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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김하나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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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내라” 말 대신 SNS…관가 흔드는 李 대통령 한 줄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각 부처 장관들의 정책 성과를 직접 부각시키는 '리포스트(repost) 정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성과를 공개적으로 평가하고 정책 추진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부처에는 확실한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22일 본지가 이 대통령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20일까지 한달 간 총 9건의 부처 장관 등을 상대로 한 '리포스트'가 확인됐다. 날짜별로 보면 ▲지난달 24일 김민석 국무총리·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지난달 25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지난달 26일 구 부총리 ▲7일 하정우 수석 ▲9일 조현 외교부 장관 ▲13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14일 이금융위원장 ▲19일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등이다. 정책 분야별로 보면 경제·금융과 AI·산업 분야가 각각 4건, 2건으로 가장 많은 대통령 지원사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금융 분야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 강도가 가장 높았다. 이 대통령은 구 부총리에 대해 지난달 26일 “규칙을 어겨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되고, 규칙을 지키는 것이 손실이 되어서도 안 된다"고 언급하며 물가 및 시장 관리 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원했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별도 코멘트 없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보완, 고배당기업 분리과세 도입, AI 데이터 비용 세액공제 확대 등 세제 개편 방향을 담은 내용을 올렸다. 이는 정책 방향에 대한 '무언의 승인'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에도 금융위원회의 '주가조작 신고 포상제' 확대 방침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며 힘을 실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포상금을 상한 없이 부당이득의 최대 3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히자, 이 대통령은 해당 글을 리트윗하며 “이억원 위원장님 잘하셨습니다. 이제 주가조작 신고 시 수십억, 수백억 원을 포상금으로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대통령의 직접 홍보에 힘입어 해당 게시물은 리트윗을 포함해 게시 7일 만에 조회수 170만 여건을 기록했으며, 금융위원회 내부에서도 “역대 홍보 콘텐츠 중 가장 높은 반응"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외교 분야의 경우, 재외국민 보호 성과에 대해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조현 외교부 장관의 SNS 글을 리트윗하며 “외교부 잘하고 있다. 누구보다 빠르게, 안전하게"라고 평가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를 출발한 전세기가 중동 체류 우리 국민 등 206명을 태우고 무사히 귀국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이 대통령은 중동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민 안전"이라며 “현지 체류 국민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필요 시 우방국과 공조해 신속하고 안전한 철수 계획을 마련·실행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조 장관이 15일 군 수송기를 통해 추가로 204명을 귀국시켰다고 밝히자, 이 대통령은 SNS에 “기쁜 소식"이라고 재차 리트윗하며 대응 성과를 직접 강조했다. 민생 분야에서는 국민 체감도가 높은 물가 안정 성과에 대통령이 즉각 힘을 실었다. 19일에는 식용유와 라면에 이어 제과류·양산빵·빙과류 가격 인하 소식을 알린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게시물을 리포스트하며 “이런 성과들이 쌓이면 악명 높은 대한민국 고물가도 많이 시정될 것"이라고 적었다. 송 장관은 해당 글에서 “4월 출고분부터 제과류는 2.9~5.6%, 양산빵은 5.4~6%, 빙과류는 8.2~13.4% 가격이 인하될 예정"이라며 기업들의 가격 인하 동참을 설명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열심히 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도 아주 잘 하고 있다. 화이팅!"이라고 덧붙이며 유관 부처까지 함께 격려했다. AI와 산업 분야는 미래 전략 측면에서 집중 지원이 이뤄졌다. 지난 7일 하정우 수석에 대해 “열정과 실력, 그리고 시대와 국민에 대한 충심을 믿는다"고 평가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관련 게시물 역시 코멘트 없이 리포스트됐지만, 산업 정책과 현장 소통 행보를 대통령이 직접 공유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SNS '지원사격'이 부처 간 보이지 않는 경쟁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 부처나 인물에게 힘을 몰아주기보다는 경쟁 구도를 형성해 성과를 끌어내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괜찮은 인물을 발탁해 기회를 주고, 그 성과를 국민 평가에 맡기는 것이 대통령 역할이라는 소신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 SNS에 이름이 오르면 성과를 입증해야 하고, 빠지면 뒤처졌다는 인식이 생긴다"며 “이런 분위기가 부처 간 경쟁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SNS에 한 번 올라가면 해당 부처 내부에서도 '속도 내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며 “공식 지시보다 더 빠르게 전달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보내면 역풍, 늦추면 압박”…호르무즈 파병에 與·野 ‘전략적 침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구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전략적 침묵'에 들어갔다. 파병을 결정하면 민심 이탈이, 결정을 늦추면 미국의 통상·안보 압박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야의 공통된 기류는 '선(先)입장 표명 자제'에 가깝다. 