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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40개 배전선로에 ESS 구축…태양광 추가 접속 숨통

전력망 포화 상태인 호남에 숨통이 트인다. 지역 내 총 40개 배전선로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결해 태양광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도록 하는 방안이 본격 추진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배전망 ESS 연결 사업에 총 1171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태양광은 설비용량 기준 최대 228메가와트(MW)까지 추가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너지공단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와 함께 지난 18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대통령실이 발표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구축 방안을 구체화한 사업이다. 사업은 포화 상태로 인해 배전선로 접속이 지연된 태양광 설비를 추가로 연결하기 위해 추진된다. 태양광은 낮 시간에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낮 최대 생산량 기준으로 배전선로 용량이 설정된다. 하지만 해가 진 저녁이나 밤에는 발전이 중단돼 배전선로가 유휴 상태가 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이에 ESS를 활용해 낮 시간에 생산된 태양광 전력을 일부 저장하고 저녁과 밤 시간에 이를 방전해 배전망 효율성을 높여 태양광의 추가 접속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적이다. 에너지공단은 사업 참여 조건으로 가상발전소(VPP) 사업자를 요구했다. VPP는 태양광과 ESS를 정보통신기술(ICT)로 통합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VPP 사업자는 태양광 최대 5.7MW를 포함하는 조건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으며 ESS는 출력 4MW, 저장용량 20MWh 이상의 설비를 갖춰야 한다. 태양광은 배전선로에 신규로 연결하는 사업이거나 기존 사업자를 포함해야 한다. 40개 배전선로는 광주·전남이 11곳, 전북이 29곳이다. 해당 선로는 모두 연결 대기 중인 재생에너지가 5.7MW 이상인 지역이다. VPP 사업자는 이 가운데 최소 3개에서 최대 7개 선로를 선택해 신청해야 한다. 다만, 배전선로별 허용 가능한 ESS 용량은 서로 다르다. VPP 사업자는 총 사업비의 50% 이내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총 지원 예산은 1171억원이다. ESS 표준단가는 1MWh당 최대 5억8600만원으로, 개별 사업은 최대 117억원 범위 내에서 추진된다. 사업자 선정은 사업비, 설비 안정성과 성능, 국내 ESS 산업 기여도, AI 시스템 활용 등을 종합 평가해 이뤄진다. 사업 공고는 이달 말부터 5월 말 사이 진행되며, 최종 선정은 6월 중순에 이뤄질 예정이다. 전력거래소는 설명회에서 올해 하반기 육지에 도입 예정인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통해 ESS 차익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도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에서는 전력도매가격(SMP)이 낮은 시간대에 충전하고 높은 시간대에 방전해 판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VPP 사업자는 ESS를 활용해 추가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이 방식은 제주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배전망 구축 사업은 ESS 설치 비용의 최대 50%를 지원하는 만큼 사업자들의 참여와 관심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VPP 사업자는 “사업비와 지원 규모가 매력적으로 설계돼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며 “배전망 인근 ESS 설치 부지 확보와 태양광 사업자(5.7MW 규모)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르포] ‘도심 속 국립공원’ 금정산…부산 랜드마크로 ‘우뚝’

“매번 뒷동산 오르듯 했던 금정산이 국립공원이 됐다니 기분이 새롭네요. 더 많은 시민들이 찾을 거고, 부산에 하나뿐인 국립공원인데 자연도 보호하고, 앞으로 더 소중히 간직해야할거 같아요." 지난 17일 오랜 감성이 느껴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서 만난 부산 탐방객들의 국립공원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금정산 초입로에는 '국립공원 지정'을 축하하는 현수막과 팻말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한 달 전까지 집에서 나와 산책 겸 오르내렸던 뒷동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그저 새롭고, 믿기지 않는다는 게 부산 시민들의 반응이었다. 금정산은 올해 3월 3일 자연공원법에 따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전체 면적은 66.859㎢로 부산진구와 동래구, 북구, 금정구. 연제구, 사상구 등 6개 구와 경남 양산시까지 걸쳐 있다. 주택가 인근 곳곳에 산책로가 연결돼 있고, 주변 진입로만 220개가 넘는다. 차량 이동이 가능하고, 케이블카도 설치돼 산 정상까지 편하게 오를 수 있다. 누구나, 언제든 쉽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말 그대로 일상 생활 속에 국립공원이 존재하는 셈이다. 금정산이 대도시와 가까운 접근성과 다양한 자연·문화자원을 동시에 갖춘 '도심형 국립공원'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금정산에는 수달, 삵, 매, 팔색조, 고리도롱뇽 외에도 가는동자꽃, 자주땅귀개 등 14종의 멸종위기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희귀 동·식물 다수가 분포하는 핵심 생물다양성 지역으로 꼽힌다. 여기에 삼층석탑과 대웅전, 목조석가 여래삼존좌상과 같은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범어사와 조선 후기 왜군 침략에 맞서 싸운 흔적이 남아 있는 금정산성 등 역사 문화자원과 연계돼 있어 복합 보전 가치가 높다. 