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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에 대한 전체 검색결과는 8건 입니다.

김장철을 맞아 가전업계가 '김장족(族)'을 잡기 위한 마케팅 경쟁에 불을 지폈다. 배추와 무 가격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김장대란' 우려가 사라지자, 직접 김장을 담그려는 가정이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잇달아 김치냉장고 신제품을 선보이는 한편 체험형 마케팅을 강화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배추(상품·1포기) 소매가격은 5783원으로 전년 대비 34.9% 낮았다. 평년과 비교해도 약 15% 저렴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무(상품·1개) 소매가격은 2456원으로 31.7% 하락했으며, 평년보다도 21%가량 낮았다. 본격적인 김장철이 다가오면서 배추·무 가격은 추가 하락이 예상돼, 올해는 김장 재료 부담이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김장 재료값이 오르면서 '김장 포기족'이 늘어났지만, 올해는 주재료 가격 안정화로 모처럼 김장철이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계절성이 뚜렷한 김치냉장고 판매 성수기는 통상 10~12월로, 김장철을 앞둔 가을이 최대 격전지다. 특히 올해는 김장 수요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삼성전자와 LG는 물론, 중소형 가전 브랜드까지 잇달아 김치냉장고 신제품을 내놓으며 경쟁이 뜨겁다. LG는 최근 'LG 디오스 AI 오브제컬렉션 김치톡톡' 신제품을 출시했다. LG 김치냉장고 중 처음으로 '인공지능(AI) 맞춤보관' 기능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 기능은 씽큐(ThinQ) 앱으로 포장김치 바코드를 인식하면 김치 종류와 제조사 정보를 종합해 최적의 맛을 유지하도록 온도를 자동 조절한다. 또한 AI가 사용 패턴을 분석해 냉장고 문을 자주 여는 시간에는 냉기 분사를 멈춰 성에 발생을 줄이고, 제상동작 시간을 조절해 최적의 온도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LG는 김장철 외에도 각 칸을 야채·과일, 쌀·잡곡, 냉동식품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김치냉장고를 다목적 보관가전으로 진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비스포크 AI 김치플러스 키친핏 맥스'는 '키친핏 맥스' 디자인을 적용해 냉장고와 가구장 사이 좌우 4㎜ 간격만 있으면 빌트인 가전처럼 설치할 수 있다. 여기에 최적의 김치 맛을 구현하는 '유산균 아삭 숙성' 기능이 새롭게 적용됐다. 이 기능은 상큼하고 개운한 맛을 내는 류코노스톡 유산균이 잘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온도에 빠르게 도달하고, 그 상태를 유지시켜준다. LG는 맞춤형 보관 기술로, 삼성은 발효 최적화 기술로 각각 차별화를 꾀한 셈이다. 생활가전 브랜드 미닉스로 알려진 앳홈은 2~3인 가구를 겨냥한 미니 김치냉장고 '더 시프트'를 출시했다. 가족 규모 축소와 소형 주거 공간 확산, 간편식 문화 정착 등으로 김치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앳홈 관계자는 “대용량 저장에서 벗어나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는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며 “가전 선택에서도 실속형 제품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닉스 '더 시프트'는 폭 360㎜의 콤팩트한 크기에 대형 김치냉장고 수준의 핵심 기술을 담았다. 직접 냉각 방식을 적용해 온도 편차를 최소화했으며, 냉기 순환팬과 듀얼 센서 인버터 온도제어 기술로 김치를 최적 상태로 보관한다. 앳홈은 부산 팝업스토어를 열어 소비자 체험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가전업계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전반적인 가전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이번 김장철 특수가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장 수요가 늘어날수록 김치냉장고 판매도 동반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김장철 특수가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고, 침체된 가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2025-10-20 17:00 김윤호 기자 kyh81@ekn.kr

LG가 인도법인을 현지 증권시장에 상장하며 약 2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확보했다. 시장에선 이번 상장을 단기 재무비율 개선과 중장기 성장성 강화의 계기로 평가한다. 미국의 관세정책과 업황 악화로 수익성 둔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인도법인이 새로운 현금창출원으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의 인도법인 'LG일렉트로닉스 인디아(LG Electronics India Limited)'는 지난 14일 인도 증권시장에 상장됐다. LG의 인도 진출 28년만의 일이다. LG는 1997년 인도에 처음 진출한 이후 생산·연구개발(R&D)·판매·서비스를 아우르는 현지 완결형 사업 체계를 구축해왔다. 앞서 LG는 LGEI 발행주식의 15%에 해당하는 1억181만5859주를 구주매출 형태로 처분했다. 공모가는 희망 밴드 최상단인 주당 1140루피(약 1만8000원)에 확정됐으며, 청약에는 2008년 이후 최대 규모의 자금이 몰렸다. 상장 첫날, LGEI 주가는 공모가(1140루피) 대비 53.4% 급등한 1749루피까지 오르며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약 19조원 규모다. 