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상법 개정에 롯데 지배구조 개편·CJ 경영승계 ‘셈법 복잡’

국내 대표 유통 대기업인 롯데와 CJ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승계의 퍼즐을 맞추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년 간 추진해온 프로세스가 있지만 정부와 국회가 기업 경영의 견제장치를 늘리는 방향으로 상법을 잇따라 개정하면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국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최근 상법 개정안을 2차례 통과시키고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회사 및 주주로 확대 등을 의무화했다. 민주당은 나아가 3차 상법 개정을 통해 자사주 소각을 강제화하는 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을 손보는 게 적합한 지 등을 검토하는 중이다. 롯데그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 현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 양국에 걸쳐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그룹 지배구조를 롯데지주 중심으로 재편하려 하는데 이와 맞물린 승계 작업에 걸림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의 지배구조 재편은 신동빈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일본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지분을 다수 보유한 것에서 출발한다. 롯데홀딩스가 한국 비상장사인 호텔롯데, 호텔롯데가 한국 주요 계열사들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롯데지주에 영향력을 미친다.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와 관계를 명확히 정립하고 3세 승계 작업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을 준비 중이다. 공모 또는 대주주 출자를 통해 일본 자본 비율을 희석하고 롯데지주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이다. 문제는 롯데지주 자사주 비중이 27.51%에 이른다는 점이다. 2017년 지주사를 출범할 당시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 등 투자회사를 인적분할해 합병했는데 이 과정에서 각 계열사 자사주가 넘어온 결과다.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롯데그룹은 승계 과정에서 '자사주 마법' 등을 활용할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 특히 신동빈 회장 장남인 신유열 부사장의 지분율이 아직 0.02% 수준에 불과해 승계 관련 방정식도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CJ그룹은 이사 충실 의무 확대에 따른 여파를 눈여겨보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을 최근 지주사로 자리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이를 계기로 시장에서는 이재현 회장이 이선호 실장 승계작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CJ올리브영과 CJ의 합병작업에 속도가 붙을 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CJ올리브영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동시에 이선호 실장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다.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모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중복상장 논란 등에 휘말리면서 CJ그룹이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재계는 CJ가 이선호 실장 체제로 접어들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주주 보호 방안이 점차 강화되기 전 승계작업을 마무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해 말 기준 이선호 실장의 CJ올리브영 지분율은 11.04%다. 지주사 CJ는 보통주 기준 3.20%를 보유 중이다. 다만 상법 개정으로 CJ와 CJ올리브영 간 합병이 순탄하게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총수 일가에 유리하게 CJ올리브영 가치를 높게 책정하면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가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되는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리브영 회사 가치를 무작정 높여서 양사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게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이밖에 CJ 역시 자사주를 7.26% 보유하고 있다는 변수가 있다. 3차 상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합병 또는 분할 시 대주주에 유리한 방향으로 자사주를 활용하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수입협회-DHL 코리아, 수입업계 경쟁력 제고 맞손

한국수입협회는 지난 25일 오후 협회 대회의실에서 DHL 코리아와 국내외 수입 진흥·무역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DHL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첨단 물류 솔루션을 협회 회원사에 소개하고, 이를 활용한 해외시장 진출과 안정적인 수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를 통해 협회 회원사는 DHL의 글로벌 물류 전문성을 활용해 체계적인 물류 체인을 확보하고,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물류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영미 수입협회장은 “당 협회는 국내 수입업계의 해외 소싱과 안정적인 무역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며 “최근 공급망 불안과 물류비용 상승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회원사에 이번 업무 협약은 실질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는 기업 경쟁력 제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와 수입 기업 지원을 통한 수출 확대 등의 국가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지헌 DHL 코리아 대표이사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당사의 맞춤형 국제 물류 서비스를 협회원사에 제공하고, 