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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기후위성 1호 내달 발사...네가지 정책 효과 달성기대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도가 8일 '경기기후위성 1호기(GYEONGGISat-1)' 발사에 앞서 기후정책 고도화 등 기후위성의 네 가지 정책 효과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도는 내달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경기기후위성 1호기(GYEONGGISat-1)'를 발사할 예정으로 현재 구체적인 발사 일정은 최종 조율 중이다. 광학위성인 1호기는 지구 저궤도에서 3년간 운용되며 도내 전역의 기후·환경 데이터를 정밀하게 수집한다. 경기기후위성의 시작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8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후반기 중점과제 중 하나로 발표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도는 같은 해 10월 추진 기본계획 수립하고 올해 2~3월 위성 개발·운용 기관을 공모해 선정했으며 올 7월 위성이 개발 완료돼 지난달 탑재체 항공시험 등 마무리 절차를 밟았다. 도는 국내 최초로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기후 대응을 위해 위성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광학위성 1기, 온실가스 관측위성 2기로 구성된 경기기후위성은 발사 후 △토지이용 현황 정밀 모니터링 △온실가스(메탄) 배출원 식별 및 배출량 추정 △홍수, 산불, 산사태 등 기후재난 피해 상황 모니터링 등 분야에 활용될 예정이다. 기후위성의 정책 효과는 크게 △기후정책 고도화 △규제 대응 △산업육성 △국제협력 등이 있다. 우선 위성 데이터를 관측․수집․분석해 도내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을 정밀 감시하고 도와 시군의 과학적 기후정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다. 경기기후플랫폼과 연계해 '경기도 온실가스 관측 지도'를 제작할 예정인데 도내 특정지역(산업단지 등)의 메탄 탈루·누출지점 관측 및 발생량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 농업·축산업 분야 기후변화 영향 관측 및 온실가스 배출 모니터링, 재난·재해 모니터링 및 대응 지원 등도 주요 역할이다. 이를 통해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탄소규제 강화에 대응하면서 도내 중소기업 등의 탄소 배출량 실측 및 저감방안 마련에 기여할 수도 있다. 기후 분야 위성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공유함으로써 도내 기후테크 분야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산업육성에 기여하는 방향도 기대되며 따라서 아직 미지의 영역인 우주산업 시장의 예측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기후위성을 보유하면서 같은 역할을 맡은 국내외 기관 간 협력체계도 구축할 수 있는 만큼 국제적으로 기후정책 및 산업 교류 증진도 예상된다. 국가 우주산업 정책에도 협업할 수 있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벽·가구가 ‘숨은 오염 저장소’…실내공기와 건강 위협한다

집 안 벽과 가구가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 화학물질 저장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국제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페인트칠 된 벽, 목재 가구, 콘크리트 등은 마치 거대한 스펀지처럼 유해 화학물질을 흡수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방출해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예상보다 수백~수천 배 더 큰 저장 능력 캐나다 토론토대학 화학과 연구팀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원(NIST)의 실험 주택에서 다양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공기 중에 주입한 뒤, 이들이 어떻게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지를 정밀 측정했다. 그 결과는 기존에 알려진 표면 유기물질 막(두께 수십 나노미터, nm)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실제로는 집안 벽과 가구 속에 평균 약 8마이크로미터(μm) 두께에 해당하는 거대한 저장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존 추정치보다 두께가 수백~수천 배에 이르는 값이다. 그 만큼 많은 양의 화학물질이 벽이나 가구 표면에 저장돼 있다는 의미다. ◇환기로는 제거되지 않는 물질들 저장 능력이 크다는 것은 곧, 일부 화학물질은 환기를 해도 잘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옥탄올-공기 분배계수(K_OA)'라는 지표로 물질의 특성을 평가했는데, 이 값이 5 이상인 살충제 성분은 공기 중에서 빠르게 사라져 벽 등 표면에 흡수됐다. 특히 K_OA 값이 9 이상인 프탈레이트나 비스페놀A(BPA)는 환기를 수십 번 해도 사실상 제거가 불가능하고, 벽과 가구에 수년 이상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결국 진공청소기 사용이나 걸레질 같은 물리적 청소가 병행돼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에 미치는 파급 효과 이 같은 실내 '화학물질 저장소' 현상은 건강과 일상에 여러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공기 중 농도가 낮아지더라도 벽과 가구에 달라붙은 화학물질을 만질 때 노출되는 경로의 비중이 커지게 된다. 