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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1, 31년 연속 임금 협상 무교섭 타결

E1은 1월 2일 서울 용산구 소재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노동조합이 2026년 임금에 관한 모든 사항을 회사에 위임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E1은 1996년부터 31년 연속으로 임금 협상 무교섭 타결을 이어가게 됐다. E1은 직원과 경영진이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주요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도록 경영현황 설명회 및 노경 간담회 등을 지속 운영해왔다. 회사 측은 이러한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상호 신뢰를 구축한 것이 미래 지향적인 노경 파트너십의 토대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박승규 노조위원장은 “급변하는 에너지산업 환경 속에서 회사가 경영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위임을 결정했다"며“이번 결정이 회사의 성장에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구자용 회장은 “상생의 노경 문화를 바탕으로 회사가 성장해 온 만큼, 앞으로도 신뢰를 기반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자랑스러운 노경 문화를 이어나가자"고 말했다. 이어 “올 해는 글로벌 보호무역 심화 및 고환율, 저성장 장기화 등으로 인해 더욱 도전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임직원 모두 일치단결하여 E1의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도약의 기회로 만들자"라고 당부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신년 인터뷰] 홍종호 교수 “탄소세 왜 유럽에 내나…국내서 부담하고 돈 돌게 만들어야”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에 너무 수세적이다. EU에 인증서 비용을 내느니 국내에서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부담하는 게 낫다. 그 돈이 국내에 돌 수 있어서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국회의장 직속 기후위기비상자문위원회 위원장)는 지난달 23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CBAM 대응 전략에 대해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새해를 앞두고 우원식 국회의장 인터뷰와 함께 우 의장의 기후위기비상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CBAM은 일종의 탄소세이다. EU가 정한 6개 품목(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에 대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에 따라 EU의 배출권거래제(EU ETS) 가격만큼 비용을 지출해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홍 교수는 올해 본격 도입되는 CBAM에 앞서 배출권 가격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CBAM을 통해 자국의 배출권 가격과 해외 국가들의 배출권 가격을 조정하려 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가 유럽 수준에 맞는 배출권 가격을 유지하면 EU에 세금을 내지 않고도 CBAM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홍 교수는 최근 기후위기가 전 세계적인 식량 안보 문제를 촉발하며 물리적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 10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부문을 떼어내 환경부와 통합한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에 대해서는 “에너지 정책이 너무 오랫동안 산업 정책에 봉사하는 구조로 굳어져 있었기 때문에 행정부에 충격이 필요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이재명 정부가 임기 동안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2035년 NDC 달성 역시 어렵다는 분석이다. 홍 교수는 향후 5년 안에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현 10% 수준에서 20%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역별 요금 차등제와 실시간 요금제를 도입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전기요금이 결정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전에 대해서는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깝다고 진단하며 재생에너지가 현실적으로 가장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에너지원임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재생에너지 설치 여건이 독일이나 영국 등 유럽 대부분 국가와 비교하면 훨씬 좋다"며 “재생에너지는 기후 때문에 가는 게 아니라, 경제성 때문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홍 교수와의 일문일답. -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다고 보는가. ▲ 자연과학자들과 소통해 보면 대체로 기후변화와 인류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다. 산업혁명 대비 1.5℃(도) 한도 목표는 달성 불가능에 가깝다는 인식도 많고 남북구 빙하 융해, 해수면 상승, 바다 온도 상승 등이 결합하며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진단이 많다. 사회과학자의 시각에서 보면 가장 중요한 건 인간이 어떻게 개입할 것이냐다. 전 인류가 공통 목표를 지향하며 함께 가야 하는 문제다. 기후위기 피해가 워낙 심각한 만큼 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금보다 더 강하게 추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다. 지금도 배출량 1위는 중국이지만 중국의 탄소 배출 증가 속도는 분명히 둔화됐다. - 기후위기가 우리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있나. ▲ 10년 전과 비교하면 물리적 피해가 훨씬 커졌다. 경제·금융 분야에서도 기후발 인플레이션, 농산물 가격 급등이 이미 현실이 됐다. 이는 전 지구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더 나아가 식량 공급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는 국가들도 등장하고 있다. 배출된 탄소만으로도 폭우·폭염·가뭄·산불 같은 피해가 눈에 보이게 나타나고 있고,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앞으로는 이런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미국처럼 영향력이 큰 국가가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고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전 세계에 주는 신호는 매우 부정적이다. 기후 피해는 이미 현재진행형인 만큼 한국은 그 안에서 어떤 경로를 찾을지 매우 어려운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 정도 지났다. 