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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은행권 과점 깨기…꾸준한 정책이 필요하다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제4인터넷전문은행 추진은 윤석열 정부가 은행권 과점 구조를 깨기 위해 내놓은 금융정책이다. 5개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구축된 독점 체제가 은행권에 유리한 이자 장사를 가능하게 한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추진됐다. 정부의 '은행 때리기'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지금의 과점 구조 해체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 역시 적지 않다. 금리 인하기에도 불구하고 높은 금리로 고통받은 차주들이 많았던 데다, 경기 침체기에도 은행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이익을 챙겨왔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시중은행으로 재탄생한 iM뱅크와 제4인터넷은행 출범 예고를 반기는 시각도 존재한다. 물론 기존 시중은행들과 비교하면 경쟁이 어려울 정도로 덩치가 작고, 시장 안착에 대한 의구심도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이란 시도 자체가 주는 긍정적인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iM뱅크는 시중은행 전환 이후 은행 서비스가 부족했던 원주 지역에 곧바로 지점을 열었고, 충청권 등 추가 출점 계획도 가지고 있다. 아직 눈에 띄는 성과는 없으나, 은행 점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영업망을 구축하는 것은 금융소비자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4인터넷은행 설립에 적극 나서고 있는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은 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표방하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은행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아직 현실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한국소호은행이 계획대로 출범하게 되면 대형 시중은행 중심의 금융 체제에서 소외됐던 자영업자·소상공인들에게 보다 특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터넷은행들은 은행권의 '메기'로 부상했다. 2017년 인터넷은행이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으나, 지금은 기존 은행을 위협할 정도로 시장 파급력이 커졌다. 새로운 시중은행 등장과 제4인터넷은행 출범은 이제 막 시작 단계인 만큼 앞으로 어떻게 은행 지형을 흔들지 모를 일이다. 다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금융정책은 6월 3일 조기 대선 이후 바뀔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들도 교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정책의 추진 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꾸준히 추진돼야 하는 정책들은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져야 한다. 금융소비자들을 위해, 은행권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필요한 은행권 과점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들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더 깊이 있는 정책으로 확장돼 추진돼야 할 것이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신보-현대차그룹-6개 은행, 미래 모빌리티 글로벌 진출 활성화 위해 ‘맞손’

신용보증기금이 현대자동차·기아 및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BNK경남은행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 글로벌 진출 활성화를 위한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지난 4월 9일 정부가 발표한 '자동차 생태계 강화를 위한 긴급 대응대책'의 일환으로, 현대자동차·기아가 추진하는 해외수출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내 2∼3차 협력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협약에 따라 현대자동차·기아가 80억원, 국민·농협은행이 각 20억원, 경남·신한·우리·하나은행이 각 10억원씩 총 160억원을 신보에 특별 출연한다. 신보는 이를 재원으로 올해 3분기까지 총 2400억원 규모의 보증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대상 기업에는 기업당 최대 70억원의 보증한도, 보증비율 100% 등 우대 혜택이 제공된다. 보증료는 협약은행의 지원으로 1차년도에 전액 면제되며, 2~3차년도에는 0.5%, 4차년도 이후에는 0.8%의 고정보증료율이 적용된다. 아울러, 정부의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에 따라 대출금리도 우대할 예정이어서 협력기업의 금융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신보는 2020년부터 총 404개 중소·중견기업에 5723억원의 공동 프로젝트 보증을 지원해 미래 신산업 및 수출 전략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국가 성장동력 확충에 기여하고 있다. 신보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대기업과 금융권이 매칭 출연한 재원으로 해외수출 공동 프로젝트 보증을 지원하는 첫 사례로, 민간·금융·공공기관이 함께 만든 모범적인 상생 모델"이라며, “앞으로도 수출 유망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물론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에도 앞장서겠다"라고 밝혔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로밍도깨비, ‘eSIM’ 기반 데이터 로밍 서비스 제안…“유심보호 서비스 제약 없이 이용”

