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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정부 문턱 넘어선 기린대로 BRT 구축사업 ‘급물살’

전주=에너지경제신문 안진구 기자 전주시가 추진해온 기린대로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구축사업이 최종 관문인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 문턱을 넘어서면서 사업 추진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시는 기린대로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구축사업에 대한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의 마지막 관문인 2단계 심사가 조건부로 최종 통과됐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중앙투자심사에서 행정안전부는 △일반차로 감소로 발생할 수 있는 교통 영향 및 시민 의견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조건으로 승인 의결했다. 이에 따라 시는 오는 2026년 개통을 목표로 기린대로 BRT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현재 실시계획 승인권자인 전북특별자치도의 실시계획안 공고 및 의견 수렴 절차가 진행 중으로, 시는 조만간 승인이 이뤄지면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26년 개통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기린대로 BRT 사업은 전주시내 중심도로인 기린대로(호남제일문~한벽교)의 9.5㎞ 구간에 버스중앙차로와 중앙정류장 등 기반시설을 설치하고, 교통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총사업비는 448.5억 원으로, 이 중 50%를 국비로 확보해 재정 부담도 크게 줄었다. 기린대로에 BRT가 도입되면 △전용차로를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운행하는 '정시성 높은 버스' △상습 정체 구간의 개선과 신호체계 정비 등을 통한 '교통혼잡 완화' △중앙정류장 설치를 통한 '보행자 안전 확보'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한 '탄소발생 저감'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앞서 시는 지난 2022년 '기린대로 BRT 구축사업'이 조건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한 이후 2단계 심사를 위해 중기지방재정계획 수정, 정류장 설치계획 마련 등 보완요청 사항에 대해 수차례 협의를 이어왔다. 이후 지난해 한 차례 고배를 마신 후, 이번 심사를 철저히 준비한 끝에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며 최종 통과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 이 과정에서 시는 BRT 도입은 단순한 '버스 중앙차로'가 아니라 도시의 질서를 재편하는 사회적 인프라 사업으로 분석하고, 12회의 간담회와 66회의 설명회, 3회의 시민워크숍, 시민 대토론회 등 다양한 소통채널을 운영하며 시민 참여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시민과 함께 기린대로 BRT 설계(안)을 최종 확정하기도 했다. 최준범 전주시 대중교통국장은 “기린대로는 전주시의 대동맥으로, 이 도로 위를 오가는 수많은 시민의 하루가 조금 더 편하고, 조금 더 안전하고, 조금 더 예측 가능하게 바뀌는 것이 BRT 도입의 목적"이라며 “앞으로 공사추진 과정에서 불편은 있을 수 있지만, 시는 시민 여러분의 신뢰를 바탕으로 활발하게 소통하며, 불편을 최소화하고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ajk79@ekn.kr ajk79@ekn.kr

남부발전, 제5기 사내벤처 출범...태양광 폐모듈 재자원화

한국남부발전(사장 김준동)이 제5기 사내벤처 출범으로 태양광 폐모듈 활용에 적극 나선다. 이번에 출범하는 제5기 사내벤처 사업은 태양광 모듈의 잔여 내구연한을 활용한 '폐모듈 재자원화 태양광 발전사업'으로 태양광 폐모듈 대량발생을 대비해 처리비용을 절감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사업이다. 남부발전은 지난 10월 사내벤처 활성화를 위한 전 직원 아이디어 공모를 시작으로 창업 전문가 컨설팅, 과제선정 실무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과제를 선정했다. 선정된 사내벤처팀에게는 성공적인 분사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사업수행 전반에 걸친 경영 자율권과 함께 창업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별도의 업무공간, 사업운영비, 기술개발비 등이 지원된다. 남부발전 박영철 기획관리부사장은 “향후 대량 발생될 태양광 폐모듈을 활용해 환경적,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이러한 사례는 혁신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직원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 발굴 및 사업화 지원을 통해 창의적 조직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신형 LPG 트럭 10만대 돌파 기념 경품 이벤트

대한LPG협회가 신형 액화석유가스(LPG) 트럭의 국내 판매대수 10만대 돌파를 기념해 LPG 트럭 운전자를 위한 경품 이벤트를 개최한다. 7일 LPG협회에 따르면 이번 이벤트는 오는 25일까지 네이버 카페 '영업용 화물차 운전자의 모임(영운모)'에서 진행된다. 누적 주행거리가 1만km 이상인 현대차 포터2, 기아 봉고3 LPG 트럭 운전자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참가자는 운행하는 LPG 트럭의 주행 경험과 연비 및 유지비 등에 대한 후기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작성한 뒤, 차량의 계기판에 표시된 누적 주행거리 화면을 촬영해 이벤트 게시글을 통해 제출하면 된다. 선착순 50명에게 5만원 상당의 LPG 충전 상품권이 지급된다. 가장 긴 주행거리를 기록한 상위 3명과 우수한 후기를 작성한 3명에게는 백화점 상품권이 제공된다. 신형 LPG 트럭은 출시 약 1년만인 올해 1월말 현대차 포터2와 기아 봉고3 LPG 모델의 누적 판매대수가 10만대를 넘어섰다. 1톤 트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84%를 기록해, 경유의 대체 연료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국내 최초로 터보 LPG 직분사(LPDi) 엔진을 탑재해 기존 디젤보다 높은 출력을 구현한 점과 LPG 엔진 특유의 정숙성으로 승차감이 대폭 향상됐다는 점이 운전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환경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 미세먼지 배출량은 북미 배출가스 규제 기준인 SULEV30(Super Ultra Low Emission Vehicle) 기준치의 4%에 불과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기존 디젤 엔진 대비 8% 저감된다. 이호중 대한LPG협회장은 “실운전자의 경험을 통해 LPG 트럭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자 이번 이벤트를 마련했다"며 “차량 기술개발, 충전 인프라 확충 등 LPG차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대통령 탄핵에 에너지 공공기관장들 긴장…“알박기 물러나라” vs “임기보장 필요”

