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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 두 번의 회담에서 “수소 협력” 강조, 왜?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8월에 이어 두 번째 회담을 가지면서 주요 의제로 '수소 협력'을 채택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국은 모두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수송과 산업 부문의 탈탄소를 위해선 수소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양국은 수소 생산능력이 떨어져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데, 서로 공동구매를 하면 구매력(바잉파워)이 높아져 수입비용을 낮추는 등 유리한 조건을 이끌 수 있다. 또한 최고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영하 253도(℃)의 액화수소 분야에서도 양국의 기술협력 필요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일 대통령실 및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일본 총리는 지난달 30일 제주도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갖고 수소에너지 등에서 양국의 실질적인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두 정상은 지난 8월 23일 첫 번째 만남에서도 수소에너지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두번의 정상회담에서 수소에너지가 의제로 선정된 이유는 그만큼 양국이 수소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양국은 모두 제조업이 발달했기 때문에 산업부문의 탈탄소가 중요하다. 발전(전환)부문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으로 어느 정도 탈탄소가 가능하지만, 산업부문은 기본적으로 수백도에서 수천도의 고열이 필요해 이를 전력으로 감당하기 힘들다. 대표적으로 철강산업은 2000도가 넘는 초고열이 필요한데, 무탄소 열원인 수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수송부문에서 승용차는 배터리로 탈탄소가 가능하지만, 트럭 등 중장비는 대규모 배터리를 탑재해야 해 비용이나 안전성에 문제가 많다. 때문에 중장비는 수소연료전지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 양국의 수소 협력 분야는 구매와 기술 분야일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수소 생산은 중동과 호주가 가장 유력하다. 수소업계 한 관계자는 “오만 등 중동 사막은 토양이 딱딱하고 광량도 풍부해 태양광을 통한 수소 생산이 가능하고, 인근 바다에서 풍력을 통한 생산도 가능하다. 호주도 중동 다음으로 유력한 수소 생산지"라며 “생산국이 별로 없다보니 이들이 LNG처럼 수입 조건을 까다롭게 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일본이 수소를 공동구매하면 바잉파워가 커져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수소를 수입할 때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그냥 수소로 들여오는 것과 수소화합물로 들여오는 것이다. 현재는 수소(H)와 질소(N)를 혼합한 암모니아(NH4) 형태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암모니아는 독성이 있어 해안에서는 취급이 가능하나 내륙으로 이송이 어렵다. 이 때문에 순수 수소로만 구성돼 독성이 없고 밀도를 높인 액화수소가 주목받고 있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를 영하 253도로 얼려 액체화한 것으로, 밀도가 800배 높아져 운송 효율이 높아진다. 다만 액화에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것과 탱크, 밸브 등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난달 29일 한국가스공사와 GS건설이 일본 대표 에너지기업 중 하나인 스미토모상사의 한국법인과 '액화수소 인수기지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양국 수소 협력의 일환이다. 3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액화수소 저장탱크'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오권택 가스공사 수소신사업단장은 “수소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우리나라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로, 암모니아는 주민수용성 때문에 도입이 어려울 수 있어, 가스공사는 액화수소 방식에서 가장 핵심인 액화수소 저장탱크 기술 개발을 위해 일본과 협력하고 있다"며 “현재 LNG는 1기의 저장탱크 규모가 26만킬로리터(㎘)까지 상용화됐지만, 액화수소는 일본에서 500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액화수소 상용화를 위해선 더 큰 규모의 저장탱크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국과 일본의 수소 협력은 10여년 전 LNG 협력 실패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업계는 진단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양국의 LNG 수입기업들은 LNG 수출국의 횡포에 대응해 수입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공동구매를 추진했다. 하지만 일본이 독도 영유권 문제를 계속 주장하면서 역사 갈등을 부추겼고, 2019년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을 금지하면서 결국 양국의 모든 산업 협력은 결렬되고 말았다. 윤석열 정부에서 LNG 협력이 재개된 데 이어, 이재명 정부에서는 수소 협력까지 다시 논의되고 있다. 가스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은 에너지를 모두 수입해 사용해야 하는 환경이 같기 때문에 양국이 공동구매 등 협력하면 훨씬 더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양국 산업이 모두 동의하지만, 관건은 정치적 갈등"이라며 “결론적으로 정치적 갈등은 계속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와 산업 이슈를 분리해서 관리해 나가는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후에너지환경부 공식 출범…김성환 장관 “탈탄소 녹색문명으로의 대전환”

