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에너지 부처·공공기관 ‘갑질’ 문제…관료 조직도 전환해야 [기후에너지환경 단상]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30대 사무관 사망 사건과 한국에너지공단 노동조합의 갑질 문제 제기는 에너지 부문 공직사회의 조직문화에 다시 한번 경고음을 울렸다. 이번 사건을 개인의 비극이나 특정 기관의 문제로만 본다면 같은 일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6년간 에너지 산업 분야를 취재하면서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민간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갑질과 괴롭힘을 호소하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피해자의 얼굴만 달라졌을 뿐 비슷한 구조는 계속 반복돼 왔다.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실무 과장에게 “너 죽을래"라는 취지로 질책했다는 법정 증언은 널리 알려져 있다. 특정 발언의 진위와 별개로 당시 원전 정책을 둘러싼 극심한 압박과 조직 분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당시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거대한 정책 변화 속에서 현장 실무자들이 감당해야 했던 부담은 상당했다. 최근에는 산업부의 에너지 부문과 환경부 조직이 통합되면서 서로 다른 조직문화가 충돌하는 과정까지 겹쳤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 햇빛소득마을 3000개 이상 조성 같은 매우 도전적인 목표가 제시되고, 현장에는 빠른 성과가 요구된다. 문제는 정책 목표가 커질수록 그 부담이 실무자에게 크게 전달된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이미 10만 건을 넘어섰고, 한국전력·전력거래소·한국에너지공단은 하루에도 수많은 민원과 문의를 처리한다. 과잉 발전으로 가동중단(출력제어)를 당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갑질을 당했다는 생각에 기관을 찾아오고, 기관은 기관대로 부족한 인력으로 이를 감당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위에서는 속도를 요구하고 아래에서는 불만이 쏟아지는 상황이 반복된다. 누구라도 이런 환경에서 오랫동안 일하면 여유를 잃을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도 항상 피해자만은 아니다. 사업 허가와 평가 권한을 가진 기관들은 또 다른 관계에서는 갑이 된다. 사업자들은 입찰 과정에서 비공개 정성 평가가 이뤄지는 데 대해 공공기관이 갑질을 한다고 받아들인다. 이에 사업자들은 국회로 달려가기도 한다. 민원인은 국회의원실에 청원하고, 국회의 자료 요구란 수단을 통해 갑을의 위치를 역전시키고자 한다. 이처럼 에너지 산업에서는 갑과 을의 위치가 연쇄고리처럼 이어지고, 바뀌기도 한다. 정부는 공공기관을 압박하고, 공공기관은 사업자를 상대하며 권한을 행사한다. 사업자는 다시 국회와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다. 모두가 어느 면에는 피해자이고, 또 다른 순간에는 가해자가 되는 구조다. 이제 정부도 모든 것을 쥐어틀고 직접 관리하려는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기업 모두가 서로를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협력의 파트너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전환은 권위와 압박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경쟁과 자율, 소통과 신뢰가 작동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반복되는 갑질 논란을 줄이는 가장 근본적인 해법일 것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에너지단상] 전기요금-연료비 연동제 미발동 논란 이젠 해결해야

매년 10월 중순부터 말까지 열리는 에너지 분야의 국정감사에서 매번 언급되지만 도무지 바뀌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다. 연료비 연동제란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에 쓰이는 연료비가 크게 오르면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5년 전인 지난 2020년 국감에서 당시 김종갑 한전 사장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다음해 1월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연료비 연동제는 제대로 발동되지 못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 2022년 12월 전력도매가격(SMP)이 월평균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267.6원까지 치솟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이 뒤늦게 인상된 것이 kWh당 179.2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전기요금이 SMP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2021~2024년 동안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는 약 43조원에 달했고, 부채는 200조원까지 불어났다. SMP가 지난달 기준 kWh당 112.9원까지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전기요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연료비연동제가 제때 작동하지 않아 한전의 적자가 누적된 탓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단순한 제도 미비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치적 눈치보기' 탓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언제나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물가 상승기에는 여론 악화를 우려해 정부가 연료비 인상분을 제때 반영하지 못했고,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요금 동결이 반복됐다. 