생물다양성과 역사·문화유산이 함께 어우러진 금정산이 지금에서야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는 점에서 늦은 감이 있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송동주 금정산 국립공원 사무소장은 “광주에 무등산 국립공원이, 대구에는 팔공산 국립공원이 있는데 왜 우리 부산에만 없냐며 시민들이 하소연했었다"며 “부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였고, 2019년 6월 부산시가 환경부에 국립공원 지정을 건의하면서 금정산 국립공원이 추진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립공원 지정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2020년 3월부터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가 실시됐지만 금정산 내 농지, 사찰 등 사유지 문제로 일부 주민들과 범어사 측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2024년 7월 농지 제외, 사찰 지원 등 조건부 동의로 국립공원 지정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용역에 착수할 수 있었다. 그해 10월 국립공원 지정안이 마련되고,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 관할 시·도지사와 중앙행정기관장 협의를 거쳐 지난해 11월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고시가 마련됐다. 마침내 금정산은 부산을 대표하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이다.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 지정으로 금정산 내 체계적 자연 보전과 함께 생태관광, 탐방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가족 단위의 전기차 전용 야영장 설치, 국립공원 숲 결혼식 등 다양한 방문객 서비스를 추진할 예정이다. 지역 일자리 창출, 상권 활성화 등 지역경제 파급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탐방객 수도 2017년 기준 300만여명에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올해 400만명으로 추산된다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지난해 7월 부산연구원 보고서 '금정산국립공원 지정에 따른 경제적가치평가 연구'에 따르면 금정산 국립공원의 이용 및 보존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6조6200억원으로 추산됐다. 다만 지정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금정산 국립공원은 향후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들이 남아 있다. 금정산에는 주택가 주변에서 오를 수 있는 진입로만 220개가 넘는다. 국립공원 지정 후 인근 마을 주민들뿐 아니라, 타 지역 탐방객들과 외국인 관광객까지 몰릴 것으로 예상돼 탐방로의 철저한 안전 관리, 생태계와 자연 보전이 필수다. 이를 위해 공단 측은 지역 사회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거듭 당부했다. 탐방로 관리 차원에서 진입로 수를 축소하는 경우에 기존 주민들이 그 길로 못 다니게 될 수도 있어 자칫 규제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정산은 사유지가 전체의 약 69.6%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 도심형 국립공원인 북한산의 경우 국유지가 64.7%로 공공 토지 비중이 대비된다. 금정산에서 10년 넘게 매점을 운영해 온 자영업자는 “이제 문을 닫을지도 모르겠다"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단속에 여러 가지 규제로 불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 속 금정산 국립공원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국립공원 내 사유지 관리와 공원 보전, 지역사회 이용 간 균형을 맞춰 나가는 것이 필수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금정산은 부산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도심형 국립공원"이라며 “앞으로 자연 보전과 지역사회와의 조화를 함께 고려한 공원 관리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슈&인사이트] 지진조기경보의 경제사회적 가치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약 2만 2천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고, 40만 채 이상의 가옥이 소실되거나 파손되었다. 전체 경제 피해액만도 약 2300조 원에 이른다. 이렇듯 단 한 번의 지진으로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진으로 발생하는 강한 땅의 흔들림을 견딜 수 있도록 건물과 시설물을 튼튼하게 짓는 것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 왔다. 그러나 건물을 단순히 더 튼튼하게 짓는 것이 지진 재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진 규모가 1 증가하면 방출되는 에너지는 약 32배 커진다. 다시 말해, 지진 규모가 0.2 증가할 때마다 에너지는 약 두 배씩 증가한다. 즉, 규모 6.2의 지진은 규모 6.0의 지진보다 두 배 많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는 건축물을 두 배 더 강하게 만든다 하더라도, 기존 건축물이 견딜 수 있는 지진 규모보다 규모 0.2 정도 더 큰 지진에 대응하는 수준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까지를 고려해야 하는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지진 규모가 커질수록 발생 주기는 길어진다. 수천 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지진을, 사용 기간이 100년 내외인 건축물 설계에 반영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따라서 건축물의 중요도와 사용 연한을 고려하여 내진 성능을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발생 주기가 긴 대규모 지진이 공교롭게도 오늘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내진 설계만으로는 지진 재해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딜레마를 보완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지진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그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지진조기경보이다. 