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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개편에 대한 전체 검색결과는 6건 입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5일 취임하면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금융당국 수장 체제가 본격화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직원들의 동요를 가라앉히고 정부의 안을 이행하는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두고 물밑에서 금융위와 금감원 간에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어 이를 어떻게 수습할지가 관심이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경제정책통으로 불리는 이억원 위원장이 추후 감독 기능에 집중된 금융감독위원장을,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이찬진 원장이 금융소비자 관련 부서가 제외된 금융감독원장을 맡는 것이 역설적이라는 이야기가 새어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15일) 취임식에서 금융위 직원들에게 “금융 소비자, 금융 일선의 담당자들로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업무의 중심에 두고, 실제로 시장과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의 전달체계까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면서도 “과중한 업무에 다시금 부탁만 드리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여러분들의 힘이 되어드리고 작은 불편까지도 귀 기울일 수 있도록 먼저 다가가고, 항상 문을 열어두는 금융위원장이 되겠다"고 부연했다. 이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정부가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발표한 이후 금융위 분위기가 어수선한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정부는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분리해 재정경제부로 넘기고, 남은 조직은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개편해 금융 감독 기능을 맡긴다. 금융감독원 내부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신설하고,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은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 금융위가 재정경제부와 금감위로 분리되면 일부 직원들은 세종으로 이전해야 한다. 다만 금융위 직원들은 공무원 신분이다 보니 정부 개편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자제하고 있다. 직원들 개인별로는 세종행에 대해 부담이 크지만, 공무원으로서 정부의 지침에 강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분위기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윤한홍 정무위원장을 만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 반대하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당 서한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이 소비자보호 강화 효과가 불명확하고, 오히려 관치금융 강화라는 부작용이 야기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 금감원 내부에서도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금소원 분리와 함께 금융위가 금감원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을 두고도 반감이 크다는 전언이다. 금융위는 현재 금융감독원장 전결인 은행·보험사 CEO 중징계와 함께 금감원 핵심 기능 중 하나인 분쟁조정위원회를 금감위로 이관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CEO 중징계 권한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오랜 기간 다퉈온 이슈이기도 하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3~5년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금감원장은 금융지주사 임원, 금융투자업 임원에 대해 주의, 주의적 경고 등 경징계까지 전결로 처리할 수 있다.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는 금융위원회 의결로 결정된다. 이와 달리 은행·보험사 임원에 대해서는 금감원장 전결로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까지 확정할 수 있다. 금융위 입장에서는 금융지주, 금융투자업 임원처럼 은행 임원에 대해서도 중징계 권한을 가져와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금감원은 기존에도 금융위에 금융사 제재 권한이 집중돼 있는 점을 들어 금감원장이 금융지주사, 금융투자업 임원에게도 중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정부 안 자체가 복잡해 조직 안정이 급선무인데, 떡 본 김에 제사지내는 식으로 금융위와 금감원 간에 힘겨루기로 비화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해임 권고와 같은 중징계는 금융사의 지배구조와 직결된 만큼 금융위의 전결로 처리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금감원의 임원 징계에 대한 전결권을 기존보다 축소할 경우 금감원의 검사·감독의 위력도 함께 약화되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에서는 정부 안이 본격화될 경우 이억원 위원장과 이찬진 원장의 역할이 대대적으로 바뀌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가령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기획재정부 미래전략과장, 물가정책과장, 종합정책과장 등을 지낸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자 대표적인 거시경제 전문가로 불린다. 그러나 이억원 위원장이 금융감독위원장을 맡게 되면 국내 금융정책이 아닌 감독 기능에만 집중해야 한다. 업권별 릴레이 간담회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 중인 이찬진 원장도 정부 안이 이행되면 '소비자보호' 기능이 제외된 금융감독원장 업무에 주력해야 한다. 