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2025_IPO] 투기에서 투자로…공모 거품 빠지고 수익률↑

올해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증시 호황에 힘입어 뚜렷한 회복 흐름을 보였다. 신규 상장 기업 수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지만, 공모 규모와 상장 이후 성과 등 질적 지표는 크게 개선됐다. 공모가 거품이 빠진 대신 수익률은 오히려 높아지며 IPO 시장이 투기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스팩(SPAC)과 이전·합병 상장을 제외한 신규 상장사는 코스피 7곳, 코스닥 70곳 등 총 77개사로 집계됐다. 상장 기업 수는 지난해(78개사)와 비슷했지만, 공모 금액은 4조56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4.9% 증가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역시 15조3000억원으로 202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IPO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과열 양상이 눈에 띄게 완화됐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상장 기업의 약 65%가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해 가격을 확정했지만, 올해는 밴드 상단 초과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는 금융당국이 '뻥튀기 상장'을 막기 위해 기관투자자의 자금 납입 능력 검증을 강화하고, 의무보유 확약을 우대하는 제도를 도입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평균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18.8%로 전년(6.5%) 대비 12.3%포인트 상승했다. 제도 개선 이후 상장한 기업만 놓고 보면 평균 확약 비율은 40%를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공모주 시장이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판에서 기업 가치를 따지는 투자판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모가 거품이 빠졌지만 투자 열기는 식지 않았다. 올해 기관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872대 1로 전년보다 오히려 높아졌고, 일반 청약 경쟁률도 평균 1105대 1을 기록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긴 기업은 36곳으로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상장 이후 성과도 개선됐다. 공모가 대비 시초가 상승률은 평균 89.2%로, 지난해보다 24.8%포인트 높아졌다. 전체 신규 상장사 가운데 약 90%가 공모가를 웃도는 시초가를 기록했다. 큐리오시스·에임드바이오·알지노믹스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300% 급등했고 이노테크와 그린광학도 두 배가 넘는 상승률을 나타냈다. 연말 기준으로도 신규 상장 기업의 평균 수익률은 80%를 웃돌며 코스피·코스닥 지수 상승률을 상회했다. 올해 IPO 시장은 전면적 호황이라기보다 선별적 강세가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많다.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높은 기업은 상장 이후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인 반면애 확약 비율이 낮은 일부 기업은 상장 직후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도 나타났다. 실제로 확약 우선 배정 제도 도입 이후 상장한 기업 가운데 확약 비율이 40%를 넘긴 곳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반면, 확약 비율이 20%에 못 미친 기업 일부는 상장 후 15일 이내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내려갔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내년 더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펀더멘털과 확약 비율에 따른 성과 차이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는 '글로벌 기술기업 1호 상장'이라는 상징적인 기록도 나왔다. 영국 국적 딥테크 기업 테라뷰가 코스닥에 입성하며 외국기업 상장 국적이 다변화됐다. 현재 코스닥 상장 외국기업은 중국·미국 중심에서 일본·영국 등으로 점차 넓어지는 모습이다. 내년 IPO 시장에 대해서는 유동성 환경이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대형 IPO를 중심으로 한 발행시장 모멘텀이 올해보다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거래소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R큐더스 관계자는 “풍부한 유동성 환경 속에서 유통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는 만큼 발행시장 역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케이뱅크를 비롯해 에식스솔루션즈 청구기업, 무신사, 업스테이지, 빗썸, 구다이글로벌, SK에코플랜트 등 대어급 IPO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언론을 통해 예고된 거래소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2026년 1분기 중 발표될 예정인 만큼, 해당 기준이 대형 IPO 추진 일정과 흥행 여부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독자들의 선택”…숫자가 말해준 2025 에너지경제 주요 이슈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 6·3 조기 대선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귀환, 그리고 코스피 사상 첫 4000돌파까지. 2025년은 대한민국 정치·경제를 뒤흔드는 굵직한 대형 이벤트들이 끊이지 않았던 다사다난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런 격변의 한 해 속에서 독자들의 관심은 에너지경제신문이 취재한 주요 콘텐츠들에 더욱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본지 기자들이 쓴 기사 가운데 월별 조회 수를 기준으로 독자들이 가장 많이 주목한 기사를 정리했다. 본지는 2026년에도 격변하는 에너지·경제·정치 환경 속에서 독자들이 놓치지 쉬운 변화를 빠르고 깊이 있게 전달하겠다는 원칙을 지켜갈 방침이다. ☞ 1월 : “비싼 보험료 수십년 냈는데"...실손 1·2세대 '강제전환' 날벼락 1월에는 정부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개혁을 놓고 논란이 크게 일었다. 정부는 보험 재정 악화를 이유로 1·2세대 실손보험을 '재매입' 방식으로 정리하고 5세대 실손으로 전환시키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정부의 진행 방식과 타당성에 있어 보험계약자와 의료계 등을 중심으로 극심한 반발이 일어났다. 에너지경제신문은 논란의 핵심 요지와 소비자·보험업계·금융당국의 입장을 조명해 주목을 받았다. ☞ 2월 : [한반도가 물에 잠긴다] 가팔라지는 해수면 상승…“2030년 한반도 5% 침수" 예상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상승 속도가 크게 빨라지면서 2030년까지 한반도 국토의 약 5%가 침수되고 수백만 명이 피해를 입을 것이란 경고가 제기돼 주목을 받았다. 환경단체는 특히 인구 밀집도가 높은 서울, 수도권은 물론 공항, 항만, 발전소 등 주요 인프라가 침수될 위험이 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및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이 기사는 기후 위기가 국토·인구·인프라 차원의 국가 리스크로 전환되고 있음을 상기시켜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3월 : 동해심해 가스전 가능성 여부 곧 판명난다…석유公, 해외투자 유치 착수 동해 심해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가능성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는 한국이 명실상부한 산유국 대열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첫 탐사시추 결과 경제성 있는 가스전으로 개발할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이에 석유공사는 해외 사업 파트너를 찾기 위해 국제 입찰 절차에 나서기로 했다. 이 입찰은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이 다시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판가름하는 분수령이라는 점에서 당시 주목을 받았다. ☞ 4월 : [단독] 태양광·풍력 고정가격계약 기간 20년 고정 풀린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태양광·풍력 발전 사업자들이 전력당국과 전력을 판매하는 고정가격계약을 맺을 때 계약기간을 20년만이 아닌 다른 기간도 선택할 수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태양광·풍력 고정가격계약이 20년 계약기간만 있던 것에서 15년, 10년, 25년 계약기간도 가능해진 것이다. 