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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찬수 기자 입니다.
  • 기후에너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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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포커스] “굴뚝에서 요소 생산”…CO₂ 없애고 비료도 만들고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으로 천연가스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요소(urea) 생산 체계 역시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면서 천연가스 기반 화학 산업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는 핵심 리스크로 지목된다. 이런 상황에서 천연가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공장 배출가스와 폐수로부터 직접 요소를 생산하는 전기화학 기술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바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와 스윈번 공과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지난 1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발표한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구리(Cu)와 코발트(Co)를 원자 수준에서 결합한 이원 금속 촉매를 이용해 이산화탄소(CO₂)와 아질산염(NO₂⁻)으로부터 요소를 합성하는 기술을 제시했다. 이 연구는 기존 요소 생산의 근간이던 천연가스 의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천연가스 기반 요소 생산의 구조적 한계…에너지·탄소 부담 동시에 현재 상업적 요소 생산은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하버-보슈(Haber-Bosch)' 공정, 이어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반응시켜 요소를 만드는 '보슈-마이저(Bosch-Meiser)' 공정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매우 에너지 집약적이라는 점이다. 고온(150~200℃), 고압(100~200bar) 조건이 필요하고, 요소 1톤 생산 시 약 0.9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즉, 요소 자체는 환경 문제 해결(비료, 요소수)에 사용되지만, 생산 과정은 오히려 탄소 배출의 주요 원인이 되는 역설적 구조다. 여기에 천연가스 의존성까지 더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지정학적 위기는 곧바로 요소 공급 위기로 연결된다. 실제 한국이 과거 경유차 오염방지를 위해 사용하는 요소수 공급 중단으로 고통을 겪기도 했다. 석탄에서 요소를 생산하는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막혔기 때문이다. ◇공정 자체를 바꾸다…“굴뚝 가스 + 폐수 = 요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이번 연구의 핵심은 완전히 다른 접근이다. 천연가스를 거치지 않고, 이미 배출되고 있는 이산화탄소와 아질산염을 전기화학적으로 결합해 요소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은 상온·상압 조건에서 진행되며, 전기에너지만 공급되면 반응이 일어난다. 즉,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경우 '탄소 중립' 요소 생산이 가능해진다. 특히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CO₂와 산업 폐수 혹은 공장 굴뚝 속 NO₂⁻를 그대로 원료로 활용할 수 있어 오염 물질을 제거하면서 동시에 자원을 생산하는 '업사이클링 공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방식으로 생산된 요소는 화학적으로 기존 요소와 완전히 동일한 CO(NH₂)₂이다. 따라서 경유차 선택적 촉매 환원(SCR) 시스템에 사용되는 요소수를 그대로 대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공장 배출가스로 만든 요소가 다시 자동차 배출가스를 줄이는 데 사용되는 '순환 구조'도 가능하다. ◇촉매의 핵심: 구리와 코발트의 '탄뎀 중계 메커니즘' 이 기술의 성패는 촉매에 달려 있다. 연구진은 공동-스퍼터링(co-sputtering) 공법으로 구리와 코발트를 1:1 비율로 혼합한 Cu-Co 촉매를 개발했다. 이 촉매의 작동 원리는 명확하다. 우선 구리(Cu)는 CO₂를 흡착해 CO, COOH와 같은 탄소 중간체 생성한다. 코발트(Co)는 NO₂⁻를 환원해 NH₂와 같은 질소 중간체를 생성한다. 이 두 중간체가 접경면(perimeter)에서 만나 C–N 결합 형성하고 이것이 요소 생성으로 이어진다. 이른바 '탄뎀 중계(tandem relay)' 메커니즘이다. 두 금속이 각각 역할을 나눠 수행하고, 계면(접경면)에서 결합 반응이 일어나는 구조다. 분석 결과, NH₂와 COOH가 결합해 NH₂CO를 형성하는 단계가 전체 반응의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단계로 밝혀졌다. ◇아직은 '가능성' 단계…값싼 전력 확보가 과제 하지만 공장 수준에서 대량 생산까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생산 속도 자체는 기존 연구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전력 효율은 아직 상업화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는 투입된 전력의 상당 부분이 수소 발생 등 부반응에 소모된다는 의미다. 다만 이 기술은 고온·고압 설비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 설비 투자와 운영 비용을 낮출 잠재력이 있다. 특히 분산형 생산이 가능해 물류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핵심 변수는 전력 비용이다. 효율이 11%로 전력 소비에 비해 생산량이 많지 않다. 다만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경우 탄소 중립 달성이 가능하다. 결국 이 기술의 경제성은 “얼마나 싸고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태양광 발전이나 원전 등에서 남아도는 전력을 활용할 경우 가능성은 충분하다. ◇“에너지 안보 + 탄소 감축"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기술 한국은 요소 생산 원료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기술의 전략적 가치는 매우 크다. 한국은 무엇보다 산업 구조 측면에서 유리하다. 제철소, 석유화학 단지 등 CO₂와 NOx 배출이 많은 산업 기반이 이미 존재한다. 둘째, 환경 정책과 정합성이 높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K-ETS) 하에서 CO₂를 원료로 사용하는 공정은 경제적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미세먼지 오염 원인인 NOx 역시도 총량규제 대상이자 배출권 거래 대상이다. 셋째, 에너지 전환과 결합 가능하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연계하면 '그린 요소'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다만 현실적 제약도 있다. 실제 배기가스를 사용할 경우 불순물에 의해 촉매 수명이 단축될 우려도 있다. 재생에너지나 원전 전력을 사용하더라도 결국은 효율 개선 없이는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 이번 기술은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아직 “실험실에서 입증된" 수준이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복되는 현실에서, 식량 위기를 피하려면 이 기술을 검토해 볼 가치는 충분한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이란 “호르무즈 해협은 영해, 통행세 내라”…미국 “항행은 자유”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공방이 3주를 넘긴 가운데 전쟁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문제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란에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요구하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하지만 이같은 최후통첩이 이란을 더욱 자극해 향후 전쟁이 더욱 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은 여전히 세계 경제의 목줄인 호르무즈 해협을 무기화하고 있다. 당장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 하탐 알안비야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이란 발전소를 겨냥한 미국의 위협이 실행되면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폐쇄되고 발전소가 재건될 때까지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제해사기구(IMO) 이란 대표인 알리 무사비는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적과 연계된 선박을 제외하고 모든 선박에 개방돼 있다"면서 “이란 정부와의 보안·안전 조율을 거치면 통과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이러한 행보가 '사실상의 봉쇄(De facto closure)' 상황을 이어가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또 통행료(통행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과의 전쟁이 마무리돼도 통행료를 계속 부과한다면 자칫 국제 유가를 세 자릿수(달러화 기준)로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의 전 부통령 모하마드 모크베르는 최근 “전쟁이 끝난 뒤 이란이 강력한 지위를 갖는 '새로운 체제'를 호르무즈 해협에 도입할 것"이라고 밝혀 통행세 징수 등이 공식화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사실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은 과거부터 논쟁을 벌여왔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국제 해협이 아닌 자국 영해로 간주해 이 '무해 통항' 체제를 적용하려 하는 반면, 미국은 더 넓은 자유가 보장되는 '통과 통항' 체제를 주장하며 대립해왔다. 