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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금리 인하했는데 국제금값은 하락…“시세 조정 주의해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4.00~4.25%로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국제금값이 하락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 동부시간 기준 오후 3시 11분(한국시간 오전 4시 11분) 금 현물 가격이 전장 대비 0.9% 내린 온스당 3658.25달러를 보였다. 금 현물 시세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는 소식 직후 3707.57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찍은 후 하락 반전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매파적이라는 평가 속에서 달러가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 12월 선물은 연준 금리인하 직후 잠시 96선이 붕괴됐지만 빠르게 반등해 97선 재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통상 금값 상승의 요인으로 여겨진다.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가 발생하지 않은 금에 대한 투자매력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금값은 금리 인하를 예고한 지난달 잭슨홀 회의 이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랠리를 이어왔다. 금 시세는 이달에만 6% 가량 급등했다. 그러나 미 달러화 강세는 금값에 악재다.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금 수요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노동 시장이 매우 견고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이번 결정을 '위험관리 인하'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투표권을 가진 한 명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믿기 힘들 만큼 설득력을 갖는 것"이라며 이번 회의에서 '빅 컷'(0.5%포인트 인하) 소수의견이 지지받지 못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와 관련, 스미토모 미쓰이 은행의 야마모토 타케루 트레이더는 “연준이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를 시사하면서 회의 직후 달러화가 매도됐다"며 “그러나 내년에는 금리를 한 번만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고,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다소 매파적인 것으로 인식되면서 달러에 매수세가 다시 붙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값 하락을 계기로 추가 조정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독립적인 금속 트레이더 타이 웡은 “파월 의장이 이번 금리 인하를 '위험 관리 인하'로 규정하면서 연준이 불확실성을 시사하자 차익 실현이 촉발됐다"며 기술적 지지선인 3550달러선이 무너질 경우 금값 상승세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에너지 거래 업체 버팔로 바유 코모디티즈의 프랭크 몬캄 매크로 트레이딩 총괄은 “금의 14일 상대강도지수(RSI)는 여전히 70을 웃돌고 있어 단기 조정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RSI가 70 이상이면 과매수 영역에 진입해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이날 도이치뱅크의 마이클 수에 귀금속 애널리스트는 내년 금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3700달러에서 40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그는 연준이 이달 FOMC를 포함해 올해 세 차례 내리고 내년엔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이치뱅크는 또 중국 중앙은행이 금 매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중국의 금 매입량은 900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다른 귀금속인 은 가격 전망치도 공급 부족에 기존 온스당 40달러에서 45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연준, 연내 추가 2회 인하 시사했지만…미 금리전망 불확실한 이유는 [이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일(현지시간)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한 가운데 연내 2회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해온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동조한 위원은 한 명에 그쳤고, 향후 추가 인하 횟수를 둘러싼 위원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면서 향후 금리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연준은 이날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4.25~4.50%에서 4.00~4.25%로 0.25%p 내렸다. 주목받는 점은 FOMC에서 투표권을 가진 12명의 위원 중, 0.25%p 인하에 반대해 '빅 컷'(금리 0.5%p 인하) 의견을 낸 의원은 스티븐 마이런 신임 연준 이사(국가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겸임) 단 한 명뿐이었다는 것이다. 마이런 이사의 빅컷 투표는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미셸 보먼 부의장도 빅컷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 둘은 지난 7월 FOMC 회의에서 다수 의견이었던 '금리 동결'에 반대해 금리 인하 의견을 낸 바 있다. 연준 이사 2명이 동시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은 지난 1993년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회의에서 반대표가 1표에 그치자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회 구성원 교체만으로 원하는 금리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투표권을 가진 한 명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믿기 힘들 만큼 설득력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FOMC에서 가장 놀라운 일은 반대표가 1표에 그쳤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은 또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이 3.6%로 나왔다. 연말까지 0.25%p씩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이 역시 불확실성이 크다. 점도표에 반영된 전망은 어디까지나 '중간값'일 뿐이고 위원 간 의견 분산이 컸기 때문이다. 점도표는 투표권이 없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를 포함해 총 19명의 위원이 제출한 예상치를 반영한다. 2025년 연말에 기준금리가 현 수준과 같거나 높을 것이라 전망한 위원은 7명에 달했고 1회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2명이다. 2회 인하를 전망한 위원은 9명이었고, 마이런 이사로 추정되는 한 위원은 2.75∼3.00%로 현 수준 대비 1.25%포인트 인하를 예상했다. FOMC 위원 중 절반 가량이 적극적인 금리인하가 불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심지어 2026년 금리 인하는 1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시장이 기대한 3회 인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26년 말 금리 전망 분포도 역시 2.75∼3.75%로 넓게 분산돼 있었다. 