외통위 소속 한 의원은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강하게 내는 데는 신중한 분위기"라며 “미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는 등 외통위 내부에서도 숙고론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통위 야당 간사인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사안은 성급하게 '파병을 한다, 안 한다'고 미리 결론 낼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미국과 협의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판단해야 한다"며 “지금 단계에서 정치권이 앞서 방향을 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일단은 즉답을 피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미국의 요청과 관련해 한미 간 충분한 논의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홍익표 정무수석은 지난 17일 한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압박과 관련해 “신중히 대응할 사안"이라며 “한미 관계뿐 아니라 국내 정치적 협의 과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교부와 국방부도 공식 요청 여부와 범위, 임무 성격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 역시 같은 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파병 그 자체에 대해 미국 측과 논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실제 여론은 정치권을 더욱 조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17~18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 요청에 따른 한국 해군 파병에 대해 반대는 60.9%, 찬성은 34.4%로 집계됐다. '매우 반대' 응답도 37.2%에 달해 국민적 거부감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병 반대 이유로는 '미국 주도 국제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 경계'(45.1%)가 가장 많았고, '군 인명 피해 및 교전 발생 위험'(36.4%)이 뒤를 이었다. 반면 찬성 응답자들은 '한미동맹 강화 및 대미 신뢰 유지'(56.8%)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 같은 여론은 정치권이 선뜻 입장을 내지 못하는 배경과 맞닿아 있다. 여당이 파병 수용 쪽으로 기울 경우 '미국 눈치보기'라는 비판과 함께 반전·평화 정서를 중시하는 지지층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미국 요구를 장기간 외면할 경우에는 에너지·수출입로 확보 등 실익을 고려한 찬성 여론도 적지 않은 만큼, 동맹 관리 부담과 외교적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시간 벌기'를 허용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정을 미룰수록 외교·통상 분야에서 추가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트럼프식 협상은 향후 방위비, 통상 현안, 품목 관세 문제로 압박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정부가 더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보복 가능성' 프레임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이어져 온 만큼 이번 사안도 같은 선상에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성격 자체가 다르다"며 “여러 나라가 파병 요구를 거절하고 있고 미국 내부 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 문제를 관세나 통상 압박과 연결시킨다면 오히려 그때는 더 버텨내야 할 사안"이라며 “동맹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온 상황에서 갑자기 '동맹의 의리'를 내세우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건 의원은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 통항을 확보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고, 한미동맹 관리도 중요한 요소"라면서도 “동시에 파병이 전쟁 참여로 이어지는 상황은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과 우리가 적대 관계도 아닌 만큼 불필요한 군사적 충돌은 피해야 한다"며 “세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가 협의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동의 여부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해외 파병 시 국회 동의를 요구한다. 다만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넓히면서 기존 파병 동의안의 작전 범위 확대 조항을 근거로 추가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군 주도 연합 작전 참여 여부와 임무 성격 자체가 달라질 수 있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더 우세하다. 김 의원 역시 “국회 동의 여부는 파병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별도의 부대를 파견하거나 연합 작전에 참여하는 경우라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이 떠올리는 또 하나의 기억은 2003년 이라크 파병이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미국의 이라크전 개시 직후 빠르게 파병안을 처리했지만, 추가 파병 문제를 둘러싸고는 정부·여당 내 이견과 정치적 부담이 겹치며 긴 시간이 소요됐다. 이번 사안도 유사한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파병 필요성을 느끼더라도 여론과 국회 절차, 지방선거까지 고려하면 속전속결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정치권 안팎에서는 '절충안' 가능성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미국 주도의 호위 연합체에 정식 참여하는 대신 청해부대 작전 범위만 한시 확대하는 방식으로 미국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도 이란 반발을 최소화하려 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독자 파견, 비전투 지원, 상징적 기여 같은 중간 지대를 찾으려는 시도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본지 여론조사에서도 선호하는 파병 형태로는 비전투 지원이 39.9%로 가장 높았고, 경제·인도 지원 25.3%, 적극 군사 지원 13.9%, 상징적 지원 13.5% 순이었다. 김준형 의원은 “파병이 전쟁 참여로 이어지는 방식이라면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인터뷰] ‘추경 7번 편성’ 안도걸 의원, “지금 안 쓰면 늦어…경제성장률 하락 방어”

