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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규빈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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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 쇼크] 석화·항공 “피해 우려”, 방산 “기대감” 엇갈린 표정

이스라엘-이란 간 충돌이 미국의 개입으로 더욱 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와 항공사들은 예상되는 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다각적 대안으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방산업계는 지정학적 이슈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어 산업간 엇갈리는 모습이다. 23일 주요 외신들은 전날 미국의 이란의 핵 시설 3개소 타격과 이에 반발한 이란 의회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령 의결이 급박하게 이어지면서 사실상 중동전 확산이라는 중대 국면을 우려하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25%와 액화 천연 가스(LNG) 소비량의 약 20%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JP 모건은 사실상 이란의 해협 통제권 아래에 있는 이곳이 실제 봉쇄됐기 때문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수준까지 뛰어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 같은 상황에 석유를 원재료로 쓰는 석유화학 업계와 수요자인 항공 업계는 위기 대응 차원에서 다양한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는 △합성 수지 △합성 고무 △합성 섬유 △염료 △의약품 등 광범위한 분야의 제품을 만드는 데에 쓰인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통상 나프타 가격도 동반 상승해 제품 가격도 따라가기 마련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나프타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해둬 당장 위기 상황에 직면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국면이 장기화 될 경우 어려움이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 역시 국제 유가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업종이다. 대한항공의 올해 예상 유류 소모량은 3050만 배럴에 달한다. 유가가 1달러 오르면 3050만 달러 가량 손실을 본다는 게 대한항공 측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사는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의 최대 50% 내에서 헷지를 시행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과 유가 수준을 고려해 적합한 파생 상품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특수를 누리던 방산업계는 중동 지역 정세 불안정에 겹호재를 맞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조사 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동·아프리카 방산 시장은 2029년 1774억 달러(한화 약 245조4329억 원)으로 2024년 1384억달러(191조4764억 원) 대비 28.18%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연 평균 성장률이 5%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상호 간 1786km나 떨어진 이스라엘-이란 간 전쟁에서 중·장거리 유도 무기 체계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은 K-방산의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는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 '천궁-II(M-SAM2)'를 도입한 바 있고, 3개국 수출 규모는 총 6조2000억원에 이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따른 전 세계 각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안보 환경 변화와 국가별 국방 예산 확대로 인해 중장기 방산 시장 규모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U 패스트트랙 도입…K-방산 ‘유럽수출 큰 장’ 기대감

K-방산 기업들이 유럽 무기시장으로 '수출 르네상스 2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조된 안보 위기 타개를 위해 방위산업 규제 완화와 허가 패스트트랙 도입 등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자 '신속한 납품'과 '실전 경험'을 갖춘 K-방산 기업들이 '준비된 경쟁력'으로 국산 무기의 유럽 수출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판단과 전망에서다. 