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공감] “공포영화 세트장 인 줄”…강원 최대 도시 관문의 충격적인 근황

원주종합버스터미널은 강원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인 원주의 관문이지만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평일 오후 방문한 터미널 대합실은 오가는 사람들의 활기 대신 적막함이 감돌았다. 총면적 3만2000㎡, 지상 10층 규모로 지어진 웅장한 외관과 달리 건물 내부는 어둡고 썰렁했다. 현재 매표소와 버스 승하차장이 있는 1층을 제외한 건물 대부분은 장기간 공실 상태다. 인천에서 원주로 대학을 통학하는 유모 씨(20)는 어두운 대합실 의자에 앉아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유 씨는 “원주에 처음 와봤는데 터미널 분위기가 너무 음산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에스컬레이터는 멈춰 있고 위층으로 가는 길은 셔터로 막혀 있어 폐건물에 들어온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위층 주차장을 이용하는 방문객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더욱 크다. 주말 부부라 매주 차를 몰고 터미널을 찾는 직장인 전모 씨(여·21)는 주차장과 1층 대합실을 오갈 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진다며 몸서리를 쳤다. 전 씨는 “차를 대고 내려오려면 텅 빈 상가들이 방치된 2층과 3층을 걸어서 지나야 하는데 어두운 복도에 발소리만 크게 울려 퍼진다"며 “마치 공포 영화 세트장에 혼자 갇힌 것 같아 낮에도 뛰어 내려온다"고 말했다. 터미널을 자주 이용하는 시민들은 야간에 느끼는 공포감이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학생 김모 씨(여·20)는 터미널을 방문할 때마다 심한 두려움을 느낀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김 씨는 화장실 위생과 방범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밤엔 혼자 터미널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무서워서 이용하지 않는다. 구석진 곳은 조명도 다 꺼져 있고 청소 도구만 널브러져 있어 들어갈 엄두가 안 난다"며 “주변에 관리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고 전했다. 대합실에서 만난 다른 승객들도 열악한 환경과 부족한 편의시설에 불만을 표출했다. 휴가를 맞아 터미널을 찾은 군인 신모 씨(22)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앉을 의자조차 부족하고 고장난 자판기 외에는 마땅한 편의시설이 없다"고 지적했다. 신 씨는 한숨을 쉬며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찜통같이 더운데 도시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터미널이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터미널 건물 상층부의 장기 공실이 인근 골목 상권에도 영향을 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주시 단계동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서모 씨(20)는 “터미널 상가가 죽으면서 이 근방을 찾는 유동 인구 자체가 확연히 줄었다"고 설명했다. 서 씨는 “밤 9시만 넘어도 터미널 주변 거리가 텅 비어서 매장 매출이 반 토막 난 지 오래"라고 했다. 터미널 앞 택시 승강장에서 대기 중이던 기사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택시기사 조모 씨(58)는 “예전에는 주말마다 군인들과 대학생들이 쏟아져 나와 손님 태우기가 바빴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기차역으로 사람들이 다 몰려가면서 터미널 앞은 파리만 날리는 신세가 됐다"며 씁쓸해했다. 원주터미널은 2009년 신축 당시만 해도 대형 영화관과 패밀리 레스토랑이 입점해 지역 청년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복합 문화 공간이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여·47)는 “코로나19 사태로 승객이 급감하더니 건물 내 핵심이었던 멀티플렉스 영화관마저 폐업하면서 발길이 완전히 끊겼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핵심 상권이 무너지며 상인들이 줄도산했고 결국 지금의 흉물스러운 폐건물로 전락해 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전문가는 장기 공실에 따른 시설 노후화와 안전 문제를 우려한다. 건축설비 전문가 백모 씨(52)는 “건물은 사람의 온기가 닿지 않으면 누수나 전기 설비 노후화가 빨라진다"고 경고했다. 백 씨는 “10층 규모의 대형 건물이 제대로 된 정기 점검과 유지보수 없이 방치될 경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원주터미널 쇠퇴는 KTX 개통과도 관련이 있다. 원주터미널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이모 씨(62)는 “KTX 개통 이후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승객 수요가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원주터미널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전문가 정모 씨(55)는 “막대한 리모델링 비용과 수익성 악화 탓에 뚜렷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공실 사태는 장기화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정 씨는 “터미널은 민간 소유 건물이다. 한동안 뾰족한 돌파구 없이 방치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원주시는 올해 하반기 도비와 시비, 터미널 측 부담금 등 7200만원을 들여 냉·난방기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지원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화장실 정비와 대합실 의자 교체, 바닥 도색을 추진한다. 이상무 기자·안정민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rokmc@ekn.kr