두바이유가 기준 배럴당 100달러를 뚫은 지난 10일, 여의도에서 가장 바쁜 의원 중 한 명이 움직였다. 기재부 차관 출신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동남갑)이다. 코로나 1기 때 예산실장·차관으로 7번의 추경을 직접 설계한 그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터지자마자 당내 중동사태 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추경 예산 편성만 7번 해봤다.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추경을 많이 편성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대통령 발언과 법안 발의 사이, 그 간격이 유독 짧은 의원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1월 27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세외수입 징수율 문제를 “어느 세월에 될지 모른다"며 강하게 질책하자, 사흘 만인 30일 '국가채권 관리법 개정안'을 내놨다. 앞서 지난해 9월 대통령이 “배우자·일괄공제 금액은 올려야 한다"고 발언했을 때도, 46일 만에 동거주택 상속공제 확대와 공제 한도 상향을 담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냈다. 퇴직연금 기금화 공약이 나오자마자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으로 화답했다. 대통령이 SNS에서 자사주 소각 입법을 압박하기 전, 안 의원은 지난 1월 2일 '상법 개정안'을 선제 발의해뒀다. 이 법안은 3차 상법 개정안의 핵심으로 반영돼 본회의를 통과했다. 우연이 아니다. 안 의원은 대통령 당선 직후 국정기획위원회 기획분과 위원으로 향후 5년 국정과제 로드맵을 직접 설계했다. 123대 국정과제와 564개 실천과제를 도출했다. 대통령의 언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누구보다 먼저 아는 이유다. 본지는 지난 17일 오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안 의원을 만나 유가 폭등으로 성장률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추경 설계와 자본시장 과제, 금융의 미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안 의원과의 일문일답. - 이재명 대통령이 조기 추경을 강조하고 있다. 가장 큰 과제는. “현재 중동 사태로 인한 에너지 위기 극복과 고유가에 따른 물가 안정이 핵심이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가 위축되고 내수가 둔화되면서 경제회복이 더뎌진다. 재정이 선제적으로 방어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유류세 인하 확대, 에너지 바우처 확대를 통한 서민·소상공인 지원, 정책금융으로 중소기업 지원 등이 필요하다. 수입선 다변화 비용 증가분 지원도 포함해야 한다." - 이번 추경 편성,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재원 걱정은 크지 않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올해 15~20조원 초과세수가 예상된다.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이 가능해 인플레이션 압력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 1기 때 차관으로 7번의 추경을 편성한 경험에서 말하는데, 지금이 딱 추경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 에너지 위기 여파로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소득이 낮을수록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크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소득 하위 20%의 소득 대비 에너지 지출 비중은 10%로 상위 20%의 3.4%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 공공요금 인상 논의로 이어져 저소득층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또 석유화학업계는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 수급 차질까지 겹쳐 여수 등 석유화학 주력 지역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 추경만으로 성장률 하방 압력을 막을 수 있나.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을 보면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0.3~0.8%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 유가가 리터당 150달러까지 가면 물가상승률도 2.9%포인트 더 뛰게 된다. 실질소득이 줄고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다. 추경으로 소비 여력을 보완하면 내수 침체를 완화하고 하방 압력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 분석으로는 15조원 편성 시 성장률을 0.11~0.21%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됐다. 정유사가 국내 공급을 줄이고 수출에 나설 우려는. “그 부분을 연계 대책으로 막아뒀다. 수출 물량을 전년 동기 대비 100% 이내로 제한하고, 정유사 손실은 분기별로 산정해 재정으로 보전한다. UAE에서 600만 배럴 긴급 도입도 확정했고, 국가에너지기구(IEA) 결정에 따른 비축유 방출도 진행 중이다. 최고가격제와 수출 상한, 손실 보전을 세트로 운용하기 때문에 공급 축소 우려는 제한적이다." - 유류세 인하 카드는 병행할 수 있나. “최고가격제는 가격 상한을 설정해 급격한 인상을 막는 것이고, 유류세 인하는 원가 자체를 낮추는 것이다. 성격이 다른 정책이라 병행이 가능하다. 현재 휘발유는 7% 인하된 리터당 763원, 경유는 10% 인하된 523원이 적용 중이다.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인하 폭을 더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유가 급등이 코스피 상승 흐름에 발목 잡을 것으로 보나. “단기적으로는 충격이 있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2.9%에 달하고, 원유의 69%를 중동에서 들여오는 우리 경제 구조상 다른 나라보다 타격이 크다. 그러나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기업 펀더멘털은 여전히 양호하다. JP모건은 코스피 7500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단기 조정 이후 중장기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 '코스피 5000 특위'에서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위'로 명칭이 바뀌었다. “'코스피 5000'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으니 이제 본래 목적인 제도 개선으로 명확히 가자는 뜻이다. 세 차례 상법 개정을 완수했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은 아직 남아있다. 다음 과제는 의무공개매수제다. 지금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지배주주가 일반주주를 배제한 채 이중가격으로 거래한다. 의무공개매수제를 도입하면 경영자와 일반주주 사이 가격 차별이 해소된다. 합병 시 주가 인위 조작을 막기 위해 합병가액 산정에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종합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제2의 삼성전자, 엔비디아가 나올 수 있도록 벤처 모험자본 공급 기반도 더 넓혀야 한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나현 기자 knh@ekn.kr