또, 피부를 통해 흡수되거나 먼지와 함께 섭취할 위험도 커진다. '3차 흡연' 위험도 생긴다. 담배 속 니코틴은 벽과 가구에 흡수됐다가 다시 방출되면서, 흡연자가 떠난 뒤에도 냄새와 유해 성분이 남는다. 이것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3차 흡연'이라고 하는데,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더 큰 위험 요인이다. 산불·화재 피해도 장기화될 수 있다. 산불 연기 속 글루타르산, 카테콜 같은 물질은 벽에 달라붙어 수개월~수년간 남아 지속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 물걸레질로 표면 청소를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는 실제 주거 환경에서 실내 표면의 총 저장 능력을 실험적으로 정량화한 최초 사례 중 하나"라며 “실내 공기질 모델과 인체 노출 위험 평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문은 ▶정기적인 환기와 함께 ▶헤파(HEPA) 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 사용 ▶진공청소·물걸레질을 통한 표면 청소 ▶저휘발성 친환경 자재와 가구 사용 등을 권장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한일수교 60주년,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 ‘경제안보 협력’ 부상…그 중심엔 ‘에너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은 가운데, 미국 관세협상 등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일 간 '경제안보 협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불안,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에너지 수요 폭증, 대만 유사시(有事) 가능성 등 복합적 요인이 겹치면서, 에너지 분야가 한일 협력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25일과 26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유라시아정책연구원 일본연구센터가 주관한 일본 여야 중의원 간담회를 통해 일본 여야 정치권에서도 양국 간 LNG프로젝트 협력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므로, 화석 연료 공급 불안정, 원전 가동 중단등은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일본 여야 정치권은 에너지안보에 대해서는 비교적 같은 입장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일본 도쿄 국회의원 회관에서 만난 나가시마 아키히사 자민당 중의원(8선,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은 “중동이나 중국과 대만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으로 향하는 LNG 수입이 중단이 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아시아 에너지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이를 대비한 한일 간 공동협력은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일 양국이 LNG 비축 및 공급선 다변화에서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언급되는 북미 서해안 해상운송로를 통한 LNG수급 확보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가시마 의원은 이시바 전 총리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을 정도로 한일은 물론 일본의 에너지안보, 군사안보 분야 전문가다. 일본유신회 소속 마에하라 세이지 중의원(11선, 전 외무대신) 또한 “양국 간 LNG협력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최근 워싱턴에 다녀와서 알래스카 LNG에도 큰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한일이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과 '대미 압박 공동 저지'를 추진하기보다는, 일본의 '에너지 안보 및 국익 극대화' 차원에서 한국과 알래스카 LNG 관련 정보 공유와 실무적 협력을 추진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에하라 의원은 일본 정치권 내에서도 보수적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해 온 인물로 평가된다. 따라서 그의 에너지 관련 입장은 단순한 경제 논리가 아닌 국가 안보라는 큰 틀에서 해석된다. 마에하라 의원의 에너지 안보에 대한 언급은 '원전의 안전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면서도 '에너지 안정 공급'이라는 목표도 달성해야 한다는 신중론에 기반하고 있다. 실제 한일 양국의 에너지 안보는 대만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직결돼 있다. 