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이미지

원승일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원승일 기자 입니다.
  • 정치경제부
  • won@ekn.kr

전체기사

‘19일’ 역대 최단 추경 편성…직접 지원금 ‘돈풀기’ 물가 자극하나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26조원이 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신속히 편성했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금성 민생지원금이 5조원에 달하는 등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추경발 물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일 정부에 따르면, 26조2000억원 규모의 이른바 '전쟁 추경안'은 단 19일 만에 마련됐다. 통상 40일 걸리던 기존 추경 편성 기간과 비교하면 역대 최단 수준이다. 정부는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부담에 선제 대응하고, 경기 회복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신속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세부 사업을 보면 고유가 피해지원금,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등 고유가 대응에 총 10조1000억원이 배정됐다. 이 가운데 4조8000억원은 고유가 피해지원금 형태의 직접 현금 지원으로 편성돼 전체 추경의 18%를 차지한다. 단일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다. 지원 대상은 소득 하위 70% 국민으로, 1인당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60만원까지 지급한다. 특히 지방 거주자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게 더 많은 금액을 지원하는 구조다. 당초 취약계층 중심의 '핀셋 지원'이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중산층까지 지원 범위가 확대됐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 및 경기 둔화가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지원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문제 인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쉬었음' 청년 등 일자리 사업에 1조9000억원, 숙박, 공연 등 문화·관광업계 지원에도 1000억원이 추가로 배정됐다. 아파트 베란다 태양광 설치 250억원,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800억원도 각각 편성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쟁 추경이라 하지만 사실상 경기 부양 목적의 소위 돈 풀기 성격이 강해 '중동전쟁과 무관한 사업들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기본적으로 경기 전체가 침체될 수 있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추경을 통해 0.2%포인트(p)의 성장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재원은 추가 국채 발행 없이 마련됐다는 점을 정부는 강조하고 있다. 초과세수 25조2000억원과 기금 자체재원 1조원 등을 활용해 충당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법인세·증권거래세 등 초과세수로만 편성했고, 우리 경제의 수요가 공급에 못 미친다는 점을 들어 추경 편성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를 일축했다. 조 실장은 “추경 재원을 초과세수로 국채 발행 없이 마련했다는 점, 취약계층을 타킷 지원하는 점까지 포함한다면 물가 자극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상황에서 추경으로 대규모 현금성 지원이 이뤄질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가능성마저 제기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재정 확장 기조에 따라 추경은 예상됐지만, 직접 지원 등으로 규모가 커져 기름값, 먹거리 가격 등 체감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며 “고유가로 수입 물가가 오르고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까지 상승하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높아지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단순히 취약계층 지원을 넘어 사실상 경기 부양 성격이 강한 추경"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재정을 풀면 단기적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전쟁 추경’ 26.2조…소득하위 70%에 ‘최대 60만원’ 지급

정부가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1인당 최대 60만원 민생지원금을 지급한다. 유류비·교통비 부담 완화,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등에도 5조원이 편성됐다. 정부는 31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총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의결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고물가 상황에 경기마저 위축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빠른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번 추경은 고유가 대응과 민생 안정, 산업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 등 3개 분야에 중점을 뒀다"며 “선제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경기 회복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신속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정부는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 대응을 위해 10조1000억원을 배정했다.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직접 지원금으로 소득 하위 70% 국민이면 기본적으로 10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비수도권은 5만원, 인구감소 지역 거주자는 10만~15만원을 더 받는다. 