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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쿠팡 사태, 책임은 국경 밖으로, 피해는 국민에게

이번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단순한 보안 사고가 아니다. 약 3,370만 명, 대한민국 경제활동인구 상당수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초유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태도는 무책임했고 오너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실질적 지배자인 김범석 의장은 사과는커녕 국회의 출석 요구조차 “국제적 비즈니스"라는 말로 회피했다. 이 장면은 단순한 불출석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소비자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범석이 진정으로 긴장하고 있는 곳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미국에서 쿠팡 투자자들을 원고로 한 집단소송이 지난 20일 제기되면서 김범석 개인의 경영 책임과 CEO 지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미국 자본시장에서 상장사 CEO는 단순한 '고용인'이 아니라 주주에 대한 신인의무와 관리·감독 의무를 지는 책임자다. 핵심 자회사인 한국 쿠팡의 보안 관리 실패가 반복적으로 제기됐음에도 이를 방치했고, 그 결과 기업가치와 주가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만약 이번 개인정보 유출이 미국 증권법상 중요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그리고 적시에 공시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내려진다면 단순한 민사 분쟁을 넘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사회가 '김범석 리스크'를 이유로 CEO 교체를 검토하는 상황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쯤 되면 김범석에게 이번 사태는 과징금이나 합의금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지위와 경영권이 걸리게 된다. 그런데도 피해당사자인 한국 사회에서 쿠팡이 감당해야 할 책임은 놀라울 만큼 가볍다. 개인정보보호법상 과징금은 매출의 최대 3%지만, 각종 감경을 거치면 기업 입장에선 '관리 가능한 비용'에 불과하다. 징벌적 손해배상도 피해자가 직접 손해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라, 2차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 한 위자료는 미미한 수준에 머문다. 정부가 강조한 '영업정지'도 소비자·소상공인·노동자 피해를 이유로 실질적으로는 선택지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엄청난 사건도 “과징금으로 끝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김범석 개인에 대한 국내 책임 추궁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 역시 국민적 분노를 키운다. 그는 미국 국적자이며 한국 법인 지분을 보유하지 않아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 재벌 총수들이 부담하는 각종 책임에서 자유롭다.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으면서도, 책임은 국경 너머로 넘겨버리는 이 구조를 과연 정상적인 기업 윤리라 할 수 있는가. 이제 우리는 “미국 소송 결과를 지켜보자"는 수동적 태도에 머물러서는 절대 안 된다. 미국 법원이 김범석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와 별개로, 행정부와 입법부는 지금 당장 가용한 모든 제재 수단을 검토 추진해야 한다. 과징금의 실질적 상향, 반복 위반 기업에 대한 누진 처벌, 경영진 책임을 명확히 묻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집단소송제 확대, 징벌적 손해배상 하한선 도입, 기업이 스스로 무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배상하도록 하는 입증 책임 전환이 시급하다. 이번 사건은 한 기업의 일탈이 아니다. 플랫폼 기업이 기업윤리마저 상실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다. 데이터와 물류는 이미 국가 기간 인프라로 이번 사태는 국민적 재난수준이다. 이를 통제할 법과 제도를 갖추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쿠팡은 반드시 등장한다. 국민의 분노는 일시적 감정이 아니라, 제도적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또다시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최용

삼성·SK “트럼프 ‘AI 수출 프로그램’ 지지” 공식 의견 제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구상에 삼성전자와 SK그룹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관보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SK는 미국 상무부가 추진하는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과 관련해 공식 의견을 제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AI 지배력을 유지·확장하고, 적국이 개발한 AI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풀스택'(full-stack) 미국산 AI 기술 패키지 수출을 장려하는 행정명령을 지난 7월 23일 서명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상무부에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여기에 참여하고자 하는 산업계 주도의 컨소시엄들로부터 제안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AI 풀스택은 AI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술, 프레임워크, 인프라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미국 정부는 AI 풀스택을 반도체·서버·가속기 등 컴퓨터 하드웨어, 데이터센터 스토리지, 클라우드 서비스, 네트워크, 데이터 파이프라인, 레이블링 시스템, AI 모델과 시스템, AI 보안 조치, AI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정의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 기업들이 이들 컨소시엄을 이끌겠지만, 성공적인 프로그램에는 한국 같은 오랜 동맹들과 삼성 같은 신뢰받는 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특히 스택의 하드웨어 층에서 그렇다"고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삼성은 엣지 디바이스를 포함한 풀스택 전문성을 갖춰 프로그램의 성공에 크게 기여할 독보적인 입지에 있다"면서 “이런 동맹 생산 모델은 미국 주도의 기술 스택이 특히 단기와 중기에 글로벌 수요에 부응하는 데 안정적인 경로"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또 상무부가 외국기업과 다른 나라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고려하는 '신뢰하는 파트너'프로그램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무부가 외국기업 선정에 있어서 미국에서 오랫동안 투자, 생산하고 일자리를 창출한 역사가 있는 기업을 우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그 어떤 다른 기업도 동맹국(한국)에서 최첨단 로직 및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지 않는다"면서 “이 이중 역량으로 삼성은 미국산 AI 스택이 경제 및 국가 안보 요구에 효과적으로 부응하도록 그 규모를 키우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역시 지난 13일 낸 의견서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에 본사를 둔 외국기업을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에 포함하는 게 행정부의 정책, 기술, 수출 성장 목표를 가장 잘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SK그룹은 “미국 동맹국들의 여러 기업은 반도체, 첨단 패키징, 소재, 소프트웨어, 미국산 AI 스택에 필수적인 기타 제품과 서비스에서 세계 최고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동맹국 기업의 참여는 AI 스택 전반에 걸쳐 동급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은 AI 기술 스택 분야는 여러 기업이 시장 원리에 따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이미 '사실상의 컨소시엄'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상무부가 동맹국 참여를 막을 수 있는 배타적이고 공식화된 컨소시엄 구성을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은 AI 산업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이 AI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전 세계에 미국산 AI 기술이 더 많이 깔려 고객들이 중국산 AI를 찾지 않을 것이라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계산이다. 이는 미국산 AI 기술이 중국 등 우려 국가에 유출되는 것을 막고자 미국 기업의 AI 반도체 수출을 광범위하게 통제한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상반된다. 한편, 한국과 미국은 최근 몇 년 AI를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0월 29일 체결한 '한미 기술번영 업무협약'에서 하드웨어, 모델,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표준 등 풀스택 전반에 걸친 AI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은 미국이 AI 공급망 강화에 필요한 우방국을 규합하기 위해 지난 12일 개최한 '팍스 실리카' 서밋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스톡옵션 인정’ 머스크 재산 1105조로 불어나…2위와 격차는 740조 육박

회사 측 보상안이 인정되면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재산이 1100조원을 넘어섰다. 로이터통신은 19일(현지시간) 기준 포브스 억만장자 인덱스를 인용해 머스크 CEO의 재산이 7490억달러(1105조원)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개인 재산이 7000억달러(1033원)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일 기준으로 머스크와 세계 2위 부자인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립자의 재산 격차는 거의 5000억 달러(738조원)로 벌어졌다. 앞서 델라웨어주(州) 대법원은 지난 19일 테슬라의 2018년 CEO 보상안 관련 상고심에서 원고인 소액주주의 청구를 기각하고 스톡옵션 부여를 포함한 CEO 보상안을 인정했다. 이 스톡옵션의 규모는 테슬라 발행 주식의 약 9%에 해당하며, 현재 주가로 따지면 그 가치는 1390억 달러(205조원)에 이른다. 테슬라 주가가 2018년 주당 약 20달러에서 현재 500달러 가까이로 치솟으면서 스톡옵션의 가치도 치솟았다. 이와 별도로 지난달 테슬라 주주총회에서는 머스크 CEO가 시가총액 8조5000억달러 등 경영 목표를 달성할 경우 세계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인 1조달러(1476조원)의 보상을 제공하자는 계획이 통과됐다. 머스크는 앞서 15일에는 우주개발 기업 스페이스X가 상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포브스 억만장자 인덱스 추산 기준 재산이 6000억달러(885조원)를 넘어선 사상 첫 사례가 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머니+] 일본 기준금리 30년래 최고에도…엔화 환율 더 오른 이유는

일본 기준금리가 3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지만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오히려 급등(엔화 약세)했다. 일본은행의 이번 금리 인상으로 시장 우려사항이었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이 부채질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1월 이후 11개월 만의 인상으로, 정책위원 9명 전원이 금리 인상에 찬성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17년 만에 금리를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고, 4개월 뒤인 7월엔 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했다. 올해 1월에는 0.5%로 인상한 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10월까지 6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인상으로 일본 기준금리는 1995년 이후 30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됐다. 1995년 사실상의 일본 기준금리는 4월 1.75%에서 1.0%로 인하됐고, 이어 9월 1.0%에서 0.5%로 추가 하향 조정됐다. 이후 일본 기준금리는 0.5%를 넘은 적이 없었다. 일본은행을 이끄는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내년에도 긴축을 이어갈 뜻을 내비쳤지만 추가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지속해서 정책금리를 올려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할 것"이라면서도 “금리를 조정하는 속도는 경제와 물가 상황에 따라 달렸다"고 말했다. 