에너지 공공기관장들이 임명권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임기 완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당시에도 임기가 남았던 에너지 공기업 사장단이 일괄 사표를 내고 물러난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이른 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큰 곤욕을 치룬 적이 있고, 공공기관장 임기는 법적으로 보장되고 있어 윤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을 강제로 사퇴시킬 순 없다. 오는 10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국정감사가 벌써부터 뜨거워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정권이 교체될 경우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 임명한 공공기관 사장단에 사퇴 압박이 가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기관 사장단에 사퇴를 강요한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탄핵 전부터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겠다"며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추진 중이며, 이는 기존 기관장들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는 최근 “탄핵 정국 이후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가 15개 기관에서 63명이 임명됐고, 41명은 공모 중"이라며, 전방위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인사 문제를 지적했다. 에너지 관련 기관에서는 탄핵 정국 이후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국민의힘 출신 정치인 이주수 대표이사가 취임했다. 한전KPS와 한국전력기술의 경우 정치인 출신은 아니지만 지난해 말 최종후보자로 선임된 후 여전히 임명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취임한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발전공기업 5사 사장들도 2년 반의 임기가 남아 있다. 이들 사장단의 임기는 차기 정권에서도 상당 기간 겹쳐져 있다. 한국에너지공단과 전력거래소, 한국광해광업공단 등은 신임 기관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며, 이들 역시 여당 정치인 출신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지적과 탄핵으로 인해 이들 기관장 선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재임 중인 기관장들의 연임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2022년 8월 22일 취임)은 올해 8월,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2022년 11월 29일)과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2022년 12월 9일 취임)은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복귀할 경우 연임이 유력했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평가된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2023년 9월20일 취임)은 내년 9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돼 윤 정부 임기까지 모두 지낸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도 곧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진두지휘하던 동해심해 가스전 프로젝트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전력기술의 경우 김태균 한국전력 기술혁신본부장이 지난해 11월 초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최종 후보로 통보받았으나 지난해 말 비상계엄 및 탄핵정국과 맞물리면서 임명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최근 임시주총에서 이은권 신임 사장 선출 건이 의결됐으나, 아직 한덕수 대통령직무대행의 최종 임명 절차가 남아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도 최종 1배수 인물에 대한 한 대행의 최종 임명만 남은 상태다. 현재 공모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기관들은 오는 6월 대선 이후에나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과거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이미 임명된 사장들의 임기가 보장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측은 '탈(脫)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공공기관장들의 사직을 압박한 '블랙리스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1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블랙리스트란 '국가 권력이 정책이나 생각이 다르다는 등의 부당한 이유로 특정인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만든 명단'을 말한다. 