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IP 브랜드시대] 정용진 부회장은 왜 컴투스를 택했을까?

게임사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제품이 유통가를 휩쓸고 있다. 게임 속 캐릭터를 제품 안에 그려 넣고 한정판 제품으로 판매하는 것을 넘어 게임명을 재치 있게 각색하는 사례도 쏟아지고 있다. 유통가의 캐릭터 마케팅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게임 IP를 활용한 컬래버레이션(협업)이 요즘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게임산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데다, 게임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게임 IP에 대한 인지도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임사 입장에서도 자사 게임 IP를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게임 이용자들에게 게임 밖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한편 이같은 IP 활용이 게임 IP의 수명을 늘리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또 게임 IP의 영역 확대는 게임사의 매출 다변화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넥슨의 경우 조직개편을 통해 IP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PC 온라인 사업본부와 모바일 사업본부로 쪼개졌던 조직을 IP 중심으로 통합하고 산하에 별도의 그룹을 만든 것. 엔씨소프트 역시 IP 확장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이장욱 엔씨소프트 IR 실장은 최근 회사의 1분기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 콜에서 "IP(지식재산권)는 제품과는 달리 소진되는 개념이 아니고, 이용자들이 언제나 신뢰를 주는 하나의 브랜드"라면서 회사의 게임 IP를 향후 전략적 자산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게임 IP는 어떻게 유통가를 휩쓸게 됐는지, 에너지경제신문은 ‘신박한’ 아이디어로 업계를 들썩이게 한 IP 활용 베테랑들을 인터뷰했다. <편집자주>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국내 1위 모바일 야구 게임 ‘컴투스프로야구’에는 지난달 의외의 얼굴이 등장했다. 올 시즌 새 구단으로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에 참가한 SSG랜더스의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팀내 투수로 깜짝 등판한 것. 4월 1일 만우절을 맞아 컴투스와 신세계그룹이 준비한 깜짝 이벤트였다. 만우절 하루 동안 게임 속 SSG 구단의 모든 투수 얼굴은 구단주인 정 부회장의 얼굴로 교체됐다. 정 부회장과 컴투스의 컬래버레이션은 게임 밖에서도 한동안 화제였다. 정 부회장이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 계정을 통해 컴투스와의 컬래버레이션 프로모션을 예고하는 영상을 게재한 것이다.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63만9000여명에 달한다. 이번 제휴 마케팅을 담당한 이시내 컴투스 S마케팅팀 팀장은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만우절을 겨냥한 깜짝 이벤트다보니 일정에 맞춰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보안을 유지하는 데에 각별히 신경 썼다"고 말했다. 같은 팀 신선미 매니저는 "게임 내 선수들의 모습을 실제와 가깝게 구현해 내는 데 쌓인 경험이 있어서 정 부회장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라며 "정 부회장 측에서는 최대한 재미있고 임팩트 있게 활용해달라고 부탁하셨다"고 전했다. 사실 컴투스프로야구는 근래 들어 마케팅 방향성을 살짝 틀었다. 과거에는 ‘야구를 좋아하는 남성’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을 진행해 왔다면, 이제는 컴투스프로야구 유저뿐만 아니라 게임 밖의 대중들에게도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한다. 신 매니저는 "‘컴투스프로야귤(롯데마트 제휴)’이나 ‘승리를기원한닭(이마트 제휴)’은 컴투스프로야구가 출시한 대표적인 컬래버 상품"이라며 "예상치 못한 이종 간의 제휴로 반전을 보여주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컴투스프로야구는 화제성을 낼 만한 제휴 마케팅을 발굴하는 데 더 힘쓰겠다는 각오다. 단발성이 아닌 중장기적·전략적으로 펼쳐나갈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다. 신 매니저는 "컴투스프로야구는 모바일 야구게임 1위라는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고, 글로벌 타이틀 대비 제휴 시도가 열려있다는 것이 강점"이라며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곳, 양사 시너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곳, 지속 확장 가능성이 있는 파트너사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hsjung@ekn.kr‘컴투스프로야구 2021’는 만우절 이벤트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모습을 딴 캐릭터를 등장시켰다.컴투스와 롯데마트가 지난해 함께 출시한 ‘컴투스프로야귤’.

