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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찬수 기자 입니다.
  • 기후에너지부
  •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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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에 3만명 죽을수도…최악 폭염 시나리오 나왔다

기후 변화가 극심한 폭염 현상의 빈도와 강도를 높이면서, 인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3°C 상승했을 때 과거 폭염 참사를 빚었던 2003년 여름 유럽의 기상 조건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과거의 극한기상이 만난다면 일주일간 3만2000명이 초과 사망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상황이 예상되지만 현재의 적응 전략으로는 대규모 인명 피해를 막기 역부족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근본적인 온난화 완화와 새로운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 기온이 이미 상승한 상태에서 과거 유럽을 강타했던 치명적인 기상 패턴이 다시 발생할 경우, 그때보다 훨씬 큰 규모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과거 폭염 재현 시 피해는 얼마나 커지는가? 기후 위험 분석과 적응 계획에 있어 예외적인 극한 폭염 사태의 잠재적 사망자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연구팀은 기계 학습 기반 예측 모델을 사용해 과거 유럽의 5가지 역사적인 폭염 사례를 현재 또는 미래의 지구 온도 조건에 대입해 대규모 사망을 초래할 잠재적 위험을 정량화했다. 특히,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2003년 8월 유럽을 덮쳤던 바로 그 기상 조건이 현재나 가까운 미래에 재현될 경우 나타났다. 2003년 6~8월 유럽은 이례적으로 강한 고기압이 장기간 정체하면서 폭염이 지속됐다. 열이 밤새 식지 않는 고온 현상과 극심한 가뭄이 겹치며 환경·보건 시스템이 동시에 압박받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서 약 3만~5만 명의 초과 사망이 발생했는데, 에어컨 보급률 부족, 노인·만성질환자 등 취약계층의 고립, 오존 등 대기오염 악화가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상승한 조건에서 만약 2003년 8월의 기상 조건이 다시 발생한다면, 유럽 전역에서 단 일주일 만에 1만7800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구 평균기온이 3°C 상승한 환경에서 2003년 8월 상황이 재현될 경우 초과 사망자 수는 3만2000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사망자 수는 유럽의 코로나19 팬데믹 최고치 기간의 사망자 수와 맞먹는 수준이다. 3°C 상승 환경에서 재현돼 3만2000명이 사망한다고 했을 때 이 중 2만3000명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추가 사망자로 분류된다. 이는 전체 사망자 수의 72%가 인위적인 온난화의 책임임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조건부 접근 방식(storylines)'이 개별적인 극단적 사건이 미래 기후 변화 하에서 얼마나 극심할 수 있는지 탐색할 수 있게 한다"면서 “이는 현실적인 기상 시스템을 기반으로 분석됐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극단적 시나리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막고 대비해야 할 것인가? 극심한 폭염 사태는 높은 기온 자체뿐만 아니라, 대규모 대기 고기압 시스템과 건조한 토양이 상호작용해 열 축적을 증폭시키는 물리적 요인과, 고온 노출에 대한 인체의 생리적 반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추가적인 지구 온난화를 완화하는 것이 폭염 사망률을 줄이는 데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온난화가 극심한 인명 피해의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기후 변화 완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온난화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다. 문제는 현재까지 유럽 전역에서 다양한 기후 적응 노력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사망 사건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래 적응을 고려했을 때 폭염 기간 동안의 최고 사망률은 평균적으로 단 10%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3°C 상승 환경에서 2003년 조건으로 인한 최고 사망자 수는 적응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3만2000명이었으나, 추가 적응을 허용했을 때도 여전히 2만8800명(95% 신뢰 구간 2만1300~3만6200)으로 높게 예측됐다. 연구팀은 “기존 적응 대책으로는 극한 기후 사건의 사망률 영향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보건시스템의 확충 등 새롭고 효과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폭염이 보건 및 응급 서비스를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압박할 수 있으므로, 병원 과밀 및 의료 시스템의 대응 능력을 평균적인 예측이 아닌 가장 있을 법한 극한 시나리오에 맞춰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만 문제인가 - 한국은? 스탠퍼드대학의 논문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고온 현상이 빠르게 증가하는 유럽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한국이나 아시아에 대한 구체적인 예측이나 분석 내용은 없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도 참고할 만한 중요한 교훈을 제시한다. 우선, 미래의 극한 시나리오에 맞춰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특정 지역의 과거에 치명적이었던 기상 패턴이 지구 온난화 환경에서 재현될 경우, 기존 피해 규모를 훨씬 초과하는 대규모 인명 피해(mass mortality)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도 가장 극심한 기상 조건(예: 1994년 7월 조건이나 2018년 8월 조건 등)을 가정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는 적응 전략의 재검토다. 온도가 상승하는 지역에서 관찰되는 기존의 적응(예: 에어컨 설치, 행동 변화)은 극한 폭염의 사망률을 완전히 상쇄하지 못할 수 있다. 한국 역시 현재 시행 중인 폭염 대책 외에, 극한 상황에서도 작동하는 혁신적이고 새로운 공중 보건 및 의료 시스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온난화 완화의 시급성이다. 극한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의 상당 부분(70~80%)이 인위적인 온난화 탓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적인 적응 노력과 함께 지구 온난화를 줄이는 근본적인 노력이 가장 강력한 예방책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연구팀은 “지구 온도가 안정화되더라도, 극한 폭염의 위협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고, 이런 위협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당하고 새로운 적응 조치가 요구된다"고 결론지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이러다 김치 못 먹게 될라

