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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금·비트코인 사야하나”…美 국채 큰손들의 ‘엑시트 경고’ [머니+]

미국 국채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해외 투자자들의 미 국채 수요가 줄어들 경우 시장이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리오는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전체 부채의 약 3분의 1을 해외 자본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일본과 중국이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더 이상 미 국채 보유량을 계속 늘리길 원하지 않는다"며 “여기에는 경제적인 문제뿐 아니라 지정학적인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채무자와 채권자 관계에 있으면서 동시에 적대적인 관계까지 형성돼 있다면 매우 어려운 역학 관계가 만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미 국채 보유국인 일본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달리오는 일본이 미국에 “많은 돈을 빌려줬다"며 이제는 일본이 그 자금을 다시 회수하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달리오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 정부가 차입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가운데 나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경제 성장과 지출 억제가 미국 정부의 차입 경로를 “매우 빠르게" 변화시키기 시작할 것이라며 부채 증가세를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달리오의 발언은 미국 정부가 재정 상황을 개선하더라도 해외 투자자들의 국채 수요 감소라는 또 다른 변수가 미 국채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실제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투자자인 일본과 중국은 최근 보유 규모를 줄였다.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미 국채 보유액은 지난 7월 한 달 동안 128억달러 감소한 1조1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일본 정부가 엔화 매수 개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이던 해외 자산 일부를 매각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 역시 일본의 미 국채 매각 가능성을 의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달 미 하원 청문회에서 “엔화가 강해지면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자산을 매각할 필요가 줄어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역시 미 국채 보유 규모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본토의 미 국채 보유액은 7월 한 달 동안 154억달러 감소한 6180억달러로 집계됐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2013년 약 1조3000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장기적으로 감소해왔다. 현재 국가별 미 국채 보유액 기준으로는 일본과 영국에 이어 세계 3위다. 공식 통계에 나타난 중국의 미 국채 보유 규모가 실제보다 적게 잡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벨기에 등 다른 국가 명의의 계좌에 중국이 수탁 방식으로 보유한 미 국채가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벨기에의 미 국채 보유액 역시 7월 감소해 4707억달러로 집계됐다. 해외 투자자들의 미 국채 보유액도 전체적으로 감소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7월 외국인의 미 국채 보유액은 전월보다 504억달러 줄어든 9조2500억달러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가별로 보면 프랑스의 미 국채 보유액은 7월 한 달 동안 415억달러 급감한 3484억달러로 집계됐다. 캐나다 역시 333억달러 줄어든 4263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세계 2위 미 국채 보유국인 영국은 같은 기간 보유액을 584억달러 늘려 총 9983억달러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달리오는 미국 국채시장뿐 아니라 인공지능(AI)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빅테크들의 자금 조달 여건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에 나서고 있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자금 조달 문제에 직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달리오는 “과거에는 이들이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지만 이제는 부채시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유세 도입이나 차입금 상환 부담 확대 등 여러 요인이 현재의 AI 투자 열풍을 꺾고 거품을 터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리오는 또 미국이 향후 3년 안에 잠재적인 부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기존 경고를 재차 강조하면서 일부 차입자들은 이미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달리오는 지난 8월 미국의 부채 위기에 대비해 투자자들이 채권 비중을 줄이는 대신 금과 비트코인 투자를 늘리라고 권고한 바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지금 오를 때 탈출하라”…美 국채금리 폭등, 다음은 ‘AI 거품 붕괴’ [머니+]

올 하반기 본격화된 미국 국채시장의 매도세가 이달 들어서도 이어지는 가운데 국채금리 상승이 글로벌 증시 폭락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높은 금리에도 증시를 떠받쳐온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의 강세마저 꺾일 경우 그동안 이어진 증시 랠리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하락장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10년물과 3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각각 5.34%, 5.7%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24년 만의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국채시장의 매도세가 그만큼 거세지고 있다는 의미다. 미 국채금리는 지난 7월부터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 각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 우려에 AI 투자를 위한 기업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맞물린 영향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3.75~4.0%로 동결할 가능성을 76%가량 반영하고 있지만, 오는 12월까지 금리가 현 수준에 머물 가능성은 13%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채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BMO자산운용의 얼 데이비스 채권 부문 총괄은 블룸버그TV에 “미 10년물 국채의 밸류에이션은 매력적인 수준에 있다고 보고 있지만 매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30년물 국채금리가 6%선을 넘어설 때 우리는 10년물 채권을 축적하기 시작할 것이고, 30년물의 6% 돌파는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총괄은 최근 채권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금리를 다시 끌어올리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며 미 30년물 국채금리가 이르면 이달 중 6%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30년물 국채금리가 6%를 웃돈 것은 2000년이 마지막이다. 