그동안 발전 사업자들은 계약 기간을 조정해달라는 입장을 피력해온 만큼 해당 보도는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 5월 : [에너지경제 여론조사]깜깜이 직전, 이재명·김문수간 격차 더 커졌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지난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와 함께 정기적으로 후보들의 지지율을 조사·공개해 왔다. 특히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이른바 '깜깜이 기간' 직전까지 조사를 실시해, 유권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공식 지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 조사는 이후 선거판의 방향에 영향을 미쳐 대선의 막판 판세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작용했다. ☞ 6월 : 이스라엘의 강력한 힘…배경에는 가스전이 있다 지난 6월 이스라엘이 앙숙인 이란의 군, 핵시설 등에 대한 선제공격에 나서면서 중동 갈등이 전면전으로 번질 것이란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스라엘이 이슬람 시아파의 종주국 이란과 전쟁을 벌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압도적인 첨단무기도 있지만, 에너지안보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가스전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에선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를 둘러싼 경제성 등의 논란이 지속됐지만 에너지경제신문은 10년에 걸친 이스라엘의 가스전 확보 사례를 조명해 큰 주목을 받았다. ☞ 7월 : [단독]“코스피 5000 가자는 의원들, 실제론 부동산 '몰빵'"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증시 부양 기조에 발맞춰 '코스피 5000시대'를 실현하겠다며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이에 소속된 국회의원들은 정작 '부동산 부자'들로 주식 투자는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당시 입수한 자료 결과 소속 의원 10명의 총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한 비중은 50%에 육박한 반면 주식 자산은 2.5%에 불과했다. ☞ 8월 : 비공개 원전 합의문 유출, 배후는?…산업부·한수원 논란 확산 지난 1월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 2022년부터 2년 넘게 끌어온 지식재산권 분쟁 절차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합의문은 체결 당시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계약 조건에 한전·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에 원전 1기 수출마다 1조원이 넘는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 및 로열티를 제공하고, 유럽 등 선진 시장 독자 진출을 포기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불공정 합의'에 대한 논란이 커지기 시작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합의문이 외부로 유출된 배경을 짚어보면서 이러한 논란이 과도하게 정치적 프레임으로 소비되는 것 아니냐는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해 주목을 받았다. ☞ 9월 : 오는 10일 전후 부동산대책 나온다…세제 빠지고 3기 신도시·정비사업 속도낼 듯 에너지경제신문은 국토교통부가 9월 10일 이전에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해 건설부동산 업계는 물론, 내집 마련 수요층 중심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는 와중에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집값 상승이 우려된 상황이었다. 특히 이번 대책은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라 향후 추진될 전체적인 주택 공급 정책의 얼개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었다. ☞ 10월 : 외국인, 삼성전자만 산 게 아니었다…1년 새 지분 쓸어 담은 종목은? 국내 증시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충격에 짓눌렸다. 그러나 6월 조기 대선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한국을 떠났던 외국인 자금이 복귀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었고, 이들의 지난 9월 순매수액은 6조680억원에 달했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집중 매수하면서 코스피 지수 상승을 견인했지만 에너지경제신문은 이들이 주목한 다른 주식들에 대해서도 조명해 관심을 받았다. ☞ 11월 : 주담대 30년 고정금리?...은행권 “수요 없는데" 한숨 에너지경제신문은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초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 출시를 유도했다고 보도해 업계와 대출 수요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은행권에선 주로 고정형 주담대로 5년 주기형이나 혼합형 상품을 운영해왔는데 당국은 최소 10년 이상, 최대 30년에 달하는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를 출시하는 방안을 고안했던 것. 다만 소비자들의 수요 부족, 자금 운용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은행들이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상품을 선보이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은행권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수요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당국이 이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건이었다. ☞ 12월 : 금·은값 상승세 끝이 아니다?…“내년엔 시세 더 뛴다" 올해는 주식·비트코인 등 위험자산과 금과 같은 안전자산이 동시에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 현상이 일어났다. 이 중에서도 귀금속인 금·은 가격 상승세가 두드려져 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올해 금값은 사상 처음으로 3000달러, 4000달러선을 연이어 넘어서면서 연 상승률이 60%를 넘어선다. 가격 변동성이 커 '악마의 금속'으로 불리는 은값 상승폭은 금을 뛰어넘는다. 투자 업계에서는 금·은 가격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소식을 에너지경제신문이 전해 주목을 받았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아듀2025_증시] 코스피·코스닥, 연초比 ‘76·37% ↑’…‘글로벌 최고’

2025년 국내 증시는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0일을 기점으로 유의미한 기록을 남겼다. 코스피는 4214.17, 코스닥은 925.47로 거래를 마쳤다. 연초 대비 각각 75.6%, 36.5% 상승한 것이다. 올 하반기 코스피는 연중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고, 코스닥 역시 시가총액 500조원을 넘어섰다. 단기 반등이 아닌 구조적 상승 흐름이었다는 점에서 2025년 증시는 이전과 다른 국면을 열었다는 평가다. 연초 국내 증시는 순탄치 않았다. 정치적 불안정성과 미국 상호관세 우려가 겹치며 코스피지수는 4월9일 2293까지 밀리며 연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6월 정권 교체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되자 분위기가 빠르게 반전됐다. 주주가치 제고와 불공정거래 근절을 핵심으로 한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본격화되며 투자심리가 회복됐고, 반도체 업황 개선이 맞물리며 상승세로 전환됐다. 10월27일에는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2.57% 오른 4042.83에 마감하며 역사상 처음으로 장중·종가 기준 모두 4000선을 넘어섰다. 6월 3000선을 회복한 이후 불과 다섯 달 만에 1000포인트를 추가로 끌어올린 셈이다. 연말 종가(4214.17) 기준으로 보면, 연초 대비 연말 상승률이 20개국(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이같은 코스피 상승에 힘입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돌파하며 시장 규모 자체가 한 단계 확장됐다. 