기후변화로 한반도 기온 상승이 가속화하면서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의 안정적 생산 기반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여름배추의 재배 적지(적합 면적)가 크게 줄어들고, 가을배추 역시 품종·지역별 수확량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식량안보이 흔들리고 소비시장에 충격이 가해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배추는 '호냉성 작물' - 서늘한 기후를 원한다 배추는 결구(속이 꽉 차는 단계) 시기에 고온에 매우 민감하다. 결구가 잘 되지 않으면 상품가치가 떨어지고 수확량이 급감한다. 단국대 바이오융합대학 환경원예조경학부 김수민 교수팀이 최근 '한국농림기상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기온 상승은 배추 재배에 불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배추의 최적 생육온도는 약 18~20℃로 알려져 있다. 일평균 기온이 25℃ 이상인 조건에서는 결구의 불량, 품질 저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점점 줄어드는 여름배추 재배지(적지) 국립기상과학원이 최근 한국기후변화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기온 상승으로 여름배추 재배지는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고해상도 1㎞ 남한 상세 시나리오에 따르면, 현재(2000~2019년) 기준으로는 남한에서 여름배추의 적지(가장 알맞은 지역)는 약 11.5%, 가능지는 약 26.2%를 차지한다. 그러나 전지구 평균 상승(글로벌 온난화 수준, GWL)이 커질수록 적지·가능지 모두 급감할 것으로 우려된다. 1.5℃ GWL 도달 시(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하는 시나리오)에는 재배 적지는 약 46.9% 감소하고, 재배 가능지는 약 39.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2.0℃ GWL 도달 시에는 재배 적지가 약 70.7% 감소하고, 가능지는 약 57.2%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3.0℃ 이상에서는 적지가 약 90% 이상 감소해 사실상 재배가 어려운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강원권(현재 강원 고랭지)이 현재는 그나마 적지가 많은 지역이지만, 온난화가 심화될수록 적지 면적의 감소가 가장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결과는 온난화 수준을 1.5℃~2.0℃로 억제하는 것의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가을(늦여름~초겨울) 배추 수량이 늘어도 '불안정' 단국대 연구진은 과정기반 모델(ALMANAC)을 이용해 품종별·지역별로 가을배추 수확량을 시뮬레이션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품종별 차이가 크며, 어떤 품종은 온난화 시나리오에서 오히려 수확량이 크게 떨어지는 반면(예: 민감 품종), 어떤 품종은 비교적 안정적인 경우도 있었다. 연구는 품종을 두 그룹(A·B)으로 나눠 모델을 보정했는데, 그룹별로 기온 민감성이 달랐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2030~2050 시나리오에서 일부 지역·품종에서 약 10% 내외의 수량 증가가 예측되기도 했다. 다만 이는 지역·품종에 따라 상반된 반응을 보인 결과의 평균값일 뿐이다. 지역별로도 남부(전라남도 등)처럼 이미 온난한 곳은 온도가 더 높아질수록 수확량이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는 야간 최저기온 상승(특히 최저기온이 2~5℃ 상승)이 작물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요컨대, 평균값만 보면 '수량 증가'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 농가 관점에서는 품종·지역별로 큰 편차와 불안정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과 품종에서는 공급 안정성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고온에 견디는 배추 품종 개발 시급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2000년과 비교해 2023년 배추 재배면적은 약 44% (5만1801 ha → 2만8912 ha), 총생산량은 약 35% 감소한 것으로 보고된다. 1인당 소비(연간 약 39 kg)는 큰 변화가 없지만 생산의 변동성으로 인해 특정 시기(예: 김장철) 가격 급등 위험은 여전히 크다. 이에 따라 연구진들은 내고온성(고온저항성) 품종의 육성과 보급을 강조하고 있다. 기후 시나리오별·지역별 반응을 고려해 안정적인 품종을 선발·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국대 연구에서 '추광', '천고마비' 등 일부 품종이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결과가 있었다. 또, 품종·재배시기·재배지의 맞춤형 관리(지역별 재배전략)도 필요하다. 심는 시기와 품종 선택, 고랭지 유지 방안 등 대안을 마련해 지역 단위로 농가에 권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농업 인프라와 다양한 지원책도 강화해야 한다. 생산 불안정성 증가에 대비해 가격·수급 충격을 완화할 정책(재배보험 확대, 냉장 등 비상 비축, 유통체계 개선 등)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후목표 준수(글로벌·국가적 감축)를 해야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1.5℃~2.0℃ 수준의 온난화 차이가 농업 적지 보전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농업 적응 부담을 낮추는 핵심 수단인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싼 게 비지떡’?…저가 차량이 도심 공기오염 주범

영국 버밍엄에서 5만대 이상의 차량을 대상으로 오염 배출량을 측정하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최근 공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원격 감지 기술을 이용한 이 연구는 차량의 실제 시장 가격과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 사이에 강력한 반비례 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즉, 값이 싼 차량일수록 NO₂와 CO와 같은 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버밍엄대학의 지리·지구·환경과학대학원 연구팀에 의해 수행됐고, '청정 생산 저널(Journal of Cleaner Production)'에 게재됐다. ◇가격이 낮을수록 오염도는 두 배로 증가 연구팀은 5만 건 이상의 차량 배출량 측정 데이터를 분석하고, 머신러닝(기계 학습)을 사용해 각 차량의 실제 소매 가격을 추정했다. 분석 결과, 차량 가격과 실제 배출량 사이에 견고한 역상관관계가 확인됐다. 특히, 1000~5000 파운드(192만~960만원)의 최저가 차량 그룹은 1만5000~2만 파운드(2877만~3836만원) 가격대의 차량에 비해 오염 물질을 약 두 배 더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극적인 배출량 감소는 1만5000~2만 파운드 사이의 가격대에서 두드러지게 관찰됐다"면서 “이는 정책적 개입을 위한 잠재적인 지렛대 지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동일한 단계의 유로(Euro) 배출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 중에서도, 값이 싼 차량은 더 많은 이산화질소(NO₂)와 일산화탄소(CO)를 배출하는 경향을 보였다. 유로(Euro) 배출기준은 유럽연합(EU)이 만든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단계를 말한다. 1992년에 처음 유로1 기준이 도입됐고, 1996년에 유로2 기준이, 2014년에는 마지막으로 유로6 기준이 도입됐다. 단계 숫자가 올라갈수록 기준이 더 엄격해진다. ◇디젤차, 가격 상승에 따른 오염 저감 효과가 더 커 차량 가격 상승에 따른 배출량 저감 잠재력은 연료 유형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디젤 차량의 경우 가격이 1000파운드 상승할 때마다 NO₂ 배출량은 연료 1㎏당 0.44g 감소했는데, 이는 가솔린 차량에 비해 현저히 큰 저감 효과를 보였다. 디젤 차량의 NOx 제어를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후처리 시스템(예: 선택적 촉매 환원, SCR)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솔린 차량의 경우 가격 상승에 따른 NO₂ 배출량 감소는 가격이 1000파운드 상승할 때 연료 1㎏당 0.02g에 그쳤다. 가솔린 차량은 주로 삼원촉매 변환기에 의존하는데, 이는 성숙하고 비교적 저렴한 기술이어서 가격 증가에 따른 추가적인 기술 개선 효과가 크지 않았다. ◇환경 불평등 문제 대두: 부유층의 CO2 vs. 저소득층의 도심 공해 이번 연구 결과는 교통 관련 환경 불평등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부유한 가정이 더 많은 소비를 통해 더 많은 온실가스(GHGs)를 배출한다는 패턴이 기존 연구에서 일관되게 나타났지만, 대기 오염 물질(NO, NO₂, CO, 미세먼지)의 경우 그 양상이 뒤집혔다. 