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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패 호주도 꺾였는데”…한국 집값은 다를까 [이슈+]

집값이 장기적으로 오르며 부동산 투자 불패 신화가 강했던 호주의 주택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정부의 부동산 투자 규제가 맞물리면서 시드니를 중심으로 집값이 빠르게 떨어지고 거래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가계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한국 역시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0년간 호주 시드니에서 주택을 사는 것은 가장 확실한 투자로 여겨져 왔다"면서도 “이제 이같은 부동산 호황이 위협받고 있으며, 그 충격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코탈리티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시드니 주택 가격은 지난 2월 고점 대비 약 7% 하락했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시작된 하락세는 전국으로 확산해 호주 주요 도시 외각 지역의 93%에서 집값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전국 주택가격 지수 역시 지난달 0.9% 떨어지면서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 3월 고점과 비교하면 3.6% 낮아졌다. 시드니 집값은 지난 한 달 동안에만 1.4% 하락했다. 거래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코탈리티의 분기 추정치에 따르면 호주 주택 판매량은 1년 전보다 15.5% 감소했고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해서도 11.5% 낮은 수준이다. 특히 시드니, 브리즈번 퍼스 등에서는 거래량이 전년 대비 20% 넘게 감소했다. 주택이 팔리는 데 걸리는 기간도 길어지면서 시장에 매물이 쌓이고 있다. 코탈리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4주 동안 호주 주요 도시에서의 매물은 1년 전보다 24% 증가했고 최근 5년 평균보다도 8% 많았다. 코탈리티의 팀 로레스 리서치 디렉터는 “시드니가 계속해서 주택시장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며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데다 평균보다 많은 매물이 시장에 나온 상황이 호주 최대 주택시장에 더 큰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주택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한 배경으로는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세제 개편이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투자용 부동산에서 발생한 손실을 개인소득에서 공제해주는 '네거티브 기어링'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해당 제도는 내년 7월 시행되며 신규 건설 주택에 한해서만 네거티브 기어링이 적용된다. 내년 7월부터 양도소득세 50% 감면 혜택도 폐지되고 취득원가를 물가에 연동하는 방식과 최저 30% 세율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 같은 세제 개편을 앞두고 부동산 투자자들의 셈법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기준금리 상승도 주택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4.35%까지 끌어올렸다. 2022년 초까지만 해도 금리는 0.1%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7월 호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해 시장 전망치인 3.3%를 웃돌자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도이체방크 등은 RBA가 이르면 이달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경우 주택 구매자들이 통상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지만 RBA에 따르면 호주는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5%에도 못 미친다. 기준금리 인상이 상당수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월 상환 부담으로 빠르게 전이되는 구조다. 호주 부동산 시장 둔화는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호주 주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신청은 최대 20% 감소했다. 한 대형 은행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시장 상황을 두고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수십 년 전보다 훨씬 구조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개발업계에서는 이미 대형 부실 사례도 나타났다. 호주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배슬라그룹은 33억호주달러(약 3조2400억원)의 부채를 안은 채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다. 이 회사가 사모대출펀드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왔던 만큼 시장에서는 과도한 부채를 떠안은 다른 개발업체들까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가계 소비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메르츠방크에 따르면 호주 가계자산의 약 60%가 부동산에 묶여 있다. 집값 하락이 단순한 자산가치 감소에 그치지 않고 소비심리와 내수경기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호주의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6월 80.6포인트로 '극도로 비관적'인 수준까지 떨어졌다.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도메인의 니콜라 파월 수석 주거부동산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은 자신의 재정 상황이나 경제 전반에 확신이 없을 때 부동산처럼 가격이 큰 자산을 거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주 부동산 시장의 위축은 다른 주요국이 먼저 겪은 부동산 침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최근 사례를 보면 과열된 주택시장을 진정시키려는 과정에서 장기적인 침체를 겪지 않은 국가는 거의 없다"고 짚었다. 실제로 중국은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부동산 위기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주택시장 호황을 누렸던 뉴질랜드 역시 장기적인 부동산 침체에 빠져 경제성장까지 압박받고 있다. 캐나다도 주택 가격이 약 20% 급락했지만 높은 집값 때문에 시장에서 밀려난 상당수 무주택자들에게는 여전히 가격이 충분히 낮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주 역시 정책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집값이 하락하고 있지만 높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 비용이 늘어나면서 실수요자의 부담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정책당국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차입 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경제를 흔들지 않으면서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고 주택 구입 부담을 낮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호주의 사례는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한국 전체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5%로 미국(32%), 일본(36%)은 물론 호주(60%)보다 높다. 