취약계층 중 한부모 가정은 수도권 35만원, 비수도권 40만원을, 기초수급자는 수도권 45만원, 비수도권 60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대상자는 3256만명으로 4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지원금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지역화폐 중에서 선택해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지급한 민생 회복 소비쿠폰과 유사하다. 조용범 기획처 예산실장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 및 경기 둔화가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지원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문제 인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유류비 경감을 위한 석유 최고가격제 등에는 5조1000억원이 편성됐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휘발유, 경유 가격을 정부가 정해 규제하는 제도다. 이번 추경을 통해 정부 재정으로 6개월분의 정유사 손실을 보전해준다. 또 석유 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납사) 확보 등 수급 위기에도 대응한다. 교통비 경감과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K-패스의 환급률은 6개월 한시로 최대 30%포인트(p) 상향하는데 총 877억원을 투입한다. 15차례 이상 이용 시 환급률은 저소득층이 최대 83%, 3자녀 가구 75%, 청년·어르신·2자녀 가구 45%, 일반은 30%까지 각각 높아진다. 민생 안정을 위해 취약계층에 '핀셋'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 등에도 2000억원을 편성했다. 등유·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는 20만 가구에 5만원씩 지원한다. 농어민과 시설 농가에도 유가 연동 보조금을 한시 지급한다. 무기질 비료 구매비 42억원, 축산농가 사료 구입비 650억원 등도 지원한다. 아울러 저소득층에 기본 생필품을 제공하는 '그냥드림센터'를 기존 150개소에서 300개소로 늘리는데 21억원을 투입한다. 일시적 위기 상황에 놓인 가구를 지원하는 긴급복지 확대에 131억원, 돌봄서비스 추가 제공에 99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복지시설 750개소의 냉·난방설비에도 128억원을 지원한다. 숙박, 공연 등 문화·관광업계 지원에도 10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서민 장바구니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도 800억원이 편성됐다. 정부는 중동 전쟁에 따른 산업 피해 최소화, 공급망 안정에도 2조6000억원을 배정했다. 물류비 상승, 자금난 등으로 어려움이 큰 중동 수출 기업 대상 수출 바우처 지원을 7000곳에서 1만4000곳으로 두 배 늘린다. 중동 현지에 공동물류센터를 추가 지원한다. 정부는 또 6500억원의 재정 지원을 통해 금융권에서 7조원 이상 수출 정책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발전설비 지원도 역대 최대인 1조1000억원을 편성했다. 아파트 베란다 소규모 태양광도 10만 가구에 설치하는 데 250억원을 투입한다. 공급망 안정화 사업으로 나프타의 원활한 수급 목적의 5000억원을 새로 배정했다. 나프타분해설비(NCC)를 보유한 국내 석유화학 기업이 대상으로, 나프타 수입단가 상승분 차액의 50%를 보조해준다. 2000억원을 들여 비축유도 130만 배럴 추가 확보한다. 이외에 첨단 산업의 필수 소재인 희토류 재자원화 등에 81억원, 중동 의존도가 높은 요소의 수입선 다변화에 39억원을 각각 지원한다. '쉬었음' 청년 등 일자리 지원에도 9000억원을 배정했다. 대기업이 참여해 청년 취업을 연계하는 'K-뉴딜 아카데미'가 대표적이다. 창업 지원에도 9000억원을 추가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은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초과세수 25조2000억원과 기금 자체재원 1조원 등으로 재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 활황과 국내 주식시장 거래 활성화 등으로 법인세, 증권거래세 등 세수 추계가 늘어났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내국세와 연동된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지방 지원도 10조원 가까이 늘어난다. 총지출은 본예산인 727조9000억원 대비 25조2000억원 늘어 총 75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와 별도로 국채상환에 1조원을 활용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책을 고민할 때 더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 필요하면 헌법이 정한 긴급재정명령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긴급재정명령은 헌법 76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 등으로 국회의 절차를 기다릴 만한 여유가 없을 때 대통령이 법률적 효력을 지닌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 제도다. 앞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3년 금융실명제를 전격 시행하면서 행사한 바 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정부, 내달 1일 위기경보 ‘경계’ 상향 검토

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1일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경계'로 격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마저 봉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급 차질이 보다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위기 경보가 3단계로 격상되면 정부는 유류세 추가 인하도 검토할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0일 “내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위기 경보 격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모레(4월 1일) 열리는 5차 자원안보협의회에서 경계로 상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 상승으로 국민 부담을 줄이는 안도 추가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8일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격상했다. 