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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현창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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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운드리 점유율, 한계단 더 내려가…8%대 턱걸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위기가 재차 확인되고 있다. 하락세를 기록 중인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1등 TSMC와의 격차는 벌어지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들의 도전은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1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2024년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이 8.1%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 9.1%로 관련 통계 집계 최초로 10%를 하회한 뒤 1.0%포인트 더 떨어진 수치다. 삼성전자의 해당 기간 매출은 32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33억500만달러) 대비 1.4%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상위 10개 업체의 전체 매출이 9.9% 증가하며 역대급 성장세를 보인 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업계 1위인 대만 TSMC는 4분기 매출 268억54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14.1% 성장했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64.7%에서 67.1%로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TSMC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2024년 3분기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점유율 9.1%로 격차를 좁히려 했으나, 4분기에는 차이가 59.0%포인트까지 확대됐다. 3위인 중국 SMIC는 4분기 22억7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5.5%의 점유율을 유지했다. 이는 전분기(5.6%) 대비 소폭 하락한 수치지만, 여전히 삼성전자와의 차이를 좁히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SMIC의 성장세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정부 지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UMC(4.7%), 글로벌파운드리(4.6%), 화홍그룹(2.6%) 등 다른 파운드리 기업들도 소폭 점유율 변동을 보였으나, 삼성전자의 점유율 하락이 가장 두드러졌다. 특히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이 성숙 공정(레거시 노드)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수율'(완성품 비율) 문제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업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수율 저하 문제가 발생했다. 3나노 2세대 공정의 수율은 20%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이는 초기 목표치인 70%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에서 수율 문제를 겪는 이유로 4나노 공정에서 위험도가 높은 공정 설계를 선택한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장치를 소형화하기 위해 내린 몇몇 결정이 극단적이었고,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한 수율 문제는 파운드리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경쟁사들의 약진도 삼성전자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TSMC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품질 개선을 통해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대규모 물량을 선점하면서 시장을 독점하는 분위기다. 중국 업체들도 탄탄한 자국 기업들의 지원과 함께 만만치 않은 수율 확보로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분위기다. 특히 레거시 노드에서는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이 삼성전자를 넘어서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기술적 혁신 부족과 대내외적인 문제가 겹치면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시기"라며 “기술력 회복을 위한 조치가 늦어질수록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중국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SK, 반도체로 웃고 배터리로 울다… 지배기업 기준 1조 적자

SK하이닉스가 견인했지만 SK이노베이션이 발목을 잡았다. SK㈜의 실적 얘기다. 회사는 흑자전환을 기록했지만 엇갈린 자회사의 설적 때문에 그룹 입장에서는 손실이 커졌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의 SK㈜의 주주총회 소집 공고에 첨부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SK㈜는 연결 기준으로 당기순이익 5억8051만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지배기업 소유주 지분 기준으로는 1조276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흑자지만 지배기업 소유주 지분 기준 적자라는 것은, 그룹 전체 실적은 흑자를 냈어도 모기업 귀속 몫만 따져보면 결국 손실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이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이 엇갈리면서 발생한 결과다. 반도체 부문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냈지만, 에너지·배터리 부문에서의 손실이 이를 크게 상쇄했다. SK㈜의 실적을 떠받친 가장 큰 요인은 반도체 계열사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매출액 66조1930억원, 영업이익 23조4673억원, 순이익 19조7969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역할이 컸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을 선도하는 중이다. 지난해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을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8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고성능 제품으로, 일반 D램보다 4~5배 이상 비싸다. HBM은 SK하이닉스 전체 D램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SK하이닉스의 수익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HBM의 수요는 계속 늘고 있어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하는 중이며 향후 AI 시장 성장과 맞물려 지속적인 수익 창출도 기대된다. 