일본과 한국은 모두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로, 특히 한국은 전체 천연가스의 70% 이상, 일본은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LNG는 양국 발전 부문과 산업 부문 모두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단기간에 대체할 현실적 수단이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유사시, LNG 해상 수송로가 차단되면 일본과 한국 모두 에너지 안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에너지정책 전문가도 “양국 모두 동일한 해상 루트를 통해 LNG를 들여오기 때문에, 공급망 충격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공동 비축, 운송·터미널 공동 활용, 공급선 정보 공유 같은 실질적 협력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일 간 경제안보 협력의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는 것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알래스카에서 생산되는 LNG를 액화 후, LNG 운반선을 통해 아시아로 공급하는 대규모 에너지 사업으로, 대만해협을 우회하는 북극항로 활용 가능성이 포함돼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 회피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한미 관세협상 결과 한국은 향후 수년간 알래스카산 LNG 수입을 포함한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를 약속했다. 일본 역시 에너지 공급선 다변화 전략 차원에서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한일 공동참여 혹은 역할분담 방식의 협력 모델이 논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알래스카 LNG는 한미일 3각 에너지 안보 협력의 중요한 교차점"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협력한다면 수송로 다변화, 공급 안정성 제고, 가격 협상력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일 에너지 안보 협력의 필요성은 AI·데이터센터 산업의 급성장으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 폭증에 대응해 LNG 복합발전 확대와 가스터빈 신설이 붐을 이루고 있다. 한국과 일본 역시 향후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이 예상되면서, 단기적 전력공급 확대 수단으로 LNG 발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은 최근 전력 공급 불안과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로 LNG 발전소의 역할을 재평가하고 있으며, 한국도 AI 인프라 확대와 함께 발전소·터미널 확충이 논의되고 있다. 한 일본 에너지 전문가는 “AI 인프라와 LNG는 앞으로 최소 10~15년간 병행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양국이 LNG 확보와 발전 인프라 확충에서 경쟁이 아닌 협력 전략을 취할 때 안정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가 한일 경제안보 협력의 전략적 교집합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양국은 모두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집약적 경제구조를 갖고 있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으며, 지정학적 공급망 리스크에도 공통적으로 노출돼 있다. 여기에 AI와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산업 전력수요 확대가 겹치면서, LNG를 중심으로 한 안정적 에너지 협력이 공동 생존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 에너지안보 전문가는 “한일 양국이 LNG 협력을 제도화할 경우, 공급망 충격 대응력과 에너지 수급 안정성이 동시에 강화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한미일 3국 간의 경제안보 전략도 보다 정교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일 관계는 올해로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았지만, 과거사와 영토 문제, 정치 일정 등 여전히 복잡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경제안보 분야는 이념과 정권 변화에 상대적으로 덜 흔들리는 '협력의 현실적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외교가 관계자는 “한일 간 LNG 협력은 감정과 역사 문제를 떠나 실질적으로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주제"라며 “정상 교체기라는 정치적 변곡점에 이런 협력 의제를 구체화할 수 있다면, 향후 10년간 양국 관계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원희의 기후兵法] 기후에너지환경부 실세는 2차관…에너지·배출권·전기차·녹색산업 총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한 가운데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실세가 2차관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차관이 맡는 분야는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넘어온 에너지 부문에 이어 환경부 핵심 기능이던 탄소배출권·전기차·녹색산업까지 더해지면서 기후부의 핵심이 됐기 때문이다. 2차관이 기후위기 대응에 치우친 정책을 펴면 에너지 수급 안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정부가 공개한 기후에너지환경부 편제를 보면 2차관 산하에 기후에너지정책실(기후에너지정책관·녹색전환정책관·수소열산업정책관·국제협력관)과 에너지전환정책실(전력산업정책관·전력망정책관·재생에너지정책관·원전산업정책관)이 나란히 배치됐다. 반면 1차관은 기획조정·물관리·자연보전·대기·자원순환·환경보건 등 전통 환경분야 어젠다를 총괄한다. 1차관의 경우 기획조정실을 가지고 있지만, 기존 환경부 1차관에서 맡던 배출권, 전기차, 녹색산업 부문을 잃어버린 셈이다. 