특히 한국은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이용 비중이 높아 기준금리 상승이 가계의 이자 부담으로 빠르게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최영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국장도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가계는 여타 국가에 비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당국의 정책 유도 등에 힘입어 잔액 기준 2010년 말 0.5%에서 2016년 말 43.0%, 2023년 말에는 51.8%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주요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고정금리 비중은 2022년 4분기 34.9% 수준으로, 멕시코(99.6%)·미국(95.3%)·프랑스(93.2%) 등을 밑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도 긴축 사이클에 들어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한은이 오는 11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린 뒤 내년 2월 추가 인상에 나서 최종금리를 3.5%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부채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포괄적인 가계부채를 나타내는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 2분기 말 2019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5조9000억원 증가하며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1891조3000억원에 달했다. 집값 상승기에 불어난 대출을 떠안은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추가로 오를 경우 주택담보대출 차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금융위기급 채권 매도?”…글로벌 국채금리 20년 만에 최고 [머니+]

글로벌 국채금리가 약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까지 맞물린 영향이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일본과 호주 국채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3%선을 넘어서며 1996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호주 10년물 국채금리도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미국 국채시장에서도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해 1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의 경우 지난달 중순 5.34%까지 치솟아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0년물 국채금리는 올해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총 55거래일 동안 5%를 웃돈 채 장을 마감했다. 연간 기준으로 30년물 금리가 5% 이상에서 마감한 날이 이처럼 많았던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그 결과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전 세계 채권금리는 전날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해 3.72%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중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와는 정반대 흐름이다. 블룸버그 글로벌 채권 지수는 지난해 6.8% 상승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0.9% 하락했다.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주요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정부 지출 확대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투자자들이 장기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 영향이다. 최근에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 글로벌 국채금리를 끌어올린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와 소시에테제네랄은 워시 의장의 연설 이후 기존에는 예상하지 않았던 올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새롭게 전망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도 금리 인상 기대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BOJ)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약 92%로 반영하고 있다. 호주에서도 예상보다 강한 물가 지표가 발표되면서 투자자들이 올해 네 번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베팅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점도 채권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퍼스트이글 인베스트먼츠의 이다나 아피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TV에서 “시장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단기 금리가 더 높은 수준으로 갈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중립금리가 어느 수준인지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고, 그 수준도 점진적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마켓라이브의 마크 크랜필드 전략가는 “주요 10개국(G10) 채권 트레이더들이 일본 국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호주 국채도 미국 국채 못지않게 일본 국채 흐름의 영향을 점점 더 크게 받고 있다"며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전반에서 끈질긴 인플레이션과 대규모 재정적자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계절적 흐름만 놓고 봐도 채권시장에 대한 압박이 당분간 완화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채권 지수는 9월과 10월에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두 달 모두 평균적으로 1% 넘게 하락했다. TD증권의 프라샨트 뉴나하 아시아·태평양 금리 전략가는 “채권시장이 붕괴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끈질긴 인플레이션이 최소한 정책금리가 더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채권시장 매도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재정건전성 악화와 기간 프리미엄 상승이 계속 시장의 핵심 이슈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달에도 금리를 동결할 경우 장기물 중심으로 국채 매도세가 오히려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장기채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더 민감한 만큼 연준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투자자들이 장기채 보유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국민 불만 잠재울지 의문”…외신이 주목한 김용범 사퇴 [이슈+]