이는 13조원대인 LG 시총을 넘어선 수준이다. 로이터통신은 “2021년 이후 인도에서 진행된 10억달러 이상 기업공개(IPO) 중 최고 상승률"이라고 분석했다. LG는 이번 상장을 통해 인도경제성장과 함께 현지 가전 보급에 본격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인도 가구 가운데 연평균수입 6000~3만6000달러 구간 중소득(Middle Income) 가구 비중은 지난 2020년 29%에서 오는 2030년 46%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증권가와 신용평가사들은 이번 인도법인 상장을 LG의 기업가치 확장과 재무구조 안정성 강화의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상장을 통해 약 1조90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되며, 단기적으로는 차입 부담 완화와 현금흐름 개선되고 중장기적으로는 자본 효율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는 이번 상장이 LG의 주주가치 제고와 신사업 투자 재원의 확보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외 자회사 상장은 본사 가치의 시장 재평가를 유도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LG의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2배, 주가수익비율(PER)은 6.9배 수준으로 저평가에 머물러 있다. 인도법인 상장이 밸류에이션 개선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약 경쟁률이 약 54대 1에 달하며 흥행에 성공한 점도 긍정적이다. 인도법인의 시가총액이 본사 가치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면서, LG의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 가치가 다시 조명받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다. 특히 IPO로 확보된 현금은 배당 확대와 인수합병(M&A), 신사업 강화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수 있어 기업가치 개선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도법인의 상장으로 LG의 기업 가치가 확대될 전망"이라며 “저평가를 감안하면 인도 법인의 상장이 LG 주가 상승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들은 IPO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LG의 올해 6월 기준 부채비율은 141.1%, 순차입금의존도는 11.7%, 순차입금/EBITDA는 0.8배로 이미 주요 재무지표는 안정적인 수준이다. 여기에 1조90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 효과를 반영할 경우 부채비율은 약 131.6%, 순차입금의존도는 8.3%로 낮아진다. 순차입금의존도의 경우 신용등급 상향 가능 기준인 10% 미만을 충족하게 된다. 박소영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영업창출현금을 통해 투자, M&A, 이자 및 배당 등에 대응하는 자금 선순환 구조가 유지될 경우 순차입금의존도 10% 미만의 우수한 재무구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2025-10-16 10:25 장하은

국내 전자업계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LG의 3분기 실적 전망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1년여 만에 10조원대 영업이익 달성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반면, LG는 가전 수요 둔화와 관세·물류비 부담, 중국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 등 악재가 겹치며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84조1312억원, 영업이익 10조141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4%, 10.4%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한다면 지난해 2분기(10조4400억원) 이후 1년 3개월 만의 기록이 된다. 2분기 '바닥'을 찍고 3분기 반등하는 흐름이 예상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 4조676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5.23%나 줄어든 수치다. 실적 회복의 주된 요인은 반도체(DS) 부문의 선전이다. 범용 메모리 가격이 상승한 데다, 부진했던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수익 개선이 기대된다. 파운드리 사업 역시 수주 확대에 따라 적자 폭이 줄어들 전망이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의 호실적도 성장세를 뒷받침한다. 3분기 MX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3조~3조4000억원으로 예상되며, 전년 동기(2조8200억원) 대비 최대 20%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성과는 신형 폴더블폰 '갤럭시 Z폴드7·플립7'의 흥행 효과 덕분이다. 