윤 정부에서 이 사건을 조사한 여파로 지난 정부 후반부에 임명된 공기업 수장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물러나지 않고 임기를 마쳤거나 아직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은 직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탄핵으로 인해 국회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정권을 차지할 가능성도 높은 더불어민주당에서 미리부터 압박에 나서고 있는 만큼 임기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한전과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동서발전과 남동발전 등 여당 정치인 출신 기관장들은 하반기 국정감사에서 사퇴 압박을 비롯한 공세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쳤기에 공기업 사장단도 임기를 채울 수 있었다"며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탄핵됐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 사장단이 자리를 지키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이 절대 다수당이라 사퇴압박은 더욱 거셀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에너지정책은 일관성, 연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권에 상관없이 수장을 계속 유지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美 관세 맞이한 K-배터리 ‘한국판 IRA’ 기대

미국의 25% 관세 조치로 한국 배터리 업계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전기차 캐즘의 대안으로 떠오른 '에너지저장장치(ESS)' 부품 원가가 올라 부담은 늘었지만 34%의 관세를 맞은 중국과 비교했을 땐 오히려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업계에선 '한국판 IRA((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 갈수록 척박해지는 배터리 시장에서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을 선언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관세 인상에 해당하는 품목이 양극재, 음극재 및 기타 원부재료 등이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경우 모두 미국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두고 있어 타격이 엄청나진 않지만 배터리 셀 제조에 필수적인 원료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관세 사정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에 한국판 IRA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의 대체 먹거리로 ESS에 집중하고 있다. ESS는 원료가 많이 들어가는 만큼 관세의 영향도 크기 때문에 정부의 보조금 제도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판 IRA'로 불리는 개정안은 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 시 기존의 법인세 공제 방식 외에도 직접 현금 환급, 제3자 양도 방식 등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국가전략기술 지정 이후 투자된 자금에 대해 소급 적용이 가능하도록 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했던 기존 투자에 대해서도 수천억원 수준의 환급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배터리업계는 투자 15%, 연구개발 30% 안팎의 세액공제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흑자 기업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지난해 시장 부진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한 국내 3사는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간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들은 배터리 산업에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해왔다. 미국은 배터리팩을 생산할 경우 킬로와트시(㎾h)당 최대 45달러를 현금으로 주고 있고 배터리 공장 투자액의 30%를 보조금으로 돌려준다. 이에 국내 업계도 세액공제가 아닌 '직접 보조금 지급'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는 국가에서 지정한 첨단전략산업 중 하나로, 향후 UAM, 드론, 로봇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필요한 핵심 산업"이라며 “소재 및 장비까지 국내 업체들의 밸류체인이 잘 형성돼 있기 때문에 경쟁력 제고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각국이 이와 같은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국의 이차전지 생태계 육성을 위해 파격적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실효성 있는 정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개정안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현지화 경쟁이 치열해지는 북미 ESS 시장에서 K-배터리의 대응력을 끌어올릴 제도적 기반으로 평가돼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글로벌 ESS 시장은 전력망 수요를 중심으로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ESS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북미 ESS 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시장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2023년 미국 엑셀시오 에너지 캐피탈과 7.5GWh 규모의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한화큐셀과 4.8GWh,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과 최대 8GWh에 이르는 수주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의 증설 라인을 ESS 생산에 활용해 기존 계획이던 애리조나 공장보다 1년 빠른 북미 현지 생산 전환이 가능해졌다. 삼성SDI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ESS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서 차세대 ESS 전용 배터리 'SBB1.5'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기존 대비 에너지 밀도를 37% 높여 5.26MWh 용량을 구현하며, 대형 ESS 시장에서 새로운 기술 표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삼성SDI는 2026년부터 ESS 라인업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추가해 고밀도 NCA 배터리와 함께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다양한 수요와 가격대를 커버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SK온도 올해 말까지 북미 ESS 시장 진출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ESS 사업부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재편하며 조직 역량을 강화했고 미국 IHI테라선솔루션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북미 시장 진출 기반을 확보했다. SK온 관계자는 “ESS 시장 진출 준비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어느정도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바다 위 점령하는 가스연료…LNG·LPG 선박 인기 지속

