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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이원희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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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원전 계획대로 추진…“조만간 부지 공모 착수”

정부가 계획대로 신규 대형 원자력 발전소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오는 2037~2038년 준공을 목표로 부지 선정과 건설 허가 절차가 진행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6일 기자 브리핑을 통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신규 원전 건설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11차 전기본상의 신규 원전은 조만간 한국수력원자력의 부지 공모를 시작으로 약 5~6개월간의 부지 평가·선정 과정을 거쳐 2030년대 초 건설 허가를 획득하고 오는 2037~2038년 준공을 목표로 관련 절차가 진행된다. 지난해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에는 총 2.8기가와트(GW) 규모의 대형 원전 2기를 2037년과 2038년에 도입하고 2035년까지 0.7GW 규모의 SMR를 건설한다는 계획이 반영됐다. 기후부는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확정하기에 앞서 두 차례 정책 토론회와 2개 기관을 통한 여론조사를 거쳤다. 기후부 의뢰로 한국갤럽과 리얼미터가 이달 진행한 '미래 에너지 대국민 인식 조사'에서 11차 전기본상 원전 건설 계획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응답자는 각각 32.5%(한국갤럽)와 43.1%(리얼미터)였고, '가급적 추진돼야 한다'는 응답자는 37.0%와 18.8%였다. 10명 중 6명 이상의 응답자가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신규 원전의 필요성을 열어둔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규 원전과 관련해 “최근의 추세를 보면 엄청난 에너지 수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가 계획도 이미 확정돼 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책을 마구 뒤집는 것은 정책의 안정성, 지속성 측면에서도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 변화의 배경을 설명해달라는 질문이 나왔다. 김 장관은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때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이 컸다"며 “또 당시에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이 필요했지만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그린수소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기후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그린수소의 생산 가격이 낮아지지 않으면서 그린수소보다는 원전으로 채워나가는 것이 현실이 됐다"며 “기후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을 고려할 때 문재인 정부 때와 동일한 정책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진 상황으로 판단해달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곧 수립할 12차 전기본에 대해 “기후 대응을 위해 탄소 배출을 전 분야에서 감축해야 하며 특히 전력 분야의 탄소 감축을 위해 석탄·LNG 발전을 줄일 필요가 있으므로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심의 전력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기본은 전력 수요와 이에 따른 설비 건설 계획을 담고 있으며 2년 주기로 수립된다. 이번에 수립되는 12차 전기본의 계획 기간은 2026~2040년이다. 이를 위해 기후부는 배터리와 양수발전 등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탄력 운전을 통해 원전의 경직성을 보완할 예정이다. 또한 제12차 전기본에는 인공지능(AI)·전기차 확대 등에 따른 전기화 수요를 예측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발전 설비와 분산형 전력망 조성 계획을 담기로 했다. 다만 신규 원전 건설 계획에 대해 환경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이날 “정부는 지금이라도 신규 핵발전소 2기 건설 강행을 중단하고 진정한 공론화와 에너지 전환의 길로 돌아와야 한다"며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현장] “공정데이터 AI 분석으로 성능 극대화, 불량률 최소화”…차세대 태양전지 개발 심장부를 가다

대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한 시설에서는 국내 태양광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준공된 태양광기업공동활용연구센터다. 지난 22일 찾은 연구센터 내부는 연구실이라기보다 실제 태양전지 공장에 가까웠다. 에어샤워를 지나 클린룸에 들어서자 웨이퍼들이 자동화된 제조 라인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실리콘, 웨이퍼는 여러 공정을 거치며 셀로 완성되고 이후 모듈 라인에서 실제 상용 제품과 동일한 방식으로 조립된다. 태양광 모듈의 태양광 발전설비 부품의 최종 완성품이다. 연구센터는 연면적 약 2400평 규모로 50메가와트(MW)급 태양전지 제조 라인과 100MW급 대면적 태양광 모듈 파일롯 라인을 갖췄다. 