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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 외교, AI와 원자력 함께 말해야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유엔 총회에서의 기조연설 및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의 주재를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출국했다. 유엔 무대에서 이 대통령은 한국 외교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중요한 기회를 맞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을 “국가 경쟁력과 미래 변혁을 좌우하는 핵심동력"으로 규정하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디지털 전환과 산업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번 유엔 무대에서도 AI와 국제 평화·안보를 주요 의제로 다룰 것이라 전해진다. 그러나 AI는 충분한 에너지 공급 없이 지속가능할 수 없다. 특히 데이터센터와 슈퍼컴퓨터, 초거대 AI 모델이 요구하는 전력은 재생에너지로만 감당하기 어렵다. 게다가 한국은 국토가 좁은 것은 물론 지형 및 기후조건이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에 유리하지 못하다. AI 시대의 안정적 전력 공급을 뒷받침할 수 있는 현실적 해답은 원자력이라는 것은 이미 글로벌한 수준에서 상식이 되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이번 유엔 외교를 통해 “AI와 원자력은 분리할 수 없는 미래 동반자"라는 점을 강조하기 바란다. 이재명 정부는 국내 원전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실제로 신규 원전 건설은 착공에서 상업 운전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적인 전력 수급 대책으로는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대통령의 인식은 일견 타당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원자력의 확대냐 축소냐 이전에 현재 대한민국 전력 공급의 약 30%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이상, 원자력 발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문제의 본질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의 지속가능성에 있어 핵심이 되는 부분은 국내 전력 수급을 넘어서 글로벌 차원에서의 원자력 수요 확대와 핵연료 공급망 불안에 있다. 여러 나라들이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자력 회귀 내지 신규 도입을 선택하면서, 앞으로 핵연료 수요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글로벌 원자력 시장에서 뒤처질 뿐만 아니라, 국내 원전 가동에도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은 연료봉 제작(fabrication)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핵연료주기의 선행 부분인 변환(conversion)과 농축(enrichment) 부문에서는 역량이 매우 최약하다. 현재 전 세계 전환·농축 역량은 캐나다의 카메코(Cameco), 프랑스의 오라노(Orano), 유럽의 유렌코(Urenco), 그리고 러시아의 로사톰(Rosatom) 등에 집중돼 있는데, 특히 러시아의 비중이 크다. 이 구조가 바로 글로벌 핵연료 공급망 불안의 근원이다. 한국이 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과 연대하지 않는다면, 원자력 분야의 여러 성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연료 확보라는 근본 과제에서 취약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연료봉 제작에서의 비교 우위를 넘어, 차세대 핵연료 공급망에까지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2023년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캐나다가 결성한 '삿포로5(Sapporo-5)'는 이러한 문제를 직시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 간 핵연료 공급망 강화를 선언했다. 이들은 향후 HALEU (High-Assay Low-Enriched Uranium: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과 같은 차세대 원자로 연료까지 염두에 두고 협력 구상을 넓히려 하고 있다. 한국이 이 협력에 연대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핵연료 공급망 안정화와 선진화를 선도한다면, 원전 수출국의 지위를 넘어 글로벌 핵연료 질서의 규범 제시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유엔 무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AI와 원자력을 함께 언급할 수 있다면 국내 전력 정책 논란을 넘어서 한국이 세계적 과제에 어떤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원자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저탄소 에너지', AI 혁신을 위한 '전력 기반', 그리고 국제적 규범을 존중하는 '평화적 이용 모델'일 뿐만 아니라, 차세대 핵연료 공급망을 준비해야 할 국제 협력의 핵심 의제이기도 하다. 설사 이번 유엔 무대에서 당장 이러한 의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한국은 향후에도 국제무대에서 AI와 원자력, 그리고 차세대 핵연료 공급망을 결합한 비전을 주도적으로 제시해야만 한다. 그것이 글로벌 수요 확대와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이 국제적 신뢰와 리더십을 확보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임은정