정부 조직 개편에 따라 신설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일 공식 출범했다.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김성환 장관은 이날 출범식에서 “화석연료에 기반한 탄소문명을 종식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녹색문명으로 전환하는 대전환의 첫걸음을 내딛는다"며 향후 정책 방향과 비전을 밝혔다. 김 장관은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증가한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해 대기 중 농도가 이미 430ppm을 돌파했고,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어섰다"며 “지금이 우리 생존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결정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출범사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 강화 시장 메커니즘 기반 탈탄소 전략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체계 전환 △탄소중립산업 육성 기후안전망 구축 △고품질 환경서비스 제공 등 6대 중점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부처 신설로 정책 기획과 실행 기능이 통합됨에 따라 부문별 탈탄소 전환 로드맵을 제시하고,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국민과 함께 책임 있게 수립한다. 둘째,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확대와 할당 수입금의 기업 재투자를 통해 '감축이 곧 이익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수소환원제철·플라스틱 열분해 등 혁신기술 도입을 지원한다. 셋째,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을 현재 34GW 수준에서 2030년까지 100GW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전력망을 '에너지 고속도로'로 전환해 국민에게 햇빛·바람 연금 형태로 소득이 돌아가는 구조를 구축한다. 넷째, 태양광·풍력·전기차·배터리·히트펌프 등 탄소중립 관련 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탄소중립산업법' 제정을 통해 제도적 기반도 강화한다. 다섯째, 홍수·가뭄 등 이상기후에 대비한 정밀 예측 기반의 선제적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폭염·한파로부터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등 민생 기후안전망을 촘촘히 세운다. 여섯째, 녹조 걱정 없는 깨끗한 물, 미세먼지 없는 하늘, 생물다양성 보전 등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고품질 환경서비스를 제공하고 기후·에너지·환경 정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김 장관은 “미래 선진국은 AI 대전환(AX)과 함께 녹색 대전환(GX)을 선도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며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대한민국이 탈탄소 녹색문명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구는 인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그간 아무도 내딛지 못했던 길을 국민과 함께 개척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보령, 해양레저·탄소중립 도시로…충남도 미래 전략 가속

충남=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충남도가 보령 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로 글로벌 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과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대응 등을 추진하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30일 민선8기 4년 차 시군 방문 일곱 번째 일정으로 보령시를 찾아 도민과 직접 소통했다. 이날 언론인 간담회, 도민과의 대화, 가족센터 방문, 오천 우회도로 개통식 등을 이어갔다. 도민과의 대화는 보령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렸으며, 김동일 시장과 시민 700여 명이 함께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도정 성과를 보고하고 보령의 미래를 위해 △글로벌 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대응 △보령신항 개발 △탄소중립 선도 도시 조성 등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은 △기반 조성 △거점 조성 △미래 도시 등 3개 전략을 중심으로 원산도 해양레포츠센터와 오섬 웰니스 치유센터 설치 등 16개 과제를 담고 있다. 현재 해양수산부가 진행 중인 '복합 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 사업' 공모에 충남도는 원산도를 포함한 5개 섬을 '오섬아일랜즈' 콘셉트로 묶어 참여했다. 도와 보령시는 마스터플랜 수립과 특화 전략을 통해 공모 통과에 힘을 쏟고 있다. 