지금까지 기후·에너지·환경 정책을 평가해보면 어떤가. ▲ 에너지 정책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떼어내 환경부에 붙여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만든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 과거에는 동력자원부가 상공부와 합쳐지면서 에너지 정책이 산업 정책의 일부가 됐다. 당시에는 안정적이고 최대한 싼 화석연료를 공급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였고 그 시점에서는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기후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화석연료 사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럼에도 산업부 안에 있던 에너지 정책은 오랫동안 산업 정책에 봉사하는 관성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이를 깨기 위해서는 행정부에 충격이 필요했다고 본다. 산업부와 환경부는 오랫동안 물과 기름 같은 관계였다. 화학적으로 결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다만 이제 에너지 정책은 규제 정책과 함께 가야 한다. 중요한 건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인식 전환이다. 탄소를 배출하며 에너지를 생산·소비하는 구조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빨리 받아들이고 그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2018년 대비 53~61% 감축으로 제시됐다. ▲ 53~61%처럼 범위를 제시하는 나라도 없지는 않지만 폭이 상당히 넓다. 50%를 넘어서면 1%포인트를 추가로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8%포인트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양쪽(환경계와 산업계) 의견을 모두 담으려다 보니 이렇게 제시된 것 같지만 국민과 산업계에 주는 메시지는 다소 모호하다. 사실 핵심은 2035년 53%가 아니라 2030년 40%다. 2030년 40% 감축은 현재 상황에서는 매우 도전적인 목표다. 지난 정부에서 충분한 탄력을 주지 못했고 이제 남은 시간이 5년밖에 없다. 2030년에 40%를 달성하면 2035년 53%는 갈 수 있다. 하지만 2030년에 실패하면 2030~2035년 사이에 훨씬 더 큰 추가 노력이 필요해진다. 결국 이 정부가 남은 5년 동안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정부에 부담을 넘기게 된다. - AI 시대에 원전하고 소형모듈원전(SMR)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해서 풀 수는 없는 문제인가. ▲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앞으로 전력 수요가 얼마나 늘어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1~2년 전만 해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상상 이상으로 폭증할 거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과다 추정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전력 생산의 약 60%를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AI 산업 확대는 전력 소비 증가, 즉 탄소 배출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이 충돌하지 않으려면 전력 생산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SMR은 결국 시장에서 성패가 갈릴 것이다.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러 실질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규모를 줄이면 규모의 경제가 약화되는데 그 상태에서 발전 단가 경쟁력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대형 원전도 마찬가지다. 현재 26기에서 신한울 3·4호기까지 가면 30기다. 국토 면적 대비 원전 설비 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에서 원전을 더 짓는 게 맞는 선택인지 고민해야 한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 역시 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지금은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를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비중이 너무 낮다는 현실을 먼저 봐야 한다. 이를 최대한 빨리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원전과 화석연료의 위치가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다. -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 재생에너지 여건이 좋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 대중 강의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어디에 설치하느냐', '한국은 바람도 없고 햇볕도 약하다'는 이야기다. 재생에너지가 중금속이나 소음 문제를 일으킨다는 주장도 많은데 상당수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다. 유럽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국이 미국이나 중동처럼 태양광 여건이 뛰어난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독일이나 영국과 비교하면 훨씬 낫다. 이런 논리라면 한국은 애초에 경제성장이 불가능한 나라였어야 한다. 자원도 없고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했지만 결국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 재생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인식 변화다. 5년 전보다 시민들의 인식은 분명히 좋아졌다. 재생에너지 관련 가짜뉴스가 문제라는 공감대도 생기고 있다. 관건은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많이 늘리느냐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민 소득을 늘리고 풍력도 실제로 해보면 우려만큼 부작용이 크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지금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약 10% 수준인데 3~5년 안에 20%는 가야 한다. 25%까지 가도 일본 수준이다. 결코 앞선 수치가 아니다. - 재생에너지공사 등을 통해 공기업 주도로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그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는 분산형 에너지이고 시장에서 수많은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 기술 개발은 대기업이 설치와 운영은 중소기업이 맡는 구조다. 태양광 사업자 10만 시대라고 하는데 대부분 중소사업자다. 공사를 만드는 방식보다는 시장이 잘 작동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 - 송전선로 건설이 주민들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주민수용성을 높이려고 투자를 늘리면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문제도 있지 않나. ▲ 송전망 부족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다. 발전원이 무엇이든 한국 송전망이 부족하다는 건 사실이다. 주민 반대를 이유로 책임을 미루는 방식으로는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지방에서 생산한 전기를 거의 전부 수도권으로 보내는 구조였다. 충남 당진에 가면 석탄발전소 10기가 있는데 거기서 만든 전기는 당진 시민들에게 거의 쓰이지 않고 수도권으로 간다. 