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AI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 논란…정부, 결국 ‘에너지 현실론’으로 선회[이슈]

AI 데이터센터(AIDC) 전력 특례를 둘러싸고 충돌해 온 과기부와 기후부가 결국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인공지능 산업 확대 앞에서 정부가 결국 에너지 현실론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2일 AIDC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 부처는 향후 국내에 기가와트(GW)급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가 발생할 경우 공동 전담조직(TF)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은 지난 7일 국회를 통과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 특별법'의 후속 조치다. 당초 법안에는 전력 직접구매계약(PPA) 특례 대상에 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이 포함됐었다. 하지만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결국 LNG는 제외됐다. 그동안 과기부는 AI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전·LNG 등 다양한 전력원의 PPA 허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반면 기후부는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중심 정책 기조를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결국 LNG가 빠짐으로써 기후부의 입장이 더 반영된 것으로 평가됐다. AIDC 특별법은 두 부처 간의 입장차가 충돌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정부 내부에서도 현실적 대응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산업시설과 달리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다. 특히 최신 GPU 기반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수백 메가와트(MW)에서 많게는 GW급 전력을 요구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발전소 하나를 데이터센터 전용으로 붙이는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는 단기간 내 급증하는 AI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부각되면서 정부도 국가 전력계통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날 협약에서도 양 부처는 “국가 전력계통을 통한 신속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업무협약은 우리나라 AI 기반시설 확보를 가속화해 AI 3강 도약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될 것"이라며 “AIDC 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도 “현재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에 있어서 안정적인 전력을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우리나라의 우수한 전력 시스템은 인공지능 기반 시설 확충의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장관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을 가속화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AIDC를 비롯한 첨단산업 발전을 뒷받침하는 전력산업 구조를 확립하겠다"고 말해 여전히 재생에너지가 우선임을 강조했다. 실제 전력 수급 측면에서는 원전·LNG·기존 계통전력 역할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많다. 데이터센터는 전력 품질과 계통 안정성이 핵심인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추가 계통 보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중심'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실제로는 기존 전력 시스템을 총동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협약은 최근 이어지는 산업 정책 흐름과도 맞물린다. 정부는 AI 산업과 반도체 클러스터, 첨단 제조업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지만 이들 산업은 모두 초대형 전력 소비 산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반면 현재 에너지 정책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화석연료 감축, 탄소중립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산업계에서는 “전력 수요는 폭증하는데 안정적 공급 기반은 줄어드는 구조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이번 AIDC 논쟁은 단순한 데이터센터 지원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앞으로 어떤 전력 시스템으로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라며 “결국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전력 확보 능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전력난민”만 남긴 일본 자율화?…진짜 교훈은 따로 있다

