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이미지

서예온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서예온 기자 입니다.
  • 정치경제부
  • pr9028@ekn.kr

전체기사

서울시, AI로 행정 다시 짠다…오세훈 “이젠 동료로 받아들여야”

서울시가 인공지능(AI)을 공직 사회에 본격 도입하며 행정 혁신에 시동을 걸었다. 핵심은 AI를 단순한 업무 도구가 아닌 '행정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를 '창의행정 2.0'으로 규정하고, 서울시가 미래형 디지털 행정조직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22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AI 아이디어톤' 행사에서 오 시장은 “AI는 인간의 감성이나 윤리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창의성과 결합할 때 시민 행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이제는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다. 공무원이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고, AI가 이를 이어받아 조직 전체가 학습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강연 자료를 직접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공무원의 윤리성과 따뜻한 마음, 창의성이 더해질 때 AI는 최고의 행정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서울시 행정도 더 이상 지시-복종의 수직 구조가 아닌, 유기적으로 연결된 뇌처럼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아이디어톤은 직원들의 참여로 이뤄진 'AI 활용 아이디어 경진대회'로, 열흘간 총 375건의 제안이 접수됐다. 그중 내부 행정 프로세스 개선 5건, 시민 체감형 서비스 개선 5건 등 10건이 최종 발표 대상으로 선정됐다. 시는 제안자들이 제작한 영상과 발표를 토대로 현장에서 바로 심사·시상을 진행했다. 이중 '내부 개선' 분야에서는 AI 기반 공사비 산정, 홍보용 GPT 개발, 스마트 인사행정 아이디어 등이, '대시민 서비스' 분야에서는 AI 돌봄, 맞춤형 뉴스레터, 지능형 CCTV 개선 등 시민 일상과 밀접한 아이디어가 주를 이뤘다. 이날 '대상'은 천여 개 자재 단가를 자동 검색해 공사비를 계산하는 시스템을 제안한 재무국이 받았다. '최우수상'은 지능형 CCTV의 문제점을 보완해 기능을 고도화하자는 디지털도시국의 아이디어가 차지했다. 심사는 전문가 13인(70%)과 직원 평가단 100여 명(30%)이 현장 투표 방식으로 참여했다. 시는 앞으로 아이디어톤을 통해 발굴된 제안 중 즉시 적용 가능한 사안은 빠르게 정책에 반영하고, 나머지는 실현 가능성을 검토해 장기적으로 AI 활용 분야를 넓혀갈 계획이다. 특히 시민 체감형 아이디어는 빠르게 실행에 옮겨 서울시민이 변화된 행정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는 지난 2023년부터 '창의행정'을 도입해 현재까지 6000여 건의 아이디어를 접수했고, 이 가운데 133건이 실제 정책에 반영됐다. 단순 제안 수집을 넘어 공무원 스스로 혁신의 주체가 되는 문화로 뿌리내리고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창의행정과 AI를 결합한 아이디어 발굴을 지속 추진해 시민이 체감하는 정책 혁신으로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6·27 대책 3주만에 계약 취소 326건…“거래 절벽 신호”

정부가 발표한 '6·27 대출 규제 대책' 이후 불과 3주 만에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아파트 매매 계약 취소 건수가 300건을 훌쩍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월 한 달간 단 1건에 그쳤던 10억 원 초과 고가 거래 취소 건수가 7월 들어 44건으로 급증하면서 시장 전반에 심리 위축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규제 방향은 옳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대안이 빠졌다"며 거래절벽이 본격화되는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정부의 초강력 부동산 대출 규제가 시행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매매 계약 후 '해제사유 발생일'이 등록된 아파트는 총 326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133건, 경기도 193건이었다. 눈에 띄는 건 고가 거래의 흐름이다. 지난 6월에는 서울에서 10억 원이 넘는 거래 중 계약이 취소된 사례가 단 한 건뿐이었지만, 이달 들어서는 같은 조건의 해제 건수가 44건으로 폭증했다. 해제된 단지에는 서초·송파·강남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고가 아파트들도 포함됐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매수자의 불안심리가 고가 주택 거래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대책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수심리가 급격히 꺾인 것이 특징"이라며 “통상 매수심리의 위축은 관망세를 거쳐 급매 출회, 실거래 감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있다면, 현재는 그 2단계 초입쯤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 지표도 이를 방증한다. KB부동산 매수우위지수는 6.27 대책 직후 2주 연속 하락하며 서울은 60.6까지 떨어졌다. 