새로운 해양 기술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는 가스연료가 해상연료의 주요 대안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장기적 과제인 탄소중립을 실현을 위한 효용성과 현실성을 따져봤을 때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둘 다 단기적인 배출가스 규제를 위한 대안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7일 노르웨이선급 DNV에 따르면 해운 업계가 각국의 해양 규제에 따라 친환경으로의 전환 가속화하면서 업계가 점점 더 많이 채택하는 대안연료로 LNG, LPG가 동시에 부상 중이다. 이러한 추세는 전 세계 선단에서 꾸준히 점유율 확대하고 있는 LNG 사용 선박 수 증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3월 현재 글로벌 LNG 사용 선박은 1329척으로 2020년 558척 대비 약 2.5배(771척) 증가했다. 전년 동월 1034척과 대비해서는 29% 증가했다. 수주량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현재 총 1037척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30% 증가한 규모다. 지난 몇 년간 LNG 추진선박 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전 세계 선단의 6.5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연료로 LNG 채택이 증가하면서 LNG 벙커링(연료주입) 선박과 항만 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증가 추세다. 현재 저장탱크, 파이프라인, 첨단 안전시스템 등 LNG 벙커링 시설을 갖춘 항구 수는 전 세계 201개로 2021년 대비 60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2026년 말까지 추가 57개의 항구가 LNG 벙커링 시설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LNG벙커링산업협회는 최근 월간 시장동향 보고를 통해 올해 3월말 기준 LNG벙커선은 총 64척 운항, 25척 발주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2024년 총 63척의 LNG벙커링선이 운항됐지만 2028년부터는 40% 증가한 90여척이 운항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광범위한 LNG 시장과 마찬가지로 LNG 벙커링 부문도 지정학적 상황과 가격 변동에 영향 받지만, 탈탄소화를 위한 규제로 인해 인해 탄소배출 저감이 가능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운행 가능한 연료 솔루션 확보 위해 LNG 선박에 투자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는 LNG선박과 함께 LPG 추진선박 도입도 가속화 하고 있다. 세계액체가스협회(WPG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LPG 추진선박 285척 이상이 발주됐으며, 155척 이상이 실제 운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전 세계 1000여 개 LPG 저장시설과 700여 척의 소형 운반선이 LPG 벙커링 인프라로 활용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LPG는 기존 선박유 대비 황산화물(SOx) 97%, 질소산화물(NOx) 20%, 이산화탄소(CO₂) 15% 감축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LNG와 달리 메탄 슬립 문제가 없어 환경규제 대응에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EU는 지난 1월부터 'FuelEU 해양규정'을 시행해 선박연료의 온실가스 배출 강도를 단계적으로 낮추도록 하고 있는데, LPG는 2035년까지 해당 기준을 충족할 전망이다. LPG는 경제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WPGA는 2024년 기준 LPG는 LNG와 동등하거나 더 낮은 연료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중연료 엔진 기술로 기존 연료와 자유로운 전환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소유주들은 LPG 도입 시 초기 투자비용과 운영비용을 동시에 절감할 수 있는 LNG 추진선박에 주목하고 있다"며 “배출가스 규제와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연료로서 LNG 선박과 함께 LPG 선박 도입 또한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여수산단 동서발전 석탄화력발전소 철거현장 화재, 인명피해 없이 진압완료

7일 전남 여수 국가산단내 화력발전 시설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약 1시간 30분만에 인명피해 없이 완전진압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8분 경 전남 여수시 월내동 여수 국가산단 내 한국동서발전 호남발전본부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이 났다. 탈황 설비 철거 현장에서 화염과 짙은 연기가 치솟기도 했으나 소방 당국에 의해 오전 10시 56분에 완진됐다. 