이달 5월 4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펴낸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에 일본 전력 소매시장 자율화 10년의 명암을 정리한 간행물이 실렸다. 사흘 뒤 한 일간지는 이를 “소비자 선택권 커졌지만 위기 땐 흔들"이라는 제목으로 받아 적었다. 706개에 이르던 소매전력사업자 가운데 4분의 1이 사업을 접었고, 일본 사회에는 '전력난민'이라는 낯선 어휘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글을 읽는 독자들의 머릿속에는 어렵지 않게 한 줄의 결론이 새겨질 것이다. “자율화가 결국 사단을 냈다"고. 그러나 이는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더듬다 통나무라고 결론짓는 거와 같은, 가장 손쉽고 위험하며 숨은 의도가 의심되는 결론이다. 먼저 본고의 본문은 오히려 일본 자율화의 성과 가운데 매우 고무적인 사실을 제시하였다. 글로벌 연료가격 급등기를 제외하면, 일본의 자유요금은 줄곧 규제요금보다 저렴하게 유지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자율화 옹호론의 단골 주장이 아니라, 평상시의 시장 경쟁이 가격 하락 효과를 실제로 만들어냈다는 실증이다. 신규 사업자 761개 진입, 결합상품과 재생에너지 특화요금제 같은 혁신의 출현, 가정용 시장에서 신규 사업자의 23% 점유 또한 같은 성과의 다른 얼굴이다. 현재 독점화된 국내 시장 하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지 않고 본문에 또렷이 적시한 것은 해당 보고서의 큰 기여이다. 문제는 그 정직한 본문과 달리 결론·헤드라인이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 등 예외적 상황에서 도매가격이 폭등할 때 소매전력사업자들이 왜 그 충격을 흡수하지 못했는지, 그 메커니즘에 대한 진지한 분석은 거의 없이 단지, “역마진구조를 견디지 못하고 연쇄 파산했다"는 단 한 줄로서 결론은 곧장 “한국의 소매시장 개방은 신중해야 한다"로 미끄러진다. 물론 본문과 결론·헤드라인이 이렇게 어긋나는 국책연구기관의 여러 간행물들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럴 의도는 없었을지라도, 언론과 국민의 공감대 방향을 한쪽으로 끌고 가는 건가 싶은 이러한 경우에는 독자의 입장에선 잘못 오해를 일으키기 쉽다. 사실 우리는 정답을 직접 경험까지 한 바 있다. 1997년 외환위기가 그것이다. 당시 종합금융사와 시중은행들은 국제시장에서 단기로 값싸게 달러를 빌려 와, 동남아의 장기채에 비싸게 굴렸다. 만기는 어긋나 있었고 통화 위험은 헷지되지 않았으나, 평상시 마진은 두둑하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태국 바트가 무너지자 단기외채의 롤오버가 막혔고, 차입 비용이 운용 수익을 추월하는 역마진이 한순간에 폭발하였다. 그때 우리는 무엇을 책망하였던가. 외환자유화 자체를 죄로 묻지 않았다. 외환보유고를 쌓고, 통화스와프 라인을 정비하고, 외환선물시장의 깊이를 키우고, 단기외채 비율을 감독하는 길을 택하였다. 만약 그때 우리가 “자유화가 위험하니 다시 닫자"고 결단했다면 어떻게 지금과 같은 대한민국이 있었을까? 일본 소매전력사업자가 좌초한 메커니즘은 이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 자체 발전설비 없이 도매시장(JEPX)에서 사 와 소매로 파는 것이 그들의 생업이었으니, 평상시 마진은 두둑했다. 그러나 2020년 겨울 한파와 LNG 부족이 겹치고, 곧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도매 현물(spot)가격은 평시 6엔에서 한때 250엔까지 무려 삼사십 배로 치솟았다. 자체 전원이 없으니 위험을 흡수할 곳이 없었고, 선물·선도시장이 얕으니 헷지할 도구도 없었다. 여기에 결정타를 가한 것이 인밸런스(Imbalance) 정산 제도다. 도매에서 못 사들인 부족분은 송배전망이 메워주되, 그 대가로 시장가보다 비싼 패널티가 청구되는 구조다. 문제는 이 패널티가 시장가에 연동되어 있어, 가격이 폭등할수록 페널티는 더 가파르게 치솟는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전력소매판매자들 모두가 “오늘 비싸게라도 사두지 않으면 내일은 더 비싼 페널티"라는 죄수의 딜레마에 강제로 떠밀려, 어제보다 높은 값을 부르며 입찰에 뛰어드는 혼란이 한 달 가까이 이어졌다. 즉 통화(currency)시장의 가격 · 만기(duration) 시차 불일치가 전력시장 버전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골격은 1997년 그대로다. 그러므로 일본 소매전기사업자의 좌초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자유시장 자체 위험이 아니라, 개별 기업들의 탐욕으로 초래된 차익거래(arbitrage) 전략 혹은 이에 대비한 공적 헷지 장치의 부족이 핵심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5년 3월의 검증보고서에서 정직하게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향후 방향으로 장기 PPA·선물·기저부하 시장의 확충, 소매사업자의 공급력 책임 강화, 인밸런스 정산방식의 비용기반 재설계를 천명했다. 자율화를 후퇴시키는 길이 아니라 자율화의 토대를 두텁게 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우리가 일본에서 배워야 할 것도 역시 “개방하지 말라"가 아닌 것이다. 1997년 우리는 외환시장 자유화를 죄로 묻지 않고 그 토대를 다지는 길을 택하였고, 그 선택이 오늘날 원화 시장의 깊이를 빚어내었다. 일본 소매전력시장의 좌초는 우리에게 자유화를 단념하라는 신호가 아니라, 자유화의 보완장치를 미리 갖추라는 신호다. 위기시에도 누가, 어떤 조건으로, 어떤 가격 상한 안에서 위기 시 수용가를 받아주는지를 정해주는 최종공급자(Last Resort Supplier) 제도 등으로도 이를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bienns@ekn.kr

“12분 생존 골드타임”…극한 호우시 ‘긴급재난문자’ 발송