이재명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을 설계해온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격 사퇴하자 주요 외신도 이를 비중 있게 조명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블룸버그통신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지지하고 인공지능(AI) 호황으로 늘어난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한 '국민배당금제' 구상을 제시했던 김 실장이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한 쇄신 과정에서 물러났다"고 보도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실장이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도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김 실장이 물러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로이터가 인용한 여론조사는 전날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1.3%포인트(p) 하락한 38.9%로 집계됐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얼미터는 “집값·전월세 문제로 부동산 민심이 악화한 데다 대법관 후보자 임명 거부를 둘러싼 위헌 논란, 제주 실종 사건으로 불거진 경찰 불신, 유시민 작가 발언을 둘러싼 여권 내부 갈등까지 겹치면서 지지율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정부 초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김 실장은 약 15개월 동안 경제·산업·재정 분야 정책 입안과 국정과제 이행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왔다. 특히 한미 통상협상 등 굵직한 현안을 일선에서 지휘했으며 최근 발표된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인 '3대 메가 프로젝트' 추진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빠르게 도입한 것을 두고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또 “김 실장이 제안한 국민배당금제 구상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며 “정부가 AI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추가 재원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둘러싸고 시장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고 전했다. 부동산 정책 역시 김 실장이 물밑에서 조율해온 핵심 분야 가운데 하나다.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을 시작으로 수도권 135만호 공급을 골자로 한 9·7 공급대책,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등이 잇따라 발표됐다. 특히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의 세제 개편안이 나오면서 비거주 1주택자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로이터는 “이 대통령이 주택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해왔지만 많은 근로 가구는 이러한 정책으로 내 집 마련 능력이 영향을 받았다고 호소해왔다"고 짚었다. 로이터는 이어 “문재인 정부 이후 진보 진영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집값 급등을 잡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동산 정책의 실책을 많은 정치 분석가들이 꼽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라시아그룹의 제러미 찬은 이번 김 실장 교체와 2기 내각 구성을 두고 “최근 두 가지 정책 실패인 집값 상승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에 대해 자연스럽게 책임을 물을 만한 인물이 없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나 정부가 당장 위험에 처했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이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세를 멈출 필요성을 분명히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윤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김 실장이 자진 사퇴했다는 사실은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실장의 사퇴가 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국민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로이터 역시 이 대통령이 주요 정책을 둘러싼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려면 단순한 인적 쇄신 이상의 조치가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사례를 보면 개각만으로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린 경우는 거의 없다"며 “장관을 교체하는 것만으로 국민에게 정부 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인식을 주기는 어렵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100%) 무작위 추출 임의번호를 활용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조사의 응답률은 3.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이며, 정당 지지도 조사의 응답률은 3.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세계 최대 석유 딜”…트럼프, 웃지 못하는 이유는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거래를 통해 베네수엘라 원유에 접근권을 확보했지만 이에 따른 경제적·정치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베네수엘라가 막대한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낙후된 석유 인프라를 복구하려면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데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양국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크기 때문이다. 미 백악관은 31일(현지시간) 팩트시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와의 합의를 통해 확인된 원유 매장량 가운데 650억배럴 이상에 대해 미국이 과반의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650억배럴은 베네수엘라 전체 확인 원유 매장량으로 추정되는 약 3030억배럴의 20%가 넘는 규모다. 특히 미국 영토 내 확인 원유 매장량인 약 460억배럴보다도 190억배럴가량 많다. 백악관은 이를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석유 거래"라고 강조했다. ◇650억배럴 쥔 미국…서반구 에너지 패권 강화 합의에 따라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정부는 베네수엘라 민간 석유기업 '노스 아메리칸 블루 에너지 파트너스'(NABEP)에 17개 유전에 대한 100년짜리 개발권을 부여했다. 해당 유전의 확인 원유 매장량은 약 650억배럴로 추정된다. NABEP는 또 미 국방부 산하 전략자본실(OSC)에 모회사 지분 35%를 제공하고, 미 국무부에는 현재와 향후 생산량의 20%를 생산원가에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기로 했다. 나머지 생산량 80%에 대해서도 미국이 우선매수권을 갖는다. NABEP가 생산한 원유를 다른 국가나 기업에 판매하기 전에 미국 정부가 먼저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백악관은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서반구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NABEP의 경영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NABEP 이사회 멤버 선임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은 미국 시민이어야 한다. 