반면, SK이노베이션과 그 자회사인 SK온은 SK㈜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SK이노베이션은 2024년 4분기 매출 19조4057억원을 기록했지만, 배터리 사업부문인 SK온의 부진으로 인해 전체적인 실적에 부담을 줬다. SK온은 2024년 4분기 매출 1조5987억원, 영업손실 3594억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적자로 전환됐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6조2666억원, 영업손실 1조1270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 부진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생산 비용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SK온은 2023년 3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4분기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SK온의 실적 부진은 SK이노베이션의 재무 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4년 4분기 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자산 총액은 110조6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배터리 사업의 해외 신규 공장 건설로 인한 유무형 자산이 21조6000억원 증가했다. 부채 규모는 70조7000억원으로 투자 지출 확대에 따라 차입금이 약 15조7000억원 증가했으며, 부채 비율은 전년 말 대비 8% 증가한 177%를 기록했다. ​ 그 결과 2024년 SK㈜의 금융비용은 1조1775억원으로, 금융수익 6813억원의 1.5배 이상을 기록했다. 금융비용 증가는 SK㈜의 전반적인 재무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한편 SK㈜는 지배기업 기준 적자가 더 커진 상황이지만, 주주 배당은 오히려 늘렸다. 적자 속에서도 주주 이익만큼은 꼬박 챙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SK㈜는 2024 회계연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5500원, 우선주 1주당 5550원을 지급한다. 총 배당금 규모는 약 3030억원에 달한다. ​ 지난 2023 회계연도 결산배당에서는 보통주 1주당 3500원, 종류주(우선주) 1주당 3550원을 배당한 바 있다. 당시 배당금 총액은 1932억원이었다. 이번에 배당 규모를 더 확대한 것이다. 이러한 배당 결정은 SK㈜의 최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SK㈜의 지분을 17.90% 보유한 최 회장은 이번 결산배당으로 454억1415만원의 배당금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엔 배당을 늘렸지만, 만약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 배당 축소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며 “배당을 유지하기 위해서 SK㈜는 계열사들의 수익성 개선과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큰형님’ 삼성전자 주가 급락에…삼성물산 7조·삼성생명 12조 평가손실 ‘날벼락’

삼성전자의 주가 급락이 삼성그룹 계열사의 손실로 전이된 지점이 확인됐다. 반도체 업황 부진과 AI(인공지능) 경쟁력 우려 등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1년 새 32% 넘게 하락하면서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9일 삼성물산의 2024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2조2305억원 규모의 총포괄손실을 기록했다. 금융자산 평가손실 7조2238억원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삼성물산이 보유 중(5.01%)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2023년 말 7만8500원에서 2024년 말 5만3200원으로 32.2% 하락한 것이 원인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으로 지분의 평가가치가 23조4572억원에서 15조8971억원으로 줄었다. 이로 인해 삼성물산이 기록한 금융자산 평가손실은 7조5601억원에 달하며, 이는 전체 금융자산 평가손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삼성물산의 금융자산 평가손실이 모두 총포괄손익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회계적으로 '기타포괄손익(OCI)'에 반영되며, 당기순이익(NI)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총포괄손실은 금융자산 평가손실 규모에 비해 적은 2조2305억원으로 집계됐다. 확실한 건 삼성전자 주가 하락이 삼성물산의 총포괄손익 적자 전환을 유발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변동은 삼성물산의 기업가치와 재무건전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023년 말 대비 100조원 이상 감소했다. 반도체 시장 침체, AI 반도체 경쟁력 약화 우려, 글로벌 반도체 업계 경쟁 심화 등이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삼성생명 역시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통주 기준 8.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물산보다 더 많다. 따라서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 규모도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가치는 약 27조원에 달한다. 지난 2023년 말에는 40조원에 달했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주가 하락을 감안하면 삼성생명의 평가손실 규모는 12조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삼성생명의 2023년 당기순이익 2조337억원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이 계열사들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평가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평가손실은 당기순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자본총계를 감소시켜 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부담을 준다. 삼성물산의 경우 자본총계가 39조8971억원에서 37조2585억원으로 감소해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또 삼성전자 주가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금융자산 평가손실 가능성도 있다. 