충남도는 원산도와 고대도를 중심으로 오는 2027년 섬비엔날레 개최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조직위원회를 출범했고 올해 섬문화예술플랫폼 설계를 마치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적인 예술 작품과 문화 체험을 접목해 보령 해양 관광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김 지사는 “보령을 중심으로 서해안 해양 관광 자원을 연결해 해양레저관광 벨트를 만들고, 이를 통해 환황해 해양 경제권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에 대비해 충남도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발전소 폐지 지역에 기금을 조성하고 대체 산업을 육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블루수소 플랜트 구축 같은 신산업도 발굴하고 있다. 보령신항은 계류시설 240m, 준설토 투기장 42만㎡ 규모로 연말까지 축조 공사를 마치고 내년부터 준설토 매립을 시작한다. 배후단지는 2030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탄소중립 선도 도시 사업은 지난해 10월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공모에 선정되면서 추진 중이다. 도와 보령시는 내년 2월까지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실시설계에 착수해 2030년까지 탄소 저감·흡수 기술을 기반으로 한 탄소중립 도시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날 김 지사는 보령시 가족센터도 찾았다. 총사업비 159억 원을 들여 지상 4층, 지하 1층, 연면적 3828㎡ 규모로 건립해 지난해 6월 문을 연 시설이다. 1인 가구, 다문화, 한 부모 등 변화하는 가족 유형에 대응하며 시민의 생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오천 우회도로는 오천면 영보리와 소성리를 잇는 연장 3.98㎞, 폭 9.5m 규모다. 사업비 232억 원 전액을 도비로 투입해 조성됐으며, 이번 개통으로 교통 편의와 안전 향상 효과가 기대된다. 김태흠 지사는 다음달 15일 태안을 찾아 민선8기 4년 차 시군 방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캐즘에 화재 리스크까지…K-배터리, 중장기 전망 ‘먹구름’

전기차 시장의 글로벌 캐즘(성장 정체)으로 고전하고 있는 배터리업가 최근 잇단 리튬 배터리 화재사고라는 '겹악재'까지 발생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과잉공급과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로 올해 2분기 실적 저조를 보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최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화재에 따른 공공정보망 중단 사태 발생으로 '배터리 화재 공포' 심리가 확산되는 것에 크게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배터리 제품 및 산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 실추로 하반기 실적을 포함한 중장기 성장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캐즘 여파로 2분기 실적에서 나란히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매출 약 5조5654억원, 영업이익 492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미국 IRA 세액공제(약 4908억원)를 제외하면 실질 영업이익은 14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9.7% 감소했다. 주요 완성차 업체의 발주 조정과 전기차 판매 둔화 영향이 컸다. 삼성SDI는 2분기에 매출 약 3조1794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 397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중대형 전지 판매 부진과 고정비 부담이 지속되면서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SK온의 경우, 2분기 매출 2조1077억원, 영업손실 664억원을 나타냈다. 적자 폭 축소에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 합병에 따라 흑자를 유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미국과 유럽 공장의 가동률 향상과 판매 증가는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됐다. K-배터리 3사에게 실적 부진보다 더 큰 악재는 소비자 불안 확산이다. 최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배터리 관련 화재가 잇따르면서 '배터리 포비아'가 수요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기차 충전 중 불이 나는 사례는 물론, 데이터센터 UPS(무정전 전원장치) 배터리 발화 사고까지 겹치며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것에 업계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 두 건의 사고라도 대형 화재로 이어지면 소비자 심리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며 “안전성 신뢰가 흔들리면 전기차 보급 확대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투자자 반응은 엇갈린다. NH투자증권은 “화재 사고는 안전성 불신을 키워 단기 주가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달리 한화투자증권은 “ESS·전기차 시대의 대형화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며 “액침냉각, 전고체전지 등 차세대 안전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오히려 점유율 확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단기적으로는 실적 부진과 사고 충격이 주가 불확실성을 키우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전성 확보 기술'이 신뢰 회복과 성장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정책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소방청은 ESS와 UPS 배터리 안전기준 강화를 검토 중이다. 