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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원칙 금지·예외 허용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 장치로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 적용 일반결의'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계와 기관투자자는 소수주주 다수결(MoM·Majority of Minority) 도입을 주장하지만 법무부가 부정적 견해를 밝힌 가이드라인 때문에 현실적으로 채택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르면 이번 주 중복상장 관련 규정 개정 예고를 발표한다. 한국거래소는 중복상장 특례를 마련해 7월부터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상장 규정 개정 예고와 의견 수렴, 금융위원회 승인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제도 골격은 이미 잡혔다.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만 허용하는 방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사가 종속회사나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회사를 상장하려면 영업·경영 독립성과 투자자 보호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예외로 인정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영업과 경영 독립성은 재무제표와 공시 등을 통해 비교적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투자자 보호는 정량화가 쉽지 않은 만큼 거래소 심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모회사 주주를 충분히 설득하고, 일반주주 의견을 의사결정에 반영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심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임흥택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중복상장 제도개선 3차 세미나에서 “일반주주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에 방점을 두고 모든 사안을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거론되는 주주 동의 방식은 특별결의, 3%룰 적용 일반결의, MoM 등 세 가지다. 특별결의는 주주총회 출석 주식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합병·분할, 정관 변경 등 회사의 근간을 바꾸는 안건에 적용되는 가장 강력한 의사결정 방식이다. 다만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국내 기업 구조에서는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주총회 출석률을 50%로 가정할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이 33.4%를 넘으면 사실상 다른 주주의 반대와 무관하게 특별결의를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그중 감사위원 선임에 적용하고 있는 '3%룰을 유력한 대안으로 보고 있다.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각 또는 합산해 3%로 제한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를 자회사 상장을 위한 주총 결의에 준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 의결권을 각각 3%로 제한할 것인지, 합산해 3%로 묶을지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개별 적용 시에는 지배주주 일가가 여러 명에 걸쳐 지분을 보유한 경우 의결권 합이 합산 적용보다 커져 규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3%룰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김규식 변호사는 지난 4일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에서 “지배주주는 주식 쪼개기나 차명 거래를 통해 얼마든지 이 룰을 우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3%룰은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라고 말했다. 행동주의 펀드도 지분을 5%, 10% 보유해도 의결권은 3%까지만 행사할 수 있어 오히려 제약을 받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학계와 기관투자자는 MoM이 일반주주 보호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MoM은 합병, 포괄적 주식교환, 중복상장, 상장폐지 등 이해상충 소지가 있는 거래에서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제외한 일반주주 표를 별도로 집계해 정당성을 확보하는 절차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상위 200대 기업 중 93%에 지배주주가 있는 구조에서는 주총에서 MoM을 통해 주주 권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성윤 달톤인베스트먼트 코리아 대표는 “한국의 가족기업 비중은 73%로 미국(6%)·일본(4%)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며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강한 한국에서는 독립적인 특별위원회만으로 일반주주를 보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MoM이 한 주 한 표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두고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이 거래로 다른 주주보다 큰 이익을 가져가는 특정 거래에만 적용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적 근거 부족은 MoM 도입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힌다. 법무부는 지난 2월 발표한 '기업 조직개편 시 이사의 행위규범 가이드라인'에서 MoM이 주주평등 원칙과 충돌할 수 있고, 의결권 포기로 의사정족수 충족이 어려울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일반적인 공정성 강화 조치로 권고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 가이드라인이 실제 거래에서 MoM을 좌절시킨 사례도 있다. 이마트가 지배주주로 있는 신세계푸드를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완전 자회사화하는 과정에서 신세계푸드 특별위원회는 MoM 표결을 검토했으나 “현행 상법상 주주총회에서 소수주주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할 근거가 없고, 법무부 가이드라인도 실현하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는 이유로 도입을 포기했다. 대신 매수청구권 가격을 4만8800원에서 6만3348원으로 약 30% 상향하는 방식으로 봉합했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를 세 차례 반려한 끝에 나온 결과다. 벤처투자업계는 중견·중소기업 계열사에 대한 중복상장 심사 제외나 완화를 요구해왔다. 대기업은 IPO 외에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이 있지만, 중견·중소기업은 기술 M&A나 IPO가 성장과 혁신을 위한 핵심 경로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거래소는 기업 규모에 따라 주주 보호 기준을 달리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임흥택 한국거래소 상무는 3차 세미나에서 “주주 보호에 대한 부분이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옳은 것인가“라며 “예외적으로 벤처·중견 기업이기 때문에 트랙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관점은 옳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 실효성과 법적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만큼 MoM보다는 3%룰을 활용한 방식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거래소는 의견 수렴 결과를 반영해 최종 개정안을 마련한 뒤 이르면 7월부터 새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안이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IPO를 준비하는 기업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6-07 09:00 최태현 기자 cth@ekn.kr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제도개선을 위한 세 차례 공개 세미나를 열었지만, 핵심 쟁점을 둘러싼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를 의무화할 건지, 어떻게 받을지를 두고 기관 투자자는 일반주주 다수결로 동의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기업과 벤처캐피탈(VC)·사모펀드(PE) 업계는 투자와 기업공개(IPO)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며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한국거래소는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3차 세미나'를 열고 중복상장 과정에서의 일반주주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제도의 큰 방향인 '중복상장 원칙 금지·예외 허용'과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설계로 들어가자 이견이 드러났다. 