현장에는 4명이 작업하고 있었지만, 즉시 대피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이곳은 40년 이상 가동한 노후 설비로 2021년 말부터 가동을 중단하고 시설을 폐쇄해 철거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철거 중이었던 설비인 만큼 화재로 인한 추가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계획대로 철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현장 작업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후에너지부 신설, 현실화되나…“정권 교체 시 기후대응 최우선 과제될 것”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후·에너지 정책 대전환과 함께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기후위기 대응 강화를 위해 내세운 구상으로, 정권이 바뀔 경우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오는 6월 초 대선이 유력한 가운데 현재 정당지지율이 가장 높은 민주당은 지난 22대 총선에서 공약했던 기후위기 대응 강화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지와의 취재에서 “정권 교체 시 기후위기 대응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이를 뒷받침할 전담 부처 신설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환경 정책에 머무르지 않고 에너지전환, 탄소중립, 녹색산업 진흥을 아우르는 종합 컨트롤타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22대 총선에서 '2040 탈석탄'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기후에너지부 신설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에 적극 대응 △탄소세제로 개편 추진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비율 상향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산업구조 대전환 지속 추진 △기업의 ESG 도입 확산 지원 강화 등을 내세웠다. 본지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16명을 대상으로 정당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민주당 44.8% △국민의힘 35.7% △조국혁신당 5.2% △개혁신당 3.3% △진보당 1.2%(0.2%p↑)로 나타났다. 정권 교체 또는 연장에 대한 조사에서는 △정권 교체 의견 56.9% △정권 연장 의견 37.0%로 나타났으며, 전국 모든 지역에서 정권 교체론이 우세했다. 환경단체들도 기후 컨트롤타워 신설과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윤 대통령 탄핵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넘어, 낡은 에너지 정책을 포함한 그의 모든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며 “탈핵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며, 민주주의와 정의의 관점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사회적 합의였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동안 원전 중심 정책을 밀어붙이며 기후위기 대응을 뒷전으로 밀어놨다고 비판하면서, 정권 교체를 계기로 탈핵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구했다. 기후솔루션은 “윤 정부의 '기후 실패 정치'와 작별하고 '기후 희망 정치'로 나아갈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솔루션은 “한국의 산업 동력과 에너지 안보는 깨끗한 국산 자원인 햇빛과 바람에 달려 있다"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청정 산업·기술로 도약하는 목표와 실행을 통해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벗고 '기후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단체들은 특히 기후위기 대응 강화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기후대응 정책이 환경부 단일 부처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에너지·산업·재정 정책까지 아우르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필요하다"며 “에너지·환경 정책이 부처 간 조율에 그치던 한계를 벗어나야 할 때이다.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된다면 기업들도 보다 명확한 정책 방향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월 5일 국회 기후경제포럼이 주최하고,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녹색에너지전력연구소·녹색전환연구소·플랜1.5 주관으로 열린 세미나에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기후경제부' 신설을 가장 우선적으로 제시했다. 환경부의 기후 분야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분야를 합친 '기후에너지부'만으로는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산업 분야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산업 분야까지 아우르는 기후경제부로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밤부터 중부 비 소식…따뜻하지만 일교차 주의

오늘 전국이 대체로 맑겠으나, 밤부터 수도권과 강원 내륙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겠다. 낮 동안 따뜻한 날씨를 보이겠지만, 아침과 밤으로 기온 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건강 관리가 필요하겠다. 7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오늘(7일)전국이 대체로 맑겠으나, 수도권과 강원 지역은 밤부터 흐려지겠으며 늦은 밤(21~24시) 사이에는 수도권과 강원 내륙, 산지에 비가 내리겠다. 최저기온은 1.6도에서 9.0도, 최고기온은 14.5~19.1도가 되겠다. 내일(8일)은 중부지방과 전북이 오전까지 흐렸다가 차차 맑아지겠으며,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대체로 맑겠다고 예보했다. 다만, 새벽에는 중부지방(강원 동해안 제외)에 한때 비가 내리겠다. 최저기온은 5도에서 13도, 최고기온은 16도에서 24도가 되겠다. 모레(9일) 중부지방과 경북 지역은 구름 많다가 차차 흐려지겠으며, 오후부터 서울·인천·경기 서부와 충청권에 비가 시작되겠다. 밤부터는 그 밖의 중부지방과 전북, 전남 서해안, 제주도로 비가 확대되겠다. 최저기온은 2~10도, 최고기온은 15~22도가 되겠다. 글피(10일)는 전국이 흐리고, 새벽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오겠으며, 오전까지 남해안과 제주도, 오후에는 강원도와 충북, 경상권에 가끔 비가 내리겠다. 최저기온은 6~13도, 최고기온은 14~22도가 되겠다. 예상 강수량은 대부분 지역이 5mm 미만이거나 5mm 안팎에 그치겠으며, 제주도는 5~10mm의 비가 내리겠다. 