이 논쟁은 유엔 해양법협약(UNCLOS) 등과도 연결된다. 지난 2020년 아산정책연구원 이기범 연구위원이 이 문제를 짚었고, 최근 독립연구자인 미리 샤하브(Myra Shahab)도 관련 논문을 공개했다. ◇이란의 '통행료' 주장, 법적 근거는 이란이 통행료 징수를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우는 핵심 논리는 UNCLOS에 대한 독자적 해석이다. 이란은 비당사국에게는 '통과 통항권(transit passage)'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조약법 원칙을 근거로 삼아 통행료 징수와 같은 실력 행사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란은 협약의 모든 권리와 의무가 하나로 묶인 '패키지 딜(package deal)'임을 강조한다. 즉, 협약의 혜택인 '통과 통항권(국제 해협을 방해받지 않고 통과할 권리)'은 협약을 비준한 국가들 사이에서만 유효하고, 특히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비당사국인 미국 등은 이 권리를 누릴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작 이란은 1982년 UNCLOS 협약에 서명은 했으나 비준은 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면서 이란은 국제법상 '지속적 반대자(persistent objector)' 지위를 가졌음을 내세운다. 특정 국제 관습법이 형성될 때부터 지속적으로 반대해 온 국가는 해당 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오래 전부터 '통과 통항권'에 반대했다는 주장이다. 이란은 1993년에 제정한 국내법(해양 영역법)에 바탕을 두고 호르무즈 해협을 자국의 영해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안국의 안전을 해치지 않을 때만 허용되는 '무해 통항(innocent passage)' 체제를 적용하겠다고 주장한다. 무해 통행 체제는 외국 선박이 연안국의 평화, 질서, 및 안전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영해를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이란은 군함과 잠수함, 원자력 추진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날 때 사전 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잠수함의 경우는 수면 위로 부상한 상태로 국기를 게양하고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전체를 단독 영해로 주장하기보다는, 해협의 상당 부분(특히 항로가 포함된 구역)이 자국과 오만의 영해 내에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적 통제권을 주장하고 있다. 국제법상 연안국은 해안선으로부터 최대 12해리(약 22㎞)까지 영해를 설정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지점의 폭이 약 33㎞(21마일)에 불과해, 해협 전체와 그 안의 주요 항로가 물리적으로 이란과 오만의 영해 내에 완전히 포함된다. 이란은 해협 전체가 이란만의 것이라고 주장하기보다는 해협 내의 항로가 자국 영해를 지나므로 관습법상 '무해 통항'의 원칙에 따라 이란이 통제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항행의 자유' vs '연안국 주권'... 팽팽한 대립 미국은 이란의 주장을 '과도한 해양 주장'으로 규정하고 '항행의 자유 작전(FONOPs)'을 통해 맞서고 있다. 미국은 통과 통항권이 이미 보편적인 관습 국제법으로 굳어졌으므로 UNCLOS 비당사국이라도 이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UNCLOS의 통과 통항에 관한 규정은 협약 제정 이전부터 존재했거나 제정 이후 관습 국제법으로 굳어졌다고 미국은 주장한다. 즉,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전 세계적인 국가 관행과 법적 확신(opinio juris)에 의해 확립된 보편적인 법규이므로 모든 국가에 적용된다는 논리다. 미국은 협약의 모든 내용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특정 조항(예: 심해저 자원 개발 관련 규정)만을 이유로 비준을 하지 않았을 뿐, 항행의 자유와 관련된 조항들은 이미 확립된 국제법적 원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의 또 다른 연안국인 오만은 1989년 UNCLOS를 비준했지만, 이란과 마찬가지로 영해 내 군함 통항 시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안보 주권을 강조하고 있다. 유조선 등이 오만 쪽 영해를 이용하려 해도 해협 자체가 너무 좁아 이란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은 물리적인 차단보다는 이란의 미사일 위협, 기뢰 매설 가능성, 드론 공격 등으로 인한 '사실상의 봉쇄(De facto closed)' 상태에 가깝다. 이란은 고속정이나 잠수함 등을 이용해 해협 전체에 걸쳐 공격을 가할 능력이 있으므로, 단순히 오만 쪽 영해로 치우쳐 항해한다고 해서 공격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영국 퇴역 해군 사령관 톰 샤프는 “해협 통제는 언제나 이란의 '트럼프에 맞설 카드'였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란 원유의 최대 구매자인 중국이 큰 피해를 보게 되므로 이란이 해협을 완전히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1970년대 쇼크의 3배"…암울한 전망 현재 호르무즈 해협은 물리적 차단은 아니더라도 공포와 비용 상승으로 인해 통과 선박이 전쟁 전보다 95% 급감한 상태다. 에너지 연구소 'MST 마키'의 수석 애널리스트 사울 카보닉은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될 경우 1970년대 아랍 석유 금수 조치보다 3배나 더 심각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고, 유가는 세 자릿수(100달러 이상)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해운업계에는 이미 실질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중동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슈퍼탱커 운임이 일주일 만에 두 배로 뛰어 40만 달러를 돌파하는 등 '보험료 폭탄'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는 최근 “한 유조선 운영 업체가 안전 통과를 조건으로 이란 측에 200만 달러(약 30억 원)의 통행료를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항행의 자유가 '공짜'였던 시대가 저물고, 각국이 직접 군함을 보내거나 통행료를 내야 하는 해양 질서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는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신호등] 인류세의 경고: ‘물 위기’ 넘어 ‘물 파산’의 시대 맞았다

22일은 점차 고갈되어 가는 수자원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UN이 제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2026년 인류가 마주한 현실은 단순히 물을 아껴 쓰자는 캠페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유엔대학교 물·환경 및 보건 연구소(UNU-INWEH) 소속 카베 마다니 소장은 지난 1월 발표한 '글로벌 물 파산: 위기 이후 시대의 수문학적 한계를 넘어서는 삶'이란 보고서에서 현재의 상황을 '물 위기(water crisis)'가 아닌 '물 파산(water bankruptcy)'로 정의했다. 이는 인류가 매년 자연이 보충해주는 수자원 '수입'보다 훨씬 많은 양을 소비함으로써, 지하수와 빙하라는 지구의 '비상 저금'까지 모두 탕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후 신호등]에서는 기후변화와 물 문제의 필연적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전 세계 주요 분쟁 지역의 실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국제적 해결책을 종합적으로 조명한다. ◇기후변화와 물의 상관관계: 가속화되는 수문 순환의 붕괴 기후변화는 수자원 부족의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근본적인 동력이다. 핵심 원인이라는 얘기다. 기온 상승은 증발산을 촉진해 토양의 습기를 앗아가고, 강수 패턴을 불규칙하게 만들어 가뭄과 홍수의 극단적인 순환을 가속화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이 지난해 8월 발표한 '글로벌 가뭄 전망: 더 건조해진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추세, 영향 및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2022년 유럽 본토의 가뭄 발생 가능성은 이전보다 20배 이상 높아졌다. 특히 1900년에서 2020년 사이 가뭄에 노출된 전 세계 지표면 면적은 두 배로 증가했고, 인류세의 수문 시스템은 과거의 안정적인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적(irreversible)' 상태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세(人類世, Anthropcene)는 인구 증가와 산업 발달로 인류가 지구 생태계 자체를 크게 변화시킨 탓에 20세기 후반에 새로운 지질시대를 열었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용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발표한 '2023년 전 세계 수자원 보고서(State of Global Water Resources 2023)'에서 지구 기온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빙권(氷圈, Cryosphere)의 손실이한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2023년에만 전 세계 빙하 가운데 6000억톤 이상이 사라졌다. 이는 지난 50년 사이 연간 손실 규모로는 가장 큰 것이다. 