지난 7월 말 출시된 두 제품은 국내 사전판매에서 시리즈 역대 최다인 104만대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도 정식 판매 첫 주 주문량이 전작 대비 25% 이상 늘었으며, 인도 시장에서는 출시 48시간 만에 21만대가 팔리는 등 글로벌 인기를 입증했다. MX사업부는 올 상반기에도 '갤럭시 S25' 시리즈 흥행을 바탕으로 7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21년 말 무선사업부에서 MX사업부로 개편된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여기에 폴더블폰까지 판매 호조를 이어가면서 삼성전자 실적을 이끄는 '효자 사업부'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 Z폴드7 판매량이 예상치를 웃돌아 디스플레이와 MX사업부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이익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LG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부진이 예상된다. LG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21조2278억원, 영업이익 600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 20.1% 감소한 수치다. 회사는 2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46% 급감한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부진의 원인으로는 미국 통상정책 변화에 따른 관세 부담, 물류비 상승, 중국 제조사의 저가 공세 등이 꼽힌다. 이 같은 복합 악재는 특히 TV를 담당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 사업본부에 직격탄이 됐다. MS사업본부는 2분기 191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번 분기에도 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확대 등으로 MS사업본부는 이번 분기에도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전장(VS) 사업본부는 긍정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황지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VS사업본부는 수익성 높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수주 잔고의 매출 전환이 이어져 역대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앞세워 실적 회복세를 본격화하는 반면, LG는 TV 부문의 부진을 전장 사업 성장으로 얼마나 만회하느냐가 향후 실적 반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2025-10-12 18:30 김윤호

글로벌 세탁기 시장을 향한 중국 가전업체들의 거센 공세 속에서 'K-가전 자존심' 삼성전자와 LG가 인공지능(AI)과 올인원 세탁건조기를 두 축으로 '테크 리더십' 수호에 나서고 있다. AI와 올인원 모두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전략으로,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와의 차별화를 꾀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28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전사들은 최근 세탁기 제품 내 AI 기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7월 선보인 '비스포크 AI 세탁기'는 'AI 맞춤세탁+' 기능을 탑재했다. 세탁물이 가진 특성과 패턴을 분석해 옷감을 구분하고, 소재에 맞춰 세탁부터 헹굼, 탈수까지 섬세하게 제어한다. 세탁 중에는 오염도에 따라 세제 양과 세탁 시간을 자동 조정한다. 또 기존 일반·섬세·타월류 3종에서 데님류·아웃도어류까지 총 5종으로 옷감 인식 범위를 넓혔다. 7인치 'AI 홈' 터치스크린을 통해 세탁 코스를 직관적으로 확인·제어할 수 있으며, 스마트싱스 앱과 연동해 'AI 절약 모드'를 설정하면 세탁 시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60% 줄일 수 있다. LG는 모터, 컴프레서 등 핵심 부품에 AI를 결합한 'AI 코어테크'를 자사 세탁기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대표기술인 'AI DD 모터'는 세탁물의 재질과 양을 분석해 6가지 드럼 모션 가운데 최적의 동작을 선택, 옷감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세탁력을 극대화한다. 양사는 세탁과 건조를 한 번에 해결하는 올인원 세탁건조기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출시한 '비스포크 AI 콤보'에서 쾌속 코스(3㎏ 기준) 건조 시간을 기존 대비 20분 줄여, 79분 만에 세탁부터 건조까지 마칠 수 있도록 개선했다. LG는 올해 초 '트루스팀'을 적용한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를 선보였다. 100℃의 물을 끓여 미세 스팀 입자를 만드는 기술로, 건조 과정에서 의류 살균 효과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업계는 올인원 제품군의 대중화를 주목한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따로 두지 않아도 돼 협소한 도심 주거 환경에 적합하며, 공간 효율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1~2인 가구에 특히 인기가 높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올인원 모델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분리형이나 타워형 제품에 대한 선호가 강했지만 최근 올인원 제품의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세탁물을 넣으면 건조까지 해결된다는 점이 소비자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은 AI 고도화와 올인원 성능 강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지키는 핵심 승부수로 삼고 있다. 그러나, 중국 세탁기 브랜드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시장조사업체 모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중국 세탁기 시장 규모는 약 25조원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시장(약 88조원)의 30%를 차지하는 셈이다. 