바다의 물결은 전 해상에서 대체로 잔잔하겠으나, 일부 먼바다에서는 최고 2m 안팎으로 일겠다. 기상청은 “당분간 큰 일교차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한 비 소식이 이어지겠다며 건강 관리와 외출 시 우산 준비를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에경 초대석] ‘파리협정 담당’ 최재철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탄소감축 기술·상용화되지 않으면 국제탄소시장 활용 가능”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수립할 때 유연성을 확보했으면 좋겠다. 탄소감축 기술이 개발된다는 조건을 거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제탄소시장을 통해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최재철 기후변화센터 6대 이사장은 취임 70여일을 맞아 지난 1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탄핵정국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우리나라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기후변화센터는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는 비영리단체다. 최 이사장은 지난 1990년대 초부터 외교부 환경외교 부서에서 일본, 중국 등과의 동북아 환경협력 업무를 담당했다. 우리나라에서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낯설던 시절부터 국제사회와 기후협상을 담당해 왔다. 지난 2015년 역사에 남은 파리협정에서 우리나라 대표단 수석대표로 활동한 기후환경 분야의 대표적인 원로다. 파리협정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국제협약이다. 최 이사장은 오랜 외교협상 경험을 토대로 국격과 국익이라는 가치의 사이에서 균형점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강력한 목표를 담은 NDC를 국제사회에 발표하면 당장은 국격을 높일 수는 있지만, 국익에는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탄소집약적인 산업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우리나라가 NDC를 너무 높게 잡으면 경제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이 최선의 목표가 아니라 국민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복지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기후위기에는 좌우가 없으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기후에너지 정책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센터가 앞으로 우리나라 탄소중립 달성을 도울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최재철 이사장과 일문일답. - 기후변화센터는 어떤 기관이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다. ▲ 기후변화센터는 고건 전 총리가 한반도 산림 녹화 등 기후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난 2008년에 설립했다. 고건 전 총리, 이장무 전 서울대 총장, 한덕수 국무총리, 강창희 전 국회의장,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의 뒤를 이어 제가 이사장을 맡게 됐다. 기후위기 대응 운동은 정치와 독립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사실은 기후변화센터는 정부 기관이 아닌 비영리단체라는 것이다. 활동은 크게 세가지로 묶을 수 있다. 첫 번째로 기후변화센터는 창립하면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교육해야 한다고 보고 기후변화 리더십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올해가 24회인데 초창기에는 1년에 두 차례씩 운영하면서 시장, 국회의원이 많이 참여했다. 이제는 1년에 한번씩 하는데 기업의 이사, 본부장급과 정부 부처의 국장급들이 참여하고 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인 '클리마투스 컬리지'도 있다. 지금까지 온·오프라인을 합쳐 활동한 청년들이 88만명에 이른다. 두 번째로 정책플랫폼 역할도 한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논의되기 시작할 때 EU 측 정책연구기관의 요청을 받아 글로벌 미팅을 기후변화센터가 주관했다. 기후변화센터를 중심으로 국제탄소시장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 번째로 개도국협력사업으로 국제 탄소감축 사업을 하고 있다. 클린스토브(친환경 조리기구) 사업은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개도국 여성분들의 건강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 -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에 취임한 소감을 듣고 싶다. ▲ 멋진 자리로 영광스럽다. 옛날에 기후변화 대사를 맡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기쁘다는 걸 넘어 잘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도 있다. 기후변화센터가 자립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보자라고 마음을 먹었다. 기후변화센터가 정부 기관이거나 어디 부속 기관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 차원에서 기후변화센터를 독립성과 전문성으로 무장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 2015년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첫 국제협약인 파리기후협정이 체결됐다. 당시 기후변화대사로 이를 담당했는데, 경험을 듣고 싶다. ▲ 당시 선진국과 개도국의 명시적 구분 없이 모든 국가가 자국의 여건과 역량에 따라 기후행동을 취하는 체제가 돼야 한다고 제시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에서 개도국으로 분류돼 있었다. 그런데 2015년에 누가 우리나라를 개도국으로 보겠는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다섯번째 자동차 최대 수출국이고 세계 최대 반도체 수출국이었다.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나 개도국으로 명시적 분류를 하면 절대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정상회의에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BAU) 대비 3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른 나라들은 모두 탄소시장이 형성된다면이라는 조건부로 목표를 제시했는데 우리는 조건도 없이 감축하겠다고 선언해버렸다. 