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막는 건 만남 부족 아닌 주거·일자리 불안 행사 중심 정책 한계…청년 정착 지원으로 전환 필요 달서구 '만남 행정' 넘어 생활밀착형 결혼정책 확대 달서구의 결혼장려 정책은 전국 최초라는 상징성과 함께 지방정부 결혼친화 정책의 출발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는 이유가 만남 부족보다 주거와 일자리, 경제적 부담에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정책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마지막 회에서는 지방정부 결혼정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상: 숫자로 본 결혼장려 정책…212쌍 성혼의 실체 중: 청년들은 왜 결혼을 미루나…주거·일자리·경제적 부담 하:만남을 넘어 정착으로…결혼친화 정책의 새로운 과제 ◇'만남'에서 '정착'으로…결혼정책, 이제는 청년의 삶을 바꿔야 대구=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저마다 결혼과 출산 장려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미혼남녀 만남 행사부터 결혼축하금, 신혼부부 주거 지원, 출산장려금, 육아 지원까지 정책의 범위도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제 정책의 방향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더 이상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가 아니라 '결혼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해서'라는 점이 각종 조사와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전국 최초 결혼장려 전담조직을 운영하며 결혼친화 정책을 이끌어 온 대구 달서구 역시 이제는 '만남을 만드는 행정'을 넘어 '청년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행정'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에 직면하고 있다. ◇'행사보다 삶을 바꾸는 정책이 필요' 달서구는 지난 2016년 전국 최초로 결혼장려팀을 신설한 이후 청춘남녀 만남 행사와 결혼친화 문화 조성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벤치마킹에 나설 만큼 새로운 정책 분야를 개척했다는 점은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결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역할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행사 중심 정책만으로는 혼인율 감소를 막기 어렵다는 현실도 분명해지고 있다. 앞선 기획에서 확인했듯 만남 행사 참가자 상당수가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다고 평가했지만 실제 결혼으로 이어진 사례는 제한적이었다. 결국 결혼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만남 자체보다 결혼 이후의 삶을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사회적 기반이라는 점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이벤트'가 아닌 '안정감' 본지가 만난 청년들은 결혼을 위한 정책 가운데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주거 안정을 꼽았다. 직장인 김모(32) 씨는 “결혼식 비용보다 신혼집을 마련하는 부담이 훨씬 크다"며 “전세자금 대출이나 월세 지원처럼 실제 도움이 되는 정책이 확대된다면 결혼을 계획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 신혼부부 이모(34) 씨도 “결혼을 결심한 뒤에도 대출과 육아 비용을 생각하면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며 “행사보다 생활에 직접 도움이 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25) 씨는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이벤트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안정감"이라며 “좋은 일자리와 주거 환경이 마련되면 결혼에 대한 생각도 자연스럽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정부와 연구기관의 조사 결과와도 맥을 같이한다. 청년들은 결혼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로 주거비 부담과 고용 불안, 양육비 부담 등을 꼽고 있으며, 단순한 만남 기회 확대만으로는 혼인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방정부 역할도 달라져야 전문가들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정책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실정에 맞는 생활밀착형 정책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청년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신혼부부 전·월세 이자 지원, 결혼 초기 생활안정 지원, 출산과 돌봄을 연계한 통합 정책 등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정책이 함께 추진될 때 결혼장려 정책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도록 정착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저출생 대응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정책 평가 방식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은 행사 개최 횟수와 참가 인원, 만족도 등이 주요 성과지표로 활용됐지만 앞으로는 실제 혼인 증가와 청년 정착률, 출산으로 이어지는 장기 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단기간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보다 청년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정책이 지속가능한 결혼친화 정책이라는 것이다. ◇'청년이 체감하는 정책으로 진화' 달서구도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정책의 방향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결혼장려 정책은 단기간 성혼 건수만으로 성과를 평가하기보다 지역사회에 결혼과 가족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하고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이 결혼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가 주거와 일자리, 경제적 부담이라는 점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기존 만남 행사와 함께 청년들이 실제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주거와 경제 지원 등 체감형 정책을 확대하고 중앙정부 및 관계기관과 연계한 다양한 지원사업도 적극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결혼친화 정책은 단기간 성과보다 사회 분위기와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장기적인 접근이 중요한 만큼 정책 효과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시민 의견을 적극 반영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만남'을 넘어 '정착'으로 10년 전 전국 최초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달서구의 결혼장려 정책은 이제 또 다른 시험대에 올라 있다. 앞으로의 평가는 만남 행사를 몇 차례 개최했는지가 아니라 청년들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사랑하며,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기반을 얼마나 마련했는지에 달려 있다. 저출생은 어느 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국가적 과제다. 그러나 청년들이 '결혼하고 싶은 도시', '아이를 키우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일은 결국 지역에서 시작된다. 달서구가 지난 10년간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남을 만드는 행정'을 넘어 '청년의 정착과 삶을 지원하는 행정'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달서구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추진해 온 결혼친화 정책은 청년들에게 자연스러운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 결혼과 가족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 분위기를 확산하는 데 의미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만남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들이 실제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정책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어려움이 주거와 일자리, 경제적 부담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신혼부부와 청년층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 및 관계기관과 연계한 주거·경제 지원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정책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2026-07-15 06:40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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