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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이엔씨, SMR 시장 공략 가속화…서울대와 ‘상용화 로드맵’ 만든다

㈜오리온이엔씨(대표이사 이운장)는 서울대학교 원자력미래기술정책연구소(소장 심형진 교수)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을 위한 사업 타당성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양 기관이 보유한 기술·정책 역량을 결합해 SMR 공동개발 기반을 마련하고, 차세대 원자력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을 본격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함께 산업단지, 데이터센터, 수소 생산 시설 등에서 안정적이면서도 유연한 전력 공급원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 기간과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높은 안전성과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차세대 전원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주요 국가와 글로벌 기업들이 기술 개발과 상용화 전략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연구용역은 단순한 기술 검토를 넘어, SMR 개발 추진을 위한 사업 타당성 확보를 핵심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오리온이엔씨와 서울대학교는 SMR 관련 기술 수준, 국내외 시장 동향, 정책 및 규제 환경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제도·환경적 요소를 반영한 실질적 사업 시나리오를 도출할 계획이다. 특히 향후 개념설계 고도화, 안전성 검증 심화, 인허가 대응 전략 수립 등 후속 개발 단계와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하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춘다. 오리온이엔씨는 원전 해체 및 방사성폐기물 관리 분야에서 축적해 온 엔지니어링 경험과 현장 중심의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SMR 개발·상용화 과정에서 요구되는 현실적 제약과 리스크를 점검하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사업화 관점이 반영된 전략 수립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대학교 원자력미래기술정책연구소는 SMR 설계기술, 원자력 기술정책, 인허가 제도, 에너지 전환 정책 분야에서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SMR 상용화를 위한 기술,제도·정책 대응 전략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특히 국내외 규제 환경과 정책 흐름을 고려한 분석을 통해 기술 개발과 사업 전략이 제도적 장벽에 가로막히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오리온이엔씨 이운장 대표이사는 “이번 협력은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넘어, 실제 시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SMR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원전 해체 분야에서 축적해 온 엔지니어링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외 SMR 생태계 조성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원자력미래기술정책연구소 심형진 교수는 “SMR은 기술 개발만으로는 상용화에 이를 수 없고, 정책·제도·시장 전략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며 “서울대가 보유한 SMR 설계기술, 원자력 기술정책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인허가 대응과 사업 전략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실효성 있는 연구 성과를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양 기관은 이번 연구용역 계약을 계기로 협력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실증성 있는 연구 성과를 축적하고, 국내 SMR 생태계 조성은 물론 미래 원자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산학 협력을 통한 인재 양성과 지식 기반 확산에도 힘쓸 예정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육상풍력 고정가격계약 3년 연속 미달…“기대 못 미치는 상한가”

지난해 하반기 진행된 육상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에서 입찰 신청 물량이 모집 물량에 미치지 못하며 또다시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육상풍력 고정가격계약은 지난 2023년 이후 연속으로 미달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하반기 육상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결과, 총 156.28메가와트(MW) 규모의 3개 사업이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입찰에서는 약 230MW 규모의 물량이 공고됐으며 총 4개 사업 176.28MW가 입찰에 참여했다. 평가 결과 3개 사업, 156.28MW만이 최종 선정되며 모집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육상풍력 고정가격계약은 접수된 용량을 기준으로 경쟁률이 1.1대 1이 되도록 최종 선정 용량을 결정하도록 돼 있어, 입찰 물량이 부족하더라도 모든 사업을 선정하지 않는다. 이처럼 육상풍력 고정가격계약이 잇따라 미달되면서 정부가 제시한 2030년까지 육상풍력 6000MW 보급 목표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고정가격계약 물량은 정부의 육상풍력 보급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실제로 육상풍력 고정가격계약은 2023년 총 400MW 모집에 379MW만 입찰에 참여했고 2024년에도 총 300MW 모집에 196MW만 접수되며 연속으로 미달됐다. 업계에서는 육상풍력 고정가격계약의 인기가 떨어진 주된 이유로 가격 경쟁력 부족을 꼽고 있다. 업계는 육상풍력 전력 판매가격이 킬로와트시(kWh)당 최소 177원 이상은 돼야 수익성이 확보된다고 주장하지만 지난해 공고된 상한가는 163.85원으로 업계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 입찰 접수는 지난해 11월 17일부터 12월 29일까지 진행됐으며 지난 1월 26일부터 이틀간 사업내역서 평가가 이뤄졌다. 평가는 2단계로 진행됐으며 1차에서는 산업·경제적 효과와 주민 수용성 등 비가격 요소를 2차에서는 입찰가격에 대한 계량 평가를 실시했다. 이번에 선정된 사업들은 풍력 발전 수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주민참여형 '바람소득' 모델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태양광 모듈이 없다”…中 수출세 환급 폐지에 국내 수급 비상

중국 정부가 태양광 제품에 대한 수출 세제 혜택을 전격 폐지하기로 하면서 국내 태양광 시장에 수급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향후 단가까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돼 정부의 태양광 보급 확대 정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일 한국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국에서 태양광 가격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물량을 미리 확보하느라 여념이 없다"며 “향후 가격 상승을 우려해 중국 업체들이 물량을 시장에 잘 풀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협회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시공업체들은 핵심 부품인 모듈을, 모듈 제조업체들은 원재료인 셀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당장 생산된 물량을 구매해서 재고를 확보하지 않으면 추후에 가격이 오른 태양광 셀과 모듈을 구매해야 할 우려에서다. 이는 중국 업체들이 수출 부가가치세(증치세) 환급 폐지를 계기로 저가 출혈 경쟁을 줄이고 가격 정상화에 나서면서 태양광 모듈과 셀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 재정부와 국가세무총국은 태양광 수출 제품에 적용해온 부가가치세(증치세) 환급 제도를 오는 4월 1일부터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중국 태양광 산업의 과도한 저가 경쟁을 억제하고 반덤핑·반보조금 분쟁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이번 조치로 국내 시장에는 가격 인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중국 태양광 업체들은 환급 축소를 계기로 가격 정상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현지에서는 수개월 내 태양광 부품 가격이 20~30%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태양광 시장의 중국산 비중은 셀 95%, 모듈 60% 이상으로 절대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국내 태양광 셀 제조업체는 한화큐셀, HD현대에너지솔루션 등 매우 제한적이며 모두 자체 모듈 제조에 사용하고 있다. 