하이얼·메이디를 비롯해 샤오미·TCL·하이센스 등은 막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 지원을 무기로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특히, 중국 가전사의 트레이드마크인 '저가·가성비' 전략에서 탈피해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 진출, 최근에는 올인원 세탁건조기 라인업까지 확대하는 등 한국 세탁기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다수의 중국 세탁기 제품에 도입한 음성 제어, 앱 연동 등이 기초적인 AI 기능에 머물러 있는 반면, 삼성·LG는 세탁물의 특성을 분석하고 에너지 절감을 구현하는 등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고도화된 AI 기술로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올인원 제품군의 성능 향상이 결합되며, 단순한 편의성 차원을 넘어 소비자의 생활 패턴 전반을 변화시키는 프리미엄 경험을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과 LG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존재감 확대에 적극적이다. 최근 막을 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5에서 LG는 'AI 코어테크' 전시존을 운영해 호응을 얻었으며,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AI 콤보'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AI 체험존 마련, 유명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 등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탁기 시장에서 최근 가장 큰 화두는 단연 'AI와 올인원'"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성능 강화와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중국 업체와 확실한 격차를 유지하려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AI와 올인원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글로벌 세탁기 시장의 향후 판도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 제조사들이 몸집을 불려가는 가운데, 삼성·LG가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글로벌 주도권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2025-09-28 17:00 김윤호

중국 가전업체들이 글로벌 세탁기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한때 저가형 브랜드 이미지에 머물렀던 메이드인 차이나(made in China) 브랜드들이 인공지능(AI), 올인원 세탁·건조, 차별화된 디자인로 무장하고 빠르게 해외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이같은 중국 가전 브랜드의 공세에 LG는 모터 등 핵심부품 기술력과 인공지능(AI)을 융합한 'AI 코어테크'를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으로 응수하며 '가전=LG'라는 글로벌 리더십을 굳건하게 다진다는 계획이다. 손창우 LG 홈어플라이언스솔루션(HS)사업본부 세탁기사업담당(상무)은 지난 22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경쟁사와 LG의 가장 큰 차이는 '제품 본질의 성능과 신뢰성'에 있다"며 “LG만의 'AI 코어테크'와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상무는 LG 세탁기 경쟁력의 핵심으로 '핵심부품 기술력'을 꼽았다. “LG는 수십 년 동안 모터와 컴프레서를 직접 생산하며 기술적 우위를 쌓아왔다. 여기에 AI를 결합한 'AI 코어테크'는 LG 세탁기만의 차별화된 무기"라고 설명하며, LG 세탁기가 글로벌 시장에서 '믿을 수 있는 가전', '최고의 제품'으로 꼽히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이라는 힘주어 말했다. AI 코어테크의 대표 기술로 꼽히는 'AI DD 모터'는 세탁물의 재질과 양을 분석해 6가지 드럼 모션 가운데 가장 적합한 동작을 선택한다. 옷감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세탁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또한 온디바이스 AI칩(DQ-C)을 탑재해 세탁 중 진동을 실시간으로 감지·분산시키고, 설치 환경에 맞춰 탈수 방식을 조정한다. 바닥이 약하거나 수평이 맞지 않는 환경에서도 흔들림을 최소화할 수 있다. 손 상무는 “사용 패턴을 학습해 쓸수록 더 정확하게 예상 소요 시간을 안내하는 'AI 시간 안내', 세탁물을 넣으면 무게를 감지해 3초 만에 코스별 예상 종료 시간을 알려주는 'AI 타임 센싱', 고객이 자주 사용하는 세탁·건조 코스와 옵션을 학습하는 'AI My 코스' 등도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가전업체들이 올인원 세탁·건조, 스크린 탑재, 소용량 별도 세탁 공간 등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움직임에도 LG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미 2020년 국내 최초로 세탁기와 건조기를 타워형으로 결합한 '워시타워'를 선보이며 복합형시장을 선도한데 이어 올인원 제품 '워시콤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한 콤팩트 제품, 섬세한 의류를 분리 세탁할 수 있는 '미니워시'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키워오고 있다. 