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관 주고 핵잠 받고”…경주 APEC, 외교·안보·경제 큰 숙제 풀었다

지난 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마무리됐다. 우리나라는굵직 굵직한 외교·안보, 경제 현안들을 해소하고 향후 이정표를 만드는 데 성공해 사상 최대의 성과를 남겼다는 평가다. 외교·경제의 최대 난제로 여겨졌던 한미 관세협상 세부 내용에 합의했고, 미국의 핵 추진 잠수함 보유 승인을 따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심장'인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확보했다. 긴장속에서도 공존할 수 밖에 없는 중국·일본과의 관계에도 방향타를 잡는데 성공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전후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던 상황에서 맞이한 정상외교 슈퍼위크에서 상당한 성과를 냈다. 집권 초기의 불안감을 떨쳐 내고 향후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흔들리는 세계무역 질서를 비롯해 근본적인 대외 환경 자체가 녹록지 않은 만큼 이번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한국의 국익을 최대한 지켜내기 위한 '실용외교의 심화'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시점이다. 이 대통령은 2일 오전 11시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끝으로 숨가뿐 일주일간의 APEC 정상회의 주간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격적으로 성사된 관세협상 세부 내용 합의는 대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가장 큰 성과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한미자유무역협정(FTA)를 일방적으로 무시한 채 지난 8월1일부터 상호관세 25%를 일방적으로 부과한다고 선언했는데, 우리나라는 일단 지난 7월30일 고위급 협상과 8월 말 정상회담을 통해 3500억달러 투자를 조건으로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투자 일정과 방법, 자동차 관세 적용 시기 등을 둘러싸고 최종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고, 이번 APEC정상회의 직전까지도 타결 전망이 불투명했었다. 그러나 양국 정상이 만나 '연 200억달러 10년 분할 투자 + 조선업 협력 1500억달러'를 뼈대로 한 세부 내용에 전격 합의했다.이달 1일부터 자동차 관세가 15%로 인하되는 등 대미 수출 산업의 불확실성이 크게 줄게 됐다. 한미 공급망 협력의 안전성을 높이고 국내 기업들이 고율 관세 리스크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미중 패권 다툼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한미 관계의 불안 요소를 제거했다는 안보적 의미도 컸다. 이 대통령의 지휘로 '상업적 합리성'을 담보한 곳에만 투자하도록 하는 조항을 고수해 투자금 회수의 안전판을 마련했다. 일본보다도 더 나은 조건의 협상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이 그동안 꺼려왔던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보유를 전격 승인한 것도 최대 성과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중 갑자기 꺼낸 '핵 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 허용' 요구는 “외교적 실례 또는 패착"이라는 지적까지 받았지만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하겠다"고 나서면서 반전됐다. 우리나라는 북핵 고도화를 견제할 전략 무기로 핵 추진 잠수함 개발을 꾸준히 원해왔지만 미국과 체결한 원자력협정상 군사적 핵 이용이 금지된 탓에 한 발 자국도 내딛지 못한 상태였다. 우리나라는 원자력협정 개정·핵 재처리 기술 보유 등 미국과의 안보 패키지 합의도 거의 성사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십 년의 숙원을 해결했다. 정부와 삼성그룹·현대차그룹이 긴밀한 협력 플레이로 'AI시대의 심장'인 엔비디아의 최신형 GPU 26만장을 확보한 것도 이번 APEC의 최대 경제 성과다. 우리나라가 미국, 중국에 이어 AI 3대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복원'에 합의한 것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 1일 “호혜적이고 안정적으로 양국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특히 북한이 극히 꺼려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의제로 삼고 논의했다. 그동안 북한 쪽으로 기울어졌던 중국 대한반도 외교의 균형 추를 다시 돌려 놓을 계기가 마련됐다. 또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협의 가속화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협의채널 다양화 △초국경 온라인스캠(사기) 범죄 수사공조 양해각서(MOU) 등 실질적인 협력도 합의했다. 한일 정상회담도 '극우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상견례 치고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끝나 상호 협력의 계기가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회담 후 다카이치 총리가 '극우' 더냐는 기자의 돌직구 질문에 “아주 좋은 느낌을 받았고, 걱정이 다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대선을 통해 천명해 온 '국익 중심 실용 외교', 즉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기본 축으로 하되 중국과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기본 구도를 그리는데 성공했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선 또 다자주의 실종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경주선언'을 도출해냈다. APEC 최초의 인공지능(AI) 공동선언인 'AI 이니셔티브'와 '인구구조 변화 대응 프레임워크'을 추진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11년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고조되던 미중 무역 갈등의 '휴전'에 합의한 것도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아직 세부 사항 조율을 통해 양해각서(MOU) 및 팩트시트를 작성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우리나라가 핵 추진 잠수함을 갖게 됨에 따라 중국의 견제구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페이스 메이커'를 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외교 능력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를 수도 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과거사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봉합된 상태다. 대미 투자 확정을 위한 국회 승인(대미 투자기금법)의 국회 통과도 과제로 꼽힌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경주 APEC] 李대통령, ‘AI 외교’…엔비디아와 손잡고 ‘AI 동맹’ 확보