다른 모듈업체들은 중국산 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태양광 셀(태양전지) 수입량 2655톤 가운데 중국산은 2527톤으로 92.5%를 차지했고, 태양광 모듈 수입량 22만4719톤 가운데 중국산은 22만4561톤으로 99.9%를 차지했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부담도 겹치고 있다. 태양광 모듈 원가의 약 15%를 차지하는 은 가격은 지난달 30일 하루 만에 약 28% 급락해 온스당 83.99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2024년 초 30달러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두 배 이상 오른 수준이다. 급락에도 불구하고 누적 상승 폭이 커 태양광 모듈 원가 부담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은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인 구리 가격 역시 런던금속거래소 기준 지난달 29일 톤당 1만45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구리는 지난해에만 42% 상승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20% 이상 추가로 오르며 태양광 산업 전반의 원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듈 가격은 태양광 전체 시공비의 약 20%를 차지하는 만큼 모듈가 인상은 발전소 건설비 전반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의 태양광 보급 확대 정책과 발전단가 인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태양광 발전단가를 현재 킬로와트시(kWh)당 150원 수준에서 2030년까지 100원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셀과 모듈 가격의 안정적인 공급 기반 확보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협회 관계자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국내 태양광 기업 육성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충분한 전력 확보 위해 시간과 공간도 고려해야

맷 데이먼이 주연한 영화 '마션'은 화성에 홀로 남겨진 NASA 우주인 마크 와트니가 화성에서 생존하여 지구로 돌아오는 내용을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화성 우주 기지에서 생존하기 위해 그는 물, 공기, 감자와 같은 재배 가능 식물 등 얼마 안 되는 각종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흥미롭게도 마크 와트니가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원은 바로 시간과 공간이다. 주어진 시간과 좁은 공간 속에서 생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충분한 전력의 확보는 국가 경쟁력을 위해 필수적 고려사항이 되었다. 이재명 정부도 최근 신규 원전 2기를 건설하기로 확정하고 부지 선정 작업에 돌입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과 공간이다. 신규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10년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천지 원전을 추진하였던 영덕을 비롯해 울진, 울주 등 여러 곳이 신규 원전 부지를 유치할 것으로 전망되어 부지확보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므로 신규 원전은 지금부터라도 당연히 추진해야 할 옵션이다. 좁은 국토에서 불과 몇 년 후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은 무엇일까? 발전설비의 건설과 함께 필요한 것은 전력망의 건설이지만 현재 전력망의 건설은 곳곳에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강원지역에서 백두대간을 건너 수도권으로 연결되는 HVDC와 하남시 변전소 건설이 늦어지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하기 위해 전북과 충청권을 거쳐 수도권 반도체 단지로 연결되는 전력망의 건설도 아직 불투명하다.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송전망도 2029∼2038년까지 호남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으로 실어 나르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중 수도권으로 전력이 제대로 공급되는 시기는 2030년 중반 이후로 예상된다. SMR은 공간을 아낄 수 있고 또 추가적인 송전망 건설 없이 반도체 단지나 데이터센터에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직 SMR 모델과 안전규제 프로토콜이 확정되려면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인근 주민들의 동의 같은 입지문제는 별도로 하더라도 말이다. LNG 발전소는 어떤가? 건설 기간은 4년 정도 예측해야 한다. 그렇지만 최근 가스터빈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AI에 따른 전 세계 전력 부족으로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이 급증하여 지금 주문을 넣어도 GE, 미쓰비시, 지멘스 등 빅 3는 2030년 이후에나 납품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공급 부족으로 가스터빈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두산 에너빌리티는 호황을 맞고 있다. 이런 점에서 4년 후라는 전제를 둔다면 LNG 발전소는 가장 유력한 대안이다. 수도권에 추가로 지을 수 있는 발전설비는 수도권의 좁은 지역에서 높은 밀도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수도권이 발전설비가 입지하기 어려운 지역임을 감안하여 주민 수용성이 좋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LNG를 이용한 열병합 발전설비는 지역난방을 통해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지역의 범위가 제한적이고 비용도 고려해야 하나 연료전지를 통한 발전과 열의 공급은 시간을 앞당길 수 있고 공간도 적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된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에 따른 일시적 전력부족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된다. 이미 그 틀이 잡힌 에너지 전환의 시간 제약 안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시간표를 다시 짤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석탄발전소의 문을 닫는 시간이 연장된다. 이미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석탄발전소의 남은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시간과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유력한 방안이다. 전력 공급을 위해 모든 선택지를 다 검토할 수밖에 없다. 조성봉 bienns@ekn.kr

‘역대 최대 영업익’ 올린 포스코인터내셔널, 그룹 핵심수익원으로 주목