소득이 낮은 집단은 재정적 제약으로 인해 더 저렴하고, 오래되었으며, 배출량이 많은 차량을 소유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전체 소비 수준은 낮음에도 불구하고 국지적인 도심 대기 오염에 불균형적으로 더 많이 기여하게 된다. ◇미래의 환경 규제 방향: 유로 등급을 넘어서 이 연구는 온실가스 저감 및 도심 대기 오염 감소를 위한 환경 규제 정책에 중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현재 저배출 구역(LEZs)이나 청정 대기 구역(CAZs)과 같은 정책들은 주로 유로 배출 기준에 의존하지만, 연구 결과는 유로 등급 내에서도 차량 간에 상당한 성능 차이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유로 등급 기준 외에도 차량의 연식, 누적 주행 거리 또는 가격 기반 지표와 같은 추가 기준을 통합헤 실제 고배출 차량을 보다 효과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이 더 오염된 차량을 소유하고 오염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 등의 환경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할 필요도 있다. 5000 파운드 미만의 차량을 1만5000~2만 파운드 범위의 깨끗한 모델로 교체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다면 공기 질 개선에 큰 이점을 가져올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차량 가격이 기술적 속성과 배출 성능을 예측하는 신뢰할 수 있는 대리 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면서 “이러한 '배출 경제학'적 관점은 도시 대기 질을 개선하면서 사회적으로도 정의로운 교통 배출 정책을 설계하는 데 핵심적인 데이터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재생에너지 전환, 개도국 GDP 최대 12% 끌어올린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저소득·중간소득 국가(Global South)의 경제 성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내놨다. 저렴한 전력에 대한 접근성 확대부터 투자 활성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생산성 향상까지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환경 의무'가 아니라 '경제 성장 전략'이라는 점을 정량적으로 뒷받침하는 보고서다. 옥스퍼드대 스미스 기업환경대학원은 최근 발표한 '재생에너지의 경제적 혜택과 이를 공유하는 방법'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져오는 네 가지 핵심 경제효과를 제시했다. 해당 연구는 3년간 진행된 프로젝트의 세 번째 보고서이다. ◇ “태양광·풍력은 이미 가장 저렴한 전력"…보건 효과도 커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과 풍력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제 가장 낮은 비용으로 전력을 제공한다. 특히 모듈식·분산형 설비는 기존 전력망이 닿지 않는 농촌·오지 지역에도 손쉽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에너지 접근성 불평등을 줄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재생에너지는 질 나쁜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실내외 대기오염이 줄면서 여성과 아동의 건강이 개선되고 있다. 배터리 저장 장치가 갖춰진 분산형 재생에너지는 에티오피아·인도 등지에서 백신 냉장 보관, 산모 관리 등 기초 보건 시스템의 신뢰성을 끌어올리는 성과도 냈다. ◇ “청정에너지 투자, 화석연료보다 경제효과 훨씬 크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는 재생에너지에 1달러를 투자하면 단기적으로 1.2~1.4배, 중기적으로 1.4~1.5배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화석연료 투자의 승수효과는 1 미만이다. 2017~2022년 100개 개발도상국(중국 제외)에서 유입된 기후 금융은 총 1조2000억 달러의 국내총생산(GDP) 증가를 이끌었다. 인도·브라질·튀르키예·베트남 등 신흥국이 재생에너지 투자 효과를 가장 크게 본 것으로 나타났다. ◇ 일자리 “사라지는 것보다 새로 생기는 게 더 많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져올 고용효과도 두드러진다. 2023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일자리는 1620만 개로 1년 새 250만 개 증가했다. 2050년에는 4300만 개 수준으로 확대돼 화석연료 부문에서 사라지는 일자리를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청정에너지 분야의 임금 수준은 평균 산업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청정에너지 종사자의 급여가 평균 대비 약 16% 높았다. ◇개도국 GDP 최대 12% 상승 가능…한국도 생산성 증가 분석 대상 보고서는 재생에너지로의 빠른 전환이 일부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서 총요소생산성(TFP) 9~12%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은 노동·자본 같은 '투입요소'로 설명되지 않는 경제성장 부분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는 경제 구조 전반의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옥스퍼드 보고서에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재생에너지 비용이 빠르게 떨어져 에너지 가격이 낮아지고, 산업과 기업이 더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쓰게 되면 생산 비용이 줄고 시설 가동률·공정 효율도 높아지며, 국가 전체의 경제 효율성이 올라가기 때문에 TFP 증가(국가 생산성 상승)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태양광·풍력 자원이 풍부한 글로벌 사우스가 오히려 선진국보다 큰 구조적 이점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보고서의 TFP 분석 모델에 한국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OSeMOSIS 모델을 활용한 시나리오 분석에서 한국은 2024~2050년 재생에너지 전환 경로 비교 대상 국가에 포함됐다. 보고서에서 한국은 2050년 태양광과 풍력 비중이 60%를 약간 웃돌 것으로 예상했고, 2024~2050년 사이 총요소생산성 증가에서 에너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으로 낮게 전망했다. ◇ “성공적인 전환은 기술이 아니라 '혜택 공유'에 달렸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의 경제적 혜택이 노력 없이는 자연스럽게 지역사회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혜택 공유 메커니즘(benefit sharing)'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가 언급한 대표적 혜택 공유 메커니즘은 두 가지다. 먼저 지역사회 혜택기금(community benefit fund)은 개발자가 조성한 기금을 통해 주민 우선 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영국·아일랜드에서 1만2000개 이상의 지역 프로젝트가 이 기금으로 추진됐다. 두번 째는 지역사회 공동소유(co-ownership) 방식이다. 주민이 직접 지분을 보유하거나, 합작 투자 형태로 전력시설 운영에 참여하는 모델이다. 파키스탄 마다클라시트 마이크로수력발전(MHP) 사례는 주민 주도로 운영되며 여성의 경제활동과 지역 보건 향상까지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은 환경을 위한 부담이 아니라 국가 발전전략의 핵심 축"이라며 “기술·자본 투자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혜택을 공유하는 구조가 정착돼야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신호등] 벼랑 끝 지구…행동과 재원의 격차를 메울 수 있을까

지난 10일부터 브라질 북부 아마존의 관문 도시 베렝에서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고 있다. 오는 21일까지 이어질 COP30은 단순히 국제회의가 아니다.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다. COP30을 전후해 유엔환경계획(UNEP)와 세계기상기구(WMO) 등 주요 국제기관과 연구기관, 학술단체 등에서는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에너지, 생태계 문제를 짚은 과학 보고서를 쏟아냈다. 다양한 보고서가 내놓고 있는 메시지는 한결같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고, 지구는 이미 벼랑의 끝자락에 서 있다는 내용이다. 이들 최신 보고서 내용을 하나로 연결하면 ▶점점 더 많이 내뿜는 온실가스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지구 ▶약화하는 생태계의 복원력 ▶심화되는 기후 불평등 ▶심각한 적응·재원 격차라는 큰 그림이 그려진다. 이는 기후 위기 대응에서 말뿐인 합의나 목표 상향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COP30은 각국이 실제적으로 행동을 가속화하고, 지연된 이행을 만회할 구체적 조치와 재원 동원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회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지속적인 증가 14일 발표된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GCP)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에서 사용한 화석연료와 시멘트 생산에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지난해보다 1.1% 증가해 사상 최고인 381억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끈질긴' 증가세다. 