2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6일 회원국와 산업계의 집단안보 역량 및 인프라 확충을 목적으로 △신규 방위산업 허가 패스트 트랙 도입 △유럽방위기금(EDF) 활성화 △방위물자 조달 절차 개선 △인베스트 EU 접근성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방위 분야 규제 완화 패키지'를 제안했다. EU 집행위의 방위 규제완화 패키지에 대해 한국무역협회 브뤼셀 지부 관계자는 “각 회원국의 방위산업 지원을 위한 전용 소통창구를 지정하고, 신규사업 허가 절차 60일 이내 완료와 EDF 지급 규정의 심사절차 간소화·운영 유연성 제고를 통해 우크라이나 기관과 기업의 EDF 참여 촉진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방산물자 공동구매를 장려하고 계약 한도를 상향하며, 방위 제품 라이선스의 회원국 간 이전절차 간소화를 명시한 것"이라며 “방위산업 투자에 법적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지속가능 금융 프레임워크 내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는 금지 무기에 대한 명확한 분류 기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번 EU 방위 분야 규제완화 패키지는 지난 3월 21일 발표된 EU 방위백서에서 제시된 비전을 기반으로 한다. 해당 백서는 규제 간소화와 표준화를 EU의 방위 대비 태세 강화를 위한 핵심 동력으로 제시한 바 있다. EU 의회와 이사회는 입법 절차에 따라 추후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EU 집행위는 2023년 3월 'EU와 우크라이나의 방위기술 및 방위산업 육성을 골자로 한 EU 방위산업 전략(EDIS)에 대한 통신문'을 발표한데 이어 올해 3월 최소 8000억 유로(약 1267조 3570억원)를 투입하는 '유럽 재무장계획(REARM Europe Plan)'을 선언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종전까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를 강조하면서 무기 생산을 사회적으로 백해무익 산업이라며 배척해 온 EU 입장과는 정반대다. 그 여파로 EU 및 글로벌 금융권은 방위산업에 대출과 투자를 기피했다. 실례로 독일 시중은행들은 티센크루프 그룹의 총 매출 중 10% 이상이 방산에서 나올 경우 자금 대여를 해주지 않겠다고 위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30여년 간 EU 회원국 정부와 방산업체 간 신뢰관계를 무너뜨려 라인메탈·헨솔트·레오나르도·탈레스·다쏘·BAE시스템즈 등 방산기업들이 러-우크라 전쟁 이후 각국 정부의 긴박한 발주에 대응하지 못한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뒤늦게 이를 의식한 듯 EU는 금융 기관의 방위 관련 기업 투자 및 대출 거래가 ESG와 택소노미 규정을 위배하지 않음을 명시해 민간 투자자의 우려 해소에 나섰다. 이 같은 EU의 집단안보 강화 및 개별 회원국의 자위권 확대 움직임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산업(KAI)·LIG넥스원·현대로템 등 K-방산 기업들은 기존 수출 실적에 이어 유럽시장 추가수출의 기회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K-방산 기업들의 준비된 경쟁력으로 북한과 대치 상황에서 국가적 수요에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적시 공급이 가능하고, 숱한 국지 도발사태에서 무기 실전 경험도 쌓아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국내 방산기업들은 폴란드·루마니아 등에 현지법인을 속속 설립해 EU 수출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더욱이 K-2 흑표전차·K-9 자주곡사포·FA-50 경전투기 등 K-방산 제품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EU 회원국 간 공동구매·라이선스 이전 간소화로 다국간 대량발주 가능성도 존재한다. 동시에 EU방산기업과 조인트벤처(JV)나 연구·개발(R&D) 컨소시엄을 구축해 넓어진 EU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U가 현재 20%인 역내무기구입 비중을 오는 2035년까지 65%로 대폭 상향하는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정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원준 전북대학교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우방국과 탄약류·미사일·주요 무기체계 공동개발 등 공급망 리스크 대응 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며 “정부는 수출 절충 교역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HD현대오일뱅크, 英 쉘과 친환경·고성능 윤활기유 시장 본격 진출

HD현대오일뱅크가 영국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Shell)과의 합작 법인 'HD현대쉘베이스오일'을 통해 고성능·고부가가치 윤활기유(그룹 3)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20일 HD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쉘베이스오일이 대산 공장 증설 투자를 통해 2027년부터 그룹 3 윤활기유의 상업 생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 확장은 기존 그룹 2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고부가 프리미엄 제품군으로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회사 측은 2027년 생산 체제 완비를 목표로 글로벌 종합 윤활기유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윤활기유는 엔진 오일·산업용 윤활유 등 다양한 윤활유 제품의 필수 원재료로, 제조 공정·품질 특성에 따라 그룹 1부터 그룹 3까지 분류된다. 