이재명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공지능(AI)을 매개로 한 '경제외교'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AI 세계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성사시키며 'AI 동맹'을 확장했고, APEC 무대에서는 'AI 기본사회'와 'AI 이니셔티브'를 제시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주도권 강화에 나섰다. 정상회의 첫날인 지난 31일, 이 대통령은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는 한국에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젠슨 황 CEO가 '한국이 보유한 GPU를 합치면 약 30만 장으로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AI 개발과 구동의 핵심 자산인 GPU 대량 확보는 AI 산업을 국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정부 전략의 기초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번 협력은 앞서 블랙록·오픈AI·아마존웹서비스(AWS) 등과의 투자 약속에 이어 다시 한 번 세계적 빅테크 기업을 한국의 'AI 우군'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평가된다. 엔비디아와 한국은 AI 혁명의 다음 단계로 꼽히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를 선도하기로 뜻을 모았다. 젠슨 황은 “한국은 제조 역량과 소프트웨어를 두루 갖춘 나라로, 제조업 AI의 리더가 될 가능성이 무한대(Sky is the limit)"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엔비디아가 AI 혁신의 속도를 담당하고 있다면, 한국은 그 속도를 올바른 방향으로 활용할 최적의 파트너"라며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다음 날인 1일 APEC 리트리트 세션 모두발언에서는 “AI라는 거대한 변화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AI 이니셔티브'를 공식 제안했다. 그는 “기술 혁신으로 포용적 성장을 이끄는 'AI 기본사회', 그리고 '모두를 위한 AI'를 대한민국의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소개하며, 혁신과 포용이 병행되는 AI 생태계 구축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가적 차원의 'AI 대전환'을 추진 중이며, 대규모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과 규제 개선으로 글로벌 기업이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인류가 기술 발전의 혜택을 함께 누리는 '글로벌 AI 기본사회' 실현이 한국의 비전"이라며 “AI 격차를 줄이는 '아시아태평양 AI 센터'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APEC 회원국들은 'AI 협력'과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핵심 의제로 하는 'APEC 정상 경주선언'을 채택했다. 경주선언은 '연결·혁신·번영'을 3대 중점과제로 삼아 무역·투자·디지털 혁신과 포용적 성장 등 핵심 현안을 포괄했다. 정상들은 'AI 이니셔티브',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를 채택하며 협력 의지를 공식화했다. 대통령실은 “AI 이니셔티브는 APEC 최초의 명문화된 AI 공동비전이자, 미국과 중국이 모두 참여한 첫 AI 합의문"이라며 “한국의 'AI 기본사회' 구상을 반영한 실질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北엔 신뢰, 中엔 협력, 日엔 미래”…李대통령, 동북아 외교 구상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마무리하며 '동북아 구상'의 밑그림을 드러냈다. 불가피한 긴장과 갈등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이웃국가들과의 대화·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찾겠다는 실용적 외교 기조가 뚜렷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이날 APEC 정상회의 폐막 후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한·중국·일본과의 관계 구상을 각각 언급했다. 먼저 대북정책과 관련해 “북측이 조금이라도 안심하고 남측을 믿게 만들기 위한 선제적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북측이 여러 계기에 적대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변화의 과정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하나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보다 표현의 강도가 매우 많이 완화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북한은 미국의 체제 보장을 가장 필요로 하는 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피스메이커(Peacemaker)'로서 대화를 이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한국의 대화 제안에 즉각 응하지 않더라도, 북미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페이스메이커론(평화중재론)'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한중관계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는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돼 있거나 회복돼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라며 솔직한 진단을 내놨다. 