올여름부터 시간당 100mm 이상의 극한 호우가 예상될 경우 시민들에게 호우 발생 12분 전에 '재난성 호우 긴급재난문자(CBS)'가 발송된다. 기후위기로 갈수록 심해지는 집중호우와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호우·폭염 특보 체계를 전면 개편됐다. 기상청과 행정안전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동 정책설명회를 열고 '2026년 여름철 자연재난 종합대책 및 방재기상대책'을 발표했다. 새 체계는 다음달 1일부터 시범 운영된다. 최근 이상 기후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시간당 100mm 이상 집중호우 발생 빈도는 1970년대 대비 약 3배 증가했고 폭염과 열대야 일수 역시 2~3배 늘었다. 지난해 여름철 강수량은 평년보다 15% 적었지만 시간당 100mm 이상의 극한 호우는 16차례 발생했다. 이날 경남 남해군 이동면 일대에는 올해 첫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지난해 첫 발송일인 5월 16일보다 4일 빨라진 것으로, 5월부터 이른 극한 호우가 발생하고 있다. 새롭게 편성된 CBS는 시간당 85mm 이상이면서 동시에 15분 강수량 25mm 이상이 관측되거나, 시간당 100mm 이상 호우가 예상·관측될 경우 발송된다. 기존 호우 긴급재난문자보다 한층 강화된 최고 수준 경보다. 읍·면·동 단위로 발송돼 주민들에게 즉각적인 대피 필요성을 알리게 된다. 연혁진 기상청 예보국장은 “시간당 85mm와 동시에 15분 25mm 이상 강수가 확인될 경우 실제 시간당 100mm 도달 전 평균 12분 정도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금 즉시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재난성 CBS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시간당 100mm 이상 폭우에서는 인명피해 발생률이 97%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단순 사후 경보를 넘어 사전 대비까지 가능하도록 '5단계 호우 대응체계'도 처음 가동한다. 호우 발생 2~3일 전 제공되는 '호우 발생가능성 정보'를 시작으로 △호우예비특보 △호우주의보 △호우경보 △긴급재난문자로 이어지는 단계별 대응 체계다. 수도권에서는 호우특보 해제 예상 시점을 안내하는 '호우특보 해제 예고제'도 시범 운영된다. 폭염 대응 체계도 강화된다. 정부는 기존 폭염경보보다 높은 단계인 '폭염중대경보'를 신설했다. 일최고체감온도 38℃(도) 또는 일최고기온 39도 이상이 하루 이상 예상될 경우 발령된다. 밤 최저기온이 일정 기준 이상 유지될 경우 발표되는 '열대야주의보'도 함께 시범 운영된다. 연 국장은 “체감온도 38도는 온열질환자가 급증하는 임계 온도를 고려해 설정한 기준"이라며 “38도 이상에서는 외부 기온이 체온보다 높아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폭염중대경보 발령 시에는 '멈춤·이동·확인' 행동 수칙이 안내되고 고용노동부와 협업해 옥외 작업 중지도 적극 권고할 방침이다. 현장 대응 체계도 대폭 강화된다. 행안부는 올해부터 읍면동장이 직접 대피 명령을 내리는 체계를 운영한다. 전국 모든 시군구에서 약 9만4000명의 '주민 대피 지원단'이 운영된다. 특히 고령자 등 자력 대피가 어려운 주민들을 대상으로 1대1 매칭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용균 행안부 자연재난실장은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읍면동장 주도의 신속한 대피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하연·이현진 인턴기자

신규 댐 대신 ‘숨은 물그릇’ 활용…홍수조절 용량 최대 10% 확대

정부가 신규 댐을 건설하기 보다 기존 농업용 저수지와 수력·양수발전댐의 '숨은 물그릇'을 최대한 활용해 여름철 홍수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기후변화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상황에서 기존 시설 운영 방식을 바꿔 홍수조절 능력을 최대 10%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1차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여름철 홍수대책'을 보고했다. 이번 대책은 신규 댐 건설이 아닌 물그릇 확보와 인공지능(AI)·디지털트윈(DT) 기반 예측 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우선 농업용 저수지와 발전댐, 하굿둑 등을 활용해 기존보다 추가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하기로 했다. 전체 홍수조절용량은 기존 108억2000만톤에서 118억6000만톤으로 최대 9.6%(10억4000만톤) 늘어난다. 이는 한탄강댐 약 3개 규모의 홍수조절 효과와 비슷한 수준으로 신규 댐 건설 없이 약 4조원의 예산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기후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업해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업용 저수지의 활용 범위를 확대한다.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는 범위에서 사전 방류 등을 실시해 홍수조절용량을 기존 6억4000만톤에서 최대 10억6000만톤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금강·영산강·낙동강 하굿둑과 아산만 방조제 역시 운영 기준을 조정해 추가로 1억5000만톤 규모의 물그릇을 확보한다. 기후부는 지역별 강우 상황과 상류 댐 방류 현황 등을 종합 분석해 홍수 위험이 커질 경우 사전 방류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또 홍수통제소의 수문 방류 승인 대상을 기존 38곳에서 58곳으로 확대해 저수지·하굿둑·댐을 연계한 통합 대응 체계도 강화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하는 수력발전댐과 양수발전댐도 홍수 대응에 적극 활용된다. 수력발전댐의 홍수조절용량은 기존 3억8000만톤에서 최대 8억5000만톤 수준으로 확대된다. 강우 예보 시 미리 수위를 낮추는 방식으로 추가 물그릇을 확보하는 구조다. 양수발전댐은 강우 예보 전에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리는 방식 등을 통해 총 3000만톤 규모의 추가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한다. 