이 중 그룹 3 윤활기유는 △높은 점도지수(VI, Viscosity Index) △낮은 황 함량 △우수한 산화 안정성을 갖춘 친환경·고성능 제품으로, 글로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VI는 윤활유의 온도 변화에 따른 점도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고온·저온 환경에서도 윤활 성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HD현대쉘베이스오일이 생산하는 그룹 3 윤활기유는 고성능 차량·전기차·데이터 센터 액침 냉각 시스템 등 빠르게 성장하는 고성능 윤활유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고객사의 품질 요구를 만족시켜온 경험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제품군을 추가하게 됐다"며 “쉘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계획된 일정에 맞춰 상업 가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그룹 3 시장의 안정적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빠른 시일 내 상업 가동을 추진해 글로벌 윤활기유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HD현대오일뱅크와 쉘이 합작해 설립한 HD현대쉘베이스오일은 2014년 공장 준공과 함께 그룹 2 윤활기유의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아시아·유럽·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현재는 전 세계 50여 개국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포스코, ‘세계최고 철강그룹’ 명예의전당 첫 영구헌액

포스코그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월드스틸다이나믹스(WSD) 주최 글로벌 포럼에서 글로벌 철강그룹 최초로 WSD 명예의 전당에 영구헌액되는 영예를 안았다. 19일 포스코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WSD포럼에 참석한 포스코홀딩스가 2010년부터 15년연속 1위에 선정돼 명예의전당 영구헌액 자리를 차지했다. WSD는 2002년부터 전 세계 35개 철강사를 대상으로 기술 혁신, 생산 규모, 원가 절감, 재무 건전성 등 23개 항목을 평가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기업'을 선정한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이번 행사에 참석해 포스코의 글로벌 리더십 강화와 초일류 미래소재 기업으로 도약을 위한 전략을 직접 소개했다. 장 회장은 “15년간 종합경쟁력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임직원의 헌신 덕분"이라며, “명예의 전당 헌액은 글로벌 철강업계의 격려와 응원의 의미"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영구헌액이 포스코의 새로운 시작임을 강조하며, 인공지능(AI) 기반 인텔리전트 팩토리 실현과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등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포럼에 앞서 같은 날 장 회장은 코리아소사이어티의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한·미 두 나라 간 AI, 지정학,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글로벌 경제 블록화 등 불확실성 속에서 철강, 이차전지 소재, 에너지 분야의 협력 기회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고 포스코는 전했다. 이 자리에서 포스코는 산업 대규모 지식모델(ILKM, Industrial Large Knowledge Model)과 같은 AI 기술을 통한 제조업 혁신, 고위험·비정형 제조현장의 로봇 자동화 등 AI 대전환 시기에 제조업이 직면한 과제와 해법도 함께 모색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경쟁력 저하·中과잉공급…K-조선, 무탄소·자율운항 ‘초격차’가 해답

국내 조선업계의 미래 초격차 기술 확보 공론장에서 업계와 연구 기관, 정부 관계자들이 생존을 위한 기술 초격차 확보와 구조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중국과의 격차 확대, 친환경 연료 전환, 자율 운항 기술 선점 등 조선업의 현안과 과제를 공유하고 민·관·학이 함께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뜻을 함께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안도걸·허성무 의원 공동주최 'K-조선 글로벌 미래 초격차 기술 확보 토론회'는 국가 전략 차원의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해법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조선업계와 연구기관 전문가들은 “조선업의 국가전략산업 지정은 출발선일 뿐이고, 향후 기술 초격차 확보를 위한 실질적 지원과 구조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3년 한국 조선업은 1100만 CGT를 수주하며 선별적 수주 전략을 택했지만, 중국은 설비 확충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양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 우량 조선사는 고부가 선박 중심으로 오는 2028년 물량도 대량 확보했고, 중형 조선사들도 2027년까지 충분한 일감을 따냈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이와 달리,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오는 2027년까지만 도크가 차게 되고, 이후는 없다는 현실을 우려했다. 