거래소는 “상장 자체를 막기보다 주주의 실질적 보호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7월 제도 시행을 목표로 금융당국과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발제를 맡은 왕수봉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보호 의무를 부과하고 특별위원회를 통해 의사결정 공정성을 보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모회사 이사회의 의무로 ▲외부 전문가를 활용한 주주 영향 평가 ▲현금배당·자기주식 소각·자회사 주식 배분 등 보호 방안 마련 ▲간담회·설문·임시주총 등 주주 소통 ▲찬반 결의와 자회사 통지 ▲공시 등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일반주주 동의 방식으로는 특별결의보다 '소수주주 다수결(MoM·Majority of Minority)'이나 '3%룰'이 일반주주 보호 취지에 더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MoM은 최대주주를 제외한 일반주주 다수의 동의를 받는 방식이다. 3%룰은 감사위원을 선출·해임할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다. 왕 교수는 “특별결의는 지배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에서는 가결이 너무 쉬워 기존과 차이가 없다"며 “일반주주 보호라는 취지에는 MoM이나 3%룰이 더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개정된 상법에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강조되면서 모회사 이사회가 일반주주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근거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자회사 상장은 자회사 이사회가 결정해 왔기 때문에 모회사 일반주주 의견은 사실상 반영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기관 투자자 측은 소수주주 다수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성윤 달튼인베스트먼트 한국 대표는 “중복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핵심 사안"이라며 “기존 중복상장 구조를 해소하고 신규 중복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도입됐지만 자율적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완벽하게 독립성을 보장하려면 결국 일반주주 다수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는 이사의 충실의무 도입 이후에도 일부 기업에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외부 평가기관 산정 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패밀리마트–이토추 상사 사례를 언급하며 특별위원회만으로는 독립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는 미국식 증거개시(디스커버리) 제도나 상사 전문법원이 없어 사후 소송만으로 일반주주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중복상장을 예외 없이 원칙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장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중복상장은 예외 없이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맞다"며 “상장이 필요하다면 인적분할로 처리하는 편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코스피 시가총액이 9.4배 늘었으나 지수는 5.6배에 그친 점을 근거로 자사주 소각 부재와 중복상장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IPO 이후 남은 자회사 지분을 모회사 주주에게 배분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벤처캐피탈(VC)·사모펀드(PE)·증권사는 중복상장 원칙 금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중소·벤처기업은 별도 예외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이 이사회나 특별위원회를 갖추기 어렵고, 투자 위축이 우량기업의 IPO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박병건 대신프라이빗에쿼티 대표는 순수 지주회사에 대한 완화된 접근과 기존 투자 건에 대한 소급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체 사업이 없는 순수 지주회사가 새 사업을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는 사업부문을 분리하는 물적분할과 성격이 다르며, 제도 도입 전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의 회수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왕태식 NH투자증권 본부장은 국내 기업의 구조적 특성을 감안한 '열린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왕 본부장은 “해외와 절대적으로 비교하기보다 국내 기업의 특성을 감안해 열린 관점에서 심사하고 예외를 적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 후 정부가 지주회사 제도를 과세이연 특례 등으로 장려한 결과 대기업 상당수가 투자 여력이 제한된 순수 지주회사 형태가 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주주명부 폐쇄 없이 진행되는 소액주주 간담회가 실제로 의결권 있는 주주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실무상 한계도 지적했다. 왕 본부장은 “간담회를 진행하면 참석하는 소액주주가 굉장히 소수이고 참석한 주주가 실제로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인지도 불분명하다"며 “목소리 큰 몇몇 주주가 의견을 주도하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부회장은 “우선 이번 논의가 실체법적 규제인지, 절차적 의무 부과인지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MoM·3%룰·특별결의 방식이 현행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위반 시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조달 비용은 연 1.4% 수준인 반면 차입·회사채 조달 비용은 3.29% 수준이라며 상장 제한이 기업 투자와 배당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부회장은 법무부가 지난 2월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도 MoM 방식을 권고하지 않았고, 일본 역시 인위적인 규제 없이 중복상장이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임흥택 한국거래소 상무는 이번 제도가 상장 금지가 아닌 주주의 실질적 보호에 방점을 둔 것이라고 밝혔다. 임 상무는 “기조 자체의 변화를 꾀한다기보다는, 그동안 디스카운트됐던 부분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 주주의 실질적 보호라는 부분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측면으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제도 개선이 여러 차례의 공청회와 간담회를 거친 사안이라며 “의견들이 조금씩 좁혀가는 느낌은 있다"고 평가했다. 최종 확정까지 금융당국과 추가 협의를 거쳐 7월 시행 목표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05-28 09:12 최태현 기자 ct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