기후부 초대 1차관(환경차관)과 2차관(기후에너지차관)은 각각 금한승·이호현 차관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조직도를 보면 기존 산업부 2차관 소관이던 석유·가스·광물·원전 수출을 제외한 전력·재생에너지 정책 전반이 새 부처로 이관됐다. 여기에 환경부 1차관이 담당하던 탄소배출권 관리, 녹색산업, 전기차 등까지 더해지면서 2차관이 쥐는 정책 범위는 크게 확대됐다. 새 조직의 눈에 띄는 변화는 전력망정책관 신설이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전략을 전담하는 역할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 강화 정책을 설계한다. 2030년까지 전국 송전망을 약 30% 확대(3만7169km→4만8592km)하고, 2040년까지는 서해-남해-동해안을 잇는 U자형 해상 전력망을 구축하는 청사진이 제시돼 있다. 계통 대규모 증설은 호남 지역 재생에너지 집적지와 수도권 수요지를 연결하는 전제 조건이다. 전력망정책관 산하 전력망정책과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계통운영혁신과는 정전 대비 및 전력계통 운영 등을 담당한다. 재생에너지정책관에서는 기존 재생에너지산업과를 태양광산업과와 풍력산업과로 분리했다. 태양광과 풍력은 산업 구조와 기술 특성이 달라 한 과에서 묶여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이 있었는데, 이를 개선해 각각 독립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해 재생에너지 누적 보급량 34.7GW보다 3배 가까이 늘려야 한다. 전력산업정책관 산하 전력시장과는 지역별 차등요금제나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등 전력시장 개편의 핵심 정책을 맡으면서 동시에 전기요금 억제에도 힘써야 한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맞춰 지역별 차등요금제와 재생에너지 입찰제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청정전력전환과는 이재명 정부의 2040년 탈석탄 정책에 맞춰 석탄발전 폐지 정책을 추진한다. 신설된 수소·열산업정책관 산하 열산업혁신과는 열 분야의 탄소감축 전략을 추진한다. 김성환 장관이 강조해온 열분야의 전기화(히트펌프, 전기보일러) 등이 이 부서에서 추진된다. 환경부 1차관에서 넘어온 녹색전환정책관의 역할도 눈에 띈다. 대기환경국 산하였던 대기미래전략과가 탈탄소녹색수송혁신과로 재편돼 전기차·수소차 보조금 및 충전 인프라 구축을 담당한다. 김 장관이 2035년 내연차 판매 금지 검토도 시사한 만큼 무공해차 보급의 핵심을 맡는다. 탄소포집(CCUS), 폐기물 재활용, 순환자원 산업 등도 녹색전환정책관에서 다룬다. 기후에너지정책관 산하 기후에너지정책과는 모든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최상위 계획인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과 함께 에너지 수급 가격을 안정화하는 정책을 맡는다. 강력한 NDC 계획은 에너지 요금을 높일 수 있는데 해당 부서에 상충되는 임무가 주어진 셈이다. 기후경제과는 탄소배출권 관리 업무를 맡는다. 배출권 거래제는 전 산업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핵심 환경 규제다. 배출량 총량이 줄고 유상할당 비중이 높아지면 산업계 전반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NDC·재생에너지·열·배출권·녹색산업·수송 부문이 모두 기후부 2차관 산하에서 논의되고 추진되는 구조가 갖춰졌다. 기존에는 산업부와 환경부,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처로 흩어져 있던 논의가 한 부처에서 종합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정책 속도가 빨라진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에너지부, 에너지 차관, 환경 부서, 규제부서, 환경 담당 차관이 한 부서 안에서 막 갑론을박해서 정책을 결정하는 것하고 아예 독립 부서가 돼서 서로 말도 안 하고 이러는 거 하고 어떤 게 낫나"고 반문하며 “에너지 분야는 내부 토론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시간 절감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기후부에서 한쪽으로 치우쳐진 정책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부조직법 통과 이후 기후부 신설 대응 긴급 간담회'에서 “에너지 정책 심장을 산업부에서 떼어내 규제 부처인 환경부로 이식하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시도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좀먹고 에너지 안보를 뿌리째 흔드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김정관 에너지미래포럼 대표는 지난달 12일 열린 9월 에너지미래포럼 조찬포럼에서 “기후부가 최우선 정책 목표를 기후위기 대응에 두면, 에너지 수급 안정에는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2035 NDC 톺아보기-농축산·산림·순환④] 국민 1인당 2그루씩 나무 심어 탄소감축