이 연구위원은 “중국이 건조 물량을 기반으로 조선 생태계를 강화해나가는 구조적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공급과잉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조선 산업 밸류 체인 측면에서 2022년까지 줄곧 1위를 유지했던 한국 조선업계 종합 경쟁력은 2023년 2위로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자재·연구·개발(R&D)·설계·조달 등 기술 부문에선 중국을 앞서 있지만, 생산·수리·수요 부문에서는 이미 열세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국영 조선 기업 중국선박그룹(CSSC)은 설계부터 주요 기자재 생산까지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은 민간 주도로 개별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구조적 불균형이 발생한 데에 기인한다. 차제에 조선업은 신규 수요보다 노후 선박 대체 수요와 환경 규제 대응 중심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따라 저탄소·무탄소 연료 투자, 에너지 절감 장치 장착 수요 등이 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서다. 이 연구위원은 “단순 기술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수요·금융·인력까지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조선을 안보 산업으로 격상해 정부 차원의 지원 조직과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김형택 HD한국조선해양 상무는 조선업 현장의 기술적 도전과제와 전략 방향을 보다 실무적인 시각에서 설명했다. IMO의 친환경 규제 강화와 디지털·스마트 기술 확산으로 기존 노동 기반 전통 제조업이던 조선업계에서는 파괴적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오염 물질 배출 저감과 무탄소 추진선 기술 선점 필요성이 대두됐고, 해상 안전과 선원 부족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지능형 자율 운항 선박 기술 확보 역시 중요해졌다. 김 상무는 “이제는 친환경·자율운항 선박으로의 대전환, 디지털 운영모델 구축, 스마트 야드 구현 등이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연료 전환에 따른 안전 확보와 실증 불가능 환경, 막대한 R&D 비용 등은 민간 기업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조선업은 제품 하나 개발함에 있어 수천억원이 소요되고 실증 시범 선박조차 만들기 어려운 구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선업이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된 것은 기술 개발 투자 확대와 세제 혜택 확보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는 “HD현대를 비롯한 국내 조선 3사는 액화 천연 가스(LNG)·암모니아·수소 기반 선박 개발은 물론, 인공 지능(AI)·디지털 기반 자율 운항·안전 관리 시스템까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이미 중국 조선소가 메탄올·LNG 추진선 수주에 성공하고 있고, 일본도 기자재 협력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와 실증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상무는 끝으로 “K-조선은 수출과 고용, 안보까지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라며 “한미 협력 확대와 통상 전략 연계 차원에서도 조선업 기술 경쟁력은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서 좌장인 김명현 대한조선학회장은 “초격차 기술 확보는 지정 이후 액션 플랜이 중요한데, 현재는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냉정한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민·관·학 협력 강화가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김현수 인하공업전문대학 수송기계공학부 조선기계공학과 교수는 안보적 관점에서 조선업 중요성을 짚었다. 그는 “인력 양성과 기술 고도화는 함께 진행돼야 한다"며 전략 기술 지정 이후 대학의 R&D 참여 기회 확대 요청했다. 김승혁 삼성중공업 기장 설계팀장(상무)은 “국산 LNG 화물창 원천 기술 확보와 실증·상용화가 경쟁력 핵심인데 기술 개발에 실증 리스크가 높다"며 “정부가 리스크를 분담해줘야 기술 혁신 가속을 이뤄낼 수 있다"고 했다. 석욱희 경상남도 주력산업과장은 “자체 조사 결과 조선업의 핵심 과제는 무인·무탄소 기술 부족과 인력 감소, 재래식 공정 구조 등인 것으로 확인됐디"며 “미래 초격차 기술 선점과 스마트 생산 시스템 구축, 전문가 인력 양성이 핵심 전략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의중 산업통상자원부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은 “조선업은 현재 중국과의 경계선에 놓인 산업이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은 '늦은 필요 조건'일 뿐, 민관 합동 빠른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문경호 기획재정부 조세제도특례과장은 “조선업은 미래형 운송 수단 분야의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됐다"며 “조선업의 국가 안보·경제 견인 역할을 기대한다"고 표명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의 눈] ‘동네북’ 대한항공을 위한 변명