한수원노조·시민단체 “기후에너지환경부 반대”…대통령실·국회 앞 연일 대규모 집회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위원장 강창호)이 정부의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을 두고 연일 대통령실·국회 앞 대규모 반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정부의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과 에너지정책 이관 방침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번 집회는 지난 15일 성명 발표와 17일 집회에 이어진 연속 행동의 일환이다. 25일 정부조직 개편안 국회 통과를 앞둔 이번 주에도 반대 시위를 지속할 계획이다. 집회에는 한수원 노조 중앙집행부와 전국 본부·지부 위원장을 비롯해 사실과과학네트웍, 에너지와여성, 한국원자력산업환경진흥협회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함께 했다. 참가자들은 “원자력은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라며 “에너지정책의 환경부 이관은 탈원전 정책의 부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수원 노조는 대통령이 “원전 건설에 15년이 걸린다"고 언급한 데 대해 “이는 잘못된 참모 보고에 따른 인식"이라며 “실제 건설 기간은 8년이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강창호 위원장은 “거짓 보고와 기만으로 정책을 흔드는 세력을 반드시 숙청해야 한다"며, 김성환 환경부 장관을 겨냥해 “공론화 검토를 핑계로 신규 원전 건설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기철 한국원자력산업환경진흥협회 이사장은 “중국은 이미 113기의 원전을 운영 중이고 500기까지 확대를 선언했다"며 “한국만이 거꾸로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대 사실과과학네트웍 공동대표는 “재생에너지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에너지 전환의 유일한 해답은 원자력"이라고 주장했다. 최재현 에너지와여성 중앙회장은 “에너지원은 국민 생존권과 직결된다"며 “정부가 태양광·풍력 중심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수원노조는 △“원전은 8년이면 건설 가능하다. 대통령께 허위 보고한 역적을 숙청하라" △“김성환 장관에게 원전을 맡기는 것은 탈원전 정책의 부활"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노조는 앞으로도 학계·노동계·시민사회와 연대해 원자력 중심의 합리적 에너지 정책을 수호하기 위한 행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온실가스 계속 내뿜으면 2100년 한반도 기온 7℃까지 오른다

지난 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5.7 ℃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가장 더웠던 지난해(25.6 ℃)보다 0.1 ℃ 높아 역대 최고 1위를 경신했다. 평년(1991~2020년 30년 평균값)보다는 2℃나 높았다. 서울은 열대야일수가 평년(12.5일)의 3.5배가 넘는 46일로 1908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8년만에 가장 많았다. 하지만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계속 내뿜는다면 2100년 무렵 한반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워지고, 기상 재해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는 이같은 예측을 토대로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적응 대책 마련 등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5년 만에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2023년부터 100여 명의 전문가가 작성에 참여했다. 기상청이 '기후위기 과학적 근거' 부분을,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기후위기 영향 및 적응' 부분을 맡았다. 보고서는 우선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가 한반도에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2.5ppm씩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기온은 10년마다 0.21℃씩 상승, 전 세계 평균(0.15℃/10년)보다 빨랐다. 보고서는 온실기체를 지금처럼 계속 내뿜는 '고배출'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2100년까지 한반도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최대 7℃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온이 7℃까지 상승한다면, 폭염 일수는 현재보다 9배, 열대야는 21배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극한호우와 더불어 강수량도 늘어나 대도시가 침수하는 사례가 매년 발생할 수도 있다. 보고서는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은 대책을 제시했다. ▶탈탄소 전환이 필요하다.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단계적 폐지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최소 30% 달성하며, 수소·전기차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 ▶도시 기후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 투수성 포장, 옥상 녹화, 빗물 정원 같은 저영향개발(LID)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인공지능(AI) 기반의 홍수 예측 시스템을 활용해 도시 침수를 줄여야 한다. ▶농업·수산업의 적응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고온 저항성 품종 개발, 스마트팜·스마트양식 기술 보급, 병해충 조기 탐지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자연기반해법(NBS)을 도입해야 한다. 훼손된 산림·습지를 회복하고 생태계의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 ▶기후와 보건 정책을 결합해야 한다. 폭염 취약계층 지원, 감염병 감시체계 강화, 공공 냉방 인프라 확충 등 기후 위기 대응와 국민 건강 보호를 병행해야 한다. ▶거버넌스 혁신이 필요하다. 중앙정부, 지자체, 기업,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한편, 지난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후보고서 발간 기념 포럼'에서 보고서 주요 저자들은 보고서가 담고 있는 핵심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폭염으로 인한 직간접 피해가 전체 기후 건강 피해의 60~80%를 차지하는 만큼 폭염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기후변화와 정신 건강 문제, 기후변화와 고령화 문제도 함께 살피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기후변화는 산불로 인한 송배전망 단절, 태풍으로 인한 공장 침수 등 복합재난으로 이어진다"면서 “폭염은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안전사고 발생을 늘린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각 지역의 역량을 