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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장혜원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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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모두의카드 9월까지 연장… 기후동행카드 이용자도 전환하면 혜택

고유가와 물가 상승으로 교통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대중교통비를 최대 절반까지 돌려주는 '모두의카드' 추가 환급 혜택을 오는 9월까지 이어간다.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이용자도 모두의카드로 전환해 가입·등록하면 추가 환급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25일 모두의카드 고유가 특별지원에 따른 추가 환급 혜택을 9월까지 유지한다고 밝혔다. 모두의카드는 전국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교통복지 카드다. 이용 실적에 따라 일정 비율을 환급받는 정률형과 일정 금액 이상 사용하면 환급받는 정액형으로 운영된다. 정부는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환급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정액형 환급 기준금액을 기존보다 50% 이상 낮췄고, 출퇴근 시간 전후 1시간인 오전 5시30분~6시30분, 오전 9시~10시, 오후 4시~5시, 오후 7시~8시에는 정률형 환급률을 최대 30%포인트 추가 지원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일반 국민은 시차 시간대 이용 시 환급률이 기존 20%에서 50%로 높아진다. 청년과 2자녀 가구, 어르신은 최대 60%, 3자녀 이상 가구는 80%, 저소득층은 최대 83.3%까지 환급받을 수 있다. 대광위는 제도 시행 이후 출퇴근 혼잡 완화 효과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시차시간대 이용 비율은 지난 3월보다 약 1% 증가했고, 출퇴근 혼잡시간대 이용 비율은 약 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광위 관계자는 “하루 대중교통 이용자를 약 1000만명으로 추산하면 인센티브 적용 전에는 약 491만명이 출퇴근 시간대를 이용했다"며 “모두의카드 이용객 증가분을 감안하면 출퇴근 시간대 이용자는 약 565만명 수준이 됐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약 542만명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 23만명 정도의 출퇴근 시간대 이용 감소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의카드 가입자는 이달 기준 약 557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500만명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방권 이용자는 지난해 말 125만명에서 올해 6월 171만명으로 약 46만명 늘었다. 정부는 비수도권 지역에 환급 기준을 차등 적용한 것이 가입자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대광위 관계자는 “수도권 가입자는 약 27.7% 증가한 반면 지방권 가입자는 37.2% 늘었다"며 “사용액 증가율도 수도권은 10.8%, 지방권은 17.6%로 지방권 증가 폭이 더 컸다"고 말했다. 환급액 증가 폭도 지방권이 더 컸다. 이 관계자는 “환급액은 수도권이 168% 증가한 데 비해 지방권은 235% 증가했다"며 “모두의카드 교통비 환급이 지방권 교통복지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모두의카드 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경기·인천·부산·광주·경남·울산·세종 등 7개 광역지자체는 모두의카드를 기반으로 지역 특화 교통카드를 운영 중이다. 지역 특화카드는 전국 공통 혜택 외에 지자체가 자체 재원을 투입해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청년 인정 연령을 확대하거나 저소득층·고령층 환급률을 높이는 식이다.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이용자도 모두의카드로 전환하면 추가 환급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의 고유가 특별지원인 3만원 페이백은 오는 6월 30일 종료되지만, 모두의카드 고유가 반값 할인은 9월까지 계속되기 때문이다. 대광위는 서울시가 준비 중인 모두의카드 기반 지역 특화카드에 대해서도 공식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광위 관계자는 “서울시와 갈등 상황은 전혀 아니며 계속 소통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공문으로 특화카드 협의를 요청하면 정책적·재정적·기술적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검토 중인 특화서비스에는 청년 연령 확대, 따릉이 연계, 제대군인 할인, GTX-A·신분당선 일부 구간 할인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일부 서비스는 시스템 개편이 필요한 만큼 도입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광위 관계자는 “청년 연령 확대는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지만, 제대군인 인정이나 GTX-A·신분당선 서울시계 내 구간 적용은 검증해야 할 조건이 많다"며 “시스템 개발과 테스트, 검증 절차가 필요한 만큼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GTX-A와 신분당선의 서울시 내 구간을 서울시민이 이용할 경우 기존 플러스형이 아닌 일반형으로 적용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형평성 논란도 검토 대상이 될 전망이다. 대광위 관계자는 “서울시 경계 안에서 내릴 때와 밖에서 내릴 때 요금 구조가 달라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정책적·재정적·기술적 부분을 두루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두의카드 추가 환급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후불·선불·모바일 등 원하는 상품을 발급받은 뒤 K-패스 누리집 또는 앱에서 가입 및 카드 등록을 완료해야 한다. 대광위는 9월 이후 추가 지원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대광위 관계자는 “현재 추경을 통한 추가 지원은 9월 말까지 진행되는 것으로 확정돼 있다"며 “고유가 상황 지속 여부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검토할 수는 있지만, 현재 정해진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김용석 대광위 위원장은 “교통비는 국민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민생 복지 영역"이라며 “모두의카드로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들의 지갑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6000억 공공기여·유니콘허브…삼표 성수 개발 ‘잭팟’ 키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옛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가 최고 79층 규모의 초고층 복합단지로 탈바꿈한다. 45년간 서울 도심에 레미콘을 공급했던 산업시설은 업무·주거·상업·숙박 기능이 결합된 미래형 복합개발지로 재탄생한다. 