우에다 총재는 특히 시장의 관심사였던 중립금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중립금리는 경제를 부양하지도, 경제에 부담을 주지도 않는 이론적 금리 수준으로, 일본은행은 1.0~2.5% 범위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에다 총재는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하단을 밑돌고 있다면서도 “중립금리가 어디에 있는지 더 잘 파악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긴축 기조가 그다지 매파적이지 않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1.41% 급등한 달러당 157.76엔으로 지난주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올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엔화 환율은 전날 일본은행 금리 인상 결정 이후 155.5엔~156엔 수준에서 변동성 장세를 보였지만 우에다 총재의 기자회견 이후 155.8엔대에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와 관련, UBS증권의 아다치 마사미치 수석 일본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분명한 매파적 신호를 원했다"며 “일본은행은 일본의 실질금리가 여전히 낮아 추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우에다 총재의 발언만 보면 금리인상 사이클이 곧 끝날 것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일본은행 출신인 몸마 카즈오는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일본은행은 약 6개월에 한 번 정도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내년에 두 차례, 2027년에 한 차례씩 올려 1.5%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일본은행의 이번 결정으로 '엔캐리 청산'이 늦춰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엔캐리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나라 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일본의 금리가 오르면 상환 부담이 커져 투자금이 회수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은행이 지난해 7월 31일 기준금리를 올리자 엔캐리 트레이드가 대규모 청산돼 '8·5 블랙먼데이' 사태가 발생했고, 이때 한국 코스피지수는 8.77% 급락해 종가 기준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피델리티의 페이시안 리우는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신호나 매파적 기조, 혹은 매파적 편향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엔캐리 포지션을 이미 보유한 투자자들은 편안하게 휴가를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포커스] ‘빅오일’ 유리천장 깬 여성 CEO…BP 수장직에 어떻게 올랐나

글로벌 석유공룡 BP가 115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인사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며 파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전임 CEO의 기습적인 교체를 전격 단행한 이번 결정은 BP가 석유·천연가스 분야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로 풀이된다. BP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머리 오친클로스 CEO의 사임과 메그 오닐 신임 CEO 선임을 발표했다. BP 내부 고위 경영진조차 발표 시점에 소식을 처음 접했을 정도로 인사는 극비리에 진행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에 따라 오친클로스 전 CEO는 재임 기간이 2년도 채 되지 않아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7월 새로 선임된 앨버트 매니폴드 BP 회장은 이번 결정을 두고 “더 단순하고 효율적이며 수익성이 높은 회사로 변화하기 위한 전략을 가속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BP는 엑손모빌, 셸, 토탈에너지 등과 같이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중 하나로 꼽히지만 경영 전략은 최근 몇 년 사이 급변했다. 버나드 루니 전 BP CEO가 2020년 당시 석유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판단해 친환경 사업을 늘려 '2050년 넷제로 달성'이라는 파격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면서다. 이때만 해도 구체적인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한 석유회사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BP가 저탄소 에너지전환 전략을 너무 빨리 시행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BP와 셸의 시가총액은 두 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결국 루니 전 CEO는 2023년 9월 사임했고 그 뒤를 이은 머리 오친클로스 전 CEO는 이라크 화석연료 프로젝트 재개발을 위한 협상, 재생에너지 자산 매각, 직원 5% 감원 등 변화에 나섰지만 시장 반응 냉담했다. 이는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인베스트먼트가 공격 대상으로 삼은 빌미가 되기도 했다. 엘리엇은 지난 2월부터 BP의 지분을 확보해 비용 절감, 자산 매각, 수익 중심 재편을 요구했다. 이번 교체에는 매니폴드 회장의 의중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오친클로스 전 CEO는 올 2분기 실적발표에서 “매니폴드 회장과 대화를 나눴으며,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검토하고 추가적인 비용 절감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BP는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고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면에서 매니폴드 회장은 변화의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고 판단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오친클로스 전 CEO는 “회사가 더 적합한 인물을 선택하면 이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매니폴드 회장은 취임 후 빠른 시일 내 회사 상황을 점검했고, 이 과정에서 엘리엇과 수차례 비공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친클로스 전 CEO가 2개 분기 연속 기대치를 웃도는 성과를 냈음에도 매니폴드 회장과 일부 이사진은 밑에서 후임자를 모색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매니폴드 회장은 특히 미국 시장을 BP의 최우선 전략 요충지로 판단했으며, 오닐 CEO가 우드사이드의 미국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장시킨 성과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닐 CEO는 호주 최대 석유·가스 기업인 우드사이드 에너지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특히 호주 바깥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확대하는 등 화석연료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집중했다. 우드사이드 CEO로 영입되기 전에는 또 다른 글로벌 석유공룡인 엑손모빌에서 23년간 근무했다. 