당국 한 관계자는 “현재는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으로 각각 금융정책과 소비자보호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 완료되면 수장들의 기조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2025-09-15 17:03 나유라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 국회 협의와 법령 개정 등 문턱을 넘는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안팎의 시선이 에 쏠리면서 추진에 탄력을 받았던 정책들이 당분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기획재정부 조직 개편 등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고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제출한 개정안에는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감독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개편해 분리하고 금감원과 금소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개편도 추진한다.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기대하는 속도에 따라 원만한 완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안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여야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십개의 법안 교체와 법조문 수정 등 실무적인 작업도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완수되기 위해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정무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을 거쳐야 한다. 먼저 행안위 소관의 정부조직법을 비롯해 정무위에서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 정무위에선 금융위 설치법,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이 논의돼야 한다. 금융감독업무 주체 변경을 위해 은행법과 자본시장법, 보험업법, 여신전문금융업법과 같은 개별 금융법 개정도 이뤄져야 한다. 국가재정법과 기획재정부 관련 법령도 손질이 필요하다. 금융조직 개편도 큰 틀만 잡혔을 뿐, 재경부와 금융감독위 간 업무 조율 등 세밀한 조정 작업도 남아있다. 기재부 개편과 금감위 신설의 경우 이를 심사하는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기 때문에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장을 야당인 윤한홍 의원이 맡고 있어 통과에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이 정부조직법과 함께 처리되지 않을 경우 상당한 시장 혼란이 예상된다는 일부 우려의 시각도 따른다. 안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추진되던 각종 정책들이 한동안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어떤 조직이 주체가 되어 정책을 추진할지 불투명해진데다, 조직 안정성이 흔들려 실무 협의나 법령 손질 등이 일정 지연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와 금감원 직원들의 내부적 반발이 적지 않아 평시와 같은 업무 처리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1일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과 생명보험업계 사장단의 비공개 간담회가 돌연 연기되면서 이런 예상들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안과 관련해 금융위 내부 혼란이 커지자 만남 자체가 기약없이 미뤄지게 됐다. 또한 금감원의 금소처 분리, 공공기관 지정 이슈까지 겹치며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서민대출 금리 인하와 배드뱅크(부실채권 전담은행) 설립, 소비자보호 정책 등 핵심 과제들의 추진 동력이 줄줄이 약화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15%대 최저 신용대출자 금리를 두고 “너무 잔인하다"며 곧바로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 권 부위원장이 '특별기금 조성 검토'를 제시했지만 개편으로 책임 주체가 모호해진데다 에 안팎의 에너지가 쏠리면서 속도감 있는 추진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배드뱅크도 업권간 부담금 배분 문제에서 진행이 막힌 가운데 금융위 존치 논란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다. 불공정 판매 규제 등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정책도 금소처 분리 등 담당 조직이 확실치 않아 예산이나 법적 근거 마련 등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밸류업 제도, 배당소득 분리과세 문제는 국회 입법 관련상 법 개정 절차가 필요한데, 으로 인해 정책 주체가 바뀔 가능성이 있어 법안 설계에 걸림돌이다. 상반기 중 예비인가 심사 완료를 계획했던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는 심사가 지연 중이며,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후 감독 범위와 담당부서가 확정되어야만 실질 논의 가능할 전망이다. 정책금융기관장 인선을 비롯한 금융공기업 정책 결정도 논의로 인해 사업·정책 집행이 지연되고 있다. 정무위 위원장인 윤 의원이 심사 일정을 늦출 경우 추석 전 본회의 상정이 어려워지게 된다. 민주당은 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할 경우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방식을 통한 강행도 검토 중이다. 다만 본회의 자동 상정 전까지도 수개월이 걸린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2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조직 개편법안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야당이 협조해야 한다"면서도 “필요 시 패스트트랙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야당의 협조를 최대한 끌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2025-09-14 17:02 박경현