서울시는 이를 성수전략정비구역, 준공업지역 재편과 연계해 강북의 새로운 글로벌 미래업무지구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며, 삼표그룹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건설기초소재 기업에서 종합 디벨로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삼표그룹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옛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SGL(삼표 글로벌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사업지는 서울숲과 한강을 동시에 접한 핵심 입지로, 개발이 완료되면 최고 79층, 높이 360m 규모의 업무·주거·상업·숙박 복합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계획대로 완공될 경우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초고층 건축물이 된다.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은 1977년 가동을 시작해 약 45년간 서울 도심 개발에 필요한 레미콘을 공급해온 상징적인 생산기지였다. 도심 한복판 공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 교통 혼잡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이전 요구가 커졌고, 서울시와 성동구, 삼표산업, 현대제철은 2017년 공장 철거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공장은 2022년 철거됐다. 기자가 직접 찾은 성수동 삼표 부지는 펜스로 둘러싸여 있었고, 현장에서는 토양조사 등 본격적인 개발에 앞선 사전 작업이 한창이었다. 개발사업의 전환점은 서울시와 민간사업자 간 도시계획 변경 사전협상이었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의 용도를 제1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하고 업무·숙박·주거·문화·판매시설 등이 결합된 복합개발을 허용했다. 사전협상 당시에는 지상 77층 규모가 제시됐지만, 이후 지구단위계획과 세부개발계획을 거치며 최고 79층, 높이 360m 규모로 계획이 구체화됐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민간 복합개발을 넘어 서울시가 추진하는 성수 미래도시 전략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023년 아일랜드 더블린의 수변 복합업무지구인 '그랜드 캐널독(Grand Canal Dock)'을 방문한 뒤 성수와 삼표 부지를 서울의 '글로벌 미래업무지구'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과거 가스시설 부지를 규제 완화와 민관 협력을 통해 글로벌 IT기업이 모이는 혁신지구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성수에 접목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도 성수를 청년첨단혁신축과 경제혁신축이 만나는 핵심 거점으로 제시했다. 성수 준공업지역과 IT산업개발진흥지구, 성수전략정비구역을 연계해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미래첨단산업이 집적된 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삼표 부지는 이 같은 청사진의 중심축이다. 서울시는 건축혁신형 사전협상 제도를 처음 적용해 글로벌 미래복합단지(Global Future Complex)를 조성하고 AI 기반 스마트오피스와 국제 친환경 인증 건축물, 서울숲과 연결되는 입체 보행공간 등을 갖춘 미래형 업무허브를 조성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클라우드 네트워크와 AI 업무환경을 갖춘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하고, 저층부는 서울숲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열린 공간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개발계획에 따르면 업무시설은 전체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주거시설은 40% 이하로 제한된다. 서울시는 단순한 주거단지가 아니라 미래산업과 창업, 문화가 결합된 업무복합 거점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공공기여를 통해 연면적 약 5만3000㎡ 규모의 '유니콘 창업허브'도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공공기여 규모는 약 6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이를 서울숲 일대 교통 기반시설 확충과 성수대교 북단, 동부간선도로, 강변북로 연계 교통 개선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서울숲과 사업지를 연결하는 입체 보행데크와 열린 광장도 조성해 공원 접근성을 높이고, 서울숲 리뉴얼 사업과 연계해 문화·공연·휴식 기능도 함께 확충할 예정이다. 삼표그룹은 이번 사업을 그룹의 신성장 전략으로 보고 있다. 기존 시멘트와 레미콘, 골재 중심의 건설기초소재 사업에서 벗어나 토지 기획과 금융조달, 설계, 시공, 운영, 브랜드 전략을 아우르는 종합 디벨로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삼표산업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와 관련 행정 절차를 협의 중이며 본PF 전환이나 착공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본격적인 착공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를 예상하고 있지만 인허가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표는 성수 프로젝트와 함께 서울 은평구 증산동 일대의 'DMC 수색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지하 5층~지상 36층, 3개 동 규모의 주상복합 단지로 조성되며 준공 후에는 그룹 신사옥 'SP타워'가 들어선다. 삼표산업과 삼표시멘트, 에스피네이처 등 주요 계열사가 입주해 그룹의 핵심 업무 기능을 통합하게 된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삼표가 자체 개발한 저탄소 친환경 시멘트와 특수 콘크리트도 적용돼 향후 성수 프로젝트의 기술적 기반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수 일대는 이미 서울을 대표하는 신흥 업무지구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과거 준공업지역과 수제화 거리의 이미지를 벗고 무신사와 크래프톤, 현대글로비스, SM엔터테인먼트 등 대기업과 콘텐츠 기업이 잇따라 이전하면서 '크리에이티브 업무권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팩토리얼 성수와 디타워 서울포레스트, 서울숲 더스페이스 등 대형 오피스 공급도 이어지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부지는 서울숲과 한강을 동시에 품고 있는 데다 성수전략정비구역과 크래프톤 신사옥, 무신사 등 기업 이전 흐름까지 맞물린 성수의 핵심 입지"라며 “삼표산업이 '성수1' 상표권을 선제적으로 등록한 것도 이곳을 성수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성수가 '팝업스토어의 성지'를 넘어 서울을 대표하는 글로벌 혁신업무지구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360m 초고층 건축물인 만큼 인허가와 교통대책, 환경·경관 문제, 지역 수용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건설경기 침체와 고금리, 오피스 시장 수급 변화 역시 사업의 변수로 꼽힌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최근 서울시 정비사업은 개발 속도를 지나치게 앞세우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개발로 인한 교통·환경 등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사업을 밀어붙일 경우 다양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동탄 20억이면 차라리 분당”…셔세권 벨트의 종착지 판교·분당 가보니