[단독] 文·尹·李 대통령은 바뀌는데…‘불사조 기관장’ 11명·공석 40곳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장 11명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장이 아예 공석인 곳도 40곳에 달했다. 이재명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가 늦어지면서 핵심 공기업 수장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18일 기준 본지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공개된 총 344개 공공기관장의 임기 현황을 전수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이후 여전히 재직 중인 이른바 '불사조 기관장'은 최소 11명으로 집계됐다. 임기가 끝났음에도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직을 유지 중인 기관장이 9명, 연임 중인 기관장이 2명 등이다.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기술보증기금은 2021년 11월 김 이사장 취임 이후 4년 4개월째 기관장이 교체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감사원 사무총장 등 핵심 요직을 거친 김 이사장은 2024년 11월 3년 임기가 만료됐다. 하지만 바로 다음 달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고, 이후 대통령 선거 등이 잇따르면서 임원 추천 절차가 지연됐다. 연봉이 2억9000만원에 달하는 이사장 자리를 1년 4개월간 더 유지한 셈이다. 후임 이사장 공모는 지난 1월 2일에야 마감됐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가 복수 후보자를 추천한 단계까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술보증기금 관계자는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한 인선 절차는 기관 내부에도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완료 시점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병국 국제식물검역인증원장은 2022년 2월 취임 이후 4년 1개월째 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임기가 만료됐지만, '문·윤·이' 세 정부에 걸쳐 원장직을 수행 중이다. 후임 원장 선임을 위한 1차 서면 심사는 완료된 상태다. 면접을 거쳐 후보자 2명을 이사회 심의에 올린 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추천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김홍연 한전KPS 사장과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각각 2021년 6월, 2021년 4월 취임 이후 각각 4년 9개월, 4년 11개월 기관장을 맡고 있다. 박은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2022년 1월 취임 이후 4년 2개월),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2022년 2월 취임 이후 4년 1개월), 안호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2022년 3월 취임 이후 4년), 노수현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2022년 3월 취임 이후 4년) 등이 기관장을 유지하고 있다. 황철주 한국발명진흥회장은 2022년 12월 취임해 3년 3개월 재직 중이며, 오는 12월 임기 만료된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이후, 연임으로 장기 재직 중인 사례도 있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2021년 2월 취임 이후 5년째 재임 중이다. 지난달 선출로 인해 2028년 2월 24일까지 임기 4년 연임이 확정됐다. 권대근 경북대학교치과병원장도 2022년 1월 취임 이후 4년 2개월째 업무를 보고 있다. 그는 최초 취임 기준으로 총 6년 4개월간 병원장을 맡게 됐다. 병원 관계자는 “특별한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라며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해 정부 교체 시기와 우연히 맞물려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불사조 기관장'들의 연명 현상은 12·3 비상계엄과 탄핵 등으로 정국이 혼란에 빠지면서 후임 인선 절차가 사실상 중단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대부분 공공기관장은 관련 법률과 정관에 따라 임기가 끝나더라도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을 유지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제도뿐 아니라, 정치적 관행과 인적 특성까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공희준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법적 임기가 보장된 이상 강제로 교체하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현재 자리를 유지하는 기관장들은 제도와 개인적 '맷집'이 결합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불사조 기관장'들이 자리를 지키는 사이 주요 기관장 자리도 계속 비어 있는 상태다. 현재 공석인 공공기관은 총 40곳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도로공사, 한국공항공사, 강원랜드, 한국남동발전, 한국가스기술공사 등 연간 수조 원대 예산을 집행하거나 국가 기간시설을 운영하는 핵심 기관들이다. 이 때문에 현 정부의 인사가 늦어지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과거에는 다소 논란이 있는 인사라도 일괄적으로 내려보내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 정부는 전문성과 실용성을 더 따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른바 '낙하산' 인사조차 검증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인선이 더 늦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LH의 경우 국민 주거 정책의 핵심"이라며 “정부 출범 1년이 지나면 국정 방향이 정리되는 만큼 공공기관도 이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인선을 서두를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나현 기자 knh@ekn.kr

“국민 돈이 투기자본 자금줄 아냐”…與 “국민연금 공적 책임 다해야”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적 자금인 국민연금이 기업 지배구조와 노동자 보호를 위한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은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연금공단이 개정 상법 취지를 반영해 일반주주 권익을 훼손하는 안건에 원칙적으로 반대하겠다고 밝힌 것을 환영한다"며 “국민연금이 기득권 세력의 방패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자산을 지키는 공적 수탁자라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황 최고위원은 특히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이후 기업의 성장과 노동자의 삶은 안중에도 없이 자산을 약탈했고, 그 피해는 노동자와 지역경제, 실물경제 전반에 고스란히 남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 땀 흘려 번 돈이 이런 투기자본의 자금줄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국민연금은 약탈적 사모펀드와의 관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에 그치지 말고 보다 적극적인 공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 최고위원은 “국민연금의 원칙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의결권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투기자본과의 결탁을 단호하게 끊어야 한다"며 “투기자본의 횡포로부터 