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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규빈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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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3사, 폴란드서 육·해·공 ‘K-방산’ 총력전…오르카 수주 정조준

한화그룹 방산 3사가 폴란드에서 열리는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MSPO 2025)에 참가해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통합 방산 솔루션을 선보이며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특히 폴란드 해군 현대화 사업인 '오르카(Orka)'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맞춤형 잠수함 솔루션을 제안하고, 현지 기업과 유도탄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폴란드와의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은 오는 5일까지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리는 MSPO 2025에 299㎡ 규모의 통합 부스를 마련하고, 폴란드 맞춤형 최첨단 무기 체계를 대거 공개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단연 폴란드 오르카 사업을 겨냥한 한화오션의 '장보고-III(KSS-III) 배치-II' 잠수함이다. 한화오션이 독자 설계하고 우리 해군이 실전 배치해 성능이 검증된 3000t급 잠수함으로, 공기불요추진장치(AIP)와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현존 디젤 잠수함 중 최고 수준의 잠항 능력(3주 이상)을 자랑한다. 또한 수직발사관을 이용한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운용 능력 등 막강한 화력도 갖췄다. 한화오션은 잠수함 외에도 발트해 연안 작전 환경에 최적화된 2000t급 연안 경비함(OPV), 500t급 미사일 고속정(FMPC), 무인수상정 등 수상함 3종을 '현지 생산' 패키지로 제안했다. 기술 이전, 현지 조선업체와의 업무협약(MOU), 해양발전 펀드 조성 등 포괄적인 산업 협력 방안도 함께 제시하며 수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경길 한화오션 특수선 해외영업팀 상무는 “폴란드의 국방력 강화와 산업 발전에 기여할 최고의 파트너는 한화오션"이라며 “오르카 프로젝트를 통해 유럽 시장에 한국 잠수함의 우수성을 알리고 양국 간 국방 협력 및 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상 및 대공 방어 분야에서도 폴란드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무기들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 K9 자주포의 성능을 대폭 개량한 'K9A2' 모델을 처음 선보였다. K9A2는 100% 자동화된 포탄 장전 시스템을 갖춰 분당 발사 속도를 기존 6발에서 9발 이상으로 높였고, 운용 인원은 5명에서 3명으로 줄여 전투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차세대 수출형 보병전투장갑차 'K-NIFV'도 폴란드 시장을 겨냥해 첫선을 보였다. 한화시스템은 전차나 자주포를 향해 날아오는 대전차 미사일 등을 선제적으로 무력화하는 '최후의 방패', 능동방호체계(APS)를 폴란드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현재 개발 막바지 단계에 있는 이 시스템이 완료되면 한국은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실전 배치 가능한 APS 기술 보유국이 된다. 이와 함께 소형 무인기 등을 요격하는 레이저 대공무기 '천광',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L-SAM)의 다기능레이다(MFR), 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등 첨단 방산 기술을 함께 전시했다. 특히 한화는 '현지화'를 통해 유럽의 '방산 블록화'에 대응하고 폴란드와의 신뢰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시회 기간 중 폴란드 최대 민간 방산기업인 WB그룹과 다연장로켓 '천무'의 유도탄 생산을 위한 합작 법인(JV)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식에는 양국 정부 및 업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합작 법인은 폴란드 현지에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천무의 폴란드 수출형인 '호마르-K(Homar-K)'에 탑재될 사거리 80km급 유도탄(CGR-080)을 생산하게 된다. 생산된 물량은 폴란드에 우선 공급되며, 향후 탄종을 다양화하고 유럽 내 다른 국가로의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K9과 천무 사업을 통해 폴란드와의 약속을 지키며 깊은 신뢰를 쌓았다"며 “유럽의 높아지는 수출 진입장벽에 대응해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대한민국과 폴란드가 자주국방 및 방산 생태계 전반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슈&진단 : 석유화학 퍼펙트 스톰] ② 정부는 당근과 채찍, 정치권 특별법 추진…기업들 ‘눈치게임’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나프타 분해설비(NCC) 감축을 축으로 한 구조조정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 석화업계 10개사도 연내 자율구조 개편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생존의 기로에 선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위기 실태와 원인, 정부의 관련산업 정책 및 해법 시나리오·실행 트랙을 짚어본 뒤 주요 석유화학업체별 구조개편 선택지와 재무·고용 파급을 차례로 점검해 '누가, 무엇을, 언제' 바꿔야 하는 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해 본다. 정부가 한계에 봉착한 석유화학산업의 자율조정 기능에 기대할 수 없고 현재의 구조적 위기를 넘길 수 없다고 판단해 결국 '하향식 개입'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단순한 구제 금융이 아니라 명확한 목표와 인센티브, 그리고 불응하면 위협을 결합한 '다운 사이징'을 통해 더 강한 산업을 만들겠다는 강제적 구조조정의 성격을 띤다. 