그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적으로 깊이 의지하는 관계이므로, 작은 장애가 있더라도 이를 넘어 더 큰 이익과 변화를 향해 나아가려 한다"며 “단순한 회복을 넘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협력의 길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도 중국과 경쟁하고 갈등하며 적대적으로 보이지만, 이면에서는 협력하고 거래하고 지원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현실 속에서 실용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가 안정돼야 동북아도 안정되고, 그것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할 것"이라며 “중국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건설적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의 외교 비전인 'END(교류·관계정상화·비핵화) 구상'과 맞닿은 대목으로, 동북아 평화의 선순환을 위한 중국의 협력을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투트랙 접근법'을 유지했다. 그는 “한일관계는 잘 협력해서 지금보다 훨씬 나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며 “있는 문제는 직시하되, 미래를 향해 함께 손잡고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로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강경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 대해서는 “개별 정치인일 때와 국가의 경영을 총책임질 때는 생각과 행동이 달라질 것"이라며 “저도 만나기 전에 혹시나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직접 만나보니 상당한 시간 대화 후 같은 생각을 가진 훌륭한 정치인이라 느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다음은 제가 일본을 방문할 차례"라며 “가능하면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으로 가자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 복원시킨 '셔틀외교'를 새 일본 내각과도 이어가며 협력 기조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韓·中, 70조원 통화스와프 복원…‘경제·민생 중심 외교’ 본격화

한국과 중국이 1일 경주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문화·범죄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총 7건의 양해각서(MOU)와 계약을 체결하며, 양국 관계를 실질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복원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특히 5년 만기 70조원(4000억 위안)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이 체결되면서 금융·외환시장 안정과 교역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복원됐다. 대통령실은 “양국 금융 협력이 강화돼 실물경제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회담은 의장대 사열, 양국 애국가 연주, 상견례 등 공식 환영식으로 시작됐다. 두 정상은 나란히 푸른색 계열의 정장과 타이를 매치해 조화를 이뤘다. 이 대통령은 짙은 남색 양복에 APEC 정상회의의 상징인 금빛 나비 문양이 새겨진 군청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시 주석은 한층 밝은 톤의 남색 정장에 파란색 넥타이를 매며 화합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회담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등 한국 측 주요 각료와 왕이 외교부장, 차이치 정치국 상무위원 등 중국 측 핵심 인사가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직접 만나 뵙기를 참으로 기다려왔다"고 인사했고, 시 주석은 “11년 만에 다시 국빈 방한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간 호혜적 협력 관계도 더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시 주석은 “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고 하며 한중 협력 관계 확대에 의견을 같이했다. 회담 직후 양국은 정상 임석하에 '한중 양해각서 및 계약 교환식'을 열고 총 7건의 협정에 서명했다. 핵심은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으로, 양국 중앙은행이 5년 만기 70조원(4000억 위안) 규모의 협정을 체결했다. 대통령실은 “양국 금융·외환시장의 안정과 교역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며 “경제 협력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서비스무역 교류·협력 강화 MOU'가 체결됐다. 아울러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한 '실버산업 협력 MOU', '혁신창업 협력 MOU', '중국 수출 식물검역요건 MOU'가 각각 서명돼 농산물 교역 활성화 및 민생 산업 교류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최근 급증하는 초국가 스캠·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MOU'도 합의됐다. 여기에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양국의 중장기 경제협력 방향을 담은 '한중 경제협력 공동계획 MOU'가 포함돼, 한중 경제관계의 향후 로드맵을 제시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친교의 시간을 갖고 선물을 교환했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바둑 애호가라는 점을 고려해 최고급 '본비자(本扁子)' 나무 바둑판과 전통 '나전칠기 자개원형쟁반'을 선물했다. 대통령실은 “본비자는 깊은 색감과 맑은 울림으로 한중이 함께 세계 바둑계를 주도해 나가길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천년의 세월 동안 이어온 나전칠기 공예처럼 한중 간 우호와 협력도 지속적으로 계승·발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다시 도약할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실질 협력의 복원을 넘어 경제·민생 중심의 외교 전환을 보여준 상징적 자리였다"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나비가 선전까지 날길”…1박 2일 본회의 마무리