빙하와 눈은 하천 유량을 채우는 중요한 공급원인데, 이들이 갑작스럽게 녹아내리면 단기적으로는 홍수를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억 명이 식수원이 영구적으로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수자원 부족 및 수질 오염의 글로벌 핫스팟 실태 물 문제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지만, 그 피해 정도는 지경학적 위치(geoeconomic location)와 사회적 취약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지난해 7월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에서 낸 '2023~2025년 전 세계 가뭄 취약지역 보고서'는 “아프리카는 기후변화에 기여한 정도는 가장 작지만, 수자원 문제로 인한 고통은 가장 심하게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 에이몬 맥거크와 시카고대학교 네이선 넌 교수가 지난해 8월 '경제 연구 리뷰(Review of Economic Studies)' 저널에 발표한 '기후변화와 아프리카의 갈등' 논문에 따르면, 가뭄으로 목초지가 부족해진 유목민은 새로운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정착 농민과의 자원 갈등이 벌어지고 끝내는 폭력적인 충돌을 야기한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아프리카 대륙에서 2300만 명이 가뭄으로 인한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렸다. UNCCD 보고서는 스페인을 포함한 지중해 지역의 강수량이 2050년까지 최대 20%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OECD 보고서는 2022년 독일 라인강의 수위가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물류 운송 능력이 25~35%로 급감한 사례를 들면서, 물 문제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의 심장부를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유량 감소는 오염 물질의 농도를 높이고 수질을 악화시키는데, 2018년 가뭄 당시 라인강의 의약품 잔류물 농도는 30%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인도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은 무분별한 지하수 취수로 인해 지반 침하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 연구팀이 지난해 10월 '네이처 지속가능성 (Nature Sustainabilit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인도의 주요 대도시는 과도한 지하수 사용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매년 상당한 속도로 가라앉고 있고, 이로 인해 기반 시설이 파괴되고 홍수 위험이 크게 늘고 있다. 인도의 콜카타 시는 전체 면적의 92.56%가 지반 침하를 겪고 있고, 델리 시는 연간 15.19㎜에 달하는 침하율을 기록했다. 멕시코시티는 기반 시설의 노후화로 공급되는 물의 40%가 누수로 사라지는 있다. UNCCD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시스템 용량이 39%까지 떨어져 도시의 물이 완전히 고갈되는 '데이 제로(Day Zero)' 직전까지 몰렸다.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역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은 남미의 아마존 분지 역시 강 수위가 기록적으로 낮아졌고, 이로 인해 분홍돌고래 등 수많은 수중 동물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숨겨진 물 소비: 산업 생산과 가상수 무역의 불평등 물 문제는 단순히 우리가 마시는 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소비하는 물건들을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소비된다. 중국 둥베이(東北)대학교와 유엔대학교 연구팀이 지난해 11월 '네이처 지속가능성'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철강·시멘트·종이·플라스틱 등 주요 재료 생산을 위한 전 세계 '블루 워터' 사용량(물 발자국)은 1995년 251억 ㎥에서 2021년 507억 ㎥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블루워터(blue water)는 강·호수·지하수처럼 눈에 보이고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물을 말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가상수(virtual water)' 무역을 통한 수자원의 착취와 불평등이다. 베이징대학교와 유엔대학교 연구진이 지난해 8월 발표한 '글로벌 농업 무역에서의 물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물 집약적인 농산물을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수입함으로써 자국의 물 부족을 다른 나라에 전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저소득 국가의 취약 계층은 자국의 농산물을 수출하는 동안 정작 본인은 마실 물조차 구하기 힘든 '물 부정의(injustice)'를 겪고 있다. 국제 무역을 통해 가상수가 이동하는 양을 1995년과 2021년을 비교하면, 공산품 생산과 마찬가지로 세계 각국이 중국에 대한 의존이 크게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해결을 위한 기술적·전략적 대안 지속가능한 물 관리를 위해서는 수요 감소와 공급 다변화를 결합한 혁신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우선, 자연 기반 해결책(NbS)과 관리형 대수층 충전(MAR) 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OECD 보고서는 강조한다. 습지를 복원하고, 투수성 지표면을 확대해 빗물이 지하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함으로써 지하수 수위를 회복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홍수 예방과 수질 개선이라는 다각적 이득을 동시에 제공한다. UNCCD 보고서는 누수 차단 및 효율적 물 수송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멕시코시티나 미국 일부 도시에서 발생하는 40~60%의 수돗물 누수율을 절반으로만 줄여도 막대한 규모의 새로운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수 재이용과 해수담수화 기술의 고도화할 필요도 있다. 싱가포르의 '뉴워터(NEWater)' 사례처럼 하수를 고도로 정수해 공업용이나 식수로 재활용하는 기술은 물 부족 국가의 필수 생존 전략이다. OECD 글로벌 가뭄 전망 보고서는 “다만, 해수담수화 기술은 에너지 소비가 많고, 농축된 소금물 배출로 인해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의 결합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정밀 농업을 도입하고, 가뭄 저항성 작물을 재배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 세계 담수 소비의 70~80%가 농업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물 소비가 적은 토착 작물을 육종하고 점적(點滴, drip) 관개 시스템을 도입하여 농업용수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 점적 관개 시스템은 작물 뿌리 주변에만 물을 한 방울씩 천천히 공급하는 고효율 관개 방식이다. ◇국제사회 협력 방안: 초국경적 공유와 물 외교의 필요성 물은 국경 내에서만 흐르지 않는다. 전 세계 수자원의 60%는 국경을 넘나드는 하천 유역(transboundary river basins)에 위치해 있다. 중국 칭화대 연구팀은 지난해 9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2041~2050년 사이 전 세계 초국경 유역의 40%가 물 부족으로 인한 갈등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다양한 협력이 시급하다. UN대학교의 '글로벌 물 파산' 보고서는 “초국경 수자원 협정의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944년 체결된 미국-멕시코 수자원 조약처럼 수십 년 전의 풍부했던 강수량을 기준으로 한 조약은 현재의 기후 현실에 맞지 않다. 변화된 하천 유량을 반영, 상·하류 국가 간의 이익을 공유하는 유연한 메커니즘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 공유와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 상류 국가의 댐 건설이나 물 전용 현황이 하류 국가에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고, 그래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도 가능하다. WMO 보고서는 “글로벌 수문 상태 및 전망 시스템(HydroSOS)과 같은 국제적 플랫폼에 모든 국가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물 금융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가뭄 피해가 극심한 개도국이 기후 적응을 위한 물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선진국은 기후 기금을 물 분야에 우선적으로 배정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원조가 아니라, 농산물 무역 등을 통해 개별 국가가 떠넘긴 '수문학적 부채'를 갚는 과정으로 인식돼야 한다는 게 '물 평등 보고서'의 시각이다. 부산대학교 및 기초과학연구원(IBS) 소속 크리스티안 프란츠케 교수팀이 지난해 9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인류세 전례 없는 글로벌 물 부족의 첫 출현' 논문은 기후변화로 인해 2030년대 이전에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물 부족, 즉 '데이 제로 가뭄'이 상시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의 날을 맞아 인류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명확하다. 물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며, 이미 지구의 자본을 상당 부분 소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단순한 환경 보호가 아니라, 인류의 평화와 정의, 그리고 다음 세대의 생존을 담보하는 가장 시급한 정치적·윤리적 과업이라는 사실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마이티어스 보고서 “한국 유통업체 온실가스 ‘메탄’ 감축 노력 미흡”