미국 정부와 NABEP 간 협정 역시 미국법의 적용을 받고 미국 법원의 관할에 놓인다. 이번 합의로 미국은 베네수엘라 석유를 지렛대로 서반구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주 대륙을 중심으로 한 서반구에서의 배타적 영향력 확대를 골자로 한 '돈로주의'(19세기 먼로주의의 트럼프 버전)를 천명해왔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뒷마당에서 외국의 악의적인 영향력을 제거하고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력이 다시는 의심받지 않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번 합의를 정치적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호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미국은 방금 베네수엘라와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석유 거래에 합의했다"며 “이번 역사적인 거래는 미국의 석유 매장량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리고 미국의 석유 공급을 크게 확대하며 향후 장기간에 걸쳐 모든 미국인의 기름값을 상당히 낮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에 원유 나오려면 5~7년"…노후 인프라가 발목 그러나 미 경제매체 CNBC는 이번 합의가 실제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 확대와 시장 공급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인프라가 수년간의 투자 부족과 부실 관리로 크게 노후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의 현재 원유 생산량은 하루 약 120만배럴로 1990년대 후반 기록했던 하루 350만배럴의 정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컨설팅업체 리스타드에너지는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량을 과거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오는 2040년까지 약 1800억달러(약 246조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NABEP는 베네수엘라에서 석유 생산을 빠르게 확대하기 위해 현지 인프라에 최대 1000억달러(약 137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실제 증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 국무부 에너지 담당 고위 관료를 지낸 데이비드 골드윈은 이번 합의에 대해 “베네수엘라 생산량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합의에 포함된 유전 상당수가 위치한 '오리노코 벨트'는 생산과 수송에 필요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골드윈은 “이들 유전이 실제 시장에 추가 원유를 공급하기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5~7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수출 과정에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석유시장 컨설팅업체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우 회장은 “노후화된 인프라와 정전 문제 등으로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원유를 선적하려는 유조선들이 화물을 싣기 위해 최대 30일까지 대기하고 있다"고 CNBC에 말했다. 골드윈은 “더 많은 생산량을 처리하려면 수출 터미널을 확장해야 한다"며 “누가 해당 프로젝트를 맡을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실제 베네수엘라 원유 개발에 어느 미국 석유기업들이 참여할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미국 메이저 석유기업은 셰브론이 사실상 유일하다. 셰브론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와 합작사업을 통해 현지에서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2029년 정권교체 땐 뒤집힐 수도…정치 리스크 여전 정치적 불확실성도 이번 합의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변수로 꼽힌다. 컨설팅업체 라피단에너지의 밥 맥널리 회장은 이번 합의가 미국과 베네수엘라 양쪽 모두에서 상당한 정치적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2028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해 2029년 새 정부가 출범할 경우 이번 합의를 재검토하거나 폐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선거를 통해 선출된 권력이 아니라는 점도 이번 합의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을 키우는 요인이다. 베네수엘라가 오랫동안 석유자원에 대한 국가 주권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미국에 광범위한 통제권을 넘긴 이번 합의를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반발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공화당이 미국 정권을 유지하더라도 향후 베네수엘라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경우 기존 합의를 재검토하거나 뒤집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밥상물가 비상”…글로벌 농산물값 얼마나 올랐길래 [이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이상기후로 글로벌 농산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주요 농산물 가격이 약 14년 만에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이란 전쟁으로 치솟은 에너지·운송비와 맞물리면서 글로벌 식품 인플레이션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요 10개 농산물 가격을 추종하는 '블룸버그 농업 현물지수'는 지난 28일 기준 이달 들어 14% 가까이 상승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날까지 이어질 경우 2012년 7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하게 된다. 밀은 전반적인 농산물 가격 상승을 견인한 대표 품목으로 꼽힌다. 흑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상대방의 선박과 항만을 공격하면서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자 밀 가격은 최근 3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는 수출되지 못한 곡물이 쌓이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 농업부는 농가들이 2027년 시즌을 위해 올 겨울 재배 면적을 줄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수출 차질이 단순한 물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향후 생산량 감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수위를 더욱 높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도 공급 불안을 키우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을 통한 돌파구 마련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군사 공격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량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보리와 옥수수, 해바라기유 역시 세계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흑해산 곡물 공급 감소분을 메울 만한 뚜렷한 대체 공급처가 없다는 점이다. 