이는 주주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의 근본 원인으로는 반도체 업황 부진과 AI 경쟁력 우려가 꼽힌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했고, 이는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또 엔비디아 등 업계 주요 고객사의 AI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주가 하락을 불러온 요인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가 단기간 내 급격히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 계열사들의 실적 부담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삼성전자 주가의 향방이 삼성그룹 전체의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며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회복과 AI 경쟁력 확보를 통해 주가를 회복해서 계열사들의 실적 부담을 덜어낼 수 있도록 그룹의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바이든 선물 뺏는 트럼프…삼성 6.8조원 ‘풍전등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바이든 정부의 핵심 정책인 칩스법(CHIPS Act)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폐지 주장으로 위기를 맞았다. 이에 삼성전자의 미국 내 대규모 파운드리 투자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칩스법을 “끔찍한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폐지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는 “칩스법은 세금 낭비일 뿐"이라며 “이 법안을 폐지하고 남은 자금을 부채 감축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조금 대신 관세 정책을 통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칩스법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서명한 법안으로,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70조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안은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칩스법을 통해 약 47억4500만 달러(약 6조8800억원)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었다. 이 보조금은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370억 달러(약 53조원) 규모의 첨단 파운드리 공장 프로젝트에 투입될 전망이었다.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은 이미 여러 난관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당초 2024년 하반기로 예정됐던 가동 시점이 2026년으로 연기됐고, 주요 고객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칩스법 폐지 가능성까지 더해져 삼성전자의 미국 내 파운드리 사업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 칩스법 보조금이 사라질 경우,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에는 큰 위기다. 보조금 없이 미국 내에서 생산을 유지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대만의 TSMC나 미국의 인텔 등 경쟁사 대비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전자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 트럼프의 칩스법 폐지 주장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TSMC는 애리조나주에 400억 달러(약 53조2000억원) 규모의 공장을 건설 중이며, 최근 1000억달러(약 144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TSMC 또한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칩스법을 통한 보조금 지원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TSMC와 삼성전자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TSMC의 애리조나 공장은 이미 생산을 시작했다. 당초 계획보다 4~9개월 앞당겨 2024년 9월부터 애플의 A16 칩 생산을 시작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의 가동 시점을 2024년 말에서 2026년으로 연기했다. 또 TSMC는 이미 애플, 엔비디아, AMD 등 주요 고객사들의 주문을 확보한 상태지만,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의 주요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칩스법 보조금 지원이 불확실해진다면, 고객 확보와 투자 일정에서 이미 뒤처진 삼성전자가 TSMC에 비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편, 트럼프의 발언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칩스법 폐지를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당초 칩스법은 미국 내 민주당과 공화당이 협력해 만든 법안이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명령 등을 통해 칩스법을 제한하거나 집행을 지연하면서 실효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주시하며 투자 계획을 재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테일러 공장의 투자 규모나 가동 시점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미국 외 다른 지역에서의 투자 기회를 모색할 수도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정책 변화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특히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전자, 여성인력 3만명 고용 ‘1위’

국내 주요 대기업의 여성 고용 현황을 살펴본 결과, 단일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3만명이 넘는 여성 인력을 보유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유통·상사와 금융 분야가 여성 직원 비율 50%를 넘어섰으며, 전체 대기업 직원 중 여성 비율은 24.7%로 4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한국CXO연구소는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상장사 중 주요 15개 업종별 매출 상위 10개 기업, 총 150개 대기업의 남녀 직원 수와 고용 현황을 비교 분석해 6일 발표했다. 조사는 2023년 사업보고서(별도 기준)를 기초 자료로 삼았으며, 직원 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를 합산한 전체 인원으로 미등기임원도 포함됐다. 분석 결과 150개 대기업의 2023년 전체 직원 수는 89만1717명으로, 이 중 남성은 67만1257명, 여성은 22만460명이었다.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24.7%에 그쳤다. 