문제는 이 같은 국채금리 상승세의 충격이 채권시장에 그치지 않고 증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증권사 팬뮤어 리버럼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2027년 말 5000포인트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S&P500지수는 7773.95에 장을 마쳐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인 7798.99(8월 13일)에 바짝 다가섰다. 그러나 팬뮤어 리버럼의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현 수준에서 약 36% 폭락하게 되는 셈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증시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제기됐다. 유럽 증시의 대표 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이날 633.62에 장을 마쳤지만 내년 말 430포인트까지 32%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영국 FTSE100지수도 이날 1만497.94에서 8260포인트로 21% 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팬뮤어 리버럼의 요아힘 클레멘트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채권금리와 기준금리가 계속해서 상승한다면 현재의 주식시장 강세장은 많은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클레멘트는 기업들의 강한 이익 증가세와 견조한 경제지표가 여전히 증시를 떠받치고 있지만, 조만간 본격화할 3분기 실적 발표와 내년 초 기업들이 내놓을 2027년 전망이 현재의 강세가 지속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전문매체 시킹알파도 최근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최근 국채금리 급등이 시장과 경제에 미칠 영향을 아직 온전히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부근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AI 관련 기업들의 실적 성장에 대한 강한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도 메타플랫폼(1.90%), 마이크로소프트(MS·1.48%), 엔비디아(2.12%), 테슬라(2.20%) 등 주요 기술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모건스탠리가 스페이스X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과 300달러의 목표주가를 재확인한 가운데 스페이스X 주가는 이날 7% 넘게 급등했다. 엔비디아 역시 종가 기준 신고가를 다시 썼다. 결국 높은 국채금리가 증시의 밸류에이션을 압박하고 있음에도 AI 관련주가 전체 지수를 떠받치면서 충격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AI 열풍 자체가 꺾일 수 있다는 경고까지 잇따르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존 히긴스 수석 경제고문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현재 AI 버블의 후반부에 접어들었다는 징후가 상당히 많다"며 “버블 붕괴의 진원지는 미국 증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S&P500지수가 올해 말 8250포인트까지 오른 뒤 2027년 말에는 6500포인트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말 전망치만 비교하면 약 21% 하락하는 수준이지만 실제 고점에서 저점까지의 낙폭은 최소 30%에 달할 수 있다고 히긴스는 내다봤다. S&P500지수가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사례는 지난 100년 동안 단 7차례에 불과하다. 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온다. 유명 경제학자 헨릭 제버그는 최근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K자형 경제와 AI 버블이 다음 증시 폭락의 씨앗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제버그는 미국 경제가 겉으로는 견조해 보이지만 노동시장과 주택시장, 소비 여건에서는 이미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증시가 곧바로 하락하기보다는 마지막 급등장이 먼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제버그는 나스닥100지수가 올해 말 3만7000~3만9000선까지 치솟은 뒤 4분기 고점을 형성하고, 이후 3~4주 동안 급격한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내년 1~2분기에는 일시적인 반등도 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미국의 경기침체가 수면 아래에서 현실화하고 금융시장의 높은 레버리지와 'AI 순환금융' 등이 블랙스완의 도화선이 될 경우 나스닥100지수가 내년 2~3분기 2022년 저점 수준인 1만600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점 대비 최대 72% 폭락하는 것으로, 2000년 닷컴버블 당시 나스닥100이 고점에서 저점까지 83% 떨어졌던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그는 “2000년과 같은 시나리오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며 AI 버블이 터질 경우 증시 급락에 이어 은행과 사모대출 등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제버그는 미 국채금리가 안정되거나 향후 주택시장과 노동시장이 뚜렷하게 회복될 경우 이 같은 비관적인 전망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금리 5%도 무시한 증시 열풍”…AI 관련주 언제 꺾일까 [머니+]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투자 열기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다만 장기 금리가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데다 거시경제 환경마저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현재의 증시 랠리가 언제든 반전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5일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글로벌 금리의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장중 5.345%까지 올랐고, 미 30년물 국채금리도 5.694%까지 상승했다. 10년물과 30년물이 이 같은 수준에 도달한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채권시장에서 강한 매도세가 이어졌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글로벌 증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나스닥100지수는 지난 2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고 올해 들어 22%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인 7798.99(8월 13일)보다 약 1%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3개월 동안 글로벌 증시 상승에 가장 크게 기여한 종목도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애플 등 대표적인 AI 관련 대형 기술주다. 노스웨스턴 뮤추얼의 매트 스터키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예전이라면 5%가 한계라고 말했겠지만 지금은 이미 그 수준을 지나쳐버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증시 랠리가 이어지는 배경으로 지난 수년간 시장 상승을 주도해온 빅테크들의 강한 실적 기대감을 꼽았다. 특히 최근 기술주 상승세의 핵심 동력으로 AI가 지목된다. AI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관련 사업에서 진전을 보인다는 기대에 주가가 오르고, 이들 기업의 투자금을 받는 반도체 제조업체와 데이터센터 건설업체 역시 매출 증가에 힘입어 동반 상승하는 구조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술업종의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동기 대비 65% 넘게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업종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증가율이다. 