특히, 미국은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돌아서서 2024~2025년 배출량이 2% 증가해 전 세계 배출량 증가의 약 40%를 차지했다. 반면 중국은 0.4% 증가하는 데 그쳐 배출량이 정점에 도달했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35개국은 지난해보다 화석연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태양광 발전의 부상은 고무적이다. 2015년 전 세계 발전량의 1%에 불과했던 태양광은 2025년 상반기 8.8%로 성장했다. 전력 공급량은 10년 사이에 약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1.5℃ 목표에 근접: 지구는 이미 뜨겁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COP30 개막을 앞두고 “우리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억제하는 데 실패한 건 냉정한 현실"이라며 “이는 도덕적 실패이자 치명적인 과실"이라고 비판했다. WMO는 2024년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했다.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5°C 상승했고, 이는 인류가 피해야 할 위험 경계선인 1.5°C를 일시적으로 넘었다.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의 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42°C 상승, 2025년은 역대 두 번째 또는 세 번째로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해양 열파(marine heatwave)는 세계 산호초의 84% 이상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생태계에 국지적 피해를 주는 수준이 아니라, 지구적 생명 순환과 어업 생산, 연안 경제를 흔드는 문제다. 산호의 소멸은 곧 수십억 인구의 식량 문제, 연안 지역 관광·어업 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다른 생물종의 피해도 심각하다. 3500종 이상의 야생 동물이 기후변화로 인해 위험에 처해 있는데, 기후 관련 동물 개체수 붕괴의 새로운 증거가 확인됐다. 육상 탄소 흡수원도 크게 약화되었다. 2023년 전 세계 산림 손실은 2800만 ㏊로 전년도에 비해 24% 증가했다. 이는 지구가 스스로 온실가스를 흡수할 능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엘니뇨 및 대형 산불로 인해 육상 생태계는 오히려 탄소 배출원으로 전환되는 위험한 상황에 진입하고 있다. 과학계는 이러한 현상들이 누적될 경우, 지구가 '사우나 지구' 상태로 진입할 가능성을 경고한다. 즉, 인간의 정책 개입으로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지점, 이른바 기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 실질적인 감축 전략 이행해야 할 때 파리 기후 협정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C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2% 감축해야 한다. 실질적인 감축 전략을 마련해서 이행에 들어가야 한다. ①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 석탄·가스 발전은 여전히 전 세계 전력 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화석 연료의 신속한 단계적 폐지는 기후 완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태양광 및 풍력과 같은 재생 에너지원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전력의 최대 70%를 공급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COP28에서 세계 각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3배로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 속도를 2배로 향상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전력망 확충·에너지 저장장치 확보·전기화 전환 등 연쇄적 정책 변화가 요구된다. ② 산업 부문의 탈탄소화: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배출집약 산업은 '감축이 어려운 부문'이다. 이 분야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소환원제철 ▶탄소 포집·저장(CCUS) ▶공정 효율 최적화 ▶대체 소재 전환 같은 기술 혁신과 금융 지원이 동시에 필요하다. 탄소 직접 제거(CDR) 기술과 CCUS의 확대는 신속한 배출량 감축을 보완하기 위해 필요하다. 특히 감축하기 어려운(hard-to-abate) 부문의 배출량을 처리하고 기후 위험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 ③ 자연 기반 해법(NbS): 각국은 NDC 보고서에서 조림 및 재조림, 산림 관리 개선, 산림 파괴 감소 등을 잠재력을 가진 저비용 기후변화 완화 옵션으로 보고했다. 산림·습지 보전, 맹그로브 복원, 이탄지 보호는 연간 최대 10기가톤(Gt CO₂eq,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값. 1Gt=10억톤) 감축 가능한 저비용·고효율 전략이다. 10Gt, 즉 100억톤은 전 세계 연간 배출량의 약 25%에 해당한다. 그러나 현재 산림 파괴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보호보다 개발이 경제적으로 유리한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 적응: 더 이상 '예방'이 아닌 '생존 인프라' 기후 변화는 단지 환경 문제가 아니라 보건·식량·물·안보·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복합 위기다. 폭염은 심혈관 사망률을 높이고 가뭄은 수자원·농업 생산성에 직접 타격을 주며 집중호우는 도시 기반시설과 주거 안전을 위협한다. 가속화하는 기후 영향에 비추어 볼 때, 적응 행동은 여전히 불충분한 수준이다. 하지만 적응에 투자하는 것은 기후 영향 비용을 크게 줄이고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 해안 보호에 1달러를 투자하면 최대 14달러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의 적응 재원 수요는 연간 3100억~3650억 달러(450조~532조 원)이지만, 실제 지원은 260억 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즉 12배 격차가 존재한다. 적응은 '선택할 수 있는 정책 옵션'이 아니라, 지금 당장 구축해야 하는 안전망이다. 적응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계획 및 이행 일관성 강화 ▶취약 부문 우선순위 지정 ▶다중 위험 조기경보 시스템 확대 ▶제도적 역량과 거버넌스 구조 구축 ▶기후 위험 증가 초래할 행동 회피 등이 이뤄져야 한다. COP30에서는 전 세계 적응 목표(GGA)의 이행을 추적하기 위한 지표 채택이 논의될 예정이다. ◇기후금융: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변수 기후 대응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자금 조달 구조다. 2024년 전 세계 은행의 화석연료 산업 대출 규모는 6110억 달러였고, 세계 각국은 모두 9560억 달러 규모의 화석연료 보조금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기존 오염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모순된 상태다. COP29에서 새로운 기후 금융 목표(NCQG)를 합의했는데, 2035년까지 최소 연간 3000억 달러의 기후 금융을 목표로 하지만, 이는 개발도상국의 필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COP30에서는 이를 확장해 2035년까지 기후 재원을 최소 1조3000억 달러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바쿠-벨렘 로드맵(Baku to Belém roadmap)'이 논의되고 있다. 이 로드맵은 ▶보조금·양허성 금융 확대 ▶개도국 부채 상환 부담 완화 ▶민간·공공 금융 동원 경로 전환 ▶기후 관련 위험 공시 및 금융 시스템 개혁 등을 포함한다. 