“창업 이념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자 과업이라고 생각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결정했습니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은 이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국가와 국민 여러분께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지난 2020년 11월 16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M&A를 전격 선언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까지 대한항공은 숱한 가시밭길을 헤쳐왔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3년 전 대한항공 관계자가 기자에게 “우리는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자꾸 인심을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듯 여론은 속칭 '땅콩 회항' 사태 이래로 악화일로를 걸어왔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불거진 보잉 777-300ER 기종 좌석 배열 변경 논란은 이의 정점을 보여준다. 기존 3-3-3 배열을 3-4-3으로 변경하면 승객 편의성이 저하될 것이라는 게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독과점의 폐해를 차단하고자 한 정부 조치에 대한 낮은 이해도에 기인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 승인을 내주며 특정 노선의 연간 공급 좌석 수를 2019년 대비 90% 미만으로 줄이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요컨대 2019년 특정 노선에 양사가 공급하던 연간 좌석이 1만석이었다면 앞으로는 최소 9000석 이상을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조건에서 정부의 '공급 좌석 수 유지'라는 지상 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가 바로 '밀도의 경제(Economy of Density)' 원칙에 입각한 좌석 수 증대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이 공급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이제 와서 '닭장 좌석'을 운운하며 힐난하는 것은 경쟁 당국의 지침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다는 선명한 자기 고백에 지나지 않는다. 수송력 확대에 따라 예상되는 '수익성 개선'은 공정위 조치에 따른 결과일 뿐이어서 인과 관계를 착각한 것이다. 또 3-4-3 배열은 이미 캐세이퍼시픽·에어프랑스·에미레이트항공 등 유수의 항공사들이 채택한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은 만큼 더 많은 노선에 안정적으로 취항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경영진이 정부 규제와 시장 논리의 가운데에서 찾아낸 최적점을 '독점의 횡포'로 매도하는 것은 과도하다. 이연 수익(마일리지) 개편안 역시 마찬가지다. 신용 카드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은 1500원,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을 결제해야 1마일씩 적립해준다. 때문에 3대 2(1대 0.66) 수준에서 결정하되, 탑승 실적분은 1대 1로 교환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스카이패스팀은 약 6개월에 걸친 연구와 컨설팅을 진행해 지난 12일 오전 중 제출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마일리지 사용처가 기존 아시아나항공이 제공하던 것에 비해 부족했고, 통합 비율 등 구체적 설명이 미흡했다"며 당일 오후 수정·보완을 요청해 사실상 반려 처분을 내렸는데 그 짧은 시간 안에 내용 제대로 들여다 봤을 리 만무하다. 대한항공은 공정위 요청에 따라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며 “소비자 기대에 부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경청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지만 피감 기업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은 경쟁 당국이 정권 교체에 맞춰 발 빠른 정무적 판단을 내린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또한 대한항공을 '독점'이라는 프레임에 가두고 비판을 위한 비판만 일삼는 일부 언론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근거 없는 비난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무지성 억까'는 지양해야 한다. 지금은 비난의 목소리를 낮추고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미래를 위해 곧 출범할 '통합 대한항공'이 순항할 수 있도록 응원해줘야 할 때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고려아연, 加 자원개발사 지분투자 ‘광물 공급망’ 확보

고려아연은 니켈·코발트·구리·망간 등 전략광물 탐사개발 전문 캐나다 기업에 지분 투자해 국내외 핵심 산업소재 공급망 확보에 기여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캐나다 광물자원 개발업체 TMC(The Metals Company)의 지분 약 5%를 인수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투자금액은 약 8500만 달러(약 1157억 1900만원) 규모로, 향후 TMC의 시장 가치와 성장 가능성이 확인될 경우 일정가격에 추가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도 계약에 포함돼 있다.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가 탈중국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를 위한 해저 광물 탐사·개발을 촉진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가운데 TMC는 연내에 심해자원 채광 허가를 취득해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TMC는 심해에서 니켈·코발트·구리·망간 등이 포함된 망간단괴 채광을 준비 중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투자로 전기자동차·재생에너지·첨단산업에 필요한 핵심소재를 확보해 안정적으로 공급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이다. 