“동탄 20억원이면 차라리 분당을 보죠." 최근 경기 남부 부동산 시장을 달구는 '셔세권(셔틀버스+세권)' 열풍의 종착지로 꼽히는 곳이 바로 분당과 판교다. 동탄과 수지, 광교를 거치며 이어진 집값 상승 흐름이 결국 분당·판교로 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 결과, 실제 올해 경기 남부 집값 상승세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화성 동탄 아파트값은 9.57% 올라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용인 수지구는 9.03%, 성남 분당구는 7.4%, 수원 영통구는 5.72% 상승해 수도권 평균 상승률 2.8%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동탄은 6월 들어 2주 만에 4.24% 뛰었고, 동탄역 인근 대장 단지인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 84㎡는 최근 22억2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반도체 업황 호조와 성과급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통근권을 중심으로 이른바 '반도체 머니'가 주택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동탄의 가파른 상승 이후 시선이 분당과 판교로 이동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동탄역 인근 일부 단지의 전용 84㎡ 가격이 20억원을 넘어서면서 상대적으로 주거 인프라와 학군, 직주근접성을 갖춘 분당과 판교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판교 일대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판교와 분당, 수지, 광교, 동탄을 하나의 경기 동남권 성장축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졌다"며 “AI 산업 확산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대기업 일자리 증가가 맞물리면서 이 일대 주거 선호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판교와 분당은 이미 생활 인프라와 업무지구가 완성된 지역"이라며 “주변 지역 가격이 오르면 일정 시차를 두고 가격이 따라붙는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집값 상승세는 개별 단지에서도 확인된다. 부동산 플랫폼 집피드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 전용 52㎡는 지난 5월 15억원에 거래됐다. 서울 마포구 창전동 신촌태영데시앙 전용 85㎡가 올해 1월 13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분당 구축 소형 아파트 가격이 서울 주요 지역 중형 아파트 가격을 웃도는 사례가 나타난 셈이다. 실제 한솔마을5단지 전용 52㎡는 2016년 3억원대 중반 수준에서 최근 15억원까지 오르며 4배 이상 상승했다. 최근에는 정비사업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자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동탄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 부담을 느끼는 수요자들이 분당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직원뿐 아니라 판교테크노밸리 종사자, 전문직 수요까지 겹치면서 문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판교역 일대 분위기는 더욱 활기를 띠고 있었다. 판교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IT기업과 스타트업 사무실이 밀집해 있고, 점심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직장인들로 거리가 붐볐다. 판교는 원래도 강남 대체 주거지로 평가받았지만 최근에는 반도체 벨트의 핵심 배후 주거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백현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판교는 강남 접근성과 직주근접성 때문에 원래 수요가 강했던 곳"이라며 “최근에는 반도체 업계 종사자들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수요층이 더 두터워졌다"고 설명했다. 판교 일대 부동산 업계에서는 동판교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판교는 판교테크노밸리와 가까운 직주근접 입지에 신분당선, 월판선, GTX-A 등 교통 호재가 겹쳐 고소득 실수요층의 선호가 꾸준하다"며 “AI 산업과 반도체 산업 확장으로 경기 남부 일자리 축이 커질수록 판교의 주거 가치는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입지의 아파트들은 결국 주변 상급지와 가격 차이를 좁히는 흐름을 보인다"며 “동판교 역시 단기 급등 부담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교통망 확충과 기업 집적 효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장 분위기가 무조건 뜨거운 것만은 아니다. 거래량 자체는 과열 국면이라기보다 관망세가 짙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미 가격이 상당 부분 오른 데다 대출 규제 영향도 남아 있어 실수요자들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내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이 많이 오른 만큼 매도자들도 서둘러 팔 이유가 없다"며 “매수자들도 추가 상승을 기대하면서도 부담을 느끼고 있어 거래는 생각보다 차분하다"고 말했다. 분당 재건축 기대감 역시 시장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자동과 수내동, 서현동 일대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장기적인 가치 상승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동탄이 삼성전자 배후 주거지라면 수지는 분당·판교의 대체지, 분당과 판교는 강남 접근성과 학군, 업무지구, 정비사업 기대감까지 갖춘 경기 남부 최상급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분당과 판교는 신규 공급이 제한적이다. 이미 개발이 완료된 도시인 만큼 재건축이나 정비사업 외에는 대규모 공급이 쉽지 않다. 반면 판교테크노밸리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확장으로 고소득 일자리는 꾸준히 늘고 있다.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제한적인 구조가 형성되면서 집값 상승 기대감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최근 경기 남부 집값 급등세를 두고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과 분당·과천 등 규제지역의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구리, 남양주, 용인 기흥, 화성 동탄 등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낮은 지역으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기흥과 동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산업벨트 수혜 기대가 맞물리면서 셔세권 수요가 가격을 밀어 올리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거래 증가와 함께 계약 해제 건수도 늘고 있다는 점은 시장의 단기 과열 신호로 볼 수 있다"며 “동탄과 기흥 등 일부 지역은 규제지역 지정 요건에 근접한 만큼 향후 정부가 추가 규제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풍선효과에 따른 상승세는 대출·세금·청약 규제가 강화될 경우 지속성이 약해질 수 있다"며 “단기 시세차익보다는 실거주 가치와 장기적인 지역 경쟁력을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만든 새로운 부동산 지도가 동탄과 수지, 광교를 지나 판교와 분당으로 향하고 있지만, 시장은 상승 기대와 규제 가능성 사이에서 다음 방향을 저울질하고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장혜원의 부동산현장] 동탄에서 광교까지…반도체 머니가 바꾼 경기 남부 부동산 지도