정부가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산림 분야에서 제시한 핵심 전략 중 하나는 매년 1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산림 흡수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국민 1인당 매년 2그루를 심는 셈이다. 이와 동시에 토양 탄소 저장, 목재 활용 등으로 탄소저감 효과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조림을 현실화하려면 종자 확보와 묘목 생산, 유휴부지 발굴을 위한 부처 간 협력 등 전방위적 지원이 필수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 1억그루 식재를 위해서는 연간 약 3만ha 면적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2일 개최한 2035 NDC 공개토론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산림은 조림 연령이 높아지면서 연간 순생장량이 감소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2018년 -4030만만톤이던 순흡수량은 지난해 -3890만톤으로 줄었다. 오는 2035년에는 -3650만톤 수준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대규모 조림 확대 △국산 목재 활용 △바이오차를 통한 토양 탄소 저장 △산림 전용 억제 △산불 피해목 활용 등 수단을 병행할 방침이다. 농축산 부문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 2018년 2760만톤에서 2035년 2000만톤으로 약 25.7% 감축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축산 분야의 메탄 배출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핵심 전략은 저메탄·저단백 사료의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2.5% 수준인 저메탄 사료 보급률을 2035년까지 60%로 끌어올려 장내발효로 인한 메탄 배출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가축분뇨를 바이오가스나 고체연료로 전환하는 시설을 확충하고, 농기계 전기화 및 고효율 장비 도입, 질소질 비료 사용 저감, 바이오차 활용 등을 병행한다. 다만, 식량안보 확보를 위한 최소 생산량은 유지해야 하는 만큼 감축 여력이 제한적이고, 탄소누출과 비용 문제 등 구조적 과제가 남아 있다. 폐기물·순환경제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1940만톤에서 2035년 920만톤으로 약 52.6% 감축을 목표로 한다 현재 국내 폐기물 재활용률은 86~87% 수준에서 정체돼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인 매립과 소각 비중을 줄이는 것이 핵심 과제다. 정부는 △폐기물 원천 감량 △플라스틱 사용 규제 및 바이오플라스틱 대체 △AI 선별 등 회수 고도화 △전기전자제품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품목 확대 △메탄 회수 및 소각열 에너지화 등을 추진한다. 특히 플라스틱 대체는 생활 부문에서 30%, 사업장에서 22.5%까지 확대하고, 생활 폐플라스틱 재활용률도 89%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검독수리 둥지 찾아 77년 전 남양주 예봉산 절벽 올랐던 미군 장교

지난달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제주도 한라산 절벽에서 검독수리의 번식 둥지를 발견했다면서 검독수리 번식 둥지가 국내에서 확인된 것은 77년 만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지난해(2024년) 7월 제주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이 한라산 북쪽 인근에서 어린 검독수리 1마리를 구조했던 사건과 지역 주민의 목격담을 토대로 검독수리 조사에 들어갔다. 종복원센터는 지난 4월 한라산 북쪽 지대 약 90m 절벽의 1/3 지점에서 지름 약 2m, 높이 약 1.5m 추정되는 검독수리의 둥지를 발견했다. 검독수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자 대형 맹금류다. 겨울철 북쪽에서 한반도로 내려오는 철새이기도 하지만 일부는 텃새로 국내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양구 등지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그동안 번식 둥지의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에 종복원센터가 77년 만에 둥지를 발견했다고 한 근거는 1950년 10월 미국의 저명한 조류 학술지인 '디 오크(The Auk)'에 게재된 논문이다. 논문 제목은 '한국의 조류 기록(Notes on the birds of Korea)'이다. ◇1950년 발표 논문 “1948년 예봉산에서 관찰" 이 논문은 1947년부터 1948년까지 우리나라에서 복무한 미국 육군 장교 로이드 레이몬드 울프(Lloyd Raymond Wolfe)가 작성한 것이다. 울프는 1947년 3월 10일 인천 남쪽에서, 3월 25일 수원 근처에서 각각 검독수리 한 마리가 목격됐다는 내용을 논문에 적었다. 또 같은 해 10월 19일 천마산에서 검독수리 두 마리를 직접 목격했다고도 했다. 울프는 1948년 4월 4일 가이드의 안내로 경기도 남양주 예봉산을 찾았고, 안내원은 정상 부근 협곡 벼랑에 둥지가 있다고 알려줬다. 이에 울프가 총을 쏘았고, 그 소리에 놀란 검독수리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울프 일행은 바위 절벽을 올라 검독수리 둥지를 찾아냈다. 둥지에는 곧 부화할 알 한 개와 갓 부화한 새끼 한 마리가 있었다. 울프는 알과 새끼 둘 다 가져왔다. 논문에서 알은 울프 개인이 소장하고 있고, 새끼의 박제는 미국 국립 박물관에 보냈다고 밝혔다. 울프는 1948년 4월 16일 천마산 절벽 꼭대기에서 또 다른 독수리 둥지를 발견했는데, 이 때는 밧줄이 없어서 둥지까지 내려갈 수 없었지만, 둥지 가장자리에 있던 배설물로 보아 어린 새들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지금은 사라진 크낙새 관찰 내용도 울프는 장교로 근무하면서 주말을 이용해 사냥을 겸해 조류 관찰 여행을 계속했다. 그는 논문에서 “1947년 2월부터 7월까지는 인천에서, 1947년 7월부터 1948년 12월 말까지는 서울에 주둔했다"고 밝혔다. 