에너지와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포스코그룹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철강사업이 글로벌 규제로 약세를 보이면서, 그룹의 간판사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일 산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32조3736억원, 영업이익 1조165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0.1%, 4.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23년 1조1631억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6368억원으로 전년 대비 26.5% 크게 개선됐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에너지사업의 실적이 빛났다. 사업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보면 △미얀마 가스전 6460억원, 3920억원 △호주 세넥스가스전 3920억원, 750억원 △광양 LNG터미널 1400억원, 440억원 △발전 1조8300억원, 1140억원 △철강판매 14조5470억원, 2370억원 △소재바이오 8조8310억원, 700억원 △구동모터코아 3400억원, 190억원 △인도네시아 팜 3570억원, 1010억원 등이다. 이 같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우수한 실적은 그룹의 전반적 실적이 감소하는 가운데 진행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매출액은 연결기준으로 2022년 84조7502조원을 정점으로 2023년 77조1270억원, 2024년 72조6880억원, 2025년 69조950억원으로 3년동안 18.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22년 4조8501억원에서 2025년 1조9600억원으로 59.6%나 감소했다. 이 같은 실적 감소는 간판사인 포스코의 부진에 있다. 그룹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철강사업을 영위하는 포스코는 글로벌 경기둔화와 친환경 규제에 막혀 성장세가 꺾인 상황이다. 포스코의 별도기준 매출액은 2023년 38조9720억원에서 2025년 35조110억원으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조830억원에서 1조7800억원으로 감소했다. 포스코의 실적을 연결기준이 아닌 별도기준으로 분리해서 보는 이유는 철강 본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계의 목을 옥죄고 있다. 이 제도는 철강, 알루미늄 등 6개 품목에 탄소세를 매기는 일종의 무역 장벽이다. 탄소세 적용비율은 2026년 2.5%로 시작해 2028년 10%, 2030년 48.5%, 2034년 100%로 갈수록 높아진다. 포스코는 탄소무역장벽을 뚫기 위해 수소환원제철이라는 친환경공법 구축에 나섰으나, 상용화는 2030년대 중반이나 돼야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비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에너지, 소재 사업 전망은 비교적 밝다고 볼 수 있다. 미얀마 가스전과 호주 세넥스 가스전은 증산단계를 진행하고 있으며, 광양 LNG터미널은 7,8호기 공정률이 약 81%를 보여 올해 완료될 예정으로, 이를 통해 전체 저장용량은 93만㎘에서 133만㎘로 확대된다. 회사는 이를 통해 LNG 전용선으로 도입을 최적화하고, 트레이딩도 확대할 계획이다. 멕시코와 폴란드의 전기차용 구동모터코아 생산공장도 올해 초부터 양산을 개시했으며, 미국 희토류 분리정제사인 리엘리멘트사와 오프테이크 체결 및 분리정제 합작사업 MOU 체결로 미국 내 희토류 구축 기반도 마련했다. 여기에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와 우크라이나 곡물사업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회사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연간 LNG 100만톤씩 수입하고, 가스관 강관을 공급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전쟁이 끝나면 곡물 수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포스코의 하향세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상향세가 지속되면서 결국 그룹 간판사가 포스코인터내셔널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그룹 경영진도 철강에서 에너지, 소재 사업에 더욱 힘을 주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달 29일 올해 첫 그룹경영회의에서 “성장 정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그룹의 체질을 수익성 중심으로 과감히 바꿔야 한다"며 “강도 높은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해 경영 목표를 뛰어넘는 압도적 성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에너지 사업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으며 “에너지사업이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를 잇는 그룹의 'Next Core'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LNG 생산 능력 확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글로벌 트레이딩 역량을 강화해 그룹의 핵심 수익원으로서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에너지 전환의 그늘: 취약한 광물·원자재 공급망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1986년 말 석유 위기가 종식되자마자 국내 유일 부존 에너지원이던 무연탄 산업을 합리화한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급률이 50% 수준에서 3% 수준으로 급락하였다. 에너지수입의존도는 1997년 98.3%까지 상승하였으며 30여 년이 지난 2024년에도 93.6%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 덕분에 세계에너지협의회(WEC)의 2024년 보고서에 평가된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정 공급(Energy Security) 부문의 점수는 세계 50위권 수준이다. 그런데 높은 수입의존도 문제는 광물 등 원재료 부문으로 가면 더욱더 심각해서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주요 원재료 수요의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잘 알고 있는 공급망(supply chain) 이슈이다. 그런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무역분쟁에 더하여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우리나라의 공급망 문제를 더욱 심각한 문제로 만들 수 있다. 정책의 미래가 더 많은 광물과 원재료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에너지전환정책은 화석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설비 대신 전기를 사용하는 설비로 바꾸는 단계와, 전기의 생산 방법을 이른바 '탄소중립발전'으로 전환하는 단계 등 두 가지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경제학 분석에서 자주 사용하는 생산함수의 형태로 바꾸어 보자. 일반적인 생산함수에 사용하는 주요 투입 요소로는 자본(K), 노동(L) 및 에너지(E)와 원재료(M) 등이 있다. 화석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방식에서 전기로 전환하는 단계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꾸는 사례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자동차 두 생산품의 생산과정에 들어가는 K, L, E, M 간의 변화는 매우 적다. 그러나 늘어난 전기자동차에 사용할 전기를 생산하는 단계의 변화는 매우 다르다. 화석연료 발전 대신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이 증가하는 것은 전기의 생산과정에서 에너지(E)가 물질(M)로 대체되는 과정으로 표현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알루미늄, 실리콘, 구리 등과 원자력발전에 필요한 우라늄은 물론 배터리 등 전력저장장치의 생산에 필요한 광물수요 역시 많이 늘어난다. 또한 전기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추가적인 전력 생산과 송배전에 필요한 구리와 철 등의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또한 화석연료 발전시설에 비하여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초기 자본(K)이 많이 투입되지만, 시설을 가동하기 위한 비용은 적게 드는 형태임을 고려하면, 에너지전환정책은 국가 단위의 에너지 생산과정에서의 투입 요소가 에너지(E)에서 물질(M)과 자본(K)으로 대체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2019년 유럽의 탄소중립 선언 직후에 출간한 『Net-Zero Europe』보고서에서 유럽이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탄소중립발전이 44%의 역할을 담당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현재 총에너지소비 중 21% 수준인 전력이 50%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고 또 이를 탄소중립발전으로 공급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동시에 산업, 상업, 가정에 있는 에너지 사용설비 역시 상당 부분 교체될 것임을 의미한다. 여기에 필요한 광물과 원재료의 양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광물 및 원재료의 공급망 문제가 매우 중요한 정책 이슈로 다루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제와 산업은 에너지 쪽보다 광물과 원자재 쪽이 더욱 취약하다. 이러한 구조적인 이슈는 정부의 재정과 예산 및 정부 구성에 아직도 그대로 나타난다. 다행인 것은 광물은 재활용하여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며, 우리나라는 철은 물론 비철금속 분야의 리사이클링산업이 잘 발달하여 있는 나라라는 점이다. 하지만 옆 나라 일본은 광물 등 원재료의 확보와 재활용 부문에서도 우리보다 상당히 앞서있다. 유명한 대기업 상사조직들이 여전히 국제적으로 활동 중이기 때문이다. 자원은 미쯔이, 전력은 마루베니, 그리고 모두 다 잘하는 미쓰비시 등 여러 대기업 상사조직이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적, 제도적 지원도 상당하다. 일본은 왜 대기업들이 정부의 지원과 제도를 통하여 이 부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 우리나라 정부는 조금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전환의 종점이 어떠한 모습일지 세밀하게 예측하고 분석하여야 함은 물론 구성원 모두가 차근차근 함께 준비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허은녕 bienns@ekn.kr

