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반도체 업계의 주인공은 단연 SK하이닉스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승기를 잡은 SK하이닉스는 분기마다 최고 실적을 써 내리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올해 역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함께 HBM 시장의 고성장이 예상되면서 SK하이닉스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수많은 기록을 새로 썼다. 33년 만에 삼성전자로부터 D램 시장 점유율 1위(1·2·3분기)를 탈환한 데 이어, 2분기에는 메모리 반도체 전체 시장에서도 1위에 올랐다. 기업 규모와 자본력 격차를 감안하면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반기에도 실적은 흔들리지 않았다. 1분기 영업이익 7조4400억원, 2분기 9조2100억원을 기록하며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을 웃돌았다. 3분기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했고, 매출 역시 24조45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의 배경에는 HBM 시장에서의 독보적 입지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58%를 차지했다. HBM은 고객사와 사전 계약을 맺고 생산하는 구조로, 가격 경쟁보다 기술력과 신뢰가 중요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물량을 조기에 완판하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했다. 특히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SK하이닉스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3E(5세대)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차세대 HBM4(6세대) 역시 엔비디아에 선제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올해 출시할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에 SK하이닉스의 HBM4가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내년에는 (HBM4의) 본격 판매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쟁사들에 앞서 엔비디아에 HBM4 공급을 시작한 만큼, 공급 물량 확보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AI 추론 워크로드 확대와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AI 서비스 상업화가 본격화되면서 HBM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수요가 올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2026년 HBM4 가격은 제품별 사양에 따라 HBM3E 대비 28~58%의 프리미엄이 예상된다. 내년 HBM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3% 증가한 69조원으로, 금액 기준 비중은 HBM4가 55%, HBM3E가 4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3분기부터는 HBM4가 HBM3E 수요를 빠르게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80조원 안팎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AI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될 경우 90조원대도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경쟁우위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요 고객사와 올해 공급 물량 구성에 대한 협의를 경쟁사 대비 빠르게 완료했고, 차기 제품에 대해서도 기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 협상을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론 과제도 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HBM 시장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업계는 SK하이닉스가 수년간 축적한 적층·패키징 기술과 양산 경험을 고려할 때 경쟁사와의 격차가 단기간에 좁혀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을 전년과 유사한 59%로 전망하며 독주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HBM4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에는 '어드밴스드(Advanced) MR-MUF' 패키징 기술이 있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하고 1000개 이상의 통로(I/O)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휨(Warpage)'과 '발열' 제어가 핵심 난제다. 경쟁사가 필름을 삽입해 압착하는 TC-NCF 방식을 쓰는 것과 달리, SK하이닉스는 액체 보호재를 주입해 굳히는 MR-MUF 방식을 고도화해 왔다. 특히 12단 이상 적층으로 칩 두께가 얇아진 상황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순간 가열하는 가접합 기술과 신규 방열 보호재를 적용한 '어드밴스드 MR-MUF'를 완성했다. 이 기술은 생산성을 기존 대비 3배, 열 방출 성능을 36%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HBM 기술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미주 지역에 HBM 전담 기술 조직을 신설해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대한 신속한 기술 지원 체계를 구축했고, HBM 패키징 수율·품질 전담 조직도 별도로 운영하며 개발부터 양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특화 체계를 완성했다. HBM이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진화하는 만큼, 이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직적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서의 경쟁력을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전략은 HBM에만 머물지 않는다. HBM 이후를 대비한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소캠(SOCAMM)은 저전력 D램(LPDDR)을 기반으로 AI 서버에 특화한 메모리 모듈로, 전력 효율이 뛰어나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소캠을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시대의 최대 과제로 꼽히는 전력 문제 해결을 위해 SK하이닉스는 소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메모리 용량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기술과 데이터 저장·연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프로세싱인메모리(PIM) 기술도 고도화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월 CXL 2.0 기반 96GB DDR5 D램의 고객 인증을 마쳤으며, 128GB 제품은 고객사와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LPDDR6 기반 PIM을 개발하고 있다. HBM을 넘어 차세대 메모리까지 주도권을 이어간다면, SK하이닉스의 질주는 개별 기업 성과를 넘어 AI 시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상징하는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2026-01-02 16:30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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