가스 인프라는 산업부가 담당하고, 신재생연료 관련 제도는 기후부가 맡다 보니 두 부처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대책의 사각지대가 발생했다"고 지적하며 “컨트롤타워를 명확히 지정해 구체적인 활성화 로드맵을 수립하고,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해서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고도화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한국의 에너지자원 공급망에 중요한 캐나다 활용 설명서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불안정한 휴전과 전쟁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맞춰 국제 유가도 들쑥날쑥 현상을 반복하고 있다. 석유가스를 전량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에게는 난감한 상황이다. 언제까지 이번과 같은 중동발 에너지 공급망 문제가 반복되어 일어날지 모른다. 미래 상황이 불확실하다 보니 국가 차원의 에너지원 도입 전략을 어떻게 짜서 에너지원 공급망을 안정화시켜야 할지 난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당장은 국내 비축물량을 활용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으로 원유 대체 도입선을 확보하여 원유 공급 위기를 넘겼지만 좀 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서는 70%에 해당되는 중동 원유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다. 에너지원의 해외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은 공급망 위기시 보험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원유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다.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경제적 측면을 고려하여 값싼 원유를 도입하려고 할 것이다. 이들에게 장기적으로 수입선 다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을 주는 방법을 고려해 볼만 하다. 아니면 결국 정부의 지원하에 에너지자원 공기업이 앞장설 수 밖에 없다. 에너지 공급망을 분쟁 발생이 없는 지역으로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한국의 선택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정제 설비는 중동산 중질유에 맞춰서 특화되어 있으니 대체 원유도 중질유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중질유 생산국은 중동의 두바이 원유 이외에 일산 40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는 캐나다이다. 캐나다는 오일샌드로 잘 알려진 중질유 원유 매장량이 1700억 배럴로 3000억 배럴의 베네수엘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이다. 이미 한국의 자원공기업이 캐나다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오일샌드 개발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한국가스공사는 LNG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캐나다의 석유가스 산업은 미국의 에너지 산업 지형 변화로 큰 두 개 변수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와 베네수엘라 석유산업 재건 전략이다. 셰일가스 붐이 일어나기 전에는 캐나다의 천연가스는 대부분 파이프라인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되어 왔다. 그러나 본격적인 셰일가스 개발로 미국내 천연가스의 생산이 넘쳐나면 캐나다의 천연가스는 목적지를 잃게 되었다. 그래서 캐나다에서 시작된 것이 캐나다 서부 해안지대의 LNG 사업이다. 값싼 천연가스를 활용해 LNG를 생산하여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그 첫 사업이 “LNG 캐나다" 사업이다. 2011년에 시작한 사업은 2018년에 최종 투자가 확정되어 연간 1400만 톤 규모의 LNG를 생산하는 사업으로 2025년 여름에 첫 수출이 이루어졌다. 한국도 도입을 하고 있다. 한국은 가스공사가 현재 5% 지분으로 참여하여 연간 LNG 70만 톤을 확보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20%의 지분으로 시작하였으나 국내 사정으로 인하여 2017년 15%의 지분을 해외 회사에 넘기고 5% 지분만 유지하게 되었다. 만약 20%의 지분을 그대로 유지했으면 국내 도입 가능한 양은 연간 280만 톤 규모로 국가 도입선 다변화와 안정적 공급에 더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또 다른 미국내 석유산업 변수는 베네수엘라 석유산업 재건으로 중질유 공급처 변화 가능성이다. 미국의 정제 설비도 70% 이상이 중질유를 사용한다. 현재는 대부분의 중질유를 캐나다 오일샌드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캐나다는 하루 3백만 배럴 이상이 중질유를 두 국가간 연결된 파이프라인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만약에 미국의 투자로 베네수엘라의 중질유 생산량이 현재 일산 100만 배럴에서 과거의 300만 배럴 규모로 다시 늘어나서 캐나다의 오일샌드 수입량을 줄이면 캐나다의 중질유는 천연가스 경우처럼 목적지를 잃게 될 수도 있다. 이를 대비하여 캐나다 정부도 아시아 지역으로 석유공급 확장을 위해 서부 해안으로의 원유 수송용 파이프라인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북미에서의 석유가스 공급망 변화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의 에너지원 공급망 다변화에 캐나다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중요하다. 캐나다로부터의 원유와 LNG 도입은 중동과 미국에 비교하여 운송 거리도 짧고 또한 지정학적인 안정성에도 큰 이점이 있다. 단순히 에너지자원 공급망 확보와 도입선 다변화를 넘어서 적극적인 개발사업 참여와 파이프라인과 같은 에너지 인프라 사업에도 확대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bienns@ekn.kr

[단독] 태양광 장기계약 빗장 풀리나…RE100 기업 재생에너지 가뭄 숨통

태양광 발전사업자가 맺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고정가격계약을 중도 해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내년 RPS 제도 폐지를 앞두고, 대규모 발전사와의 장기계약에 묶여 있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일반 기업이 직접 구매할 수 있는 RE100 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12일 재생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국회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하위 법령을 개정해 RPS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한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계약 해지를 일정 요건 하에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등 발전공기업이나 민간 화력발전사와 20년 장기 고정가격계약을 맺은 태양광 발전사업자도 계약을 종료한 뒤 일반 기업과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기존에는 계약 당사자의 도산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RPS 고정가격계약의 중도 해지가 불가능했다. 이번 법 개정 검토의 배경에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RPS 제도 폐지가 자리 잡고 있다. RPS는 500메가와트(MW)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에게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로, 2012년 의무비율 2%로 시작해 올해 15%까지 확대됐다. 그동안 대규모 발전사들은 이 의무량을 채우기 위해 태양광 발전사업자들과 20년 장기 고정가격계약을 맺고 전력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확보해왔다. 이 제도는 국내 태양광 보급 확대를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재생에너지 발전량 상당수가 RPS 이행에만 쏠리면서 RE100을 추진하는 민간 기업들이 조달할 수 있는 물량이 만성적으로 부족해지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RE100 PPA 체결 물량은 약 2000MW 수준에 불과하다. 전체 태양광 물량 약 3만MW 중 20~25%(6000~7500MW)가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며, 나머지는 대부분 고정가격계약 시장에 묶여 있는 상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내년부터 RPS를 폐지하고 정부가 재생에너지 장기계약 물량을 경매하는 방식의 새로운 계약시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기존 발전량 의무 중심 구조에서 신규 설비 확보 중심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발전원별 입찰시장도 별도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RPS 폐지 이후에는 발전사들이 기존 계약을 유지해야 할 의무 이행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장기계약에 묶여 있던 재생에너지가 민간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RPS가 폐지되면 약 7000MW 규모로 파악되는 현물시장 물량과 함께 고정가격계약 물량도 일부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일부 태양광 사업자들은 고정가격계약 단가가 낮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를 요구해왔다. 특히 REC 가격이 3만~4만 원 선에 머물던 2021~2022년에 계약을 체결한 사업자들의 불만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REC 가격은 7만 원대로 올라선 상태다. 또한, 계약 기간이 20년으로 지나치게 길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도 불만 요소로 작용해왔다. 다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물량이 RE100 시장으로 이동할지는 미지수다. 장기계약 해지 대상과 허용 범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제도 도입 이후 계약 기간이 다변화된 RE100 기반 PPA 상품이 출시되면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조달 선택지가 대폭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RPS 계약은 일률적으로 20년 단위로 진행되어 왔지만, 중도 해지 후 PPA를 체결하게 되면 10년이나 15년 등 기업과 발전사 간 요구에 맞춘 다양한 형태의 계약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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