농산물 컨설팅업체 락스톡 컨설팅은 이날 보고서에서 흑해 지역의 수출 차질을 다른 국가들이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아르헨티나산 밀은 품질에 대한 의문이 있고 캐나다는 공급 능력에 한계가 있으며 호주는 수출 여력에 제약이 있다"며 “미국산 밀은 갈수록 가격이 비싼 최후의 공급처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흑해 지역 수출이 다시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장이 직면한 문제는 단기적인 물류 차질이라기보다 여러 작기에 걸쳐 이어지는 공급 문제가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탕과 코코아 가격도 이달 들어 20%가량 급등했다. 강력한 엘니뇨의 영향으로 주요 산지의 기상 악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특히 뉴욕 설탕 선물 가격은 2015년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주요 설탕 생산국인 인도에서 재고가 빠듯한 가운데 축제 시즌을 앞두고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설탕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최근 이례적으로 일부 물량에 대한 무관세 수입까지 허용했다. 또 올여름 폭염으로 미국과 유럽의 옥수수 수확량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여기에 중동 지역에서 다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점도 글로벌 농업 공급망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농업 생산에 필수적인 연료와 비료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 미군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임박한 위협"을 가한 이란 혁명수비대의 기뢰 부설 병력을 상대로 “제한적이고 정밀한" 군사행동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미군의 대(對)이란 군사 공격은 지난달 29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이란도 요르단 내 미군 기지 2곳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보복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올리며 이란의 원유 수출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이 초토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식품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일정한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농산물 인플레이션이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와 운송 비용이 이미 높아진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식품 가격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미국과 이란이 무력 충돌을 재개하면서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이날 배럴당 90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란 하르그섬 초토화”…美 공습 직후 트럼프가 띄운 ‘AI 영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원유 수출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이 공격을 받아 초토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과 함께 “하르그섬이 산산조각나고 있다"는 한 줄짜리 게시물을 올렸다. 공개된 약 10초 분량의 영상에는 하르그섬으로 추정되는 지역의 에너지 시설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하고, 한 승무원이 이를 지켜보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하르그섬이 실제 공격을 받고 있다는 별도의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란 언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과 관련한 즉각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로이터는 AI 조작 이미지를 탐지하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해당 영상을 분석한 결과, 합성 영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하르그섬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실제 공격을 받을 경우 이란의 에너지 수출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면서 이란 경제에 막대한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하르그섬은 지난 2월 이란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이란 전체 원유 수출의 약 90%를 담당했던 핵심 수출 거점이다. 종전 양해각서(MOU)가 무산되고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이어졌던 지난달에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지상군을 투입해 하르그섬을 장악하는 방안까지 거론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에도 AI로 생성된 이미지나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해왔다. 다만 이번 게시물은 미국이 약 한 달 만에 이란을 다시 공습한 직후 올라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중동 지역 미군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임박한 위협"을 가한 이란 혁명수비대의 기뢰 부설 병력을 상대로 “제한적이고 정밀한" 군사 행동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미 당국자는 미군이 라라크섬에 설치된 혁명수비대의 기뢰 설치용 로켓발사대 2곳을 공습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이 당국자는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으로 기뢰가 장착된 로켓을 발사하려 준비하는 것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이란에는 새 기뢰를 설치하는 어떠한 선박도 즉각적이고 체계적으로 파괴될 것이라는 통보를 전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요르단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미군 기지 2곳을 겨냥했다. 요르단 국영방송은 요르단군이 자국 영공에 진입한 미사일 8발을 요격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군사적 압박과 동시에 이란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경제 제재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새로운 2차 제재가 앞으로 매주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며 첫 번째 표적은 은행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이 이집트 국영은행 방크미스르의 아랍에미리트(UAE) 지점들에 제재를 부과한 데 이어 “다음 단계는 특정 금융기관을 달러 기반 금융망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앞으로 매주 이 같은 조치를 훨씬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며 “은행부터 시작해 이란의 돈을 보유하고 그 정권을 돕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은행들에 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코스피 먼저 겁먹었다?”