정부 산업 부처가 제시한 석유화학 구조개편 정책의 핵심은 모든 지원이 업계의 고통스럽고도 선제적인 자구 노력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이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국민의 세금이 경쟁력 없는 한계 기업을 연명시키는 데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적인 장치다. '선 자구 노력, 후 지원' 원칙은 정부 발표에서 일관성이 유지됐다. 당국의 메시지는 명징하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생산 설비를 감축하고,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며,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등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계획을 연말까지 내놔야 △금융 지원 △세제 혜택 △규제 완화와 같은 종합 지원 패키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정부는 과거 호황기에 안주하며 무분별한 설비 증설에 나섰던 석유화학업계 역시 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경고한 것이다. 따라서, 기업에 뼈를 깎는 수준의 자구책 마련 요구는 실용적인 동시에 일종의 책임 추궁의 당위성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접근 방식은 과거 조선·철강 등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났던 한국형 산업 정책 모델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부는 막연한 권고를 넘어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감축 목표를 보여줬고, 이를 통해 석화업계가 공급 과잉 문제의 심각성을 정면으로 마주하도록 강제했다. 정책의 핵심은 국내 NCC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총 270만~370만톤 줄이는 것이다. 이는 전체 생산 능력의 최대 25%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인데, 이는 이번 구조조정 방안에서 가장 실질적이고 파급력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흥미로운 점은 정부가 이 감축 물량을 기업별로 할당하지 않고, 업계 자율에 맡겼다는 것이다. 이는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들 사이에 생존을 건 치열한 협상과 눈치 싸움을 유발하는 고도의 전략이다. 이미 외부 컨설팅 보고서(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는 여수산단에 위치한 7개의 에틸렌 공장 중 2~3개를 폐쇄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감축이 가져올 냉혹한 현실을 예고한다. 정부는 일부 기업이 경쟁사의 희생에 편승해 이익만 챙기려는 유인을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처벌 조항을 마련했다. 이는 구조조정의 성공을 위한 핵심적인 장치다. 또한, “다른 기업들의 설비 감축 혜택만을 누리려는 '무임 승차' 기업은 정부의 어떠한 지원에서도 배제될 것"이라고 명백히 경고했다. 이 위협은 산업 공동의 구조조정 노력에서 흔히 발생하는 '죄수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설계됐다. 개별 기업의 이기적인 선택이 결국 공멸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협력에 나서지 않는 상황을 막기 위해 비협조적인 행동에 높은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주요 석화기업의 금융권 위험 노출액 규모를 약 30조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30~40%는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이고 나머지는 은행권 대출이다. 일단, 사업 재편 계획 확정전까지 기존 여신 회수 등을 만류키로 했다. 5대 시중 은행과 정책 금융 기관들은 자구 계획 수립과 계획의 타당성이 확보될 경우 채권 금융 기관 공동 협약을 체결해 3조원 규모의 정책 금융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정책의 방점은 범용 제품(Commodity) 위주에서 고부가가치 제품(Specialty) 중심으로 전환해 수익성을 제고토록 하는 것에 찍혀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구개발(R&D) 확대와 기업인수합병(M&A)를 통한 포트폴리오 재편에 지원 사격을 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설비 폐쇄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지역 경제·고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산업 위기 선제 대응 지역' 지정 등을 검토하고 고용 유지 지원금 등을 제공할 계획도 있다. 정부의 이러한 접근 방식은 한국 산업 정책의 특징인 '조율된 자본주의(Orchestrated Capitalism)'의 전형을 보여준다. 정부는 어떤 기업을 살리고 어떤 기업을 퇴출시킬지 직접 결정하지 않는다. 대신 명확한 감축 목표와 공동의 희생 원칙, 그리고 준수에 대한 보상이라는 '게임의 규칙'을 설정할 따름이다. 그리고 이런 규칙 안에서 고통스러운 세부 사항을 기업들이 스스로 협상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국가의 방향 제시와 시장 기반의 실행을 결합한 방식이다. 따라서 이번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의 성패는 정부가 이 섬세한 균형을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고, 무임승차 방지 조항은 이 모델의 가장 중요한 강제이행 장치라고 업계는 해석한다. 석화산업 구조개편 작업에는 정부뿐 아니라 여야 정치권도 개입할 태세다. 석유화학 업계의 요청에 따라 정치권이 지원 사격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국회에서는 '석유화학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됐다. 이날 엄찬왕 한국화학산업협회 부회장은 “석화는 국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보호해야 하는 필수 주력 산업으로, 자동차·전자·건설 등 주요 전방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매우 큰 핵심 소재를 공급해 국내 산업 생태계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언급했다. 