[가스 소식] 가스기술공사, 가스안전공사

한국가스기술공사(사장직무대행 진수남)는 지난달 29일 인천공항 수소교통 복합기지 구축을 완료하고 준공식을 개최했다. 인천공항 수소교통 복합기지는 액화수소충전소 기반으로 한번의 액화수소 하역을 통해 약 2.8톤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고, 액화수소 펌프의 높은 처리량(시간당 320kg)으로 하루 최대 200대의 대형 수소버스를 충전할 수 있고 충전속도 및 Recovery 시간이 빠른 장점이 있다. 인천공항 수소교통 복합기지는 인천시, 한국가스기술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에스케이플러그하이버스가 지난 2023년 1월부터 추진한 사업으로 올해 1월 상업 운전에 착수했다. 인천시는 행정적·재정적 지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부지 확보, 에스케이플러그하이버스는 액화수소 공급, 충전소 운영 및 민간투자,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수소교통 복합기지 구축 총괄을 담당해 성공적인 수소교통 복합기지 구축을 완료했다. 수소교통 복합기지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T2버스주차장 내 위치(인천시 중구 운서동 3234-17) 하고 있어 인천국제공항과 전국을 이어주는 교통 허브 역할을 한다. 시간당 320kg로 높은 처리량을 가지고 있어 현재 공항 셔틀버스에서 운행중인 36대의 수소버스 뿐 아니라 26년 수소버스 도입분(40대 이상)까지 처리 가능한 대용량의 시설이다. 이는 향후 인천공항과 주변 지역의 친환경 탄소중립에 이바지할 뿐 아니라 공항버스를 이용하는 해외 관광객까지 한국의 교통시설에 대한 청정이미지를 남겨 줄 것으로 기대 된다. 가스기술공사 송민호 에너지사업본부장은 “민관이 협력해 구축한 성공적인 수소교통 복합기지의 준공을 축하하며, 친환경 에너지 기술 공기업으로서 친환경 수소인프라 확장에 더더욱 정진하겠다"고 전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박경국)는 최근 충북 음성 본사 대회의실에서 수소 모빌리티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안전 생태계 조성을 위한 「K-수소차 산업지원 TF」(이하 “TF")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무공해차 전환 100% 정책에 따라 2030년까지 수소차 30만대 보급을 목표로 추진 중이며, 국내 완성차 업계는 수소트럭·버스 등 대형 수소 모빌리티 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초고압·극저온 시스템 등 기술의 고도화와 제도적 미비로 인해 산업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맞춤형 제도·기술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TF는 국내 수소차 산업이 당면한 기술적, 제도적 난제를 해소하고, 업계 맞춤형 핀셋 지원을 통해 국내 수소차 산업이 세계 1등으로 도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구성되었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기술이사를 단장으로, 수소안전기술원장은 총괄간사로 하여 완성차 및 부품업계, 연구기관, 공사의 전문가로 구성된 4개 분과(제도·부품·용기·연료전지)와 산·학·연 전문가 자문단과 함께 Bottom-Up 형태의 One-Stop 지원체계를 구축하였다. TF는 실증 기반의 수소차 산업 '전주기 안전관리'를 아우르는 실질적 협력 채널로 운영되며, 현장의 기술 수요와 정책 과제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수소제품과 인프라에 대한 기준 정비 및 실증 기반 마련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기술검증 체계 개발 국제 인증 및 시험기준과의 정합성 강화 민관 협력 기반의 '현장 밀착형 안전관리 체계'구축 등 그 간의 현장 애로사항을 신속하게 검토 및 개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였다. 박희준 가스안전공사 기술이사는 “수소차 산업은 기술과 안전이 맞물리는 고도화된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공사는 소명 의식을 갖고 그간 축적해온 실증, 검사 및 인증 역량을 바탕으로 산업 현장에 도움이 되는 핀셋형 지원체계를 적극 가동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앞으로 TF 분과별 정례 회의를 통해 업계 수요를 반영한 실효성 높은 과제를 발굴하고, 민관이 함께하는 수소차 안전관리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 박경국 사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국가발전 리더십 대상'에서 'K-SAFETY 혁신 리더십상'을 수상했다. 박 사장은 2024년 취임 후,'인본(人本)경영'리더십을 바탕으로 국민 안전 기반을 강화해 온 공적을 인정받았다. '국민 안전과 미래 에너지를 선도하는 가스안전 책임기관'을 비전으로, 소명을 전사 공유가치로 내재화하였으며, MZ위원회를 신설하여 미래세대의 경영참여를 유도하고, 가스안전분야 기술전수와 인재 육성을 위한 가스안전 명장 제도를 신설하는 등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이끌어 냈다. 또한 100년 위원회를 운영하여 공사의 지속 발전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후 신호등] 에너지전환 시대, 원전의 출력 조절은 가능할까

지난달 26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1차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들어있는 원전 2기의 도입 추진을 발표하는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장관은 “전체 약 30%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발전을 2040년까지 제로화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중심으로 전력을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려나가면서 에너지 저장장치(ESS)와 양수발전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원전의 안전성과 경직성 문제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 “기존 원전도 안전 기준을 전제로 유연 운전 가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원전 유연성'이라는 오래된 쟁점을 다시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 ◇전환 요구 받는 대한민국 에너지 시스템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은 이제 선언의 단계가 아니라 물리 법칙과 경제 구조가 동시에 작동하는 '시스템 전환'의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재생에너지 확대, 전기화(electrification)에 따른 구조적인 전력 수요의 증가,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고품질' 전력 수요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봄·가을 전력 수요는 줄고 태양광 발전량이 크게 상승했을 때 남아도는 전력을 어떻게 해소해 전력망의 안정성을 확보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는 거대한 전환의 중심에 놓인 두 전원, 즉 원자력 발전과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조합할(혹은 조화시킬) 것인가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 정반대의 주장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기술 발전과 운영 방식의 변화에 따라 충분히 조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두 전원이 태생적으로 충돌하기 때문에 무리한 공존은 전력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과 경제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논쟁은 정치적 이념이나 가치 판단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가 없다. 