지진조기경보는 지진 발생 초기, 지진계에 기록된 지진파형을 바탕으로 수 초 이내에 지진의 위치와 규모를 추정하고, 지역별 예상 피해 정보를 신속하게 전파하는 시스템이다. 지진계의 고른 분포와 충분한 밀도는 신속한 지진 탐지와 정확한 정보 산출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지진파가 도달하기 전, 수 초에서 수십 초의 귀중한 대응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경보를 받은 시민들은 강한 흔들림이 도달하기 전에 자신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후 진동이 약해지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수 있다. 이러한 대응 과정은 이어지는 큰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6년 경주지진 예에서 보듯이, 규모 5.1의 지진이 먼저 발생하고, 약 48분 뒤 더 큰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이처럼 하나의 지진이 더 큰 지진의 전조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진조기경보를 통한 신속한 대응과 대피는 후속 지진 피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지진조기경보는 경제·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한 지진동이 도달하기 전에 엘리베이터를 정지시키거나, 철도·공장·전력 시설 등 주요 산업 시스템의 가동을 사전에 중단함으로써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일본은 지진조기경보를 활용하여 고속열차를 감속하거나 정지시켜, 열차 탈선과 같은 대형 사고를 예방하고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줄인 바 있다. 이처럼 몇 초의 시간 차이는 대형 시설이나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러한 피해 감소는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 감소뿐 아니라, 의료비 절감, 생산성 손실 감소 등 사회적 비용 절감으로도 이어진다. 특히 현대 산업 구조의 특성상 이러한 영향은 한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결국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은 단순한 재난 알림 기술을 넘어, 지진 위험을 관리하고 경제적 손실을 줄이며 사회적 회복력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상청 주관으로 2017년부터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관측 기술과 데이터 처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지진조기경보의 정확성과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피할 수 없는 지진이라도 우리의 대응에 따라 피해의 크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EE칼럼] 다시,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충남 공주시에서 관광버스 22대가 올라왔다. 예산, 금산, 홍성, 당진 주민들도 뒤를 따랐다. 전북, 경기, 광주에서도 사람들이 모였다. 전국 100여 개 단체 5,000명이 광장을 채웠고, 무대 위에서는 삭발식이 거행되었다. 마이크 없이도 한 말이 퍼졌다. “밀양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 이들이 반대한 것은 반도체가 아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전북 14개, 충남 15개 시군구를 관통하는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이 추진 중이다. 전북에서만 627km 노선이다. 완전 가동 시 필요한 전력은 최대 15GW, 원전 10기에 맞먹는 규모다. 경제적 이익은 수도권과 대기업에 귀속되고, 송전탑은 농촌 논밭 위에 세워진다. “에너지 식민지"라는 말은 감정적 수사가 아니라 구조의 정확한 묘사다. 같은 날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SNS에 정반대 방향의 글을 올렸다. “국가 전략산업이 불확실성 속에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이 직접 추진 의지를 천명해 달라." 두 메시지는 모두 대통령을 향했지만, 요구의 방향은 정확히 달랐다. 갈등의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바로 그 시점에 21조 6,000억 원 추가 투자를 공시했다. 이미 투자된 돈이 많다는 사실은 재검토를 더 어렵게 만들고, 주민들을 더 조급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갈등을 찬반의 문제로 보면 해법이 없다.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순서가 틀렸다. 산단 입지 확정, 전력 수요 산출, 송전 경로 결정,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이 순서가 모두 끝난 뒤에야 주민 설명회가 열렸다. 공주시 주민이 “입지선정위원회는 이미 결정된 노선을 정하는 요식 행위"라고 말한 것은 정확하다. 밀양도 그랬다. 2005년 계획 이후 10년간 이어진 갈등, 수천억 원의 추가 공사비, 노인들의 분신 그 모든 것의 뿌리는 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절차적 배제였다. 지금 충남과 전북에서 그 경로가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송전망 국민펀드는 이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다. 한전 적자와 전력망 투자 재원 부족을 보완하면서, 주민을 보상 수령자가 아닌 투자자로 전환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옳다. 그러나 순서가 잘못되면 또 다른 실패가 된다. 사업에 대한 이해와 학습 없이 제공되는 금전은 결국 “돈으로 무마하려 한다"는 불신만 키운다. 광화문 집회의 진짜 요구는 사업 철회가 아니었다. “우리를 처음부터 참여시켜 달라." 이것이 핵심이다. 그러므로 순서는 이래야 한다. 먼저 실질적 권한을 가진 사회적 대화 기구를 구성한다. 