금융권이 이재명 정부 취임 이후 100일간 눈에 띄게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의 수익 구조에 연일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는데다 교육세 인상, 배드뱅크(장기연체채권채무조정) 설립, 정책펀드 투자 확대 등 다각도로 상생금융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당국 발표로 금융권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금융소비자보호와 직결되는 금융혁신은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0일을 짧게 규정하자면 '회복과 정상화를 위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기자회견장에) 오면서 코스피를 살펴보니 3300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자본시장의 핵심 심장인 금융시장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실제 금융권 현장에서는 “회복과 혁신의 대상에 금융권은 소외됐다"는 자조적인 푸념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생산적 금융'을 앞세워 금융업의 본질은 흐린 채 야단치는 데 급급하다는 전언이다. 이 대통령은 이달 9일 국무회의에서 “고신용자엔 저이자로 고액을 장기로 빌려주지만, 저신용자에는 고리로 소액을 단기로 빌려줘 죽을 지경일 것"이라며 “가장 잔인한 영역이 금융 영역 같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7월 국내 금융사를 향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 달라"고 질책한 데 따른 연장선상이다. 문제는 정부가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면서도 정작 세부 방향성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주말 확정된 정부 안은 현 정부의 이러한 기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을 포함한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을 분리해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금융위를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재편하는 내용의 안을 확정했다.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신설하고, 두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금융당국이 기존 금융위, 금감원에서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금소원 등 4곳으로 쪼개지는 것이다. 그러나 기관별 인력 규모와 근무지, 각 기관의 기능과 역할 등은 확정하지 않아 직원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을 파트너로 보는 건지, 아님 정부가 휘어잡을 대상으로 보는 건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정부가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과제들을 던지고 있지만, 그걸 실행하는 주체인 기업(기관) 관점에서는 세부 방안이 모호해 불확실한 영역으로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금융업이 요구하고 있는 각종 규제 완화에는 미온적이다. 예를 들어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을 향해 자본 규제 완화, 정책자금 활성화 등을 요청하는 동시에 금소법 위반에 따른 금전제재 중복 부과(과징금, 과태료) 관련 우려사항도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주주들 배당여력과 직결되는 '해약환급금준비금' 규제를 전면 손질해야 한다고 건의 중이다. 하지만 정부 으로 소통창구마저 불확실해지면서 금융사들의 요구안들이 얼마나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당초 이날(11일) 생명보험업계 사장단과 회동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규제 완화보다는 세수 확보, 표심을 지키기 위한 정책 위주로 가다보니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지금도 금융당국과의 소통이 쉽지 않은데, 정부 까지 맞물리면서 사실상 연말까지는 금융권에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에서는 취임 100일 만에 현 정부 스타일을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정권 출범 초기에는 금융사들을 질책하다가 후반기로 갈수록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시장 혁신을 모색해왔다"며 “지금의 정부도 과거 정부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게다가 정부가 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생산적 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한 장애물들을 차츰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일부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담보 위주의 영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금융이 아닌 산업의 관점에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관련 규제들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 대상 CVC 규제를 완화하기만 해도 은행들의 투자 규모는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2025-09-11 18:02 나유라

정부가 내놓은 금융당국 조직 개편안을 둘러싸고 혼란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을 떼어내 기획예산처로 독립시키고, 재정경제부에 금융정책 기능을 부여하는 이번 개편은 금융위원회 해체와 금융감독위원회·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 금융당국 전반의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조치다. 금융권에서는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기재부가 쪼개지면서 정책 추진력이 약화될 수 있고, 감독 기능과 정책 기능의 완전한 분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효율성과 실행력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금감원과 금소원 등 내부 조직의 권한 다툼과 직원 반발, 국회 법 개정 과정에서의 진통까지 겹치면서, 금융현장에서는 정책 연결성 혼란과 위기 대응 어려움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떼어내 기획예산처로 독립시키고, 기재부는 재경부로 개편해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맡도록 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했다. 