이는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반등 위험을 경계해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이어갈 것임을 보여준다.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의 “한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25bp 인하에 동의했다"며 “인플레이션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정책금리가 낮아질수록 매파적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파월 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매파적인 발언을 냈다. 그는 “노동 시장이 매우 견고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이번 결정을 '위험관리 인하'(risk management cut)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일회성 가격 상승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연준은 이날 공개한 경제전망(SEP)를 통해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4%에서 1.6%로 상향 조정했다. 기존의 전망치는 6월에 발표된 1.4%였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노동시장 약화 우려가 커진 점이 이번 금리 인하의 핵심 배경이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경제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파월 의장의 진단은 향후 고용·물가 지표에 따라 연준이 추가 인하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웰스파고 증권의 브랜던 맥케나 전략가는 “파월의 '위험관리 인하' 발언은 다소 매파적으로 해석된다"며 “연준은 추가 인하에 다소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울프 리서치의 스테파니 로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양대 책무(물가 안정·최대 고용)가 동시에 위협받고 있어 금리 결정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한쪽으로 과도하게 기울면 다른 쪽 균형이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파월 의장은 임기가 끝나더라도 연준을 떠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의 이사직 임기는 2028년 1월까지지만 전임 연준 의장들은 보통 임기 종료 후 이사직도 내려놨다. 파월 의장이 이 같은 전례를 깨고 잔류할 경우 2028년까지 FOMC 금리 결정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연준, 트럼프 취임 후 첫 금리 인하…“연내 두 번 더 내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낮추기로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금리 인하다. 연준은 17일(현지시간)까지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에서 4.00~4.25%로 내렸다. 지난해 12월 0.25%p 인하 후 9개월 만에 다시 내린 것이다. 이로써 한미 금리차는 1.75%p로 줄었다. 연준은 지난해 9월 4년 반 만에 금리 인하를 재개한 뒤 12월까지 금리를 내렸으나 올해는 직전 회의인 7월 FOMC까지 금리를 동결해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을 향해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다. 연준의 이날 금리 인하 결정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해 전날 취임한 스티븐 마이런 신임 연준 이사(국가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겸임)도 투표권을 행사했다. 그는 '빅 컷'(0.50%p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반면 종전에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 온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미셸 보먼 이사를 포함한 11명은 모두 0.25%p 인하에 찬성했다. 연준이 9개월 만에 금리 인하에 나선 배경엔 미 노동시장 약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FOMC 성명에선 “일자리 증가가 둔화됐다", “실업률이 소폭 상승했다" 등의 문구가 새로 추가됐고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삭제됐다. 성명은 또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고 판단했다"며 “변화하는 (노동과 물가의) 위험 균형에"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노동 수요가 약화했고, 최근 일자리 창출 속도는 실업률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 시장이 매우 견고하다고 더 이상 말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일회성 가격 상승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여전히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이어 “상품 가격 상승이 올해 인플레이션 상승의 대부분을 설명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이는 매우 큰 효과는 아니지만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 지속해서 누적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세를 수출업자들이 지불하지 않고, 대부분 수출업자와 소비자 사이에 있는 회사들이 지불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비용을 전가할 의도가 있다고 말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예상됐던 만큼 시장의 관심사는 연준의 경제 전망치를 보여주는 점도표에 쏠렸다.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올내 0.25%p씩 두 차례 추가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또 내년엔 한 차례의 추가 금리인하를 전망했는데 이는 시장의 3회 금리인하 예상을 크게 밑돈다. 연준은 또 경제전망(SEP)에서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상향 조정했다. 기존의 전망치는 6월에 발표된 1.4%였다. 6월 발표와 비교해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3.0%, 가격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3.1%, 실업률은 4.5%로 각각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파월 의장은 “이번 결정을 두고 '위험관리 인하'(risk management cut)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경제전망을 보면 실제로 올해와 내년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고,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은 거의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이례적 두번째 英방문…美 빅테크, 58조원 영국 투자 발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 방문한 가운데 미 빅테크들은 영국에 대한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영국의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2028년까지 300억달러(약 4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영국이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브래드 스미스 MS 대외 정책 총괄 사장은 “영국의 사업 환경에 항상 낙관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 몇 년간 영국 정부가 취한 조치들에 큰 고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스미스 사장은 2023년 MS가 690억달러 규모의 게임 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할 당시 영국 당국이 이를 저지하려 했던 것을 비판한 바 있다. 