셀·모듈 제조는 물론 신뢰성 평가, 소재·부품·장비 검증까지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곳에는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퍼크(PERC) 태양전지뿐 아니라, 차세대 주력 기술로 꼽히는 이종접합(HJT) 태양전지 제조 라인도 구축돼 있다. HJT 태양전지는 실리콘 태양전지를 기반으로 고효율 구조를 구현할 수 있어 실리콘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접합하는 탠덤 태양전지의 하부 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탠덤셀은 단일 접합 태양전지의 효율 한계로 꼽히는 22%를 넘어 목표 효율 35% 수준의 초고효율 상용화를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현장에서 만난 센터 관계자는 “이곳 장비들은 대부분 양산급으로 구성돼 있어, 기업이 개발한 공정이나 장비를 실제 공장에 투입하기 전 전 주기 검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간당 약 2000장 규모의 처리 능력을 갖춘 자동화 라인은 연구용 실험을 넘어 양산 조건에서의 공정 안정성과 수율을 점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센터의 또 다른 강점은 데이터 기반 공정 최적화다. 웨이퍼마다 고유 인식번호를 부여해 공정 전 단계에서 색상, 박막 두께, 광발광(PL) 특성 등의 데이터를 축적한다. 이 데이터는 서버로 실시간 전송돼 공정 이상 감지와 효율 개선에 활용된다. 연구진은 “공정 데이터가 쌓일수록 인공지능(AI) 기반 공정 최적화 가능성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센터 관계자는 “차세대 태양전지 효율이 현재 22% 수준에서 35%까지 올라가면 같은 면적에서 훨씬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며 “중국과의 가격 경쟁을 넘어 기술 경쟁으로 승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센터는 오는 4월 페로브스카이트 공정을 위한 드라이룸과 분석실을 추가 구축할 계획이다. 해당 공정까지 완성되면 실리콘 태양전지를 넘어 탠덤 태양전지까지 아우르는 통합 실증 플랫폼이 구축돼, 국내 태양광 산업의 기술 자립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인터뷰] 이창근 에너지기술硏 원장 “에너지 기술은 경제이자 안보…중국산 저가 공세 K-energy로 돌파”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을 향한 국민의 요구가 달라지고 있다. 논문과 연구 성과를 넘어 개발에 성공한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도 이러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출연연 운영방식을 연구과제중심제도(PBS)에서 임무중심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즉, 과도한 수주 경쟁과 단기 성과 위주의 연구를 막고, 기초·원천 기술 개발 및 국가 전략적 임무 수행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에너지 기술 분야의 최일선에 서 있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이런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이창근 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은 지난 22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에기연 정관에 명시된 임무는 '기술개발 성과 확산을 통해 성장동력을 만들고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K-Energy'를 실현해 실제 시장에서 돈이 되게 하고 수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정부 기조에 맞춰 내놓은 해법은 '시장적기 진입과제'다. 출연연 기술은 종종 성숙도가 낮아 특히 대기업이 바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그는 “논문 수준의 성과는 충분히 낼 수 있지만, 제품으로 만들면 병목 구간이 있다"며 “그 중간을 메워 성능을 보여주면 기업이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에기연은 이 같은 취지로 시장적기 진입과제를 37개 운영했고, 1년 반 동안 8건의 기술이전과 1건의 창업 성과를 냈다. 지난해 7월에는 55억원 규모로 우주 태양전지 개발 기업 '플렉셀스페이스'에 차세대 우주용 이중접합 태양전지 기술 이전도 성사시켰다. 그러나 연구개발을 이어가기에는 산업 환경이 녹록지 않다. 태양광·풍력·배터리 등 에너지 전환의 핵심 품목이 중국산 저가 공세에 흔들리고 있다는 게 이 원장의 진단이다. 그는 “중국이 보조금 기반 저가 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하면서 우리 기업들은 팔아도 남지 않는 가격 구조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국산 기술은 산업과 시장이 있어야 살아남는다"며 “유럽·미국처럼 시장을 일정 부분 보호하는 장치 없이 국산화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AI'와 '에너지 고속도로'를 핵심 아젠다로 내건 점은 에기연에 기회이자 과제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전력망,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산자원관리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원장은 이 과정에서 인버터·컨트롤러 등 핵심 설비가 해외 의존 구조로 굳어질 경우 에너지 안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에너지 시스템은 소프트웨어로 연결돼 있고 운영 데이터가 외부로 넘어가면 안보 문제가 된다"며 “국내 기술로 부품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대전에 위치한 에기연 태양광기업공동활용연구센터를 직접 소개하며 차세대 태양전지인 텐덤셀 개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텐덤셀은 실리콘셀과 페로브스카이트셀을 이중으로 쌓아 발전효율을 극대화한 차세대 태양전지로, 목표 효율(35%)은 기존 실리콘셀(22%)의 약 1.6배에 달한다. 같은 면적에 텐덤셀을 설치할 경우 기존 실리콘셀보다 1.6배 많은 태양광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부지 확보가 어려운 우리나라에서는 제한된 면적에서 발전량을 최대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 원장은 “텐덤셀 개발을 통해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도 우리 기술과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양광기업공동활용연구센터는 오는 4월 텐덤셀을 보다 큰 규모로 연구할 수 있도록 추가 설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 PBS제도 전환에 따라 연구기관에 대한 기대가 어떻게 바뀌고 있나. ▲ 출연연 정관에 '에너지 기술개발 성과 확산을 통해 국가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라고 명확히 적혀 있다. 