단일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3만2998명의 여성 직원을 고용해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많은 여성 인력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 직원 1만명 이상을 고용한 '여직원 고용 만 명 클럽'에는 이마트(1만3522명), 롯데쇼핑(1만3166명), SK하이닉스(1만855명) 등 총 4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특히 삼성전자의 여성 고용 규모는 2위인 이마트보다 약 2.5배 많은 수준으로, 국내 대기업 중 여성 고용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유통·상사와 금융 분야에서 여성 직원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유통·상사 업종은 여성 직원 비중이 51.2%로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업종에서는 여직원(3만4210명)이 남직원(3만2619명)보다 1590명 더 많았다. 금융업도 전체 직원 중 50.2%가 여직원인 것으로 조사돼 다른 업종에 비해 여성 고용률이 높았다. 이어 식품(44.8%), 운수(39.1%), 섬유(33.3%), 제약(30.7%) 순으로 여직원 비율이 30% 이상을 보였다. 삼성전자가 속한 전자 업종 역시 여성 고용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철강 업종은 여직원 비중이 5.1%에 불과해 가장 낮았다. 조사 대상 철강 업체 10개사의 2023년 전체 직원 수는 2만3275명이었으나, 이 중 여성 직원은 1196명으로 2000명에도 못 미쳤다. 자동차(6.9%)와 기계(8.6%) 업종도 여성 비율이 10% 미만으로 매우 낮았다. 건설(12.2%), 가스(13.9%), 전기(17.5%), 석유화학(18.4%) 업종도 여성 인력 비중이 10%대 수준으로 타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남직원 대비 여직원 비중이 절반을 넘는 개별 회사는 150곳 중 14곳으로 파악됐다. 이 중 여직원 고용률이 60%를 넘어선 곳은 4곳이었다. 여성 인력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은 롯데쇼핑으로, 전체 직원 1만9676명 중 여성이 1만3100명 넘게 근무해 66.9%의 비율을 보였다. 식품 업체 오뚜기는 전체 직원 3300명 중 여성이 65.2%(2150명)로 2위를 차지했다. 동원F&B(61.5%)와 CJ ENM(61.1%)도 여직원 비중이 60%대로 비교적 높은 편에 속했다. 이마트(59.5%), DB손해보험(58.1%), 기업은행(56.4%), 일신방직(56.3%), 농심(55.8%), 대상(54.9%)도 여성 고용 비율이 50%를 넘어 여성 고용 우수 기업으로 꼽혔다. 반면 삼성전자는 전체 인력 수에서는 압도적이지만, 여성 비율 면에서는 상위권에 들지 않아 총 고용 규모가 크다는 점이 여성 고용 숫자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50개 대기업의 업종별 고용 현황을 살펴보면, 여성 고용이 활발한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 간 차이가 뚜렷했다. 유통·상사, 금융, 식품 등의 업종에서는 여성 고용 비율이 높은 반면, 철강, 자동차, 기계, 건설 등 전통적인 제조업과 중공업 분야에서는 여성 고용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150개 대기업의 2023년 기준 남성 직원 평균 급여는 9530만원, 여성 직원은 6650만원으로 여직원 연봉은 남직원의 69.8% 수준이었다. 업종별 여직원 평균 연봉은 금융(9260만원), 정보통신(9000만원), 전자(7450만원)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여직원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기업은 14곳으로, 에쓰-오일이 1억152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삼성증권(1억1450만원), 삼성SDS(1억1300만원), 삼성화재·SK텔레콤(각 1억900만원), 미래에셋증권(1억790만원) 등이 여직원 억대 연봉 클럽에 포함됐다. 15개 업종의 남녀 급여를 비교했을 때, 제약 업종이 여직원 보수(5910만원)가 남성(7570만원)의 78% 수준으로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적었다. 반면 건설 업종은 여직원 연봉(5400만원)이 남성(9050만원)의 59.7%로 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출산율과 고령화 등 인구 문제는 중요한 국가적 아젠다로 실질적 해결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며 “최근 국내 기업에서 업종을 가리지 않고 여성 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보고서 등 정기보고서에 성별 중간관리자 비율 등도 공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칩스법은 끔찍” 트럼프 발언에…삼성·SK, 美 투자 어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이 한국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인 '칩스법(CHIPS Act)'을 “끔찍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폐지를 주장했다. 이는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분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이슈다. 이어 한국이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불공정하다고 지적해 양국의 통상관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을 예고하면서 국내 업계와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칩스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527억 달러(약 69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법안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수백억 달러를 주고 있지만 아무 의미가 없다"며 “그들은 우리 돈을 가져가고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보조금 대신 관세를 통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이 현실화 될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칩스법에 따라 각각 47억5000만 달러(약 6조2000억원)와 4억5800만 달러(약 6000억원)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었다. 이 보조금은 두 기업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의 핵심 동력이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약 170억 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원) 규모의 첨단 패키징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투자 계획들은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대로 칩스법이 폐지되고 보조금 지원이 중단된다면,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관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우리가 부과하는 것보다 4배 높다"며 “우리는 한국에 정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데도 이렇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구든 적이든 상관없이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시스템이 미국에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향후 양국의 관세 정책에 변화를 예고하는 발언이다보니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대미 수출에 고율 관세가 실제로 부과된다면,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 진출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직접 언급한 점이 한미 통상 관계에 새로운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한국이 미국 제품에 대해 특별히 높은 관세를 부여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한국 산업계의 입장이다.