배터리 수명 주기별 정기 교체 의무화, 신규 에너지 시설에 이중 안전장치 적용 등이 논의되고 있다. 규제 강화는 단기적으로 기업에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발주처 신뢰도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클라우드 기업들이 발주 조건에 '안전성 보장'을 필수 요건으로 추가하고 있어, 오히려 한국 업체들이 품질과 신뢰도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K-배터리의 성장 신화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실적 부진과 소비자 불안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변곡점을 맞고 있다. 당분간 업계는 △안전성 확보 △정책 대응 △차세대 기술 상용화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배터리 산업의 본질은 결국 안전성 신뢰"라며 “이번 위기는 단기 충격에 그칠 수도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차세대 기술과 정책 변수에 따라 재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수소를 영하 253도로 얼려서 저장하는 기술…韓日, 공동 개발 나섰다

한국과 일본 대표 에너지기업이 수소경제의 핵심 기술인 '액화수소 저장탱크' 기술 개발에 협력한다. 한국가스공사와 GS건설은 일본 대표 에너지기업 중 하나인 스미토모상사의 한국법인과 '액화수소 인수기지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오권택 가스공사 수소신사업단장, 김동욱 GS건설 플랜트사업본부 부사장, 오하시 다이스케(Ohashi Daisuke) 한국스미토모상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3사는 △정부의 수소 정책 동향 공유 및 종합적인 프로젝트 일정 제시(가스공사) △EPC 관련 기술 정보 및 인프라 구축 실행 방안 공유(GS건설) △일본 수소시장 및 장비 기술 동향에 기반한 밸류체인 정보 제공(한국스미토모상사)을 각각 맡게 된다. 양국이 이번 협약을 통해 개발하려고 하는 액화수소 핵심 기술은 '액화탱크'이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가벼운 물질로, 이를 선박으로 운반하려면 기체 상태로는 밀도가 떨어져 운송 효율성이 낮다. 밀도를 높이려면 수소를 액화하거나 수소화합물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가장 많이 추진되고 있는 방식이 암모니아다. 암모니아(NH4)는 수소(H2)와 질소(N)를 결합해 만든 물질로, 현재도 국제적으로 많은 물량의 암모니아가 유통되고 있다. 다만 암모니아는 독성이 있어, 도심에서 사용이 부적합하며, 민원 때문에 저장 및 인수기지 건설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액화수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를 영하 253도(℃)로 얼린 물질로 밀도는 약 800배 높아진다. 독성이 없어 주민수용성이 높지만, 얼리는데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고, 이와 관련한 기술 개발이 관건이다. 일본은 에너지 환경이 우리나라와 비슷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수소경제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과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AI와 수소를 주제로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오권택 가스공사 수소신사업단장은 “수소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우리나라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로, 다만 국내 및 해외에서 생산한 수소를 운반하고 저장하는 것이 핵심 기술로 꼽힌다"며 “암모니아는 주민수용성 때문에 어려울 수 있어, 가스공사는 액화수소 방식에서 가장 핵심인 액화수소 저장탱크 기술 개발을 위해 일본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단장은 이어 “현재 LNG는 1기의 저장탱크 규모가 26만킬로리터(㎘)까지 상용화됐지만, 액화수소는 일본에서 5000㎘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상용화를 위해선 더 큰 규모의 탱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스공사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시가스에 수소를 혼합하는 방식을 실증 연구하고 있다. 수소 5~10% 혼합까지는 실증이 완료됐으며, 현재 20% 혼합 실증을 진행 중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전남 해상풍력 18GW 추진되면 157조원 투자 이끌 것”

전라남도에서 추진 중인 해상풍력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경우 지역에 총 157조원의 투자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 비영리단체인 오션에너지패스웨이는 녹색전환연구소와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남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경제·환경·사회적 효과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현재 전남에 계획된 총 57개 설비용량 18기가와트(GW) 규모 해상풍력을 설치할 수 있을 때의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이 경우 2028년부터 2038년까지의 10여 년간 총 157조원, 매년 전남 지역내총생산(GRDP)의 10%에 해당하는 대규모 자본이 집중 투입될 것으로 분석됐다. 