기존 금융위는 사실상 해체되며 금융감독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금융감독과 소비자 보호 등을 총괄한다. 금감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는 분리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신설된다. 금감원, 금소원 두 기관은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이를 둘러싸고 금융권 곳곳에선 비효율이나 역효과가 날 수 있단 비판이 나온다.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기재부가 둘로 쪼개지면서 예산편성권을 기획예산처에 내준 재경부가 정책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란 지적이다. 기재부는 지난달 '1%대로 추락한 잠재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예산편성권이 사라지면 기존 추진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금융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이 완벽하게 분리되기 어렵다는 점도 난관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의 경우 자금 배분 측면에선 정책에 해당하지만, 이를 실행할 때 금융사의 위험가중치 조정 등 감독에 대한 권한이 뒷받침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정책의 경우 큰 틀은 정책 부문이 결정하지만 세부 규제와 이행 점검은 감독기관이 담당한다. 부처간 완력 다툼이나 소통 단절로 인한 혼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산과 정책·세제·국고, 감독 기능이 분산되면서 부처간 정책 결정이 늦어질 수 있고, 사업 선정부터 예산 배분, 정책 집행 등 전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 편성과 집행 기능이 나뉘면 재정 건전성 관리의 균형을 잡기가 이전보다 어려워진다는 새로운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금감원과 금소원의 분리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가 금소원에 각종 검사 및 제재권을 부여할 경우 금감원과 금소원의 권한 다툼이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조치는 기재부가 기존에 지녔던 권한을 모두 통합해 가지고 있을 경우 '공룡부처'로서 나타낼 수 있는 폐해에 대해 우려한 결과다. 앞서 2021년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들의 손실 보상 법제화 문제가 발생했을 때나 각종 재정 사업에 대해 정부 정책이 번번이 무너진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후보시절부터 “기재부가 왕 노릇을 한다"며 권력 남용의 소지가 있음을 비판해왔다. 발표 직후 조직 내 혼란이 커지고 있어 내년 1월 2일 새 조직 체계의 출범 전까지 기존 금융위-금감원 체제가 원활한 역할을 감당해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위의 해체로 인해 일부 직원들은 세종(재경부)으로 옮겨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금감원 직원들도 별도 기구인 금소원으로 강제 이동해야하는 상황임은 물론 산하 공공기관들의 주무부처 이관이 예고된 상태다. 실제로 내부적 반발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금융소비자보호원 별도 신설, 국민을 위한 소비자보호에 역행하는 조치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은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제대로 작동한다"며 “소비자 보호가 강화되기보다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란 지적을 쏟아냈다. 이를 의식한듯 이날 이찬진 금감원장은 정부의 개편안에 대해 사내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 원장은 “( 결과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임직원 여러분의 걱정과 우려가 클 것이라 생각하며 여러분이 느끼는 불안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조직 안정을 위한 메시지도 강조했다. 그는 “금감원과 금소원 간의 인사 교류, 지원 업무 개선 등 세부 사항을 꼼꼼히 챙기고 임직원 의견도 적극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정부조직법 개정안 외 금융위설치법이나 은행법 등 다수 관련 법안을 개정해야 하는 국회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개편에 부정적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기에 관련 법안을 두고 협의 과정에서 야당의 반발 등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감독기관이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금소원 등 4곳으로 늘어난 금융사들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확히 분리되지 못한 기능과 권한이 경영에 있어 난처한 요소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과 감독 등 기능이 분리되면서 부처간 칸막이가 많아지면 정책 연결성이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될텐데 어느 기관 말을 어떻게 들어야할지 모르겠다"며 “위기 상황 시 대처 방안 마련도 현재는 미흡하고, 각 기관이 동시 검사에 나설 수 있어 이중규제에 대한 대비에도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2025-09-08 17:02 박경현