정부는 AI 기반 예측 체계도 강화한다. 올해 처음 도입되는 도시침수예보는 서울 강남역과 신대방역 일대 등 6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침수 범위와 수심을 사전에 예측해 '침수주의보'와 '침수경보'를 발령하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소방당국이 출입 통제와 차수판 설치 등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AI 홍수예보 시스템도 고도화된다. 레이더 기반 초단기 강수예측 모델의 적용 범위를 남한 내륙에서 한반도 전체로 확대하고, 해상도 역시 8㎞에서 1㎞ 수준으로 세분화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홍수특보 발령 시간을 앞당기고 주민 대피 시간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홍수 위험 지역과 하천·하수도 시설에 대한 집중 점검도 병행한다. 기존 안전안내문자로 발송되던 홍수 '심각' 단계 정보는 최대 음량으로 전달되는 긴급재난문자로 격상해 발송한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기존 댐과 저수지, 하굿둑을 최대한 활용해 홍수 대응 능력을 높이는 것은 수조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는 사례"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일본시장 진출 지름길”…RX Japan, 산업별 1:1 맞춤형 전시 전략 공개

한국과 일본은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으며, 이를 탈피하고자 재생에너지 등 대체 에너지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관련 산업이 비슷해 서로 경쟁도 하지만, 협력할 부분도 많다. 일본 최대 전시회 주최사 RX Japan은 오는 6월 서울과 부산에서 일본 시장 진출에 대한 상담을 지원하는 '세미나 & 1:1 맞춤 상담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세미나 & 1:1 맞춤 상담회'는 서울에서는 4년 연속 개최되며, 올해 처음으로 부산에서도 열린다. 참가 기업은 세미나를 통해 일본 전시회 활용 전략을 개요 중심으로 이해하고, 희망 시 1:1 상담으로 보다 구체적인 실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세미나와 상담회는 한국 기업이 일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전시회에 참가할 때 반드시 짚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했다. RX Japan의 전시 전문팀이 전시 목적 설정부터 전시회 선택, 참가 방향성까지 전반적인 흐름을 안내해 참가 기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판단 기준을 마련하도록 돕는다. 서울 세미나는 △반도체·전자 △고기능 소재 △제조업(기계요소)·스마트 팩토리 △건축 △코스메틱 △패션·생활잡화 △농업·식품 △자동차 △IT·AI·XR·DX △제약·바이오 △교육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군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 참가 기업이 자사 제품·서비스와 연관된 산업 세션을 선택해 전시 활용 전략의 큰 흐름을 이해하고, 이후 1:1 상담으로 보다 구체적인 논의로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서울 세미나는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잠실 롯데월드타워 SKY31에서 열린다. 부산 세미나는 서울 세미나에서 다루는 12개 산업군을 한 자리에서 폭넓게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자, 제조, IT, 에너지, 소비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전시회 정보를 한 번에 접할 수 있어 기업들은 자사 비즈니스에 적합한 일본 전시회 참가 방향성을 효율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부산 세미나는 6월 15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다. 세미나 이후에는 1:1 상담회를 통해 관심 산업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산업군의 담당자와 현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기에 당일 충분한 상담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이후 커뮤니케이션으로 자연스럽게 이어나갈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인 전시 검토와 정보 수집의 출발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RX Japan은 에너지 분야의 전시회에 강점이 있다. 회사는 지난 3월 17~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위크 2026'을 개최했다. 이 전시회는 재생에너지 등 대체에너지와 탄소중립에 관한 솔루션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올해는 수소를 핵심으로 잡으며, 전시회 구성도 크게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ESS) △수소차•수소 활용 기술로 했다. 전시장을 총괄한 오가사하라 노리히로(Ogasahara Norihiro) RX Japan 사무국장은 일본 에너지 정책의 특징을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함께 가져가는 통합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전시회에는 지난해에 빠졌던 현대자동차가 다시 참가했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일본 시장에 수소차 넥쏘를 출시하며 일본 수소시장 공략에 나섰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전력감독원 추진에 발전업계 긴장 “AI 감시·출력제어 규제 부담 커질 것”