같은 해 말 영국 경쟁 당국은 MS의 인수를 승인했다. 스미스 사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당시 규제 환경 등으로 이런 수준의 투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의 경우 구체적인 투자 금액 등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영국에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위해 2026년까지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12만장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유럽에서 이루어진 엔비디아의 최대 규모다. 이 중 2만3000장 이상은 MS와 영국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엔스케일과 협력해 새로 구축하는 슈퍼컴퓨터에 탑재될 계획이다. 또 3만장 가량의 GPU는 오픈AI가 엔스케일과 협력해 진행하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UK'에 탑재될 전망이다. 오픈AI는 내년 1분기까지 최대 8000장의 GPU를 도입하고 향후 3만100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 센터 운영업체인 코어위브는 영국에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위해 15억 파운드(약 2조82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앞서 영국에 10억 파운드(약 1조8800억원) 투자를 진행한 바 있어 총 투자액은 25억 파운드(약 4조7000억원)로 불어날 전망이다. 세일즈포스는 과거에 발표했던 영국 투자계획을 확대한다. 2023년 당시 5년에 걸쳐 40억달러(약 5조52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2030년까지 20억달러(약 2조7600억원)를 추가로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구글은 영국에 50억파운드(약 9조4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런던 인근에 새 데이터센터를 연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이번 투자로 영국에서 연간 8250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영국 데이터센터에 5억 파운드를 투자하겠다고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래리 핑크 블랙록 CEO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영국 방문에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과학혁신기술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MS, 엔비디아, 구글, 오픈AI 등 미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구축, 양자 컴퓨팅 개발 등에 총 310억파운드(약 58조4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빅테크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과 영국이 협력 강화를 모색하려는 와중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은 첫 번째 임기 중이었던 2019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을 두 번째 임기에는 국빈 초청하지 않았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을 두 번 국빈 방문한 첫 미국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영국에 도착해 18일까지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관세, 원전 등과 관련해 양국 간 진행해 온 협의의 마무리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는 “영국 정부는 자국 AI기업 육성을 통해 미국 기술력에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프랑스를 비록한 일부 유럽 국가들의 전략을 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코스피 등 아시아 증시 ‘불편한’ 신고가…“관세 여파로 한국 가장 취약”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 같은 흐름이 곧 반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대만 등이 가장 취약할 수 있다는 경고 속에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익스포저(노출 비중)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17일 인베스팅닷컴,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전날까지 8거래일 연속 상승해 222.24를 기록, 2021년 2월 종전 최고치(220.64)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 MSCI 아태 지수의 상승률은 21%로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12%)를 크게 웃돌고 있다. 블룸버그는 “풍부한 유동성, 달러 약세, 인공지능(AI) 붐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코스피의 경우 전날까지 5거래일 연속 신고가를 경신하며 사상 처음으로 3450선을 돌파했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날 장중 4만5000선을 넘어서며 또다시 최고치를 새로 썼고, 대만 가권지수 역시 장중 2만5664.81까지 오르면서 신고가 랠리를 이어갔다. 베트남의 대표 지수인 VN지수, 싱가포르 ST종합지수 역시 이달에 각각 1711.49, 4375.33까지 급등하면서 신기록을 세웠다. 중국의 경우 신고가는 아니지만 올 들어 강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인 3854.07에 마감했고 홍콩 항셍지수의 올해 상승률은 35%에 육박한다. 호주 S&P/ASX200 지수는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한 후 현재 8800선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이 미국발 관세 충격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로 MSCI 신흥국 지수 편입 기업들의 이익이 약 3%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지만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는 지난달 공식 발효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품목별 관세'의 비중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BNP파리바의 윌리엄 브래턴 아태 주식 리서치 총괄은 “관세 리스크가 향후 실적 기대감이나 밸류에이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아시아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전망치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 일본, 대만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가장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티로우 프라이스의 클라렌스 리 선임 포트폴리오 애널리스트 역시 “관세 여파가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 