수급을 보면 코스피 시장에서 연간 기준으로 외국인은 9조, 개인은 19조700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은 18조2000억원, 기타법인은 10조5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상승 국면만 놓고 보면 외국인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5월부터 10월까지(8월 제외) 19조5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연간 기준 수치는 순매도였지만, 핵심 구간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방향성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코스닥은 성격이 달랐다. 개인이 9조1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을 주도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조1000억원, 7000억원을 순매도했다. 2025년 코스피 상승은 상법 개정 등 제도 개선, 실적 모멘텀, 대외 환경 안정세가 맞물린 구조적 리레이팅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회와 임원진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했고, 최대주주의 감사위원 선임 의결권을 3%로 제한했다. 독립이사 요건 강화, 전자주주총회 확대, 누적투표제와 감사 선임 분리 의무화 등도 포함됐다. 그동안 논란이 컸던 계열사 합병이나 분할, 오너 중심 의사결정 구조에 제도적 제동이 걸리면서 시장 신뢰가 회복됐다. 법안 통과 직후 코스피가 하루 만에 2% 넘게 급등했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가 부각됐다. 여기에 반도체 초호황과 조선·방산·원전(조방원)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실질적인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 유동성 환경이 개선된 점도 지수 레벨 상향을 뒷받침했다. 실제로 2025년 코스피 전 업종이 상승한 가운데 기계·장비, 전기·전자, 전기·가스, 증권 업종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닥은 활성화 정책 기대와 AI발 반도체 업황 호조가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하반기 들어 거래대금이 빠르게 회복되며 4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12조7000억원으로 연평균 대비 51.2% 증가했다.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2025년 증시는 상반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변수, 하반기에는 AI 투자 랠리가 지배했다고 볼 수 있다. iM증권은 2026년을 여는 질문으로 이 두 축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제시한다. 내년 트럼프 리더십은 지난 10년간 이어진 정치 리더십 이후의 질서를 준비하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AI 투자 역시 미국 경제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기대를 받지만 수익화 지연과 비용 증가, 자산 버블, 전력 부족 등 구조적 과제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AI 관련 산업과 비관련 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크레딧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 연준의 정책 선택이 시험대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에서 AI 관련 산업과 그렇지 않은 산업 간 양극화가 점차 심해지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산업 간 양극화가 언제까지 유지 가능할 것인지, AI 투자 열기에서 소외된 부문이나 AI 투자 관련 부문의 크레딧 리스크 부각, 인플레이션 재발 가능성과 연준의 선택 등이 새로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2025 제약바이오 결산 下] K-바이오, 기술수출 20조 시대 열었다

올 한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 기술수출 규모가 사상 최초로 20조원 고지를 돌파했다. 바이오텍을 중심으로 '플랫폼 수출'이 잇따르며 K-바이오는 명실상부 '빅파마 파트너'로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 국내 업계 1~2위를 다투는 대형 바이오기업은 질적 성장도 함께 이끌었다. 내년 글로벌 시장에서 K-바이오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3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업계의 누적 기술수출 규모(비공개 계약 제외)는 총 145억3000만달러(약 20조8300억원)로 집계됐다.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2021년(13조2000억원) 대비 57.8%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62%나 늘었다. 당초 지난달 집계 당시 기술수출액은 약 18조원을 웃돌며 역대 최대실적 기록을 확정지었는데, 이달 오스코텍이 조단위 수출계약을 추가 성사하며 20조원선 돌파에 힘을 실었다. 오스코텍은 지난 16일 사노피와 타우단백질 타깃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물질 'ADEL-Y01'에 대해 최대 10억4000만달러(1조5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업계 기술수출 규모는 '바이오 플랫폼'을 중심으로 조단위 계약이 잇따라 성사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앞서 알테오젠이 지난 3월 제형개선(정맥주사→피하주사) 플랫폼 기술 'ALT-B4'를 13억5000만달러(1조9400억원) 규모로 아스트라제네카에 기술이전하며 반향을 일으켰고, 알지노믹스는 지난 5월 리보핵산(RNA) 편집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라이릴리와 14억달러(2조원)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해 업계 수출규모 확장에 힘을 보탰다. 에이비엘바이오의 경우 지난 4월과 11월 자사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토대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일라이릴리와 각각 30억2000만달러·25억6200만달러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해 올해만 8조원이 넘는 기술이전 실적을 세웠다. 이러한 업계의 올해 기술수출 호실적은 글로벌 빅파마를 대상으로 활발히 진행됐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200여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돼 최대 4000억달러(574조6400억원) 규모의 매출 판도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의약품은 특허가 만료되는 즉시 복제약(제네릭·바이오시밀러)이 출시되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한다. '특허절벽'이 본격화하며 넥스트 캐시카우 확보가 절실한 빅파마들이 파이프라인 개발을 위해 우리 업계와 적극적인 파트너십 구축에 나서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K-바이오의 신뢰도와 경쟁력이 입증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올해 국내 대형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는 질적 성장 시도도 꾸준히 진행됐다. 해외 생산시설 확보는 물론, 신약개발을 통한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9일 GSK의 미국 메릴랜드주 소재 6만ℓ 규모 원료의약품(DS) 생산 공장을 2억8000만달러(4000억)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셀트리온도 지난 9월 미국 뉴저지주 내 일라이릴리 생산시설을 인수하며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담을 사실상 해소했다. 이들 기업은 지난달 기준 글로벌 바이오기업 시가총액 5위(분할 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6위(셀트리온)에 오르며 국내외에서 바이오 명가 입지를 구축했다. 또한 올해 항체-약물접합체(ADC)·다중항체 등 바이오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실험 단계에 진입하면서 '빅파마'를 향한 여정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계획(IND)이 제출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방광암 ADC 후보물질은 내년 임상 1상개시를 목표로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셀트리온 다중항체 항암 신약 후보물질은 지난 29일 FDA로부터 1상 IND를 승인받았다. 