전력감독원 신설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발전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계통 운영 복잡성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독립 감독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AI 기반 시장 감시와 출력제어 관리 강화, 이중 보고 체계 등으로 사업자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정치권, 전력업계 안팎에서는 전력감독원 신설을 전제로 한 전기사업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 정책실장·비서실장 라인에서도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실제 출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대응"…전력거래소 이중 역할 한계 지적 정부는 현재 전력시장 구조가 재생에너지 확대 추세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전력거래소가 발전사업자와 판매사업자(한전 등) 사이에서 공정한 전력 도매 거래가 이뤄지도록 돕고, 실시간 전력수급 균형과 계통 운영을 통해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기관이다. 주요 역할은 전력시장 운영, 전력계통 운영, 실시간 급전, 전력수급계획 수립 지원 등이다. 즉, 시장 운영자이자, 감시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이중 역할' 구조로는 독립적 감독 기능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 계통 운영, 출력제어, 시장 감시 관련 규정이 기관별로 분산돼 있어 중재 기능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로 전력감독원과 유사한 감독기구 신설 논의는 2013년과 2021년에도 추진됐지만, 기존 조직 반발과 기획재정부 반대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현재 국회에는 6개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공통적으로 전기위원회 권한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감독기구 신설 여부와 권한 범위는 법안마다 차이가 크다. 업계에서는 특히 허성무 의원안과 서왕진 의원안을 핵심 법안으로 보고 있다. 서왕진 의원안은 감독원 권한과 정부 기속 조항을 대폭 강화한 강경 모델에 가깝다. 반면 허성무 의원안은 현실적인 구조라는 평가를 받지만 감독 권한 자체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안팎에서는 전력감독원을 금융감독원과 유사한 '무자본 특수법인' 형태로 설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조직 규모는 약 130명 수준이 검토된다. 이 가운데 약 30명은 한전과 전력거래소 인력을 차출하고, 나머지 100명 안팎은 신규 박사급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방향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내부에서도 이미 파견 및 전출 대상 검토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향후 발전공기업 통폐합이 현실화될 경우 시장운영·정산·계통 관련 조직 일부가 감독원으로 흡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발전업계 “AI 감시·출력제어 규제 부담 커질 것", “한전 재무 정상화는 긍정적" 발전업계는 감독원 출범 이후 직접적인 규제 대상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큰 만큼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AI 기반 시장 감시 시스템 구축, 실시간 데이터 제출 의무, 출력제어 이행 여부 감시, 운전방식 관련 규제 등이 강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와 감독원에 동시에 보고해야 하는 '이중 보고 체계'가 만들어질 경우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사업자 분담금 부과 등을 통해 사업자의 비용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 정책 방향이 점차 공기업 중심으로 회귀하는 분위기"라며 “민간 역할 축소와 규제 강화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감독원 신설이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송·변전망 건설 지연이나 발전제약 문제에 대해 독립적인 검증 기능이 강화될 경우 시장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다. 또한 요금 결정 구조의 독립성이 강화되면 한전 재무건전성과 정산 안정성이 개선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장기적으로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가 정상화될 경우 발전기 가동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일부 존재한다. ◇“시장 효율화냐, 관치 강화냐 갈림길" 결국 전력감독원은 향후 국내 전력시장이 '독립적 규율 체계'로 진화할지, 아니면 정부 개입이 더욱 강해지는 '관치형 시장'으로 이동할지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감시 강화 자체는 필요하지만, 감독과 규제가 동시에 강화될 경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며 “전력감독원이 시장 안정 장치가 될지, 또 다른 규제기관이 될지는 향후 설계 방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가스산업의 디지털전환… AI 비서가 서류 요약부터 사고 예측까지