오닐 CEO가 탄소중립보다 실용주의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도 BP 수장직에 적합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지난 3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많은 국가들이 재생에너지를 확장하려는 열망을 갖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더 많은 천연가스가 필요할 것"이라며 향후 10년간 LNG 수요가 50% 이상 급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익성이 낮은 저탄소 프로젝트를 과감히 폐기하고 화석연료 생산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우드사이드를 글로벌 LNG 강자로 키워냈다. 투자은행(IB) 업계도 이번 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애버딘 인베스트먼트의 이언 파일 이사는 “오닐은 BP가 필요로 하는 화석연료 회귀 전략을 수행할 적임자"며 “내부 승진 전통을 깬 것은 변화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라고 평가했다. UBS의 조슈아 스톤 애널리스트는 “외부인의 시각은 특히 조직 문화 측면에서 더 빠른 변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며 “BP가 수익과 생산 확대에 무게 중심을 두는 국면에서 이러한 효과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엔비디아 H200 중국 수출 검토 절차 착수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인 'H200'의 중국 수출에 대한 검토 절차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BC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가 H200 칩 수출 허가 신청서를 국무부, 에너지부, 국방부로 전달해 검토를 요청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규정에 따르면 이들 부처는 30일 이내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 이번 검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H200 칩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행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행정부 한 관계자는 “단지 체크리스트를 채우는 수준의 검토가 아니다"라며 매우 철저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나 신속하게 승인할지,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의 H200 칩 구매를 허용할지를 둘러싸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관측했다. 미국 의회 일각에선 H200 칩의 중국 판매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존 물레나(공화·미시간) 위원장은 최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이 자국산보다 앞선 칩을 수백만 개 구매하도록 허용하게 하는 것은 AI 산업 내 미국의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대통령의 노력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AI 전략을 총괄하는 'AI 차르' 데이비드 삭스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장 등 정부 내 일부 인사들은 첨단 AI 칩을 중국에 공급하는 것이 화웨이 등 중국 경쟁사들이 엔비디아와 AMD의 최첨단 칩 설계를 따라잡기 위해 역량을 총동원하는 상황을 오히려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엔비디아는 중국 고객사들의 H200 주문량이 현재 생산량을 초과함에 따라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로이터가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보도한 바 있다.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등 중국의 기술기업들이 이미 엔비디아와 접촉해 H200의 대량 구매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미국 11월 CPI 발표, 2.7%↑…나스닥 선물 상승

미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동월대비 2.7% 오른 것으로 발표됐다. 18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미국 11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해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1%)를 하회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11월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오르면서 전문가 예상치인 3.0%를 밑돌았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CPI 상승률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지을 때 눈여겨보는 지표 중 하나다. 이번 11월 CPI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사태가 종료된 이후 발표되는 첫 물가 지표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셧다운 여파로 9월 CPI 발표는 지연됐고 10월 CPI는 자료를 수집하지 못해 발표가 취소됐다. 10월 물가 지표가 없기에 이번 11월 CPI 발표에선 전월 대비 상승률이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11월 CPI 셧다운 여파로 일부 왜곡됐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CNBC에 따르면 크로스마크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빅토리아 페르난데스 수석 전략가는 “정부가 (셧다운 중단 이후) 업무를 재개하고 지표 수집을 시작했을 때 이미 11월 중순이 지나간 후였기 때문에 후반부 데이터만 확인될 것"이라며 “월말과 월초의 가격 변동이나 상황에 대한 어떤 편향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한편, 11월 CPI 발표 직후 뉴욕증시 선물은 상승세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4일 한국시간 오후 10시 31분 기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0.37%, S&P 500 선물은 0.65% , 나스닥100 선물은 1.14% 등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빅오일’ 첫 여성 CEO…석유·천연가스로 英BP 부활 이끈다

