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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건설이 1년 만에 다시 유상증자에 나섰다. 회사는 조달 자금을 서울 강남 논현동 개발사업에 투입,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해당 사업의 성패는 종상향(용도지역 상향)과 PF 조달이라는 핵심 변수에 달려 있다. 시장의 관심이 유상증자 자체보다 사업 실현 가능성에 쏠리는 이유다. 본 PF 전환이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종상향이나 자금 조달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보증 부담과 추가 자금 조달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지건설은 지난달 8일 이사회를 열고 약 187억원 규모의 주주우선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신주 발행 규모는 220만주, 예정 발행가는 8520원이다. 구주주 청약은 오는 22~23일, 일반공모 청약은 27~28일 진행된다. 납입일은 30일이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8월 11일이다. 현재 발행주식총수 682만8712주를 기준으로 증자 비율은 32.2%다. 기존 주주 3명당 1명꼴로 신주를 배정받는 구조다. 주관사는 지난해와 같은 SK증권이다. 실권주 발생 시 주관사가 인수하지 않고 미발행 처리하는 방식도 동일하다. 이번 유상증자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직전 유상증자로 향한다. 상지건설은 지난해 200억원 조달을 목표로 유상증자에 나섰다. 하지만 전환사채(CB) 전환청구권 행사와 주가 급등이 겹치면서 조달 규모는 914억원까지 불어났다. 최종 발행가는 당초 5000원에서 2만2850원으로 치솟았다. 불과 몇 달 만에 신주 가격이 4배 넘게 뛴 셈이다. 결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증권신고서상 발행예정총액은 914억원이었지만, 실제 회사가 확보한 자금은 102억원에 불과했다. 목표 금액의 11.17%만 조달한 셈이다. 당시 최대주주를 제외한 일반주주 청약 참여율은 2%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반공모 청약률 역시 5.65% 수준에 머물렀다. 사실상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 유상증자라는 평가가 나왔던 배경이다. 회사 측은 당시 흥행 부진의 원인으로 발행가 급등을 꼽았다. 반면 시장에서는 유상증자 실패를 단순히 발행가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당시 최종 발행가는 주가가 정치 테마주로 급등하기 전 가격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지만, 청약 당시 시장가격 4만430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반값 청약'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일반공모 청약률은 5.65%에 머물렀다. 투자자들이 신주 상장 이후 주가 급락 가능성을 우려했거나, 할인율보다 사업 리스크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신주 가격이 정치 테마주로 주목받기 이전 주가의 몇 배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던 데다 무엇보다 성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며 “그런 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이 오히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지건설 관계자는 “유상증자 결정 당시 주가는 액면가를 밑돌아 1차 발행가액이 5000원으로 결정됐지만 이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최종 발행가가 2만2850원까지 상승했다"며 “약 4배 증가한 발행가액이 투자자들의 참여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이전과 달리 안정된 발행가액에서 시작하는 만큼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발행가 부담이 낮아졌다고 해서 회사의 체력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재무지표를 살펴보면 상지건설의 사업 구조는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부분을 찾기 어렵다. 상지건설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68억원이다. 전년 218억원 적자 대비 손실 폭은 줄었지만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올해 1분기에도 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흐름이 이어졌다. 수익성보다 더 눈에 띄는 부분은 이자 상환 능력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자보상배율은 2024년 -3.9배, 2025년 -1.4배, 2026년 1분기 -4.3배를 기록했다. 3년 연속 마이너스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이 배율이 3년 연속 1배를 밑도는 기업은 한계기업 또는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분류된다. 상지건설은 증권신고서에서 이자보상배율 외에도 단기차입금의존도, 총자산 대비 영업현금흐름비율,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등 총 4개 항목이 기업부실위험 관련 기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부채 구조 역시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았다.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24년 말 128.4%에서 2025년 말 116.4%로 낮아졌지만 올해 1분기 말에는 다시 121.5%로 상승했다. 올 1분기 말 현재 총차입금의존도는 46.3%다. 대한건설협회가 공고한 2024년도 말 종합건설업 경영상태 평균비율상 차입금의존도(22.61%)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차입금의존도는 업종마다 다르지만 30%를 기준으로 높고 낮음을 판단한다. 이 비율이 30%를 넘는다는 것은 기업이 총자산 대비 빌린 돈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뜻으로, 업황 악화 시 이자 부담이 커져 재무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 현금흐름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48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53억원이 유출됐다. 영업활동에서 현금을 벌어들이기보다 빠져나가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재무활동현금흐름은 플러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재무활동현금흐름은 287억원 유입으로 집계됐다. 