엄 부회장은 “생태계의 연쇄 붕괴 방지를 위해 석화업계 지원이 따라야 하는데, 특별법이 제정되면 법적 근거가 확보돼 기업의 적극적인 사업 재편 유도가 가능하고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고부가·친환경 소재 생산을 위해 장기·제도적 혁신 전환의 발판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이번 공청회는 석화 산업 재편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업계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데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영풍-고려아연, ‘SM엔터 주가 조작’ 진실 공방 가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이 고려아연과 최대 주주 영풍 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SM엔터 주가 조작에 공모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반면, 고려아연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까지 시사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논란은 검찰이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와 관계자들이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를 조종했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중형을 구형하면서 재점화됐다. 1일 영풍은 입장문을 내고 “SM엔터 주가조작의 핵심 자금 출자자는 고려아연"이라며 최 회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원아시아파트너스(이하 원아시아)의 '하바나제1호' 사모 펀드에 단독으로 1016억원을 출자했으며, 이 자금이 SM엔터 주식 대량 매집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영풍에 따르면 2023년 2월 카카오 측의 SM 주식 매입 요청 직후 해당 펀드는 이례적으로 정관을 변경했다. 통상 2주 이상 걸리는 절차를 단 하루 만에 마무리하고 출자 요청 기간을 1영업일로 축소했으며, 수익 배분 구조를 운용사인 원아시아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바꿨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정관 변경 바로 다음 날인 2월 15일부터 자금 출자를 시작했고, 이틀간 SM엔터 주식을 대량 매집하는 데 자금이 쓰였다. 특히 영풍은 해당 펀드가 고려아연이 99.82%를 출자한 사실상의 단독 펀드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최윤범 회장이 원아시아 지창배 대표와 중학교 동창으로 개인적 친분이 두텁다는 점을 근거로 “펀드의 정관 변경과 자금 집행이 대표이사의 승인 없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 회장의 사전 인지 또는 승인 가능성을 제기했다. 나아가 재판 과정에서 카카오엔터 측 투자 임원이 “2023년 3월 최 회장이 김범수 의장에게 '배재현 투자 책임이 아주 훌륭한 일을 해서 좋은 성과가 있었다'고 축하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점을 들어 양측의 공모 의혹까지 제기하며 검찰의 즉각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즉각 반박 입장문을 내고 영풍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고려아연은 “재무적 투자 목적으로 회사 여유 자금을 펀드에 투자한 정상적이고 적법한 사안"이라며 “왜곡된 주장·의혹과 일절 연관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고려아연은 해당 투자가 관련 법령과 회사 내부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됐으며 시세 조종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판이 1년 넘게 진행돼 1심 선고를 앞둔 시점에 갑자기 사건과 관련 없는 회사와 인물에 대한 수사를 주장하는 영풍 측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유감을 표했다. 고려아연은 유휴 자금을 펀드에 출자하는 것은 재계에서 보편적인 자금 운용 방식이고 해당 투자를 통해 재무적 목적에 부합하는 수익도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펀드 출자자(LP)로서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집행은 펀드 위탁운용사(GP)가 주도하는 것이고 SM엔터 주식의 구체적인 매수·매각 과정에 대해서는 설명을 받거나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한미 양국 공급망 협력의 중추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시점에 기업의 정상적 투자활동을 대상으로 근거 없는 의혹을 반복 제기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필요한 경우 법적 대응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슈&진단 : 석유화학 퍼펙트 스톰] ① 수출역군에서 생존위기산업 전락…민관 안일한 대응 화근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나프타 분해설비(NCC)의 연 270만~370만톤 감축을 축으로 한 구조조정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 석화업계 10개사도 연내 자율구조 개편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생존의 기로에 선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위기 실태와 원인, 정부의 관련산업 정책 및 해법 시나리오·실행 트랙을 짚어본 뒤 주요 석유화학업체별 구조개편 선택지와 재무·고용 파급을 차례로 점검해 '누가, 무엇을, 언제' 바꿔야 하는 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해 본다. 한때 석유화학(석화) 산업은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심장이자 수출의 역군이었다. 그랬던 석화업계는 전례 없는 구조적 위기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서게 됐다. 과거의 호황을 이끌었던 성공 방정식은 이제 생존을 위협하는 족쇄가 됐다. 따라서 '버티면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의 유통 기한은 끝났다. 