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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박규빈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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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베일 벗은 ‘K-9A3 자주포’…국과연-한화에어로, ‘유·무인 복합 포병’ 시대 연다

K-9 자주포의 최종 진화형 모델인 'K-9A3'의 완전 무인화 유·무인 복합 체계(MUM-T) 운용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의 실체가 밝혀졌다. 인공 지능(AI)과 고도화된 수리 모델을 기반으로 전장을 지배하는 '스마트 포병' 시대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윤곽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3일 본지 취재 결과 차세대 자주포 관련 각 기관과 기업들은 역할 분담을 통해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양면에서 무인화 아키텍처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방위사업청은 '자주포 개량 계획'을 통해 “인공지능 기반 사격 통제와 무인 운용이 가능한 자주포를 개발하겠다"고 로드맵을 밝힌 바 있다. 방사청은 K-9 자주포 2차 성능 개량을 통해 승무원을 현재 5명에서 3명으로 감축하고, 3차 성능 개량을 통해 궁극적으로 무인 운용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발간한 국방기술기획서에 따르면 K-9 자주포의 3번째 성능 개량은 '기동 전투 체계의 원격 무인화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이미 운용 중인 다양한 기동 전투 체계가 일반적인 전투 상황에서는 유인으로 임무를 수행하다가 위험 임무를 수행해야 하거나 소규모 병력으로 대규모 화력 운용 등 전장 상황에 따라 무인 운용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AI를 기반으로 한 유·무인 전투체계(MUM-T)가 협업을 통해 장비를 복합 운용해 전투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 국과연, 유·무인 복합 제어 '두뇌'·통신망 자율 복원 기술 담당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자주포의 섀시(Chassis) 단위 제어부터 전술적 운용까지 포괄하는 거시적인 통제 시스템과 이를 가상 환경에서 검증하는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국과연의 '유무인 복합 운용 자주포 시스템' 기술의 핵심은 40톤이 넘는 거대 무기체계의 완벽한 상태 전환 로직이다. 이 시스템 하에서 자주포는 평시 기동이나 정비 시 승무원이 조종하는 '유인 운용 모드'로 작동하지만 화생방 오염이나 적의 대포병 사격이 예상되는 고위험 구역 진입 시에는 후방 지휘 차량에서 제어하는 '원격 운용 모드'나 입력된 알고리즘에 따라 스스로 기동하는 '자율 운용 모드'로 즉각 전환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종속 운용 모드(Tethering)'다. 이는 1대의 지휘 통제 차량이나 유인 자주포의 기동 궤적과 사격 제원에 2~3대의 무인 K-9A3가 보이지 않는 전자적 사슬로 묶인 것처럼 동기화돼 추종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소수의 병력으로도 화력을 집중 투사하는 군집 운용이 가능해진다. 무인 주행 중 포신이 요동쳐 유압 장치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동 중에는 포신을 자동 잠금하고 방열 직전 해제하는 미세한 기계적 제어 로직까지 갖추게 된다. 전자전(EW) 상황에 대비한 '자율 통신 복원' 메커니즘도 확인됐다. 시스템은 전파 경로 손실(Path Loss) 공간 특성·장애물 회절·수풀 감쇠 등 반영 등 각종 방정식을 실시간 연산한다. 통제 명령이 도달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임계점에 이르면 무인 자주포는 스스로 후진해 과거 통신이 원활했던 안전 지대로 자율 복귀하는 페일-세이프(Fail-safe) 로직을 가동한다. 동시에 후방 지휘소는 하늘로 '통신 중계 드론'을 자동 발진시켜 최적의 고도에서 2홉(2-hop) 중계망을 형성해 끊어진 연결을 강제로 이어붙인다. 국과연은 이와 같은 복잡한 체계를 실물 제작 전 가상 공간에서 완벽히 검증하기 위해 '미래지상전투차량 개념설계 및 성능분석 시스템' 기술도 확보했다. 다물체 동역학·열역학 등이 반영된 '모델 기반 설계'와 3D 하중을 계산하는 '형상 기반 설계'를 융합해 진흙길 돌파력·포탑 회전 가속도·발사 반동 충격, 적외선 피탐지성까지 시뮬레이션함으로써 대규모 개발 비용과 시간을 절감했다.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는 “본 발명을 통해 전술적 상황 변화에 따라 유인 운용과 무인 운용을 유연하게 전환하는 체계를 확보했다"며 “운용자가 자주포에 직접 탑승하지 않아도 원격 주행·사격을 수행해 생존성을 현저히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소수 인력만으로도 복수의 자주포를 다중 통합 제어할 수 있어 전장의 전략적 활용성이 극대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 한화에어로, 분광 카메라 활용 '잔사' 자동 진단·폭발 방지 K-9 자주포의 체계 종합 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승무원 없이 초고속 연속 사격을 수행해야 하는 K-9A3의 기계적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결정적인 하드웨어(HW) 기술을 고안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근 확보한 '자주포 장치 및 사격 동작 제어 방법' 기술은 포신 내부(포강)에 타다 남은 화약 찌꺼기인 '잔사'를 감지하는 '다분광/초분광 카메라(Multi/Hyper-Spectral Camera)' 시스템을 갖춘다. 무인 상태에서 뜨거운 잔사가 약실에 남아있을 때 후속 포탄의 장약이 삽입되면 약실이 닫히기도 전에 터져버리는 오발 폭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인간 탄약수가 육안으로 확인하거나 꼬질대로 청소해야 했지만 완전 무인화 체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탄 발사 직후 폐쇄기(개폐부)가 열리는 순간 장착된 분광 카메라가 포강 내부를 스캔한다. 차가운 금속 포신과 화약 성분인 잔사는 고유의 빛 파장(스펙트럼 대역)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했다. 프로세서는 분광 영상 데이터에서 잔사에 대응하는 픽셀만을 추출해 잔사의 면적을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계산한다. 면적이 임계치를 초과하면 시스템은 즉시 사격 중지 명령을 내린다. 이중 안전 장치도 적용된다. 면적이 기준치 이하여도 카메라가 적외선 파장 대역 신호를 통해 포신 내부의 '온도 정보'를 추가 획득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발화점 이상의 열원이 존재하는지 2차 크로스 체크를 수행하는 것이다. 인간 장전수의 눈과 직감을 기계적 센서로 대체한 이 기술은 무인 자주포가 스스로의 발사 안전성을 검증하는 혁신적 기법으로 평가받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이 기술을 통해선 포신 내부의 잔사 정보를 자동으로 획득하고 이 정보에 기초해 즉각적으로 사격 동작을 제어할 수 있는 자주포 장치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며 “잔사가 누적되거나 잔사의 열기로 인해 새로 장전된 포탄이 발화할 수 있는 물리적 사고 위험을 시스템 차원에서 원천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 한화시스템, AI 표적 획득·할당 및 화기 조준 자율 보정 물리적 플랫폼의 안정성이 확보된 후 이를 바탕으로 전장 데이터를 분석하고 적을 정밀 타격하는 전술 소프트웨어(SW)와 알고리즘은 한화시스템이 주도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유무인 복합 체계에서 협업 임무 자동화' 기술은 무인기(UAV)나 무인 수색 차량(UGV)이 적을 탐지하면 AI가 개입해 고도화된 룰 베이스 매트릭스를 가동한다. 적 보병이나 일반 차량은 100m까지 접근한 UGV에 할당하지만 두꺼운 장갑을 갖춘 적 전차가 나타나면 UGV는 1000m 밖으로 물러나고 100m 상공의 UAV나 후방의 K-9 자주포에 타격 우선권을 넘긴다. 이동하는 표적의 경우 곡사화기(자주포)의 명중률 저하를 시스템이 스스로 계산해 즉시 공격형 드론으로 교전권을 이관하는 유연성도 갖췄다. 다수의 적을 동시 타격하기 위한 알고리즘도 탑재됐다. 머신 러닝 기법인 K-평균 알고리즘(K-means clustering)을 응용해 흩어진 표적들을 한 집단으로 묶고 전체 표적의 분산이 최소값이 되는 기하학적 타격 중심점을 AI가 도출한다. 표적의 정확한 좌표 산출에는 '가중 최소 자승법(WLS, Weigted Least Square)' 기반 측위 기술이 도입됐다. 3대 이상의 정찰 자산이 동일 표적을 다각도로 교차 조준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때 기상 악화나 적의 재밍으로 특정 무인기의 센서 신뢰도가 떨어지면 시스템이 수학적으로 해당 데이터의 가중치를 즉각 낮춰버린다. 개별 자산의 고장에도 전체 시스템의 표적 획득 무결성을 유지하는 교차 검증 시스템이다. 포탄 발사 후의 오차도 시스템이 스스로 수정한다. '화기 조준 보정 장치' 기술은 초탄 발사 후 드론이 폭발 지점(피탄 위치)을 촬영하면 기존 조준했던 '표적 좌표'와의 물리적 거리·방위각·고각 오차를 밀리미터 단위로 측량한다. 시스템은 전방 드론 렌즈 기준의 좌표계를 후방 K-9 자주포 화기의 고정 좌표계로 변환하는 복잡한 매트릭스 연산을 거쳐 도출된 조향각 차이값을 자주포 포탑 구동 모터로 즉각 피드백한다. 관측병의 “우로 백, 줄이기 오십"과 같은 음성 보고 없이 기계 스스로 오차를 수정하는 '학습형 자율 타격(오토 제로잉)' 시스템이다. 한화시스템 측 개발 관계자는 “본 발명의 기술들을 적용하면 영상을 기반으로 최적의 자원을 자동 선별해 사용자의 입력을 최소화하고 신속 대응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며 “특히 일부 정찰 체계에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표적 위치를 정확히 계산해 내고, 바람의 세기 등 기상 변동이나 불규칙한 표적 이동으로 인한 오차를 학습을 통해 정밀하게 보정함으로써 명중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방산 “폭염 뚫고 ‘납기 사수’…안전·생산 다 잡는다”