강남 11개 구의 심리 낙폭은 18.6%로, 강북 14개 구보다 더 컸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계약을 했지만 대출이 막히거나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꺾이며 '차라리 포기하자'는 심리가 커지고 있다"며 “7월까지 계약 해제가 늘고, 8월부터는 거래 자체가 줄며 '정지 상태'에 진입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직방도 이날 발표한 자료에서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했다. 대책 발표 전후(6월 10일~7월 15일) 수도권 아파트 중위 거래가격은 6억6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1억6000만 원 낮아졌고, 전용면적도 84㎡에서 75㎡로 줄었다. 같은 기간 거래량은 2만474건에서 5529건으로 73% 급감했다. 직방은 “대출 제한으로 자금 부담이 커지면서 거래 가능한 아파트의 조건 자체가 바뀌었다"며 “이제는 대출력이 아니라 자금력이 시장 참여를 결정짓는 기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 보호 장치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 소장은 “대환대출이나 이주비 대출처럼 서민 보호 장치가 빠졌고, 설계가 부족하다"며 “정책 취지엔 공감하지만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여파가 청약시장과 경매시장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중도금 대출을 잔금대출로 전환할 때 6억 원 한도가 적용되고, 세입자의 전세대출도 제한되면서 분양권 입주자나 경락인 모두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박원갑 위원은 “고가 주택부터 조정 흐름이 시작되고, 이후 중저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은 반사이익이 크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격 메리트를 노린 '갭 메우기' 수요가 일부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분양 일정·가격 바뀐다”…건설사들, 대출 규제에 전략 수정

정부가 6·27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건설사들이 분양 전략을 서둘러 손보고 있다. 내부적 시장 반응을 주시하며 청약 시기나 분양 조건을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대출 한도 6억 원이라는 기준이 지역과 평형, 금액에 따라 다르게 작용되면서 건설사들도 분양 전략을 더욱 세분화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6·27 대책 이후 건설사들이 바뀐 수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분양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일부 단지는 일정을 연기하거나 미정으로 돌렸고, 다른 단지들은 조건 조정에 나서고 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6월 말 조사 당시에도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미뤄진 사업장들이 일부 있었다"며 “수요자 반응이 민감하게 바뀌는 분위기라 건설사들도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무순위 분양 등 비규제 단지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이어지는 추세"라면서도 실제 청약 전환율은 수치로 확인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분양 현장에서는 지난 6.27 대출 규제가 시장 전체를 일률적으로 흔들지는 않는 만큼 지역별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예컨대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은 청약 경쟁률이 여전히 높고, 지방에서도 규제 대상이 아닌 곳들이 반사 이익을 얻으면서 분양 여건이 양호해지고 있는 만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분양 조건-일정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구처럼 지방 주요 단지는 여전히 경쟁률이 높고, 강남도 20억 원에서 30억 원대 고가 아파트가 큰 영향 없이 분양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강남을 겨냥했겠지만 정작 타격은 10억 원 이상 중대형이 몰린 경기 외곽 중간 입지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분양가가 6억 원에서 8억 원 수준인 중소형 단지는 규제 영향이 적지만, 10억 원을 넘는 중대형 단지는 중도금 대출 제한에 걸려 분양 시기와 조건을 다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은 규제에서 제외돼 기존 일정대로 가고 있지만 서울은 중도금 대출, 주택담보대출 모두 사실상 막혀 신규 분양뿐 아니라 재건축과 재개발도 관망세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기조가 단기간에 바뀔 가능성이 낮아 건설사들도 상황을 지켜보며 분양 시기나 조건을 조정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거래 흐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아파트 중 10억 원 초과 거래 비중은 1월 1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23.9%였으나 규제가 적용된 28일부터 지난 16일까지는 12.1%로 줄었다. 같은 기간 5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40.1%에서 50.4%로, 5억 원에서 10억 원 구간은 36.1%에서 37.5%로 각각 늘었다. 고가 아파트 수요가 줄고 중저가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흐름이 나타났지만 10억 원 초과 아파트의 평균 거래가격은 오히려 상승했다. 대책 시행 이후 10억 원 초과 아파트는 평균 2.8% 상승해 5억 원 이하 구간과 5억 원에서 10억 원 구간의 상승률인 0.9%를 크게 웃돌았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3.6% 올라 전체 상승세를 이끌었고 경기도는 0.5% 상승, 인천은 6.1% 하락했다. 