한국의 대표적 유통업체인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 배출 대응에서 매우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이는 생산 과정에서 메탄을 배출하는 쌀이나 육류 등의 상품을 유통하면서 대안을 충분히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는 의미다. 글로벌 환경단체인 '마이티 어스(Mighty Earth)'는 21일 공개한 '낯뜨거운 성적표: 아시아 유통업체의 메탄 대응 실패'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의 8개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롯데쇼핑은 100점 만점에 13점으로 조사 대상 중 3위를 기록했으며, 이마트는 9점을 받아 5위에 그쳤다. 마이티어스는 전 세계 공급망에서 삼림 벌채와 기후 오염을 줄이기 위해 주요 기업들을 설득하고, 자연 보호와 기후 확보를 목표로 활동하는 국제 환경 단체다. 이 단체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싱가포르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 8곳을 대상으로 기후 공약과 행동을 분석했다. 이 단체는 총 6개의 카테고리(범주)와 그 아래 배치된 총 20개의 세부 지표를 기준으로 비교 분석했다. 카테고리 중에서 '메탄의 역할'은 유통업체가 축산 농업에서 발생하는 메탄의 기후 영향을 인지하고 있는지, 육류 및 유제품 소비 감축을 지원하는지, 경영진의 보수가 기후 목표와 연계되어 있는지를 평가했다. 온실가스(GHG) 배출량 보고 카테고리의 경우 기업 운영(스코프 1,2) 및 공급망 전체(스코프3)의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여부와 특히 메탄 배출량을 별도로 측정하여 공개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배출 감축 공약 및 행동 계획 카테고리에서는 넷제로(Net Zero) 달성 시점, 메탄 전용 감축 목표 수립 여부, 자체 브랜드(PB) 육류·유제품의 감축 계획, 산림 파괴 방지(DCF) 공약 등을 분석했다. 쌀 관련 메탄 배출 카테고리에서는 아시아의 주요 메탄 배출원인 쌀 재배의 기후 영향을 인지하고 있는지와 저메탄 방식으로 생산된 쌀에 대한 정책이 있는지를 평가했다. 대체 단백질 및 투자 카테고리는 자체 브랜드(PB) 식물성 대체 식품 제공 여부 등을, 음식물 쓰레기 정책 카테고리에서는 음식물 쓰레기의 매립 및 소각 제로(Zero-landfill/incineration) 정책과 구체적인 음식물 쓰레기 감축 목표 수립 여부를 평가했다. 롯데쇼핑과 이마트 두 업체 모두 공급망 전체를 포함하는 '스코프 3(Scope 3)' 배출량을 공개한다는 점에서는 우수한 평가를 받았으나,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 배출량을 별도로 공개하거나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한 곳은 없었다. 또한, 두 업체 모두 2040년 넷제로라는 야심찬 목표 대신 상대적으로 완화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있어 기후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0점을 기록한 항목들은 한국 시장의 특성과 맞물려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두 기업은 메탄의 역할에 대한 인지, 쌀 관련 메탄 배출 대응, 식물성 대체 단백질 투자 부문에서 단 1점도 얻지 못했다. 한국은 서구식 육류 중심 식단의 확산으로 2024년 기준 세계 4위의 소고기 수입국으로 부상할 만큼 육류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두 업체 모두 물성 대체 단백질 제품 제공에 소홀해 성장하는 시장에서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아시아 메탄 배출의 10%를 차지하는 쌀 재배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두 기업 모두 명확한 인지나 대응 전략이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탄은 배출 후 20년까지의 기간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80배 이상 강력한 '기후 슈퍼 오염물질'로, 산업화 이후 지구 온난화의 약 30%를 유발해 왔다. 특히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의 약 40%가 농업 분야에서 발생하고, 그중 축산업과 쌀 재배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마이티어스는 이러한 항목들을 개선하기 위해 유통업체들이 메탄 배출량을 투명하게 공시하고, 2030년까지 메탄 배출을 30% 줄이겠다는 '글로벌 메탄 서약'에 맞춘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세울 것을 권고했다. 또한, 논물 관리(AWD) 등 저메탄 농법으로 생산된 쌀을 우선 취급하고, 2030년까지 식물성 식품 판매 비중을 60%까지 확대하는 등 과감한 식단 전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이티어스 박매화 동아시아 매니저는 “서구식 식단의 확산에 힘입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고기 시장 중 하나로 부상했고, 소고기 수요 증가는 메탄 배출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매니저는 “축산 농업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을 신속히 줄이는 것은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고 아시아가 이미 겪고 있는 극심한 기후 영향을 완화하는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유통업체들은 고객들이 자신이 구매하는 식품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도록 돕고, 한국에서 이미 확산되고 있는 '고기 소비를 줄이고 식물성 식단을 늘리는' 이 흐름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호르무즈 봉쇄 3주째…앞으로 1주일이 韓경제 위기 ‘갈림길’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4주 이상 이어지면 글로벌 해운 네트워크가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는 등 붕괴 단계로 진입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전쟁이 이미 3주에 접어드는 시점이란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1주일 후가 '분수령'이 되는 셈이다. 한국경제가 충격을 극복하고 다시 회복할 수 있느냐도 비슷한 상황이다. 20일 오스트리아 공급망 인텔리전스 연구소와 비엔나 복잡계 과학 허브정보연구소 공동연구팀은 '해협이 닫힐 때: 호르무즈 해협의 무역 의존도와 해운 중단 시나리오'라는 제목의 연구 브리프를 긴급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단순한 에너지 수급 문제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어떤 구조적 충격을 가하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연구다. 연구의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봉쇄가 2주 이내에 그칠 경우에는 글로벌 경제가 일정 수준의 회복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4주를 넘어서는 순간 상황은 질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이다. 4주가 지나는 시점부터는 해운 네트워크의 지연이 누적되고, 시스템 전체가 '티핑 포인트'(임계점)를 넘어서는 비선형적 붕괴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 '4주의 벽'…글로벌 해운이 무너지는 순간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요충지다. 이 해협이 봉쇄될 경우, 단순히 물동량이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물류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연구진이 개발한 TIDES 해운 시뮬레이션 모델에 따르면, 봉쇄 초기에는 일부 지연이 발생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일정 부분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봉쇄 기간이 4주를 넘어가면 상황은 급격히 악화된다. 선박들이 예정된 기항지를 놓치면서 스케줄 백로그가 형성되고, 지연된 선박들이 항만에 동시에 몰리면서 터미널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혼잡이 발생한다. 이러한 병목 현상은 해당 항로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해상 네트워크로까지 확산된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피해가 선형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56일간의 봉쇄는 28일 봉쇄보다 단순히 두 배의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큰 2~3배 수준의 충격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해운 네트워크가 일정 임계점을 넘는 순간부터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구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급소: “에너지 + 물류" 이중 의존 한국 경제는 이러한 구조적 충격에 매우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되는 걸프 5개국으로부터 연간 약 300억 달러 규모의 상품을 수입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 주요 국가 중에서도 높은 수준의 의존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취약성은 단순한 수입 규모를 넘어 산업 구조와 직결된다. 