이번 위기는 단순한 경기 순환의 하강 국면이 아닌,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송두리째 바뀌는 거대한 지각 변동이다. 이번 위기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는 단연 중국의 전략적 선회를 꼽을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성장은 한국의 선진 제조 역량과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세계 최대 석화 제품 수입국이던 중국의 폭발적인 수요를 충족시키는 단순하고 강력한 모델에 기반했다. 이 모델은 나프타 분해 시설(NCC) 설비에 대한 수조 원대의 막대한 자본 투자를 정당화했다. 그랬던 중국이 완전 자급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춤에 따라 한국 석화 산업 지형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이는 한국의 핵심 수출 시장이 소멸했음을 넘어 중국이 저가 제품으로 역내 시장을 잠식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음을 의미한다. 실제 중국의 석화 제품 자급률은 2023년 90%를 상회했고, 일부 범용 제품은 100%를 넘는다. 반면 한국의 대중국 석화 수출액은 2013년 235억달러였지만 2023년 170억달러로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단순히 매출의 일부가 증발한 것이 아니라 산업 성장 동력을 담당해온 엔진이 멈춰 섰다는 것과 같다. 이러한 변화의 근원에는 중국 정부 주도의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공급망 내재화를 목표로 석화 자국 기업들의 대규모 설비 증설을 독려해 왔다. 그 결과 중국의 에틸렌 생산 능력은 2020년 3227만톤에서 2024년 5440만톤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과시하며 전 세계 증설 물량의 약 64%를 차지했다. 결국 한국 기업들은 가장 큰 시장을 상실했고, 이제는 여타 아시아 시장에서 차별성 없는 중국의 저가 제품과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이중고에 처하게 됐다. 현재 전 세계적 공급 과잉은 전례 없는 수준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고유가 시대에는 원가 구조의 차이가 기업의 수익성을 좌우한다. 저유가 시대에는 중동과 한국 간 원가 격차가 크지 않았지만 배럴당 60달러대인 요즘 같은 때에는 원료 기반의 차이가 수익성의 현격한 차이를 낳는다. 저렴한 에탄 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중동이나 미국과 다르게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NCC는 근본적인 원가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중동 산유국들은 석화 산업 육성 의지를 꾸준히 갖고 있었지만 자금력·인프라 부족으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근래 들어서는 고유가로 막대한 자금력을 확보해 '원유 직투입 석유화학 공법(COTC, Crude Oil To Chemical)'을 적용한 공격적인 설비 투자를 감행했다. 비근한 예로 아람코의 자회사 에쓰오일은 9조원을 들여 울산 석화단지에 이와 같은 시설을 건립하고 있다. 미국 역시 셰일 혁명을 바탕으로 에틸렌 생산을 급격히 늘리며 시장을 포화 상태로 만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러시아산 저가 제품이 아시아 시장으로 유입되는 결과를 낳으며 가격 하락을 더욱 부채질했다. 과거의 경기 순환적 하강과 현재의 구조적 위기를 구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의 경기 사이클은 업계 수익성이 좋으면 투자가 집중되고, 그 결과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하락하면 투자가 위축된다. 이후 공급 부족이 발생하면 다시 수익성이 회복되는 순환 구조의 논리로 작동했다. 그러나 이는 업계 참여자들이 비슷한 원가 구조와 수익성을 공유할 때만 가능한 얘기다. 지금은 원가 구조가 판이하게 다른 경쟁국이 시장의 법칙을 바꾸고 있다. 원가 경쟁력이 뛰어난 중국이나 중동, 미국 등은 한국 석화 회사들이 손실을 보는 구간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다. 시장이 한국 기업에 유리한 방향대로 굴러가지 않음을 정부 또한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글로벌 공급 과잉이 예고됐음에도 국내 석화업계는 과거 호황에 취해 오히려 설비를 증설했고 고부가 전환까지 실기했다"고 지적하며 업계의 안일한 대응이 위기를 심화시켰다고 말했다. 막대한 고정 자산 투자의 전제 자체가 붕괴되자 석화업계가 과거의 성공을 위해 투자했던 생산 설비는 이제는 부채를 늘리는 '자본의 함정(Capital Trap)'으로 변했다. 단순한 불황 극복이 아니라 산업의 자본 구조 자체를 재편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구조적 위기가 기업 재무에 미친 영향은 파괴적이다.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재정적 붕괴가 현실로 다가왔고, 이는 정부가 직접 개입하게 된 계기가 됐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한국 석화 1위를 오랜 기간 굳혀온 LG화학의 석유화학부문의 2022년 영업이익은 1조745억원이었지만 이듬해에는 도리어 영업손실 1434억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롯데그룹의 가장 큰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수년 째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실정이고, 한화솔루션 또한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이러한 개별 기업의 부진은 석화 산업계의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지난 6월 3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기업경기전망지수(BSI)에서 석화 업종은 72를 나타내 기준치인 100을 크게 밑돌았다. 이는 극도로 비관적으로 전망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 석화의 위기는 단순 재무제표상의 숫자에 그치지 않고 관련 업계의 상징인 여수 국가산업단지의 미래까지 위협하고 있다. 2022년 111조5094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여수 산단은 입주 기업들의 실적 악화 탓에 신규 투자가 급감했고, 고용 불안 심화 등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의 눈] 의원님들 무슨 법이 만들어지는지 아시나요?