기술주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S&P500 기업들의 3분기 EPS도 24%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S&P500 기업들의 EPS는 3개 분기 연속 20% 넘게 증가하게 된다. 웰스 얼라이언스의 롭 콘조 최고경영자(CEO)는 “이 정도 성장세가 얼마나 이례적인지 제대로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며 “역사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기업들이 AI에 쏟아붓고 있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실제 언제 수익으로 이어질지, 투자금 회수가 가능할지를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여기에 AI 기술이 인류에 미칠 잠재적 위험까지 감안하면 단순히 투자 수익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 환경도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글로벌 증시는 이란 전쟁과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연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여러 악재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블룸버그는 AI 관련주의 강력한 상승 모멘텀을 무시하기 어렵지만, 동시에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위험도 점차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시장에서는 금리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될 가능성을 이미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환경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또 어느 수준의 금리부터 기술주가 본격적인 충격을 받을지는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호니 자산운용의 켄 마호니 최고경영자(CEO)는 “이처럼 높은 금리에서는 우리 모두가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에 민감한 종목들은 이미 현재 금리 수준에서 충격을 받고 있다"며 “금리가 계속 조금씩 오른다면 결국 모든 주식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번 고금리 환경은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마지막으로 5%를 기록한 것은 2023년이었다. 당시 금리가 5%를 잠시 웃돌았지만 S&P500지수는 그해 24% 상승했고, 이후 3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는 강세장의 출발점이 됐다. 당시 '매그니피센트7'(애플·아마존·알파벳·MS·엔비디아·테슬라·메타, M7)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반면 부채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차입 비용이 높아지더라도 이를 견딜 수 있는 충분한 재무 여력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로 인해 빅테크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매각하거나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AI 투자 기업인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플랫폼은 연간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이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로버트 시프먼 애널리스트는 “이들 기업은 AI 인프라 구축에 뛰어들 당시만 해도 재무적으로 최대한의 유연성을 갖추고 있었다"며 “그러나 현재 메타와 아마존, 알파벳, MS, 오라클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현금 수요는 자체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현금을 크게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란 전쟁이 끝나 국제유가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 역시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하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마호니 CEO는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할 경우 강한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빅테크 주가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전문가들은 종전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유가가 즉각 급락할지는 불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끈질긴 인플레이션과 높은 금리까지 감안하면 현재의 증시 랠리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프린서펄자산운용의 막달레나 오캄포 시장전략가는 “성장세는 여전히 강하고 기술 관련 활동에 의해 뒷받침되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다만 지금 달라지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이 더 커질 수 있고 동시에 성장의 하방 위험도 다소 확대될 수 있다는 인식"이라고 말했다. 프랭클린 템플턴 인스티튜트의 크리스 갈리포 수석 시장전략가는 “10년물 국채금리가 6%까지 올라간다면 그때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언제까지 AI로 버티나”…美 국채금리 5%대에 증시 ‘시한폭탄’ [머니+]

글로벌 증시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미 국채금리에 언제 본격적인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이 증시를 떠받치면서 주요 지수는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일부 업종에서는 이미 고금리 충격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웃도는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실물경제의 부담이 증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5일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글로벌 금리의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장중 5.345%까지 올라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 10년물 금리는 3분기에만 0.9%포인트 가까이 올라 이번 세기 들어 가장 큰 분기 상승폭을 나타냈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채권시장에서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졌다는 의미다. 지난 2일 미국 노동시장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다소 후퇴했다. 이에 10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5.15%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다시 반등해 5.276%로 지난주 거래를 마쳤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에 미친 충격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모습이다.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지난 한 주간 0.27% 하락한 7722.72에 장을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인 7798.99(8월 13일)보다 약 1% 낮은 수준이다. 예상보다 강한 경기와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AI 관련주가 증시 전반을 떠받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형 기술주 100개로 구성된 나스닥100지수는 지난 한 주간 0.65% 오른 3만807.93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한국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69% 올라 3주 연속 상승했다. 