그는 “열악한 도로 사정, 교통난, 그리고 다른 이유로 야외 활동은 주말이나 휴일로 제한됐다"면서 “결과적으로 조사 활동은 주로 경기도와 강원도 서부 지역으로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울프는 일본으로 근무지를 옮긴 다음인 1950년에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논문에는 검독수리를 포함해 150여 종의 새를 기록했고, 125점의 박제를 확보해 미국 국립박물관에 기증했다. 논문에 기록된 새 중에는 지금은 사라진 광릉 크낙새도 포함돼 있다. 울프는 논문에서 크낙새를 '거대한 딱따구리'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 새는 매우 희귀하고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고되었지만, 저는 다행히 번식하는 세 쌍을 발견했다"면서 “이 세 쌍 중 두 쌍은 서울 북서쪽의 다른 지역에 있었고, 다른 한 쌍은 서울 북동쪽의 거대한 가문비나무(전나무숲을 말하는 듯)가 있는 숨겨진 계곡에 있었다"고 밝혔다. 크낙새는 수백 년 동안 나무를 보호해온 왕릉 주변의 벌목 제한 구역에 서식하고 있었는데, 수컷은 특히 경계심이 강해 관찰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울프는 “1948년 10월 31일 금천리 서쪽 소나무 숲에서 붉은 볏을 가진 수컷 크낙새 한 마리가 목격됐다"면서 “(이에 앞서) 1948년 5월 31일 어린 수컷 한 마리가 둥지를 떠나자 마자 사살됐다"고 보고했다. 논문에서는 울프 자신이 어린 수컷 크낙새를 직접 사냥했는지, 크낙새 박제를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내 조류학 연구를 이어주는 역할 울프는 해방 직후와 한국전쟁 당시 침체됐던 한국의 조류학 연구의 명맥을 있는 중간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 본격적인 조류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60년대 이후다. 국내 원로 조류학자인 고(故) 원병오 경희대 명예교수(1929~2020)는 개성 출신으로 한국전쟁 전에 남한으로 내려온 다음 포병장교로 전쟁을 겪었고, 전쟁 후에야 경희대 생물학과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원 교수는 일본 홋카이도 대학에서 유학한 후 1961년 경희대 생물학과에 교수로 부임한 뒤 국내 조류학을 이끌었다. 원병오 교수의 부친이자 국내 1호 조류학자인 고(故) 원홍구 박사(1888~1970)는 평북 삭주에서 태어나 일본의 가고시마(鹿兒島)고등농림학교로 유학을 갔다온 후 교사 생활을 했고, 1947년 김일성종합대 생물학부 부교수로 취임, 북한의 조류학 연구를 이끌었다. 울프는 사냥과 조류 연구를 병행했다. 77년 전의 조류 연구 방법과 멸종위기종 개념이 지금과는 크게 달랐기 때문에 알을 채집하고, 박제 표본을 제작해 미국으로 반출한 그의 행적을 지금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비판하기는 어렵다. 제주도에서 검독수리 둥지를 확인한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강승구 박사는 “울프는 일본을 거쳐 필리핀으로 근무지를 옮긴 후에도 필리핀의 조류를 연구해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울프가 기증한 검독수리 새끼 박제 표본이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도 최근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추석 전국 흐리고 비…남부지방 일부서 보름달 볼 수 있을 듯

추석인 6일은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지역에 따라 가끔 비가 내리겠으나 남부지방과 제주도에는 소강상태를 보이는 곳이 있겠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보름달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부 남해안과 제주 지역에서는 구름 사이로 달이 비칠 것으로 보인다. 5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6∼7일 예상 강수량은 제주 5㎜ 안팎, 전남·경남(서부내륙 제외)·경북(경북북동부·서부내륙 제외) 5∼20㎜, 서울·경기(남서부 제외)·서해5도·강원내륙·충북·전북·경북북동내륙·서부내륙·경남서부내륙 10∼40㎜, 인천·경기남서부·충남·경북북부동해안·북동산지 20∼60㎜, 강원산지·동해안 30∼80㎜(많은 곳 산지 100㎜ 이상) 등이다. 6~7일 전국 예상 평균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으로 전망됐다. 6일 아침 최저기온은 16∼22℃(도), 낮 최고기온은 17∼26도로 예상된다. 7일은 아침 최저 15∼22도, 낮 최고 19∼26도가 되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일 수교 60주년, 양국 정권 교체기 속 ‘관계 재설정’ 시험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올해, 양국이 모두 정권 교체기를 맞으며 한일 관계도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 지난 9월 24일 일본 도쿄 와세다대에서 열린 '2025 한일 언론포럼'에서는 양국의 언론인과 전문가들이 모여 수교 60년의 성과와 과제, 미래 협력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양국의 언론인과 양국 관계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협상 압박 속 양국 정상이 급작스레 교체된 상황에서, 과거사 문제 해결과 상호 신뢰 회복을 바탕으로 한 경제협력 미래지향적 관계 형성을 위해 언론의 역할이 핵심 관건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번 포럼은 '국교정상화 60년의 한일관계 : 파트너십의 변천과 언론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포럼은 △세션 1: '한일 국교정상화 60년의 평가와 현상 진단' △세션 2: '새로운 한일관계의 방향성과 언론의 역할'로 구성돼, 양국의 학계, 언론계 인사들이 심도 