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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th, 에너지가 미래다]대선 후보 에너지정책 ‘극과극’…기후 대책 ‘재탕 또는 실종’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에너지 정책은 늘 주요 화두다.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대명제 앞에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등 주요 에너지원 활용을 놓고 대통령 후보들이 자신만의 철학을 내세우며 차별화 포인트로 삼았다. 이로 인해 역대 정권들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윤석열정부의 '탈탈원전' 정책 등으로 극심한 이념 대립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미국이 통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인공지능(AI) 저변 확대를 위한 전력 확보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이 산적해 있고, 주요 후보들이 차이가 명확한 에너지 정책 공약으로 유권자들을 공략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에너지 공약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으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현재 에너지 관련 공약을 가장 구체적으로 제시한 출마자는 이 후보다. 현장 발표와 자신의 SNS를 통해 자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4월부터 △전국 전력망을 최적화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원전·신재생에너지 병행 확대 △2035년 탄소감축 목표 상향 조정 △국내 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 지원책 강화 등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아우르는 전략을 연달아 내놨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대', '탈(脫)석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24년 기준 세계 에너지부문 투자액은 4360조원으로 반도체와 자동차 시장을 합한 것보다 크다"며 “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 산업을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질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2040년까지 석탄 발전을 폐쇄하고 전기차 보급 확대로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2050년 탈석탄을 천명한 문재인정부보다 목표 시점을 10년 앞당긴 공격적 목표다. 이 후보는 석탄의 빈자리를 재생에너지, 원전 등으로 메운다는 구상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네트워크 확충을 주요 과제로 보고 있다. 특히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20기가와트(GW) 규모의 남서해안 해상풍력을 해상 전력망을 통해 주요 산업지대로 송전하고, 전국 'RE(재생에너지) 100' 산단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지역별 전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의 효율적 활용까지 고려한 장기적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대신 AI 활성화 등을 감안해 원전의 역할을 좀더 인정한다는 점은 차이가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애초 민주당이 의도한 것은 완전한 탈원전이 아니라 감(減)원전이었다"면서 “필요한 전력과 부지 선정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해 적정한 원전 수준을 이어 가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지난 12일 에너지 부문 공약을 발표했다. 핵심은 원전 적극 활용을 통한 저렴한 전력의 안정적 공급, 신기술을 이용한 에너지 확보다. AI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대형 원전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한국형 소형모듈원전(SMR)의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산업용 전기료 인하를 통한 '반값 전기료 기반 조성'을 강조하며 기업하기 좋은 전력 환경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기에 전국 전력망을 '에너지 고속도로·국도·지방도'처럼 정교하게 연결해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고, 지역 기반 분산형 에너지 체계도 강화화한다. 에너지 신기술 개발과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도 병행한다. 김 후보는 “AI와 첨단산업 시대를 뒷받침할 에너지 인프라는 원전과 재생, 분산 시스템이 조화롭게 구축돼야 한다“며, 에너지 안보와 산업경쟁력, 탄소중립 실현을 아우르는 현실적 전략임을 강조했다. 두 후보가 에너지 정책에서 상반된 관점을 보인 동시에 공약 우선순위에서도 두 후보의 행보는 엇갈렸다. 먼저 이 후보는 10대 공약 중 가장 마지막인 10순위에 에너지 정책을 배치했다. 반면 김 후보는 공약 2순위에 에너지 산업을 배치하고 원전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에너지 정책 공약에 대해 실망했다는 평가다. 에너지 정책과 기후 분야를 중요하게 언급하지도 않을뿐더러 과거 공약을 재탕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극심한 폭염과 한파를 겪은 뒤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다뤄주길 바라는 유권자들의 요구가 높아졌지만, 대선 후보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이재명 후보가 공약한 2040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햇빛·바람 연금,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등에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 가동을 줄여오고 있지만, 석탄은 여전히 주요 발전원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총 발전량에서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9.4%로, 원자력발전(32.5%) 다음으로 높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8년까지 노후 석탄발전 40기를 폐쇄하는 방향으로 수립돼있는데, 이 후보의 공약을 실현하려면 지금보다 더 빠른 속의 석탄 감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후보는 석탄발전 폐쇄로 발생하는 전력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가 내세운 햇빛·바람 연금과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 역시 2022년 대선 공약과 큰 차이가 없다. 햇빛·바람 연금은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을 지역 주민과 나누는 모델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전제로 한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 등 대규모 수요지로 공급하는 초고속 전력망 구축 방안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약속했던 탄소세 도입 등은 이번 10대 공약에서 제외돼, 기후 공약이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가 9월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2030년 NDC 40% 달성에 대해서도 '원론적 수준'의 언급만 내놨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2035년 NDC 52% 상향'을 공약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빠졌다. 