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는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원칙을 강화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원칙)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 소속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국민연금은 자산의 절반가량을 직접 운용하고 나머지는 위탁운용 방식으로 운용하는데, 위탁운용의 경우 국민연금이 자체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며 “직접 운용 자산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점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식 투자에 주로 적용되지만, MBK파트너스처럼 사모펀드를 통한 투자에서도 문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 사모펀드가 자금을 모집하는 과정에도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민연금이 공적 책임을 보다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정비에도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황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국민연금이 투기자본과의 결탁을 끊고 공공성과 책임투자 원칙을 확립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인터뷰] “원래 경유가 비싼 게 정상…‘세금 더 깎아주기’ 처방은 잘못”

정부가 중동 전쟁 여파로 급등한 기름값을 억제하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나섰다. 정부·여당은 유류세 추가 인하,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상향 등 대응책을 잇달아 검토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빠르게 반영되면서 서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눈에 띄는 건 이번 유가 급등에서 경유 상승 폭이 휘발유를 앞질렀다는 점이다. “원래 싸야 할 경유가 왜 이렇게 비싸졌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 상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20년째 주장해온 학자가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직속 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을 지냈고, 대한화학회장을 역임하면서 에너지·환경 정책에 대한 의견도 꾸준히 제기해 왔다. 1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경유가 비싼 게 정상"이라며, 오히려 지금 정치권이 내놓는 '경유 세금 더 깎아주기' 처방이 잘못된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정부가 꺼내 든 석유 최고가격제가 “극약 처방을 너무 일찍 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법에는 있었지만 한 번도 쓴 적이 없는 제도"라며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막혀 오일 쇼크가 실제로 일어났을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놓은 극약 처방"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덕환 명예교수와의 일문일답. - 이번에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더 가파르게 오른 이유가 뭔가. 경유는 원래 휘발유보다 싼 연료 아닌가. “그게 오해다. 오피넷을 살펴보면 경유의 공장도가격은 항상 휘발유보다 높다. 더 비싼 기름이다. 그런데 주유소에 오면 가격이 뒤바뀐다. 공장도가격은 경유가 더 비싼데 주유소 가격은 휘발유가 더 비싸다. 이렇게 만든 원인이 유류세다. 유류세가 경유보다 휘발유에 더 붙어 있다. 정부가 유류세를 이용해서 시장을 왜곡해온 것이다. 더 비싼 기름을 '싸구려 기름'으로 인식시켜버린 것이다. 그게 비정상이다." - 왜 경유가 더 비싼 게 정상인가. “경유와 휘발유는 정유 과정에서 함께 나오는 '결합 상품'이다. 소 한 마리를 잡으면 갈비와 등심의 양이 정해지듯, 원유를 정제하면 나오는 두 유종의 비율은 정유사마다 정해져 있다. 정유사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 그러니 가격은 순전히 시장 논리로 결정된다. 전 세계적으로 경유 수요가 상대적으로 더 많아, 경유가 더 비싸게 거래되는 게 일반적이다. 같은 양을 연소시키면 경유에서 더 많은 열량이 나온다. 그러니까 논리적으로도 비싼 게 합리적이다." - 그렇다면 왜 가격 구조가 역전됐나. “박정희 정부 때부터다. 우리나라는 1960~1990년대까지 정부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고시했다. 당시 경유는 '산업용 연료', 휘발유는 '소비성 상품'이라 해서 의도적으로 경유를 싸게 했다. 국민한테 휘발유는 고급이고 경유는 싸구려라는 인식이 완전히 고착화돼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DJ 정부 때 유류세를 도입하면서도 이 왜곡된 구조를 그대로 가져왔고, 오히려 경유 유류세를 더 낮게 설계했다." - 환경 문제와도 충돌하지 않나. “그게 가장 모순이다. 경유는 휘발유보다 오염 물질이 더 많이 발생한다. 경유차를 없애야 한다고 떠들면서 경유에 세금을 더 적게 물리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 정부 부처끼리 엇박자를 놓고 있는 것이다. 세제가 엉망이다." - 유류세를 조정하는 것이 최고가격제보다 더 직접적인 대책 아닌가. “유류세는 리터당 얼마로 정해진 종량세다. 기름값이 쌀 때는 주유소 가격의 40~50%까지 유류세가 차지했던 적도 있다. 기름값이 오르면 그 비율이 줄어드는 구조다. 지금도 리터당 700~800원씩 세금을 걷어가면서 최고가격제를 들고나왔다는 게 우스운 것이다. 그 세금을 안 걷으면 중동 사태가 나도 기름값이 2000원을 넘지 않을 수 있다." - 그런데도 정부가 이번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꺼낸 것은. “최고가격제는 법에 명시된 제도지만 한 번도 가동한 적이 없는 비상 수단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막혀 오일 쇼크가 실제로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 만들어놓은 극약 처방이다. 그걸 기름값이 좀 오르는 듯하니까 덜컥 꺼내 쓴 것이다. 더 심각한 건 이 제도의 작동 구조다. 차를 갖고 다니지 않는 사람도 근로소득세를 통해 차를 모는 사람의 기름값을 보조하는 구조다. 유류세를 인하하면 차를 쓰는 사람만 혜택을 받지만, 최고가격제는 차 없는 사람의 세금으로 차 있는 사람을 보조한다. 부유할수록 더 많은 기름을 쓰니 더 큰 혜택을 받는 역진적 구조다." - 지금 정치권은 경유 세금을 더 깎아주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게 잘못된 처방이다. 지금 기름값이 비싸서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정부는 아직도 유류세를 느긋하게, 과도하게 챙기고 있다. 유류세는 무차별적으로 모든 국민한테 부과된다. 돈 많은 사람은 유류세에 신경도 안 쓴다. 지금 유류세로 걷는 세금이 20조나 된다. 지나치게 과도하다. 유류세를 인하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완전히 개편해야 한다. 휘발유·경유는 생필품이지 사치품이 아니다. 유류세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고, 경유와 휘발유의 세율 역전도 바로잡아야 한다." - 유류세를 영수증에 본 적이 없다. “유류세는 영수증에 찍히지 않는다. 짜장면을 먹어도 부가가치세 얼마를 냈는지 영수증에 찍히는데, 기름값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유류세는 소비자가 얼마를 내는지 알 수 없도록 설계됐다. 소비자가 유류세를 낸 돈을 받는 건 주유소인데, 실제로 정부에 납부하는 건 정유사다. 정유사가 유류세 징수를 대행하도록 법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 구조 때문에 영수증에 찍히지 않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어준은 어쩌다 이재명 정부의 ‘부담 스피커’가 됐나