4일 낮 최고 기온이 37도에 이르는 등 전국적으로 펄펄 끓는 찜통 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 온도가 35도 안팎으로 오르며 무더위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오후부터 저녁 사이 충청권과 전라권, 경상 서부 내륙 등 일부 지역에 5~60㎜의 소나기가 내리겠지만 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역대급 폭염 속에서도 국가 안보와 직결된 납기를 지키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산업·LIG D&A 등 국내 4대 방산 업체들은 철저하고 촘촘한 폭염 대응책을 가동하고 있다. 각 사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납기가 생명…어떤 방법 써서라도 기일 맞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매년 정부 가이드라인과 현장 상황에 맞춰 개정되는 '온열 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폭염에 대응하고 있다. 이 가이드 라인은 특정 사업장별로 나뉘어 있지 않고, 전체 가이드라인을 통해 각 사업장이 개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통합 운영된다. 특히 올해 강화된 대책과 관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내부 규정상 상세히 밝히기는 어려우나 체감온도를 구체화하여 폭염 단계나 작업 조정 내용에 따라 세밀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납기' 문제에 있어서는 타협이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폭염으로 작업 시간이 줄어들더라도 “납기 준수는 최대한 맞추는 것이 원칙이며, 납기가 생명이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납기 기일은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실제 작업 중단 사례에 대해서는 “지난주 전 사업장이 하계 휴무였고, 오늘(4일)이 업무 복귀 첫날이라 향후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며 “일단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준수해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 현대로템 “원청·협력사 차별 없는 휴식…체감 온도 35도엔 옥외 작업 중지" 철도 차량과 전차를 생산하는 창원공장을 둔 현대로템은 체감온도 기준과 무더위 시간대별로 휴식 및 작업 시간을 엄격히 조정하고 있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의 '폭염주의보' 발령 시 매시간 10분씩 그늘 휴식 시간을 제공하며, 35도 이상의 '폭염경보'부터는 매시간 15분씩 휴식을 제공한다. 특히 가장 무더운 시간대(오후 2시~5시)에는 옥외 작업을 전면 중지하고, 업무 담당자를 별도로 지정해 근로자의 건강 상태를 집중 확인한다. 현장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시원한 생수와 얼음, 아이스크림 등 빙과류를 비롯해 쿨토시 같은 보냉장구를 매일 제공하며, '온열 질환 일일 점검표'를 통해 작업자 건강 상태를 매일 챙기고 있다. 혹서기 작업공간은 내부 냉방시설과 환기시설을 수시로 점검해 관리한다. 폭염 속 장비를 장시간 운용 시 변형이 우려되는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고열 작업장'은 현재 현대로템 내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산 시설 작업장 내 냉방 시설을 매일 수시로 점검하며 적정 환경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대로템은 이러한 폭염 휴식 및 작업중지 기준을 원청 직원과 협력업체 근로자에게 100%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현재까지 온열 질환 발생 사례는 '0건'이다. ◇ KAI “6월부터 선제적 점검…클린룸 24시간 항온·항습"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6월, 선제적으로 혹서기 준비를 마쳤다. 전 생산현장을 대상으로 냉방 장치 운영 상태, 체감 온도 측정, 정기 휴식시간 운영 등을 일제 점검 완료했고, 폭염 작업에 따른 온열 질환 예방 지침을 마련해 관련 법정 보건조치 사항을 준수하며 운영 중이다. 공장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대응 방안도 돋보인다. 전사 생산 시설은 정부 권고 기준에 맞춰 실내 적정온도가 유지되도록 냉방 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특히 항공우주 부품 생산에 필수적인 클린룸과 실험실 등 항온·항습 관리가 필요한 특수 시설은 24시간 철저하게 항온·항습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하계 휴가 기간에도 설비 및 전기 분야 교대 근무자를 빈틈없이 운영해 시설을 상시 점검하고 관리하며 무더위에 대비했다. ◇ LIG D&A “법적 기준 뛰어넘는 휴식…체감 38도엔 긴급조치 외 올스톱" LIG D&A는 사내 규정인 '폭염 작업 안전 관리 기준'을 통해 법적 기준을 넘어서는 강력한 근로자 보호 대책을 시행 중이다. 무더위 시간대 옥외 작업을 최소화하고 체감 온도 수준별로 야외작업 시간을 통제한다.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일 경우, 오후 2시~5시 옥외작업을 중지하며 불가피한 경우 매시간 15분 이상 휴식을 제공한다. 특히 체감 온도가 38도 이상으로 치솟을 때는 재난 등 긴급 조치를 제외한 '모든 옥외 작업'을 전면 중지한다. 현장에 지급되는 안전·보건 용품도 매우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차양모·팔토시·쿨 마스크·선크림·스포츠 타올·식염정으로 구성된 '개인 지급 키트'는 물론, 이동식 에어컨·산업용 선풍기·캐노피·파라솔·스크린·아이스 박스 등 '냉방 휴게 용품'을 현장 상황을 파악해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나아가 UAE 등 중동지역 출장자에게는 구급함·냉각용품·작업복·차양모 등이 담긴 예방 키트를 지급하고 글로벌 의료 지원 전문 기관과 연계한 현지 응급 상황 대응 체계까지 구축했다. 무기 체계 야외 시험평가 시에도 예외는 없다. 시험 일정이 정해져 있더라도 폭염 대응을 위해 이동식 에어컨·파라솔·아이스 박스 등을 지원하며, 체감 온도가 35도 이상일 경우 옥외 작업 중지 지침에 따라 시험 연기나 중단을 권고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철저한 관리 덕분에 LIG D&A 역시 현재까지 임직원·협력사를 통틀어 발생한 온열 질환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한비 인턴기자

“펄펄 끓는 활주로 비상”…항공업계, 현장 근로자 건강 사수 ‘총력’