경북 경주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본회의가 1일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진행된 두 번째 세션을 끝으로 폐막 발언에 나서 “아태 지역의 새로운 이정표가 필요한 중차대한 시기에 대한민국이 APEC 의장국을 맡게 된 것은 큰 기쁨이자 영광이었다"며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지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차기 의장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의장직을 넘기며 “이제 시 주석의 리더십 아래 APEC이 새로운 순항을 시작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올해의 성취를 바탕으로 내년 APEC의 성공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시 주석은 “의장직을 맡게 돼 영광이며 회원국들의 지지에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그는 “어제 만찬 장소에서 나비가 날아다녔는데 참 아름다웠다"며 한국의 환대에 감사를 표했다. 또 “이 대통령이 '내년에도 나비를 이렇게 아름답게 날리실 것인가'라고 물었고, 저는 '그 나비가 (내년 개최 도시인) 선전까지 날아와 노래까지 하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소개해 회의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했다. 의장직 인계 발언 후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단상 아래에서 따뜻한 악수를 나누며 짧은 환담을 이어갔다. 이어 참석자 전원이 옥색 목도리를 두르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 대통령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등 주요 인사들과 인사를 나눴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는 서로 등을 두드리며 웃음을 나누는 등 친근한 모습을 연출했다. 사진 촬영 직전 이 대통령은 “스마일(Smile)!"을 외치며 웃음을 유도했고, 촬영 후에는 정상들과 함께 박수를 치며 APEC 본회의의 마지막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사용된 옥색 목도리를 한지 상자에 담아 각국 대표단에 선물했다. 대통령실은 “목도리는 누에고치를 활용한 전통직물 '갑사'를 사용했으며, 전통 한복 목도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목도리에 APEC 3대 중점 과제인 '연결·혁신·번영'이 한글 자모로 새겨져 있다"며 “옥색은 전통적으로 회복과 성장, 평화를 상징하는 고귀한 색"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는 '연결, 혁신, 번영'이라는 의제 아래 21개 회원국이 자유무역·AI 협력·포용성 성장을 논의하며 2025년 의장국 한국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내년 회의는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열릴 예정이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경주선언' 채택과 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환영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APEC의 성공은 이재명 정부와 함께 국난을 극복한 국민 모두의 성공"이라며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과의 정상외교가 활발히 이뤄졌고, 경제 불확실성을 해소하며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백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번 APEC 정상회의의 성과가 국익과 국민의 삶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정부의 후속 조치가 신속하고 실질적으로 추진되도록 국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논평을 내고 “APEC '경주선언' 채택을 환영하며, 혁신과 번영의 정신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경제 협의체를 넘어 문화와 기술이 결합한 복합적 외교 무대였다"며 “경주선언은 아태 지역이 직면한 도전과 변화를 대비하는 실질적 협력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어 “이번 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는 전 국민의 간절한 염원이 모인 결과"라며 “국민의힘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경제 체질을 강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李대통령 “韓中관계, 완전회복은 아직…경제협력이 해법”

이재명 대통령은 1일 한중 관계와 관련해 “단순한 관계 회복을 넘어서 서로에게 도움 되는 협력의 길을 다시 찾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중 관계의 전망을 묻는 중국 매체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대통령은 “외형적으로는 특별히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되거나 회복돼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관계 회복과 협력 강화가 꼭 필요하고, 거기에 주안점을 두고 논의하려고 한다"며 “가장 중요한 협력 분야는 경제 분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중국은 여러 부문에서 경쟁하는 관계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선 협력하는 관계"라며 “국가 간 관계는 매우 복합적이어서 협력과 경쟁·대결이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도 중국과 경쟁하고 갈등하며 적대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면에서는 협력하고 거래하고 지원하고 있다"며 “대한민국과 중국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적으로 서로 깊이 의지하고 협력하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는 외부의 작은 장애들이 있더라도 그 장애를 넘어서서 더 큰 이익과 변화를 향해 나아가려고 한다"며 “중국 당국도, 대한민국 정부도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더 나은 삶과 희망이 있는 국가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에도, 대한민국에도 모두 도움이 되는 여러 영역, 특히 경제와 민간 교류,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역할에 대해서도 협력과 소통의 계기를 많이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정착시키는 데도 중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며 “한반도가 안정돼야 동북아도 안정되고, 그것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큰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경주선언’ 채택…‘창조산업 협력’ 첫 명문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문화창조산업(Cultural and Creative Industries)'을 공동의 협력 분야로 공식 채택했다. APEC 정상 선언문에 문화산업이 처음으로 명시된 만큼, 이번 합의가 K-컬처를 비롯한 문화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장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APEC 정상 및 대표단은 1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세션 '리트리트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PEC 정상 경주선언'을 채택했다. 