손 상무는 “고객 취향과 환경에 맞춘 디자인과 기능을 지속 선보이며, 글로벌 소비자 매체들이 발표한 제품 성능 평가 등에서 (LG는) 꾸준히 최고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별 맞춤 전략 역시 LG의 강점이다. 중국시장에서는 대용량 제품보다 10kg 전후의 제품이 주류지만, 북미에서는 초대형 용량 세탁기가 각광받고, 유럽은 에너지 효율과 빌트인 디자인, 다채로운 코스 패턴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현지화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다. “LG는 이런 지역적 차이를 반영해 각 시장에 맞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밝힌 손 상무는 “북미에는 세계 최대 용량을 갖춘 29인치 드럼 세탁기와 건조기를, 유럽에는 분리 세탁 문화를 반영한 10kg대 맞춤형 모델과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탑재 제품을 출시했다"고 전했다. AI 플랫폼 전략도 'LG 웨이'의 차별화 요소다. LG는 '씽큐 AI'를 기반으로 구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사용 경험을 제공한다. '씽큐 업(ThinQ UP)'을 통해 새로운 AI 기능을 업데이트하고, '씽큐 케어(ThinQ Care)'로 고장·이상 징후를 사전에 관리한다.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제공 중인 이 서비스는 유럽, 아시아, 중남미로 확대될 예정이다. 친환경과 에너지 효율은 글로벌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새로운 기준이다. LG는 'AI 코어테크'를 기반으로 고효율 제품을 지속 선보이며 프리미엄 가전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 초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는 유럽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응해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갖춘 제품 25종을 공개하며 호평을 받았다. 고효율을 내세운 제품은 중국 업체들이 아직 단기간에 따라오기 힘든 분야라는 평가다. 중국 업체들이 프리미엄 브랜드와 가성비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는 이중 전략을 펴고 있는 반면, LG는 프리미엄 중심 전략으로 품질과 기술 신뢰도를 지켜왔다. 다만 LG는 향후 프리미엄에 더해 볼륨존 장악도 꾀한다. 손 상무는 “LG는 프리미엄에서 인정받은 경쟁력을 볼륨존까지 확대해 수익성과 시장 지배력을 동시에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 상무는 인터뷰 말미에 LG의 중장기적 비전도 강조했다. “우리는 단순히 하드웨어 판매에 그치지 않고, 기업 간 거래(B2B)·소비자 대상 직접 판매(D2C)·소프트웨어·서비스(Non-HW) 등 질적 성장 영역에 집중하며 흔들림 없는 수익 구조를 확보할 것이다. AI 기반 연구·개발(R&D) 혁신과 생산 기술 투자로 프리미엄과 볼륨존 모두에서 수익성을 확보, 글로벌 시장에서 '가전=LG'라는 이미지를 확립하는 것이 목표이다." 중국의 거센 추격에도 불구하고 LG가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핵심 부품에서 비롯된 본질적 성능, AI와 결합한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 여기에 친환경·고효율 설계와 지역 맞춤 전략이 더해지며 LG 세탁기는 중국 제품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LG 방식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2025-09-25 16:21 김윤호

[로스앤젤레스(미국)=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중국 가전 브랜드들의 미국 내 존재감은 세탁기 뿐 아니라 TV 시장에서도 돋보였다. 삼성·LG 제품들이 '최고 성능'을 인정받고 있긴 하지만 저가형 부문에서는 TCL·하이센스 등의 '물량공세'가 상당한 상황이다. 현지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중국 기업들이 '명당'을 차지하는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지난 7월 방문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내 한 베스트바이(Best Buy) 매장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잡은 TV 브랜드는 TCL과 하이센스였다. 내부로 들어서 TV가 전시돼 있는 코너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단독 전시공간을 지나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과 함께 '명당'을 차지한 제품은 베스트바이 자체브랜드(PB)인 인시그니아(INSIGNIA) 정도였다. INSIGNIA TV는 대부분 중국 또는 베트남에서 주문자제작생산(OEM)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TCL·하이센스 TV는 자체적인 독립 공간을 두기보다는 이동 동선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주로 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만큼 소비자들을 유혹할 '미끼 상품' 역할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사 제품을 모두 모아 안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브랜드는 삼성전자, LG, 소니 정도다. 면적을 단순 비교하면 45:45:10 수준이다. 베스트바이 내에는 이밖에 ROKU, FIRE TV 등 제품들도 꽤 많이 전시됐다. ROKU는 미국 디지털 기업 'ROKU'가 만든 TV 브랜드다. 다만 하드웨어 자체는 TCL이나 하이센스가 만들고, 내부에 들어가는 운영체제(OS)만 미국산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FIRE TV 역시 아마존이 만든 스트리밍 기기 브랜드인데 TCL, 인시그니아 등과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한 국가에서 제작된다. 