수입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을 함께 만들어 나가기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그룹, 필리 조선소에 7조원 중장기 투자…MASGA 프로젝트 본격 가동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화그룹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시에 보유하고 있는 한화 필리 조선소(한화 필리 쉽야드)에서 양국 간 조선산업 협력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26일(현지 시간) 한화그룹은 한화 필리 조선소에서 미국 해사청(MARAD)이 발주한 '국가 안보 다목적 선박(NSMV, National Security Multi-mission Vessel)' 3호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State of Maine)'호에 대한 명명식이 개최됐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대통령실 위성락 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와 토드 영 인디애나주 상원의원, 메리 게이 스캔런 미 연방 하원의원 등도 참석했다. 한화그룹에선 김동관 부회장,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 마이클 쿨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글로벌부문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한화그룹은 한미 조선산업 협력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의 출발을 기념하는 이날 행사를 열면서 중장기적으로 한화 필리 조선소에 50억 달러(한화 약 6조975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타결의 지렛대 역할을 했던 조선산업 협력 투자 펀드 1500억 달러가 주요 투자 재원이다. 이 펀드는 직접 투자 외 보증·대출 형태로 마련되며 정책 금융 기관들이 주도한다. 이를 활용해 추가 도크 2개와 안벽 3개 추가 확보, 12만평 규모의 생산 기지 신설 등을 통해 현재 연간 1~1.5척 수준인 선박 건조 능력을 20척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같은 날 한화해운(한화쉬핑)은 한화 필리 조선소에 중형 유조선 10척과 LNG 운반선 1척을 발주하며 힘을 실었다. 이로써 한화 필리 조선소는 한미 조선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게 됐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조선산업 협력 의사를 밝힌 직후 한국 기업이 미국에 보유한 조선소를 방문해 미국 정부가 발주한 선박 명명식에 참석했다. 한화 필리 조선소에서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시동을 건 것이다. 미국 측에선 조선소가 위치한 조쉬 샤피로 펜실베니아 주지사와 미국 조선업 강화법을 공동 발의한 토드 영 인디애나주 상원 의원 등 핵심 인사들이 행사에 참석하면서 한화필리조선소가 양국 조선업 협력을 선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디딤돌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화 필리 조선소에서 골리앗 크레인과 도크를 둘러본 뒤 방명록에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인 한화 필리 조선소에서 한미 동맹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길 기대합니다"라고 서명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선 분야뿐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 대한민국도 함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은 조선업이 상당히 쇠락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구매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과 협력을 통해 미국에서 선박이 다시 건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조선업을 한국과 협력해 부흥시키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화 필리 조선소에서 열린 선박 명명식에서 김동관 부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한미 동맹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 조선산업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님과 트럼프 대통령님이 보여주신 리더십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명명식은 한미 양국이 함께 조선산업을 재건하고, 선박 건조 역량을 확장하며, 미래 산업을 이끌 숙련된 인재 양성에 대한 투자가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을 보여주는 성과"라고 언급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한화는 미국 조선산업의 새로운 장을 함께 할 든든한 파트너가 될 것을 약속드린다"며 “미국 내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투자와 기회를 창출하고 미국 조선산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화 필리 조선소는 모기업 한화오션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 설비 △스마트 야드 △안전 시스템 등도 도입해 액화 천연 가스(LNG) 운반선을 만들고 함정 블록·모듈 공급, 더 나아가 함정 건조도 추진할 계획이다. 투자 재원으로 한미 관세 협상의 결과인 1500억 달러 규모 조선산업 협력 투자펀드가 활용될 예정이다. 한화 필리 조선소는 지난해 말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각각 40대 60의 비율로 약 1억 달러를 투자해 인수했다. 미국 상선과 군함 건조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 거점을 확보하고, 글로벌 해양 산업을 선도할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전략적 사업 결단이었다. 한화그룹은 한화오션과 한화 필리 조선소를 통해 한미 양국이 모두 '윈윈'하는 데 조선산업 협력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조선업 부활을 선도할 뿐만 아니라 그와 연관된 한국 내 사업 확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조선산업 생태계 강화, 지역경제 활성화로 '사업보국' 창업 정신을 실천한다는 방침이다. 한화그룹이 미국에 설립한 해운 계열사인 한화해운은 같은 날 한화 필리 조선소에 중형 유조선(MR 탱커) 10척과 LNG 운반선 1척을 발주했다. 한화 필리 조선소로서는 마스가 프로젝트와 관련한 첫 수주 계약이다. 중형 유조선 10척은 모두 한화 필리 조선소가 단독 건조하며 첫 선박은 2029년 초 인도될 예정이다. 한화해운의 한화필리조선소 대규모 발주는 미국산 에너지를 수출할 때 미국 선박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미국 통상법 301조 및 존스법 개정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한화해운은 신규 발주한 중형 유조선과 LNG 운반선을 통해 미국과 동맹국의 에너지 안보 지원은 물론, 글로벌 에너지 물류 분야에서의 리더십 강화와 미국의 해양 부문 재산업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한화 필리 조선소는 지난 7월 한화해운으로부터 3500억 원 규모의 LNG 운반선을 수주했다. 미국에 있는 조선사가 LNG 운반선을 수주한 건 50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번 LNG 운반선 수주는 당시 추가 1척 옵션 계약을 이행하는 것으로 국내에 있는 한화오션과 함께 건조 작업을 하게 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재계 ‘통 큰 투자’, 한·미 경제동맹에 힘 실었다