“최근 일부 역세권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찾은 경기 화성시 동탄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시장 분위기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동탄역 롯데캐슬이 최고 22억원대에 거래된 뒤 30억원은 받아야 한다며 호가를 높이는 집주인들도 있다"며 “다만 이런 분위기가 동탄 전역으로 퍼진 것은 아니고 동탄역 접근성이 좋은 일부 단지에 수요가 몰리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호황이 경기 남부 주거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통근 셔틀버스가 지나는 이른바 '셔세권'을 따라 동탄과 수원 영통, 용인 수지, 광교 일대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성과급, 사내대출 등 반도체 업계발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흘러들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의 온도는 빠르게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화성 동탄 아파트값은 9.57% 올라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용인 수지는 9.03%, 성남 분당은 7.4%, 수원 영통은 5.72% 상승했다. 수도권 평균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번 상승장의 중심에는 동탄이 있다. 동탄역 대장주로 꼽히는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 84㎡는 최근 22억2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전용 65㎡ 역시 20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단지 고층 매물 호가는 이미 25억~26억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현장에서는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반응도 나온다. 동탄역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동탄 집값은 정상적인 속도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동탄역 롯데캐슬은 30억원 직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우남퍼스트빌·한화꿈에그린도 20억원에 가까워졌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호수공원과 카림애비뉴 인근 단지도 15억원 선까지는 갈 수 있다는 기대가 퍼져 있다"며 “삼성전자 화성·평택캠퍼스와 협력업체 직원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탄 전체가 같은 온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중개업계에서는 동탄역과 가까운 초역세권, GTX-A·SRT 접근성이 뛰어난 단지, 학군과 상권을 갖춘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고 본다. 한 공인중개사는 “동탄이라고 다 같은 동탄이 아니다"라며 “역세권과 비역세권, 동탄1과 동탄2, 셔틀 접근성에 따라 체감 온도 차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현지에서는 동탄역 롯데캐슬을 최상단으로 보고 우남퍼스트빌·한화꿈에그린 등 시범단지, 카림애비뉴 인근, 목동, 호수공원 생활권, 메타역 일대 등으로 주거 선호도가 세분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탄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배후 주거지인 영통이 나온다. 영통역과 망포역 일대에는 삼성전자 임직원과 협력업체 종사자 수요가 꾸준하다. 동탄처럼 급등세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실수요가 시장을 떠받치는 구조다. 영통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영통은 투자 수요보다 실거주 수요 비중이 높다"며 “삼성전자나 협력사 직원들이 전세로 살다가 매매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망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과 가까운 영통·망포 일대는 직주근접 수요가 꾸준하다"며 “서울에서는 7억원대로 선택지가 제한되다 보니 같은 가격이면 상대적으로 쾌적한 경기 남부 역세권을 찾는 젊은 부부 문의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원도 무조건 오르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화서역·수원역·영통역·망포역처럼 교통 호재나 일자리 접근성이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분당선을 따라 이동한 수지도 매수 열기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수지는 동탄과 영통에서 한 단계 올라가는 '갈아타기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강남 접근성과 학군, 생활 인프라가 강점으로 꼽힌다. 상현역 인근의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수지 이편한세상 일대는 거래 가능한 매물이 많지 않은 상태"라며 “최근 전용 84㎡가 16억원대에 거래된 이후 집주인들이 호가를 다시 높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17억원 이하 매물은 찾기 어려워졌고, 일부 매물은 17억원대 중반까지 거론된다"고 설명했다. 성복역 일대도 비슷한 흐름이다. 성복역 롯데캐슬골드타운은 최근 전용 84㎡가 16억~17억원대에 거래됐고, 일부 매물 호가는 18억원 안팎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성복역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선호 단지는 판상형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신고가 거래 이후 주변 단지 호가도 함께 오르는 분위기"라며 “동탄 집을 팔고 수지로 갈아타려는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의 마지막은 광교였다. 광교는 최근 경기 남부 셔세권 가운데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동탄처럼 반도체 산업의 직접 수혜지이면서도 수지나 분당처럼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광교중앙역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입을 모아 “광교의 경쟁력은 서울 접근성보다 생활 인프라"라고 말했다. 광교의 한 공인중개사는 “일부에서는 광교가 서울 인프라를 누린다고 표현하지만 사실 서울 생활권이라기보다는 강남 접근성이 좋다는 의미에 가깝다"며 “신분당선을 이용하면 강남역까지 30~40분대 이동이 가능하고 경기 남부에서는 드물게 대형 상권과 호수공원, 행정타운, 학군을 모두 갖춘 도시"라고 설명했다. 실제 광교 주민들 사이에서는 수원역이나 인계동보다 강남 방문이 더 익숙하다는 말도 나온다. 광교 주민 김모 씨는 “수원 시내를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이나 신분당선을 타고 강남 가는 시간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며 “병원이나 쇼핑, 약속은 강남에서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광교중앙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이 좋아지면서 동탄과 영통, 광교를 함께 보는 수요가 늘었다"며 “광교는 직주근접뿐 아니라 교육환경과 생활 인프라까지 고려하는 수요가 선택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을 대체한다기보다는 경기 남부 안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주거지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고 덧붙였다. 