자원안보 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총 4단계다. 국가자원안보특별법 제23조에 따라 위기 상황의 심각성, 국민 생활 및 국가 경제 파급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령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위기 경보 격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 부총리는 지난 29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위기의 심각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국제 유가가 지금은 배럴당 100∼110달러 왔다 갔다 하는데 120∼130달러 간다든지, 여러 가지 종합적인 상황을 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3단계인 경계 정도로 올라가야 한다"며 “3단계가 되면 원유 시장 가격은 훨씬 많이 올라갈 것이고 그쯤 되면 소비도 줄여야 하고, 민간에도 차량 5부제를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친이란 무장세력 예멘 후티 반군의 참전 선언으로 홍해도 봉쇄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후 원유 대체 수송로였던 홍해까지 막히면 유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홍해는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12%가 통과하는 항로다. 홍해 봉쇄로 유가 상승과 함께 나프타 수급 차질도 장기화할 될 수 있다. 국제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에 따르면, 홍해 봉쇄가 현실화되면 전 세계 하루 원유 공급 차질 규모는 현재 1000만배럴에서 1700만배럴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오전(한국시간)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2.2% 올라 배럴당 115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 인도분 선물 가격도 배럴당 102.03달러로 전장보다 2.4% 올랐다. 브렌트유와 WTI는 지난 27일 각각 4.2%, 5.5% 상승한데 이어 주말 동안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는 소식에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위기 경보를 다시 3단계로 격상하는 안을 검토 중인 데는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마저 봉쇄될 경우 사실상 중동산 원유 유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에너지 수급 상황이 보다 심각해지면 해상·항공 운임 급등도 불가피해 수출기업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정부는 유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필요시 유류세를 추가로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6일 '중동전쟁에 따른 비상경제 대응방안'을 통해 휘발유는 기존 7%에서 15%로, 경유는 10%에서 25%로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한 상태다. 유류세 인하 조치도 5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유가가 급등하면 유류세를 추가로 낮출 여지가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현재 유류세 인하율의 법정 최고 한도는 37%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최대 폭 인하와 같은 수준이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휘발유 유류세 인하 폭을 37%까지 높일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추가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급 차질도 대체국 물량 확보, 사용 분야의 우선순위 조정 등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에너지 위기에 대비, 원전 가동률도 높이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환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위기경보가 격상되면 차량 5부제도 공공 부문에서 민간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는 민간으로 확대되더라도 국민 불편을 고려해 자율 참여를 권고하되 의무 적용 여부는 신중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24일 중동상황에 따른 에너지 절약 조치와 관련해 “일반 국민들도 5부제를 하게 되면 불편함이 생기는 측면도 있기에 '경계' 단계더라도 어느 정도의 수위로 할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며 “공영 주차장부터 진입을 못 하든가 원천적으로 출입 및 통행을 제한한다든지 등은 추후에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중동 외 나라로 원유 수입 대체선을 넓힐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민간으로 차량 5부제 확대도 에너지 위기 상황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고,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중동 사태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24조원 이상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재경부와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날 중동전쟁 피해 기업 대상 10조원 규모의 정책 금융을 신속 집행되도록 점검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중동전쟁 피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위기대응 특별프로그램' 규모를 7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했다. 또 중소기업에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상환을 유예하고 있다.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원유·가스, 광물·식량 등 품목별 금리 우대도 늘릴 예정이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자장면·치킨·김밥까지 포함”…43개 ‘특별관리품목’ 보니