또한, TMC가 채취한 자원을 국내외에서 제련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 범위도 넓혀갈 계획이다. 특히, 고려아연의 이번 지분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 정부의 해외우려기업(FEOC)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원료를 확보함으로써 세제 혜택 배제 등 통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이차전지 핵심소재 공급망의 자립도도 높일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현재 고려아연은 2차전지 자회사 켐코를 통해 오는 2027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올인원 니켈제련소를 건설 중이고, TMC가 생산하는 자원은 향후 니켈제련소에서 가공될 예정이다. 아울러, 미국 내 니켈제련소 건설 등 추가 협력도 논의 중이다. TMC도 비중국 자본과 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과 협력을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측은 “지난해부터 TMC와 협업을 검토하며 사업성과 경제적 타당성을 확인했다"며 “이번 파트너십은 미국 내 독립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니켈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의미가 있고, 미국 내 입지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스타항공 600억 유상증자 ‘자본잠식 탈출’ 승부수 될까

이스타항공이 신조기 도입 등 항공안전 투자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규모 유상 증자를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선다. 최근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자본 잠식 등 불안정한 재무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7일 이스타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는 600억원 수준의 유상 증자를 추진한다. 목적은 △신조 여객기 도입 △통합 정비 센터 신설 △승무원 훈련 시스템 개선 등 항공안전 투자와 재무구조 개선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하반기까지 차세대 친환경기인 보잉 737-8 5대를 추가로 도입해 연료비·정비비 감소 효과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 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올 하반기 통합 대한항공·진에어 등 출범에 따라 이관이 예상되는 노선들을 확보해 수익성 강화도 노린다. 이처럼 회사가 자금의 용처를 밝혔음에도 구체적인 유상 증자 방식과 600억원을 어떤 항목에 얼마나 배분할 지 등 세부사항은 빠져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VIG 파트너스가 주체적으로 추진하는 사항이고,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600억원으로 안전 투자 외 재무구조 개선까지 마무리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항공기 도입과 시스템 개선 등에 활용하고자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이스타항공이 유상증자 계획과 동시에 재무구조 개선을 거론한 이유는 불안정한 재무 상태를 해소해서다. 앞서 조중석 대표이사 사장은 2024년 중에 적자에서 벗어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이뤄내지는 못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2024년 실적은 매출 4611억8204만원·영업손실 373억8862만원·당기순손실 253억9222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된다. 2023년 대비 매출은 214.37% 늘었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35.18%, 52.73% 줄어들어 긍정적인 추이를 보였다. 같은 기간 '착한 부채'로 통하는 선수금 역시 364억6661만원에서 813억6323만원으로 123.12% 늘었다. 항공업계에서는 정상 운항을 전제로 고객과의 의무를 이행하기 전까지 부채 계정으로 잡히는 선수금은 매출을 선취한 것으로 인식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선수금이 늘었다는 것은 곧 영업 성과가 좋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처럼 조 대표는 분명 외적 성장은 이뤄냈지만 자본 측면에서는 부실을 막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5885억901만원이던 누적 결손금은 6139억123만원으로 4.31% 증가했고, 98억1007만원이었던 자본 총계는 –149억1703만원으로 기록됐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자본 총계가 음수라는 점은 완전 자본 잠식 상태라는 뜻으로, 회사가 가진 자산에서 부채를 모두 갚고 나면 남는 자본이 아예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편 감사 보고서 작성이 완료된 시점부터 3개월에서 1년 새 도래하는 금융 부채는 18억4120만원, 1년 이상 만기가 남은 경우는 34억3980만원 등 총 93억4195만원으로 전년 대비 1.49배 늘었다. 이스타항공은 이달 내로 유상 증자를 마무리 한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자금 조달의 적시성 확보를 위해 금융 자산과 부채의 만기 구조를 대응시키면서 유동성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공멸 위기’ 석화업계, 고강도 구조조정에 내몰린다