고려한 지역 중심의 맞춤형 적응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동근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심화하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정량적·과학적 평가기법을 고도화하고, 지역 수요와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적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남대 지구과학교육과 박태원 교수는 “보다 알찬 보고서를 위해서 2030 평가보고서는 작성 기간을 이번 보고서보다 1년 정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포럼에는 시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포그래픽 등을 제공하고, 다음 보고서에는 북한의 기후위기 상황도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동해 심해가스전 개발 아직 안 끝났다…석유公 “투자유치에 복수 외국업체 참여”

대왕고래 구조는 경제성 없음이 최종 확인됐지만, 그렇다고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이 끝난 것이 아니다. 복수의 외국업체들이 석유가스 발견에 희망을 걸며 석유공사의 투자유치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사장 김동섭)는 동해 해상광구 투자유치(지분참여) 입찰을 19일 15시에 마감했으며, 개찰을 통해 복수의 외국계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내 대륙붕 개발업자인 석유공사는 지난 3월 동해 4개의 해상광구에 대한 투자유치 입찰을 개시했다. 이후 잠재 투자사의 입찰 기간 연장요청에 따라 입찰 기간을 3개월 연장한 바 있다. 석유공사는 입찰 마감에 따라 투자유치 자문사인 S&P Global을 통한 입찰 평가 및 입찰 제안서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적합한 투자자가 있을 경우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석유공사 측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 세부 계약조건에 대해 협상을 거쳐 조광권 계약 서명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며 “다만 현 시점에서는 입찰 참여사 간의 공정한 평가를 위해 입찰 참여 업체에 대한 구체적 사항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석유공사는 지난 2월 7개 유망구조 중 하나인 대왕고래 구조 시추를 통해 취득한 시료에 대해 전문업체인 Core Laboratories를 통해 2월말∼8월말까지 약 6개월간 정밀분석을 수행했다. 정밀분석 결과, △사암층 약 70m △덮개암 약 270m △공극률 약 31% 등에 있어서는 대체적으로 양호한 지하구조 물성을 확인했으나, 가스성분이 열적기원 가스가 아닌 생물분해 바이오가스로 밝혀졌고, 가스분포도도 예상한 50~70%보다 훨씬 낮은 6.3%로 밝혀졌다. 결국 회수 가능한 가스를 발견하지 못해 대왕고래 구조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는 “향후 대왕고래 구조에 대한 추가적 탐사를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그간의 탐사 및 이번 시추를 통해 축적된 자료를 기반으로, 투자유치 성사시 공동 조광권자와 함께 유망성평가, 탐사 등 사업계획을 새롭게 수립할 예정"이라며 “우리나라 자원안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동해심해 가스전 사업의 탐사자원량은 35억~140억배럴이다. 총 7개의 유망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 가운데 가장 유망한 대왕고래 구조에서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2월 4일까지 첫 탐사시추를 진행한 결과 경제성 없음이 판명났다. 이재명 정부는 처음부터 이번 사업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던 만큼 추가 시추비용에 대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왕고래 1차 시추 때 석유공사 505억원, 정부 505억원 등 총 1010억원의 비용을 조달하려 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505억원 중 497억원을 삭감하면서 석유공사가 다른 사업예산으로 시추비용을 메꿔 진행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시추예산 배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석유공사도 추가 비용을 내놓을 여력이 없기 때문에 결국 외부 투자 참여사들이 비용을 분담하는 규모에 따라 이들의 지분율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이 진행 중인 울릉 분지는 지질학적으로 석유와 가스가 형성되기 적합한 환경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투과성 있는 사암층과 이를 덮고 있는 이암 덮개암이 존재해 석유와 가스를 함유할 가능성이 높은 유망 구조로 확인된 상태이다. 개리 파커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교수에 따르면, 심해 환경은 석유와 가스가 생성되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김기범 부산대 교수는 울릉분지가 수리남-가이아나 유전이나 이스라엘 레비아탄 가스전과 지질적으로 유사한 비활성 대륙주변부에 위치해 있어 산화되지 않은 퇴적물이 쌓이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현대차, 전기차에서 럭셔리·고성능차로 ‘기어 변경’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숫자 목표'를 삭제하고, 고성능 브랜드 현대N과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전략'에 무게를 실었다. 국내외 경기침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종료, 보호무역 강화 등 글로벌 자동차산업을 위협하는 구조적인 복합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현대차의 결단이다. 더욱이 이같은 전략 선회는 단순한 목표 조정이 아니라 수익성 방어와 브랜드 가치 강화를 동시에 겨냥한 '리밸런싱'으로 해석된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뉴욕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네시스의 글로벌 판매 목표를 오는 2030년까지 연간 35만대, 고성능 브랜드 N의 판매 목표를 10만대로 제시했다. 올해 목표와 비교해 제네시스는 55%, 현대N은 3배 이상 늘린 규모다. 