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

기간 ~

PBR 개선 계획에 대한 전체 검색결과는 1건 입니다.

저PBR 기업 명단 공개를 앞두고 상장사 62곳이 'PBR 개선 계획'을 쏟아냈지만, 알맹이가 빠진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주주가 기대하는 최소 수익률인 자기자본비용(COE)을 계산해 밝힌 곳은 17곳뿐이었다. 그중 13곳은 목표 수익률을 그보다 낮게 잡았다. 목표로 내건 주가 수준도 장부가치의 절반(중앙값)에 그쳤다. 한국거래소는 11월 2일 저PBR 기업 명단을 처음 공개한다. 개선 계획을 내면 1년간 명단에서 빠질 수 있다. 거래소는 개선 계획을 낸 기업도 검증 과정을 거쳐 최종 공표 대상을 확정할 계획이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시가총액을 장부상 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1배 미만이면 주식시장에서 회사가 장부에 적힌 재산보다 싸게 거래된다는 뜻이다. 62곳의 PBR 중앙값은 0.29배였다. 1만원어치 재산을 가진 회사가 3000원에도 못 미치는 값에 거래되는 셈이다. 26일 <에너지경제신문>이 62개 상장사의 PBR 개선 계획을 전수 분석한 결과, 주가가 장부가치에 못 미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수익성이었다. 62곳 가운데 44곳은 최근 3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5%에 못 미쳤다. 35곳은 2023년 이후 한 번 이상 순손실을 냈다. ROE는 회사가 주주 돈 100원으로 1년에 몇 원을 벌었는지 보여준다. 지배구조도 할인 요인이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50%를 넘는 곳이 28곳이다. F&F홀딩스는 영업이익률이 22%에 이르지만 PBR은 0.28배에 그친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 지분이 91.7%에 달해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이 적고, 지주사 할인까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전환사채(CB)와 유상증자를 되풀이해 주식 수가 불어난 곳도 13곳이었다. 주식 수가 늘면 주당 가치가 희석된다. 이재모 독립리서치 아리스 대표는 “오랜 기간 쌓인 자산으로 자기자본 규모는 크지만 그동안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거나 성장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아 시장에서 인기가 없어진 것"이라며 “이런 행태가 아주 오랫동안 누적된 결과"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철강·제지가 속한 소재 업종이 14곳으로 가장 많았고, PBR 중앙값도 0.21배로 가장 낮았다. 설 경기 침체와 미국의 철강 관세가 겹쳤고, 지주사와 자회사가 함께 상장된 동국(4곳)·무림(3곳) 계열이 한꺼번에 계획을 냈다. 정보기술(IT)과 헬스케어는 3년 평균 ROE가 마이너스였다. 자동차부품·유통 등 자유소비재는 대주주 지분 집중이 두드러졌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자동차부품 업종 관련 보고서에서 “저PBR을 벗어나려면 자본 효율화와 함께 (주가) 배수를 끌어올릴 성장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주가가 장부가치를 넘으려면 회사가 주주의 기대보다 많이 벌어야 한다. 주주가 기대하는 최소한의 수익률이 COE다. 주식은 예금보다 위험해 국내 상장사는 보통 연 8~10%로 본다. 주주 돈 100원으로 1년에 5원(ROE 5%)을 버는 회사에 주주가 10원(COE 10%)을 기대한다면, 시장은 이 회사 자본 100원을 50원 정도로만 쳐준다. PBR 0.5배다. ROE가 COE를 넘어야 PBR 1배 위로 올라설 수 있다. 그러나 계획서에서 내건 목표는 이 선에 못 미쳤다. 목표 ROE 중앙값은 8%였고, 41곳이 COE를 밑돌았다. COE 미공개 기업은 10%를 기준으로 계산했다. 목표 PBR 중앙값이 0.5배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다. 목표 PBR 0.5배 이하를 내건 곳은 목표를 밝힌 57곳 가운데 30곳이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PBR이 낮은 회사는 대개 번 돈을 현금이나 부동산으로 쌓아둬 자본이 무거운 곳"이라며 “목표 0.5배는 그런 구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혀 아쉽다"고 지적했다. 계획의 출발점인 COE를 직접 계산해 공개한 곳은 62곳 중 17곳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COE 공개는 가장 기본"이라며 “17곳만 COE를 밝혔다는 것은 기업들이 이번 공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매우 심각하게 본다"고 말했다. COE를 공개한 17곳 중 13곳은 목표 ROE가 스스로 산정한 COE보다 낮았다. SBS는 COE를 10.56%로 계산하고도 목표 ROE를 2%로 잡았다. 