가스 공공기관들이 잇따라 사내 전용 생성형 AI모델을 도입함에 따라 업무효율이 수직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공급, 건설 등에서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으로 산업 전반의 효율이 높아지고, 안전 분야에서도 사전예측 및 빠른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도입하기 시작한 사내 전용 생성형 AI 모델인 '업무 Mate'를 최근 오픈하고 직원 교육을 통해 본격적인 사용에 들어갔다. 가스공사 AI 모델은 내부망에서도 내외부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축됐다. 직원이 필요한 기능을 직접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내부 업무 자료는 보안이 강화된 '사내 전용 모델'로, 최신 기술 트렌드와 방대한 외부 자료 분석이 필요한 분야는 '민간 상용 모델'로 이원화해 처리한다. 이번에 오픈한 사내 전용 AI 모델은 직원들이 민간 상용 AI의 범용적인 기능(문서 작성·요약·번역)과 함께 공사 내부 지식 기반의 AI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가스공사 업무를 8개 분야로 분류해 약 1만3000 건의 내부 문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특히 SAP 설비관리시스템과 연계한 자연어 기반 검색 기능을 개발해 현장의 설비 운영 및 정비 업무 편의성을 대폭 높였다. SAP은 많은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재무, 회계 등 비즈니스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기존 범용 AI 서비스로는 대응하기 어려웠던 사내 지식 기반의 맞춤형 업무 지원이 가능해졌다. 부서별로 축적된 매뉴얼 등 혼재된 내부 지식을 AI와 연계함으로써 직원들의 정보 탐색 시간을 단축하고 업무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가스공사는 향후 생산, 공급, 건설 등 공사 핵심 업무 전반으로 AI 적용을 확대해 업무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지원 역량을 단계적으로 높여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생성형 AI 시스템 2단계 사업을 추진해 단순 질의응답 수준을 넘어 AI가 스스로 업무 맥락을 이해하고 필요한 절차를 지원하는 '에이전트 기반 AI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가스산업의 안전을 총괄하는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박경국)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지능형 기술문서 검색·분석 시스템인 'SAGA(Safety AI Governance Agent)'를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안전관리 체계 고도화에 나섰다. SAGA의 가장 큰 특징은 텍스트 데이터뿐만 아니라 시각 정보까지 읽어내는 '멀티모달(Multimodal)' 이미지 분석 기능의 구현이다. 기존 시스템이 핵심어 중심의 문서 찾기에 그쳤다면, SAGA는 현장 점검원이 촬영한 설비 사진이나 현장의 상황이 담긴 이미지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관련 기술기준(KGS 코드)과 대조 분석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미세한 규격 오류나 안전 보완 사항을 AI가 선제적으로 포착함으로써 현장 점검의 정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 생성형 AI의 고질적 문제인 정보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고도화된 검색 증강 생성(RAG) 기술이 적용되었다. AI가 답변을 생성할 때 반드시 공사 내 공식 기술기준과 사내 규정을 참조하도록 설계됐으며, 모든 답변에는 참조한 원문의 링크를 페이지 단위로 직접 제공해 100% 교차 검증을 지원한다. 또한, 사용자의 복잡한 질문 의도를 분석해 최적의 검색 전략(탑다운/바텀업)을 설정하는 '쿼리 라우팅' 기술을 통해 답변의 신뢰성을 극대화했다. ​SAGA의 목표는 단순 기술문서 검색을 넘어, 지능형 위험분석 기술과 진단·검사 기술의 자동화 그리고 보고서 생성 자동화 등을 통한 안전관리 기술의 AI 고도화에 있다. 따라서 공사는 향후 분석 영역을 법령, MSDS 등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사고 위험이 드러나는 지점을 정밀히 예측하고 대응하는 지능형 안전관리 체계의 표준을 완성해 나갈 방침이다. 이번 기술 개발은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지난 50여 년간 축적한 가스 안전 데이터를 자산화하고 이를 과학적 행정에 활용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AI와 전력, 그리고 국가 전략의 재편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지난 4월부터 스탠포드대학교 프리먼 스포글리 국제학 연구소(FSI, The Freeman Spogli Institute for International Studies at Stanford) 산하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APARC, The Shorenstein Asia-Pacific Research Center)에 머물며, 다양한 학제 간 세미나와 토론에 참여할 기회를 가졌다. 경제, 기술, 안보를 넘나드는 논의 속에서 가장 중요한 시대적 흐름을 하나 꼽으라면 역시 인공지능(AI)이다. AI는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AI를 얼마나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되었다는 현실을 새삼 절감하게 되었다.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가름하는 요소로는 인재, 첨단 반도체, 효율적인 거버넌스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요소로 전력을 꼽을 수밖에 없다. AI 경쟁은 결국 전력 경쟁이다.