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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가 제네릭(복제약) 약가산정률 를 골자로 한 정부의 약가개편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중동전쟁을 비롯한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약가 가 단행된 탓에 국내 제약산업과 보건안보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산업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7일 입장문을 통해 “산업계는 국산 전문의약품을 주로 생산하는 주요 제약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에 불과한 상황에서도 국민부담 경감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최대 10%의 약가 까지 감내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며 “그러나 이를 상회하는 16%의 약가 기본 산정률이 결정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최대 10%(오리지널 대비 제네릭 약가 산정률 기준 48.2%)로 제시한 약가 하한선은 산업계의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수용할 수 있는 현실적 한계이자, 최소한의 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기준이었다는 게 비대위 측 설명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6일 제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을 개최하고 제네릭의 약가 산정률을 오리지널 대비 45%까지 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최종 의결한 바 있다. 개편안은 올해 하반기 본격 시행될 예정으로, 이에 따른 제네릭 약가는 종전 대비 16% 된다. 이에 비대위는 “정부의 대규모 약가 단행은 국내 제약기업들의 생존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이란 전쟁 사태를 비롯해 글로벌 불안정성이 확대되며 유가·환율·운임이 동반 상승하고 원자재 수급 불안까지 야기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약가 조치로 업계 경영환경 악화도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비대위에 따르면, 다수 제약사들이 이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계획이 축소되고 있으며, 채용계획도 전면 재조정되는 분위기다. 약가에 대비하기 위한 원가 절감 차원의 대체 원료 모색 역시 현실화하는 흐름에 올라섰다. 이에 비대위는 “이번 약가로 R&D 투자를 비롯한 산업의 혁신 동력이 약화되는 등 산업 생태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는 국민건강과 보험 재정, 산업 경쟁력을 모두 아우르고 국제정세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유연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가동될 민관협의체가 약가 정책을 비롯해 CSO(의약품판촉영업자) 등 유통구조 개선과 제네릭 활성화 방안 마련 등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촉진하는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한 획기적 지원과 산업 현장의 일자리 감축이나 투자 축소 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실효적 조치를 함께 시행해달라"고 촉구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2026-03-28 13:20 박주성 기자 wn107@ekn.kr

국내 은행이 지난해 금리요구권을 통해 가계대출 이자 337억원을 감면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이란 전쟁 등으로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 또는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계빚에 부담을 느낀 차주들이 금리요구권을 활발하게 이용 중인 것으로 해석된다. 1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기준 국내 은행 19곳의 금리요구권 신청건수는 가계대출 기준 총 139만8169건이었다. 2024년 하반기(120만504건) 대비 16%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수용건수는 29만2408건에서 38만2158건으로 늘었다. 작년 하반기 이자감면액은 337억원, 금리는 0.46%로, 전년(243억, 0.39%) 대비 높아졌다. 반면 가계대출에 기업대출까지 포함한 금리요구권 신청건수와 수용건수는 모두 뒷걸음질쳤다. 작년 말 금리요구권 신청건수는 총 150건5973건, 수용건수는 39만2864건으로 전년 대비 각각 17%, 21% 감소했다. 기업보다 가계에서 금리요구권에 대한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가운데 작년 말 가계대출 금리요구권 신청건수가 가장 많았던 은행은 우리은행이었다. 우리은행은 금리요구권 신청건수가 17만2148건으로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10만건을 넘어섰다. 수용건수도 5만9906건으로 5대 은행 중 1위였다. 그러나 이자감면액은 신한은행이 59억1600만원으로 1위였다. 신한은행의 금리요구권 신청건수(8만7126건), 수용건수(2만8996건)는 우리은행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자감면액은 우리은행(33억2500억원)보다 많았다. 하나은행은 이자감면액 39억200만원으로 2위였고, KB국민은행(33억7100만원), 우리은행(33억2500만원), NH농협은행(23억1100만원) 순이었다. 금리요구권을 통해 실제로 차주에게 깎아준 가계대출 금리는 하나은행이 0.41%로 가장 높았다. KB국민은행은 0.38%로 2위였고, 신한은행 0.29%, NH농협은행 0.26%였다. 비교대상을 전체 은행 19곳으로 넓혀보면 가계대출 금리요구권 신청건수와 수용건수는 편리함을 앞세운 카카오뱅크가 압도적이었다. 카카오뱅크는 작년 말 기준 가계대출 금리요구권 신청건수가 59만9501건으로 60만건에 육박했고, 수용건수는 15만2430건이었다. 