당진 시민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부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나 실시간 요금제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 송전거리가 길수록 손실이 커지는 수도권이 더 비싼 전기요금을 내는 게 형평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수도권에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를 계속 짓고 전기는 남쪽에서 다 끌어오는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하냐는 거다. 이제는 전기 있는 곳으로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이 가야 할 시대다. 재생에너지가 많은 서남권, 동남권으로 기업들이 내려가면 송전선 부담도 줄고 사회적 비용도 크게 줄어든다 - 한전 적자 상황이 심각하다.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 보는가. ▲ 원가가 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구조 탓이다. 전기사업법에는 원가주의가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오랫동안 지켜지지 않았다. 산업용 전기를 너무 싸게 공급해 왔고 최근엔 산업용 요금을 올리다 보니 가정용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까지 생겼다. 정치권은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을 굉장히 두려워한다. 통신요금에는 더 많은 돈을 쓰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에는 사회적으로 굉장히 인색하다. 한전 적자를 결정적으로 키운 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는데도 전기요금을 최대한 동결하려 했고 그 결과 국민은 에너지 위기를 체감하지 못했다. 대신 한전의 부담만 커졌다. 이제는 전기요금 정상화와 전력산업 구조 정상화를 같이 논의해야 한다. 이걸 미루면 탈탄소 시대, 재생에너지 전환 시대를 제대로 버텨내기 어렵다. - 올해 유럽에서 CBAM이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데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대비해야 겠는가. ▲ CBAM은 국가가 국가를 상대로 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온 탄소를 이유로 제재하는 첫 사례다. 예전 같았으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가 난무했을 텐데 대부분 나라가 그러지 못한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탄소 비용을 내부에서 부담하면서 생산하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다른 나라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그건 탄소 누출이 되고 기후 대응이라는 대의에 어긋난다. 문제는 한국이 너무 수세적이라는 거다. EU에 인증서 비용을 내느니 국내에서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을 늘려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게 낫다. 그 돈이 국내에서 돌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는 고통만 주는 게 아니다. 제대로 설계된 규제는 혁신을 만든다. 탈탄소 공정, 에너지 효율 기술 개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산업계가 어렵다는 건 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정부는 정책·금융·재정적으로 적극 지원해야 하고 산업계도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일반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는가. ▲ 우리는 여전히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강한 사회에 살고 있다. 짧은 기간에 성장해 왔고 그 경험을 한 세대가 아직 사회의 중심에 있다. 이걸 무시하고 환경 의식이 낮다고 비난해 봐야 답이 안 나온다. 기후 문제를 환경 문제가 아니라 경제 문제로 봐야 한다. 기후 문제는 먹거리 문제고 일자리 문제고 물가 문제고 생존 문제다. 이 인식이 퍼지면 공감대는 훨씬 커진다. 기업들도 해외에 나가면서 공급망 실사, 스코프 1·2·3 같은 규범의 압박을 체험하고 있다. 결국 남은 건 정치권과 언론이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처럼 합의 가능한 모델을 키워야 하고 언론은 가짜뉴스를 줄이고 세계 흐름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기후 때문에 가는 게 아니라 경제성 때문에 가는 거다. 제일 싸고 제일 빠르다. 이걸 인정하면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의 소모적 갈등도 줄어든다. 결국 해답은 재생에너지를 키우는 데 있다. 대담=강찬수 기후환경전문기자 정리=이원희 기자 □ 홍종호 서울대 교수 프로필 ◇약력 △1963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시간주립대 경제학 석사 △코넬대 경제학 박사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 (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원장 △기획재정부 재정정책자문회의 위원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아시아환경자원경제학회(AAERE) 회장 △한국재정학회 회장 △한국경제학회 부회장 △한국환경경제학회 회장 △서울대학교 지속가능발전연구소(ISD) 소장 △세계은행(World Bank) 컨설턴트 △아시아개발은행(ADB) 컨설턴트 △에너지전환포럼 상임공동대표 △에너지전환포럼 상임고문 (현) △국회의장 직속 기후위기비상자문위원회 위원장 (현)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원희의 기후兵法] 링 위에 오른 재생에너지, 관건은 배출권 가격

올해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가 '우대 전원' 지위를 내려놓고 원전·화력발전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 그동안 정산단가와 균등화발전비용(LCOE)을 놓고 탁상공론에 그쳤던 발전원 간 경쟁이 실제 시장 가격을 통해 검증되는 구조로 전환되는 것이다. 다만 전력시장 개편의 성패가 올해부터 시행되는 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에서 배출권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전력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3월 재생에너지 준중앙급전 제도 도입을 시작으로, 현재 제주 지역에서 운영 중인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올해 중으로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를 우선적으로 구매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 경쟁을 벌이는 시장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기존의 우선구매 방식과 연료비 반영 구조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과잉과 가격 왜곡 문제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 전력시장 개편의 배경으로 꼽힌다. 전력시장 구조가 바뀌면 발전원별 성격 차이는 가격으로 드러난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태양광·풍력 발전이 과잉될 경우 전력도매가격(SMP·계통한계가격)은 하락하고 상황에 따라 마이너스 가격까지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출력 조정이 가능한 유연성 전원으로서 전력 수요가 급증해 가격이 오를 때 발전에 나서 추가 수익을 회수할 수 있으나, 대신 발전에 따른 탄소배출 비용은 외부에서 감당해야 한다. 