눈에 띄는 점은 전기차 판매 목표가 아예 빠졌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2030년 전기차 200만대 판매'라는 장기 목표를 내세웠지만, 올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에 친환경차 전체 판매 목표를 2030년 330만대로 제시하며, 그 범위를 전기차(EV)에서 하이브리드, EREV(주행거리 연장형 EV)를 포함한 '친환경 포트폴리오'로 확장했다. 이는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더딘 캐즘 국면을 사실상 인정한 조치다. 업계는 이를 '수익방어 전략'으로 평가한다. 경기침체, IRA 세액공제 종료, 미국 관세 리스크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전기차 사업만으로는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현대차의 현실적 판단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에 제네시스와 N은 높은 마진율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에 고성능 서브브랜드 '마그마'를 신설하고, 올해 첫 모델인 GV60 마그마를 출시해 전동화 럭셔리 시장에서 차별화를 노린다. 현대차는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은 고성능 브랜드 'N'과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장을 미래 전략의 핵심축으로 삼았다. 현대 N은 모터스포츠 경험과 롤링랩(이동식 연구소) 개발을 통해 기술력을 축적해 왔으며, 현재 5개 차종으로 구성된 라인업을 2030년까지 7종 이상으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2만3000여대 판매에 그쳤던 실적을 10만대로 끌어올리며 글로벌 주요 시장을 넘어 호주·캐나다 등 신흥시장까지 외연을 확장한다. 고성능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도 병행한다. N 브랜드의 고성능 퍼포먼스 파츠 비즈니스 역시 수익성을 강화하는 요소다. 단순 차량 판매에 그치지 않고 애프터마켓에서 추가 가치를 창출하면서 현대차 전반에 긍정적인 시너지로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제네시스는 8년 만에 누적 100만대 판매를 달성하며 프리미엄 시장의 톱10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판매를 2030년까지 35만대로 늘리고, '마그마'라는 고성능 트림을 추가해 브랜드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올해는 'GV60 마그마'를 출시하고, 내년에는 세계 내구 레이스 최상위 클래스인 '르망 24시'에 도전하며 고성능 영역 확장을 시도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글로벌 판매량 확대 및 생산 거점 확보,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현지화된 운영체계, 그룹사 시너지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차그룹 톱 3라는 위치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어 “불확실성의 시기를 다시 마주했으나, 이전의 경험처럼 또 한 번 위기를 극복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미래 모빌리티 회사로 거듭 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EE칼럼] 황소를 끌고 올 에너지 정책

소꼬리인 줄 알고 덥석 잡았는데, 그 뒤에 집채만 한 황소가 통째로 딸려 나오는 격이다. 최근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바로 이와 같다. 산업을 도외시한 환경 위주의 정부 조직 개편이나 특정 에너지원 육성 정책이 우리 경제와 산업 전반에 감당하기 힘든 충격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치우친 현재의 에너지 정책은 결국 막대한 비용을 국민과 기업에 떠넘기고, 국가 경쟁력을 심각하게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수순이라 설명하지만, 이는 더 큰 문제를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판단에 불과하다. 전기요금 인상은 우리 경제의 연쇄적인 비용 상승을 유발하는 도화선이 될 것이다. 모든 산업 활동의 기초 동력인 전기 에너지가 비싸지면, 원자재 가격부터 공장 기계 가동 비용까지 오르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고스란히 제품 생산 원가에 반영되고, 복잡한 물류와 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최종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상승 폭은 훨씬 더 커진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전기요금 인상은 결국 우리 경제 전체를 뒤흔드는 물가 폭등과 경기 침체라는 '황소'를 끌고 올 것이다. 지속적인 전기요금 인상은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을 뿌리부터 흔들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190.4원으로, 미국(121.5원)이나 중국(129.4원)보다 월등히 비싸다. 이런 상황에서 요금을 더 올리는 것은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는 육상선수에게 족쇄까지 채우는 격이다. 특히 AI, 반도체, 철강처럼 전기를 많이 쓰는 국가 핵심 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잃고, 이는 수출 부진, 투자 위축, 양질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실제로 높은 전기료를 감당하지 못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는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에너지 정책의 본질은 국민과 기업에 필요한 에너지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중단 없이 공급하는 데 있다. 하지만 현재의 정책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특정 '수단'을 정책의 '목표' 그 자체인 듯이 착각하고 있다. 수단과 목표가 뒤바뀌면서, 정책은 방향을 잃고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하는 치명적인 한계를 가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하고, 비상용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계속 가동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결국, 꼬리(수단)가 몸통(목표)을 흔드는 격의 정책은 우리 경제를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 이는 마치 항로 없이 망망대해를 떠도는 배와 같다. 