특히 셀트리온은 이달 초 미국에서 1상을 진행중인 비소세포암 치료 ADC에 대해 FDA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받으며 개발 속도를 올렸다. 이처럼 국내 바이오업계가 올해 양적·질적 성장을 이끈 가운데, 지난 18일 발효된 미국 생물보안법 영향으로 미국 내 중국 중심이었던 시장구도가 재편될 움직임을 보여 내년 우리 업계의 활약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구도 재편에 따른 반사이익이 한국 뿐만아니라 유럽권과 일본·인도 등 아시아태평양권 국가까지 광범위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는만큼, 우리 업계도 경쟁 심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뒤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바이오의약품) 시장 내 중국 영향력이 배제된다 하더라도 그 반사이익이 온전히 우리 업계에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비약에 불과하다"며 “기회를 잡기 위해 치밀한 사업전략을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2025년 결산] 공급과잉 부진 늪에 빠진 석화·정유, 사업 재편 돌파구 안간힘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던 석유화학 업계가 올해 그 종지부를 찍으려 부단히 노력한 해로 남았다. 정유 산업도 글로벌 설비 과잉 속에서 중국과 중동이 가격 경쟁력으로 추격하는 데 대처하는데 주력했다. 30일 석화·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은 올해 석화분야 중심으로 실적 부진세를 이어갔다. SK이노베이션 화학부문은 올해 1~3분기 2697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 LG화학도 석화부문만 놓고 보면 영업적자가 1189억원을 기록했다. 이들은 석화 부문의 부진을 윤활유나 배터리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만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와 석유탐사·개발 등 다른 사업이 호조를 보이며 연결 기준 111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LG화학도 첨단소재부문과 LG에너지솔루션 덕에 전체 영업이익이 40% 증가한 1조5942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도 기초 석유화학 소재가 전체 영업실적을 끌어내렸다. 롯데케미칼 기초화학사업부는 올해 4638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적자 폭을 줄였다. 한화솔루션도 기초소재부문이 영업적자 1285억원를 냈다. 그나마 3분기에 에틸렌 마진이 잠시나마 상승세를 타 당장 이들 4사의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지난해보다 16배 넘는 3971억원으로 나왔다. LG화학은 영업이익이 1조5118억원으로 흑자 전환하고, 롯데케미칼은 영업적자를 6750억원으로 줄일 것으로 예측됐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석화업계가 위기라는 얘기가 나온 지 꽤 됐기 때문에 신소재를 시장에 선보이는 식으로 위기를 돌파하기에 늦은 면이 있다"며 “올해는 일단 생산 감축으로 공급 과잉에 대처하는 것부터 시급히 해나가야 했던 때"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도 힘겨운 한 해를 보내기는 매한가지였다.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과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GS칼텍스는 230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15.1% 줄었고,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과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은 각각 1258억원과 190억원, 13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역시 윤활유 같이 수익성이 좋은 사업에 더해 3분기 유가 하락 영향으로 정유4사가 모두 영업이익을 내면서 추가 손실을 막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래 정유산업은 길게는 1년 주기로 실적 하락과 상승 사이클을 타는데,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번 하강 국면은 예전보다 길어졌다"며 “올해 3분기 정유사들이 영업 흑자를 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불안, 전세계적 설비 축소 같은 일시적 대외 요인 때문이라 상승 사이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가 잘 안 나온다"고 말했다. 올해 석화업계는 이 같은 실적 부진을 극복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첫 발을 지난 8월 산업재편 자율협약으로 내딛었다. 석화업계는 원래 기초유분부터 고분자 소재(폴리머)까지 수출 중심으로 경쟁력을 발휘했지만, 2022년 실적 부진이 본격화하면서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 필요성이 커졌다. 그러나, 국내 석화기업들이 생산한 에틸렌 같은 기초 유분이 가격 경쟁력을 잃었더라도 고부가가치 소재를 생산하는데 쓰이기 때문에 생산 감축에 나서기를 주저했다.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2년 가량을 보냈다. 산업통상부와 업계, 금융권은 이대로 가면 안된다는 위기감에 지난 8월 말 모여 한국 석화산업의 연간 에틸렌 생산 능력을 전체의 18~25%인 270만~370만톤만큼 줄이기로 약속했다. 충남 대산 석화 산업단지에 공장을 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가장 먼저 설비 통폐합을 포함한 사업 재편안을 내놓으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정부가 제출 시한으로 못박은 연말 전까지 여수와 울산 산단 소재 기업들도 사업 재편안을 마련하면서 석화사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와 금융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의견 접근을 완전히 이룬 것은 아니다. 에틸렌 생산 감축 뿐만 아니라 어떤 제품의 생산능력을 키워 수익성을 확보하고, 미래 소재 연구개발과 생산을 어떻게 준비할지를 석화사와 정유사가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장별로 설비 체계와 노후 정도가 달라 정교한 설비 통폐합 준비 가정을 거쳐야 되는 것이다. 석화업계는 스페셜티 소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첫발을 내딛으며 올해를 마무리했다. 지난 2일에는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석유화학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사업재편 절차 간소화와 규제 특례 부여의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 아울러 산업통상부와 지자체, 국내 석화기업, 석화소재 수요 기업, 연구소 등이 모여 지난 23일 '화학산업 혁신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전기 자동차, 자율주행차 같은 혁신 산업이 성장하려면 첨단 소재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석화사들이 관련 기업에 맞는 소재를 개발하는 토대를 다졌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탄핵 여파·트럼프 재집권’ 카오스로 흔들렸지만…‘슈퍼 랠리’로 끝났다

2025년은 다양한 분야에서 '4'가 등장해 주요 이슈들에 특별한 의미가 더해졌다. 한국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해 새 역사를 썼다. 지난 6월 3000선을 넘어선 지 약 4개월 만에 4000선 고지를 밟은 것으로, 코스피의 올해 수익률(75%)은 주요국 증시 가운데 압도적 1위다. 코스닥(35.1%) 역시 상위권에 위치해있다. 반면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1480원을 넘어서 한국 경제의 최대 걱정거리로 부상했다. 2025년 4월에도 굵직한 이벤트들이 대거 등장했다. 헌법재판소는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와 유예 조치로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정부는 '주4.5일제'를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노동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했고 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MS)는 시가총액 4조달러를 넘어섰다. 