그러나 증시 내부에서는 고금리의 충격이 이미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통 산업군과 우량주를 대변하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지난 한 주간 1.26% 떨어졌다. 다우지수는 지난 8월 첫째 주 2.96% 상승한 이후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5주 가운데 0.28% 상승한 한 주를 제외하면 모두 하락했다. 시가총액 비중 대신 모든 구성 종목에 동일한 가중치를 부여하는 S&P500 동일가중지수는 이번 주까지 7주 연속 하락했다. S&P500 동일가중지수는 증시 상승세가 일부 대형주에 집중돼 있는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이 지수의 부진은 현재의 강세장이 사실상 소수의 초대형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P500 동일가중지수가 7주 연속 하락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과거에는 닷컴버블 붕괴 이후인 2002년과 약세장이 이어졌던 2022년에만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고금리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도 지난 3분기 S&P500보다 약 10%포인트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는 1999년 이후 두 번째로 부진한 분기 기준 상대 수익률이다. 아이캐피털의 댄 스즈키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대부분은 고점에서 최소 5% 이상 떨어져 있고 일부 시장은 15% 넘게 하락했다"며 “상당 부분이 높은 금리와 이에 따른 금융여건 긴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지수만 보면 고금리 충격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이미 상당한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고금리의 여파는 실물경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주택시장이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소비자 신용 비용도 크게 높아졌다고 짚었다. 특히 신용도가 낮은 차입자들은 자금을 빌리기 위해 과거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다만 현재의 높은 금리가 당장 미국 경제와 증시를 무너뜨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가계와 기업 상당수가 과거 저금리 시기에 장기 고정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놓은 만큼 금리 상승의 충격이 실물경제로 전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 솔루션의 맥스 고크먼은 미국 주택 보유자들이 보유한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금리가 약 4%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신규 모기지 금리가 크게 올랐지만 기존 주택 보유자들의 이자 부담은 당장 증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기업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미국 비금융기업의 전체 부채 가운데 2027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비중은 약 13%, 금액으로는 약 5700억달러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선 사실 자체보다 이 같은 고금리 환경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질지가 향후 증시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특히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경기가 둔화하는데도 물가가 잡히지 않아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무는 경우다. 고크먼은 “5% 금리는 이미 지친 낙타의 등에 또 하나의 무거운 짐을 올려놓은 것과 같다"며 “일부 짐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결국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고용지표와 소비심리에서도 이미 경제가 받는 부담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웰스얼라이언스의 에릭 디턴 사장도 “경제와 기업 이익 증가세가 강하게 유지되는 한 주식시장은 당분간 높은 국채금리를 견딜 수 있다"면서도 AI 투자 열기가 꺾이는 상황을 가장 큰 위험으로 꼽았다. 그는 “AI 투자 확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크게 낮아진다면 증시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탈바켄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퍼브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의 왜곡된 시장 폭을 S&P500 약세 전망의 근거로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강력한 기술 혁신이 일부 뒷받침하는 강한 강세장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말 S&P500 목표치를 8500으로 제시했다. 이는 현재 수준보다 약 10% 높은 수치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유럽은 기름 풀고 한국은 돈 푼다”…트럼프, 중간선거 다급했나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에너지 가격 안정과 대규모 투자 유치 성과를 잇달아 부각하고 있다. 유럽을 압박해 주요 7개국(G7)의 전략 비축유 방출을 이끌어냈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한국 등과의 협상을 통해 각종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와 생활비 부담으로 악화한 여론을 돌리기 위해 경제적 성과를 집중적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유럽이 막대한 규모로 비축해둔 경유를 방출하기로 방금 합의했다"며 “방출 절차는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G7은 성명을 내고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조율해 향후 4개월 동안 총 1억배럴 규모의 원유와 경유 비축분을 시장에 방출하기로 했다. 방출은 즉시 시작되며, G7 회원국과 파트너국들은 첫 20일 동안 상당한 규모의 경유를 선제적으로 시장에 풀기로 했다. G7은 또 향후 수일 내 IEA 차원의 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에 따라 경유를 추가로 방출할 필요가 있는지도 논의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G7 의장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앞서 언급한 비율에 따라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함께 약속했으며 특히 경유 방출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시에 수출 금지 조치가 시행되지 않도록 한다는 데 모두 뜻을 모았다"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해 매우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 내 경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6.5달러를 돌파했고, 이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프랑스와 독일이 비축 경유를 풀지 않을 경우 미국산 경유의 유럽 수출을 금지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앞서 보도했다. 