…美 9월 금리인상론에 월가는 ‘글쎄’ [머니+]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오는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매파적 메시지를 던졌지만 정작 글로벌 채권 투자자들은 시장의 금리 인상 기대가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워시 의장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실제 연준이 행동에 나설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 투자자들은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워시 의장은 지난 28일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나의 기준은 이렇다. 우리는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9월 중순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동결 가능성보다 높게 반영하기 시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현 수준보다 0.25%포인트 높은 3.75~4.0%로 인상될 가능성을 57%가량 반영하고 있다. 워시 의장의 연설 전까지만 해도 이 확률은 약 35%에 불과했다.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우려는 국내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1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 대비 2.02% 내린 6652.02를 나타내고 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28일 1.79% 하락한 데 이어 2거래일 연속 내림세다. 지수는 전장보다 2.58% 하락한 6613.58로 출발해 장중 한때 6547.76까지 밀리며 낙폭을 3.55%까지 키웠다. 이후 한때 6700선을 회복했지만 다시 밀리는 모습이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2.33%)와 SK하이닉스(-2.54%)도 동반 하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밴티지 글로벌 프라임의 헤베 첸 선임 애널리스트는 “워시 의장의 매파적인 메시지로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상했고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가 크게 노출됐다"며 “당분간 시장은 추가 상승을 쫓기보다는 변동성을 관리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장이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빠르게 가격에 반영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TD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이 9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ABN암로의 크리스토프 부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워시 의장의 발언만으로는 연준이 실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부셰 CIO는 “워시 의장이 이번에도 9월 금리 인상을 지지하지 않고 그때까지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 머문다면 연준의 신뢰도 문제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위험을 이유로 미 장기채 투자를 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랜디와인의 트레이시 첸 포트폴리오 매니저 역시 워시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채권시장이 듣고 싶어했던 말을 해줬다면서도 “말은 어디까지나 말일 뿐이다. 행동이 말보다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첸은 여전히 미 장기채에 대해 비중 축소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워시 의장이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안내)를 최소화하고 시장이 경제지표를 토대로 스스로 움직이도록 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점도 9월 금리 인상 회의론에 힘을 싣고 있다. DWS 아메리카스의 조지 카트람본 채권 총괄은 “시장이 계속 연준의 일을 대신하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지나치게 높게 반영했다가 실제 경제지표가 약하게 나오면서 연준이 인상에 나서지 않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워시 의장은 잭슨홀 연설에서 “시장 참가자들 스스로도 경제 전반의 실제 정보를 추적해야 한다"며 “자신의 결론을 내리고 생산과 고용, 인플레이션에 대한 스스로의 기대를 형성하는 한편 위험에도 예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월 FOMC 정례회의에서도 금리를 동결한 배경으로 채권시장을 언급하며 “지난 42일 동안 연준이 정책적으로 크게 한 일은 없지만 시장은 상당한 일을 해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기채 금리 상승이 금융여건을 긴축시키면서 시장이 연준을 대신해 정책 효과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당시 투자자들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를 워시 의장이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평가했고, 채권시장에서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투매가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7월 FOMC 직후 10bp(1bp=0.01%포인트) 넘게 급등하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반면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는 약 6bp 하락했다. 국채 금리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이는 2년물 금리가 장기물보다 더 빠르게 올라 수익률 곡선이 평탄화됐던 6월 FOMC 직후와 정반대 흐름이었다. 시장에서는 이를 연준의 물가 대응 의지와 통화정책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신호로 해석했다. 이에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여전히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9월에도 금리를 동결하고 그 이유마저 시장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경우, 장기채 금리가 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연구진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명확한 희소식이 나오지 않는 한, 연준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9월 금리 결정이 박빙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연준이 다시 금리를 동결하고도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면, 지난 7월 FOMC 때와 같은 수익률 곡선 움직임이 재연될 상당한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기뢰 깔면 박살낸다”…美·이란 무력충돌 재개에 국제유가 급등