[청년공감] “AI 없인 글이 안 써져요”…대학생 96%, 과제에 AI 활용한다

문과 계열 대학생 권모 씨(여·20)는 수업 과제로 보고서를 작성할 때면 생성형 인공지능(AI)부터 찾는다. 수업 자료와 관련 조사 자료를 생성형 AI에 첨부한 뒤 과제 지시 사항을 프롬프트에 입력한다. AI가 만들어낸 초안을 받은 뒤 직접 수정해 제출한다. 권씨는 “AI 덕분에 질 높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도움 없이 내 스스로 쓴 보고서는 제출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평가를 잘 받아야 하기에 항상 AI에 의존한다. AI 없인 글이 안 써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모습은 권씨만의 사례가 아니다. 필자가 최근 20대 대학생 54명을 대상으로 네이버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4%(29명)는 글을 쓰다 막혔을 때 가장 먼저 AI에게 도움을 구한다고 답했다. 과제물 등 공식적인 글쓰기에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2명)에 그쳤다. 대학생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현실도 나타났다. '글을 써야 할 때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막막함'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9%(21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귀찮음' 33%(18명), '부담감' 19%(10명) 순이었다. 글쓰기가 별로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자는 9%에 불과했다. 간호학과 1학년 김모 씨(여·20)는 “처음 글을 써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무엇부터 써야 할지 고민된다"며 “글의 중심 내용을 먼저 정리해야 할지, 아니면 중간부터 적어야 할지 헷갈릴 때가 많다"고 말했다. 유아교육과 1학년 고모 씨(여·20)도 “글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항상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공식적인 글쓰기에 AI를 활용한다는 응답자가 96%에 달한 가운데, AI가 작성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사용한다는 응답도 29%(15명)로 나타났다. 환경생명화학과 1학년 김모 씨(여·20)는 “전문 용어가 있는 글을 쓸 때도, 계산식 풀이에 관한 글을 쓸 때도, 큰 주제를 찾거나 개념적인 부분을 쓸 때도 AI를 활용한다"며 “도저히 안 써질 땐 AI가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다"고 말했다. 정치외교학과 1학년 장모 씨(여·20)는 “리포트 작성 계획을 세울 때 많이 사용했다"고 했다. AI의 편리함을 체감하면서도 글쓰기 능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환경공학과 1학년 하모 씨(여·20)는 “AI가 써준 글은 문장이 매끄럽고 정리가 잘 돼 있고 짜임새 있지만, 내 생각이나 표현이 충분히 담기지 않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간호학과 1학년 강모 씨(여·20)는 “AI가 대신 써주는 내용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실제 설문조사에서 자신의 글쓰기 능력이 예전보다 떨어졌다고 답한 응답자는 52%(28명)로 절반을 넘었다. 환경생명화학과 김씨는 “AI를 너무 사용하다 보니 내 문해력이나 글쓰기 능력이 좀 퇴화되는 것 같아서 그것도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정치외교학과 장 씨도 “AI의 도움을 받으면 내가 작성한 내용이어도 기억에 오래 남지 않더라"고 말했다. AI 의존은 대학생뿐 아니라 청소년층에서도 체감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김모 교사(여·29)는 현장에서 학생들의 AI 활용이 늘어난 것을 느낀다고 했다. 김 교사는 “영작 과제를 내준 적이 있는데 학생들이 써온 과제물의 어휘력 수준이 너무 높았다"며 “평소 영어 단어를 제대로 못 읽는 학생이 과감한 어휘를 사용했고, 표현이 고교생 수준을 넘어섰으며 문장 구조도 완벽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가 없는 애들이 냅다 AI한테 '써줘'라고 하면 발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AI 사용을 멈추기는 쉽지 않다. 유아교육과 고씨는 “AI를 사용하는 지금은 공동의 조력자가 생긴 기분"이라고 말했다. 간호학과 강씨도 “다들 쓰니까 계속 의존할 것 같다"고 했다. 김 교사는 “내용을 잘 모르면서 AI가 생성한 걸 자기 이름으로 내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생들에게 AI는 이제 글쓰기를 돕는 편리한 도구를 넘어 일상적인 조력자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AI가 써준 문장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과 표현이 줄어들고, 글쓰기 능력 저하를 체감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AI가 쓰는 것인지, 내가 쓰는 것인지 그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 김윤호 기자·김다영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kyh81@ekn.kr