전망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 아시아 및 신흥시장 포트폴리오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비중을 줄였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관세 충격을 상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여기에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지표가 지금까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 관세 영향이 우려했던 것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한국의 8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 늘은 584억달러로, 8월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태국과 베트남의 경우 주문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러나 이는 관세 발효 전 수출을 앞당긴 결과라는 반론도 나온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관세마저 예고하면서 아시아 기술 섹터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애버딘 인베스트먼트의 제리 고 투자 책임자는 “아시아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관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 가장 취약한 국가로 꼽힌다"고 강조했다. 프랭클인 템플턴의 크리스티 탠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수출과 테크 섹터 기업들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수개월간 실적 부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상호관세 법원서 제동…트럼프, ‘품목별 관세’ 비중 더 늘리나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품목별 관세' 비중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영국을 방문하기 위해 백악관을 나서면서 한 기자로부터 '자동차 관세를 타협해서 25%에서 15%로 낮추면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피해 본다는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난 아무것도 타협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 관세를 처음 부과한 것이 자신이었다고 강조한 뒤 “그들은 수년간 아무 관세도 내지 않았다. 이제 그들은 15%를 내고 있으며 어떤 것들은 더 많은 관세를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반도체는 더 낼 수 있고, 의약품도 더 낼 수 있다. 반도체와 의약품은 이익률이 (자동차보다) 더 높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반도체에 대해 “꽤 상당한 관세를 조만간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하며, 한 때 “200%, 혹은 300%"를 거론한 바 있다. 의약품에 대해서는 150∼250%를 언급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잊지 말라. 유럽연합은 관세 때문에 우리나라에 9500억달러를 내고 있다"면서 “일본은 우리한테 6500억달러를 내고 있다. 내가 오기 전까지 우리한테 아무것도 내지 않던 기업과 국가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에서 심리할 관세 소송에 대해 “법률 전문가 모두 우리가 그 건을 이겼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훌륭했으며 난 대법원이 매우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 임명한 대법관 3명을 포함해 6명이 보수 성향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현재 부과하고 있는 철강·알루미늄 관세(50%)와 자동차부품 관세(25%)의 부과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연방 관보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철강이나 알루미늄을 사용해서 만든 파생 제품 중 관세 부과 대상에 추가할 품목에 대해 전날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앞서 상무부는 지난 5월에 접수한 의견을 바탕으로 지난 6월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가전제품에 사용된 철강에도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번 의견 수렴은 오는 29일까지 진행되며, 상무부는 특정 품목을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요청을 접수하면 60일 내로 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제조사와 협회가 새로운 품목을 관세 대상으로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 매년 5월, 9월, 1월에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상무부는 또 자동차 부품을 25% 관세 부과 대상에 추가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절차도 관보를 통해 안내했다. 의견 수렴은 오는 10월 1일부터 2주간 진행되며 철강과 마찬가지로 의견 접수 후 60일 내로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자동차부품은 지난 5월 3일부터 25%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당시 지정한 품목 외에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관세 장벽으로 보호할 품목이 더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절차다. 자동차나 자동차부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제조사나 그런 제조사를 대표하는 협회가 의견을 제출할 수 있으며 상무부는 매년 1월, 4월, 7월, 10월에 의견을 접수할 계획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페이팔 마피아의 경고…“AI 거품 곧 터질 수도”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 열기가 역사상 가장 큰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에게서 나왔다. AI 거품이 터질 경우 관련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이자 미국 벤처캐피탈 AZ-VC의 창업자인 잭 셀비는 16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은 실제 비용의 몇 푼에 불과한 가격으로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서비스가) 언제가는 원가에 맞춰 가격이 책정돼야 하고, 일정 수준의 마진도 붙을 수 밖에 없다"며 “아직은 그 시기가 아니지만 곧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처럼 저렴한 비용으로는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기업들이 향후 가격을 올릴 경우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셀비는 또 “혁신적인 차세대 AI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기업들에 수십억 달러의 벤처 자금이 쏟아지고 있지만,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AI 기업들이 넘쳐나는 모습은 25년 전 닷컴 버블과 유사하다"며 “거품이 꺼질 경우 수많은 기업들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수백억, 혹은 수천억 달러의 투자 자금이 말 그대로 증발할 수 있다"며 “AI 나무들이 하늘까지 뻗을 것이란 숨 막히는 내러티브가 넘쳐난다. 