경과 지자체 대표, 주민 대표, 한전, 기후에너지환경부, 갈등 전문가가 함께 노선 대안과 분산에너지 도입 규모를 논의하되, 실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 이미 결정된 것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설계하는 자리여야 한다. 그 과정이 선행될 때 비로소 주민들은 사업을 강요된 인프라가 아닌 함께 만든 인프라로 인식한다. 그 다음, 국민펀드를 지역 우선 구조로 설계한다. 경과 지역 주민에게 우선 투자권을 부여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에 연동된 20~30년 연금형 이자소득을 지급한다. 단기 보상금이 아니라 장기 투자 구조다. 기초 지자체에서 광역, 전국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맞다. 주민이 학습하고, 스스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고, 이해당사자가 되는 과정이 선행될 때 비로소 펀드는 “돈 봉투"가 아닌 신뢰의 매개가 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정확한 숫자를 제공해야 한다. 대통령께서 “생산된 전기를 외지로 보내는 것은 원시적 방법"이라 했다면, 분산에너지로 장거리 송전 의존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을 공개해야 한다. 용인 산단 인근의 지붕 태양광과 수요반응(DR)·ESS를 조합하면 345kV 회선 수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그 숫자가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올라올 때 선언은 비로소 신뢰가 된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과 지역 공동체 수용성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대화 없는 보상은 실패하고, 참여 없는 소득은 신뢰를 만들지 못한다. 순서를 바로잡으면 두 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밀양이 남긴 교훈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광화문의 5,000명은 그 교훈을 다시 되새길 기회를 정부에 주고 있다. ekn@ekn.kr

한국에 ‘원유’ 선물 주는 UAE…그 속에 숨은 은밀한 전략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에 그야말로 단비를 준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중동산 석유 수급이 막힌 와중에 원유 총 2400만배럴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 하루 소비량 기준으로 약 9.4일치이다. 여기에는 UAE의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협 봉쇄로 공급력이 현저히 떨어진 사우디아라비아를 밀어내고 아시아의 대표 석유제품 수출국인 한국시장을 사로잡는 동시에 UAE의 대표 유종인 머반유를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18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는 한국에 가장 우선적으로 원유를 공급하기로 약속했다"며 “언제든 UAE를 통해 원유를 긴급 구매하도록 합의했다"고 전했다. 조만간 양국 간 원유수급 대체 공급경로 모색 등의 내용이 담긴 '원유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할 예정이다. 강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로 UAE를 다녀 온 후 이 같은 발표를 했다. 앞으로 한국은 UAE로부터 총 1800만배럴의 원유를 공급 받는다. UAE 국적선 3척으로 600만배럴, 한국 국적선 6척으로 1200만배럴을 받는다. 앞서도 UAE로부터 600만배럴을 받은 바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한국은 전쟁 중에 UAE로부터 총 2400만배럴을 긴급 수혈받는 것이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수입비중이 70%이다. 이번 중동 사태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심각한 원유 수급 차질을 빚고 있다. 이 와중에 UAE의 2400만배럴 공급은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나 마찬가지다. 2400만배럴은 지난해 국내 하루 석유 소비량 255만배럴의 약 9.4일치이다. 이번 UAE의 한국 석유 공급은 바라카 원전 건설 등 양국의 전략적 협력 차원일 수도 있지만, UAE의 은밀한 시장 전략도 숨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됐다. 하지만 UAE는 해협을 우회하며 석유 수출을 이어가고 있다. 해협을 벗어난 곳에 있는 UAE의 푸자이라 수출항구와 아예 해협과 한참 떨어진 오만으로 송유관을 연결해 제한적이지만 수출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세계 1위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수출이 대부분 차단됐고, 이외에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등도 모두 차단됐다. UAE는 사우디가 없는 아시아 석유시장에서 왕좌를 노리고 있다. UAE의 대표 유종인 머반유(Murban Crude)를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으로 육성하려는 전략이다. 벤치마크 유종이란 각 대륙을 대표하는 거래가 가장 활발한 유종을 말한다. 미주에는 미국의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유럽에는 브렌트유(Brent), 아시아에는 두바이유(Dubai)가 있다. 두바이유는 고유황의 중(重)질유로, UAE 두바이지역 유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유전의 물량은 거의 고갈되고 없으며, 비슷한 성상의 원유로 현물거래만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사우디가 두바이유 가격을 활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머반유는 저유황의 경(輕)질유로, 하루 160만배럴을 생산하는 아부다비 국영회사인 ADNOC의 생산 유전을 기반으로 한다. 물량이 풍부해 선물거래가 가능하고, 무엇보다 이번 중동 전쟁에서 머반유의 장점이 확실히 드러났다. 생산이 거의 중단된 두바이유는 배럴당 150달러가 넘어 벤치마크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머반유는 110달러 초반대를 형성해 반대 평가를 받고 있다. UAE로서는 사우디 물량을 대체하고, 머반유를 벤치마크 유종으로 키우는 전략에 있어서 지금처럼 좋은 기회가 없다. 