연구개발 자체는 출연연이 강점이 있다. 기술이전이나 성과 확산도 많이 해왔다. 그런데 이전된 기술이 기업 현장에서 실제로 돈이 되고 성장동력이 되었느냐는 질문 앞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이제는 그 지점이 성과의 핵심이 됐다. - 왜 부족했다고 보는가. ▲ 국민의 눈높이가 바뀌었다. 출연연이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데 눈에 보이는 경제적 결과가 무엇이냐를 묻는다. 항공우주 분야는 발사체 같은 상징적 성과가 있다. 정보통신기술은 특정 기술이 수출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에너지 분야도 이제는 산업이 기술을 가져가서 상품화하고 수출까지 가는 구체적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 PBS는 과제가 파편화되기 쉽고, 출연연이 국가 임무 지향으로 큰 과제를 끌고 가기 어려운 구조였다. 전략연구사업은 예산을 올리는 대신 대형 과제로 묶어 목적과 임무 중심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방향이다. - 연구기관의 기술이 기업으로 잘 안 넘어간다는 지적도 있다. ▲ 기술 성숙도 문제다. 논문 상으로는 아주 좋지만, 막상 제품으로 만들면 병목 구간이 생긴다. 실험실에서 가능했던 것이 생산·현장·안전·규격·유지보수 단계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다. 그걸 연구자가 다 알기 어렵고 그러면 대기업은 가져갈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다. 출연연에 '시장성 없는 기술'이 쌓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 본다. - 병목 구간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 시장 진입을 막는 중간 구간을 메워주는 게 과제다. 예산을 투입해 이 기술을 제품 수준으로 올려보자는 목표로 잡는다. 단순히 연구자에게 맡기는 게 아니라, 벤처캐피탈(VC), 액셀러레이터, 비즈니스 모델 전문가 등과 함께 평가·자문 체계를 붙였다. 그러면 연구자들도 시장 관점에서 보완점을 알게 되고 기업이 가져갈 만한 수준으로 올라간다. - 실제 성과는 어느 정도였나. ▲ 지난해에 시장적기 진입과제를 37개 운영했고 1년 반 만에 8건 기술이전이 이뤄졌다. 그중 하나는 창업으로 이어졌다. 배터리 관련 분야였고 초기 기업가치 50억원을 달성했고 5억원의 외부 투자도 붙었다. 기술이전은 연구성과가 국민에게 가는 중요한 통로이고 연구자가 직접 나가 창업하는 것도 또 하나의 길이다. - K-Energy라는 개념에 대해서 소개해준다면. ▲ 에너지 기술을 상품으로 만들자는 뜻이다. 예를 들어 태양광은 모듈만이 아니라 인버터, 운영·제어, 저장장치(ESS), 계통 연계까지 패키지로 묶여야 한다. 풍력도 마찬가지다. 이 패키지가 기업이 가져갈 수준으로 완성돼 해외에 수출되면 그게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K-Energy'다.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 123개 중 에너지 분야가 10개가 넘을 정도로 에너지 분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하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 태양광은 밸류체인이 한때 한국에도 있었다. 그런데 중국이 보조금 기반으로 덤핑 수준의 가격을 만들면서 시장을 장악했다. 우리가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 구조가 됐다. 가격이 반의 반 수준까지 내려가면 기업은 버틸 수 없다. 결국 국내 기업들이 무너지고 밸류체인이 사라져갔다. 지금은 태양광의 핵심 부품인 셀 기술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페로브스카이트셀을 이용한 텐덤셀 개발을 통해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도 우리 기술과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 배터리 연구에서 에기연이 집중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 에기연은 대기업들이 아직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차세대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화재 위험이 없는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재 문제로 ESS 보급이 한차례 멈춘 경험이 있다. 현재 물 기반 전해질을 사용하는 액상 배터리 등을 통해 근본적으로 불이 나지 않는 저장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 풍력 발전의 핵심 부품인 터빈은 초대형화 경쟁에서 밀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 국내 기업도 8메가와트(MW), 10MW 터빈을 개발을 했지만 해외는 15~16MW, 중국은 18~20MW까지 간다. 개발은 했는데 시장에 못 들어가면 다음 세대 개발이 막힌다. 제품을 얼마나 팔았느냐가 다음 연구개발의 동력인데 팔리지 않으면 지속이 어렵다. 에기연은 현재 제주도에서 풍력연구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시장을 어느 정도 만들어주고 산업을 보호해줘야 한다. - 재생 확대 과정에서 가동중단(출력제어) 문제도 크다. ▲ 햇빛과 바람이 좋을 때 전기가 넘치면 출력제어를 해야 한다. 출력제어를 줄이려면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요하고 전력망도 깔아야 하며 무엇보다 수요·공급을 실시간으로 맞추는 분산자원관리 기술이 핵심이다. 지금은 사람이 직접 하는 단계인데 비효율을 줄이려면 결국 인공지능(AI) 기반 운영이 필요하다. - 외국산 인버터·컨트롤러 같은 설비가 에너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재생에너지 시스템은 소프트웨어로 연결돼 있다. 운영 데이터가 외부로 넘어가거나 특정 업체가 컨트롤룸에서 돌아가는 설비를 원격으로 모니터링·제어할 수 있다면 그건 단순 산업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 이슈다. 