최근 국내 통신사들이 통신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유심보호 서비스'를 긴급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로밍도깨비가 해외 여행자 및 출장자들을 위해 eSIM기반 데이터 로밍 서비스를 29일 제시했다. '유심보호 서비스'는 무단 기기 변경을 차단해 부정 사용을 예방하는 보안 서비스이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해외 로밍이 제한될 수 있어 해외 출국을 앞둔 이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가까운 시일 내 해외 여행이나 출장을 계획하고 있는 이용자라면, 출발 전 이를 고려해 대안을 마련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로밍도깨비는 국내 통신사와 별개로 이용 가능한 eSIM기반 데이터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심보호 서비스'는 국내 통신사의 물리적 유심(USIM) 카드에만 적용되는 반면, 로밍도깨비 eSIM은 국내 통신사와 무관하게 별도의 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해외에서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심보호 서비스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해외에서도 안정적이고 편리한 데이터 사용이 가능하다. 로밍도깨비 관계자는 “로밍도깨비 eSIM은 유심보호 서비스에 따른 제약 없이 해외에서도 안심하고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며, “해외 이용 계획이 있는 고객들은 로밍도깨비 eSIM 서비스를 통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통신 환경을 준비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저점서 10% 오른 뉴욕증시, 바닥 찍었나…“美 아웃퍼폼” vs “오를때 팔아야”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이달 저점에서 크게 오르자 마침내 바닥을 찍고 본격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28% 오른 4만227.59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06% 상승한 5528.75,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지수는 0.10% 밀린 1만7366.13에 장을 마쳤다. 이날 뉴욕증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소식에 혼조 마감했지만 이달 초 저점 대비 크게 오른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S&P500 지수는 지난 8일 4982.77까지 미끄러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폭탄에 따른 시장 혼란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날까지 10.96% 급등했다. 이 기간 나스닥지수는 14% 가까이 올랐다. 이런 가운데 한때 월가에서 대표 약세론자였던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전략가는 뉴욕증시 전망에 대한 낙관론을 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윌슨 전략가는 달러 약세로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지지받아 미국 주식들이 세계를 아웃퍼폼(수익률 상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투자노트를 내고 “우리는 가치주와 대형주 모두가 상대적으로 아웃퍼폼할 수 있는 사이클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며 올해 S&P500 지수가 5000~5500 범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증시가 더 크게 오르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관세 협상, 기업 실적 추정치의 뚜렷한 반등,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최대은행 JP모건체이스의 앤드류 타일러 글로벌 시장 정보 총괄도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 실적과 무역협상 기대감 등으로 미국 주식에 대해 전략적 강세 전망을 펼쳤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는 “낮은 포지셔닝 비중과 유동성, 위축된 투자 활동 등은 관세 혹은 국채금리 급등과 같은 부정적인 소식이 없을 때 증시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며 각국과의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도 리스크 대비 보상을 더욱 긍정적으로 이끈다고 설명했다. 타일러 총괄은 다만 신중론도 피력했다. 그는 “무역갈등 완화에 따른 트레이딩은 지속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이는 시장에 진입할 적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1~2달 후 무역전쟁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목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글로벌 투자은행인 HSBC의 맥스 케트너 수석 다자산 전략가는 미국 증시에 기술적 매수 신호가 포착됐지만 고객들에게 이런 신호를 무시할 것을 권장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단기간 내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통상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지나치게 비관적이면 저가 매수세가 자극돼 기술적 매수 신호로 간주된다. 트럼프가 터트린 관세 폭탄 이후 시장이 혼란을 수습해가는 과정에서 최소한 '최악의 국면'은 지났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저가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 개인투자협회의 최근 조사 결과 9주 동안 응답자의 50% 이상이 미국 증시에 비관적으로 나타나 최장 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월가에선 저가 매수 등에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이치뱅크는 기관투자자들이 거시경제적 우려와 관세 협상 등을 관망하면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는 지속적인 상승을 위한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아 고객들에게 상승장에 매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보통 미국 주식에 대한 심리가 암울할 때 리스크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등장한다"며 “현재 월가에선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은행권 역대급 이자이익의 불편한 이면