재계가 '제조 파트너십'과 '통큰 투자'를 앞세워 한미 정상회담 성공 개최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현지 기업들과 다양한 형태의 계약·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가 하면 1500억달러(약 208조원) 규모 추가 투자를 발표하며 눈길을 끌었다. 26일 정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25일(현지시각) 정상회담과 별도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양국 '경제 동맹' 강화에 힘을 보탰다. 이 자리에서 양국 기업들은 조선, 원자력, 항공, 액화천연가스(LNG) 등 분야에서 총 11건의 계약·MOU를 체결했다. HD현대는 필리핀 수빅 조선소를 보유한 서버러스와 건조, 기술 지원, 인력양성 등 조선업 협력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비거 마린 그룹과 손을 잡았다. 미국 해군의 지원함 유지·보수·운영(MRO)과 조선소 현대화 및 선박 공동 건조 등을 위해 힘을 모을 방침이다.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엑스에너지(X-energy), 아마존웹서비스는 4자간 MOU를 맺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설계, 건설, 운영, 공급망 구축, 투자 및 시장 확대 협력을 위해서다. 한국가스공사는 에너지 기업 트라피구라 등과 LNG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2028년부터 약 10년간 미국산 LNG를 중심으로 연 330만t 가량을 들여오게 된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방산 기업인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구매 및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기업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4년간 미국에 260억달러(약 36조1500억원)를 투자한다고 선언한 게 대표적이다. 이는 지난 3월 밝힌 투자 금액 210억달러에서 50억달러 증가한 규모다. 회사는 제철, 자동차, 로봇 등 미래산업에 자금을 투입한다. 대한항공은 총 70조원 상당의 대미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미국 보잉사의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103대 도입(362억달러)과 GE에어로스페이스의 예비엔진 및 엔진 서비스 구매(136억9000만달러) 등이다. 지난 3월 대한항공이 발표한 보잉사 항공기 50대 및 GE에어로스페이스 엔진 구매와는 별도의 추가 계약이다. 대한항공 창립 이래 최대 규모 단일 계약이기도 하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역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한국 기업들은 1500억달러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류 회장은 “미국과 글로벌 시장을 함께 견인해 제조업 르네상스의 새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것"이라고며 “이러한 투자 계획과 오늘 양국 기업들이 논의할 협력 강화는 원대한 한미 산업 협력 구상을 실행하는 로드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총수들의 '인맥 외교'도 돋보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은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에 참석해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적극 소통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도 함께했다. 이재용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뜨겁게 포옹하며 서로 반가워하기도 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황 CEO와 대화를 나눴다. 정부는 재계 '지원사격'에 힘입어 한·미 정상회담이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정상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양국 정상이 공감대를 확인하고 이의 없이 끝났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감히 성공적인 정상회담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 역시 회담 직전까지 '돌발 상황' 발생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이 무난히 마무리됐다는 점을 고무적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관세 합의 후속 협상, 한미동맹 현대화 등 주요 쟁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닌 만큼 앞으로도 일정 수준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도 별다른 잡음 없이 회담이 끝났다는 점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우리 측이 미국에 무엇을 얻어내는 것보다 방어에 초점을 맞춤 회담이었음을 고려하면 방어에 일정 부분 성공한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언제든지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다"면서도 “우려보다 무난히 정상회담이 종결됐다는 점에서 한미 간 통상·안보 이슈 등이 당장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대한항공, 70조원 규모 보잉기·GE 엔진 구매 MOU…한미정상회담 대미 투자 동참