4일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7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전국에 숨 막히는 가마솥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최저 기온은 23∼27도, 낮 최고 기온은 31∼37도로 예보됐다. 지역별 낮 최고 기온은 서울·수원·춘천·대전·세종이 37도까지 치솟고, 청주·광주·대구 36도, 인천·전주 35도, 부산·울산·창원·제주 34도, 강릉 32도 등 전국이 펄펄 끓을 전망이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 온도가 35도 안팎으로 올라 격렬한 야외 활동 자제가 요구된다. 이러한 무더위 속에서도 공항의 활주로와 계류장은 지면 복사열까지 더해져 체감온도가 극도로 치솟는다. 강한 햇볕 아래서 항공기 점검과 정비, 지상 조업을 수행해야 하는 현장 근로자들의 컨디션은 곧 '고객의 안전 운항'과 직결된다. 이에 국내 항공사들이 현장 근로자들의 온열 질환 예방과 쾌적한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해 전사적인 폭염 대비책을 가동하고 나섰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첨단 냉방 장비로 밀착 지원 대한항공은 '절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폭염에 맞서 현장 근로자들의 건강 지키기에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다. 특히 작업 공간의 체감 온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한 장비도 눈길을 끈다. 대한항공은 공기 순환을 돕는 '이동식 대형 서큘레이터'를 시범 도입해 올 하계 기간 인천 화물 터미널, 인천·김포공항 항공기 정비고, 부산 테크 센터 등에 총 5대를 배치했다.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확대 적용도 검토할 방침이다. 아울러 냉각 조끼·바디 팬·이동식 에어컨 등 냉방 장비를 지속 확대하는 한편 폭염 단계별 대응 체계를 통한 휴식 시간 보장 등 다각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현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냉각 조끼와 바디 팬 등 보냉 장구를 적극 도입했다. 생수와 이온 음료, 포도당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온열 질환 대비용 '온열키트'도 구비했다. 또한 현장의 체감 온도에 따라 근로자들의 휴식 시간을 보장하고, 업무량 조정을 확대하는 등 건강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지상 조업 자회사인 한국공항(KAS) 역시 모회사와 발을 맞추며 현장 밀착형 폭염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넓은 공항 주기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고정된 대기실까지 오가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해 에어컨이 가동되는 '버스형 이동식 휴게 시설'을 공항 내 주요 지역에 배치해 운영 중이다. 현장 곳곳에 시원한 생수·얼음·이온 음료를 비치해 수분 섭취를 돕고 있고 체온을 낮춰주는 기능성 냉각 조끼 도입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또한 무더위가 심한 날에는 본사 경영진이 직접 현장으로 나가 특식을 제공하는 등 근로자들의 사기를 북돋는 행사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 제주항공, 현장 의견 반영한 '휴게용 카라반' 도입 제주항공은 뙤약볕 아래 활주로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정비사들을 위해 작년부터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휴게용 카라반'을 도입했다. 태양광 패널 장착으로 자립형 전력 공급 등 에너지 효율성까지 고려한 이 카라반에는 에어컨·냉장고·테이블·전자레인지 등은 물론 기초 서류 작업이 가능한 공간까지 마련됐다. 특히 설계 단계부터 현업 정비 담당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현장 실사를 거쳐 실용성을 한층 높였으며, 곧 김포국제공항에도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예방 물품 지급과 복장 개선도 철저하다. 임직원·협력사 직원들에게 쿨 토시·쿨 마스크·넥 쿨러·모기 기피제·식염 포도당을 지급했고, 지상 조업 자회사인 JAS 여객 직원들에게는 통기성이 좋고 건조가 빠른 소재의 여름용 셔츠 유니폼을 지급했다. 안전·보건 조치도 세밀하다. △체감 온도 31도 이상 폭염 시 적절한 휴식 △33도 이상 시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 부여 △작업 장소 인근 휴게 시설(쉼터) 설치 △작업 전후 근로자 컨디션·체감 온도 수시 확인 △기상청 폭염 위험수준 분포도 수시 확인 등을 실시 중이다. ◇ 진에어·에어부산·티웨이항공·에어서울, 맞춤형 물품 지원·체계적 안전 수칙 강화 진에어는 인천·김포·제주·김해 등 공항 작업장 근처에 자체 휴게실을 마련했다. 여름철 건강 관리 교육 실시와 함께 폭염 대비 가이드 라인을 배포해 현장별 일일 체감 온도 기록과 그에 따른 보건 조치를 실시 중이다. 아이스 박스·보냉백·얼음물·식염 포도당·아이스크림 등을 선제적으로 지급·배포했고 선제 지급 물품 외에도 각 공항별 특성에 맞춰 온열 질환 예방 물품을 추가 구매해 비치하고 있다. 특히 '위험성 평가 자율 보고 제도'를 통해 현장의 요구를 신속하게 자체 이행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혹서기를 대비해 현장 근로 인력을 대상으로 온열 질환 예방을 위한 안전 교육을 실시했다. 또한 강한 자외선을 막기 위한 선스틱과 햇빛 차단 마스크, 쿨토시 등을 지급하고, 현장 곳곳에 이동식 에어컨과 충전식 선풍기를 비치했다. 땀 배출로 인한 염분 부족을 막기 위해 식염 포도당을 구비하는 등 현장 근로자들의 건강 관리와 쾌적한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무더위 속 항공 안전과 차질 없는 운항을 위해 정비사·지상 조업 직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체력 소모가 심한 현장 직원의 탈수·열 탈진 예방을 위해 시원한 생수와 포도당, 열기를 식힐 아이스크림과 냉음료를 지급하고 있다. 작업 중간중간 충분한 휴식을 취할 것을 적극 권장하면서 작업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율하여 온열 질환 예방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앞으로도 현장 목소리를 수시로 반영해 직원들이 더욱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근무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에어서울은 현장 근로자의 온열 질환 예방과 지상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폭염 대비 근로자 건강보호 대책'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기상청의 폭염주의보 발령 시에는 단계별 안전 수칙과 예방 조치를 즉각 전파하고, 신속한 조치 및 근무자 간 상황 공유를 통해 폭염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공항별 지상 안전 수칙을 강화하는 한편, 본사·협력 업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안전 지침 교육을 실시하고 안전보건협의체도 운영 중이다. 휴게실 냉방 시설을 수시로 점검하고, 현장에는 시원한 음용수와 얼음, 아이스크림을 상시 비치함과 동시에 쿨토시·넥쿨러 등 보냉 장구를 지급했다. 아울러 현장 체감 온도를 확인해 적절한 휴식 시간을 부여하고 근로자 건강 상태 점검과 '폭염 안전 5대 기본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 에어로케이·에어프레미아·파라타항공, 운항·정비 안전 강화로 정면 돌파 에어로케이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폭염 2단계 발령에 맞춰 '폭염 대비 항공 안전 강화 지시'를 선포하고 전사적인 안전 관리에 나섰다. 폭염 시 작업 중지와 물·그늘·휴식 및 냉방 용품 제공 등 현장 근로자 보호 조치가 철저히 이행되도록 감독하는 것은 물론, 항공기 운항 및 정비 안전 기준도 대폭 강화했다. 특히 기온 상승에 따른 이륙 거리 증가에 대비해 이륙 허용 중량을 엄격히 준수하고, 여름철 사용량이 많은 에어컨 등 주요 부품의 예방 정비를 철저히 진행 중이다. 아울러 비행 전 기상 브리핑 강화, 난기류·뇌우 신속 회피, 폭염으로 인한 결항·지연 시 승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안내까지 포괄적인 대비 태세를 갖췄다. 에어프레미아 역시 정비사 등 현장 근무자들에게 쿨 토시 등 혹서기 안전 용품을 지급했다. 충분한 휴식이 가능한 근무 여건을 마련하고 얼음물을 비치하는 등 온열 질환 예방 대책을 운영 중이다. 파라타항공은 본격적인 폭염 속 정비사들의 최상 컨디션 유지를 위해 '쿨링 조끼'를 전격 지급했다. 항공기 정비는 고객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업무이기에 정비사의 집중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쿨링 조끼 지급을 통해 정비사들이 보다 쾌적하게 업무를 수행하며 폭염 속에서도 정비 품질과 작업 집중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라타항공 관계자는 “안전 운항은 철저한 정비에서 시작되며, 이는 현장 정비사들의 건강과 집중력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며 “앞으로도 현장 직원들이 최상의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안전 관리와 정비 품질 향상에 지속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한비·김수인 인턴기자