미군이 약 한 달 만에 이란을 다시 공습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투입하기 위한 로켓 발사를 준비하자 선제 타격에 나선 것이다. 중동 지역 미군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 대변인 팀 호킨스 대위는 30일(현지시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투입하기 위한 로켓 발사를 준비하고 있었으며, 미군이 이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 국제수역에 설치됐던 모든 기뢰가 폭파되거나 제거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이란 측에 새로운 기뢰를 설치하는 선박이나 보트는 모두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호킨스 대위는 “미군은 해당 지역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으며, 이 필수적인 수로를 통한 자유로운 상업 활동을 보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마지막으로 공격을 가한 것은 지난달 말이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직접적인 군사 압박보다 이란 경제를 옥죄는 데 무게를 두며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란도 이번 공습 직후 즉각 대응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란은 요르단에 주둔한 미군을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 중동 미군 기지를 겨냥한 군사 공격을 이어왔다. 악시오스는 이날 이란이 미군 기지를 향해 발사한 무기가 탄도미사일이었다고 보도했다. 양측이 다시 무력 충돌에 나섰지만 최근 이란은 미국과의 외교 재개 가능성도 완전히 닫지는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28일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미국과의 외교 재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외교적 해결책은 미국이 '압박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미국은 신뢰를 구축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대화하며, 우리의 권리를 인정하고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 이란의 교역 상대국을 겨냥한 경제 압박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들을 상대로 이른바 '경제적 총공세'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여기에는 이란산 원유의 약 90%를 구매하는 중국도 포함된다. 베선트 장관은 백악관이 동맹국들과 이란산 제품 구매 중단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동맹국들이 이란산 제품 구매를 중단하기로 합의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과 이란이 한 달여 만에 다시 직접적인 무력 충돌에 나서면서 국제유가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31일 한국시간 오전 9시1분 기준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38% 오른 배럴당 89.50달러를 기록 중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연준 금리만 올린다”…‘매파 본색’ 워시, 트럼프와 정면충돌하나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해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오히려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잭슨홀 기조연설에서 물가 압력이 충분히 꺾이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이르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워시 의장의 잭슨홀 연설을 오는 9월 15~16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워시 의장은 전날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나의 기준은 이렇다. 우리는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현재 금융 여건이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으며 기준금리가 연준의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주된 수단'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물가 압력이 충분히 꺾이지 않을 경우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사실상 시사한 셈이다. 워시 의장은 또 연준의 2% 물가 목표에 대해 “확고하고 고정된 목표"라고 못 박으면서 최근 물가 지표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올여름 발표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양호했지만 기조적인 인플레이션 흐름이 의미 있게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7월 PCE 가격지수와 CPI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7%, 3.4% 상승했다. ◇ 9월 인상 확률 35%→57%…월가도 전망 수정 시장도 워시 의장의 발언을 매파적으로 받아들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현 수준보다 0.25%포인트 높은 3.75~4.0%로 인상될 가능성을 57%가량 반영하고 있다. 워시 의장의 연설 전까지만 해도 이 확률은 약 35%에 불과했다.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고,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전장 대비 11.8bp(1bp=0.01%포인트) 급등한 4.348%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와 소시에테제네랄은 워시 의장의 발언으로 오는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으며 이후 12월에도 두 번째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버코어ISI 역시 최근까지는 물가 흐름을 감안했을 때 연준이 기존의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봤지만 워시 의장의 연설을 계기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여 잡았다. 피델리스 캐피탈의 크리스 건스터 채권 총괄도 “워시는 시장 예상보다 더 매파적이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에 따라 9월 FOMC를 앞두고 다음 달 4일과 11일 각각 발표될 8월 고용보고서와 CPI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8월 CPI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할 경우 추가 긴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물가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올 경우 9월 금리 인상이 사실상 굳어질 전망이다. ◇ “금리 3%p 낮추고 싶다"…트럼프 변수도 여전 다만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더라도 9월 금리 인상이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앤더슨연구소의 제임스 클라우스 이코노미스트는 워시 의장의 발언이 매파적으로 해석될 수는 있지만 “연준에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을 뿐 실제로 언제 행동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아론 수석 투자전략가 역시 “워시 의장에게는 여전히 정책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며 “아직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결론 내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적 변수도 남아 있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반발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연준을 향해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다. 