서로 다른 연구진이, 서로 다른 전력 시스템을 가정해 수행한 정량적 모델링과 실증 연구에서 출발한, 매우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논쟁이 깔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논쟁은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라는 단순한 구호로 정리될 수 없고, 특히 한국과 같이 전력망 구조가 특수한 국가에서는 더욱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앞선 해외에서는 이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 “원전의 경직성은 오해"…유연 운전 기술의 진화와 재평가 원자력 발전은 오랫동안 '한 번 가동하면 멈출 수 없는 기저부하 전원'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의 에너지 시스템 연구는 이 인식이 기술 그 자체라기보다 운영 전략과 제도 설계의 산물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에너지 이니셔티브 소속 연구팀은 2018년 3월 국제 학술지 '응용 에너지(Applied Energy)'에 발표한 논문에서 현대적인 3세대 원자로가 이미 상당한 수준의 부하 추종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정리했다. 부하 추종 능력이란 전력 수요나 다른 발전원의 출력 변화에 맞춰 발전기가 자신의 출력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올리고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 논문에 따르면 제어봉 조작과 냉각재 유량 조절을 통해 원전은 분당 정격 출력의 2~5% 수준까지 출력을 증감할 수 있는데, 이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높은 유연성이다.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원전의 '경직성'이 물리적으로 불변의 속성인지, 아니면 경제성 극대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된 운영 방식인지를 구분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원전이 항상 최대 출력으로 운전돼 온 이유는 그렇게 할 때 단위 전력당 비용이 가장 낮아지는 구조 때문이지, 기술적으로 출력 조절이 불가능해서는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한국이 보유한 APR1400 노형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재조명된다. APR1400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일정 범위의 출력 조절을 고려해 개발됐으며, 실제로 해외 수출 노형에서는 부하 추종 운전에 대한 검토가 지속돼 왔다. 다만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았고, 전력시장 제도 역시 원전의 유연성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기능이 본격적으로 활용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 제논 과도와 연료 주기…유연 운전의 물리적 한계와 '함대 운영' 논리 원전 유연성에 대한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제약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프랑스 첸트랄쉬펠레크공대 연구팀은 2022년 3월 '응용 에너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원전의 출력 조절을 가로막는 핵심 물리 현상으로 ▶제논(Xe)-135 과도 현상 ▶연료 주기 말기의 반응도 감소 등을 명확히 지적했다. 제논-135는 핵분열 과정에서 생성되는 강력한 중성자 흡수 물질로, 원자로 출력을 낮출 경우 농도가 급격히 증가한다. 이로 인해 출력을 다시 높이려 할 때 일정 시간 동안 반응도가 억제되며, 이는 재생에너지 출력 변동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전력망 운영에서 치명적인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료 교체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이 문제는 더욱 심화된다. 2018년 '응용 에너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MIT 연구팀은 원전 유연 운전이 단순한 기술 옵션이 아니라 운영 리스크를 동반하는 선택임을 분명히 했다. 제논 과도 현상으로 인한 출력 회복 지연은 재생에너지 출력이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계통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연료 주기 말기의 반응도 저하는 안전 여유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연구팀 연구가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한계를 이유로 유연 운전을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이 아니라, 운영 단위를 바꿔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다수의 원전을 보유한 국가의 경우 개별 원자로가 아니라 '원전 함대(nuclear fleet)'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연료 교체 주기를 전략적으로 엇갈리게 배치(staggering)함으로써 항상 유연 운전이 가능한 원전을 계통에 남겨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함대 운영 개념은 특히 한국처럼 원전 비중이 높고, 다수의 동일 노형을 운영하는 국가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출력 제한(curtailment)이 증가하는 문제를, ESS만으로 해결하지 않고 기존 원전 자산의 운영 방식을 바꿔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 회전 관성과 '에너지 섬' 한국…구조적 조건이 만드는 필연성 재생에너지 확대 논의에서 종종 간과되지만, 전력망 안정성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물리적 회전 관성(Inertia)이다. 발전기 터빈처럼 회전하는 질량이 갑작스러운 전력 수급 변화가 발생해도 관성에 의해 속도 변화를 늦추며 전력망 주파수를 버텨주는 성질을 말한다. 스페인 세비야대학교 연구팀은 2022년 1월 '응용 에너지'에 발표한 연구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약 39%를 넘어서는 전력 시스템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관성상수를 가진 동기 발전기가 계통에 연결돼 있지 않으면 주파수 안정성이 급격히 저하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는 원전과 화력 발전이 제공하는 회전 관성이 단순한 '부가 기능'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의 전제 조건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태양광과 풍력은 인버터 기반 전원으로 물리적 회전체를 갖지 않기 때문에, 사고나 수급 불균형 발생 시 주파수 변동을 완충할 수 있는 물리적 에너지를 직접 제공하지 못한다. 이 문제는 한국에서 더욱 심각하다. 한국은 이웃 나라와 전력망이 연결되지 않은 고립된 계통이며, 국토가 좁아 태양광 출력이 지역적으로 분산되지 않고 동시에 급증하거나 급감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원전이 단순히 전력을 생산하는 설비가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안전하게' 늘어날 수 있도록 전력망의 기초 체력을 유지하는 구조적 장치로 기능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 “기술은 가능해도, 경제는 다르다"…유연 원전에 대한 냉혹한 반론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반드시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인가?" 독일 베를린공대 연구팀은 지난해 7월 '에너지 전략 리뷰(Energy Strategy Reviews)'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런 의문을 제기했다. 연구팀은 유럽 전력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모델링을 통해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맞춰 원전 출력을 조절하는 방식이 원전 자체의 총비용을 크게 증가시킨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는 원전의 경우 건설비와 금융비가 원가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데 주목한다. 