대한항공이 약 70조원에 달하는 미국 항공기·엔진 도입과 서비스 투자를 공식화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항공기 공급망 불안과, 2027년 예정된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을 앞둔 기단 재편 전략을 반영한 선제적 결정이다. 자칫 글로벌 항공기 공급 지연에 따라 타이밍을 놓칠 경우, 성장 전략 전반에 심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경영진의 판단이다. 25일(현지시간) 대한항공은 미국 워싱턴DC 윌러드 호텔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보잉 항공기 103대 도입 양해 각서(MOU)와 GE에어로스페이스·CFM 예비 엔진·엔진 정비 서비스 MOU가 각각 체결됐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스테파니 포프 보잉 상용기 부문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 러셀 스톡스 GE에어로스페이스 상용기 엔진·서비스 사업부 사장 겸 CEO 등 양사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에 조 회장이 경제 사절단원 자격으로 간 것과 관련이 있어 대미 투자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번 공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미국 보잉사로부터 △777-9 20대 △787-10 25대 △737-10 50대 △777-8F 화물기 8대 등 총 103대의 고효율 차세대 항공기를 약 362억달러(한화 약 50조5000억원 상당) 규모로 구매한다. 도입은 2030년말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통합 이후 장기 성장과 사업 안정성을 뒷받침할 핵심 투자가 될 전망이다. 동시에 GE에어로스페이스와 CFM으로부터 별도의 예비 엔진 19대를 도입한다. 구체적으로 GE9X 5대, GENx-1B 5대, LEAP-1B 8대 등 총 6억9000만달러(한화 약 1조1000억원)의 추가 투자가 단행되며, 아울러 130억달러(18조2000억원) 규모의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도 맺는다. GE에어로스페이스가 20년간 대한항공 항공기 28대를 대상으로 제공할 서비스다. 이로써 대한항공의 장기 기단은 보잉 777·787·737과 에어버스 A350·A321neo 등 5가지 고효율 신기재 중심으로 재편될 예정이다. 이는 공급 안정성 확보와 기단 단순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연료 효율성 제고와 탄소 배출 저감, 고객 만족 극대화 등 항공사의 기술 경쟁력을 전방위로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대한항공의 이번 선제적 투자 전략은 단순한 사업 확장에 머물지 않는다. 글로벌 주요 항공사들이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응해 항공기 주문 시점을 앞다투어 앞당기는 현상에 적극 편승한다는 점에서 시장 환경을 선도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한항공은 2027년 초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마치고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기단 재정비 과정에 있는 만큼 기존 기종의 송출과 신기재 도입을 병행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과의 전략적 항공 산업 협력도 더 강해진다. 대한항공은 이미 보잉·GE·프랫앤휘트니·해밀턴선드스트랜드·허니웰 등 미국 주요 항공 산업계와 다양한 방식의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1971년 첫 미국행 화물 노선과 1972년 첫 여객 노선 개설에 이어 최근에는 델타항공과의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JV) 등으로 양국 소비자 편의를 확대해 왔다. 조원태 회장은 “선제적인 대규모 항공기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대한민국과 미국 양국 간의 상호 호혜적 협력에도 기여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투자로 안전성과 운영 효율성, 기단 경쟁력 강화는 물론 한미 항공 산업 협력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항공기 투자는 항공사 성장과 수익성에 필수적이다. 공급망 이슈로 요구되는 시점에 항공기를 도입하지 못하면 사업 전략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대한항공은 그러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동시에 통합항공사 체제 주도권과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본격적 행보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이번 대규모 투자로 대한항공은 국적 대표 항공사로서 여객·화물 운송 메가 캐리어 입지를 확고히 하고, 한미 항공 산업 협력과 우호 관계 증진의 주춧돌 역할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더 센 상법’도 통과…“부작용 최소화” 우려, “재벌 지분 꼼수 개선” 기대

'더 센 상법'으로 불리는 2차 상법 개정안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날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여당 주도로 가결된데 이어 2차 상법 개정안마저 입법부 문턱을 넘자 재계는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추가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두 차례 상법 개정으로 소액주주 보호와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등 '자본시장 선진화' 작업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조성된다. 국회는 25일 열린 본회의에서 2차 상법 개정안을 여당 주도로 의결했다. 국민의 힘이 표결을 거부했지만 재석 의원 182명 가운데 찬성 180명, 기권 2명으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게 핵심이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지난달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또 추가된 개정안이다. 재계 관심사는 집중투표제다. 이 제도는 이사 선임 시 주주가 가진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게 골자다. 소액주주가 추천한 이사가 이사회에 진출하면 대주주의 독단적인 경영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능이 강화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다만 재계는 우리 경제 환경에서 집중투표제가 시행되면 소액주주 연합이나 투기 자본이 경영권을 위협하는 사례가 빈번해져 회사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30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상법개정에 따른 기업 영향 및 개선방안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6.7%는 2차 상법 개정안이 회사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를 동시 개정하는 경우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상장기업 74.0%는 그렇다고 응답했다. 