[게임IP 브랜드시대] "노잼은 가라" 껌은사막·김은사막·감은사막 만든이들

게임사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제품이 유통가를 휩쓸고 있다. 게임 속 캐릭터를 제품 안에 그려 넣고 한정판 제품으로 판매하는 것을 넘어 게임명을 재치 있게 각색하는 사례도 쏟아지고 있다. 유통가의 캐릭터 마케팅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게임 IP를 활용한 컬래버레이션(협업)이 요즘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게임산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데다, 게임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게임 IP에 대한 인지도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임사 입장에서도 자사 게임 IP를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게임 이용자들에게 게임 밖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한편 이같은 IP 활용이 게임 IP의 수명을 늘리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또 게임 IP의 영역 확대는 게임사의 매출 다변화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넥슨의 경우 조직개편을 통해 IP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PC 온라인 사업본부와 모바일 사업본부로 쪼개졌던 조직을 IP 중심으로 통합하고 산하에 별도의 그룹을 만든 것. 엔씨소프트 역시 IP 확장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이장욱 엔씨소프트 IR 실장은 최근 회사의 1분기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 콜에서 "IP(지식재산권)는 제품과는 달리 소진되는 개념이 아니고, 이용자들이 언제나 신뢰를 주는 하나의 브랜드"라면서 회사의 게임 IP를 향후 전략적 자산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게임 IP는 어떻게 유통가를 휩쓸게 됐는지, 에너지경제신문은 ‘신박한’ 아이디어로 업계를 들썩이게 한 IP 활용 베테랑들을 인터뷰했다. <편집자주>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펄어비스는 A급 게임만 만드는 회사다. 회사의 히트작인 ‘검은사막’이 그랬고 이후 후속작으로 이름을 올린 게임들도 줄줄이 ‘트리플A’ 게임으로 포지셔닝됐다. 그런 펄어비스가 제과회사와 함께 컬래버레이션 제품 ‘껌은사막’을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궁금해 했다. 도대체 왜? 그로부터 15개월 후 펄어비스는 조미김 제조사와 손을 잡는다. 합작해 만든 제품의 이름은 ‘김은사막’. 이후 생활용품 제조사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샴푸 ‘감은사막’과 남성 속옷 ‘검은사각’까지 완판행렬을 기록하며 줄줄이 ‘대박’을 쳤다. 펄어비스의 이같은 시도는 업계에서 ‘펀슈머(fun-sumer)’ 마케팅으로 통한다. 특히 게임사가 진행한 컬래버레이션 중 이른바 ‘B급 정서’를 가장 잘 건드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놓고 웃기려고 작정한 콘셉트지만 고퀄리티 그래픽과 기술력으로 유명한 ‘검은사막’의 작품이라고 하니 천박함이나 촌스러움은 찾아보기 어렵다. 진용운 펄어비스 전략파트너십팀 팀장은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전에는 게임성이나 기술적 장점 등을 부각하는 마케팅에서 전략을 하나 더 가져간 것"이라며 "이용자들과 색다른 방법으로 소통하고 싶어서 기획하게 됐고, 이런 신선한 모습에 유저들 반응도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펄어비스가 ‘펀슈머 마케팅’으로 얻은 또 하나의 이점은 대중적 인지도다. 게임 ‘검은사막’은 몰라도 ‘껌은사막’은 안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검은사막’ 제휴 마케팅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전략마케팅팀 김안나 씨는 "검은사막을 접하지 못했던 대중에게도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면서 "검은사막 IP에 대한 가치와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펄어비스가 처음부터 이 같은 시리즈 마케팅에 확신이 섰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컬래버레이션 제품인 ‘김은사막(광천김)’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자 후속작에 대한 ‘창작의 욕구’가 솟구쳤다고 했다. 김 씨는 "여러 시리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광천김과 진행했던 김은사막"이라며 "껌은사막 이후 후속작을 준비하는 과정이 1년 넘게 걸렸던 만큼 간절하기도 했고, 그만큼 반응도 좋았다"고 회상했다. 진 팀장은 "11번가에서 김 부문 매출 기록도 달성할 정도로 게이머들 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았다"라며 "김은사막을 통해 컬래버레이션을 시리즈 형태로 가져가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펄어비스는 다음 제휴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컬래버레이션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만큼 요즘은 타 부서는 물론이고 이용자나 지인으로부터 추천도 많이 받고 있다. 진 팀장은 "펀슈머마케팅이 성공적일 때는 좋지만, 파트너사와 함께하는 프로젝트이다보니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는 리스크도 항상 존재한다"라며 "협업 대상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이나 브랜드인지, 해당 브랜드에서 펄어비스와 같은 비전을 품을 수 있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hsjung@ekn.kr왼쪽부터 펄어비스 전략파트너십팀 김안나 씨와 진용운 팀장이 ‘검은사막’의 컬래보레이션 제품을 들고 있다.