공급망과 자본 출처 등을 감안하면 '한국산 TV'보다 '중국산 TV' 선택지가 훨씬 많은 셈이다. 중국 TV 브랜드들은 전자제품 뿐 아니라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타깃' 등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었다. 전자제품 코너가 소규모로 마련되긴 했지만 삼성전자나 LG 못지않게 많은 제품을 납품하는 중이다. '소비대국' 미국은 한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글로벌 TV 전쟁' 현황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현장에서는 삼성·LG의 브랜드 파워가 여전했지만 저가 제품을 위주로 중국산 TV가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유통업체나 대기업이 만드는 PB 상품 부문에서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 힘이 더 강력하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2006년 이후 19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다만 중국 업체들이 공세를 본격화한 2020년대 들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0년 21.9%이던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21년 19.8%, 2022년 19.6%, 2023년 18.6%, 지난해 17.6%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LG의 경우 2020년 11.5%로 2위였지만 지난해(10.8%)에는 순위가 4위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TCL은 10.7%에서 13.9%로, 하이센스는 8.1%에서 12.3%로 점유율을 각각 높였다. 작년 출하량 기준 중국 TV 브랜드인 TCL·하이센스·샤오미의 합산 점유율은 31.3%다. 삼성·LG(28.4%)를 앞지른 상태다. 중국 정부가 막대한 지원을 해주는데다 내수에서 패널과 핵심 부품을 수급하며 절감한 원가로 신흥국 위주로 저가 공세를 펼친 게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도 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QLED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제품을 QLED라고 마케팅해 소송에 휘말리는 등 상당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TCL·하이센스 등이 대형 및 프리미엄 TV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8.7%, LG가 15.1%를 기록했다. 양사 점유율이 서서히 낮아지는 동안 TCL·하이센스는 2020년 각각 5.1%, 4.2%였던 성적을 작년 15%, 14.6%로 올렸다. 우리 기업들의 '최종 방어선' 프리미엄 제품이다. 지난해 2500달러 이상 고가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가 49.6%, LG가 30.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TCL과 하이센스는 각각 1.6%, 0.9%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디스플레이·세트 산업 경쟁력이 세탁기와 비슷하게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자금 지원과 저렴한 인건비, 높은 근로 시간 등에 힘입어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과 비교된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준비를 위한 디스플레이 전략 세미나'에서 “TV 출하량 추이를 보면 삼성전자가 2020년 5000만대 수준에서 지난해 3000만대 중반으로 감소했다“며 "내년이 되면 중국 하이센스가 삼성전자를 앞지르고 2028년에는 TCL도 삼성을 능가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중국은 정부의 직접 지원, 큰 내수 시장, 저렴한 인건비, 긴 근로 시간 등 모든 면에서 유리한 상황"이라며 “한국은 내수 시장은 작고 인건비는 높고 근로 시간은 짧아 경쟁력이 없다"고 짚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2025-09-20 15:30 여헌우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9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5 행사는 한마디로 '패스트 팔로워(추격자)'로 불리며 글로벌 가전시장의 주변부 취급받던 중국 가전기업들이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전환했음을 당당히 신고하는 무대였다. 그동안 글로벌 가전에서 퍼스트 무버로 리더십을 나눠가졌던 삼성전자와 LG 등 한국기업들에겐 '초격차 전략' 강화의 필요성을 일깨운 자리이기도 했다. 올해로 101주년을 맞은 IFA는 '미래를 상상하다(Imagine the future)'를 주제로 열렸다. 138개국 1800여개 기업과 단체가 참여해 기술 경쟁을 펼쳤다. 특히, 중국은 단일 국가 중 최대 규모인 700여개 기업이 참가해 전시장 3곳 중 1곳을 차지하며 압도적 위상을 과시했다. 과거의 '가성비 전략'에서 벗어나 혁신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삼성·LG를 정면으로 위협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치열했던 무대는 로봇청소기였다. 로보락·에코백스·드리미 등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중국 기업들은 혁신 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기술 우위를 과시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중국 '빅4'(로보락·에코백스·드리미·샤오미)가 과반(54.1%)을 차지한다. 