국제금값 역시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122일만에 파면됐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헌정사상 두 번째로 탄핵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지난 1월엔 현직 대통령으로 처음 체포·구속되기도 했었다. 8년 만의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6월 '장미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9.42% 득표율로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선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기 위해 나서려는 모습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25년 올해의 100대 사진'에 포함되기도 했다. 새정부가 출범 이후 약 7개월 만에 청와대 이전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9일부터 청와대로 다시 출근하게 됐다. 이로써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과 함께 시작된 '용산 시대'는 3년 7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올해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2기를 맞아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동맹국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모든 교역국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관세 폭탄'을 부과하면서 80년 가까이 유지돼 온 자유무역 질서가 사실상 무너졌다. 무역 불균형과 비관세 부정해위를 바로잡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품목별 관세에 이어 10%의 기본관세와 국가별 차등관세(상호관세)까지 적용했다. 한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5%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미는 지난 10월 열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15% 낮아졌다. 그 대가로 한국은 미국에 총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다만 그중 2000억달러를 매년 200억 달러 한도로 집행하기로 했다. 일본 등 주요 경쟁국과 동일한 관세율을 확보받고,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제가 막을 내리면서 산업계의 부담은 커진 상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중간 무역 갈등도 격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잇달아 올려 총 145%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중국은 굴복하지 않았다. 중국은 125%의 보복 관세를 적용하며 미국에 맞섰고 핵심 광물자원인 희토류를 무기 삼으면서 미국과 '무역 휴전'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중국은 다른 지역으로 수출을 늘렸고, 그 결과 올해 1~11월 중국의 상품 무역 흑자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달 중국의 대(對)아프리카 수출은 무려 28% 가까이 급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외교무대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9월에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문위원장을 비롯한 '권위주의 국가'의 정상들을 대거 부르면서 반서방 진영의 결속을 과시했다. 올해도 기후 재난이 일상화됐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올 3월엔 고온건조한 날씨 속에 강풍까지 겹쳐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역대급 산불이 발생했다. 26명이 숨지고 31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5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피해 면적은 10만헥타르에 육박했다. 6월부터 이른 더위가 시작되면서 이번 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5.7도로 1973년 관측망 확충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25.6도)를 넘어선 수치다. 올해는 또 극한 호우가 전국 곳곳을 강타했다. 지난 7월 충남 서산, 전북 무안 등지에서는 시간당 100㎜를 넘는 국지성 극한호우를 겪었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9월 1일부터 10월 13일까지 서울 지역에 내린 강수량은 모두 530㎜로 평년 같은 기간의 165.5㎜의 3배가 넘었다. 반대로 강원 강릉에선 가뭄 때문에 오봉저수지가 맨바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자 정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출범시켜 기후재난 대처에 나섰다. 기후부는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기후변화 협약에서 탈퇴를 발표했고, 화석연료 중심의 정책으로 회귀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탄소중립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영국 비영리단체 에너지기후정보연구소(ECIU)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태양광, 풍력, 배터리, 전력망 등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규모가 2조2000억달러(약 3156조원)에 육박해 화석연료 투자액을 큰 폭으로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가적 노력도 돋보인다. 호주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62~70% 감축하겠다고 공언했고, 덴마크와 영국은 각각 82%, 81%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세계 최대 배출국인 중국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향후 10년 안에 배출량을 최대 1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주식·비트코인 등 위험자산과 금과 같은 안전자산이 동시에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 현상이 일어났다. 초창기엔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상황 속에서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하는 투자 전략인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가 부상해 자금이 비트코인·금·주식 등에 몰렸다. 그 결과 지난 10월 초반까지 모든 자산들이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10월 중순부터 비트코인 시세는 다른 주요 자산들과 정반대된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 주식, 금, 은 등의 가격은 올 연말까지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비트코인은 여전히 전고점 대비 30% 급락한 상태다. 반면 금값은 29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올해 들어 64% 급등했고 은 시세는 무려 140% 폭등했다. S&P500 지수도 올해까지 3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글로벌 금리인하 기조 속에 지정학적 갈등,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2025년 연초부터 글로벌 AI 패권경쟁이 치열해졌다. 중국이 지난 1월 엔비디아의 저사양 칩인 H20을 활용해 생성형 AI 딥시크를 공개하면서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높은 성능의 AI 모델을 선보이자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중국 업체들은 딥시크 발표 이후 자체 AI 모델·반도체를 내놓으면서 자립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강도 높은 규제가 중국의 기술 자립을 앞당기고 있다는 판단에 트럼프 대통령은 고성능 AI 칩인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를 의식한 중국 역시 H200 구매를 아직까지 승인하지 않은 상태다. 중국에 이어 미국의 다양한 경쟁사들도 자체 AI 모델을 출시하면서 챗GPT 개발사 오픈AI과 격차를 좁히고 있다. AI 산업에 지각변동은 구글이 지난달 차세대 AI 모델인 제미나이3를 공개하면서 가속화됐다. 아마존 역시 지난 2일 전력 효율성을 끌어올린 자체 칩 트레이니엄3를 선보이며 오픈AI·엔비디아 중심으로 이어졌던 'AI 트레이드'가 분산됐다. 하지만 AI가 기대만큼 '돈이 되는 산업'이 아니라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AI 거품론'도 거세진 상태다. 2025년에는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대규모 사이버 보안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SK텔레콤에서는 지난 4월 가입자 2300만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KT의 경우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활용한 무단 소액결제 사건이 지난 9월 발생했다. KT 사태와 같은 시기 롯데카드 고객 29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이 터졌다. 