또한 한국은 이를 실행하는데 더 없이 좋은 석유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기준 하루 336만배럴의 세계 5위 정제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25년 석유제품 수출량은 4억8500만배럴로 호주, 싱가포르, 일본, 미국에 이어 5위이다. 특히 정제시설은 원유 특성에 맞춰 설정을 하기 때문에 한번 설정을 맞춰 놓으면 이를 다시 바꾸기는 힘들다. 즉, UAE 원유를 사용하기 시작한 정제시설은 당분간 UAE 원유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ADNOC은 2021년 세계 최대 거래소인 ICE와 함께 아부다비 선물거래소(IFAD)를 출범시키고 머반유 선물거래를 론칭했다. GS칼텍스는 국내 정유사 중 유일하게 IFAD와 제휴를 맺고 물량을 도입하고 있다. 석유업계 한 관계자는 “머반유를 아시아 대표 유종으로 키우려는 UAE한테는 사우디 물량이 차단된 지금이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며 “호르무즈해협 봉쇄 기간이 얼마나 길어지느냐에 따라 아시아 대표 유종이 바뀔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호르무즈해협 봉쇄 19일째…원유 자원안보 위기 ‘주의’ 격상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중동산 원유 수급 차질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경보단계를 격상하며 대체물량 확보, 수요관리 등 대책을 강화한다. 산업통상부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18일 15시 부로 원유에 대한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기존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천연가스는 가격 상승 수준이나 저장량, 수요 감소 등을 감안해 현행 '관심' 단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국가자원안보특별법 제23조에 따라 위기 심각성, 국민생활과 경제 파급력 등을 감안해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운용된다. 산업부는 이번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동 주요 산유국의 생산 및 수송시설이 파괴되는 등 정세불안이 증가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석유 수송경로 불안정이 확산되며 △전쟁 발생 이후 40% 내외로 국제유가가 상승한 점을 감안해 원유 수급 경보단계를 격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천연가스는 카타르의 불가항력 선언으로 국제가격이 급등하고, 이에 따라 발전단가 상승 우려가 있으나, 재고량이 법정 의무수준을 넘어서고, 중동 대체 물량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관심 경보단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원유 경보단계 격상에 따라 먼저 국제공동비축 우선구매권을 행사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지 않는 대체물량을 확보하며, 해외 생산분 도입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국제공조로 우리나라에 할당된 2246만 배럴의 비축유 방출을 위해 IEA와 시기, 물량 등을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 에너지 수요 관리도 강화한다. 우선 공공분야에 대해 의무적 에너지 절약대책을 시행하고, 민간분야에 대해서는 자발적 캠페인과 필요시 의무 수요감축 조치도 도입할 계획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발전5사→발전공사로 통합’ 법안 발의…“공공 주도 재생에너지 확대”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공기업을 한국발전공사로 하나로 통합하는 법안이 처음 발의된다. 흩어진 발전공기업을 한데 모음으로써 자산 및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공공 주도로 재생에너지를 중점 보급함으로써 석탄발전 폐쇄로 인한 일자리 감소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의도이다.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공재생에너지연대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발전공사법 발의 내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발전공사는 한국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등 5개 발전공기업을 하나로 합쳐 만든 발전사업 전담 공기업을 말한다. 발전공사에는 5개 발전공기업이 보유한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모두 통합하고 화력발전을 줄여나가면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한다. 정 의원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의원들과 함께 발전공사법을 대표 발의할 계획이다. 발전공사는 지난해 12월 박해철 민주당 의원 등 15명이 발의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법률안'에서 정의한 공공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주체가 될 계획이다. 공공재생에너지법은 그동안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90% 이상이 민간 위주로 추진되자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발의됐다. 발전사업이 민간과 해외 자본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의원들과 시민단체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발전공사법은 국회에서 공공재생에너지법과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발전공기업은 여러 회사로 쪼개져 경쟁체제 속에서 운영돼 왔다"며 “하지만 발전공기업 간 경쟁은 효율성을 높이기보다는 비효율적 경쟁과 비용 증가를 낳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는 데에도 한계를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따라 한전에서 5개 발전공기업이 분사됐다. 이는 발전부문에서 자회사 간 경쟁을 촉진하고 점차 발전사업을 민간에 이양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도중에 중단됐고 5개 자회사만 남게 됐다. 