전남 지역에서만 최대 44조원의 부가가치와 약 47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며, 전국적으로는 최대 97조원의 부가가치와 약 104만개의 일자리로 파급 효과가 확대된다. 해상풍력이 발전설비를 넘어 산업 클러스터 조성과 지역 제조업 연계, 고용 창출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국가 전체 차원에서도 산업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됐다. 전남 해상풍력이 18GW 규모로 가동될 경우 총 4억92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어 탄소편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됐다. 이는 탄소의 사회적 비용(SCC)에 근거해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경우 최대 84조원에 해당한다. 석탄 및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대체함으로써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20만~66만톤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며 이는 석탄발전소 3~8기를 대체하는 수준이다. 이번 분석은 이러한 효과가 폭염, 가뭄, 수해 등 기후재난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줄일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방세수의 경우 올해부터 2063년까지 연평균 1151억원의 지방세수를 추가로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참여형 이익공유제를 도입할 경우, 39년간 20조원 규모의 주민 배당이 가능하며 주민 지분 참여를 10%로 추가할 경우 35조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 다만, 계획 중인 사업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지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업 운정 중인 해상풍력은 5개 단지, 0.3GW에 불과하다. 최근 2년 반 동안 국가 경쟁입찰에 선정된 사업은 14개, 4GW 수준이다. 18GW 사업이 발전사업허가를 받았더라도 전력망, 항만, 공급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진은 해상풍력이 실제로 구현되기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보급 로드맵 제시 △산업 육성과 제도적 지원 △계통·항만·선박 등 핵심 인프라의 선제적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전라남도를 비롯해 △해상풍력 산업 클러스터 조성 △배후항만·산업 단지 개발 △전문 인력 양성 △투명하고 참여적인 민관협의회 운영 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찬우의 카워드] 배터리 액침냉각, ‘열폭주’ 잡는 차세대 해법 될까

전기차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배터리 안전성과 열관리 문제가 산업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고출력·급속충전이 보편화되면서 기존의 수냉식·공랭식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셀을 절연 유체에 직접 담가 식히는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 기술이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업계의 차세대 솔루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온과 SK엔무브는 최근 '인터배터리 2025' 전시회에서 무선 BMS와 결합한 액침냉각 배터리 팩을 최초로 시연했다. 이 솔루션은 비전도성 냉각유가 셀에 직접 닿아 극한 열을 빠르게 해소하는 동시에, 무선 BMS를 통해 배선 레이아웃을 최적화해 에너지 밀도와 신뢰성을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SK온은 “2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며 기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대형 전기차 화재와 잇따른 열폭주 사고로 '배터리 안전'은 글로벌 자동차·배터리 업계의 최대 과제가 됐다. 기존 공랭식은 열전달 속도가 느리고, 수냉식도 냉각판을 거치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열 확산을 막기 어렵다. 반면 액침냉각은 절연 특성을 지닌 특수 냉각액에 셀이나 모듈을 직접 담가 온도를 균일하게 낮추는 방식으로, 빠른 반응성과 높은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열폭주가 인접 셀로 번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성 면에서 차별성이 뚜렷하다. 중국 CATL은 세계 최초로 액침냉각을 적용한 '샤오둥(神行, Shenxing)' 배터리를 발표하며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냈다. BYD도 일부 전기버스에 시범 적용을 시작했고, 테슬라 역시 차세대 플랫폼에 액침냉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파일럿 프로젝트를 넘어 실제 양산 적용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기술 선점 경쟁이 가속화되는 셈이다. 한국 기업들도 액침냉각을 '차세대 배터리 안전·성능 경쟁력'의 핵심으로 주목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기술 검증과 초기 사업화 단계에 머물러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G와 데이터센터 냉각 분야를 중심으로 비전도성 액체 냉각 기술을 연구 중이다. EV 적용은 제한적이지만, AI 데이터센터 냉각유 사업과 연계해 기술력을 점검하며 배터리용 적용 가능성을 탐색 중이다. 