재건축 기대가 반영된 노후 단지의 상승폭은 더 컸다. 10억 원 초과 아파트 중 준공 30년 초과 단지의 평균 매매가는 7.3% 올라 신축 단지의 상승률인 3.8%의 두 배 수준이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시세차익을 노리는 수요가 고가 시장을 지탱하는 구조"라며 “정부가 억제하려는 실수요자들은 중도금 대출 제한에 막혀 청약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0억 원 넘는 소형 평형은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고 지방은 규제 밖이며 강남은 청약 경쟁이 치열하다"며 “정작 타격은 수도권 외곽 중간 입지에 집중되고 있어 정부가 잡으려는 시장과 실제로 조이는 시장이 어긋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AI로 화재 예방하고 견적 뽑아”…건설사들 디지털 중무장

건설사들이 인공지능(AI) 기반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전설계, 공사비 산정 등 전통적인 시공 업무를 넘어 입주민의 생활 편의와 학습환경까지 AI를 적용해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화재 시뮬레이션 전문기업 메테오시뮬레이션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디지털 트윈 기반의 화재 안전설계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실제 건물을 가상공간에 복제한 뒤 AI가 수천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피가능 시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설계 해법을 제시하는 기술이다. GS건설은 이 시스템을 성수전략 제1정비구역, 서초진흥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이번 기술은 단순한 소방 설계 보조를 넘어 도시정비사업에서 안전성과 설계 혁신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디지털 트윈 기술이 주거시설뿐 아니라 터널, 병원, 공공시설 등 다양한 구조물로 확장될 가능성도 열려 있어, 향후 도입 범위는 더 넓어질 전망이다. 롯데건설은 공사비 산정 과정에 AI를 도입했다. 자연어 처리 기반의 견적 산정 시스템은 설계 도면과 공종 명세를 자동 매핑해 단가를 예측한다. 기존에는 경험자 중심의 수작업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AI가 수천 개의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객관적인 공사비 예측을 돕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복잡한 원가 내역 체계를 AI가 표준화하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며 “향후 시스템을 지속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AI 기술을 입주민 대상 서비스로 확장했다. 최근 강남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단지에 도입한 'H 스마트스터디'는 국내 아파트 최초의 AI 기반 학습관리 플랫폼으로, 학생의 공부 시간·자세·집중도·학습 패턴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루틴과 코칭을 제시한다. 학부모는 전용 앱을 통해 시각화된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고, 멘탈 케어 기기와 온·오프라인 연계 학습 콘텐츠도 함께 제공된다. 같은 단지에는 의류 리워드 수거 시스템 'H 업사이클링'도 함께 도입됐다. IoT(사물인터넷) 기반 수거함에 옷을 넣으면 품질에 따라 등급 분류돼 보상금이 자동 정산되는 방식이다. 현대건설은 해당 기술을 적용해 실생활 속 자원 순환 체계를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주거 현장에 실질적 효용이 있는 기술이 적용되면서 과거 '스마트홈'이 보여주기식 마케팅에 머물렀던 것과는 다른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AI 기술은 점점 하드웨어 중심에서 입주민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고 맞추는 '서비스형 플랫폼'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술 내재화 흐름이 단순 홍보를 넘어 정비사업 수주 경쟁력 확보와 주거 상품 차별화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브랜드와 입지가 청약 성패를 갈랐다면, 지금은 디지털 설계 경쟁력과 커뮤니티 콘텐츠가 소비자 선택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며 “AI·IoT 기술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추가 투자냐 철수냐”…기로에 선 GS건설의 모듈러 주택 사업

GS건설이 2020년 인수한 영국 모듈러 자회사 '엘리먼츠 유럽(Elements Europe)'을 결국 청산하기로 하면서 모듈러 주택 사업 전략이 기로에 섰다. 업계 일각에선 애초에 무리한 투자였다며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GS건설은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활로를 찾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영국 본사의 자회사 엘리먼츠 유럽에 대한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2020년 1월 약 342억 원을 투입해 지분 75%를 인수했지만, 이후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손실 규모가 인수 금액을 넘어서게 됐다. 매각도 어려운 상황이 되자 결국 약 1000억 원에 달하는 청산 비용을 감수하고 사업을 접기로 했다. 엘리먼츠 유럽은 중고층 아파트, 호텔, 병원 등을 대상으로 스틸 프레임 기반 모듈러 건축물을 제작·시공하는 업체로, GS건설은 유럽 모듈러 시장 진입을 위해 해당 회사를 인수했다. 