한국은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핵심 에너지 자원의 상당 부분을 이 지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봉쇄가 발생할 경우 가장 먼저 가격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대체 공급이 가능하더라도, 공급 전환 과정에서 가격 급등은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해운 물류 차질이 더해지면서 문제는 더욱 복합적으로 전개된다. 봉쇄가 56일간 지속될 경우 동아시아 지역의 평균 선박 인도 지연은 약 3일 수준으로 나타나지만, 이는 평균치일 뿐 특정 화물의 경우 수주 단위의 지연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지연은 곧바로 산업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한국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류 지연이 동시에 발생하는 이중 리스크 구조에 노출되어 있다. ◇반도체 산업: “안전하지만, 비싸진다"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역시 호르무즈 해협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적인 특수 가스의 공급망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네온·헬륨·아르곤·크립톤·제논과 같은 희귀 가스는 노광과 식각 등 핵심 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다. 이 가운데 카타르는 LNG 생산 과정에서 이러한 가스를 부산물로 추출하고 있는데, 걸프 지역 특수 가스 수출의 약 98%를 차지하는 핵심 공급국이다. 한국 역시 매년 상당 규모의 특수 가스를 이 지역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는 반도체 산업의 단기적 위험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다. 이는 반도체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3~6개월 수준의 전략적 재고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 등 다양한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네온 공급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은 비교적 빠르게 적응한 바 있다. 다만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물리적 공급 부족보다는 특수 가스 가격 상승이 먼저 나타나고, 이는 곧 반도체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의 핵심 리스크는 생산 중단이 아니라 비용 증가라고 할 수 있다. ◇비료와 식량: “당장은 괜찮지만, 다음 해가 문제" 걸프 지역은 비료 시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 세계 요소 수출의 약 31%가 이 지역에서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료는 일반적으로 파종 몇 달 전에 미리 구매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봉쇄는 당장의 농업 생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문제는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다. 이 경우 다음 시즌의 비료 조달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농가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러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주요 영향은 생산 감소가 아니라 가격 상승이다. 농가들은 높은 가격에 대응하기 위해 투입량을 줄이게 되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결국 식량 부족보다는 식품 가격 상승이라는 형태로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철강 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충격이 제한적이다. 글로벌 철강 공급망은 중국·인도·터키 등 다양한 공급원을 기반으로 형성되어 있어 대체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이러한 구조 속에서 직접적인 공급 중단 위험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철강 가격 상승과 함께 건설 프로젝트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인프라 투자 비용 증가와 건설 일정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진짜 위험: “물건이 아니라 가격이 무너진다" 이 연구가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위기의 본질이 물리적 부족이 아니라 가격 메커니즘에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다음과 같다. 우선 공급 차질이 발생하기 이전에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이어서 급격한 가격 상승이 나타난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산업 전반의 생산 비용을 끌어올리며, 결국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소비를 위축시키며, 궁극적으로 경기 침체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가장 큰 위험은 특정 상품의 부족이 아니라 경제 전반의 비용 구조가 무너지는 데 있다. 이 연구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경제국에 명확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봉쇄가 4주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4주 이내의 위기는 관리 가능하지만, 이를 넘어서면 시스템적 붕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둘째, 에너지뿐 아니라 핵심 산업 소재까지 포함한 전략적 재고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반도체 특수 가스와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의 필수 원자재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다. 셋째, 공급망 다변화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다. 이는 단순히 수입선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물류 경로 자체를 분산하는 구조적 대응을 의미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담배꽁초, 10년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오염물질 배출한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4조5000억 개, 부피로 80만 톤이 버려지는 담배꽁초.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쓰레기가 됐다. 하지만 담배꽁초는 단순한 '일회성 쓰레기'가 아니라 10년 이상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장기 오염원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나폴리 페데리코 2세 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 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 담배꽁초의 환경오염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담배꽁초가 실제 환경에서 10년에 걸쳐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한 최초의 장기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왜 담배꽁초는 10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까 연구진에 따르면, 담배꽁초가 쉽게 분해되지 않는 핵심 이유는 필터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cellulose acetate) 때문이다. 이 물질은 플라스틱 계열로, 약 1만5000개의 미세 섬유로 구성되어 있고,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다. 특히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는 '아세틸화' 정도가 높아 미생물이 쉽게 분해하지 못한다. 미생물이 분해하려면 먼저 구조를 바꾸는 탈아세틸화 과정이 필요한데, 자연 상태에서는 이 반응이 매우 느리다는 것이다. 미생물 성장을 촉진할 질소가 극단적으로 부족하다. 담배꽁초의 질소 함량은 약 0.21%에 불과하고, 탄소 대비 질소 비율(C/N)이 약 192로 매우 높다. 이는 미생물 활동을 거의 억제하는 수준이다. 결국 분해가 안 되는 플라스틱인데다 먹을 영양이 없는 상태가 결합되면서 담배꽁초는 수년에서 10년 이상 환경에 그대로 남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모든 환경에서 분해 속도가 같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연구 결과, 질소가 풍부한 토양(초지 등)에서는 담배꽁초의 질량이 10년 동안 최대 84%까지 감소했다. 그 이유는 미생물이 주변의 질소를 끌어와 사용하고, 담배꽁초 내부의 C/N 비율이 점차 낮아지면서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 분해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즉, 담배꽁초 자체는 영양이 없지만, 주변 토양이 이를 보충해주면 분해가 가능해진다. 반대로, 모래사장이나 아스팔트, 토양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는 10년이 지나도 형태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해'돼도 사라지지 않는다…미세플라스틱으로 변형 문제는 담배꽁초가 분해되더라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10년 후 담배꽁초가 '공 모양의 유기-무기 복합체(spherulites)'라는 새로운 형태로 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복합체는 지름이 약 6㎛(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의 미세 입자다. 