유튜버 김어준 씨가 최근 제기한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 거래설'을 둘러싸고 여권 내부에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결국 김 씨는 “이 사안은 더 이상 나아갈 것 같지 않다"며 한 발 물러섰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때 진보 진영의 대표적 '스피커'로 불렸던 김 씨가 과거 진보 진영이 비판했던 '조중동식 여론몰이'와 닮아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김어준 씨의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공소취소 거래설'을 방송한 것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 “정부에 부담되는 발언"이라며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장인수 전 MBC 기자는 해당 방송에 출연해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들을 만나 '이 대통령 공소를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말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검찰 입장에서는 정부가 거래를 원한다고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검찰개혁과 이 대통령의 공소 취소 문제가 연계돼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씨도 “장 기자가 큰 취재를 해왔다"며 해당 주장에 힘을 보탰다. 이에 “노골적인 정치 선동이다. 이제는 '찌라시(지라시)' 수준도 안 되는 음모론으로 이재명 정부를 공격하느냐"(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필요하다면 법적 조치도 해야 한다"(전용기 의원) 등 당내에서는 즉각 반발했다. 김 씨는 또 김민석 국무총리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씨는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 중동 이란 사태가 터지자, “중동 상황에 대응하는 국무회의도, 대책회의도 없었다", “회의가 없어 불안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총리 측이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관계 장관 회의를 개최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총리실과 김 씨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여론조사업체 '여론조사 꽃'이 서울시장 여론조사에 김 총리를 포함한 것과 관련, 김 씨는 “의사와 반(反)한다는 이유로 빼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자유고, 넣는 것도 이쪽이 결정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같은 김 씨의 행동은 정청래 대표의 연임을 위해 김 총리를 당권 도전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해 국민의힘 인사를 주로 고발하던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김한메 대표는 지난 9일 김어준씨를 고발까지 했다. 그는 “김어준의 시대는 갔다. 국민주권 이재명 정부에서 해악을 끼치는 진보 스피커는 '뉴이재명'이 거부한다"고 했다. 김 총리는 김 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처벌불원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 지지층은 김어준 씨가 지속적으로 정청래 대표 편에 선다는 것에 주목한다. 지난 2일 김 씨는 자신의 방송에서 KTV의 이 대통령 출국 현장 영상을 놓고 "대통령하고 정청래 대표하고 악수하는 장면이 없다“며 "마치 패싱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KTV 측은 의도적으로 편집한 것이 아니라 인파가 많아 제대로 찍지 못한 것이라 해명했지만 김어준씨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역시 큰 틀에서 정청래 대표를 옹호하는 행보로 해석됐다. 여권 내부에서는 김 씨의 영향력이 오히려 이재명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진애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팟빵 아고라'에서 “김어준 방송 위험하다. 티끌 같은 얘기를 태산처럼 부풀리는 거, 이런 일 예전에 누가 했나. '조중동' 이런 데가 했다. 비판하더니 이제 닮아가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김 씨는 논란이 확산되자 진화에 나섰다. 김씨는 12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 취소 거래설'과 관련해 “이 사안은 더 이상 나아갈 것 같지 않다"며 “애초 이 대통령은 그런 제안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거래가 있었다면 제안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로 거론된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도 “기자들의 추정으로 확인했지만 장관 역시 아니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성남시장 시절부터 수많은 검찰 수사를 겪고도 대통령이 된 이유 중 하나가 그런 검은 거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도 “누군가 대통령 이름을 팔았다면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경계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강하게 반발했다. 정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일각에서 뜬금없이 공소 취소 거래설이 난무하고 있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시절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재명 정부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해당 의혹을 처음 제기한 장인수 전 MBC 기자를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논란을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특검 추진 방침을 밝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거래설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대통령 탄핵 사유"라며 “민주당의 조작 기소 국정조사 추진과 대통령의 계속된 검찰 공격 등을 보면 정황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전쟁 틈타 폭리?”…‘횡재세’ 논쟁 번진 기름값