[청년공감] ‘연예인처럼 되고 싶어요’…SNS가 키운 ‘외모정병’

최근 10~20대 사이에서 이른바 '외모정병'이라는 표현이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외모'와 '정신병'을 합성한 신조어로,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안과 집착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를 의미한다. 의학적 진단명은 아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외모 비교가 일상화되면서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콘텐츠에는 완벽한 외모를 가진 인플루언서와 연예인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이를 반복적으로 접하는 청년들은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며 자존감이 낮아지고 외모에 대한 불만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온라인 고민 상담 커뮤니티에는 외모정병을 호소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이용자는 “틱톡이나 릴스만 봐도 10~20대 외모정병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껴진다. 나 역시 외모 때문에 힘든데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복코라는 말을 들은 뒤 얼굴의 단점만 계속 보게 됐다"고 했고, “누군가 조금만 불친절해도 못생겨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만히 있어도 외모 비교를 당하는 환경이라 더 괴롭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연예인을 이상적인 외모의 기준으로 삼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한 대학생은 “좋아하는 연예인의 얼굴과 내 얼굴을 계속 비교하게 된다"고 말했고, 다른 학생들은 “키가 커야 하고 피부가 하얘야 한다", “눈이 크고 얼굴이 작아야 한다", “콧대가 높아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러한 외모 강박이 실제 성형수술이나 미용 시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대학생 강모 씨(23)는 평소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 끝에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강씨는 “부분마취 상태에서 의사와 대화를 나누며 수술하다 보니 생각보다 가볍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박모 씨(22) 역시 쌍꺼풀 수술을 받은 뒤 “매일 붙이던 쌍꺼풀 테이프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점은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그러나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모 씨(24)는 눈 수술 이후 코 성형까지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얼굴에 대한 불만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얼굴 윤곽이 뚜렷해져 행복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단점까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며 “수술 전보다 얼굴을 더 싫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리프팅 시술까지 받았지만 만족하지 못했고, 하루에도 수십 번 거울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했다. 턱 보톡스를 맞은 김모 씨(21)는 “주변에서 살이 빠진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좋았지만 다시 다른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계속 다른 시술을 받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박모 씨(21)는 V라인을 기대하며 리프팅 시술인 '슈링크'를 받았지만 “턱선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아 만족하지 못했다"고 했다. 외모 강박을 경험한 이들 사이에서는 성형보다 심리적인 원인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온라인 상담 커뮤니티 이용자는 “외모정병은 실제로 정신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며 “얼굴에 메스를 대기 전에 문제의 원인이 외모가 아니라 왜곡된 자기 인식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학계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연구에서는 한국 사회를 외모 중심 문화가 강한 사회로 평가하며, 외모 스트레스가 여성뿐 아니라 남성 대학생에게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SNS를 통한 반복적인 외모 비교가 자기 인식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성형이나 시술이 일시적인 만족감을 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외모 불안까지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외모정병은 얼굴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김윤호 기자·김민결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kyh81@ekn.kr