유럽은 자체 정제능력만으로 경유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과거 러시아와 중동산 경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미국산 경유 수입 비중을 크게 늘린 만큼 미국이 수출 금지에 나설 경우 유럽의 공급망에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G7 회원국들은 미국의 일방적인 경유 수출 금지를 막기 위해 비축유 방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유럽은 많은 양의 경유를 갖고 있어 우리와 마찬가지로 세계에 중대한 기여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수출을 금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G7의 비축유 방출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유가와 경유 가격도 급락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추가 공급 물량이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면서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에 하방 압력이 커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비축유 방출 발표에 앞서 한국과의 협상 성과도 추가로 공개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한국과의 협상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원유 회수 증진(EOR·Enhanced Oil Recovery) 프로젝트에 84억달러"라고 적었다. 이어 “석유와 가스 생산 증대는 미국의 에너지 패권과 미래 세계 에너지 안보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과의 협상을 통해 해당 프로젝트에 84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EOR은 유전에 이산화탄소 등을 주입해 내부 압력을 높여 기존 유전에서 원유를 추가로 생산하는 기술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사업의 위치나 사업 주체, 투자 방식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이번 발표 역시 중간선거에서 유권자 표심을 되찾으려는 정치적 목적이 내포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이번 발표는 이란 전쟁과 높은 휘발윳값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강조하고 있는 일련의 경제·투자 성과 가운데 가장 최근 사례"라고 짚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한국의 첫 대미 투자 프로젝트들을 발표하면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한국이 54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LNG 사업 발표 행사에 알래스카의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를 참석시켜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상업적 합리성과 법적 요건 등을 검토한 뒤 실제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밝혀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사실상 확정된 투자처럼 발표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 정부의 알래스카 프로젝트 불참은 중간선거에 타격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 “내가 성급하게 발표한 건 아니다"라며 한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더 많이 청구하면 된다"라고 답했다. 이어 “곧 합의하지 않으면 두 배로 올릴 것이라고 전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을 2배로 부과할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관세를 활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아이오와주의 150억달러 규모 대형 제철소 프로젝트 역시 공화당 후보를 지원하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자신의 관세 정책을 통해 인도 의메사비 메탈릭스가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제철소를 짓도록 투자를 끌어왔다는 게 발표 골자였다. 알래스카와 아이오와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크게 승리한 공화당 강세 지역이지만 올해 중간선거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 또한 계속되고 있다. 주요 여론조사 결과를 평균 집계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지난달 8일∼이달 1일 실시된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평균 38.2%로 취임 후 최저치다. 잇따른 투자 유치와 에너지 가격 안정 성과 부각이 중간선거 판세에 실제 반전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의 ‘韓 540억달러 투자’ 외침…알래스카 LNG 사업성 따져보니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투자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업성 또한 낮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의 LNG 수요를 고려하면 사업의 타당성이 크지 않은 데다 글로벌 LNG 시장의 과잉공급 전망까지 제기되면서 정부가 실제 투자를 확정할지 관심이 쏠린다. 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국의 20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공개하면서 이 가운데 540억달러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투입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실제 투자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으며 사업의 상업성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에서 “미국이 발표한 대미 투자 사업 중 알래스카 LNG 사업은 상업성이 확인되고 대한민국 법 절차에 부합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워킹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도 “미국과 한국은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 및 모든 관련 국내법적 요건의 충족을 조건으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명시됐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약 800마일(약 1300㎞)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남부 지역으로 운송한 뒤 아시아 시장으로 수출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연간 LNG 생산능력은 약 2000만t(톤) 규모로 계획돼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아시아 시장과 가깝다는 점이다. 알래스카에서 생산된 LNG는 미국 걸프만에서 출발하는 물량보다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수입국에 훨씬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특히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송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이 같은 장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세계 최대 LNG 생산국 가운데 하나인 카타르의 수출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망 안정성을 중시하는 아시아 국가들에 알래스카 LNG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트 데일리 애널리틱스의 잭 웨이젤은 “아시아는 안정적이고 안전한 가스 공급을 필요로 하며 이를 위해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을 지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장점만으로 막대한 건설비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업을 주도하는 에너지 인프라 개발업체 글렌파른 그룹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총사업비를 445억~545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 100만t당 약 22억~27억달러에 해당한다. 미국에서 지금까지 제안된 LNG 수출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승인된 미국 LNG 프로젝트들이 일반적으로 연간 생산능력 100만t당 평균 10억달러 이하의 비용으로 건설된 것과 대조적이다. 