정부가 미국·이란 전쟁 이후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더 비싸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정유사와 유통업계의 '폭리'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당에서는 정유사들이 막대한 초과이익을 거둘 경우 이를 환수하는 이른바 '횡재세' 법안까지 발의했다.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향엽 의원실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7일까지 국내 보통휘발유 가격은 ℓ당 1692.89원에서 1889.40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경유는 1597.86원에서 1910.55원으로 상승했다. 출발점에서는 휘발유가 경유보다 95.03원 비쌌지만, 지난 7일에는 오히려 경유가 휘발유보다 21.15원 더 비싸졌다. 불과 일주일 만에 가격 차가 116.18원 뒤집힌 셈이다. 실제 일별 흐름을 봐도 경유의 오름세는 훨씬 가팔랐다. 보통휘발유는 지난달 28일 1692.89원에서 지난 1일 1695.89원, 2일 1702.07원, 3일 1723.04원, 4일 1777.48원, 5일 1834.28원, 6일 1871.82원, 7일 1889.40원으로 올랐다. 휘발유의 경우, 하루 최대 56.8원 상승한 데 그친 데 반면, 경유는 지난 4일 하루에만 94.15원, 5일에도 101.48원이 뛰며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휘발유 상승률이 4.8배, 경유는 7.3배에 달했다. 경유가 유독 더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특히 정치권이 주목하는 대목은 정유사의 가격 인상 과정이다.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SK에너지는 지난 3월 3일 주유소에 보낸 문자에서 3월 9일부터 ℓ당 휘발유 117원, 경유 221원을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하루 뒤 다시 문자를 보내 인상폭을 휘발유 179원, 경유 324원으로 수정했고, 3월 5일에는 휘발유 210원, 경유 445원 재차 변경했다. 더구나 공급 불안이 즉각적인 품절이나 물량 부족으로 이어질 상황도 아니라는 점에서 의문은 더 커지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우리나라의 원유·석유제품 비축량은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 중 세계 5위 수준이며, 비축 지속일수도 208일로 세계 6위에 해당한다. 이번 가격 급등이 실제 수급 위기보다 불안 심리를 선제 반영했거나 유통 단계에서 과도하게 전가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자연스럽게 '폭리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권 의원은 “국민 입장에서는 일부 정유사나 유통업자들이 전쟁 상황을 틈타 '이때다 싶어' 가격을 올리며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닌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고통을 한탕의 기회로 삼아 폭리를 취하려는 행위가 있는지 발본색원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정유업계 초과이익을 겨냥한 '횡재세' 논의까지 본격화하고 있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정유업체 등을 대상으로 초과이익에 법인세 20%를 추가 부과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상장된 석유 정제업자와 액화석유가스(LPG) 집단공급 사업자에 대해 직전 3개년 평균보다 이익이 5억원 이상 많을 경우, 초과 소득에 20%의 법인세를 추가로 매기겠다는 내용이다. 적용 대상으로는 SK이노베이션, HD현대 계열 정유사와 SK가스, E1 등이 거론된다. 장 의원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유업계의 초과 이윤 행태와 관련해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횡재세 도입을 두고는 신중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유사 초과이익을 이유로 특정 업종에 추가 과세를 하는 것은 사실상 중과세, 나아가 '삼중 과세'에 해당할 수 있다"며 “유가 상승기 이익만을 근거로 특정 산업을 겨냥한 과세를 도입하면 시장 왜곡이나 기업 활동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역시 '폭리'만으로 단정하기보다, 중동발 공급 차질과 경유 특유의 수요 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중동 지역은 경유 생산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전쟁으로 공급 불안이 커진 데다 군수·물류 수요까지 겹치면서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더 크게 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단독] “울산시장 후보 이미 정리”…김상욱 의원 선거법 위반 檢 고발 당해

울산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미 중앙에서 정리가 끝났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검찰에 고발됐다. 12일 본지가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고발인 A씨는 지난 10일 김 의원을 공직선거법상 당내경선운동 방해 및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장을 울산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A씨는 “김 의원이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중앙당이 울산시장 후보를 사실상 자신으로 정리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당내 경선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달 6일 울산 지역 케이블 방송인 JCN 기자와 통화 과정에서 “지금 사실은 우리 민주당의 다른 후보자들은 중앙에 지금 연이 아예 없는 분들"이라며 “이미 중앙에서는 정리가 끝나 있는데 나는 지금 본선만 생각하고 있고 당내 경쟁이 중요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JCN 방송을 통해 울산 지역에 방송됐다. 또 유튜브 채널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다른 울산시장 후보들이 자신이 국민의힘 출신이라며 견제한다"고 발언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경선에는 김 의원을 비롯해 안재현 전 노무현재단 울산지역위원회 상임대표, 이선호 전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 등 3명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A씨는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은 당시 울산시장 후보를 특정 인물로 정하기로 내부 정리를 한 사실이 없다"며 “김 의원의 발언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경선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에서 이미 후보가 정해졌다는 발언은 경선 결과가 의미 없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경선 운동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또 민주당 지지자들이 다수 시청하는 유튜브 방송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다른 경선 후보들이 김씨의 국민의힘 전력을 문제 삼아 견제한 바가 없음에도 이 같은 발언을 수 차례 했다는 게 A씨 주장의 골자다. 공직선거법 제237조는 위계나 사술 등 부정한 방법으로 당내 경선의 자유를 방해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특정 단체의 지지 여부 등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도 선거법 관련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2024년 총선 당시 선거 공보물에 재산을 실제보다 낮게 기재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김 의원 측은 “선거사무장의 단순 실수에 따른 기재 오류"라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나현 기자 knh@ekn.kr