양수발전이나 대용량 배터리 등 에너지저장장치(ESS)도 전력가격이 저렴할 때는 전력을 저장하고 비싸질 때는 전력을 팔 수 있다. 원전은 연료비가 낮지만 출력 조정이 어려운 경직성 전원인 만큼 유연한 입찰 전략을 펼치기 어려워 가격 하락 국면에서는 수익성이 제한될 수 있다. 또한, 폐기물 처리와 같은 외부비용을 감당해야 하는데 발전수익으로 이 비용을 조달해야 한다. 지금처럼 재생에너지, 원전, 석탄, LNG 순으로 전력을 우선 구매하고 전력가격은 LNG 가격을 기준으로 형성되는 연료비반영시장이 일부 가격기반 경쟁시장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이같은 기존 시장 구조에서는 특정 발전원이 혜택을 본다는 '무임승차' 논란을 피하기 어려웠다. 그동안 언론과 업계에서는 LCOE와 정산단가를 기준으로 “어떤 에너지원이 더 싸다"는 논쟁을 반복해왔다. 실제 가격 경쟁을 해보지도 않고 승패를 가르려 했던 셈이다. 전력시장 개편은 발전원들을 같은 시장에 올려 실제 가격 경쟁을 붙여보는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간헐성·탄소배출·경직성 등 각 발전원이 가진 단점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 입찰시장에서 어떤 전원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가 드러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발전원이 경쟁력을 갖는지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과도기적 제도로 도입되는 것이 재생에너지 준중앙급전 제도다. 준중앙급전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하루 전 시간대별 발전계획을 제출하고 전력 수급 상황에 따라 전력거래소가 가동중단(출력제어)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사업자는 발전량 예측 정확도와 출력 제어 이행 여부에 따라 예측정산금과 출력제어 정산금을 받을 수 있어 단순 출력 제어에 따른 손실을 일정 부분 보전받는다. 다만 입찰을 통한 가격 경쟁을 요구하지는 않아 전력시장 전면 경쟁 체제로 가기 전의 완충 장치다. 문제는 전력시장만 개편될 경우 공정성이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핵심 변수는 탄소배출권 시장이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발전·산업 부문에 배출 허용량을 할당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설계돼 있다. 정부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2026~2030년)에 배출권 총할당량을 이전 계획기간 대비 17%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톤당 1만원 수준에 머물고 있는 배출권 가격이 올해 말에는 2만8680원까지 오를 것으로 나무이엔알(NAMU EnR)은 예상했다. 이호현 기후부 2차관도 지난해 12월 17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에 배출권 가격이 약 1만9000원에서 2만원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전력시장 경쟁에서 배출권은 화력발전의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역할을 한다. 배출권 가격이 충분히 형성돼야 화력발전은 그 비용을 반영한 상태에서 재생에너지·원전과 경쟁하게 된다. 이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정책 취지에도 부합한다. 특히 발전 부문은 배출권을 정부로부터 돈을 주고 구매하는 유상할당에 대한 비율을 올해 15%에서 2030년 5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반대로 배출권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가격이 낮을 경우 화력발전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경쟁력을 유지하게 되고 재생에너지 측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가 배출권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해 시장안정화제도를 가동할 경우 재생에너지의 경쟁력에 간접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산업 부담이 커지지만 낮게 묶으면 탄소중립 정책의 힘이 약해진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시장의 경쟁체제 도입은 가야 할 길"이라며 “다만 배출권의 적정 가격 수준이 어디인지는 아직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배출권 가격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없을 때 비로소 시장에서 온전히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최연혜 가스公 사장 “모든 업무 AI로 대전환 추진”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모든 업무의 AI 대전환 추진을 당부했다. 최 사장은 2일 대구 본사에서 가진 2026년 시무식에서 “지난해 가스공사가 거둔 의미 있는 결실들은 임직원 모두가 합심해 이룬 값진 성과"라며, “앞으로도 애정과 헌신으로 100년 기업을 향해 나아가 달라"고 당부했다. 최 사장은 지난해 주요 성과로 △정부 경영평가 종합 B등급 달성 △미국산 LNG 장기 도입 계약 체결 △안전한 설비 운영을 통한 중단 없는 에너지 공급 △개별요금제 계약 확대 △LNG 캐나다 상업 생산 개시 및 지분 물량 도입 △모잠비크 신규 투자 사업 재개 △당진기지 AI 플랜트 구축 등을 꼽았다. 특히 강도 높은 경영 효율화로 경영평가 등급을 2단계 향상시킨 것은 유례없는 성과이며, 국내 최초로 AI·빅데이터와 원격 관리 기술을 전면 적용해 건설 중인 당진기지 AI 플랜트는 공급설비 효율화의 혁신을 상징하는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최 사장은 이어 “AI 대전환은 이미 시작된 확실한 미래"라며, “AI 대전환에 따른 공공서비스 혁신과 사회적 책임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는 만큼, 가스공사도 모든 업무 분야에서 AI 대전환을 추진해 스마트하고 효율적인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인재난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사업 전방위적인 AI 대전환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끝으로 “가스공사는 여전히 새로운 도전과 큰 변화를 마주하고 있지만, 지난 40여 년간 쌓아온 저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에너지 산업 발전을 이끌어 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주요 간부 등 40여 명은 시무식 후 대구 앞산 충혼탑을 참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나무이엔알, 유럽 CBAM 대응 전략 시뮬레이터 개발