KF-21 성공 의미와 과제…“진짜 비상은 지금부터”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가 개발 착수 10년 7개월 만에 체계개발을 마쳤다. KF-21은 총 6대의 시제기로 1600여 회의 고난도 개발 비행 시험을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마쳤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전투기 개발 성과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8번째로 자국산 4.5세대 이상 첨단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국가가 됐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2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KF-21/IF-X 체계 개발 종결 기념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국방부와 공군 등 주요 정부 부처와 개발 참여 기관·기업,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양산 1호기는 오는 9월 공군에 처음으로 인도될 예정이고 연말까지 8대를 순차적으로 전력화 할 계획이다. KF-21은 노후 전투기 F-4와 F-5 를 계열 전투기를 대체하고 공군의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추진된 한국형 전투기다. 엔진 두 개를 단 4.5세대급 쌍발 전투기이고 최고 속도는 마하 1.81, 항속거리는 약 2900㎞이다. 기체에는 능동전자주사식 위상 배열(AESA, 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Radar) 레이더가 들어간다. AESA 레이더는 '전투기의 눈' 역할을 한다. 적외선 탐색·추적장비인 IRST와 통합 전자전 체계 등의 장비도 갖췄다. KF-21이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2015년 12월 체계 개발에 착수한 뒤 2021년 4월 시제 1호기가 처음 공개됐다. 2022년 7월에는 첫 비행에 성공했고, 이듬해에는 초음속 비행에 들어갔다. 이후 각종 비행 성능과 안전성 시험을 차례로 진행했다. 특히, KF-21은 국내 개발 전투기로는 처음으로 공중 급유 시험이 도입됐다. 공중급유는 비행 중인 급유기로부터 연료를 공급받는 방식으로 체공 시간과 작전 범위를 늘리는 기반이 된다. 시험에는 총 6대의 시제기가 투입됐고 42개월 동안 1600여회 비행 시험을 사고 없이 마쳤다. 레이더와 임무 컴퓨터, 미사일이 제대로 연동되는지를 검증하는 공대공 무장 시험도 통과했다. 군이 요구한 기본 성능과 공대공 능력도 모두 충족했다. 방사청은 국방 규격을 제정하며 최종 전투용 적합 판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KF-21 개발 성공의 가장 큰 의미는 공중전력 운용의 주도권을 넓혔다는 데 있다.한국 공군은 그동안 해외에서 도입한 전투기를 주력으로 운용해왔다. 외국산 전투기의 경우 새로운 무장이나 장비를 붙이려면 제작국과 협의해야 한다. 이에 따른 추가 비용과 시간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이 설계와 체계통합을 주도한 KF-21은 국내 작전 환경과 공군의 요구를 성능 개량에 반영할 수 있다. 노후 기종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공중 전력의 발전 방향에 대한 한국의 선택권을 넓혔다. 기술적으로도 기체 설계·제작, 지상·비행 시험 뿐 아니라 정비·부품 공급을 위한 군수 지원 체계, 조종사·정비사를 양성하는 훈련 체계도 함께 개발했다. KAI는 이를 통해 개발부터 생산·운용·정비·교육·훈련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역량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확보한 기술은 앞으로 공대지· 공대함 무장을 추가하고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를 개량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KF-21과 무인기가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유·무인 복합 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와 인공 지능(AI) 기반 차세대 전투체계 개발에도 밑바탕이 된다. 산업적 파급 효과도 적지 않다. 전투기는 통상 도입한 뒤 수십 년간 운용된다. KAI에 따르면 KF-21 개발에는 국내 500여 개 협력사가 참여했다. 이들 업체는 기체 구조물·복합 소재, 레이더·항공전자, 엔진 부품·정비 장비 등을 공급한다. 전투기 한 대 생산에 여러 분야의 기업이 연결돼 있는 셈이다. 전투기는 통상 30년 이상 운용되므로 대규모 양산과 실전 배치는 막대한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창출로 이어져 중소 협력 업체들에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앞으로 남은 핵심 과제는 안정적인 양산과 공군 전력화, 공대지·공대함 능력 확대, 해외 수출이다. 우선 방위사업청과 KAI는 2028년까지 공대공 임무 중심의 초기 양산형인 블록(Block)-I 40대를 공군에 인도할 계획이다. 다만 기체 인도가 곧바로 실전 투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후에도 조종사 전환 교육과 정비 인력 양성, 예비 부품과 무장 확보, 부대 운용 시험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후 블록-II에서는 지상과 해상의 표적을 공격하는 능력을 추가해 완전한 다목적 전투기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나아가 KAI는 장기적으로는 기체 내부에 무장을 탑재하는 완전 스텔스화와 AI 연계 공중전투체계와 유·무인 복합체계 등으로 차세대 공중전투체계로 진화해 나간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글로벌 수출 시장 개척도 본격화된다.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는 장기간 분담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못했다. 이후 양국은 당초 약 1조6000억원으로 책정됐던 인도네시아 측 분담금을 6000억원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합의를 조정하며 불확실성을 털어냈다. 인도네시아 외에도 현재 필리핀·말레이시아·아랍에미리트(UAE) 등도 유력한 잠재 수출 대상국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진정한 '수출 대박'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 바로 미국의 국제 무기 거래 규정(ITAR, International Traffic in Arms Regulations)이다. KF-21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사의 엔진을 탑재하고 있어 제3국 수출 시 미 국무부의 엄격한 수출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 허락 없이는 온전한 수출이 불가능한 셈이다. 이에 정부는 이러한 규제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향후 14년간 총 3조3500억 원을 투입해 첨단 터보팬 엔진을 독자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규모 수출을 뒷받칠할 금융 지원도 중요하다. 전투기 수십 대를 구매하려면 수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대규모 방산 수출은 수입국에 장기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현재 한국수출입은행은 관련 법에 따라 단일 국가에 대한 신용 공여 한도가 '자기 자본의 40%'로 제한돼 있다. 이를 우회하기 위해 국책 은행 외부에 10조 원 이상의 '전략수출금융기금'을 별도로 조성하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논의 중이다. KAI는 한국이 KF-21을 통해 세계 여덟 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이자 독자 양산체제를 갖춘 국가로 올라섰다고 발표했다. 같은 품질의 양산기를 제때 생산하고 공군이 높은 가동률로 운용하며, 공대지·공대함 능력과 국산 무장을 통합해 해외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KF-21 사업은 개발 성공을 넘어설 수 있다. KF-21은 체계 개발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도전에는 새로운 문장이 시작됐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한비 인턴기자

대한항공, 日 구마모토 지진 현장에 생수 1만2000병 긴급 수송