최근 몇 년간 국내 은행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이자이익을 창출했다. 2024년 기준, 국내 은행권 이자이익은 60조원에 육박한다. 은행권 이자이익은 전체 은행 이익의 90%를 넘는 수준이다. 은행이 이자이익에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자이익은 은행의 상품경쟁력에 따라 수익이 창출되는 비이자수익과 본질적 측면에서 다르다. 예대금리차에 의해 결정되는 이자이익은 은행의 노력보다는 금융환경 및 정책변화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지난 2022년에 이미 59.2조원의 이자이익을 기록했다. 2022년초 1.00%이던 기준금리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연말 3.25%까지 빠르게 인상되며,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도 본격화되었다. 2021년 1.43%였던 순이자마진(NIM)이 2022년에는 1.73%까지 상승하며, 이자이익이 전년대비 무려 21.6%나 급증했다. 2023년 들어서는 기준금리가 3.5% 수준을 유지하며, 은행의 대출이익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크게 둔화되었지만, 전년보다 소폭 높아진 대출금리를 이용하여, 은행들은 2023년에도 역시 59.2조원의 이자이익을 창출했다. 더욱이, 2023년에는 연초에 기준금리가 한차례 소폭(0.25%p) 인상된 후 무려 1년 8개월동안 기준금리가 3.5%로 동결되었다. 2023년 미국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여 2023년초 4.25~4.50%이던 연방기금금리가 2023년말에는 5.25~5.50%까지 인상되었다. 하지만, 금통위는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도 포워드가이던스를 통해 기준금리의 동결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시사했다. 이는 결정적으로 대출수요가 급증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당분간 금리가 높아지고 전에 은행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려는 가수요까지 겹치면서, 2023년 상반기부터 주택담보대출은 2024년 상반기에 걸쳐 급증했다. 동 기간중 증가율은 6.0%이며, 금액은 61.5조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동기(2022년 상반기~2023년 상반기)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1.4%) 대비 무려 4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급증한 주택담보대출 억제를 위한 금융당국의 강한 대출 규제가 2024년 상반기 중 시행되었다. 우선, 금융당국은 기존에 대출한도를 연 단위로 관리했으나, 월·분기별로 대출공급을 관리하며, 일부 은행의 대출한도가 조기 소진되는 '대출 절벽'현상도 나타났다. 이로인해 사실상 은행권의 가계대출 공급은 축소되었지만, 높아진 대출수요를 이용하여, 은행들은 수익 보존을 위해 대출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2024년 8월부터 4개월 연속 은행권 평균 가계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가 상승했다. 금융당국의 강한 대출 공급 규제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었음에도 은행권은 대출금리 인상을 토대로 오히려 전년대비 증가한 59.3조원의 이자이익을 거두었다. 2025년 들어서도 은행권의 이자이익 창출 기조는 멈추지 않는다. 올해 1분기 이자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금통위의 경기부양을 위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다시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2025년 1분기의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년동기 대비 상승하면서 고점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한국은행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수요지수(19)는 전년동기(10)에 비해 크게 상승한 것으로 확인된다. 3.5%수준이던 2024년 1분기의 기준금리가 최근 2.75%까지 낮아졌음에도 최근 은행권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히려 전년동기대비 높은 편이다. 2025년 1분기의 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 수준이 4.32%로 전년동기의 4.27%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올해에도 은행권은 최소한 지난해 59.3조원의 이자이익 이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에는 높아진 금리수준에 힘입어 대출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역대급 이자이익을 창출했다. 2023년부터는 기준금리 동결을 기회로 주택 구입을 염두에 둔 대출수요가 급증하며, 은행권은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두었다. 2024년에는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높아진 대출수요와 대출금리 인상을 통해 전년도 이자이익 이상의 역대급 실적을 창출했다. 올해에는 경기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부동산 가격 상승, 대출 가수요 발생, 여전히 높은 대출금리를 기반으로 이자이익 창출을 위한 호재가 펼쳐지고 있다. 아마도 올해도 지난 2022년~2024년 이상의 이자이익을 훨씬 넘어서는 역대급 이자이익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은행의 역대급 이자이익 창출은 반대로 많은 금융소비자의 이자비용 지출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금융당국의 효과적이지 못한 대출 규제정책, 시장 예측력과 정책 전환의 한계점을 드러낸 통화정책의 문제점도 은행 이자이익 창출에 한몫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소비자 후생 제고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미 연준과 비교해서 시장 상황 대비 후행적 결정이 많고, 정책 전환 시점이 늦은 통화정책의 문제점도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서지용