제20회 전환사채 매각을 통해 153억원이 들어왔고 유상증자로 102억원을 조달한 영향이 컸다. 결국 영업활동이 아닌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해 현금 부족분을 메우고 있는 구조다. 실제 상지건설도 증권신고서에서 “영업활동으로 창출되는 현금흐름이 필요 수준에 미치지 못해 자금 조달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단기에 실적을 뒷받침할 사업도 많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분양 관련 매출 대부분은 논현 카일룸M 프로젝트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해당 사업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지만 절대 규모 자체는 여전히 미미하다. 현재 진행 중인 수주 현장도 신촌동 씨아이테크그룹사옥 신축공사, 임실 정주활력센터 건립공사, 마곡 소방공사 등으로 대부분 착공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회사 역시 향후 실적 부담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상지건설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신규 분양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아 향후 매출액 감소가 예상되며 대규모 영업적자 및 당기순손실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외부 자금 조달 이력도 적지 않다. 상지건설은 2021년 이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반복해 왔다. 2021년 유상증자(160억원)를 시작으로 전환사채 3차례(260억원), 유상증자 5차례(392억원)를 통해 652억원을 조달했다. 이번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최근 5년간 총 조달 규모는 839억원에 달하게 된다. 사실상 매년 외부 자금에 의존해 사업을 이어온 셈이다. 회사도 증권신고서에서 “증권 발행조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화 및 투자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신용등급 역시 상황을 보여준다. 상지건설의 시공사 신용등급은 BBB-다. 투자적격등급 가운데 최하단으로 평가된다. 한 단계만 하락해도 투기등급으로 내려가는 구간이다. IB 관계자는 “BBB- 등급은 투자적격 최하단으로, 이 수준에서는 회사채 발행 자체가 사실상 어렵고 CB도 조건이 크게 불리해진다"며 “채권 시장을 통한 조달 루트가 막힌 상황에서 주식 시장으로 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유상증자 자금 187억원은 전액 종속회사 카일룸도산의 '상지카일룸 에스칼라' 사업에 투입된다. 이 가운데 42억원은 브릿지론 이자비용으로 사용된다. 해당 사업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원에 공동주택 24세대와 오피스텔 5실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로, 현재 브릿지론 잔액은 682억원이다. 핵심은 종상향과 본 PF 전환이다. 현재 제3종일반주거지역인 부지를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해 사업성을 높인 뒤 본PF를 추진하는 구조다. 종상향은 토지의 용도지역 등급을 높이는 절차로, 통상 용적률 확대를 통해 분양 가능 면적이 늘어나 사업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회사는 내년 2월 종상향 완료, 같은 해 6월 본PF 실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지건설은 종상향 이후 토지 추정 감정가가 1206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본PF 전환이 지연되더라도 재무에 심각한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이번 유상증자는 PF 심의 과정에서 요구되는 자기자본 확충과 책임준공 확약 등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계산은 종상향이 예정대로 이뤄진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회사가 제시한 1206억원은 현재 가치가 아니라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이 완료됐을 때를 가정한 추정 감정가다. 종상향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경우 사업성은 물론 본 PF 전환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해당 수치 역시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지건설은 현재 브릿지론 682억원에 대해 보증한도 1008억원 규모의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자기자본 약 979억원을 웃돈다. 카일룸도산에 대한 장기대여금 576억원, 공사미수금 35억원, 장기미수수익 91억원까지 더하면 관련 익스포저는 1300억원을 넘어선다. 본 PF 승인이 지연될 경우 이자비용과 금융수수료 증가, 추가 운영자금 소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본 PF 전환이 무산되면 사업 규모 축소나 부지 매각, 관계사 추가 출자까지 검토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브릿지론 차환 실패로 담보권이 실행되고 보증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유상증자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카일룸 에스칼라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시장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한 전문가는 “종상향은 개별 기업에 대한 특혜로 비춰질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생각보다 쉽지 않은 절차"라며 “공공기여를 조건으로 가능성이 열릴 수는 있지만 확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토지 소유자는 일반적으로 자산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추정 감정가도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지건설 관계자는 “시장 상황 변화 등으로 본 PF 전환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카일룸도산이 보유한 논현동 토지의 종상향 후 추정 감정가는 1206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취득원가 360억원과 브릿지론 상환 비용, 기타 매몰 비용 등을 감안하더라도 회사 재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2026-06-10 09:11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