이제는 '소꼬리'만 보는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그 뒤에 험악한 인상을 하고 선 '황소'의 전체 모습을 직시해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에너지 정책은 특정 이념이나 단기적 성과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 원자력을 포함한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를 통해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 공급 기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공급 불안정과 가격 변동성의 위험을 키울 뿐이다. 둘째, 전기요금 인상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산업계와 국민에게 미칠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완충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요금 조정은 단순한 숫자 조정이 아니라, 경제 전체를 고려하는 고차원적 정책 설계의 영역이다. 마지막으로, '공급 안정성', '안전성', '경제성', '환경성'이라는 4대 핵심 가치를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도록 국가 에너지 전략의 목표를 명확하게 재정립해야 한다. 이 네 가지 가치가 바로 우리 에너지 정책이 나아갈 길을 밝혀주는 등대가 될 것이다. 더 이상 꼬리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며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 에너지 정책은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적 결정이다. 우리 경제와 산업,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현명하고 책임감 있는 선택을 해야 할 때다. 문주현

중국보다 못한 한국 시멘트?…‘유해성’ 판단 기준도 없다

우리나라 시멘트 회사들이 생산하는 시멘트의 유해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산하 기관에서 관리 감독을 하고 있긴 하지만 단순 모니터링 수준에서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직까지 유해성을 판단할 만한 규정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1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 결과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시멘트에 대한 유해 물질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 주무 기관은 국립환경과학원이다. 해당 기관은 환경부 산하 기관으로 매달 국내 기업들이 생산한 시멘트 제품에 대한 중금속·방사능 검출 수준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환경과학원은 중금속·방사능 검사시 총 9가지 유해 물질의 검출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총 11곳에서 생산되는 국내·외 시멘트 제품이다. 대상 성분은 Cr(크롬), As(비소), Cd(카드뮴), Cu(구리), Hg(수은), Pb(납), 131I(아이오딘-131), 134Cs(세슘-134), 137Cs(세슘-137) 등이다. 11곳의 생산처는 각각 한일현대(영월 공장), 한일현대(삼곡 공장), 아세아(제천 공장), 삼표(삼척 공장), 쌍용씨앤이(동해 공장), 쌍용씨앤이(영월 공장), 성신(단양 공장), 한일(단양 공장), 한라(옥계 공장), 유니온(청주 공장) 등 국내 10곳과 스미토모(오사카 공장) 등 일본 1곳이다. 환경과학원은 이들 11곳을 대상으로 지난 8월 모니터링한 결과 수은과 아이오딘-131, 세슘-134, 세슘-137, 등 4가지 항목은 11곳 생산제품 모두 불검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크롬, 비소, 카드뮴, 구리, 납 등 5가지 물질은 검출됐다. 문제는 환경과학원은 시멘트 성분 검사시 체크하는 이들 유해물질 9개 중 크롬을 제외한 다른 8가지 물질은 검출 여부만 판단할 뿐 단위당 함유량 등 유해성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닸는 것이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시멘트 유해성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이 없다. 유일하게 크롬 항목에서 평가 기준이 생긴 것은 2009년부터 일본에서 크롬 검출 자율관리기준을 국내에 도입한 것"이라며 “일본 시멘트 업계는 1kg당 20mg 이상의 크롬이 검출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이것을 하나의 판단 기준으로 삼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권고하는 크롬 검출 기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서 통용되는 11개 시멘트 생산 제품은 모두 기준치 이하로 크롬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나머지 8개 중금속·방사능 검출 항목에 대해선 여전히 어떤 기준점도 마련돼 있지 않아 환경과학원의 모니터링 실효성에 의문이 실리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내 일부 공장에서 시멘트 생산 시 폐타이어를 활용하고 있어 시공시 근로자 또는 완공된 건물 입주·사용자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시멘트 자체가 이미 해외에서부터 폐타이어 등 폐플라스틱 폐기물을 원자재로 사용해 왔고, 우리는 이런 해외 기술을 후발주자로 들여온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시멘트는 원재료와 생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건강에 유해한 각종 물질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다. 결국 시멘트에 대한 규제를 하기에 앞서 어느 수준의 유해 물질이 나와야 규제를 해야 하는지 평가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 어떤 통일된 이론이나 과학적인 증명 방법이 나오지 않았다"며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유해성 수준에 대한 통일된 의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사례를 참조하고 있는 크롬 항목 한 곳이라도 권고치를 넘는 제품이 적발될 경우 당국 차원에서 경고 등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 뚫린 커다란 구멍…범인은 과연 누구인가?