‘침묵’ 장동혁·‘관망’ 오세훈·‘세몰이’ 한동훈…“당권 경쟁 본격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윤 어게인 반대' 결의문 채택 이후 사흘째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방선거 후보 등록을 미루며 당의 노선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는 대구와 부산 등 보수 텃밭을 돌며 장외 세 확장에 나섰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재건'을 둘러싼 차기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보수 진영 내부 권력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방선거 전까지 당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사실상 '로우키(low key, 저자세) 대응' 기조를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대표는 강성 친윤 지지층의 조직적 지원을 발판 삼아 당권을 잡은 만큼, 이들과의 전면적 결별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허무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절윤을 거부하면 중도 확장을 내세운 지선 전략 자체가 흔들린다. 이에 따라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취소를 요구하는 친한계(친한동훈계)의 요구에는 선을 긋는 동시에, 전한길 씨 등 일부 강성 지지층이 요구하는 '윤 어게인' 입장 표명 압박에도 반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9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절윤' 결의문을 채택했지만, 당 대표의 직접 발언은 없었다. 의총에서도 장 대표는 별다른 발언 없이 의원들의 의견을 듣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의문은 송언석 원내대표가 낭독했다. 일부 의원들이 장 대표에게 직접 발표를 요구했지만, 그는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장 대표는 입 꾹 닫고 한마디도 안 했다"며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김경율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도 “대표가 직접 발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성권 의원은 “원내대표가 결의문을 읽는 것은 의총 관례"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장동혁 대표의 대응은 당권 방어와 맞물려 있다. 김준일 정치평론가는 “장 대표가 침묵하는 이유는 두 가지"라며 “강성 친윤 지지층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지방선거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차기 당권에 다시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당이 사실상 '절윤' 노선을 공식화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도 커졌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8일 국민의힘 6·3 지방선거 후보 접수 마감일까지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다. 오 시장은 의원총회 직후 “비로소 수도권 후보들이 선거에 임할 최소한의 발판이 마련됐다"며 “드디어 변화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공천과 관련해서는 “당과 의논해 가면서 결의문이 어떤 방식으로 실천되는지 보며 결정하겠다"고 말해 출마 여지를 남겼다. 정치권에서 주목하는 것은 '원희룡 모델'이다. 2018년 원희룡 지사는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지 않고 무소속으로 제주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의 틀에 갇히지 않고 개인기로 독자 생존에 성공한 사례다. 오 시장이 이와 유사한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 공천을 거부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되, 한동훈 전 대표의 지원을 받아 선거에 나선다는 계산이다. 당선되면 최선이지만, 패배하더라도 '변화를 거부한 당의 구태 때문에 진 선거'라는 명분이 생긴다. '명분 있는 패배'를 통해 지선 이후 보수 재편의 주역으로 올라서겠다는 포석이다. 위험 부담도 적지 않다. 현직 서울시장이 소속 당의 공천을 거부하고 무소속으로 나서는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선택인 데다, 당내 이탈로 비칠 경우 중도층 결집이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오 시장이 당내 움직임을 지켜보겠다고 했지만, 이미 후보 등록 쪽으로 기울어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차기 권력은 오세훈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의원들이 상당히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명 이후 한 전 대표는 선거 출마 대신 보수 텃밭 순회를 선택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7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을 찾아 지지자들과 만나 “부산은 언제나 역전승의 상징"이라며 “보수 재건은 보수 정치인 당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 우리 모두 잘살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윤 어게인 한 줌 당권파가 이끄는 국민의힘"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현 지도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앞서 한 전 대표가 지난달 27일 대구 서문시장 등 방문 당시에는 일부 현역 의원들이 동행하며 그를 중심으로 한 '대안 세력'의 움직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는 지방선거 출마 여부와 거리를 두면서도 보수 지지층과의 접점을 넓혀 향후 정치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전 대표는 지방선거나 재·보궐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지금은 보수 재건에 집중하겠다. 선거 일정 나온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보수 분열' 책임론이 제기될 우려가 큰 만큼, 선거와 무관하게 전국을 돌며 지지 기반을 넓히는 방식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후보들이 싸우는 선거지만, 그 이후에는 당권 경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 전 대표는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보수 재편 과정에서 자신이 중심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나현 기자 kn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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