중동전쟁 여파가 에너지와 물류 분야를 넘어 식량 물가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질소 비료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농산물 가격도 들썩이는 상황이다. 정부는 민생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20개 품목을 추가 지정해 특별관리에 나섰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기존 23개 품목에 20개를 추가 지정해 총 43개 품목에 대해 전방위적 수급 관리에 돌입했다. 이는 중동전쟁에 따른 에너지, 운송·물류, 공산품·식품·서비스로 이어지는 물가 파급 영향을 점검한 결과다. 앞서 정부는 지난 12일 석유류 포함 돼지고기·계란·고등어·쌀·김·라면·건물 관리비·통신비 등을 망라한 23개를 특별관리품목으로 지정했다. 이후 중동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5~6개월에 걸쳐 물가로 전이될 수 있는 3차 물가 파급이 예상되는 품목들을 추가했다. 우선 1차로 전기·가스·난방 공공요금 3종이 특별관리품목에 새로 지정됐다. 휘발유, 경유, 등유, 취사용·자동차용LPG 등 석유류에 더해 모두 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품목들이다. 2차로 지정된 운송·물류비 관련 택배이용료·이삿짐운송료 2종과 택시·시내버스·도시철도 지방 교통 공공요금 3종 등 총 5개 품목이 추가됐다. 고유가에 따른 2차 물가 파급이 1~2개월 정도에 걸쳐 운송·물류 부문으로 전이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어 3차에서는 공산품, 가공식품, 농축수산물, 외식서비스까지 광범위한 품목들이 지정됐다. 공산품은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진 가정용 비닐 포함 화장품 등이 추가됐다. 가공식품도 라면·과자·삼각김밥·탄산음료·즉석식품 등으로 관리 대상이 확대된다. 농축수산물은 명태·조기·오징어 등 수입이 많은 수산물 3종과 오이·토마토·고추·상추·깻잎·시금치·딸기·호박 등 시설농산물 8종 등 총 11종이 추가됐다. 여기에 국민들이 자주 찾는 자장면·치킨·햄버거·피자·김밥 등 외식서비스 품목들도 포함됐다. 5~6개월 후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집중 관리가 필요한 품목들로 확대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중동사태에 따라 1차로 에너지 품목에 직접적인 영향이, 2차로는 1~2개월 후 운송·물류 부문에, 3차로 향후 5~6개월에 걸쳐 식품, 외식서비스 등 물가에 광범위하게 파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중동발 쇼크는 에너지 부문에 이어 식량 부문으로 옮겨가고 있는 양상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전 세계 공급량의 30%를 차지해온 중동산 질소 비료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비료 공급이 부족해지면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하고, 이는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무기질 비료 원자재 수입 가격 100% 상승'을 가정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비료값은 약 25.75%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농산물은 벼 6.6%, 맥류 및 잡곡 6.42%, 채소 6.21%, 과실 5.49% 등으로 가격 상승이 추산됐다. 수입 농산물 가격 급등도 우려된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중동사태가 길어지면 에너지에서 식량 수급 불안으로 확산되고, 물가로 파급된다"며 “석유화학 등에 쓰이는 요소도 비료의 핵심 원료인데 비료값이 오르면 농업, 제조업 등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농어민 대상 무기질 비료 원료구입자금 관련 이자를 200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먹거리 물가 상승에 대비해 150억원을 투입해 4~5월 쌀, 계란, 고등어 등 농축수산물도 최대 50% 할인 지원한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휘발유 65원·경유 87원’ 유류세 더 내린다…‘2차 석유 최고가격’ 1900원대 상향

정부가 오는 27일부터 2차 석유 최고가격을 리터(ℓ)당 1900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되 유류세를 내리기로 했다. 석유 최고가는 휘발유와 경유 모두 200원 넘게 오르게 돼 실제 주유소 기름값은 리터당 2000원대로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통해 '중동전쟁에 따른 비상경제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확정됐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유류세의 경우 휘발유 7%에서 15%, 경유 10%에서 25%로 인하 폭이 늘어난다. 휘발유는 부가가치세 포함 리터당 763원에서 698원으로 65원, 경유는 523원에서 436원으로 87원 각각 줄어든다. 다음 달 1일 시행하는 유류세 인하는 27일부터 소급 적용되고, 종료 시점도 4월 말에서 5월 말로 늦춰진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유류세를 더 인하할 한도가 좀 남아 있다"며 “상황이 악화하면 국제유가와 전쟁 상황을 봐서 추가로 인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차 석유 최고가격은 27일부터 4월 9일까지 리터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 등으로 상향 조정된다. 1차 최고가격은 리터당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 등이었다. 2차 때부터 각 유종이 200원 이상 오른다. 이번 2차 최고가격제부터 선박용 경유가 새로 포함된다. 정부는 2주 단위로 최고가격을 조정할 계획이다. 화물·버스 대상 경유 유가연동보조금도 4월까지 50%에서 70%로 올려 지급하되, 필요시 연장하기로 했다. 산업과 물류, 서민 생계에 필수적인 경유 가격 안정에 중점을 뒀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확보한 원유 2400만 배럴 외 추가로 대체수입선을 확보할 예정이다. 물량 교환을 통해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 대체 물량도 확보하기로 했다. 석유화학 제품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는 27일부터 수출 통제 조치하되 국외 도입 시 차액 지원을 통해 물량을 최대한 확보할 방침이다. 나프타는 보건·의료, 핵심 산업, 생활필수품 생산에 최우선 공급한다. 요소와 촉매제인 요소수도 매점매석 행위가 금지된다. 