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제지 등 소재 업종 상장사 14곳이 주가순자산비율(PBR) 개선 계획을 내놨지만, 중장기 목표로 잡은 PBR(중앙값 0.36배)조차 같은 업종 상장사의 현재 수준(0.45배)에 못 미쳤다. 주주가 기대하는 최소 수익률인 자기자본비용(COE)을 공개한 기업은 세 곳에 불과했다. 이들도 목표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스스로 계산한 COE의 3분의 1 수준으로 잡았다. 14곳 중 8곳은 동국·무림·KG 그룹 계열사로, 지주사와 자회사가 함께 계획을 냈다. 27일 <에너지경제신문>이 한국거래소에 PBR 개선 계획을 낸 62곳 가운데 소재 업종 14곳의 계획서를 분석한 결과다. 소재 업종은 62곳 중 가장 많은 기업이 계획을 냈고, PBR도 가장 낮았다. 한국거래소는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에 따라 국내 상장사를 11개 업종에 따라 분류했다. PBR은 시가총액을 장부상 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1배 미만이면 회사가 가진 재산보다 주가가 싸다는 뜻이다. 14곳의 PBR 중앙값은 0.21배로 코스피·코스닥 소재 업종 전체 중앙값(0.45배)의 절반 수준이다. 동국홀딩스(0.14배)와 동국씨엠(0.15배)은 장부가치의 7분의 1 수준에서 거래된다. 14곳이 내건 목표 PBR 중앙값은 0.36배, 목표 ROE 중앙값은 6%다. 9곳은 목표 PBR을 소재 업종 상장사의 현재 중앙값(0.45배) 이하로 잡았다. 목표를 모두 달성해도 업종 평균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동국씨엠(0.27배), 동국제강·동국홀딩스(0.3배)가 가장 낮았다. 반대로 실적과 동떨어진 목표도 있다. 무림P&P와 무림페이퍼는 목표 ROE를 8%로 제시했지만, 최근 3년(2023~2025년) 평균 ROE는 각각 -1.7%와 1.3%다. 무림 3사는 공시 본문에 첨부 계획서보다 높은 목표치를 적기도 했다. COE를 공개한 곳은 14곳 중 동국 3사뿐이었다. ROE는 회사가 주주 돈 100원으로 1년에 몇 원을 버는지, COE는 주주가 최소한 이만큼은 벌어야 한다고 기대하는 수익률이다. ROE가 COE를 넘어야 주가가 장부가치 이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동국홀딩스는 COE를 10.9%로 계산하고도 목표 ROE를 3.5%로 잡았다. 동국제강(COE 9.6%·목표 ROE 3.5%)과 동국씨엠(9.85%·3.8%)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다 이뤄도 주주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다. 올해 상반기 이익이 늘어난 곳도 일회성 이익 비중이 컸다. 동국홀딩스는 계획서에서 상반기 ROE 5.44% 가운데 4.69%포인트가 투자손익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KG스틸은 상반기 지배주주 순이익이 1385억원으로 영업이익(646억원)의 두 배를 넘었는데, 보유 금융자산 평가이익 1745억원 덕분이었다. 14곳 중 8곳이 동국(동국홀딩스·동국제강·동국씨엠)·무림(무림SP·무림페이퍼·무림P&P)·KG(KG에코솔루션·KG스틸) 계열이다. 지주사와 그 아래 자회사가 각각 상장돼 있고, 이번에 함께 계획을 냈다. 동국 계열은 물류 계열사 인터지스(산업재)까지 4곳이 계획을 냈다. 무림은 무림SP가 무림페이퍼를, 무림페이퍼가 무림P&P를 지배하는 3단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는 자회사 가치가 모회사 주가에 이중으로 반영돼 시장이 할인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50%를 넘는 곳도 9곳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이 적다. 이재모 독립리서치 아리스 대표는 보고서에서 “지주회사나 복잡한 계열 구조를 가진 기업이라면 지배구조 개편이나 자회사 가치 현실화 역시 기업가치 개선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주환원은 배당에 무게가 실렸다. 실적과 관계없이 일정액 이상을 배당하는 '최소 주당배당금'을 내건 곳이 6곳이다. 동국제강(400원), 동국씨엠(300원), 동국홀딩스(액면분할 후 80원)와 무림P&P(100원), 무림페이퍼(75원), 무림SP(10원)다. 62곳 전체에서 최소 주당배당금을 제시한 10곳 중 6곳이 소재 업종이다. KG스틸과 KG에코솔루션은 5년간 별도 조정순이익의 50%를 배당과 자사주로 돌려주겠다고 했다. 자사주 소각을 계획이나 실행으로 명시한 곳은 동국제강(2027년 내 전량), 동국홀딩스(올해 4월 전량 소각), 유니드비티플러스(신탁 취득분) 3곳이다. 무림페이퍼·무림P&P·원일특강은 소각을 '검토'로만 적었고, 삼일씨엔에스는 주주환원 항목을 비워 뒀다. KG에코솔루션은 발행주식의 11.9%를 자사주로 갖고 있지만 소각 계획은 담지 않았다. 계획의 무게를 보여주는 이사회 결의도 엇갈렸다. 14곳 중 9곳은 이사회 결의를 거쳤지만 동국 3사와 유니드비티플러스, 원일특강 5곳은 결의를 마치지 않은 채 계획을 냈다. 11월 2일 거래소의 첫 저PBR 명단 공표에서도 일부는 빠지지 못할 전망이다. 저PBR 상태가 6년(12개 반기) 이상 이어진 기업은 계획을 내도 명단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소재 기업의 주가가 낮은 배경에는 실적 부진이 있다. 14곳의 최근 3년 평균 ROE 중앙값은 3.7%, 지난해 영업이익률 중앙값은 1.4%에 그쳤다. 7곳은 2023년 이후 순손실을 낸 적이 있다. 철강은 건설 경기 침체에 미국의 철강 관세가 겹쳤다. 동국씨엠은 연결 영업이익이 2024년 773억원에서 지난해 38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KG스틸의 영업이익은 2023년 2804억원에서 지난해 1507억원으로 줄었다. 제지는 인쇄용지 수요 감소로 고전하고 있다. 무림P&P는 지난해 영업손실 245억원을 냈다. 빚도 부담이다. 무림P&P의 부채비율은 올해 6월 말 253%, 무림페이퍼는 333%다. 동국씨엠은 지난해 1월 아주스틸을 인수하면서 차입금이 3977억원에서 1조700억원으로 불었다. 장부상 자본이 커져 PBR이 더 낮아진 경우도 있다. 동국홀딩스는 지난해 계열사 보유 토지를 재평가하면서 자본이 1761억원 늘었다. 이익이 아니라 장부가치가 불어난 결과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철강·제지 업황이 단기간에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 재배치를 통해 ROE를 개선하거나 책임 있는 주주환원을 통해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PBR이 낮은 기업은 활용도가 낮은 부동산이나 비핵심 투자자산을 매각하고 자본을 핵심사업에 재배치하거나, 낮은 ROE를 끌어올리기 위한 사업구조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2026-10-28 15:57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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