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산물. 연합뉴스 |
특히 이미 세계 식량가격이 1년 가까이 상승한 탓에 농축산물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미국 등 세계 곡창지대로 꼽히는 북미와 러시아에 폭염 현상이 집중되고 동아시아 지역은 빠른 장마와 폭우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인 식량가격 급등 현상에는 기후변화가 크게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6일 관련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전세계적 식량 문제는 단순히 물가 상승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물가 상승을 넘어서 식량안보와 분쟁 등 생존 문제로 심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원태 APEC기후변화센터 원장은 "기후변화 관련해서 가장 두려운 부분이 식량관련 문제다. 보통 폭염은 가뭄과 산불로 연결이 된다"며 "미국 콜로라도 주 서부 지역은 폭염과 가뭄, 산불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밀과 옥수수를 재배하는 중부와 동부 지역에서는 식량 생산 우려가 따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곡물은 인간 식량으로도 쓰이지만 옥수수 등 가축 사료로도 쓰인다.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관련 문제는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서 식량 안보로 이어져 분쟁이나 혁명 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수정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해외농업관측팀 연구원은 "큰 맥락에서 볼 경우 해마다 이상기후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어 식량안보에 대응해야 하는 건 맞다"고 말했다.
다만 곡식이 수분을 많이 머금는 ‘수분기’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 나타난 폭염이나 가뭄으로 지금 당장 생산량과 물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도 설명했다.
노 연구원은 "다만 아직 대두나 옥수수 작황은 아직 수분기(곡식이 수분을 많이 머금는 기간)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다. 이번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생산량 변동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정책과 관계자도 "대두나 옥수수의 경우 7월 전반적인 기후에 따른 영향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생산량을 예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그러나 작년에도 비가 많이 와서 생산량이 감소해 가격에 영향을 끼친 점 등을 볼 때 올해도 폭염과 가뭄 일수가 길어진다면 비슷한 흐름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곡물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식량 자급률이 낮은 경우 국제 식량원자재 가격에 따라 최종 소비자 가격이 정해진다. 밀은 물론 대두와 옥수수 등 사료로 쓰이는 곡물 가격이 올라가면 돼지고기 등 육류 가격도 상승한다. 곡물가격은 라면과 빵, 과자 등 제품 가격으로 이어진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농산물 작황 부진과 조류 인플루엔자 여파로 상반기 농축수산물 물가지수가 10년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6월 농축수산물 물가지수는 전년 누계 대비 12.6% 뛰어 올랐다. 지난 2011년에는 12.5% 상승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밥상 물가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최근 북반구 지역을 중심으로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미국에도 10년만에 ‘최악의 가뭄’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뭄이 지속되면 농작물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을 오를 수 밖에 없다. 옥수수 수출 세계 1위와 대두 수출 세계 2위를 차지하는 미국이 곡물생산에 차질을 빚는다면 곡물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급등한다.
실제 남미의 가뭄과 호주의 한파 등 세계적으로 나타난 이상기후로 밀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국제 곡물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1t당 185달러였던 옥수수 가격은 올해 5월에 397달러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이 밖에도 △밀가루 29% △콩 70% △원당 65% 등 주요 수입 곡물 가격은 지난해 대비 29~82% 상승했다.
이미 국제 지표로도 식량 물가 상승은 시작됐다. 지난달 초 FAO가 발표한 5월 세계 식량가격지수(FFPI)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급등한 127.1을 기록했다. 집계를 시작한 1990년 이후 두 번째로 긴 기간 동안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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