경제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대한상의,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8단체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상법 개정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추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금번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분쟁 및 소송리스크가 증가할 가능성이큰 만큼 국회는 입법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균형 있는 입법에 힘써주길 바란다"며 “우선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경영권 방어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이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경영 판단 원칙'을 명문화하고 '배임죄'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기업이 혁신과 성장에 매진할 수 있도록 경제형벌과 기업규모별 차등규제·인센티브를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영 판단 원칙'은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근거로 경영상 결정을 내린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배임죄는 주요국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처벌, 모호한 구성 요건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 힘도 상법 개정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성훈 국민의 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번 상법 개정안은 겉으로는 소수 주주 보호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기업 경영권을 무력화하고 해외 투기자본에 기업을 내주는 명백한 자해 입법"이라며 “국민 경제는 실험 대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두 차례 상법 개정이 '자본시장 선진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액주주들도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에게 표를 집중해 이사회에 진입시킬 길이 열렸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재계 총수가 '재벌' 제도 특성을 악용해 최소한의 자본으로 최대한 지배력을 발휘하려 했던 꼼수도 많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시장에서는 대기업들이 계열사 상장,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 등을 무분별하게 시행한다는 불만이 커졌다. 한 대기업 총수는 “중복 상장이 뭐가 문제냐"고 발언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윤태준 컨두잇 소장은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개인주주들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이사회에 진입시킬 길을 열은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며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는 감사 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것이고 결국 그 과실은 모든 주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헌우·장하은 기자 yes@ekn.kr

최태원 상의 회장 “사회문제 해결에 발상·구조 전환 필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가 25~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디자인하다(Designing the Sustainable Future)' 주제로 열린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개막일인 25일 영상 개회사를 통해 “사회적가치 페스타는 단순한 대화의 장을 넘어 기업이 사회적 가치의 본질을 체감하고 시민사회와 함께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공동의 학습장"이라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과 함께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사회문제에 대해 문제를 일으키는 곳에 규제하고, 벌을 주는 방식으로 접근했지만 지금은 문제를 해결하는 곳에 더 많은 기회를 주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사회문제 현황과 해결 성과를 정확히 측정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한 성과 기반 보상 구조를 제도화해야 지속가능한 변화와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사회적가치 페스타 메인세션으로 열린 '리더스서밋'에는 국내기업은 물론 일본 소프트뱅크, 유럽 VBA. 중국 텐센트 등 글로벌 기업 및 민간 재단, 사회적 기업, 정부 등 다양한 사회혁신 리더 350여명이 참석했다. '사회문제 해결 성과관리와 글로벌 동향'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신현상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조강연을 통해 효율적인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가치의 측정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회적가치 측정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센티브 매커니즘을 구축한다면 사회문제 해결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케다 마사토 일본 소프트뱅크 CSR 본부장은 “실제 사업이 창출한 직접적 효과와 중장기 간접효과를 경제, 환경, 사회 3개 범주 14개 항목으로 정량화해 화폐가치로 환산하고 있다"며 투자자, 주주, 사내 담당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직관적으로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소프트뱅크의 사회적가치 측정 체계를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올해 사회적가치 페스타에는 카카오임팩트, LG화학 등 대기업에서부터 사회적 기업, 임팩트투자 등 30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280여개 전시부스와 다양한 세션을 통해 각자의 사회문제 해결 사례와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페스타 전시는'스토리 로드(Story Road)' 콘셉트로 꾸며졌다. 