2014년 여름 러시아 시베리아의 야말 반도(Yamal Peninsula). 헬리콥터를 타고 가던 한 조종사가 땅 위에 거대한 원형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름이 수십 m, 깊이 50m에 달하는 검은 구덩이. 마치 누군가 땅속에서 거대한 포탄을 쏘아 올린 듯 흙과 얼음이 사방으로 흩뿌려져 있었다. 이후 10년간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대형 구멍(Giant Emission Crater, GEC)'이 여덟 개나 더 발견되었다. 과학자들은 곧 이 현상에 사로잡혔다. “도대체 누가, 아니 무엇이 이 거대한 구멍을 만든 것일까?" ◇1막. 첫 번째 용의자 ― 기후변화 첫 번째로 지목된 용의자는 바로 지구 온난화였다. 실제로 구멍이 발견되기 직전, 야말 반도는 평균보다 4℃나 높은 이상 고온을 기록했다. 더운 여름과 따뜻한 겨울은 동토층(영구동토)을 녹이고, 땅속에 갇혀 있던 메탄(CH4)가스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빙하가 녹으면서 메탄이 빠져나가 폭발을 일으킨 게 아닐까?" 과학자들은 이런 추리를 내놓았다. 하지만 곧 의문이 제기됐다. 지구 전체 북극권은 다 같이 따뜻해지고 있는데, 왜 유독 야말·기단(Gydan) 반도에서만 이런 구멍이 생겨난 것일까? ◇2막. 두 번째 용의자 ― 메탄 하이드레이트 다음으로 등장한 용의자는 메탄 하이드레이트(hydrate). 얼음 속에 갇힌 가스 덩어리다. 기온이 오르면 하이드레이트가 녹아 메탄이 풀려난다. 문제는 이것만으로는 폭발을 일으킬 만큼의 압력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험에 따르면, 얼음과 가스가 균형을 이루는 압력은 20~25 바(bar) 정도인데, 실제 구덩이에서 흙과 얼음이 수백 m 밖까지 날아가려면 30 bar 이상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결국 “하이드레이트만으로는 힘이 부족하다"는 판정을 내리게 됐다. ◇3막. 세 번째 용의자 ― 지하 깊은 가스 그러자 새로운 용의자가 떠올랐다. 바로 지하 깊은 곳의 천연가스다. 야말반도는 세계 최대 가스전이 자리 잡은 지역. 땅속에서 끊임없이 가스와 열이 위로 치밀어 오르고 있다. 연구진은 가설을 세우게 된다. 지하에서 올라온 가스가 동토층 아래에 갇힌다. 동토층은 뚜껑처럼 가스를 막고, 위에는 얼음과 흙이 덮여 압력이 점점 쌓인다. 기후변화로 호수·강이 생기면서 얼음층이 더 얇아지고 약해진다. 결국 임계점을 넘으면… “꽝!" 폭발이 일어나며 거대한 구멍이 생긴다. 이 시나리오는 실제 관측된 현상과 가장 잘 들어맞았다. 폭발 후에는 구덩이가 물로 차올라 호수처럼 변하고, 시간이 지나면 평범한 동토지형으로 위장된다. 그래서 과거에도 수많은 구멍이 생겼지만, 지금은 호수 속에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4막. 미스터리의 결론 과학자들의 최종 판정은 이렇다. 단순히 기후변화로 얼음이 녹아 생긴 것이 아니다. 지하 천연가스가 동토층 아래에 축적되고, 기후변화가 방아쇠(trigger) 역할을 하면서 폭발로 이어졌다. 즉, 범인은 지하 가스 + 기후변화의 공모였던 셈이다. ◇5막. 남은 수수께끼 하지만 사건은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다. 왜 하필 이 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나타나는가? 앞으로 북극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가? 동토층 속에 잠들어 있는 1,700억 톤의 탄소가 한꺼번에 풀려나면 지구 기후는 어떻게 될까? 이 질문들은 아직 열린 채로 남아 있다. ◇에필로그 시베리아의 거대한 구멍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의 신호탄처럼 보인다. “내 속에서 갇혀 있던 가스가 깨어나고 있다. 더 이상 기후를 흔들지 말라." 과학자들이 추적한 미스터리는 결국 지구 온난화와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이 깊이 얽혀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음 구멍이 어디서, 언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건, 이 미스터리를 풀 열쇠는 우리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참고문헌 Hellevang, H. 등 2025. Formation of giant Siberian gas emission craters (GECs).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https://doi.org/10.1016/j.scitotenv.2025.180042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강찬수의 기후 신호등] 매일 겪는 기후 위기: 한반도의 현실과 해법은

지난 19일 환경부와 기상청이 공동으로 발간한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는 한국이 직면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 5년간 축적된 연구 성과(2000여 편의 논문 등)을 종합해 한반도의 기후변화 진행 상황, 현재의 충격, 미래 전망, 그리고 정책적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반도는 지구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 기후 재난이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는 것,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대기 중 온실가스: 위험 수위 돌파 한반도에서 최근 10년(2013~2022) 동안 이산화탄소(CO2) 농도 증가율은 연평균 2.5ppm으로 그 이전 10년(2003~2012)의 연평균 증가율 2.2ppm보다 빠른 증가 추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동안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각각 11ppb, 1.1ppb의 연평균 농도 증가율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24년 안면도와 울릉도, 제주(고산리) 기후관측소에서 측정된 이산화탄소 농도는 428~431ppm이었다. 이는 같은 해 전 지구 평균보다 5~8ppm 높다. 매년 약 3.4ppm씩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산업화 이전 대비 2℃ 상승의 한계선인 450ppm까지 불과 6~7년밖에 남지 않았다. 메탄도 심각하다. 안면도에서 관측된 메탄 농도는 2030ppb로, 전 세계 평균보다 약 100ppb 높았다. 아산화질소, 육불화황 등 다른 온실가스도 모두 전 지구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들 가스는 각각 수십 년에서 수천 년 동안 대기에 남아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한다. ◇한반도는 얼마나 더워졌나 기온 상승은 기후위기의 가장 직관적인 지표다. 1912년부터 2024년까지, 우리나라 지표 기온은 10년마다 0.21℃씩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0.15℃/10년)보다 40% 이상 빠른 속도다. 100년 넘게 쌓인 온난화의 결과는 충격적이다. 한반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8℃ 이상 더워진 것으로 평가된다. 지구 평균 상승폭(1.2℃ 안팎)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봄과 겨울철의 온난화가 두드러진다. 