[청년공감] 영상제작에 AI 활용 어디까지?…진정한 고수의 비법

'디지털 영상 미디어' 시대이다.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생성한 영상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범람한다. 일반인은 물론 몇몇 전문가와 언론까지 'AI가 100% 알아서 만들어준 영상'을 극찬한다. 그러나 영상 제작자들은 “이런 영상은 대체로 부가가치가 낮다"고 말한다. 유튜브도 AI가 대량 생산하는 영상이 콘텐츠의 질을 오염시킨다고 판단해 수익을 제한할 수 있게 했다. 그렇다고 AI 도움 없이 영상을 만들라는 건 아니다. 영상 제작에 AI를 어떻게 활용하는 게 좋은가? 다양한 관점이 있겠지만, 영상업계에선 “진정한 고수는 인공지능에 다 맡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방송사나 기업·기관의 미디어 부서 등에 근무하는 영상 편집자들은 전문 프로그램으로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Adobe Premiere Pro 26.0.1)를 즐겨 쓴다. 요즘 들어 이 프로그램에는 반복 작업을 줄여주는 AI 기능들이 탑재되기 시작했다. 대표적 기능은 무음 구간 자동 컷편집, 마스크 트래킹, 자동 리프레임이다. 상당수 영상 전문가들은 영상 제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AI에게 맡기기보단 사람에게 귀찮은 '단순 임가공 잡무'를 인공지능이 대신하게 한다. 한 영상 전문가는 “반복적인 작업을 인공지능으로 간소화해 제작 시간을 줄이고 영상 품질을 높인다"고 말했다. “음∽" 췌언 지우는 귀찮은 노동에서 해방 유튜브용 영상 편집을 대행하는 프리랜서 김모씨는 예전에 인터뷰 영상에서 한동안 말이 없는 부분이나 '음~' 같은 불필요한 췌언을 일일이 잘라내고, 이어 붙이는 데 30분 넘게 걸렸다. 김씨는 “지금은 인공지능의 '무음 구간 자동 컷편집' 기능을 사용해 3~5분 만에 초기 작업을 끝낸다. 작업량이 많을 때 특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무음 구간 자동 컷편집은 말 사이 공백이나 숨 고르는 장면을 자동으로 찾아내 잘라준다. AI가 없던 시절엔 편집자가 음성 파형을 일일이 보면서 직접 잘라야 했다. 이젠 버튼 몇 번이면 끝난다. 위 사진1과 같이, 프로그램 화면에서 AI가 음성이 없는 구간을 자동으로 분석한 뒤 타임라인을 여러 개의 짧은 클립으로 나눠주는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원본 영상이 수십 개로 자동 분할되면서 반복적 컷편집 작업이 크게 줄었다. 물론 AI가 모든 편집을 완벽하게 해주는 건 아니다. 일부 장면은 너무 과하게 잘리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화자가 효과를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잠시 침묵할 수 있다. 또, 출연자 사이의 어색한 정적은 그 자체로 흥미와 정보를 주기도 한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맥락까지 파악할 수 없어 불필요한 장면으로 판단할 수 있다. 영상 제작자 이모씨(32)는 “영상은 말만 이어 붙이는 작업이 아니다"라며 “2~3초 정도의 침묵이 웃음을 유도하는 장면도 있는데, 완전 자동화 AI는 이런 부분까지 삭제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AI가 영상을 통째로 제작해주는 방식보다 반복되는 편집 작업을 줄여주는 방식이 현업에서는 더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사람 얼굴을 따라다닌다…자동 추적 장치 '마스크 트래킹' 편집자들이 즐겨 쓰는 또 다른 AI 기능은 '마스크 트래킹'이다. 사람 얼굴이나 자동차 같은 영상 속 특정 부분을 AI가 자동으로 따라다니며 추적한다. 예전엔 편집자가 인물의 움직임에 맞춰 프레임마다 직접 위치를 수정해야 했다. 이제는 AI가 대상의 움직임을 인식해 경로를 계산한다. 이 기능을 실제로 사용해 봤다.(사진2) 편집자가 영상 속 사람 얼굴 부분을 한 번 지정하자 그 이후 AI가 움직임을 추적하며 마스크 위치를 이동시켰다. 사람이 화면 안에서 움직여도 AI는 얼굴 위치를 계속 계산하며 경로를 유지했다. 기존에는 인물이 조금만 움직여도 편집자가 키 프레임을 반복해 수정해야 했는데 이제는 대부분의 과정이 이렇게 자동으로 처리된다고 한다. 직접 써본 결과, 인터뷰 영상처럼 움직임이 비교적 일정한 장면에서는 자연스럽게 인물을 따라갔다. 다만 사람이 빠르게 움직이거나 화면 밖으로 벗어나는 경우엔 다소 흔들리기도 했다. 가로 영상을 세로로 '뚝딱'…쇼츠 필수기능 '자동 리프레임' 재생시간이 짧은 쇼츠·숏폼 영상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자동 리프레임' 기능도 자주 활용된다. AI가 가로형 영상을 세로형으로 자동으로 변환해 준다.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사람을 화면의 중심에 자동으로 맞춰준다. 사용된 화면에서는 16대9 비율의 가로 영상이 세로형 쇼츠 화면으로 자동 변환됐고, 인물이 움직일 때마다 프레임 중심도 함께 이동했다.(사진 3) AI가 프레임을 바꾸면서 그에 맞게 화면 구도를 재배치했다. 예전엔 편집자가 직접 키 프레임을 찍어가며 화면 위치를 조정해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대신한다. 실제로 써보니 가로 영상을 세로 영상으로 바꾸는 데엔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다만 여러 사람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서 AI가 주요 피사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화면 움직임이 약간 어색해졌다. 영상 제작·편집자들이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가장 지루한 작업을 AI가 대신해준다", “팟캐스트 편집에 특히 유용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반면, “초벌 작업용으로는 좋지만 최종 편집까지 맡기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용자들은 “반복 작업은 AI에 맡기고 사람은 영상의 전체 흐름과 분위기, 감정 전달에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김하연 강원대학교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rokmc@ekn.kr