정 의원은 “5개 발전공기업을 하나의 한국발전공사로 통합해 공공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직접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며 “이미 국회에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법률안이 발의된 만큼 이를 실행할 주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전공사법에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라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들을 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전환시키는 내용도 포함됐다. 강성규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정부는 2038년까지 석탄발전소 40기를 폐쇄할 계획"이라며 “발전소는 폐쇄되는데 발전 노동자에 대한 고용안정 대책은 전무하다. 발전공사를 설립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해 폐쇄 발전소 노동자를 재고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5개 발전공기업 통합 자체는 정부에서도 공감하는 사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7일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한전 발전공기업을 분리해 놓은 것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현재 기후부는 발전공기업 통폐합 방안을 재정경제부와 논의 중이며, 1~2개 발전공기업으로 통합하거나 재생에너지공사를 신설하는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현재로서는 재생에너지공사 신설보다 5개 발전공기업을 하나의 발전사로 통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5개 발전공기업이 보유한 재생에너지 설비가 국내 전체 설비용량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별도 공사를 신설하기에는 규모가 작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에 발의되는 발전공사법은 향후 다른 법안과 조율 및 수정 과정을 거칠 수 있지만 단일 발전공기업으로 통합하는 방안은 유지할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법안에는 5개 발전공기업의 주식을 정부가 모두 매수하고, 32조원을 발전공사의 자본금으로 설정하는 방안이 담겨 있어 재정 부담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현재 5개 발전공기업의 주식은 100% 한국전력이 보유하고 있다. 발전공사가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서 대규모 자본금 기반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문양택 기후부 전력산업정책과장은 지난해 12월 16일 열린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발전공기업 재편방안' 토론회에서 “32조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되려면 국민적 공감대와 충분한 설명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민간사업자뿐 아니라 민간 주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해온 기후환경단체와도 공공 역할을 둘러싼 충돌 가능성도 있다. 발전공사가 생길 경우 한정된 재생에너지 사업을 두고 공공과 민간 간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김회천 한수원 사장 취임…“안전은 회사 존립의 필수 가치”

새로 취임한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원전의 안전 운영과 안전 건설을 강조했다. 또한 한수원형 통합경영관리모델을 상품화하고, 혁신형 소형모듈원전(SMR)을 통해 세계 원전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18일 경주 한수원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원전은 타 전력 설비에 비해 일반적인 중대산업재해 관련 안전뿐만 아니라 방사선 관리 등 원전의 고유한 위협 요소를 가지고 있는 특수성이 있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원전산업의 안전성 확보는 회사 존립의 필수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안전 의식은 늘 깨어있어야 한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사장은 △안전 경영 최우선 가치 △가동 설비의 안정적 운영 및 효율성 제고 △차질없는 신규원전 건설 추진 △방사성 폐기물 관리와 사회적 수용성 확보 △원전 해체 안전성과 기술력 강화로 신규 세계 시장 확보 △에너지 전환 시대의 미래 경쟁력 확보 △해외 사업 수주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 △국민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는 기업 등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김 사장은 신규원전 건설에 대해 “11차 전기본에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 건설이 확정됐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면서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하겠다"며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3, 4호기도 속도감 있게 안전하게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원전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도 적극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고, 신규 양수발전소를 적기 건설해야 하며, 노후 수력과 양수발전소를 현대화와 30MW 수차 국산화 등 기술 자립을 해야 한다"며 또한 “원자력 청정수소 생산 공급 기반을 마련해 조기 사업화하고, 국내외 수소 융복합 사업 매출 증대로 탄소중립 사회 실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해외 원전시장도 적극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을 투트랙으로 원전 시장 선점 전략을 수립해 해외 원전시장을 공략하고자 한다"며 “이미 수주한 해외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수요국 맞춤형 수주 활동을 할 것이다. 