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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범지구적 기후변화에 밥상물가 위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7.06 17:40
농산물

▲친환경 농산물.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최근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장마 등 이상기후 현상이 이어지면서 식량 생산에 비상이 걸려 농산물 가격 급등과 식량안보 위기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이미 세계 식량가격이 1년 가까이 상승한 탓에 농축산물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미국 등 세계 곡창지대로 꼽히는 북미와 러시아에 폭염 현상이 집중되고 동아시아 지역은 빠른 장마와 폭우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인 식량가격 급등 현상에는 기후변화가 크게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6일 관련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전세계적 식량 문제는 단순히 물가 상승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물가 상승을 넘어서 식량안보와 분쟁 등 생존 문제로 심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원태 APEC기후변화센터 원장은 "기후변화 관련해서 가장 두려운 부분이 식량관련 문제다. 보통 폭염은 가뭄과 산불로 연결이 된다"며 "미국 콜로라도 주 서부 지역은 폭염과 가뭄, 산불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밀과 옥수수를 재배하는 중부와 동부 지역에서는 식량 생산 우려가 따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곡물은 인간 식량으로도 쓰이지만 옥수수 등 가축 사료로도 쓰인다.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관련 문제는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서 식량 안보로 이어져 분쟁이나 혁명 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수정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해외농업관측팀 연구원은 "큰 맥락에서 볼 경우 해마다 이상기후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어 식량안보에 대응해야 하는 건 맞다"고 말했다.

다만 곡식이 수분을 많이 머금는 ‘수분기’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 나타난 폭염이나 가뭄으로 지금 당장 생산량과 물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도 설명했다.

노 연구원은 "다만 아직 대두나 옥수수 작황은 아직 수분기(곡식이 수분을 많이 머금는 기간)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다. 이번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생산량 변동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정책과 관계자도 "대두나 옥수수의 경우 7월 전반적인 기후에 따른 영향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생산량을 예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그러나 작년에도 비가 많이 와서 생산량이 감소해 가격에 영향을 끼친 점 등을 볼 때 올해도 폭염과 가뭄 일수가 길어진다면 비슷한 흐름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곡물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식량 자급률이 낮은 경우 국제 식량원자재 가격에 따라 최종 소비자 가격이 정해진다. 밀은 물론 대두와 옥수수 등 사료로 쓰이는 곡물 가격이 올라가면 돼지고기 등 육류 가격도 상승한다. 곡물가격은 라면과 빵, 과자 등 제품 가격으로 이어진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농산물 작황 부진과 조류 인플루엔자 여파로 상반기 농축수산물 물가지수가 10년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6월 농축수산물 물가지수는 전년 누계 대비 12.6% 뛰어 올랐다. 지난 2011년에는 12.5% 상승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밥상 물가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최근 북반구 지역을 중심으로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미국에도 10년만에 ‘최악의 가뭄’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뭄이 지속되면 농작물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을 오를 수 밖에 없다. 옥수수 수출 세계 1위와 대두 수출 세계 2위를 차지하는 미국이 곡물생산에 차질을 빚는다면 곡물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급등한다.

실제 남미의 가뭄과 호주의 한파 등 세계적으로 나타난 이상기후로 밀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국제 곡물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1t당 185달러였던 옥수수 가격은 올해 5월에 397달러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이 밖에도 △밀가루 29% △콩 70% △원당 65% 등 주요 수입 곡물 가격은 지난해 대비 29~82% 상승했다.

이미 국제 지표로도 식량 물가 상승은 시작됐다. 지난달 초 FAO가 발표한 5월 세계 식량가격지수(FFPI)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급등한 127.1을 기록했다. 집계를 시작한 1990년 이후 두 번째로 긴 기간 동안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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