정부는 매점매석 신고 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관계부처 합동 점검반도 운영한다. 정부는 고유가에 따른 서민 부담 경감책과 민생 물가 안정 방안도 내놨다. 올 상반기 중 중앙정부 공공요금을 동결한다. 버스·지하철 등 지역 공공요금도 동결할 수 있도록 지방 정부와 협조하기로 했다. 현재 50% 할인 중인 영업용 화물차(심야 운행)와 노선버스의 고속도로 통행료도 한 달간 면제한다. 물가 특별 관리 품목도 23개에서 43개로 확대한다. 돼지고기, 계란, 고등어, 쌀, 석유류, 통신비, 교복, 의약품 등 기존 23개 폼목에서 택배이용료, 외식서비스 등 20개 품목을 추가해 가격을 집중 관리한다. 가격이 오른 농축수산물도 최대 50% 할인 지원한다. 정부는 4~5월 중 15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경제부총리 중심의 공급망 위기대책본부를 가동해 중동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해 일일 관리체계에 들어간다. 공급망 기금 내 특별지원 프로그램도 신설해 대체수입선 확보, 긴급운영자금도 지원하기로 했다. 구 부총리는 “이 같은 1단계 대응을 즉시 시행하고, 2단계 조치로 초과 세수를 활용한 25조원 수준의 전쟁 추경을 4월 중 최대한 빨리 시행해 위기에 본격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박홍근號 기획처 출범…“25조 추경 4월 초 신속 처리”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의 최우선 과제는 중동 사태에 따른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될 전망이다. 이른바 '전쟁 추경'으로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내수와 수출 위축 등 경제 침체에 대응하고, 동시에 민생 안정을 도모하는 전방위 지원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25일 열린 취임식에서 “재정은 곳간에 쌓아두는 재보(財寶)가 아니라, 경제의 실핏줄마다 온기를 전하는 '살아있는 에너지'"라며 “민생의 고통이 깊어지는 지금 좌고우면하지 않고, 추경안을 신속히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경 주요 사업으로 유류비·물류비 경감과 서민·취약계층 민생 안정, 피해 수출기업 지원 등을 준비 중이다. 25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다음 주 국회에 제출하고, 이르면 4월 초까지 신속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수급 비상이 걸린 나프타, 요소수 등 주요 품목의 공급망 안정화 사업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로 '산업의 쌀'로 불리는 핵심 소재다. 수급 차질로 국내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타격이 커지자, 정부는 나프타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를 도입하는 정유사에 대한 지원 사업도 반영된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수입처 다변화를 위해 대체 수입한 기업에 비용 일부를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중동 전쟁 피해 산업에 대한 지원은 고유가에 따른 물류비와 유류비 경감 사업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취약계층 중심으로 지역화폐 형태의 민생 회복 지원금 지급 사업도 추진된다. 민생 지원금의 경우, 정부가 초과 세수의 40%를 지방교부세와 지방재정교부금으로 배분해야 한다. 지난해 정부는 1인당 15만~55만원 민생 지원금으로 총 13조9000억원의 재원을 투입했다. 이번에도 정부가 가용할 재원은 10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추경과 관련해 “현금으로 주는 것보다는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해야 골목상권에 돈이 빨리 돌고 경기 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도 추경안에 담긴다. 최근 기업의 신규 채용 축소 등 고용난 심화로 '쉬었음' 청년이 50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서다. 박 장관도 청년 일자리 사업 관련 추경 편성을 시사했다. 그는 “추경 목적 중 하나는 대량 실업 대응도 있는 만큼 청년과 관련한 고용·일자리 사업을 추경에 반영해야 한다"며 “쉬었음 청년을 포함해 효과적인 보강책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와 에너지 공급망 대응, 피해 업종 지원 목적의 '전쟁 추경' 편성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물가 상승으로 서민과 취약계층 부담이 커지면서 지역화폐 형태의 민생 지원금, 고용절벽에 내몰린 청년 일자리 지원 등이 포함되면서 추경 사업과 규모가 예상보다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추경 규모도 당정 협의를 거치면서 10조원 대에서 25조원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로 활용해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연간 100조원 넘는 재정적자 우려 속에 추경으로 돈이 풀리면 물가 상승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 확장책을 써 온 정부가 고물가 상황에서 또 돈 풀기식 추경을 하면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며 “추경을 최소화하되 에너지 바우처 등 취약계층 지원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도 “중동 사태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추경은 한꺼번에 지원하기 보다 당장 급한, 필요한 정도로 할 필요가 있고, 부담이 큰 취약계층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4월 위기설’ 고조…“비축유 포함 90일 버틸 물량”