당시 폴란드 자회사 '단우드(Danwood S.A.)'와의 연계 확장도 구상했지만 실적은 정반대로 흘렀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관세 혜택 소멸, 인력 수급 불안정, 코로나19에 따른 자재·인건비 급등까지 겹치며 사업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인수 첫해 순이익은 400만 원에 그쳤고, 2022년과 2023년엔 각각 20억 원, 259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해 446억 원, 올해 1분기에도 약 470억 원의 손실이 더해지며 적자가 누적됐다. GS건설은 이번 청산이 전략적인 선택으로 사업 철수 여부 등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재정비하는 차원에서 청산을 결정한 것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내실경영의 일환"이라며 “영국 사업 철수와는 별개로, 국내 자회사와 공장을 중심으로 스틸모듈러 기술을 내재화하고 사업은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GS건설 측은 또 이번 청산이 내부 문제가 아닌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현지 청산 관리인을 선임해 절차를 진행 중이며, 추정 손실은 이미 회계에 반영됐다"며 “독일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자회사 단우드를 중심으로 유럽 내 시장 확장은 계속 모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또 영국에서 습득한 중고층 스틸모듈러 기술을 국내 사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프리패브 공법 확장을 위해 하이브리드 구조,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주택 등 다양한 제품 개발도 진행 중인 만큼 기술 확보 차원에서는 '남는 장사'를 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GS건설의 모듈러 주택 사업 전략이 “너무 앞서나갔다"는 시각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모듈러는 공기를 줄이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소비자 인식 부족과 디자인·품질 제약으로 아직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 없이 기업이 모든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에서는 기업이 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도 “모듈러는 빠른 공기, 저렴한 가격, 높은 품질이라는 세 요소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며 “시장 정착까지는 충분한 검증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GS건설 사례는 타 건설사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와 현대건설 등 다른 기업들도 자체 또는 협력 생산라인을 통해 프리패브 기반 모듈러 유닛을 제작·실증하고 있지만, 아직은 뚜렷한 대형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기술 선점보다 수익성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교훈을 보여줬다"며 “고금리와 자재비 상승으로 인해 모듈러조차 손익 계산이 쉽지 않은 사업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모듈러 주택이 갖고 있는 장점이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미래 주택 시장의 주력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을 통해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권 교수는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 같은 정형화된 유형에선 가능성이 있지만, 공동주택 등 대규모 공급에 있어선 기술적·제도적 한계계가 있다"면서 “기업의 부담으로만 넘기지 말고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개포우성7차 분담금 ‘무이자’ 파격 조건…대우건설 수주 총력전

대우건설이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의 대어로 꼽히는 개포우성7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부담금 일부 무이자 융자 조건을 내거는 등 총력전에 나섰다. 수익성을 양보한 채 파격적 조건을 제시해 공사를 따내겠다는 각오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최근 개포우성7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필수사업비에 한해 CD(양도성예금증서)+0% 금리를 제시했다. 사실상 무이자 수준이다. 다만 조합원 분담금 전체가 아닌 법령상 허용된 필수사업비 범위에서만 적용되는 조건이다. 여기에 공사비 외에 민원 대응비, 청소·쓰레기 이송 등 각종 부대비용까지 모두 견적에 포함해 '보이는 수치보다 실질 혜택'을 강조했다. 이는 단기 수익보다 장기 포지셔닝에 무게를 둔 전략이다. 개포우성7차는 대우건설이 리뉴얼한 고급 주거 브랜드 'SUMMIT(써밋)'이 강남권에 처음 적용되는 사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강남권에 당사 랜드마크가 적은 상황에서 이번 사업은 압구정·성수·목동 등으로의 시장 진입을 위한 전략적 거점"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이 내세운 설계 콘셉트는 조망과 개방감에 방점을 뒀다. 전체 1130가구 중 622가구(약 55%)에 3면 개방형 평면을 적용했고, 대모산·탄천·양재천 조망이 가능한 창호 설계도 반영했다. 동(棟) 간 간격을 넓히고, 남측 단지와의 간섭을 줄이는 배치를 통해 사생활 보호 효과도 극대화했다. 