원전은 높은 가동률을 전제로 설계된 자본 집약적 설비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에 맞춰 가동률을 낮추는 순간, 단위 전력당 비용이 급격히 상승한다. 연구팀은 이로 인해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보완 관계라기보다 동일한 전력 시장에서 서로의 경제성을 잠식하는 대체 관계에 가까워진다고 결론지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원전은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90%에 가까운 가동률로 유연하게 운영해야 하므로,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더라도 운영 유연성은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하지 않다"면서 “결과적으로 전력망 인프라, 다중 에너지 시스템의 유연한 수요, 그리고 에너지 저장 장치가 변동성이 큰 풍력 및 태양광 발전을 통합하는 데 더 효율적인 선택지"라고 지적했다. 중국 화베이전력대학교 연구팀은 2025년 12월 '프로세시스(Processe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전력 시장에서 원전이 반복적으로 출력 제한을 받을 경우 연료비 절감 없이 매출만 감소하는 구조적 손실이 발생해 원전이 '마이너스 자산'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대신 고체 열 저장 장치가 원전의 유연성과 경제적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세라믹·콘크리트·내화벽돌 같은 고체에 열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를 도입하면 심층적인 피크 부하 감소 수요를 충족하면서 원전의 수익 구조를 크게 개선, 프로젝트의 정적 투자 회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경고: “한국은 아직 검증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기후부 주최로 열린 두 차례의 '바람직한 에너지 믹스' 공개 토론회에서 전력계통 전문가나 전력시장 관계자들은 공통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것은 “한국은 원전 유연성에 대해 찬반 논쟁은 치열하지만, 정작 한국 계통에서의 실증 데이터는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한 전력계통 전문가는 토론회에서 “논문에서 가능한 것과 실제 계통에서 허용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출력 조정이 주파수 안정성, 예비력 운영, 사고 복구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한국 조건에서 직접 검증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토론자는 “유연 운전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안전 규제, 운전 인력, 시장 보상 체계까지 포함한 전력 시스템 전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원전 유연성 논쟁이 더 이상 추상적 담론이 아니라, 정책 결정 이전에 반드시 넘어야 할 실증의 문턱에 와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검증이다. 실제 원전에서, 실제 전력망 조건 하에서, 어느 정도의 출력 조절이 가능한지, 그 비용과 위험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재생에너지 출력 제한과 ESS 투자 규모를 얼마나 줄여주는지를 투명하게 확인해야 한다. 기후부에서도 '원전 탄력운전 기술개발' 관련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다수기관이 참여하는 이 연구에는 모두 503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한수원 측은 “오는 2032년이면 원전 출력을 시간당 10%씩 50%까지 줄이는, 1년에 100회 이상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금 국내 전력 시스템 앞에 놓인 신호등은 아직 녹색도, 적색도 아니다. 그것은 과학적 실증을 요구하는 노란불이다. 이 노란불 앞에서 충분히 멈춰 서서 데이터를 쌓고, 가정이 아니라 현실 위에서 판단하는 것,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이 가야 할 가장 합리적인 에너지 전환의 경로인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에너지 지정학] 한일에서 본 북한 ‘두 국가론’…경제 취약성과 핵 전략의 교차점

(도쿄=전지성 기자) 한일 북한 전문가들이 북한 체제가 경제적 취약성과 강력한 통치가 맞물린 '깨어지기 쉬운 균형(fragile equilibrium)' 상태에 놓여 있으며, 향후 에너지·자원 공급망과 국제 지정학 환경 변화가 체제 안정성을 흔드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을 제기했다. 또한 북한이 남한과 일본을 적대시하는 '두 국가론'을 내세워 체제 안정을 강화했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향후 동북아 정세를 둘러싼 해법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이뤄졌다. 와세다대학교 일미연구소는 31일 도쿄 와세다대학교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동북아 평화구축을 위한 미·일·한 협력: 북한의 두 국가론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특별강연회 및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애리아 와세다대학교 일미연구소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와세다대 첨단사회과학연구소와 시즈오카현립대 현대 한국 조선연구센터가 공동 주최했으며,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이 후원했다. 겐마 마사히코(Gemma Masahiko)와세다대 국제부문총괄겸 일미연구소장은 개회사에서 “와세다대 일미연구소는 2008년 미·일이 공통으로 직면한 과제를 학문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출범했으며, 이후 지역 간·지역 내부의 정치·경제적 과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연구기관으로 발전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북아와 동아시아의 안정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미·일 협력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지역 협력의 틀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한일 관계는 동북아 지역 질서의 형성과 안정적 유지에 있어 중요한 변수"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두 국가론' 제기와 한반도 정세 변화는 평화체제와 지역 협력의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할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이번 심포지엄이 북한의 최근 경제·정치 동향과 한반도의 미래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향후 일미한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최근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며 “대한민국 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도 향후 동북아 안보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국제심포지엄은 토요일 아침임에도 양국에서 100여명이 넘는 인사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참석자들은 최근 동북아 이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며 강의와 토론을 경청하고 수준 높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선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와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가 한국 측 발표자로 나서 북한 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 서로 다른 분석을 제시했다. 김병연 교수는 북한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과 에너지·자원 제약을 중심으로 체제 불안정성을 진단한 반면, 남성욱 교수는 '두 국가론'과 핵 전략을 축으로 한 권력 안정과 내부 통제 논리에 주목했다. 두 교수의 발언은 북한 체제가 경제적 한계와 강력한 통치 구조가 교차하는 복합적 상태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미·일·한 협력이 어떤 전략적 접근을 취해야 할지에 대한 시사점을 던졌다. 