카카오뱅크의 이자감면액은 60억원으로 신한은행(59억원)을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중동 사태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하고 있고, 한국은행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 혹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요구권을 신청하는 차주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은행권이 차주들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금리요구권 신청을 독려하는 점도 전체 신청건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란사태로 수입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물가상승 압력이 커져 기준금리도 동결 또는 인상될 수밖에 없다"며 “최근의 대출금리 상승은 은행권이 가계대출 수요를 조절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는 것보다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오른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2026-03-19 18:14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정부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혁신신약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목표로 약 14년만에 대규모 약가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와 25일 건정심 본회의를 거쳐 개편안이 의결되면 오는 7월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오리지널 대비 53.55% 수준인 현행 제네릭(복제약) 약가 산정률을 40%대로 해 건강보험재정을 절감하고, 이렇게 확보한 재원을 혁신신약 개발 기업에 재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제약업계가 제네릭 위주의 산업 구조에 안주해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정부가 나서 제네릭의 수익성을 크게 낮추고 혁신신약 중심 산업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졸지에 '적폐세력'으로 내몰린 제약업계에선 반발감이 거세다. 신약 개발의 기초체력인 제네릭 수익을 억제하는 정부의 조치는 혁신신약 생태계 조성과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처사라는 비판이다. 무엇보다도 업계는 “한국 제약산업의 혁신생태계 전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라고 강조한다. 업계가 현 시점을 '혁신생태계 과도기'라고 표현하는 근거에는 점진적으로 확대해 온 연구개발(R&D) 투자의 가시적 성과가 자리한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 수는 총 3233개로, 미국(1만1200개)과 중국(6098)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근 10년간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집행하며 적극적으로 신약 후보 창출에 나선 결과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일례로, 이 기간 국내 상위제약사 5곳(유한양행·GC녹십자·종근당·대웅제약·한미약품)의 R&D 투자 규모는 지난 2015년 총 5426억원에서 2024년 1조431억원까지 약 10년 새 92.2% 증가했다. 이러한 결과로 업계는 10년간 총 18개 국산 신약을 배출했으며, 이 가운데 △케이캡(HK이노엔) △펙수클루(대웅제약) △렉라자(유한양행) △롤론티스(한미약품) △슈가논(동아에스티) △엔블로(대웅제약) 등 6개 국산 신약은 각각 연간 처방액 100억원을 웃돌며 한국 제약산업의 질적·양적 성장을 견인했다. 특히 케이캡이 지난해 1957억원 매출을 기록한데 이어, 펙수클루도 1000억원에 이르는 판매실적을 보이며 국산 신약을 대표하는 블록버스터로 의약품으로 자리잡았다. 렉라자의 경우 미국과 중국, 유럽 등 핵심 시장에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병용약물로 허가받으며 K-제약의 글로벌 경쟁력 증명에 나서고 있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신약 R&D 투자의 핵심 재원인 제네릭의 약가 조치로 이 같은 혁신생태계 전환 동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점이다. “혁신생태계 전환을 겨냥한 정부의 약가개편이 오히려 혁신의 발목을 잡는 꼴"이라는 업계 비판이 뒤따르는 이유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국내 산업계 5개 단체가 공동 구성한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상위 100대 제약사의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4.8%·3% 수준에 그친다. 정부 약가개편안에 따라 제네릭 약가산정률이 40%로 될 경우 국내 제약산업 내 3조6000억원 규모의 매출 감소가 예견되는데, 저조한 이익률에도 신약 창출을 위해 투자에 나서 왔던 국내 제약업계의 R&D 투자 동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비대위의 지적이다. 이러한 업계 우려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비대위가 지난해 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원인 59개 제약사 대표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 약가개편안이 원안 가결될 경우 이들 기업의 R&D 투자 규모는 2024년 기준 총 1조6880억원 대비 25.3%(4270억원) 감축될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 당 예상 감액 규모는 평균 366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기업 규모별 예상 감액률은 중견기업 26.5%·중소기업 24.3%·대기업 16.5% 순으로 집계돼 중견기업의 R&D 투자가 가장 크게 위축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여부에 따라서는 혁신형제약 미인증기업이 26.9%, 인증기업은 21.6% 수준의 R&D 투자 감액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결국 업계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한 체계·합리적 약가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때 지속가능성은 단순 건강보험 재정절감 뿐만 아니라, 제약산업의 발전 방향성 역시 포괄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권덕철 법무법인 세종 고문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출신 김현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지난 12일 발간한 '지속가능한 약가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설명했다. 