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언론개혁'의 일환으로 허위정보 유포 시 배액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언론계는 '권력자'의 손해배상 청구 자격을 제외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권력자의 남소로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의 '언론중재법·정보통신망법 관련 언론현업단체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해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등 언론현업 4단체가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법 개정과 관련한 핵심 쟁점사안을 논의하고 언론계와 정치권간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종현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허위보도로 인한 피해를 입는 시민들의 배액 배상제를 도입하는데 언론현업단체들은 적극 공감하고 지지한다"면서도 “정치인과 권력 집단, 대기업들에게 이를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정보통신망 상의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배액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당초 언론중재법 개정을 통해 이 같은 처벌 규정 강화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언론만 타깃으로 하면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할 근거를 만들 수 있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에 비판적 견해를 드러내자, 민주당은 언론과 유튜브 등 플랫폼을 적용 대상에 포함한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준형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은 이에 대해 “이미 충분한 방어권을 확보하고 있고 고액의 명예훼손 소송도 활발히 청구하고 있는 권력자에게 배액배상 청구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관적으로 반대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이어 “(민주당은) 남소 방지책 등을 도입하고자 하지만 검증되지 않았고 허점도 많다"며 “남소 방지책 만으로는 언론의 감시기능 위축 우려를 해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에 따르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내 남소방지책은 크게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의무화'와 '중간판결을 통한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로 구분된다. 법 개정에 따른 허위정보 배액배상 소송 청구에 앞서 언론중재위의 조정을 의무화해 권력자의 남소를 사전 차단하고, 재판 중 일부 판단이 명확한 사안에 선 판결하는 '중간판결' 제도를 적극 활용해 권력자의 전략적 봉쇄소송을 차단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당사자 동의'가 본질인 언론중재위 조정을 강제하는 것은 법리적 모순에 해당하고, 조정이 결렬될 경우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있지 않아 남소방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 위원의 설명이다. 또한 중간판결의 경우는 별도 입법이 필요할 정도의 사안이라며 남소방지책의 낮은 현실성을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토론에서 “윤석열 정권 3년 내내 40여개 소송 결과 언론사가 전승했고, 권력자의 봉쇄소송이 분명해 보이는 사안들도 모두 기각됐다"며 “민주당이 제안하고 있는 개정안 대로라면 (중간판결을 통한) 종국판결로 전략적 봉쇄소송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우려를 잠재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노 의원에 따르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언론사가 청구 소송을 제기한 권력자를 대상으로 봉쇄소송이라고 주장하면, 재판부는 본안 판결을 미루고 해당 안의 봉쇄소송 여부를 판단하는 중간판결을 진행하게 된다. 재판부의 중간판결 판단이 종국판결에 가처분을 능가하는 영향을 미치는만큼, 권력자의 전략적 봉쇄소송이 조기 차단될 것이라는 게 노 의원의 예측이다. 반면 토론회에 참여한 현직 언론계 종사자들은 개정안에 따른 권력자의 남소 빈도 증가로 언론 전반의 감시기능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개정안의 방지책 만으로는 권력자의 전략적 봉쇄소송 원천 차단이 불가능하고, 결국 배상청구소송 건수만 증가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로 탐사 및 후속 보도 등 언론의 권력감시 기능이 위축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토론자로 참여한 이재욱 MBC 기자는 “(개정안의) 허위정보라는 개념 자체도 모호하고, 모호한 개념으로 권력자들이 감시 보도에 악의적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크다"며 “현재도 그런 식의 대응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2025-09-15 18:09 박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