특별강연에 나선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북한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짚으며 “김정은 정권은 핵 개발이라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경제 특히 주민 생활 개선에는 명백히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2013년 제시한 '핵·경제 병진노선'과 관련해 “핵은 목표를 달성했지만, 김정은이 약속한 '쌀밥과 고깃국'은 실현되지 않았다"며 “2017년 이후 유엔 대북 제재 국면에서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감소했고, 주민 소득은 약 25%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북한이 추진 중인 국영기업 임금 대폭 인상, 시장 통제 강화, '지방발전 20×10 정책' 등에 대해서도 비판적 평가가 이어졌다. 김 교수는 “공장 가동과 지방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에너지·설비·자본재 수입이 필수적인데, 현재 북한의 대외 환경에서는 이를 지속적으로 조달하기 어렵다"며 “특정 지역의 발전이 다른 지역의 자원 고갈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제로섬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세션에서는 에너지·자원 문제와 국제 지정학 변화가 북한 체제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김 교수는 '미국의 에너지 안보 및 공급망 재편 전략이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이 변화가 간접적으로 북한에 파급될 수 있냐'는 질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될 경우 북러 관계는 현재의 군사 협력 중심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고, 중국 역시 북한을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관리하는 전략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에너지나 자원 협력이 북한 체제를 안정시킬 만큼 충분히 제공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이 향후 미·중·러 관계 변화 속에서 중국·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전략적 공간을 넓힐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교수는 “북한이 단기간에 진영을 전환할 가능성은 낮지만, 지정학 환경 변화는 체제의 취약한 균형을 흔들 수 있다"며 “김정은 개인 변수, 경제 충격, 국제 정세 변화가 동시에 작용할 경우 예측하기 어려운 전환점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북 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관여(engagement)가 장기적 방향이 될 수는 있지만, 타이밍이 핵심"이라며 “제재·압박·협상·정보 유입을 단일 수단이 아닌 '코스 요리'처럼 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급한 협상은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북한 체제 변화의 가능성을 단기적 붕괴나 급격한 전환보다는 중장기적 구조 변화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체제는 외부에서 보기에는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경제적 취약성과 강한 통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며 “이런 체제는 외부 충격이 누적될 경우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보 유입 확대와 시장 경험의 축적, 세대 교체 등이 장기적으로 체제 인식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북한 문제는 단기간에 해법이 나올 사안이 아니라, 에너지·경제·안보를 아우르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한 과제"라며 “미·일·한 협력 역시 군사적 억지에 머무르지 않고 중장기적 질서 재편 전략 속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가 단기간에 흔들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어진 '남북관계 개선과 동북아 평화구축을 위한 한미일 협력'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최근 북한이 남한을 '적대국'으로 규정한 이른바 '두 국가론'의 배경을 체제 안정과 권력 유지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남 교수는 “김정은은 집권 15년 동안 내부 권력 장악에 성공했고, 고모부 장성택 처형은 오히려 체제 불안이 아니라 안정의 신호였다"며 “처형하지 못했다면 오히려 북한 체제는 더 불안해졌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국가론'을 체제 붕괴의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권력 안정과 내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란 해석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권력 장악은 상당 부분 마무리됐으며, 핵 무력 고도화는 체제 억지와 내부 결속을 동시에 겨냥한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남 교수는 북한의 적대국 노선이 돌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2000년대 이후 남한 물자·문화 유입에 대한 체제 위기의식이 누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북 지원과 함께 한류와 남한 문화가 확산되자, 북한 당국은 이를 체제 위협으로 인식했고 2020년 이후 '3대 악법'을 제정하며 남한식 표현과 문화 유입을 강력히 차단했다"며 “2024년 1월 남북 관계 단절 선언은 이러한 흐름의 종착점"이라고 말했다. 핵 정책과 관련해서는 “북한은 이미 핵 보유를 전제로 체제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핵을 쓰지 않는다'는 논리를 사용했지만, 남한을 적대국으로 규정함으로써 한국과 일본을 핵 사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논리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내부 단속과 대외 억지를 동시에 겨냥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남 교수는 향후 북한 외교의 최우선 순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그는 “북한 외교의 약 70%는 러시아에 집중돼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이후 군사·기술·경제적 이득을 얻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 전에는 남북 대화나 본격적인 대미 협상이 재개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군축 회담 차원의 접근을 시도할 경우 북한이 협상에 나설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두 발표는 같은 북한 체제를 두고도 경제적 취약성과 권력 안정이라는 상반된 축을 강조했지만, 공통적으로 북한 문제가 단순한 군사·외교 사안이 아니라 구조적·장기적 접근이 필요한 과제라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이날 참석한 양국 전문가들은 북한 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이러한 상반된 분석이 오히려 미·일·한 협력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고 평가했다. 군사적 억지와 제재뿐 아니라 에너지·경제·정보 유입을 아우르는 입체적 접근 없이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구축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일본 무로오카 데쓰오 전 일본방위연구소 이론연구부장은 북한의 '두 국가론'과 핵 전략을 단순히 남북관계 차원의 문제가 아닌, 동북아 질서 전반을 재편하려는 전략적 신호로 해석했다. 그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통일의 대상'이 아닌 '적대적 공존 관계'로 재정의함으로써, 향후 미·일·한 안보 협력 구도에 균열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양국 토론자들은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체제 생존 수단을 넘어 협상 지렛대이자 국제 질서 내 지위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북한이 미·중 전략 경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 국제 정세의 복합 위기를 활용해 자신들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려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일본·미국 간 정책 공조의 빈틈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대북 접근법을 둘러싼 한·미·일 간 시각 차이 역시 주요 변수로 언급됐다. 