보고서 집필진은 “정부 개편안은 지속가능성을 '건강보험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한정하는 관점에 기초해, 그것이 곧 '보건의료 체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그러나 보건의료 체계의 지속가능성은 건강보험의 재정적 지속가능성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경우에만 달성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단순한 약가 가 아닌 지속적인 가치 창출의 측면을 고려한 합리적 약가 관리,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수급 안정 확보를 고려한 합리적 약가 관리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정책 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유기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산업 현장의 목소리도 이와 다르지 않다. 국내 제약기업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제약산업에 혁신신약 생태계를 조성해야한다는 인식은 정부나 업계나 마찬가지"라면서도 “현재 정부안은 이러한 목표의식 아래 지난 십수년간 들여 온 업계의 노력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단편적으로는 업계가 제네릭 사업에 안주해 혁신을 외면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혁신형 기업 인증 여부와 관계없이 최소한 개량신약이라도 개발하기 위해서 R&D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업계가 이러한 혁신 생태계 전환 노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약가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와 노동계 모두 약가 개편 추진에 따른 투쟁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이달 약가개편안 원안 가결시 정부-업계 간 긴장 수위 고조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혁신 대전환의 '골든타임'으로 지목되는 중차대한 시기를 제네릭 약가 논쟁으로 허비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와 업계가 '원 팀'으로서 혁신신약 생태계로 나아갈 수 있는 합리적 약가개편 대안이 요구된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2026-02-18 17:00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지난해 글로벌 증시는 인공지능(AI) 등 제한된 업종과 테마에 수급이 집중되며 큰 변동성을 겪었다. 올해는 산업별 여건이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일부 산업은 회복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반면, 어떤 산업은 업황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AI부터 반도체, 자동차 등 각 섹터가 맞이할 다음 국면과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을 조망한다. [편집자주] ▲크레이시(CRAISEE)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은 기업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의약품 수요 성장에도 불구하고 약가 와 연구개발(R&D) 투자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확대로 외형 성장 동력은 유지되고 있다. 다만 제도 환경 변화와 비용 구조 악화가 맞물리며 산업 전반을 끌어올리는 흐름은 약해질 전망이다. 제약·바이오에 2026년은 기대의 해가 아닌 실적과 재무 체력이 냉정하게 검증되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여전히 성장 산업으로 분류된다. 고령화 진입과 만성질환 확산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유효해서다. 의약품 수요는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꾸준히 증가해 왔고, 이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신용평가사들 역시 산업 전체의 매출 성장 가능성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성장의 성격이다. 과거에는 수요 증가가 산업 전반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됐다. 내수 중심 제약사도 일정 수준의 외형 성장을 기대할 수 있었고, 시장은 이를 하나의 산업 흐름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같은 환경에서도 기업별 실적 흐름이 뚜렷하게 갈린다. 신평사들은 이 같은 변화를 '산업 구조의 성숙'으로 본다. 단순 복제약(제네릭) 중심의 성장 모델은 한계에 직면했고, 이미 제품 포트폴리오와 R&D 성과가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로 전환됐다는 판단이다. 특히 신평사들은 올해도 업권의 외형은 성장하지만, 그 과실은 일부 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거나 자체 신약을 보유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수익성 방어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다. 약가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에서 벗어나 있는 데다, 해외 매출과 파이프라인 성과에 따라 실적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내수 의존도가 높은 제네릭 중소형 제약사는 성장의 체감도가 낮아지고 있다. 가격과 비용 구조가 동시에 압박을 받으면서 실적 개선 폭이 제한적이다. R&D는 제약·바이오 산업 성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R&D 확대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임상 실패 가능성과 장기간의 투자 회수 구조는 기업별 재무 체력에 따라 부담 수준이 달라진다. 같은 R&D 투자라도 기업마다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이순주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의약품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제약산업의 외형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나, 제품 포트폴리오와 R&D 성과에 따라 기업 간 실적 차별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가 바라보는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검증'이다. 최근 수년간 시장은 기술이전과 글로벌 행사, 학회 발표 등 이벤트 중심으로 반응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이 올해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졌던 기술이전 기대는 주가에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뒤따르지 않으면서 주가는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실제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1일차인 지난 12일 한미약품, 에이비엘바이오, 리가켐바이오, 디앤디파마텍 등 주요 바이오 종목들이 동반 약세를 보이며 섹터 전반에서 '셀온'이 나타났다. 