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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소액공모 한도를 10억원 미만에서 30억원 미만으로 3배 확대했지만 그 실효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폐지 기준 강화로 자금조달 여건이 취약한 기업을 보는 투자자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조달 가능 금액을 늘려도 투자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제 자금 확보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소액공모 한도 확대가 시행된 후 소액공모에 나선 코스닥 상장사의 일반투자자 청약 성적은 대부분 저조하다. 유티아이는 청약률 196.4%를 기록했지만, 한주에이알티와 엑시온그룹의 청약률은 각각 59.23%, 0.85%에 그쳤다. 풍원정밀의 경우 잔여 주식을 주관사 상상인증권에서 전액 인수했으나, 청약률 자체는 4.85%를 기록했다. 반면 한도 확대 시행 전에는 소액공모에 일반투자자 자금이 대거 몰리는 사례가 잇따랐다. 휴림로봇의 청약률은 4만3994%를 기록했다. 제이케이시냅스와 비트맥스도 각각 9만7027%, 5만7679%에 달했다. 디에이치엑스컴퍼니의 청약률은 112.52%로 모집물량을 웃돌았다. 시지트로닉스는 84.76%였다. 다만 이들 기업의 소액공모는 강화된 상장폐지 요건이 적용되기 전인 올해 7월 이전에 이뤄졌다. 소액공모는 기업이 증권을 공모할 때 과거 1년간 공모가액이 일정 금액 미만일 경우 증권신고서를 소액공모서류 제출로 갈음하는 제도다. 통상 소액공모서류는 일반 증권신고서의 절반에 해당하는 분량이며, 별도 수리가 요구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가 소액공모 한도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물경제와 자본시장 규모의 성장을 고려할 때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제도상 자금조달 한도가 늘어난 것과 실제 자금 확보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액공모 역시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인 만큼, 결국 시장에서 해당 기업의 주식을 받아줄 투자자를 확보해야 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공모를 하기 위해서는 일반투자자 50인 이상에게 청약을 권유해야 한다. 문제는 시장 환경 자체의 변화다. 소액공모 제도는 대규모 채권발행 등이 어려운 기업에게 유용할 수 있는 자금조달 창구인데, 이러한 기업의 자금조달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올해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 기준이 강화되면서다. 기업의 상장 유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넣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위해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과 동전주 요건을 강화했다.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기준은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높아졌다. 주가가 일정 기간 동안 1000원을 밑도는 기업도 상장폐지 대상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소액공모에 나섰지만 청약이 부진했던 기업들은 강화된 시가총액 기준을 밑돌거나 근접해 있다. 전일 기준 한주에이알티의 시가총액은 103억원으로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인 200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엑시온그룹과 풍원정밀의 시가총액도 각각 161억원, 78억원으로 기준을 밑돌았다. 주가는 한주에이알티 1923원, 엑시온그룹 1121원, 풍원정밀 3410원이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하위 기업도 제3자배정 유상증자나 소액공모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여지가 있었지만, 상황이 바뀌었다"라며 “지금 시장에서 관리종목이거나 상폐를 눈앞에 둔 기업은 기본적으로 공모가 잘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소액공모 제도 자체의 구조적 한계도 거론된다. 소액공모 기준은 개별 공모 한 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모집한 금액과 과거 1년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모집한 금액의 합이 30억원 미만일 때 소액공모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이 30억원 미만의 소액공모를 반복해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기란 어렵다. 재무력을 갖춘 기업은 소액공모 제도 자체에 대한 유인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자금조달이 필요하다면 차라리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한번에 조달하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무력을 갖춘 기업은 외면하고, 자금조달 여건이 취약한 기업은 수혜를 누리기 힘든 구조인 셈이다. 이 관계자는 “한도 확대 자체만 보면 자금조달 통로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 오히려 줄어든 셈"​이라며 “시간이 지나 기업들의 활용 사례가 늘어나기 전까지는 한도 확대가 제도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2026-08-29 09:00 김태환 기자 kth@ekn.kr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을 최대 500억원으로 높여 적용한 이유가 '상장 진입요건인 2000억원에 25%여서'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상장 진입요건 2000억원 기준과 그에 25%를 적용한 근거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1일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에 대한 서울남부지방법원의 가처분 심문에서 드러났다. 이 가처분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곳과 코스닥 상장사 1곳이 조기 시행된 시가총액 기준 상장규정이 위법하다며 관리종목 지정·상장폐지 결정 취소를 요구하며 제기했다. 이 중 코스닥 상장사는 신청을 철회했다. 