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고, 알고리즘을 훈련시키며, 산업은 물론 국가 경영 전반에 AI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양의 전력을, 적절한 가격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전력 공급이 늦어질수록 기술 격차는 그대로 산업 격차로 이어진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에너지 안보의 의미도 빠르게 재정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더해 중동에서의 긴장까지 고조되면서, 에너지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는 다시 전면에 부상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둘러싸고 특정 전력원(源)에 대한 찬반이 비교적 명확하게 갈렸던 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 되었다. 그러나 화석연료의 지정학적 위험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전환 자체가 에너지 안보와 맞물리게 된 것도 사실이다. 스탠포드대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州)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최첨단을 걷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혁신 역량과 높은 환경 의식을 동시에 갖춘 지역이다. 경제 규모만 보더라도 일본을 넘어설 정도로 세계 상위권 규모를 자랑하는 데다가 경제 성장률 역시 미국 전체 성장률보다 높다. 이러한 캘리포니아의 전력 구성에서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청정에너지 비중이 60%에 다다를 정도로 크게 확대되었다. 다만 이러한 캘리포니아 모델을 모든 국가가 그대로 따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후나 지리와 같은 자연 조건, 산업 구조, 정책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스탠포드대에서도 단연코 가장 빈번하게 논의되는 중국은 나름의 방식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유기업(SOE)과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가 유기적으로 연계된 구조 속에서 AI 발전에 국가적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물론 첨단 반도체와 GPU 확보라는 제약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중국의 AI 발전 속도와 규모는 이미 글로벌 경쟁 구도를 재편할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발전 설비용량과 발전량은 모두 2023년에 이미 미국의 2배 이상이 되었다. 전력산업과 관련된 투자도 2024년 기준으로 글로벌 투자액 전체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6%(3,383억 달러)였는데 반해, 중국의 비중은 39%(8,184억 달러)에 달했다. 석탄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빠르게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면서 배터리와 신에너지 분야도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한국은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동시에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이러한 조건에서 AI 시대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 투자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력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설계,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 그리고 산업 정책과 에너지 정책의 통합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다. AI 시대의 경쟁은 선형적이지 않다. 일정 시점을 넘어서면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 전력 공급이 늦어질수록, 그리고 정책 대응이 지체될수록 한국이 직면하게 될 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은 개별 기업이나 특정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전략적 방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에너지와 AI, 그리고 산업 정책을 하나의 축으로 묶는 '국가 대계'와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합의, 그리고 일관성 있는 추진력이 요구된다. bienns@ekn.kr

‘역대급 실적’ 한전KPS, 1분기 영업익 370억 375%↑

발전소 정비 업무를 전문으로 맡고 있는 상장 공기업 한전KPS가 1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전KPS는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3524억원, 영업이익 370억원, 당기순이익 2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4%, 374.6%, 161.9% 증가했다. 1분기 사업별 매출을 보면 화력 1088억원, 원자력 및 양수 1499억원, 송변전 275억원, 해외 360억원, 대외 302억원이다. 올해 예방정비 계획은 화력 97호기로 전년보다 11개 호기 증가, 원자력 20호기로 전년보다 7개 호기 증가할 예정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이슈] 통합발전사 한전에서 분리되면, 한수원은?