연말에는 쿠팡에서 가입자 3370만명, 신한카드에서 가맹점 대표자 19만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태마저 발생해 국민 불안이 증폭됐다. 최근 넷마블에서 611만명의 개인정보 유출이 일어나 게임업계도 안전지대가 아님이 드러났다. 올해는 국가 전산망이 마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9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 화재가 발생해 정부24와 국민신문고 등 행정 시스템 709개가 운영을 멈추며 국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2025년은 K컬쳐가 국경을 초월해 글로벌 대세로 자리를 잡은 해였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전 세계 시청수 3억회를 돌파해 넷플릭스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올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오에스티(OST) 타이틀곡 '골든'은 K팝 장르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1위를 석권했다. 골든은 걸그룹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APT.)와 내년 2월 열리는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나란히 올랐다. 케데헌 열풍은 다른 분야로도 빠르게 확산했다. 올 1~11월 라면·김 등을 비롯한 K푸드 수출액은 103억75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7%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개관 이래 처음으로 관람객 600만명 시대를 열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025 제약바이오 결산 上] ‘내실’ 다지던 제약업계, ‘약가 인하’ 막판 악재

국내 상위 제약사 다수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올 한해 K-제약업계에 훈풍이 잇따랐다. 두 자릿수 성장률로 내실을 강화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장기 체력도 성공적으로 다졌다. 그간 고심해온 성장 전략을 현실화하며 올해 국내 제약산업의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다만, 정부가 업계 기초체력인 제네릭(복제약)의 약가 산정률을 낮추는 개편 계획을 발표하면서 업계의 성장 열기에 막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상위 10대 제약사들이 대부분 전년 대비 매출·영업이익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연간 영업이익의 경우 이 기간 두 자릿수 성장률이 일반화하며 업계의 내실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상위 제약사 10곳 가운데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은 JW중외제약을 제외하고 총 9곳의 연간 실적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이들 기업 모두 지난해보다 연매출 규모가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HK이노엔이 18.3%로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GC녹십자(15.2%)·동국제약(12.9%)·대웅제약(10.9%) 등이 10%대 성장률로 뒤를 이었다. 업계 성장세는 영업이익 증가율에서 더욱 극명히 드러났다. 유한양행이 138.8% 수준의 가파른 성장률을 보였고, GC녹십자와 대웅제약은 각각 91.6%·34.7%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보령(27.7%) △HK이노엔(22.8%) △동국제약(20.6%) △한미약품(10.0%) 등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250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맛봤던 동아에스티도 올해 영업이익 35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나설 것으로 추측됐다. 9개 기업 중에선 종근당이 유일하게 25.6% 감소해 전년 대비 내실이 축소할 것으로 점쳐졌다. 이러한 업계 호실적은 각 기업이 지난 수년간 수립해온 중장기 성장 전략의 결실로 평가된다. 유한양행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토대로 육성한 '렉라자'의 경우 올해 상반기만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1500만달러(약 215억원)를 안겼다. 이어 올 4분기부터 관련 중국·유럽 마일스톤(각 4500만달러·3000만달러)이 순차 유입돼 유한양행 실적을 견인할 예정이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일환으로 국내 바이오텍 오스코텍으로부터 지난 2015년 도입해 2018년 존슨앤존슨(J&J)에 기술수출한 비소세포암 치료 신약이다. J&J 자회사 얀센은 자사 치료제 '리브리반트'와 렉라자의 병용요법 개발에 나선 가운데, 기성 약물대비 우월한 약효를 입증하면서 글로벌 블록버스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GC녹십자도 자사 주력 포트폴리오인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현지화 전략에 힘입어 지난해 7월 현지 출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크게 늘렸다. 특히 지난해 말까지 대규모 현지 혈액원 투자를 이어가며 알리글로 핵심 원료인 혈액 공급처 확보에 나선 GC녹십자는 올 3분기 누적 5600만달러(802억6000만원) 규모의 알리글로 매출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올 4분기 알리글로 매출이 1~3분기 누적 매출의 75% 수준인 4200만달러(60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울러 대웅제약은 디지털헬스케어를 비롯한 '토탈 헬스케어'를, 보령은 '레거시 브랜드 인수(LBA)' 전략을 토대로 외형과 내실을 고루 다졌다. 이처럼 업계는 올해 자사 핵심 성장전략을 기반으로 실적을 끌어올리며 미래동력 확보를 위한 기틀 마련에 나섰으나, 정부가 '약가 개편'을 추진하며 올해 업계의 성장 열기는 막판 제동이 걸린 채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제네릭·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오리지널 대비 53.55%(현행)에서 40%대까지 인하하는 약가제도 개선안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부의했다. 해당 개선안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1000원으로 가정했을 때, 5355원으로 산정되던 제네릭 약가가 4000원대까지 낮아지는 방식이 골자다. 규모를 막론하고 대다수 기업이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만큼, 제네릭은 이른바 '기초체력'으로 불린다. 올해 경영성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제네릭 약가 인하 드라이브로 내년 성장 동력이 둔화할 우려가 커졌다는 업계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업계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주요 협단체를 중심으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정부에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비대위는 “기존 약가 정책과 이번 개편안이 국민건강에 미칠 영향을 산업계와 함께 면밀하게 분석하여 그 결과에 기반한 합리적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개편안 시행을 일정 기간 유예,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개선안을 도출하여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관세·건설침체·고환율 ‘압박’ 속 해외투자·K스틸법 ‘숨통’