정부와 여당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나뉘어 있던 금융정책·감독 기능을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소비자원으로 재편하는 조직 개편안을 7일 발표한다. 금융정책과 감독을 분리해 견제 장치를 강화하고, 소비자 보호 기능을 독립시키겠다는 취지다. 금융투자업계는 “관치 리스크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와 “시장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이번 개편안에서 금융위원회가 가진 금융정책 권한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해 '재정경제부'를 신설하고,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금융감독 총괄 역할을 맡는다. 금융감독원은 건전성 감독 역할을 맡고, 영업 행위에 대한 감독 기능은 분리·독립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이 담당하는 구조다. 정부와 여당은 7일 열리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당정은 이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를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당국 을 두고 금융투자업계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업계는 가장 먼저 금융정책과 감독의 역할이 분리되는 효과에 주목했다. A증권사 관계자는 “정책과 감독 권한이 분리되면서 정책과 감독의 역할이 명확해져 시장의 예측 가능성과 규제 일관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금융 전문성이 부족한 기재부가 정책을 주도할 경우 자본시장 특수성이 반영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감독기관이 감독에만 치중할 경우 과거처럼 규제 강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사례를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증권사 관계자는 “정책과 감독 분리가 전문성 강화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정책은 기재부, 감독은 금융감독위원회가 맡으면 결국 위에서 보는 눈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라 업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C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산운용업은 당국의 조직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 업종은 아니다"며 “과거 커버드콜 상품 명칭 변경이나 펀드 핵심투자설명서 도입처럼 감독 당국의 개별 지시에 따라 상품 운용 방식이 조금씩 바뀌어온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개편안이 운용업계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D자산운용사는 “정책과 감독을 분리해 시장과 괴리를 줄이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금융위와 금감원 통합은 바람직하다"면서도 “금소원과 금감원의 검사 기능이 이원화하면 조직 간 경쟁으로 혁신성이 저하할 수 있어 R&R(역할과 책임) 정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금소원 강화가 자칫 소비자의 선택권 제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학계에서는 이번 개편안이 금융사 입장에서는 큰 변화를 주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금융위와 금감원에서 각각 통제받던 것을 이제는 금감위·금감원·금소원에서 받는 구조일 뿐"이라며 “사실상 결과는 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중요한 것은 컨트롤타워인데, 대통령실 등 상위 기관이 균형 잡힌 조정 기능을 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자본시장업계 관계자는 “금융권 시어머니 4명(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생긴다는 것에 대해 본게임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면서도 “문제 해결사가 많아졌다는 점에서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기관 간 책임 회피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 수장이 따로 존재하는 만큼 컨트롤 타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정책 집행과 감독 과정에서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5-09-07 11:07 최태현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강화를 위해 에너지 부문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분리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새 정부가 조만간 개편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산업계와 에너지업계 전반에서는 “정책 기조와 현장의 현실이 엇박자 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통상, 산업 환경을 고려할 때 한국 현실과의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않아 이 마무리 될 때까지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김성환 환경부 장관, 위성곤 국회 기후위기특위 위원장 등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필수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2030년 NDC 목표와 2050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정책 목표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재처럼 산업부·환경부·기재부 등 여러 부처에 정책 권한이 흩어져 있는 구조로는 정책 조율력과 실행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기존 산업부 중심의 에너지정책은 제조업 보호에 집중되어 있어 재생에너지 확대, 석탄 감축, 에너지요금 개편 등 구조적 전환을 지연시켜 왔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을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닌 산업전환의 국가전략 차원에서 접근하려면 전담 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 주장 핵심이다. 또한 이들은 EU, 독일, 영국 등에서 이미 기후·에너지·환경을 통합한 부처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국도 국제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비슷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단순히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가 아닌, 청정에너지 산업 육성과 산업구조 전환을 이끌 전략부처로써의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제시하고 있다. 