동탄역에서 시작한 취재는 영통과 수지, 광교로 이어졌다. 동탄은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낸 자금이 처음 모이는 곳이고, 영통은 직주근접 수요가 받쳐주는 배후 주거지다. 수지는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몰리는 지역이며, 광교는 교육·생활 인프라까지 갖춘 경기 남부의 대표 주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과 경기 남부 집값 사이의 연관성이 과거보다 뚜렷해지고 있다고 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직원에게 성과급과 보상금이 지급되는 시기에는 경기 남부 주택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현금 여력이 커진다"며 “동탄·영통·수지·광교 등 반도체 사업장과 셔틀 노선 접근성이 좋은 지역은 실수요 기반이 탄탄해 가격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이헌욱 부동산원장 “통계조작 논란 끝나”…“실거래가·공시가 같아야 한다는 건 난센스”

이헌욱 한국부동산원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부동산원을 단순 통계·공시 기관을 넘어 국가 부동산 정책을 지원하는 데이터 허브 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최근 논란이 이어진 부동산 통계와 공시가격 산정 방식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며 “통계조작 논란은 끝났다"고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18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부동산원은 감정평가 업무를 넘어 공시·통계, 청약, 시장관리, 도시정비, 녹색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부동산 정책을 지원해 왔다"며 “앞으로는 부동산 데이터를 활용해 국가 부동산 현안 해결을 지원하는 데이터 허브 기관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취임 후 100일 동안의 고민을 소개하며 “부동산원이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살기 좋은 도시를 데이터로 제시하는 연구에 착수했다"며 “이를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관련 연구 결과는 올해 말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근 시장에서 제기되는 부동산원 통계 신뢰성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이 원장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이 호가를 과도하게 반영한다는 지적에 대해 “부동산원 통계는 호가를 주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조사자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러 요소를 종합 평가해 산정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자들이 조사한 가격이 실거래가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오히려 조사자들이 제시한 가격이 더 정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통계 전문가들의 검증과 국제적으로 공인된 통계기법을 적용하고 있어 통계 정확성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거래가에도 이상거래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실거래가만을 기준으로 시장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조사 통계가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기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시가격 산정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도 강한 입장을 보였다. 이 원장은 “실거래가와 공시가격 차이를 문제 삼는 경우가 많지만 실거래가는 고가 거래도 있고 저가 거래도 있으며 특수관계인 거래나 이상거래도 존재한다"며 “공시가격은 조사자의 전문적 식견을 바탕으로 조사한 가격에 현실화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실거래가와 조사자가 조사한 가격이 똑같아야 한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만약 동일해야 한다면 그냥 실거래가를 공시가격으로 쓰면 되겠지만 그것이 과연 형평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방식이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보다 형평성 있는 체계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부족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불거진 부동산 통계 논란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초기에는 통계조작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도 조작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현재는 수정 논란 정도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원 직원은 이 사안과 관련해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며 “만약 통계법 위반이었다면 직원들이 기소됐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당시 논란 이후 도입된 7대 개혁 방안을 모두 이행했고 외부 검증과 내부 점검 체계를 구축했다"며 “현재는 외압에 의해 통계가 좌우될 수 없는 구조가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향후 부동산원이 단순 통계 제공 기관을 넘어 정책 지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의 핵심 가치는 국토균형발전과 국민 주거권 보장"이라며 “데이터는 미래 산업의 핵심 자원인 만큼 부동산원이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정부 정책에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부동산 시장의 핵심 문제로 금융, 세제와 함께 '공간구조 문제'를 꼽았다. 이 원장은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는 결국 도시의 문제"라며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비수도권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현재의 단핵 구조를 다핵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원은 앞으로 전국 도시를 데이터로 분석하고 비교하는 작업을 통해 국토균형발전 정책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겠다"며 “숫자로 보는 도시, 데이터로 보는 도시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기자의 눈] 반도체 머니로 뜬 집값도 규제로 잡겠다고?