담배꽁초의 플라스틱 섬유와 주변 토양의 미네랄(칼슘 등)이 토양 구조 안에 완전히 통합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균의 크기가 1~2㎛이고, 미세먼지(PM-10)가 10㎛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점을 고려하면, 6㎛ 정도 크기의 입자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복합체가 형성되는 것은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환경에 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10년 뒤까지도 유해물질 방출 담배꽁초의 독성 변화도 단순하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독성은 시간에 따라 세 단계로 변화한다. 버려진 직후(초기)에는 니코틴과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대량 방출된다. 이들 물질은 매우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 약 5년 후(중기)에는 독성이 다시 증가하는 '두 번째 정점' 발생한다. 분해 과정에서 생성된 분해 저항성 화합물 축적된 탓이다. 10년 정도 긴 시간이 지나면(장기) 전반적으로 독성 감소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실제로 10년이 지난 담배꽁초도 여전히 생물에 측정 가능한 독성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담배꽁초 분해는 화학·생물·미생물 변화가 결합된 복합 과정"이라며 “완전 분해(광물화)는 일어나지 않고,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장기 잔류하면서 최소 10년 이상 생태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담배 필터의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한편, 전문가들은 “필터는 담배 연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흡연자가 연기를 더 깊게 들이마시게 함으로써 오히려 폐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한 국제 사회는 이제 담배 필터를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보고 강력한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UN 플라스틱 협약에서도 담배 필터를 의무적 금지 대상(Annex Y)에 포함시켜 세계적으로 퇴출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WHO 담배 규제기본협약(FCTC)의 앤드류 블랙이나 WHO 환경 및 기후 변화 책임자 루디거 크레치 등 전문가들은 담배 필터를 금지함으로써 담배가 '덜 해롭다'는 잘못된 인식을 제거하고, 담배를 “더 정직한(more honest) 제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터가 없는 담배는 연기가 훨씬 독하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흡연의 즐거움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흡연율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리포트] 기후변화로 지구가 느려진다…‘하루는 24시간’도 바뀔 수 있다

지구의 하루는 언제나 24시간으로 고정돼 있을까. 인류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이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지구의 기후 변화가 자전 속도에 영향을 주지만,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는 것 만큼이나 하루의 길이 자체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이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와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공동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 저널: 고체 지구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Solid Earth)'에 발표한 논문에서 기후 변화가 지구 자전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360만 년 중 가장 빠른 변화 속도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바다로 유입되면 지구의 질량이 적도 방향으로 이동하는 '바리스태틱(barystatic)' 과정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지구의 자전 속도는 감소한다. 이는 회전하는 물체에서 질량이 바깥으로 이동하면 속도가 느려지는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따른 결과다. 결국 지구가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 즉 하루의 길이(LOD)가 길어지게 된다. 이번 연구는 '물리 정보 기반 확산 모델(PIDM)'이라는 딥러닝 기법을 활용해 약 360만 년 전 후기 선신세(Late Pliocene)부터 현재까지의 자전 변화를 재구성했다. 그 결과, 제4기 빙하기 동안에는 대륙 빙하의 확장과 후퇴에 따라 하루의 길이가 약 10~30밀리초(ms. ms=1000분의 1초) 범위에서 크게 변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60만 년에 이르는 장기적인 시간 규모에서 보면, 빙하 해빙과 해수면 상승이 자전에 미친 영향은 대기 순환이나 육상 수자원 변화보다 약 300배 큰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현재의 변화 속도가 과거와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빠르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이 높은 시나리오(RCP8.5)를 가정할 경우, 하루 길이의 증가 속도가 21세기 전체로 100년 당 약 1.5±0.35ms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 나아가 세기 말 마지막 20년에는 이 수치가 가속화돼 100년 당 약 2.62±0.79ms에 이를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는 약 8200년 전 급격한 기후 변화 사건과 맞먹는 수준으로, 지난 360만 년 동안 보기 드문 변화 속도다. ◇시간 체계에 균열…윤초의 딜레마 지구 자전의 변화는 단순한 자연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 사회의 시간 체계는 지구 자전에 기반한 세계시(UT1)와 원자시계 기반의 국제원자시(TAI)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데, 자전 속도가 느려질수록 두 시간 체계 간의 오차가 커지게 된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후기 선신세 이후 누적된 시간 차이는 약 250초에 달하며, 1900년 이후에도 기후 변화로 인해 약 40ms의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윤초(閏秒, leap second)' 제도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자전 속도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윤초를 언제 추가해야 할지 예측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이는 위성 항법, 우주선 궤도 계산, 초정밀 통신망 등 밀리초 단위의 정확도를 요구하는 기술 분야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과학계는 점점 더 정밀한, 이른바 '초정밀 시계'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 과학기술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계측학(Metrologia)'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오차가 극히 작은 스트론튬 광격자 시계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시계는 수십억 년 동안 1초의 오차도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정밀도를 갖추고 있으며, 지구 자전의 미세한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온난화를 막을 것이냐, 윤초를 도입할 것이냐" 결국 인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기후 변화를 완화함으로써 지구 자전의 변화를 늦출 것인지, 아니면 윤초 도입과 초정밀 시계 기술에 의존해 점점 커지는 시간의 오차를 관리할 것인지의 문제다. 전문가들은 후자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윤초는 자전 변화로 발생한 결과를 보정하는 기술적 수단일 뿐, 근본적으로 지구 자전의 속도를 고정시키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지구 자전 속도가 변하는 근본 원인은 기후변화다. 기후변화는 지금 지구의 온도와 해수면 뿐만 아니라 '시간'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물리량까지 바꾸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재앙 피하려면 온실가스 배출 ‘제로’로 부족…‘마이너스’가 필요