대신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추진'과 '과학적 근거에 따른 2035년 이후 감축 로드맵 수립' 정도만 담겼다. 김문수 후보는 아예 10대 공약에 '2050년 탄소중립'이나 '온실가스 감축'을 언급하지도 않았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보다도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를 위해 원자력발전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세계적인 흐름이 된 에너지 전환 대책은 거의 내놓지 않았다. 원전 이외의 대안을 고려하지 않았고, 탄소 배출 에너지원의 '감축'에 대한 계획도 없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김 후보의 공약에는 '2050년 탄소중립'이나 '감축'이라는 용어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며 “AI를 위한 원자력발전소와 재생에너지 관련 내용이 일부 언급돼있으나, 상당 부분 원전 중심이고, 탄소 감축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에너지 변방에서 중심으로…한국에 새로운 바람이 분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100%를 수입한다. 연간 수입액만 230조원으로, 국가 전체 수입액의 1/5에 이른다. 이처럼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소비하는데도 에너지산업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공기업 독점 구조 때문에 민간 기업의 활동 영역이 극히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에 심상치 않은 새로운 에너지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의 막대한 석유가스를 개발해 에너지 패권지위를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종전 이후 세계 최대급의 에너지 공급량을 아시아에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그 접점에 서게 되면서 아시아의 새로운 에너지 허브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가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에너지 제도를 미리 정비해 에너지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2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에너지(광물성연료) 수입액은 약 226조원이다. 여기에 금속자원 수입액 약 33조원을 더하면 에너지·자원 총 수입액은 약 260조원이다. 국가 전체 수입액의 29.6%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원 수입액은 중국, 미국, 인도, 일본에 이은 세계 5위 수준이다. 이처럼 많은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고 소비하면서도 21일 기준으로 국내 시가총액 10대 기업 안에는 에너지 기업이 하나도 없다. 40대까지 넓혀야 14위 두산에너빌리티, 23위 한국전력, 37위 SK이노베이션이 간신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전은 국가 송배전망 및 전력 도소매시장을 완전 독점하고 있고, 자회사를 통해 발전시장도 60%를 점유하고 있는 독보적인 에너지 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매출액은 약 93조원으로 삼성전자 매출의 1/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력, 천연가스, 열 등 주요 에너지 시장은 공기업 독과점으로 운영되고 있고, 나머지 시장마저 소수 대기업이 차지하면서 신규 진입도 없고 발전도 없는 고인물 시장으로 후퇴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와 정치권의 요금 통제로 공기업 재무상태가 상당히 열악해지면서 송전망, 수소관 등 미래 에너지를 맞이할 인프라 구축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5월 2일 본지와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미래포럼, 자원경제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서울에너지포럼에서 에너지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낡고 시대에 맞지 않는 에너지제도를 당장 개선하지 않으면 한국은 에너지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마침 글로벌 에너지시장에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까지만 해도 탄소중립이 대세였지만,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그리고 이후 출범한 트럼프 정부가 화석연료 회귀정책을 선포하면서 이제는 에너지안보, 에너지 패권싸움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에너지 패권지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알래스카에 매장된 100억배럴의 석유가스를 개발 및 수출하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총 사업비 440억달러가 투입되는 이 사업에 한국, 일본, 대만의 참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 사업은 경제성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중동산 에너지 수입루트의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알래스카 에너지는 한국까지 일주일이면 운송이 가능하고, 호르무즈해협이나 말라카해협 같은 병목구간도 없어 매우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막대한 양의 러시아 에너지가 아시아 시장으로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러시아 에너지는 동남아에 있는 싱가포르 허브에서 취급하기 힘들다. 한국이 아시아의 새로운 에너지 허브로 각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은 미국과 러시아 에너지 공급루트의 접점에 위치해 있고,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지역인 동북아의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특히 지질적으로 안정적이어서 일본보다 유리하다. 한국이 싱가포르처럼 에너지허브 산업을 제대로 갖춘다면 강력한 에너지 안보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가장 저렴한 에너지 확보로 제조업의 부흥을 이끌 수 있다. 국가의 미래 먹거리와 기반을 동시에 다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6월 3일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가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관련 정책과 제도를 과감하게 개선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은정 공주대 국제학과 교수는 “한국에 에너지허브 기회가 오고 있다는 인식에 공감한다. 허브가 구축되면 어려운 정유 및 석유화학 설비를 다시 활용함으로써 지역경제 발전 및 인구 감소도 막을 수 있고, 일본과 협업하면 시너지를 더 올릴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시장 개방 등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세현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미국은 '라스트 카드'인 알래스카 에너지 개발을 일찍 꺼내들었다. 이는 그만큼 에너지 패권지위를 더 빨리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과 한국이 강력한 에너지 안보동맹을 맺으면 한국은 아시아의 에너지 패권국이 될 수 있고, 협력범위를 원자력까지 확대해 유럽, 중동, 동남아로 원전 수출까지 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은 러시아 종전에 대비해 야말 및 아크틱 가스전, 동시베리아 에스포(ESPO) 프로젝트와의 협력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며 “한국이 에너지 분야에서 전래없던 훌륭한 기회를 맞고 있다는 것은 틀림 없다. 차기 정부가 이를 잘 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에너지허브’ 기회 맞은 한국, 그 중심에 선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