이와 관련 개도국의 손실 및 피해 위한 자금은 새롭고 추가적이어야 하고, 민간 금융으로 대체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양허성 금융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양허성 금융은 이자율이 매우 낮거나, 상환 기간이 길고, 일부 또는 전액을 갚지 않아도 되는(무상지원 또는 일부 탕감) 형태의 국가 또는 국제기구가 제공하는 공적 금융 지원을 말한다. ◇국제 흐름 속 한국의 과제와 향후 역할 한국은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3~61% 줄이겠다는 내용의 NDC를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다. 산업계의 불만이 고조되는 것처럼 결코 쉬운 목표가 아니다. 한국은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배출집약 산업의 비중이 높다는 구조적 특징이 있다. 따라서 감축을 위해서는 전환 금융(transition finance), 즉 산업이 실제로 변화할 수 있도록 비용과 시간을 지원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 분야 뿐만 아니라, 청정 기술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거나 비용 경쟁력이 낮은 배출 집약적 부문의 기업의 녹색 전환을 돕는 데 필수적이다. ▶철강: 수소환원제철·전기로 전환 ▶시멘트: 에너지 효율 개선·탄산화 공정 적용 ▶발전: 재생에너지·저탄소 가스·ESS 확충 ▶농업·도시: 기후 적응형 인프라 구축 등이다. 이는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발표하면서 함께 내놓았던 기술적 제도적 해법과 맥을 같이 한다. ◇COP30: 이제는 행동의 속도를 높일 때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언젠가 대응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도 산호는 하얗게 죽어가고, 도시의 여름은 해마다 더 뜨거워지며, 농업과 식량 체계는 취약해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선택하는 행동의 속도는 미래 세대가 살아갈 지구의 상태를 결정하는 변수가 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며, 목표가 아니라 이행, 그리고 약속이 아니라 재원이다. COP30은 그 본격적인 실행을 시작해야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현재 각국의 정책으로는 파리 기후협정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진 만큼, 모든 국가, 특히 주요 배출국들은 감축 목표를 대폭 상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COP30은 과학적 경고를 구체적인 협력 및 가시적인 결과로 전환해야 하는 분수령이 돼야 하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테크] 드넓은 사막, 지구 살리는 CCS 중심지가 될 수 있다

사막 생태계는 오랫동안 생물이 살 수 없고, 아무 쓸모도 없는 땅으로 잘못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지구 육지 면적의 약 33%를 차지하는 사막이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는 전략에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즉, 온실가스 포집 저장(CCS)를 수행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신장위구르 생태지리연구소와 사우디아라비아 킹 칼리드 대학 등의 연구팀이 최근 '생물학 리뷰즈(Biological Review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문제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 ◇사막 CCS의 과학적 가능성 사막이 CCS에 유용하다고 평가받는 핵심적인 과학적 이유는 저장소에 적합한 지질학적 특성과 생태계의 고유한 탄소 순환 메커니즘에 있다. CCS는 주로 고정된 배출원에서 CO2를 포집해 안전하게 지하에 저장하는 방법인데, 사막 지역은 이러한 저장소로 효율적일 수 있다. 사막 아래에는 종종 깊은 염수 대수층(deep saline aquifers)과 고갈된 석유 및 가스 저장소와 같은 적절한 지질학적 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CO2를 안전하게 지하에 주입하고 장기간 보관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제공한다. 자연적 탄소 광물화(mineralization)도 일어날 수 있다. 사막은 유기물 함량이 낮지만, 그 건조한 조건 덕분에 탄소가 분해되는 속도가 느려 장기간 보존이 용이하다. 특히 사막 토양은 CO2와 화학적으로 반응해 안정적인 형태(탄산염)로 변환할 수 있는 광물을 포함하고 있다. 의도적인 개입을 통해 이 자연적인 광물화 과정을 촉진하는 것은 사막 환경에서 장기적인 탄소 저장의 실행 가능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사막의 특성을 활용한 새로운 기술들도 주목받고 있다. 강화된 풍화작용 (enhanced weathering)의 경우 현무암이나 감람석과 같은 규산염이 풍부한 암석 가루를 미세하게 분쇄해 사막 토양에 살포하면 대기 중 CO2를 안정적인 탄산염 광물이 만들어진 화학 반응이 가속화된다. 이는 수천 년 규모의 장기적인 탄소 저장을 가능하게 한다. 사막에서 해조류를 재배한 다음 수확해서 땅속에 묻는 것도 탄소 격리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염수나 해수를 이용해 얕은 연못에서 해조류 혹은 염생식물을 재배할 경우 높은 태양 복사열 아래에서 뛰어난 광합성 속도로 CO2를 포집할 수 있다. 수확된 바이오매스는 매립하거나 바이오 숯으로 변환해 장기 저장할 수 있는데, ㏊당 연간 최대 15~40톤의 CO2를 포집할 수 있는 고밀도 포집 잠재력을 가진다. 이와 함께 사막에 대규모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그 아래에 식물을 재배하는 영농형 태양광 도입도 가능하다. 패널 아래 그늘에는 가뭄에 강하거나 질소 고정 식물을 심어 토양 안정성을 개선하고, 식물을 통한 탄소 격리를 촉진할 수 있다. 사막 지역의 태양광 패널 아래 식생은 식물 종과 토양 조건에 따라 ㏊ 당 연간 2~5톤의 CO2를 포집할 수 있다. ◇경제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사막 CCS는 과학적 잠재력이 크지만, 실제 구현에는 비용 효율성과 환경적 제약을 극복해야 한다. 먼저 경제적 타당성 측면에서 볼 때, CCS 프로젝트는 상당한 초기 투자를 필요로 하는데, 경제적 생존력은 탄소 가격 책정 메커니즘, 정부 인센티브, 탄소 포집 기술 비용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사막 지역은 풍부한 태양광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원을 이용함으로써 포집 공정이나 기타 CCS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를 조달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사막 CCS 프로젝트는 탄소 상쇄(carbon offsetting) 기회를 제공해 배출 기업들이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게 함으로써 경제적 유인을 창출한다. CCS 이니셔티브는 일자리 창출, 인프라 개발, 재생 에너지 배치를 통해 사막 지역의 경제 성장도 촉진할 수 있다. 하지만 물 부족 문제는 뛰어넘어야 할 가장 큰 제약이다. CO2 포집 기술은 물 집약적일 수 있으며, CCS 기술의 물 발자국은 CO2 포집 톤당 0.74㎥에서 최대 575㎥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CCS 운영을 위한 지속가능한 수자원 확보가 중요한 난관이다. 당장 사막이기 때문에 물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또한, CCS 인프라 구축에는 높은 에너지 소비가 수반되므로, 신재생 에너지원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강화된 풍화작용을 위해 암석을 분쇄하고 운송하는 데 높은 에너지 비용이 들어간다. ◇국토 좁은 한국에는 전략적 기회: 국제 협력 모델 한국처럼 국토가 좁아 국내에 대규모 CCS 시설을 구축할 공간이 제한적인 국가에게 사막 지역의 CCS 잠재력은 전략적인 협력 기회를 제공한다. 사막은 넓은 공간과 CCS 인프라 구축에 적합한 지질학적 특징을 제공하므로, 한국은 사막 국가와 협력해 CCS 사업을 추진하고, 그 결과로 발생하는 탄소 감축 성과나 배출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사막 CCS 프로젝트를 통해 얻는 탄소 상쇄는 국제 사회가 파리 기후 협정에 따른 지구 온난화 제한 및 탄소 중립(Net-Zero)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한다. 한국의 기업이나 정부가 사막 국가에 CCS 기술(예: 태양광 기반 포집 시스템)을 투자하고 구축할 경우 다양한 이점을 가진다. ▶감축 성과 확보: 사막 지역의 CCS 프로젝트는 기업들에게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는 탄소 상쇄 기회를 제공한다. ▶기술 혁신 촉진: 혹독한 사막 환경에서 CCS를 개발하는 과정은 탄소 포집, 저장 및 활용 기술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개발 지원: 이러한 이니셔티브는 국제 협력 및 지식 교환을 촉진해 사막 국가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달성(예: 일자리 창출 및 인프라 개발)을 지원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탄소 저감 기술 및 자본을 제공하고, 사막 국가는 광활한 토지와 지질학적 저장 공간을 제공하는 형태의 국제 협력 모델이 가능하다. 이 모델은 양측 모두에게 기후 변화 완화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유망한 미래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미세·나노플라스틱, 면역세포와 상호작용…뇌 기능에 영향 미칠 수도