논골담길·도째비골·해랑전망대…Z세대, ‘힐링’ 묵호에 빠지다 [청년공감]

과거 석탄 수송으로 번성했다가 조용해진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 일대가 최근 젊은이들의 방문으로 들썩이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독특한 감성을 가진 여행지로 입소문이 나면서 한적했던 어촌 마을에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필자가 직접 찾은 묵호항은 한적한 어촌 마을의 고즈넉함과 청년들이 불어넣은 힙한 감성이 공존하고 있었다. 묵호의 변신이 주목받는 이유는 조용하고 아날로그적인 분위기가 그 자체로 힐링이 되기 때문이다. 어촌의 고즈넉함 속에서 젊은 층의 감성을 저격한다. 묵호역을 나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논골담길이었다. 논골담길은 이미 Z세대의 취향을 자극하는 곳이 돼 있었다. 직접 마주한 논골담길은 알록달록한 벽화들이 색색의 지붕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산비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과 골목길, 벽화, 조형물은 부산의 감천문화마을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곳에서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채울 만한 감성적인 컷들이 쏟아져 나왔다. 논골담길을 찾은 최모씨(여·21)는 “여기는 골목 구석구석이 아기자기하면서도 조용해 매력이 있다. 사진 찍기 정말 좋다"고 말했다. 골목을 더 오르자 독특한 소품 가게들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한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30)는 “고객들이 많이 찾아와 대기 줄이 생길 정도"라며 “대부분이 젊은 층이고 기념품이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묵호에 사는 이모씨(73)는 “동네에 젊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니 활력이 넘쳐서 아주 보기 좋다"고 했다. 반면 주민 한모씨(여·68)는 “조용하던 동네가 주말만 되면 차들로 붐벼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논골담길을 내려와 바다로 향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묵호가 뜨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탁 트인 동해바다 뷰 때문이다. 기차역 주변으로 조금만 걸으면 바다가 펼쳐지는 경관과 나만 아는 아지트를 발견한 듯한 고즈넉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서울 노량진에서 자취하는 취업 준비생 이모씨(26)는 머리를 식히려 묵호를 찾았다. 그는 카페테라스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골목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고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여 가슴이 뚫린다"고 말했다.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차모씨(21)는 묵호를 소개하는 온라인 영상에 끌려 이곳을 찾았다. 차씨는 “릴스를 보면서 '나도 저기서 조용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주말 여행지로 정했다"고 말했다. 여행객들이 쓴 후기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산되며 묵호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활동하는 아이디 'KOO'는 1박2일 뚜벅이 여행기를 통해 “KTX를 타면 서울역에서 2시간 반 만에 묵호의 파란 동해바다를 마주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침에 따끈한 장칼국수를 먹고 오션뷰 카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힐링이 된다"고 했다. 그는 대중교통으로 즐기는 구체적인 코스를 공유했다. 인스타그램 매거진 아이디 'Lxxx'는 최근 유행하는 '로컬 여행 코스 공유'를 통해 묵호를 알게 됐다. 그는 “묵호는 모든 곳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접근성과 조용함, 인스타그램 감성이 적절히 섞여 있어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묵호의 또 다른 반전 매력은 도째비골과 해랑전망대다. 도째비골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산책로가 뻗어 있어 어촌 마을에 시각적인 쾌감을 더한다. 투명한 유리 바닥 아래로 치는 파도를 내려다보며 걷는 스릴도 있다. 젊은 여행객들에게 필수적인 인증샷 코스로 자리 잡았다. 코레일 강원본부에 따르면, 월간 묵호역 KTX 이용객은 2024년 12월 2만명 수준에서 올해 1월 5만명대로 크게 늘었다. 동해문화관광재단 관계자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방문객 200만명 달성은 묵호 관광 콘텐츠의 경쟁력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스카이워크, 스카이 사이클, 자이언트 슬라이딩 같은 체험시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수산시장으로 이어지는 도보 코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묵호엔 야시장 포장마차, 횟집, 아귀찜집, 꽃게 해장국집 등 맛집도 많다. 직접 와서 본 묵호는 인스타그램에서 본 것 이상이었다. 이상무 기자·설지민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rokmc@ekn.kr

