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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수입한 액화천연가스(LNG)가 한국의 석탄 대체 과정에서 상당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5~2022년을 대상으로 한 비교분석에서 한국은 석탄을 미국에서 수입한 LNG로 전환하면서 에너지 연소 부문의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을 약 7800만톤(이산화탄소 환산톤)을 줄였다는 것이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지질과학과와 영국 런던대학 금융경영대학원 등의 연구팀은 최근 이같은 분석 결과를 담은 논문을 사전 공개 사이트(SSRN preprint)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LNG의 채굴과 운반 등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고려하는 전(全)과정을 기준으로 한다면 실제 감축량은 약 5000만~5500만톤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구팀은 미국산 LNG가 2021년에만 2000만톤 이상 감축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2021년 국가 전체 배출량 7억4100만톤의 2.7%에 해당한다. 한국의 경우 이 기간 중 에너지 구조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1차 에너지에서 석탄 비중은 2015년 28.2%에서 2022년 24.1%로 줄었다. 대신 2017년 이후 미국산 LNG 비중이 빠르게 늘어났는데, 2021년에는 미국산 LNG가 국가 1차 에너지 공급의 최대 3.9%까지 차지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한국과 인도·영국 상황과 비교했다. 인도의 경우 LNG가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를 넘지 않았고, 미국산 LNG의 누적 감축효과는 에너지 연소 기준으로 약 860만톤에 그쳤다. 기준으로는 약 19만4000톤 수준으로 줄었다. 인도는 가격 민감도가 높아 2021~2022 가격충격 시 LNG 수입이 급감했고, 석탄 복귀 현상이 관찰됐다. 영국은 2017년 이후 미국산 LNG 수입이 크게 늘어났는데, 이 가운데 상당량을 재수출(re-export)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실제 영국내 감축효과 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더 많이 수입하면 감축효과 사라질 수도 그러면서도 연구팀은 “미국산 LNG에 대한 장기적 확대는 '화석연료 고착(lock-in)'과 다른 감축 기회의 손실, 가격·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장기 인프라·계약이 늘어나면 '가스 고착'으로 재생에너지 투자와 무탄소 전환을 지연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격·지정학적 리스크(가격 급등·공급 충격)가 수입국의 소비·무역·전력비용에 직접적 부담을 준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요구로 한국이 더 많은 LNG를 수입하게 될 경우 한계효과의 감소가 우려된다. 이미 석탄에서 대체 가능한 부분이 상당히 이행된 상태라면, 추가 LNG는 새로이 석탄을 폐지해 추가 감축을 만들기보다는 전력 수요의 피크 보강이나 열병합·산업용 연료 전환 같은 한정된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단위 LNG당 감축 기여(탄소 저감 효율)는 점점 떨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미국산 공급량이 늘면 공급망 (채굴→액화→운송)의 누출·에너지 집약도가 전체 배출 프로파일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게 된다. 공급망 관리가 약하면 연소 부분에서 얻은 '감축 효과'가 기준에서는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 추가 수입은 무역수지와 산업 전력비에 부담을 주며, 특히 장기계약·고정비가 확대되면 높은 국제가에 취약해진다. 2021~2022년 사례에서 보듯 가격 급등은 수입량·공급·산업가동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정책적 이유로 일부 흡수했지만 재정·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 LNG 터미널·가스발전·송배전 등 인프라 투자는 수십 년 지속되는 자본집약적 자산이다. 이러한 설비가 빠르게 늘어나면 무탄소 대안으로의 전환 신호(phase-out schedule)가 약해져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논문은 “LNG는 '조건부로 유효한 전환 연료'라면서도 장기 확대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더 많은 LNG를 수입해야 한다면 최근 한국은 미국과의 관세협상의 일환으로 가스공사가 미국산 LNG를 2028년부터 10년간 연 330만톤씩 추가 수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미국산 LNG 수입물량은 약 564만톤인데, 여기에 연간 330만톤이 추가되면 총 수입량은 연간 약 900만톤 수준이 된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요구로 미국산 LNG 추가 수입이 불가피하다면, 기후 정책 측면에서도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이런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대책이 가능할 것으로 제안했다. ▶조달·계약 조건에 탄소기준 도입: 수입 LNG에 대해 ' 배출계수(life-cycle emissions)' 기준을 적용해, 메탄 누출 감시·저감 이력이 확인된 공급에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LNG 인프라 '수소(또는 저탄소 연료) 전환 준비' 규정화: 신설 터미널·재기화 설비는 수소·암모니아 혼소·저탄소 연료 처리가능성을 갖추도록 설계 기준을 의무화하면 장기 고착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명확한 'LNG 단계적 축소(Glide-path)' 공표: LNG를 일시적 브리지로 남기려면 정부가 구체적 시한과 조건(재생 확대 목표 달성 시 감축 비율 등) 을 제시해야 투자자·사업자가 미래 리스크를 감안해 의사결정할 수 있다. ▶가격·공급 충격 완충을 위한 금융·헤지 메커니즘 마련: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국가 단위의 가격 정책, 비축가스 운영 계획, 장기계약 조달 전략이 필요하다. ▶메탄 누출 감시·규제 강화를 통한 공급사별 '저메탄' 인증 도입: 공급국·수출사별 메탄 배출 관리를 구매조건으로 계약화하면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재생에너지·수요관리(수요반응) 가속으로 LNG 의존도 장기적으로 축소: LNG 확대가 재생투자를 잠식하지 않도록 정부 지원·입찰·민간투자 유인을 설계해야 한다. 연구팀 논문에서 미국에서 수입한 LNG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기여했음을 제시하면서도 회계, 공급망 메탄, 가격·지정학적 불안정, 그리고 인프라 고착이라는 리스크가 함께 존재함을 경고했다. 즉, 미국산 LNG 확대가 '무조건 선(善)'이 아니며, 정책 설계와 계약·입지·기술에서의 세심한 안전 장치 없이 수입을 늘리면 오히려 장기적 탈탄소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2025-09-08 10:11 강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