대한항공이 연이은 강진과 폭염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일본 구마모토현 이재민들을 위해 구호의 손길을 뻗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1일 인천발 기타큐슈행 화물기(KE557)를 통해 구호용 '제주퓨어워터' 1.5리터 1만 2000병(1000박스)을 긴급 공수했다고 3일 밝혔다. 기타큐슈 공항에 도착한 구호 물품은 육로를 거쳐 지진 피해 지역 곳곳에 신속하게 투입되어, 식수난을 겪고 있는 이재민들의 갈증을 달랠 예정이다. 현재 구마모토현은 지난달 28일 발생한 규모 7.1의 맹렬한 지진으로 다수의 사상자와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연일 기록적인 폭염까지 겹치며 현장의 구호 여건이 극도로 악화되어 생필품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경을 초월한 나눔의 가치를 실천해 온 대한항공은 앞으로도 글로벌 항공사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전 세계 어디든 재난의 아픔이 있는 곳이라면 발 빠르게 다가가 위로를 전하는 ESG 경영을 지속해서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실탄 뚫린 공항, ‘통제’ 버리고 ‘AI·데이터’ 입는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빈발하는 공항 내 보안 검색 실패와 현장 인력 이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항공보안 패러다임의 전면 개편 작업에 돌입했다. 당국은 인력 통제와 규제 중심의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 데이터·인공 지능(AI) 기반의 첨단 보안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중장기 청사진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학계와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이번 계획 수립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항공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개방형 시스템(OA)'과 '위험도 기반 검색(RBS)'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 국내 실정에 맞게 도입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일 본지 취재 결과, 국토부 항공정책실 항공보안정책과는 1억2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제4차 항공보안 기본계획(2027~2031) 수립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과업 기간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90일이다. 지난 1~3차 기본계획의 성과와 구조적 한계를 분석하고 다가올 5년의 보안 환경 변화에 대비한 새로운 정책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 6년 간 보안 사고 75건 발생… “인적·기술적 구조 한계 도달" 국토부가 4차 마스터 플랜 수립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현행 보안 시스템의 취약성이 강하게 작용했다. 통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8년 6건에 불과했던 국내 주요 공항의 보안 사고는 2023년 8월 기준 8개월 만에 29건으로 급증하며 최근 6년간 총 75건의 사고가 누적됐다. 실탄·도검류 등 치명적인 위해 물품 보안 검색 실패가 전체의 50.7%를 차지했고 적발 사실이 즉각 보고되지 않고 은폐된 정황까지 발생했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이를 인적·기술적 모순이 얽힌 구조적 문제로 진단한다. 실태 분석에 따르면 인천공항 등 주요 공항의 보안 검색 요원 채용 후 1년 내 퇴사율은 60%에 이른다. 만성적인 인원 부족과 고된 교대 근무가 현장 요원들의 피로도를 높여 시각적 인지 오류(휴먼 에러)를 유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승객 편의를 위해 도입된 최신 3D 정밀 검색 장비(CT X-ray) 운영 과정에서 가방 끈 등이 내부에 걸리는 물리적 오작동이 빈발하고,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환경에서 3D 영상을 짧은 시간 내에 판독해야 하는 인지적 과부하 문제도 사고 증가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 특정 장비 독점 깬다… AI 활용 '개방형 아키텍처(OA)' 체계 구축 이러한 한계를 타개하기 위해 국토부는 신기술 도입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국토부는 '오픈 아키텍처를 활용한 데이터 상호 운용 방안'과 '각기 다른 제조사 장비의 검색 이미지를 하나의 통합 센터로 보내 검색하는 기술(CIP)'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공항에 설치된 검색 장비들은 특정 제조사가 하드웨어(스캐너)와 소프트웨어(판독 알고리즘)를 일괄 독점하는 폐쇄형 구조다. 학계와 업계는 이번 기회에 국제 범용 이미지 포맷(DICOS)을 활용한 개방형 아키텍처(OA)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통해 하드웨어 전면 교체 없이도 국내외 혁신 스타트업의 최신 AI 딥러닝 탐지 알고리즘을 시스템에 유연하게 탑재(Plug & Play)해 신종 위협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끄럽고 혼잡한 검색대 앞이 아닌 별도의 중앙 통제실에서 영상만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중앙 집중식 이미지 판독(CIP)' 체계가 마련되면 요원의 인지 오류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유럽민간항공위원회(ECAC)의 단일 성능 평가(CEP)를 분석해 국내 장비의 글로벌 상호 인정(Mutual Recognition)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 획일적 전수 검사 탈피…미국식 '위험도 기반 보안' 참고 필요성 여객 검색 방식에 있어서도 대대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국토부는 미국 교통보안청(TSA)·유럽 등 국가별 정책을 분석해 '보안·편의 상생형 정책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 보안 체계는 모든 승객을 동일하게 전수 검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TSA는 사전에 신원 조회를 통과한 저위험 여객에게 '프리체크(PreCheck)' 자격을 부여해 신발 탈의나 짐 분리를 면제해주고 최근에는 안면 인식 기반의 '터치리스 신원 확인(Touchless ID)' 제도를 운용 중이다. 학계에서는 한국 역시 철저한 사전 신원 확인과 생체 인식을 바탕으로 저위험군에게는 패스트트랙을 적용하고 남는 보안 인력과 고성능 장비를 사전 정보가 없는 고위험군에 집중시키는 '위험도 기반 보안(RBS, Risk-based Security)' 체계로의 전환을 제언하고 있다. ◇ UAM 보안 설계와 '공정 문화' 현장 안착 과제 다가오는 도심 항공 교통(UAM) 상용화에 맞춘 신개념 보안 설계도 주요 과업이다. 국토부는 UAM 발전을 고려해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접근성이 핵심인 버티포트(이착륙장) 특성상 멈춰서 검사받는 대형 장비 대신 게이트를 통과하며 탐지하는 △워크스루(Walk-through) 센서 △디지털 ID 인증 △기체 해킹 방지용 사이버 보안 가이드라인 등이 새로운 법령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징벌적 규제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자율 신고제를 전제로 하는 '공정 문화(Just Culture)'의 현장 정착 방안이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보안 사고 발생 시 실무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형사 고발하는 징벌적 조치가 사고 은폐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최근 개정된 항공보안법에는 사고 발생 10일 이내에 자발적으로 신고할 경우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행정처분을 면제하거나 감경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번 4차 계획에서는 이 제도를 현장에 안착시켜 수집된 '아차 사고(Near-miss)'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스템 결함을 개선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비행기 좌석 ‘찜’하면 추가금…美·EU “아이 옆자리는 예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어린 자녀와 보호자가 나란히 앉기 위한 좌석에는 추가금을 면제하는 제도와 서비스가 도입되고 있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지난달 7일 항공 여객 권리 규정 개정안을 승인했다. 개정안에는 14세 미만 어린이와 동반자가 나란히 앉을 경우 별도의 좌석 지정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2004년 도입된 해당 규정을 20여 년 만에 손보면서 아동 동반 좌석을 새로운 승객 권리로 포함한 것이다. 미국 교통부(DOT)는 주요 항공사 10곳의 아동 동반 인접 좌석 정책을 공개하고 있다. 현재 알래스카항공·아메리칸항공·프론티어항공·하와이안항공·제트블루 등 5개 항공사가 일정 조건 아래 13세 이하 어린이와 동반 성인의 인접 좌석을 별도 비용 없이 보장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외항사들은 가족 단위 승객을 겨냥한 서비스를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제트블루는 가장 저렴한 '블루 베이직(Blue Basic)' 운임에도 어린이와 동반 성인의 인접 좌석을 추가 비용 없이 배정하고 있다. 