[울산=윤병효 기자] 우리나라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에너지 허브산업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에너지 허브산업이란 에너지 공급지역으로부터 수입한 제품을 저장한 뒤 이를 필요로 하는 수요국에 판매하는 사업이다. 단순히 제품만 사고 파는 게 아니라 거래 과정의 금융파생상품을 통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아시아 국가 중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싱가포르가 아시아 에너지 허브산업으로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허브는 석유, 가스, LPG, 수소, 탄소 등 다양한 에너지 제품을 저장하기 때문에 에너지 수급 중단 위험에도 대비할 수 있다. 미국은 에너지 패권지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고 주 수출지역으로 아시아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에너지 수요가 가장 많은 동북아의 가운데에 위치해 있고, 에너지 최대 수출지역으로 부상한 아메리카 대륙으로부터 아시아국 중에 가장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해와 남해는 수심이 깊어 초거대 에너지 운송선박이 접항하기도 좋고, 지진 위험도 낮은 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해 11월 상업가동에 들어간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석유공사(52.4%)와 SK가스(47.6%) 합작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LNG와 석유제품을 모두 취급하고 향후 수소, 탄소까지 취급을 통해 진정한 에너지 허브기지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오일허브로 시작, 에너지전환 맞아 에너지허브로 전환 대성공 코리아에너지터미널 사업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국정과제로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이 선정되면서 시작됐으나, 이후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맞아 LNG를 포함하는 동북아 에너지 허브사업으로 확대 변경하면서 지금의 사명이 결정됐다. 2019년 합작투자계약 체결 및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되면서 사업은 본격화됐다. 2020년 LNG 1,2탱크 이용계약 및 자금조달 금융약정과 부지항만 임대차계약이 체결됐고, LNG 1,2탱크 및 오일탱크 건설공사가 착공됐다. 2022년에는 LNG 3탱크 이용계약이 체결되면서 건설공사도 착공에 들어갔다. 2023년 12월 오일탱크 27만㎘가 준공됐고, 2024년 6월 LNG 1,2탱크(각 21.5만㎘)도 준공됐다. LNG 3탱크(21.5만㎘)는 현재 공정률 86%로 내년 4월 준공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1조2052억원이 투입됐다. 자본은 자기자본 30%와 타인자본 70% 비율로 조달됐다. 부지면적은 총 30만㎡이며, 잔여부지 9.1만㎡에 탄소포집저장(CCS)이나 암모니아 등 신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다. LNG 저장탱크의 총 용량은 64만5000㎘로, 톤단위로는 29만톤이다. 송출량은 시간당 최대 540톤(연간 470만톤)이다. 주요 설비는 LNG 부두, 저장탱크, 고압펌프, 기화기로 이뤄져 있다. 오일 저장탱크의 총 용량은 27만㎘이며, 출하량은 시간당 최대 3000㎘이다. 주요 설비는 오일부두, 저장탱크, 첨가제탱크, 펌프로 이뤄져 있다. ◆“수심 깊어 초대형 선박도 1km로 접근, 아시아에 이만한 여건 별로 없어" 오일 터미널은 2024년 4월 17일 첫카고 입항 이후 상업 운영 중으로, 지금까지 총 172항차 작업이 진행됐다. LNG 터미널은 2024년 4월 5일 첫카고 입항을 통해 지난해 6월말 시운전을 완료하고 4개 고객사에 송출 중이다. 두 터미널 모두 운영 개시 후 무재해 무사고 및 가스 송출중단 제로화 운영 목표를 달성 중이다. LNG 1~3 탱크는 모두 터미널 사용 계약(TUA)이 체결됐으며, 12기 오일탱크도 3개 고객사와 임대계약이 완료됐다. LNG 1탱크는 울산지피에스 발전사에 공급하고, 2탱크는 SK에너지, SKMU, 고려아연에 공급하며, 3탱크는 에쓰오일에 공급한다. 오일 탱크는 프랑스 토탈에너지스 트레이딩아시아와 7기(11.5만㎘), 일본 에네오스와 2기(6만㎘), 사우디 아람코와 3기(9.5만㎘) 계약을 맺었다. 특히 코리아에너지터미널 사업은 지역경제에 매우 높은 경제적 효과를 올려주고 있다. 일자리창출 2040명, 생산유발 9536억원, 부가가치유발 4109억원 효과를 창출했다. 특히 터미널 건설과정에서도 일자리 1만384명, 생산유발 1조4247억원, 부가가치유발 5911억원을 창출했다. 당초 지역 탱크사업자들은 코리아에너지터미널 건설에 반대했다고 한다. 대용량 탱크가 들어서면 계약물량을 쓸어가기 위해 임대료를 낮게 책정할 것으로 우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은 오히려 임대료를 더 높게 책정한 상태다. 이를 통해 지역평균 임대료까지 높였다. 회사 관계자는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은 입지, 접안, 운영 여건이 매우 훌륭하다. 수심이 매우 깊어 초대형 선박인 VLCC급이 1km까지 접안이 가능하다. 이것을 할 수 있는 곳은 아시아에서도 많지 않다. 이러한 여건 때문에 글로벌 사업자들과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며 “임대료를 상향평준화 시켜 지금은 지역사업자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은 상업가동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놀라운 경영실적을 올리고 있다. 올해 1분기 289억5100만원, 영업이익 123억7200만원, 당기순이익 48억9000만원으로, 영업이익률이 42.7%나 된다.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의 도전은 아직 진행 중이다. 남은 부지 9.1만㎡에 탄소포집저장(CCS) 또는 암모니아 등 신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다. 에너지 전환 및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만반의 준비를 갖춰 진정한 에너지 허브기지가 되는 것이 회사의 궁극적 전략이다. ◆트럼프가 만든 절호의 기회…한국을 동북아 에너지 허브로 육성해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패권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화석연료 시대의 회귀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파리기후협정에서도 탈퇴했다. 이는 미국의 최대 수출품인 석유와 가스 수출을 더욱 장려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트럼프 정부가 석유, 가스 수출을 더욱 확대하려는 지역은 아시아이다. 