[청년공감] 새내기, 첫 등록금 내자 ‘빚’에 허덕…학자금대출의 현실

오후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던 대학 신입생 최모 씨(여·19)는 스마트폰으로 학자금 대출 잔액을 확인했다. 화면에는 144만3000원이 찍혀 있었다. 건국대에 재학 중인 최씨는 첫 학기 등록금 450만원을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로 마련했다. 이후 다자녀 가구 장학금 303만원이 지급되면서 대출금 일부를 상환했지만, 여전히 144만3000원의 빚이 남아 있다. 여기에 생활비 부담도 더해졌다. 교재비를 마련하기 위해 생활비 대출 5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기숙사비 164만원은 부모가 부담했지만, 월 50만원 안팎의 생활비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현재 별다른 수입은 없다. 바쁜 학교생활로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고등학교 3년간 아르바이트로 모은 700만원이 있지만, 이마저도 넉 달이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씨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빚을 안게 돼 막막하다"면서도 “그래도 연 1.7%로 이자율이 낮은 편이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단국대 신입생 이모 씨(여·19)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첫 학기 등록금 379만6000원 가운데 370만원을 학자금대출로 충당했다. 이후 다자녀 장학금 246만원이 지급돼 상환 잔액은 133만2000원으로 줄었지만, 등록금 대부분을 대출에 의존해야 했다. 이씨는 “집에서 학자금을 지원받기 어려운 형편이라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월세 47만원의 고시텔에서 생활하고 있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하루 한 끼로 버티며 월 지출을 20만원 이하로 맞춘다. 통장에는 수능 직후 학원 아르바이트로 모은 190만원이 남아 있지만, 대학 입학 이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학교생활에 아직 적응하는 단계이고 통학시간도 길어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남대에 재학 중인 이모 씨(여·19)는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이다. 등록금 450만원 전액을 학자금대출로 마련했지만 국가장학금 I유형(학생직접지원형) 335만원과 교내 장학금 100만원을 받아 현재 남은 대출 잔액은 23만원이다. 하지만 경제적 부담은 여전하다. 경기 침체로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등록금을 대출로 마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 등록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피아노 학원에서 주 3~4회, 하루 4시간씩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월 100만원가량을 번다. 부모가 기숙사비 147만원과 주당 용돈 5만원을 지원하지만, 월 생활비만 30만~40만원이 들어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빚을 떠안는 현실은 온라인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부모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 데다 주거비와 식비까지 오르면서 등록금뿐 아니라 생활비까지 대출에 의존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학자금대출을 신청했는데 통장에 돈이 들어오니 현실감이 없다", “등록금은 해결했지만 월세와 식비, 교재비까지 생각하면 막막하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일부 대학생들은 “학자금대출에 생활비 대출까지 받았다", “빚이 계속 늘어나 버티기 힘들다"며 부담을 호소했다.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디시인사이드 국가장학금 갤러리에서는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해 등록금과 생활비 모두 대출을 받아야 한다", “소득 분위 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박탈감이 크다", “결국 졸업과 동시에 큰 빚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는 글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일부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5년 귀속 기준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 미상환율은 19.4%로 집계됐다. 201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청년 5명 가운데 1명은 대학 재학 중 진 학자금 빚을 졸업 후에도 갚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상환 유예 금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20년 110억원이던 상환 유예 금액은 2024년 242억원으로 4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체납자와 상환 유예자를 합하면 약 7만명의 청년이 982억원 규모의 학자금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윤호 기자·안중민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kyh81@ekn.kr