서울의 겨울철 평균기온은 100년 전보다 3℃ 가까이 상승했고, 눈 내리는 날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강원 산간 지역에서조차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이 잦아졌고, 겨울 스포츠 산업과 산림 생태계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 미래 전망: 지금보다 7℃ 더 뜨거워질 수도 보고서는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AR6)기반의 공유사회경제경로(SSP) 시나리오를 적용해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단기(2021~2040년 이전) 및 장기(2081~2100년) 기후 전망을 제시했다. 온실기체 고배출 시나리오(SSP5-8.5)에서 전 세계 평균 기온이 단기적으로 1.5°C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중간 및 높은 배출 시나리오(SSP2-4.5, SSP3-7.0)에서도 1.5°C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2081-2100년 장기적 전망에서는 모든 시나리오에서 1.5°C를 초과해 SSP1-2.6에서 1.8°C, SSP2-4.5에서 2.7°C, SSP3-7.0에서 3.6°C, SSP5-8.5에서는 4.4°C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특히 SSP5-8.5 시나리오 하에서는 2100년까지 한반도 기온이 최대 7℃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기온이 7℃ 상승한다면, 폭염 일수는 현재보다 9배, 열대야는 21배 늘어난다. 5일 단위 최대 강수량은 31% 증가해, 서울 같은 대도시는 매년 침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바다의 경고: 뜨거워지고 높아지는 해역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의 변화는 육지 못지않게 심각하다. 1968~2023년 동안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표층 수온은 1.4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0.7℃)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다. 특히 동해에서는 표층 수온이 1968년부터 2023년까지 약 1.9℃ 상승했고, 중층 수온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울릉분지에서는 최근 18년간 중층 수온이 1.075℃ 상승하는 등 심층 및 중층 해수의 열, 염분, 산소 특성 변화가 관측됐다. 해양 극한 현상도 증가 추세에 있었다. 해양열파는 해수온이 과거 평균 대비 매우 높게 오르는 현상으로, 국내 해역에서 특히 자주, 강하게 발생하고 있다. 1982~2020년 동안 동해는 전 세계 해역 중 해양열파 누적강도가 세 번째로 높았으며, 여름철 발생일수는 다른 계절보다 65% 이상 많았다. 해수면 상승도 빠르다. 동해 일부 해역은 연평균 7㎜ 이상 해수면 상승을 기록하며, 세계 평균(3.7㎜)보다 거의 두 배 높았다. 2100년까지 해수면은 최대 82㎝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에 해당하는 연안 지역이 침수 위기에 놓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인천·군산·부산 등 항만과 어촌 마을은 장기적으로 거주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일상화된 극한기상 기후위기는 평균 기온의 문제를 넘어, 우리가 체감하는 극한 날씨로 나타난다. 2025년 여름은 관측 이래 가장 높은 평균기온을 보였다. 기후 보고서가 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기온 상승이 가파르고 극한호우도 심해지고 있다. ▶폭염: 최근 10년간(2015~2024년) 연평균 폭염 일수는 15.6일로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990년대 평균(7일)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2018년과 2023년 여름에는 일부 지역에서 체감온도 40℃를 넘는 날이 잇달아 발생했다. ▶열대야: 열대야(밤 최저기온 25℃ 이상)는 폭염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의 열대야 일수는 1970년대 연평균 2.5일에서 최근 10년간 20일 이상으로 늘었다. ▶집중호우: 강수 패턴이 변해 6월 강수량은 줄고, 7~8월에는 국지성 호우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장마 시작일과 2차 장마 시작일이 모두 앞당겨지면서 여름철 평균 강수량과 호우 빈도가 증가했다. 장마가 물러나는 날은 2000~2014년의 기간 동안 약 10일 늦춰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2020년 충청지역 기록적 폭우, 2022년 서울 강남 도심 침수, 2023년 경북 지역 산사태는 모두 이 같은 흐름의 단면이다. 2022년 수도권에서는 시간당 141.5㎜의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했다. ▶태풍: 북태평양의 폭풍 수는 최근 증가하며 생애 주기가 길어졌고 더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반도에 도달하는 태풍은 과거보다 강력해졌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태풍이 세력을 유지한 채 북상하기 때문이다. 2020년 '하이선', 2022년 '힌남노'가 대표적 사례다. ▶가뭄: 여름철 폭염과 겹치면서 '폭염형 급성가뭄(돌발가뭄)'이 늘고 있다. 2022년 제주도의 경우 50일 넘게 비가 내리지 않아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었다. 2022년 수도권에서 극한강수현상이 발생하는 동안 남부 지방은 역대 최악의 기상 가뭄을 겪는 등 지역 간 차이가 두드러졌다. ▶한파: 극한저온현상은 동아시아 전역에서 1980년대 중후반 이후 감소하다가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북극해 해빙 감소, 음의 북극진동 발달, 성층권 극와도 순환 약화, 우랄 블로킹의 빈도 증가 등에 기인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1973~2023년 한반도 한파일수는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기후위기의 사회·생태적 충격 ▶수자원: 지난 40년간 제주 지역 연강수량은 206㎜ 증가했지만, 충남은 120㎜ 감소했다.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며 홍수와 가뭄이 동시에 늘고 있다. 물 부족에 있어서는 한강권의 임진강 하류와 주변 낙동강권역이 위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생태계: 일찍 개화하는 식물 종의 개화 시기가 더 빨라질 것으로 분석됐다. 아고산 침엽수 구상나무는 집단 고사 중이며, 남방계 나비와 야생벌은 북상하고 있다. 