증권사들은 이를 단순한 실망이 아니라, 시장 기준이 높아진 결과로 해석한다. JPMHC에서 글로벌 빅파마들의 대형 딜과 기술 트렌드는 분명했지만, 국내 기업은 주가로 이어질 만한 성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주 글로벌 빅파마들은 AI 신약 개발과 비만·항암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전략 방향을 보였다. 일라이 릴리와 엔비디아의 AI 신약 개발 파트너십(5년간 10억달러 투자, 한화 약 1조5000억원), 애브비와 중국 리메젠의 56억달러(8조2000억원) 규모 면역항암제 기술 도입, 노바티스의 BBB(혈뇌장벽) 셔틀 기술 계약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경우 이를 실질적인 계약이나 숫자로 연결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증권사들은 단순 미팅 숫자나 파이프라인 소개만으로는 투자자들을 설득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계약 규모와 조건, 일정 등 구체적인 결과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기대만으로 주가가 움직이던 시대는 끝났다'는 판단이다. 비만 치료제와 AI 신약 개발 역시 같은 맥락에서 평가된다. 테마의 유효성은 여전히 높지만 테마 자체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단계는 지났다는 분석이다. 상업화 가능성과 실행력이 평가의 중심이 됐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특히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경쟁의 초점이 바뀌고 있다고 본다. 가격 경쟁보다는 물량 확대와 보험 적용 범위, 공급 안정성이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누가 먼저 개발했느냐보다, 누가 더 안정적으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AI 도입 여부보다 실제 임상 효율 개선, 개발 기간 단축, 비용 절감 효과가 확인돼야 한다. 기술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더 이상 평가받기 어렵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1일차 이후 국내 바이오 섹터는 셀온 국면에 진입했다"며 “글로벌 파트너사들의 코멘트가 기대에 못 미친 데다, 작년부터 구조적으로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연구원은 “다만 금리 기대와 코스닥 수혜 등 매크로 환경, 신규 딜과 글로벌 데이터 발표 등 내부 모멘텀을 고려하면 연중 바이오 섹터의 우상향 흐름은 유효하며, 긴 호흡에서는 조정 시 매수 관점이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신용평가사들이 바라보는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핵심 리스크는 약가 정책과 재무 구조다. 이 두 요소는 동시에 작용하고 있으며,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는 약가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신평사들은 약가 정책 강화가 중장기적으로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본다. 특히 올해 7월 시행을 목표로 검토 중인 제네릭 약가 산정률 는 산업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올 하반기부터 제네릭 약가 산정률이 현행 53.55%에서 40%대로 될 예정이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와 신약 개발 유도, 제네릭 난립 방지를 위한 정책 변화로, 기존 등재 약제도 등재 시점과 약가 수준에 따라 순차적으로 조정된다. 이로 인해 제네릭 비중이 높은 중소형 제약사는 동일한 판매량에서도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기 실적 악화에 그치지 않고, R&D 투자 여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수익성 악화 → 투자 위축 → 성장성 저하로 이어지는 구조적 부담인 것이다. 대형 제약사와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은 상대적으로 다른 위치에 있다. 자체 신약과 수출, 위탁생산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역시 대규모 투자 부담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설비 투자와 R&D 비용 확대는 재무 지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신평사들은 이 지점에서 기업별 영업현금창출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같은 산업 환경에서도 재무 체력에 따라 신용도 영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외형 성장만으로는 신용도를 방어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결국 2026년 제약·바이오 산업은 '누가 더 성장하느냐'보다 '누가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될 전망이다. 약가 정책과 투자 부담이라는 현실 속에서 재무 구조가 취약한 기업은 더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수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 따른 약가 정책 강화로 제약업체의 수익성 확보 여지는 제약될 것"이라며 “특히 제네릭 약가 산정률 가 현실화될 경우, 제네릭 위주 중소형 제약사의 영업 실적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수출의약품, 개량신약, 바이오시밀러 등 약가 제도 변경에서 제외되는 제품의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은 회사는 수익성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해외 수출과 신약 및 바이오시밀러 개발 등 R&D 성과 발현 여부에 따라 실적 차별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2026-01-21 15:16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정부와 제약업계가 국회 토론회에서 '제네릭(복제약) 약가산정률 '를 골자로 한 약가 개편안을 두고 입장차이를 재확인했다. 