단지명은 '써밋 프라니티(Summit Pranity)'로, '고요한 정점'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삼성물산과의 경쟁에서도 '차별화 전략'으로 대응했다. 삼성은 1만4000㎡ 규모의 커뮤니티 시설과 AI(인공지능) 주차, 스카이 커뮤니티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면, 대우건설은 실사용 면적과 조망·통풍 등 주거의 본질에 초점을 맞췄다. 대우건설의 최근 실적은 녹록치 않다. 지난해 대우건설의 영업이익은 4031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2% 감소했고, 매출도 9.8% 줄어 10조5036억 원에 머물렀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전년보다 16.5% 줄었고, 당기순이익도 36.6% 감소했다. 연간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회사 측은 “해외 수주는 늘고 있으나 실적으로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며 “이 때문에 국내 정비사업에서 전략적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우건설이 수익성 보다는 수주 자체를 목표로 정하고 총력전에 나선 배경에는 강남권 하이엔드 시장에서 브랜드 존재감을 각인시키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비사업이 사실상 서울의 유일한 주택공급 통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랜드마크 재건축 단지를 수주하면 다른 곳에서도 경쟁력으로 삼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노출을 택한 수주전'으로, 대우건설이 하이엔드 이미지 구축에 전사적으로 나선 셈"이라며 “삼성·현대에 비해 강남권에서의 선호도가 비교적 낮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이번 개포우성7차 수주전을 기필코 승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오세훈 “주택진흥기금 도입해 공급 속도…빚내기식 부양엔 반대”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에 '공공주택진흥기금'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며 주택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기금을 통해 토지 매입 지원, 건설자금 융자 및 이자 지원 등 실질적인 재정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정부의 소비쿠폰 지급과 같은 '빚내기식' 경기부양에 대해서는 “통화량 증가가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오 시장은 16일 시청에서 열린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용적률·건폐율 등 도시계획적 인센티브뿐 아니라, 주택진흥기금을 통해 보다 강력하고 직접적인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서울시는 토지 매입과 건설 자금 조달 등 공급 전 과정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기금은 오 시장이 최근 오스트리아 빈 출장을 계기로 처음 언급한 정책이다. 민간의 활력을 공공주택 공급에 활용하기 위해 공공이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민간이 과감하게 투자하게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오 시장은 “공공이 재정을 투입해 민간이 과감히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서울시가 주택공급의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이와 함께 정부의 부동산 가격 안정화 목표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최근의 경기 부양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경계했다. 그는 “신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화시키겠다는 목표는 120% 동의한다. 그러나 통화량이 늘면 집값은 반드시 오른다. 예외가 없다"며 “이율배반적인 정책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지방정부에 비용을 전가해 지방채 발행을 유도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빚내서 돈 푸는 정책'"이라며 “통화량 증가가 시차를 두고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최근 시행된 6·27 대출 규제에 대해서도 “6억 이하 대출 제한은 효과가 있지만, 갑작스러운 시행으로 국민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며 “예측 못한 불이익과 불편을 겪는 국민들이 많고, 시간이 지나면 정책에 대한 저항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정책 집행자들은 반드시 통화량과 집값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며 “빚내기식 경기 부양으로는 시장 안정화에 오히려 역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오 시장은 취임 4년 차 시정 화두로 '삶의 질 르네상스'를 제시하고, '약자와의 동행'과 같은 기존 정책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반기에는 서울시 전용 인공지능 언어모델(LLM) 시스템을 도입해 행정 효율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그는 “임기 1년을 '마무리'가 아닌 새로운 시작의 시간으로 삼겠다"며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라면, 시민 한 사람의 하루도 세계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6월 서울 집값 상승폭 대폭 확대…강남3구·마용성 2%대 급등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던 전국 집값이 지난달 다시 상승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비롯한 서울 주요 지역에서 상승폭이 대폭 확대되며 전국 집값 반등을 견인한 것이다. 