알래스카 LNG의 사업비가 유독 높은 이유는 천연가스를 액화시설까지 운송하기 위한 기반시설을 사실상 처음부터 새로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파이프라인 건설비만 132억~16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노스슬로프 가스처리시설 건설에 77억~92억달러, LNG 액화터미널 건설에는 236억~284억달러가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리암 데닌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540억달러 알래스카 LNG 선거용 승부수가 오히려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사업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데닌은 사업비가 계획보다 불어나는 일이 흔한 LNG 산업에서 알래스카라는 지리적 특성은 비용 부담을 더욱 키운다고 지적했다. 이어 “겉보기에는 상당한 잠재력이 있고 금세기 들어 전 세계 LNG 교역량이 거의 5배로 늘었음에도 알래스카 LNG가 여전히 건설되지 않은 데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래피던에너지그룹의 알렉스 먼턴 글로벌 가스·LNG 리서치 책임자도 이 사업이 “투자에 필요한 상업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글렌파른은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도 LNG 구매 관련 합의를 체결했다고 언급했지만 상당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에서 천연가스·수소 연구를 이끄는 안 소피 코르보는 “이 프로젝트가 경제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본 사람을 아직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글로벌 LNG 시장이 조만간 공급 과잉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새롭게 추가될 LNG 생산능력이 약 3억4500만t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글로벌 LNG 수요의 약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알래스카와 가까운 캐나다에서도 대규모 LNG 증설이 추진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은 최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해안의 LNG 캐나다 프로젝트 생산능력을 연간 2800만t으로 두 배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확장 시설은 2030년대 초 상업 운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모잠비크와 파푸아뉴기니, 아르헨티나 등도 아시아 LNG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데닌은 짚었다. 한국이 알래스카 LNG 생산량을 대규모로 흡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데닌은 “알래스카 LNG의 연간 생산량은 현재 한국 LNG 수요의 약 40%에 해당한다"며 “그러나 한국의 LNG 수요는 향후 10년 동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겨울 다가오는데 어쩌나”…LNG 큰손의 ‘공급난 경고’

글로벌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구매업체에서 제기됐다. 중동 전쟁 이전 글로벌 LNG 공급의 약 20%를 차지했던 지역의 수출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최대 발전회사 JERA의 유키오 카니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2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카타르산 LNG가 조만간 시장에 복귀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니 CEO는 현재 LNG 현물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 수준에 달한다며 “시장 참가자들은 다가오는 겨울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동북아시아 LNG 현물가격 지표인 JKM은 현재 MMBtu당 25.785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10월 초 11달러 안팎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뛰었다. 이는 2023년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는 이란의 공격으로 LNG 생산시설이 손상되자 지난 3월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입국에 대한 LNG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한 바 있다. 불가항력은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예외적인 상황으로 인해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울 경우 책임을 면제받거나 이행을 연기하기 위해 발동하는 조치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카타르에너지는 주요 고객에 대한 불가항력 적용 기간을 잇따라 연장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카타르는 최근 아시아 장기계약 고객을 대상으로 한 LNG 선적의 불가항력 적용 기간을 11월까지 연장했다. 유럽 고객에 대해서는 12월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카타르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LNG 수출을 조금씩 늘리고 있지만 물량은 전쟁 이전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시장조사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달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LNG 물량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회복됐다. 그러나 지난 2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80% 적은 수준이다. LNG 공급난이 이어지면서 세계 최대 LNG 수요 지역인 유럽과 아시아가 미국 등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유럽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카니 CEO는 유럽의 가스 저장량이 계절적 기준으로 낮은 수준에 머무는 데다 유럽연합(EU)이 내년 1월부터 러시아산 LNG 수입을 금지할 예정이라는 점을 들어 “LNG 현물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 혹독한 겨울이 닥칠 경우 주민들에게 난방용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LNG를 살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유럽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경유 안 풀면 美 수출 막는다”…트럼프, 유럽에 최후통첩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가격 안정을 위해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비상 경유 비축분을 방출하지 않을 경우 미국산 경유 수출 금지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유럽연합(EU) 측에 향후 6개월 동안 경유 1억2000만배럴을 방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경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폭등한 미국 내 경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경유 수출 금지 가능성을 검토하는 가운데 유럽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와 방위비 분담, 그린란드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악화해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프랑스와 독일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 당국자들은 두 나라가 과거에도 비축유와 석유제품 재고를 방출하기로 한 약속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미 당국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정제유 공급을 늘리고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 협력하는 것이 유럽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의 경유 비축분 방출이 임박한 것처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유럽 국가들에 경유 비축분 방출을 요구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할 수도 있다"며 “그들에게는 경유가 일부 비축돼 있고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이 비상 경유 비축분을 방출하면 연료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매우 확신한다"고 밝혔다. 