세계 선도 원전 기업과 운영 기술을 제휴하고, 원전 비즈니스 단계별 패키지 수출도 공동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수원형 통합경영관리 모델을 수출 상품화하고, 혁신형 SMR 기술 개발 및 조기 상용화로 세계 원전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취임식 직후 첫 행보로 '중동사태 관련 비상경영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원자력발전소의 운영 현황, 해외 건설 사업소의 안전, 원전연료 공급망 등을 점검했다. 이어 부산 고리원전본부를 현장방문해 해체 작업 중인 고리1호기와 계속운전을 위해 정비 중인 고리2호기를 점검했다. 김 사장은 1985년 한전에 입사해 기획처장과 관리본부장, 경영지원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가천대 에너지IT학과 연구교수, 한국남동발전 대표이사 사장 등을 지낸 바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원전 전문가 중심의 사장이 선임됐던 한수원에 이례적으로 한전 출신 사장이 임명됨에 따라 양 기관 간의 UAE 원전 건설 관련 정산 문제와 원전 수출 창구 단일화 문제도 보다 원만하게 협의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97 헬싱키대학교 대학원 고위경영학 석사 -′91 연세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석사 -′82 국민대학교 행정학 학사 -′78 대광고등학교 -′26 ~ [現] 제11대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24 ~ ′26 가천대학교 에너지IT학과 초빙교수 -′21 ~ ′24 한국남동발전 사장 -′20 ~ ′21 가천대학교 에너지IT학과 연구교수 -′18 ~ ′20 한국전력공사 경영지원부사장 -′16 ~ ′18 한국전력공사 관리본부장 -′15 ~ ′16 한국전력공사 남서울지역본부장 -′14 ~ ′15 한국전력공사 비서실장 -′12 ~ ′14 한국전력공사 기획처장/예산처장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이란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격 공습하며 중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에 놀랐던 세계는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지도부가 하루 만에 제거된 것에 경악했다. 이후 세계는 중동 석유와 가스가 움직이는 호르무즈로 옮겨갔고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배럴당 60달러로 올해를 시작한 브렌트유는 전쟁 이후 최대 120달러 가까이 급등했다 9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유럽 TTF 가스 가격은 단 2일 만에 100% 가까이 급등한 60유로 수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카타르 최대 LNG 시설 라스라판은 이란 공격으로 LNG 생산을 중단했고 마지막 레드라인이던 해수 담수화시설 쌍방 공격으로 공격 대상은 제한이 없어졌다. 전쟁은 온통 석유와 천연가스에 집중되어 있지만 호르무즈 봉쇄 일주일 만에 세계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빠르게 깨닫기 시작했다. 천연가스 생산이 중단되면서 카타르 LNG를 공급받지 못하는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국가의 비료생산이 줄어들거나 공장 가동 중단 위험에 빠졌다. 몬순 시즌이 시작되는 6월까지 비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면 이 지역 식량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다. 인도는 세계 최대 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며 설탕, 밀, 면화 2위 생산국이다.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은 세계 2위 비료 수출국이며, 반도체 생산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세계 2위 헬륨 생산국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나프타 운송이 차질을 빚을 경우 여수·울산 등 국내 석유화학 단지 가동률이 낮아지고 이는 곧 반도체 공정용 소재 공급 지연으로 이어진다. 중동산 중질유 부족은 한국의 석유화학산업에 치명타를 주고 황산 부족을 야기해 구리, 코발트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망과 전기차 생산에 차질을 줄 것이다. 전 세계 공급량의 8%를 차지하는 연간 620만 톤의 중동 알루미늄 제련소 공급 중단은 전쟁이 끝나도 정상화까지 최대 1년이 걸린다. 이란 전쟁이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에너지 '전환' 시대엔 화석연료를 악마화하며 마치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이 없이도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이란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탄화수소 수송로가 막히자 산업을 움직이는 동력, 식량 공급에 필수적인 비료, 반도체 산업을 움직이는 헬륨,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송전선과 재생에너지에 필요한 핵심 광물까지 우리 삶에 필수적인 거의 모든 것들의 움직임이 멈추고 있으며 가격의 기록적 상승을 목격하고 있다. 이는 이미 2021년 유럽발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서 일어났던 현상이었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간과했다. 이란 전쟁 이후 세계는 다시 에너지 안보 전략을 다듬을 것이며 한국 역시 이번 기회에 값비싼 교훈을 얻을 것이다. 첫째, 이제 에너지 믹스를 결정할 때 반드시 지정학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이는 수십 년간 막대한 의존을 했던 중동 비중 감소와 미국 비중 증대를 의미한다. 둘째, 무리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중단하고 기저 발전에 필요한 안정적이고 저렴한 연료 조달에 힘써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중국의 시큐리티 위안이며 이의 확장은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공멸과 중국 지정학적 가치 상승에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자국 에너지 지배를 동맹국이 정면으로 훼손하는 일이다. 