아시아 중에서 한국이 속한 동북아는 세계에서 에너지 수요가 가장 많은 지역이며, 동남아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어메이징 지역이다. 하지만 미국의 아시아 에너지 수출은 제한적이다. 텍사스, 루이지애나주 등 남부에서 에너지제품을 실은 선박이 아시아로 가려면 파나마운하를 통과하거나 아니면 남아메리카를 멀리 돌아 가야 한다. 파나마운하는 폭이 좁아 큰 배가 통과하지 못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나마 대통령에 운하를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운하 건설은 미국이 했다. 결국 미국이 아시아에 에너지 제품을 효과적으로 수출하려면 가장 큰 선박으로 한번에 대량 운송해야 한다. 이 때문에 동북아 에너지 허브기지 구축 필요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일본이 먼저 LNG 허브산업 육성에 들어갔지만, 일본은 지진 위험이 큰 지역이라서 한계가 있다. 현재 아시아 에너지 허브지역인 싱가포르는 중국의 영향력 지대에 있어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확대되면 이용이 어렵게 될 수 있다. 미중 갈등이 더욱 커지면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역시 중동산 에너지 수입이 어렵게 된다. 공급 측면에서도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칠레 등 아메리카 대륙의 아시아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알래스카 지역의 에너지 수출 가능성도 높아지고, 러시아의 북극 및 극동지역의 에너지 수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이 동북아 에너지 허브로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가 에너지 허브가 되기 위해선 물량, 인프라 등 하드적 요소 외에도 실질적으로 운용하기에 필요한 금융, 제도 등은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화석연료 시대로 회귀한 트럼프 시대를 맞아 한국은 절호의 에너지 허브 기회를 맞았다. 물량도 충분하고, 인프라와 자연적 조건도 매우 훌륭하다. 다만 에너지 허브는 금융산업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국제적인 금융 시스템과 거래 플랫폼이 구축돼야 하고, 무엇보다 에너지 시장개방과 제도 지원이 절실하다. 이를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도 필요하다"며 “특히 에너지 허브는 에너지 안보에서도 매우 유리하다. 새 정부에서 에너지 허브산업을 국가적 성장동력으로 선정해 미래 먹거리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36th, 에너지가 미래다] 박진호 한국에너지공대 총장대행 “탈탄소화 흐름은 지속…AI와 에너지 융복합 전략 필요”

'에너지가 미래다'라는 명제는 더 이상 구호가 아닌 현실이다. 탄소중립 전환, 에너지 안보, 인공지능 산업의 급성장까지 모든 길은 에너지로 통한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는 이런 흐름 한가운데서 출범한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연구중심 대학이다. 박진호 총장대행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기술 혁신을 주도할 인재 양성과, 수요기반 연구개발, 그리고 실증과 상용화를 아우르는 에너지 플랫폼으로서의 켄텍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 한국이 글로벌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교육과 기술, 산업이 연결된 미래 청사진을 담아본다. [편집자 주] -에너지는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제조업 및 AI의 밑바탕이자, 그 자체로도 훌륭한 산업이 될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에 적절한 에너지 믹스 및 시장정책은 어떻게 가져가야 한다고 보는가. ▲에너지는 산업∙사회의 유지와 성장을 위한 단순한 공급원이 아니라, 국가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이며 또한 그 자체로서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특히 제조업과 AI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 에너지 공급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차세대 원전 등 무탄소 에너지의 확대와 함께 이를 안정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차세대 전력망, 에너지 원간의 섹터커플링,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수소 등 다양한 에너지원의 균형 있고 신뢰성 높은 믹스가 필요하다. 이에 있어 AI 기술이 향후 에너지산업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초격차 기술 혁신을 촉진해 에너지산업을 신성장동력화하며, 공급사슬 제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정책도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 믹스는 기술∙가치 중립적 접근을 통해 재생에너지, 차세대 원전,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반 천연가스, 수소 등의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며 이를 국부 창출의 중요한 수단으로 만드는 로드맵이 요구된다. 또한, 에너지 정책관련 의사결정 구조의 시장지향형 독립성 보장도 매우 중요하다. - 글로벌적으로 탄소중립과 화석연료 귀환이 맞서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흐름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그에 맞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준비해야 한다고 보는가.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향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화석연료 사용이 증가하는 이중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장기적 탈탄소화 흐름은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단기적, 중장기적 변화와 도전에 지혜롭게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균형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지역∙환경 맞춤형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에너지저장 기술, 스마트 그리드, 수소 에너지, 차세대 원자력(SMR) 등 신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하며 수출지향형 미래에너지 제조업 생태계 복원에도 집중해야 한다. 'AI for Energy, Energy for AI'란 말이 있듯이 이에 있어 AI산업과 에너지산업의 융복합도 전략적으로 적극 추진해야 한다. - 글로벌 에너지 분야 기술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한국의 발전 속도는 더딘 편이다. 문제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및 기술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보는가. ▲ 한국의 에너지 기술 발전 속도가 더딘 이유는 전주기적 R&D 관리 체계의 미비와 부족한 전략적 R&D 투자 그리고 미흡한 글로벌∙산학연 협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탈행정적∙탈규제적 지원과 함께 글로벌 파트너십을 망라한 대학, 연구기관, 산업계 간의 협력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정부주도 R&D와 민간주도 R&D의 조화도 더욱 필요하다. 