자체적으로 냉각 시스템과 냉각유를 병행 개발하는 점이 특징이다. SK온·SK엔무브는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내년 합병을 앞둔 두 회사는 인터배터리 2025에서 액침냉각 배터리 팩을 무선 BMS와 함께 공개하며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급속충전 시 열폭주를 억제하는 효과가 입증되면서 화재 안전성 확보의 '게임체인저' 기술로 평가받는다. SK엔무브는 데이터센터·ESS용 절연 냉각유 개발 경험을 EV 배터리에 접목하며 시장 확산을 노린다.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고 있다. 액침냉각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고안전성·고에너지밀도 셀 연구에 집중한다. 현대차·기아와 협업해 차세대 원통형 셀(21700) 및 로봇용 배터리를 선보이는 등 미래 모빌리티 중심 기술에 주력하면서, 액침냉각은 후속 연구 과제로 두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대형 상용차와 PBV(목적기반차량)를 중심으로 액침냉각 적용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수냉·히트펌프 기반의 냉각 시스템이 주류지만, 고출력 상용 EV를 위한 차세대 플랫폼에 액침냉각을 접목할 수 있는지 타진하는 단계다. 종합하면, 국내 업계는 SK온·SK엔무브가 기술 개발과 상용화 속도에서 가장 앞서 있으며, LG엔솔은 데이터센터·ESS 사업과 연계한 간접적 접근, 현대·기아는 상용차 중심 타진, 삼성SDI는 '안전성 우선 전략'이라는 각기 다른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다. 액침냉각이 '만능 해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난관이 있다. 첫째, 냉각유의 장기 신뢰성 문제다. 전기화학 반응과의 호환성, 누액 시 안정성 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비용 경쟁력이다. 냉각유 자체가 고가인데다 팩 설계 복잡성이 높아 완성차 가격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셋째, 표준화 문제다. 글로벌 OEM마다 다른 팩 구조와 냉각 요구 조건이 있어 범용 적용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침는냉각은 한국 배터리·완성차 업계가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데이터센터·ESS 냉각 사업과의 시너지를 활용하면 사업 다각화가 가능하며, 급성장하는 전기 상용차·PBV 시장에서는 '안전성 강화'라는 명확한 수요가 존재한다. 또 SK온·SK엔무브 합병을 통한 기술 통합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기술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갈 길 먼 그린수소…중간에 핑크·블루수소 필수

기업들이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원자력 발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장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기에는 경제성 확보가 어려운 만큼,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전으로 만든 과도기적 수소를 통해 수소경제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수소경제포럼·한국공학한림원·한국수소연합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수소경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들의 정책 제안서가 공개됐다. SK이노베이션 E&S는 제안서에서 수소전기버스 전환과 수소 생산·충전 인프라 로드맵 제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탄소저감 효과가 큰 전세버스·광역버스를 2035년까지 5만대 규모로 수소버스로 전환하는 등의 정책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또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대규모 생산이 가능한 핑크·블루수소를 먼저 활용한 뒤, 장기적으로 그린수소를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핑크수소는 원전의 전력으로 수전해 방식을 통해 생산한 수소를 뜻하고, 블루수소는 LNG에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분리한 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매립 등으로 영구 처리한 수소를 뜻한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정부 주도로 원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루·핑크·그린수소 발전에 대해서는 최소 발전량 보장, 우선급전권 부여, 수소가격 차액 지원, 청정수소 생산용 전력요금 특례 등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내 최대 제철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포스코그룹은 수소환원제철이라는 친환경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방식을 이용하려면 대규모 청정수소가 필요하다. 포스코홀딩스는 원전을 이용해 청정수소를 생산할 계획으로, 설계수명이 다 된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1·2호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물산도 핑크수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청정수소의 대규모 생산지와 수요지를 수소 전용 배관으로 연결해 효율적으로 수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원전 인근에서 수소를 생산해 수요처로 배관으로 공급하는 방식이 송전망을 통해 원전 전력을 보내고 수요처 인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보다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수소 전용 배관을 활용하면 kg당 134원 수준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반면, 송전망을 사용할 경우 kg당 251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발전량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수소터빈 보급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는 수소 생산용 전력에 대해 원전 수준의 낮은 전기요금(kWh당 69.8원)을 적용하는 요금 감면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현재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kWh당 168.17원)보다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낮춰 달라는 의미이다. 