업황 부진을 견디다 못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경쟁사간 생산시설을 합치고, 내부 직원 권고사직을 시행하는 동시에 수익성 낮은 비핵심사업 부문을 내다파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내몰리고 있다. 이는 변화 없이는 소멸될 것이라는 유화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지만 이후에도 업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업계는 당분간 '고난의 행군'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16일 나이스(NICE) 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들어 유가가 하락 안정화됐고, 블렌딩 수요가 위축되며 파라자일렌(PX, Paraxylene) 스프레드는 약세로 전환됐다. 올해 중에도 신규 증설 부담 등으로 유가 하방 압력이 존재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향후 아로마틱 제품의 마진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각각 보유한 충남 대산읍 소재 석유화학 제품 생산 설비를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협상을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두 회사가 생산설비를 합작법인인 HD현대케미칼에 현물 출자하게 만드는다는 전언이다. 또한, HD현대케미칼은 시황에 맞춰 생산 규모를 축소해가는 등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나프타 분해 설비(NCC, Naphtha Cracking Center) 설비 통폐합 가교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대형 회계법인이 두 회사의 자산과 합작회사 HD현대케미칼의 기업 가치를 실사중이라고 소식이 알려졌다. 2014년 탄생 당시부터 합작사였던 HD현대케미칼 지분 구조는 HD현대오일뱅크 60%, 롯데케미칼 40%로 이뤄져있고, 2018년 3조4217억원을 투자해 중질유 기반 석화 설비(HPC)를 확보해 에틸렌 연산 규모는 85만톤에 달한다. 이 외에 롯데케미칼은 인근 설비에서 연간 110만톤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롯데케미칼과 현대케미칼은 각각 1조8255억원, 2837억원 등 도합 2조1092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런 만큼 양사는 보유 설비를 하나로 합침에 따라 관리비와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절감하고, 원재료 구매 시에도 단가 인하 등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HD현대와 롯데케미칼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지부진했던 국내 석화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화 업황은 중국과 중동 기업들이 시장 내 과잉 공급을 이어옴에 따라 10여년 전부터 악화일로를 걸어왔고, 현장 생산직도 감원할 정도로 나빠진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울산 공장 정년 퇴직을 앞둔 직원들과 장기 근속자들을 대상으로 권고 사직을 진행하고 있다. 보상 규모는 개인차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35~40개월분의 급여와 위로금 500만원 가량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임원은 2022년 102명에 달했지만 작년 말에는 78명으로 대폭 감축하면서도 생산 최일선에 있는 직원들은 그대로 뒀지만 최근에는 이들 역시 예외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의 구조조정은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 2월 19일 파키스탄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생산·판매 자회사인 LCPL(LOTTE CHEMICAL Pakistan Limited)의 보유 지분 전량(75.01%)을 매각하고 미수령 배당금도 수취해 1275억원을 확보했다. 이어 3월 28일 일본 소재 회사 레조낙 지분 4.90%를 2750억원에 팔아 현금을 챙겼다. 국내 석화 1위 기업 LG화학도 수처리 필터(Water Solutions) 사업을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설립한 특수 목적 법인(SPC)인 코리아 워터 솔루션 홀딩스(Korea Water Solution Holdings)에 매각키로 했다. 대금은 1조4000억원으로, LG화학 연결 자기 자본의 2.92% 수준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당사 핵심 육성 영역인 3대 신성장 사업에 역량과 리소스 집중을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LG화학은 전남 여수시 내 도원·소호 사택 2개소를 폐지하고 안산 1개소만 기숙사 형태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관세 전쟁으로 인해 배터리·소재·석유화학 실적에 대한 가시성이 낮아졌다"며 “불확실성 해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서연 나이스 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 연구원은 “석유화학사들은 투자 계획을 취소하거나 비 핵심 사업부를 매각하는 등 자금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부진한 실적으로 운전 자본·이자 비용 등을 자체 현금 창출 능력으로 대응하지 못하며 재무 부담 과 신용 위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잉크도 안 말랐는데”…대한항공-아시아나 마일리지 통합안 퇴짜, 공정위 ‘졸속 심사’ 논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마일리지 통합안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제출했으나, 공정위가 제출 당일 곧바로 보완을 요구하며 사실상 퇴짜를 놨다. 