이번 경주선언은 올해 의장국 한국이 제시한 3대 중점 의제인 '연결·혁신·번영'을 기본 틀로, 무역·투자·디지털·포용성 강화 등 핵심 현안을 포괄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대통령실은 “경주선언은 국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21개 회원국이 무역을 비롯한 주요 글로벌 경제 현안에 대한 포괄적 협력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APEC 회원들이 연대와 협력정신을 복원하고, 아태 지역 경제 번영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선언에는 APEC 역사상 처음으로 '문화창조산업'을 공식 명시해, 이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신성장 동력'으로 규정하고 협력 필요성을 명문화했다. 대통령실은 “문화창조산업을 명시한 첫 정상문서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이번 채택을 계기로 K-컬처가 아태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축으로 자리매김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정상들은 이와 함께 'APEC AI 이니셔티브'와 'APEC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도 채택했다. 'AI 이니셔티브'는 모든 회원국이 인공지능(AI) 전환 과정에 참여하고 기술 발전의 혜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며, △AI 혁신을 통한 경제 성장 촉진 △AI 인프라 투자 확대 △역량 강화 및 AI 혜택 확산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대통령실은 “AI 이니셔티브는 APEC 최초의 명문화된 AI 공동비전이자, 미국과 중국이 모두 참여한 첫 AI 관련 정상 합의문"이라며 “'AI 기본사회 구현'과 '아시아·태평양 AI 센터' 설립 등 한국 정부의 핵심 정책 방향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채택된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는 저출산·고령화 등 아태 지역의 인구구조 변화가 공통 도전과제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마련됐다. 문서에는 △회복력 있는 사회시스템 구축 △인적자원 개발 현대화 △기술기반 보건·돌봄 서비스 강화 △모두를 위한 경제역량 제고 △역내 대화·협력 촉진 등 다섯 가지 정책 방향이 담겼다. 대통령실은 “이번 프레임워크 채택으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산업 재편과 미래세대 고용 변화에 대응할 협력 기반이 조성됐다"며 “한국 정부는 2026년 'APEC 인구정책포럼'을 개최해 이 분야의 역내 협력을 지속적으로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李대통령, 시진핑에 의장직 인계…“한반도 평화는 필수”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의장직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공식 인계했다. 내년 APEC 정상회의는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APEC 정상회의 2일차 회의를 마무리하며 “이번 경제지도자 회의를 끝으로 대한민국 의장직은 마무리됐다"며 “국제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APEC 역량이 얼마나 견고한지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APEC 역사상 최대 규모인 14개 분야 장관의 고위급 대화가 있었고, 현안에 따라 회원 간 입장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음에도 각 회의에서 컨센서스(합의)에 의거한 합의문들이 도출됐다"며 “지혜를 모아 도전을 극복하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APEC 회원국들의 흔들림 없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번 정상회의 주제인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의 기본적 토대가 저는 평화라고 생각한다"며 “평화가 뒷받침돼야 연결이 확대되고 혁신의 동력이 극대화돼 모두가 함께 누리는 번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 평화야말로 아태 지역 번영의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한다"며 “군사적 대립과 긴장, 핵 문제는 한반도는 물론 아태 지역의 안정과 협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원칙 아래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어가고자 한다"며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왔고, 앞으로도 평화를 위한 대승적이고 적극적인 선제 조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의 주도적 노력과 함께 APEC 회원국 여러분들의 지지와 협력이 동반될 때 한반도 평화 공존의 길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APEC 의장국 지위를 넘겨받은 시 주석은 “아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인 역내 발전과 번영을 위한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2026년 APEC 의장국으로서 중국은 모든 당사자들이 하나되게 해 아태 지역 공동체의 성장과 번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회복력 있고 활력 넘치는 아태 경제 발전을 독려하고, 이 지역의 모든 시민들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경북 경주에서 나흘간의 공식 일정을 마친 세계 각국 정상과 대표단 대부분은 귀국길에 올랐다. 경찰 등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 본회의에 참석한 20개국 정상 중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비롯한 16개국 정상들이 1일 오후 경주 보문관광단지를 떠나 귀국했다. 시 주석은 이날 오후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 일정을 마친 뒤 귀국할 예정이다. 테레사 메라 페루 통상관광부 장관, 린신이 대만 총통 선임고문, 존 리 홍콩 행정장관 등은 하루 더 경주에 머문 뒤 2일 오전 출국하며, 로런스 윙 싱가포르 총리는 서울에서 한·싱 정상회담을 마친 후 출국할 예정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AI 기본사회’ 띄운 李대통령…“모두를 위한 인공지능 실현할 것”