[청년공감] “신입사원, 이메일 에티켓도 몰라”…‘학교 이메일’ 사용해야 하는 이유 3가지

20대 대학생들에게 친숙한 소통 수단은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 같은 모바일 메신저다. 이메일은 메신저보다 사용 빈도가 크게 낮고, 이메일을 쓰더라도 네이버나 구글 계정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대학에서 제공하는 공식 이메일은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K대 학생 박모 씨(여·20)는 “학교 이메일 계정을 만들지 않았다.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며 “학교 공지는 카카오톡으로 확인하고 친구들과는 인스타그램 DM이나 카카오톡으로 연락한다. 학교 이메일이 없어도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 씨(22)도 “이메일 자체를 일주일에 한 번 볼까 말까 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이메일 사용 감소와 학교 공식 이메일 계정 외면은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진출을 위한 준비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들은 재학생들에게 학교 이메일 계정을 제공하고 있다. 계정 생성 방식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강원대는 학교 홈페이지에서 웹메일과 K-cloud를 통해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계정을 생성할 수 있다. 서울대는 포털 로그인 후 마이스누 계정을 이용해 구글 지메일(Gmail) 계정을 만들 수 있으며, 연세대는 연세포털 계정으로 오피스365에서 본인 인증을 거쳐 학교 이메일을 사용할 수 있다. 모 대학 교직원 김모 씨(34)는 “학교마다 계정 생성 방법은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며 “대학 이메일은 공식적인 대외 소통을 위한 기본 도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 이메일의 장점으로 △정보 접근성 △신뢰도 △취업 준비 활용성을 꼽았다. 우선 학교의 중요한 공지사항이나 학사 일정, 장학금 신청 안내 등은 학교 이메일을 통해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 김모 씨(여·22)는 “우리 학교는 장학금 신청 관련 안내가 이메일로만 공지된다"고 말했다. 학교 이메일은 신뢰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대학생 최모 씨(23)는 “학교 계정으로 교수님께 이메일을 보내면 재학생이라는 사실이 바로 확인돼 신뢰를 줄 수 있다"며 “공모전에 지원하거나 입사지원서를 제출할 때도 포털 이메일보다 공신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계정을 꾸준히 사용하는 것 자체가 학교에 소속감을 갖고 잘 적응하고 있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취업 준비 측면에서도 학교 이메일의 활용 가치는 적지 않다. 모 기업 간부 정모 씨(44)는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주요 의사결정이 이메일을 비롯한 문서 중심으로 이뤄진다"며 “입사 후에는 회사 이메일이 핵심적인 의사소통 수단이 되기 때문에 대학생 때부터 이메일 문화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많은 학생은 학교 이메일의 존재를 잘 모르거나 만들어 놓고도 사용하지 않는다. 대학생 이모 씨(여·21)는 “주변 친구들 절반 이상이 학교 이메일이 있는지도 모른다"며 “나도 계정을 만들었지만 한 번도 접속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 씨(22)는 “문자메시지와 메신저에 익숙하다 보니 이메일은 자연스럽게 멀어졌다"며 “이메일은 격식이 있고 글도 길어서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식은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모 기업 간부 박모 씨(56)는 “이메일 에티켓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신입사원이 적지 않다"며 “제목 없이 메일을 보내거나 인사말과 이름 없이 용건만 적는 경우, 메일을 오랫동안 확인하지 않거나 답장을 제때 하지 않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이메일을 꾸준히 사용하며 기본적인 이메일 작성법과 소통 방식을 익히는 것은 대학 생활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김채경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kyh81@ekn.kr