[EE칼럼] 슈뢰딩거의 석유: 줄어들까, 늘어날까, 아무도 모른다

1970년대 석유파동은 세계를 뒤흔들었다. 당시 인류가 느낀 석유 고갈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영화 시리즈를 통해 극적으로 시각화됐다. 1979년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석유 부족으로 문명이 붕괴하고 무법 세계가 된 미래를 그렸다. 이는 석유 생산이 정점을 찍고 감소할 것이라는 '피크오일(Peak Oil)'론의 경고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피크오일론은 1956년 미국 석유 지질학자 M. 킹 허버트(M. King Hubbert)가 미국 내 석유 생산이 1970년 무렵 정점을 찍을 것이라 예측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후 셰일 혁명으로 비전통 석유 생산이 급증하고,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하면서 기존 피크오일론은 사실상 폐기됐다. 오늘날 주목받는 것은 공급 한계가 아니라 수요 변화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탄소중립 정책 확산으로 석유 소비가 구조적으로 감소하면서, 석유 수요가 공급보다 먼저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른바 '수요 피크(Demand Peak)' 시대가 논의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다. IEA는 'Oil 2024' 보고서에서, 세계 석유 수요가 2030년 하루 약 1억 500만 배럴을 정점으로 이후 감소해, 2050년에는 최소 2,300만 배럴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OPEC은 World Oil Outlook을 통해, 인도·중국 등 비OECD 국가를 중심으로 수요 증가가 지속돼 2050년에는 하루 1억 2,00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세계 시장에서는 석유 수요 피크 시점을 늦출 변수들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에서는 전기차 보급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보조금 축소와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목표(2035년)마저 규제 완화 압력에 직면했다. 미국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재집권하며 기후정책이 후퇴하고, 화석연료 회귀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이처럼 주요 시장에서 에너지 전환이 지연된다면, IEA가 제시한 2030년 수요 피크 시점은 뒤로 밀릴 수 있다. 심지어 OPEC이 주장하듯 당분간 수요 정점이 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지금 이 순간 '글로벌 석유 수요 피크'가 시작됐는지, 아니면 아직 오지 않았는지는 확정할 수 없는 상태다. 이는 물리학자 슈뢰딩거가 제시한 사고 실험처럼, 관찰하기 전까지 고양이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닮아 있다. 시간이 지나 구체적 데이터가 축적되기 전까지는 석유 수요가 증가할지 감소할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24년 장기 에너지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석유제품 소비는 2021년 1억 2,130만 TOE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에 들어섰다. 다만 감소 속도는 연평균 0.6%에 그쳐, 2035년에도 2020년 수준과 비슷한 소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이를 반영한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훨씬 급격한 변화를 전제하고 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2035년 한국의 석유 수요는 2020년 대비 45.6% 감소, 사실상 반 토막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석유 수요의 미래는 여전히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중요한 것은, 석유 수요 정점과 이후 감소가 단순한 예측 문제가 아니라 국가 투자 전략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미래가 불확실한 산업에는 민간 투자가 위축되기 마련이고, 이는 에너지 안보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석유비축계획은 수요 전망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2030 NDC가 가정한 급격한 수요 감소를 고려한다면, 이제 정부는 비축유 매각 여부와 그 속도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다행히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 2030 NDC는 실현 가능성 검토가 부족했으며, 감축 목표의 절반 이상이 수단 부족이나 현실성 결여로 이행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목표 자체의 과학적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된 만큼, 앞으로 발표될 2035년 NDC는 더욱 객관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 위에 설정되어야 한다. 특히, 석유 수요와 직결된 무공해차 보급 목표(850만~1,000만 대 수준)에 대해서는 실제 달성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목표는 시장 혼란만 초래하고, 국가 에너지 전략의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재경

조선 ETF, 나홀로 수익률 30%대 돌파