군사적 억제와 제재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입장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위기 관리와 오판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대화 채널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는 김병연 교수의 '경제 제재의 구조적 효과' 분석, 남성욱 교수의 '북한 권력 구조와 전략 계산' 분석과 맞물리며, 북한 문제를 둘러싼 접근법의 다층성을 부각시켰다. 토론에 참여한 전인범 예비역 육군 중장(전 특수전사령관)은 에너지와 안보를 결합한 전략적 시각에서 한미일, 나아가 한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장군은 “AI 시대의 핵심은 결국 에너지이며, 북극항로 대응과 해양 안보를 고려하면 핵추진잠수함과 소형모듈원자로(SMR)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그린란드 문제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도 자원과 에너지 공급망을 둘러싼 전략적 판단의 연장선"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파나마운하 영향력 확대와 달러 체제에 대한 도전 역시 미국의 위기의식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장군은 “미국은 '아메리카 대륙 우선' 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동북아를 포기한 것은 아니며, 다만 아시아 국가들과의 직접적인 전쟁은 극도로 꺼린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과는 다르고 일본과는 전략적·제도적으로 유사한 국가"라며 “미국의 중재 없이도 한일이 안정적으로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과거의 피해의식에 머물러 있지만, 상징적 화해와 미래지향적 결단이 이뤄진다면 한일 협력은 미국을 능가하는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다"며 장기적 목표로서의 한일 협력을 제시했다. 이날 행사의 폐회 발언에서는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일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이 강조됐다. 이번 국제심포지엄을 후원한 이종원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 상임이사는 “그동안 한일 관계는 항상 미국이 가운데 있는 구조였고, 상호 불신 속에서 미국이 없는 한일 협력은 거의 없었다"며 “국가 간 협력은 공동의 문제나 이익이라는 절박한 계기가 있을 때 이뤄지지만, 지금까지 한일 간에는 그러한 계기가 분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이사는 최근 국제질서가 다자주의에서 자국우선주의, 미·중 패권 경쟁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다자주의의 쇠퇴는 한미일 공조를 약화시킬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한일 협력을 강화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의 '두 국가론'과 남한 문화 차단, 내부 통제 강화 움직임을 두고 “체제 내부의 불안정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을 반드시 포함하지 않더라도, 북한 체제 변화라는 변수를 염두에 두고 일한·한일 간 협력의 기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를 총괄 기획한 이애리아 교수는 “이번 심포지엄은 북한 문제를 군사·외교 차원을 넘어 경제, 에너지, 지정학을 아우르는 구조적 문제로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와세다대 일미연구소라서 개최할 수 있었던 뜻깊은 행사였다. 앞으로도 미·일·한 협력과 동북아 평화 구축을 주제로 한 학술·정책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해상풍력 허들] 영국, 한 사업에만 설치선 80척 투입…한국은 겨우 9척 보유

해상풍력 건설에 투입되는 전용 선박 수가 해외 주요국과 한국 사이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영국과 대만 등 해상풍력 선도국에서는 단일 프로젝트에만 수십 척의 선박이 동원되는 반면, 한국은 현재 해상풍력 전용 선박을 9척만 보유하고 있다. 아직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기업들이 해상풍력 선박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글로벌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 클락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에서 운영을 시작한 설비용량 1300메가와트(MW) 규모의 '혼시(Hornsea)2' 해상풍력 사업 건설에는 80척 이상의 선박이 관여했다. 이중 풍력터빈설치선(WTIV) 4척, 설치지원선(CTV) 총 27척, 해상케이블설치선(CLV) 9척, 유지보수를 지원하는 'W2W'와 'CSOV' 선박이 각각 9척, 6척 동원됐다. 이외에도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상풍력 선박인 중량물운송선(2척), 앵커핸들링선(7척), 대기선박(9척) 등 다양한 선박들이 투입됐다. 대만에서도 300MW로 건설된 포모사(Formosa)2 해상풍력 사업에 50척 이상의 선박이 건설 과정에 투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해상풍력은 단순히 풍력터빈 설치선(WTIV) 몇 척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조사·기초·설치·케이블·시운전·운영(O&M) 전 단계에 걸쳐 다양한 선종이 동시에 투입되는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WTIV는 해상에서 풍력터빈을 직접 설치하는 핵심 선박이지만 최근 터빈이 15MW 이상으로 대형화되면서 초대형·고사양 선박 확보가 필수가 되고 있다. CLV는 발전기 사이를 잇는 인터어레이 케이블과 육상으로 연결되는 수출 케이블을 설치한다. CTV는 육상과 해상 사이에서 기술 인력을 수송하며 한 프로젝트에 수십 척이 동시에 활용된다. SOV나 CSOV는 해상에 체류하며 시운전과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선박으로 해상풍력의 장기 운영 단계에서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클락슨 관계자는 “해상풍력은 설치선 몇 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산업"이라며 “여러 선박이 동시에 투입되지 않으면 사업 지연과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의 해상풍력 선박 보유 현황은 아직 초기 단계다. 현재 국내에서 해상풍력에 투입 가능한 전용 선박은 총 9척으로 이 가운데 핵심 선박인 WTIV는 10MW급 2척에 불과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 이전 WTIV 선박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민간에서는 한화가 15MW급 대형 WTIV를 건조 중이며, 2028년 6월 신안우이 해상풍력 단지 투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공 부문에서는 한국전력과 민간이 공동 출자하는 15MW급 WTIV를 2029년 투입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 이전 15MW 이상급 WTIV 2척을 확보하고 2030년 이후 민간에서 2척을 추가로 확보해 총 6척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4000MW 수준의 해상풍력 보급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WTIV 확보 계획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 WTIV 외 선박 보유 현황은 CLV 4척, CTV 7척 수준이며, SOV는 사실상 미보유 상태다. 해외와 비교하면 설치선뿐 아니라 케이블·운영·지원 선박 전반에서 격차가 크다는 평가다 연간 WTIV 기준으로 4000MW 규모를 확보하더라도 그 외 선박이 충분하지 않으면 해상풍력 보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선박을 사전에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해외에서 고가로 선박을 임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해상풍력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해상풍력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 기업들이 선박 확보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며 “정부가 해상풍력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명확한 추진 의지를 보여야 기업들도 선박 확보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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