라이트 장관은 “수확철에 접어들고 겨울철 난방유 수요가 본격화하는 만큼 지금이 경유 비축분을 공동으로 방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 시장에 경유를 더 공급해야 할 시점이며 실제로 방출할 수 있는 경유도 있다"며 “긍정적인 소식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미국 내 경유 가격을 끌어내리기 위해 미국산 경유 수출을 금지할 가능성을 잇따라 시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폭스뉴스 기자와 만나 경유 수출 금지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하면 자동차용 휘발유 가격이 다소 오르는 결과로 이어질 때가 있다"며 “그래도 매우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고 시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라이트 장관,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과 미국산 경유의 해외 수출 제한 방안을 여전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럽 입장에서는 경유 비축분 방출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당장 역내 연료 가격을 끌어내릴 필요가 있지만,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심화될 수 있는 에너지 공급난에 대비해 충분한 재고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의 압박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유럽 국가들의 미국산 경유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EU 집행위원회와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 에너지 태스크포스는 2일 회의를 열고 관련 상황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EU 집행위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아일랜드도 1일 회의를 열어 경유 비축분 방출 필요성을 논의했다. 한편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6.3895달러로, 지난달 22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인 6.5276달러에 근접해 있다. 글로벌 경유시장 수급은 앞으로도 빠듯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다수의 정유시설이 피해를 입은 러시아는 경유 수출 금지 조치를 10월 말까지 연장했다. 중국 정유업체들도 국내 재고를 확충하기 위해 10월 연료 수출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결국 전면전 가나”…이란도 ‘초강경 보복’ 준비 [이슈+]

8개월째 전쟁을 이어가는 미국과 이란이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동시에 전면전 가능성에 대비한 준비도 강화하고 있다. 대(對)이란 추가 공습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동에 항공모함과 병력을 추가 배치하고 있고, 이란 역시 미국의 대규모 군사 공격 재개에 맞서 이전보다 광범위하고 강력한 보복을 검토하고 있다. 양측 모두 협상 결렬에 대비한 군사적 선택지를 넓히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대규모 확전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당국자는 미국 국방부가 페르시아만 일대에 항공모함 1척과 해군·해병대 병력 1만명을 추가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당국자는 미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이 모항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를 지난달 27일 출항했다고 전했다. 루스벨트함의 최종 목적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출항으로 미 중부사령부가 중동 지역에서 보다 다양한 군사적 선택지를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13해병원정대 소속 병력을 태운 마킨아일랜드 상륙준비단도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출항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움직임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기로 결정할 경우 미군 지휘부에 더 다양한 군사적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루스벨트함이 실제 중동에 배치될 경우 이 지역에서 작전하는 미 항모는 다시 3척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했을 당시와 같은 규모다. 루스벨트함에는 해군과 해병대 병력 약 5000명이 탑승하고 있으며, 항모와 함께 움직이는 호위 함정들에도 수천명의 병력이 추가로 배치돼 있다. 다만 루스벨트함이 중동 지역에 있는 다른 모항을 교대할 가능성도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루스벨트함이 도착하는 대로 워싱턴함이 중동 지역을 떠나 모항이 있는 일본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번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공격을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외교 협상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양측의 대규모 군사 공격은 일단 소강상태에 들어간 상황이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은 여전히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시사전문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이후 이란을 상대로 군사 공격을 확대할 가능성에 대해 “가능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란이 제시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이른바 '7일 계획'도 거절한 바 있다. 이란 역시 미국의 대규모 군사 공격 재개에 대비해 이전보다 강력한 보복에 나서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군 지휘부는 미국과 연계된 자산뿐 아니라 미국의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국가들까지 잠재적 공격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동 밖에 위치한 목표물도 타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란 당국자들은 미국이 대규모 공격을 재개할 경우 지원할 준비를 갖추라는 지침을 이란 정부가 레바논과 예멘의 친이란 세력에 내렸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당국자들은 해당 지침에 “호르무즈 해협에서부터 중동 지역의 미국 이해관계, 나아가 중동 밖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대응을 준비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동시에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협상 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미국과 이란 양측 모두 타협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군사 계획은 점차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했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귀국한 이후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로이터는 “이란이 협상을 통해 확전을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이 군사작전을 재개할 경우 이전보다 더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이란 지도부 내에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워싱턴 소재 중동연구소(MEI)의 알렉스 바탄카 이란 프로그램 디렉터는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추가적인 확전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내다봤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과 이란 모두 상당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이란은 미국의 봉쇄로 핵심 외화 수입원인 원유 수출이 차단된 상황에서 장기전을 버텨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수년간 이어진 제재와 경제난으로 민생이 이미 크게 악화된 가운데 전쟁까지 길어질 경우 정권 내부의 부담도 한층 커질 수 있다. 