유럽 CBAM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6대 품목을 EU로 수출할 때, 해당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해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제도다.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다른 국가보다 높은 점을 고려해, 공장이 해외로 이전되는 탄소 누출 현상을 방지하고 EU 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유럽 CBAM은 전환기간과 확정기간으로 구분된다. 올해부터는 확정기간으로, EU의 사전 승인을 받은 수입 신고자는 검증을 거친 전년도 수입품의 내재 배출량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CBAM 인증서는 유럽 탄소배출권 경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유럽 할당배출권(EUA)을 구매해 확보해야 한다. 나무이엔알이 이번에 개발한 EU-CBAM 대응 전략 시뮬레이터는 비용 최소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특히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 분석과 전망을 바탕으로 CBAM 인증서 톤당 비용, 인증서 수량, 인증서 납입 금액 등을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탄소배출권 금융상품과 금융공학 기법을 활용한 위험 관리도 가능하다. 김태선 나무이엔알 대표이사(법무법인 린 탄소전략연구소 소장)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유럽 탄소국경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CBAM 대응을 위한 직간접적 대규모 비용이 발생되는 만큼 선제적인 비용 극소화 전략과 위험관리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당사에서는 다양한 금융공학기법 소개와 함께 관련 주요 기관들과 협력 라인을 구축해 나아갈 예정이다" 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민주당,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론’ 놓고 내부 충돌 격화…대통령 신년사로 혼란 가중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을 둘러싼 내부 충돌이 격화·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착공에 들어간 국가 전략사업을 두고 여당 내부에서도 상반된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면서, 정책 혼선과 산업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논란의 불씨는 현역 민주당 국회의원이기도 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김 장관은 지난달 26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반도체 산업이 소비하는 막대한 전력 규모를 언급하며 “전력이 충분한 지역에서 산업을 운영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조성 공사가 한창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역 이전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후 29일 기후부에서 해명자료로 “지역별 전력수급 여건 차이로 인한 대규모 송전망 건설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지산지소(지역 소비전력은 지역 생산전력으로 공급)형 전력망 구축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전력과 용수를 담당하는 주무장관으로서의 고민을 설명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불은 붙여졌다. 지난해 12월 31일 민주당 전북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안호영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은 공개 발언을 통해 “김 장관의 발언을 환영한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새만금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위원장은 이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가 산업 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며, 새만금이 대체 입지로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자 민주당 내부에서 즉각 반론이 제기됐다. 같은 날 용인(정)이 지역구인 이언주 의원은 별도 입장문을 통해 “김성환 장관 발언으로 현실성 없는 이전론이 불붙으면서 불필요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 의원은 이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미 착공에 들어간 국가 전략사업"이라며 “정치적 논쟁으로 사업의 신뢰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전 논쟁이 아니라,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할 전력·용수·인프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언주 의원은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산업통상자원부 혹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된 바 있어 발언의 무게감이 더욱 크다. 새해 첫날인 1월 1일에는 양기대 전 국회의원(현 광명시장)도 공식 성명을 내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지방 이전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 전 의원은 “반도체 산업은 속도와 집적이 생명인데, 이미 진행 중인 클러스터를 이전하자는 주장은 산업 현장을 무시한 발상"이라며 “국가 전략사업을 정치 논리로 흔드는 것은 심각한 정책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지방 균형발전은 별도의 전략으로 추진해야지, 기존 핵심 산업을 옮기는 방식이 해법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민주당 내부에서 이전론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신년사에서 관련 언급이 나오면서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에너지가 풍부한 남부의 반도체 벨트부터 인공지능 실증도시와 재생에너지 집적단지까지, 첨단산업 발전이 지역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설계하겠다"고 언급했다.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반도체·AI·재생에너지를 지역 발전 전략과 직접 연결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이전론이 가볍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0일 '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도 반도체 기업인들을 향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가져달라"며, 세제·규제·인프라·정주 여건을 포함한 종합 지원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최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정부 내부에서 반도체 산업과 재생에너지, 지역 균형발전을 연계한 보다 구체적인 구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이러한 메시지가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수사에 그칠 가능성, 또는 장관 개인의 문제 제기일 뿐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반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대통령의 신년사와 수차례 공개 발언에서 유사한 문제의식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반도체·에너지·지역정책이 결합된 새로운 산업 전략이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될지 여부를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민주당 내부 갈등 및 이전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산업 전반에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전력·용수·교통 등 대규모 인프라가 연계된 초대형 프로젝트로, 