[게임IP 브랜드시대] 넥슨이 게임 IP 사업 ‘레전드’라 불리는 까닭?

게임사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제품이 유통가를 휩쓸고 있다. 게임 속 캐릭터를 제품 안에 그려 넣고 한정판 제품으로 판매하는 것을 넘어 게임명을 재치 있게 각색하는 사례도 쏟아지고 있다. 유통가의 캐릭터 마케팅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게임 IP를 활용한 컬래버레이션(협업)이 요즘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게임산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 데다, 게임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게임 IP에 대한 인지도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임사 입장에서도 자사 게임 IP를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게임 이용자들에게 게임 밖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한편 이같은 IP 활용이 게임 IP의 수명을 늘리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또 게임 IP의 영역 확대는 게임사의 매출 다변화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넥슨의 경우 조직개편을 통해 IP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PC 온라인 사업본부와 모바일 사업본부로 쪼개졌던 조직을 IP 중심으로 통합하고 산하에 별도의 그룹을 만든 것. 엔씨소프트 역시 IP 확장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이장욱 엔씨소프트 IR 실장은 최근 회사의 1분기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 콜에서 "IP(지식재산권)는 제품과는 달리 소진되는 개념이 아니고, 이용자들이 언제나 신뢰를 주는 하나의 브랜드"라면서 회사의 게임 IP를 향후 전략적 자산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게임 IP는 어떻게 유통가를 휩쓸게 됐는지, 에너지경제신문은 ‘신박한’ 아이디어로 업계를 들썩이게 한 IP 활용 베테랑들을 인터뷰했다. <편집자주>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게임업계 전통 강자 넥슨은 IP 사업으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확고한 입지를 점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국내에서 게임 IP로 라이선스 사업을 가장 처음 시작한 곳도 넥슨이다. 넥슨 내에 IP사업팀의 전신인 라이선스사업팀이 처음 결성된 것은 2000년대 초. 해당 조직은 출판과 애니메이션 등으로 영역을 확대했고, 지금은 타 업계와의 제휴 마케팅을 비롯해 넥슨의 콘텐츠 축제 ‘네코제’ 등 넥슨 IP와 관련한 전반적인 사업을 도맡는 조직으로 자리매김했다. 권용주 넥슨 IP사업팀장은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넥슨 IP 사업의 핵심 동력으로 ‘유저와의 관계(engagement)’를 꼽았다. 권 팀장은 "게임이 오래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게임을 경험해본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이고, 많은 분들의 추억과 일상 속에 넥슨의 게임 IP가 촘촘히 새겨져 있다는 의미"라며 "유저와 오랜 세월 쌓아온 관계가 넥슨 IP 사업의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넥슨의 IP 사업은 지난해 한 차례 전환점을 맞았다. IP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상업적 용도와 비상업적 용도로 구분해 새롭게 정비한 것. 권 팀장은 "유저들의 2차 창작물과 같은 형태의 비상업적 용도의 IP 활용은 허가를 하되, 상업적 용도일 경우에는 제재 혹은 별도의 계약 프로세스를 거치도록 안내하고 있다"라며 "특별히 ‘네코제’에 참여하는 유저 창작자들에게는 모든 수익을 창작자 분들이 가져가도록 하고 있어서 IP 허가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넥슨은 지난해 캐릭터 사업을 글로벌 무대에서 진두지휘하는 ‘라인프렌즈’와도 전략적 협업을 결정했다. 넥슨의 대표 IP인 카트라이더의 IP 사업 전반을 라인프렌즈와 함께 하기로 한 것이다.권 팀장은 "기존 IP 기반의 프랜차이즈 게임 출시를 앞으로도 강화하는 것이 넥슨의 목표"라며 "라인프렌즈와 파트너십을 맺은 지 긴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지만 매일유업, 빼빼로, 롯데리아 등과 협업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앞으로도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넥슨의 IP 사업을 단순히 경제적 가치나 마케팅의 일부로 환산할 수만은 없다"고 했다. 이어 "게임의 본질이 ‘재미’인 것처럼 넥슨의 각 IP가 사람들의 일상에 ‘재미’를 주는 역할을 담당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권용주 넥슨 IP사업팀 팀장.이마트X카트라이더러쉬플러스 컬래보레이션 상품.넥슨 게임의 인기 캐릭터 ‘다오’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티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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