업계는 제도 시행에 따른 산업 경쟁력 위축을 우려하며 사전 영향분석을 비롯한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선 반면, 정부는 제네릭 중심의 산업 구조가 업계의 혁신 생태계 조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 하에 약가 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관철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언주·서영석·김윤 의원 주최로 열린 '신약강국으로 도약하는 약가정책 국회 토론회'에서 정부와 업계는 이 같은 시각으로 제네릭 약가 찬반 논쟁을 이어갔다. 정부의 제네릭 약가 정책은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현행 53.55% 수준의 제네릭 약가산정률을 단계적으로 40%대까지 하는 내용이 골자다. ◇ 업계 “약가 , 성장동력 위축…정책 목표 부합하는지 의문" 이날 홍정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지난 20여년간 정부의 반복적 제네릭 약가 시행으로 업계 내 예측가능성이 지속 축소하면서 성장 동력이 위축돼 왔다고 강조했다. 홍 상무는 “우리나라 제약 시장은 전세계 시장 규모에서 1.3%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는 2000년대 초반 2.0% 수준에서 정부의 지속적인 약가 영향으로 감소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028년 국내 시장 규모(전세계 시장 대비)가 1.7%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지만, 정부의 이번 약가 추진으로 이마저도 불투명해졌다는 게 홍 상무의 지적이다. 그는 국내 상장 100대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위탁개발생산(CDMO)·비급여의약품 생산 업체를 제외한 기업들의 평균 이익률이 4.8%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약가 가 더해진다면 신약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첫걸음인 연구개발(R&D) 투자부터 축소될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이어 “신약 개발도 지연될 수밖에 없고, 양질의 의약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생산 기반이나 설비 투자도 악화해 우리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저하될 수 밖에 없다"며 “저가 필수 의약품은 공급 불안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산업·국민 보건에 대한 장단기 영향평가 후 시행 △충분한 유예 기한 부여 △정례적 정부-산업계 거버넌스 체계 구축 등 세 가지 원칙에 기반한 약가 개편을 추진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상종 한미약품 이사는 '혁신 생태계 전환' 목표 아래 추진 중인 정부의 약가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제도의 실제 방향성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다. 김 이사는 “정부 정책은 결론적으로 R&D에 투자하고, 성과를 창출한 기업에게는 보상을 주면서 더 많은 성과를 내게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로 정책의 방향성을 잡은 것 같다"며 “그 측면에 대해선 공감을 표하고, 반대할 명분도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등재 품목 일괄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정부 목표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혁신형·비(非)혁신형 제약기업 구분없이 지난 수십년간 업계가 공을 들여온 파이프라인 확보 노력과 투자 성과를 배제한 일괄적 약가 는 정책 목표에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이어 그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기존 투자와 성과에 대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고, 이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단순 건보 재정절감 목표 아냐…업계, 제네릭 매출에 안주" 반면 정부 측은 이번 약가 개편안이 단순 건강보험 재정부담 절감이 아닌 혁신 생태계 구축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업계가 제네릭 중심 산업구조를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네릭 위주의 기존 구조가 업계의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이번 약가 조정은 약재비 절감 목표의 앞선 정책과 접근 방식이 다르다"며 “신약과 필수의약품, 제네릭까지 포함하는 종합적 구조 개편안을 통해 투자·개발 혁신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주장했다. 약가 개편을 통해 절감한 건보 재정을 신약과 필수의약품의 접근성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는 게 김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은 우리 산업의 체질 개선과 도약을 위한 골든 타임"이라며 “정부도 혁신생태계 조성 목표에 부합하도록 제도간 정합성과 정교함을 갖출 수 있도록 고민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임강섭 복지부 제약바이오산업과장은 제네릭이 업계의 핵심 성장 동력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업계 전반에서 제네릭이 혁신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임 과장은 “우리나라 완제 의약품 제조사 400여곳 중 일반계 제약사 33곳, 비율로 치면 10%도 안되는 기업들만이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들 기업도 현재 제네릭 매출 비중이 40%에 달할 정도"라며 “그만큼 제네릭이 R&D 재투자의 원동력이라는 현실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혁신형 제약기업 33곳 중 제네릭 매출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이 11곳으로 3분의 1에 달한다"며 “지난 10년간 혁신형 제약기업들이 R&D 비중을 높이고 신약 개발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고 하더라도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제네릭 중심의 매출 구조에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협회 등 업계와 소통을 이어가면서 건보 재정과 산업 육성의 관점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복지부 내에서 협의하고, 다양한 산업 육성 정책이 합을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최지우 인턴기자

2026-01-15 08:04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최지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