일찍 뛰어들었다면 환상적이겠지만 지금 투잔하다면 확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기업들의 수익화 전략력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밸류에이션이 급등함에 따라 AI 투자자들에게 고통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한 테크 업계의 대열에 셀비도 합류했다"고 전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15초의 발언 중 거품이라는 단어를 세 차례 언급하면서 “투자자들이 AI에 과도하게 흥분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생성형 AI에 투자한 기업의 95%가 수익을 내지 못했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페이팔 마피아는 1990년대 후반 설립된 온라인 결제(전자지갑) 업체 페이팔을 이끌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공동 창업자 피터 틸, 리드 호프먼 전 페이팔 부사장,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가리킨다. 이들은 스타트업 창업과 투자를 주도하는 등 실리콘밸리 생태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충성파’ 마이런, 美연준 이사회 입성…‘빅컷 의견’으로 연준 흔들까 [이슈+]

'트럼프 충성파'인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로 취임하게 됐다. 이로써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미 상원은 본회의에서 마이런 이사의 인준안을 찬성 48표 대 반대 47표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고, 공화당에선 리사 머카우스키(알래스카) 의원만이 반대표를 던졌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표결에 앞서 “마이런은 독립성이 전혀 없으며, 연준에서 트럼프의 대변자 역할만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런 이사는 내년 1월까지 앞서 사임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의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런 이사를 연임할 경우, 그의 임기는 내년 2월부터 14년 동안 연장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후보자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마이런 이사는 무기한으로 남을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 상원이 인준안을 통과함에 따라 마이런 이사는 오는 16~17일 열리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마이런 이사는 첫 현직 행정부 인사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FOMC에서 제기할지가 주요 관심사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투 레이트'(금리인하 결정이 늦는 사람)는 염두에 둔 것보다 더 크게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압박했다. 그는 전날에도 “빅컷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지금은 금리를 인하하기에 완벽한 시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이런 이사의 인준안 통과에 대해 “그는 연준을 개편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의 최전선에 있다"며 월가는 마이런 이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빅컷 압박에 동조할지 주목하고 있다고 짚었다. CNBC도 이번 FOMC에서 “마이런의 투표는 결정적인 표가 되지 않겠지만 0.25%포인트 금리인하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마이런 이사가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보여주는 점도표에서도 어떤 의견을 낼지도 주목을 받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보다 최소 1.5%포인트 낮춰야 한다며 이달엔 빅컷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마크 크랜필드 블룸버그 마켓츠라이브 전략가는 “트레이더들은 마이런이 점도표에서 매우 낮은 전망치를 제시할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는 시장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이런 이사는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지난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선 안 된다고 여러 차례 발언했다. 하지만 그는 올해 6월 CNBC와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당시 금리를 1%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마이런 이사는 “대통령이 통화 정책에 대해 줄곧 옳은 판단을 내려왔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마이런 이사가 FOMC 회의에서 빅컷을 주장할 경우 다른 친(親)트럼프 인사들도 이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7명으로 구성된 연준 이사회 중 미셸 보먼 연준 감독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연준의 7월 금리 동결 결정에 반대하며 금리 인하를 선호하고 있다. 한편,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한 리사 쿡 연준 이사가 당분간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항소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에 쿡 이사도 기준금리를 결정할 FOMC 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된 쿡 이사에게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제기하며 해임을 통보했다. 그러나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 사유로 밝힌 사기 혐의가 쿡 이사가 연준 이사를 맡기 전에 발생한 일이기에 충분한 해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행정부 법무부는 즉각 항소했지만, 이날 워싱턴DC 연방 항소법원은 다시 쿡 이사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쿡 이사에게 제기된 혐의에 정식으로 대응할 기회를 주지 않아 정당한 절차적 권리를 침해했다고 2대 1로 판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상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포커스] 車부품사가 생리컵 제조사?…생존 위해 기존 정체성 버리는 日 기업들

일본 주요 제조업체들이 과거 정체성을 확립해준 주력 제품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확립시켜준 제품에서 벗어나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 제품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워지자, 소비자들이 예상치 못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1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나고야에 본사를 둔 고무 제조업체 고무노이나키는 2023년에 론칭한 생리컵 브랜드 '페미낙'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생리컵은 인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낼 수 있도록 만든 의료용 실리콘 재질의 여성용품이다. 재질 특성상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근들어 일회용 생리대나 탐폰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1919년에 설립된 고무노이나키는 내연기관차용 오일실·오링 등을 생산해 도요타자동차와 덴소를 비롯한 자동차 업계에 납품하는 것을 핵심 사업 모델로 삼아왔다. 