사회문제를 협력, 미래세대, 혁신, 기후환경 등 네 가지 길로 나눠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 사례를 연결했다. '미래세대의 길'에서는 교육 격차 해소와 청년 성장 프로젝트가, '혁신의 길'에서는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해법들이 소개됐다. '기후환경의 길'은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에너지 전환 모델을, '협력의 길'에서는 장애인·이동약자 등 취약계층의 생활을 돕는 아이디어와 민관 협업 사례가 공유됐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사회적가치 페스타는 기술과 파트너십, 공감과 실행을 한데 모아 협력하는 열린 플랫폼"이라며 “기업, 정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들을 모아 향후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데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가치 페스타는 대한상의를 포함해 SOVAC, SK텔레콤, 현대해상, 카카오임팩트, KOICA, SM C&C, 루트임팩트, 임팩트스퀘어, 코엑스, 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등이 공동 주최로 참여한다. 국무조정실,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한국경영학회가 후원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국민 80% “내년 건강보험료율 인하 또는 동결해야”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명은 소득 대비 건강보험료 수준이 부담되기에 내년 보험료율을 동결 또는 인하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2025 국민건강보험 현안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77.6%가 본인이나 가계 소득과 비교해 건강보험료 수준이 '부담된다'는 응답을 보였다고 24일 밝혔다. 반면에 '보통이다'는 17.6%를 기록했고, '부담되지 않는다'는 4.8%에 그쳤다. 내년도 보험료율 결정과 관련해 '인하 또는 동결해야 한다'는 응답 비중이 80.3%를 차지했다. 지난 2020년 인식조사 이래 최고치라고 경총은 전했다. 반대로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은 19.7%였다. 현재 시범사업 중인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 확대 추진에는 '긍정적' 평가 55.7%, '부정적' 평가 32.0%로 집계됐다. 업무와 관련 없는 상해나 질병으로 소득을 상실한 경우 건강보험에서 상병수당을 지급하는 것에도 '긍정적' 응답이 51.4%로 '부정적' 38.5%보다 높았다. 상병수단 지급 항목에 '긍정적' 응답이 과반을 넘은 것은 올해 조사가 처음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취약계층 지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경총은 풀이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보험료율의 법정상한(현재 8%)을 높이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에 대해서는 '부정적' 54.1% 견해가 더 많았다. '긍정적' 응답은 32.3%였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건강보험 급여 확대가 보험료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지금의 방식은 지속가능할 수 없다"며 “인구·경제 다운사이징 시대에 국민과 국가가 부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재정지출을 효율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경총 인식조사 설문은 전국 만 20세 이상 1007명(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08%포인트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재계 “보완입법·1년 유예” 요구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은 기존 노동조합법 규정에서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고, 노조의 불법쟁의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한 게 핵심 내용이다. 국회는 이날 오전 노란봉투법 통과에 반대해 온 국민의힘의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가 끝나자 즉시 본회의 표결을 부쳐 재석의원 186명 중 찬성 183명, 반대 3명으로 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진보성향 정당 소속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고, '경제 악법'이라며 줄곧 반대해 온 국민의힘 의원들은 투표를 거부했다. 개혁신당 의원 3명은 투표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다. 이날 국회 본회의 통과로 정부는 경영계가 우려하는 법 시행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법 개정에 반대해 온 경영계는 보완 입법과 최소 법 시행 1년 이상 유예에 힘을 모으고 있다. 반면에 노동계는 원청과 하청 구조를 합리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노란봉투법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이날 “해당 법 시행 취지는 변화한 노동 환경과 산업 구조에 대응해 권한과 책임이 불일치하는 제도적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하청 등 다층적 산업 구조 하에서의 실질적인 교섭권 보장, 과도한 손해 배상 청구로 인한 노동권 위축 문제 등을 해소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부연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향후 6개월 간 법 시행 준비기간 중 노사 의견을 수렴하는 태스크 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개정법의 실제 적용과 관련 의견을 상시로 수렴할 수 있는 경영계·노동계 상설 소통 창구를 TF에 설치함으로써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계획이고, 법 시행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반면에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직후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 관계자들은 “노란봉투법이 통과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이로써 법리상 사용자가 누구인지, 노동 쟁의 대상이 되는 사업 경영상 결정이 어디까지 해당하는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향후 노사 간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개정안이 입법부를 통과한 만큼 경제 6단체는 노란봉투법 후폭풍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용자의 방어권을 고려한 보완 입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달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일하는 노동자는 누구나 단결하고 사용자와 교섭할 권리가 있다"며 법 통과를 환영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개정이 완전하지는 않아 오늘은 끝이 아닌 시작이며, 2026년을 '비정규직·특수 고용 노동자 권리 쟁취 전환의 해'로 만들 것"이라면서 “(경영계가) 교섭과 책임을 회피한다면 '진짜 사장'을 단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원·하청 구조의 불합리한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특수 고용직 노동자성이 일터에서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세심히 살필 것"이라고 했다. 