그러나 6.27 부동산 대책 이전의 통계치로, 정확한 최신 흐름을 알기 위해선 다음달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14% 올랐다. 5월 0.02% 하락에서 흐름이 반전된 것이다. 올해 들어 집값이 다시 오름세로 접어들며 전국적인 회복 흐름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서울은 0.95% 상승해 전월(0.38%)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오름폭을 기록했다. 수도권은 0.37% 올라 전월(0.10%)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고, 지방은 -0.09%로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낙폭은 다소 줄었다. 지역별 편차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하락 흐름은 둔화되고 있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뚜렷해지는 추세다. 서울 내에서는 송파구가 2.38%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잠실과 신천동의 대단지 아파트들이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남구는 압구정·개포동을 중심으로 2.20% 상승했고, 서초구는 반포·잠원동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2.11% 올랐다. 강동구는 명일·고덕동 대단지를 중심으로 1.70%, 동작구는 흑석·대방동 위주로 1.17% 상승했다. 강북 지역에서도 상승세가 뚜렷했다. 성동구는 행당·옥수동을 중심으로 2.17% 올랐고, 마포구(1.66%)는 대흥·공덕동, 용산구(1.62%)는 이태원·이촌동 일대에서 상승세가 나타났다. 광진구는 0.77%, 서대문구는 0.55% 각각 상승했다. 이 가운데 강남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상승률은 2% 안팎에 이르며 서울 전체 집값을 끌어올리는 중심축 역할을 했다. 이들 지역은 지난 3월 24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집값 강세는 꺾이지 않았다. 규제에도 불구하고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도는 0.11% 상승하며 전월(-0.05%)에서 반등에 성공했고, 인천은 -0.08% 하락해 전월(-0.07%)보다 낙폭이 다소 커졌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반에서 상승세가 나타난 반면, 지방은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서울·수도권의 신축 및 재건축 단지는 여전히 수요가 높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반면 비역세권이나 구축 단지는 수요가 줄며 상승폭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건축 기대감과 개발사업 호재가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전국 집값이 상승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전세시장도 매매 흐름과 유사하게 반등했다. 전국 전세가격은 전월 보합(0.00%)에서 0.03% 올라 상승 전환됐다. 서울은 0.24%, 수도권은 0.11% 상승하며 전월보다 오름폭이 확대됐고, 지방은 -0.04%로 하락폭이 줄었다. 전세 수요는 여전히 지역별 격차가 크지만, 수도권 중심으로는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월세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국 월세는 0.06% 올라 전월(0.05%)보다 소폭 상승했다. 수도권은 0.12%, 서울은 0.24% 오르며 전세 흐름과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지방은 전월(0.01%)에서 0.00%로 보합 전환됐다. 부동산원은 “외곽 지역이나 노후 단지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제한적이지만, 역세권이나 학군 등 정주 여건이 우수한 지역을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며 “매매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전세·월세 모두 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시간=돈, 건설업은 주4.5일제는 커녕 주5일도 어렵다”

정부가 주 4.5일제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정해진 공사 기간과 밀접한 현장 여건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14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주 4.5일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시간 단축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아 '생산성 기반 유연근무'의 제도화를 추진 중이다. 대통령실도 실무조율에 착수했다. 그러나 건설업계의 반응은 다소 상반된다. 