최근 경기 남부권 부동산 시장이 무섭게 끓어오르고 있다. 화성 동탄의 주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2%를 돌파하며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고, 신분당선 라인인 용인 수지와 성복 일대 역시 '갈아타기' 수요가 몰리며 전용 84㎡ 호가가 17억~18억 원을 넘나든다. 서울 강남과 한강벨트에서 시작된 불길이 경기 남부의 '반도체 산업벨트'를 따라 급격히 확산하는 양상이다. 이번 상승장의 시동을 건 동력은 명확하다. 세계적인 반도체 호황에 따른 막대한 성과급과 유동성, 즉 '반도체 머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서 흘러나올 유동성만 수십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 시장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주택가격전망지수가 5개월 만에 최고치(120)를 기록한 점은 “지금 안 사면 영영 못 산다"는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가 다시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정부의 진단과 처방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인상을 골자로 한 '부동산 과세 정상화'를 예고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축소하고 똘똘한 한 채의 보유세를 높여 투기 심리를 꺾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성장의 과실이 미래 산업이 아닌 부동산으로만 쏠리는 현상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집값을 잡기 위해 다시 '세금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과거 실패했던 규제 일변도 정책의 기시감을 지우기 어렵다. 세금 인상을 통한 수요 억제책은 언제나 치명적인 부작용을 동반했다. 첫째는 '매물 잠김'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재개된 상황에서 양도세를 더 올리면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버티기에 들어간다. 공급이 줄어드니 가격은 외려 더 뛰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둘째는 '조세 전가'다. 늘어난 보유세 부담은 고스란히 세입자의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전가되어 무주택 서민과 실수요자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반도체 호황의 온기를 전혀 누리지 못한 지방이나 미분양 지역의 실수요자들까지 전국적인 규제 강화의 유탄을 맞을 수 있다. 기자가 취재 중 만난 복수의 수요자들은 “반도체 돈은 구경도 못 했는데 왜 전 국민이 증세 폭탄을 맞아야 하느냐"는 불만과 함께, “보유세를 감당할 수 있는 부자들 중심으로만 자산이 압축되는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냉소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시장은 징벌적 과세로 통제할 수 있는 통계학적 그래프가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유동성이 결합한 살아있는 생명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의 멱살을 잡는 세금 규제가 아니다. 규제의 사각지대를 정교하게 짚어내는 '핀셋 금융 규제'와 함께,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 핵심지에 질 좋은 주택을 원활하게 공급하겠다는 '명확한 공급 로드맵'을 보여주는 정공법(正攻法)이다. 정부가 7월 세제 개편안을 내놓을 때 공급 확대와 임대시장 안정화 대책을 동시에 발표해야 하는 이유다. 시장에 오기를 부리는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반도체 머니’ 부동산 유입? 정부, 보유세·양도세 손질 ‘시동’

정부가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늘어나는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에 대비해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출범 이후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각종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는 세제를 통한 수요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하면서 성과급과 사내대출 등을 통해 최대 50조원 이상의 자금이 시장에 공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정부도 세제 대응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올해 한국 경제가 반도체 수출 호황에 힘입어 이례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고 증시 역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거시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녹록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반기 실적이 확정되고 성과급 지급이 현실화되는 연말과 내년 초가 진짜 고비가 될 수 있다"며 “과거에도 이런 돈은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는 경향을 반복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도 예외일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며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가능성을 경계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 개선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급할 성과급과 저금리 사내 주택자금 대출 규모를 합치면 내년까지 최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이 공급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노사 협상을 통해 반도체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의 10.5%를 배정하기로 했다. 여기에 무주택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5억원 규모의 저금리 주택자금 대출도 지원한다. SK하이닉스 역시 성과급 지급과 주택 구입 자금 대출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유동성 확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사내대출은 임직원 복지 성격이 강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금융 규제 적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고 있음에도 일부 대기업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자금 조달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실제로 이 자금이 곧바로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것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수도권 반도체 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서울 핵심 지역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직주근접이 가능한 동탄이나 용인 등에 정착하려는 수요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투자와 주거를 함께 고려한다"며 “성과급이 늘어난다고 해서 모두가 주택 매수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집값보다 전·월세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무주택자가 많다"며 “보유세를 크게 올릴 경우 임대료 전가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정부 역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오는 7월 세제개편안을 통해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한 손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보유세 분야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과 종합부동산세 개편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재 종부세 과세표준 산정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 수준이다. 