이와 함께 수소 제조용 천연가스 요금 인하 기간 연장도 요청했다. 현재 한국가스공사는 수소 생산용 천연가스를 2027년 12월까지 20% 할인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김재홍 한국수소연합회장은 인사말에서 “우리의 최종 목표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수소지만, 기술과 가격 등 현실성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축적한 블루수소 기반 청정수소 생산 기술과 경제성을 토대로 점진적으로 그린수소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에너지환경부 다음달 1일 출범…“탈탄소 녹색문명 전환 선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다음달 1일 출범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기후정책 기능을 총괄하는 환경부에 에너지 기능을 통합한 정부 부처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제정령'은 30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달 1일 공포 후 즉시 시행된다. 새롭게 출범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차관, 4실, 4국·14관, 63과로 편제하고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환경질 개선, 기후재난 대응 등 기후·에너지·환경정책이 연계될 수 있는 조직 체계로 구성됐다. 1차관은 기획조정실, 물관리정책실과 자연보전국, 대기환경국, 자원순환국, 환경보건국으로 구성됐다. 기획조정실에 정책기획관, 물관리정책실에 수자원정책관, 물환경정책관, 물이용정책관을 편제했다. 2차관은 기후에너지정책실과 에너지전환정책실을 편제해 기후정책과 에너지정책의 융합을 통한 동반상승 효과를 극대화했다. 기후에너지정책실에 기후에너지정책관·녹색전환정책관·수소열산업정책관·국제협력관을, 에너지전환정책실에 전력산업정책관·전력망정책관·재생에너지정책관·원전산업정책관을 편제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에 맞서 녹색 대전환을 이끄는 부처로서 대한민국이 탈탄소 녹색문명 선도 국가로 부상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규제와 진흥의 이분법적 틀을 넘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에너지 고속도로를 조기에 건설해 탄소중립 녹색산업이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 안전과 기본 환경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고품질 환경 서비스 제공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에너지환경부의 ‘4중 딜레마’…“에너지, 선악 구도로 보면 안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30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직제 제정령이 의결되면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0월 1일 새로 출범하게 됐다. 기후 위기 시대에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됐지만, 이 신설 부처는 곧바로 고민에 처하게 됐다. 바로 네 가지 선택지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것이냐,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를 어떤 속도로 줄여나갈 것이냐, 원자력발전을 확대할 것이냐, 자연생태계 보존에 얼마나 무게를 둘 것이냐 등이다. 이런 고민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지만, 한 부처에서 이 네 가지를 모두 다루게 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네 가지 선택지 가운데 어느 하나를 택하면 나머지 세 가지에서 부작용 혹은 반작용이 터져 나오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른바 '4중 딜레마(Quadrilemma, 콰드릴레마)'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선택지 1: 재생에너지 확대 최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GW(기가와트)는 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나 김 장관이 밝힌 것처럼 재생에너지 보급을 대폭 확대하면, 국제적 이슈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울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력망 불안정을 낳을 수 있다. 태양광·풍력의 간헐성에 화석연료 백업 부담이 가중된다. 재생에너지에 의존하려면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도 필요하지만, 최근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리튬 이차전지 화재 때문에 우려도 커진다. 재생에너지 확대나 추가 송전망 설치는 생태계 훼손 논란을 부를 수 있다. 