잘게 부서진 미세플라스틱이나 나노플라스틱이 인체에 들어오면 면역세포와 상호작용하고, 면역세포 내부로 침투해 면역세포의 신호전달 체계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세플라스틱은 지름 5㎜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을, 나노플라스틱은 1㎛(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보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연세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현영민 교수는 지난 13일 부산 서구 원덤그랜드부산 호텔에서 열린 한국환경한림원 원탁토론회에서 첫 주제 발표를 통해 이 같은 견해를 내놓았다. 한국독성보건학회 40주년 기념 추계 학술대회의 일부로 열린 이날 토론회 주제는 '미세-나노 플라스틱 무엇이 문제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현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식도나 기도를 통해 인체에 유입되면 혈관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을 악화시킨다"면서 “식도로 유입된 미세플라스틱은 뇌를 비롯한 다양한 장기에 도달히고, 특히 면역세포의 기능에 변이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특히, 면역세포 중에서도 호중구(neutrophil)이나 대식세포(macrophage)는 미세플라스틱과 반응하고, 미세플라스틱이 이들 면역세포 표면에 달라붙거나 세포 내로 들어가는 것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현 교수는 “장기에 도달한 미세플라스틱과 면역세포가 반응하면, 미세플라스틱이 면역세포의 기능에 영향을 미쳐 면역반응을 교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현 교수는 미세·나노플라스틱이 뇌에 쌓여 뇌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면서 “사람의 뇌 각 부위에 분포하는 미세플라스틱을 검출,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권정한 교수는 두 번째 주제발표에서 “플라스틱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플라스틱에 첨가되는 화학물질의 영향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플라스틱컵이나 종이컵의 코팅, 플라스틱 도마 등을 사용할 때도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되는데, 미세플라스틱노출을 줄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민에게 제공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한국환경연구원 환경보건연구실 박정규 선임연구위원은 “국제 사회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한 협약을 마련하고 있지만,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플라스틱 첨가제 문제가 논의 대상에서 빠졌다“며 아쉬워했다. 건국대 환경보건과학과 안윤주 교수는 “미세·나노플라스틱은 생태계의 문제이자 인류 건강의 문제"라면서 “토양과 물, 공기 등 환경 매체별로 표준화된 시료 채취와 분석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세플라스틱 문제와 미세먼지 문제가 별개가 아닌 만큼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김수진 환경건강연구부장은 “미세·나노플라스틱 문제는 환경 뿐만 아니라 산업과 보건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복합적인 문제이므로, 관련 부처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기후부 환경보건정책국을 중심으로 부처 간의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시민환경단체 “고리 2호기 포함 노후 핵발전소 가동 중단해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지난 13일 고리원전 2호기 수명 연장을 결정한 데 대해 기후위기 시만행동과 탈핵시민행동, 종교환경회의 등 시민환경단체 등은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안위를 성토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재명 정부와 원안위는 국민의 안전보다 핵산업의 이해를 앞세우는 바람에 부실한 안전성 검증과 중대한 절차적 하자에도 불구하고 고리 2호기의 수명 연장을 강행했다"면서 “이번 원안위의 허가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원안위 전체회의에서는 재적 위원 6명 중 5명이 찬성하면서 수명 연장이 결정됐다. 시민단체들은 “총원 9명인 위원 중 3명이 공석인 상태이고, 특히 기술 전문 위원이 없는 상황에서 투표로 결정하는 바람에 안전성 검토는 부실했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또 원안위가 고리2호기의 '사고관리계획서'에 대한 심사에 앞서 수명연장에 필요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를 심사하려 시도했던 점은 중대한 절차상 하자라고 지적했다.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는 사고관리계획서에 맞춰 작성하게 돼 있고, 중대사고를 반영하도록 돼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안위에 제출한 사고관리계획서에는 중대사고에 대한 평가가 빠져 있고, 드론·항공기 충돌 등 새로운 위협에 대한 대응책이 빠져 부실한 계획서라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런 부실한 사고관리계획서가 원안위 심사를 통과하지도 않았는데, 이 계획서를 바탕으로 작성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명 연장을 시도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는 13일 원안위가 사고관리계획서를 먼저 심사하면서 해소됐지만, 사고관리계획서 심사 자체가 형식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고리2호기의 영구 정지와 더불어 남은 9기의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 중단을 위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는 등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준형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은 “13일 원안위 회의를 방청했는데, 원안위 위원들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문제가 없다고 하니 됐다'는 식이었다"면서 “위원들이 꼼꼼하게 검토하기보다는 거수기 역할만 했다"고 비판했다. 이상현 녹색당 공동대표는 “이번 수명연장 결정은 날치기라고 밖에 얘기할 수 없다"면서 “산업계가 값싼 전기를 사용하는 비용을 공공에 전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 본부에 있는 고리2호기는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해 40년의 설계수명 40년을 채운 뒤 2023년 4월 가동이 정지됐다. 이번 10년 수명 연장으로 2033년까지 가동할 수 있게 됐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IEA ‘세계 에너지 전망 2025’ 보고서: ‘전기의 시대’ 도래를 선언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2일(현지 시간) 발표한 '세계 에너지 전망 2025(WEO-2025)'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안보가 지정학적 긴장의 중심에 있으며, 세계가 '전기의 시대(Age of Electricity)'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은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전력망 회복력을 확보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경고했다. ◇격동의 에너지 시장과 4가지 핵심 변화 IEA는 보고서에서 2024년은 기록상 가장 더운 해였으며,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C를 초과한 첫 해였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석탄·석유·천연가스 소비량과 원자력 발전량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노력은 모멘텀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배경 속에서 보고서는 미래 에너지 시스템을 특징 짓는 네 가지 공통적인 핵심 변화를 짚었다. 1. 