4월 한 달간 국내 ETF 시장에서 조선업 ETF가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미국 정부가 중국 조선·해운 기업을 견제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한국 조선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조선TOP10'은 최근 한 달간 32.75% 올라 전체 ETF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이어 'SOL 조선TOP3플러스' 30.33%, 'PLUS 한화그룹주' 30.18%, 'KODEX K-친환경조선해운액티브' 25.85%, 'HANARO Fn조선해운' 25.33%로 조선 관련 ETF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2.73%)을 훨씬 웃돈다. ETF에 담긴 종목 비중을 살펴보면, '한화오션' 비중이 가장 크다. 앞서 언급한 5개 ETF 중 4개는 한화오션이 시가총액 기준 구성 비중이 가장 크다. 그다음으로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들어 조선업은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주'로 꼽힌다. 이달 국내 증시는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이 발표된 후 코스피 매도·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하는 등 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오락가락 장세에서도 조선 ETF가 상승세를 보인 건 해외 매출 확대가 기대된 덕분이다. 올해 1분기 한화오션과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에 견줘 영업이익이 300% 이상 늘어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을 위주로 수주하면서 영업이익이 빠르게 늘어난 덕분이다. 조선업의 미래 전망도 밝다. 최근 국내 조선업은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과 해운 탄소세 도입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 등 수혜가 예상된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중국의 해양·물류·조선업 지배력을 줄이기 위해 중국 선사와 중국산 선박이 미국에 입항할 때마다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방침에 따르면, 중국 선사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마다 최대 100만 달러 비용을 내야 한다. 이에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도 조선주를 매수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기관투자자는 HD현대중공업을 2912억원, 한화오션을 2216억원, HD현대미포를 2117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조선주에 관심을 보인다. 외국인은 HD한국조선해양을 598억원, HD현대마린엔진을 160억원 어치 사들였다. 조선업 호황 기대감이 조선 관련 ETF 수익률로 직결되면서 향후 조선주 중심 투자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경기도 ‘2025년 4.5일제 시범사업’ 참여기업 83개 선정

의정부=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경기도와 경기도일자리재단이 '2025년 경기도 4.5일제 시범사업'에 참여할 기업 83개를 최종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당초 목표했던 50개 사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경기도내 기업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 의지를 보여주는 결과다. 특히 근무시간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IT 기업 위주로 참여할 것이란 일부 우려와 달리 제조업체 신청이 절반을 넘어서며 다양한 산업군에서 사업 참여 가능성을 확인했다. 신청 기업 중에는 이미 주 35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 운영 중인 기업이 효과가 높다고 판단해 30시간으로 추가 단축을 신청한 사례도 있다. 일부 기업은 경기도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올해 3월부터 자체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시범 운영한 후 신청하는 등 높은 관심과 철저한 준비 모습을 보였다. 업종별 선정 기업은 △제조업 40개 △서비스업 12개 △정보통신업 10개 △도-소매업 9개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5개 △건설업 5개 △기타 2개 업체다. 이번 시범사업은 기업이 노사 간 자율합의를 통해 △주4.5일제 △주35시간제 △격주 주4일제 △혼합형 중 한 가지 방식을 선택해 노동시간을 단축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임금 감소 없이 노동시간을 줄임으로써 일-생활 균형 실현과 건강한 노동환경 조성이 골자다. 선정된 기업에는 노동자 1인당 월 최대 26만원의 임금보전 장려금이 제공되며, 기업당 최대 2000만원 지원금으로 업무 프로세스 개선, 공정 컨설팅, 근태 관리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혜택도 제공될 예정이다. 경기도는 시범사업을 통해 단축근무제 실효성과 도입 가능성을 점검하고 향후 전국적 확산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김태근 경기도 노동국장은 “많은 기업의 관심과 참여에 감사하며, 이번 사업이 도내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건강한 노동문화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와 경기도일자리재단은 도내 기업들의 높은 관심에 힘입어 참여 기업을 추가 모집할 계획이다. 관련 문의는 경기도일자리재단 북부광역사업팀로 하면 된다. kkjoo0912@ekn.kr

건설株, 커지는 ‘유동성’ 우려…업황 부진 장기화가 더 문제