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과 거래하는 대부분의 상품이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소통 없이 미국 측의 관세 정책이 확정될 경우 향후 입을 피해를 우리 업계의 몫이기 때문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협상 전략일 수 있다"며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 의회의 동향과 함께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며 “기업들은 추가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미국 내 생산 기반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정부의 대응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SK하이닉스, 키옥시아 투자 손실 줄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KIOXIA·옛 도시바메모리) 투자 손실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손실 구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투자를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닌 반도체 업계 내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하고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보라고 조언한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근 SK하이닉스가 공개한 2024년 연결감사보고서에 키옥시아 관련 금융자산에 대한 평가손실은 1239억1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1조6558억원, 2022년 1조882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규모다. 3년 연속 손실을 기록하고는 있지만 그 폭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주도한 컨소시엄에 약 3조9100억원을 투자해 키옥시아의 지분 약 19%를 확보했다. 키옥시아 전체 몸값은 20조원으로 평가한 딜이었다. 구체적으로 BCPE Pangea Intermediate Holdings Cayman, L.P.(SPC1)와 BCPE Pangea Cayman2 Limited(SPC2)라는 두 개의 SPC를 통해 투자를 진행했다.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 관련 투자 자산 가치는 총 3조5062억7200만원으로, 이는 SK하이닉스 전체 자산의 약 2.93%다. SPC1에 대한 지분 투자가 2조961억5400만원, SPC2에 대한 전환사채 투자가 1조4101억1800만원이다. 키옥시아 관련 손실 규모가 줄어든 것은 상장 효과다. 키옥시아는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8630억엔(약 8조1000억원)으로 마감했다. 현재 키옥시아의 주가는 당시보다 상승한 상태다. 시가총액은 약 13조원 수준이다. 주가가 올랐음에도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장부가 대비 손실 상태에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 투자의 회수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옥시아의 실적과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SK하이닉스의 재무 성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 선택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0년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해 자회사 솔리다임을 출범한 상태다. 솔리다임 인수와 관련해 아직 잔금 지급이 예정되어 있어, 솔리다임 관련 회계를 SK하이닉스에 반영하는 것은 2025년 이후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투자회사인 키옥시아와의 시너지가 확실하지 않다면 자회사인 솔리다임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단순한 수익성 측면이 아니라 전략적 포지셔닝 차원에서 평가하는 분석도 나온다. 키옥시아는 일본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특히 NAND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이러한 투자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기술 협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그동안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는 투자 이후 여러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다. 지난 2023년 6월에는 양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M램(MRAM)'의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키옥시아와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을 위해 협력할 수 있다고 말한 바도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변동성이 큰 만큼 단기적인 손실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면서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구광모 LG 대표, 인도서 ‘제2 도약’ 추진 선언