오늘날 전 세계는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Net-zero)' 달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최신 과학 연구는 단순히 배출량 0으로 줄이는 것만으로는 이미 시작된 기후 변화의 시계바늘을 멈추기에 부족하다고 경고한다. 이제는 이미 대기 중에 쌓여 있는 온실가스를 직접 흡수해 제거하는 마이너스 배출, 즉 '네거티브 배출(negative emissions)'이 필수인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멈추지 않는 기후 시계: 왜 '감축'만으로는 부족한가 인류가 오늘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완전히 중단하더라도 지구의 기온 상승과 그로 인한 피해는 즉각 멈추지 않는다. 이미 지구 대기 중에 차 있는 온실가스가 쉽게 사라지지 않고 기온을 계속 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1월 '환경 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온도가 안정화된 후에도 해수면 상승(SLR)이나 영구동토층 해빙(PFT)과 같은 '지연된 기후 영향(Time-lagged impacts)'이 수 세기 동안 계속해서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를 '관성에 의해 움직이는 자동차'에 비유한다. 이미 속도가 붙은 기후 재앙이라는 차를 세우기 위해서는 단순히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배출 감축)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차를 재빨리 세울 수 있는 것처럼 강력한 '브레이크' 역할인 네거티브 배출을 통해 대기 중 탄소 농도를 직접 낮춰야만 기후재앙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류가 넷제로 달성 이후에도 수백 년간 순배출량이 마이너스(-)가 되는 '순 네가티브 배출(Net-negative)'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아다. ◇10년 앞당겨진 데드라인과 '예방적' 탄소 가격 기후 시스템의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더 빠른 행동을 요구한다. IIASA 연구팀은 지난달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한 논문에서 “기후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려면, 넷제로 달성 시점은 기존 계획보다 약 10년 정도 앞당겨진 2041년경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논문은 기후 위기를 일종의 보험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2030년 탄소 가격을 현재 예측치보다 대폭 높은 톤당 425달러 수준으로 인상하는 '예방적 프리미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탄소 제거 기술(CDR)의 조기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에 아주 높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막대한 복구 비용을 현재 세대가 분담하는 세대 간 형평성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법적 의무가 된 기후 보호와 국가 간 형평성 네거티브 배출은 단순한 도덕적 권고를 넘어 법적 책임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7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기후변화협약 가입국들은 온실가스 배출로부터 기후 시스템을 보호해야 할 구속력 있는 의무가 있고, 상당한 해악을 방지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권고 의견을 냈다. IIASA 연구팀은 이러한 법적 판단이 결국 국가 간에 '탄소 제거 의무(carbon removal obligations)'를 공정하게 분담하는 제도적 설계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각 국가의 역사적 배출 책임과 경제적 능력을 고려해, 정치적 주기와 상관없이 수 세기 동안 지속될 수 있는 강력한 거버넌스가 뒷받침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탄소 제거 기술'의 두 얼굴: 자원 고갈과 환경 영향 하지만 네거티브 배출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이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페인 칸타브리아 대학교와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연구팀은 이달 초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0'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탄소 제거 기술의 잠재적 부작용을 경고했다. 직접공기포집(DACCS)과 같은 화학적 제거 기술은 대규모 인프라 구축을 위해 니켈(Ni)과 바륨(Ba) 같은 핵심 광물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자원 공급망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또한 생물학적 제거 기술(BECCS)이나 바이오차(Biochar)의 경우, 대규모 경작에 필요한 칼륨(K) 등의 비료 자원 수요를 최대 70%까지 높여 식량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조림(Forestation) 역시 기후 변화로 인한 산불 위험 증가를 낳게 되고, 저장된 탄소가 다시 배출될 위험이 크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기후 안정을 위한 정책 제안 전문가들은 탄소 제거 기술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네거티브 배출을 성공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배출돼 대기에 있는 온실가스를 제거하기에 앞서 배출 자체를 미리 줄이는 데 우선을 둬야 한다. 둘째, 지역적 특성에 맞는 최적의 기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특정 기술의 독점을 피하고 토지, 물, 광물 자원의 가용성을 고려하여 환경 영향을 분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자원 순환 경제를 강화해야 한다. 탄소 제거 설비에 필요한 금속 자원의 재활용률을 극대화하고, 폐기물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사용하여 자원 경쟁을 완화해야 한다. 결국 네거티브 배출은 인류가 저지른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고 미래 세대에게 안전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한 고통스러운 선택인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이란의 진짜 위기는 ‘물 부족’…소양강댐의 73배 지하수 사라져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쟁의 충격과는 별개로 이란 사회를 오랫동안 압박해 온 구조적 위기가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바로 만성적인 물 부족 문제다. 최근 학계에서는 이란의 물 부족 위기를 단순한 기후 변화나 자연재해가 아니라 국가 정책과 거버넌스 실패가 누적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경제 제재와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수자원 관리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났고, 전쟁 상황에서 이란 국민의 생활 기반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자연재해가 아닌 '거버넌스 주도 위기' 이란의 물 위기를 가장 강하게 지적한 연구 중 하나는 독일 함부르크 공과대학교 지리-수문정보학 연구소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이다. 국제 연구진은 이달 초 '네이처 지속가능성 (Nature Sustainabilit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란의 상황을 “거버넌스 주도의 물 붕괴(governance-driven water collapse)"로 규정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수십 년 동안 가장 심각한 환경 위기 중 하나로 물 부족을 겪고 있고, 전국적으로 호수와 강, 습지가 빠른 속도로 말라가고 있다. 저수지는 기록적으로 낮은 수위를 보이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수십 년 동안 유지되던 수자원 체계가 사실상 붕괴 단계에 들어섰다. 연구진은 기후 변화가 이러한 위기를 악화시키는 요인임은 분명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정책의 실패라고 강조한다. 국가 발전 전략에서 환경 보호보다 정치적·지정학적 목표가 우선되면서 수자원 관리 정책이 장기간 방치됐다는 것이다. ◇농업 중심 정책이 만든 물 소비 구조 이란 물 위기의 핵심에는 국가가 추진해 온 식량 자급자족 정책이 있다. 국제 제재와 경제적 고립 속에서 정부는 식량 안보를 위해 농업 확대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수자원 구조를 극단적으로 왜곡시켰다. 연구에 따르면 이란 농업 부문은 국가 전체 수자원의 약 90~92%를 사용하고 있다. 반면 농업이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비중은 약 10% 수준에 불과하다. 경제적 효율성이 낮은 산업이 대부분의 수자원을 소비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물 집약적인 작물이 건조 지역에서도 대규모로 재배되었고, 관개 농업이 급속히 확대됐다. 이러한 정책은 결국 지하수 고갈로 이어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지난 약 20년 동안 이란에서는 약 211㎦ (2110억㎥, 소양호 저수량의 약 73배)규모의 지하수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자연적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의 고갈로 평가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반 침하까지 발생하고 있다. 수도 테헤란과 이스파한, 야즈드 등 주요 도시에서는 지반 침하로 건물과 도로, 문화유산 시설에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분절된 행정 체계와 정책 실패 이란의 물 위기를 더욱 악화시킨 요인은 행정 구조의 비효율성이다. 연구진은 이란의 수자원 관리 시스템을 '분절된 거버넌스(fragmented governance)' 구조라고 설명한다. 수자원 배분, 농업 정책, 환경 보호, 인프라 투자 등이 서로 다른 부처와 지방 정부에 나뉘어 있어 정책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역 단위의 물 관리나 지하수 취수 제한과 같은 장기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또한 물과 전기에 대한 대규모 보조금 정책도 문제로 지적된다. 