국내 건설업계의 유동성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업황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매출채권 누적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건설주 수익률은 코스피 대비 0.6%포인트(p) 하회했다. 주택주를 중심으로 기대감 등이 반영되며 소폭 상승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가 전체적으로 이어진 탓이다.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올해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는 낮다. 최근 공시된 삼성E&A와 HDC현대산업개발, LX하우시스 실적 모두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기성물량의 감소에 따른 실적 감소가 주된 배경으로 지목됐다. 기성물량은 건설 현장에서 특정 기간 동안 실제로 시공이 완료된 공사의 양, 즉 공사의 진척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이미 예상된 것"이라며 “작년부터 착공이 감소(혹은 분양이 감소)해 매출액 감소, 원가 부담이 여전히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하반기로 갈수록 마진이 상승하는지의 여부(올해 EPS, 주당순이익)와 부동산 공급 증가의 방향성(밸류에이션)이 뚜렷하게 나타나는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하반기에 대한 기대도 가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장기화한 업황 부진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전반적인 분양여건이 비우호적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유지한 서울·인근 수도권 지역도 지난해 하반기 대출 규제와 내수 경기 저하 등으로 인해 수요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지방의 경우 저조한 수요기반과 누적된 공급과잉으로 당분간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 PF와 매출채권도 재무상태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건설사들의 PF 부동산 보증 규모 증가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장기 미착공 현장의 PF 전환·착공 지연 등으로 PF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건설사들의 합산 PF 보증 규모는 30조원에 달한다. 한신평이 건설사들의 PF 보증 위험성을 분류한 결과, 수준이 '높음' 이상으로 나타난 규모는 13조원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현장의 착공 전환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착공으로 전환되지 못한 브릿지론이나 착공 후 분양률이 저조한 비주택 현장을 중심으로 PF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매출채권의 경우 지난 2020년 25조원에서 작년 말 46조원으로 약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매출채권이 늘어나면 실제 현금 유입이 늦어져 유동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회수 실패 시 이를 감당해야 할 대손비용이 발생하면서 이익을 감소시킨다. 이런 현상은 기업의 대출로 이어지는데, 부채 증가로 감당해야 할 이자비용이 늘어난다. 유동성 문제가 점차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전지훈 한신평 연구위원은 “올해 초부터 다수의 중소 건설사들이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건설업 전반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며 “지방 건설사 위주의 신용위험이 점차 전국 기반의 상위권 건설사로 확산되는 가운데, 일부 중견 건설사도 조달여력의 한계와 유동성 부담으로 재무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GH, 청년·신혼부부 위해 신축주택 500호 매입 공고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29일 일반 및 신혼부부형 200호와 청년형 300호 등 올해 신축약정형 매입임대주택 500호에 대한 매입 공고를 실시한다고 29일 밝혔다. GH에 따르면 매입임대는 GH가 주택을 매입해 저렴하게 임대하는 사업으로, 신축약정형은 착공신고를 하지 않은 건축 예정 주택이 대상으로 우수한 설계 및 시공품질 확보를 위해 GH가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제시된 설계기준 적용 등을 확인하고 공사 단계별로 품질을 점검하고 관리한다. 특히 이번에는 지역별 균형을 위하여 수원, 여주, 오산 등 GH 매입임대주택 재고율이 높은 3개 시는 제외하고 28개 시·군에서 매입을 진행한다. 매입유도를 위해 매입 상한가 기준을 폐지하고, 재고율 하위 20% 시·군(과천, 연천, 하남, 포천, 양주, 군포)은 내부기준에 따라 심사할 때 우대한다. 1차 접수는 내달 19일부터 오는 6월 6일까지, 2차 접수는 오는 6월 30일부터 7월 4일까지 우편으로 받는다. 대중교통 접근성 등 입지여건과 주택계획 등 생활편의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오는 8월 매입심의를 거쳐 최종 약정 매입주택을 선정한다. 이종선 GH사장 직무대행은 “지역 간 균형 있는 매입임대사업을 통해 경기도 내 주거복지가 취약한 지역에서도 우수한 품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저소득층 및 청년·신혼부부들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GH는 이날 양주시와 공동으로 시행하고 있는 양주 은남일반산업단지 내 산업시설용지(물류) 16만 9700㎡를 신규 공급하기로 했다. 이번에 공급하는 용지는 총 2필지로, 입주 가능 업종은 창고 및 운송 관련 서비스업으로 공급가격은 추정 조성원가(3.3㎡당 199만7000원)이며 필지별로 각각 513억 1275만 4000원과 512억 522만 1000원이다. 대금납부조건은 5년까지 6개월 간격으로 분할 납부할 수 있으며 토지사용시기는 2027년 12월이다. 분양신청은 내달 8일부터 9일 접수하며 양주시의 입주 심사를 거쳐 같은달 21일 입주대상자를 선정한다. 양주 은남일반산업단지는 양주시 은현면과 남면 일원에 99만 2361㎡ 규모로 조성되며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서양주 IC(개통완료), 서울-양주 고속도로(예정)와 인접해 인천공항 및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좋아 물류 및 교통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sih3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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