국산 인버터, 그리드포밍 기술, 운영·제어 체계를 국내에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 새 정부의 'AI' 아젠다와 에너지의 관계 속에 어떤 과제를 할 수 있나 ▲ 두 갈래다. 하나는 '에너지를 위한 AI'로, 발전·산업·건물 분야의 효율을 최적화하고 자율운전으로 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AI를 위한 에너지'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돌아가고, GPU가 발생시키는 열을 냉각하는 데도 막대한 에너지가 든다. 전력 공급 안정성과 냉각 효율(PUE 개선) 기술 등 새로운 과제들이 나오고 있다. AI 시대에서 시장적기 진입과제 같은 제도로 기술 성숙도를 끌어올리고 정책적으로는 국산 기술이 시장에서 숨 쉴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에기연이 그 흐름을 만드는 연구원이 되겠다. 대담=윤병효 부장 정리=이원희 기자 □ 이창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 프로필 ◇약력 △1959년생 △충북대학교 화학공학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공학 석사 △미국 리하이대학교 화학공학 박사 △1985년 에기연 입사 △에기연 고효율청정에너지연구본부장 △에기연 기후변화연구본부장 △에기연 부원장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회장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운영위원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의원 △한국화학공학회 산학이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 (현)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태양에너지학회, 내년 창립 50주년 행사 준비

한국태양에너지학회가 내년에 열릴 창립 50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태양에너지학회의 역사는 깊다. 지난 1973년 석유파동 이후 에너지원의 다변화와 대체에너지원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국내 관련 석학들이 모여 1977년 12월 10일 태양에너지학회를 탄생시켰다. 태양에너지학회는 창립 5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기 위하여 지난 15일 학회 창립 50주년 기념행사 조직위원회를 본격 가동시켰다. 조직위원회는 창립 50주년 기념학술행사를 오는 2027년 10월 20일부터 3일 동안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조직위원장을 맡은 강기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전 태양에너지학회장)은 “지난 50년 동안 학회를 발전시켜온 역대 회장님과 3000여명의 회원을 모시고 학회의 탄생과 역사를 기억하고 기념할 수 있는 뜻깊은 행사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지자체 보조금 받은 태양광, REC 회수로 오히려 수익률 떨어져”

지역의 태양광 발전 보급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로 지방자치단체 보조금만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회수하는 제도가 꼽혔다. 회수 제도는 이중 지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오히려 수익률을 급격히 악화시키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전환포럼이 21일 서울 종로 광화문빌딩에서 개최한 '지역과 공존하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방안 세미나'에서 김나건 여주시 에너지자립팀장은 지역의 태양광 보급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자체 지원 태양광 사업에서 REC를 일부 회수하는 제도를 꼽았다. 김 팀장은 최재관 에너지공단 이사장이 햇빛배당전국네트워크 대표로 활동 할때 구양리 햇빛소득마을 사업을 함께 설계했다. 신재생에너지법에 따르면 태양광 사업이 지자체로부터 무상 지원을 받을 경우, 해당 지원 비율만큼의 REC를 지자체가 회수하도록 돼 있다. 관련 법 제12조의7에서 8항에는 신ㆍ재생에너지 공급자가 신ㆍ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지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부의 지원을 받은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급인증서의 발급을 제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해당 시행령의 제18조의7의 2항과 3항에는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무상지원금을 받은 경우 금액에 해당하는 비율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 REC를 발급하고, 무상지원금 부분에 대한 REC는 국가 또는 지자체에 대해 그 지원비율에 따라 발급하도록 돼 있다. 태양광 사업의 전체 수익은 전력도매가격(SMP)으로 전력을 판매해 얻는 수익과 REC 판매 수익으로 구성되는데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게 되면 그만큼 REC 판매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라는 것이다. 김 팀장은 “지자체가 지원금 만큼 REC를 회수할 때와 회수하지 않을 때 수익 차이가 매우 크다"며 “개인 사업자의 경우 수익률이 7% 정도만 나와도 투자할 수 있지만 마을 단위 사업은 다르다. 경험상 수익률이 최소 20%는 넘어야 주민들이 참여하겠다고 나선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구양리 사업을 사례로 들며 “시에서 REC를 보존해줄 경우 수익률이 약 31.8%까지 오르지만, REC를 회수하면 10.6%로 급락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유는 주민참여형 태양광이나 지붕 태양광의 경우 추가 REC 가중치를 받아 REC 수익 의존도가 일반 태양광보다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양광 보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REC 회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팀장은 “지자체에서 지원을 해줬으면 그것으로 끝나야지 다시 REC를 회수하는 게 말이 되나"라며 “지자체 보조금 없이 자부담으로만 설계한 햇빛두레발전소(햇빛소득마을)를 추진하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통해 태양광 사업의 수익률을 다시 20%대로 맞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 방안 및 재생에너지 설치 구역을 제한하는 지자체의 이격거리 조례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김소희 의원 “공기열 히트펌프 무차별적인 재생에너지 인정 중단해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하자 반발했다. 