알래스카항공 역시 동일 예약의 13세 이하 어린이가 최소 한 명의 동반 성인과 나란히 앉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현재 어린이와 동반 성인의 인접 좌석을 추가 비용 없이 보장하도록 하는 공통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대신 항공사들이 유·소아 동반 승객을 대상으로 좌석 배정과 우선 탑승 등의 자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만 2세 미만 유아 동반객에게 앞열 좌석과 우선 체크인·우선 탑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성인 1명이 유아 또는 7세 미만 어린이 2명 이상을 동반하는 경우 우선 좌석과 우선 체크인·우선 탑승 등의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아동 동반객의 편의를 높인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국내 제도화에 따른 체계 변화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 주임 교수는 해외 사례에 대해 “미성년자와 보호자의 좌석 배치도 모든 항공 승객이 당연히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도입에 대해서는 “항공 승객의 보편적 권리는 계약의 영역에서 규율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를 법률이나 행정 규제로 강제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수인 인턴 기자

[한화그룹 3세 승진-김동관] 수석부회장 체제 속 ‘방산·에너지’ 재편 의미는

재계 서열 5위 한화그룹의 '3세 경영' 청사진이 마침내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가운데, 확고한 자신의 영토를 부여받은 오너 3세들의 '경영 능력 입증'이라는 본격적인 시험대도 막이 올랐다. 본지는 방산·에너지, 금융, 테크·라이프 부문으로 나뉜 한화그룹 신 삼분지계(新 三分之計)의 전략적 의미를 진단하고 김승연 회장 슬하의 세 아들이 각각 돌파해야 할 핵심 과제를 심층 조명한다. 지난 30일 한화그룹은 미래 성장 동력을 쇄신하고 지배 구조 새 판을 짜는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글로벌 거시 경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안보 위기 속에서 이뤄진 이번 인사는 한화그룹 내 권력 지형과 사업 포트폴리오 무게 중심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김 수석부회장은 그룹 경영 전반에 대한 장악력과 후계자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의 등장은 '포스트 김승연'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중대 이정표다. 2024년 5월 그룹 2인자로 불리던 금춘수 전 수석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약 2년 4개월 간 공석이던 자리가 채워짐으로써 '김동관 원톱 컨트롤 타워'를 통한 차기 왕위 승계 구도가 공식화됐다. 이와 함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부회장 승진, 삼남 김동선 한화비전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 동시에 이뤄지며 장남(방산·해양·에너지), 차남(금융), 삼남(유통·로봇·기계)으로 이어지는 삼형제 책임 경영 구도도 한층 더 선명해졌다. 삼분지계 독자 경영은 각 산업 특성에 맞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 결정을 가능케 해 궁극적으로 그룹 전체의 기업 가치 향상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복잡하게 얽힌 그룹 사업을 명확히 분리하면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각 사업 부문별로 시장의 온전한 평가를 받아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 제고는 그룹의 해묵은 과제인 상속세 등 승계 문제를 둘러싼 잡음을 해결할 핵심 열쇠이기도 하다. 승계를 위한 막대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핵심 계열사의 실적 호전과 배당 확대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는 최근 공개 매수와 장외 매수 등을 통해 ㈜한화 지분율을 22.15%까지 끌어올리며 지배력을 한층 강화했다. 삼형제가 각자의 영역에서 책임 경영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리고 배당 여력을 확대한다면 ㈜한화·한화에너지를 통한 배당 수익으로 상속세 재원을 자연스럽게 마련해 시장의 우려와 승계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지배 구조 변화는 최근 단행된 ㈜한화 지배 구조 개편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한화 인적 분할 안건이 원안 가결됨에 따라 존속 법인에는 김 수석부회장이 총괄하는 방산·우주항공·해양·에너지 관련 핵심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솔루션 등이 남게 됐다. 반면 신설 법인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에는 삼남인 김동선 사장이 이끄는 테크·라이프 사업 부문이 안착하며 계열 분리의 뼈대가 세워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임원 인사와 주총 결과를 기점으로 그룹 전반의 추가적인 인적 분할·계열 분리 작업이 재점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형제의 독립 경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한화의 사업 부문별 추가 인적 분할이나 한화에너지와의 합병 등 지배 구조 최상단에서의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는 거시적 계열 분리 시나리오의 전개를 시사하는 것인 만큼 향후 각 형제가 지배하는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거시적 지배 구조 개편 연장선상에서 단행된 이번 5개 주요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한화자산운용·한화세미텍 대표이사 교체 인사는 전략적 포석을 내포하고 있다. 김 수석부회장의 양대 핵심 사업 축이라 할 수 있는 방산 부문과 에너지·석유화학 부문 수장을 전면 교체한 것은 과거 양적 성장을 이룬 안정화·통합 단계에서 탈피해 고수익 창출과 글로벌 거점 확보를 향한 확장 단계로 기업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진용 구축을 통해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겨냥하는 최종 지향점은 화력·해양 플랫폼·첨단 레이다 등 각 그룹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기술력을 융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미국·유럽·중동 등 글로벌 주요 거점 시장에 한화만의 안보 표준을 제시하는 육·해·공 우주 통합 글로벌 솔루션 공급자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금번 임원 인사가 산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다. ◇ '방산 컨트롤 타워' 손재일 대표 2선 후퇴 이번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시장과 업계 이목을 집중시킨 대목은 지난 2년여간 그룹 방산 부문 양대 산맥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대표이사를 겸직해온 손재일 전 대표의 2선 후퇴다. 통합과 외형 확장을 이끌어온 그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상근 고문으로 발령 나고 양사에 각각 새로운 전문 경영인이 선임된 것을 두고 그룹 측은 사업 전문성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중대 재해 리스크에 대한 문책성 인사와 두 방산 계열사 외형 성장에 따른 물리적 경영 한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손 대표 겸임 체제 종료와 퇴진을 촉발한 원인은 올해 6월 1일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 폭발 사고다. 대형 추진 기관과 전술 지대지 체계를 연구·생산하는 대전 유성구 외삼동 사업장 56동 세척공실에서 로켓 추진제 제조 공정 중 화약 잔여물을 제거하던 작업 도중 발생한 이 사고로 인해 근로자 5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2명이 중화상을 입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과거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은 그룹에 다각적 위기로 다가왔다. 