수도권 주요 건설사 관계자 A씨는 “근무시간 단축이 본사 차원에서는 가능하더라도, 현장 적용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공사 공정을 맞추기 위해 이미 '주 5일제'조차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곳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2시간제 시행 이후에도 금요일 오후는 사실상 '놀러가는 분위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효율 저하 문제가 있었는데, 4.5일제가 현실화되면 일부 현장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되레 야간근무나 휴일 근무가 늘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 B씨는 “현장 여건상 정해진 기간 내에 건물을 지어야 하니, 하루라도 손해 보면 그만큼 이자가 늘고 원가도 오른다"며 “결국 시공사가 아니라 발주처가 부담을 지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현장에선 인력을 더 뽑아야 하는데, 단순 야근 수당이 아니라 국민연금, 퇴직금까지 포함한 고정비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정부의 구체적 실행 방안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제도 시행을 가정한 조직 개편이나 인력 구조 조정에 들어간 곳은 아직 없다. 전문가들은 “근무시간 단축 자체가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은 공기 내 준공을 못 하면 지체상금 등 패널티가 있어 주 4.5일제 도입이 어려운 업종"이라며 “일정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원가 상승이 수반되는 구조상 탄력적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도 “우리나라 경제가 제조·건설업 기반인데, 현장 중심 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건설노동자는 '일 더 하고 돈 더 벌고 싶다'는 분들도 많은 만큼, 업종별·선택적 제도화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업계는 일단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주 4.5일제가 장기적으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다만 현장 현실과 괴리를 좁히기 위해선 업종별 유연한 설계와 중장기적 로드맵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본사-현장 간 근무 이원화, 전임직원 대비 현장 근로자의 상대적 박탈감 등도 고려돼야 한다"며 “생산성 향상과 안전을 병행할 수 있는 정교한 제도 설계 없이는 현장에서는 도입 효과가 체감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기자의 눈] 진통제 맞은 부동산 시장…‘규제 쇼크’ 다음 처방은?

지난달 27일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대출 규제 대책은 시장에 강한 신호를 던졌다.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게는 수도권 규제지역 내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한 것이 핵심이다.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는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예외가 허용된다. 여기에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대출 등 정책 대출의 보금자리론 전환 제한, 전세·신용대출 규제 예고, 실거주 요건 강화까지 더해지며 사실상 '영끌 매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힌다.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는 새 정부의 이같은 강력한 규제 정책을 두고 최근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해 “1주택자가 전세자금 대출로 집을 사는 경우가 속출할 정도로 대출이 방만하게 운영됐다"며 “진보 정권 사상 처음으로 집값을 잡은 정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대책 발표 직후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세로 전환됐다. 일부 지역에선 급매물이 늘고 매수 문의도 줄었다. 급등하던 전세가율도 진정 기미를 보인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단기적 '진통제'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근본 치료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단기적 수요 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해법은 결국 공급"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수도권 분양은 급감했고, 2021~2023년 착공 감소 여파가 올해부터 반영되기 시작했다. 서울의 상반기 신규 아파트 공급은 200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정부 규제로 수요는 눌러도 공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으면 집값 반등 가능성은 살아 있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진통제는 아픈 걸 잠깐 멈추게 할 수는 있지만 병을 낫게 하진 못한다"며 “공급과 시장 구조에 대한 처방이 없으면 이번 규제도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다음 대책은 실수요와 투기 수요를 더 정교하게 가르는 방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가 주택, 다주택자, 외국인 매수에 대한 풍선효과가 재차 감지되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투기적 수요엔 날카로운 규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대책이 실수요자에게 체감되려면, 집값이 일정 기간 안정되거나 하향 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은 단지 '사면 안 되는 분위기'가 아니라, 매수심리가 위축된 시기일 뿐이다. 심리를 안정시킬 해법은 명확한 공급 정책과 예측 가능한 제도 설계다. 진통제를 처방한 정부가 이제 고민할 차례다. 다음은 해열제일까 항생제일까. 정답은 병의 원인에 얼마나 정확히 접근하느냐에 달려 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