정부의 일관된 정책 신호와 실행력이 핵심인데, 여당 내부에서조차 방향성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국가 전략산업은 추진 여부보다 '정책의 일관성'이 더 중요하다"며 “이전론이 정치 쟁점화될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리스크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갑작스레 호남으로 이전하는 것은 산업 정책으로서도, 지역균형발전 전략으로서도 타당하지 않다는 게 산업계의 중론"이라며 “기존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하고, 호남에는 별도의 역할과 기능을 가진 반도체·에너지 융합 거점을 설계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환 장관의 발언을 계기로 시작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논쟁이 단순한 지역 민원 수준을 넘어 여당 내부의 정책 노선 충돌로 번지고 있는 만큼, 당 차원의 명확한 정리와 정부의 공식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백민훈 제12대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 취임

백민훈 한국원자력연구원 후행원자력기술연구소 소장이 2026년 1월 1일자로 제12대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으로 취임했다. 신임 회장의 임기는 2026년 1월부터 2년간이다. 백민훈 신임회장은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원자력공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30여 년간 근무하며 방사성폐기물 처분연구부장, 후행원자력기술연구소장을 역임하는 등 방사성폐기물 관리 분야의 연구와 정책·기술 발전에 기여해 왔다. 또한, 학회 내에서는 학술이사, 총무이사, 고준위폐기물 처분 연구분과위원장, 현안검토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맡아 학술행사 개최, 학술 포상 운영, 분과 운영 활성화, 현안 검토 및 의제보고서 발간 등 학회의 주요 활동을 주도해 왔다. 백민훈 신임 학회장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시행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의 출범으로 우리나라의 방사성폐기물 관리 체계가 법적·제도적·사업적 실행체제를 모두 갖추었으며, 고리 1호기 원전해체 승인, 태백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예타면제 등 중요한 정책적 진전이 이어지면서 방사성폐기물 관리 분야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라며, “이러한 도약의 중심에서 우리 학회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전문가 집단이 되도록 혁고창신(革故創新)의 정신으로 노력하겠다"라고 취임사에 밝혔다. 또한, 백 회장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 확대, 탄소중립 정책 등 새로운 환경변화가 원자력 분야 전반에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학회는 핵주기정책·규제 및 비확산, 사용후핵연료 운반 및 저장, 사용후핵연료 처리 및 재활용, 고준위폐기물 처분, 중·저준위폐기물관리, 제염해체, 방사선환경 및 안전, 방사화학 등 총 8개의 연구분과로 확대하여 적극적인 학술활동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는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관리에 이바지하기 위해 2003년에 설립된 학술단체로, 현재 4천명 이상의 개인 회원과 76개 법인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학회는 방사성폐기물 분야의 학술 연구, 국내외 학술행사 개최, 기술 및 정책 자문, 교육활동 등을 수행하며 국내 대표 학술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강건욱 서울대 교수, 제27대 대한방사선방어학회장 취임

서울대학교 의학대학 핵의학 교실 강건욱 교수가 2026년 제27대 대한방사선방어학회장으로 취임했다. 2025년 10월 회원 전자투표를 통하여 차기회장으로 선출된 강건욱 교수는 2026년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해서 앞으로 2년간 학회를 대표한다. 강건욱 신임 회장은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의대/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한방사선방어학회에서 이사와 부회장을 역임하며 학회 발전에 기여하였고,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의료분과 위원으로 선출되어 국제 방사선안전 기준 수립과 보고서 출간 등 국제적 활동에도 앞장섰다. 또한 방사선안전 관련 여러 정부위원회 활동에 참여하며, 언론 출연·기고·저술 및 대국민 홍보활동을 통해 방사선 안전문화 확산에 기여해 왔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신속하고 과학적인 언론 대응으로 국민의 불안 해소와 방사선안전 이해 증진에 크게 기여했다. 강건욱 회장은 “50주년의 성취를 기반으로, 대한방사선방어학회가 전문성과 영향력을 겸비한 세계적 학회로 성장하도록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학회를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을 갖춘 구조로 정비하고, 학술·산업·정책 분야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며, 회원 중심의 학회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이를 위해 학술대회를 “학문과 축제가 만나는 장"으로 혁신해 참여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Young Investigator Forum과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강화해 젊은 연구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한 재정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 회원을 확대하고 정부·산업계 수탁 연구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후원 제도를 정례화하여 확장 가능한 재정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더불어 의료계 및 산업계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국제방사선방호협회(IRPA) 등 국제기구와의 교류를 확대해 학회의 국제적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아울러 정부기관과 협력한 정책 논의 참여, 온라인 기반 대국민 소통 강화, 지역사회 대상 방사선 안전 설명회 등을 통해 학회가 신뢰받는 공적 플랫폼으로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1975년 창립하여 50주년을 맞은 대한방사선방어학회는 방사선으로부터 사람과 환경을 보호하는 것과 관련된 전문 학회로 현재 약 2,0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또한, 2021년 IRPA15(International Radiation Protection Association)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신년호] 한전 독점에, 요금은 정치가 결정…전력 시스템의 한계가 왔다