해당 사업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이전인 2018년 5월과 2019년 2월에도 유사한 폭발 사고가 연달아 발생해 8년 간 동일 사업장에서 13명이 사망해 반복된 인재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사태를 인지한 대전지방고용노동청과 대전경찰청은 합동 감식과 압수수색 등 수사에 착수했고 최고 경영자인 손재일 당시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가재웅 대전 사업장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며 각각 출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룹 차원에서 경영진 구속보다 더 큰 리스크로 다가온 것은 국가계약법에 따른 공공 입찰 참가 자격 제한 가능성이었다. 2021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에 발맞춰 강화된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계약 이행 중 산업안전보건법 상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동시에 2명 이상 근로자가 사망하는 위해를 가한 업체는 1년 이내 범위에서 정부 발주 신규 계약 입찰 참가가 제한된다. 전체 매출 중 내수 비중이 약 30퍼센트에 달하며 방위사업청 등 정부와의 방위력 개선 사업이 근간이 되는 방산 기업에게 1년간 공공 입찰 배제는 존립을 심대하게 위협할 수 있는 타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명약관화했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국 사업장 내 추진제 생산·취급 공정에 무인 자동화 설비 도입을 발표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또한 김동관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경영진은 사고에 대한 대내외적 책임을 명확히 하고, 전사적으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장례식을 거행함으로써 여론을 수습하며 수사 당국 조사를 대비하기 위해 통합 방산 부문을 이끌던 손재일 대표를 2선으로 물러나게 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문책성 인사라는 단기적 요인 이면에는 거시적 관점에서의 전략적 당위성도 존재한다. 지난 수년 간 글로벌 방산 수출 호조에 힘입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폭풍과도 같은 성장을 거듭했고, 단 한 명의 경영자가 겸임하기에는 두 회사 규모와 사업 복잡성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디펜스와 ㈜한화 방산 부문을 흡수 합병한 이후 K-9 자주포·레드백 장갑차·천무 등 지상 무기 체계부터 정밀 타격 무기·항공 엔진·우주 발사체까지 아우르는 복합 하드웨어 방산 기업으로 진화했다. 반면 한화시스템은 대공 레이다·함정 전투 체계·군사 위성 통신·정보통신 시스템 구축과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를 통한 해양·유지 및 보수 등 방산·전자·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조직 DNA와 연구·개발(R&D) 수행 주기, 해외 고객 접근 방식이 다른 두 회사를 단일 구심점으로 묶어두는 것은 합병 초기 융합 시너지 창출을 표방하던 시기에 유효했다. 수십 조 원 단위 수주 잔고를 관리하고 글로벌 거점을 각각 구축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는 각 사업 성격에 맞는 전문성을 갖춘 개별 컨트롤 타워가 필수적이다. 김 수석부회장은 겸임 체제를 해소함으로써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고 두 계열사가 독자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배 구조를 개편한 것이다. 김 수석부회장의 의중은 새로이 내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부문 이부환 대표이사·한화시스템 양기원·한화임팩트 사업부문 강정훈 등 핵심 대표이사 3인의 면면을 통해 드러난다. 이들은 각 계열사가 처한 환경과 달성해야 할 전략적 목표에 맞춰 발탁된 맞춤형 경영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인사가 사업 통폐합과 내부 조직 안정화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올해 하반기 인사는 글로벌 현지화 이종 비즈니스 간 밸류 체인·융합, 업황 부진을 맞은 현장 수익성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수석부회장직에 오른 김동관 체제의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두산, 19년 만 2.3조 빅딜…SK실트론 인수로 ‘AI 생태계’ 구축

올해로 창업 130주년을 맞은 ㈜두산이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을 전격 인수하며 그룹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마침표를 찍었다. 과거 전통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인공 지능(AI)과 첨단 반도체 소재 기업으로 도약하는 근본적인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평가다. ㈜두산은 31일 이사회를 열고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를 2조3000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최종 매매 대금은 향후 조정 과정을 거쳐 확정된다. 이번 인수는 2007년 두산밥캣 인수로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그룹으로 탈바꿈했던 이른바 '첫 번째 전환' 이후 19년 만에 성사된 최대 규모의 '두 번째 전환'으로 꼽힌다. 1983년 설립된 SK실트론은 반도체 전공정(Front-End)의 핵심 토대인 실리콘(Si) 웨이퍼를 제조하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 약 2조 원, 영업이익 4000억 원을 상회하는 견고한 실적을 기록했다. 웨이퍼는 반도체 칩 생산의 전체 수율을 좌우하는 고부가 소재로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돼 신규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실제 글로벌 시장은 SK실트론·신에츠화학·섬코·글로벌웨이퍼스·실트로닉을 포함한 5개사 점유율이 90%를 상회하고, SK실트론은 주력인 300mm(12인치) 웨이퍼 시장에서 글로벌 톱3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두산의 이번 인수가 시장의 주목을 받는 핵심 이유는 반도체 제조 공정 전반을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의 완성에 있다. ㈜두산은 그동안 전자BG 부문을 통해 AI 가속기용 동박적층판(CCL) 등 하이엔드 기판 소재를 공급해왔고 2022년에는 두산테스나를 인수하며 후공정(Back-End) 테스트 사업에 진출했다. 여기에 전공정의 출발점인 웨이퍼 제조 역량까지 확보하면서 '웨이퍼(소재)→동박적층판(기판)→테스트(후공정)'로 이어지는 반도체 밸류 체인을 구축하게 됐다. 업계는 두산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를 상대로 '패키지 딜' 형태의 사업 제안이 가능해져 가격 협상력과 영업력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실트론 인수로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 소형 모듈 원전(SMR)·가스 터빈(전력) △두산로보틱스 공정 자동화(스마트 머신) △두산 전자BG-실트론 첨단 소재(반도체) 결합 'AI 인프라 생태계'를 구축하게 됐다. 그룹 내 독보적 성과를 내고 있는 전자BG와 연 매출 2조 원 규모의 실트론이 시너지를 낼 경우 반도체 부문은 그룹의 이익 체력을 주도하는 제3의 핵심 축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인수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제거한 점도 눈에 띈다. 양사는 올 1분기에만 541억 원의 적자를 낸 미국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 법인 'SK실트론CSS'를 청산하기로 합의했다. 성장성이 불투명한 적자 사업을 과감히 떼어내고 구조적으로 높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을 내는 300mm 실리콘 웨이퍼 본업의 가치만 온전히 흡수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또한 ㈜두산은 사업형 지주회사로서 자체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함과 동시에 SK실트론을 상장(IPO)하지 않겠다고 공식화했다. 자회사 상장으로 인한 모회사 디스카운트를 원천 차단하고 실트론에서 창출되는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배당 재원을 확보해 ㈜두산의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두산은 AI 투자 확대에 따라 2032년까지 웨이퍼 수요가 연평균 7%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5년 내외의 장기 공급 계약 특성을 활용해 점진적인 단가 상승을 도모하고, 2031년까지 실트론의 매출을 3조 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궁극적으로는 메모리 웨이퍼 시장에서 글로벌 톱2에 진입하고 일본 기업들이 독점 중인 비메모리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장밋빛 미래를 위해 넘어야 할 허들도 존재한다. 