1923개. 지난 6월 4일,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지난 달 30일까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법안의 갯수다. 87일이니 3개월도 안 됐는데 국회의원 300명이 1명당 평균 6.41개씩 법안을 쏟아낸 셈이다. 상임위원회별로 무슨 법안을 냈는지 살펴봤더니 황당한 경우도 왕왕 보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은 최근 풋살장 규제법안을 내놨다. 내용을 살펴보면, 규제를 받는 등록 또는 신고 체육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풋살장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이용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고, 소음과 조명 탓에 인근 주민들이 생활에 불편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거지역에서 이격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이런 식이면 어느 누가 도심에 풋살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며, 공 한 번 차자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어느 누가 가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규제 대상에 편입시켜면 이용자들이 풋살경기 중 단 한 명도 다치지 않을 수 있는 지 의문이고, 소음과 조명이 문제이면 해당 기준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 접근법과 발상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또다른 의원실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과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냈다. 현행법이 안전인증기관의 지정 요건에 대해 구체적인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신뢰성과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영리법인을 배제하고, 비영리 법인만이 이에 해당할 수 있게 한다는 게 법안 요지다. 이 경우도 비영리법인 자체가 이익집단이 될 것이고 돈벌이 수단을 갖게 될 것이 명약관화해 보인다는 점에서 사실상 시민단체에 이권사업 진입을 가능케 하려는 속셈이 아닌지 사뭇 의심스럽다. 국회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경쟁적으로 법안들을 '찍어내기'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공청회나 토론회와 같은 현장에 나가보면 이미 효력을 갖고 시행 중인 법률 때문에 울고 아파하는 국민들이 많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처럼 한 번 만들어진 법은 개정하기도 쉽지 않고, 폐지하는 건 더욱 그러하다. 국회의원 개개인 모두가 입법기관인 만큼 당위론도 좋지만 국민생활에 미칠 영향을 세심하게 고려하며 신중을 기해주길 바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LS전선, 1600억 대만 풍력 해저케이블사업 수주

LS전선 약 1600억원 규모의 대만 해상풍력 사업에 소요되는 해저케이블을 공급하는 사업을 따냈다. LS전선은 1일 대만이 추진하는 해상풍력 사업 '포모사(Formosa)4 프로젝트'의 해저케이블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포모사4는 대만 해상풍력 개발업체 시네라 리뉴어블 에너지(SRE)가 대만 서부 18㎞ 해상에 495메가와트(㎿)급 풍력 에너지를 생산하는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대만의 해상풍력 상용화 2단계 핵심사업이기도 하다. 이번 수주로 LS전선은 자회사 LS마린솔루션과 함께 대만 해저케이블 시장 공략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LS마린솔루션은 지난 4월 대만에서 해저케이블 매설 계약을 수주하고 국내 해저 시공사 최초로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앞서 대만 해상풍력 상용화 1단계의 8개 프로젝트를 수주한 성과가 있는 LS전선은 2단계에서도 첫 펑미아오 프로젝트에 이어 포모사4까지 합쳐 10차례 연속 수주라는 쾌거를 올렸다. 동시에 LS전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생산·시공' 밸류체인이 본격 가동됐다고 설명했다. LS전선은 글로벌 주요 개발사와 협력한 사업 경험과 신뢰가 대만에서 연속수주라는 좋은 결실을 이어졌다고 전했다. 한편, 대만 정부는 해상풍력 사업에 총 비용 5조원 이상을 투입해 올해까지 전력 5.7기가와트(GW)를 확보하고, 오는 2035년까지 15GW를 추가해 총 20GW 이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삼성전자, ‘장 줄리앙 에디션’ 갤럭시 Z 폴드7·Z 플립7 체험존 강남서 운영

삼성전자가 아티스트 장 줄리앙의 종이 인형 캐릭터를 활용한 '갤럭시 Z 폴드7·Z 플립7' 체험존을 강남 한복판으로 옮겨 운영한다. 삼성전자는 30일부터 오는 9월 28일까지 삼성 강남에서 '인투 더 갤럭시 언폴더스(INTO the Galaxy UNFOLDERS_' 전시를 진행한다고 29일 밝혔다. 지난 7~8월 코엑스에서 열린 첫 체험존은 누적 방문객 17만6000여 명, 그중 80%가 1030세대일 만큼 MZ세대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번 전시는 캐릭터와 갤럭시 폴더블폰을 연결한 서사를 한층 확장했다. 건물 외벽을 가득 채운 13개 캐릭터 이미지와 대형 미디어 파사드가 시선을 사로잡고, 내부 1~3층은 몰입형 체험 공간으로 꾸며졌다. 특히 3층 메인 전시장에서는 캐릭터의 성격·관계 설정, 폴더블폰과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 이전에 공개되지 않았던 세계관이 소개된다. 관람객은 '생성형 편집'을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미디어 월에 띄워볼 수 있고, 13개 캐릭터 인기투표에도 참여할 수 있다. 또한 '갤럭시 Z 플립7' 커버 디스플레이에 캐릭터를 입혀 찍는 '뉴페이스 셀피' 이벤트도 이어진다. 앞서 코엑스에서 진행된 같은 이벤트는 SNS 게시글 8천 건 이상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체험존에서도 참여 고객에게는 추첨을 통해 갤럭시 Z 폴드7나 스타벅스 e카드 등이 증정된다. 방문객 전원에게는 종이 인형 캐릭터가 새겨진 파우치·에코백 굿즈가 제공된다. 장소연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코엑스 체험존의 폭발적 호응에 힘입어 강남으로 체험 공간을 확장했다"며 “화제의 갤럭시 폴더블 제품과 캐릭터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현장에서 즐겨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제주항공, 무안참사로 안전투자 ‘제자리’ 돌렸지만…티웨이에 1위 뺏겨