정부가 원유 수급에 문제 없다며 '4월 위기설' 진화에 나섰지만, 비축유를 포함해 버틸 수 있는 물량은 90일분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나와 비상이 걸렸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에 대비해 중동 외 수입선 다변화로 원유를 확보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산업통상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대체 물량 확보, 비축유 방출 등을 통해 4월 중 수급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민간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4월 중순부터 비축유를 방출할 계획이다. 또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도입하기로 한 원유 2400만배럴 중 3월 말과 4월 1일 두 차례 400만배럴을, 4월 초중순부터 나머지 물량을 들여올 예정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 특사로 UAE를 방문했던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6일 UAE로부터 원유 600만배럴를 확보한 데 이어 1800만배럴을 긴급 도입한다고 밝혔다. 또 각 정유사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대체 경로를 통해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4월 중 국내 원유 수급에는 차질이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4월에 도입되는 원유 물량이 평소보다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대체 물량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4월 중순에는 비축유 방출까지 계획돼 있어 전체 수급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보유한 비축유는 민간 보유 9000만배럴 포함 1억9000만배럴로 추산된다. 정부 계산으로는 최대 208일분에 달하는 물량이지만 수출량은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우리나라의 항공유 등 수출 포함 하루 석유 소비량이 280만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1억9000만배럴 방출에 따른 재고는 68일분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와 달리 정유업계 사이에서 4월 위기설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UAE 도입 2400만배럴, IEA와 공조해 풀기로 한 비축유 2200만배럴 등을 합하면 약 2억3600만배럴, 이는 90일 정도 쓸 수 있는 분량으로 전쟁이 장기화되면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예상대로 4월을 넘기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3개월 이상 길어지면 원유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는 의미다. 현재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70%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들여오는 상황이다. 봉쇄가 장기화될수록 원유 수급 불안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정유업계들도 대체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했지만, 이 또한 업계 부담이 커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체 공급선의 경우, 대부분 단기 계약이라 중동산 원유에 비해 도입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운송 거리도 길어져 운송비 부담도 커진다. 러시아산 원유 도입에도 정유사들은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러시아 제재 완화 조치로 정부는 업계와 함께 러시아산 원유·석유제품 수입도 물색 중이다. 반면 정유사들은 품질 문제와 금융 결제 리스크, 제3자 제재 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남미산 등도 대체 공급선으로 거론된다. 이마저도 중동산 원유의 도입 기간이 25일인데 반해 북미산은 40일 이상 걸려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유 교수는 “오래 걸린다 하더라도 중동 외 나라로 수입 대체선을 넓혀야 한다"며 “사우디아라비아 쪽에서 수에즈 운하를 통해 지중해로, 또는 홍해로 수입하는 대체 운송 경로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송영관 KDI 선임연구위원도 “이제는 외교의 시간으로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풀기 위해 이란과의 협상이 중요하다"며 “수입선 다변화와 함께 에너지 공급망 확대로 자원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중동사태 3월 넘기면…KDI, 경제성장률 1%대 회귀” 경고

중동 사태가 4월까지 지속될 경우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에서 1%대로 회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고물가에 고환율까지 겹치며 내수는 물론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지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부는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두바이유가 158달러를 기록하는 등 최근 국제유가 상승 속도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보다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는 유례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전날 고유가 대응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중동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금융·세제 정책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전쟁 장기화 시 성장률 1%대 하향 조정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추경은 최소화하되 준전시 상황에 준하는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당초 재정경제부는 올해 한국 경제의 2% 성장을 전망했고, 한국은행도 내수 회복세와 반도체 수출 호조를 근거로 수정 전망치를 2%로 제시했다. 하지만 중동 사태 발발 후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성장 전망에 대한 재조정 가능성이 끊임없이 거론된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중동 전쟁이 이달까지 종료되지 않고 4월까지 지속되면 2% 성장은 장담하기 어렵고, 1%대로 하향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두바이유(현물) 가격은 배럴당 158.85 달러(지난 20일 기준), 환율도 장중 1512.1원(23일 기준)을 기록했다. 