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매도 1위, 중국은 최고”…미운털 단단히 박힌 코스피 [머니+]](http://www.ekn.kr/mnt/thum/202603/news-p.v1.20260331.d971c4e33f5d4690a20ad0ae41b89483_T1.png)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아시아 주요 에너지 수입국 간 증시 전망을 둘러싼 투자 심리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1일 블룸버그통신은 중동 갈등이 고조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소수 대형주 중심으로 형성된 코스피 랠리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한국 증시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가 부각되면서 이달 들어 급락세로 돌아섰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대한 낙관론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코스피 지수는 이달 들어 약 19% 하락하며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92개 주요 지수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도 전장 대비 4.26% 급락한 5052.46에 마감하며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온 '오천피(코스피 5000)' 붕괴가 눈앞에 다가온 상황이다. 종가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6307.27·2월 26일) 대비 19.89% 하락해 기술적 약세장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호주 윌슨자산운용의 매슈 하우프트 펀드매니저는 “전쟁과 메모리라는 이중 악재로 인해 현재 한국 주식에는 손대지 않고 있다"며 “하나의 악재도 충분히 부담인데 두 가지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면에서 투자자 쏠림까지 겹치며 코스피 거래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중동 전쟁에 따른 증시 충격은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아시아 주요국은 중동산 원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만큼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이달 들어 약 13% 하락했고 대만 가권지수와 인도 니프티50 지수도 각각 10%, 11% 가량 떨어졌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이날 1% 넘게 하락하며 올 한해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이달 낙폭은 약 13%에 달한다. 그럼에도 코스피의 낙폭이 유독 큰 배경으로는 극심한 변동성이 지목된다. 실제로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는 이달에만 두 차례 발동됐는데 이는 2000년 이후 전체 발동 횟수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발동된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매수호가 효력정지) 역시 올해 들어 10차례 발동되며 지난해 연간 횟수(3회)를 크게 웃돌았다. 하우프트 매니저는 “이는 단기 자금 이동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의미"라며 “이 같은 환경에서는 정상적인 거래 판단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산업 둔화 우려도 코스피를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코스피에서 약 40%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약세가 지수 전반을 끌어내리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두 종목에 대한 외국인 보유 비중은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달에만 약 23% 급락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의 짐 맥코믹 글로벌 매크로 전략가는 “기술주가 이번 충격에서 자유로울 것이라는 초기 기대는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며 “고금리와 높은 에너지 비용이 지속되는 환경은 AI 섹터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X 매니지먼트의 빌리 렁 투자전략가도 “유가 상승과 금리 변동성 확대가 맞물리면서 성장주와 AI처럼 투자자 쏠림이 큰 종목에서 전반적인 디리스킹(위험 자산 축소)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구글이 공개한 터보퀀트 기술로 AI 모듈의 효율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반도체 수요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블룸버그 반도체 지수는 이달 들어 13% 이상 하락하며 약 3년 반 만에 최악의 월간 성과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중동 갈등과 이에 따른 에너지 공급 차질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코스피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마빈 첸 전략가는 “아직 전쟁 리스크가 충분히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수록 기업 이익 모멘텀은 추가로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드캐피털파트너스의 제럴드 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전쟁이 향후 한두 달 더 지속된다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는 한국 증시를 다시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현금과 금 보유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이란 모두가 물러설 의지를 보이는 의미 있는 신호가 나타나지 않는 한 주식시장에는 추가 하락이 나타날 것"이라며 “코스피 내 대형 기술주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 일본처럼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CSI300 지수, 홍콩 항셍지수는 이달 들어 각각 6%, 5%, 7% 떨어져 코스피, 닛케이, 니프티50 등에 비해 낙폭이 제한됐다. 금융시장 전반에서도 이러한 차별화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달러화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는 이란 전쟁 이후 약 0.6% 하락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달러 지수가 약 2.9%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한 셈이다. 반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1439.80원에서 이날 1530.1원으로 6.2% 급등하며 원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엔/달러 환율도 2% 넘게 올랐다. 국채시장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중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거의 변동이 없는 반면 필리핀 10년물 금리는 이달에만 1%포인트 이상 급등했고, 태국과 한국도 각각 0.51%포인트, 0.48%포인트 상승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중국이 이번 전쟁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 약 6개월치 전략 비축유,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시장, 디플레이션 압력 완화, 낮은 밸류에이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0.4로 상승하며 올해 들어 처음으로 확장 국면에 진입해 중동발 공급 충격에도 실물경제가 버티고 있음을 보여줬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오히려 디플레이션 탈출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도 긍정 요인으로 꼽힌다. 물가 상승이 기업 이익 개선으로 이어질 경우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중국 시장에 대한 시각을 점차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수준에서 전략적 비중 확대를 권고하며 중국 증시가 유가 충격에 상대적으로 강한 내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BNP파리바의 윌리엄 브래튼 아시아태평양 현물주식 리서치 책임자는 “전쟁 초기에는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변화를 주저했지만, 분쟁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투자 내러티브와 안전자산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중국 증시는 점점 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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