한국 전력 시스템이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진단이 에너지 업계 전반에서 제기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산, 재생에너지 급증, 분산형 전원 확대 등 전력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제도와 거버넌스는 여전히 중앙집중형 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핵심 문제로 꼽히는 것은 한국전력공사를 중심으로 한 독점적 구조다. 한전은 전력 도매·소매 시장과 송·배전망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발전시장에서도 5개 발전 자회사를 통해 전체 설비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발전경쟁 체제가 도입됐지만 실질적인 경쟁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간 발전사와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늘고 있음에도 계통 접속과 급전·정산 구조는 여전히 한전 중심 체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전력 거래를 관장하는 전력거래소와 전기사업 인허가 및 제도 운영을 심의하는 전기위원회 역시 한전 출신 또는 한전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시장은 있으나 경쟁이 부족한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전기요금 체계 역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전력 원가와 연료 가격 변동이 존재함에도 전기요금은 사실상 정치적 판단에 좌우돼 왔다. 요금 인상은 번번이 지연됐고 그 부담은 한전의 부채로 전가되는 구조가 반복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연료비가 급등했을 때도 요금 반영은 제한적으로 이뤄졌고, 그 결과 한전은 200조원의 대규모 적자를 떠안았다. 에너지 수입 구조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의 약 9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연간 에너지 수입액은 230조원 안팎에 달한다. 화석연료 가격 변동이 그대로 국가 경제와 전기요금, 한전 재무에 충격을 주는 구조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요금을 억누른다고 비용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부채나 재정 부담으로 전가될 뿐"이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전력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요구하고, 재생에너지는 수천 개의 소규모 발전원이 동시에 계통에 연결되는 분산형 구조를 만든다. 수요와 공급이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환경에서 중앙집중형 계획·통제 모델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AI 기반 전력 수요 관리, 분산형 전원 운영, 실시간 가격 신호 반영을 위해서는 전력 시스템 거버넌스의 전면적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최근 산업계와 국회가 주최한 각종 세미나에서도 반복됐다. 세미나에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구분 없이 기업이 다양한 전원을 직접 선택해 전력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전력구매계약(PPA)을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PPA는 발전사업자와 수요기업이 직접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PPA는 시장 기반 전력 거래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전환 축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전 중심의 중앙집중형 공급 구조에서는 PPA가 사실상 제한적이었던 만큼 계통 이용요금 체계 개편과 직접 PPA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 역시 PPA 확대와 가격 경쟁력 확보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전력 거버넌스 개편을 주요 정책 과제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5 전력산업 세미나'에서는 AI 시대 전력 정책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고, 전기요금 구조와 전략 전환 필요성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이 이미 킬로와트시(kWh)당 180원 수준까지 상승한 상황에서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대규모 전력 소비 산업을 감당하려면 kWh당 100원 이하의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AI 산업은 전력 비용에 극도로 민감한 구조"라며 “해체 비용과 사용후핵연료 비용까지 포함하더라도 100원 이하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전원은 현실적으로 원자력"이라고 강조하며 원자력 전용 PPA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전우영 서울과학기술대 인문사회교양학부 교수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이 기존 전력 수급 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순간적으로 대규모 전력을 소비했다가 급격히 수요가 줄어드는 패턴을 반복한다"며 “재생에너지와 데이터센터가 결합될 경우 전력 계통 안정성에 상당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산업 세마나 다음날 열린 '새만금 RE100 산단' 세미나에서도 기업 유치의 관건으로 재생에너지 PPA 물량 확보와 가격 경쟁력이 집중 거론됐다. 기업 유치를 위해 현 전기요금보다 저렴한 PPA를 공급할 수 있다면 PPA 제도를 적극적으로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앞으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폐지에 따라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던 최대 7기가와트(GW)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물량이 PPA 물량으로 풀릴 수 있는 것도 변수다. 만약 RPS 폐지 이후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로의 전환 과정에서 PPA 전력판매가격이 높게 측정된다면 7GW의 재생에너지 물량이 한전을 대량으로 이탈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기요금이 kWh당 180원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이 180원 이하로 풀린다면 구매를 마다할 이유가 줄어들 수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도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의 가격이 PPA보다 낮다면, PPA를 더 선호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 속에서 정부의 국정 과제인 에너지고속도로와 재생에너지 보급 인프라를 감당해야 할 한전은 재무 상황에서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 기업들의 직접 전력 조달 확대와 한전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한전의 재무 구조는 물론 국가 전력 인프라 투자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에너지고속도로를 비롯한 대규모 송전망 구축 사업은 장기적 수요 예측과 안정적인 투자 재원이 전제돼야 하는데 전력 판매 기반이 약화될 경우 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에게 “빚이 이렇게 많은데 신규 투자가 어렵지 않느냐"고 물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전력 수요 증가가 예고된 상황에서 한전의 과도한 부채가 송·배전망 확충과 계통 투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동철 사장은 “지금의 전기요금 체계 안에서는 근본적인 누적 적자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요금 구조의 현실화를 강조했지만 대통령은 “기업들이 원가보다 비싸게 전기를 사고 있다고 아우성인데, 한전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력을 사겠다는 경우도 있지 않느냐"고 지적하며 요금 인상에 대한 산업계 부담을 짚었다. 