영국에 본사를 둔 BP가 메그 오닐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빅오일(거대 석유기업) 중 처음으로 여성 CEO가 탄생한 것으로, BP는 이를 계기로 화석연료 사업에 집중할 전망이다. BP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사회가 오닐을 차기 CEO로 임명했고 임기는 내년 4월 1일부터 시작된다"며 “머리 오친클로스 현 CEO는 18일자로 CEO와 이사회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때까진 캐럴 하울 부사장이 임시 CEO를 맡는다. 앨버트 매니폴드 BP 이사회 의장은 “이번 전환이 BP를 더 단순하고, 효율적이며, 수익성 높은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적 비전을 가속할 기회를 제공한다"며 “몇 년간 진전이 있었지만, 주주가치 극대화에 필요한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려면 한층 더 강화된 엄격함과 철저함이 요구된다"며 오닐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오닐은 우드사이드 CEO를 맡아 수십억 달러 규모의 BHP 그룹의 석유 사업 부문을 인수했고, 호주 바깥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확대하는 등 석유·천연가스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집중했다. 그는 우드사이드 CEO로 영입되기 전에는 23년간 또 다른 글로벌 석유 메이저 엑손모빌에서 근무했다. 이번 경영진 개편은 기업 내 사고들, 전쟁, 재생에너지 사업의 이익 부진 등이 겹치면서 BP가 경쟁사들에 뒤처진 상황에서 나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시장에선 BP가 턴어라운드 노력을 석유·가스에 집중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번스타인 리서치 총괄 닐 베버리지는 “오닐은 엔지니어링과 운영 부문에서 매우 실무적인 경력을 쌓아온 인물로, 이는 BP가 기본으로 돌아가는 접근을 취할 것임을 시사한다"며 “방향성은 분명히 석유, 가스, LNG가 될 것"이라고 봤다. BP의 부진 속에서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은 BP 지분을 5% 넘는 수준까지 늘려 대규모 비용 절감, 자산 매각, 재생에너지 사업 철수 등 핵심 사업인 석유·가스 중심으로의 복구를 요구해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지지율 추락’ 트럼프 “엉망된 나라 바로잡아…전례 없는 경제 붐 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대국민연설을 통해 자신이 이뤄낸 성과를 부각했다. 2기 행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을 좌우할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물가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자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반전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약 18분 동안 생중계한 연설에서 “11개월 전 나는 엉망이 된 나라를 물려받아 바로잡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취임했을 당시 인플레이션은 48년 만에 최악이었고 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이 모든 일은 민주당 행정부 시절 때 발생했고 이때부터 '생활비 감당 가능성'(affordability)이란 단어가 처음 들리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11개월 동안 미 역사상 그 어느 행정부보다도 워싱턴에 더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며 “부를 착취하고 미국인들의 꿈을 짓밟는 병들고 부패한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고 표차와 경합주 7곳 등 모든 분야에서 압승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파탄 직전에 놓였던 경제를 되살리고 있다. 지난 (조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의 동맹 세력(민주당)은 국고에서 수조 달러를 빼내 물가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난 이러한 고물가를 매우 빠른 속도로 낮추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수감사절 칠면조 가격은 지난해 바이든 정권 당시에 비해 33% 하락했고 계란 가격도 3월 대비 82% 급감했다"며 “바이든 정권 당시엔 실질 임금이 3000달러 하락했지만 트럼프 정부에선 임금이 물가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문제의 해결 능력을 앞세워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두번째 임기 1년도 되기 전에 물가 문제 등으로 지지율 하락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 PBS와 NPR,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가 지난 8∼11일 성인 14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3.2%포인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6%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1·2기 전체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황금 시간대에 대국민 연설을 열고 고물가 상황을 전임 행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동시에 그간 경제 성과를 부각시켜 여론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NBC 방송은 “역대 대통령들은 통상 중대한 사건을 발표하기 위해 황금 시간대에 연설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세계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경제 붐을 앞두고 있다"며 미국의 경제 상황이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그는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곧 발표할 것인데 그는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믿는 사람"이라며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액은 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경제 참모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등이 유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앞으로 12개월 안에 1600개의 신규 발전소를 개설해 전기요금을 낮추겠다고 약속했고 “새해에 미국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주택 개혁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이어 새로 개설될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인들이 내년부터 처방약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에 대해서도 “나는 미국에 사상 최대 규모인 18조 달러(약 2660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일자리 창출과 임금 인상, 경제 성장, 공장 신설, 훨씬 강화된 국가 안보를 의미한다"며 “이 성과의 상당 부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인 관세 덕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도입한 새 감세 정책으로 많은 미국 가정이 연간 1만1000∼2만달러(약 1630만원~2960만원)를 절감하게 될 것이라며 “내년 봄은 관세 효과와 (감세) 법안에 힘입어 사상 최대 규모의 환급 시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군 장병 145만명에게 이번 크리스마스 이전에 '전사 배당금'이라고 이름 붙인 특별 지급금을 1인당 1776달러(약 260만원)씩 지급하겠다면서 “우리는 관세로 인해 그 누구보다도 가장 많은 돈을 벌었다"고 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안보 성과에 대해서도 부각했다. 