연 매출은 415억엔에 달하지만 이 중 90%가 자동차 산업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내연기관차 부품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자 일반 소비자 용품에 눈을 들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전기차 시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과 유럽에서는 2033년 전후로 전기차 판매 비중이 전체 대비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고무노이나키의 상품기획부장 코야마 슌이치는 “자동차 산업이 변화함에 따라 우리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페미낙 브랜드 사업의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일본 경제는 장기적인 내수 부진을 겪고 있지만 지난달 페미낙 판매량은 전년 동월대비 70% 급증했다. 생리컵 시장 자체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생리컵 시장 규모가 16억달러에 달하며 2032년까지 매년 6.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고무노이나키는 올 연말까지 싱가포르와 베트남에 페미낙 출시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한국 시장에도 진출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 제조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1934년 필름 생산을 위해 설립된 후지필름의 경우 2001년 글로벌 필름 1위 기업에 올랐지만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아스타리프트, 내시경 및 초음파 장비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고무노이나키 역시 후지필름의 사례에서 영감을 받아 여성용품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제품 개발을 담당한 콘도 에미는 “아스타리프트가 우리의 벤치마크"라며 “소비재 제품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만 판매가 안정적으로 이어지면 투자 대비 수익률이 크게 개선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일본 조미료 기업인 아지노모토도 반도체 산업에 핵심적인 절연 필름 '아지노모토 빌드업 필름(ABF)'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일본 세이렌의 경우 본래 자동차 시트용 섬유를 주력으로 했지만 현재는 패션, 주거용 냊장재, 의료용 인공혈관, 전자 부품 소재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일본 車관세 15%로 인하…한국차가 일본차보다 비싸진다

미국이 16일(현지시간)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대해 한국보다 10%포인트 낮은 관세를 적용한다.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가 난항에 빠진 와중에 이같은 관세차로 한국 자동차 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일 전망이다. 미 세관국경보호청(CBP) 이날 오전 0시 1분부터(한국시간 16일 오후 1시 1분) 미국으로 수입되는 일본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15% 관세를 적용한다고 전날 연방 관보를 통해 밝혔다. 반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는 25% 관세가 계속 적용된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가 일본산에 비해 비싸지는 가격 역전 상황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한국산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으로 기본 관세(2.5%)가 적용된 일본·유럽산 자동차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자랑한 바 있다.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미국 내 판매 시작 가격이 2만5450달러(3500만원)으로, 경쟁차종인 도요타의 코롤라 하이브리드(2만8190달러·3900만원)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일본에 부과되는 자동차 관세가 한국(25%)보다 10%포인트 낮아질 경우 코롤라 하이브리드 가격은 2만4700달러(3400만원)까지 내려가 아반떼 하이브리드보다 싸지게 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지난 4월 3일부터 자동차에 25%를, 지난 5월 3일부터 자동차 부품에 25% 관세를 기존 관세에 추가로 부과했다. 이후 한국과 일본은 모두 미국과 큰 틀에서 무역 협상을 타결해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그러나 협상 세부 내용을 두고 이견을 빚으면서 미국은 자동차 관세를 바로 낮추지 않았다. 이에 일본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미일 무역 합의를 공식적으로 이행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한국도 일본처럼 미국이 약속한 자동차 관세 인하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한미는 지난 7월 30일 타결한 무역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 등을 낮추는 대신 한국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일본과 같은 사실상의 '백지수표'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은 지분 투자를 최소화하고 대부분을 보증으로 하려고 하고 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는데 대미 투자처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정하고, 투자 이익은 투자 원리금 변제 전에는 미국과 일본이 절반씩 나눠 갖고 변제 후에는 미국이 90%를 갖는다는 조건이다. 투자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이뤄져야 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처를 지정하면 일본은 45일 이내에 자금을 대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미국이 관세를 올릴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정부에서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미국을 다녀간 데 이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을 위해 미국을 찾아 국익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미국과 합의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날 워싱턴DC에 도착한 여 본부장은 취재진에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디테일을 갖고 치열하게 협상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익에 최대한 부합하게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 3500억달러 대미 투자 방식에 대해서는 “어떤 게 우리한테 가장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일본이 먼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춘 것에 대해 “우리도 최대한 빨리 (15%로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협상의 과정이니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르면 이날 자신의 대화 상대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를 만날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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