있는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포럼 참가자들은 대체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가 문재인 정부 시절과 같은 급격한 악화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실제 올해 초만 해도 일본 언론에서는 이재명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문재인 정부 시절처럼 경색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다소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양국은 8월에 이어 9월 30일 열린 정상회담도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하며 관계 안정세를 이어갔고, 관광·민간교류 분야에서도 상호 방문객 수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안보 분야에서도 대미 관세 협상, 동아시아 안보 이슈 등에서 공동 대응 가능성도이 언급됐다.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기조 속에서 한일 양국의 실질적 정책 공조가 이뤄질 수 있는 여지가 넓어졌다는 평가다. 관세 협상은 물론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와 에너지 안보 대응, 북핵·중국 문제 등에서 공동 대응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협력 여지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계기로 한일 경제관계의 성격이 변화했다는 점이 분석됐다. 공급망 다변화와 전략산업 협력 등 새로운 과제가 부상한 가운데,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강화도 양국 관계의 또 다른 핵심 과제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한일 수교 60주년은 과거를 돌아보는 기념의 해이자, 향후 100년의 관계를 준비하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한일 모두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한 지금이야말로, 양국 관계를 제도적·정책적으로 재설정할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양국 전문가들은 관계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한국 대중의 일본에 대한 인식 개선과 상호 호감 및 신뢰 증진을 꼽았다. 이를 위해 양국 정부의 공공외교 정책과 함께 언론의 건전한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한국 대중의 일본에 대한 인식 개선과 상호 호감·신뢰 증진이 관계 개선의 핵심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토론자들은 “공공외교 정책을 통한 상호 이해 증진"과 함께, 양국 언론이 갈등을 조장하기보다 객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보도를 통해 협력의 분위기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사·영토 문제, 국내 정치 변수 등 난제가 산적한 만큼, 언론과 시민사회, 정부 모두의 장기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단기적 이벤트에 좌우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신뢰 기반을 구축하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전문가들은 수교 60년을 맞은 한일 관계가 '관계 안정기'를 넘어 지속가능한 협력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과거사 문제 해결, 공공외교 강화, 언론의 책임 있는 보도, 전략산업 및 안보 협력 등 다층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일언론포럼의 한 참석자는 “이제는 60년을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100년을 바라보는 장기적 협력 전략이 필요하다"며 “정권 교체기라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0월 4일 일본 총리 선거에서 타카이치 사나에가 새 총리로 선출되면서 한일 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타카이치는 자민당 내 강경 보수파로 분류되며, 독도 영유권, 역사 문제, 자위대 활동 확대 등 민감한 사안에서 보수적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로 인해 향후 한일관계의 개선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타카이치 신총리 체제에서 한일 관계가 단기간에 급격히 악화되지는 않더라도, 과거사 문제와 안보·영토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타카이치 신총리가 어떤 대한(對韓) 정책 기조를 취하느냐가 향후 1~2년간 한일관계의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며 “신뢰 구축과 협력 강화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2035 NDC 톺아보기-수송·건물③] 2035년 내연차 금지·그린리모델링 확대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선 향후 10년 남짓한 기간 안에 내연기관차 판매를 사실상 중단하고 무공해차 중심으로 수송 부문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고강도 감축 시나리오에서 2035년 내연차 신규 판매 금지를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으며, 신차 판매의 90% 이상을 전기차·수소차 등 무공해차로 채워야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전체 차량 중 무공해차 비중은 3%에도 미치지 못해 산업 구조·인프라·보급 속도 모두 대대적 변화가 필요해보인다. 