이재명 대통령은 1일 “대한민국은 전 세계 인류가 기술 발전의 혜택을 고르게 누릴 수 있는 '글로벌 AI 기본 사회(Global AI Basic Society)'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2세션 리트리트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은 인공지능(AI) 혁신 생태계 조성에 역량을 집중하며 국가 차원의 AI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 인재 양성, 산업 생태계 활성화, 규제 개선을 통해 글로벌 기업이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은 기술 혁신이 포용 성장을 이끄는 인공지능 기본 사회, 즉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이라며 “대한민국은 이를 핵심 비전으로 삼고 정책을 차근차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이 제안한 'APEC AI 이니셔티브'는 AI라는 거대한 변화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이라며 “한국이 설립을 추진 중인 '아시아태평양 AI 센터'는 AI 정책 교류와 격차 해소를 목표로 역내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AI와 함께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AI와 더불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도 심각한 도전 과제"라며 “APEC 차원의 공동 대응 프레임워크를 제안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인구 문제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문화 산업의 창의성과 교류의 힘은 경제적 가치를 넘어 회원국 간 이해와 연대를 강화하는 원동력"이라며 “AI·인구·문화의 3대 축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역동성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이번 발언은 이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의 AI 비전과 포용적 기술 혁신 전략을 국제사회에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인공지능을 경제와 인구·문화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정부 구상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젠슨 황 ‘짧은 방한’ 엔비디아 특수 ‘예고탄’ 쐈다

재계 주요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시대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는 방식으로 '엔비디아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2025' 참석을 위해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서울·경주를 오가며 다양한 족적을 남겨서다. 삼성·SK·현대차가 엔비디아와 구체적인 AI 협력 청사진을 내놓은 가운데 차세대 반도체 공급 등 추가적인 낭보가 들려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재명 대통령도 “정부도 적극 돕겠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 재계 총수와 '깐부 회동' 이재명 대통령과 'AI 미래 논의' 1일 재계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달 30일 한국을 찾아 1박2일간 일정을 소화하고 31일 오후 포항경주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가장 주목받은 일정은 이른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술자리를 같이한 이른바 '깐부 회동'이었다. 세 사람은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치킨집에서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소맥 러브샷'을 하는 등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서울 코엑스 K-POP 광장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에 깜짝 등장해 관람객들을 놀라게 했다. 황 CEO는 이 자리에서 25년 전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GDDR(그래픽용 D램)을 활용해 '지포스 256'을 출시한 것을 언급했다. 이재용 회장은 “그때부터 (삼성과 엔비디아) 양사의 협력이 시작됐고 젠슨과 우정이 시작됐다"고 답했다. 황 CEO는 31일 경주로 향해 'APEC CEO 서밋' 특별세션 기조연설을 했다. 이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짧게 면담한 뒤 국내외 언론사를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황 CEO는 우리 정부와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 등에 26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금액으로는 14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마지막 일정은 이재명 대통령과 접견이었다. 이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한국 투자에 대한 전폭적 지원 의지를 밝혔고, 황 CEO는 국내 기업들과 교류의 폭을 넓혀가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오픈AI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아태 지역 AI 허브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 동참하기로 했다. 