반대로 양서류와 민물고기는 서식지를 잃고 있다. 외래종인 뉴트리아, 붉은불개미, 작은입배스의 서식지가 확대돼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산림: 지난 40년간 매해 약 400㏊의 산사태가 발생했고, 발생면적과 피해액이 지속해서 증가했다. 산사태 발생 원인으로는 강우, 지형, 지질, 식생 등의 자연적 요인과 토지이용, 산림관리, 벌목 등의 인위적 요인이 존재한다. 산불은 매해 약 4004㏊의 피해가 발생했고, 2020년대 피해면적이 2010년대보다 10배 증가했다. 산불 증가의 원인은 사회경제적 원인과 평균기온 증가와 습도 감소 등으로 나타났다. ▶농업: 벼의 출수 한계기가 늦어지고 보리의 유수형성기가 빨라지는 등 이상기상의 피해가 발견됐다. 채소와 과수의 수량성과 품질도 낮아지고 있다. 사과 재배지는 북상하거나 축소되고 있다. 사과 최대 산지인 충북 일부 지역은 앞으로 재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밭작물의 생산성과 품질도 이상기상으로 감소세다. 열대거세미나방 등 외래 병해충도 확산 중이다. ▶수산업: 수온 상승으로 명태는 거의 사라졌고, 오징어·고등어 어획량도 감소 중이다. 김·다시마 양식장은 고수온 피해로 막대한 경제 손실을 입고 있다. SSP5-8.5 시나리오 하에서의 어획량 변화는 최대 2923억원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양식업 중에서는 멍게와 해조류가 높은 위험을 가지고 있었다. ▶보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2018년 여름 한 해에만 4000명 이상 발생했다. 대기오염과 알레르기 질환, 감염병 확산도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 말라리아 국내 연평균 환자 수는 2016~2019년 310명에서 2020~2023년 370명으로 늘었고, 특히 2023년에는 673명으로 급증했다. ◇결론: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한국은 이미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다. 폭염과 집중호우, 태풍, 가뭄은 더 이상 '이례적 현상'이 아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됐다. 경제와 안전을 위협하는 실존적 위기다.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는 분명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적응 전략을 강화한다면 피해를 완화할 수 있다. 보고서의 결론은 이런 것이다. “기후위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현재이자, 우리의 미래다. 이제는 정부와 기업, 시민 모두가 행동해야 할 때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2027년 ‘지속가능항공유’ 의무화…8년간 최대 10%까지 늘린다

정부가 국제항공 부문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2027년부터 지속가능항공유(SAF)를 항공유에 1% 혼합해 사용하고, 2035년에는 최대 1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국제항공 탄소중립 선도와 신산업 육성을 위한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 의무화제도 로드맵을 공동 발표, 'SAF 얼라이언스'를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SAF는 폐식용유, 옥수수 곡물, 농업 잔류물, 폐기물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든 대체 연료를 뜻한다. 두 부처는 2027년부터 SAF 혼합의무비율을 1%로 정해 시행할 계획이다. 이어 2030년에는 3~5%, 2035년에는 7~10% 범위에서 국내 생산능력, 해외 의무 수준, 글로벌 시장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최종 비율을 확정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산업부는 SAF 혼합의무비율 적용 대상은 항공유 공급자인 석유정제업자와 석유수출입업자로 정했다. 이들의 의무 이행 여부는 연간 국내 공항의 국제선 항공유 공급량 대비 SAF 공급량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또, 유연성 제도를 도입해 전체 이행량의 20%까지 최대 3년간 이월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국토부는 2028년부터 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이 연간 급유량의 90% 이상을 해당 공항에서 급유하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SAF 생산 과정에서 함께 발생하는 바이오 연산품(납사·디젤 등)이 가격 손실 없이 판매될 수 있도록, 다원화된 지속가능성 인증기준(EU, CORSIA 등)이 상호 호환될 수 있게끔 오는 9월 23일부터 열리는 ICAO 제42차 총회에서 제도 개선도 요청할 예정이다. SAF 활용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도 강화한다. SAF 혼합의무비율을 초과해 급유·운항하는 국적 항공사에는 국제항공 운수권 배분 시 가점을 기존 1점에서 3.5점으로 확대 적용한다. SAF 혼합급유를 활용 및 국내 출발하는 국제선 항공편에 제공하는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을 2027년부터 항공사에 직접 지급하는 보조금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산업부는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바이오 기반 SAF 관련해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세액공제(최대 25%)를 지속 지원한다. 재생합성 SAF 등 차세대 생산기술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 제공도 검토한다. SAF 주요 원료는 경제안보품목으로 지정해 시설투자와 원료 구매 자금 지원을 강화하고, 공급망 안정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27년까지 석유관리원 내에 석유대체연료센터를 설치해 전담 조직을 보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토부는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의무에 따른 추가 비용은 정부, 항공업계가 분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AF 혼합의무 비율 1%를 기준으로 전체 국적사 부담액은 92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토부는 현재 SAF로 인한 항공요금 인상 계획이 없으나, 오는 2030년 전후로 업계 경영 여건, 사회적 공감대, 국제 동향 등을 종합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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