정부는 이 비율을 상향 조정하거나 과표 구간과 세율을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거론된다.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가능해 별도의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 부담을 강화하는 방안 역시 함께 거론되고 있다. 양도세 역시 실거주 중심 체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1세대 1주택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통해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정부는 단순 보유에 따른 공제 혜택은 줄이고 실제 거주 기간에 따른 혜택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전략으로 장기간 보유만 하고 거주하지 않은 주택의 경우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거주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도 주요 검토 대상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서울 지역 등록임대 아파트 약 6만8000가구가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등록임대사업자들이 양도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특례 등의 혜택을 받고 있어 매도 유인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일정 유예기간을 둔 뒤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를 통해 잠겨 있는 물량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해 공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혜택 축소가 단기적으로는 매물을 늘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거래 감소와 매물 잠김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월세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등록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역시 정책 신뢰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정부가 과거 세제 혜택을 약속하며 등록을 유도한 뒤 사후적으로 혜택을 축소할 경우 정책 일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7월 세제개편에서 보유세 강화 방향은 분명해 보이지만 전면적이고 급격한 인상보다는 초고가 주택이나 비거주 주택을 겨냥한 선별적 조정 가능성이 크다"며 “서울 전·월세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이 임대료로 전가될 경우 무주택자의 체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60%에서 과거 평균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식은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해 현실적인 카드로 거론된다"면서도 “보유세만 높이고 취득세·양도세 등 거래세 부담을 그대로 둘 경우 매물 출회보다 매물 잠김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단순 보유보다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손질될 가능성이 높다"며 “직장 이전이나 자녀 교육, 부모 부양 등 불가피한 사유를 가진 비거주 1주택자도 적지 않은 만큼 예외 기준을 정교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조세 형평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해수부 차관에 남재헌 임명 “북극항로·해양수도 적임자”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신임 해양수산부 차관에 남재헌 현 해수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을 임명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인선을 발표하며 남 신임 차관을 “대표적인 항만 전문가이자 업무 추진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정통 관료"라고 평가했다. 남 차관은 1971년생으로 부산 구덕고와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기술고시 34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해수부 항만국장,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단장 등을 지냈다. 항만 정책과 항만 재개발 분야에서 주요 보직을 거친 해양수산 행정 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초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을 맡아 북극항로특별법 제정 등 북극항로 개척과 해양수도권 조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청와대는 남 차관 발탁 배경에 대해 “해양수산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북극항로 시대를 주도하고, 해양수도 완성을 통해 글로벌 해양강국을 건설해 나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새 정부가 해양수산 분야에서 북극항로 개척과 항만 경쟁력 강화, 해양수도권 구상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李대통령, 홍보 성기홍·민정 한찬식·사회 김경자 임명…청와대 참모진 개편

이재명 대통령이 홍보소통수석에 성기홍 전 연합뉴스 대표이사 사장을, 민정수석에 한찬식 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사회수석에 김경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수석부위원장 겸 우석대 객원교수를 각각 임명했다. 국가안보실 1차장에는 강건작 미래국방전략위원회 위원을, 3차장에는 송기호 경제안보비서관을 발탁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21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수석비서관 및 국가안보실 차장급 인선을 발표했다. 성기홍 신임 홍보소통수석은 연합뉴스 정치부장과 논설위원, 연합뉴스TV 보도국장, 연합뉴스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정통 언론인 출신이다. 강 실장은 “30년 경력의 언론인으로 취재 현장 감각과 보도 책임자로서의 균형감, 판단력을 갖췄다"며 “국민 목소리를 세심하게 살피고 정부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소통을 뒷받침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한찬식 변호사는 서울동부지검장과 수원지검장 등을 지낸 검찰 출신 법조인이다. 법무부 인권국장과 검사장을 역임한 뒤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활동해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 조직에 대한 이해와 함께 인권·사법 분야 경험을 두루 갖춘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회수석에는 노동계 출신인 김경자 우석대 객원교수가 발탁됐다. 