한편 현재 에너지 주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분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제조업이 주력인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분야가 산업계와의 협력보다 규제를 강화하는 환경부로 이관되면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또한 현재도 탄소중립녹색기본법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등 부처 간 탄소중립 정책 협력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취임 전부터 최근까지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식 석상에서 “제조업 중심 국가에서 에너지는 산업경쟁력의 핵심 인프라이며, 산업과 에너지를 분리하면 정책 조율과 투자 효율성에 큰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8월 이 불발된 것도 김 장관의 강한 반대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한국은 산업 전력 비중이 전체 전력 소비의 56%에 달할 정도로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에너지 정책을 산업 정책과 따로 운영할 경우 요금 체계, 공급 안정성, 설비 투자 간 미스매치가 심화될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재점검하며 '기후보다 안보'에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미국은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트럼프 시기)**한 경험도 있고, 바이든 정부도 셰일가스 및 LNG 생산 확대에 적극적이다. 독일은 탈원전을 유예하며 석탄발전 비중을 일시적으로 확대했고, 프랑스, 영국, 체코 등은 원전 건설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에너지 정책의 '기후부문 편입'은 오히려 정책의 일관성과 신속한 대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 추진 배경에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탄소중립 로드맵 강화가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이와 다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신설될 경우 탄소감축을 앞장서서 수행해야 할 한전의 누적 부채는 여전히 200조 원 이상이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시 송전망 구축, ESS 설치 등에 수십조 원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결국 전기요금 인상 없이는 지속이 불가능한 구조다. 실제 산업부에 따르면, 2030년까지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선 현재 대비 약 80GW 이상의 재생에너지 추가 용량 확보가 필요하며, 이에 따른 송배전망 확충 비용만도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에너지업계와 학계의 전문가들은 “기후-에너지 통합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실행력과 일관성"이라고 지적한다. 단기적으로는 요금 현실화, 송전망 확충, 전력믹스 조정 등 산업·에너지 핵심 과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며, 거버넌스 재편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산업계 의견수렴 후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의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은 시기적으로도, 정책적 우선순위 측면에서도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국내 산업 생태계가 고도화되는 가운데 에너지정책은 산업정책과 긴밀히 연동되어야 하며, 공급망, 요금, 설비 투자가 하나의 흐름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기후라는 이상이 에너지라는 현실을 앞설 때, 오히려 탄소중립 달성도 요원해질 수 있다. 기후·에너지 거버넌스 개편은 장기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구조 개혁이지만, 지금 한국 사회가 마주한 과제는 명확하다. 바로 산업의 경쟁력 유지, 전력 공급의 안정성, 요금의 지속가능성이다. 정부는 정책 브랜드보다 실행력을 먼저 세워야 하며, 에너지를 산업·기후 모두의 핵심 인프라로 놓는 통합 접근이 중요하다. 미국과 유럽은 기후정책을 강화하더라도 에너지안보·산업경쟁력과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음. 한국은 구조 개편이 오히려 정책 일관성을 해칠 우려가 있음. 선진국이 기후정책을 강화하더라도 에너지·산업과 분리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산업·에너지 현장의 우려도 적지 않다. 한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산업부에서 에너지정책을 추진할 때조차 각 부처 이해관계 조율이 쉽지 않았다"며 “만약 기후 중심 부처로 이관되면 산업 수요 반영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 에너지기업 임원은 “전력망, 발전설비, 요금제 개편은 모두 산업의 시간과 돈이 필요한 분야"라며 “기후 프레임으로만 접근하면 AI·반도체 등 신산업의 전력 수요 대응에 실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 재생에너지업체 대표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생기면 발전설비 보급사업이 더 확대될 거라 기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송전망·입지 규제 등 산업부 몫이 빠지면 결국 전력 연결조차 안 되는 상황이 반복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처 이관보다도 유연한 정책 조율이 가능한 대안으로, 민관 합동 정책조정기구(예: 국가에너지전환위원회) 설립이 현실적인 중도 해법이 될 수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취지 자체는 이해되지만, 현재는 에너지 전환보다 안보와 산업 안정이 우선시되는 상황"이라며 “전기요금 현실화, 송전망 확충, 원전·LNG·재생 간 균형 조정이 선결 과제다. 정책 주체를 나누면 책임도 분산돼 국민 설득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2025-09-05 13:13 전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