엔비디아도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며 “정부에서는 투자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AI 시대를 가장 먼저 열어가는 테스트베드"라며 “한국이 AI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엔비디아가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황 CEO는 “미국은 소프트웨어에 강점이 있지만 제조업이 약하고 유럽은 제조업이 강하지만 소프트웨어가 약한데 한국은 두 역량을 두루 갖췄다"며 “한국이 AI 분야 리더가 될 가능성이 무한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엔비디아를 만든 게 대한민국"이라고 덧붙였다. 접견 자리에 동석한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등도 이 대통령 발언과 황 CEO의 약속을 환기하며 “대한민국이 AI 강국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 '반도체 AI 팩토리' 건설 등 협력 관계 구축···모빌리티 솔루션 등 협업도 황 CEO 방한 기간 우리 기업들과 엔비디아는 크고 작은 합종연횡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APEC CEO 서밋 특별세션 연설에서 “네이버와 엔비디아가 GPU 인프라를 6만개로 더 확대하기로 했고 삼성과는 AI를 같이 만들어 디지털 트윈 시스템 중심으로 5만개 이상 GPU를 활용한 AI 팩토리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SK그룹과도 AI 팩토리를 만들고 현대차와도 로봇 공장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CEO는 또 “우리는 AI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카이스트 같은 한국의 학계와 스타트업과도 손을 잡고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반도체 제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가 만드는 AI 팩토리는 △설계 △공정 △운영 △장비 △품질관리 등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아우르는 모든 과정에 AI를 적용하게 된다. 스스로 분석·예측·제어까지 하며 '생각하는 제조 시스템'이 구현된다. 이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 개발·양산 주기가 단축되고 제조 효율성과 품질 경쟁력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SK그룹 역시 엔비디아 GPU와 제조 AI 플랫폼 '옴니버스'를 활용한 '제조 AI 클라우드'를 구축한다고 선언했다. 나중에는 이를 제조업 관련 공공기관, 스타트업 등에도 개방해 대한민국 제조업 생태계가 AI 기반으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나갈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 '블랙웰' 기반의 새로운 AI 팩토리를 도입해 자율주행차, 스마트 팩토리, 로보틱스 분야 혁신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모빌리티 관련 통합 AI 모델 개발, 검증, 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양사는 한국 정부의 국가 피지컬 AI 클러스터 구축 계획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관계자들과 협력, 피지컬 AI 생태계 발전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이는 약 30억달러 규모 투자를 수반한다. ◇ 다음 목표는 반도체 동맹 강화···“규제 완화 등 정부 역할도 중요" 우리 기업들은 황 CEO '광폭 행보' 후속조치로 '반도체 동맹'이 더욱 강화되는 상황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렸던 삼성전자는 차세대 제품인 HBM4 샘플이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통과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황 CEO는 지난달 31일 개최된 기자간담회 질의응답 시간에 GPU 제조 관련 “삼성전자가 필요하고, SK하이닉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회사(SK하이닉스)는 매우 집중돼 있고, 다른 회사(삼성전자)는 훨씬 더 다양하다"며 “집중에도 장점이 있고 다양성에도 장점이 있다. 우리는 두 회사 모두 성공적으로 협력하고 있고 선택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치맥 브라더스'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특히 엔비디아가 우회적으로나마 삼성전자 HBM4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첫 그래픽카드 NV1에 삼성의 D램을 탑재했던 초기 협업에서 시작해 현재의 HBM3E·HBM4 핵심 공급 협력에 이르기까지 20년 넘게 강력한 동맹 관계가 이어져 왔다"고 적었다. HBM3E(5세대)뿐 아니라 HBM4에서도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공급 파트너라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HBM4 품질 테스트 통과가 임박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서비스를 엔비디아가 이용할 수 있다는 징조도 보였다. 황 CEO는 삼성과 협력 관계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로보틱스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만들고 있다“며 “우리는 젯슨(Jetson)이라는 브랜드가 있다"고 답했다. 젯슨은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칩이다.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해 젯슨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AI 시대'를 앞두고 전세계적으로 GPU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한국이 이를 우선적으로 받기로 약속했다는 점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SK·현대차·네이버가 총 26만장을 받기로 했고 엔비디아는 국내 기업들과 6세대 이동통신(6G), 의료, 양자컴퓨팅 등 분야에서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는 최대 5만개 GPU를 배치해 기업·산업의 AI 개발을 지원할 계획을 밝힌 만큼 향후 '지원 사격'을 확실히 해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글로벌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고 미국·중국 등 선진국이 AI 역량을 무섭게 키워가는 상황이라 선제적 규제 완화, 적극적 세제 혜택 제공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경주=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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