세계 1위 로보락은 세탁기·건조기·청소 기능을 결합한 '로보락 4 in 1 클리닝 콤보'를 비롯해 첫 프리미엄 로봇 잔디깎이, 초슬림형 신제품 등을 공개해 주목받았다. '로보락 4 in 1 클리닝 콤보'는 세탁기·건조기·로봇청소기(쓸기·닦기) 4가지 기능을 한데 모은 제품으로, 세탁기를 로봇청소기의 '스테이션'으로 활용해 인테리어 완성도와 공간 효율을 동시에 높인 제품이다. 세탁기와 스테이션이 배수관을 공유하는 점도 특징이다. 프리미엄 로봇 잔디깎이 3종도 공개됐다. 로봇 잔디깎이는 로보락이 최초로 선보이는 카테고리다. 이외에도 2만5000Pa의 흡입력을 구현하면서도 7.98cm의 초슬림 디자인을 갖춘 '큐레보 커브 2 프로'도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 제품은 카펫 두께에 따라 높이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섀시 리프트(AdaptiLift™) 기능과 리트랙트센스(RetractSense)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통해 더욱 정밀한 청소 성능을 제공한다. 드리미는 이번 전시회에서 세계 최초로 계단을 오르는 로봇청소기 '사이버 X'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최대 25㎝ 높이의 계단을 초당 0.2m 속도로 등반할 수 있다. 에코백스는 배터리 충전과 사용 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기술을 소개했다. '디봇 X11'은 파워부스트 기술을 적용해 물걸레가 세척되는 3분 동안 배터리를 최대 6% 충전할 수 있으며, 1회 충전으로 최대 1000㎡를 청소할 수 있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비스포크 AI 스팀'을, LG는 빌트인형 '히든 스테이션'과 프리스탠딩형 '오브제 스테이션'을 선보였다. 다만 청소 성능과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만큼, 중국 업체들이 강조한 '혁신성'과는 차별화 양상이 뚜렷했다. 한국 가전 기업들은 중국의 매서운 공세로 글로벌 시장뿐만 아니라 자국 시장에서도 점유율 하락을 겪고 있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는 로보락, 에코백스 등 중국 기업들이 매출액 기준으로 60%에 이르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에 류재철 LG HS사업본부장(사장)은 IFA 2025 현장 간담회에서 로봇청소기 시장을 “아픈 손가락"이라고 불렀다. 과거 한국 제품을 베끼던 중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축적하며 이제는 우리가 따라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중국 기업들의 약진은 전통 가전에서도 나타났다. 하이센스가 주도한 RGB LED TV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초 양산에 나선 하이센스는 IFA 현장에서 기술적 주도권을 과시했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소자 기술로 응수했지만, '퍼스트 무버' 이미지는 중국이 선점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TCL과 하이센스는 RGB LED TV를 전시관 전면에 배치해 “새로운 프리미엄 TV는 중국이 먼저 시작했다"라는 메시지를 깔았다. 아울러 데니스 리 하이센스 비주얼테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RGB 미니 LED TV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의 새로운 이정표"라며 “색 재현력과 표현력은 OLED를 훨씬 능가한다"고 말했다. OLED 중심의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LG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중국 업체의 존재감 확장 속 삼성·LG가 호령하던 글로벌 TV 시장이 최근 들어 격변하고 있다. 내년에는 중국 하이센스의 TV 출하량이 삼성전자를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정부 지원과 낮은 인건비, 장시간 근로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한국은 높은 인건비와 짧은 근로 시간, 작은 내수시장으로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2026년에는 하이센스가 삼성전자를 추월하고 2028년에는 TCL도 앞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이센스와 TCL은 2023년 TV 출하량에서 LG를 제치고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AI 가전과 스마트홈 플랫폼도 중국의 무대였다. 하이얼과 하이센스는 각각 'hOn', '커넥트라이프' 플랫폼을 내세워 집안 가전을 연결·제어하는 생태계를 선보였다. 에너지 절감형 세탁기, 식재료 관리 기능을 갖춘 냉장고 등 AI 기반 제품도 다수 공개됐다. 단순 제품 경쟁을 넘어 플랫폼·생태계 경쟁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국내 업체들도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조주완 LG CEO는 IFA에서 “중국의 공세는 앞으로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AI 고도화와 기기 간 연동성을 앞세운 'AI 홈' 전략을, LG는 전장·냉난방공조 등 기업 간 거래(B2B) 중심 특화 분야를 돌파구로 제시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은 “혁신 DNA를 기반으로 AI 홈을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현실화해 글로벌 선구자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주완 CEO 역시 “전장과 냉난방공조를 B2B의 쌍두마차로 삼아 질적 성장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번 IFA 2025는 중국 가전업체들이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글로벌 시장의 선도자로 떠올랐음을 확인시킨 무대였다. 한국 기업들에겐 기술 초격차와 차별화 전략을 통한 '질적 승부'가 한층 절실해졌다는 평가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2025-09-09 16:22 김윤호