농업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제공된 보조금은 단기적으로는 농가에 도움이 됐지만, 물 절약과 효율적 관개 기술 도입을 오히려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국제 제재가 만든 기술 격차 이란의 물 관리 위기를 분석한 또 다른 연구는 스웨덴 룬드대학교 중동연구센터의 연구팀이 수행했다. 이 연구는 최근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는데, 연구팀은 '통합 수자원 전략 회복력 지수(IWSRI)'를 활용해 이란의 정책 회복력을 평가했다. 주변 다른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이란은 중간 수준의 정책 회복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치적 불안정성과 부패, 장기 계획 부족으로 인해 실제 정책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연구팀이 제시했다. 특히 국제 제재가 수자원 관리 기술 도입을 가로막은 핵심 요인으로 지적됐다. 제재로 인해 외국인 투자와 금융 자본 유입이 제한되었고, 장비 공급망도 크게 교란되었다. 그 결과 △폐수 재활용 시스템 △도시 수자원 디지털 모니터링 기술 △누수 제어 장비 △정밀 관개 시스템 등과 같은 핵심 기술 도입이 늦어졌다. 이러한 기술 격차는 도시의 수자원 손실을 키우고, 농업 용수의 이용 효율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 부족, 갈등의 '잠재적 배경 요인' 물 부족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사회·정치적 갈등의 배경 요인이 될 수 있다. 물은 특히 중동 지역에서 전략적 자원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농업 생산이 감소하면 농촌 지역의 생계 기반이 붕괴되고 대규모 인구 이동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압력은 도시 지역의 경제 불안과 정치적 긴장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일부 연구자들은 물 위기가 현재의 군사적 충돌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국가 내부의 불안정성을 확대하는 구조적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미국과의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이란에서 전국적인 시위가 발생했는데, 당시 시위는 정치적·경제적 불만이 핵심 원인이었지만, 물 부족과 환경 위기가 농업 붕괴, 생활비 상승, 지역 경제 침체를 통해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한편, 전쟁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취약성은 앞으로 더욱 극단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군사 충돌은 상수도 시설, 댐, 관개 시설과 같은 핵심 인프라를 파괴할 수 있고, 물 공급 자체가 군사 전략의 일부로 이용될 위험도 있다. 이미 지하수 고갈과 저수지 감소로 취약해진 이란의 수자원 체계는 이러한 충격에 대응하기 어렵다. 결국 물 부족은 식량 생산 감소, 공중보건 문제, 대규모 이주 등 복합적 사회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함부르크 공과대학 연구팀은 기술적 해결책만으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연구진은 해결책으로 △유역 단위 수자원 관리 체계 구축 △지하수 취수 제한 제도 도입 △수자원 데이터의 투명한 공유 시스템 구축 △물 집약적 산업 의존도 감소 △경제 구조의 다각화 등이다. 궁극적으로 이란의 물 위기는 자연적 한계가 아니라 정책 선택의 결과라는 점에서, 행정적 의사결정 구조와 국가 전략의 재설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문제는 계속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물 문제는 이란 사회의 가장 심각한 장기적 위기 중 하나로 남을 전망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2030년까지 상하수도 온실가스 배출량 50% 감축 도전

국내 상하수도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는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이 계획이 추진되고 실제로 목표가 달성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730만톤에서 365만톤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같은 방안은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 변경(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포럼'에서 공개됐다. 이날 행사는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 변경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물관리 정책의 방향과 핵심 과제를 점검하기 위해 개최됐다. 이번 포럼에서는 상하수도 수처리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전략이 주요 의제로 제시됐다. 동시에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포함됐다가 삭제됐던 '4대강 보 처리 방안'도 다시 포함하는 쪽으로 변경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수처리 분야 온실가스 감축, '물 분야 탄소중립' 핵심 과제 이번 변경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상하수도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다. 연구를 맡은 한국환경연구원(KEI)의 한혜진 선임연구위원(연구프로젝트 총책임자)은 “2018년 기준 약 730만 톤에 달하는 상하수도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절반 수준인 365만 톤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절약 수준을 넘어 장기적으로 '물 분야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물관리 정책은 수량과 수질 중심으로 논의돼 왔지만, 최근에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상당한 기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 수처리 부문의 탄소 관리가 새로운 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 연구에서는 하수처리 시설의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존 국가 인벤토리 통계보다 크게 높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효과를 가진 기체로, 관리 방식에 따라 상당한 감축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수처리장 에너지 자립률 30% 목표 이번 계획안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공공하수처리장의 에너지 자립률을 대폭 끌어올리는 내용이 들어있다. 현재 약 17.3% 수준인 에너지 자립률을 2030년까지 30%로 높이고, 정수장과 취수장, 가압장 등 물 공급 시설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 약 153만 톤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한다는 방안이다. 특히 수상태양광과 수열에너지, 소수력 등 물 관련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현재 약 1.6GW(기가와트)에서 2030년까지 약 10GW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하수처리장 부지나 물 관련 시설을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시설 운영에 다시 활용하는 '에너지 자립형 물관리' 모델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실험도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하수처리장에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해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간 수천 톤 규모의 탄소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4대강 보 처리 방안' 다시 포함…정책 번복 논란 그러나 이번 변경안에는 정책 일관성을 둘러싼 논란의 여지도 포함돼 있다. 2020년 수립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는 원래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보 처리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2023년 8월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관련 내용을 삭제했고, 이를 기본계획에 반영하기 위한 공청회도 개최했다. 당시 시민환경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윤석열 정권의 일방적인 계획 변경에 반발해 공청회를 물리적 저지에 나섰고 공청회가 한 차례 무산되기도 했다. 이번 변경안에서는 '합리적 보 처리 방안 마련'과 '단계적 완전개방 확대'가 다시 주요 과제로 등장했다. 사실상 삭제됐던 정책이 다시 기본계획에 포함되는 셈이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10년 단위로 수립되는 국가 물관리 정책의 최상위 계획이다. 또한 5년마다 타당성을 재검토해 필요하면 변경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문제는 2020년 첫 기본계획 수립 이후 불과 5년 사이에 핵심 정책이 삭제됐다가 다시 복원된다는 점이다. 계획의 장기성과 안정성이 요구되는 국가 기본계획이 정권 변화에 따라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물관리 정책이 정치적 변화에 따라 급격히 방향을 바꾸면 장기적인 기후 대응 정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상하수도 에너지 자립 확대나 수처리 분야 탄소 감축 같은 과제는 수십 년 단위의 시설 투자와 기술 축적이 필요한 정책이기 때문에 일관된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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