고유가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은 국내 물가를 끌어올렸고,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 심리도 위축세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이 길어지면 세계 교역이 축소되고, 공급망 불안에 따른 에너지 수급과 물류 차질, 유가 급등으로 수출기업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수출 호조세를 견인해왔던 반도체의 경우, 항공 운송 차질로 인한 운송 지연과 물류비 상승 압박을 면치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반도체 생산은 전력 소비가 크다는 점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8개월 만에 경기 하방 위험을 공식 경고한 데 이어, KDI 역시 유가 상승이 설비 투자 위축과 공급 차질로 이어져 내수와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평가했다. 조성중 재경부 경제분석과장은 “사태의 장기화 여부를 예단하기 어려워 수치가 어떻게 변할지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이달 말까지 25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논의 중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추경의 신속한 편성뿐 아니라 금융·세제·규제 혁신을 활용한 정책 프로그램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또한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한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 장기화로 하방 압력이 커질 경우 추경 효과도 한계가 있어 올해 성장률 1%대 조정이 현실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일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경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p)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글로벌 교역량 축소와 에너지 공급 차질 등 충격이 불가피해 1%대로 다시 조정될 수 있다"며 “에너지 위기가 재정 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추경은 최소화하고 서민층의 물가 부담을 줄이는 세밀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송 연구위원도 “에너지 수급뿐 아니라 식량, 비료 등 농업과 제조업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준전시 상황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정부가 이달 중 휘발유, 경유 등을 수출 통제 품목으로 한시적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롯데케미칼-여천NCC, 석화사업 ‘2호 재편안’ 제출…공정위도 ‘기업결합’ 신속 심사

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DL케미칼 등 3개사와 여천NCC 간 설비 통합 목적의 여수 석유화학(석화) 사업재편 최종안이 나왔다. 지난달 정부가 승인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 사업재편안인 '대산 1호 프로젝트'에 이어 두 번째다. 정부는 구조변경, 사업혁신 등 사업재편 요건을 면밀히 심사해 금융 등 기업지원 패키지를 마련할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롯데케미칼·여천NCC 간 기업결합 관련 사전 심사에 착수했다. 산업통상부는 20일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기지 여천NCC와 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DL케미칼 3개사가 참여하는 '여수 1호 프로젝트' 사업재편 계획서 최종안이 제출됐다고 밝혔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지분 50%씩 갖고 있는 합작회사다. 롯데케미칼은 여수 산단 내에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중심으로 공장을 운영 중이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에틸렌 공급 과잉에 따라 여천NCC 1∼3공장 가운데 1·2공장을 추가 폐쇄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천NCC는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과 합쳐 통합 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이로써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이 통합 법인의 지분을 1/3씩 보유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최종 제품 생산(다운스트림) 부문에서 각 사의 주력 사업을 신설 법인에 통합한다. 예컨대, DL케미칼의 폴리에틸렌(PE), 한화솔루션의 여수 PE·석유수지, 롯데케미칼의 기초소재 여수사업 부문 등이다. 이후 법인은 의료용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자동차·전선용 기능성 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POE)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사업재편계획 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위원회는 구조변경, 사업혁신 등 사업재편 요건 충족 여부, 생산성 향상과 재무 건전성 확보 등 목표 달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한다. 이후 사업재편안이 최종 승인되면 정부는 금융·세제·연구개발(R&D)·규제완화 등 지원 패키지를 가동할 계획이다. 사업재편안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도 롯데케미칼·여천NCC의 기업결합 사전 심사 신청서를 접수하고 심사를 개시했다. 사전심사는 공정거래법상 회사가 신고 기간 전에 기업결합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 여부에 대해 공정위에 심사를 요청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경쟁의 실질적 제한 우려가 없다고 판단되면 기업결합을 승인한다. 기업결합을 위해 롯데케미칼은 여천NCC의 여수 공장 일부를 물적분할한다. 동시에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여수 공장 일부를 여천NCC에 현물출자한다. 이후 여천NCC는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과 합병해 통합 법인을 설립하게 된다. 