연료비 연동제가 설계상 독립적인 제도라 하더라도, 실제 발동 여부는 정부와 전기위원회의 정치적 눈치에 달려 있었다. 결국 한전이 정치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다. 지난 2022년 국감에서 당시 정승일 한전 사장이 “요금인상 지연이 한전 적자의 원인"이라고 했고, 2023년에는 김동철 한전 사장이 “원가주의에 기반한 요금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 사장이 전기요금 정상화를 강조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올 국감에서 “러-우 전쟁 당시 에너지 수급 과정의 어려움이 국민 전기요금으로 곧바로 전가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전이 '스폰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장관은 “부채가 과도하게 쌓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기위원회가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전기요금 인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김 사장은 전기요금이 그동안 시장 논리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대기업이 한전 대신 발전사업자에게 직접 전력을 사는 전력직접구매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전력직접구매제는 전력 소비자가 한전이라는 단일 구매 창구를 통하지 않고 발전사와 직접 계약해 전력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해, 시장 경쟁 기능을 살리기 위한 제도다. 지금처럼 요금 결정이 정치적 판단에 좌우되는 구조에서는 한전은 희생양이 되고, 기업은 합리적 선택의 기회를 잃을 판이다. 반대로 연료비가 낮아지면 전기요금도 내려가면 될 일이다. 연료비가 오르면 요금이 오르고, 내리면 요금도 내려가는 상식적인 구조가 작동해야 한다. 연료비 연동제가 제때 작동하지 않으니, 정작 연료비가 낮아진 지금은 전기요금이 내려가지 않는 역주행이 벌어지고 있다.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결과다. 이제는 기후부가 연료비가 전기요금에 곧바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 정치적 고려로 제도 본래의 기능이 마비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에너지 단상] 정권 따라 바뀌는 기후산업국제박람회

기후산업국제박람회를 다섯해 동안 지켜봤다. 산업의 축제로 매해 비슷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정부의 정책이 전시장 배치에 스며든다. 2021년 문재인 정부 때는 '기후산업국제박람회'가 아닌 '에너지대전'으로 열렸다. 에너지대전은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고, 신재생에너지관, 에너지효율관, 지자체관, 공공에너지관, 특별관 등 다섯 개 전시관으로 구성됐다. 원자력은 전시장 한켠에 자리했다. 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이 주인공이던 시절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시회 풍경은 달라졌다. 원전이 중심으로 등장했다. 또한 지난 2023년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열기가 고조되던 시기, 에너지대전은 일산에서 부산 벡스코로 옮겨졌다. 전시관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묶은 청정에너지관, 에너지효율관, 탄소중립관, 미래모빌리티관, 정책금융관, 엑스포홍보관으로 구성됐다. 지난해는 더 큰 변화가 있었다. 따로 열리던 에너지대전, 탄소중립EXPO, 기상기후산업대전,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을 모두 합쳐 기후산업국제박람회라는 이름을 달았다. 에너지와 환경을 함께 묶는 세계적 트렌드도 반영했고, 각 전시회를 따로 여는 비효율도 피하려 한 셈이다. 지난해 전시관에는 'CF100(사용전력의 100%를 무탄소에너지로 조달)'이 등장했다. 국제사회가 내세우는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대신, 원전과 수소를 포함한 한국형 개념을 들고 나온 것이다. 전시관은 무탄소에너지관, 미래에너지관, 미래모빌리티관, 기상기후산업관, 환경에너지관으로 구성됐다. 지난 27~29일 열린 2025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는 이재명 정부의 색채가 담겼다. 전시관은 청정전력관, 탄소중립관, 에너지고속도로관, 기상기후산업관, 환경에너지관으로 배치됐다. 청정전력관은 원전도 포함하면서도 재생에너지를 일정 부분 포용하는 구성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에너지고속도로관 신설이다. 이재명 정부의 기후에너지정책 핵심이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보면 HD현대,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LG전선, 달랑 세 개 부스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개 전시관 중 하나를 차지했다. 다른 전시관과 비교하면 규모 차이가 확연하다. 미래에너지관은 83개 부스, 청정전력관은 200개 부스에 달한다. 숫자로만 보면 초라하지만, 에너지고속도로라는 이름 하나로 독립 전시관 지위를 얻었다. 이렇게 보면 기후산업국제박람회는 단순한 기술 전시장이 아니다. 원전이 빠졌다가 다시 들어오고, RE100이 사라지면 CF100이 나타난다. 올해는 에너지고속도로가 전시관 하나를 차지했다. 기업과 기술의 무대이고, 정부 정책 방향을 함께 알려주는 거대한 풍향계가 기후산업국제박람회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