지난해 말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참사 이후 처음 공개된 국토교통부의 '항공 안전 투자 공시' 결과는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참사 당사자인 제주항공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대규모 안전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경쟁사인 티웨이항공이 이를 압도하는 파격적인 투자 계획으로 2025년 LCC 안전 투자 1위 자리를 예약하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번 공시는 단순한 투자액 공개를 넘어 항공 안전이 LCC 업계의 생존과 시장 지배력을 결정하는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국토교통부가 18개 항공 교통 사업자의 2024년 실적과 2025-2026년 계획을 취합해 발표한 이번 자료는 2013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나항공 214편 사고 발생 11년 5개월 만에 발생한 최악의 항공 참사 이후 각 항공사가 안전 자본을 어떻게 배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부 공인 첫 성적표다. 국토부의 공시 자료는 진공 상태에서 해석될 수 없다. 이 자료는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참사 이후 8개월 만에 나왔다. 단 2명의 생존자를 남기고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사고는 국민적 상처를 남겼고, 제주항공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태국 방콕을 출발한 보잉 737-800 여객기는 착륙 접근 중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로 추정되는 사고를 겪었고, 이는 착륙 장치(랜딩 기어)를 펼 수 없는 연쇄적인 고장으로 이어졌다. 기장은 동체 착륙을 시도했지만 항공기는 빠른 속도로 활주로를 이탈했고 결국 콘크리트 구조물에 고정된 로컬라이저와 충돌하며 폭발과 함께 화염에 휩싸였다. 사고 이후 국가적인 애도 분위기 속에서 △항공기 정비 이력 △비상 상황에 대한 승무원의 대처 △공항 안전 시설의 적절성 등에 대한 고강도 조사가 진행됐다. 이 같은 막중한 사회적 압박 속에서 나온 이번 항공 안전 투자 공시 속 제주항공의 수치는 단순 공개 자료를 넘어 책임 규명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대한 사측의 첫 번째 정량적 답변이라 할 수 있다. 이 비극적 사건은 한국 LCC 시장의 소비자 심리를 근본적으로, 그리고 영구적으로 바꿔놨다. 이전까지 가격 다음의 부차적 고려 사항으로 치부됐던 '안전'은 이제 수많은 여행객들에게 가장 중요한 항공사 선택 기준으로 자리매김했다. LCC들이 소비자들에게 소구했던 핵심 가치는 저렴한 가격에 좌석을 공급한다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안전과 바꾼 위험한 대가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흔들리고 있다. 따라서 항공사들은 안전 투자를 더 이상 단순한 운영 비용이 아닌, 수익 창출과 시장 점유율 확보에 필수적인 핵심 마케팅·브랜드 구축 도구로 인식해야만 하는 새로운 전략적 현실에 직면했다. 이번 공시에 담긴 숫자들은 바로 이 새로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2024년 데이터는 제주항공이 안전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일반적인 예상과 상반된 결과를 보여준다. 제주항공의 2024년 총 안전 투자액은 3134억5000만원으로, 2023년의 4934억6000만원 대비 36.5% 감소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 감소가 반드시 안전에 대한 소홀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대규모 자본 지출의 주기적 특성을 반영하는 결과로 분석된다. 투자액 감소의 주된 원인은 기령 20년 초과 노후기인 '경년 항공기 교체' 항목의 지출이 업계 전반적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2024년 LCC 업계의 해당 항목 지출은 전년 대비 75.2%나 줄었으며, 제주항공은 2024년에 항공기 교체를 진행하지 않은 항공사 중 하나였다. 이것이 전년 대비 투자액 감소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절대 투자액 기준으로는 제주항공이 3134억5000만원으로 여전히 LCC 중 1위를 유지했고, 티웨이항공이 2943억600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진짜 이야기는 국토부가 항공사 간 공정한 비교를 위해 올해 처음 도입한 표준화된 지표에 숨어있다. 핵심 지표인 '1만 운항당 안전 투자액'에서 티웨이항공은 이미 제주항공을 앞질렀다. 티웨이항공은 364억9000만원으로 전체 항공사 중 5위를 기록한 반면, 제주항공은 289억8000만원으로 6위에 머물렀다. 이는 운항 규모 대비 안전 투자의 집중도 면에서 티웨이항공이 2024년에 이미 경쟁사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또 다른 지표인 '항공기 1대당 안전 투자액'에서는 제주항공이 78억4000만원으로 6위였고 티웨이항공이 77억5000만원으로 7위로 근소하게 앞섰지만 격차가 거의 없다. 