이번 결정은 정권 교체 직후 내려진 것으로 '졸속 심사'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당초 예측된 합리적 통합 비율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한항공의 이연 수익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여 시장 가치와 재무 건전성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오전 자사와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통합에 관한 방안을 공정위에 제출했다. 이 방안을 도출하는 데까지 대한항공 스카이패스팀은 약 6개월에 걸친 연구와 컨설팅을 진행했고, 임원을 포함한 고위 관계자들도 내용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철통 보안을 기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같은 날 오후 출입 기자단에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해야 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통합안에 대해 즉각 수정함과 동시에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마일리지 사용처가 기존 아시아나항공이 제공하던 것에 비해 부족했고, 통합 비율 등 구체적 설명이 미흡했다"며 '아시아나항공 소비자 불이익 방지와 양사 고객 권익의 균형'을 심사 원칙으로 내세웠다. 특히 “현 시점에서 대한항공이 제출한 통합안을 국민께 공개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지속적인 수정·보완을 거쳐 적절한 시점에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 당국의 이 같은 갑작스러운 입장 표명에 대한항공 직원들은 “점심 식사하고 오니 날벼락을 맞았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마일리지 통합 비율은 대한항공의 재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항공사 마일리지는 단순한 포인트가 아니라 고객에게 반드시 돌려줘야 하는 항공사의 '미래 부채'로 인식된다. 때문에 회계상 '이연 수익'으로 잡히는 미사용 마일리지가 많을수록 재무제표상 부채가 늘어난다. 때문에 탑승 실적 마일리지는 1대 1, 신용카드 등 제휴 마일리지는 적립 기준 차이(대한항공 1500원당 1마일, 아시아나 1000원당 1마일)를 반영해 3대 2(1대 0.66)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공식 보고서를 통해 양사의 마일리지 통합 비율은 국제 선례와 가격·서비스 격차, 마일리지 활용 기회, 항공 동맹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대 0.9가 타당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실제 글로벌 항공사 합병 사례에서도 탑승 마일리지는 1대 1로 통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제휴 마일리지는 차등 적용이 일반적이다. 그렇기에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이 비율이 예상보다 높게 책정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를 더 높은 가치로 인정해줘야 한다. 통합 비율이 시장 가치와 동떨어지는 수준으로 강제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보유자에게 과도한 이익을 제공하게 된다. 동시에 부채로 잡히는 이연 수익이 크게 늘어나 재무 건전성에 부담이 가중돼 이중고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사용 마일리지는 대한항공 2조7681억6839만원, 아시아나항공은 9613억2621만원으로 총 3조7294억9460만원으로 집계된다. 따라서 통합 비율에 따라 재무적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고객 신뢰 문제를 넘어 회사 전체의 재무 구조와 미래 투자 여력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쳐 당국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공정위 요청에 따라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며 “소비자 기대에 부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경청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궁극적으로 모든 항공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앞으로 심사관의 검토 등을 거쳐 최종 상정할 심사 보고서를 작성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정권 교체와 맞물려 공정위가 지나치게 서둘러 통합안 심사 거부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8년 전에는 재벌 해체를 외쳤던 인물이 대통령으로 선출됐기 때문에 이 기조에 맞춘 공정위가 정무적 판단에 따라 발 빠르게 움직였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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