국내 시장을 겨냥한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들의 파상공세 속에서 삼성전자와 LG가 반격에 나섰다. 두 회사는 오는 9월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인 독일 IFA 2025에서 신제품 로봇청소기를 공개하며 안방시장에서 반전을 꾀할 태세다. 30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로보락·에코백스·드리미 등 중국 로봇청소기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의 60~70%를 장악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드리미에서 독립한 중국 가전업체 모바가 한국시장에 본격 진출했고, 플래그십 매장을 연 샤오미까지 가세하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 가전 브랜드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가전 브랜드들은 다양한 제품군을 내세워 한국 소비자들을 파고들고 있다. 드리미는 2만5000Pa의 강력한 흡입력과 100℃ 고온 걸레 세척 기능을 갖춘 'X50s 프로 울트라'에 이어, 국내 최초 3종 걸레 자동 교체형 '매트릭스10 울트라'를 내놨다. 에코백스는 롤러식 자동 세척 물걸레 시스템을 적용한 '디봇 X8 프로 옴니'를 공개했다. 로보락도 프리미엄 모델 'S9 맥스V 울트라'와 슬림형 'S9 맥스V 슬림'을 출시하며 시장 점유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국내 시장은 글로벌 로봇청소기 기업들의 '테스트베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디자인·트렌드·기능에 민감해 제품 경쟁력을 검증하기에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데이비드 첸 에코백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방한해 “한국은 글로벌 스마트홈과 프리미엄 가전 트렌드를 선도하는 중요한 시장"이라며 전략적 행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의 성장성도 매력적이다. 2020년 1500억원 규모였던 로봇청소기 시장은 올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사노동에서 해방시키는 가전으로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삼성·LG 입장에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영역이다. 삼성전자와 LG는 오는 9월 5~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25에서 혁신 기능을 앞세운 신제품을 선보이며 해외시장 공략과 함께 내수시장 반격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다. LG는 빌트인형 '히든 스테이션'과 프리스탠딩형 '오브제 스테이션'을 공개한다. 히든 스테이션은 싱크대 걸레받이처럼 자투리 공간에 설치해 로봇청소기가 평소에는 보이지 않도록 숨길 수 있다. 오브제 스테이션은 침실·거실에 어울리는 테이블 디자인으로, 인테리어와의 조화를 강조했다. 두 제품 모두 먼지 흡입·물걸레 청소뿐 아니라 사용한 걸레 세척·건조까지 자동으로 처리한다. 특히 세계 최초로 본체와 스테이션 모두에 스팀 기능을 탑재, 청소 성능과 위생 편의성을 크게 강화했다. 또 LG의 자체 AI 사물 인식 기술을 적용해 인터넷 연결이 없어도 “청소 시작해" 같은 음성 명령어를 인식한다. 삼성전자는 보안 경쟁력에 방점을 찍었다. 신형 로봇청소기가 글로벌 시험·인증기관 'TUV Nord'의 사물인터넷(IoT) 보안 인증을 획득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데이터 암호화, 인증·접근 제어, 개인정보 보호, 취약점 관리 등 주요 항목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결과다. 중국 브랜드 제품에 대한 보안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삼성은 '신뢰'를 앞세운 차별화 전략으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안은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바라보는 요소"라며 “경쟁 구도에서 분명한 차별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 반전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따른다. 이미 중국산 로봇청소기에 대한 소비자 친숙도가 높아 국내 기업이 단숨에 점유율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가전 매장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로봇청소기는 중국 제품이 더 낫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다른 가전과 달리 중국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거의 통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업계는 결국 IFA 2025에서 선보일 LG의 생활 밀착형 AI와 공간 디자인, 삼성의 보안 중심 전략의 로봇청소기 신제품이 소비자 인식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 지가 '안방 역전'의 관건이라고 분석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2025-08-30 16:00 김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