[청년공감] “강아지 유치원비 때문에 알바 늘렸다”…펫플레이션에 등골 빠진 청년 반려인

'펫플레이션(petflation)'.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최근 견주들 사이에서 무섭게 체감되는 단어라고 한다. 물가 상승에 편승해 반려견 양육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그 결과로 펫플레이션이 현실적인 고충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특히 반려견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휴머니제이션(pet-humanization, 반려동물 인간화)' 문화와 맞물리며 반려견을 위한 소비 수준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2025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반려견 마리당 월평균 양육비는 약 12만1000원이다. 올해 발표된 통계는 없지만 반려인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확연히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7%로 0.6%포인트(p) 대폭 올렸다. 중동 전쟁의 여파로 유가가 오른 데다 민간 소비 개선에 따른 수요 압력까지 겹친 탓이다. 취재 결과, 반려견을 위한 사료, 배변 패드, 장난감, 간식 같은 기본 용품 비용은 물론 미용비와 병원비 등 서비스 비용까지 오르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사료 가격 부담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고기·곡물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른 탓이다. 펫푸드 업체 'P○○○○○'는 올해 초 원가 상승을 이유로 반려견·반려묘 사료 가격을 10~27%포인트 인상했다. 반려인들은 비중이 큰 식비가 오르자 큰 부담을 느낀다. 개를 키우는 대학생 유혜영 씨(여·20)는 “사룟값이 많이 올라 부담을 느낀다. 그러나 먹는 것만큼은 좋은 걸 해주고 싶어 비싸더라도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반려견을 '아이'처럼 대하면서 이유식을 고르듯 성분과 원산지를 꼼꼼히 따지는 인간화 경향성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는 펫플레이션을 가속화한다. 요즘 'G○○○○○○○' 등 프리미엄 사료는 1㎏ 기준 8만원대, 3㎏은 2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A○○○○○○○○○' 등 비교적 대중적인 프리미엄 라인도 1.8㎏ 기준 2만원대부터 시작한다. 체중 10~15㎏의 중형견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 사료비는 대중적인 프리미엄 라인을 먹일 경우 7만~11만원, 고급 라인을 먹일 경우 48만~72만원에 이른다.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를 중심으로 '반려견 밥 차리기', '사료 먹방 ASMR' 같은 콘텐츠가 유행하는 점도 사료비 지출을 부추긴다. 견주 양모 씨(35)는 “영상에서 본 사료를 따라 구매하거나 SNS에 자주 노출된 제품을 선택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간식비 지출도 무시 못 할 수준으로 올랐다. 보편적 간식인 육포는 브랜드에 따라 1㎏ 기준 2만원대부터 7만원에 육박한다. 프리미엄 라인은 4만원대를 웃돈다. 하루 20~30g씩 급여한다고 가정하면 4만원대 육포 한 봉지는 한 달 남짓 분량에 해당한다. 서울 강남구 한 펫푸드전문점 관계자는 “반려견들이 사료보다 간식을 더 좋아하기에 간식을 넉넉하게 주는 견주가 적지 않다. 육포 간식 한 봉지가 상당히 빨리 소진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부 보호자들은 수제 간식을 직접 만들어 먹이는데, 비용 측면에선 이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이다. 반려견이 아플 때 드는 치료비와 검사비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2025년 12월 농림축산식품부 발표 기준으로 동물병원 방사선 검사비는 전년 대비 8.3%, 상담료는 6.5%, 초진 진찰료는 2.2% 상승했다. 문제는 반려동물 의료비가 반려인들에게 치명적인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달리 공적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모든 의료 비용을 보호자가 전액 부담한다. 반려견 보험에 가입한다 해도 보험료 부담이 크고 보장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생 서태림 씨(여·20)는 “반려견 MRI 검사비로 100만원 이상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이수민 씨(여·31)도 “반려견이 간단한 검사를 받았는데 10만원이 넘게 나왔다"고 했다. 화장품 제조사에서 근무하는 유순경 씨(여·51)는 “개가 복용하는 약이 내가 먹는 약보다 더 비싸다"고 토로했다. 반려견을 맡기는 데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것이 최근 펫플레이션의 특징이다. 많은 견주는 반려견이 혼자 있는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추가 지출을 한다. 반려견을 전문적으로 맡아주는 강아지 유치원의 월평균 비용은 20만~50만원에 이른다. 등원 횟수와 반려견의 체중, 프로그램 구성에 따라 비용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 주 5회 매일 등원할 경우 월 100만원 이상 들기도 한다. 이러한 양육 비용 폭등은 경제 자립도가 낮은 20대 견주에겐 더 가혹한 현실로 다가온다. 대학생 한혜민 씨(여·25)는 “주 2회 강아지 유치원 정기권을 끊었다. 유치원비 30만원을 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늘려야 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민정 씨(여·27)는 “비싸도 감수하고 있다. 혼자 집에 두는 것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몇몇 견주들은 개인 지출을 줄여 반려견에게 과감히 쏟아붓는다. 펫플레이션과 인간화 문화가 낳은 소비 구조인 셈이다. 경제적 한계에 부딪혀도 책임감이나 사회적 비난 때문에 파양이나 유기를 꿈도 꿀 수 없다. 유기견을 돌보고 있는 이진상 씨(49)는 “이들이 버려져야 할 이유는 없다"며 유기 행위를 비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5년 유기 동물 수는 9만5685마리로 전년(10만6824마리) 대비 10.4% 감소해 2016년 이후 10년 만에 10만마리 밑으로 떨어졌다. 유기견 감소는 다행이나, 고물가 속에서 반려견을 지키기 위한 젊은 견주들의 고군분투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적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양육을 포기하는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특히 여름 휴가철과 명절 연휴에 집중되는 경향이다.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운다'는 말이 나올 만큼 펫플레이션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이상무 기자·이소정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rokm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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