그는 지난 19일에도 백악관 집무실에서 채권시장 변동성을 미국인들이 우려해야 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는 매우 잘하고 있다"며 이어 현재의 금리 수준에 대해 “인위적으로 높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은 아무 이유 없이 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는 시장에 나가 '연준이 정한 수준보다 3%포인트 낮게 빌리고 싶다'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최근 장기 국채금리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국채 바이백(재매입) 확대 카드를 꺼내든 것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높은 차입 비용을 낮추는 데 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울프리서치의 스테파니 로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연설이 9월 금리 인상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논리를 제시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치적 변수가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워시 의장과 백악관의 관계, 그리고 그의 정책 판단 방식에 대한 기존 분석을 감안해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50%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6주면 끝” 트럼프 호언…6개월째 출구 없는 이란 전쟁 [이슈+]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 발발한 지 6개월을 맞았다. 이번 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언대로 수주 안에 끝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제는 종전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장기 대치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28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외교·안보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의 스티븐 쿡 선임연구원은 “이 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4~6주 정도 지속될 것으로 생각했고, 이란이 효과적으로 저항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란은 이제 자신들이 가진 지리적 이점의 힘을 확인했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권한을 포기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쟁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군사적 압박 수위를 끌어올려 이란을 종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했지만, 최근에는 '경제적 디데이'를 선언하며 이란의 자금줄을 옥죄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날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이란을 겨냥한 '경제적 왕따 작전'의 일환으로 이집트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인 방크 미스르의 아랍에미리트(UAE) 지점에 대해 미국 금융시스템 접근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전쟁의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세계 핵심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들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고, 평화 협상도 사실상 결렬된 상태다. 이란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수용돼야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대화 재개까지도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는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원유시장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현재 배럴당 88달러 수준으로 전쟁 발발 이후 20% 넘게 올랐다. 다만 지난 4월 기록한 배럴당 126.41달러의 고점과 비교하면 약 30%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증시는 아직까지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 붐과 이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유가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 머물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증시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이날 미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치 2%에 대해 “확고하고 고정된 목표"라며 기준금리가 연준의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물가 둔화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는 현재 이란과의 전쟁이 “최종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종전으로 이어질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한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에서 이란과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는 그레고리 브루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번 충돌은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다"며 “현재 어느 쪽도 확전을 감행하거나 양보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적 디데이'에 대해 “이란이 굴복하기를 기대하며 관망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면서도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란은 미국의 경제적 압박에 직면해서도 매우 강한 회복력을 보여왔다"며 “1980년대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지만 이란 지도부는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기보다는 저항하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내다봤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윌 토드먼 선임연구원 역시 “경제 압박을 중심으로 한 전략이 이란을 굴복시키거나 협상에서 더 큰 양보를 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중동문제 전문가인 데니스 로스는 “이란 지도부는 자국민에게 경제적 고통을 안기는 것을 개의치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경제적 고립 전략이 이란을 훨씬 강하게 압박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란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원유·가스 수출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전쟁에서 무엇을 승리로 규정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토드먼 연구원은 “미국의 승리가 어떤 모습인지 아직 정의되지 않았다"며 “이란 핵 프로그램 종식부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정권 교체까지 목표가 광범위해 미국이 승리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수준의 양보를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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