구광모 ㈜LG 대표가 인도를 방문해 미래 성장전략을 점검했다. ㈜LG는 4일 구광모 대표가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인도를 방문해 벵갈루루와 뉴델리를 찾아 R&D와 생산, 유통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의 경쟁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선진시장이 아닌 이머징 마켓 인도를 찾은 것은 소비·생산·R&D 분야에서 큰 잠재력을 가진 인도에서 시장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도는 인구수 약 14억5000만명으로 세계 1위, GDP 세계 5위인 경제 대국이다. 전체 인구 중 25세 미만이 약 40%인 6억 명에 달하는 젊은 국가로, 향후 20년간 주력 소비계층이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2030년 인도가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 대표는 뉴델리의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방문해 “인도 시장에서 어떤 차별화를 통해 경쟁 기업들을 앞서 갈 것인지는 앞으로의 몇 년이 매우 중요하고, 우리가 어느 정도 앞서 있는 지금이 지속가능한 1등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그동안 쌓아온 고객에 대한 이해와 확고한 시장 지위를 기반으로 새로운 30년을 위한 도약을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또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 생산라인을 살펴보며 중국 기업과의 차별화 전략, 지속 가능한 1등이 되기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실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구 대표는 인도의 실리콘밸리인 벵갈루루에 위치한 LG 소프트웨어연구소에서 글로벌 R&D 거점인 인도의 경쟁력과 가능성을 살폈다. 이 연구소는 LG 해외 연구소 중 베트남 R&D법인과 함께 규모가 가장 크며, 2000여 명의 현지 개발자가 한국 본사와 협업하며 webOS 플랫폼, 차량용 솔루션, 차세대 SW 등을 개발하고 있다. 구 대표는 “가속화되는 SW 기술 혁신에 대응하고 우수 R&D 인재를 확보하는 측면에서 인도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미래 SW 차별화된 경쟁력을 위해 그룹 차원의 글로벌 R&D 지향점을 분명히 설정하고, 이를 꼭 달성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도 IT 산업은 GDP의 7%를 차지하는 핵심 성장 동력이다. 인도는 현재 SW 개발자 500만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약 100만명의 공대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폭넓은 IT 인재 풀을 가지고 있다. LG는 지난 1996년 소프트웨어연구소를 설립하며 인도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후, LG화학(1996년), LG전자(1997년), LG에너지솔루션(2023년) 등 주요 계열사가 진출해 있으며, 30년 가까이 철저한 현지 고객 맞춤형 전략으로 확고한 시장 지위를 구축해 왔다. LG전자는 현재 수도권인 노이다와 중서부 푸네에서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며, 향후 동남부 안드라 프라데시 지역에 새로운 생산시설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미·중은 보조금, 한국은 세금 감면…K칩스법, 효과 있을까

한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한 K칩스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됐다.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K칩스법은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환영하면서도, 실제 산업 발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조금 제도는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도 나타내고 있다. 2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K칩스법의 핵심은 반도체를 포함한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인상이다. 이번 법 개정으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세액공제율은 기존 15%에서 20%로, 중소기업은 25%에서 30%로 각각 5%포인트씩 상향 조정됐다. 이는 기업들의 투자 부담을 줄이고 더 많은 시설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됐다. 신성장·원천기술 및 국가전략기술 R&D 세액공제 적용 기한이 2029년 말까지 5년 연장됐고, 반도체 R&D 세액공제는 2031년 말까지 7년 연장됐다. 이는 기업들의 장기적인 연구개발 계획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국가전략기술의 범위도 확대했다. 인공지능(AI)과 미래 교통수단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반도체 산업과 연관된 신기술 분야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러한 K칩스법의 도입 배경에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미국의 CHIPS Act와 중국의 대규모 반도체 산업 지원책 등 주요국들의 공격적인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미국의 CHIPS Act는 2022년에 제정돼 약 793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대출, 세액공제, R&D 지원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2022년부터 2031년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K칩스법은 규모면에서는 작지만, 세액공제와 우대 대출을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발전해왔다. 세제 혜택 확대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고 R&D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로 직접적인 지원은 아니지만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장치라는 평가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도 포함돼 있어,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K칩스법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세제 혜택 외에도 상당한 규모의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지원 정책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은 세제 관련 입법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현재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점유율 하락 문제가 심각하고, 주력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저가 전략으로 인한 DRAM 가격 하락, R&D 투자 부족, 전문 인력 부족 등의 문제가 많다. 이는 이번 K칩스법과 더불어 산업 전반의 혁신과 구조 개선을 필요로 한다는 분석이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경우, 한국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2023년 2.3%에서 2025년 2%, 2027년에는 1.6%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한국 반도체 산업 구조가 가진 취약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산업 구조의 다각화와 고부가가치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가 주도해야 할 R&D 투자 측면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미국 기업들이 매출의 약 20%를 R&D에 투자하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약 9%만을 투자하고 있어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K칩스법이 R&D 세액공제 기간을 연장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기업들의 자발적인 R&D 투자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전문 인력 양성 또한 중요한 과제다. 