정부가 발전자회사 통합을 검토하면서 전력산업 구조 전반에 '지각변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한국전력공사와 통합발전사, 한국수력원자력 간 권한과 역할 재편, 나아가 원전·재생에너지 사업 구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발전자회사 통합은 관련 법안(발전공사법안)이 6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재 한전의 발전자회사(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 발전)들은 한전의 100% 자회사 구조이다. 이들이 통합돼 단일 법인 또는 별도 독립체로 재편된다면 지분은 여전히 한전 소유가 되지만, 지위는 사실상 한전과 대등한 사업자로 격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부 법안에는 정부가 통합발전사의 한전 지분을 모두 사들여, 직접 지배하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는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유지돼 온 '한전 중심-발전자회사 종속' 구조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큰 변화다. 업계에서는 “발전사가 통합되면 규모의 경제와 협상력이 커지면서 전력시장 내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한전의 전통적인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전, 주도권 내려놓을까…“결국 정부 의지" 관건은 한전이 이 같은 구조 변화를 얼마나 수용할지다. 발전자회사 통합은 곧 한전의 지배력 축소를 의미하는 만큼 한전 내부적으로는 부담과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연료 조달, 전력판매, 투자 의사결정 등에서 영향력 감소가 예상된다. 다만 정부가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정책적 판단이 내려질 경우, 한전이 이를 거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관계자는 “민간 기업이라면 갈등이 불가피하지만 공기업은 결국 정책 방향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발전자회사 통합 논의는 자연스럽게 한수원의 지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발전자회사들이 통합돼 독립성이 강화된다면 한수원 역시 자회사 구조에서 벗어나 별도 독립을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정부가 원전 수출을 한전 중심으로 일원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다, 한수원 수장이 한전 출신 인사라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오히려 한전-한수원 협력 강화 흐름이기 때문에 독립 논의가 본격화되긴 어려운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변수…“수력 등 재생에너지는 통합 발전사로 이관해야" 발전사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중장기 변수는 '에너지 믹스 재편'이다. 통합 발전사는 규모를 바탕으로 투자 전략을 재정립하게 되는데, 글로벌 흐름과 정책 방향을 고려할 때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의 사업 영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한수원은 원자력 외에도 수력, 양수 등 일부 재생에너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 발전사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도하게 될 경우, “수력 등 비원전 사업은 통합 발전사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는 한수원을 '원전 중심 기업'으로 재정립하는 시나리오와 맞닿아 있다. 실제 5개 발전자회사 노조에서는 통합이 된다면 석탄과 LNG발전의 퇴출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발전설비 규모 유지를 위해 수력,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들은 통합발전사가 모두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전사 통합의 본질은 '전력산업 재설계' 공기업계에서는 발전사 통합 논의는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니라 전력산업 구조 전반을 다시 짜는 문제인 만큼 한전 중심 체계를 유지할 것인지, 발전 부문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강화할 것인지에 따라 향후 시장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한전의 역할(판매·계통 중심 vs 지주회사형) △한수원의 위상(원전 특화 vs 종합 발전사) △재생에너지 투자 주체(통합 발전사 vs 분산 구조) 등 핵심 쟁점이 동시에 얽혀 있다.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진두지휘했던 손양훈 교수는 “원래는 5개 발전자회사 일부를 민영화할 목적으로 분할한 것인데 흐지부지되다보니 결국 다시 합쳐도 상관없다는 논의가 설득력을 얻은 것 같다"며 “아마도 한전과 한수원, 통합발전사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이며 모-자회사 관계도 당분간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결국 이번 논의는 '누가 전력을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한국 전력산업을 어떤 구조로 가져갈 것인가'라는 근본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