김 수석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지냈으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노동·복지·연금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통합과 민생 현안 대응에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안보실 1차장에는 예비역 육군 중장인 강건작 미래국방전략위원회 위원이 임명됐다. 육군 28사단장과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장, 국방개혁비서관, 육군 제6군단장 등을 역임한 군사·안보 전문가다. 국가안보실 3차장에는 송기호 경제안보비서관이 승진 기용됐다. 송 차장은 산업통상 분야 통상 전문가이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 출신으로, 최근까지 경제안보비서관을 맡아 공급망과 통상 현안을 담당해 왔다. 강 실장은 “이번 인사는 지난 1년간의 성과를 토대로 국정 2년차 비전인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속도감 있게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소통과 민생, 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의 인사"라고 설명했다. 특히 청와대가 지난달 27일 한찬식 변호사의 민정수석 기용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바 있어, 결과적으로 당시 보도됐던 인사 카드가 현실화된 셈이다. 그러나 약 한 달 만에 한 변호사가 실제 민정수석으로 임명되면서 당시 인선 검토가 진행 중이었는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국제유가 30% 급락했는데 기름값 왜 그대로?…“7월 돼야 체감, 호르무즈 변수”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한 달 새 30% 넘게 급락했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주유소 기름값은 여전히 리터당 2000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분이 국내 판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하는 데다 고환율과 정부의 최고가격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부과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유가 정상화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5월 20일 배럴당 106.60달러에서 6월 19일 73.61달러로 30.9%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당시 한때 배럴당 17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가 사실상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그러나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같은 기간 리터당 2011원에서 2009원으로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국제유가가 급락했음에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기름값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하락분이 실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국제유가가 정유사의 공급가격에 반영되는 데 약 1주일, 이후 주유소 판매가격에 전달되는 데 추가로 1~2주가량이 걸리기 때문이다. 최근 유가 하락분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시점은 이르면 7월 초에서 중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시행 중인 최고가격제도 가격 하락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유가 급등기에는 국내 가격 상승폭을 제한하는 역할을 했지만, 반대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하락폭 역시 제한되는 구조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원유 수입 비용 부담도 계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하락했다고 해서 곧바로 국내 주유소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는 아니다"며 “정유사가 원유를 들여와 정제하고 제품 가격이 유통 단계를 거쳐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주의 시차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판매되는 석유제품 상당수는 국제유가가 높았던 시기에 도입한 원유를 기반으로 생산된 물량"이라며 “국제유가 하락 효과는 이르면 7월부터 순차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 안정세가 결국 국내 유가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의 빠른 복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다 세금과 유통마진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 4월 17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약 3년 만에 2000원 선을 돌파한 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환율 부담과 최고가격제,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등 변수가 남아 있다"며 “국내 휘발유 가격이 즉각 1000원대로 복귀하기는 어렵지만 유가 하락세가 유지된다면 7월 중에는 소비자들도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정상화의 마지막 변수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부과 여부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원유 도입량의 약 70%를 중동산에 의존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운송로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에는 향후 60일간 통항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내용이 담겼지만, 이란은 별도의 '보험 수수료' 형태 통항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항료가 현실화될 경우 원유 운송비가 상승하면서 최근 국제유가 하락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상승기에 정유사들이 과도한 이익을 챙긴다는 시각에도 선을 긋고 있다. 관계자는 “유가가 급등할 때는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할 수 있지만 반대로 유가가 급락하면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한다"며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 제품가격과 환율, 세금, 물류비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되는 구조여서 단순히 국제유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내려왔음에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름값 인하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7월부터 가격 하락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환율과 최고가격제,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등 변수들이 남아 있어 유가 정상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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