철강업계가 올해 내내 관세전쟁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철강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법안인 일명 'K-스틸법'과 해외 생산 거점 확보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2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철강사들은 보호무역주의 영향에 부진한 수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무역협회 통계에서 올해 1~11월 한국 철강제품(MTI 61)의 수출 실적은 278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8.8% 감소했다.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멕시코 등 전체 수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상위 5개국만 놓고 보면 14.8% 줄어든 130억달러를 기록했다. 보호무역주의가 뉴 노멀로 자리잡아온 데 더해 세계 각지에서 철강품목 관세를 노골적으로 부과하기 시작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4월부터 철강 관세 25%를 매겼고, 6월 들어 관세율을 50%로 높였다. 유럽연합과 캐나다도 국가별 저율 관세 할당량(TRQ) 감축과 고율 관세 부과를 선언하면서 철강 무역장벽을 더 높였다. 국내 시장도 건설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침체 일로였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철근 생산량이 537만톤으로 9.2% 줄며 지난해에 이어 감소폭을 유지했다. 국내 판매도 9.9% 감소한 519만톤을 기록했다. 국내 건축착공 면적이 5794만㎡로 13% 감소한 점이 철근 수요 부진 이유를 보여준다. 이 같은 철강산업의 부진은 고용 같은 지역경제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철소와 제강소 등 다양한 철강 관련 기업들이 모여 있는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은 각각 올해 8월과 11월 산업통상부가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했다. 충남 당진시도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요청하고 나섰다. 한국 철강업계는 저가 제품으로부터 국내 시장을 보호할 대책을 내세웠다. 반덤핑 제소가 대표 사례다. 한국무역위원회는 지난 8월 중국산 후판에 대해 최대 34.1%의 반덤핑 관세를 매기기로 확정했고, 9월부터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수입한 탄소 또는 합금강 열연 제품에 30% 내외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산 후판의 경우 반덤핑 조치 대상인 중국 철강사 9곳이 한국 시장에 원래 가격대로 수출하겠다는 약속을 전제로 관세를 매기지 않기로 했다. 국내외 수요 부진에 더해 올 하반기 들어 나타난 원화 가치 하락도 철강업계의 고민으로 떠올랐다. 주요 원재료인 철광석과 석탄을 수입에 의존해 조달하기 때문이다. 7월 들어 환율은 1400원선에 가까워진 뒤 9월 말경 1400원선을 넘어섰다. 이달 들어서는 1480원을 돌파하며 1500원선을 위협하다가 지난 24일 외환당국의 강력한 구두 개입으로 1450원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고착화될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원가 부담은 철강업계에 여전히 남아 있다. 철강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됐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결정도 잇달았다. 관세 장벽을 넘을 유일한 돌파구로 거론된 해외 현지 제철소 투자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철강사들은 한국에서 쇳물을 틀에 붓고 반제품을 만드는 공정을 거친 뒤 북미, 유럽, 동남아 등에 마련한 주요 거점으로 옮겨 제품을 최종 완성하는 식으로 해외 시장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최근 철광석 환원과 쇳물 주조 단계부터 해외 현지에 공정을 두는 전략으로 철강사들이 방향을 틀고 있다. 일본제철이 미국 제조업 부흥의 상징과도 같은 US스틸 지분을 사들이는 파격적 결정을 내린 점도 이 같은 기조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제철은 3월 미국 현지에 연산 270만톤 규모의 직접환원철 전기로 제철소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내놨고, 이달 초 청사진을 첫 공개했다. 포스코는 이 제철소에 지분 20%를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현지 철강사와 손을 잡는 카드도 고려하고 있다. 그동안 주요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완성차 공장을 겨냥해 자동차용 강판의 시장 입지를 유지 또는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포스코는 고도의 경제 성장세를 타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인 인도에서도 합작 일관제철소 건립을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K스틸법) 제정으로 철강산업이 미래 성장 청사진을 그릴 토대가 마련되기도 했다. K-스틸법에는 △5년 단위 철강산업 기본계 수립 △국무총리 산하 특별위원회 설치 △저탄소 철강 연구개발 △저탄소 철강 인증제 마련 등을 담았다. K-스틸법은 8월 여야 국회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한 뒤 약 3개월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철강업계는 K-스틸법 제정을 환영하며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2025 패션·뷰티·관광 결산] 올리브영·무신사, ‘케데헌’과 함께 날았다

2025년은 한국 패션과 뷰티 및 관광 산업이 어느 때보다 빠르고 넓게 전 세계로 뻗어나간 해였다. 2000년대 초반 '한류'라는 이름으로 아시아에서 꽃망울을 터트리더니 어느새 'KOREA'의 'K'와 결합해 국가 경쟁력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이에 본지는 올 한 해 글로벌에서 맹위를 떨친 K패션과 K뷰티, K관광을 톺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올리브영, 한국 화장품의 글로벌 성장 이끈 주역 국내 최대 헬스&뷰티 전문점 CJ올리브영은 K-뷰티의 글로벌 성장 기여도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입점한 국내 유일무이한 플랫폼으로서 한국 화장품의 '보고(寶庫)'로 불리며 K-뷰티의 글로벌화에 공을 세웠다. 이러한 노력은 올해 누적 방한 외국인 매출액 1조 달성으로 입증했다. 1~11월까지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한 외국인의 구매 금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의 25%에 달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는 엔데믹 전환기에 접어든 2022년 연간 실적 대비 약 26배 성장한 수치다. 이 기간 글로벌텍스프리(GTF)에서 발생한 국내 화장품 결제 건 수의 88%는 올리브영 매장에서 이뤄져 외국인 10명 중 9명이 쇼핑을 즐긴 셈이다. 특히 한국에서 올리브영을 경험한 외국인이 귀국 후 일상에서 온라인몰 '올리브영 글로벌몰'을 이용하는 전환율이 높아지면서 K-뷰티의 인기가 지속되는 효과를 낳았다. 현재 글로벌몰은 150여 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며, 336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발판삼아 올리브영은 내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미국 1호 매장을 오픈하고 K-뷰티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은 글로벌 소비자에게 확산시킨다. 이를 통해 더욱 다양한 브랜드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현지 기반이 돼 K-뷰티 산업의 지속가능한 세계화에 앞장선다. ◇ 무신사, 인디브랜드 상생·자체 성장하는 패션생태계 구축 패션기업 무신사는 편집숍 무신사 스토어와 자체 SPA(제조·유통 일괄) 캐주얼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를 앞세워 패션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무신사 스토어를 통해 중소·인디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고, 무신사 스탠다드를 통해서는 패션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이들 브랜드가 국내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해외 진출의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더욱 성과를 인정받는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무신사 스탠다드 누적 방문객은 20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율이 높은 명동, 성수, 한남 매장에서 외국인 판매 총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약 49% 증가했다.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는 일본 중심으로 성장 규모를 키웠다. 가장 최신인 올해 3분기(7~9월)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 내 일본 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120% 상승하고, 구매 고객 수는 2배(113%) 늘었다. 