동국홀딩스는 COE 10.9%에 목표 ROE 3.5%다. 롯데지주는 목표 ROE 2.5%에 주가수익비율(PER) 20~30배를 가정해 목표 PBR 0.6배를 제시했다. 실적보다 주가 배수가 오르기를 기대하는 계획이다. 목표 ROE가 COE를 넘는 곳도 근거는 약했다. 바이오노트는 COE 7%보다 높은 목표 ROE 10%를 제시했지만 최근 3년 평균 ROE는 -1.1%다. 반대로 F&F홀딩스(최근 ROE 10~12%→목표 8%)처럼 목표를 지금 실적보다 낮게 잡은 곳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ROE가 COE에 못 미친다면 그만큼 자본을 주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우진 교수는 “사업이 부진하면 한동안 ROE가 자본비용을 밑돌 수 있지만 중요한 건 그다음"이라며 “ROE를 끌어올릴 자신이 없다면 주주환원을 더 하는 것이 맞고, ROE를 높일 방안도 없으면서 주주환원도 하지 않는다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원칙적으로 수익성이 자본비용에 못 미치면 이익을 모두 주주에게 돌려주고, 자본비용보다 높으면 재투자하는 게 맞다"며 “둘을 비교해 앞으로 자본을 어떻게 배치할지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모 대표도 “목표 ROE가 COE보다 낮다는 것은 자본조달 비용에 상응하는 수익조차 내지 못한다는 의미로, 근본적인 저평가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며 “수익성에 자신이 없다면 자산을 처분해서라도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같은 자본 효율화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사서 소각하면 자본이 줄어 ROE가 오르고 한 주의 가치도 높아진다. 배당 규모와 자사주 소각을 모두 구체적인 숫자로 약속한 곳은 10곳이었다. BNK금융지주는 주주환원율 50% 이상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에스디바이오센서는 3년간 매년 자사주 100만주 소각을 내걸었다. 광주신세계는 2024년 12월 약속한 자사주 전량 소각을 올해 4월 마쳤다. 실적과 관계없이 일정액 이상을 배당하는 '최소 주당배당금'을 도입한 곳도 동국씨엠·동국제강·F&F홀딩스 등 여럿이다. 반면 27곳은 '배당 유지', '자사주 소각 검토' 수준에 그쳤다. 신일제약·아이즈비전 등은 환원 계획을 아예 담지 않았다. 이사회 결의 없이 계획을 낸 기업도 24곳에 이른다. 62곳 가운데 38곳만 이사회 결의를 거쳤고, 24곳은 이사회 결의 없이 보고만 하거나 결의를 마치지 않은 채 계획을 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이사회가 주도하고, 이사회 심의·결의를 거쳐 공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사들이 책임진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사회 결의를 요구하는 취지는 법 형식을 맞추라는 게 아니라 이사회가 기업가치를 직접 챙기라는 것"이라며 “이사회를 거치지 않았다면 거래소 요구에 마지못해 대응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거래소는 목표 수준과 이사회 결의를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고, 계획을 지키지 않아도 별도의 제재는 없다. 결국 계획의 실효성은 주주와 시장이 이행 여부를 얼마나 따져 묻느냐에 달렸다. 독립리서치 아리스는 저PBR 기업 공표 제도를 “장기간 저평가를 방치하는 기업의 비용을 높이고 경영진이 자본배치와 주주환원 정책을 재검토하도록 만드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첫 시험대는 11월 2일 공표다. 저PBR 상태가 6년 넘게 이어진 기업은 계획을 내도 명단에서 빠지지 않는다. 계획을 낸 기업 가운데 24곳이 여기에 해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도 변수다. 개정 상법에 따라 감사위원 2명 이상을 분리선출하고, 감사위원을 뽑을 때 최대주주 측 의결권은 합산 3%로 묶이는 첫 정기주총이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저PBR 대형주에 감사위원 표결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평가가 된다"고 내다봤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밸류업 공시는 자율 공시이기 때문에 모든 게 자율 기반"이라며 “기업이 스스로 진단하고 분석해서 목표를 설정하면 이행 여부는 시장에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10-27 09:57 최태현 기자 ct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