우선 최대 주주 변경 이후에도 기존 SK실트론 전체 웨이퍼 매출의 약 50%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사인 SK하이닉스와의 거래 관계를 얼마나 굳건히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아울러 신규 증설 시 조 단위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자본 집약적 산업의 특성상 두산그룹 차원의 효율적인 재무 관리와 투자금 조달 능력도 향후 성공의 핵심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Q 영업익 1.36조 ‘사상 최대’…지상 방산·조선 ‘쌍끌이’ 주효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주력인 지상 방산이 25%대의 경이적인 수익성을 낸 가운데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 등 계열사들이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며 연결 실적 확대를 이끌었다. 3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시 및 컨퍼런스 콜을 통해 2026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9조2929억 원, 영업이익 1조3655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7.2%, 영업이익은 58.5%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14.7%에 달했으며, 당기순이익은 1조805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8% 급증했다. ◇ 지상 방산 '영업이익률 25.3%' 압도적 수익성…수주 잔고 75%가 해외발 전체 실적 호조를 든든하게 받친 것은 단연 지상 방산 부문이다. 지상 방산 부문은 매출 2조1075억 원, 영업이익 5330억 원을 기록하며 25.3%라는 경이로운 영업이익률을 뽐냈다. 국내에서는 차륜형 대공포 '천호'와 '천검' 등 주요 양산 물량이 늘었고 해외에서는 폴란드·이집트·중동 등에 계획된 납품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곳간도 풍성하다. 올해 4월 핀란드 K-9 자주포 추가 계약(9400억 원), 5월 에스토니아 천무 계약, 7월 루마니아 K-9 계약 등이 반영되면서 2분기 말 기준 지상방산의 수주 잔고는 약 38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수주 잔고 중 수출 비중이 75%에 달해 확고한 글로벌 방산업체로 자리매김했다. ◇ 재무 임원들 “KAI 지분은 전략적 투자, 하반기 수익성도 청신호"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는 글로벌 주요 사업 현황과 돌발 변수에 대한 투자자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한상윤 IR담당(상무)과 김철홍 재무실장(전무)이 직접 상세한 설명에 나섰다. 가장 큰 관심사인 '초고수익성 유지 여부'에 대해 한상윤 상무는 “2분기 폴란드 K-9의 경우 부수 품목이 주로 납품됐음에도 이집트·호주 물량 납품과 더해져 높은 마진이 나왔다"며 “하반기에는 폴란드 K9 인도가 본격적으로 원활하게 이뤄질 예정인 만큼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도 상반기 수준의 이익률이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5% 가까이 매집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인수 목적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경영권 인수 의지가 있냐는 질문에 한 상무는 “방산·우주항공 분야 핵심 사업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하려는 의미의 전략적 투자"라고 선을 그으며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등 다른 주주들과 협의를 진행하거나 추가 매집이 확정된 부분은 없으며, 회계상 금융(투자)자산으로 분류해 영업외 손익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명확히 설명했다. 글로벌 수출 파이프 라인 진행 상황도 상세히 공유됐다. 한 상무는 “폴란드 K-9 3차 실행 계약은 현지화를 전제로 현지 업체와 긴밀히 협의 중이며, 빠르면 연내 결론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미국 차세대 자주포 현대화 사업은 8월 중 우선 협상 대상자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며, 미국 아칸소주 탄약 공장 신설 투자 역시 현재 부지 확정 직전 단계로 하반기 중 계약으로 이어지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노스롭 그루먼(고체 연료 추진체)·탈레스(천무 미사일 체계 적용)와 맺은 업무 협약에 대해서는 “방산 밸류체인 전반에서 체계와 부품 공급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라며 “글로벌 방산업체들과 현지화를 통해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초기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영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한 상무는 “긴장 고조로 발주를 위한 행정 절차에 단기적인 지연은 있으나 M-SAM 등 대공 무기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며 타 지상방산 무기에 대한 수요 잠식 현상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대전 사업장 사고에 따른 생산 차질 우려에 대해서는 김철홍 재무실장(전무)이 직접 해명했다. 김 전무는 “회사는 이번 사고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안전문화혁신위원회'를 설치해 전면적인 점검을 진행 중"이라며 “2분기 실적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고 매출 이연 부분은 조속한 정상화를 통해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 한화오션·시스템 '역대 최대' 실적 폭발…우주항공 흑자 전환 계열사들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2분기 '1조 클럽' 입성의 핵심 비결이었다. 한화오션은 매출 5조4432억 원, 영업이익 7361억 원, 영업이익률 13.5%을 기록하며 한화그룹 편입 이후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5%, 영업이익은 98% 폭증했다. 고수익 상선인 액화 천연 가스(LNG) 운반선 매출 비중이 커지고 특수선 공정이 안정화된 데다 해양 플랜트(EPU) 부문에서 인도 기준 누적 매출이 일시에 반영된 효과가 주효했다. 한화시스템 역시 다기능 레이다(MFR) 등 방산 수출 증가와 ICT 부문 계열사 사업 확대로 매출 1조1176억 원(전년비 45%↑), 영업이익 1037억 원(전년비 219%↑)을 기록,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항공우주 부문은 군수 물량 증가와 기어드 터보팬(GTF) 엔진(RSP 사업) 부문의 영업손실 축소에 힘입어 매출 7600억 원, 영업이익 370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 2028년까지 11조 쏟아붓는다…주주 환원 'DPS 3500원 이상' 약속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실적에 안주하지 않고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 청사진을 꺼내 들었다. 회사는 2028년까지 총 11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으로는 미래 전략 해외 투자 6조2700억 원, 지상 방산 인프라 2조2900억 원, 신규 시장 진출 R&D 1조5600억 원, 항공우주 인프라 9500억 원 등이다. 이를 통해 발사체부터 위성, 우주 서비스에 이르는 '우주 밸류 체인'과 '토탈 디펜스 솔루션' 입지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대규모 투자와 함께 주주 환원 정책도 챙긴다. '선 배당금 확정, 후 배당 기준일 설정' 방식을 통해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잉여 현금 흐름(FCF) 기반 하에 2024년 주당 배당금(DPS)을 최소 3500원 수준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해 주주 가치 극대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수인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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