에너지 안보의 변화: 전통적인 연료 공급 위험에 더해 핵심 광물 공급이 취약한 부분으로 부상하면서 에너지 안보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 2. '전기의 시대' 도래: 모든 에너지 전망 시나리오에서 전력 수요가 전체 에너지 사용량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력 공급 및 최종 소비 부문 전력화에 대한 투자는 이미 전 세계 에너지 투자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3. 성장의 중심 이동: 에너지 시스템의 무게 중심이 중국에서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다른 신흥 개발도상국(EMDE)으로 이동하고 있다. 4. 재생에너지 및 원자력의 부상: 재생에너지는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주요 에너지원이며, 특히 태양광(PV)이 이를 주도한다. 원자력 에너지의 부활도 동반된다. ◇기후 위기 경고와 전력 시스템의 취약성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2024년에 38기가톤(Gt, 1Gt=10억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정책 시나리오(CPS)에 따르면 2100년까지 기온 상승이 3.0°C에 육박할 것을 시사하며, 각국이 약속한 정책 시나리오(STEPS)를 따르더라도 2.5°C 상승으로 이어져, 국제적으로 합의된 1.5°C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력은 현대 경제의 핵심이다. 전력 수요는 2035년까지 CPS 및 STEPS 두 시나리오에서 약 40%, 2050 탄소중립(NZE) 시나리오에서는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수요 증가는 가전제품, 에어컨, 전기차(EV), 데이터 센터 및 전력화된 난방 등 다양한 부문에서 발생한다. 특히 신흥 및 개발도상국의 소득 증가와 기온 상승이 에어컨 사용 급증을 부채질해 첨두(peak) 전력 수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STEPS 시나리오에서 2035년까지 소득 증가로 인한 에어컨 사용이 전 세계 첨두 수요에 약 330GW를 추가하고, 기온 상승은 여기에 170GW를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 부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최근 IEA 데이터에 따르면, 극심한 기상 현상으로 인한 필수 에너지 인프라 운영 중단이 2023년에 2억1000만 가구에 전력 공급 차질을 야기했으며, 송전 및 배전망 피해가 이 중 약 85%를 차지했다. IEA 보고서는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에너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면서 “특히 2050 넷제로 시나리오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5년부터 2035년까지 매년 평균 4조8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재 수준보다 약 70% 높은 수치다. ◇한국 사회에 던지는 의미: 에너지 안보의 딜레마와 정책 방향 한국은 고도의 산업화와 높은 소득 수준으로 인해 일본과 함께 선진 아시아 경제권으로 분류되지만,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심각한 취약성을 안고 있다고 IEA 보고서는 지적했다. 1. 압도적인 수입 의존도와 지정학적 위험: 한국과 일본은 2024년 기준 전체 에너지 수요의 80%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고, 이 화석연료는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이들 수입 연료는 호르무즈 해협, 말라카 해협, 남중국해 등 핵심 해상 병목 지점을 통과해야 하므로 지정학적 리스크에 고도로 노출돼 있다. 최근 몇 년간 액화천연가스(LNG) 현물 가격의 극심한 변동성(2022년 MBtu당 85달러까지 급등했다가 2024년 12달러로 하락)은 한국과 일본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전략 비축량을 확대하고 공급망 다변화 투자를 늘리도록 했다. MBtu는 100만 Btu(British thermal units, 브리티시 열단위, 즉 에너지 단위)이고, 1 MBtu는 약 1.055 GJ(기가줄)에 해당하는 에너지다. 2. '전기의 시대'를 이끄는 핵심 동력: 한국은 전력 부문에서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한국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을 통해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38년까지 약 30%에서 35%로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2038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70% 이상을 원자력·재생에너지·수소/암모니아 등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STEPS 시나리오에서 한국과 일본은 저탄소 전원 발전 비중이 25%포인트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주요 지역 중 가장 큰 상승폭에 해당한다. 이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LNG 수요는 2035년까지 소폭 감소하거나 정체되는데, 이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가 산업용 가스 수요 증가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4년 20TWh에서 단기적으로 거의 두 배로 증가하여, 2024년~2030년 동안 전력 수요 증가분의 약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사회의 중대한 딜레마 한국 사회는 에너지 수요의 80% 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이 화석 연료는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 때문에 한국은 청정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안보, 비용,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복잡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IEA는 한국에 대해 다음과 같은 충고를 던졌다. 1. 원자력 리스크 관리: 한국은 기존 원전 수명 연장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을 지지하고 있지만, 만약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가 지연돼 발전량이 현재 수준에 머무른다면, 2040년까지 거의 40bcm의 추가 천연가스 또는 180GW의 추가 태양광 설비가 필요하게 될 수 있다. 이는 원자력 발전의 예측 가능성 확보와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여기서 1bcm(billion cubic meters)은 10억 세제곱미터(㎥)를 의미한다. 2. 전력망 회복력 확보: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변동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전력망 투자가 필수적이다. 전력 인프라의 취약성은 경제 및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므로, 전력망 현대화 및 확장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 3. 가격 및 경쟁력 유지: 한국은 화석연료 수입국으로서 에너지 가격 변동에 매우 민감하다. STEPS 시나리오에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수입 지역의 가구 에너지 비용은 CPS 시나리오보다 높아질 수 있다. 이는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 개선과 저탄소 전원 확대 정책이 가격 안정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책 지원을 통해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저탄소 기술 확산 속도를 가속화해야 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미세먼지, 노인 심장·혈관·뇌를 위협한다