김 의원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업계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공기열 히트펌프는 전기를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설비이고 특히 혹한기에는 다량의 전력 소모가 필요하다"며 “아직 재생에너지 비중이 10% 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전력 소비를 크게 늘리는 설비 보급을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은 저탄소 전환이 아니라 오히려 배출 증가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위험이 뻔히 보이는데도 정부는 일단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올해에만 145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며 2035년까지 35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정량 목표부터 제시했다"며 “기후부의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는 1800건이 넘는 반대 의견이 제출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15일 효율이 높은 공기열 히트펌프만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지원하도록 하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는 “탄소중립은 검증되지도 않은 수단을 하나 늘린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에 즉각 무차별적인 재생에너지 인정과 보급 확대를 중단하고 실제 운전 조건을 반영한 최소한의 성능 기준부터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북극항로, 종전 러시아, 미국의 亞 피봇…한국, 지정학 저주 벗어날 절호의 기회 잡아야”

“북극항로는 우리나라가 지정학적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해양수산부 자문위원장)는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경기 용인정 국회의원)이 주최, 에너지경제신문 주관으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에서 북극항로가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꿀 전환점임을 강조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해빙이 진행되면서 기존 동북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항로 외에도 북극을 경유해 유럽으로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항로가 열리고 있다. 동북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항로의 거리는 약 2만2000km이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약 1만5000km로 줄일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 새로운 항로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미국은 이들의 북극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그린란드 합병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처럼 패권국 간 신항로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북극항로의 새로운 중간 거점으로 확고한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위해 아시아로 오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과의 관계 개선이 어려워 동진하고 있다"며 “남북을 잇는 북극항로가 녹아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세 가지 환경이 동시에 맞물리며 우리에게는 지정학적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대사는 “전쟁 이전 러시아 에너지 수출의 핵심은 유럽이었지만, 현재는 사실상 봉쇄된 상태이다.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의 방향을 아시아로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였다"며 최근 러시아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전략 2050'에서도 북극 지역과 극동 지역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언주 의원은 “북극은 더 이상 먼 변방이 아니라 자원·항로·안보가 교차하는 신패권의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며 “북극항로는 대한민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새로운 경제 성장의 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서는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제시됐다. 