결국 전기요금, 한전 부채, 송전망 투자, 에너지 전환은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구조적 문제로 얽혀 있다. 전력은 산업 경쟁력의 기반이자 국가 안보 자산이다. AI와 분산에너지라는 구조적 변화 앞에서 한국 전력 시스템은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 정부는 내년도 업무보고를 통해 재생에너지 비용 구조를 낮추고 전력 시장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편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는 올해 상반기부터 경쟁 입찰 방식으로 전환되고 계획 입지 도입과 인허가 간소화, 보증·융자 확대를 통해 사업 비용 절감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쟁 입찰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오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은 kWh당 250원 이하, 육상풍력은 150원 이하, 태양광은 100원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력망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도 병행된다. 출력 감소에 사전 참여하는 조건으로 보상을 제공하는 '재생에너지 준중앙제도'는 올해 3월 도입된다. 히트펌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양방향 충전(V2G) 등 수요 유연성 자원은 제주 지역 실증사업을 거쳐 올해 하반기부터 정규 자원으로 시장 참여가 확대될 예정이다. 아울러 산업용 전기요금의 계시별 요금 체계 개편을 통해 재생에너지 출력이 집중되는 시간대의 수요 분산을 유도하고 송전 거리 등을 고려한 지역별 전기요금 도입은 내년 하반기 검토에 착수한다. 전기위원회에는 요금 결정 권한을 단계적으로 부여하고 전력감독원 신설을 통해 내년 상반기부터 시장 공정성과 전력망 안정성에 대한 상시 감독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요금 체계와 전력 거버넌스를 동시에 손대는 구조 개편인 만큼 정책 추진 속도와 이해관계 조정이 향후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AI와 재생에너지 시대의 전력 시스템은 더 이상 한 기관이 독점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한전의 역할을 부정할 때가 아니라, 변화한 환경에 맞게 역할을 재정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13개월째 유령신세’ 된 한전KPS 사장 최종후보자

윤석열 정부 당시 임명된 주요 에너지 공기업 사장들의 임기가 잇따라 만료되면서, 한국가스공사·한국수력원자력·한국지역난방공사 등 기업들은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한 공개 모집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발전설비 정비를 담당하는 한전KPS만은 유독 인선 절차가 멈춰 서 있어 공기업 인사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2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KPS 주총에서 차기 사장으로 선임된 허상국 최종후보자가 13개월째 대통령 임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전KPS 이사회는 2024년 12월 12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허상국 최종후보자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허 후보자는 한전KPS에서 총무처장, 품질경영처장, 발전안전사업본부장(부사장)을 역임한 내부 전문가이다. 다음 절차는 담당 부처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12.3 계엄 및 탄핵 사태로 전 정부에서 임명을 받지 못했고, 올해 6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10월 새로운 담당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최종 임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는 동안 한전KPS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6월 임명된 김홍연 사장이 3년 임기가 지난 현재까지 4년 7개월동안 계속 사장직을 맡고 있는 상태다. 한전KPS는 한전의 자회사(지분율 51%)로, 발전소 정비업무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산업재해 위험도가 높아 자질을 갖춘 사장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하지만 사장 최종후보자의 대통령 미임명 사태가 13개월간이나 지속되고, 임기가 1년 6개월이나 지난 사장이 기약없이 직을 계속 수행하면서 산재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태안화력에서 정비업무를 맡고 있는 한전KPS의 하청업체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 발전공기업들은 내년부터 한전KPS와의 수의계약 비중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업계는 담당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청와대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방법은 두 가지다. 허상국 최종후보자를 임명하던가, 아니면 최종후보자 지위를 박탈하고 새로 공모하는 것이다. 전자는 이 정부가 결단만 내리면 되지만, 후자는 명분과 절차가 필요해 자칫 법적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종후보자 지위를 박탈하려면 새로 주주총회를 열어 이를 의결해야 한다. 이 때 지위 박탈에 대한 명분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허 후보자에 대한 뚜렷한 법적 결격 사유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성환 장관은 지난해 12월 2일 기자간담회에서 산하기관장 인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주요 자리는 올해 중에 임명되거나 임명 절차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 전체 인력 배치 과정에서 다소 속도 지체가 있었지만, 차관 인선이 마무리되고 1급 인사도 대체로 정리되면서 산하기관장 인선 역시 전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다른 주요 에너지 공기업들은 절차대로 차기 사장 인선 절차에 돌입했지만, 유독 한전KPS만 예외로 남아 있어 그 이유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인사 지연이 단순한 행정적 문제인지, 아니면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과 맞물린 전략적 판단인지 분명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기업계에서는 “사장이 임기 만료로 공모에 들어간 다른 에너지 공기업들과 달리, 한전KPS만 과거에 선임된 최종후보자가 '유령처럼' 남아 있는 상황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주무부처도, 청와대도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시간이 흘러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방치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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