이미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A사와 지정 예고를 받은 B사 등 상장사(채권자) 측 소송 대리인은 개정된 상장 규정이 무효라며 관리종목 효력정지·상장폐지 금지를 주장했다. 거래소 측 소송 대리인은 재량권 내의 정당한 조치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이날 심문에서 ①시가총액 500억원 기준의 정당성 ②시행 시기를 앞당긴 근거 ③ 손해는 회복 가능한가라는 세 가지 쟁점으로 정리하고, 양측에 다음 달 11일까지 보충 서면을 내라고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유가증권시장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최대 500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지난 1월 발표했다. 시가총액 기준은 2008년 50억원 미만으로 상향된 뒤 17년간 유지됐다. 채권자 측 대리인은 “17년간 시가총액 50억원 기준을 유지하다 갑자기 500억원으로 인상한 것이 과연 정당한지가 문제"라며 “채무자는 왜 하필 500억원인지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거래소 측 대리인에 “서면을 보면 (상장) 진입요건인 시가총액 2000억원을 기준으로 25%로 산정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일반적인 방식인지, 그 정도면 재량권을 벗어나지 않는 건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 대리인은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도 자기자본 비율에 따라 다르지만 800억원, 500억원 등의 기준을 두고 있다"며 “종전 기준을 설정한 2008년 이후 자본시장 규모가 여러 차례 커졌음에도 시가총액 기준은 그대로 유지돼 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상향 조정이 늦은 감이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왜 500억원인지는 추후 서면으로 상세히 설명하겠다"며 구체적 답변은 미뤘다. 재판부는 “해외에서도 이렇게 하니 우리도 비슷하게 맞췄다는 정도의 근거라면, 더 구체적인 해외 사례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시장 진입요건의 25% 수준으로 잘랐다기보다는 여러 요건을 고려해서 시장별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애초 유가증권시장 기준을 올해 200억원, 내년 300억원, 2028년 500억원으로 3년에 걸쳐 올릴 계획이었다. 그런데 올해 2월 발표에서 이 일정이 통째로 앞당겨져 올해 7월 300억원, 내년 1월 500억원으로 시행 시점이 각각 6개월~1년 당겨졌다. 관리종목 지정 후 상장폐지를 벗어나는 요건도 함께 강화했다. 해당 상장규정은 5월 13일 금융위원회에서 승인됐다. 채권자 측은 “1단계 기준 조기 시행은 불과 40여 일 전에 발표돼 그 기준에 의한 관리종목 지정 여부조차 완성될 수 없는 시점이었다"며 “합리적 근거 없이 스스로 공표한 유예 기간마저 이유 없이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거래소 측은 “시행 전에 개정했으므로 소급은 아니다"라며 “종전의 단계적 시행 일정은 상장사에 기준 충족을 위한 준비기간을 부여하려는 정책적 고려일 뿐, 그 일정을 어떠한 경우에도 변경하지 않겠다고 확약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유예기간의 부여 여부와 기간 설정은 채무자의 재량 영역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그 유예기간을 통해 일정한 기대나 이익을 누렸다 하더라도 법령이나 계약으로 보호되는 권리가 아니라 사실상의 기대이익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채권자 측은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는 일단 실행되면 주가 폭락과 부실기업이라는 낙인 효과로 본안에서 승소하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며 “기존 550만 소액주주가 입는 피해에 주목해 달라"고 강조했다. 거래소 측은 “이는 결국 보유 주식 가치 하락으로서 금전으로 전보가 가능한 손해"라며 “오히려 이 가처분이 인용되면 시장 전체가 회복할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관리종목 지정 자체를 금지해 달라는 것은 시장성 미달 사실을 투자자에게 숨긴 채 상장 지위를 계속 누리겠다는 사적 이익 추구"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심문을 마치며 양측에 각각 보충 소명을 주문했다. 거래소 측에는 상장폐지 기준 500억원과 진입요건 각각의 산출 근거, 관리종목 지정에 필요한 기간(30거래일)과 개선기간(90거래일 중 45거래일)을 정한 기준을 밝히라고 했다. 채권자 측에는 이미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A사에 대해 “90일 중 45일 이상 기준을 회복하면 벗어날 수 있는 개선 기회가 남아 있는데, 상장폐지 결정 자체를 미리 금지할 법적 권리가 무엇인지", 아직 지정 전 단계인 B사에 대해서는 “지정 자체를 예방적으로 금지해 달라고 할 근거가 있는지"를 각각 보충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일정은 채권자 측이 오는 28일까지 종합 서면을, 거래소 측이 다음 달 4일까지 반박 서면을, 이어 양측이 11일까지 최종 서면을 제출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재판부는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가급적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면서도 “사안의 파급력이 큰 만큼 서두르지 않고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상장폐지 제도개편의 연장선에 있다. 올해 1월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한 '상장폐지 제도 개선방안'에서 진입은 많고 퇴출은 적은 이른바 '다산소사' 구조를 문제 삼으며, 코스피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을 2028년까지 세 단계에 걸쳐 500억원까지 올리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후 올해 2월 12일 금융위·거래소는 이 상향 주기를 매년에서 매반기로 앞당기는 '조기화' 방안도 발표했다. 5월 13일 관련 상장규정 개정이 최종 승인됐다. 이에 따라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은 올해 7월 1일 300억원, 내년 1월 1일 500억원으로 오른다. 이번 가처분 소송에서 채권자 소송 대리인은 법무법인 챔버스, 채무자 소송 대리인은 법무법인 태평양과 화우가 선임됐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8-24 11:21 최태현 기자 ct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