한국은 이미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확장해 그리드 규모의 장주기 저장기술, 수소저장, 열저장 등으로 기술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차세대 에너지저장기술(ESS)에 이어 수소 에너지, 스마트 그리드 등 미래 에너지 기술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개발과 실증 및 상용화까지 이르는 전주기적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원천 연구부터 실증까지 연계되는 일관된 R&D 관리체계의 구축, 기술개발 단계 단축형 상용화 플랫폼 구축, 네거티브 규제 기반 제도혁신 등을 통한 혁신기술 검증 기회 확대, 산학연 협력을 통한 기술이전과 사업화 가속화가 필요하다.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갖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이를 위해 켄텍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에너지 기술 혁신을 위한 과감하고 전략적인 R&D 투자, 둘째, 미래에너지 산업을 이끌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마지막으로 산학연 협력과 산업생태계 구축을 통한 기술 상용화 가속화이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대전환은 기술 혁신과 인재 양성을 통해 이뤄진다. 켄텍은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연구중심 대학으로서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켄텍은 에너지AI, 재생에너지, 스마트 그리드, 수소, 차세대 원자력 및 핵융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미 확보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출범한 에너지정책연구소는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한 선제적 기술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는 에너지 정책 방향과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켄텍만의 차별화된 에너지 혁신기술 개발 전략은 무엇이며, 현재 주력하고 있는 연구 분야는 어떤 것이 있나. ▲켄텍은 설립 초기부터 기초원천 연구와 산업적 응용을 연계하는 '목적기초연구(Use-inspired Basic Research)'에 중점을 두고,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에너지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조화로운 양극단 연구개발을 추구하고 있는데, 그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현재는 마이크로그리드형 AC-DC 복합 차세대 전력망, 에너지AI,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태양전지, 광전기 및 전기화학적 물 분해, 수소 저장 기술, 고전력반도체, 차세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그리고 탄소 포집 및 활용(CCUS) 기술 등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일부 연구팀은 세계적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다. -'에너지가 미래다' 관점에서, 켄텍이 지향하는 핵심 비전과 역할은 무엇인가. ▲ 켄텍은 '에너지 분야 글로벌 선도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비전 아래 설립됐다. 켄텍은 에너지 산업의 역사적 대전환기에 국가 주도로 설립된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대학으로, 우리의 비전은 명확하다. '에너지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인류와 지구를 위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국가 에너지 전략의 플랫폼이자 기술주권 실현의 핵심 거점이 되겠다는 의지이다. '탈탄소·디지털·분산화∙에너지안보'로 급변하는 가운데, 켄텍은 미래 에너지 산업을 선도할 글로벌 인재 양성,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응할 수 있는 원천기술 개발과 상용화, 정책개발 등 대한민국의 에너지 주권 확립과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견인차 역할을 다할 것이다.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시대를 이끌 인재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보는가. 공대 차원의 인재 육성 방안도 함께 설명해달라. ▲ 에너지 산업의 미래는 학제적 단일 전공 지식의 습득이 아닌 산업·사회 문제를 통섭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복합적∙창의적 사고 능력에 달려 있다. 켄텍은 이에 맞춰 교육 철학을 '창의∙융복합·탐구형 교육'으로 재정의했다.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전공 간 경계를 허문 설계사고(design-thinking) 기반의 에너지 공학입문 설계 교육을 경험한다. 또한 '현장연계형 문제해결 교육(PBL)'을 주요 교과목에 도입해 이론 중심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제 산업·사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실무 문제해결 역량을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해결 역량 중심 교육은 고학년에서 자기주도연구(independent research)와 종합설계(capstone design) 교육으로 완성된다.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교육도 체계적으로 제공한다. 교과에 의한 학습뿐아니라 체계화된 켄텍만의 교과외활동인 기숙형(residential college)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전인적 품격을 높이는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학생 한 명당 교원 3명 수준으로 학습, 연구, 생활에 있어 맞춤형 멘토링이 가능한 환경은 켄텍만의 장점이다. 특히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전체 학생의 해외 연수 경험을 의무화하고, 국제 공동연구 참여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시각과 네트워크를 갖춘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이에 필요한 실전형 영어 글쓰기와 말하기 교육도 의무화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방식은 기존의 전공지식 습득 위주의 학제적 공학교육의 틀을 벗어나 에너지 분야의 창의적, 융복합적 인재를 양성하는 켄텍만의 차별화된 강점이라고 자신한다. -그동안 학교 운영 과정에 대한 개인적 소회 한말씀 부탁드린다. ▲한국에너지공대의 총장직무대행으로서 지난 1년 5개월은 도전과 보람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여러가지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대학의 기틀을 다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값진 경험이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전례 없는 길(The road, not taken)'을 열어 나가는 것이었다.