전력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서는 원전과 석탄 발전 가동을 이 기간 동안만이라도 최대로 올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안보의 가장 최우선은 수입선 다변화가 아닌 국내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이다. 이미 유럽은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을 선택했지만 다시 러시아에게 손짓하고 있다. 이들이 북해 등 역내 개발을 꾸준히 했더라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키지 못했고 미국이 무리한 관세정책으로 에너지 수입을 강요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IEA는 2050년까지 석유 수요에 정점이 없다고 말했다. 가장 좋은 수입 다변화 정책은 에너지 자립이며 에너지 주권 확립은 역설적으로 중동과 미국 탄화수소 의존도를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에너지·산업 정책 대전환①] “자유무역 시대 끝났다”…정부 주도 산업정책 부활

글로벌 경제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면서 산업 정책의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자유무역 중심 체제가 흔들리고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와 공급망 확보에 나서면서 정부가 직접 산업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국가 주도 산업 정책'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산업계와 정책 당국에서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역시 산업 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대규모 산업 지원 정책을 통해 전략 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국내에서도 정부 역할 확대와 산업 정책 재설계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회귀…“국가가 산업경쟁력 직접 지원" 글로벌 산업 정책 변화의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다. 2025년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10~2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 정책을 실시했다. 특히 관세를 빌미로 한국, 일본 등으로부터 대규모의 직접 투자 및 에너지 수입계약 체결을 이끌어냈다. 최근 대법원이 관세 정책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무역법 122조와 301조로 관세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정부뿐만 아니라 이전의 바이든 정부 역시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실시했다. 유럽연합(EU) 역시 '넷제로 산업법(Net Zero Industry Act)'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수소 등 전략 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일본도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에 막대한 재정 지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국들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보조금과 세제 지원을 앞세운 산업 정책 경쟁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제 질서는 사실상 '산업전쟁'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자유무역 체제에서 시장 경쟁만으로 산업을 유지하는 시대가 아니라 국가가 산업 경쟁력을 직접 지원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산업 정책 방향 전환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정부와 산업계에서는 △전략 산업 육성 법제 확대 △산업 구조 개혁 △공급망 안정 정책 △산업 경쟁력 지원 정책 등을 중심으로 산업 정책 체계 재설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소규모 개방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은 보다 적극적인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세계 주요국이 모두 산업 정책 경쟁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만 시장 원리에 맡겨둘 수는 없다"며 “정부 역할 확대는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에너지 정책도 산업 경쟁력 중심으로 산업 정책 변화는 에너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력요금, 전력망 투자, 전력 공급 체계 등 에너지 정책이 산업 경쟁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점차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주요국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 △전략산업 전력 공급 우선 정책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에너지 정책을 산업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력요금 체계 개편과 산업단지 에너지 공급 정책 변화 가능성이 점차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산업 정책과 에너지 정책의 경계가 더욱 흐려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이 확대되면서 전력 공급과 전력요금 정책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전력요금, 전력망, 산업단지 정책이 사실상 하나의 산업 정책 패키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산업 정책과 에너지 정책이 동시에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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