건물 분야에서는 10년 후에 모든 건물의 에너지자립률을 40% 이상 상향시키는 방안도 제시됐다. 정부가 지난달 23일 공개한 2035년 NDC 수송 부문 감축 시나리오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48% 줄이는 보수적 시나리오의 경우 등록 차량 약 2800만대 가운데 무공해차를 최소 840만대(약 30%)까지 확대해야 한다. 53% 감축 시나리오에서는 950만대(34%) 이상, 고강도 감축(61~65%) 시에는 약 980만대 이상(35% 이상) 보급이 필요하다. 이를 달성하려면 2035년까지 판매되는 신차의 90% 이상이 무공해차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현실과 목표 간 격차다. 지난해 기준 국내 등록 차량 2629만대 중 무공해차는 약 72만대로 전체의 2.7% 수준에 불과하다. 보급 속도를 감안하면 현재 추세로는 2035년까지 800만~900만대 수준의 무공해차 확보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30일 공개된 2035 NDC 건물 부분 감축 시나리오에서는 2035년 건물에서의 배출을 2018년 대비 46.7~51.3% 감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를 위해 정부는 10년 뒤 모든 건물의 에너지자립률 40% 이상 상향을 검토 중이다. 신축 공공건물에는 자립률 60% 이상, 민간 신축에는 40% 이상을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현재는 연면적 1000㎡ 이상 신축 공공건물에 제로에너지건축물(ZEB) 4등급(자립률 40% 이상) 의무화가 시행 중이며, 민간은 5등급(20~40%)으로 완화돼 있다. 정부는 2035년부터 매년 기축건물 연면적의 3%를 그린리모델링하는 로드맵을 과제로 제시했다. 그린리모델링은 단열·기밀·창호 교체 등 성능개선과 태양광·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등 분산자원·관리시스템 도입을 통해 난방·냉방 부하를 낮춰 배출을 줄이는 접근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생선 내장과 한약 팩에도…미세플라스틱에 매일 노출된다

우리가 즐겨 먹는 생선, 건강에 보탬이 되기 위해 먹는 한약이 사실은 미세플라스틱의 '숨은 유입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중국과 국내 연구진이 각각 발표한 두 건의 연구는, 생선 섭취 방식과 액상 한약 팩(파우치)의 가열 과정에서 우리 몸속으로 상당량의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생선, 살코기는 안전해도 내장·아가미는 위험 중국 칭다오 해양과학기술센터 해양생태환경과학연구실 연구팀은 지난 8월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서해와 동중국해에서 잡힌 생선을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어류 37종, 모두 1075마리를 분석했는데, 생선 살(근육)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내장에서는 39.6%, 아가미에서는 36.3%라는 높은 비율로 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됐다. 즉, 회나 구이처럼 살코기 위주로 먹을 때는 위험이 낮지만, 한국·일본·중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즐겨 먹는 내장 발효 젓갈이나 아가미·내장을 넣은 찌개류는 직접적인 노출 위험이 있다. 연구팀은 전 세계인이 생선을 통째로 소비할 경우, 1인당 연간 약 5만6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표층수에 사는 작은 물고기일수록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높았고, 반대로 깊은 바다의 큰 어종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대형 어종은 수은·납 같은 중금속과 유기 오염물질 축적 위험이 있어 선택이 쉽지 않다. ◇데운 한약, 미세플라스틱 최대 3배 증가 일상 속 또 다른 위험은 한약 파우치 가열이다. 고려대 보건안전융합과학과 서지훈 교수와 한국분석과학연구소 정재학 소장 등 연구팀은 지난달 '환경독성학 및 환경안전(Ec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연구팀은 시판 액상 한약 5종을 골라 분석을 진행했는데, 상온 섭취 시에는 한 팩당 평균 3.4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같은 한약 팩이라도 전자레인지(700W, 1분) 가열 시에는 5.5개, 중탕(끓는 물, 5분) 가열 시 무려 10.3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연구팀은 “가열 과정에서 파우치 내벽(폴리프로필렌·폴리에틸렌 재질)이 손상되면서 미세한 입자가 떨어져 나오는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3팩씩 꾸준히 섭취한다고 가정하면, 상온 섭취 시는 연간 3200개, 전자레인지 가열 시 5900개, 중탕 가열 시 최대 1만130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게 되는 셈이다. ◇현명한 소비와 제도적 대응 필요 전문가들은 소비자 차원에서 ▶생선은 가급적 살코기 위주로 섭취할 것 ▶내장·아가미 활용 요리 줄이기 ▶한약 파우치는 가급적 상온에 보관하면서 섭취하기, 꼭 데운다면 전자레인지 활용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플라스틱 포장재 자체의 개선이다. 정부와 기업이 내열성 강화 포장재 개발, 생분해성 소재 대체, 안전 기준 마련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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