이는 티웨이항공이 여러 효율성 지표에서 빠르게 추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표준화 지표에서 나타난 티웨이항공의 우위는 우연이 아니다. 이는 유럽 등 장거리 노선 진출을 준비하며 사전에 안전 신뢰도를 높이려는 전략적 판단이 이미 실행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장거리 노선에서 대한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부족하고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신뢰성에 대한 인식이 필수적이다. 운항 편수와 항공기당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이러한 평판을 쌓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무안 참사 이전에 수립된 계획이 반영된 2024년 데이터에서 이미 이러한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다시 말해 무안 참사가 티웨이항공의 안전 중심 전략을 이끌어낸 것이 아니고, 이미 진행 중이던 장기적 브랜드 구축 전략의 중요성을 극적으로 부각시키고 그 효과를 가속화하는 예상치 못한 순풍으로 작용한 셈이다. 2025년 투자 계획은 티웨이항공의 전략적 승부수를 더욱 명확하게 보여준다. 티웨이항공은 안전 투자액을 2024년 대비 147.9% 늘린 7296억6000만원으로 계획하고 있다. 반면, 참사 이후 안전 강화 압박을 받는 제주항공은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27.7% 증가한 4003억4000만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티웨이항공의 2025년 계획 투자액은 LCC 업계 1위일 뿐만 아니라 최대 경쟁사인 제주항공의 거의 1.8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규모다. 이러한 투자 급증의 배경에는 '경년 항공기 교체'가 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에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을 포함한 4개사가 신규 항공기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티웨이항공의 예산 규모는 단순히 노후 기체 교체를 넘어, 신규 장거리 노선 확보와 연계된 대대적인 기단 현대화·확장 프로그램이 진행될 것임을 암시한다. 이 추세는 2026년까지 이어진다. 티웨이항공의 항공 안전 투자액은 6199억2000만원으로 15% 가량 감소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반면 제주항공은 5506억2000만원으로 투자를 늘린다는 입장이다. 이는 제주항공 역시 지속적인 안전 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티웨이항공이 설정한 새로운 기준점을 따라잡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임을 예고한다. 티웨이항공의 안전 투자 계획은 대중의 인식 속에서 '가장 안전한 LCC'라는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낮은 기령의 연료 효율적 기단으로 기술·운영의 우위를 점하며 경쟁사인 제주항공이 가장 취약한 시기에 막대한 재정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업계 1위로 올라서려는 공격적인 경영 전략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이배 대표이사(사장) 이하 제주항공 경영진은 두 개의 전선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완벽한 안전 시스템 개혁을 실행해야 하고, 외부적으로는 회의적인 대중과 투자자들에게 회복의 서사를 설득해야 한다. 제주항공의 투자 증액 계획은 그 자체로는 상당한 규모지만, 티웨이항공의 공격적인 행보와 비교되면서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을 줄 위험에 처했다. 반면 티웨이항공은 스스로를 업계 안전 리더로 포지셔닝함으로써 전통적인 LCC의 틀을 깨고자 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과거 FSC를 선호했던 비즈니스 여행객이나 가족 단위 고객 등 더 넓고 수익성 높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기회다. 이 전략이 성공할 경우 티웨이항공은 기타 LCC 대비 프리미엄 이미지에 따른 수익성을 제고할 수도 있다. 무안공항에서의 제주항공 참사와 티웨이항공의 안전 투자 증액 움직임은 업계 전체에 비싸고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곧 에어부산·에어서울과 통합할 진에어나 이스타항공·에어로케이·파라타항공 등 등 다른 LCC들도 자사의 안전 예산을 재평가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LCC 시장은 티웨이항공이 이끄는 '안전과 품질' 중심의 상위 그룹과 '순수 비용'으로 경쟁하는 하위 그룹으로 양분될 수 있고, 새로운 자본 지출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소규모 항공사들의 퇴출과 통합 등 시장 재편을 가속화할 수 있다. 규제 당국의 시각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의미심장하다. 무안 참사 이후 국토부는 항공사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더 높은 안전 기준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환경에서 티웨이항공처럼 기존의 기대를 뛰어넘는 선제적이고 압도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항공사는 규제 당국에 '모범 시민'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신규 노선 허가나 기재 도입 승인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무형의 자산이 된다. 즉, 티웨이항공의 투자는 승객의 안전뿐만 아니라 핵심 규제 기관과의 관계에 대한 전략적 투자이기도 하다. 무안 참사라는 비극적 프리즘을 통해 본 2024년 국토부 안전 투자 공시 자료는 한국 항공 산업의 중대한 전환점을 드러낸다. 제주항공은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그 회복 속도는 안전 리더십이라는 왕좌를 차지하려는 티웨이항공의 대담하고 전략적인 움직임에 의해 추월당하고 있다. 수조 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이라는 숫자는 결국 '대중의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자산을 얻기 위한 대리전에 불과하다. 티웨이항공은 무안 참사 이후의 시대에는 신뢰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항공사가 궁극적으로 하늘을 지배할 것이라는 데 과감한 베팅을 했다. 2025년은 단순히 어느 항공사가 돈을 더 많이 쓰는지를 보여주는 해가 아니라 누구의 전략이 한국 저비용 항공 시장의 미래를 정의할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그룹, 4개 계열사 대표이사 5명 인사 단행…“글로벌 경쟁력 강화”