김병구 울산항만공사 북극항로 TF 팀장은 울산항이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해 연간 총 물동량 2억 톤, 이 가운데 액화천연가스(LNG) 등 액체화물만 1억6000만 톤을 처리하는 동북아 최대 액체화물 항만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항만이 북극항로의 주요 중간 거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LNG를 유연하게 사고파는 '트레이딩'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부산·울산항이 중간 허브가 되려면 해당 항만에서 LNG를 실시간 가격과 수급 상황에 따라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북극항로가 아직 여름철에만 이용 가능하고 사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극복해야 할 점도 많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범주 KEI컨설팅 전무는 “국내 LNG 시장은 플레이어 수가 적고 유연성이 낮아 트레이더가 반입한 물량을 국내에서 자유롭게 처분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시장과 제도가 개선된다면 가격 투명성 확보와 인프라 활용률 제고, LNG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북극항로를 통한 에너지 안보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안보정책연구실장도 “한국가스공사뿐 아니라 직수입자에게도 가스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트레이딩이 활성화 될 수 있다"며 “북극항로에서는 보험료가 수에즈 운하 대비 2~3배 높게 책정되고 있고, 극지 운항을 위한 강화 설비로 인해 선박 건조비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적 리스크도 매우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북극항로 세미나] “지정학적 이점과 기술력 결합해 대항해 중심 국가로 세워야”

북극항로가 차세대 글로벌 물류·에너지 축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항로 개척만으로 기회가 자동으로 열리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액체화물 인프라와 친환경 연료 공급 역량을 갖춘 울산항 등 국내 항만은 북극항로를 준비하고 있지만 액화천연가스(LNG) 거래 구조와 시장·제도는 여전히 경직돼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북극항로를 실질적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항만 경쟁력 강화에 더해 시장 개방과 제도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과 에너지경제신문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임종순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좌장)는 북극항로와 LNG 허브 구축을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선 '지정학 프로젝트'로 해석했다. 그는 “북극항로는 강대국 간 긴장을 완화하고 인류 번영을 이끄는 위대한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며 “지정학적 이점과 한국의 기술력을 결합해 대한민국을 대항해 중심 국가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구 울산항만공사 북극항로 TF 팀장은 울산항이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국내 최적의 항만이라고 강조했다. 울산항은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해 S-OIL,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정유·에너지 기업이 밀집한 산업 거점이자 세계 4대 액체화물 상업용 탱크터미널 클러스터를 갖춘 에너지 중심 항만이다. 울산항은 연간 총 물동량 2억 톤, 이 중 액체화물만 1억6000만 톤을 처리하는 동북아 최대 액체화물 항만이다. 김 팀장은 “이미 구축된 인프라만으로도 북극항로 개척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특히 LNG, 메탄올 등 친환경 에너지와 석유·천연가스를 저장하는 상업용 탱크터미널의 경우, 국내 저장시설의 50% 이상이 울산항에 집중돼 있다. 상업용 탱크터미널은 컨테이너가 아닌 액체 화물을 취급한다는 점만 다를 뿐 기능적으로는 컨테이너 터미널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울산항은 이미 북극항로 운항 경험도 축적했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북동항로와 북서항로를 포함해 총 17회의 북극항로 상업 운항이 이뤄졌으며 누적 물동량은 5만5388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울산 소재 제지 기업들이 캐나다에서 목재 펄프를 북서항로를 통해 정기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사례는 울산항이 북극항로의 실질적 기·종점 항만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울산항의 또 다른 강점으로는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역량이 꼽혔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 해운 부문 탄소중립을 목표로 각종 규제와 제도를 도입하면서, 글로벌 해운시장은 친환경 연료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7%가 해운에 의존하는 만큼, 항만의 연료 경쟁력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울산항은 지난 2023년 정부로부터 국내 유일의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거점 항만으로 지정됐으며, 이를 계기로 관련 투자가 본격화됐다. 특히 세계 최초로 그린 메탄올을 선박 연료로 공급한 항만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그린 메탄올 공급 실적은 울산항이 친환경 에너지 벙커링 표준과 산업을 선도하는 항만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며 “북극항로를 통과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친환경 연료를 공급하는 벙커링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벙커링 표준 절차 연구개발, 민관 합작 벙커링 기업 설립 등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토론에서는 북극항로의 구조적 한계도 분명히 지적됐다. 