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공과대학이라는 새로운 교육∙연구∙창업 모델을 구축하면서, 기존 대학의 틀을 뛰어넘는 혁신적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도전 속에서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기에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우수한 교수진과 전국 최고 수준의 학생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학교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고, 괄목할만한 연구 성과들과 산학협력 성과들이 나오면서 켄텍에 대한 국가적 기대와 관심도 높아지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도 어려움은 지속되겠지만, '에너지 분야 글로벌 선도 대학'을 향한 켄텍의 여정은 흔들림 없이 이어질 것이다. ■ 박진호 총장직무대행 프로필 △1958년 경남 통영 출생 △한양대학교 화학공학 학사, 서울대학교 화학공학 석사, 미국 플로리다대학교(University of Florida) 화학공학 박사 △1994년∼2021년 영남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2012년∼2023년 국제에너지기구(IEA) 태양광발전분과(Task 1) 한국대표 △2015년∼현재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세계공학한림원 에너지위원장 역임 △2016년∼2019년 산업통상자원부 전략기획단 에너지산업 MD △2017년 한국태양광발전학회 제4대 회장 △2021년 한국에너지학회 제25대 회장 △2021년∼2023년 한국에너지공대 에너지공학부 석학교수 △2021년∼현재 한국에너지공대 연구부총장 △2023년 12월∼현재 한국에너지공대 총장직무대행 겸 교학부총장 전지성 기자 jjs@ekn.kr

무더운 5월 날씨···기상청 “올 여름 평년보다 더울 듯”

올해 여름 평년보다 더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됐다. 기상청은 지난 23일 6∼8월 3개월 전망을 발표하며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을, 비슷하거나 낮을 확률보다 더 높게 제시했다. 강수량은 6월엔 평년보다 많고 7∼8월엔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반도에 영향을 줄 태풍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초여름에 해당하는 6월의 기온은 평년(21.1∼21.7도)보다 높거나 비슷할 확률이 각각 40%, 낮을 확률이 20%로 나타났다. 7월(평년기온 24.0∼25.2도)과 8월(24.6∼25.6도)은 기온이 평년기온을 웃돌 확률이 50%로 제시됐다. 비슷할 확률은 40%이고 낮을 확률은 10%에 불과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와 미국 해양대기청(NOAA) 등 11개국 기상 당국 474개 기후예측모델 전망치를 평균 냈을 때도 올여름 기온이 평년기온보다 높을 확률이 큰 것으로 나왔다. 기후예측모델들의 앙상블 평균(여러 모델이 내놓은 전망치의 평균) 확률을 보면 6월은 평년보다 더울 확률이 58%, 7월은 64%, 8월은 71%였다. 기상청은 올여름 더울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로 열대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인 점을 꼽았다. 강수량은 6월은 평년보다 대체로 많고 7∼8월은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측됐다. 6월은 강수량이 평년(101.6∼174.0㎜)보다 많을 확률과 비슷할 확률이 각각 40%, 적을 확률이 20%로 나타났다. 7월(평년 강수량 245.9∼308.2㎜)과 8월(225.3∼346.7㎜)은 평년과 비슷할 확률이 50%이고 평년보다 많거나 적을 확률이 각각 30%, 20%다. 올여름 비가 많이 온다면 북인도양과 열대 서태평양 수온이 높아 우리나라 남동쪽에 고기압이 발달, 고온다습한 남풍이 불어 들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됐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평년(2.5개)과 비슷하거나 적을 확률이 각각 40%, 많을 확률이 20%로 분석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에너지 연구기관 소식]  에경연 “AI 활용 가속화”·에기연 “하이 니켈 양극재 난제 해결”·에기평, 네덜란드서 수소기술 선보여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인용해 에너지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이 다양하게 활약할 것으로 분석했다. 에경연은 “세계에너지시장 인사이트(19일자)'에서 IEA의 에너지 전반에서 AI 활용 전망과 비용절감, 생산성 향상, 에너지 소비 및 탄소배출 감축 등의 AI 활용 효과를 게재했다. 인사이트에서는 에너지시스템 전반에 전력화, 디지털화, 변동성 재생에너지 보급 증대, 에너지 비용 증가 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에너지 공급 및 소비 주체들은 비용절감, 효율향상, 에너지 소비 및 탄소배출 감축, 그리고 에너지시스템 안정성 제고를 위해 AI 활용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석유・가스 개발에서는 AI는 석유・가스 탐사 및 시추 성공률을 높이고, 개발기간을 단축하며 생산량의 예측오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AI는 풍력과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출력 변동성 문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하고, 전력저장장치(ESS)의 운영 및 유지보수를 최적화하여 시스템 안정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 IEA는 발전소에 AI를 현시점부터 도입할 경우에 2035년까지 운영 및 유지보수 비용은 최대 10% 절감, 발전효율은 6~8% 개선, 발전설비 수명은 4년 연장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산업부문에서 AI를 활용하면 생산공정을 최적화 및 자동화하여 특히 에너지집약 산업에서 에너지 소비를 2~6% 절감할 수 있다. AI는 운송부문에서 경로 최적화, 수요예측 및 화물적재 용량 활용 개선 등으로 연료소비와 탄소배출을 감축시킬 수 있다. 최근 신축건물을 중심으로 디지털 솔루션 도입 증가와 취사 및 난방부문의 전력화 가속으로 AI 도입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AI 활용에 따른 이와 같은 커다란 경제적 및 기후환경적 효과는 경제주체들의 AI 도입 유인을 촉진시키고, 관련 기업들의 기술 개발 및 혁신 투자를 활성화시킬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울산차세대전지연구개발센터 진우영, 차형연 연구팀이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하이 니켈 양극재의 난제를 해결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그간 하이 니켈 양극재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던 잔류 리튬 화합물의 위치를 새로이 규명하고 잔류 리튬을 최소화하는 설계 방안을 제시했다. 하이 니켈계 양극재는 전기차 등에 활용되는 차세대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양극재의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전지의 에너지 밀도가 올라가고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향상되는데 하이 니켈 양극재는 니켈 함량이 80%에 달해 차세대 전기차 시장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니켈 함량이 늘어날수록 양극재 표면에 잔류 리튬 화합물이 과도하게 생성되고 전극 원료가 젤리처럼 굳어지는 '겔화' 현상이 일어난다. 이후 입자가 고르게 분포되지 않고 전극 물질 간 접착력도 20%가량 줄어들어 전극의 완성도와 성능 저하를 일으킨다. 