한화그룹은 ㈜한화/글로벌, 한화엔진, 한화파워시스템,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4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5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전문성과 글로벌 사업 역량을 갖춘 경영진을 배치하여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화그룹은 급변하는 글로벌 사업 환경에 적응하고 사업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시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각 사는 신임 대표이사 책임 하에 최적의 조직을 구성하고 2026년도 경영전략을 조기에 수립하여 사업계획을 실행해 나갈 예정이다. 내정된 대표이사들은 각 사의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한화/글로벌 신임 대표이사에는 류두형 한화오션 경영기획실장이 내정됐다. 류 내정자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첨단소재, 한화모멘텀 등 여러 계열사에서 대표이사를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제조 및 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사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화/글로벌의 사업 전략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한화엔진 신임 대표이사로는 김종서 한화오션 상선사업부장이 내정됐다. 김 내정자는 한화토탈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한화오션에서는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와 액화 천연 가스(LNG)선 매출 비중 확대를 통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선박 엔진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엔진 제조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 다각화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한화파워시스템은 라피 발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발타 내정자는 GE와 프리시즌 캐스트파츠 등에서 35년 이상 근무한 글로벌 엔진·가스터빈 전문가다. 그의 풍부한 글로벌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압축기·가스터빈 등 에너지 장비의 해외 시장 확대를 이끌게 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사업 부문별 전문성 강화를 위해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리조트 부문은 최석진 대표이사가, 에스테이트 부문은 김경수 대표이사가 맡는다. 최 내정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미래전략실장 등을 지냈고 호텔 및 리조트 사업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수립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김 내정자는 동사의 개발사업부장·아쿠아플라넷 대표 등을 역임하며 종합 부동산 시설 관리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쌓아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르노코리아 니콜라 파리 새 대표 ‘차세대車 혁신’ 이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니콜라 파리(Nicolas Paris) 신임 대표이사가 9월 1일 공식 부임한다고 31일 밝혔다. 파리 사장은 전기공학 학사와 프랑스 랭스 경영대학원에서 학위를 취득한 뒤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 ZF를 거쳐 2015년 르노 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해외 시장 신차 개발 △섀시 및 플랫폼 △전동화 △첨단 기술 등 구매 핵심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특히 2019년부터 약 3년간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얼라이언스 이노베이션 랩에서 구매 담당장을 맡아 전동화·자율주행·커넥티비티 분야의 첨단 기술 개발에 깊이 관여했다. 최근까지는 르노 그룹의 배터리·E-파워트레인·ADAS·소프트웨어·전자부품 구매 담당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그룹의 전기차 전환과 기술 혁신을 이끌었다. 르노코리아는 글로벌 파트너십 경험과 인도·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의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파리 사장이 회사의 친환경 신차 개발 로드맵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스테판 드블레즈 전임 대표는 같은 날 르노 그룹 인도 총괄 CEO로 자리를 옮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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