일반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과거에 제시한 것보다 진전된 목표를 제시한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2015년 파리협정에서 2030년까지 감축목표를 BAU 대비 37%로 제시를 했는데, 힘들었다. 대신 우리가 제시하는 목표가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추지 말아야 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나중에 국내 법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목표치 달성이 국제법적 구속력을 가지면 발목을 잡힌다. 이같은 경험을 엮어 '환경외교의 길을 걸었던 외교관의 기후협상일지'라는 책을 지난 2020년에 출간했다. - 오는 11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30)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지금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는 COP30에서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브라질은 최근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가입했다. 기후위기 대응은 에너지 문제다. 화석연료 사용을 규제하면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는 국가들이 있다. 그런 국가들은 당연히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브라질의 나라 특성에 따라 열대림을 보존하고 있는 나라에는 기후 재원을 더 주는 등의 결정문을 채택하려 할 것이다. 브라질 입장에서는 COP30을 통해 국제 사회에서 기후 외교 선진국임을 보여줄 수 있다. 미국이 COP에 불참하니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가들이 주도권을 쥐려고 할 것이다. -정부는 COP30에서 2035 NDC를 제출해야 한다. 후배 공무원들을 위해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는가. ▲ 국제 협상을 할 때는 국익과 국격이라는 관점이 있다. 다들 눈치보면서 적당한 NDC를 제출하려고 한다. 그런데 한 나라가 과감한 NDC를 제출하면 잘했다며 박수친다. 덕분에 다른 국가들은 NDC를 덜 높게 제시해도 되겠다 생각한다. NDC를 과감하게 제시하면 국제사회에서 이미지는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국익에는 문제가 된다. 2035 NDC는 유연성을 확보해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수소환원제철이나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이 상용화되면 해당 분야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국제 탄소시장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조건을 걸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유럽이나 일본과 비교하는데 이들과 절대 단순 비교하면 안된다. 유럽이나 일본은 1990년대부터 탄소감축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2015년 파리협정을 하면서 참여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탄소집약적인 산업으로 경제발전을 이뤘다. 온실가스 감축이 최선의 목표가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의 복지다. 국익이라는 게 무엇이겠는가. 국민이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느냐다. 그걸 누리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일자리가 없는데 어떻게 행복을 찾겠는가. -기후변화센터에서 기후위기 대응·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도 운영하는 데 지자체들이 탄소감축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 같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게 많은 사람들에게 부담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제한된 예산으로 기후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발전이나 산업 쪽에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데 지자체에서 다룰 수 있는 영역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 발전 시장은 한국전력 독점 체제이다. 마이크로그리드(소규모의 독립형 전력망)를 허용하는 등 재생에너지는 지자체에 일부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공론화해야 한다. 지자체별로 전기자립도를 보면 부산, 인천, 경북, 전남, 충남 등이 높게 나온다. 데이터센터와 산업단지를 지역 분산화해서 지역균형 발전에 기여하고 송전탑 건설 부담을 줄여야 한다. 폐기물 처리 문제도 중요하다. 지자체가 폐기물을 소각하는데 나온 열로 전기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폐기물의 60~70%는 매립되고 있고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의성 쓰레기산이 또 생길 수 있다. -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이 혼란스럽다. 정치 상황에 따라 기후에너지 정책이 뒤집어지고 있다. ▲ 영국이나 덴마크 등에서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기후에너지 정책은 여야 합의한 내용을 준수한다. 북유럽 국가들은 내부적으로 결정할 때는 치열하게 싸우지만 결정된 사안을 대외적으로 과시할 때는 여야 목소리가 똑같다. 기후위기에서 좌우는 없다. 기후에너지 분야에서 독립적인 규제 기관을 만드는 등 정책이 일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최재철 이사장 프로필 ◇약력 △1958년 경북 의성 출생 △서울대 불문학과 졸업 △1981년 외교부 입부(외시 15회) △2009~2012년 주 모로코 대사 △2012~2014년 주 오이시디 차석 대사 △2014~2016년 기후변화 대사 △2015년 파리협정 협상수석대표 △2016~2019년 주 덴마크 대사 △2020~2024년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 △2022~2024년 주 프랑스 대사 △2025년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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