바탄카 디렉터는 “이란은 미국의 봉쇄가 계속되는 상황을 감당할 수 없다"며 “이는 사실상 정권의 숨통을 끊는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지도부는 군사적 압박과 경제 제재가 동시에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불안이 다시 확산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월 경제난을 계기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만큼, 미국의 압박과 군사 공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민심 악화까지 겹칠 경우 체제 안정성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역시 장기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미 중동 지역에 다수의 항모와 상륙준비단을 운용하면서 해군 전력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루스벨트함까지 중동에 배치돼 항모 3척을 장기간 유지할 경우 미 해군의 전력 운용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군 전력 전문가인 로널드 오루크 전 미국 의회조사국(CRS) 연구원은 “해당 지역에서 항모 2척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항모 전력에는 부담이 된다"며 “항모 3척을 장기간 유지한다면 훨씬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합의했다며”…트럼프·李대통령, 알래스카 LNG 놓고 정면충돌

한국 정부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에서 공개적으로 엇갈린 메시지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500억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LNG 사업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한 반면, 이 대통령은 사업성과 법적 요건이 충족돼야 실제 참여가 가능하다며 선을 그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투자 대상에는 최대 8기의 원자력발전소와 텍사스주 대형 가스발전소,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등이 포함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알래스카 사업을 두고 “투자 규모가 500억달러를 소폭 넘어설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들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 정부가 전액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발표 행사를 마친 뒤 트루스소셜에 “뉴욕에서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을 만났고, 우리는 미국에 대한 2000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적었다. 이어 “미국과 한국은 500억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며 “이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주민들에게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이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백악관은 두 정상이 조선 협력 등 여러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게시물을 통해 한국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설명은 1일 정부가 공개한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 공동 팩트시트의 내용과 상당한 온도차를 보인다. 공동 팩트시트에는 “미국과 한국은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 및 모든 관련 국내법적 요건의 충족을 조건으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명시됐다. 투자 참여를 확정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조건 아래 사업성 검토에 들어가기로 했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이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뚜렷한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어려움 속에서도 대미 투자 협상에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과를 내준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통상교섭본부에 응원 부탁드린다"며 “미국이 발표한 대미 투자 사업 중 알래스카 LNG 사업은 상업성이 확인되고 대한민국 법 절차에 부합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워킹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알래스카 LNG 사업을 사실상 확정된 한국의 투자 프로젝트처럼 설명하자 우리 정부도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관련 브리핑에서 “알래스카와 관련해서 양국이 합의한 것은 공동 팩트시트이며, 그게 합의 내용의 전부"라며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미국 측도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악명 높은지 알고 있다. 상업적 합리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관세 관련 혜택이나 국내 기업의 시공 참여 등을 미국 측이 약속했다"며 “알래스카 사업은 상업적 합리성이 확인되는 경우에 추진한다는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자금조달 문제로 수십 년간 추진과 지연을 반복해온 사업이다. 한국 정부 역시 그동안 사업성이 확인되지 않는 한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은 하이 리스크 사업"이라며 “상업적 합리성은 현금 흐름이 창출될 수 있는 프로젝트에 한정되기에 우리 기준에서 참여하기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LNG 사업을 한국의 투자 대상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배경에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백악관 발표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공화당 소속 댄 설리번 알래스카주 상원의원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우며 LNG 프로젝트를 그의 정치적 성과로 부각했다. 특히 알래스카 상원의원 선거가 공화당과 민주당의 접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적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한국의 대미 투자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국익을 이유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추후 협상 과정에서 신경전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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