특히 이미 상용화된 양극재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안정적인 생산과 활용을 위한 해결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기존 통념과 달리 잔류 리튬이 양극재 내부의 입자 사이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 간과된 양극재 내부 구조가 배터리 성능과 수명 저하의 주요 요인 중 하나임을 규명하고 잔류 리튬 형성을 원천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설계 방향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기존에 표면 중심으로 접근해 왔던 잔류 리튬 문제를 입자 내부 구조까지 확장해 정밀 분석한 최초의 사례"라며, “고니켈 양극재의 구조 안정성과 성능 열화를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한 것으로 양극재 설계와 공정에 반영되면 향후 고에너지 밀도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지난 21~22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리는 '세계 수소 서밋 2025(WHS 2025)'에서 한국관을 운영했다. WHS 2025는 전 세계 130개국 이상, 700개 기업이 참가하고 1만5000여 명이 방문하는 수소 분야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다. WHS 2025에서 선보이는 한국관은 에기평과 한국수소연합이 함께 마련했으며, 정부정책 및 사업을 소개하는 에기평 수소관과 수소 연구개발(R&D)과제를 수행하는 기업관으로 구성됐다. 이승재 에기평 원장은 “글로벌 수소 동맹과 수소 기업의 해외 진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관과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앞으로 에기평은 수소산업진흥과 기업의 해외판로 개척을 위해 이번과 같은 기회를 다양하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환경 소식] 기상청, 개도국에 선진 기상기술 전수·환경공단, 말레이시아와 ESG경영 협력·환경보전원, 벌목재 재활용으로 지역 난방 지원

기상청이 개도국에 선진 기상기술을 전수했다. 기상청은 라오스,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5개국의 기상예보 담당자 14명을 대상으로 '외국인 기상예보관 과정'을 마쳤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연수는 지난 12일부터 23일까지 2주간 초청 연수 방식으로 기상청 서울청사에서 진행됐다. 연수는 기상청의 선진 기상예보 기술과 시스템을 중심으로 예보 생산 체계, 한국형 수치예보시스템(KIM), 인공지능(AI) 기반 기상예보 기술, 방재 기상업무 체계 등이 주요 내용으로 진행됐다. 기상청은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하나로 지난 1998년부터 아시아, 아프리카지역 등 개도국의 기상청 직원을 대상으로 국제 교육과정을 운영해 오고 있다. 현재까지 교육과정을 거친 외국인은 총 98개국 1500여 명에 이른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기상청이 운영하는 국제 교육훈련 프로그램은 기후변화로 인한 국제적 위험기상 대응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세계기상기구(WMO) 지역훈련센터로서 국제적 기상예보 능력 향상을 위한 지원과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환경공단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말레이시아에서 공단의 ESG경영 추진체계와 주요 성과를 전달했다. 환경공단의 'K-eco 글로벌 ESG 대표단(단장 차광명 경영기획이사)'은 환경산업 수출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지난 1월 임상준 이사장 취임 후 새롭게 출범했다. 대표단은 2025년 아세안 정상회의에 앞서 지난 19일 주 말레이시아 대한민국 대사관이 주최하는 '한-말 ESG 포럼'에 참석했다. ESG 포럼에는 양국의 기후변화 대응 관련 ESG 정책, 탄소배출권 거래를 비롯한 기후금융 활용방안 등 ESG의 다양한 실천해법들이 논의됐다. 대표단은 말레이시아 환경 관련 공공기관인 SWCorp(고형폐기물관리 공공기관), MGTC(기후변화 대응 공공기관) 및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한국기업 중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쏘카와 정수기 렌탈 사업을 하고 있는 SK매직과도 ESG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임상준 환경공단 이사장은 “대표단과 말레이시아 소재 동남아시아 사무소를 기반으로 베트남 등 인근 아세안 국가로 ESG 협력관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환경보전원은 지난 22일 전남 광양시 진상면에서 '벌목재 나눔 주민지원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총 30톤 규모의 벌목재가 지역 주민 및 취약계층 30가구에 무상 지원됐다.​ 이번 나눔은 환경보전원이 영산강·섬진강 수계 상수원 수질 개선을 위해 추진 중인 '매수토지 관리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환경보전원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벌목재를 단순 폐기하지 않고, 지역 난방 연료로 활용함으로써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자원으로 재탄생시켰다. ​신진수 환경보전원 원장은 “이번 나눔을 통해 상수원 수질 개선은 물론, 병해충 피해 예방과 에너지 복지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전국 구름낀 날씨 …전북 북동부 소나기 주의

오는 26일은 전국에 가끔 구름이 많겠고, 전북 북동부 지역에는 소나기가 내릴 전망이다. 25일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오는 26일 아침 최저기온은 9∼15℃(도), 낮 최고기온은 20∼27도로 예보됐다. 일교차가 15도 내외로 큰 날씨가 나타나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수도권과 강원도는 대체로 맑은 날씨를 보이겠다. 전북 북동부 지역은 오후에 5mm 내외의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 농도는 원활한 대기 확산으로 전 권역이 '좋음'∼'보통' 수준을 보이겠다. 연합뉴스

[36th, 에너지가 미래다] “제로에너지건축은 국가 에너지 전략 전환점”

“제로에너지건축물(ZEB)은 건축물의 경제성을 넘어 에너지 소비문화를 전환하는 국가적 전략이자,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지난 18일 에너지경제신문과 만난 한승희 한국에너지공단 건물에너지실장은 최근 정부가 강화하고 있는 탄소 중립 건축 기술의 핵심인 '제로에너지건축물' 장려 정책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ZEB 인증은 건축물의 난방, 조명 등을 위해 사용하는 전기 등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다. 최고 등급인 ZEB Plus부터 5등급으로 나눠 등급을 매기는데, 이미 2020년부터 공공 건축물에는 의무화됐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민간 건축물도 5등급 수준의 설계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한 실장은 ZEB 인증 정책이 건물 분야 에너지 소비 구조와 문화를 합리적으로 바꾸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자인적으로는 멋진 건물이라고 하더라도 냉난방이 과도하게 가동되어야 하거나 단열 성능을 높이기 위해 많은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면 기후 위기 대응이나 자원 절약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건물 부문의 에너지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 추가 인프라 마련이 필요해 공급 비용을 국민이 간접적으로 부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고효율 건축물 보급이 목적인 ZEB 인증 제도는 에너지 소비 기능을 고도화한 건물을 짓고 이를 시장에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 지어진 한 도서관의 경우, 최초 설계 시에는 ZEB 5등급 수준(에너지 자립률 26%)이었으나, ZEB 에너지 최적화 컨설팅을 통해 외피 열 성능 및 조명 밀도 최적화, 고효율 전열교환기 적용, 태양광 설비 용량 최적 설계 등을 반영해 ZEB 1등급(에너지 자립률 117%)을 달성했다. 