태양광 1GW 설치에 약 10㎢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해상풍력 확대는 어획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원전 투자 축소로 이어질 경우 원전 산업계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선택지 2: 화석연료 사용 고수 화석연료는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줄어드는 속도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문제다. 익숙한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한다면 전력 공급이 안정화되고, 값싼 석탄을 많이 사용하면 전력 요금도 낮게 유지할 수도 있다. 반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87%가 화석연료 탓이다. 화석연료를 고집하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도 줄지 않는다. 국내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연 1만7000명이고, 사회적 비용 연 12조 원에 이른다. 향후 유럽연합(EU)의 국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화하면 대응이 불능해져 수출 경쟁력 약화할 우려가 있다. 화석연료를 유지하면 기업들은 RE100(재생에너지 100%)을 달성하지 못하고, RE100을 달성하지 못한 기업은 국제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선택지 3: 원자력 발전 확대 '무탄소' 전력인 원전을 늘려나가면 탄소 저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안정적인 기저 부하를 담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전 시설 내부에서 쌓여가는 핵폐기물 처리 난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후 사회적 불신이 여전해 원전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도 뜨거워질 수 있다. 안전성 확보를 위한 투자비용이 늘어나고, 핵폐기물 처분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균등화발전단가(LCOE)가 재생에너지보다 높을 수도 있다. 새로운 원전을 건설할 부지 확보도 쉽지 않고, 건설에 시간도 많이 걸린다. 자칫 빠르게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맞추지 못할 수도 있다. 소형모듈원전(SMR)도 아직 개발 단계이고, 경제성 확보도 필요하다. ◇선택지 4: 생태계 보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신설 부서이지만 기존 환경부가 에너지 업무를 흡수하는 모양새여서 기존 환경부가 해온 역할을 등한시할 수도 없다. 산림·하천·해양 생태계 보전과 장기적 환경 서비스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대규모 재생에너지·원전 부지를 확보하거나 송전망(에너지 고속도로)을 설치하는 것이 어려워 전력 수급 불안정을 초래할 수도 있다. 생태계 보존에만 매달릴 경우 기존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온실가스 배출과 대기오염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당연히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0년 40% 감축, 2050년 순배출 0) 달성도 차질을 빚게 된다. ◇해법: “선악의 문제로 봐서는 안 돼" 네 가지 요소 중 하나에만 매달리면 나머지 세 가지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생태계 보존에만 신경 쓰면 전력 불안정과 기후목표 미달이라는 문제가 생긴다. 화석연료를 고수하면 기후정책과 대기정책, 국제 경쟁력 붕괴된다. 재생에너지 확대 일변도라면 전력망 불안정과 생태계 훼손, 원전 홀대론으로 갈등이 커질 수 있다. 그렇다고 원전을 확대하면 핵폐기물을 둘러싼 갈등과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어느 하나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네 요소의 균형을 어떻게 찾을 것이냐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다. 단기 공급 안정과 장기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세밀한 전략 없이는 4중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의찬 세종대 기후에너지융합학과 석좌교수는 “에너지 문제를 선악의 문제, 정치적 이슈로 볼 것이 아니라 폭넓게 국민의 동의를 얻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 순위의 문제, 상대적이고 선택이 가능한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에너지 환경회의를 통해 9만8500명의 시민 의견을 들었다"면서 “국민 주권 정부라는 타이틀에 맞게 국민의 의견을 듣고, 때로는 차분히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청회를 하더라도 제대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딜레마의 순기능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는 “진흥과 규제를 한 부처가 맡으면 충돌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규제로 인해 혁신이 나오는 등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지금까지 에너지와 환경을 다른 부처에서 각기 맡았지만 크게 나아진 게 없었던 만큼 이번처럼 합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하면서 생물다양성 감소 문제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룰 수도 있고, 원전 수명 연장 논란이나 방사성 폐기물 문제를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풀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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