그는 “지난 7개월 동안 입국한 불법 이민자는 한 명도 없었다"며 “50년 만에 처음으로 '역이민' 현상을 목격하면서 미국인들에게 더 많은 주거와 일자리가 남게 됐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이 10개월 만에 8개의 전쟁을 종식했다고 주장했으며, “피에 굶주린 마약 카르텔"을 초토화했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머니+] 엔화 환율 고점 찍을까…일본은행 ‘이것’이 분수령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이달 기준금리를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 환율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18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이 오는 19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인상할 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0.75로 올라서면 1995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 블룸버그는 “BOJ 워처(일본은행 통화정책 분석가)들은 이달 금리 인상을 모두 전망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임기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일본은행이 실제로 금리를 올릴 경우 지난 1월 이후 11개월 만의 인상이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17년 만에 금리를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고, 4개월 뒤인 7월엔 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했다. 올해 1월에는 0.5%로 인상한 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10월까지 6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앞서 우에다 총재는 이달 들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 1일 “인상 여부에 대한 장단점을 검토한 뒤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며 “완화적인 금융 환경 속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경제 활동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BNP파리바는 관련 보고서에서 “12월 금리 인상에 대해 사실상 사전 통지서"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임금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과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경기지표가 잇따라 나온 점도 금리 인상 기대를 키웠다. 일본 물가 상승률 역시 목표치인 2%를 3년 반 넘게 상회하고 있다. 시장에서 이달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보는 만큼 일본은행이 향후 긴축 기조를 얼마나 이어갈지가 최대 관건이다. 핵심 단서는 중립금리에서 나올 수 있다. 중립금리는 경제를 부양하지도, 경제에 부담을 주지도 않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뜻한다. 핵심 관심사는 우에다 총재가 이번 정책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중립금리에 대해 언급할지 여부다. 그는 이달 초 “중립금리가 1~2.5% 사이에 분포하고 있다"며 “향후 범위를 좁힐 수 있다면 적절한 시점에 공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립금리 범위가 좁혀지거나 하단이 상향 조정될 경우 일본의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예상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일본 기준금리가 0.75%로 인상되더라도 일본은행 위원들이 여전히 중립금리를 하회한다고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일부 위원들은 금리가 1%여도 중립금리보다 낮다고 덧붙였다. 외환전문 매체 에프엑스엠파이어는 “일본은행의 중립금리가 엔화 환율을 주도할 핵심 요인"이라며 “중립금리가 1.5~2.0% 범위로 높아지면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여러 차례 인상해 미일 금리차가 상당히 좁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매체는 이어 “금리차가 좁혀지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촉발해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엔으로 급락(엔화 강세)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규모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여파로 '8·5 블랙먼데이' 사태가 발생했고, 이때 한국 코스피지수는 8.77% 급락해 종가 기준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다만 일본은행이 이번 회의에서 매파적 기류를 강하게 드러낼 경우, 고공행진 중인 일본 국채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장기 금리 지표인 일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연 1.983%까지 오르면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이기도 하다. 국채금리 급등은 적극 재정을 선호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국채 이자 부담을 키운다. 블룸버그는 우에다 총재가 이번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 인상과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를 어떻게 설득할지에 대한 질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대로 일본은행이 이를 의식해 이번 정책회의에서 비둘기파적인 신호를 내비칠 경우 엔/달러 환율은 상승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엔/달러 환율은 현재 달러당 155.76엔 수준으로, 160엔을 향해 치솟을 경우 일본 금융당국이 시장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에프엑스엠파이어는 일본 중립금리 하단이 1%로 유지되면 엔/달러 환율의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매파적 신호와 비둘기파적 신호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우에다 총재에게 중대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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