특히 하반기 중 실시되는 민간 부문 설계기준 강화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 실장은 “그간 공공부문은 에너지 절약 설계 기준을 강화하고 건축물 효율등급 및 제로에너지 인증 등을 통해 에너지 자립률을 확보하며 이를 민간에 전파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민간 확산은 경제성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에, 가격 결정 구조나 건축 비용을 고려해 성능 기준을 만족하는 자재·시공법에 대한 업계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실장은 ZEB 고도화를 위한 기술적 과제로 단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창호와 일사차단장치가 연계된 제품 개발을 꼽았다. 각 자재 및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기밀 성능의 향상 역시 기술 발전이 필요한 분야다. 또, 저온의 열원을 활용할 수 있는 설비, 고효율 태양광 모듈, 건물 형태에 따른 다양한 시공법, 수소 기반 에너지 사용을 염두에 둔 연료전지의 보급 확산도 에너지 성능 향상을 위한 주요 과제이다. 또 오래된 설계 기준도 개선해야 한다. 한 실장은 “건축물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의 단열기준이 과거 50㎜에서 현행 190㎜까지 늘어나는 등 기술이 발전해온 것과 달리 여전히 20~30년 전의 설계 기준을 준용하는 건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며 “이로 인해 설비 용량과 공사비에 과설계 요인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해부터 건축 관련 기술을 별도로 평가할 수 있도록 산학연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위원회를 꾸렸다. 올해부터는 평가 프로그램과 신기술을 검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보다 활발한 신기술 적용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 실장은 건설업계나 소비자들이 걱정하는 공사비 상승에 대해선 “큰 부담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인증이 의무화 대신 5등급 수준으로 설계 기준을 강화했다"며 “이전보다는 공사비 상승 요인이 있겠지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실장은 “ZEB 인증 취득 시 용적률 인센티브가 가장 큰 유인책으로 에너지 자립률 확보가 어려운 도심 고층 건물에 대해서는 예외 기준도 검토 중"이라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ZEB가 가능하도록 신재생에너지 대체 인정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유럽 수출 막힌 러시아 에너지, 아시아로 온다

세계에서 석유, 가스 생산량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인 러시아가 유럽 수출이 막히자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아시아의 에너지 허브인 싱가포르가 이 물량을 취급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 한국에 극동지역 에너지 허브 기회가 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4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민지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러시아 에너지 전략 2050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대아시아 수출 다각화 계획이 더욱 분명해짐에 따라, 향후 러시아의 북극항로 개발 현황, 극동지역 에너지 생산지 개발 및 인프라 구축 과정, 아시아 국가들과의 수출 협상 상황 등을 면밀히 관찰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에너지분야 최상위 국가 전략인 '에너지 전략 2050'을 수립했다. 이 전략은 2050년까지 기술주권을 확보하고 산업 구조를 고도화해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및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러시아가 미래에 에너지 수출을 하고자 하는 지역은 아시아이다. 그동안 러시아는 주로 유럽으로 에너지를 수출했으나, 2022년 러-우 전쟁 이후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수입이 급격히 줄었고, 최근 유럽연합은 2027년까지 러시아 석유, 가스 수입을 완전 중단하는 '러시아 에너지 수입 전면 중단 로드맵'을 수립했다. 러시아 정부는 '에너지 전략 2050'과 함께 북극항로를 극동 항만, 동시베리아 철도와 통합하고, 북극항로 인접 항만을 현대화해 석탄, LNG, 석유화학제품 수출망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극동지역 항만인 캄차카, 블라디보스토크, 사할린 등을 에너지 자원의 환적·저장·가공 가능한 복합물류허브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극동지역을 에너지 산업과 수출의 거점으로 거듭나도록 할 계획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이 아시아로 쏠리게 되면 아시아에는 물량이 넘쳐날 것으로 예상된다. EI(Energy Institute)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러시아의 석유 생산량은 하루 1120만배럴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3위이다. 가스 생산량은 하루 598억cf로, 미국에 이어 2위이다. 2020년 기준 석유 확인매장량은 1078억배럴(세계 6위)로, 가채년수는 26.4년이며, 가스 확인매장량은 37.4조㎥(세계 1위)로, 가채년수는 60.5년이다. 여기에 미국의 에너지도 상당량이 아시아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정부가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한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국에 에너지 수입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약 100억배럴의 석유 가스가 매장된 알래스카 에너지 개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표적 사업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한국, 일본, 대만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알래스카 에너지 물량은 일주일이면 아시아로 공급이 가능하다. 결국 미국의 신규 생산물량과 러시아 물량이 아시아로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접점에 있는 한국이 새로운 아시아 에너지 허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지역인 동북아의 가운데에 위치해 있으며, 일본보다 지질적으로 안정적이다. 특히 우리나라 울산, 부산, 여수는 초대형 선박인 VLCC급의 접안도 가능할 정도로 천혜의 항만 환경도 갖추고 있다. 민지영 전문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미국 트럼프 2기 들어 미·러 관계 정상화가 기대된다"며 “추후 북극항로, 극동지역에서의 한·러 협력 가능성을 고려해 관련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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