북극항로의 기회를 잡고 부산과 울산항이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가스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사업자인 '트레이더'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안보정책연구실장은 북극항로가 기후 변화로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구조적 제약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북극항로 개척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여름철에만 제한적으로 이용 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를 상시적·지속적으로 활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북극항로는 금융·보험 측면에서도 부담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 실장은 “보험료가 수에즈 운하 대비 2~3배 높게 책정되고 있고, 극지 운항을 위한 강화 설비로 인해 선박 건조비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적 리스크도 매우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에서 북극항로는 약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극항로를 기존 항로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공급망 다변화 차원의 '플랜 B'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기후 변화 속도, 금융·보험 인프라, 지정학적 안정성 등은 결국 타이밍의 문제"라며 “타이밍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준비로는 제도 개혁을 꼽았다. 그는 “트레이더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제3자 접근, 판매 제한 등 제도적 장벽을 풀어야 한다"며 “가스공사뿐 아니라 직수입자에게도 가스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트레이더를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부는 북극항로를 단순한 물류 효율화 수단이 아닌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전략 자산으로 평가하며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북극항로 세미나] 김범조 KEI컨설팅 전무 “LNG는 이미 ‘유연 상품’…관건은 韓 시장·제도 전환”

우리나라가 북극항로의 핵심 거점으로 발전하려면 물동량 확보뿐만 아니라 시장 제도와 여건에 대한 개편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범조 KEI컨설팅 전무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에서 “액화천연가스(LNG)는 더 이상 도착지가 고정된 경직적 상품이 아니다"며 “스팟(현물) 비중 확대와 계약 구조 변화로 항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크게 커졌다"고 밝혔다. 김 전무에 따르면 과거 LNG는 장기계약 중심, 도착지 제한이 강한 절대 계약 구조였지만, 셰일가스 생산 확대 이후 계약 유연성이 빠르게 높아졌다.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다수의 LNG선이 시장 상황에 따라 항로와 목적지를 바꾼 바 있다. 공급 주체 역시 국영 가스전이나 메이저 국제석유회사(IOC) 중심에서 벗어나 여러 가스전을 조합해 최적 공급을 설계하는 트레이더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LNG 가격 체계도 전통적인 유가연동(JCC)에서 벗어나 아시아 LNG 현물가격(JKM), 유럽 가스 허브가격(TTF) 등을 결합한 복합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김 전무는 “2010년대 중반부터 논의되던 LNG 상품의 변화가 이제서야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문제는 여건만으로 자동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극항로 성공 조건으로 △물리적 인프라 △시장 형성 △제도적 지원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물리적 인프라 측면에서 한국은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가스공사가 단일 기업 기준 세계 최대 저장용량을 보유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LNG 저장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국 터미널이 배관망으로 연결돼 있어 저장·이송·벙커링 활용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천연가스 수요 감소로 저장시설 이용률이 떨어질 가능성은 극복할 과제로 꼽았다. 가스공사 저장용량은 1216만㎘, 민간 저장용량은 193만㎘로 국가 전체적으로는 1409만㎘이다. 또한 국내 천연가스 주배관은 5346㎞로 끝과 끝이 서로 연결된 환상망 구조로 설계돼 있어, 주입과 사용이 어디서든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가장 큰 한계로는 시장이 지목됐다. 김 전무는 “국내 LNG 시장은 플레이어 수가 적고 유연성이 낮다"며 “트레이더가 반입한 물량을 국내에서 자유롭게 처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17년 도시가스사업법 개정 이후 반출입 규제가 강화되며 직수입 물량조차 용도별로 엄격히 관리되는 점이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반출입 제도 개선과 트레이더의 국내 활동 여건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안정적 수급 관리라는 도시가스사업법의 철학을 유지하되 LNG 상품 시장의 경쟁과 유연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 전무는 “시장과 제도가 개선된다면 가격 투명성 확보, 인프라 활용률 제고, LNG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북극항로를 통한 에너지 안보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중동·호주·미국에 더해 북극까지 공급원이 다변화되는 것은 한국에 분명한 전략적 기회"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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