노란봉투법은 직전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당 주도로 사용자 범위와 노동 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 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재발의됐다. 그 과정에서 재계는 불법 파업에도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고, 기업이 입은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주장하며 줄곧 반대 입장을 천명해 왔다. 특히,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의 경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재계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노조의 쟁의 행위가 더 잦아지고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우려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노조도 손해배상 위험 때문에 파업을 신중하게 고려하는데, 법이 통과되면 억제 장치가 사라져 노조의 투쟁 강도가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울러 국제 투자자와 해외 기업들이 노동 리스크가 큰 시장으로 인식할 수 있고, 한국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장기적으로 고용 위축과 물류·운송·조선·철강·자동차 등 국가 기간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다시 말해 재계의 반대 논리는 '불법 파업 면죄부→기업 손실 전가→노사 불균형 심화→투자·고용 위축'의 흐름으로 요약되는 셈이다. 한편 노동계는 기업이 파업에 대응해 과도한 손해 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남발해 왔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헌법 제33조가 보장하는 단결권·단체 교섭권·단체 행동권 등 노동 3권은 형식적 권리일 뿐, 손배·가압류 위협 때문에 현실적으로 제약을 받아왔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해 합법 파업은 물론, 쟁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손해까지 개인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관행을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로써 노사 관계의 힘의 균형을 맞추고 교섭력을 회복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도 이들의 논거다. 이 외에도 UN 산하 국제노동기구(ILO)가 우리 정부에 수차례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는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는 점도 노동계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이야말로 국제 기준에 맞는 노동권 보장이며, 국내 노동 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논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최태원·김동관·구광모 포함 재계 총수 14인, 한미 정상회담 맞춰 美 워싱턴 총집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경제사절단 일정에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속속 출국하며 현지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24일 정오 경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주요 총수들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출국길에 “열심히 하겠다"는 짧은 소감을 남겼으며, 이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차례로 출국장에 들어섰다. 이번 사절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 재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합류했다.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정의선 회장은 미국 현지에서 합류할 예정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방미를 계기로 각 그룹이 추가적인 미국 투자 계획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약 5조원을 투입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준비 중이다. 또 배터리 계열사 SK온은 조지아·켄터키 등지에서 포드와 합작한 블루오벌SK 공장 3곳을 포함해 총 6개의 공장을 운영·건설 중이며, 미국 내 누적 투자액은 1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LG그룹 역시 배터리 계열사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미시간·오하이오·테네시에서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다. 여기에 현대차·혼다와 각각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며, 올해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업계 최초로 에너지 저장 장치(ESS)용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방산과 우주항공 분야에서 미국 시장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어 이번 경제사절단 활동을 계기로 투자 협력 범위를 넓힐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방미 경제사절단은 사실상 '한국 기업 대미 투자 로드쇼'의 성격을 갖는다. 미국이 반도체·배터리 공급망을 자국 내에 집중시키려는 가운데, 한국 주요 그룹 총수들의 직접 행보는 향후 투자와 협력 규모 확대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