한국 및 중국에서 대규모로 고령층을 추적 연구한 결과, 초미세먼지(PM2.5) 및 극미세먼지(UFP)에 장기간 노출이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졸중의 발생률·사망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국내 노인의 사망 부담은 미세먼지 저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고령층의 심혈관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최근 발표된 국내외 여러 연구는 PM2.5와 UFP에 장기간 노출되는 것이 심혈관 질환(CVD) 발병 및 사망 위험을 높이는 주요 환경 위험 요인임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UFP는 초미세먼지 중에서도 지름 100㎚ 미만의 입자를 말한다. 1㎚(나노미터)는 100만 분의 1㎜다. 전 세계적으로는 매년 약 667만명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조기 사망하는데, 이 중 대부분이 PM2.5 노출과 관련이 있다. 특히 노인 인구는 PM2.5 노출의 유해한 건강 영향에 더욱 취약하다. 노년층은 심혈관 및 폐 기능이 나이가 들면서 저하되기 때문에, PM2.5 노출의 악영향이 심화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고령 인구 비율이 증가하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로 인한 건강 부담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노인에게 미치는 심각한 피해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이동욱 교수팀은 국내 노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동일 집단) 연구에서 PM2.5 장기 노출이 노인(65세 이상)에게 사망 및 질병 위험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8월 '역학 및 보건 (Eidemiology and Health )'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노인 536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는 장기적인 PM2.5 노출이 허혈성 심장질환(IHD) 및 뇌졸중(stroke)을 포함한 특정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HD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심장 근육이 충분한 산소와 영양을 받지 못해 생기는 질환으로, 대표적으로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포함된다. 연구 결과, PM2.5 농도가 m³당 1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증가할 때 IHD로 사망할 위험이 6.8% 증가했고, 뇌졸중 사망 위험은 2.3% 늘었다. PM2.5 노출로 인한 초과 사망자 수는 대기 질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구 고령화로 인해 2010년 4888명에서 2019년 5179명으로 증가했다. 2010~2019년 10년 동안 국내 노인(65세 이상) 인구에서 장기간의 PM2.5 노출로 인해 초과 사망한 사람은 모두 5만1832명으로 추정됐다. 75세 이상 고령층은 65~74세 그룹에 비해 IHD,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제2형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 노인이 남성 노인보다 IHD, COPD, 제2형 당뇨병 사망 위험에 더 민감했다. 이는 폐경 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 감소로 인한 심혈관 보호 효과 저하, 염증 증가, 산화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성 증가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 증가 서울대 의대 생명의학과 박상민 교수팀이 최근 '대기 환경(Atmospheric Environment)'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비슷한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약 170만 명의 한국 노인(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이 연구에서도 PM2.5 고농도 장기 노출이 전체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PM2.5 농도가 가장 높은 사분위수(Q4, 윗쪽 25%)에 해당하는 환경에 거주하는 노인은 가장 낮은 사분위수(Q1, 아랫쪽 25%)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6% 높았고, 전체 뇌졸중 위험은 5% 높았다. 이 연구에서도 PM2.5 노출과 관련해 가장 높은 심혈관 질환과 사망 위험을 보인 집단은 75세 이상 노인이었다. ◇적혈구가 초미세먼지를 온몸으로 날라 미세먼지가 심혈관 건강에 해를 끼치는 경로는 복잡하다. 입자 크기와 화학적 구성 성분에 따라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전신에 영향을 미친다. UFP는 매우 작아 호흡기 깊숙이 침투하여 혈류로 쉽게 들어가 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푸단대 연구팀이 지난 9월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과 영국 런던 블리자드 연구소 연구팀이 지난달 'ERJ 오픈 리서치(ERJ Open Research)'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런 메커니즘을 엿볼 수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의 미세먼지 입자(탄소성 및 금속 함유 나노입자)가 코로 들어온 후 혈류로 이동하는 주요 메커니즘 중 하나는 적혈구 표면에 부착돼 운반되는 것이다. 이를 '적혈구 히치하이킹'이라 부른다. 적혈구가 미세먼지를 전신 운반체 역할을 하는 셈이다. 쥐 실험에서 호흡기 내에 디젤 배기가스 입자(DEP)를 주입했을 때 혈관을 도는 RBC에 입자가 부착된 것이 관찰됐다. UFP 노출은 전신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혈관 내피 기능을 손상시키고, 혈관 수축을 촉진하고 혈압을 상승시킨다. UFP는 또한 혈소판 활성화와 혈액 응고를 촉진해 혈전 형성을 유발할 수 있다. ◇독성 성분이 심장 전기 전도계 교란 지난달 중국 난징 의과대학 연구팀은 '환경 과학 기술'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건강한 노인(60~69세)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종단 패널 연구 결과, PM2.5의 특정 무기 원소 성분이 심장 기능에 급성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심실의 수축과 이완의 간격이 커지는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됐다는 것이다. 수축 이완의 속도가 느려지면 부정맥 위험이 커진다. 노출된 원소 혼합물을 분석한 결과, 황(S)과 납(Pb)이 심실 수축 전기 신호를 느리게 하는 주요 독성 원인으로 확인됐고, 황과 구리(Cu)가 심실 수축 이완 시간 간격을 늘리는 데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연구 논문에서는 노인이 미세먼지에 취약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노화는 심혈관 기능 저하를 유발해 심장을 산화 스트레스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노화는 호흡기의 방어 기제를 약화시켜 PM2.5가 폐 깊숙이 침투하게 된다. PM2.5는 전신 염증을 가중시키고, 혈관-뇌 장벽(BBB)을 손상시켜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 예방을 위한 대책: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여러 연구 결과는 PM2.5 노출 수준이 낮은 경우에도 심혈관 위험이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PM2.5에 대해 안전 역치(threshold)가 없음을, 즉 낮은 농도에서도 건강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PM2.5에 대한 오염 통제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PM2.5 고농도에 장기 노출되면 노인층의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로 이어지므로, 노인 인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기 오염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75세 이상 노인 및 기저 질환을 가진 취약 계층에 대한 맞춤형 공중 보건 개입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대책으로는 마스크를 착용해 오염 노출을 줄이는 것아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노출됐을 때 마스크를 착용하면 적혈구에 부착되는 입자의 양(PM-RBC area)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실내에서는 공기 청정기를 사용하면 PM2.5 장기 노출과 관련한 건강 영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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