입점한 3000개 이상의 한국 패션 브랜드가 현지 소비자와 만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중국에서도 영역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세계 패션의 중심지로 꼽히는 상하이에 무신사 스탠다드와 무신사 스토어의 해외 1호점을 오픈하고 현지 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한다. 특히 무신사는 패션기업 이상의 역할을 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본사가 위치한 서울 성수동을 중심으로 K-패션 특화 지역 조성을 위해 서울숲 잎대에 100억 원을 투자해 '패션 메가'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또 지역의 공실 상가를 임차한 후 무신사 스토어에 입점한 브랜드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재임차하는 등 상생과 동반 성장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두고 있다. ◇ '케데헌' 신드롬 힘입어 관광산업 활황 올 하반기부터 전 세계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로 들썩였다. K-팝과 K-드라마, K-영화, K-뷰티, K-패션, K-푸드 등으로 쌓아 올린 K-컬처의 인기가 정점을 향해 달리더니 '케데헌'과 만나 폭발했다. 메인 OST '골든'은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데이비드 베컴의 영국 기사 작위 수여식 등 세계 전역에서 울려 퍼졌다. '케데헌'으로 불붙은 K-컬처의 열기는 K-관광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극중 캐릭터의 외모나 의상, 줄거리, 음악을 넘어 배경으로 등장한 북촌한옥마을, 낙산공원 성곽길, N서울타워 등이 눈길을 사로잡으며 방한 외국인에게 관광명소로 큰 사랑을 받았다. 실제로 많은 외국인 관광객은 K-콘텐츠를 계기로 한국 여행을 계획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기업 놀유니버스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 놀 월드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간한 '2025 NOL 웨이브 리포트(K-컬처와 한국 관광)'에 따르면 이용자 93%가 한국의 드라마, 영화, 예능프로그램 등에 영향을 받아 한국을 여행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누적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역대 최고 기록이 사실상 확정됐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10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582만1331명을 기록했다. 연말까지 방한 수요를 포함하고 월평균 약 158만 명이 방문한 수치를 고려하면 사상 최대인 1870만 명을 무난히 돌파할 전망이다. 직전까지 최고인 2019년의 1750만 명을 넘어 한국관광의 새로운 기록을 쓴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건설·부동산 결산-하] 공급 뚝↓·서울 집값만↑…깊어진 양극화

올해 주택시장은 양극화가 한층 심화된 한 해로 평가된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두 자릿수 수준으로 줄어든 가운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핵심 입지에서는 신고가 경신이 잇따랐다. 공급 감소 속에 전세 매물은 빠르게 줄고 월세 비중은 커지면서 임차인들은 전세난과 월세 가속화를 동시에 겪었다. 한쪽에서는 '똘똘한 한 채'와 고가 아파트가 질주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지방과 비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쌓이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30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26만3330가구로, 지난해(36만4058가구)보다 약 10만 가구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전년 대비 28% 감소한 수준으로, 2014년(27만4943가구) 이후 11년 만에 가장 적은 물량이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결과적으로 보면 올해는 공급 부족의 해라고 볼 수 있다"며 “착공이 계속 부진한 데다 정비사업도 활발하지 않아 내년 이후에도 공급 부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급 축소 흐름은 향후 입주 물량 전망에서도 확인된다. 직방에 따르면 2026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17만2270가구로, 올해(23만8372가구)보다 2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년간의 공급 흐름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권역별로 보면 수도권 입주 물량은 2026년 8만1534가구로, 올해(11만2184가구) 대비 약 28% 줄어든다. 특히 서울은 1만6412가구로 올해보다 48% 감소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87%(1만4257가구)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물량으로, 신규 택지나 대규모 신규 공급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급 부족이 시장 전반의 가격을 고르게 끌어올리기보다는 주택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공급이 줄어들수록 모든 지역에 수요가 확산되기보다는 입지와 상품성이 분명한 지역으로 자금과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핵심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진 반면, 외곽과 지방에서는 거래 침체와 미분양 누적이 동시에 나타났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도 서울 집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18% 상승하며 46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8.25%로, 통계 작성 이후 연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러한 상승 흐름은 서울 전역에 고르게 나타나기보다는 강남 3구와 한강벨트 등 선호 지역에 집중됐다. 특히 올해는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넘어, 서울 내부에서도 지역별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진 한 해로 평가된다. 같은 규제 환경 속에서도 핵심 입지는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외곽 지역은 거래 침체가 장기화되며 온도 차가 벌어졌다. 양극화는 매매시장에 그치지 않고 임대차 시장에서도 확인됐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2만4382개로, 전년 동기(3만2767개) 대비 8385개 줄었다. 거래 가능한 전세 물량이 1년 새 약 26% 감소한 셈이다. 이 같은 전세 물건 감소는 전세 수요 압박으로 이어졌고, 가격 상승으로 연결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4.7로, 전년 동기(99.0)보다 5.7포인트(p) 상승했다. 전세난 속에서 월세화 현상도 뚜렷해졌다. 전세 물량이 급감하면서 신규 전세 계약은 줄고 계약 갱신 비중이 크게 늘었으며, 집주인들은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실제로 아실에 따르면 현재 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은 2만2112개로, 전년 동기(2만175개) 대비 9.6% 증가했다. 서울 지역 전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새 1%포인트 이상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올해 주택시장을 “규제 강화 정책으로 인한 초(超) 거래 절벽이 나타나며 시장이 사실상 마비된 한 해"로 평가했다. 서 회장은 “가장 큰 특징은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가 심화됐고, 서울 안에서도 입지에 따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1가구 1주택, 이른바 '똘똘한 한 채' 기조가 유지되면서 '좋은 입지 한 채'로 수요가 쏠리는 현상은 구조적으로 굳어지고 있다"며 “그 결과 서울과 핵심지 쏠림, 서울 내 단지·입지 간 격차 확대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임대차 시장에 대해서는 “임차인 보호를 강화한 각종 정책이 의도와 달리 전세 공급을 위축시키고, 전세가격 상승과 월세 전환을 부추기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전세 물량 감소에서 전세가격 상승, 월세 공급·수요 확대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큰 변화가 없다면, 올해 나타난 거래 절벽과 서울 쏠림, 주택시장 양극화, 임차인 부담 확대라는 흐름이 내년에도 상당 부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