반도체 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기술 고도화로 인해 고급 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이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산학협력 강화, 해외 인재 유치, 재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협력 강화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국제 협력 네트워크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기술 제휴, 공동 연구 개발, 인력 교류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요구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K칩스법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지만, 산업의 구조적 문제 해결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보다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와 업계는 K칩스법의 효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산업 구조 개선, R&D 투자 확대, 인재 양성, 글로벌 협력 강화 등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국가 AI 컴퓨팅센터, 유치 경쟁 과열에 ‘본말전도’ 우려

정부가 2조5000억 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국가 AI 컴퓨팅센터' 설립을 두고 지자체 간 유치전이 가열되고 있다. 광주, 대구, 포항 등 주요 도시들이 저마다 최적의 입지 조건을 내세우며 경쟁에 나선 가운데, 사업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지난 1월 22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와 민간이 공동 출자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2027년까지 1엑사플롭스(EF) 이상의 컴퓨팅 성능을 갖춘 AI 컴퓨팅센터를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수도권 전력난 해소와 지역 균형 발전을 고려해 센터는 비수도권에 구축될 예정이다. AI 컴퓨팅센터는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컴퓨팅 자원을 제공해 AI 연구개발(R&D), 초거대 AI 모델 개발, 국산 AI 반도체 활용 등을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글로벌 AI 경쟁에서 한국이 상위 3대 국가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발표 이후 주요 지자체들은 앞다퉈 적극적으로 유치전에 나선 모습이다. 먼저 광주광역시는 국가 AI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을 내세우고 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269억 원을 투자해 AI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를 조성한 데 이어, 2029년까지 9000억 원 규모의 AX 실증밸리 확장 사업을 추진 중인 곳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AI 산업은 속도전이며, 기존 AI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이 있는 광주가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광역시도 경제자유구역인 수성알파시티를 기반으로 유치 경쟁에 나섰다. 2008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이 지역은 규제 특례와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AI 컴퓨팅센터 유치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주장이다. 포항시는 지난해 10월 경상북도에 유치 제안서를 제출하고, 포스코홀딩스, 삼성, LG, 구글, AMD, KT 등과 협력해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포항은 포스텍 등 우수한 연구기관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AI 가속기센터 구축 계획도 내놓았다. 전라남도는 해남군 남쪽 목포에 건설 중인 친환경 스마트도시 '솔라시도'를 후보지로 제안하며 재생에너지 활용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국가 AI 컴퓨팅센터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정부가 대구모 투자를 통해 민관 합작 투자를 통해 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은 지역 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예산 투입은 지역 내 건설 및 관련 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삼성전자와 SK, 네이버, 카카오, 이동통신사 등 대기업들의 참여가 예상되는 만큼, 일자리 창출과 함께 지역 기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AI 컴퓨팅센터가 구축되면 연구소와 기업 등에 GPU 자원을 제공하게 되어, 이는 지역 내 AI 관련 스타트업과 연구 기관의 유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러한 복합적인 효과를 고려하면, 지자체 입장에서는 국가 AI 컴퓨팅센터 유치가 지역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사업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자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가 AI 컴퓨팅센터 설립이 본래 목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 컴퓨팅센터는 단순한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적 거점이라는 점 때문이다. 각 지자체가 경제적 효과를 앞세워 유치전에 몰두하면서, 정작 중요한 AI 기술 발전 논의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AI 인프라 구축에 가장 필요한 것은 전력 공급 안정성과 인프라 구축 용이성, AI 연구 인력 및 기업 집적도, 초고속 네트워크 연결성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지자체들이 강조하는 논리는 주로 기존 투자 내역과 행정적 지원 수준에 맞춰져 있는 상황으로, AI 생태계 전반을 고려하기보다, 유치 자체를 목표로 내세우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가 AI 컴퓨팅센터 설립은 한국의 AI 경쟁력을 결정할 중요한 프로젝트"라며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될수록, 사업의 본질이 흐려질 위험도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정치적 논리가 아닌 기술적 필요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신속하고도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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