공정위는 여수 지역 내 나프타분해시설(NCC)과 합성수지 제품 등의 생산이 통합되고, NCC에서 생산된 기초유분, 합성수지 등 다운스트림 제품 간 수직계열화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정위 기업거래심사 관계자는 “기업결합이 석화 산업의 전체 가치사슬과 인접 시장 및 중소기업 등 거래상대방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점 등을 감안해 면밀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석화 사업 재편으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고, 시장 경쟁력 확보 등을 도모할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여수·대산·울산 등 3개 석화 산단 내 16개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재편안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의 사업재편안인 '대산 1호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롯데케미칼이 110만t 규모의 공장 가동을 멈추고, HD현대오일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내용이다. 여수 1호 프로젝트에 이어 울산산단의 최종 구조개편안이 남아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그간 범용 중심 사업구조로 고전하던 여천NCC가 이번 사업재편에 성공한다면 효율성을 높이고 고부가 구조로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 석화 원료인 나프타 공급에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의 사업재편 관련 실사와 지원도 늦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장관은 “중동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석화 기업과 산업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기업들의 나프타 수급을 위한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역 경제와 고용,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관계부처와 협력해 면밀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에너지경제 여론조사] 국민 60%, 트럼프 요청 파병 ‘반대’...국내 첫 여론조사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 해군 파병을 요청한 것과 관련, 국민 10명 중 6명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분쟁에 연루되거나 군 인명 피해 등 파병 시 안보 리스크가 주된 이유였다. 다만 한미동맹 관계와 에너지 및 수출입로 확보 등 경제적 목적의 파병 찬성 응답도 다수 나와 실익과 안보 사이 팽팽한 대립 양상을 띄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20~30대 젊은층일수록 '찬성'이, 50~60대는 '반대'가 많아 파병을 둘러싼 세대 간 극명한 인식 차를 보였다. 1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상대로 '미국의 해군 파병 요청 관련 긴급 현안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60.9%는 파병에 반대했고, 이중 '매우 반대'가 37.2%로 가장 높아 국민들의 거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 의견은 34.4%였고, 이중 매우 찬성이 17.9%였다. 반대 응답이 26.5%포인트(p) 많았다. 연령·지역·이념 등에 따라 찬반 여론이 엇갈렸다. 연령별로는 20대(48.6%)와 30대(46.6%)에서 찬성 응답이 많았다. 반면 40대(66.3%), 50대(74.4%), 60대(64.7%) 등 4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는 반대 의견이 강했다. 지역별로 보면 찬성 응답이 서울(41.9%)에서 가장 높고, 대전·세종·충청(37.8%) 순이었다. 반대 의견은 광주·전라(76.7%), 인천·경기(64.3%) 등의 순으로 높았다. 전반적으로 파병 반대는 '분쟁 개입 및 군사적 위험 회피'에, 찬성은 '한미동맹 및 대외 신뢰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파병 반대 이유로 '미국 주도의 국제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 경계'(45.1%)가 가장 많이 꼽혔다. 다음 '군 인명 피해 및 교전 발생 위험'(36.4%), '파병 지역 및 인접국 관계 악화 우려'(13.7%) 등이 뒤를 이었다. 파병 찬성은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8%가 '한미동맹 강화 및 대미 신뢰 유지'를 이유로 들었다. 이어 '유사시 안보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 확보'(19.7%), '에너지 안보 및 수출입 항로 보호'(12.2%), '글로벌 국가로서 책임 이행'(8.5%) 등의 순이었다. 파병 결정 후 에너지 및 수출입로 확보 등 경제적 실익에 대해서는 47%가 '도움될 것', 47.3%는 '도움 안 될 것'으로 답해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리얼미터는 “해군 파병 반대는 대외 분쟁 개입에 대한 부담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한미동맹이란 외교적 명분과 석유와 같은 에너지 실익, 그리고 국제 분쟁이란 안보 리스크 간 인식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국민들은 주로 직접적인 군사 개입보다 인도적·비전투 중심의 제한적 지원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만약 정부가 해군 파병을 최종 결정한다면 '의료지원 및 해상 안전 감시 지원'(39.9%)에 그쳐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적 지원 및 인도적 구호 활동'(25.2%) 순이었다. '적극적 군사 지원'(13.9%), '연락 장교 파견 등 상징적 지원'(13.5%)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정부가 국익과 안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결정할 경우, 그 판단에 신뢰하는 경향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병 찬반 논란 속에서도 국민의 65.7%는 '정부의 최종 판단에 신뢰한다'고 답했다. 이중 '매우 신뢰함'(25.5%), '어느 정도 신뢰함'(40.2%) 등이었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7.9%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지난 17~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무선(100%) RDD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3.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